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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전형적 살라미식 심리전

    북한이 남북 관계 전시상태 돌입 선언과 개성공단 폐쇄 위협 등 도발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며 한반도 위기 수위를 또다시 끌어올렸다. 대치 국면이 장기화될수록 ‘예측 불가능한’ 충돌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난 30일 오전 ‘정부·정당·단체 특별성명’을 통해 “남북 관계는 전시 상황에 들어간다”고 선언했고, 오후에는 개성공단 담당 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 담화 형식으로 “우리의 존엄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려 든다면 공업지구를 가차 없이 차단, 폐쇄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지난 3월 5일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정전협정 백지화’를 처음 공언한 이후 북한은 서울·워싱턴 불바다 발언(6일), 서해 5도 포사격 훈련(14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15일), 국가급 상륙 훈련(25일), 군 통신선 차단(27일), 전략미사일 사격 대기 지시(29일) 등 가용한 카드를 한 장씩 꺼내는 ‘살라미 전술’과 일련의 무력 시위를 반복하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패턴은 한·미 양국에 ‘전쟁 공포증’을 부각시키며 정세 주도권을 쥐려는 전형적인 심리전으로 해석된다. 한편으론 단호한 지도자로서의 김정은 이미지 형성과 체제 결속을 위한 대내 정치용으로 분석된다. 전쟁 공포 심리에 따른 남측 여론의 분열을 조장한다는 측면도 있다. 한마디로 다목적 카드를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31일 “북측의 위협 의도는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직접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샅바 싸움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남북 간 대결 국면이 상호 적대감을 부추기는 ‘심리전쟁’ 양상으로 번지면서 불신→대치→도발 패턴이 악순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천안함 3주기(26일) 하루 전인 25일자 언론에 정부 소식통의 발언으로 북한의 국지 도발시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정밀 타격하는 계획이 수립됐다는 보도가 나간 게 대표적 사례다. 이에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는 26일 성명을 통해 “이 시각부터 모든 야전포병군을 1호 전투근무태세에 진입시킨다”며 반발했다. 북한이 ‘최고 존엄’이라는 표현을 내놓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이다. 정부 당국자의 경솔한 발언을 두고 미국 외교안보 매체인 포린폴리시는 “바보 같은 짓”이라는 원색적 표현과 함께 “동상이 전략적 목표냐”고 비판했다. 북한의 30일 개성공단 폐쇄 위협 성명에도 ‘존엄’이라는 단어가 재등장했다. 일부 언론에 북한이 ‘달러 박스’인 개성공단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자 북한은 “우리의 존엄이 모독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말하는 최고 존엄(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감정적으로 자극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북한의 도발 명분이 될 수 있다”면서 “우발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위기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용어 클릭] ■살라미 전술 얇게 썰어 먹는 이탈리아 소시지 ‘살라미’에서 따온 말로, 주요 단계마다 잘게 쪼갠 위협 카드를 하나씩 내놓으며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가리킨다.
  • 정부조직법 기싸움 51일… ‘정치실종 연대책임’ 與·野·靑 상처뿐

    정부조직법 기싸움 51일… ‘정치실종 연대책임’ 與·野·靑 상처뿐

    지난 1월 30일 새누리당이 국회에 제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천신만고 끝에 51일 만인 22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정부조직법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여야 모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청와대는 성과도 못 내면서 여당을 조종해 정치실종을 부추겼다는 비난을 들었다. 여당은 정치력과 협상력 부재로 거수기 역할만 했다는, 또 야당은 정부조직법의 원래 목적이나 민생과는 거리가 있는 조건들을 억지로 끼워 붙이면서 발목잡기를 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청와대는 처음부터 ‘정부 원안 고수’라는 강경한 입장만 고수해 협상을 힘들게 했다. 지난 3일 여야는 협상타결 직전까지 갔지만 청와대의 개입으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민주당은 “심야협상 끝에 원내대표 서명만 남겨둔 상태에서 여당 협상팀이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전화를 받더니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다음 날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초강경 담화가 나왔다. 불필요하게 야당만 자극하고 오히려 협상을 힘들게 했다는 지적이 새누리당 안에서도 나올 정도였다. 청와대의 원안처리 지침이 오히려 여당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일방적인 당청관계를 강요한 것이 여당의 협상력 약화로 이어졌고 정부조직법 내용도 결국 야당안을 수용해 실익도 챙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도 겉으로는 “정부 출범을 위해 야당의 ‘떼쓰기’를 통 크게 감수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협상결과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청와대 가이드라인에 따라 오락가락하며 여권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비주류는 물론 친박계 일부에서도 “도대체 지도부가 뭘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조해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새누리당 간사도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할 것 같았으면 지난 월요일(18일), 아니면 화요일에는 본회의 통과까지 다 가능했다”고 말했다. 막판 협상에서 지상파 허가권의 방송통신위원회의 잔류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변경허가 때 방통위 사전동의제 등 요구조건이 다 반영됐다며 작은 승리에 고무된 야당도 상처를 입었다. 민생과는 거리가 있는 방송중립성 등을 강조하면서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 또 정부조직법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면서 정작 문제가 많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전력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지도부의 전략부재도 있었다. 방송의 공정성을 주장하던 민주당은 협상 중반 김재철 MBC 사장 퇴진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오히려 야당이 공정성을 해치고 있다는 역공에 시달렸다. 이날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통과되긴 했지만 정치 쟁점이 산적해 있어 또 다른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당장 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박 대통령이 이날 임명하면서 남아 있는 검찰총장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남은 인사청문회 결과는 물론 시기도 예단하기 쉽지 않게 됐다. 4대강 사업과 국가정보원 여직원 댓글 사건 등 2건의 국정조사 시기와 방식 등을 놓고서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사설] 정부조직법 지각 타결이 국회에 던진 메시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마침내 타결됐다. 유례없는 안보 위기와 경제 침체 속에서 새 정부가 출범 20일을 넘기고도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만저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야는 쟁점이 됐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관련 업무를 정부 요구대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되 야당이 제기했던 방송 중립성 강화 문제는 국회 특위를 통해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여야가 한발씩 물러남으로써 윈윈하는 결론을 이끌어 낸 셈이다. 정부 조직 개편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는 국민들로 하여금 대체 정치가 무엇인지를 새삼 묻게 만든 게 사실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50일 가까이 됐건만 한낱 SO 관련 업무의 미래부 이관과 방송 중립성 담보라는 편린(片鱗)에 국정 전체가 발목이 묶인 현실은 이 나라의 정치 수준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합의는 이미 2주 전에 여권에서 제기된 방안이다. 본지도 지난 6일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정보통신기술(ICT) 업무의 일원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방송통신위원회의 SO 업무를 정부안대로 미래부로 이관하되 방송 중립성 문제는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보완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여야는 그 뒤로 열흘을 허비하고서야 지난 주말 ‘SO 미래부 이관-방송 중립 보완’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과정에서 느닷없이 MBC 사장 퇴진과 같은 동떨어진 3대 요구 사항이 민주당 원내대표 입에서 튀어나왔다가 당내 반발 속에 철회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새누리당에선 대표와 원내대표가 국회법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일개 기업이나 사인(私人) 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낯부끄러운 협상력 부재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여야는 헌정사에 유례가 없었던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 대치에서 뼈저린 교훈을 찾기 바란다. 협상은 한쪽이 모두를 얻는 일방적인 게임이 아니다. 하나를 둘로 나눠 가질 수도 있고, 하나를 양보하되 다른 하나를 얻을 수도 있으며, 이번에 주고 다음에 받을 수도 있는 게 협상이다. 뒤늦게라도 여야가 의견을 좁힌 것은 다행이지만, 협상의 기본을 망각한 채 쟁점마다 건건이 불퇴전의 자세로 임한다면 자신들이 국회를 선진화해 보겠다며 만든 국회법은 말 그대로 ‘식물국회’를 만들게 되고, 국정은 걸핏하면 마비될 것이다. 국회 선진화까지 갈 것도 없이 국민 걱정이라도 좀 덜게 여야는 부디 협상의 기본부터 다시 배우기 바란다.
  • ‘물먹은’ 정부조직법… 여야, 얼굴도 안 본 채 침 튀기는 설전만

    ‘물먹은’ 정부조직법… 여야, 얼굴도 안 본 채 침 튀기는 설전만

    여야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 파행이 장기화되고 있다. 협상을 하기 위해 만나지도 못한 여야는 서로 상대방이 양보해야 한다며 목소리만 높였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논의는 장사꾼의 협상과 달라야 한다”면서 민주통합당을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노골적으로 새 정부 발목 잡기를 하는데 발목 잡기가 켕기니까 자꾸 현란한 어휘로 입장 변경을 하고 변신을 한다”면서 “정부조직법 원안 처리에 동의한다고 언급했으면 거기서부터 출발해야지 다른 얘기라고 하면 진전이 되느냐. 협상 원칙을 지켜 달라”고 요구했다. 이인제 의원도 “국회법을 보면 국회의장이 전시 또는 비상사태의 경우는 직권상정을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지금은 전시에 준하는 비상사태”라면서 “국가 비상사태라는 관점에서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며 직권상정을 요청했다. 협상 파행이 장기화되자 지도부의 협상력 부재에 대한 비판과 총사퇴론까지 나왔다. 정몽준 의원은 “당 지도부는 총사퇴한다는 각오로 책임감을 갖고 현재 위기를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면서 “야당도 문제지만 이런 정치 위기를 초래한 데는 새누리당의 책임도 없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는 민주주의에서 최고의 행위이고 대통령도 정치를 뛰어넘을 수 없다”면서 “정치 위기를 방치하면 국회가 죽고 정부도 타격을 받는다. 정치의 빈자리를 행정이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압박’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지난 11일 첫 국무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을 여야 정치권의 탓으로 돌렸다”며 “사돈 남 말하는 형국”이라고 밝혔다. 박기춘 원내대표도 “대통령은 ‘미래창조과학부는 타협과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브레이크를 걸고 여당은 버티면 된다는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함께 결단하면 1% 남은 합의를 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을 연결시키는 움직임도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임명되면 정부조직법을 포함한 모든 협상이 엎어질 것”이라면서 “김 후보자와 정부조직법 협상이 별개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김 후보자가 사퇴한다면 새로운 답들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기고] 복지는 튼튼한 안보 위에 쌓아야/김병철 방위사업청재정정보화기획관

    [기고] 복지는 튼튼한 안보 위에 쌓아야/김병철 방위사업청재정정보화기획관

    공공재(公共財)는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로서, 대가를 치른 이만 골라서 혜택을 주지도 않고 특정인이 이용한다고 해서 그 양이 줄어들지도 않는다. 국가안보 서비스는 대표적 공공재다. 최근 해상작전헬기 기종 결정에서 볼 수 있듯이 대형 구매사업은 경쟁구도를 최대한 조성·활용하고, 사업관리는 과학적 기법의 적용 확대 및 원가관리제도의 개선 등 방위력 개선 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안보는 공공재의 특성 때문에 국민 생존의 절대적 가치임에도 주인의식을 갖고 나서서 챙기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회가 정부 예산을 심의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최근 경제위기, 민생위기가 겹쳐 복지 등에 대한 요구가 급증함에 따라 올해 국방예산은 심의과정에서 다른 부문으로의 조정· 활용으로 사상 최저 수준의 증가율로 확정됐다. 금번 예산 감액 조정은 앞으로 우리 군의 주력무기가 될 차세대 전투기(F-X), 해상 작전헬기,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등에 대한 투자를 뒤로 미루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사업의 정상적 진행을 위해서 다음 해부터는 반드시 보충해야만 하는 예산이면서도, 사업추진 과정에서는 대외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금융비용까지 더해져 재정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장기간 추진하는 계속사업의 부족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 착수가 어려워지고, 또한 새로운 사업 착수를 위해 계속사업의 기간을 연장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됨으로써 결국 국가안보에 필요한 핵심무기를 적기에 확보하지 못해 군의 전투력에 심대한 차질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한국인들만 모르는 세 가지”라는 신문칼럼이 있었다. 우리 국민은 우리가 ‘얼마나 잘사는지’, ‘얼마나 위험한지’, ‘중·일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를 모르고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그중 가장 우려되는 것은 안보불감증으로, 우리는 군사적 극한 대치상황에 살고 있고 그 상대가 핵 개발·미사일 발사 등 군사력 증강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는 불가측한 집단인데도 위험성을 못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안보는 시장에서 물건을 사듯이 즉흥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기성품이 아니다. 하나의 핵심무기를 획득해 전선에 배치하고 피나는 훈련을 통해 이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얻어지는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자원투자의 산물이다. 우리가 오늘 국방예산을 나누어 다른 부문에 쓰고 나중에 보충하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결정할 경우 이를 반길 이가 누구이겠는가? 어떤 이는 전투기 한 대만 안 사도 수많은 결식아동을 도울 수 있다며 복지와 민생에 대한 우선적 투자를 강조한다.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 복지투자는 반드시 필요하고 확대돼야 한다. 그러나 ‘큰 제방의 저수지도 개미구멍 하나로 무너진다’는 말처럼, 사소하게 생각하는 전투력 공백이 하나하나 누적될 때 우리의 절대적 생존가치인 국가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 “이제 필요한 것은 협상 아닌 결단 정부조직 개정안 원안대로 가야”

    “이제 필요한 것은 협상 아닌 결단 정부조직 개정안 원안대로 가야”

    정부조직법 개정안 여야 협상이 37일째 장기공전한 8일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제 필요한 것은 협상이 아니라 결단”이라면서 “다음 주 초에라도 협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여야 간에 20번 이상 만나서 입장 조율을 시도했다”면서 이한구 원내대표가 제안한 여야 대표 합의에 의한 직권상정 후 표결처리의 논리를 재확인했다. 그는 “여당과 야당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충분히 토론한 이후에 표결을 거치자는 게 국회 선진화법 취지다. 선진국이 시행 중인 필리버스터제도 그 일환”이라면서 “법적으로 보장된 표결절차마저 거부하면 어느 당이 여당이 되든 몽니 부리는 야당이 있다면 건설적인 정국운영이 아예 불가능하다. 토론이 없는 국회는 무생물국회나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은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 사변,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여야 합의로 제한하고 있다. 민주당이 전날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인허가권을 방통위에 남기는 대신 정보통신기술(ICT) 진흥을 위한 특별법을 제안한 데 대해 그는 “흘러간 물레방아를 거꾸로 돌리는 격”이라면서 “SO가 정치적 쟁점이 될 사안이 아닌만큼 미래창조과학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원안은 그대로 가야 한다”고 재확인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또 “정부조직법과 별도로 3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하루빨리 잡자”고 야당을 재촉했다. 상임위별로 당장 처리가 시급한 민생법안이 쌓여 있다는 이유에서다.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 법안도 22개밖에 되지 않아 지난 6일 민주당에 의사일정 제안을 했는데 아직 감감무소식”이라고 했다. 취득세 감면 연장을 위한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주택분양가 상한제 탄력적 운용을 위한 주택법 개정안, 하도급 거래에서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을 위한 하도급법 개정안 등이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여야가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그는 “정치적 담판에서 (국회) 원내 협상으로 전환되는 과정의 성장통으로 봐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원내수석부대표가 중심이 돼서 정부조직법 협상을 진행한 전례는 여태껏 없었다.“면서 ”지난 이명박 정부 때는 이재오 의원이 특사 역할로 민주당 소속 유인태 국회 행정자치위원장과 별도로 매일 만나 담판을 지었다”고 덧붙였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지각… 방탄… 불임… “국회는 함량미달”

    19대 국회가 3월 들어 개원 10개월째를 맞고 있지만 역대 어느 국회보다 ‘함량 미달’이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일하는 선진 국회’와 쇄신·상생의 정치를 표방하며 문을 연 19대 국회는 실제로는 지각·방탄·불임국회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엔 정부조직법 개정안 관련 협상이 난항에 부딪히면서 협상력 부재마저 드러내고 있다. 19대 국회는 시작부터 늑장 출발했다. 지난해 5월 30일이 임기 개시일이었지만 33일이나 공전한 끝에 7월 2일에야 일을 시작했다. 여야가 개원 조건으로 민간인 사찰 관련 국정조사,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특검, MBC 노조 파업에 대한 상임위 진상조사 등 민생과는 거리가 먼 정치 이슈들을 내걸면서 씨름했던 탓이다. 그렇게 열린 7월 임시국회도 묵혀 두었던 민생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렸다. 저축은행 비리 의혹으로 기소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처리되면서 방탄국회라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뒤이어 민주당이 단독 소집한 8월 임시국회도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막기 위한 방탄용이라는 눈총을 받았다. 19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12월 대선 정국에 묻힌 ‘무늬만 국감’이었다.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건전한 국정 비판보다 상대 당 대권 후보의 의혹 들춰내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2013년도 예산안 처리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연내 처리에 실패했다. 여야는 제주해군기지 예산을 놓고 극명한 이견을 보인 끝에 결국 본회의 차수를 변경하면서 다음 날인 2013년 1월 1일 오전에야 처리하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국회가 새해를 몇 시간 앞둔 12월 31일에 가까스로 예산안을 처리한 전례는 많지만 해를 넘긴 경우는 제헌국회 이후 이때가 처음이다. 제 식구 감싸기 행태는 해를 넘겨서도 반복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영주 새누리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는 지난달 28일이 사실상 처리시한이었지만 결국 불발됐다. 민주당이 본회의 소집 요구서를 전날 제출했지만 새누리당이 ‘기습상륙작전식’이라며 거부한 탓이다. 지난 4일 국회 윤리특위에서 민주당 이종걸, 배재정 의원 징계안 처리가 무산된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부조직법 개정과 관련해선 19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이 발효됐지만 소수정당 보호라는 당초 목적과 달리 식물국회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6선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은 7일 이런 상황을 빗대 “하수구가 없는 부엌과도 같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신뢰관계가 바탕이 돼야 할 국회가 진영 논리와 당청 관계에 가로막혀 좌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대통령은 야당에 양보할 명분 주고 야당은 정부출범 협조해야”

    “대통령은 야당에 양보할 명분 주고 야당은 정부출범 협조해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놓고 청와대와 야당의 정면충돌로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 공백’이 장기화하자 ‘지금껏 이런 국회, 이런 청와대가 없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이 5년마다 되풀이되는 여야 갈등의 큰 축이지만 이번처럼 국정을 볼모로 자존심 싸움을 확대한 적이 없어서다.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에 나서야 할 대통령과 정치권이 오히려 정치력 부재로 국정을 위기로 몰아넣는 행태에 대해 정치 원로와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시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통 큰 정치’를 주문했다. 이 전 의장은 5일 “모두가 자기 입장과 자기 당만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편협한 마음이 지금의 사태를 낳았다”고 전제한 뒤 “대국민 담화를 통한 박근혜 대통령의 심경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그런 장면이 나오기 전에 여당은 협상력을 발휘해 야당과 타결점을 찾았어야 했고 야당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는 데까지는 협조하고 출범한 후에 잘못한 국정운영에 대해 비판하고 시정을 요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쪽의 기싸움에 국민들만 희생을 당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양보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만큼 여야 모두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이제 이성과 냉정을 되찾아 역지사지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면서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최선보다 나은 차선이 얼마든지 있다는 상식을 떠올리는 것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사생결단식의 정치적 후진성을 버리고 전략적 마인드를 키워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 하나를 갖고 싸우고 있는데 그보다 중요한 국정 과제들도 있다”면서 “(야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내주고 기초연금이나 경제민주화, 복지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접근과 시야를 넓히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 이양기 때마다 정부 조직을 바꾸려는 정치권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정부 조직 개편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당연히 국회가 통과시켜 줄 것으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통령만 국민들로부터 위임을 받은 것이 아니라 의회도 국민들에 의해 선출됐다”면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경우 의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대통령이) 사전에 의회의 협조를 구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당이 양보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윤 교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대선 승리로 위임받았다고 해석될 수 있는 만큼 박 대통령의 뜻대로 야당이 양보하는 것이 순리이고, 청와대와 여당은 방송 장악을 막을 수 있는 별도의 규제나 제도를 만들어 야당의 우려를 불식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밝혔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야 “위험한 정치 행위… 삼권분립 역행”

    야 “위험한 정치 행위… 삼권분립 역행”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부조직법개정안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에 대해 “권위주의 체제의 독재자들이 했던 방식으로, 매우 위험한 정치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4일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삼권분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국민을 볼모로 잡고 안보 얘기까지 하면서 국정 운영의 파탄이니 뭐니 하며 국민 불안을 과장되게 고조시키고 있다.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입법권과 법률을 무시하는 ‘대국회관’ ‘대야당관’으로 어떻게 새 정부가 국민 행복을 이룰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도 “대통령의 담화는 누가 봐도 야당과 국민을 압박한 것”이라며 “이런 여론전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방송을 장악할 의지가 없다는 대통령의 말은 믿지만 일부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이 낙하산 사장을 투입해 방송을 장악했다면 박근혜 정부는 독임(獨任)제 장관과 자본 권력을 동원해 언론 장악을 할 의도를 가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조직법개정안 가운데 논란이 되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제외하고 처리하자는 분리 처리안도 다시 제안했다.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3일 밤 10시 국회에 왔다는 보도를 봤다. 여야 협상은 그때쯤 결렬됐다”며 “여야가 거의 완벽한 합의 단계까지 갔는데 결렬된 것을 보면서 국회가 무력하다는 생각을 했다. 청와대는 여야가 합의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촉구했다. 우 부대표는 “우리도 다 걸고 하는 게 협상력을 높이는 일이지만 국민을 생각해서 이렇게라도 하자고 하는데 새누리당에서는 이를 왜 싫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야당에 발목을 잡는다는 누명을 씌우고 그걸 핑계로 원안을 관철하려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대국민 담화 내용에 대한 반박에 나섰다. 유승희 민주당 문방위 간사와 소속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TV(IPTV), 위성방송,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등 유료 방송 플랫폼이 ‘비보도’라며 장관 한 사람 관리 아래에 두겠다는 것은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 보장과는 전면 배치된다”면서 “장관 한 사람이 방송 플랫폼 정책권을 가지게 되면 프로그램에 대한 기획과 편성에 관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 간사는 “여당의 방안은 한마디로 ‘방송 장악의 칼’을 장관 한 사람에게 선물해 주는 것이다. 민주당이 합의제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에 방송 정책을 맡기자는 것은 방통위 다섯 명의 위원이 ‘한 자루의 칼’을 같이 쥐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내부 감시와 견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이슈&이슈] ‘세금 먹는 하마’ 인천 민자터널

    [이슈&이슈] ‘세금 먹는 하마’ 인천 민자터널

    ‘세금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천지역 민자터널에 대한 해법은 없을까? 인천시 협상력이 한계에 부딪히자 시의회가 총대를 메고 나섰지만 규정이 민간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돼 있어 사정이 녹녹하지 않다. 3일 인천시에 따르면 문학터널과 원적산터널 운영사에 지난해분 재정지원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공문을 보냈다. 시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에 따라 이들 민자터널 운영사에 실제 통행량이 추정 통행량보다 적을 때 적자액의 90%까지 보장해줘야 한다. 2003년 개통된 문학터널에는 2011년까지 489억원, 2005년 문을 연 원적산터널에는 370억원, 2006년 개통된 만월산터널에는 394억원의 재정지원금을 지급했다. 재정난으로 허덕이는 인천시가 지난 1월 초 20억원이 없어 직원 복리후생비를 일주일이나 늦게 준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다. 문학터널의 예상 대비 실제 통행률은 47.4∼63%에 불과하다. 원적선터널은 이보다 낮아 24∼30%이고, 만월산터널은 26.3∼39.3%다. 게다가 민간 운영기간이 20∼30년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5000억원가량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 이들 터널 건설에 투입된 민간자금은 2188억원이다. 시는 ‘민자터널 운영에 관한 용역’을 통해 민자터널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3개 터널을 인수하는 데 313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나 없던 일로 됐다. 시는 민간 사업자와의 협상을 통해 지원비율을 줄이려 했지만 만월산터널의 경우만 성공했다. 농협중앙회가 출자한 만월터널은 MRG 비율을 2010년 90%에서 73.9%로 낮췄다. 그러나 군인공제회와 교원공제회가 각각 출자한 문학터널과 원적산터널은 사업자 측이 완강하게 버텨 조정에 실패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민간 사업자의 적자를 보전해주는 MRG는 2009년 폐지됐지만 이들 사업자와의 계약은 그 이전에 이뤄져 조정을 강제할 수 없는 상태다. 사정이 이렇자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추가경정예산에서 문학터널과 원적산터널에 대한 2012년 재정지원금 61억 5000만원과 72억 46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재정지원금 지급기준이 현실적이지 못한 상태에서 두 민자터널이 요구하는 대로 지원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음 달 열린 예산결산위원회에서 관련 예산을 부활시켰다. 소송이 이뤄져도 예산을 확보한 뒤 공탁해야 이자부담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문학터널과 원적산터널에 대한 지난해 재정지원금은 아직까지 집행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민자터널 운영사들은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시의회의 사정에 따라 지원금을 줄 수 없다는 시의 방침에 대해 “3월까지 지급해 달라”고 완곡하게 대응했다. 드러내 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소송을 하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협약서상으로는 재정지원금을 제때 받지 못할 경우 이자까지 받을 수 있다. 이자율은 8.5∼13.6%로 책정돼 있다. 그동안 민자터널 사업자와의 기 싸움에서 계속 패배한 인천시가 이번에는 시의회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지만 어떻게 결말이 날지 주목된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이슈&이슈] 부활한 재정지원금 전액 삭감해야

    [이슈&이슈] 부활한 재정지원금 전액 삭감해야

    이도형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장은 민자터널 문제에 대한 대표적인 강경론자다. 그는 민자터널 적자를 시가 마냥 보존해 주는 현재의 시스템에 가강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 시의원이다. 김 위원장은 3일 “처음 잘못 꿰어진 단추 때문에 민간사업자들에게 혈세가 새나가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면서 ‘소송 불사’를 외치고 있다. →민자터널 문제는 어디에서 비롯됐다고 보나. -개통 전 예상 통행량을 과다하게 책정하고 협약서를 체결한 게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과장하거나 고의로 부풀렸을 개연성이 있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적자의 90%까지 보전해줘야 하니 지자체는 허리가 휘는 반면, 민간업자는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나 다름없다. 문학터널과 원적산터널의 적자보전금을 만월산터널의 73.9% 정도로 낮춰야 한다. →지난해 말 건교위가 삭감한 민자터널 재정지원금을 예결위가 부활시켰는데. -예산을 삭감한 것은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 비율을 낮추지 않으면 적자보전금을 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민자터널 운영사에 분명하게 전한 것이다. 예결위는 예산을 확보하고 공탁한 뒤 소송을 해야 시가 이자부담 없이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는데 잘못된 것이다. 공탁은 실효성이 없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의 의지다. 인천시는 재정이 어려운 만큼 배수진을 치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일단 되살아난 민간터널 재정지원금은 어떻게 되나. -상반기 추경에서 다시 삭감시키겠다. 소송이 벌어지면 법적 논리로는 불리할 수도 있지만 민자터널 운영사들이 경상적으로 힘들어져야 극적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액 삭감해야 한다. 소송을 하게 되면 전국 최초의 MRG 관련 소송이 될 것이다. →계속 강수를 두는 이유는. -MRG에 대한 공개적인 문제 제기다. 전국적으로 잘못된 MRG 협약으로 곤란을 겪는 지자체가 얼마나 많은가. MRG를 구조적·합리적으로 조정하지 않으면 시민 피해가 계속된다. 소송은 승패를 떠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서 주장을 굽히면 문학터널은 2022년까지, 원적산터널은 2034년까지 이대로 계속 가야 한다. →제3의 방안은 없는지. -현재의 민자터널 운영사를 대체하는 사업자를 선정해 재정지원금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다. 실제로 대구에서 민자도로 사업자를 바꿔 20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수익률이 5∼6%만 되어도 민자터널을 운영하려는 업체들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라도 민자터널 재정지원금을 쉽게 줄 수 없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사설] 野, 새정부 표류 막을 대승적 결단 내려야

    집권 100일이 정부의 명운을 가른다고 한다. 초기에 강력한 국정운영의 동력을 살려 신속하게 개혁을 하느냐에 5년 임기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출범 사흘이 지났지만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서 국정 현안을 지켜만 보고 허송세월해야 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내각과 청와대의 국정 차질 상태가 언제 정상화될지 가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주재한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오른쪽 자리는 공석이었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자리지만 현 정부조직법상 국가안보실은 유령조직인 셈이어서 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던 탓이다. 북핵위기에다 북한이 대남 기습침투 비행기인 AN2로 위협공세를 펴는 상황이라 한시도 비워둬서는 안 되는 자리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다. 박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해야 하는 그의 빈자리만큼 대한민국 안보에 공백이 생겼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위원은 정홍원 국무총리가 유일하다. 다른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국회 인사청문을 거치는 사이에 정 총리가 이명박 정부의 국무위원들과 경제 부흥과 국민 행복, 문화 융성이라는 박근혜 정부 국정기조를 협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은 당분간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설령 국무회의가 열려도 국회 통과 법안의 공표 같은 제한적이고 불가피한 의결 기능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정상적인 박근혜 정부의 가동을 가로막는 원인은 방송정책 이관 때문이다. 비보도 방송부문을 신설하는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기자는 여권의 입장과 방송통신위원회에 둬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이 팽팽히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갓 출범한 정부의 내각과 청와대가 제대로 구성될 수 없을 만큼 타협하기 어려운 사안인지 여야에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국정 차질 현상은 협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여당의 정치적 무기력과 발목을 잡고 보자는 야당의 오기가 빚어낸 합작품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2월 임시국회는 고작 엿새 남았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비협조만 탓할 게 아니라 야당이 적극 협조할 수 있는 명분을 줘야 한다. 민주당도 정부조직법 처리과정에서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지 않은지 자성해야 한다. 어제 민주당 자체 대선평가에서 민주당이 대선에 패배한 원인이 오만과 편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민주당 당적인 강운태 광주시장은 “식당 주인이 밥을 짓겠다는데 흰밥이든 찰밥이든 가로막을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정상가동을 위해 민주당은 이쯤에서 대승적인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 北 “우린 핵 보유국” 전방위 선전 대외 협상력 높이려는 의도인 듯

    북한이 지난 12일 3차 핵실험을 단행한 이후 각종 매체에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핵 보유국’이란 단어를 집중 사용하며 핵 보유국 지위 굳히기에 나섰다. 북한 매체는 3차 핵실험 직후인 13일부터 핵 보유국 표현을 늘리기 시작해 15일부터는 매일 하루 10건 정도 사용했다. 심지어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5일 제14차 아시아마라톤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북한 김금옥 선수의 경기 장면을 “핵 보유국의 기상이라는 비상한 각오를 안고 시간이 흐를수록 속도를 높여 나갔다”고 묘사했고, 조선중앙방송은 정월 대보름 소식을 전하며 “(주민들이) 핵 보유국 위용을 만천하에 과시한 긍지를 안고 정월 대보름을 즐겁게 보냈다”고 소개했다. 노동신문은 21일 한국 매체 보도를 인용하면서도 “최근 남조선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단호한 정치적 결단’ ‘북은 실질적 핵 보유국’이라고 주장하는 글과 견해를 계속 발표하고 있다”며 한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했다는 식의 기사를 내보냈다. 북한이 핵 보유국 지위 굳히기에 나선 것은 국제사회와의 핵 협상에 대비해 대외적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과 2009년 2차 핵실험 전후로도 핵 보유국 표현을 사용해 왔지만 이번처럼 전방위로 집중 부각시키지는 않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6일 “1, 2차 핵실험 때보다 완성된 기술을 근거로 핵 보유국 지위를 명확히 해 협상력을 더욱 높여 나가는 방향으로 대내외 정책 수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남 군사적 위협도 점점 수위가 오르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최근 포사격 훈련을 지도하며 “연평도의 적들이 무모한 포탄을 감히 날렸다가 인민군 포병들이 퍼붓는 명중 포탄에 호되게 얻어맞았다”고 연평도 포격 사건을 언급하는 등 남측을 자극했다. 김 제1위원장은 21일부터 연일 군부대를 찾는 등 군부대 시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군 대비 태세를 독려하는 한편 3차 핵실험 직후 예고한 ‘물리적 대응’을 실행에 옮길 수도 있다는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CEO칼럼] 새정부에 제구포신 힘을 실어주자/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CEO칼럼] 새정부에 제구포신 힘을 실어주자/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 날이다. 취임을 축하드리며,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하자고 말씀하신 대로 국민 행복과 희망의 시대를 만들어 주시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임기는 시작되었으나 새 국무총리와 내각은 탄생되지 않아 당분간 홀로 대통령이다. 국회의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26일이나 돼야 채택되고, 정부조직조차 확정짓지 못했다. 신설 부처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새 대통령과 구 정부 국무위원들의 ‘불편한 동거’ 기간이 5년 전보다 더 장기화되게 되었다. 이 기간에 개편되는 부처 공무원들은 어느 소속에서 어떤 업무를 맡을지 불확실하니 제대로 일이 될 것 같지 않고 상당한 시간을 허송하게 될 게 뻔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한 140개 국정과제들은 본격 추진되기 어렵지 않을까?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정부 출범 초는 매우 중요한데 야당의 발목잡기인지 여당의 전략 미숙 때문인지 5년 임기 중 한 달을 뒤뚱거릴 것 같아 안타깝다. 외국에서도 ‘허니문 기간’이라는 게 있다. 야당도,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최소한의 기간 동안은 새 정부에 협조한다. 언론도 밀월관계를 유지하며 초당적으로 새 정부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굳이 허니문 기간을 들먹이지 않아도 초당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에 핵실험을 강행한 데다 3차 핵실험 위협까지 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 차관급 인사가 참여하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강행하며 독도 도발을 노골화했다. 유럽발 경제 불황과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에 원화 강세 지속…. 내우외환이 산적한 상황에서 힘을 합쳐 대응해도 부족한데 정치적 이견 조정도 제대로 못하니 불안하기 그지없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다. 타이밍을 놓치면 그 효과가 적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다. 때론 시간에 쫓기면 양보가 불가피할 수 있다. 쟁점에 대한 실익이 어느 정도인지, 관철해야만 하는 가치가 양보해야 하는 가치보다 더 많을 것인가 깊이 고민하고 절충해서 빨리 타결해야 하지 않을까? 정부조직개편안도 그렇다. 경험으로 볼 때 협상은 유혹이자 설득이다. 쟁점 여부는 일단 시행해 보고 문제가 있으면 다시 바꾸면 된다. 명분과 실리를 조화시켜 조건부로 타협할 수도 있다. 양측 모두 협상팀의 권한과 컨트롤타워는 어떠한지, 협상력 부재나 유연성 미흡이 아닌지 의아하다. 양자협상에서는 지는 것이 결과적으로 이기는 것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5년 전에도 새 대통령 취임 이후 전 정부의 일부 국무위원들과 동거하는 일이 있었다. 논어에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잘못을 고치지 않으면 그것이 잘못이다)라는 말이 있다. 지난 잘못을 고치기는커녕 이번에 더 악화되어 버렸으니 여야 모두, 아니 우리 모두의 잘못이 아닌가? 내 탓은 아니하고 모두가 네 탓이라고만 우기면 잘못을 고치기 어렵다. 낡은 게 모두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낡아 잘못된 것은 빨리 버리고 새것을 펴야 한다. 이런 제구포신(除舊布新)의 정신으로 미래를 위해, 국민이 더 잘 살도록 하기 위해 변화는 추진해야 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필요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상유지가 좋으며, 좋은 게 좋다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우선 무엇보다 새 정부가 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여야가 역지사지 입장에서 대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안보와 경제 현안에는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 부적격 논란이 심한 일부 후보자들도 새 정부의 조기 정상 출범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필요한 판단을 해야 한다. 후보자들의 개인사에 국력을 쏟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더 이상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시론]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우리의 대응전략/정진영 경희대 국제대학원장

    [시론]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우리의 대응전략/정진영 경희대 국제대학원장

    국제사회의 회유와 압박에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주요 국가들은 북한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추가제재를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추가 핵실험에 나설 태세다. 우리 안보, 나아가 한민족의 생존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 핵무장의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줬다. 경제난으로 위기에 처한 전체주의 세습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핵 보유에 있다고 북한은 믿는다. 핵무기를 갖게 되면 미국이나 우리나라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공격이 곧 한반도에서의 핵전쟁과 한민족의 파멸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히 엄두조차 낼 수 없을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또 핵무기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면 한·미동맹도 약화시킬 수 있고 남북관계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매달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대규모 경제 지원 등 이른바 ‘퍼주기’로 북한을 막을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지배집단이 원하는 것이고, 우리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 대북제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국제적 공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대응전략은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첫째, 대북 군사적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 핵무기를 재래식 군사력으로 억지할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핵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징후를 포착하고 어떠한 도발에도 강력히 응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북핵 실험으로 더욱 치열해질 동북아 군비 경쟁의 상황에서 우리도 스스로 돌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둘째, 전략적 협상력을 증대시켜야 한다. 특히 중국에 대한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 중국이 북한을 감싸고 보호하는 한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조치는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런데 중국이 가장 꺼리는 것이 주변국들 모두가 자신을 두려워하며 미국과 더욱 가까워지는 상황의 전개이다. 한·미동맹의 강화가 역설적으로 중국에 대한 우리의 협상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은 또 일본이나 우리나라가 북핵에 대항해 스스로 핵 개발의 길로 접어드는 것을 우려한다.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해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재처리 능력을 갖추어 나가고, 우리 내부에서 핵주권론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중국으로 하여금 대북정책을 재고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에 대해서도 우리의 협상력을 배가시켜야 한다. 북한 핵에 대한 한·미 간 입장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우리는 북핵을 용인할 수 없지만, 미국은 북한 핵 자체보다 북한이 핵을 확산시키는 것을 더 신경쓰고 있다. 한·미방위조약은 북한이 우리를 공격할 때 미국이 자동적으로 우리를 돕도록 규정돼 있지 않다. 미국 내의 헌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북한이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을 때에도 미국이 선뜻 우리 방위를 위해 나서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때문에 미국 핵무기를 다시 우리나라에 배치하거나 미국 주도의 동북아 미사일방어체제에 가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의 내부를 더욱 튼튼하게 하고 국제적 위상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야 한다. 경제력도 더 커져야 하고, 민주주의도 더욱 발전해야 한다.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만족도가 더욱 높아져야 하고 대한민국 국민임을 더욱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돼야 한다. 국제적 기여와 다양한 국제적 역할을 통해 많은 나라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매력적인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 이것이 곧 북한에 대하여 완전히 승리하는 길이고 통일의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다.
  • [사설] 북핵 억지 위한 입체전력 확보 서둘러야

    누구도 원치 않지만 박근혜 정부 5년은 북한의 핵 실전배치와 우리의 핵 억지력 확보가 시간을 다투는 기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 당선인 말대로 북의 4차, 5차 핵실험이 그들의 협상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강력한 핵 억지력을 갖추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우리 군이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함대지·잠대지 순항미사일을 어제 새로 공개하며 위용을 뽐냈으나, 이런 위력시위로 북핵을 억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카드로 여권 안팎에서 핵무장론이 제기되고 있다. 북의 핵전력에 따른 남북 간 전력 비대칭 구도를 타개하려면 우리도 자체 핵전력을 보유하거나 최소한 1991년 철수한 미국의 전술핵이라도 한반도에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미 관계 등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타당성 여부를 떠나 실현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망(KMD) 구축도 추진되고 있으나, 마하10의 속도로 발사 수분 안에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북의 탄도미사일 능력을 감안하면 공중 요격을 통한 방어 또한 일정한 한계를 지닌다. 더욱이 핵미사일의 경우 남한 상공에서 핵 폭발이 일어나 막대한 피해를 부르게 된다는 점에서 실전 활용이 여의치 않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그나마 북의 핵위협에 대응할 군사적 수단은 한·미 양국이 꺼내든 선제타격 구상이라고 여겨진다. ‘킬 체인’(Kill Chain)이라 불리는 선제타격 개념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가 포착되면 선제적으로 관련시설을 타격해 북의 핵전력을 무력화시키는 방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구상 역시 적지 않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북이 핵을 전력화해 실전배치한다면 핵 기지는 은닉이 용이한 지하가 될 것이다. 수시로 핵 미사일을 이동시켜 위치 파악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실제로 북은 현재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만 100기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의 미사일이 숨겨져 있거나 수시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북한 전역에 걸쳐 발사 징후를 포착하는 자체가 어려울뿐더러 포착한들 불과 몇 분 안에 선제타격 여부를 결정해 실행에 옮기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1일 미 워싱턴에서 한·미 확장억제정책위원회(EDPC)가 열린다. 북이 실질적으로 위협을 느낄 정도의 선제타격 능력과 조기 경보시스템을 확보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 한·미 “개별국 차원 北제재 강화”

    한·미 “개별국 차원 北제재 강화”

    한·미·일 정상은 13일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과 관련, 대북 추가제재 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잇따라 전화 통화를 하며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은 핵실험으로 아주 어려운 길로 빠져드는 것”이라면서 “유엔 결의안과 더불어 한·미 실무자 간 협의를 해온 바와 같이 개별 국가 차원의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대해 “미국은 핵우산을 통한 억지력을 포함해 대한민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변함없이 지켜 나갈 것”이라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대북 제재를 포함해 분명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이와 별도로 대량살상무기 저지를 위한 미국 자체의 제재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집권 2기 첫 상·하원 합동회의 국정연설에서 “우리가 본 것과 같은 (핵실험) 도발은 북한을 더욱 고립시킬 뿐”이라면서 “우리는 동맹들과 협력하면서 우리 자신의 미사일방어(MD) 체계를 강화하고 이런 위협들에 대응할 국제사회의 단호한 조치를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도 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실험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되고 안보리 결의를 바탕으로 추가제재 결의를 즉각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조선반도 사태악화의 책임은 도발자들이 져야한다’는 제목의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을 통해 “오늘의 조선반도 정세는 자그마한 우발적 사건에도 능히 지역 전체를 뒤흔들어 전면전쟁으로 전환될 수 있는 엄혹하고 첨예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적대 세력들이 우리의 자주권 수호 의지를 오판하고 분별없이 날뛰는 경우 그에 대한 대응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면서 “후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도발자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500㎞ 이상의 함대지·잠대지 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필요시 북한 전역 어느 곳이라도 즉각 타격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도와 파괴력을 가진 순항미사일을 독자 개발해 실전 배치했다”면서 “그 내용은 이번 주 안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은 이지스 구축함(7600t급)과 한국형 구축함(4500t급) 등에 탑재된 사거리 500∼1000㎞의 함대지 미사일과 214급(1800t급)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사거리 500㎞ 이상의 잠대지 미사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거리 함대지·잠대지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1500㎞의 지대지 순항미사일인 현무3C의 개량형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국정과제토론회에 참석, 인사말을 통해 “북한이 3차가 아니라 4차, 5차 핵실험을 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협상력이 높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기자 sskim@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여야 “기능분리 국회 차원 재검토”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 분리를 놓고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통상 기능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관인 산업통상자원부로 넘어가게 됐지만 통상·외교 이원화가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외교통상위원장인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부터 공개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한 데다 민주통합당은 당 차원에서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야 모두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안대로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안 의원은 23일 “산업적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통상 업무를 산업통상자원부로 넘긴다고 해도 실제 교섭 추진 과정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별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업과 농·어업 분야 간 이해조정이 중요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산업을 주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협상 주체가 되는 게 맞는지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외통위 간사인 정문헌 의원도 “통상 기능을 산업부처 아래 두는 것은 1970년대 산업발전 시기에서는 적절했을지 몰라도 최근 통상이 복잡한 외교·정치적 상황과 결합하는 추세에서 볼 때 외교부나 독립기구에서 다루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쪽에선 외교부의 통상교섭본부가 산업통상자원부로 넘어가기 때문에 통상 협상력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민주당 등 야당과 의견 조율을 거쳐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민주당은 FTA 업무가 산업통산자원부로 옮겨지면 수출 대기업 중심의 FTA가 될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외통위 간사인 김영록 의원 측은 “개도국은 통상 기능이 미분화되어 외교·통상이 함께 다뤄지지만 선진국은 통상을 독립적 부처로 떨어뜨려 놓는 게 추세”라면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대표적 예”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미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반대 의견을 명시한 데 이어 외통위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쪽에서는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지경위 관계자는 “통상교섭의 효율성과 집중도 측면에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다루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사설] 경제 살리려면 선거공약 꼼꼼히 재점검하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맞는 산적한 국정 과제 가운데 경제문제만큼 화급한 현안은 없다.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비상상황에 처해 있다. 그 위기국면은 장기화·상시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를 위기상황에서 살려내는 일은 시급하면서도 중차대한 과제다. 박 당선인이 경제살리기에 비장한 각오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당장 대선 이후로 처리를 미뤄뒀던 새해 예산안 연내 처리와 10조~20조원의 추가경정예산안 협의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야당과의 대화를 통해 협상력과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박 당선인은 어제 대국민인사에서 “사회에서 소외되는 분 없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그처럼 하는 것이 진정한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 국민행복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우리 성장률은 2.4%에 못 미치고 내년에도 2%대 저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쏟아진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성장 위주 경제정책을 펴고 싶겠지만 우리에게는 언감생심이다. 윤전기로 돈을 찍어내겠다는 일본이나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다. 우리는 돈을 찍어내기는커녕 새해 예산안이 4% 성장을 전제로 짜여졌기 때문에 세수 부족에 따라 적자재정이 불 보듯 뻔하다. 기업들은 초긴축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고, 이 상태로는 일자리가 오히려 감소될 수밖에 없다. 성장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박 당선인이 후보 시절 제시했던 복지공약들의 달성 가능성도 하나씩 따져봐야 할 판이다. 섣부른 경제정책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에 ‘기업 프렌들리’, 후반부에 동반성장이라는 상반된 경제정책을 폈다가 기업들로부터 모두 외면당했다. 박 당선인은 이런 실패를 되풀이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그러려면 경제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복지공약과 재원의 수급을 계산해야 할 것이다. 새해 예산과 재정 건전성을 비교하고, 집권 5년 경제계획을 세워야 한다. 대기업들이 불안감을 갖는 경제민주화의 지향점도 보다 명확하게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잘살아 보세’의 신화 재창조를 위해 정부·기업·가계의 역량을 총결집해야 할 때다.
  • [데스크 시각] 용산역세권 개발 몸통과 꼬리/김성곤 산업부장

    [데스크 시각] 용산역세권 개발 몸통과 꼬리/김성곤 산업부장

    2007년, 그때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았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사업 후보자 공모 때 8조원을 써내 7조 8900억원을 써낸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제치고 사업을 수주했다. 롯데관광개발 등이 포함된 삼성 컨소시엄은 환호를 했고, 1100억원 차이로 고배를 든 현대건설은 초상집이 됐다. 총 사업비가 30조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사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다름 아닌 용산 국제업무지구 얘기다. 당초 5조원대로 예상했던 땅값이 8조원대로 뛰자, 용산철도기지창을 개발해 4조 5000억원 규모의 부채를 갚아보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졌던 코레일은 “용산의 값어치를 우리만 몰랐다.”며 탄성을 질렀다. 기세가 오른 코레일은 당초 땅값만 챙기려던 계획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개발이익에까지 욕심을 내 용산 개발에 지분 참여를 하게 된다. 코레일이 용산역세권이라는 수렁에 빠져든 것이다. 용산역세권에 눈독을 들인 것은 코레일이나 건설사뿐만이 아니었다. 서울시도 한 다리를 걸쳤다. 당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강르네상스를 야심차게 추진하던 시기였다. 용산과 반포 등지를 한강의 포트로 개발하려던 서울시는 코레일을 상대로 ‘딜’을 시도한다. 인허가 등의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의 지위를 활용, 서부이촌동 등지를 연계 개발할 것을 요구한다. 더불어 한강에서 용산으로 물길을 트는 청사진도 제시한다. 결국 당시 이철 코레일 사장이 서울시를 방문해 오세훈 시장과의 담판을 통해 서울시의 안을 들어주고, 코레일은 사업에 속도를 내는, 단군 이래 최대의 ‘딜’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도 SH공사를 통해 용산 사업에 4.9%의 지분 참여를 하고, 또 보상 때에는 서울시가 일정부분 역할을 맡는다는 이면계약도 이뤄지게 된다. 하지만 5년여가 지난 지금 이 사업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추락하면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주주들 간에 주도권 다툼만 전개되고 있다.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의 대주주인 코레일은 현실을 감안한 단계개발론을 들고 나온 반면, 사업을 관리하는 자산관리회사(AMC)인 용산역세권 개발의 대주주가 된 롯데관광개발은 코레일과는 반대로 통합개발을 주장한다. 양측이 맞서면서 보상비까지 확정했지만 재원 조달에는 진척이 없는 상태다. 지난 12일에는 2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삼성물산이 AMC에서 빠지면서 나온 주식을 받아 한시적(투자자가 생길 때까지) 대주주 지위에 오른 롯데관광개발은 증자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등 사업의 향배보다는 어렵게 얻은 대주주의 지위를 한껏 누리려는 모양새다. 사사건건 코레일과 맞서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요지부동이다. 용산역세권 사업 표류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서울시는 한발 떨어져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혹시 민원이 서울시로 옮겨붙을까 전전긍긍할 뿐이다. 대주주로서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코레일은 지분에 맞는 대우를 해줄 것을 요구하며 협상력과 리더십은 발휘하지 못한 채 부도 불사 등을 외치고 있다. 주주로 참여한 건설사 등도 시공권 등에만 관심을 보일 뿐이다. “서로 단물만 빨아 먹으려고 빨대를 꽂고 있는 양상인데 사업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최근 만난 도시계획 전문가의 얘기다. 현행대로라면 용산개발 사업은 표류를 넘어 파산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2300여 가구의 주민과 기업, 지자체 모두 엄청난 손실이 불가피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해법을 찾으려면 코레일은 대주주로서 아량과 협상력을 보여야 한다. 롯데관광개발은 감정보다는 분수에 맞는 처신이 필요하다. 서울시도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야 한다. 지자체와 주주들이 사업 초기의 자세로 돌아가 머리를 맞대야만 용산의 해법이 나올 수 있다. 단물만 좇아서는 갈증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은 진리다. sunggon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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