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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나눔 NEWS] 촉법소년 적용연령 만10세로 하향… 문제 없을까

    [생각나눔 NEWS] 촉법소년 적용연령 만10세로 하향… 문제 없을까

    초등학교 반장인 A(11)양은 지난 9월 자습시간에 남자 아이와 말다툼을 하다 친구를 밀었다. 친구가 넘어지면서 책상에 부딪혀 다리뼈가 부러졌고, 화가 난 부모는 합의를 해주지 않았다. A양은 결국 검찰에 송치돼 보호자 감호처분을 받았다. 경찰과 법원을 오가며 조사를 받은 충격으로 A양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진 것은 물론이다. A양은 촉법(觸法)소년으로 간주된다. 촉법소년이 아니라면 A양은 경찰과 법원을 오갈 필요가 없다. 지난해 6월부터 촉법소년 연령이 만 12세에서 만 10세로 낮아졌다. 소년 범죄가 갈수록 흉폭해진다는 게 연령 하향의 이유다. 이처럼 초등학생도 범죄를 저지르면 처분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두고 논란이다. “초등학생을 소년범으로 모는 것은 가혹하다.”는 주장과 “소년 범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처벌 강화는 당연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촉법소년을 담당하는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서는 2일 소년범 연령을 낮춘 이후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전한다.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초등학교 4, 5학년 애들이 호기심에 물건을 훔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14세 미만 소년범은 2006년 1718명에서 지난해 5547명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소년범 중 강력범은 연간 40여명 수준으로 크게 늘지 않았다. 일선서 관계자들은 “촉법소년 범죄의 상당수가 동영상 업로드 등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엔의 아동권리협약은 12세 이하 아동을 처벌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침해조사과 관계자는 “인격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12세 미만의 소년을 처벌하는 것은 국제 기준에 어긋난다.”면서 “영국, 스위스 등 선진국은 소년범 적용연령을 오히려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소년범을 무조건 처벌하기보다는 교화에 초점을 맞춘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현재의 보호처분은 실효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훈육학교를 만드는 등 교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소년법 취지에 맞게 형벌을 주기보다는 봉사활동과 상담을 통한 재발방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용어 클릭] ●촉법소년 만 10~14세 미만의 범법자를 말한다. 형사처벌은 할 수 없지만 소년법에 의해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다. 법원은 보호처분을 1~10호까지 내릴 수 있다. 가장 심할 경우(10호) 소년원에 수감될 수도 있다.
  • 혼인빙자간음죄 헌재 ‘위헌’ 결정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형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2002년 7대2로 합헌결정이 나온 뒤 7년 만에 뒤집힌 것이다. 이로써 도입된 지 56년 만에 혼인빙자간음죄는 형법에서 사라지게 됐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모두 공소기각된다. ●6대 3으로 7년만에 뒤집혀 헌재 전원재판부는 26일 혼인빙자간음 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은 A씨와 B씨 등 2명이 낸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형법 304조 혼인빙자간음죄는 헌법 37조 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했다.”며 위헌 결정했다. 형법상 혼인빙자간음죄는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부녀를 기망, 간음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혼인빙자간음죄는 여성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것이어서 남녀 평등 사회를 지향해야 할 국가의 헌법적 의무에 반한다.”면서 “동시에 여성을 보호한다는 입법목적과 달리 혼인빙자간음 혐의로 고소하고 또 취소하는 과정에서 남성을 협박하거나 위자료를 받아내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폐해가 종종 발생해 국가의 형벌권이 정당하게 행사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개인의 내밀한 성생활 영역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남성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기본권도 지나치게 제한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강국·조대현·송두환 재판관은 “혼인의 뜻을 내세운 남자에게 속았을 경우에 한해서만 가해자에 대해 국가에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소수 의견을 냈다. ●“국가 형벌권 부당행사” A씨는 2005, 2006년에 각각 두 여성을 결혼할 것처럼 속여 수차례 성관계를 갖고, 유부남인 B씨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두 여성과 수십차례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자 지난해 6, 7월 각각 헌법소원을 냈다. 앞서 이번 사건에 대해 여성부는 “여성을 성적 예속물로 보고 있는 데다 정조를 강조해 여성을 비하하고 있다.”며 위헌의견을 냈고, 법무부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며 존치 의견을 냈다. 조태성 장형우기자 cho1904@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모범시민’

    클라이드는 행복한 가장이었다. 어느 날 밤, 두 명의 강도가 침입해 아내와 딸의 목숨을 앗아가면서 그의 행복은 무참하게 짓밟힌다. 이내 붙잡힌 범인이 제대로 벌을 받기를 클라이드는 기대했지만, 담당검사인 닉의 사법거래로 진짜 살인범이 법망을 빠져나가고 만다. 10년 후, 클라이드에게 분노를 안긴 두 범인이 잔혹한 수법으로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순순히 체포된 클라이드는 범행을 자백하고 감옥에 들어가는데, 거기서부터 그의 진짜 계획이 착착 현실화된다. 혼란에 빠진 도시와 당황한 공권력을 비웃듯 클라이드의 거침없는 복수전은 멈출 줄 모른다. F. 게리 그레이의 영화에는 클라이드와 비슷한 인물들이 이미 여러 번 등장한 바 있다. 법은 강한 자의 편이고, 악당이 더 잘 자며, 정의의 실현은 요원하다. 그래서 억울한 주인공들은 자력으로 현실의 부당함에 맞서기를 선택한다. 그레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펼치는 화끈한 도전을 보며 관객이 일종의 대리만족을 얻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체제와 권력층에 대한 불만을 한 두 개쯤 지니고 있는 관객이라면 선뜻 약자 편에 서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범시민’의 해결방식은 어딘가 개운하지 못하다. ‘모범시민’은 피해 당사자인 가장의 사적인 형벌집행이라는 설정에서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과 닮았으나, 두 영화가 걷는 길은 다르다. 분노에 찬 개인의 고통이 운명의 바퀴 속에서 처절하게 뒤섞이는 ‘복수는 나의 것’이 복수의 본질에 근접한 반면, ‘모범시민’의 복수는 비현실적일 뿐더러 모순을 드러내기까지 한다. 공권력에 대항할 정도로 힘을 갖춘 천재적인 인물인 클라이드는 영화의 한계 바깥에선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악랄한 복수는 결국 정당성을 놓치고 타인의 이해마저 구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모범시민’의 결말은 사회의 질서라는 명분 아래 클라이드가 패배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정의는 어떡하란 말인가. 법의 강제성이 필요 없는 이상사회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고, 언젠가 그런 사회가 실현 가능한지 조차 의심스럽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이 있지만,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법의 영역 밖에선 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법의 수많은 모순에도 불구하고 법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중요한 사실은 대부분의 민중이 법전에 기록된 법이 아닌 법 집행시스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통해 정의를 자각한다는 점이다. ‘모범시민’의 교훈은 그 점에서 출발한다.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는 눈을 가린 채 오른손엔 칼을, 왼손엔 저울을 들고 있다. 우리는 보통 정의의 여신이 시각을 버리고 오직 법에 의해 정의를 판단하고자 눈을 가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혹시 여신이 시력을 상실해 앞을 보지 못하는 게 진실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럴 경우 민중의 역할은 여신이 제대로 정의를 실현하도록 그녀의 눈이 되어주는 것이다. 선이 흥하고 악이 망하는 사회가 오지 않는다고 불평만 늘어놓지 말자. 정의를 세우는 건 민중의 부릅뜬 눈이다. 10년 간 숨어서 자기 힘만 키웠던 클라이드는 그걸 몰랐다. <영화평론가>
  • [혼인빙자간음죄 위헌결정] 처벌받은 사람 재심청구 잇따를듯

    [혼인빙자간음죄 위헌결정] 처벌받은 사람 재심청구 잇따를듯

    ■ 결정 근거와 파장 헌법재판소가 26일 2002년과 정반대로 형법 제304조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근거는 국가 공권력이 남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제한할 필요도,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또 헌재가 범죄의 구성 요건과 처벌을 정한 형법각론 규정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위헌 결정을 내린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2년 헌재는 혼인을 빙자해 부녀자를 간음하는 것을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고 합헌 결정을 내렸다. 남녀 간의 성에 대한 신체적 차이, 성행위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다르다는 점도 합헌 결정의 근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재판부는 “남성이 결혼을 약속해 성관계를 맺은 여성만의 착오를 국가가 사후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여성이 남성과 달리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없는 열등한 존재라는 규범적 표현이다.”며 “이는 여성을 어린아이 취급함으로써 보호하겠다는 것으로 여성의 존엄과 가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헌법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헌재는 동성동본금혼조항, 호주제, 아버지의 성(姓)만을 따르도록 한 부성주의 등에 대해서도 양성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혼인빙자간음죄의 형벌로서의 처단기능이 사라지고 있는 점, 세계적으로 혼인빙자간음죄를 없애는 입법추세도 위헌 결정의 근거로 제시됐다.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에 제약을 가하는 형벌조항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이 향후 간통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혼인빙자간음죄는 남성을 주체로 여성을 객체로 보는 반면 간통죄는 기혼 남녀 모두에게 같은 의무를 부여하기 때문에 양성평등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형벌규정에 대한 위헌 결정은 소급효를 가지기 때문에 형법이 제정된 1953년 이후 혼인빙자간음죄로 처벌을 받은 모든 사람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재심법원은 처벌 법조항이 사라졌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해야 하며, 벌금이나 징역 등 실형을 받았던 사람들은 형사보상법에 따라 보상도 받을 수 있다. 범죄 유형별로 통계작업이 이뤄지기 시작했던 1981년 혼인빙자간음죄는 2625건이 접수됐고, 검찰은 10.2%인 269건을 기소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인 1987년 혼인빙자간음죄 접수는 1389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검찰의 기소도 124건에 그쳤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대법 “전과자 형벌효력 끝나도 선고유예 불가”

    형벌의 효력이 끝났다고 하더라도 전과가 있다면 선고를 유예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20일 대낮에 나체로 거리를 돌아다녀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된 정신질환자 신모(28)씨에게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파기, 사건을 서울동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씨는 2002년 군무이탈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됐으며, 형법은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자를 선고유예 대상자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전과는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범죄경력 자체를 의미하고, 그 형의 효력상실 여부는 묻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열린세상] ‘변듣보’와 국가의 품격/금태섭 변호사

    [열린세상] ‘변듣보’와 국가의 품격/금태섭 변호사

    최근 검찰은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했다는 혐의로 진중권씨를 기소했다. 보도에 의하면 공소사실 중 모욕죄에 해당하는 내용은 진씨가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서 ‘변듣보’ ‘듣보잡’ ‘비욘 드보르잡’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이라고 한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고 모욕죄에 관한 법조문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법에 위반되는 표현이라고 볼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표현을 문제 삼아 국가의 형벌권을 발동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판례는 모욕죄를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대법원이 그동안 모욕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예를 보면 ‘늙은 화냥년의 간나(1987년 판결)’, ‘망할 년(1990년 판결)’, ‘개 같은 잡년, 시집을 열두 번을 간 년, 자식도 못 낳는 창녀 같은 년(1985년 판결)’, ‘빨갱이 무당년, 첩년(1981년 판결)’ 등이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 격한 논쟁을 주고받는 중에 상대를 조롱하는 의미를 가진 지칭을 사용했다고 해서 ‘개 같은 잡년’이라는 말을 한 것과 같이 취급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단순히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는 말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하면 우리 사회에서 풍자를 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대통령의 용모를 동물에 빗대서 표현하는 것은 어떤가. 대통령을 쥐처럼 묘사한 만화를 그리면 처벌을 받아야 할까. 만일 5공화국 치하에서 당시 대통령을 대머리라고 불렀다는 이유로 처벌 받은 사례가 있었다면, 형법상 모욕죄를 철저히 적용한 사례라고 칭찬할 수 있을까. 다행히 우리 대법원은 “모욕적인 표현을 포함하는 판단 또는 의견의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그 시대의 건전한 통념에 비추어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때에는 … 위법성이 조각된다.”라고 하여 표현의 자유가 살아남을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었다. 인터넷이나 언론 매체에 스스로 글을 올리면서 논쟁을 주고받는 사람은 어느 정도의 조롱이나 풍자는 참아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고 글자 하나하나를 문제 삼아 모욕죄를 들이대려 한다면 아마도 지금 인터넷에 올라 있는 댓글의 상당부분이 처벌의 대상이 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정부는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하기 힘들 만큼 다양한 사안에 대하여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나 공공의 신뢰를 해친다는 이유로 형벌권을 발동하고 있다. 방송 보도의 진위를 문제 삼아서 TV 프로그램 제작진을 체포하기도 했고, 인터넷에 올린 경제예측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일부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네티즌을 구속하기도 했다. 심지어 국가정보원을 비판한 인사에 대해서 대한민국을 원고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이번 사건은 인터넷에서 벌어진 논쟁의 와중에 상대방에 대한 경멸의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는 표현을 떼어내서 모욕죄로 기소한 것이다. 그러나 과연 개인이나 공공기관의 명예를 지켜주겠다는 우리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우리나라 전체의 명예를 높인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에 상당한 정도의 허위사실이 포함된 전면광고가 실렸을 때 미국 연방대법원은 “잘못된 발언도 자유로운 논쟁을 위해서는 불가피하고 표현의 자유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시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했다. 요즘 유행하는 ‘국가의 품격’은 이런 결정을 통해서 높아지는 것이다. 정부의 형벌권이 두려워서 상대방을 조롱하는 표현이나 풍자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격’ 운운한다면 그야말로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는 조롱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금태섭 변호사
  • “성추행 아버지 엄벌해달라” 탄원 법원이 수용

    자신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내려진 징역 2년형의 1심 판결이 가볍다며 피해자인 친딸이 법원에 더 강한 처벌을 호소하자 항소심 재판부가 형량 1년을 높인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울산지법 제1형사부는 23일 초등학생인 자신의 친딸을 두 차례 성추행한 혐의(친족에 의한 강제추행죄)로 구속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8월7일 A씨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었다. A씨의 딸과 가족은 A씨에 대한 1심 처벌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심 재판부에 강력한 처벌을 바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지난 7일 냈다. 딸은 탄원서에서 “아버지의 자식이라는 게 부끄럽고 싫다. 아름다운 꽃 가지를 꺾어 죽인 거나 마찬가지고 사형을 시켜도 마땅하다.”면서 “자식에게도 그런 짓을 하는데 나와서 다른 아이에게 그런 짓을 안 하겠냐.”며 더 높은 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A씨의 아내와 큰아들도 “(같은 피해를 당하는) 다른 아이가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세 식구의 병든 몸과 마음을 생각해 무거운 형벌을 내려달라.”고 탄원했다. A씨는 2007년과 2008년 자신의 집에서 두 차례에 걸쳐 친딸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범죄자 DNA이용법 문제점 없나

    범죄자 DNA이용법 문제점 없나

    ‘조두순 사건’이 몰고온 흉악범 엄벌 분위기에 힘입어 ‘DNA정보 이용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올 정기국회에서 법률안이 통과되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DNA 신원 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과잉 입법’이라고 무산됐던 2006년 ‘유전자 감식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별반 다르지 않다. 부작용은 손보지도 않고 ‘조두순 사건’을 빌미로 국가 형벌권만 팽창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유전자정보의 문제점으로 남명진 가천의과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오류 가능성”을 꼽았다. 2004년 미국 뉴저지 검찰은 36년 전 소녀를 강간·살해한 혐의로 벨라미를 체포했다. 결정적인 증거는 유전자정보였다. 그러나 2년 뒤 벨라미의 유전자가 오염됐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후 진범이 붙잡혔다. 남 교수는 “유전자정보는 범죄용의자를 신속히 감별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엉뚱한 사람을 진범으로 몰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가 오염되거나 잘못 해독되고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유전자검사기관은 2003부터 5년간 3100건의 유전자를 보관했는데 26건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검·경 관리 이원화로 유출 우려 유전자정보 관리가 중요한데도 관리를 일원화한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검찰과 경찰이 이원화해 관리할 방침이다. 형이 확정되거나 검찰에서 구속된 피의자의 유전자정보는 검찰이, 경찰에서 구속된 피의자는 경찰이 각각 수집·보관한다. 유전자 정보유출·남용 가능성이 커지는데도 법무부와 행정자치부는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상 범죄가 살인·아동성폭력뿐 아니라 절도·협박·마약 등 12개로 지나치게 광범위한 것도 논란거리다. 범죄별 인원수를 살펴보면 문제점이 명백히 드러난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절도·강도죄(1만 8234명), 폭행죄(1만 7914명), 마약죄(4227명) 등으로 기소된 피고인은 4만 375명. 살인(783명), 아동성폭행(765명), 강간·추행(4994명) 등 강력범죄자(6542명)보다 6배나 많았다. DNA정보 채집 대상자의 15%만이 살인·성폭행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법원행정처는 분석보고서에서 “DNA 분석 없이도 범인특정이 가능한 절도 같은 범죄, 재범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체포·감금죄는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살인·강도·강간의 재범률(2007년)은 58.8%, 6 0.7%, 49.1%라고 밝혔지만, 다른 범죄에 대한 조사 결과는 없었다. ●“무죄추정 원칙에 어긋나” 유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구속피의자의 유전자정보를 채취·보관하는 것도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법률가는 지적했다. 이은우 변호사는 “재범을 막으려고 도입하는 법안이라면 유죄가 확정된 사람의 유전자만 채집·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이 범죄 혐의자의 유전자를 관리하는 것에 대해 유럽인권재판소는 인권선언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도로교통법 대수술 ‘과속’

    도로교통법 대수술 ‘과속’

    차도와 인도, 운전자 및 차량에 관한 규제를 담고 있는 ‘도로교통법’이 올해 안에 대거 손질될 전망이다. 그러나 도로교통법 개정안 중에는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지나친 규제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20일 현재 개정안은 정부가 제출한 1건과 의원입법안 64건이 국회에 계류 또는 발의돼 있는 상태다. 경찰청 관계자는 “특정 법안에 대해 이처럼 많은 개정안이 한꺼번에 논의되는 것은 드문 일”이라면서 “생활과 밀접하고 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정부안은 운전면허증 미소지자에 대한 처벌을 폐지하고 지나친 차량 선팅, 고속도로 고장시 후방 삼각대 미설치, 적성검사 미필기간 경과 등 기존에 벌점과 범칙금이 부과되던 행정 형벌을 단순 과태료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의원 발의안 가운데 과도하게 규제하거나 시의에 편승하거나,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지적을 받는 개정안이 많아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과도한 규제의 대표적인 것이 음주운전 적발기준을 0.03%로 낮추는 안이다. 하지만 이 정도 수치의 음주라면 정상적인 운전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음주로 인한 신체적 변화는 0.05%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적정하다는 의학·사회학적 분석결과가 많다.”고 지적했다. 운전 중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브로드캐스팅) 시청과 흡연 금지를 담은 개정안도 사문화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 관계자는 “DMB 시청을 금지하면서 내비게이션 이용시에만 예외를 두도록 했는데 이를 어떻게 단속하느냐.”면서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려운 만큼 홍보와 계도가 바람직한 해결 방법”이라고 밝혔다. 난폭운전이나 폭주족들의 운전행위에 대해서는 운전자뿐 아니라 탑승자에게도 운전면허 정지·취소 처분을 내리도록 하는 안도 마찬가지다. 법조계 관계자는 “직접 행위자가 아닌데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일부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논란을 낳는 법안도 있다.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통행을 허용하는 안을 들 수 있다. 교통흐름상 전용차로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를 허용할 경우 장애인 차량과 관광용 차량까지 허용해야 하는 등 대중교통 체계를 한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장내기능시험을 없애고 전문학원의 학과시험을 실시하는 운전면허 간소화안의 경우 전문학원들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고, 안전사고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반면 혈액공급 차량을 긴급차량으로 규정하는 안, 눈·안개 등 상황에서 점등하도록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안, 녹색어머니회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안, 공원이나 게이트볼장 근처를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안 등은 경찰 내부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신종플루 백신 수입계약 못했다”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연내에 300만도스의 신종플루 백신을 공급받기로 했다는 정부의 발표와 달리 실제 계약체결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8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면책조항에 이견이 있어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보건복지가족부는 이 본부장을 유럽에 파견해 영국계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신종인플루엔자 백신 300만도스를 연내에 공급받기로 구두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 본부장은 이날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 등의 질의에 대해 “GSK가 중과실 면책과 배상 책임률 50% 제한, 영국 현지 소송 진행을 계약에 명시하도록 요구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 1차 턴키(설계·시공 일괄수주방식) 공사 시공업체의 담합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는 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주장에 대해 “입찰을 면밀히 검토한 뒤 전반적인 조사를 거쳐 사건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4대강) 턴키 공사의 입찰 경쟁에 참여한 사업자 수가 적고 낙찰률이 높으며 1순위와 2순위의 입찰금 차이가 적은 점에서 의심의 여지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변무근 방위사업청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500㎞ 이상 탄도미사일과 관련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미 미사일 지침에는 한국군이 배치할 수 있는 미사일은 사거리 300㎞로 제한돼 있다. 변 청장은 사거리가 늘어난 미사일 개발 완료 시점, 개발 수준 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보안을 요하는 문제로, 21일 예정된 국방과학연구소 국정감사 때 비공개로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변 청장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패트리엇 미사일과 관련, “2발을 동시에 쏘면 1발을 맞힐 확률이 90%를 넘는다.”고 밝혔다. 한편 이석연 법제처장은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과 관련, “이 법안은 형벌법규이기 때문에 적용중지를 내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지운 이두걸기자 jj@seoul.co.kr
  • [씨줄날줄] 거세刑/육철수 논설위원

    역사상 거세형벌을 받은 가장 유명한 사람은 중국 한무제 때 사관 사마천일 것이다. 그는 선비족과의 전투에서 투항한 장군 이릉을 비호하다 무제의 심사를 뒤튼 죄(?)로 궁형(성기를 통째로 도려내는 형벌)을 당한다. 역사소설가 가오광(高光)은 사마천이 뜨끈뜨끈한 누에방에서 노인 형리 두 명에게 궁형을 받는 장면과, 공포에 몸서리치는 사마천의 심리를 실감나게 묘사했다. 그래도 거세의 치욕을 딛고 불후의 역사서 ‘태사공서(사기)’를 남겼다. 그걸 보면 남성을 잃은 저주스러운 형벌이 그를 더욱 강인한 역사 인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거세는 구약성서에 등장할 정도로 동서양에서 오래된 형벌의 하나다. 고대 그리스, 이집트, 로마, 인도 등에서는 전쟁에서 지면 성기를 자르는 관행이 있었단다. 성욕을 막으려는 종교의식이나, 환관이 되기 위한 거세도 있었다. 18세기 유럽에선 성악가(카스트라토)가 되려는 소년들에게 거세를 시행했는데, 이 역시 형벌과는 무관한 것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의 거세든 남자들에겐 끔찍한 일임에 틀림없다. 문명의 시대인 요즘, 국내에서 거세 논란이 한창이다. 조모(57)씨가 초등학교 어린이를 성폭행한 데 대한 최근의 재판 결과 때문이다. 이 일로 어린이는 심신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이고, 그 가족은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그런데 대법원이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은 조씨에게 고작 징역 12년형을 선고한 게 온 국민을 분노케 했다. 양심에 털이 난 조씨 같은 흉악범에게 ‘화학적 거세(chemical castration;약물 주입으로 성욕을 억제시키는 처방)’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이 형벌을 이미 시행 중인 덴마크는 꽤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피해 어린이와 가족 처지에선 흉악범을 능지처참해도 시원찮을 판이다. 그러나 이용훈 대법원장 말대로, 형량을 여론에 따라 들쭉날쭉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아동 성폭행범의 경우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가 적잖다고 한다. 형량도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 국민의 법감정이 폭발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기야 짐승 같은 범인에게 아무리 형량을 높이고 거세형을 도입한들 이미 산산조각난 피해자의 인생은 어디서 다시 찾겠는가.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공기총 13발 맞고도 산 ‘기적의 고양이’

    공기총 13발 맞고도 산 ‘기적의 고양이’

    호주 빅토리아 주 한 가정집에서 기르는 애완용 고양이가 공기총에 13발이나 맞고도 살아나는 기적이 일어났다. 호주 AP통신에 따르면 스모키란 고양이는 집나간 지 3일 만에 지난 22일(현지시간)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집 앞에서 발견됐다. 9살인 고양이는 급히 동물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머리와 얼굴 등에 무려 총알이 13개나 박혀 있었던 것. 스모키는 두 시간에 걸쳐 총알을 빼내는 수술을 받았고 현재 회복 중이다. 경찰은 이 고양이가 집을 나가 누군가에게 붙잡혀 수차례 총에 맞는 등 고문을 당했으나 목숨을 건졌고, 안간힘을 써 집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양이의 주인은 “어떻게 이렇게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 하면서 “기적적인 치유력을 보이며 건강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동물 복지 변호사인 휴 워스는 “호주 전역에서 동물을 잔인하게 고문을 하는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에게 무거운 형벌을 내려야 범죄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지구에서 사는 법’

    안슬기의 영화는 항상 겨울의 중심부에서 만들어진다. 고등학교 선생인 그가 영화를 만들자면 겨울방학(여름방학은 짧아서 피한다고 한다) 외에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의 영화에서는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기 마련이고, 배우들은 추위를 견디며 연기를 해야 한다. 빠듯한 시간, 적은 예산, 열악한 환경은 영화 만들기의 적이지만, 안슬기와 그의 영화는 그런 핸디캡을 통해 단련에 단련을 거듭해 왔다. 감독 스스로 유치하고 누추하다고 평하는 영화를 보며 관객은 오히려 ‘기특함’을 느끼게 된다(‘기특함’은 ‘지구에서 사는 법’의 주요 대사이기도 하다). 시인인 연우는 아내의 그늘 아래 살아가는 남자다. 공무원인 아내가 출근한 뒤, 집에 남은 그는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장을 본다. 그에겐 비밀이 있다. 외계인인 그는 지구인의 특성에 맞춰 살아가는 게 버겁기만 하다. 아내에게도 비밀은 있다. 연우는 아내가 정부의 비밀요원이라는 걸, 그녀가 직장상사와 은밀한 관계라는 걸 알지 못한다. 갈등은 연우에게 새로운 이성 상대가 생기면서 불거진다. 서로 속이고 이용하고 죽이는 복잡한 관계 사이에서 연우는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안슬기는 가족을 중심에 놓고 사람들의 관계를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의 영화가 점점 어두워지는 건 무얼 뜻할까. 희망으로 가족과 인간을 부여안을 수 있다고 믿는, 첫 장편영화 ‘다섯은 너무 많아’는 낙천적인 소품이었다. 이어 나온 ‘나의 노래는’은 스무 살 청년의 해체된 가족 이야기이자 시린 성장드라마로서 세찬 현실을 전면으로 드러냈다. 서늘한 멜로드라마에 스릴러, SF 장르를 더한 ‘지구에서 사는 법’에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사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인물 각자가 상대방과 맺는 관계에는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친밀한 감정이 완전히 결여되어 있을 따름이다. 문제의 원인을 치열하게 파고드는 대신, ‘지구에서 사는 법’은 상실과 소외를 극복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원소다. 안슬기의 영화는 그 원소의 파괴가 우주의 구조에 균열을 일으킬 거라고 경고한다. 지구 위에서 빠듯하게 사는 게 빌어먹을 형벌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결코 지구 밖으로 탈출할 수 없으며, 오늘은 물론 내일도 이곳에 사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안슬기는 “우리들의 관계를 허물려는 간계에 맞서 싸우라.”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지구에서 사는 법’이다. 전작에 비해 ‘지구에서 사는 법’이 대중적인 작품인 게 사실이나, 감독 특유의 소박한 활력이 죽어버린 건 아쉽다. 홍상수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영향 아래 있는 전반부에서 보듯, 전체적으로 지적인 색채가 짙은 영화(특히 연기)는 무생물처럼 덤덤한 기조로 일관한다. 영화의 외피와 영화의 주제가 엇갈린 셈이다. 장르영화로서도 매끄럽지 못하다. 무릇 장르영화란 노련한 손길이 뒷받침돼도 가까스로 성공하는 법이다. 저예산 독립영화인 ‘지구에서 사는 법’이 용감하게 다양한 장르의 버무림을 시도했으니, 덜컹거리는 전개는 시작부터 내재된 한계였다. 통속적인 걸 낯설게 만드는 것과 어색하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에 속한다. 24일 개봉. 영화평론가
  • [헌재 공개변론 2제] 미디어법·혼인빙자간음죄

    [헌재 공개변론 2제] 미디어법·혼인빙자간음죄

    ■ 미디어법 “절차 정당성 어겨서 무효” “국회 자율성 폭넓게 인정” 10일 국회 미디어법 의결 과정의 위헌여부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이 열린 헌법재판소에서 청구인인 야당 측과 피청구인인 국회의장단 측은 쟁점마다 정면으로 충돌했다. ●청구인측 “일사부재의 원칙 위배” 이번 사건은 7월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이 방송법 수정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지만 부결 선언을 하지 않고 투표를 종료한 뒤 재투표를 하면서 비롯됐다. 이날 공개변론의 주요쟁점은 ▲재투표의 일사부재의 원칙의 위배 여부 ▲설명없는 법안상정의 위법 여부 ▲대리투표발생 여부였다. 청구인 측 대리인으로 나온 박재승 변호사는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법안을 직권상정해 밀어붙인 것은 국민주권주의에 반한다.”면서 “특히 표결 당시 재적 의원 과반수인 148명에 미치지 못한 145명만 표결에 참여한 채 투표가 끝나 부결된 것인데 이를 재투표로 통과시킨 것은 국회법과 헌법이 명시한 일사부재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말했다. 최성용 변호사도 “국회의 자율권이라는 것은 법치주의 원칙의 한계에서만 인정되는 것”이라며 “입법형성 역시 절차의 정당성이 확보돼야 하는 것으로, 피청구인들의 가결 선포행위는 실질적 심사권한 박탈 및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도 반해 무효”라고 강조했다. ●국회의장단측 “대리투표는 추측” 국회의장단 측 대리인으로 나선 강훈 변호사는 “정상적인 회의 진행을 방해한 야당 의원들은 처음부터 법률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을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권리를 포기한 사람들의 권한쟁의심판은 부적법하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국회부의장이 투표를 종료한다고 한 것은 야당 의원들의 방해에 의한 착오였다.”고 주장했다. 김치중 변호사는 “헌재는 국회의 자율성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면서 “대리투표는 추측이며, 당시 야당 의원들이 투표 방해를 위해 여당 의원의 전자투표기에 손을 댄 것이 남아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혼인빙자간음죄 “형법 사생활 규제 안된다” “女 성적결정권 보호 마땅” 10일 서울 안국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혼인빙자간음죄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공개변론에서 위헌의견을 낸 청구인측과 합헌의견의 법무부측이 팽팽한 법리공방을 벌였다. ●청구인측 “가부장적 사고 강요안돼” 이번 사건은 “부모님께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사이라고 소개하겠다.”고 거짓말을 한 뒤 수차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임모(33)씨가 낸 헌법소원이다. 사건의 쟁점은 남성만 처벌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와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과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였다. 임씨의 대리인으로 나선 황병일 변호사는 “진실을 전제로 한 혼전 성교의 강제는 도덕과 윤리의 문제에 불과할 뿐 아니라 형법이 개인의 사생활 영역까지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혼전 성교에서 이미 여성이 성적 자기결정권에 따른 판단을 했기 때문에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처벌하는 것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취지다. 전문 참고인으로 나온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는 “혼인빙자간음죄는 가부장적·도덕주의적 성이데올로기를 강제하며 이를 따르지 않는 시민에게 형벌을 가해 형법의 보충성 원칙을 거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측 “피해자 엄존 현실 봐야” 하지만 법무부측의 의견은 달랐다. 법무부는 “이 조항이 다소 가부장적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 “엄연히 피해자가 있는 현실에서 도덕적 영역에 관여한다고 해서 곧바로 위헌이 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법무부측 참고인으로 나선 고려대 법대 김일수 교수는 “남녀 사이의 성적 피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하면 혼인빙자간음으로 침해될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리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이광재 “의원직 사직… 봉하서 자원봉사”

    이광재 “의원직 사직… 봉하서 자원봉사”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8일 “의원직을 사직하고 봉하마을에 자원봉사자로 가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홍승면)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보석으로 풀려 나와 봉하마을에 가서 오랜 시간 권양숙 여사님을 뵙고 말씀을 나눴는데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최후를 지켜드리지 못한 죄를 자원봉사를 하면서, 시녀살이하는 마음으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역구민들의 응원에 이분들께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뒤에는 국회의원직을 유지해서 싸워서 끝을 보자는 강한 열망도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국회의원직에 미련도 있지만, 나는 두 마음으로 살아갈 수 없고 애끓는 마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면서 “작지만 초라하지 않은 일을 하고, 영원히 외롭지 않도록 있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용서가 분노를 이기고 희망이 이기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 치유하는 나라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박 전 회장과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 회장에게서 14만달러와 현금 2000만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 의원을 기소했다. 이 의원은 “박 전 회장이 2002년부터 계속 돈을 주려고 했지만, 나에게는 노 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지역감정을 타파하고 가난이라는 형벌을 노력으로 극복하겠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에 번번이 거절했다.”면서 “언론의 감시와 주목 속에 지역구 상가도 한 번 가지 않을 정도로 끊임없이 조심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검찰은 이 의원에 대해 징역 2년에 추징금 2억 283만원을 구형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中 ‘흡연·음주운전 천국’ 오명 벗나

    │베이징 박홍환특파원│10월1일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있는 중국이 강력하게 공공장소 흡연 및 음주운전 단속에 나섰다. 이번 기회에 ‘흡연 및 음주운전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중국 공안부는 지난달 20일 전국 각 공안기관에 화재위험성이 높은 주유소나 시장 등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적발할 경우 일률적으로 5일 동안 구류 조치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이에 따라 지난달 29일 충칭(重慶)시의 한 도매시장에서 담배를 피우던 50대 남성이 첫 번째로 적발돼 5일간 구류 처분을 받았다. 후난(湖南)성 곳곳에서도 금연장소인 주유소와 공장, 창고 등에서 담배를 피운 30여명에 대해 5일간의 치안구류 처분이 내려졌다고 1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 등이 보도했다. 공안부의 이번 단속은 다음달 1일 국경절을 앞두고 대형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50일 작전’의 일환으로 시행됐지만 많은 네티즌들은 공공장소에서의 흡연 행위를 완전히 근절해야 한다며 국경절 이후에도 지속적인 단속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벌금 500위안(약 9만원) 정도면 충분한 경범죄를 5일간 구류에 처하는 것은 형벌권 남용이라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많은 중소도시에서는 버스정류장 등 대형 공공장소는 물론 대중교통 내부에서까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한편 지난달 15일부터 실시되고 있는 2개월간의 음주운전 집중 단속도 지난달 말까지 3만여건을 적발하는 등 큰 효과를 보고 있다. 공안기관은 이번 단속 기간에 적발되는 음주 운전자는 3개월간 운전면허를 정지시키는 한편 만취 운전자의 경우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구류 15일에 6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주류 소비가 20% 이상 감소했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stinger@seoul.co.kr
  • 가벼운 관세법 위반 과태료만 부과

    보세구역이 아닌 곳에 수입물품을 놔두는 등의 가벼운 관세신고 의무 위반자는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물면 된다. 지금은 죄질에 관계없이 형사처벌 대상이다. 관세를 내지 않을 것에 대비해 물품 수입 때마다 반드시 제공해야 했던 담보 의무도 내년 7월부터 사라진다. 기획재정부는 18일 관세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2009년도 관세제도 개편방안을 마련, 정기국회에 제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재정부 관계자는 “불필요한 전과자 양산을 막기 위해 관세형벌을 완화했다.”면서 “관세 납부절차를 간소화해 수출입기업을 돕는 한편 녹색성장과 관련된 관세감면 제도 시한을 연장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관세법 상의 미성년자, 심신미약자 등에 대한 벌금형 처벌을 면제 또는 경감하기로 했다. 관세포탈, 밀수 등의 범죄를 준비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은 예비범의 형량도 실행에 옮긴 기수범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방침이다. 반면 관세 회피범의 처벌은 강화된다. 재산 은닉을 통해 관세를 체납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관세 회피를 돕기 위해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1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한 규정을 신설했다. 관세담보 제도는 수출입 기업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원칙적으로 무담보 방식으로 전환한다. 단, 최초 수입업체, 법 위반, 체납업체 등은 담보제공 의무가 계속 유지된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출생에서부터 장례까지… 조선국왕의 삶 어땠을까

    출생에서부터 장례까지… 조선국왕의 삶 어땠을까

    천하를 호령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자. 하지만 국정 수행에 바빠 ‘소의간식(宵衣 食·새벽에 옷을 입고 일을 시작해 한밤에 밥을 먹는다.)’할 수밖에 없고, 침소조차 나이 많은 상궁에 둘러싸여 한치의 사생활도 허용되지 않는 고독한 인간. 조선 국왕의 근엄한 얼굴 이면에는 이처럼 인간적 애환들이 드리워져 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다면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존재였던 조선 국왕에 관한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 나왔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엮은 ‘조선 국왕의 일생’(글항아리 펴냄)이다. 출생에서부터 교육, 왕비 간택과 혼례, 국정 운영, 거주와 통치공간인 궁궐, 음식, 궐 밖 행차, 연회, 사망과 장례에 이르기까지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국왕의 삶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했다. 지난해 금요시민강좌로 진행했던 내용을 수정·보완한 것으로, 이종묵 서울대 교수 등 한국학 전문가 12명이 집필했다. 왕자의 잉태는 국가적 대사여서 국왕과 왕비의 합궁 날짜를 정하는 것부터 매우 까다로웠다. 초하루, 그믐, 보름날은 피했고, 비와 천둥이 치거나 바람이 세게 부는 날도 꺼렸다. 때문에 국왕과 왕비가 만날 수 있는 길일은 한 달에 하루나 이틀 정도에 불과했다. 출산 1~3개월 전에 궁중에 산실청이 설치돼 출산 때까지 전국에서 형벌의 집행이 중지되고, 왕자가 태어나면 전국의 죄수들을 석방했다. 왕은 하늘이 내리지만 성군은 사람이 길러낸다. 문치를 지향한 조선 왕실에서 세자는 덕성과 인성, 예학을 습득하기 위한 철저한 교육을 받았다. ‘왕은 어떻게 교육받았을까’를 쓴 김문식 교수에 따르면 왕세자는 날마다 전날 배운 것을 확인하는 쪽지시험을 봤다. 매월 두 차례 중간고사에는 왕세자를 가르치는 20명의 스승이 모두 참석하고, 국왕도 참관하는 경우가 있었다. 조선 사회에서 국왕은 신성의 세계와 세속의 세계를 아우르는 절대 권력자였다. 국왕은 수시로 사직과 산천 등에 제사를 올리고, 중요한 국사를 신하들과 의논해 결정하며, 이웃 국가와 외교 문제를 처리하는 등 행정과 사법, 외교 가릴 것 없이 업무 범위가 매우 방대했다. 조선 후기, 특히 영·정조대에는 민심을 보살피기 위해 수시로 궐 밖 행차를 하는 일까지 더해졌다. 공식 일과가 끝나도 밤새워 책을 읽고, 국정에 대한 구상에 매진한 탓에 역대 성군들은 장수하지 못했다. 정호훈 규장각한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는 ‘왕은 평소 어떻게 일했는가’에서 “역대 국왕 가운데 누구보다 바쁘게 국정을 챙기며 업무를 진행한 인물은 정조”라고 꼽았다. 승정원일기의 정조 6년(1782) 2월20일자 일기를 보면 정조의 일과는 아침 여덟시에 공식적으로 시작돼 밤 9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제사를 지내는 날은 하루종일 머물며 의식을 주재했다. 정조 4년(1780)1월1일에 있었던 사직단 제사의 일정표에 따르면 정조는 오전 10시 사직단으로 거둥해 다음날 새벽 3시 제사를 마친 것으로 돼있다. 궁궐의 주인은 왕이지만 궁궐 안에 왕의 사적인 장소는 없었다. 국왕의 일거수일투족은 기록의 대상이었고, 모두에게 공개된 존재였다. 때문에 이름 없는 궁녀의 처소에 군주가 갑자기 방문해 로맨스가 싹트는 일은 실제론 불가능한 일이었다. 강녕전이나 대조전 같은 침실에도 주변 방에 나이 많은 상궁이 대기하고 있었고, 심지어 임금의 똥도 버려지지 않고 의원들이 직접 맛을 볼 정도였다. 정병설 서울대 교수는 “아무리 호화롭다 해도 감옥이나 다를 바 없는 고립된 공간인 궁궐에서 태어나 살다 죽었던 것”이라며 ”감옥 같은 궁궐에 갇혀 왕은 늘 정변이 나지 않을까 걱정했고, 왕자들은 자신이 과연 왕이 될 수 있을까, 왕이 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늘 불안해했다.”고 말했다. 왕은 죽음까지도 대단히 정치적이다. ‘너무나 정치적인 사건, 왕의 죽음’에서 김기덕 건국대 교수는 “죽은 자의 무덤 하나가 생사람까지도 잡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정치적 이슈가 바로 왕릉의 입지였고, 그래서 양반들은 풍수 공부를 목숨 걸고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책은 시민강좌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전문서라기보다 요약본에 가깝다. 쉽게 읽히지만 다소 아쉬운 측면도 있다. 각 주제별로 보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려면 책 말미에 소개된 참고 문헌과 관련 저서들을 찾아보면 좋을 듯싶다. 1만 98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18세기 통속소설에서 ‘인권’은 시작됐다

    인권(Human Rights)은 하늘이 내려준 것일까. 미 UCLA 교수이자 신(新)문화사의 대가인 린 헌트는 ‘인권의 발명’(전진성 옮김, 돌베개 펴냄)에서 인간의 새로운 감각이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인권이 발명됐다고 말한다. 18세기 들어 소설 읽기가 확산된 것이 인권 발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당시 사람들은 사랑과 결혼을 소재로 한 소설을 읽으며 이전과는 다른 경험을 얻었다. 귀족과 평민, 주인과 하인, 남성과 여성 등 전통적인 사회 경계를 넘어 타인을 자신과 똑같이 내면적 감성을 지닌 존재로 보게 됐다는 것. 그 당시로는 ‘동정’, 요즘으로 치면 ‘공감’이라는 새로운 감각이 생겨난 순간이다. 공감의 확산은 법을 근거로 한 각종 고문과 잔인한 형벌에 대한 혐오를 불렀고, 이를 철폐하자는 주장이 나오게 했다. 고문당하는 타인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과 같은 것으로 여기게 됐던 것이다. 인권은 이렇게 태동했다. 저자는 1776년 미국 독립선언문이 형식적으로는 자연성, 평등성, 보편성을 충족시킨 첫 권리 선언이었으며, 1789년 프랑스 시민 혁명 당시에 나온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문에 이르러서야 인권 개념이 역사화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 선언들조차 무산자, 노예, 자유 신분의 흑인, 종교적 소수자, 여성들을 배제했다. 약 150년에 걸친 투쟁 끝에 1948년 유엔이 그럴 듯한 세계 인권 선언문을 발표한다. 인권의 전진은 끝났을까. 유엔에 따르면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실질적인 노예 상태에 있는 사람이 27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1만 6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직원 범죄때 법인 자동 처벌조항은 위헌

    종업원 등 직원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영업주와 법인도 함께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양벌 규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특히 이번 결정은 소급적용돼 종업원의 범죄로 이미 벌금을 내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법인 및 영업주의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헌재 전원재판부는 30일 양벌에 대해 규정하는 의료법 91조 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춘천지법 강릉지원이 제청한 위헌법률 심판 사건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이 조항은 ‘법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밖의 종업원이 업무와 관련한 위반행위를 하면 그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형을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K병원은 건강관리과 직원이 무단으로 구강검진검사를 실시한 사실이 적발돼 벌금을 낼 처지가 되자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이날 의료법을 비롯해 청소년보호법·사해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구도로법·구건설산업기본법·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등 6개 법률에 규정된 같은 취지의 양벌 조항을 모두 위헌으로 결정했다. 헌재에 따르면 이런 양벌규정이 있는 법률은 390여개에 이른다.재판부는 “종업원이 범죄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법인이나 영업주가 그 범죄에 대해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했는지와 전혀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함께 처벌하는 것은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밝혔다.특히 이번 위헌 결정은 소급적용되기 때문에 직원의 범죄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은 법인이나 영업주의 재심 청구가 잇따를 전망이다. 이미 벌금을 낸 경우도 소송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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