불고지죄 “축소”·“폐지” 첨예대립/개혁입법 협상의 쟁점
◎「반국가」 개념·목적범 해석 놓고 맞서/보안법/수사범위·남용방지 장치에 주안점/안기부법/경찰위원 임명절차·권한문제 논란/경찰법
오는 9일의 제154회 임시국회 폐회를 앞두고 여야가 기존입장에서 한발씩 양보함에 따라 합의처리될 가능성이 보였던 개혁입법협상이 끝내 결렬됐다.
민자·신민 양당은 7일 정책위의장회담에서 양측이 새로 마련한 국가보안법 등 개혁법안의 수정안을 놓고 심야까지 막바지 절충을 계속했으나 쟁점현안에 대한 시각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이날 밤 회담 결렬 직후 민자당측이 표결강행 불사방침을 천명한 데 대해 신민당측은 실력저지로 맞설 것임을 밝혀 8일의 본회의에서 여야의 격돌이 예상된다.
이날 여야가 협상테이블에서 절충을 시도한 법안별 쟁점과 함께 전망을 진단한다.
▷국가보안법◁
이날 협상에서도 절충점을 찾지 못한 핵심부분은 반국가단체의 개념규정 및 불고지죄 축소 또는 폐지여부,목적범 해석 등으로 압축된다.
민자당은 금품수수,잠입·탈출,회합통신,찬양·고무죄의 적용과 관련,「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금품수수 등 각 행위를 할 경우만 처벌토록 명확히 규정한다면 이들 조항의 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 소지는 완전히 제거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민당은 「국가의 안전을 침해할 목적으로」 「국가의 존립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준 경우」만으로 목적범의 규정을 보다 엄격화해 수사관의 자의적 법적용의 소지를 봉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불고지죄 조폐시비와 관련,민자당측은 당초 찬양·고무,회합·통신,편의제공죄 조항은 적용대상에 제외시켰던 당초 개정안에서 더 나아가 잠입·탈출에 관한 불고지도 처벌대상에서 제외시키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잠입·탈출에 관한 불고지죄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 서경원 사건 등에서 제기됐던 「공안정국」시비 등이 더 이상 돌출할 가능성은 없다는 설명이다.
신민당은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도 불고지죄의 존속은 인권유린,반인륜의 조항이라는 공방이 계속될 것인만큼 차제에 완전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국가단체 개념의 축소와 관련,민자당은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로 한정하자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으나 신민당은 반국가단체의 개념을 기능에 따라 두 가지로 분리,이를 명문화할 것을 제안했다. 신민당은 우선 대한민국을 적대하는 국가 또는 국가에 준하는 단체로 규정,현재 북한을 영구히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개념에서 탈피,남북 관계진전에 따라 유동성을 갖도록 하자는 지적이다. 또 제3조의 반국가단체구성죄를 반란단체구성죄로 바꿔 내란단체나 반란단체를 구성하는 경우 처벌토록 하자고 주장했다.
▷안기부법◁
안기부에 대한 국회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국회 정보위를 설치하는 데는 여야가 견해를 같이함에 따라 수사권의 범위문제가 마지막 큰 쟁점이 되고 있다.
민자당측은 안기부의 수사권 범위를 북한이나 해외로부터 잠입하는 간첩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야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 국내 고정간첩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할 수 없는 허점이 생긴다는 이유를 들어 극력 반대하고 있다. 즉 해외잠입 간첩과 국내간첩을 구분해 달리 취급할 명분도 없을 뿐 아니라 간첩을 체포해 상당한 수사가 진전돼야만 입국경로 등이 밝혀지는 수사관행을 도외시한 비현실적 발상이라는 주장이다.
신민당측도 여권의 이같은 입장에 일응 수긍,7일 수사권의 범위를 종전보다 대폭 확대하되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춘 수정안을 제시했다.
신민당측은 이 밖에 보안·정보조정업무에 대해 안기부의 상위기구인 정보조정협의회로 이관하거나 보안감사권만은 행정부가 안기부에 예속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총리실이나 관계부처에 이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민자당측은 현재 안기부의 임무와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주장으로 간주,수용키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민당 내부에서도 강경파들이 수사권 범위를 너무 많이 양보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어 협상의 마지막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경찰법◁
오는 7월1일 정부조직법상 경찰청 발족을 앞두고 신민당이 국무총리 소속하에 7인으로 구성된 합의제 경찰위원회를 두자는 종전 주장을 포기하고 내무부 장관 소속하에 경찰위원회와 경찰청을 두는 정부안을 수용함으로써 경찰위원회 위원 임명절차와 권한이 마지막 쟁점이다.
신민당측은 위원장 및 2인의 위원은 내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나머지 2인의 위원은 대한변호사협회의 추천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민자당측은 내무부 장관 밑에 설치되는 경찰위원회 위원에 대해 국회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은 정부조직체계상으로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헌법상 근거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대신에 민자당은 경찰위원회 위원(7인)은 정치활동을 할 수 없게 하고 그 중 2인은 반드시 법관자격이 있는 자로 임명토록 해 중립적인 경찰운영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가보안법 여야안 대비표
●민자당 원안
△제5조(자진지원·금품수수) 2항
△제6조(잠입·탈출) 1항
△제7조(찬양·고무) 1항
△제8조(회합·통신) 1항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목적으로…」·제10조(불고지)
·제3조,제4조,제5조 1항 제3항 제4항 또는 제6조의 죄를 범한 자라는 정을 알면서…
▲제19조(구속기간 연장) 2항:형사소송법에 의해 구속기간의 연장을 2차에 한해 허가할 수 있으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때 다시 1차에 한해 구속기간을 연장
●민자당 수정안
△제5조(자진지원·금품수수) 2항
△제6조(잠입·탈출) 1항
△제7조(찬양·고무) 1항
△제8조(회합·통신) 1항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제10조(불고지)
·제3조,제4조,제5조 1항 제3항(제1항의 미수범에 한한다),제4항의 죄를 범한 자라는 정을 알면서…
▲제19조(구속기간 연장) 2항:형사소송법에 의해 구속기간의 연장은 2차에 한해 연장할 수 있다(단서조항 삭제)
●신민당안
△제5조(자진지원·금품수수) 2항
△제6조(잠입·탈출) 1항
△제7조(찬양·고무) 1항
△제8조(회합·통신) 1항
「국가와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
·불고지죄 삭제▲제19조(구속기간 연장) 2항:형사소송법의 규정대로 구속기간의 연장은 1차에 한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