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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계석] “북핵 특수·복잡성 美사회에 알리자”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 안보에서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한국이 부차적인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타자화(他者化)되고, 우리는 협상의 장에서 옵서버의 위치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미·대북 설득을 추진하고 한국 방위의 한국 주도를 통해 협상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은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세종연구소가 주최한 국가전략포럼에서 ‘북한의 전략과 한국의 대응’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정 위원은 “미국이 대북 강경 정책을 수정하지 않는 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는 상황의 발생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면서 “북한의 추가 핵 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대북 압박정책의 강화가 아니라 북한의 안보 불안감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한·미 공조를 모색하면서도 미국의 대북 추가 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면서 정부에 대해 현상유지적 대미·대북 정책에서 탈피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미·대북 설득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정 위원은 이어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과 관련,3가지를 주문했다. 첫째 미 행정부가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해결 로드맵을 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 둘째 한·미 의회 차원의 교류를 활성화하여 미 의회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공동으로 마련할 것, 셋째 한·미 전문가 차원의 학술 교류·협력에 대한 지원을 통해 미 전문가들이 북한 문제가 갖는 특수성과 복잡성을 미국사회에 정확하게 알리도록 할 것 등이다. 그는 또 “정부는 한국 방위의 한국 주도, 전시 작전통제권의 조기 환수를 통해 대북 협상력을 증대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북한이 핵·미사일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한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문화마당] 우리나라 공식국명은 대한민국이 아니다/허동현 경희대 한국사 교수

    한 세기 전 이 땅의 사람들은 일본제국의 신민(臣民)으로 전락하고 만 참담한 실패의 역사를 쓰고 말았다. 그때 우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나라의 국민이 되기를 열망하던 민족으로 머물 수밖에 없었다. 도둑처럼 예기치 않게 찾아온 해방의 감격도 잠시뿐 미국과 소련이 펼친 냉전의 덫에 걸려 민족은 남의 ‘국민’과 북의 ‘인민’으로 갈라서고 말았다. 냉전이 깨진 지 오랜 오늘, 통일은 해방처럼 어느 날 눈앞에 들이닥칠지 모를 일이다. 둘이 하나 되는 그날이 오면, 아니 지금도 왠지 ‘대한민국’이 풀뿌리 시민사회를 이룬 우리의 현재를 대표하는 국명으로 미흡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사실 대한민국은 1948년 제헌국회에서 모두가 흔쾌히 동의했던 새 나라의 국호는 아니었다. 당시 ‘고려공화국으로 하자.’, 아니 ‘조선공화국이 좋다.’는 등 의견이 분분했지만 ‘국명이 나쁘다고 독립이 잘 안 되는 게 아니니, 차차 국정이 정돈되고 나서 대다수의 결정에 의해 그때 법으로 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 이승만 대통령의 설득이 주효해 잠정적으로 대한민국을 국호를 삼았던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1919년 고종이 승하한지 두 달 뒤에 터진 거족적 독립운동인 3·1운동 이후 나라를 앗긴 황제의 존재는 기억의 저편 망각의 늪에 빠져버렸다.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웅변하듯, 그때 이미 우리는 왕정복고를 거부하고 공화국을 꿈꾸지 않았었나? 그렇기에 상하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은 대한제국에 대한 단절의식을 함축하는 반어적 국명이다. 역설적이게도 제헌국회에서 국명을 논의할 때 ‘대한으로 망했으니, 대한으로 흥해보자.’며 ‘대한민국’을 최초로 제안했던 신승우 의원 말마따나 대한민국은 대한제국을 계승하는 소극(笑劇)을 연출한다. 대한제국은 중국에 조공을 바치던 종속국이 아니라 자주국임을 만천하에 천명한 국호이다. 그러나 대한제국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의 조선 보호국화 기도를 러시아가 삼국간섭을 일으켜 막은 후 이루어진 러·일 두 나라 사이의 세력 균형 위에 세운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았다. 본래 모습보다 크게 보이려 소 앞에서 억지로 배를 부풀리다 소에게 밟혀 죽는 이솝우화 속 개구리를 떠올려 보라. 인간이건 나라건 스스로 대단한 존재라는 자화자찬은 듣는 이의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법. 대한제국은 외세에 기대어 명맥을 이으려 한 왕조의 유약함을 상징한다. 개구리 배 부풀리기 식의 자대(自大)나 타력을 빌리려는 책략만으로는 덩치 큰 포식자들이 날뛰는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일이다. 다시 돌아온 열강쟁패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덩치 큰 포식자들에 맞서 배 부풀리기를 하는 자대도 아니고, 강자에 무조건 머리를 조아리는 굴종도 아닐 것이다. 우리의 번영과 생존을 지켜줄 현명한 책략과 견실한 자강, 그리고 공동체의 정체성을 지켜줄 자긍이 더없이 요청되는 오늘이기에, 허장성세의 대한제국을 연상케 하는 대한민국보다는 제헌국회에서도 제기된 바 있던 고려공화국이란 국명이 더 살갑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거란의 침공에 맞서 나라를 지킨 강감찬의 신출귀몰하는 전략과 세치 혀만으로 침략군을 물러서게 한 서희의 협상력에 목마르기 때문이요, 세계제국 몽고의 침략에 굴하지 않고 60년 항쟁을 벌여 나라를 지킨 고려인의 불굴의 의지가 그립기 때문이요, 밖을 향해 활짝 열린 국제무역항 벽란도와 남녀 간의 자유연애를 노래한 고려가요의 개방성이 한 마을이 된 지구에서 양성평등사회를 꿈꾸는 우리 마음에 와 닿기 때문이요, 세계의 중심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문명이라고 뽐내는 중화(中華)에 맞서 높고 아름답다며 또 다른 문명의 빛임을 자긍한 고려(高麗)의 함의가 오롯이 다가서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대외적 공식명칭 Republic of Korea와 합치하는 고려공화국으로 국호를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허동현 경희대 한국사 교수
  • 기업 10곳중 7곳 “한·미FTA 찬성”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미 FTA를 찬성하는 재계의 조사결과가 나와 대조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수도권에 있는 62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미 FTA 관련 기업의견’을 조사해 21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체 10곳중 약 7곳(65.8%)은 ‘한·미 FTA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그러나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23.7%)도 적지 않았다. 업종별로는 도·소매 업종(72.5%)이 다른 업종(제조 63.9%, 건설 57.7%)보다 한·미 FTA를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다. 협상 중단을 요구하는 반대여론에 대해서는 ‘타당한 주장’(23.9%)이라는 응답보다 ‘일부 편향된 주장’(70.8%)이라는 응답이 더 많았다. 한·미 FTA의 성공적 타결을 위한 과제로는 정부의 협상력과 대응전략 향상(28.5%)을 가장 많이 주문했으며 이어 ▲협상과정 정보공개 및 협상투명성 제고(22.8%) ▲업계 의견 수렴 및 반영(22.2%) ▲한·미 FTA 필요성에 대한 홍보·교육(14.4%) 등을 꼽았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작통권 환수’ 찬반논란 2제] 당정 “한미공조 4대원칙 아래 추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한 야당과 보수단체 등의 ‘안보 불안’ 논리 무력화에 나섰다. 당정은 16일 협의회를 갖고 한·미 군사동맹 보완책을 밝혔고 여당 의원들은 토론회 개최 등을 통해 야당측의 논리를 공박했다. 당정은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와 윤광웅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의 한 호텔에서 협의회를 갖고 전시 작통권 환수를 4대 원칙 하에 추진키로 합의했다고 열린우리당 노웅래 공보담당 원내부대표가 밝혔다. 당정의 4대 원칙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유지’,‘주한미군의 지속 주둔 및 미 증원군 파견의 보장’,‘미국의 정보자산 지원 지속’,‘한반도 전쟁억지력과 공동대비태세 유지’ 등이다. 당정은 전시 작통권 환수에 앞서 한·미 군사협조를 위해 현 한미연합사령부를 대체할 공동기구의 설치가 담보돼야 한다는 원칙에도 합의했다. 공동기구의 경우 “미국측과도 협의 중이며 9월말 구체적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노 부대표는 설명했다. 당정은 환수 시기의 경우 한·미간 협의 하에 결정하되 목표연도 2년 전부터 매년 안보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평가해 결과를 국회에 보고키로 했다. 같은 시각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이 회장인 ‘국회21세기동북아평화포럼’은 국회에서 전시 작통권 환수의 필요성 등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를 한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작통권을 환수하면) 북한에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대북 협상력에 유리하다.”면서 “우리 군의 능력만으로도 대북억지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영달 의원은 “(전시)작통권 환수 문제를 정쟁화할 경우 국론분열 양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 홍보기획위원장 민병두 의원도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은 전시 작통권 환수(관련) 국민투표를 주장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국가기밀사항인데 이를 공개해 국민투표에 부치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했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한덕수 韓·美FTA 체결지원위원장 인터뷰

    한덕수 韓·美FTA 체결지원위원장 인터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여부가 국민적 핫 이슈로 부각된 요즘, 주목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 지난 11일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한·미 FTA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57)가 바로 그다. 통상산업부 차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국무조정실장 등 그동안의 화려한 경력이 말해주듯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의 대표적인 통상전문가다. 그래서 통상문제에 대한 그의 향후 역할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광복절인 15일 오후 늦게 광화문의 외교통상부 6층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영국의 경제잡지인 이코노미스트에 특집(2001년 9월27일자)으로 게재된 분석 기사를 읽고 있었다.FTA와 관련해 반대론자들의 주장과 이에 대한 답변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돼 있는 기사라고 설명했다. 최근 다시 꺼내 읽고 있는데, 이번이 세번째라고 했다. 부총리를 그만둔 뒤 위원장으로 임명받기전 잠깐 쉬면서 ‘칼의 노래’를 다시 읽었고,‘미스 사이공’,‘맘마미아’‘지킬 앤 하이드’ 등 뮤지컬과 영화 ‘괴물’을 봤다고 한다. “정말 대단합디다. 관람석이 꽉 차는 걸 보고 우리 국민들의 문화 수준이 이렇게 높구나 하는 생각에 놀랐습니다.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실감나게 하고, 스토리도 재미있고, 촬영 기법도 대단하고…. 한류가 아시아에 이어 유럽쪽으로 퍼지고 있다는 게 너무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현상을 보는 순간 한·미 FTA에 대한 자신감을 더욱 갖게 됐습니다. 능력 있는 민족 아닙니까. 너무 축소 지향적이고 내부 지향적인 사고를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패배주의적인 시각에서 탈피해 자신감을 갖고 뛰면 한·미 FTA 체결의 결실은 분명 맺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한 위원장은 문화 얘기로 한·미 FTA의 화두를 먼저 꺼냈다. 경제부총리에서 ‘FTA 홍보대사’로 직함이 바뀐 것 같다는 조크에 “굳이 말한다면 ‘제2의 성장동력발굴 지원팀장’ 정도로 하면 어떻겠느냐.”며 FTA 체결이 성장동력 확보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위원회의 구체적인 활동에 관심이 많은데. -현재 FTA 협상은 협상을 담당하는 통상교섭본부, 해당 업종 등의 피해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하는 경제부처 등이 있다. 위원회는 이들이 제대로 일할수 있도록 국민·국회·언론·각 이해당사자 등을 상대로 설득과 협조를 요청하는 게 주된 업무다. 이 가운데 사실(fact)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게 급선무다. 잘못 알려진 게 너무 많다. 한·미 FTA를 체결하면 상당수 업종이 죽을 쑤고, 근로자 등 고용이 불안하다고 잘못 알려져 있다. 적어도 제조 업종은 미국에 비해 불리한 것이 없다. 다만 섬유 업종이라고 하더라도 제품·직물·원사·방적 등 부문별로 득실은 또다를 수 있다. ▶개방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너무 깊은데. -예를 들어 유통시장의 경우 이마트가 이나마 성장한 것도 선진 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월마트·카르푸 등 외국 유통업체가 한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철수하지 않았는가. 1988년 우리가 물질 특허를 인정했을 때 국내 제약회사들이 다 망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지금은 국내 제약업체가 10여개의 독자적인 물질 특허를 보유할 정도로 경쟁력을 확보했다.99년 수입선 다변화 제도를 통해 일본 등에서 전자제품 등의 수입을 제한하던 것을 풀었는데, 지금은 반도체 등 국내 전자부문이 세계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개방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현재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가만히 있는다고 다른 곳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세계적인 추세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외국의 사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홍콩 등은 개방을 통해 지금 국가경쟁력을 톱클래스로 올려놓았다. 중국도 70년대 후반 국민들을 제대로 못먹여 살렸으나, 덩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잡으면 된다)의 실용주의 철학으로 지금은 10%대의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시장경제와 개방에 따른 결과다. ▶협상 과정에 대한 공개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가능한 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FTA특위)와는 모든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감한 부분은 협상이 끝날 때까지 비공개를 요청할 것이다. 협상이 끝난 이후 본서류는 공개하되, 구체적인 협상진행 과정 등이 담긴 자료는 3년 동안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미국은 10년을 비공개로 해야 한다고 했지만, 우리가 3년으로 주장해 관철시켰다. ▶중국이 농산물시장 양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는데, 미국과 먼저 해야 하는 이유는. -언론보도와는 달리 중국이 구체적인 안(案)을 제시해 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세계시장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수입 규모는 연간 1조 7000억달러 가량 된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안 국가 전체가 수입하는 규모보다 훨씬 많다. 중국보다 미국의 시장성이 훨씬 좋다는 얘기다. 특히 우리 입장에서 보면 중국의 추격이 만만찮다. 중국과 겨루려면 산업구조가 고도화돼야 한다. 농업은 막대한 타격이 우려된다. 그래서 미국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뒤 중국과 하겠다는 2단계 전략을 갖고 있다. ▶상당수 국민들이 한·미 FTA의 장점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업종 상황을 보면 제조업과 서비스 부문에서는 손해볼 게 없다는 게 각종 자료를 통해 이미 입증된 상태다. 제조업은 우리가 비교 우위가 있는 게 분명하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해당 업체들의 수출 물량이 늘어나게 되고, 동시에 경쟁력도 향상된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가 구조조정을 걱정하는 일은 없다고 본다. 장사가 잘되는데 왜 구조조정을 하겠는가. 서비스 부문에서는 우리쪽이 경쟁력이 뒤떨어지지만, 우리쪽에 투자가 들어오는 긍정적인 효과가 생긴다. 고용창출의 효과로 이어진다. 통상 외국기업이 들어오면 전체 직원의 95% 가량을 내국인을 고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컨설팅·법무지원·회계 등 각 분야에서 고용이 늘어나게 된다. 농업 부문도 쌀을 제외하면 해볼 만하다. 예를 들어 전남 함평에는 한우고기 브랜드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롯데백화점 등 73개 업체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경남 하동에는 연소득 1억원대의 영농 고소득자 112명을 키우겠다는 농촌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농업에도 잘만하면 ‘블루오션(Blue Ocean)’이 있다는 얘기다. 현재 농업경영자의 60%가 60세를 넘었다. 농산물 개방유예기간을 10∼15년으로 잡는다면 이들은 70세가 넘는다. 따라서 후계자를 키우고 본인들의 노후를 위한 복지 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이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농업의 경쟁력 향상에 정부가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FTA가 이념적 논쟁에 휩싸여 있는데. -FTA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봐야 한다. 국익을 위한 것이냐가 중요하다. 교조적인 시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체제의 우월은 이미 끝났고, 영국 노동당도 세계가 변했다고 선언하지 않았나. 미국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을 반대했던 민주당이 도입했던 사례 등이 이를 말해 준다. ▶정부의 협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가 산업자원부 장관을 만났는데,“한국 정부의 FTA 협정문은 일류급이고 터프(공격적)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독자적인 협정문을 만들어 제출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몇나라밖에 안된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의 협상 능력은 향상되고 있다. ▶앞으로 있을 미국과의 3차 협상 등에서 개성공단 부문도 논의하나. -개성공단 부문은 역외가공의 형식으로 우리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싱가포르·아세안(ASEAN) 등과 FTA를 체결할때 이 부문을 모두 포함시켰다. 그러나 한·미 FTA에서 개성공단 문제는 경제적인 측면만으로는 풀기 어렵다.6자 회담 참가 등 북한이 국제적인 신뢰를 얻지 않으면 쉽지 않을 수 있다. 미국측도 급한 것부터 하자고 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논의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중이다. ▶국민들이 개방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개방을 한다고 하면 겁부터 내는 패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덩치가 큰 미국과 하면 우리가 손해를 본다는 막연한 피해 의식이다. 이를 극복해야 한다. 우리는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고,12위의 무역대국이다. 넓은 세상으로 나가야 하고, 세계와 어울려야 한다. 그리고 세계 최강국과 경쟁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성공해 왔다. 민족적인 잠재력도 대단하다. 한·미 FTA를 체결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들이 잘 살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세계화·고령화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2의 성장동력을 찾는 전략으로 개방을 택할 수밖에 없다. 세계화의 효과를 극대화해서 생산성을 올려야 한다. 무역과 투자의 규모를 늘리고, 돈·사람·기술이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에 대해 정책적인 배려는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사회안전망을 갖추지 않고,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는 시장경제와 개방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개성공단, FTA와 별도 논의 바람직”

    진동수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26일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하는 게 불리한 측면도 있어 다른 차원에서 별도로 논의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진 차관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열린 세상 장성민입니다’에 출연, 이같이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개성공단 문제를 한·미 FTA와는 별도로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진 차관은 “한·미 FTA 2차 협상에서 개성공단 문제는 구체적으로 논의가 안 됐다.”면서 “3차 협상에서도 계속 이 문제를 제기하겠지만 미국측은 지금까지와 같이 대응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측이 대응하지 않는데도 우리가 계속 개성공단 문제를 제기할 경우, 다른 이슈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결단을 비롯해 다른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진 차관의 이날 발언을 놓고 우리측의 한·미 FTA 전략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자 재경부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진 차관은 “개성공단 문제가 협상에서 진전이 없어 다른 창구, 즉 정치·외교 측면에서 다루자는 것이지 FTA 의제에서 빼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 설명을 했다. 별도로 논의하되 협상에서 빠지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통상교섭본부 등 관계자들도 정부가 그동안 개성공단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할 사안이라는 점을 밝혀왔기 때문에 협상 전략의 변화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FTA 의제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들러싼 미묘한 변화는 감지된다. 개성공단 문제는 특히 북한 미사일 사태 이후 사실상 한·미 FTA협상에서 우선순위가 한참 밀려 있다. 한·미 두 나라는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할 사안이라는 데 공감한다.그러나 우리정부 협상단으로서는 정치적 결단과는 별개로 실무적으로 개성공단 생산품에 대해 역외가공방식 적용을 계속 요구할 방침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개성공단 문제는 협상 막바지까지 가져갈 ‘협상카드’인데 벌써부터 별도 논의 등의 얘기를 꺼내는 것은 우리의 협상력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사설] 한·미 FTA 선결조건 정교한 접근을

    한·미 FTA 반대론자들이 거론해 온 ‘4대 선결(先決)조건’이란 표현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선결조건이란 스크린쿼터 축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건강보험 약가 현행 유지,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유예 등 4가지로, 미국 정부가 FTA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우리 정부에 요구한 사안이다. 반대론자들은 이 조건을 정부가 받아들임으로써 협상력을 크게 훼손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반면 정부는 ‘선결조건’ 자체를 공식적으로 부인해왔다. 노 대통령이 이런 표현을 수용한 배경에 대해 정부는 “표현문제로 소모적 논쟁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협상 정지작업 차원에서 ‘4대 현안’이란 표현을 정부 공문서에 사용한 적은 있으나,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국익을 손상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사소한 표현상의 문제가 논란이 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모양새다. 더구나 4대 현안의 사안별 협상에서 건강보험의 약가책정 문제로 2차 본협상이 파행을 겪기는 했으나, 스크린쿼터 문제는 우리측이 미국측의 안을 받아들였다. 그런데도 국익의 손상이 없었다는 정부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리는 바로 이런 점이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반대론자에게 빌미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고자 한다. 4대 현안은 사실 한·미간 해묵은 통상문제다. 우리로서는 휘발성이 높고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정부가 총론 차원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점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나, 각론에서는 어느 하나 양보가 쉽지 않다. 따라서 전문가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여론수렴 절차를 거쳐 전략을 치밀하게 짠 뒤에 정교하게 접근할 문제들인 것이다. 정부는 절차의 투명성이 최대의 설득 수단임을 명심해야 한다.
  • [명문대 교육혁명] (13) 호주 멜버른대

    [명문대 교육혁명] (13) 호주 멜버른대

    |멜버른 윤창수특파원|“실험대에서 침대까지 모든 연구시설을 제공합니다.”호주 멜버른대가 지난해 6월 설립한 연구소 ‘바이오 21’에서는 인간 수명 연장을 위한 모든 것을 연구한다.1억달러가 투자된 ‘바이오 21’에는 450여명의 연구진이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진의 전공은 공학, 의학, 치의학, 과학, 식품자원학 등 다양하다. 세계 10위권의 멜버른 의대 바로 옆에 세워진 ‘바이오 21’에는 오늘도 전 세계의 연구진들이 속속 도착해 벤처기업에 참여하거나, 새로운 실험을 시작하고 있다. 이미 300여개 벤처기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냈다. 투자는 멜버른대와 주정부가 반반씩 했다. 정부, 기업, 대학 등 16개 외부 기관이 참여했다. 대당 570만달러의 핵자기 공명 분광계를 7개나 갖추고 700만달러가 든 나노바이오기술 청정실을 설치하는 등 연구환경도 최상급이다. 다양한 전공을 가진 연구진을 같은 층에 몰아넣어 학제간 연구를 강조하는 것은 ‘외로운 영웅이 실험을 실질적 성과로 바꾸지 못한다.’는 대학의 신념 때문이다. 연구소 대표인 피터 고스 박사는 ‘바이오 21’이 ‘비즈니스에 이르는 길’ 임을 강조했다. 기업에 전문가와 연구시설을 제공하고, 기업과 대학의 협력을 통해 상업적 결과물을 낳는 것이 목표다. 고스 박사는 “현대 생명공학에는 한 사람의 영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이오 21’이 이룩한 성과는 유명하다. 치대 학장으로 ‘바이오 21’에 참여 중인 에릭 레이놀즈 교수는 가벼운 충치를 치료하는 치약인 ‘리칼덴트’를 만들었다. 레이놀즈 교수는 치아의 산(酸)작용을 치료하는 우유 합성물 리칼덴트TM을 발명했다. 이 물질은 현재 치약, 껌, 헹굼제 등에 사용되고 있다.‘리칼덴트’ 치약은 일본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호주인들이 치아 치료에 쏟는 비용은 연간 20억달러에 이른다. 레이놀즈 교수는 발명의 대가로 빅토리아 주정부로부터 5만달러의 상금을 받는 등 많은 찬사를 받았다. ‘바이오 21’의 설립 목적 가운데 하나는 산업계와의 긴밀한 상호작용으로 호주 생물공학을 한 단계 진보시키는 것이다. 연구소 설립을 주도한 딕 윈첼 교수는 “연구, 산업, 실험실, 장비의 결합은 대학의 아이디어와 발명을 실생활에 필요한 해결책으로 전환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멜버른대는 의학 분야에서 탄탄한 기초 연구의 전통을 갖고 있다. 이 대학이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는 4명이다. 이 가운데 2명이 의학 분야에서 배출됐다. 나머지 2명은 경제학상을 받았다. 청각 장애 치료의 역사를 바꾼 달팽이관 이식 수술과 전자 귀인 인공 내이(內耳)의 선구자인 그레이미 클락 교수도 멜버른대에서 34년간 재직했다. 클락 교수가 발명한 전자 귀는 120여개국의 5만 5000여명에게 ‘소리가 들리는 세상’을 열어줬다. 멜버른대는 도심 한가운데에 있다. 학교 규모가 커지고 학생 숫자가 늘면서 인근의 빌딩을 사들여 캠퍼스로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100년이 훨씬 넘는 역사의 구(舊)캠퍼스와 회사 건물인지 강의실인지 구별이 힘든 신캠퍼스가 뚜렷이 구별된다. 영국의 식민지라는 ‘과거의 역사’에 따라 ‘튜토리얼 클래스’가 영국의 옥스퍼드 교육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100∼150명이 듣는 대형 강의에는 10∼20명의 학생들이 튜터와 함께 토론, 실험 등을 하는 튜토리얼 클래스가 뒤따른다. 튜토리얼 클래스를 통해 창의적 생각과 문제해결 능력, 연구 기술, 지도력, 특히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공대 전기전자 전공 4학년인 채우병씨는 “튜터가 없었다면 낙제했을 것”이라며 “공대는 숙제가 많기 때문에 튜토리얼 클래스를 통해 문제를 푸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공대 1∼2학년생은 절반 이상이 낙제한다고 설명했다. 채씨가 한 학기에 듣는 강의는 4과목에 12시간이다. 튜터는 한 강의당 한 시간씩 배정된다. 따라서 총 수업시간은 1주일에 16시간이 된다. 공대 학생은 경주용 자동차를 만들고, 법대 학생은 모의 법정을 여는 등 튜토리얼 클래스를 통해 실질적인 경험을 쌓는다. 말레이시아에서 7년, 영국에서 6년 공부한 채씨가 멜버른대를 선택한 이유는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이기 때문. 그는 말레이시아에서 영국의 수능시험인 A레벨을 보고 대학에 입학했다. 멜버른대가 명성을 쌓은 데에는 뛰어난 연구 성과 외에도 교수들과 직원들이 직접 해외를 돌아다니며 활발한 홍보활동을 펼친 덕도 크다. 채씨도 말레이시아에서 다니고 있던 초급 대학을 방문한 홍보단의 열정에 ‘감동받아’ 멜버른대에 진학할 결심을 세웠다. 멜버른대는 새로운 경험을 쌓으려는 미국, 유럽 학생과 미국과 영국의 전통을 함께 체험하고자 하는 아시아 학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아프리카 보츠와나 학생이 의대에서 공부하고 28개국 127개 대학과 교환학생 협력을 맺을 정도로 국제교류가 활발하다. 멜버른대의 목표는 연구, 학습과 강의, 지식 전파 세 가지를 나선형으로 잘 조화시켜 사회에 이바지하는 세계 최고의 대학이 되는 것이다.‘바이오 21’의 곡선 계단은 세 가지 목표를 한꺼번에 이루겠다는 멜버른대의 의지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 geo@seoul.co.kr ■ “143년 전통 의대 연구진 막강” |멜버른 윤창수특파원|지난해 1월 멜버른대 총장으로 임명된 글린 데이비스(45) 교수는 젊은 총장이다.40대지만 이미 그리피스대학 총장을 지냈다. 퀸즐랜드 주정부에서 12년간 근무한 공무원 출신이다. 부인은 왕립 멜버른 기술대학(RMIT)의 총장이어서 ‘로열 커플’로도 불린다. 멜버른대는 전 세계에 총장 모집 광고를 내고 적임자를 뽑는다. 때문에 151년의 역사 동안 멜버른대 출신이 아닌 총장이 절반 가까이 된다. 데이비스 총장도 멜버른대가 아닌 뉴사우스웨일스 대학에서 정치과학을 전공하고, 호주국립대(ANU)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1년 멜버른대의 예산 가운데 정부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나 됐지만 2005년에는 23%로 줄었다. 줄어든 예산은 수업료 인상, 유학생 모집, 기업 보조 등으로 충당했다. 데이비스 총장은 한국에서 인기높은 ‘최고경영자(CEO)형 총장’보다는 ‘아카데믹형 총장’이 호주에서는 아직까지 대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지원이 줄었지만 학생 선발 등 대학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밝혔다.‘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질문에 “정부의 제안 가운데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받아들이고 있지만 정부의 간섭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멜버른대가 의대, 특히 생명공학 부문에서 강한 이유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의대가 대학 설립 초기(1863년)에 개설되어 전통이 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루에 한번씩은 만나는 학생들에게 “뭐 하고 있니?”라고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시도하는 자상한 총장이기도 하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학생유치” 해외서 세일즈 유학생 배우자까지 챙겨 |멜버른 윤창수특파원|200년 남짓한 역사의 대륙에 151년 된 대학. 멜버른대는 1855년 4월13일 16명의 학생과 3명의 교수로 시작했다.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인 시드니대가 1850년에 세워지면서 시드니와 오랜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멜버른에도 5년 뒤에 대학이 생긴 것이다. 처음 입학한 16명 가운데에는 4명만 졸업했다. 대학이 10주년을 맞았을 때는 56명의 신입생이 등록했다.1861년과 1863년 법대와 의대 과정이 각각 개설되면서 1875년에는 경쟁대학인 시드니대의 두 배가 넘는 189명이 입학했다. 시작은 소박했지만 현재는 4만 450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 거대한 종합대학으로 발전했다. 재학생 숫자의 20%인 9800여명이 84개국에서 온 유학생들이다. 한국 유학생 숫자는 141명으로 10번째로 많다. 멜버른대는 정부 재정지원이 줄자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에서 고등학교나 전문대학을 돌아다니며 활발한 홍보활동을 펼쳤다. 현재 유학생 숫자가 적정수준이라는 게 글린 데이비스 총장의 판단이다. 유학생 숫자가 많은 만큼 해외에서 온 학생을 위한 서비스도 발달돼 있다. 유학생의 배우자는 일주일에 세번씩 자녀를 동반하고 영어뿐 아니라 마사지, 연극 발성, 호신술, 직업교육 등 다양한 교육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학부모에게는 유학 중인 자녀들과 연락이 되지 않을 때 24시간 언제라도 학교측과 통화할 수 있는 긴급 전화번호를 준다. 멀리 있는 자녀들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호주 대학은 13년간 초등·중등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 입학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고등학생이 멜버른대에 입학하려면 교양 과정인 파운데이션 프로그램을 1년간 들어야만 한다. 대학측이 유학생을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도 다양하다. 펭귄으로 유명한 필립 아일랜드, 그레이트 오션 로드 등 멜버른의 유명 관광지뿐 아니라 호주의 다른 지역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주말과 방학기간에 제공된다. 유학생의 주당 20시간 노동은 법적으로 허용돼 있다. 연간 학비는 인문대가 1만 9500호주달러(약 1400만원), 경영대가 2만 3250호주달러(약 1600만원), 법대가 2만 6000호주달러(약 1800만원), 의대가 3만 6400호주달러(약 2600만원)이다. geo@seoul.co.kr ■ 백화점식 연구 지양 ‘선택과 집중’이 특징 |멜버른 윤창수특파원|“한국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나 여러 명문대처럼 백화점식으로 다양한 학문을 연구하는 게 아니라 전공을 2∼3개로 제한해 한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멜버른대의 강점입니다.” 멜버른 공대 전자공학과에서 6년째 일하고 있는 채창준(48) 교수는 KAIST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한국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비슷한 국립ICT호주연구소에서 광대역 통신망을 가입자들에게 싸게 공급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그가 멜버른대와 한국 대학의 가장 큰 차이로 꼽는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멜버른대 전자공학과(대학원)의 경우 통신과 신호처리 2개의 전공밖에 없다. 하지만 한 전공당 교수를 포함한 연구진은 50여명에 이를 정도로 학문의 깊이는 상당하다. 이 때문에 대학의 대외적 명성과 이미지도 높아진다는 것이 채 교수의 생각이다. 호주는 각 대학마다 특색을 강조해 대학별로 유명한 전공을 갖게 됐고, 따라서 전세계 대학 평가에서 순위가 높게 매겨진다고 채 교수는 설명했다. 기초 연구에 집중하기 때문에 노벨상 수상자도 많이 배출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의 대학은 백화점식으로 학문적 좌판을 벌이다 보니 대학별로 특색이 없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또 호주의 대학은 연구능력에 따라 연구비를 받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쟁 체제가 조성될 수 있다고 채 교수는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에는 학교 단위의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는데다 일부 대학들은 지원규모의 차이를 놓고 반발도 하고 있다. 채 교수가 한국 대학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은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문화’. 그는 호주 학생들로부터 영어이름인 토머스를 줄인 ‘톰’으로 불린다. 교수와 학생 모두 서로를 애칭으로 부르면서 거리감을 줄인다. 자유롭고 대등한 위치에서 학문을 논하는 것이다. 한국 유학생들로부터 느끼는 가장 큰 문제점은 교수들이 시키는 대로만 한다는 점이다. “문화를 극복해야만 한국 학생들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채 교수가 한국 유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한국민 쌀 정서 알고 있다”

    “한국민 쌀 정서 알고 있다”

    한국과 미국간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협상이 10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려 본격적인 밀고당기기식 협상이 진행된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 속에 열리는 이번 협상에서 두 나라는 공산품과 농수산물의 품목별 관세철폐나 인하 수준을 결정하는 상품 양허(개방허용)안과 서비스·투자 유보안을 도출하기 위해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측의 최대 취약 분야인 농업과 미국측의 열세 분야인 섬유를 놓고 두 나라 사이에 접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우리 정부는 쌀 등 민감품목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최고 10년 정도의 장기적 이행기간이 확보되도록 양허단계를 마련, 제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농업 분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상품·섬유와 한데 묶어 일괄적으로 양허안을 교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9일 오후 대한항공 KE094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는 “모든 이슈가 다 쟁점이며 17개 협상분과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구체적인 양허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쌀 개방에 대해 한국 국민들이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점을 안다.”면서 “쌀 개방 문제 역시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혀 예상대로 쌀을 포함한 농산물 분야에서 미국의 개방 압력이 거셀 것임을 예고했다. 커틀러 수석대표는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답했다. 정부는 1차 협상 때 작성된 통합협정문을 토대로 상품 양허안과 서비스·투자 유보안을 작성, 주고 받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1차 협상에서 협정문 작성에 실패한 농업·위생검역, 무역구제, 섬유 분과는 양측의 기본적인 입장 차이가 커 쟁점 위주로 협의를 계속할 예정이다. 정부는 정부조달의 경우 학교급식과 중소기업 보호조항을 관철시킨다는 입장이다. 주요 협상 분야 가운데 하나인 금융은 오는 9월 미국에서 열릴 3차 본협상 때부터 다뤄진다. 서비스의 경우 간호사와 정보기술(IT) 전문가, 기술자 등 양국 전문직 자격증의 상호 인정과 함께 전문직의 취업비자쿼터 인정도 적극 요구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는 교역이나 경제규모 등을 감안해 미국이 싱가포르에 인정한 연간 5600명선 이상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FTA2차협상 쟁점·전망

    FTA2차협상 쟁점·전망

    한국과 미국 두 나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단은 10일부터 닷새 동안 준비해온 ‘패’를 내보이며 본격적인 밀고당기기식 협상을 벌인다. 우리 정부는 2차 협상이 1차 협상에서의 탐색전에 이어 분야별·쟁점별 입장을 본격 조율하는 자리인 만큼 내줄 때 내주더라도 보수적·공세적인 양허·유보안을 제시, 기싸움에서 유리한 입장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우리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섬유와 무역구제,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 등에서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은 의약품과 자동차, 농산물, 통신, 금융 등에서 거세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협상 전문가들은 유리한 분야와 불리한 분야를 연계, 최대한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국내의 거센 FTA 반대 여론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농업·상품·섬유분야 협상의 핵심 쟁점은 역시 농업 부문. 우리 정부는 국민 정서와 직결되는 쌀만큼은 관세철폐 대상에서 반드시 제외시킨다는 방침이다. 고추와 마늘, 사과, 귤 등 여러 민감품목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의 관세를 유지하도록 양허안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측은 농산물 특별긴급관세 조항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저율관세할당물량(TRQ) 관리방식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허용하는 다양한 방식이 인정돼야 함을 강조할 방침이다. 정부협상단 관계자는 “미국의 최대 약점인 ‘존스법(미국 연안의 승객 및 화물 수송은 미국 국적 선박으로 제한)’ 개방 요구로 맞서면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농업을 상품·섬유와 묶어 양허안을 교환한다는 전략이다. 일부에서는 쌀을 미국산 축산물에 대한 위생 검역 규정과 연계해 협상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쌀 등 모든 농산물에 대한 예외 없는 개방이란 기존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차 협상 때는 쌀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도입에 난색을 표명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등의 쌀 국영무역방식 철폐도 요구했다. 섬유의 경우, 우리측은 예외 없는 관세 양허와 관세의 조기 철폐, 원산지 규정을 원사 대신 원단으로 완화해 줄 것을 요청해 놓고 있다. ●무역구제·서비스·조달 등 정부는 미국에 반덤핑조치·상계관세 발동 요건 강화를 주장할 방침이다. 그러나 미국이 협상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해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반덤핑관세 부과 등 무역구제 같이 미국 국내법 개정 사안은 180일 전에 미 의회에 보고토록 돼 있어 한·미 FTA협상이 올 연말까지 서둘러 타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종훈 우리측 수석대표는 지난 7일 무역구제 분야는 다른 협상 내용과 별도로 추진돼 상품·서비스 분야의 협상을 연말까지 서둘러 끝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우리 정부는 또 미국측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정부조달시장은 중앙정부기관의 건설양허 하한선만 현재 13만SDR(19만 2400 미 달러)에서 10만SDR(14만 8000 미 달러)로 내리고, 중소기업들의 참여가 높은 지방자치단체의 건설양허 하한선은 현행을 유지하기로 했다. 김균미 이영표기자 kmkim@seoul.co.kr
  • 전북 “공직사회 새바람 넣겠다” 행정·정무부지사 공모

    전북도가 민선4기 지사와 함께할 행정부지사와 정무부지사를 공모키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완주 전북지사 당선자는 “행정·정무부지사를 공모해 능력있고 청렴한 인물로 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개방과 경쟁개념으로 고위직 문호를 넓히고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 공직사회에 변화와 혁신의 새바람을 불어넣겠다는 것. 행정부지사는 3급 이상 모든 공직자가 대상이다. 행정자치부와 자치단체에 근무 중인 고위 공직자뿐 아니라 타 부처나 기관에 근무 중인 인물도 응모가 가능하다. 특히 정무부지사는 경제전문가를 영입한다는 구상이다. 명칭도 경제부지사로 바꿀 계획이다. 경제부지사에게는 경제 분야에 대한 최종 결재권도 주어진다. 경제부지사는 정치적 인물을 배제하고 대외 협상력과 ‘네트워크 지수’가 높은 CEO 출신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제부처 관료 출신도 공모 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민선 4기에는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새로운 경제활성화 전략을 수립하고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설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단기는 변동금리·장기는 고정금리로

    단기는 변동금리·장기는 고정금리로

    시중금리가 계속 올라 이에 연동되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여기에다 은행들은 자체 고시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 혜택을 폐지해 대출자들의 금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만기 3년 미만의 단기성 변동금리 상품이 많아 금리 상승과 집값 하락이라는 두 ‘파도’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최저금리보다 변동기준 따져야 변동금리부 대출을 받을 때에는 우선 최저 금리에 현혹되지 말고 은행별 변동금리 기준을 파악해야 한다. 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때 사용하는 기준금리가 은행별로 달라 당장 최저금리로 대출을 받았더라도 향후 이자를 갚아나가는 동안 시중금리 인상폭보다 더 큰 이자부담을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3개월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는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의 수익률이다. 이에 따라 매일 고시되는 CD금리에 따라 대출자가 부담하는 금리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1월1일에 대출받은 고객이 3개월 후인 4월1일이 됐을 때 대출금리는 4월1일 이전 3영업일 평균 금리에다 대출받을 때 약정한 은행의 마진율이 더해져 계산된다. 반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CD금리 변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금리를 바탕으로 대출금리를 변동시킨다.1주일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고시하는 국민은행의 경우 최고금리를 기준금리로 표시하고, 각종 할인 혜택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대출자가 내야 할 금리를 재산정한다. ●금리인하 적극 요구하라 일반적으로 자신이 주거래 고객으로 등록된 ‘단골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일반고객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 수 있다. 특히 은행은 급여통장 보유 고객에게 대폭적인 금리할인을 해주고 있다. 외환은행 0.4%포인트, 국민은행 0.2%포인트, 신한은행 0.2%포인트 등이다. 헌혈 등 사회공헌, 자녀수, 신용카드 사용에 따라 금리 혜택을 주는 은행도 많다. 이에 따라 우선 주거래은행에서 상담을 받고, 자신의 거래실적 등을 적극적으로 알려 금리 인하폭을 최대한 늘리는 게 중요하다. 또 지점장 재량으로 금리를 깎아주는 ‘영업점장 전결금리’나 ‘본부승인 금리’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신용등급에 따라 0.3%포인트까지, 본부승인을 통한 대출시 0.5%포인트까지 금리를 감면해 주던 제도를 폐지했지만 주거래고객 우대제도는 유지하고 있다. ●갈아타기 신중해야 변동금리형 상품의 금리가 크게 오름에 따라 고정금리형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고객이 늘고 있다. 특히 주택금융공사의 고정금리형 상품인 ‘보금자리론’의 금리는 오히려 낮아져 이 상품에 관심이 쏠린다. 보금자리론의 금리는 10년 만기는 6.3%,15년 만기는 6.4%,20년 만기는 6.5%로 시중은행의 변동형 상품의 금리와 격차가 1%포인트 안팎으로 좁혀졌다. 그러나 보금자리론은 대출한도가 3억원 이하이며,6억원 이상의 주택은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더욱이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려면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게 되고, 근저당권 설정을 다시 하게 되면 설정비용 등이 추가로 들어간다.3년 이상된 변동금리상품을 중도상환하면 대부분의 은행이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으나, 현재 주택담보대출자들은 주로 3년 미만의 단기 상품을 이용하고 있어 수수료 지불이 불가피하다. 특히 은행별로 중도상환 수수료 산정 방식이 천차만별이어서 은행이나 만기일까지 남아 있는 기간에 따라 최대 4배의 차이가 난다. 신한은행의 경우 만기 잔존일수(상환일에서 만기까지)를 기준으로 2년 이상이면 2%,1년 이상은 1.5%,6개월 이상은 1.0%,3개월 이상은 0.5%의 수수료를 받는다. 국민은행은 0.7%의 기본수수료에 근저당설정비용 보전액(잔존월수×0.2%)을 더한 금액을 수수료로 적용한다. 신한은행 한상언 올림픽선수촌지점 PB팀장은 “대출사용기간이 길고, 금리인상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면 고정금리 대출을, 단기간 사용할 자금이고 금리인상 속도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변동금리대출을 선택하는 게 좋다.”면서 “은행마다 각종 금리 할인 조항을 두고 있고, 지점장의 재량도 있어 대출받을 때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北 미사일실험땐 안보리 회부”

    미국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로 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대포동 2호 발사를 강행할 경우 유엔 안보리 회부 등 강경조치를 취할 것이란 입장을 한국측에 밝힌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미국은 이 경우 한국 정부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남북 경제 협력 문제를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내 대북 강경 여론이 거세지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자체를 재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위기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 2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워싱턴을 방문, 로버트 졸릭 국무부 부장관과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 보좌관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이같은 입장을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당국자는 15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은 민간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안인 만큼 민간 경협은 북한 미사일 발사와 분리해서 다룰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장관급 회담이나, 대북경제지원 등은 차질을 빚을 수 있지만 민간차원 경협사업은 그대로 둔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성공단사업은 정부가 국제사회의 주시를 받으며 펼치고 있는 대북 핵심 정책 사업이다. 따라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대응 조치를 놓고 한·미간 또는 한국과 국제사회와의 마찰이 예상된다. 더욱이 정부의 이같은 입장이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여지를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현대아산 등 민간업자의 불안감을 감안한 측면도 있겠지만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북한에 미사일 발사를 포기하란 메시지를 충분히 줄 수도 있었지 않으냐.”며 협상력 부재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개성공단 사업의 확장 속도 조절 등 현실적으로 어떻게든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민간경협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은 중단되지 않는다는, 즉 핵심 정신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물러섰다. 한편 미국은 유럽연합(EU)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대북 제재 조치 방안과 관련한 협의에 이미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녹색공간] 외교부의 비밀 협상주의/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좋은 외교가 무엇인지 정의하기가 쉽지 않은 이야기이기는 한데, 실리외교로 냉전시대에 나름대로 평가를 받았던 사례가 프랑스 외교라고 할 수 있다. 지나치게 얄밉게 군다고 욕을 먹기는 하지만 미국과 소련 사이에 끼어서 그렇게 제3의 길을 걷지 않을 수가 없던 사정이 이해가 간다. 인구 1000만명이 안 되는 영세중립국 스위스의 평화 외교 역시 협정 중의 협정이라고 하는 제네바 협정을 이끌어낼 정도로 유래가 깊고, 유엔 회원국에 최근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제기구를 제네바에 유치한 스위스의 컨벤션 산업은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스위스의 외교도 얄밉기는 마찬가지이기는 한데, 직접민주주의에 의해서 국민투표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부대표가 협상 후에 자국에 돌아가서 편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 이후 시민단체가 많이 생겨나서 이제 정부 각 부처의 활동별로 1∼2개 정도 특화된 단체가 있을 정도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지나친 협력관계로 인하여 지탄을 받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제도의 체계화 및 운영의 투명성에 역할이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통상 기능이 외교통상부로 이관된 이후에 우리나라의 외교당국은 상당히 커졌고 실질적인 권한도 많아지게 되었는데, 아직까지도 외교활동에 대해서는 감시하거나 견제하는 시민단체가 변변하게 만들어지지 않은 것은 약간 놀라운 일이다. 따져 보면 재정적으로 가난한 시민단체에서 주요 협상마다 따라다니면서 감시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비밀주의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 외교부의 활동에 대해서 서류상으로 검토한다는 것도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닐 것 같다. 정부대표단 내에서 어떠한 절차로 의사를 결정하고, 어떤 원칙으로 협상에 임하게 되고, 혹시라도 이면 합의 같은 것은 없는지에 관한 일들이 국민으로서 궁금하기는 한데,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 아니더라도 절대로 공개할 수 없다는 비밀주의 때문에 실제 외교부는 가장 폐쇄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일 것 같다. 국가정보원에도 민간인사들이 참여하는 현 시점에서 외교부와 국방부 중 어느 부처가 더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라고 질문해보면 사실 외교부가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을 것 같다. 국방부와 외교부가 같이 협상에 참여했던 노근리 학살사태에 대한 미국과의 협상 같은 경우는 정말 비밀에 가득찬 협상의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이론의 시각으로 본다면 단기적으로는 감추고 밀실주의를 유지하는 것이 선진국과의 협상력을 더 높이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국민들에게 사실을 열어서 국민들을 제2의 협상주체로 가지고 있는 것이 협상 카드 면에서는 유리한 점이 있다. 프랑스나 스위스 같은 경우가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편이고, 미국의 국무부는 정해진 절차에 의해서도 공개를 하지만 상원의 다양한 청문회 전에 가능하면 미리미리 공개하는 편이다. 물론 이런 나라들이 대체적으로 좋은 외교를 하고, 장기적으로는 협상력도 높이 확보하는 경향이 있다. 공개하지 않는 대표적 나라가 중국과 북한일 텐데, 이 나라들도 협상을 잘하기는 한다. 워낙 엘리트들이 철저히 교육을 받고 협상에 임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많은 경우 일반 외교관이 전문가의 자문도 잘 받지 않고, 비밀주의에 입각해서 협상을 하기 때문에 하나하나 들추어 보면 민망한 협상결과가 수두룩하다. 이제 웬만하면 그 빗장을 조금은 열어주었으면 한다. 당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만 봐도 그렇게 닫아놓고 협상하다가 나중에 순환보직으로 자리를 채운 담당관만 청문회에 오르는 웃기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외교관도 국민의 공복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 [한미FTA 쟁점 이렇게 넘자](10)정치 경제적 효과

    국내 기업인들은 오래 전부터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요구해 왔다.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을 가진 미국에 관세를 물지 않고 수출할 수 있다면 이것보다 더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이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스크린쿼터나 농산물 시장개방 등에 대한 한국 내부의 반발이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한국은 올해 들어 미국이 바라던 이같은 선결요건을 모두 들어줬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라는 선물까지 더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까. ●“국내 투자 늘면 한·미동맹 견고”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 중심전략을 국정과제의 핵심으로 정했다. 하지만 북핵 문제와 대외신인도, 의료·법률·금융 서비스 시장의 낙후성 등은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게다가 대북정책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은 한·미 동맹의 틀에 균열을 가져왔다. 경제자유구역과 금융허브 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국 금융기관들의 참여가 절실한데 지금까지는 미미한 형편이다. 국제금융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도 북한 문제를 빌미삼아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저평가하고 있다. 지금 같은 한·미간 외교적 기조나 경제정책 방향으로는 한국이 동북아 허브의 중심이 되기보다는 중국과 일본의 틈새에서 희생물이 될 수 있다는 분석마저 제기됐다. 하지만 FTA라는 경제적 고리로 미국과 손을 잡는다면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국내로의 직·간접 투자가 늘면 싫건 좋건 한·미 동맹은 견고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 역시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훼손되는 것은 국익 관점에서 바라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예상되는 한·일, 한·중 FTA 체결에서 우리나라가 기득권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흐트러진 긴장감을 조여, 경쟁력을 제고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중국 팽창 견제하려는 미국의 노림수 미국이 일본을 제쳐두고 지난해 한국을 FT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자 혈맹을 자처하던 일본은 큰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한국과의 FTA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중국 때문이다. 사실 미국이 FTA를 통해 한국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실익은 우리보다 적다. 그 대신 미국은 한국과의 FTA로 한국과 중국의 접근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통해 아시아에서의 영향력 증대에 힘썼으나 ‘아세안+한·중·일’의 동아시아 공동체 논의에서는 배제되고 있다. 특히 역사인식 문제로 한국과 중국이 일본에 똑같은 반감을 나타내자 미국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이 경제원조를 통해 북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듯 한국 경제가 중국권에 포함될 경우 한·중 협력은 정치·외교 등으로 강화될 수 있다. 미 조야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유현석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동북아에서의 전략적 유연성을 둘러싼 한·미 갈등을 봉합할 필요가 있는 미 행정부가 해결의 실마리를 FTA에서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반대세력과의 협상이 더 큰 문제 한·칠레 FTA 체결과 쌀 협상 반대 등을 겪으면서 국내 시민단체와 농민들의 협상력과 조직력은 크게 강화됐다. 여기에다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영화인들의 시위는 대중적 인기도와 맞물려 국민들로부터 적지 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으로 불거진 외국계 자본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과 한국내 반미감정 등은 한·미 FTA를 경제·통상 문제가 아닌 ‘친미 대 반미’ 또는 ‘신자유주의 대 반신자유주의’의 이념적 문제로 몰고갈 가능성을 안고 있다. 또한 미국과 FTA 협상을 맺고도 국내 이해관계 때문에 국회에서 비준되지 않을 경우 한·미 동맹은 물론 국내에서의 정치적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게 뻔하다. 이 때문에 한·미 FTA 협상은 국가간 협상보다 국내 협상이 더욱 힘들 것으로 점쳐진다. 유 교수는 “한·미 FTA의 잠재적 피해 집단과의 협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기적 대책을 병행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간 이해 관계자들의 압력을 지나치게 의식, 자국의 이익만 추구하면 FTA도 놓치고 한·미 동맹도 붕괴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통상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씨줄날줄] 최악의 배신자/이목희 논설위원

    “자프(일본인을 멸시해 부르는 표현)는 최악의 배신자”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세계 외교를 주물렀던 1970년대 초에 했던 말이 비밀문서 공개로 뒤늦게 알려졌다. 키신저의 이같은 언급은 미국·일본 대 중국·러시아 간의 블록 대립으로만 동북아 미래를 예단하면 안 된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키신저의 지적 대부(代父)는 한스 모겐소이다. 현실주의자 모겐소는 국제정치를 권력투쟁이론으로 설명했다. 당연히 도덕·이념보다는 국가이익과 힘을 앞세웠다. 배신을 마다않는 비밀외교도 용인했다. 키신저는 모겐소의 이론, 미국 국력, 특유의 협상력을 바탕으로 1960,70년대 국제질서를 바꾸었다. 소련과의 전략무기제한협정 체결로 데탕트(긴장완화) 시대를 열었다. 베트남 평화협상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중동전 종결협상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스포츠 교류를 국제교섭에 활용하는 ‘핑퐁외교’, 왕복 방문으로 애로를 타개하는 ‘셔틀외교’가 키신저로부터 일상화했다. 키신저 외교의 정점은 미·중 수교. 외톨이 중국을 국제외교무대로 끌어내는 작업이었다. 키신저의 물밑 노력 끝에 1972년 초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중국을 상종 못할 적대국으로 보던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닉슨 쇼크’는 청천벽력이었다. 타이완은 물론 한국·일본에게 미국은 ‘최악의 배신자’였던 것이다. 그때 일본 지도자는 다나카 총리였다. 그 역시 도덕·이념과는 거리가 먼 현실주의자였다. 다나카는 미국이 중국과 수교협상을 끝내기 전에 서둘러 중국을 찾아 중·일 국교정상화를 이끌어냈다. 키신저가 어렵게 닦아놓은 길을 새치기한 형국이었다. 평소 일본에 감정이 좋지 않았던 키신저가 ‘최악의 배신자’라고 흥분하는 배경이 된다. 30년도 더 지난 일에서 한국 외교는 두 가지 교훈을 얻어야 한다. 첫째, 부시 미 행정부가 민주주의 확산을 내걸고 있지만 결국 키신저식 힘의 팽창외교를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둘째, 미·중·일 사이에서 영원한 협력은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 동북아정책의 근본은 세력균형이다. 지금은 중국이 급속도로 커가니 일본을 통해 견제하고 있다. 반대로 일본의 군국주의화가 본격화하면 미국이 중국과 손을 잡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민·관협력으로 유럽장벽 뚫었다

    |로테르담(네덜란드) 류길상특파원|코트라(KOTRA)가 중소기업들의 유럽시장 공략을 지원하기 위해 2004년 4월 문을 연 로테르담 공동물류센터가 유럽시장 교두보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한종백 코트라 암스테르담 무역관장은 17일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매출이 개장 첫해 5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억달러로 급성장했다.”면서 “유럽 바이어들이 로테르담에 국제규모의 물류센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말했다. 공동물류센터는 유럽 5대 물류회사인 지오디스 비테스사의 로테르담 물류창고 가운데 약 1만평(전체의 25%)을 차지하고 있다.첫해에는 불과 5개사만 센터를 이용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 20여개가 공동으로 이용하고 있다. 올해 30개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3월에는 ‘2006 물류대상’에서 45개업체와 경쟁끝에 최우수 3대 사업으로 선정됐다. 중소기업들이 코트라의 물류센터를 애용하는 것은 유럽의 관문으로 불리는 로테르담에 제품을 보관해 놓으면 바이어들의 수시 주문에 즉각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암스테르담 무역관 류영규 차장은 “서유럽은 2∼3일, 동유럽은 7일이면 배송이 가능하다.”면서 “물류센터가 없을 때는 바이어 주문부터 인도까지 최소한 2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게다가 20여개 기업 물량을 묶어 코트라가 한번에 이용대금을 협상하기 때문에 ‘협상력’이 세져 물류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지난해 5월부터 물류센터를 이용한 코팅기 제조업체 로얄소브린의 강희걸 이사는 “독일에 자체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코트라의 공동물류센터를 이용하면서 물류비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만족해 했다. 지오디스 비테스 샤아크 와이마 영업담당 이사는 “아직은 한국업체들의 공동물류센터 운영에서 큰 이익을 보지 못하지만 한국업체들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면서 “타이완, 홍콩 등도 코트라같은 정부투자기관이 자국 기업들의 물류서비스를 대행해 주려고 나설 정도로 공동물류센터가 화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트라는 로테르담 물류센터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자 뉴욕, 부다페스트 등에 공동물류센터를 새로 개장할 예정이다.ukelvin@seoul.co.kr
  • 파이프라인 ‘국제정치’

    파이프라인 ‘국제정치’

    “꼭지를 틀어쥔 자가 이긴다.” 장거리 파이프라인을 주변국에 대한 압력수단으로 활용하는 ‘파이프라인 정치´가 세를 확대하고 있다. 에너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대하면서 ‘독점적 공급자´의 협상력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4일 “남미와 중동, 러시아,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파이프라인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면서 “문제는 이것이 정치적 동맹을 형성하거나 적을 응징하고, 소비국들로부터 정치·경제적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압력수단으로 계획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요증대로 ‘독점적 공급자´ 강화 파이프라인이 건설되기 시작한 것은 100년이 넘지만 초대형 유조선이 등장하고 저유가 국면이 지속되면서 전략적 중요성을 상실했다. 그러나 최근 에너지 수요가 증대하고 에너지 확보전이 가열되면서 파이프라인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신문의 분석이다.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최근 이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란∼인도 가스관 연결사업이다. 길이 2600㎞에 이르는 이 가스관은 이란엔 성장 잠재력이 큰 거대시장을, 인도엔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안정적 공급처를 제공하게 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미국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가스관이 남부 아시아 지역에 대한 이란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이유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주도하는 남미대륙 종단 가스관 사업도 주목대상이다. 베네수엘라 유전지대에서 시작돼 브라질을 거쳐 아르헨티나에 이르는 8000㎞ 길이의 가스관은 230억달러의 천문학적 건설비가 투입되지만 경제성은 거의 없다는 게 일치된 견해다. 액화터미널을 짓고 액화석유가스(LNG) 선박을 통해 바다로 운송하는 게 훨씬 싸기 때문이다. 실제 차베스 대통령은 이 가스관의 목적을 ‘남미 대륙의 정치·경제적 통합´에 두고 있다. 미국과 서방이 우려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러‘파이프라인 정치´가장 적극적 올 여름엔 아제르바이잔에서 그루지야를 거쳐 터키에 이르는 중앙아시아 파이프라인도 개통된다. 잠재적 적대국인 러시아와 이란을 배제한 채 중앙아시아의 석유를 독점적으로 확보하려 했던 1990년대 미국 에너지 전략의 산물이란 점에서 그 정치적 역할이 주목된다. 그러나 파이프라인 정치를 역내 정치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나라는 러시아다. 극동 파이프라인 노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일본의 치열한 경쟁을 유도해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한편 서방 견제수단으로도 활용했다. 러시아 국영 석유사 가즈프롬의 영향력 확대에 서방이 반발하자 극동 파이프라인을 통해 주요 수출 루트를 유럽에서 아시아로 돌릴 수 있다며 엄포를 놓은 것이다. ●‘테러리스트 표적´ 단점도 파이프라인의 단점도 있다. 운송루트가 고정된다는 것은 수요자뿐 아니라 공급자에게도 불리한 조건이다. 수요자가 갑자기 소비를 중단할 경우 공급자로선 판로가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보다 결정적인 것은 테러리스트들의 손쉬운 표적이 된다는 점이다. 실제 이라크에서는 수백건의 폭탄공격이 북부 크르쿠크 유전지대로부터의 석유운송을 중단시켰다. 콜롬비아 북부 유전지대에서 카리브해에 이르는 파이프라인은 지난 20년간 반군들 공격으로 누출사고가 잇따르면서 ‘피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녹색공간] 한·미FTA 국민투표를 활용하라/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세상에서 제일 외교를 잘하는 나라를 꼽으라고 하면 아마도 스위스 외교를 거론할 것 같다. 역사상 스위스 외교 최대의 위기는 역시 나치에 맞서 중립을 선택한 2차 세계대전 직전의 상황일 것인데, 유럽으로 봉쇄된 스위스에 유럽 각국의 난민들이 몰려들어 스위스 내부에서 극심해졌던 식량난은 역시 전쟁을 피해나갔다고는 하지만 내부의 고통까지 피해나가지 못한 경우이고, 이때에도 수많은 스위스 사람들 역시 연합국이나 연맹국 중에 한 진영을 선택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었다. 또 다른 스위스 외교위기 중의 하나가 최근에 벌어진 이라크 전쟁에 대한 파병문제의 경우였었는데, 유엔 가입을 계기로 높아진 스위스 좌파 계열의 정치인들은 이라크 파병으로 EU 가입 및 각종 국제외교에서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스위스 정부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라크 파병에 긍정적이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때 이라크 파병을 문제 삼으면서 전면적으로 문제제기한 세력은 민족주의 극우파 정당인 ‘중앙민주연합(UDC)’이었는데, 이들은 국민투표에서 중도좌파와 중도우파의 연합세력을 이기고 결국 스위스는 이라크 파병을 철회하게 되었다. 이런 스위스 외교의 특징은 거의 정보낭비라고 할 정도로 외교 협상의 다양한 문서들을 공개하고 또 주요 협상은 국민투표에 부쳐지기 때문에 사실상 스위스 외교관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카드 하나를 더 가지고 있는 셈이다. 아주 현실적으로 협상에 임할 때 나름대로 ‘비준’이나 ‘국민투표’ 혹은 ‘공청회’ 같은 카드들을 준비하는데, 한미 FTA의 경우도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주도하는 정부협상팀도 상원의 우선협상권을 일종의 카드로 가지고 나온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한·미 FTA와 관련해서 별 특별하게 준비된 자료도 없고 예측치도 대외경제연구원의 일반적 경제 모델링 자료 외에는 없을 뿐더러 게다가 준비된 외교카드도 전무한 실정이다.4년 넘게 각종 자료를 준비했던 한·일 FTA가 여러 가지 난항에 의해서 일단 정지한 것에 비하면 한국 경제를 넘어 사회 일반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한·미 FTA에 대해서는 너무 무방비로 진행되고 있다. 한·미 FTA에 의해서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을 도시 자영업자들은 아직 이 협상이 미칠 파장에 대해서 별로 설명을 들은 적도 없고 무역도 수조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하면서 서비스업의 구조개선에 의해서 결국은 잘 살게 될 것이라는 불투명한 간접효과로 한·미 FTA를 정부가 강행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우리나라 외교 시스템의 투명성과 진행과정에 아직은 제도적 미비점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헌법 72조의 국민투표는 이 경우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헌법 제도로 보인다. 정부도 국민투표라는 또 다른 카드가 있다면 양자협상에서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기에 좋을 것이고, 국민들도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에는 EU 가입만큼이나 경제적 영향이 높을 한·미 FTA에 대해서 의견을 갖고 표명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모든 FTA를 다 국민투표를 할 필요는 없겠지만 한·미 FTA는 국민투표건이 될 정도로 큰 일이기도 하다. 국민투표는 좌파나 우파 모두 활용하는 선진 민주주의 기법인데, 우리나라는 한 번도 정책 국민투표를 해본 적이 없다. 정부는 소신껏 협상을 하고, 국민들에게 잘 설명하면 찬성과 반대의 양극단에서 적절하게 현실적 타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와 같이 ‘좋은 것이다’라고 무조건 강행하면 반대하는 국민들은 ‘국민불복종’ 외에는 할 수 있는 의사표시 방법이 없다. 다른 이해관계가 부딪칠 때를 위해서 민주주의 시스템은 투표라는 제도를 준비하고 있는데, 한·미 FTA는 국민투표라는 ‘레퍼렌덤’이 꼭 필요해 보인다. 지금의 밀실외교는 너무 불안해 보인다. 현실적으로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면 더 좋은 협상결과가 생겨날 것이고, 그렇게 해서 국민투표에서 이기면 될 거 아닌가. 이것이 민주주의다.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 與 ‘한·미FTA 신중론’ 부상

    열린우리당 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협상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최근 청와대를 향해 독설을 퍼붓던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 내건 ‘협상 반대론’과 일정 부분 궤를 같이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미·대북정책에 노골적인 반기를 드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과 맞물려 파장이 예상된다. 송영길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9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정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의 논리 비약과 독선이 엿보인다.”고 비판했다.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해 협상을 해보고 도저히 우리 사회가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일 경우에는 억지로 협상을 체결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협상 반대론’에 일부 동조하는 의견을 내놨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사견을 전제로 “정부가 미국측이 원하는 시한에 쫓기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신중히 협상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제기했다. 그는 특히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한·미 FTA와 함께 한·중 FTA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소속 한 중진의원도 “여건이 덜 성숙하거나 양국민이 동의할 수 없는 수준의 타협점이 나온다면 시한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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