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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매일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최하림론(1)

    *역사와 개인이 만나는 시의 자리-최하림론. 1.거친 육성(肉聲)과 혼돈을 넘어서 고야의 한 그림에는 황폐하고 공포스러운 표정의 크로노스가 자식을잡아먹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그림 속의 주인공 크로노스는 ‘시간’을 상징하는 신으로서 자식을 낳는 족족 잡아 삼키는데,자식 중에하나인 제우스를 삼켰다가 제우스의 아내 메티스〔‘숙려(熟慮)’라는 뜻의 여신〕가 준 약을 마시게 되어 그를 토해놓는다.아버지의 뱃속에서 놓여난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를 무한지옥인 타르타로스에가두어 버리고 은(銀)의 시대를 펼친다. 인간 상상력의 한 중요한 테마가 실현되어 있는 크로노스의 신화에서, 우리는 시간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인류의 뿌리 깊은 욕망을확인할 수 있다. 크로노스의 자식들인 우리 인간은 그의 뱃속에서 삶을 영위하지만,그로부터 해방되는 순간을 열망한다.종교를 비롯한 인간의 모든 활동은 이 신화적 상상력을 실현하려는 욕망의 발현이다. 그러나 인간은 시간 밖에 존재할 수 없으며,인간의 삶이란 결국 시간과 벌이는 고투의 흔적이다.시간은 모든 고통의 원천이자 자기동일성의 근원적 조건인 것이다.우리는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서 생의 좌표와 의미를 가늠하고 수정한다. 시간이 거쳐가고 남은 자리에 부려져있는 소모와 쇠약, 또 한켠에서 벌어지는 생성의 현장은 인간의 근원을 돌아보게 하는 냉엄한 지표이다. 인간의 경험과 욕망을 담아내는 문학은 궁극적으로 시간과 투쟁하는존재의 모습을 형상화한다.시의 경우,이 대결의 양상은 정서적 직접성과 대상의 중층성이라는 성격을 띠게 되는데,여기서 대상의 중층성이란,현실과의 역동적 상호 작용 속에서 구축되는 한 시인의 작품 세계에는 현실의 시간적 궤적과 생리적 연치가 더해가면서 변모하는 한자연인의 모습이 함께 담겨있음을 말한다. 시에는 시대와 개인을 통과한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다.시는 시대와 개인,역사와 인간이 삼투하며 길항하는 생생한 내면의 현장이다.한 시인의 시세계를 조감함으로써 우리 자신 속에도 깃들어 살고 있는 시간의 신이 한 인간의 몸을 빌어 건네는 전언을 들을 수 있으며,아울러 몸 속에 지핀 시간과의 길고도 험한 싸움을 수행하는 한 정신의 고언(苦言)도 듣게 되는것이다. 이미 다섯 권의 시집 ―『우리들을 위하여』(1976),『작은 마을에서』(1982),『겨울 깊은 물소리』(1987),『속이 깊은 심연으로』(1991),『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1998) ― 을 상재한 바 있는 최하림은 역사와 현실에 대한 진지한 사색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압축된 풍경과 서정적 형식을 통해 형상화해 왔다.그의 시에서 우리는 지나온 역사의 의미와 그 현실을 통과한 한 개인의 정신의 풍경을,더불어 몸을 받은 존재로서 시간을 경험하는 한 인간의 고단한 삶의역정을 보게 된다. 최하림의 시가 현실참여적 성격을 보이는 1970,80년대는 전사회적으로 정치적 열기가 강렬한 시기였다. 소위〈시의 시대〉로 불렸던 이 연대(年代)에 시가 발휘한 힘은 분화(噴火)를 꿈꾸던 당대인의 욕망과 상상력에서 발원한 것이었다.극렬한 용출을 욕망하게 만든 억압적 상황은 역설적으로 시에 힘을 실어주었던 배후(背後)였으며,현실의 후광 속에서 시는 단일하면서도강렬한 상징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역사와 현실의거대한 깃발 아래,개인의 실존에 대한 시적 사유의 깊이나 언어적 성취가 상대적으로 소외되기도 하였다. 시 장르의 폭발력이 외부에 있었던 만큼,현실적 열기가 지나간 현장에는 작부들의 사이비 신세타령만이 웅성댈 뿐,역사와 현실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들은 이제 실종되고 없다.80년대가 부려놓고 간 피폐하고 앙상한 언어의 잔해들 위로,묵시록적 상상력과 정신분열증적 언어들이 쇄말리즘의 안개 속에 밀려와 있고,‘시의 죽음’이 풍문처럼떠도는 상황에서 한 세기가 막을 내렸다. 그리고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미만하던 세기말의 암울한 전망과 우려가 새로운 세기의 도래와함께 말끔하게 제거되면서,그 자리에는 기술자본주의의 지칠 줄 모르는 광란의 질주에 도취되어,그것에 저항하고 개입할 의지를 포기한상혼(商魂)들이 혼몽 속을 헤매고 있다. 최하림 시의 독자적 가능성은,‘역사적 연대’의 흔적들이 썰물처럼빠져나간 이 흉흉한 시점에서도 여전히 역사와 현실에 대한 진지한천착을 서정적긴장 속에서 일관되게 수행해 오고 있다는 점,아울러그러한 작업이 자기 존재,나아가 존재 일반에 대한 깊은 성찰에까지닿아있어 시적 사유의 폭과 깊이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 놓여 있다. 우리는 그의 시에서 7,80년대의 날선 육성(肉聲)과 90년대의 세기말적 언어들을 넘어서는 치열한 시적 사유를 만나게 된다.깊은 고통과오랜 침잠의 시간들이 동행하는 그 세계에서,우리는 ‘역사의 시대’에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개인의 실존적 고뇌들이 진지한 역사적 상상력과 조우하는 장면을 목도할 수 있다.역사와 개인을 집요하게 응시하는 최하림의 시적 태도는 우리 시대 문학의 자리를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강인한 정신 속에 길이 있다.길을 만들고,그 길을 가는 것은 문학의 태생적인 운명이다.그것은 포기하지 않는 꿈이,문학의 배태(胚胎)된 자리이기 때문이다. 2.역사의 공범의식,그 도덕적 순결성〈아우슈비쯔〉는 시간의 진행을 진보의 역사로 인식했던 인류에게근본적인 반성의 계기였다.근대의 쌍생아인 자본주의와 역사주의 모두에 가능태로 잠복해 있던 폭력적 욕망이 그 포악성을 드러낸 자리에서 역사는 시간의 근본적인 의미와 방향을 인간으로 하여금 되묻도록 요구하였다.20세기의 인류에게 〈아우슈비쯔〉가 있었던 것처럼우리 현대사의 한 극점에는 〈광주〉가 놓여있다.역사적 상상력의 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는 결과적으로 역사적 현실로부터 선회하는 최초의 기점이 되었다.그것은 고통의 진원지를 응시하는 힘의부족에서 연유한 것이었는데,〈광주〉를 문제삼던 많은 사람들은,아예 〈광주〉가 서있던 ‘역사의 자리’를 떠나버리고 말았다.바로 이지점이, 최하림을 여타의 시인들과 갈라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한국사의 비극적 상징인 [광주]를 통과하면서,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권의 해체’라는 세계사적 변혁을 지나면서 최하림은 역사와 존재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사유 속으로 침잠한다.역사의 진보에 대한 믿음의 붕괴를 그는 외부적 현실을 통해서 해소하지 않고, 역사를 내면속에 소환하는 방식으로 끌어안는다.역사의 내면화는 필연적으로 역사를 윤리학의 차원으로 환원한다.역사는 익명의 타자의 것이 아닌,주체의 윤리적 실천의 장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따라서 외부에 대한공격적인 정서보다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반성적 사유가 시의 주를 이루게 된다.낭만적 격정과 들끓는 고뇌로부터 한걸음 비켜선 자리에서 최하림은 지나온 역사와 시간을,그리고 시와 인간을 응시한다. 어둠과 함께 온 기억들에 싸여 나는/나를 밝혀주지 못하는 불빛을본다/빛이 멀면 편안하다 죄가 많은/우리는 죄들이 두렵고 어둠이 내려서/아름다우니 어둠에 몸 섞는다/이런 밤 새들은 얼마나 조심스레/그들의 하늘을 날았던지/내 영혼은 어디를 방황했던지/검은 유리 같은 공기 속에서 길들은/보이지 않게 밤으로 이동하고/새로운 추억이짐짝처럼 마른 나무 밑에 쌓인다/시간이 별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흘러 간다/시간을 따라서 광목도로 어디쯤 걸음을 멈추고 쉴 곳이 있을것이다/잠시 유숙할 집이 있을 것이다/우리에게 범한 죄를 우리가 사할 때가 있을 것이다/한 사람에게만은 사랑이었고 배반이었던 여자도어디쯤 있을 것이다/그러나 세상은 결국너를 버리고 달려간다/세상은 고통스럽고 일어서는 자는 숨을 수 없어서 불행하다/내 가슴은 사직처럼 허물어져간다/예감을 노래해선 안 된다/나는 밤으로 간다 잘있거라/한번도 힘껏 꽃잎 피지 못하고/한번도 힘껏 울어보지 못한/정다운 말들아 내 딸들아 ―「光木道路」 전문 한바탕의 회오리 같은 역사가 훑고 지나간 내면 세계에,짙은 허무와체념이 배음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쓸쓸한 어조 사이로 배어나오는고통과 절망 속에,내면으로 귀환한 역사의 흔적이 음각되어 있다. 이흔적이 구체화된 기억의 형상은 최하림의 역사 인식을 반영하는 중요한 단초로서,그의 시 곳곳에는 역사가 남기고 간 상처가 고통의 기억으로 잔존해 있다.그 기억의 공간은,‘절망의 부레 찢어지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악마구리같이 아우성치며’(「말하기 전에,나는」) ‘피투성이 된 붉고붉은 입술들’(「우리들은 오늘도」) ‘갈가리찢긴 육신의 목소리’(「무등산」)들이 ‘합창을 이루는’, 아비규환의 절규가 가득한 곳이다.이러한 고통스러운 공포의 기억을 조성한과거는‘몇 대의 트럭이 난폭하게 거리를 질러가고’(「부식 동판화」) ‘탐욕스러운 개들이 안개 속으로 달려가’ (「고통의 문지방」)며 ‘사나이가 시간을 죄스레 칼질하고 생채기에서 뚝,뚝, 피가 흐르는’(「상처」),폭력과 살육으로 얼룩진 광란의 시간이다.주목할 점은 이러한 과거의 기억이 역사 자체의 이미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시적 화자를 끊임없이 고통스럽게 만드는 ‘죄와 벌’의 이미지로 출현한다는 사실이다.이는 “기억의 아이들이 붉은 얼굴로 지나가고/어디서인지 흰 이를 드러내며 킬킬킬킬/웃는 아이”(「섬진강」)와 같이 과거의 기억에 대응하는 심리적 이미지가 대체로 자조적이고 자학적인 형상으로 각인되어 시인의 내면에 환기된다는 점에서 보다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역사적 현장을 투과하면서 굴절,각인된 이러한이미지들은 시인이 과거의 역사를 자기반성의 방식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최하림에게서 과거는 부정적 실체라기보다,폭압적 상황을 결과적으로 방기했던 고통스런 부채의 시간인 것이다. 역사를 내면화하는 이러한 방식은 최하림의 많은 시편들을 의식의풍경으로 읽게 만든다.인용된 시의 배경인 ‘어둠’의 상황은 죄의식속에 고통스러워하는 화자의 내면을 상징한다.‘빛’과 대조되는 ‘어둠’은,공포와 방황의 시간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윤리적 자의식의내면 상태를 보여준다.이 어둠 속에는 한국 근대사의 비극적 경험과현실사회주의권의 몰락이 각인시켜놓은 고통스러운 상흔,시간을 역사의 진보로 인식한 20세기적 사유의 참담한 좌절이 가로놓여져 있다. ‘빛’으로 생각했던 역사와 시간의 배반을 절망적인 체념으로 추억하면서도,자신을 ‘어둠과 함께 온’ 역사의 주체로 사유하는 시인에게 과거의 기억은 ‘짐짝’ 같이 둔중한 고통의 추억이 될 수밖에 없다.광포한 역사의 기억이 형벌과 같은 공포의 대상이라면,그 기억의공간 속에서 시인은 자신을 유형수(流刑囚)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폭력적인 역사,패배의 역사를 주체가 되어 감내하려는 태도는 최하림시의 역사 의식과 도덕적 순결성의 원천이다. 역사의 폭력에 희생된영혼들이 ‘보이지 않는 내 맘속의맘까지도 감시한다’(「죽은 자들이여,너희는 어디 있는가」)는 토로나,‘말’에 대한 자학적인 공격,그리고 시의 언어를 형벌로 인식하는 태도 등은 최하림이 과거의 역사적 경험을 의식의 내면으로 소환하여 현재의 윤리적 검열의 내적장치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베드로] 연작시들과 [소록도] 시편들은,자신을 불행한 역사의 공범자로 인식하는 시인의 이러한 의식을 반영한다.가롯유다뿐만 아니라베드로 역시,예수를 로마의 종교 지도자들에게 팔아넘긴 공범자라는죄의식이 죽음과 패배의 시대를 통과한 최하림의 내면 속에 자리잡고있는 것이다. 포악한 현실의 암묵적 공범이라는 이러한 윤리적 자의식은 “우리에게 범한 죄를 우리가 사할 때가 있을 것이”라는 대용서의 전제를 마련한다.이는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예수의 정신과 상통하는 것으로서,우리는 최하림의 시에서 개인의 윤리성의 문제로 화육(化肉)한 역사의 실체를 만나게 된다.그에게 있어서 역사는자신의 [시와 삶]을 향해 끊임없이 윤리적 질문을 투척하는 고통의실체인것이며,시는 역사에 바치는 고해성사인 셈이다.따라서 시 초반부의 ‘빛이 멀면 편안하다’는 진술은,회한과 고통이 배어있는 역설적 고백으로서,이러한 도덕적 순결성은 윤리적인 차원을 넘어 종교적인 성격에까지 닿아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최하림의 시는 시간을 보는 시각에서 지상으로 복귀한다. ‘사랑’이자 ‘배반’이었던 역사와, 역사의 연인들은 시간의 무심한흐름 속 ‘어디쯤 걸음을 멈추고 쉴’ 것이기 때문이다.시인은 영원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명멸하는 역사와 인간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다. ‘세상은 결국 너를 버리고 달려갈’ 것이고 역사의 전망을 모색하는 자는 ‘숨을 수 없어서 불행할’ 것이지만, 그래도 시인은 다시그 역사의 암담한 ‘밤으로 갈’ 것임을 밝히고 있다. ‘예감을 노래해선 안 된다’는 당위적 진술과 ‘나는 밤으로 간다’는 고백 사이에는, ‘역사의 진보’라는 믿음의 종말이 몰고온 뼈아픈 각성과 현재의 암담함을 감내하겠다는 고뇌의 의지가 가로놓여 있다.시간의 냉혹함을 응시하는 유한한 역사적 존재의 허무와 절망을 그대로 끌어안으면서도 결코, 역사적 삶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서 우리는 어둠 속을 걸어가는 한 정신의 비장한 모습을 보게 된다. 역사를 자신에 대한 윤리적 성찰의 계기로 수용하면서도,다시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최하림의 엄격한 현실주의에서 우리는 고결한 지상의 세계와 만난다.미래를 밝혀줄 어떠한 것도 남아있지 않은 현실을자기 성찰의 자리로 삼는 그 강인한 정신의 고도(孤島)는 우리에게시의 자리를 새삼 생각하게 한다. 3.인간의 실존,그 처연한 고요 현재는 과거의 기억 위에서 진행되며 모든 삶은 시간 속에 묻힌다는명제는,최하림 시의 기본 전제이다. 최근 시집『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에는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역사와 실존의 주제를 다룬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이 시집에 수록된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동일 제목의 두 편의 시는 최하림의 시적 작업이 그동안 집요하게 천착해온 두 테마를 압축해서 보여준다.두 편의 작품에서 추구하는 [집]이란,하나는 우리 모두가 다시 꿈꾸며 세워야 할 역사적 미래를 의미하고,나머지 하나는 실존적개인이 최종적으로 도달할 적막의 세계를 상징한다. 이 두 개의 테마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작품 속에 나타나는데, 인간실존의 주제가 보다 근원적이라는 점에서 후자의 것이 최하림 시의보다 깊은 심층을 이룬다고 하겠다.이는 역사의 문제를 개인의 윤리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개인적 실존의 문제를놓지 않고 역사적 현실을 응시하는 그의 자세는, 한 평론가의 지적대로 그를 ‘고전적 정신의 표상’으로 이해하게 하는 요인이다.개인의존재성에서 출발하여 현실의 문제에 육박해가는 이러한 특징은 최하림의 독자성을 보여주는 그의 시의 미덕이다.[집으로 가는 길] 두 번째 작품에서 우리는 그가 도달한 개인적 실존의 한 극점을 보게 된다. 많은 길을 걸어 고향집 마루에 오른다/귀에 익은 어머님 말씀은 들리지 않고/공기는 썰렁하고 뒤꼍에서는 치운 바람이 돈다/나는 마루에 벌렁 드러눕는다 이내 그런/내가 눈물겨워진다 종내는 이렇게 홀로/누울 수밖에 없다는 말 때문이/아니라 마룻바닥에 감도는 처연한고요/때문이다 마침내 나는 고요에 이르렀구나/한 달도 나무들도 오늘내 고요를/결코 풀어주지는 못하리라 ―「집으로 가는 길」(88쪽)전문 이 작품은 소리가 멎고 시간이 정지된 듯한 깊은 고적(孤寂)의 세계를 보여준다.원초적 고요에 휩싸인 흑백필름 같은 이 침묵의 세계에서 우리는 인간의 근원적인 실존의 풍경을 본다.모성의 자궁에서 나와 영원의 집으로 돌아가는 인간은,그가 출발한 고요의 세계와 도착할 침묵의 집 사이에 존재한다.그 집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길을 가야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그 ‘많은 길을 걸어’ 귀환하는 ‘고향집’은 실존의 근원지로서,길의 출발이었던 ‘어머니’조차 존재하지않는 무(無)의 세계이다.‘공기는 썰렁하고’ ‘치운 바람이 도’는그 적막의 세계에서 ‘벌렁 드러눕는’,이 시의 가장 처연한 대목은존재의 고단한 무게와 허무함을,행위를 통해 서늘하게 표현하고 있다.존재의 무게를 부려놓는 행위는 주검이 되어 땅에 몸을 누이는 행위를 환기시킨다.여기에서 시인이 도달한 ‘처연한 고요’가 감도는 ‘마룻바닥’은 내가 떠나온 어머니,그 어머니의 어머니가 도달했을 인간 보편의 공간이자 삶 속에 내재한 근원적인 침묵의 세계이다.죽음이란,결국 존재를 끌고 다니던 침묵이 보편적인 고요의 세계로 돌아가 합류하는 영역인 것이다.그 거대한 절대 침묵의 세계 속으로의 편입,그것이 바로 [집으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이 ‘처연한 고요’의 세계에 도달했다는 진술은, 시인이 이미 이 상태를 경험했음을 의미한다.그것은 사물로부터의 소외를 처절하게 체험했던 투병기간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시인이 도달한 이‘처연한 고요’의 세계는 그의 시에 등장하는 ‘무색계’(「구천동시론」)의 심연을 이루는 정서이다.색신(色身)과 물질의 속박을 벗어나 순정신적 세계를 의미하는 무색계는,최근 시집(『굴참나무 숲에서아이들이 온다』)에 다수를 차지하는 만물과 교감을 누리는 시들의정신적 바탕이라 할 수 있다.사물로 스며들고 사물에 개방되어 만물과 동화(同和)를 경험하는 투명하고 정결한 세계는,이미 무색계에 들어와 있는 상태로서,사물과의 자유로운 정신적교감을 보여주는 이시들 속에 처연한 정서가 내재되어 있는 것은 이 ‘무색계’가 육체적 실존의 끝을 기저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하림의 시세계에 한 축을 이루는 개인적 실존의 문제는 그의 시에배어있는 허무와 쓸쓸함의 원천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존재의 막막함을 끈질기게 응시하는 그의 태도에서 우리는 실존의 처연함,그 서늘한 고요를 감지하게 된다.어떠한 과장이나 포오즈도 용납하지 않고 존재의 현실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그의 준엄한 태도는,현학적 사변과 요설,감상적 자기 연민과 소영웅주의가 만연한 오늘의 문학적 현실을 반성케 하는 시정신의 본질을 보여 준다.언어의 사원에서 울려나오는 서늘한 사유는,삶이 부과한 시의 자리이자 시가 돌아가야 할 시원(始原)이다. 김문주
  • 역사속의 유배인 그 숨은진실 보기

    예전에는 죄를 지으면 유배를 떠났다.그러나 유배인이라고 해서 모두를 후세 사람들이 죄인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1915년 경성에 형무소가 설치된 뒤로는 죄인을 굳이 절해고도에 가두는 유배의 형벌이사라졌다.그래서 1914년 일제 조선총독부에 의해 거문도에 유배된 독립운동가 임병찬선생은 한국의 마지막 유배인으로 기록된다. 그래도스스로 피신의 길을 택해야 한 현대판 유배가 있었다. 신규수교수(원광대 국사교육과)가 쓴 ‘유배,유배지,얽힌 바람’(이유 펴냄)은 유배에 얽힌 역사를 재평가해 현대인의 삶의 지표로 삼으려는 유배 현장 답사기이자 조선·현대사다. 숙부인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 청령포로 유배돼 사약까지 받은 단종이 현지인에게 추앙받는다는 등 시대상황에 희생된 선조들의의미를 되새겼다.강진에 유배돼 ‘목민심서’등을 저술한 정약용을비롯해 유배지에서 학문의 꽃을 피운 사례도 담았다.의병장 최익현과풍운아 김옥균이 각각 일본의 스시마와 오가사와라에 남긴 민족의 한도 짚어봤다. 1960년 4·19 한달여만에 하와이로 망명한 이승만,63년 공화당 창당직전 한국을 떠나 8개월여동안 외국을 떠돈 김종필,신군부 집권 후인82년 미국으로 강제 출국당한 김대중,88년 5공청문회 와중에서 백담사로 떠난 전두환 등 현대판 유배의 진실도 파헤쳤다. 저자는 “과거를 잊는 자는 미래를 잃을 수 있다”면서 “역사에는마침표가 없으며,역사의 청산은 법에서 얘기하는 형사 책임의 유무를따지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한다. 김주혁기자
  • 독자의 소리/ 불법대출 관련자 반드시 처벌해야

    요즘 공적자금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대다수의 선량한 국민은 울화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 몇 사람의 계획적인 범죄나 업무상 잘못으로 인해 국민 모두가 피해를 보는데도 정부가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기 때문이다. 몇년 전만 해도 불법대출 규모가 억대에 불과했지만 요즘에는 몇십억 내지 몇백억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는 관련자들에게 일벌백계의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그런데도 솜방망이 형벌과 함께 혈세인 공적자금을 투입하면 된다는 안이한 방식으로 적당히 넘어가는 실정이다. 불법대출에 관련됐거나 예산을 낭비한 사람에게는 법을 개정해서라도 반드시 실형을 선고한다면 어느 누가 감히 불법대출을 하거나 예산을 낭비할 것인가. 정부나 국회는 이같은 범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관련자들을 엄하게 처벌하게끔 조속히 법을 개정,시행했으면 한다. 위동환[서울시 종로구 이화동]
  • [사설] 탄핵권 남용과 집단반발

    한나라당이 선거사범 편파수사를 이유로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과신승남(愼承南)대검차장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을 두고 검찰이 집단적으로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서울지검에 근무하는 사법연수원 18기(사시 28회) 출신 각부 수석검사들은 19일 모임을 갖고 “법률에 따른 정당한 직무수행에 대해 야당이 정치공세를펴는 것은 부당하며 정치권이 탄핵소추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성토하면서,전체 평검사회의 소집과 공식적인 반대입장 천명 등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연수원 19∼29기 출신 평검사들도모임을 갖고 있으며 수원·인천 등 지검·지청에서도 평검사들 중심으로 탄핵소추안에 대한 반발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검찰의 집단 반발을 “상층부에서 부추기거나 묵인하는 관제(官製)데모가 아니냐”고 보는 일부 시각은 받아들일 수 없으나,‘헌법과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발의한 탄핵소추안에 대해 검찰이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자칫 검찰의 집단이기주의로비쳐질 수 있는 데다 검찰이 집단행동으로 야당과 맞서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스스로 해치는 결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우리는 검찰의 반발과 관련해 몇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있다고생각한다. 먼저 선거사범에 대한 편파수사 시비다.수사 결과 기소된 현역의원이 여당보다 야당 쪽이 더 많다고 곧바로 편파수사 의혹을 제기하는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선거사범을 기소하면서 정치적 판단으로 여야형평을 맞출 수는 없는 일 아닌가.그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정치 검찰’의 전형적인 행태다.검찰이 여야를 따지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를해서 기소했는지 여부는 법원의 판단으로 가려질 것이다.그럼에도 야당이 자당에 불리한 수사 결과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검찰 수뇌부를탄핵소추하는 것은 탄핵소추권 남용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검찰 수뇌부를 공격함으로써 검찰 전체를 무력화하려 한다”는 검찰의 반발을 한나라당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일부 검사들은 또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을 구속 수사할 경우 ‘법무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돼 있는 현행검찰 내규를 즉각 폐지하고 ‘부패 정치인들’에 대한 전면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고한다. 지나치게 감정적인 대응이다.그렇다면 검찰이 ‘부패 정치인들’을 알고 있으면서도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말밖에 더 되는가.검찰은 말을 아껴야 한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정치권은 탄핵권 남용을 자제하고 검찰은 국가형벌권 행사라는 본연의 임무에 전념하기 바란다.
  • 權禧老씨 구속수감

    재일교포 무기수 출신 권희로(權禧老·71)씨가 살인미수 및 현주건조물방화 등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부산지법 영장전담 윤근수(尹根洙)판사는 5일 권씨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 “고령에다 국민적 관심을 받고 귀국한 점 등 여러가지 사정에도 불구,혐의사실이 뚜렷하고 높은 형벌이 예상되는 범죄를 저질러 구속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영장 실질 심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시작돼 낮 12시쯤 끝났으나법원 내부의 논의를 거쳐 최종 영장발부는 이날 오후 3시쯤 결정돼발부과정에서의 법원의 고민을 반영했다. 한편 권씨와 함께 살인 예비음모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박씨에 대한구속영장 실질심사는 6일로 잡혀있다. 부산 이기철기자 chuli@
  • “위헌결정 소급효력 불인정은 합헌”

    형벌법규 이외의 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의 소급효력을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헌법재판소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재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金榮一 재판관)는 3일 택지초과소유 부담금법률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이 있은 뒤 이미 납부한 부담금을 돌려받지 못한 박모씨가 낸 헌재법 47조 2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합헌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위헌선고의 소급효력 인정 여부는 법적 안정성 등 제반이익을 고려해 결정할 문제”라며 “입법자가 법적 안정성을 더 중시하는 방안을 선택한 이상 완벽한 평등원칙이 실현되지 않더라도 헌법이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재판부는 또 “헌재는 93년에도 이번에 심판대상이 된 헌재법 조항에 같은 이유로 합헌을 결정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택지소유상한법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 나올 때까지부담금을 내지 않고 버텼거나 부과처분에 불복해 소송에 계류 중이던 사람들이 혜택을 본 상황에서 성실납세자가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을봉쇄한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박홍환기자
  • [네티즌 칼럼] 국가는 사형 할 권리가 없다

    사형은 차별 중에서도 가장 전체주의적인 것이다.사형 집행은 국가의 판결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며 국가는 단지 하나의 범죄에 대한처벌뿐만 아니라 하나의 생명을 완전히 그리고 영원히 파괴할 권력과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선언이다. 이런 가공할 선언을 실천으로 옮겨온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볼 때도 폭력과 공포에 의한 지배를 한 사람들이 열성적으로 사형을 시연해왔다.정치적인 자유가 있는 사회와 사형이 폐지된 사회 간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대목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다른 인간의 폭력을 그저 더 많은 폭력으로 상대하기보다 두려움과 증오,자신의 분노와 편견을 뛰어넘어 문제해결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확실히 가능하다.한 사람,한 사람이 사형폐지운동에 참여하고 있고,세계의 여러 문명권의 나라들이 사형을줄이거나 제한하거나 폐지시키고 있다.다른 모든 폭력과 사회문제들에도 불구하고,이것은 분명히 우리 세계와 인류가 움직이고 있는 방향이다.1976년 이래 매년 평균 2개 국가에서 사형제도가 폐지되었으며 89년 이후 21개 국가에서 사형제도가 사라졌다.현재 세계의 절반이상인 108개 국가가 법적 또는 실제에 있어 사형제도를 폐지하였으며 87개 국가에서 사형이 존치되고 있다.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들은 모두 가난하거나 정신질환자 또는지진아이거나 소수민족일 경우이고,사형집행을 당한 사람들은 종종위에서 열거한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사람들이다. 예컨대 미국에서 모든 사형의 80%는 흑인들에게 폭력으로 즉결처형하는 오랜 역사적 전통을 자랑하는 텍사스주에서 집행되어 왔다는 사실은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모든이에게 인식의 폭을 제공하고 있다.결국 아직도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국가에서는 사형이라는 형벌제도가 매우 불평등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종종 사형제도는 범죄의성격을 배제하고,범죄자의 경제적 지위,피부색,또는 자신들이 죽인사람의 피부색 또는 경제적 지위 때문에 남발되거나 제한되는 등 이미 보편타당한 법제도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정치적 법률이다. 특히 사형은 한국에서 명백히 정치적 반대자를 제거하기 위해 자주사용돼 왔다.1958년의 이른바 ‘진보당 사건’,1967년의 동백림 사건,1974년의 인혁당 사건,1980년의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 현대사에서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사형집행과 선고가 있었다.이 경우 일방적으로 불합리한 절차와 과정을 통해 사형을 선고받음으로써 사형제도자체의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기도 했다. 사형제도는 극단적으로 가혹하고 비인도적이며 모욕적인 형벌이다. 사형은 명백하게 가혹한 처사일 뿐 아니라 사형을 기다리는 과정 자체도 잔혹한 고통이다.그 과정는 종종 살아 있는 죽음이라고 표현되기도 한다.여러 고문 피해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가장 공포스러운 고문기법은 사형의 위협이라고 한다.종신형은 재심의 가능성이 보장되며 조건이 충족된다면 가석방을 고려하는 나라들도 많다.또한 범죄자의 교화와 갱생은 오랫동안 형사정책의 기본목표인데 다른 형벌과는달리 사형은 갱생의 가능성을 처음부터 배제하는 형벌이다.국가는 죄인을 사형시킬 권리를 결코 가질 수 없다.국가가 법의 이름을 빌려고의적이고도 용의주도하게 한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은 결국 사람들의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줄어들게 만든다.또한 사형은 불공정한 법의 집행을 밝혀낼 수 있는 노력을 막아버리기 때문에,실제로 사형을당한 무고한 사람들의 숫자는 이것보다 훨씬 많다. 현재 한국에서는 60여명이 사형집행을 기다리고 있다.이들의 생명을뺏는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 것이며,역사는 현재 우리가 행하고 있는 보복적 행위를 무엇이라고 하겠는가? 인간의 미개성을 표출하고있는 가장 명백한 증거가 바로 사형이다.국가는 사형을 멈춰야 한다. 오완호 국제사면위 한국지부 사무국장 amnesty@amnesty.or.kr
  • 무등록 車정비 벌금대신 범칙금

    앞으로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차량의 운전자나 무등록 자동차정비사업자,차량을 무단 방치한 운전자에 대해서는 징역이나 벌금형대신 범칙금이 부과된다. 건설교통부는 이런 내용의 자동차관리법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을 마련,올 정기국회에서 확정되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27일 밝혔다. 이 법률이 시행되면 형벌처분제 대신 통고처분제가 도입돼 자동차관련 법규 위반시 징역이나 벌금형 대신 범칙금만 내면 된다.그러나범칙금을 제때에 내지 않거나 범죄관련,인명사고 등 사안이 중대한경우에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현재는 강제보험 미가입 차량을 운행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무등록 자동차 관리사업자(매매·정비·폐차) 등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각각 물리고 있다. 전광삼기자 hisam@
  • [외언내언] 먹거리에 납을 넣다니

    노란 알이 들어찬 꽃게는 게장으로 담가 먹어도,탕으로 끓이거나 찜쪄 먹어도 한결같이 입맛을 돋우는 ‘밥도둑’이다.우리나라가 3면이바다로 둘러싸이긴 했지만 꽃게라면 알이 실하고 살이 쫀득쫀득한 서해 것을 최고로 친다.그래서 지난해 6월 ‘서해교전’이 발생했을 때와 이달 초 ‘한·중 어업협정’이 타결됐을 때 호사가들은“어허,꽃게 값이 오르겠는 걸”괜한 걱정을 하며 입맛을 더욱 다시곤 했다.우리는 어족 보호를 위해 꽃게잡이를 매년 4∼6월과 9∼11월에만 허용하기에 수요의 많은 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한 냉동꽃게가 대신한다. 그런데 그 중국산 냉동꽃게에 일부러 납덩이를 ‘심어’ 팔아온 수입업자가 구속됐다.꽃게 값이 워낙 비싸고 무게에 따라 가격차가 큰까닭에 값을 더 받으려고 게 몸통에 납 알갱이를 넣었다는 것이다.참으로 상상조차 못할 극악한 범죄다.중금속 중에서 독성이 가장 강한납이 체내에 흡수되면,배설되지도 않으면서 신경장애 등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상식에 속한다.게다가 조리를 하려고 열을 가하면 납 증기가 발생해인체에 흡입될 가능성이 한결 높아진다고 한다.막상 구속된 업자가 그런 극악한 범죄를 통해 추가로 벌어들일 돈은 검찰 추정으로 400여만원에 불과하다니,그 정도 더 벌자고 이같은 일을 벌인업자야말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본보기다. 우리 사회에서는 먹거리와 관련해서 ‘가짜’가 넘쳐나는 실정이다. 가짜 한우에 가짜 생수는 물론이고 두부 한모,콩 한줌을 사려고 해도중국산 또는 유전자 변형한 미국산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그래서다가오는 추석처럼 명절에 차례상을 차릴 때면 “조상님은 외제만 드신다”는 서글픈 객담까지 오가는 상태가 됐다.그러나 외국산 농수산물을 국산이라고 속아 사는 일이야 맛과 돈에서 손해보는 정도로 끝난다.알 대신 납을 품은 게를 먹는 일은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단순한 손해 차원이 아니다. 검찰은 그 수입업자를 식품위생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그래봐야 그가 법정에서 받을 최고형은 ‘5년 이하 징역’이다.검거 전에 이미 수도권에 풀어놓은 꽃게 32t이 국민 건강에 미칠 피해에 견주면 지나치게 낮은 형벌이다.수입하는 수산물에 납이 포함됐는지를세관·수산물검사소에서 세밀하게 검사하는 일은 행정력의 효율성에비춰 전혀 가능하지 않다고 한다.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다. 다수 국민에게 치명적인 건강상 위협을 끼친 극악한 식품위생 사범에게는 극형에 가까운 벌을 주도록 관련 법규를 강화하는 것뿐이다.이제 우리는 게 한마리,고등어 한손을 사고도 뱃속을 일일이 뒤져봐야하는 세상에 살게 됐는가.의사들이 벗어던진 가운 위에 게의 환영이겹치면서 우리는 괴담(怪談)에나 나올 법한 사회에 산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 [매체비평] 권력형 범법자 사면에 왜 침묵하나

    김영삼 전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는 알선수재와 조세포탈혐의로 유죄가 확정됐으나 지난해 8월15일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로 사면됐다. 권력형 부정부패의 전형적인 인물로 비판받은 김현철씨에게 서둘러사면조치를 취하자 당시 여론은 들끓었다.그후 1년,올해 광복절에 김현철씨는 역시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로 당당하게 복권됐다.두 번의광복절을 거치는 동안 국정을 문란케 했던 권력형 범법자는 사면권의최대수혜자가 됐다.남들은 사면 특혜 한번 보기도 힘든 판국에 그는왜 광복절마다 사면의 특혜를 누려야 하나? 사면권을 행사할 때마다 대통령은 ‘국민화합’을 내세운다.국가형벌권을 혼란시키고 사법부의 독립을 흔드는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올해 그 수혜자가 사상최대라고 자랑했다.그러나 지난주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문제는 별 이슈가 되지 못했다.동아일보와 한겨레신문에서겨우 언급하는 정도였다.대다수 방송과 신문은 침묵했다.대통령의 사면권은 물론 법으로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이다.그러나 대통령의 사면권행사는 사법권에 대한 행정권의 개입이기 때문에 나라마다 한계규정을 두고 있다.미국은 탄핵의 경우를 제외시키거나 덴마크의 경우장관들의 사면은 금하고 있다.절차적인 면에서 최고재판소의 자문이나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제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사면권의 한계에 관한 명문규정이 없다.따라서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원칙도 기준도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김현철씨가 두차례에 걸쳐 사면특혜를 받은 것이 별로 놀라운 일은아니다.사면권이 정치적 흥정의 수단이 됐기 때문이다.1970년대 종신형을 받고 수감됐던 김지하씨는 불과 1년만에 대통령의 사면으로 풀려나자 ‘종신형을 받았는데 벌써 나오다니 시간이 미쳤든지 내가 미쳤든지 둘 중 하나가 미친 것 같다’며 사면권에 따른 법집행의 모순을 꼬집었다.97년 대법원은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에게 내란수괴죄 등으로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선고,확정했다.특별법까지 만들어 중죄를 선언한 이들에게 재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면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1심부터 대법원까지 연속적으로 사형판결을 받은 대한항공폭파범김현희는 애당초 구속조차 된 일이 없다. 이같은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에 대해 언론이 이번에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것은 단순히 이산가족문제 때문만은 아니다.이번 사면에는 두 전현직 언론사 사주들이 포함돼 있었다.해당 언론사는 당연히 보도할 수 없었고 타언론사들은 동업자 봐주기식의 끈끈한 ‘의리’를 과시했다.언론의 권력 감시기능같은 것은 찾을 수 없었다. 지난해 세금포탈 혐의로 기소돼 올해 5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벌금 30억원이 확정된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도 이번에 사면대상에 포함됐다.대법원의 유죄 판결문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떨어지는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대법관들의 고뇌에 찬 판결은 무슨 의미가 있으며,그 권위는 어디서 찾을 것인가. 공영방송 사장 시절 1억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역시 지난해 구속기소돼 징역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홍두표 전 KBS사장도 사면권의 특혜대상이 됐다.부도덕한 언론사 사주들이 이처럼 대통령의 무분별한 사면대상이 될 때 사주의 힘은 세지는 반면 한국언론은 초라해진다.사면권을 남발하는 대통령은 아무리 개혁과 사회정의,법치사회를 외쳐도 그 목소리에 호소력이 없다. 김현철씨같은 권력형 비리사범에게 반복되는 사면특혜.그 부당함을지적해야 할 언론사의 사주 역시 ‘사면동기생’이 될 때 한국언론은‘할 말도 못하는 부끄러운 언론’이 될 수 밖에 없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 언론정보학부
  • 여야, 사형제 폐지 특별법 추진

    민주당 정대철(鄭大哲)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사형제도를 폐지,형법등 각종 법률에 규정된 사형을 무기징역으로 대체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기로하고 24일 법안을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법안은 사형제도 폐지 반대론을 감안,법원이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를 선고할 경우 복역후 15년이 지나지 않으면 가석방·일반·특별사면·감형 등을 할 수 없도록,‘무기형인 경우 가석방 제한’규정을 뒀다. 이 법안이 폐지하려는 사형관련 조항은 형법,형사소송법,군형법 등 모두 32개 법안에 포함되어 있다. 사형제도와 관련,헌법재판소는 지난 98년 형법의 사형제도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재판부는 그러나 합헌판결을 내리면서도 판결문에서 “사형이인간의 생명을 법의 이름으로 빼앗는 ‘제도 살인’의 속성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계속 형벌로 존치시키는지에 대해 진지한 찬반 논의가 계속돼야하며 시대상황이 바뀌고 국민 법 감정도 그렇게 인식하게 되면 폐지돼야 할것”이라고 밝혔었다. 강동형기자 yunbin@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청소년에게 사랑과 관심을

    고대 이집트 유적지에서 발굴한 금석문자에는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청소년 문제는 항시 그 시대의 주요 관심사였던 것같다.지금 우리 사회도 학력위주,입시위주의 교육풍토에서 오는 가치관 혼미,잘못된 교우관계,복잡한 생활환경으로 청소년의 탈선과 비행이 매년 늘어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가는 정보화사회에서 청소년들이 높은 도덕적 이상을가지고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가기 위해서는 도덕적 가치관의 배양과함께 전문지식의 습득이 필요하다.일찍이 맹자는 ‘백성이 생계수단이 없으면 도덕적인 양심을 가질 수 없다’(無恒産이면 無恒心)고 전제하고 ‘죄를범한 뒤에 형벌로 다스리는 것은 백성을 무시하는 것’(及陷乎罪然後에 從而刑之면 是는 罔民也)이라고 하였다. 새로운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고 전문지식도 없이 자포자기 상태로 방황하는 동안 범죄의 늪으로 빠져드는 수많은 청소년들을 더 이상 방치하고 처벌만하면서 우리의 책무를 다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부터 소년원생들을 상대로 외국어와 컴퓨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새롭게 펼쳐지는 세계화·정보화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전국 12개 소년원에 멀티미디어 어학실습실과 종합정보처리교육센터등 첨단 교육환경을 갖추고 3,000여명의 소년원생들에게 실용영어와 컴퓨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여러가지 우려가 없지 않았다.하지만 이제는 실용영어와 컴퓨터 교육을 받은 소년원생들 중에는 전국 고등학교영어웅변대회에서 당당히 우수상을 타는가 하면,퇴원허가를 받고도 가정에돌아가기를 뒤로 미루고 정보검색사 등 정보기술자격을 취득하기도 한다. 법무부는 이들이 사회에 돌아가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도록 취업알선과 사후지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그러나 이는 지역사회,유관단체와산업계 등 사회 전반의 참여와 협조 없이는 어려운 과제이다. 소년원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하여 가정과사회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일반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 소년들이 많다.이제 우리 모두 이들의 환경을 이해하고 지금까지 가지고있던 편견과 불신의 벽을 허물면서 소년원에서 알찬 교육을 마치고 나간 소년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러한 시민의 동참은 새로운 범죄를 예방하고 안정된 사회에서 더불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준법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金正吉 법무부장관
  • 남북 화해시대/ 南北 형·사법제도 비교

    6·15 남북공동선언을 계기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북한의 형법과 사법제도를 소개한다. ◆형법=우리의 국가보안법에 해당하는 반국가범죄는 51조부터 66조에 규정돼 있다.“조국과 인민을 배반하고 다른 나라 또는 적의 편으로 도망치거나 간첩행위를 하거나 적을 도와주는 것과 같은 반역행위를 한 경우에는 사형 및전재산 몰수형에 처한다”는 형법 52조는 국보법 6조(잠입탈출)와 비슷한데형벌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우리보다 훨씬 무겁다.반동선전선동죄(56조)는 현재 개정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는 국보법 7조(찬양·고무)와 대비된다.역시 사형이나 전재산 몰수형에 처하도록 돼 있어 7년 이하의 징역형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국보법 10조(불고지)와 유사한 ‘반혁명범죄 불신고·방임죄’(66조)는 7년 이하의 징역을 처벌조항으로 두고 있어 국보법의 5년 이하의 징역보다 엄격하다. ◆법원=우리의 법원에 해당하는 재판소는 중앙재판소,도(직할시)재판소,인민재판소로 구분된다.도 재판소는 12개소,인민재판소는 시와 군·구역마다 1개 이상씩 모두 90∼100개소가 있다.특별재판소로는 형사재판만을 담당하는 군사재판소와 철도재판소가 있다.재판은 2심제로 운영되며 1심 재판부는 직업판사 1명과 일반인인 인민참심원 2명으로 구성되며 2심 재판부는 직업판사 3명으로 구성된다.판사와 인민 참심원은 각 해당 주권기관인 인민회의에서 간접선거로 선출하지만 실제로는 임명제로 운영된다.중앙재판소 소장과 판사임기는 5년이고 그외의 판사 임기는 4년이다. ◆검찰=우리의 검찰에 해당하는 검찰소는 헌법기관으로서 수사와 공소유지뿐 아니라 남한의 감사원과 같은 역할도 수행한다.검찰소는 재판소 조직에 대응해 중앙검찰소,도(직할시)검찰소,시·군·구역 검찰소의 3급체계로 돼 있고 특별검찰소로 군사검찰소와 철도검찰소가 있다.남한의 검찰총장(임기 2년)에 해당하는 중앙검찰소 소장은 임기 5년으로 최고인민회의에서 선출되고그외 검사는 중앙검찰소장이 임명한다. 이종락기자 jrlee@
  • 현암사 창립 조상원회장 별세

    한국 출판계를 이끌어 온 현암사 조상원(趙相元)회장이 27일 밤 10시15분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향년 88세. 고인은 1913년 경북 영풍에서 태어나 보통문관시험에 합격한뒤 공무원으로일하다 1946년 월간 건국공론사 사장을 거쳐 현암사를 창립했다. 1959년 우리나라 최초의 법령집인 '법전'을 출간하는 등 반세기가 넘는 동안 특히 법률 문화의 현대화에 기여했다. 고인은 ‘책과 30년’‘법이 뭐길래’ 등의 저서와 ‘외국법전’ ‘한국판례와 외국판례’‘실무형벌법대전’ 등의 수많은 법률 관련 편저를 남겼다. 그는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시문화상과 중앙대 언론문화상,문화훈장보관장을 받았고,지난해에는 한국법학교수회 명예회원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근태(根台·현암사 대표)·근옥(根玉)·일순(一順)·규순(珪順)·영희(寧姬)·순희(順姬)씨 등 2남4녀가 있다. 발인은 31일 오전 8시30분.고인의 뜻에 따라 벽제장제장에서 화장한다.(02)651-6299김주혁기자 jhkm@
  • K-2TV 새다큐 ‘인간극장’

    KBS 2TV가 1일부터 새 형식의 다큐를 시작한다. 보통 다큐는 한 편으로 끝나는데 KBS는 하나의 주제에 대한 다큐라는 형식을유지하는 2부작 이상의 시리즈물 ‘인간극장’(월∼금 오전8시20분)을 내놨다.방송시간도 아침 시간대로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다큐로서는 파격적이다. 연출을 맡은 강동길PD는 “인간의 삶이 어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며 “연속 드라마를 보는 듯 다음 회를 기대하면서 볼 수있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기획을 맡은 길환영 외주제작부장은 “연속다큐는 한 편으로 끝나는 다큐와 달리 내면의 갈등,앞으로 일어날 상황에대한 복선 등을 담아낼 수 있다”며 “감동의 폭이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1∼5일까지는 16년만에 세상 속으로 나오는 재소자 2명의 6박7일간의 귀휴(歸休)를 담은 ‘어느 특별한 휴가’가 방송된다.전편에 걸쳐 취재원과의 밀착 촬영을 통한 감정의 세밀한 포착이 두드러졌다. 살인죄로 16년간 복역해 온 부산교도소 재소자 김광우씨와 서성만씨.서씨는교도소에 들어오면서 아내와 이혼했고 두 아들과 연락도 끊겼다.교도소에 처음 들어왔을 때 두 아들이 보내온 편지 한장을 보며 그는 16년을 버텼다.한편 김광우씨의 가족은 당장 비가 오면 새는 판자집이 더 걱정이다. 1부에서는 귀휴를 앞둔 두 사람의 초조함 가슴설렘 낯설음 등을 담았다.긴장과 불면의 며칠을 보낸 뒤 오랜만에 나온 세상에서 그들이 처음 만난 것은커피 자판기다.난생 처음 보는 기계 앞에서 이들은 주눅이 들기만 한다. 2부에서 두 사람은 우선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간다.두 사람 모두 복역 중에어머니를 잃었고 임종을 하지 못했다.그들이 받은 가장 혹독한 형벌이 이 불효라고 할 수 있었다.한편 서씨는 군대에 간 작은 아들을 만난다.흔쾌히 자신을 받아주는 작은 아들의 모습에서 그는 큰 아들을 만날 용기를 가진다. 8일부터는 친아들 1명,공개 입양아 2명,위탁아 2명 등 5명의 아이를 키우는부부의 남다른 가정을 소개하는 ‘하늘이 주신 다섯 아들’을 5회에 걸쳐 방송하고,15일부터는 장애를 딛고 정상적 삶을 꿈꾸는 젊은 장애인 4명의 이야기를 다룬 ‘네 친구’(가제)가 3부작으로 방송된다. 전경하기자 lark3@
  • 올 제정·개정 법류안 주요내용(상)

    정부는 25일 국무회의에서 올해 안에 제정할 법안 40건과 개정할 법안 165건을 확정,발표했다.각 부처가 추진할 205건의 제·개정 법률안을 경제,통일·외교,사회 등 세 분야로 나눠 3회에 걸쳐 게재한다. ◆경제 분야. ◆기업구조조정회사 설립에 관한 법률(제정안)=워크아웃 대상 기업이 발행한유가증권과 부동산의 매매 등을 통해 자산을 운용,기업가치를 회복할 수 있도록 국내 금융기관과 법인투자자가 합작하는 기업구조조정회사의 설립을 허용.하반기 시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개정안)=과징금을 과오납했거나 법원판결 등에 의해 이를 환급하는 경우의 이자 지급근거를 신설함으로써 부당한공권력의 사용으로 인한 개인,기업의 재산상 손해를 보전.내년 1월 시행. ◆전력산업 구조개편 촉진에 관한 법률(제),전기사업법(개)=한국전력의 분할시 발생하는 법인세,국공채 매입비 등 2조원 이상의 재정부담을 완화.전기산업을 발전·송전·배전 및 전기판매사업으로 세분화하고 전력시장제도를 신설하는 등 경쟁체제를 도입.하반기 시행. ◆담배사업법(개)=한국담배인삼공사의 담배 독점제조권을 폐지하고 민영화되는 담배사업에 경쟁여건을 조성.내년 1월 시행. ◆정보통신기반보호법(제)=해킹,컴퓨터 바이러스 등에 의한 정보통신기반 침해행위 처벌 근거를 마련.내년 7월 시행. ◆대외무역법(개)=사이버 무역 환경에 맞춰 사이버 무역의 권리·의무관계,인증 및 분쟁 해결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원산지 표시제도 등을 국제규범에 맞도록 개선.내년 3월 시행.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개)=투자조합 사무를 직접 집행하지 않는 일반 조합원에 대해서는 출자액 범위내에서만 책임을 지는 유한책임제도를 도입.내년 3월 시행. ◆민사집행법(제)=재산명시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채무자에 대한 형벌을 대폭강화하고 채무 불이행자의 명부를 금융기관에 통지하도록 하는 한편 채무자의 재산을 금융기관 등에 조회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내년 9월 시행. ◆부동산투자회사법(제)=부동산을 증권화해 부동산 자산의 유동성을 제고하고 일반국민도 소액의 자금으로 대규모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내년 7월 시행. ◆소득세법(개)=소외계층에 대한 기부금의 소득공제 한도 확대.하반기 시행. ◆조세특례제한법(개)=지식·정보화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하반기 시행. ◆조세체계간소화법(제)=부당이득세 폐지,전화세를 부가가치세로 통합,교육세·농특세 등 목적세 정비.내년 1월 시행. ◆특별소비세법(개)=에너지원에 대한 특소세 조정 및 세부담의 형평성 제고. 내년 1월 시행. ◆신용보증기금법(개)=신용보증기금에 대한 금융기관의 출연시한 연장.내년1월 시행. ◆증권거래세법(개)=증권거래세 징수 제도 및 주권 등의 양도가액 평가제도를 유가증권 거래환경 변화에 맞게 개선.내년 1월 시행. ◆증권거래법(개)=대형 코스닥 법인도 대형 상장 법인에 준하여 지배구조를개선.스톡옵션 제도 보완.내년 4월 시행. 이도운기자 dawn@
  • 美 MS社 결국 쪼개지나

    마이크로소프트사(MS)독점법 위반 소송과 관련,4개월동안 진행돼오던 미 법무부와 MS사 간의 화해협상이 결렬됨으로써 그동안진행돼오던 MS사 반독점금지법 위반 소송의 최종판결이 이번주 내려질 전망이다. 결렬 이유는 독점법위반을 주장하는 미 법무부 및 19개 주정부와 MS사의 좁힐수 없는 입장차이라고 협상을 담당했던 연방항소법원 리처드 포스너 판사는 지적했다. 양측은 협상결렬 뒤 서로가 받아들일 수 없는 중재안을 제시,결렬됐다고 주장하는 등 강경자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최종판결까지 협상이 다시 열릴 가능성은 적어 보여 결국 MS사도 1911년 스탠더드 오일사나 80년대 AT&T사와 같이 회사가 쪼개질 것이냐가 관심사다. 양측이 어떤 안을 제시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MS사는 법무부가 내심 고려하고 있는 회사분열만은 막기 위해 ‘끼워서 판’ 인터넷 웹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를 컴퓨터 운영체계인 윈도우에서제외시키고,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윈도우 가격편차를 없애는 등 그동안 지적된 문제점을 개선키로 하는 내용의 화해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95년 제기됐던 독점법위반 사항은 어느새 MS사의 신뢰성 문제로 변질,협상과정에서 양측의 의견차만 벌려놓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MS사는 재판에서 시장점유율이 70%가 넘는 윈도우에서 웹브라우저 프로그램을 숨기거나 활동을 제한시키는 프로그램을 제시했었지만 법정 실험때 웹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가 되살아나 움직이는 등 대안으로서 신뢰를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익스플로러가 윈도우에서 활동하는 한 넷스케이프 보다 훨씬 유리할 수 밖에 없으며,MS사가 제시한 방안은 받아들일 수도 믿을 수도 없어 분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MS사로서는 95년 소송제기 이후 오히려 경쟁제품인 넷스케이프 시장점유률이 떨어져 혐의를 인정할 수 없는 판에 분사란 가혹한 형벌은 결코 받아들일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판결내용은 예상대로 MS의 분사결정이겠지만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MS사는이에 항소,지리한 법정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워싱턴 최철호특파원hay@
  • 가학적 오락프로 다시 등장 눈살

    TV화면에 ‘폭탄’이 자주 터지고 있다. 폭탄이란 미팅 참석자들이 상대편 참여자 가운데 한 사람을 경쟁에서 탈락시켜 왕따로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서먹서먹하기 짝이 없는 미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대학가를 중심으로 크게 번져왔다. 폭탄이 TV화면에 진입한 것은 96∼97년쯤.그러나 가학성을 부추긴다는 여론때문에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다. KBS-2TV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의 ‘서바이벌 미팅’.3월들어 이 가학적인 코너가 다시 등장했다.25일 방송에선 G.O.D,임창정,구피 등이 출연해머리로 징을 들이받고 얼굴과 온몸에 빨래집게를 꼽았다.징소리가 작게 나는사람과 집게를 덜 꼽은 사람이 폭탄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징소리를 크게내기 위해 돌진하는 연예인들을 보고 즐기라는 것이었다. 한 시청자는 “연예인들에겐 일반인보다 더 가혹한 형벌을 강요하고 이런일이 당연시되는 것 같다”며 “제작진이 가수라면 ‘앨범 홍보를 위해서 이정도는 감당해야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상대의조건과 가치관을 따져보고 고르는 짝짓기를 방송이 제시해야 한다는 건 ‘공자님 말씀’일 뿐이다. 이 코너 다음에 나가는 ‘초전박살 강호동’ 코너 역시 ‘뚱뚱한 것은 죄악’이라는 믿음을 퍼뜨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져 개운치 않다. 26일 방송된 같은 채널 ‘일요일은 즐거워’의 ‘출발 드림팀’도 운동 못하는 팀원을 과감히 ‘폭탄제거’하고 있다. SBS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에선 번지 점프대까지 올라간 남희석이함께 뛰겠다고 한 약속을 뒤집어버렸다.뛰어내린 연예인이 조롱당한 것은 물론이고. 이처럼 가학적인 프로그램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은 사전 기획안이 충실하지 않아도 스타들의 순발력으로 넘어갈 수 있고 시청률을 손쉽게 확보할 수있다는 얄팍한 계산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은 방송법이다 새 방송위원회다 해서 감시의 눈길이 소홀한 틈을 타치고빠지기 식으로 시청자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임병선기자 bsnim@
  • [사설] 자식들도 ‘방탄특권’인가

    병역비리 의혹 정치인 자제들에 대한 군·검의 소환수사에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응하지 않기로 ‘당론’을 정해서 국민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병역비리합동수사반은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전·현직의원 27명의 자제 31명에게 이번주 안에 출두하라는 소환장을 보냈고 이들 가운데 해외에 나가 있는 10명에 대해서는 부모를 통해 귀국을 종용중에 있다고 한다.비리 연루 정치인은현역의원 26명,전직 의원 1명이며 정당별로는 한나라당 14명,자민련 7명,민국당 3명,민주당 2명,무소속 1명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병역비리 혐의자 소환수사 방침에 대해 ‘총선용 야당탄압’이라며야당이 반발하고 나왔을 때,병역비리 수사는 어디까지나 비 정치적 사안이므로 원칙에 따른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국토방위는 국민의 신성한 의무이며,공직을 맡을 생각이 있었다면 애초부터 본인은 물론 자제들의 병역과 관련해서도 의혹을 사는 일은 하지 말았어야 하기 때문이다.이번 수사가 ‘총선용’이라는 주장은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었다.범법자를 국회의원으로 뽑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범죄 혐의자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하는 것은 국가 형벌권의 정당한 발동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리 혐의자에 대한 검찰의 소환수사에 불응하기로 ‘당론’을 정했다니,정당이 국가 공권력 위에 있다는 말인가.게다가 일차 소환 대상자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그 자제들이다.일단 출두해서 신체검사를 다시 받은 다음 의혹이 있을 때만 수사 대상이 된다.수사 결과 혐의가 드러나면 정치인 본인도 수사를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수사 대상자 일부가 해외에나가 있는데 국내에 있는 사람만 소환해서 수사하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가있다는 주장도 그렇다.해외 체류자들이 자진 귀국할지도 의문이지만,그들이모두 귀국할 때까지 수사를 하지 말라는 말인가.일부 국회의원들 가운데는본인은 물론 자제들도 군에 가지 않아 “병역면제도 대물림이냐?”는 비난을받고 있는 마당이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회기중 의원 불체포 특권을 내세워 연속적으로 방탄국회를 소집,범법 혐의 자당 의원들을 보호해서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왔다.그것도 부족해서 이번에는 자당 소속 의원들의 자식들에게까지 ‘방탄 특권’을요구하는 것인가.자민련도 공동여당 때는 한나라당의 방탄국회를 맹렬하게비난했었다.야당이 됐다고 말을 180도 뒤집어도 되는가.국민들은 이같은 모든 지적들에 대해 해당 정치인과 야당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 청소년상대 성범죄자 신상 공개 원칙엔 동의-방법엔 이견

    “청소년과 성관계를 맺은 파렴치한은 신상을 공개해야 합니다” “법적으로 처벌받았는데 신상까지 공개하는 것은 2중 처벌일 뿐 아니라 인권침해입니다” 오는 7월1일 발효되는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의 시행을 앞두고9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회의실에서는 청소년특별위원회 주최로 ‘청소년 상대 성 범죄자 신상 공개 방법에 대한 공개 청문회’가 열렸다.청문회에 참석한 각계 인사 20여명은 성 폭력사범을 엄벌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으나 신상을 공개하는 방법론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임웅균(林雄均)교수는 “의도적인 범죄인지,취중에 저지른 범죄인지 등에 따라 신상 공개의 수위도 달라야 한다”면서 “흉악범의사진은 공개해야 하나 가족의 권리보호를 위해 주소지 공개는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배우 박중훈(朴重勳)씨는 “살인강도와 단순절도의 형벌에 차이가 있듯이 신상 공개에도 차이가 있어야 한다”면서 “죄질과 횟수에 따라 1단계로범죄 사실을 가족에게,2단계로 직장에 통보하고,3단계로신상을 소식지나 게시판에 게시하며,4단계로 사진까지 공개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장택동기자 tae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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