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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미진진 견문기] 지킬 것인가, 받아들일 것인가… ‘양화나루의 고민’ 재현

    [흥미진진 견문기] 지킬 것인가, 받아들일 것인가… ‘양화나루의 고민’ 재현

    뜨겁던 여름의 열기도 태풍에 대한 걱정도 내려놓은 저녁, 아름다운 밤 풍경을 기대하며 옛 양화 나루로 출발했다. 하지만 처음 마주한 것은 잠두봉의 붉은 노을이 아니라, 순교자들의 붉은 피로 물들었던 절두산 순교성지였다. 잔혹한 형벌 도구들과 순교당한 성인들의 조각상을 지나 뜬금없이 서 있는 척화비를 바라보며 “그때 쇄국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 이곳은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있을까”라는 덧없는 생각을 해 본다.수백개의 비석이 세워져 있는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으로 들어섰다.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습니다.’ 아펜젤러 선교사의 비문에 숙연해진다. 선교사들의 작은 비석이 묘원을 둘러싼 빌딩보다 높아 보이는 이유이다.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며 난지 생명 길을 따라 한강의 밤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양화대교의 아치와 붉은 노을은 한강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이 되고, 이어폰 가이드시스템을 통해 전해지는 가곡 ‘한강’은 마음을 적셨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질 때쯤 망원정에 도착했다. 월산대군의 ‘추강에 밤이 드니…’, ‘무심한 달빛만 싣고…’ 등 시조 2편을 들었다. 그때와 지금의 풍경은 사뭇 다르겠지만, 마침 떠오른 보름달과 선선한 바람만은 예나 지금이나 헛헛한 마음을 채워 주고 쓰다듬어 줬다. 다시 난지 생명길로 들어서자 아름다운 조명의 성산대교와 웅장한 서울함 공원이 시선을 끌어당겼다. 서울함 공원에 전시된 세 척의 배를 보니 마음이 든든했다. 타고난 낭랑한 목소리 신수경 해설사가 들려주는 망원동 이야기는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기존의 것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것인가? 100여년 전 양화나루에서의 고민이 망원동에 재현되고 있었다. 피 철철 흘러넘쳤던 절두산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란다. 어색하지만 신구가 공존하는 망리단길, 대형할인매장과 공생협약을 맺고 새롭게 변화하려고 애쓰는 망원 전통시장에서 우리가 가야 할 미래를 살포시 점쳐 봤다. 황미선 책마루독서교육연구회 연구원
  • [뉴스 분석] 檢도 ‘중대담합’ 수사… 소비자 피해 막는다

    [뉴스 분석] 檢도 ‘중대담합’ 수사… 소비자 피해 막는다

    공정위 고발 없어도 담합기업 기소 檢, 사회적 비난 큰 사건 우선 수사 ‘리니언시’는 검찰·공정위 공동 운영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1980년 공정거래법이 만들어진 뒤 38년간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했던 전속고발권을 사실상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검찰은 가격 담합과 공급 제한(생산량 조절), 시장 분할, 입찰 담합 등 중대한 담합(경성담합)에 대해 공정위 고발 없이도 수사해 기소할 수 있다. 또 공정위 외에 누구든 검찰에 4대 담합 행위를 고발할 수 있다. 경성담합은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고 이로 인해 소비자는 더 비싼 값을 주고 제품과 서비스를 사야 하는 피해를 보기 때문에 검찰 수사로 형사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담합 적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자진신고 감면제’(리니언시)도 공정위와 검찰이 사실상 공동 운영하기로 했다. 공정위로서는 손에 쥔 가장 강력한 권한이었던 전속고발권과 리니언시를 모두 검찰과 공유하게 된 셈이다. 그동안 재계와의 유착 의혹으로 솜방망이 처벌 등 공정위의 대기업 봐주기 논란이 계속됐던 점이 이번 조치의 배경이어서 ‘자승자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이유로 “공정하지 않은 공정거래 감시를 전속고발권 폐지로 해결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건 바 있다. 민주당과 정부는 21일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방안’ 관련 당정 협의를 열어 전속고발제 폐지를 결정했다. 법무부와 공정위는 리니언시 접수창구는 기존과 같이 공정위로 단일화하되 공정위가 관련 정보를 검찰에 실시간 넘기기로 했다. 신고 시 공정위가 먼저 조사하지만 국민경제에 심대한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거나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사건은 검찰이 우선 수사한다. 법무부는 리니언시의 경우 기본적으로 1순위 자진신고자는 형벌을 면제하고 2순위는 임의적으로 감경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확히 규정할 방침이다. 현재 공정위가 1순위에 대해 시정조치와 과징금을 면제하고 2순위 신고자는 50% 감면해 주는 것과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달 말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입법예고할 때 구체적인 감경 기준을 발표한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불공정한 공정위’ 결국 전속고발제 폐지로…재계 “검찰 이중조사 우려”

    ‘불공정한 공정위’ 결국 전속고발제 폐지로…재계 “검찰 이중조사 우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1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제 폐지를 결정한 데는 그동안 제기돼온 공정위와 대기업의 유착 의혹으로 솜방망이 처벌 등 대기업 봐주기 논란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는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인데 고발권 독점으로 일반 국민과 소비자 권리 보호에 미흡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전속고발제 폐지를 내걸은 것도 같은 이유였다.특히 최근 검찰 수사에서 공정위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퇴직 간부 18명을 고액 연봉을 주고 채용하도록 16개 민간기업을 압박한 혐의가 드러난 것이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전날 퇴직자 재취업 비리와 관련해 조직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공정위는 시장경제에서 경쟁과 공정의 원리를 구현해야 하는 기관임에도 법 집행 권한을 독점해왔고 그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점이 이번 사태의 근본 이유”라면서 “전속고발제를 부분 폐지하고, 공정거래법 집행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분산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와 법무부가 가격·입찰담합과 생산량 조절, 시장 분할 등 중대한 담합(경성담합)에 대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재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앞으로는 공정위 뿐만 아니라 검찰 수사까지 이중 조사를 받게 돼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기업하시는 분들의 걱정과 우려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면서 “경성담합 외의 기업 활동에 대해서는 전속고발제도를 현행처럼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김 위원장은 “공정위와 검찰은 이러한 문제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와 검찰이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제도)를 사실상 공동 운영하기로 한 것에 대해 담합에 가담한 기업의 자진신고가 줄어들어 경쟁당국의 담합 억제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는 담합 행위를 자진신고하면 검찰 수사를 받을 수 있는데 검찰이 담합 외 다른 불법행위까지 수사를 확대할 것이 우려돼서다. 이에 법무부는 기본적으로 1순위 자진신고자에 대해서는 형벌을 면제하고 2순위는 임의적으로 감경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공정위가 1순위 신고자에 대해서는 시정조치와 과징금을 전액 면제하고 2순위 신고자는 50% 감면해주고 있는 것과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을 입법할 때 구체적인 감경 기준을 마련해 발표하기로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별건 수사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는 혐의에 대해 수사가 번져 나가는 것은 검찰이 수사할 때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다 받아서 하기 때문에 법원에서 적절히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검찰도 가격담합 수사 가능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검찰도 가격담합 수사 가능

    ‘경제 검찰’ 공정거래위원회가 갖고 있던 전속고발권이 부분 폐지된다. 가격·입찰담합과 생산량 조절, 시장 분할 등 중대한 담합(경성담합)에 대해서는 앞으로 검찰이 공정위의 고발 없이도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담합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제도) 관련 정보도 공정위가 검찰과 실시간 공유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먼저 조사하지만 국민 경제에 심대한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거나 국민적 관심,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사건 등은 검찰이 우선 수사하기로 했다. 사실상 리니언시를 공정위와 검찰과 함께 운영하는 셈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 관련 합의문’에 서명했다. 전속고발제는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 없이는 검찰이 기소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소송 남발로 기업 활동 위축을 막기 위해 불법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우선 행정조치를 통해 시정하고, 중대한 위반행위에 한해서 공정위가 고발하면 검찰이 수사하는 방식이다. 공정위와 법무부는 전속고발권 유지 문제를 오랜 기간 다퉈왔지만 두 기관이 명시적으로 합의안을 마련한 것은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여러 행위 유형 중 위법성이 중대하고 명백한 경성담합에 한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면서 “판매가격 공동 인상, 공급량 제한·축소, 입찰담합 등 소비자의 이익을 크게 해치고 재정 낭비를 초래하는 반사회적 행위인 경성담합에 엄정한 처벌이 필요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리니언시는 접수 창구는 기존 공정위 창구로 단일화 하되 관련 정보를 검찰과 실시간 공유한다. 검찰 수사를 위해 공정위가 자진신고 정보를 포함한 행정조사 자료를 제공하고, 검찰은 공정위 행정 처분을 위해 수사 자료를 제공한다. 일반적인 자진신고 사건은 공정위가 우선 조사하고 13개월 안에 조사를 마친 뒤 관련 자료 등을 검찰에 송부하는 방식이다. 재계 등 일각에서는 전속고발제 폐지에 대해 기업 활동과 시장의 자율성 위축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자진신고가 위축돼 은밀하게 진행되는 담합 행위를 적발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 장관은 “이를 감안해 자진신고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신고에 대해서는 과징금 등 행정처분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도 감면하기로 하는 등 형벌 감면 기준을 명확히 해 자진신고자 보호 및 예측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자진신고가 더욱 활성화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자진신고를 한 회사의 소속 임직원에 대해서도 조사·수사에 성실히 협조하는 경우 형사면책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법정화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같은 날 공정거래법 개편 관련 당정 협의를 열고 전속고발제 폐지와 함께 담합 등에 매기는 과징금의 최고 한도를 2배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당정은 또 공정거래법 집행에 경쟁원리를 도입한다는 취지로 집행 권한을 검찰, 법원 등으로 분산하고 집행수단을 다원화하기로 했다. 공적 집행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민사적 구제수단도 강화한다.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위법행위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당정은 대기업집단 정책 개선안도 마련했다.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 사익 편취 행위의 규제 대상이 되는 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현행 상장 30%, 비상장 20% 이상에서 상장·비상장 모두 20% 이상으로 일원화했다. 이들 기업이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재벌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수단으로 활용되는 순환출자 규제도 강화할 방침이다. 당정은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해 벤처지주회사 활성화 방안도 내놨다. 벤처지주회사 설립 자산총액 요건을 현행 5000억원에서 200억∼300억원 수준으로 대폭 완화하고, 벤처기업 외 연구개발(R&D)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도 벤처자회사에 포함하기로 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BMW 운행중지명령] 정부, 결함은폐 의혹 처벌 논의 본격화… 연말께 수위 결정

    ‘늑장 리콜’ 징벌적 손배제 강화 방안 추진 여야도 한목소리… 임시국회 처리 가능성 정부가 14일 리콜 대상 BMW 차량에 대한 운행중지명령을 내리면서 결함 은폐 의혹 등에 대한 처벌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화재 원인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BMW 측에 법적·행정적 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김경욱 교통물류실장은 이날 “BMW에 대한 조치는 크게 봐서 행정적인 조치와 형벌적인 조치가 있을 수 있다”며 “(화재 원인) 조사가 완료된 이후에 여러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통상 1년이 걸리는 화재 원인 규명을 연내 완료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르면 올해 말부터 처벌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BMW 측의 결함 은폐와 늑장 리콜 등의 여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 제작자가 결함을 은폐·축소하거나 거짓 공개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실장은 “(각종 의혹에 대한 조치는) 화재 원인 조사 과정에서 저희가 내려야 될 사항”이라며 “이미 소비자들이 직접 (BMW를) 고발해 경찰 조사가 병행해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기술적인 사항들은 (경찰 측과) 충분히 공유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김 실장은 “다른 제조사 차량에도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데 추가적인 조사를 해서 필요하다면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 등 리콜제 개선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처럼 강력한 징벌적 손배제가 없어 제작사가 리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있다”며 “제작사의 리콜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를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도 징벌적 손배제 강화 논의에 긍정적인 만큼 이르면 이달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 처리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법이 개정되더라도 BMW에 소급 적용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 남는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채팅으로 만난 여성 술 먹여 집단성폭행한 20대 5명 2심에서도 중형

    채팅으로 만난 여성 술 먹여 집단성폭행한 20대 5명 2심에서도 중형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여성에게 술을 먹여 집으로 데려가 차례로 성폭행하고 휴대전화로 촬영한 20대 5명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들의 왜곡된 성 관념을 고치려고 엄중한 형벌이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 신동헌)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준강간·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A(26)씨, B(25)씨, C(26)·D(26)·E(26)씨에게 각각 징역 8년, 징역 7년,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 5명에게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12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5년간 취업제한, 5년간 신상정보 공개도 명령했다. 항소심 선고 결과, D·E씨가 피해자와 합의해 징역 6년에서 징역 5년으로 감형됐고, 취업제한 명령이 추가된 것 외에는 1심 선고 결과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A씨는 지난해 5월 22일 밤 휴대전화 채팅으로 만난 20대 여성과 성관계한 뒤 친구 B씨, C씨와 함께 여성을 주점으로 데려가 술을 마시게 했다. 이들은 만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여성을 택시에 태워 여성의 원룸으로 데려가 친구 D씨, E씨도 불러 차례로 성폭행하고 A씨, B씨, D씨는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평소에도 휴대전화 채팅으로 통해 알게 된 여성들과 한방에서 성관계하며 이를 지켜보거나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등 문란한 성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심에서 징역 5∼8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5명은 범행 당시 피해 여성이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 수법을 볼 때 피고인들의 죄책이 무겁고 피해자는 극심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피고인들은 여성을 일시 쾌락의 대상으로만 보는 왜곡된 성 관념을 가져 이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엄중한 형벌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어금니 아빠 이영학 도피 도운 지인, 항소심도 징역 8개월

    어금니 아빠 이영학 도피 도운 지인, 항소심도 징역 8개월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인에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김우수)는 범인도피 등 혐의로 기소된 이영학의 지인 박모(37)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박씨는 앞서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원심에서는 범인도피죄를 부인하다가 2심에서는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원심의 양형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에서 선고한 형은 피고인의 죄책에 따른 적정한 형벌 범위 내에 있으므로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여중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한 뒤 살해한 이영학에게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이영학과 딸의 도피를 돕고, 도봉구 소재의 원룸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줘 수사를 피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평소 이영학에게 여러 차례 신세를 진 박씨가 이영학의 부탁을 받고 도피를 도왔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박씨는 이영학이 2011년과 2016년 교통사고를 위장해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도 공모해 930만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도 받고 있다. 박씨는 이영학과 함께 2심 재판을 받았지만 재판부는 이날 박씨에 대해서만 우선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영학과 보험사기를 공모한 친형에 대해서는 오는 23일 오후 3시, 딸 이양에 대해서는 같은날 오후 3시 10분에 선고할 예정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대법 양형위 “복면시위 가중처벌”… 5개월 뒤 문건대로 의결

    대법 양형위 “복면시위 가중처벌”… 5개월 뒤 문건대로 의결

    양형위, 전문가 반대에도 정무적 판단 결국 박근혜 정부 편 들어 양형기준 고쳐 ‘약식명령, 정식재판 청구 불이익’ 방안 가사법관 지역순환근무도 문건대로 돼법원행정처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사법 거래 의혹 관련 내부 문건에 나오는 계획 가운데 상당수가 실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복면 시위를 가중처벌하는 방안, 법률 소비자들이 약식명령을 정식 재판에 청구할 때 불이익을 주는 방안, 가정법원 전문법관에 대해 지역 순환 근무를 부활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1일 “문건이 실행됐다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중 다른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해당돼 범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2016년 4월 작성한 ‘공무집행방해 관련 최종 보고’ 대외비 문건에는 복면 시위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에 대한 의견이 실려 있다. 2015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민주노총이 주도한 민중총궐기대회를 비판하며 “(이슬람 테러조직인)IS와 같은 복면 시위를 못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법무부는 관련 입법을 추진했지만 난항을 겪었다. 이 문건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는 복면 시위를 양형 가중 인자에 포함하면 양형위의 중립성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제외하면 청와대·검찰과 법원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형위는 범죄 종류별 형량 기준을 설정하는 대법원 산하의 독립된 국가기관이지만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된 형량을 정하면서 정무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결국 양형위는 “정치적 대립이 첨예해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양형위 논의 과정을 부각해 대법원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자”고 결론 내렸다. 당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전문가들은 양형위에 참석해 양형기준을 고쳐 가중처벌하는 것은 사실상 대체입법이며, 삼권분립과 법치주의 원칙을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고법원 추진이 어렵게 되자 대법원이 차선책으로 계획한 상고심 제도 개선 방안도 실제 실행됐다. 2015년 11월 작성한 ‘상고법원 추진 연착륙 방안´ 대외비 문건은 “약식명령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할 경우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내용은 2017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됐다. 약식명령은 벌금을 물릴 수 있는 비교적 가벼운 사건에 대해 정식 재판을 열지 않고 서류만 검토해 형벌을 정한다. 검찰이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하고 법원이 약식명령을 내린다. 피고인은 이를 받아들이거나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데 과거에는 약식명령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했지만 현재는 법 개정으로 더 과하게 처벌할 수 있다. 당시 대한변협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냈다. 가정법원의 가사소년 전문법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드러난 부분도 있다. 사법지원실이 2016년 4월 작성한 ‘가정법원 관련 검토’ 대외비 문건에는 전문법관에 대해 ‘법원장의 조치에 순응하지 않는다. 지방 근무를 면제해 주는 것이 타당한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돼 있다. 실제로 이듬해 인사부터 가사전문법관의 지방 순환근무가 부활됐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어금니 아빠’ 이영학, 2심도 사형 구형…“딸은 용서해달라”

    ‘어금니 아빠’ 이영학, 2심도 사형 구형…“딸은 용서해달라”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36)에게 검찰이 2심 재판에서 또 사형을 구형했다. 이영학 측은 “사형 선고는 공권력의 복수”라며 유기징역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19일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김우수) 심리로 열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등 혐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개선의 여지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1심 재판부는 검찰 구형과 같이 사형을 선고했고, 이씨는 “사형은 부당하다”며 선고 하루 만에 항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이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아내가 받아줬던 변태적 성욕이 해소되지 않자 피해자를 희생양 삼아 참혹한 범행을 저지른 것은 변명하기 어려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처음부터 피해자를 살해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 “살해 이후 시신 은닉 과정에서도 고인을 모욕하는 행위라거나 시신에 변형을 가하는 등의 행위는 안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이 사회 규범을 무시하고 자기 이익을 위해 법질서를 완전히 무시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교정 가능성과 개선의 여지가 있는 만큼 생명 자체를 박탈하는 사형은 정당화가 안 된다”고 감형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딸 친구인 어린 여중생을 상대로 잔혹한 범행을 저지르고, 딸까지 끌어들여 많은 사람의 공분을 산 점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그런 공분이 크다고 해서 그만큼 되받아치는 건 형벌이 아니다. 그건 공권력의 복수”라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이씨는 “약하고 여린 학생을 잔인하게 해하고도 마지막까지 역겨운 쓰레기가 아닌 피해자로 거짓 치장하려 해서 죄송하다”며 “사형수로 반성하며 주어진 삶을 성실히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씨의 범행을 도운 딸에 대해서도 1심처럼 장기 7년에 단기 4년형을 구형했다. 이씨는 “아비가 만든 지옥과 구렁텅이에서 살게 됐다”며 “모두 제 잘못이니 딸은 부디 용서해달라”고 말했다. 이씨 딸은 “피해자 부모와 피해자에게 너무 죄송하다. 앞으로는 이런 실수나 행동을 하지 않고 살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씨와 딸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다음 달 23일에 열린다. 이혜리 기자 lee@seoul.co.kr
  • 더위에 지칠 때 해변보다 쿨한 책장 속 피서지

    더위에 지칠 때 해변보다 쿨한 책장 속 피서지

    출판계에서는 여름이 ‘소설 읽기 좋은 계절’로 꼽힙니다. 햇빛은 뜨겁고 습도는 높고 불쾌지수 역시 만만치 않으니 바깥보다는 역시 실내에서 쉬는 게 편하죠. 이럴 때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오락거리는 책이 아닐까요. 모름지기 후텁지근한 여름철엔 생각지 못한 상상의 세계를 유영하거나 범죄의 실마리를 푸는 재미가 있는 장르문학이 제격입니다. 국내에서 추리소설과 SF소설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 8명에게 평소 흥미롭게 읽었던 작품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독특한 상상력과 기막힌 반전을 담은 소설집 ‘회색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등으로 지난해 화제를 모은 김동식(가나다순) 작가, 지난해 SF소설 ‘에셔의 손’으로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받은 김백상 작가, 2015년 창간된 장르문학 전문잡지 ‘미스테리아’의 김용언 편집장, 다양한 장르문학을 소개하는 출판사 북스피어의 김홍민 대표, 미스터리 전문 웹사이트 ‘하우미스터리닷컴’(www.howmystery.com) 운영자 윤영천씨,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 다수의 단편을 공개해 많은 호평을 받은 SF계의 떠오르는 신인 이산화 작가, 2009년 문을 연 국내 유일의 SF&판타지도서관의 전홍식 관장, 출판사 동아시아의 과학문학 브랜드 ‘허블’의 조유나 팀장 등 8명이 고른 책 8권은 소재와 주제 모두 각양각색입니다. 다음 페이지를 빨리 넘겨 보고 싶을 정도로 푹 빠질 수 있는 책을 만나 새로운 쾌감을 맛보시길 기원합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영화보다 재미있게 시간 ‘순삭’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현대문학)나는 평생 읽은 책이 10권도 안 된다. 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도 책을 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 환경이었기 때문에 책에 대한 편견이 강했다. 보면 잠 오는 것, 똑똑한 사람들만 보는 것. 그런 나의 편견을 깨 준 책이 바로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다. 책이 영화보다 더 재미있을 줄이야. 내 인생에서 책을, 그것도 앉은 자리에서 꼼짝도 안 하고 끝까지 보는 일이 생길 줄이야. 감상은 세 개로 끝낸다. 흡입력, 인간 본성, 반전. 김동식 작가6개의 추리 6명의 범인 당신의 선택 앤서니 버클리의 ‘독 초콜릿 사건’(엘릭시르)독이 든 초콜릿을 먹고 누군가 죽는다. 모호한 사건에 고민하던 경감은 ‘범죄 연구회’에 비공식적으로 사건을 의뢰하는데…. 변호사, 극작가, 추리소설가, 소설가, 범죄 애호가 그리고 범죄 연구회 회장은 사건을 조사한 후 저마다의 추리 쇼를 펼친다. 여섯 개의 추리가 가리킨 여섯 명의 범인. 놀랍게도 작가는 이 모두를 아우른 정답을 하나 더 준비해 놓고 독자에게 묻는다. “어떤 게 마음에 들어?” 윤영천 하우미스터리닷컴 운영자지구 말고 어떤 별로 가서 살까 듀나·김보영·배명훈·장강명의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한겨레출판사)휴가철엔 이 지긋지긋한 지구를 좀 떠나 보자.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는 한국 SF작가 네 사람이 각자 태양계의 천체 하나씩을 골라 배경으로 쓴 단편 모음이다. 전부 시스템에 맞서는 개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금성에선 기업, 화성에선 정부, 토성의 위성 타이탄으로 향하는 우주선 안에선 편견,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에선 ‘아버지’와 싸운다. 과연 SF의 매력은 미래를 무기로 한 현실과의 투쟁이다. 이산화 작가올 여름휴가 외계 우주선 타고 떠나요 아서 클라크의 ‘라마와의 랑데부’(아작)올여름 조금 색다른 피서를 떠나 보자. 태양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외계 우주선 내부 탐사. ‘라마’라고 명명된 이 인공구조물은 길이 50㎞에 반지름 20㎞인 원기둥 모양이다. 이미 다녀온 여행자로서 살짝 귀띔하자면 지구 표면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경이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 세계를 구축한 라마인(人)에 대해 상상하다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회귀하게 된다. 한여름 더위를 잊게 만들기 충분한, 짜릿한 랑데부다. 김백상 작가고서 펼치자 튀어 나오는 기이한 세상 아시베 다쿠의 ‘기담을 파는 가게’(현대문학)나는 헌책방 ‘덕후’다. 요즘 헌책방이라고 하면 체인화되어 어떤 책이든 검색되는 대형 헌책방들을 많이 떠올릴 텐데 그런 헌책방 말고 그야말로 예전 청계천에 늘어서 있던, 도무지 무슨 책이 있는지 하나하나 들여다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그런 헌책방을 찾아다니는 의미의 ‘덕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헌책방에 얽힌 기이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책 소개를 보면 읽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기담을 파는 가게’는 헌책방 서가에 잠들어 있던 고서를 펼쳐 본 후 갖가지 기이한 일과 맞닥뜨리게 되는 남자에 관한 소설이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정상인 듯 정상 아닌 삶의 동력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북스피어)나의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SF작가는 김초엽이다. 김초엽 작가가 그랬다. ‘어둠의 속도’ 참 좋다고. 인간에게 장애라 불리는 것들이 모두 치료 가능해진 근미래가 배경이다. 소설은 묻는다. ‘결핍’ 혹은 ‘비정상’이라고 정의되는 것들은 반드시 이겨 내거나 벗어나야 할 대상인가. 누군가의 ‘정상’을 모두에게 강요할 수 있는가. 여기에 이 소설의 멋짐이 있다. 고통으로 보이는 것이 어떤 이에겐 삶의 동력일 수 있으니까. 여름밤은 길어서 타자를 상상하기에 딱 좋은 시간, 그래서 이 소설을 추천한다. 조유나 허블 팀장사소함 품은 거대한 비극 서늘한 비애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의 ‘저체온증’(엘릭시르)우울증에 걸렸던 여인의 자살, 몇십년 전에 실종된 젊은 대학생…. 경찰이 더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듯한 상황에서, 형사 에를렌뒤르는 개인적인 수사를 시작한다. ‘저체온증’은 이처럼 범죄로 보이지도 않았던 ‘사소한’ 사건들에서 출발해, 뜻하지 않은 거대한 비극 앞에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지극히 아름답게 탐구한다. 제목 그대로 ‘저체온증’에 걸린 것처럼 내내 서늘한 비애에 잠겨 단숨에 읽어 내려가게 된다. 김용언 미스테리아 편집장미래 추방 형벌일까 기회일까 로버트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시공사)“겨울이 되면 피트는 여름으로 가는 문을 찾는다.” 로버트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은 한 청년과 고양이에 관한 사랑스러운 이야기다. 친구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잃고 30년 뒤 미래로 추방된 주인공이 새로운 운명을 펼쳐 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엮어 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주인공이 좌절하지 않고 ‘주변의 도움도 함께 받아’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고, 수수께끼가 풀려나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희망은 남아 있다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이 포근하게 전해진다.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아사하라 사형’ 日은 야만국?…다시 불붙은 세계 사형제 존폐 논란

    ‘아사하라 사형’ 日은 야만국?…다시 불붙은 세계 사형제 존폐 논란

    “일본은 여전히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도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하는 국가입니다. 이는 국제법과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범죄를 저질렀으면 죗값을 치러야 하는 게 맞지만, 사형이 그 해결책일 수는 없습니다. 문명사회의 징표는 모든 개인의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에 있으며, 사형 제도는 인권을 궁극적으로 부정하는 행위입니다.”일본 법무성이 지난 6일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본명 마쓰모토 지즈오)에 대한 사형을 집행하자 세계 인권단체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가 지난 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보냈던 탄원서 내용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사하라는 1995년 3월 신자들을 동원해 도쿄 지하철 5개 차량에서 출근길 승객에게 맹독성 사린가스를 뿌려 13명을 죽이고 6200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아 기소됐다. 변호인은 그가 “정신이상자라 소송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2006년 9월 최고재판소(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이날 아사하라를 비롯한 옴진리교 간부 7명이 사형됐다. 국제사면위원회의 탄원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결국 아사하라가 범죄를 저지른 지 23년 만에 사형을 강행했다. 이는 내년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와 새 연호 제정을 앞둔 상황에서 새 일왕(나루히토 황태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집행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형 폐지국가 106개국에 달해 하지만 아사하라의 사형은 국제 사회에 사형제 존폐 논란을 다시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 법정 최고형인 사형제도가 흉악범죄를 예방하는 기능을 하는지,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사형을 하는 것이 정당한 형벌인지에 대한 논쟁도 여전하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사형 집행 국가는 1998년 37개국에서 지난해 23개국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사형제 폐지를 법제화한 국가는 70개국에서 106개국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가장 많은 사형을 집행한 국가는 중국(1000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어 이란(507명), 사우디아라비아(146명), 이라크(125명), 파키스탄(60명) 순이다. 철저히 베일에 싸인 북한과 베트남의 경우 자료가 없고, 유럽연합(EU) 국가들과 러시아에서는 공식적으로 사형 집행이 없었다. 특히 EU는 사형제 폐지가 회원국 가입의 전제 조건일 정도로 인권의 중요 척도로 삼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헌법 제66조에서 ‘누구든지 사형을 선고받지 않는다’고 명시했고, 독일도 기본법 102조에 ‘사형은 폐지된다’고 밝혔다. EU의 기본권 헌장 제2조는 ‘누구든지 사형언도를 받거나 사형집행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미국·일본, 사형제만큼은 인권 예외 대표적인 사형제 존치 국가인 일본은 아베 총리 집권 후 보수 우경화된 분위기 속에서 국민 여론로 엄벌주의로 흘렀다. 그 결과 2016년 3명, 지난해 4명에 대한 사형 집행이 이뤄졌다. 미국도 세계 8위의 사형집행국으로 꼽힌다. 지난해만 23명이 사형당했다. 미 연방정부는 1972년 사형제도를 폐지했다 1976년 재도입했다. 현재 31개 주에서 사형제도가 유지되고 있으며 19개주와 워싱턴 DC에서는 사형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1년 사형제를 폐지했던 일리노이주의 브루스 라우너 주지사가 지난 5월 “총기 난사범과 경찰 대상 총격범 등 극단적 범죄자들은 삶을 영위할 자격이 없다”며 사형제 부활을 추진하자 미국 전역이 다시 뜨거운 찬반 논쟁을 벌이게 됐다. 라우너 주지사는 ‘어떤 의심도 없이 혐의를 명확히 입증할 수 있을 때’에 한해 사형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미국 사형정보센터(DPIC)의 로버트 던햄 사무총장 등 반대론자들은 “일리노이주에서 경찰의 강압에 의해 용의자가 허위 자백을 하거나 목격자가 증언을 철회한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사법 당국의 부정행위에 의한 사형 집행이 남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한국, 실질적 사형폐지국이지만 국민 법감정은 달라 한국은 법률상 사형제 존치국가다. 국제 교정시설에 수감된 사형수도 61명(군인 4명 포함)에 달한다. 그럼에도 국제사회는 한국을 실질적인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한다.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 30일 사형수 23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그 후 21년 동안 사형수에 대한 형이 집행된 적은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는 12월 12일 ‘세계 인권의 날’에 맞춰 사형 집행을 중단하기 위한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사형 집행 중단을 선언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인권위는 선언 이후 국제규약 가입과 법 개정 등을 통해 ‘사형제 완전 폐지’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9월 한 일간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66.1%가 사형제도 폐지에 반대 의사를 표명할 정도로 우리 국민의 법감정은 여전히 사형제 존치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딸의 친구인 여중생을 살해한 이영학(36)이 지난 2월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자 네티즌들은 “제발 선고만 하지 말고 집행을 하라”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1999년 15대 국회를 시작으로 매번 국회에서 사형제 폐지를 위한 형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한 번도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이유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이라크 법원, IS 가담 영국인 13명 사형…재판 10분 뒤 즉결 처형

    이라크 법원, IS 가담 영국인 13명 사형…재판 10분 뒤 즉결 처형

    이라크 법원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한 영국인 13명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형을 집행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하이데르 알 아바디 이라크 총리가 이라크인 인질 8명을 살해한 IS 대원들을 즉시 처형하라고 명령한 뒤 이라크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 13명을 사형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이라크 최고사법평의회 대변인 압둘 사타르 알 비르크다르 판사는 영국 여권을 소지한 수많은 사람이 전장에서 체포된 뒤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판사는 바그다드 중앙형사법원에서 IS와 관련한 사건 수백 건을 조사하고 많은 사람에게 사형을 선고한 인물로 알려졌다. 알 비르크다르 판사는 영국 여권을 소지한 일부 전투원은 이미 사형 집행을 받았지만 더 많은 사건에 대한 형 집행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이라크 교도소에 IS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영국인들이 구금돼 있다는 최초의 공식 확인이라고 데일리메일은 밝혔다. 하지만 영국 외무부는 언급된 사건들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라크와 시리아에는 영국인 약 850명이 IS를 위해 싸우기 위해 넘어갔으며 이라크에는 여전히 수백 명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메일은 이라크에서 IS를 위해 싸운 혐의로 억류돼 있는 영국 시민 최소 1명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당국자들은 지난해 재판에 직면한 그를 영국 공군의 제트기를 통해 영국으로 데려올 수 있는지를 알아봤지만, 장관들은 이 계획을 중단했다. 이라크에 얼마나 많은 영국인이 구금돼 있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시리아 교도소에는 악명 높은 ‘비틀스’ 갱단 2명을 포함해 3명이 갇혀 있다. 데일리메일은 터키인 1명을 포함해 IS 가담자 9명이 재판을 받기 위해 경비가 삼엄한 바그다드 중앙형사법원의 접근권을 부여받았다고 밝혔다. 일부 재판은 10분보다 짧았다. 15분간 이어진 한 사건의 재판에서는 모하메드 유시프라는 남성이 IS 가담 혐의를 받았다. 그는 내 자백은 강제로 이뤄졌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알 비르크다르 판사는 데일리메일에 “이들이 저지른 야만적이고 잔인한 범죄로 사람들이 냉혹하게 살해됐다. 그들은 최고 형벌을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또 “영국에서는 테러리스트 1명을 여생 동안 감옥에 가두는 데 사용할 돈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 그들을 처형하는 대신 감옥에 가둬두면 도망칠 수 있다”면서 “그들이 탈옥한다면 이라크뿐만 아니라 영국을 포함한 유럽 전체를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이유로 테러리스트들은 여기서 제거돼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이라크 법원은 약 100명의 외국인 여성을 포함해 300여 명에게 IS에 가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했다고 한 사법부 소식통은 전했다. 이라크 당국은 대테러 법안에 따라 실제로 공격을 실행하지 않았더라도 IS 세력을 돕거나 테러 행위에 가담한 혐의가 있는 경우 최고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진=데일리메일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조선 최대 필화사건 일으킨 소설 ‘설공찬전’ 쓴 채수의 정자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조선 최대 필화사건 일으킨 소설 ‘설공찬전’ 쓴 채수의 정자

    속리산에서 흘러내린 이안천이 내려다보이는 경북 상주의 기장리 언덕에는 쾌재정(快哉亭)이 있다. 조선 초기 문장가 나재(懶齋) 채수(蔡壽·1449~1515)가 벼슬길에서 물러난 뒤 부인 안동 권씨 고향에 정착해 지은 정자다. 상주와 점촌을 잇는 경북선 철도가 시내를 건너고 있어 급할 것 없이 달려가는 무궁화호 열차를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채수라면 ‘설공찬전’(薛公瓚傳)이라는 소설을 써서 조선 최대의 필화 사건을 일으킨 인물이다. 쾌재정은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자주 찾았다는 중국 쉬저우(徐州)의 정자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채수와 쾌재정에 얽힌 이야기는 문장과 글씨에 두루 뛰어났던 남곤(1471∼1527)이 지은 나재 무덤 앞 신도비 비문에 보인다.‘병인년(1506년) 반정 때 공이 공신의 맹약에 참여해 관례에 따라 가정대부로 승진하고 인천군에 봉해졌다. 그런데 동료 벼슬아치들이 거의 다 세상을 떠나고 주변에 없는 것을 보고 탄식하여, 이내 가족을 데리고 남쪽으로 돌아가 아무런 욕심 없이 스스로 즐기며 살았다. 사는 집 남쪽에 뚝 끊긴 산봉우리가 흐르는 물가에 자리잡았는데, 그곳에 작은 정자를 지은 다음 편액을 쾌재(快哉)로 붙여 놓고 날마다 술을 마시고 시를 읊으면서 다시금 세상의 조그만 일도 마음에 두지 않은 채 여유롭게 노닐며 천수를 마쳤다’이렇듯 나재는 중종반정에 가담해 공신의 반열에 올랐지만 곧바로 낙향했다. 야사에는 여기에 얽힌 일화가 전한다. 반정을 주도한 박원종은 “오늘 일은 덕망 높은 선비로 무게 있는 인물이 없어서는 안 될 터이므로 채수를 청해 오라”고 했다. 누군가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자 박원종은 “오지 않으면 목이라도 취해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채수의 사위 김감은 위협을 감지해 부인으로 하여금 장인을 만취토록 하여 대궐문 앞에 데려갔고, 나재는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거사에 이름을 올렸다. 나재는 쾌재정에서 글을 쓰곤 했다. ‘늙은 내 나이 예순일곱인데, 지난 일 생각하니 아득히 멀구나’로 시작하는 한시 ‘쾌재정’도 그렇게 태어났다. 나재가 역사에 깊은 흔적을 남긴 것도 쾌재정에서 지은 소설 ‘설공찬전’ 때문이다. 귀신이 주인공인 이 작품은 죽은 이의 혼령이 현실 세계에 나타나 저승 세계의 소식을 전한다는 이야기다.하지만 ‘설공찬전’은 한동안 제목만 남아 있는 소설이었다. 조정의 공론으로 ‘설공찬전’을 모두 거두어 불살랐기 때문이다. 1511년(중종 4년) 사헌부는 “‘설공찬전’은 화복(禍福)이 윤회(輪廻)한다는 논설로, 매우 요망한 것인데 안팎이 현혹되어 문자로 옮기거나 언어(諺語)로 번역하여 전파함으로써 민중을 미혹시킨다”며 채수를 탄핵했다. ‘언어’는 곧 한글이니 그만큼 인기가 높았다는 뜻이다. 사헌부는 ‘정도(正道)를 어지럽히고 인민을 선동한 율(律)’을 들어 채수를 교수(絞首)에 처해야 한다고 주청했다. 그런데 훗날 영의정을 지낸 만보당 김수동(1457~1512)의 변호가 흥미롭다. 그는 “형벌과 상은 중용을 지키도록 힘써야 한다”면서 “이 사람을 죽여야 한다면 ‘태평광기’나 ‘전등신화’를 지은 자들도 모조리 베어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태평광기’는 송나라 태종의 명으로 정통 역사책에 실리지 않은 기록과 소설을 500권에 모은 중국 역대 설화집이다. ‘전등신화’는 명나라 구우의 소설로 조선에서도 필독서가 됐다. 매월당 김시습이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금오신화’를 쓴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죄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죽이는 것은 지나치다’는 중종의 뜻에 따라 채수는 파직에 그쳤다.‘설공찬전’이 정치적 탄압을 받은 결정적 이유는 다음과 같은 내용 때문일 것이다. 설공찬이 전하는 저승 소식의 일부다. ‘이승에서 비명에 죽었어도 임금에게 충성하여 간하다가 죽은 사람이면 저승에서도 좋은 벼슬을 하고, 비록 여기서 임금을 했더라도 주전충 같은 반역자는 다 지옥에 들어가 있었다.’ 주전충(852~912)은 ‘황소의 난’이 일어났을 때 잔당을 평정해 실력자로 떠오른 뒤 당나라를 멸망시키고 양나라를 세운 인물이다. 중종 임금부터가 가습이 뜨끔했을 것이다. ‘설공찬전’이 다시 햇빛을 본 과정은 이렇다. 국사편찬위원회는 1996년 이복규 서경대 교수에게 이문건(1494~1567)이 지은 ‘묵재일기’의 내용을 살피고, 뒷장에 적힌 한글 기록도 검토해 달라고 의뢰한다. 이 교수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일부가 그동안 사라진 줄 알았던 ‘설공찬전’, 그것도 한글본이었기 때문이다. “언어(諺語)로 번역하여 전파함으로써 민중을 미혹시킨다”는 사헌부의 탄핵 내용 그대로였다. ‘셜공찬이’라는 한글 제목 아래 3472자가 남아 있었다. 필사를 도중에 중단해 전체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이렇게 ‘설공찬전’은 허균의 ‘홍길동전’을 제치고 한글로 적힌 최초의 소설이 됐다. 쾌재정은 중부내륙고속도로 북상주 나들목에서 멀지 않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3번 국도를 타고 문경 방향으로 북상하다 이안교차로에서 왼쪽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을 수 없으니 ‘상주시 이안면 가장리 230-1’이라는 주소를 이용해 찾아가는 것을 권한다. 지금의 쾌재정은 18세기 중반 중건한 건물이다. 벌판 가운데 솟은 봉우리에 있으니 거칠 것 없는 시야를 자랑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무와 풀에 둘러싸여 주변 풍광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이안천 건너에서 바라봐도 지붕의 모습만 어렴픗하다. 채수의 무덤은 쾌재정 남쪽의 공검면 율곡리에 있다. 포털사이트 지도에서 ‘나재채수신도비’를 치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율곡리 길가에는 최근 것으로 보이는 신도비도 있다. 옛 신도비가 풍우에 시달려 비문을 읽을 수 없게 되자 1996년 후손들이 다시 세웠다고 한다. ‘셜공찬이’의 발굴이 계기가 됐음을 짐작케 한다. 북쪽 야산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면 옛 신도비의 비각이 보인다. 비석은 당당한 모습이다. 상주에 남은 신도비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한다. 인상적인 것은 신도비의 받침돌이다. 대개 거북이 모양인데, 독특하게도 사자다. 커다란 비석을 등에 이고 있는 사자의 모습은 귀엽기만 하다. 조금 더 올라가면 무덤이다. 채수의 위패를 모신 임호서원은 무덤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 너머 동쪽에 있다. 역시 ‘상주시 합창읍 신흥리 377’이라는 주소로 찾아가는 것이 좋다. 서원은 1693년 함창 서쪽 10리 입암산 아래 검암서원으로 출발했다. 1871년 대원군이 훼철한 것을 1988년 지금 자리에 다시 세웠다. 간소한 데다 연륜도 짧은 만큼 서원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기는 어렵다. 사당에는 경현사(景賢祠)라는 편액이 붙었다. ‘설공찬전’의 배경은 전북 순창이다. 학계는 나재가 순창 설씨 족보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과 허구의 인물을 섞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설공찬의 증조할아버지로 나오는 설위는 대사성을 지낸 세종시대 실존 인물이다. 하지만 설공찬이라는 이름은 족보에서 찾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중종실록에는 채수에 대한 탄핵 과정에 검토관 황여헌의 “설공찬은 채수의 일가이니, 반드시 믿고 혹하여 지었을 것”이라는 발언이 실려 있다. 설공찬은 채수의 친척인 실존 인물이었고, 소설 또한 체험담에 근거했을 수 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순창군은 순창 설씨 집성촌이 있는 금과면에 ‘설공찬문학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글 사진 dcsuh@seoul.co.kr
  • 헌재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합헌…대체복무 마련해야”

    헌재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합헌…대체복무 마련해야”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8일 병역법 88조 1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법원이 낸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 대 4(위헌) 대 1(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병역법 88조 1항은 현역입영 또는 사회복무요원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기일부터 3일이 지나도 불응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같은 법 5조는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번 위헌 심판 사건은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에 따른 입영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헌재는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보면서도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법 조항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을 둘러싼 논란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현행법과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해석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헌재는 판단했다. 헌재는 “처벌조항은 병역 자원 확보와 병역 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형벌로 병역 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병역 종류 조항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과 그에 따른 입법부의 개선 입법 및 법원의 후속조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병역의 종류를 현역·예비역·보충역·병역준비역·전시근로역 등으로만 규정한 병역법 5조를 2019년 12월31일까지 개정하라고 판시했다. 개선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는 이 조항의 효력은 계속 유지된다. 기한까지 대체복무제가 반영되지 않으면 2020년 1월1일부터 효력이 상실된다.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은 이번이 네 번째다. 헌재는 2004년 8월과 10월, 2011년 8월 세 차례에 걸쳐 모두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해당 병역법 조항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속보] 헌재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조항은 합헌”

    [속보] 헌재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조항은 합헌”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8일 병역법 88조 1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법원이 낸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 대 4(위헌) 대 1(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병역법 88조 1항은 현역입영 또는 사회복무요원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기일부터 3일이 지나도 불응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다만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같은 법 5조는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번 위헌 심판 사건은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에 따른 입영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헌재는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보면서도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법조항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을 둘러싼 논란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현행법과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해석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헌재는 판단했다. 헌재는 “처벌조항은 병역자원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형벌로 병역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전제했다. 다만 헌재는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병역종류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그에 따른 입법부의 개선입법 및 법원의 후속조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병역의 종류를 현역·예비역·보충역·병역준비역·전시근로역 등으로만 규정한 병역법 5조를 2019년 12월31일까지 개정하라고 판시했다. 개선입법이 이뤄질 때까지는 이 조항의 효력은 계속 유지된다. 기한까지 대체복무제가 반영되지 않으면 2020년 1월1일부터 효력이 상실된다. 헌재는 2004년 8월과 10월, 2011년 8월 세 차례에 걸쳐 모두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해당 병역법 조항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기는 남미] 낙태 원했다고 감옥 간 여성, 18년 만에 사면된 사연

    [여기는 남미] 낙태 원했다고 감옥 간 여성, 18년 만에 사면된 사연

    낙태를 원했다는 이유로 징역을 살던 엘살바도르 여성이 특별사면됐다. 엘살바도르 여성단체들은 "부당하게 범법자로 몰리던 여성들의 승리"라며 사면을 환영했다. 25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정부는 낙태미수 혐의로 감옥살이를 하던 여성 로페스(40)를 사면했다. 엘살바도르 법무부 부장관은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약 60km 떨어진 교도소를 직접 찾아가 사면 소식을 전했다. 낙태를 엄금하고 있는 엘살사도르에서 낙태를 원했다는 이유로 로페스가 기소된 건 2000년. 22살에 원치 않은 임신을 한 로페스는 낙태를 하려다 발각돼 결국 아기를 낳아야 했다. 그런 그에게 사법부는 징역 2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결국은 아기를 낳은 여성에게 지나친 형벌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사법부는 관용이나 융통성을 보이지 않았다. 형량을 모두 채우고 만기출소를 기다릴 수밖에 없던 그에게 희망이 생긴 건 엘살바도르 사법부가 최근 낙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기 시작하면서다. 낙태 혐의를 뒤집어쓰고 지난해 8월부터 징역을 살던 한 여성이 최근 사면된 게 신호탄이었다. 여성은 집에서 아기를 낳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낙태미수 혐의로 기소돼 징역을 살았다. 병원을 가지 않은 건 낙태를 원했기 때문이라는 검찰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이 여성은 낙태 혐의를 뒤집어썼다. 낙태미수 혐의로 18년 징역을 산 로페스에게 사면 결정이 내려지자 여성단체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낙태 합법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여성이 이렇게 고통을 받는 건 마초주의, 가부장적 문화, 여성혐오 등이 원인"이라며 "로페스의 사면이 낙태허용으로 이어지는 일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로페스는 "복역하면서 제빵과 요리를 배워 사회에 적응할 준비를 했다"며 "상처를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검찰 지휘 덕분에 ‘원영이 사건’ 제대로 해결” “경찰이 발로 뛰어… 檢, 하나 마나 한 지시뿐”

    당시 수사 책임자들 온라인 설전 수사권 조정 논란 계속될 듯 2016년 경기 평택에서 일어난 ‘원영이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검사와 사건을 직접 담당했던 경찰관이 당시 경험을 토대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는 정부 수사권 조정안이 발표된 이후 더욱 격화된 양측의 갈등 국면에서 검사와 경찰관이 대리전을 벌인 꼴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수산나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지난 22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수사지휘 사례를 통해 본 검사 수사 지휘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원영이 사건’을 예로 들었다. ‘원영이 사건’은 친부와 계모가 7세 자녀를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사건으로, 대법원은 친부에게 징역 17년형, 계모에게 27년형을 각각 선고했다. 강 부장검사는 당시 수원지검 평택지청 소속으로 경찰 수사를 지휘했다. 강 부장검사는 “당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경찰에 피의자 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피의자들의 신용카드, 교통카드, 폐쇄회로(CC)TV 분석 등 수사 범위를 확대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치밀한 법리 검토로 학대 행위자인 계모와 방관자인 친부를 아동학대치사가 아닌 살인죄로 기소해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고 덧붙였다. 또 “검사의 수사지휘는 국민을 번거롭게 하는 제도가 아니라 법률가인 검사가 적법 절차에 따라 인권을 보호하고 적정한 형벌권을 행사하게 한 제도이므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사건 당시 수사 실무책임자였던 박덕순(당시 경기 평택경찰서 형사과장) 수원서부경찰서 형사과장이 경찰 내부망에 ‘강 검사님 그런 수사지휘는 필요치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반박 글을 올렸다. 박 과장은 “강 검사의 지휘 내용은 경찰이 이미 다 하고 있었던 것”이라면서 “금융정보 확인과 통신수사는 수사의 기본인데 겨우 그걸 지시하려고 바쁜 수사팀을 검찰청으로 오게 한 것인지 이해를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살인죄 적용과 관련해 “강 검사는 ‘경찰은 살인죄로 의율(법을 적용)하지 말고 아동학대치사죄로 의율하라’고 했지만, 변호사 자격을 가진 경찰관들이 법률을 검토해 살인죄로 송치했고, 결국 검찰도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로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수많은 경찰관이 발로 뛰어 해결한 사건을 사무실에 앉아 있던 현직 검사가 이렇게 사실을 호도할 수 있느냐”면서 “검찰 출신 변호사가 개입된 사건에서도 원영이 사건처럼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을 검찰이 법원에 신속하게 청구해 주면 보다 깨끗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의정부 보도블록 낙하 사건 범인은 초등학생…처벌 못해

    의정부 보도블록 낙하 사건 범인은 초등학생…처벌 못해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에서 보도블록이 떨어진 사건의 범인은 초등학교 저학년 A군으로 밝혀졌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지난 21일 오후 의정부의 한 아파트 고층에서 23㎝ 크기의 보도블록을 던진 용의자로 초등학교 저학년 A군을 특정해 조사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당시 낙하한 보도블록에 직접 사람이 맞지는 않았지만, 근처에 있던 B(8)군에게 파편이 튀어 무릎에 찰과상을 입었다. 경찰은 사건 당시 아파트 CCTV와 아파트 난간 높이 등을 분석해 같은 아파트에 사는 A군을 특정했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호기심에 그랬다”면서 “아파트 15층까지 올라간 뒤 비상계단을 타고 내려오다 문을 고정하기 위해 받쳐놓는 보도블록을 던졌다. 정확한 층수는 기억이 안 난다”면서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종 범죄로 검찰에 송치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의 경우, 형벌 대신 가정법원이 ‘보호자 감호위탁’에서 ‘소년원 송치’에 이르는 보호처분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A군처럼 10세 미만의 어린이는 보호처분을 포함, 어떤 처분도 내려지지 않는다. 소년법에 따라 A군의 구체적인 나이는 공개되지 않는다. 현재 부모들끼리 합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2월 사형제 집행 중단 선언 추진

    법무부 “법 개정 없인 변화 없어” 국가인권위원회가 오는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에 정부의 사형제 집행 중단 공식 선언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선언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심상돈 인권위 정책교육국장은 18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기념해 문 대통령의 사형제 중단(모라토리엄)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 국장은 “지난해 12월 인권위가 6년 만에 대통령에게 특별보고를 한 자리에서 나온 핵심 주제 중 하나가 사형제 폐지였다”면서 “당시 대통령도 폐지에 관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법무부와 실무 협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이후 2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다. 하지만 사형 집행 중단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적은 없다. 현재 국내 교정 시설에 수용된 미집행 사형수는 61명(군인 4명 포함)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사형제 폐지 관련 의견 수렴을 위해 오는 9월 토론회를 열고, 10월까지 6개월 동안 사형제 폐지 및 대체 형벌에 관한 실태조사를 할 계획이다. 10월 10일 ‘세계 사형 폐지의 날’에는 성명을 발표한다. 심 국장은 “지금까지 사형제 관련 실태조사가 단순히 찬반 의견을 물었다면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석방 없는 종신제 등 대안에 대한 찬반까지 물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형 폐지를 위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 가입도 검토할 계획”이라면서 “이 의정서에 가입하면 사형 제도를 공식적으로 폐지하는 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아직 논의를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사형제 폐지는 법률 개정 사안이기 때문에 법 개정이 뒤따르지 않으면 (선언을 한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법무부 입장은 현재 상태(사형 미집행)의 유지”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소방관 5세 딸 치어죽인 40대…2년 구형 뒤에서야 “사과”

    소방관 5세 딸 치어죽인 40대…2년 구형 뒤에서야 “사과”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교통사고를 내 소방관 부부의 5세 딸을 숨지게 하고도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던 40대가 결심공판에서 금고 2년을 구형받자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대전지법 형사4단독 이병삼 판사는 15일 오후 4시 20분 317호 법정에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45)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6일 오후 7시 10분쯤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B(5)양과 B양의 어머니를 치어 B양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B양의 어머니는 당시 교통사고로 꼬리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소방관인 B양의 어머니는 사고를 당한 뒤 정신을 차리자마자 딸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안타깝게도 딸은 끝내 숨지고 말았다. B양의 아버지도 소방관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그간 열린 재판에서 “피해자들을 보고 차량을 바로 멈췄다”고 주장했지만, 블랙박스 확인 결과 A씨가 몰던 차량이 바로 정지하지 않고 더 이동한 것으로 나와 거짓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차량 속도를 줄이면서 주민들이 가는 것을 확인해야 하는 주의의무가 있고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에서는 더 높은 주의의무가 요구된다”면서 “피해자는 어머니와 함께 횡단보도를 걷고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이 정상적으로 운행했다면 이들을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피고인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면 피고인의 과실이 매우 중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부모는 하루 아침에 5세의 어린 딸을 잃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부모는 아이가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아파트 주민인 피고인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합의해 주려고 했지만, 피고인 측에서 일방적으로 피해자의 어머니를 찾아와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합의만 요구할 뿐 진정한 반성과 사과는 없었다”면서 “오히려 피고인 측은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적반하장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과실 정도가 중하고, 이 사건으로 5세 여아가 숨졌으며 피고인이 유족에게 진지한 용서를 구하지 않아 피해자의 유족도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 “금고 2년을 선고해 달라”고 말했다. 금고형은 교도소에 수감하지만 노동을 시키지 않는 형벌이다. 피고인은 최후변론에서 “이 사건으로 (나도) 많이 힘들었다”면서 “진심으로 사과한다. 큰 죄를 평생 잊지 않고 반성하며 뉘우치고 살겠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8월 10일 오전 10시 대전지법에서 진행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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