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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정치권 “애틀랜타 용의자 혐오범죄 적용하라”

    美 정치권 “애틀랜타 용의자 혐오범죄 적용하라”

    미 의원 8명, 애틀랜타 총격참사 현장 방문“혐오범죄 적용안 할 우려…법무부 나서라”한국인 4명을 포함해 8명의 생명을 앗아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기 참사 현장을 찾은 미국 의원들이 용의자인 로버트 애런 롱(21)이 혐오범죄 혐의를 적용받지 않을 우려를 제기했다. 더힐의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코커스(CAPAC) 의장인 주디 추 하원의원은 28일(현지시간) 현장방문 뒤 언론 인터뷰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이 운영하는 세 개의 스파에 그(롱)가 뛰어들어 총격을 가했을 때, 아시아계 여성들이 희생될 것임은 확실했다. 혐오범죄라는 명백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추 의원은 애틀랜타 경찰이 롱에 대해 혐오범죄 혐의를 적용하지 않을 우려를 제기한 뒤 법무부에 철저한 수사를 위한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법무부 소관은 아니지만, 미국의 혐오범죄 (수사) 시스템에 상당한 결함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지난 16일 참극 이후 12일이 지났지만 애틀랜타 경찰은 롱에 대해 혐오범죄 혐의를 적용할 증거를 찾지 못한 상태라고 AP통신이 전했다. 앞서 미 언론들은 경찰이 ‘악의적 살인’과 ‘가중 폭행’ 혐의만 적용하는 것을 검토중이라는 보도를 했고,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이후 거세게 반발해왔다. 특히 체로키카운티 경찰 대변인은 사건 직후 롱의 진술을 토대로 ‘성 중독’ 가능성을 언급하며 “그(롱)에겐 정말 나쁜 날”이었다고 발언했다가 평소에 아시아계를 비하하는 언행을 했던 전력까지 노출되면서 교체된 바 있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의원들은 총 8명으로 한국계인 앤디 김 하원의원은 “이건(총기 참사는) 어디서나 있을 수 있었고 그것이 우리를 지금 매우 두렵게 만든다”며 다음에 다른 폭력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크 다카노 하원의원도 해당 지역 검사들이 혐오범죄 사건에 경험이 많지 않을 수 있다며, ‘연방 법무부가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그레이스 멩 하원의원도 희생자 중 특히 아시아계 여성들의 삶을 기리고 싶다고 전하며 애도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사설] 정책 대결 하랬더니 막말공방, 유권자 우습게 보나

    4·7 재보선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우려했던 대로 거대 양당 간 막말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유세에서 “제가 (2019년 광화문 집회에서) 연설할 때 ‘무슨 중증 치매 환자도 아니고’라고 지적했더니 과한 표현이라고 한다.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 하나”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중증 치매 환자에 거듭 비유했다. 그러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에서 “내곡동 땅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거짓말하는 후보, 쓰레기다. 쓰레기를 잘 분리수거해야 한다”며 오 후보를 쓰레기에 비유했다.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우리 부산은 3기 암환자와 같은 신세”라고 빗대자 하태경 국민의힘 부산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암과 투병하는 환우들도 모독하는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소셜미디어에 국밥을 먹고 있는 오 후보 사진을 올리고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바타”라고 하자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식탁 앞에 앉아서 담배 피우면 노무현 아바타냐”라고 맞받아치는 유치한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엘시티 아파트를 두고 ‘대마도 뷰’라고 하자 국민의힘이 박영선 후보의 도쿄 아파트를 놓고 ‘야스쿠니 뷰’라고 맞공격한 것도 저급하긴 마찬가지다. 선거라지만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 지난 23일 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간 단일화로 선거 구도가 확정되면서 여론은 건전한 정책경쟁을 기대했다. 자치단체장의 업무는 시민의 살림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대 양당은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는커녕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막말을 주고받으며 선거를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뭘 보고 배울지, 외국인들이 한국을 어떻게 볼지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특히 치매, 암 등을 언급하는 것은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만큼 금기시돼야 한다는 점에서 개탄스럽다.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으로 선진국 대접을 받는 한국이 정치 분야에서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거대 양당이 이처럼 대놓고 막말을 주고받는 것은 각자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속셈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얄팍한 계산은 유권자의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막말로 정치 혐오증이 높아진 국민은 결국 대안을 찾으려 할 것이다. 당장은 양당 구도가 영원할 것 같지만 막말들이 쌓이면 정치판 물갈이에 대한 욕구도 커질 것이다. 남은 기간만이라도 여야는 유권자의 수준을 존중하는 품위 있는 선거운동을 펼치기 바란다.
  • 아시아계 미국인 혐오범죄 ‘스스로 지키기’ 나섰다

    아시아계 미국인 혐오범죄 ‘스스로 지키기’ 나섰다

    “별거 아닌 것 같은 혐오 발언도 기분 나빴다면 꼭 신고하세요. 혐오범죄의 판단 기준은 피해자의 느낌입니다.” 미국 메릴랜드주 경찰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한국계 노인을 대상으로 혐오범죄 화상 설명회를 열고 “911에 ‘코리안’(Korean)이라고만 얘기해도 통역사를 연결해 준다. 불법체류 여부는 묻지 않으니 무조건 전화하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설명회는 워싱턴DC 한인복지센터가 노인들에게 최소한의 범죄 피해 대처법이라도 알리겠다며 마련했다. 미 전역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범죄가 급증하면서 공권력에만 기대기에는 한계가 드러나자 아시아계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등에 있는 코리아타운과 차이나타운에는 아시아계가 자원봉사 치안순찰대를 구성해 순찰을 돈다. 형광 조끼를 입고 길거리를 점검하면서, 아시아계 혐오를 규탄하는 전단지를 배포한다. 한국인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진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참사 때문에 뉴욕 자경단에 가입했다는 징 리는 “세상이 변하고 있다. 사람들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다”고 WSJ에 말했다. 연이은 시위는 아시아계의 응집력을 보여 주고 있다. 각종 혐오범죄를 조용히 감내하던 그간의 문화가 바뀌었고, 정치권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6일 온라인으로 열린 ‘애틀랜타 총격 사건 피해자 전 세계 촛불 추모식’에서 한국계 미 하원의원 4명은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나 개인의 행동 하나로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출 수는 없다. 하지만 하나로 모이고 연대하면 우리는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아시아계 시민단체에도 혐오범죄를 멈추는 데 일조해 달라며 성금이 답지하고 있다. 고펀드미에 올라온 ‘아시아계 공동체를 위한 모금’에는 27일까지 약 464만 달러(약 52억 5000만원)가 모였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김균미 칼럼] 트럼프 ‘SNS 복귀’가 걱정되는 이유

    [김균미 칼럼] 트럼프 ‘SNS 복귀’가 걱정되는 이유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의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희생된 8명 중 6명이 아시아계 여성이다. 아직 미국 수사 당국이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아시아계 미국인, 특히 아시아계 여성을 노린 증오 범죄로 결론짓지 않았지만, 미국 사회는 이미 아시아계 미국인을 겨냥한 범죄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에서 인종차별 관련 강력 사건이 터지는 건 전혀 새롭지 않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주로 다니는 교회를 공격하고 백인 경찰들의 강압 진압으로 “숨을 쉴 수 없다”고 절규하다 숨진 조지 플로이드처럼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과 증오 범죄가 주를 이뤄 왔다. 지난해부터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타깃이 옮겨 가는 양상이다. 아시아계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 급증하는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를 촉발한 이유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는 미국 정부와 언론,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최고지도자의 금도를 넘어선 발언과 행동이 사회 전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보여 주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4년 내내 인종차별적 발언과 막말을 쏟아냈고 지지층은 열광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 “쿵 바이러스”로 칭했고, 그 결과 중국 등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미국 내 아시아계 단체들이 연합한 ‘아시아태평양계 시민 혐오 반대’(스톱 AAPI 헤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9일부터 올 2월 말까지 신고된 미국 내 아시아계 대상 혐오 사례는 3795건이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2.3배 많이 피해를 봤다고 신고했다. 욕설과 비방, 위협 등이 많았지만, 애틀랜타 총격 사건처럼 희생자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그동안 수적 열세와 문화적·언어적 차이로 뭉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이제는 언제 공격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연대하고 있다. ‘모범적인 소수 민족’, ‘영원한 외국인’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보호받을 당연한 권리와 교육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이 아시아계 등 비백인 미국인에 대한 혐오 범죄 증가의 유일한 원인은 물론 아니다. 2016년 대선 당시 미국은 이미 지지 정당, 지역, 학력, 성별, 인종에 따라 갈라질 대로 갈라지고 기득권 세력에 대한 반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트럼프가 이를 전략적으로 공략해 성공했고, 4년 동안 분열의 골은 더 깊이 파였다. 테드 류 민주당 연방하원의원은 애틀란타 사건 직후 베니티페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인종차별적 언어를 통해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아시아계 미국인을 다치게 해도 된다고 허락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섬뜩한 분석이다. 코로나와 이민자 등에 대한 트럼프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선을 넘은 발언을 열성 지지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그대로 따라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는 류 의원의 지적이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지난 1월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이후 트위터 등 계정이 영구 정지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3개월 뒤 직접 플랫폼을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복귀한다고 한다. 기존보다 더 차별적이고 분열적인 발언을 견제 없이 확산시킬까 걱정이 앞선다. 한가하게 미국 걱정할 때가 아니다. SNS에 혐오(증오) 발언이 넘치고 혐오 범죄가 급증하는 것은 한국도 큰 차이 없다. 외국인 노동자와 중국인, 중국동포, 성소수자, 여성, 노인에 대한 혐오는 우려할 수준이다. TV와 라디오, 유튜브와 SNS를 통해 쏟아지는 정치인들의 막말, 우리 편과 적으로 갈라치는 발언이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정치인들은 시도 때도 없이 페이스북에 정제되지 않은 주장을 올리고 퍼나르기에 급급하기보다 내용에 책임지는 모습을 남이 아닌 자신에게 먼저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SNS가 분열과 혐오를 확대재생산하는 통로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라도 할 수 있다. 트럼프 시대에 조롱거리로 전락했던 ‘정치적 올바름’이 비록 가식적·형식적이었다 해도 차별과 혐오, 비방은 곤란하다는 윤리의 둑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은 했다. 한국에는 그마저도 없다.
  • [사설] ‘박영선·오세훈 대진표’, 보궐선거 정책으로 승부하라

    다음달 7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맞붙게 됐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서 어제 오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꺾고 야권 단일후보가 된 것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 이슈에 쏠렸던 4·7 보궐선거의 주요 정당 대진표가 확정된 만큼 사실상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게 됐다. 2주 앞으로 다가온 4·7 보궐선거는 우려했던 대로 이전투구 양상을 보였다. 이번 서울·부산 보궐선거가 내년 3월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 성격이 강한 만큼 여야 모두 총력전에 돌입했지만, 상대 후보 흠집 내기와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퇴색한 의혹 제기와 해명 및 역공, 고소ㆍ고발 등이 여전해 퇴행적 정치문화로 선거가 혼탁해지는 느낌이다. 민주당은 오 후보의 서울시장 재직 당시 2009년 처가 소유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 땅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박 서울시장 후보자의 도쿄 아파트 매각과 관련해 ‘도쿄시장’, ‘야스쿠니신사 뷰’라며 친일 프레임을 씌우며 역공하고 있다. ‘김영춘ㆍ박형준 대결’로 압축된 부산시장 보선에서도 민주당은 이명박 정권 당시 국정원 사찰 연루와 박 후보의 해운대 엘시티아파트 특혜 분양 의혹, 딸의 홍대 입시비리 등을 제기하고 있다. 후보자들은 각종 의혹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성실하게 해명할 책임과 의무가 있지만, 무책임한 흑색선전까지 모두 대응할 필요는 없다. 또 여야는 다급한 마음에 흑색 비방전을 펼친다면 이는 선거운동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얄팍한 네거티브 전략은 부메랑이 돼 정치 혐오증을 유발하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강화하는 등 악영향을 끼칠 뿐이다. 정치공학에 입각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마구잡이로 음해성 공세에 나서면 유권자들이 오히려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서울·부산 시민들은 자신들의 삶을 향상시킬 정책과 공약을 요구하고, 주요 정당은 시장 후보들이 공약을 성실히 지킬 것이라는 점을 보증해 주기 바란다. 여야 후보는 과감한 혁신과 도전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제도시로 서울시와 부산시를 변모시킬 수 있는 능력과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미래를 위한 정책과 비전를 제시하며 미래세대에 부담을 안기는 포퓰리즘은 자제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의 극복과 사회 양극화 문제, 민심을 안정시키는 부동산 정책, 제대로 된 복지 이슈를 놓고 정책 경쟁에 나서기를 당부한다.
  • ‘된장 뚝배기’ 정의당 여영국, 당원과 국민 신뢰 얻어낼까

    ‘된장 뚝배기’ 정의당 여영국, 당원과 국민 신뢰 얻어낼까

    여영국 “나는 당의 기반인 지역과 노동으로 성장한 정치인”한석호 “여영국은 된장 뚝배기처럼 서서히 끓지만, 오래가는 사람”당의 기반인 ‘지역’에서 당의 지향인 ‘노동’으로 성장한 여영국 정의당 대표 후보는 오는 23일 결과 발표를 앞두고 당원들의 마음을 모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임 당대표의 성추행으로 치러지는 당 대표 선거인만큼 실망하고 좌절한 당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손을 건네는 것이 위기의 정의당을 살리는 첫 출발이라는 판단에서다. 여 후보는 19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원들에게 마지막 희망의 끈, 불씨를 다시 한 번 살려보자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원들에게 어떤 말로 힘을 모으냐’는 질문에 “다른 유혹할 수 있는 말이 있습니까”라며 “다시 한번 진보정당 정의당을 중심으로 재도약 계기를 마련해보자”고 답한다고 했다. 공고를 졸업하고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 ‘금속노동자’ 출신의 여 후보는 당원들을 설득할 때도 ‘그럴 듯한 단어’를 쓰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제가 당선되면 100여명이 집단 입당을 하겠다는 사업장도 있다”며 희망을 언급한다. 그의 노동운동 동지인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은 여 후보를 ‘된장 뚝배기’에 비유했다. “된장 뚝배기는 은근하면서도 서서히 끓고, 끓고 나면 오래 유지되잖아요. 여영국이 노동운동을 할 때 그랬어요. 구속되거나 투쟁이 힘들때도 항상 자기 자리를 지켰어요. 여영국은 반짝반짝 튀지는 않지만, 끈기있는 정치를 하면서 당원들의 신뢰도를 끄집어 낼 것입니다.” 그의 꿋꿋하고 일관된 모습이 현재 정의당에 필요한 리더십이라는 설명이다. 여 후보는 ‘노동자 출신’이라는 말보다는 지역정치와 노동정치를 통해 성장한 정치인이라는 점에 집중해달라고 했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지역에서 오래 활동해오다 최근 당에 실망한 당원들도 바로 이 점에서 자신에게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여영국은 정의당이 국민의힘과 1:1로 붙어서 이긴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당의 성장은 결국 지역구 승리라는 확고한 생각도 있는 후보”라고 말했다.여 후보는 지방정치위원회를 당의 상설기구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일상적으로 기초, 광역, 국회의원을 꿈꾸는 사람들이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며 “지역을 기반으로 정치인들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당이 성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남 도의원을 역임했으며, 2019년 노회찬 전 의원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경남 창원성산 지역구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바 있다. 그는 당 내적으로 지역과 노동을, 외부로는 ‘정의당 노선의 대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여 후보는 “‘‘우리가 민주당보다 더 진보다’라는 프레임은 국민들의 삶과 별로 상관없는 선명성 경쟁에 불과하다”라면서 “이제는 그 틀에서 벗어나겠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노선을 대전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만나는 당원들도 “단호하게 했으면 좋겠다, 당이 노동이나 가장 힘든 사람들 곁으로, 더 좀 아래로 가까이 가면 좋겠다”고 그에게 말한다고 했다. 여 후보가 만들고 싶은 정의당의 모습이기도 하다. 한 총장은 “여영국은 불평등, 기후위기, 각종 혐오와 차별 문제 등 3가지 핵심을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뭔가 만들어낼 것 같다는 신뢰감이 있다”며 “그는 밑바닥 정치를 계속 해온 사람이다. 당원들의 신뢰뿐만 아니라 밑바닥 계층의 신뢰까지 올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아시안 목숨도 소중하다’ 미국 곳곳서 증오범죄 규탄 시위

    ‘아시안 목숨도 소중하다’ 미국 곳곳서 증오범죄 규탄 시위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미국 곳곳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와 폭력에 저항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정치권과 유명인도 속속 연대에 나서면서 지난해 미국을 들끓게 했던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과 같은 확산세를 이어갈지도 될지 주목된다. 지난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는 21세의 백인 로버트 에런 롱이 마사지숍과 스파 등 3곳을 돌며 총격을 가해 한인 4명을 포함해 8명이 사망하는 충격적 사건이 벌어졌다. 총격사건 이틀째인 17일 밤(현지시간) 워싱턴DC, 뉴욕시, 애리조나주 피닉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각각 추모객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워싱턴DC의 차이나타운에서는 약 200명이 모여 집회를 열고 ‘아시안 목숨도 소중하다’(Asian Lives Matter), ‘아시안 증오를 멈춰라’(#StopAsianHate)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며 구호를 외쳤다. 지난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가혹 행위로 사망한 이후 인종 차별 항의 시위가 미 전역을 휩쓸 때 사용된 것과 비슷한 구호가 등장한 것이다. 한글로 ‘경찰은 범죄를 예방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를 지킨다’고 적힌 플래카드도 있었다. 온라인 모금 웹사이트 ‘고펀드미’(www.gofundme.com)에서는 이번 총격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공개하고 이들의 장례 비용을 지원해주자는 취지의 계정이 속속 개설됐다.미 하원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집중 조명하는 청문회가 18일 열렸다. 청문회에는 한국계인 영 김·미셸 박 스틸, 중국계인 주디 추, 대만계인 그레이스 멩 하원의원과 태국계인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 등 이번 총격 사건으로 희생된 아시아계 여성 6명과 같은 숫자의 여성 의원들이 증인으로 나왔다. 하원에서 이런 청문회가 열린 것은 30여년만이다. 한국계 배우 겸 코미디언인 마거릿 조는 이날 트위터에서 “화가 난다. 이건 테러리즘이다. 이건 혐오범죄다. 우리를 살해하는 것을 멈춰라”고 호소했다. 여배우 귀네스 팰트로는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 깊은 애정을 보낸다”며 “여러분은 미국을 더 좋게 만들고 있으며, 우리는 여러분을 사랑한다”고 소셜미디어에 썼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18일(현지시간) 저녁 뉴욕한인회 주최로 퀸스 플러싱의 레너즈스퀘어에서 열린 애틀랜타 연쇄 총격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해 “유가족들에게 추모와 연대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그들이 경험한 것은 바로 테러리즘”이라며 아시아계를 겨냥한 이번 사건을 테러 사건으로 규정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들은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을 계기로 증오범죄 근절을 촉구하는 대규모 차량 시위에 나섰다. 최대 70여대가 동참하는 차량 시위는 증오범죄 근절을 요구하는 포스터와 홍보 문구를 차량에 부착하고 한인타운 일대를 운행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차별금지법’ 발의·폐기 반복만 14년… 절박하게 밀어붙여 통과시켜야

    ‘차별금지법’ 발의·폐기 반복만 14년… 절박하게 밀어붙여 통과시켜야

    ‘이슬기 기자의 대담한 언니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대담한’ 언니들의 대담입니다.함께 세상을 바꾼, 혹은 바꿀 지혜를 나누고 힘을 얻어 가는 장입니다. ‘언니’는 사전에도 나와 있듯 성별 관계없이 동성의 손위 형제에게도 쓰는 말이므로 여성만 소환하지는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멋있으면 다 언니’입니다.이은용, 김기홍, 변희수. 최근 두 달 새 전해진 그들의 부고는 사람들에게 잠시 망각했던 ‘차별금지법’을 다시 소환했다. 성소수자라는 존재 자체가 족쇄였던 그들의 세상살이가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덜 팍팍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안타깝다. 국민 88.5%가 지지한다는 차별금지법은 14년째 답보 상태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인권위원회가 입법을 권고하고 이듬해 법무부 안으로 발의된 이후 7번 발의됐지만 철회·폐기를 반복했다. 21대 국회에서도 차별금지법은 발의됐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지난해 6월 어렵게 공동발의 요건인 10명을 채워 8번째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이 통과됐더라면 적어도 변희수 전 하사를 강제 전역 처분한 국방부에 인권위가 시정을 권고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금을 부과하거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왜 차별금지법은 늘 제자리걸음일까. 21대 국회에서는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지난 9일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한 장 의원과 공동발의자인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을 만나 물었다.-지난 3일 저녁, 변 전 하사의 부고가 전해졌습니다. 소식을 듣고 어땠나요. 장혜영 그날 저녁 늦게 뉴스를 봤는데,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어떤 기분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는 기분이었어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애도의 시간을 갖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첫말을 썼던 기억이 나요. 권인숙 저는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서 확인했는데, 그냥 멍해서… 장지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보좌관한테 얘기를 하려는데 확 올라오더라고요. 사람이 마음으로 우는 게 뭔지 알겠더라구요. -변 전 하사가 떠나고, 차별금지법에 관한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장 의원님이 지난해 6월 대표 발의한 법안에 권 의원님이 공동 발의했어요. 당시 장 의원님은 국회의원 모두에게 동참을 호소하는 편지를 띄웠고, 권 의원님은 이동주 의원과 함께 이름을 올린 민주당 의원 두 명 중 한 명이었어요. 당시 심정과 주변 반응이 어땠나요. 장혜영 차별금지법은 21대 총선 당시 정의당의 대표 공약이었어요. 그동안 발의됐던 법안과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아 내용보다 ‘어떻게 발의해서 캠페인할까’가 중요했어요. 21대 국회에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던 분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이렇게 차별금지법에 우호적인 분들이 많았던 적이 없어서 하루라도 빨리 발의해 21대 국회의 차별성을 보여 줘야겠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공동발의할 의원님을 찾으려 연락하면 가치에는 공감해도 현실적 이유들로 마다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권인숙 보좌진이 엄청 반대했을 거예요. 워낙 격렬하게 몇 주 동안 (문자·전화 공세를) 감당해야 하니까…. 장혜영 맞아요. 공동발의에 대한 책임 범위가 의원 개인을 넘어선다는 말을 많이 하셨어요. ‘이것(차별금지법)이 무엇인지 알고 같이 감당하겠다’는 권 의원님의 말씀에 정말 감사했어요. 권인숙 일단 저희 보좌진은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고요(웃음). 민주당에서는 당론으로까지 됐다가 발의자가 철회했던 법안이기도 해 경험치가 안 좋았을 거예요. 지역구 등에서 공격을 심하게 받아 본 경험들도 있고… 다들 힘들었을 거예요. -기독교계 일부에서 “우리는 이미 양성평등기본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있다”는 논리를 폅니다. 장혜영 존재의 역설인데요. 그 법들로 충분했다면 이 논의가 나오지 않겠죠. 그런 발화 자체가 차별과 편견을 더 확장하는 측면이 많고요. 권인숙 저희에게는 사실 장애인차별금지법밖에 없어요. 양성평등기본법은 차별금지법이 아니고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기본 기준을 제시해 주는 거예요. ‘이 정도는 하지 말자’는 선을 알려 주는 것이고, 개별적으로는 꼼꼼하게 따져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죠. 장혜영 차별금지법 제정은 사회 발전의 성과를 남기는 일일 수 있어요. 우리 사회가 완전히 평평한 게 아니라 울퉁불퉁하다는 걸 인정하는 거죠. 사회 발전을 위한 규칙들을 만드는 건데, 그 기준이 필요 없다는 건 기존의 울퉁불퉁함을 유지하고 싶다는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고요.-현재 차별금지법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아는데. 장혜영 비교섭단체의 절절한 설움이 있었어요. 당 대표, 원내대표, 여야 할 것 없이 법사위 위원 한 분 한 분 찾아 뵙고 열심히 한다고는 했지만, 국회 내 정치 역학이 있잖아요. 여러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라 논의를 진척시키는 게 어려웠어요.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준비하는 ‘평등법’에 의원 20여명이 이름을 올렸다는 얘기가 전해지는데요. 권인숙 저도 평등법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는데, 종교계와의 조율이 쉽지 않은 모양이에요. (이 의원이) 조문 하나하나를 놓고 지역구 의원들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으셨어요. 변 전 하사 사건을 계기로 다들 급박함을 느끼고 변화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지역 내 기독교 일부 조직의 저항과 반대가 워낙 거세 위축돼 있었지만 더이상 이럴 순 없다는 거죠. 더이상의 핑계는 의미가 없어진 상황이에요. 다수 의원들이 조직적 저항을 감수하겠다는 선언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봅니다. 장혜영 그래서 초반에 ‘당론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드렸었어요. 개별 의원이 짊어지고 가는 게 아니라 당이라는 우산 안에 있으면 행동하기 훨씬 더 편안하니까요. 이 의원께서 최대한 많은 의원들과 공동발의하려는 건 그런 맥락이라고 봐요. 이 의원님 안이 발의되면 차별금지법을 더욱 폭넓게 논의하는 물꼬가 될 거예요. 공식적으로 논의되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죠.-국민 10명 중 9명이 원한다는데, 왜 지금껏 차별금지법 제정은 제자리일까요. 권인숙 ‘성평등’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난리가 나는 사태를 경험했던 분들이 국회에는 있죠. 20대 국회 선거 때도 ‘동성애 옹호 후보 낙선 운동’ 하는 식으로 표적이 됐던 경험들이 있고요. 장혜영 (반대 진영에서) 약한 고리를 전략적으로 건드리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차별금지법이 포괄하는 영역이 광범위한데, 그중에서도 가장 심한 편견을 갖고 있는 성소수자 문제로 프레임을 만들어 버리니까… 상대적으로 더 큰 연대를 이루지 못하고, 성소수자 진영의 운동처럼 여겨지는 거죠. 권인숙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측이 상대적으로 국회에서 강력한 로비활동을 거의 못하고 계세요. 기독교계 일부는 지역구마다 결집돼 있고, 교회들이 중심이 돼 직접 힘을 행사하는 데 비해서요. 기독교계에서도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의견이 40% 이상으로 반대하는 분들보다 많고, 20대 국회 때도 동성애를 찬성한다는 이유로 ‘오적’으로 꼽혔던 국회의원들이 대부분 당선됐어요. 그게 사람들 투표 기준이 되지는 않는데, 조직화된 소수의 결집된 힘을 훨씬 민감하게 체감하는 거예요. 장혜영 정말 놀랐던 게 “차별금지법을 완전히 잊고 있다가 다시 생각이 났다”고 하시는 의원들이 있었어요. 제 주변에는 사적·공적으로 함께하는 성소수자들이 있어 그들의 인권이 얼마나 존중받지 못하는지 아니까 당면한 우선순위 의제거든요. 21대 국회의원 모든 분들에게 단 한 명의 동성애자 친구라도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잊혀진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권인숙 악순환의 고리죠. 우리 사회는 억압과 혐오가 심하니까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요. 그러니까 자기 가까이에 성소수자가 있다는 걸 실감하지 못해요. -주제를 바꿔 보겠습니다. 정치하는 여성으로서 지난 9개월을 돌아보니 어떤가요. 장혜영 정치하는 남성들은 이런 질문 안 받죠. ‘여성 국회의원’은 굉장히 중요한 정체성이지만. 그것이 유리천장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했어요. ‘청년 대표’, ‘여성 대표’라고는 하는데 ‘인간 대표’로는 절대 안 쳐 주는 유리천장이 있다고 느꼈거든요. 여성 의원이 일반적인 의제를 다루는 걸 이례적으로 생각하거나, 반대로 여성 의제를 다루면 ‘쟤는 여성 의제만 해’라는 식의 시선도 있고요. 권인숙 큰 정당에 있기 때문에 비례대표로서 여성 의제를 잘 대변해야 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중요 책무였어요. 먼저 낙태죄 폐지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중요했어요.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 통과와 교육위원회에서 성평등 교육의 의미를 강조한 것은 9개월간의 활동으로서는 괜찮았다 싶어요. -장 의원님은 지난 1월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에 의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밝혔습니다. 당시 권 의원님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분(장 의원)을 믿어 주는 것이 가장 큰 지지”라고 했고요. 김 전 대표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에서도 보여지듯 미흡한 정치권 성평등 실현을 위해 무엇이 급선무인가요. 장혜영 문제를 문제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해요. 제가 던졌던 메시지 중 명확한 것은 ‘리더도 예외는 없다’는 거였어요. 가해자도 피해자도 도망칠 곳은 없었던 거죠. 전면 쇄신하려면 먼저 문제를 인정해야 하는데, 이걸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많아요. 직시하지 않으면 풀 길이 없는데 말이죠. 권인숙 국회는 성평등과 관련해 가장 노력하지 않는 곳 같아요. 광역단체장들이 이렇게 무너지는 일들이 벌어지는데 저 같은 전문가한테 자문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더라고요. -마지막으로 두 분이 생각하는 차별금지법 통과를 위한 돌파구는 무엇인가요. 권인숙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을 통과시키느라고 엄청 고생했어요. ‘위장 수사’에 대한 인권적인 해석, 검경 간 수사 방식에 관한 의견 차 등을 좁히기 어려웠는데 저와 보좌진의 ‘광기’로 진행시켰어요. 관계자들을 만나 독촉하면서 가능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는 과정이었죠. 평등법, 차별금지법이 상정되면 발의했던 사람들이 총동원돼야 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양심에 호소하든, 언론을 움직이든, 의원 총회에서 울고 불고 하든 모든 걸 동원해서 밀어붙여야 해요. 의지이고, 전투의 문제거든요. 장혜영 전적으로 공감하고요. 전면전밖에는 답이 없어요. 너무나 오래됐고 진영화돼 있는 싸움이어서… 저는 차별금지법을 의견의 대립인 것처럼 다루는 데 동의하지 않아요. ‘성소수자의 자유만큼 반대할 자유도 존중돼야 한다’는 식의 기계적 양비론을 내세우는데, 그건 하나의 프레임에 불과해요. 이건 의견의 대립이 아니라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시민을 지키는 문제예요. 사람이 더 죽으면 안 되잖아요.
  • [오늘의 눈] 삭제를 거부한다/오세진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삭제를 거부한다/오세진 사회부 기자

    설 연휴였던 지난달 13일 SBS가 록 그룹 퀸의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의 생애를 그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하면서 동성 간 키스 장면을 삭제했다. 반면 이성 간 키스 장면은 그대로 내보냈다. 또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출마한 정치인들은 매년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하거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말 뒤에 숨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모두 성소수자의 가시화를 막겠다는 처사들이다. 적지 않은 성소수자들이 이분법적 성별 구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에서 학대를 당하고,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직장에서 해고되고 있다. 미디어는 성소수자를 배제하거나 극의 희극성을 높이는 인물로 묘사하기 일쑤다. 이런 전방위적인 차별 앞에 성소수자의 삶이 안전할 리 없다. 성소수자 차별은 옳지 않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많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6%가 성소수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존중받고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다. 2017년 6월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약 81%가 ‘직장 동료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해고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인권위가 2017년 공개한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성소수자의 92.2%가 오프라인에서 혐오표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온라인에서 혐오표현을 경험했다는 응답 비중은 98.0%였다. 지난달 공개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5.2%가 지난 1년 동안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성소수자를 처벌하는 법 조항까지 갖고 있다. 현행 군형법 제92조의6은 동성 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적 접촉도 처벌한다. 유엔에서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를 계속 권고하고 있지만 올해로 15년째 차별금지법도 제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국회의 현주소다. 이런 인식과 현실 간의 괴리는 어디에나 있는 성소수자를 ‘자기 주변에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성소수자가 광장에 모이지 못하게 하고 미디어가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거나 왜곡하는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은 성소수자의 존재를 모른 채 살아간다. 성소수자가 내 가족, 내 친구, 내 연인, 내 이웃이라면 ‘동성애는 질병’이라는 혐오발언이나 ‘성소수자 인권 보장은 나중에’라는 말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공개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연구’에 따르면 성소수자를 가족이나 친구로, 동네에서 만난 경험이 있을 경우 만난 경험이 없을 때보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적었다. 성소수자는 지금보다 더욱 가시화돼야 한다. 성소수자의 존재를 삭제하려는 모든 시대착오적인 시도를 이제는 거부해야 할 때다. 5sjin@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죽음의 절벽으로 내몰린 이들, 트랜스젠더와 시스젠더 모두 인간이다

    [강남순의 낮꿈꾸기] 죽음의 절벽으로 내몰린 이들, 트랜스젠더와 시스젠더 모두 인간이다

    학기 초 첫 수업에서 나의 학생들은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갖곤 한다. 많은 학생이 시스남성, 시스여성, 트랜스남성, 트랜스여성 또는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등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자신을 부를 때 사용해야 할 대명사가 무엇인지 ‘그’(he), ‘그녀’(she), ‘그들’(they) 등으로 밝히곤 한다.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강의실 장면이다.트랜스젠더의 사전적 정의는 “젠더 정체성이 태어날 때 지정된 생물학적 성과 본인이 느끼는 성이 다른 사람”이다. 시스젠더는 태어날 때 지정된 성과 본인이 느끼는 성이 같은 사람이다. 시스젠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트랜스젠더와 연대하는 의미다. 트랜스젠더에게만 ‘트랜스’라는 특별한 표지를 붙이는 것은 트랜스젠더를 주변부로 위치하게 하기 때문이다. 남성 교사는 ‘교사’로 하고 여성 교사만 ‘여교사’라고 호칭하게 될 때 남성은 중심부에, 여성은 주변부에 위치하게 하는 것과 같은 기능을 한다. 변하는 것은 이러한 대학만이 아니다. 교육, 정치, 종교, 언어 등 모든 영역에서 모든 사람의 인권 확장을 위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복수였던 대명사 ‘그들’(they)을 이제 단수로 써도 문법적으로 맞는 시대가 됐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복수가 아닌 단수로 사용되는 대명사 ‘그들’을 “2019년의 단어”로 선정했다. ‘그’와 ‘그녀’만이 아니라, 성별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 대명사로서 이제 ‘그들’을 사전에 공식적으로 첨부했다. 누군가를 지칭하는 대명사의 변화는 인간에 대한 이해의 구체적인 변화와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를 반영한다. 2020년 S대학교의 입학 허가를 받았던 트랜스여성 A씨가 여러 반대에 부딪혀 급기야 입학을 포기했다. 교사, 정치인 그리고 활동가였던 김기홍씨는 지난 2월 24일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이어서 3월 3일 변희수 전 하사가 주검으로 발견됐다. 변 전 하사는 군인으로 일하며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절절하게 호소했지만, 성소수자 혐오로 뭉쳐진 종교, 정치, 군, 언론 등 한국 사회는 그에게 반인권적 폭력을 가했다. 2020년 한국에서 벌어진 이 세 사건의 공통점은 그 사건들의 주인공이 트랜스젠더라는 점이다. 김씨는 젠더 규정을 하지 않는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다. 변 전 하사는 ‘트랜스여성’이다. 김씨는 영어 대명사로 지칭하자면 ‘그들’(they), 그리고 트랜스여성 A씨와 변 전 하사는 ‘그녀’(she)로 해야 한다. BBC가 “남한의 첫 트랜스젠더 군인이 주검으로 발견됨”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변 전 하사를 ‘그녀’(she, her)라는 대명사로 지칭한 이유다. 2020년 1월 군은 변 전 하사를 ‘심신장애 3급’으로 분류하고 강제 전역 조치했다. 많은 이들이 트랜스젠더 문제를 성적 지향과 연결하곤 한다. 그러나 트랜스젠더의 성적 지향은 별개의 문제다.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라는 범주가 있다. ‘LGB’는 ‘성적 지향’에 관한 범주이고 트랜스젠더는 ‘젠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경험을 한다. 첫째, ‘비합법적 존재’라는 경험을 한다. 김씨나 변 전 하사가 죽음을 택한 것은 제도적으로 그들을 ‘불법적 존재’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시선 또한 그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둘째, 트랜스젠더는 ‘비인간적 존재’라는 경험을 한다. 많은 이는 트랜스젠더를 비정상, 심신장애자 또는 이등 인간으로 취급한다. 셋째, 트랜스젠더의 일상적 삶이 도처에서 왜곡되고 무시되는 경험을 한다. 시스젠더와 마찬가지로 트랜스젠더의 우선적인 정체성은 ‘인간’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트랜스젠더가 시스젠더와 똑같이 평범한 일상적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러한 왜곡되고 편협한 시각이 트랜스젠더가 한 인간으로서 일상적 삶을 살아가는 걸 어렵게 한다. 김씨가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절규했던 이유다. 넷째, 일상 세계에서 다층적 폭력과 비극의 경험을 한다. 이러한 측면들은 트랜스젠더 일반이 경험하고 있다. 폭력은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 열등한 인간, 비정상 인간이라는 혐오의 시선도 폭력이고 제도적으로나 법적으로 배제하고 제명하는 것도 지독한 폭력이다. 김씨는 유서에서 “너무 지쳤어요. 삶도, 겪는 혐오도, 나를 향한 미움도”라고 절망적인 절규를 한다. S대 입학을 포기했던 트랜스여성 A씨의 입학을 저지했던 사람들은 A씨가 ‘진짜 여성’이 아닌 ‘가짜 여성’이라고 주장했다. ‘가짜 여성인 남성’이기에 여대에서 ‘잠재적 성폭력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으로 A씨가 한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교육권을 부정했다. 2021년 1월 20일 취임식을 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월 25일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및 입대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성적 정체성이 군 복무를 가로막아서는 안 되며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가 군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면서 자격을 갖춘 모든 미국인들이 원하면 군인으로 나라에 봉사하는 것은 군대와 나라를 위해 더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3월 10일 유럽의회에서는 “유럽연합(EU) 전역에서 성소수자는 편협과 차별, 박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들의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공개하고 살 수 있는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결의안이 표결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채택됐다. 유럽의회는 EU 27개 회원국 전체를 ‘성소수자 자유지역’으로 선포했다. 2021년 미국과 EU에서 일어난 일은, 트랜스젠더 군인을 중증의 환자 취급하며 강제 전역시켜서 마침내 죽음을 택하게 한 한국 사회와 결정적인 대비를 이룬다. 동일한 2021년을 살고 있지만 한 사회의 인권감수성에 따라서 트랜스젠더가 시스젠더와 마찬가지로 평등하고 온전한 인간으로 존중받기도 하고 ‘불법적 인간’으로 배제되고 차별받기도 한다. 2017년 278명의 한국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 중 40%가 넘는 사람들이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지구(OECD) 회원국 중 한국 트랜스젠더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 결국 이들 성소수자는 스스로 죽은 것이 아니라 혐오와 제도적 폭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회·정치적 타살’의 희생자들이다.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는 바이든의 행정명령이 내려진 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면 순교라도 하겠다며 청와대 앞에 모여들었던 소위 기독교 지도자들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의 모든 기독교인이 백악관 앞에서 혈서를 쓰고 순교까지 하겠다고 시위했어야 마땅한 사건이다. 그런데 한국에 기독교를 전한 미국에서, 백악관 앞에서 이 문제로 시위하는 기독교인은 없었다. 미국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성서 위에 손을 놓고서 선서를 하는 나라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바이든은 1893년부터 바이든 가계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온 성서를 사용해 취임 선서를 했다. 그가 속한 가톨릭교회는 성소수자 문제와 여성 문제에 매우 보수적인 원칙을 가진 교회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성소수자들의 인간으로서의 권리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모든 성소수자들에게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제도화된 교회의 교리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정통 기독교의 입장이고 가장 성서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기독교인들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있다. 왜 이제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사회의 많은 교회나 신학대학들이 흑인, 여성 그리고 성소수자들을 이등 인간으로 취급하던 과거의 신학, 전통, 교리들을 바꾸고 모든 사람들을 평등한 인간으로 보는 입장으로 바뀌게 됐는가. 왜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성을 인정하고 그 ‘평등의 원’을 확장하는 것을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하게 됐는가. 그들은 반성서적이고 반기독교적인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면, 또한 21세기 민주사회의 시민이라면 ‘모든 사람이 고귀한 존재’라는 이해를 확장하고 제도화하는 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는 시민이다. 시민.” 김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마지막 글이다. 이 절절한 외침은 바로 인류가 지켜내야 할 기본적인 진리인 ‘트랜스젠더도 시스젠더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아프게 상기시킨다. 그 누구도 ‘불법’인 인간은 없다. 누구나 모두 ‘인간’인 것이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정의당, 무너지는 정파정치…새로운 진보의길 찾을까

    정의당, 무너지는 정파정치…새로운 진보의길 찾을까

    김종철 정의당 전 대표를 필두로 모였던 정의당 당내 정파인 평등사회네트워크가 지난 10일 결국 해체했다. 정의당의 최대 정파인 인천연합도 당대표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은 가운데 진보정당의 정파정치가 종언을 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평등넷 “성공보다는 실패가, 성과보다는 과오가 많았다” 평등넷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 6년간 시대적 과제를 선명하게 제시하고, 사회운동과 함께 하는 강한 진보정당을 만들기 위해 지역과 부문에서 노력해 왔다”며 “그러나, 성공보다는 실패가, 성과보다는 과오가 많았음을 인정한다. 특히 최근 벌어진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또 “김종철 전 대표와 함께 해 온 조직으로서 정의당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무엇보다 평등넷 활동 기간 몇 차례의 성폭력 사건이 있었음에도 재발을 방지할 조직적인 성찰과 혁신, 적극적인 계획과 실행이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고백한다”고 밝혔다. 이어 “평등넷은 애초의 목표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해산한다”며 “그러나, 회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한국 사회 세력 교체를 실현하고,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 인간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 차별과 혐오 없이 모든 존재가 평등한 세상’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파정치 넘어선 진보정치의 미래는 김 전 대표가 몸담았던 평등넷은 PD(민중민주)계열 운동권의 정의당내 핵심세력으로 평가받는다. 평등넷은 2015년 진보결집더하기(노동당 통합파)라는 이름으로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 정의당과 함께 4자통합을 이뤘다. 이로써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노동당 등 분열을 거듭했던 PD계열은 정의당 내에서 하나의 세력으로 자리했다. 이때부터 정의당은 인천연합을 중심으로 한 NL(민족해방) 정파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과거 참여했던 국민참여 계열 등과 경쟁하며 당을 이끌었다. 정파(의견그룹) 중심 당내 정치는 이념과 가치 대결을 촉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당 통합을 저해하고 공개적인 당 운영을 방해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한 공식적인 중앙당 의결기구가 아닌 의견그룹 내의 외부조직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탓에 민주적 결정구조에서 의견그룹에 속하지 않은 일반당원들이 배제 당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의견그룹에 속하지 않은 새로운 인물, 새로운 사상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정의당은 평등넷이 해체했을 뿐 아니라 인천연합 등 주요 정파가 모조리 당대표 보궐선거에 나서지 않으면서 정파 정치가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이정미 전 대표, 윤소하 전 원내대표, 박원석 전 의원 등 정의당 내 주요 인사들은 당대표 출마를 고사하고 여영국 전 의원에게 기회를 넘긴 바 있다. 정의당이 당내 보궐선거를 통해 정의당이 새길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비공식적인 정파와 구시대의 가치를 버리고 녹색과 여성주의와 같은 시류에 맞는 진보주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정의당은 선거 운동(3월 7~17일), 찬반 투표(18∼23일)를 거쳐 오는 23일 당대표의 당선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美 바이든호 상원 인준, 연이은 ‘막말’ 논란

    美 바이든호 상원 인준, 연이은 ‘막말’ 논란

    각종 막말로 첫 낙마한 니라 탠든에 이어굽타 법무부 부차관도 과거 언사로 논란탠든과 달리 민주당 “공화당 중상모략” 엄호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바니타 굽타 법무부 부차관이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과거 거친 언사로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각종 막말 전력으로 이미 낙마한 니라 텐든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지명자 때와 달리 공화당의 일방적인 정치적 공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은 9일(현지시간) 이날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굽타에 대해 ‘그간 진보주의에 치우쳐 공화당을 비난했고, 경찰 예산 삭감 등을 옹호했다’며 공격했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의원은 굽타가 지난해 2월 트위터에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거론하며 “하원에서 이미 통과된 중요한 민권 법안의 표결을 보류하고는 대신 당파적인 반 낙태 법안과 더 많은 종신 연방법관이라는 두 개의 당파적인 것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잊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에 대한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인준을 두고 “지명에서 인준까지 모든 성급한 과정은 불법”이라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이 외 굽타가 지난해 공화당 전당대회를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 터무니없는 거짓말’의 사흘 밤이라고 조롱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굽타는 이에 대해 “지난 몇 년간 때로 했던 거친 언사를 후회한다”며 철회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사과했다. 다만 “여러분께 요청할 수 있는 것은 내 평생의 기록을 보라는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법무부의 민권담당 부서 책임자로서 이념적 경쟁자들을 화합시킨 기록을 거론했다. 경찰 예산 감축을 옹호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난 경찰 예산 감축을 지지하지 않는다. 사실 법 집행에 더 많은 자원은 물론 몸에 부착한 카메라, 경찰관의 건강 및 안전 프로그램 등과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데 내 경력을 바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도 막말에 대해 비판이 나왔던 탠든과 달리 굽타에 대해서는 ‘공화당의 중상모략’이라는 주장이 민주당 내 대체적 기류였다. 허프포스트는 “일부 공화당원들은 굽타의 과거 언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뜻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서울광장] 제3지대 대선 후보의 앞날/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제3지대 대선 후보의 앞날/오일만 논설위원

    2022년 대통령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미래 권력의 향배는 시계 제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 사퇴 후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 오랜 기간 선두권을 형성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미래 권력의 향방은 예측불허가 됐다. 정치권이나 언론매체들은 ‘윤석열 현상’을 앞다퉈 다루며 호들갑을 떨지만 기존의 거대 양당이 아닌, 제3지대 후보의 돌풍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대선 1년 전 여론조사에 돌풍을 일으켰던 후보 가운데 박찬종·정몽준·문국현·고건·반기문 등 제3지대 대선주자가 많았지만 모두 고배를 마신 흑역사가 있다. 2007년 대선의 경우 깨끗한 기업가 이미지로 새로운 정치를 표방했던 문국현 후보는 창조한국당을 창당해 독자 출마했지만 5.8% 득표에 그쳤고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지지율 30%를 넘나들며 태풍급 바람을 일으켰던 고건 전 총리 역시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스스로 대선 레이스를 접었다. 4년 전 ‘대세론’을 형성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실패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들의 실패 이유는 다양하지만 명확한 정치적 어젠다 설정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극한대결로 치닫는 기존 양당 정치의 염증과 혐오를 정치적 동력과 반사이익으로 챙겼지만 그것만으로 대선 고지를 점령하기에는 부족했다. 어설픈 국민 통합론 이상의 파괴력 있는 정치 목표를 제시하지 못해 구심력을 잃어버린 탓이다.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고착화시킨 거대 양당 정치의 벽이 그만큼 단단하고 높았던 것도 이유다. 윤 전 총장도 이런저런 이유로 제3지대 후보들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정치의 틀 자체가 바뀌는 상황에서 과거의 잣대는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과거 산업화·민주화 세력의 이분법적 싸움은 더이상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 과거의 정치문법이 됐다. 미래에 대한 통찰과 현재의 문제 해결 능력이 차기 대선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의미에서 2022년 대선에선 극단적 진영 싸움에 지친 중도세력의 분노가 표출될 개연성이 다분하다. 대선 전초전인 서울·부산 보궐선거에서 진영 논리에 충실했던 친문(친문재인)과 친박(친박근혜) 세력들의 퇴조가 그 징조다. 한때 친문과 각을 세웠던 박영선 전 장관과 친박의 견제를 받던 오세훈 전 시장이 각각 여야의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중도 보수를 표방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정권은 보수세력이 쌓아 온 기득권을 적폐청산의 이름으로 허물었으나 이 과정에서 절차적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는 평가가 많다. 윤 전 총장은 이런 와중에 반사이익을 챙기면서 ‘반문 세력’의 상징으로 떠오른 측면이 강하다. 조국·추미애 전 법무장관과의 갈등과 권력의 탄압을 자양분 삼아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시켰지만 대선주자로서의 자리매김은 결 자체가 다르다. 그의 대선 출정식이나 다름없었던 지난 4일 총장직 사퇴 기자회견을 보자. 그의 출사표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의 수호였지만 그것만으로 한계가 있다. 대법관 출신인 이회창 역시 법치주의 실현을 화두로 던지고 두 번(1997년, 2002년)이나 출마했지만 실패했다. 평생 검찰 조직에 몸담았던 윤 전 총장이 국가의 운명과 직결되는 외교안보와 경제민생 이슈에서 능력을 보일지 아직 미지수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가속화하는 양극화 문제와 복지정책,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생존권 등에 대한 강한 욕구 분출을 법치와 헌법 수호로만 담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검찰 편향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국가 리더로서 혹독한 검증을 이겨 낼 수 있느냐는 오롯이 그의 몫인 것이다. 검찰총장직을 내던지자마자 유력 대선주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제3지대 후보로서 윤석열의 가능성은 야권의 재편과도 직결돼 있다. 현 국민의힘은 지난해 4·13 총선용 체제인 만큼 차기 대선을 앞두고 재편될 운명이다. 제3지대 대선 후보로서의 생존은 반사이익이 아닌 ‘자체 발광체’로서 정치판을 뒤흔드는 주도권에 달려 있다. 제3지대에서 힘을 키운 뒤 기존 정당을 끌어들여 새로운 정치세력을 창출하는 그림이 필요하다. 바람을 일으킨 대선 후보는 최종 승리를 위해 조직력이 필요했고 조직력을 갖춘 거대 양당은 그 바람을 이용해 권력을 쥐려는 정치 게임이 불가피하다. 분열된 야권을 통합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면 윤석열 돌풍은 ‘거위의 꿈’에 머물 것이다. oilman@seoul.co.kr
  • “변희수 전 하사, 사망 추측 2월 28일은 원래 전역하는 날”

    “변희수 전 하사, 사망 추측 2월 28일은 원래 전역하는 날”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변 전 하사 언급“극단적인 선택, 강제 전역 가장 큰 이유” 성전환 수술 후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법정 소송을 진행하던 변희수 전 육군하사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변 전 하사의 전역 날을 언급해 9일 눈길을 끌었다. 임 소장이 기억하는 전역 날은 변 전 하사의 사망일로 추측되는 2월 28일이다. 임 소장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느냐에 대해선 여러 추측이 있지만 저는 강제 전역이 가장 큰 이유로 본다”면서 이렇게 언급했다. 그러면서 임 소장은 “고인이 떠나가는 길 많은 분들이 애도해주셨다. 온라인 계좌로도 조의금이 많이 들어왔다”고도 했다. 임 소장은 또 “특히 정치인들의 애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았다. 권인숙 의원, 진선미 의원, 심상정 의원 등이 한걸음에 달려와 주셨다. 본인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부분도 이야기해 주셨다”고 상황을 전했다. 아울러 임 소장은 “대권주자 이재명 지사도 비서를 보내 조기와 조전을 유족들에게 전했다”며 “그 외에도 정치인들이 SNS를 통해서 애도와 조기를 보내주셔서 고인이 하고자 했던 것들이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겠느냐 희망도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임 소장은 변 전 하사가 지난달 28일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으로 추측하면서 “정상적으로 전역을 했다면 2월 28일이 전역하는 날”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아마 이날 선택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판단한다”고 말했다.더불어 임 소장은 “우리 일반 사회에서 혐오적 발언도 문제가 되는 거고 수술 과정에서 본다면 여단과 군단에서는 문제없다고 판단했는데 궁극적으로 최고 윗선에서 그런 것들을 받아들이지 않은 거라고 보고 있다”고 상황을 짚었다. 임 소장은 이어 “변 전 하사가 우리 사회에 남기고 간 숙제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그 점에서 우리가 풀어야 할 지점들이 많다. 지금 변 전 하사뿐만 아니라 성소수자들이 연쇄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 지난달과 이번 달만 해도 네 분이 극단적 선택을 하셨다”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통계청의 통계가 없다. 그렇다 보니 성소수자 자살예방정책은 빠져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것들을 바로잡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차별이 가시화된 지점부터 이 문제를 바라봐야 차별금지법이 통과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변 전 하사는 지난 3일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변 전 하사가 같은 날 오후 5시 49분쯤 자택에서 숨져 있는 것을 출동한 소방대가 발견했다. 상당구 정신건강센터는 상담자로 등록된 변 전 하사가 지난달 28일 이후 연락이 안 돼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119에 신고했다. 경기 북부 모 육군부대 소속이던 변 전 하사는 지난 2019년 휴가 중 태국으로 가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와 계속 복무를 희망했다. 그러나 군은 변 전 하사 신체 변화에 대한 의무조사를 시행해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지난해 1월 전역을 결정했다. 이에 변 전 하사는 지난해 2월 육군본부에 재심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육군은 “전역 처분은 군인사법에 규정된 의무심사 기준 및 전역 심사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분노가 치민다”…성소수자 부모들, 길거리로 나온 이유[이슈픽]

    “분노가 치민다”…성소수자 부모들, 길거리로 나온 이유[이슈픽]

    성소수자부모모임,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변희수 전 하사 사망 애도 “너무 미안해”“(서울시장) 후보 간 경쟁에서 혐오 발화”“포괄적 차별금지법 당장 제정하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한 달 앞두고 후보들의 성소수자 혐오 발언 파문이 일자, 성소수자 자식을 둔 부모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은 8일 오후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살아 있자, 누구든 살아 있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 이은용 극작가, 변희수 전 육군 하사를 추모하는 자리였다. 하늘 성소수자부모모임 대표는 “고(故) 변희수 전 하사에게 너무나 미안하다”며 “성별 고정관념이 가장 팽배한 집단인 군을 향한 고인의 용기 어린 결단과 행동은 트랜스젠더 당사자들과 부모에게 큰 힘이자 위안이었다. 변 전 하사의 죽음으로 그 힘과 위안과 희망은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을 낼 것은 없다는 군의 입장에 분노가 치민다”며 “고인의 안타까운 소식에 애도를 표하는 군의 말은 어불성설이다. 군은 애도를 표할 자격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고 변 전 하사가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심신장애 판정을 내리고 강제 전역시킨 군의 조치를 비판했다.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일부 후보들이 성소수자 혐오와 편견을 조장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이것이 과연 성소수자의 죽음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나”라며 “선거와 정치의 이름으로 당연하게 혐오와 차별이 자행되는 상황이 참담하기만 하다”고 밝혔다. 하늘 대표는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트랜스젠더가 겪는 혐오와 차별’ 실태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트랜스젠더 상당수가 다양한 영역에서 혐오와 차별을 경험하고 있으나 인권 보장을 위한 국내 법제도 및 정책은 미흡하다고 봤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한국 사회 내부에서까지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 실태를 지적하는 현재 상황에 정치권은 언제까지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며 침묵의 자세로 일관할 것인가”라며 일갈했다. 더불어 하늘 대표는 “우리 성소수자 부모들은 당사자들에 대한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행사하고 방조하는 사회에서 살게 한 것에 너무나 미안하다”며 “성소수자에게, 우리 자녀들에게 한국 사회의 차별과 혐오가 대물림되는 것을 이제는 진정 멈춰야 한다. 희망을 어려운 이 나라에서도 살아 있자, 누구든 살아 있자”고 강조했다.성소수자 부모들 “포괄적 차별금지법 당장 제정해야” 트랜스젠더 딸을 둔 어머니인 지월 성소수자부모모임 운영위원이 고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 이은용 극작가, 변희수 전 육군 하사를 추모하는 글을 낭독했다. 그는 서울퀴어문화축제 때마다 성소수자를 보듬고 위로하는 프리허그 등 행사가 펼쳐졌던 서울시청 앞 광장이 “죽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자리가 되어버린 작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2021년은 가혹하다 못해 잔혹한 해”라며 “퀴어를 공적 담론의 장으로 건져 올리기 위해 노력해온 세 사람이 연달아 세상을 떠났다. 혐오와 폭력을 전방에서 정면으로 마주해온 세 투사들이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예술인으로서, 정치인으로서, 군인으로서, 그리고 동시에 성소수자로서 마땅히 살고자 한국 사회에 자신의 존재를 과감하게도 당연하게 드러냈던 이들의 잇따른 죽음이 더욱 사무친다”며 “우리가 성소수자들을 안아주던 이곳에서나마 그들을 위로하고자 한다. 당신들이 있어 든든했습니다. 오히려 당신들에게 우리가 위로를 받았습니다. 차별과 혐오 없는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에서 이제는 편히 쉬십시오”라고 추모했다.“인권에 대한 무감각과 몰상식을 스스로 전시한 셈” 변 전 하사가 지난 3일 유명을 달리한 뒤 각계의 추모가 쏟아지고 있지만 유력 대권주자들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성소수자 문제가 ‘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죽음마저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트랜스젠더 아들을 둔 어머니인 나비 성소수자부모모임 운영위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인권에 대한 무감각과 몰상식을 스스로 전시한 셈이다.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당장 끝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서울시장 후보들을 향해 “당신들이 혐오세력의 눈치를 보며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성소수자들의 생명이 끊어져 가고 있다”며 “성소수자 인권 보호,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지금 당장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변 전 하사는 지난 3일 오후 5시40분쯤 숨진 채로 경찰에 발견됐다. 경찰 출동 당시 변 전 하사의 자택 문은 잠겨 있었으며, 경찰과 119는 문을 강제로 개방한 뒤 현장에 들어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변 전 하사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특별한 외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1차 구두소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13억명 시장vs표현의 자유… 트위터·페북 ‘인도’ 시험대 오르다

    13억명 시장vs표현의 자유… 트위터·페북 ‘인도’ 시험대 오르다

    빅테크(Big Tech) 회사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수난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이번에는 ‘인도’라는 거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인도 정부가 페이스북과 왓츠앱, 트위터 등의 직원들을 감옥에 가두겠다는 경고를 보냈다고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경고는 해당 회사들이 최근 인도 농민 시위와 관련된 정보와 계정 폐쇄 등 정부의 요구를 거절한 데 대한 보복 차원에서 나왔다. 동시에 거대 외국 플랫폼 회사들을 길들이기 위한 시도로 해석됐다. 앞서 지난 1월 인도 전자정보기술부는 “소셜미디어가 범죄, 반국가세력 등에 의해 오용되는 사례가 늘었다”며 ‘디지털 콘텐츠 관련 중재 가이드라인과 윤리 규정’을 새롭게 도입했다. 규정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플랫폼 회사들은 인도 정부의 법적 요청이 있을 때 관련 콘텐츠를 36시간 이내에 제거해야 한다. 사이버 보안 이슈와 관련해 정부 요청을 받게 되면 72시간 이내에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불법 메시지 최초 작성자의 신원도 제공해야 한다. 이에 응하지 않은 현지 법인의 임원에게 최고 7년의 징역과 벌금을 물린다. ●美언론 “트위터, 트럼프 퇴출 때 용기 보여라” SNS 서비스 기업에 대한 인도 정부의 압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위터는 지난 2월 초 농민 시위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가 제공된다며 계정 1000여개를 삭제해 달라는 인도 정부의 요청을 수용했다. 뉴델리에서 농민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정부가 인터넷 접속을 차단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리트윗했던 팝가수 리애나, 시위 상황을 공유했던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시위를 밀착 취재해 온 내러티브 보도 매거진 등이 문제가 됐다. 이후 트위터가 자체 조사를 통해 ‘(삭제한) 내용들은 언론의 자유에 부합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인도 정부에 통보한 뒤 계정을 복원했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문제 삼았다. 지난 2월 10일자 NYT 기사는 “트위터가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정지시킨 뒤 논란의 중심에 서더니 인도에서는 정부의 요구에 따라 계정을 차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인도 정부는 운동가들과 언론인들을 체포했고 언론기관들에 압력을 가했으며 모바일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면서 “트위터는 트럼프의 계정을 차단했을 때와 같은 용기를 보여야 한다”는 인도 변호사의 견해를 소개했다. 기사는 2020년 상반기를 다룬 트위터의 ‘17차 투명성 보고서’ 내용을 실었는데,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일본, 러시아, 한국, 터키에 이어 콘텐츠 삭제 요청이 다섯 번째로 많은 나라”였다. 이 기간 트위터는 53개 국가로부터 8만 5375개 계정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삭제해 달라는 법적 요청을 4만 2220건 받았는데, 이 5개 국가로부터의 콘텐츠 삭제 요청이 96%를 차지했다. “인도는 법원 명령을 포함해 5500건의 법적 요구서를 보내 특정 트위터 내용을 차단하라고 요구했다”고 NYT는 밝혔다. 정작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트위터는 오락가락했다. 일부 계정을 열었다가 인도 정부가 법적 조치를 위협하자, 2월12일 다시 대부분의 계정을 다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 트위터는 “계정은 인도 내에서만 차단될 것이며 언론인, 언론인, 활동가, 정치인들의 계정은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허한 멘트를 올렸다.●中·인도 갈등 속 퇴출된 틱톡, 60억弗 손실 WSJ는 “인도 정부는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했다. 미국 언론들은 제2의 ‘틱톡(TikTok)’ 사태를 거론하고 있다. 인도는 지난 해 여름 중국과 국경에서 무력충돌이 생기자 안보상의 문제를 들어 틱톡과 위챗 등을 포함한 59개의 중국산 스마트폰 앱을 금지시켰다. 틱톡은 자타 공인 중국 앱의 대표주자로, 인도의 동영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중국 밖에서 인도는 틱톡 사용자가 가장 많은 나라였다. 2019년 인도에서 3억2300만회 다운로드됐고, 글로벌 전체의 30%를 떠받쳤다.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 관계자는 당시 “기업평가액 감소분을 포함해 약 60억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했다. 13억명의 인구, 확대되는 인터넷 접속률, 성장하는 중산층을 거느린 인도에 대해 WSJ는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 노리는 거대한 성장시장”이라고 평가하며 “중국에서 퇴출당한 미국 인터넷 기업들이 접속이 활발하고 수억명의 소비자가 처음으로 온라인에 접속하는 인도의 인터넷 경제에 매료됐다”고 전했다. 특히 페이스북은 선진국에서의 성장이 둔화된 이후 인도에서 서비스 확장에 많은 공을 들였다. 페이스북의 왓츠앱은 인도 최대 인기 앱이다. 2020년 1월 기준으로 사용자가 4억명을 넘었다. 인도 내 페이스북 사용자는 3억 4000만명, 트위터 사용자는 7500만명가량이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인도 내 사업 확장을 위해 인도 통신 사업자와의 새로운 제휴에 57억 달러(6조원 이상)를 지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제3자가 읽을 수 없는 암호화된 통신”을 약속해 왔고 “인권, 적법한 절차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데이터 요청에만 응한다”고 강조해 온 왓츠앱도 이제 중대 기로에 섰다. WSJ는 “지난해 페이스북의 인도 법인 소속으로 인도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기도 했던 한 임원이 집권당의 정치인에게 회사의 혐오 발언 규정을 적용하는 것을 놓고 ‘사업을 해칠 것’이라고 반대했다가 나중에 직장에서 물러났다”는 스토리도 소개했다. ●인도, 대안 있는 투쟁 인도의 전투 의지 이면에는 인도판 트위터인 ‘쿠’(Koo)가 있다. ‘파란 새’ 트위터를 본떠 ‘노란 새’를 상징물로 쓰는 ‘인도산 SNS’는 지난해 3월 출시됐고, 영어뿐 아니라 8개 현지 언어로 이용 가능하다. “트위터는 인도법을 따라 인도 정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인도 내각 각료와 여당 정치인들은 한발 더 나아가 “인도 기업이 만든 쿠로 갈아타자”고 팔로어들에게 촉구하고 있다. 트위터에서 960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피유시 고얄 상무장관은 “나는 이제 쿠를 쓴다. 쿠에서 만나자”는 게시물을 올렸다. 인도 네티즌들은 트위터에서 트위터 반대 해시태그 달기 운동을 벌였다. 쿠도 “인도 말로 인도인들과 연결하자”며 애국주의 마케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사안은 ‘계정 지우기’, ‘콘텐츠 차단’ 논란 이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 진보 세력이 눈을 부릅뜨고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NYT는 1월 14일자 기사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트럼프 계정을 차단한 것이 도리어 해외 인권 단체와 활동가들을 화나게 했다”고 전했다. “그간 시민사회단체와 운동가들은 폭력을 부추기는 정치인들의 혐오 발언들은 삭제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이를 계속 거부해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얀마, 인도, 스리랑카, 에티오피아 등에서 들려온 이 목소리에, “이 회사들은 언론의 자유라는 이상에 의해 주도된 정책을 고수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제라도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니, 인도는 너무나 매력적인 시장이고 인도 정부의 태도는 너무 강경하다. 이지운 전문기자 jj@seoul.co.kr
  • ‘변희수 전 하사 추모’ 눈치 보는 대권주자들

    ‘변희수 전 하사 추모’ 눈치 보는 대권주자들

    성전환 수술 이후 군에서 강제 전역을 당한 변희수(23) 전 하사가 지난 3일 유명을 달리한 뒤 각계의 추모가 쏟아지고 있지만 유력 대권주자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성소수자 문제가 ‘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죽음마저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의 페이스북에는 7일 오후까지 변 전 하사의 죽음과 관련된 글이 하나도 올라오지 않았다. 개그우먼 박지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을 비롯해 미얀마 시민들의 죽음에도 애도를 표해 온 대권주자들이 한국 사회에 중요한 의제를 던지고 떠난 트랜스젠더 군인의 죽음 앞에는 ‘전략적 침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차별에 민감하다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5일 트위터에 김현삼 경기도의원의 짧은 애도 글을 공유하고 변 전 하사 빈소에 경기지사 명의의 조기를 전달했지만 직접적인 추모 표현은 하지 않았다. 야권 상황도 다르지 않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변 전 하사의 죽음에 함구하고 있다. 안 대표는 앞서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거부할 권리’까지 주장했던 만큼 변 전 하사를 추모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안 대표는 지난 2월 금태섭 전 의원과의 경선 토론에서 서울광장 퀴어축제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잠룡으로 분류되는 인물 중 직접 추모 글을 올린 이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제주지사 정도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는 몸조심을 하는 표 계산의 셈법, 철학과 소신을 덮어버리는 정치공학의 셈법”이라며 “혐오와 차별에 대해서 침묵을 하는 대선주자들의 비겁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눈치 보느라 변희수 하사 추모도 못하는 대권주자들

    눈치 보느라 변희수 하사 추모도 못하는 대권주자들

    성소수자에게 해당 안되는 부고의 정치추미애, 원희룡 페이스북에 추모이재명, 트위터에 리트윗성전환 수술 이후 군에서 강제 전역을 당한 변희수(23) 전 하사가 지난 3일 유명을 달리한 뒤 각계의 추모가 쏟아지고 있지만 유력 대권주자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성소수자 문제가 ‘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죽음마저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의 페이스북에는 7일 오후까지 변 전 하사의 죽음과 관련된 글이 하나도 올라오지 않았다. 개그우먼 박지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을 비롯해 미얀마 시민들의 죽음에도 애도를 표해 온 대권주자들이 한국 사회에 중요한 의제를 던지고 떠난 트랜스젠더 군인의 죽음 앞에는 ‘전략적 침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차별에 민감하다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5일 트위터에 김현삼 경기도의원의 짧은 애도 글을 공유하고 변 전 하사 빈소에 경기지사 명의의 조기를 전달했지만 직접적인 추모 표현은 하지 않았다. 야권 상황도 다르지 않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변 전 하사의 죽음에 함구하고 있다. 안 대표는 앞서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거부할 권리’까지 주장했던 만큼 변 전 하사를 추모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안 대표는 지난 2월 금태섭 전 의원과의 경선 토론에서 서울광장 퀴어축제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잠룡으로 분류되는 인물 중 직접 추모 글을 올린 이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제주지사 정도다. 추 전 장관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국회는 속히 차별금지법을 통과시켜 법제도적 정비에 나서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원 지사는 페이스북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혐오와 배제가 아니라 존중과 배려가 우리 사회에 더욱 커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썼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는 몸조심을 하는 표 계산의 셈법, 철학과 소신을 덮어버리는 정치공학의 셈법”이라며 “혐오와 차별에 대해서 침묵을 하는 대선주자들의 비겁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우리는 존재한다” 아시아 여성 최초 골든글로브 감독상 자오의 말 [김정화의 WWW]

    “우리는 존재한다” 아시아 여성 최초 골든글로브 감독상 자오의 말 [김정화의 WWW]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한국인 이주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미나리’가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국내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날 시상식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중국계 미국인 영화감독 클로이 자오(39·본명 자오팅)다. 자오의 ‘노매드랜드’(Nomadland)는 이날 작품상과 감독상을 모두 받는 쾌거를 이뤘다. 골든글로브에서 여성이 감독상을 받은 건 1984년 영화 ‘엔틀’(Yentl)로 처음 수상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이후 37년 만이다. 아시아계 여성으로선 최초다. “조용한 인디 드라마 제작자에서 이제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감독”이라고 한 미 연예매체 벌처의 평가처럼 자오는 일약 스타가 됐지만, 갑자기 찾아온 행운 같은 건 아니다. 그간 차근차근 쌓아온 궤적이 막 빛을 보기 시작했을 뿐이다.중→영→미 떠돌이 삶…“내 영화는 미국인 정체성 관한 것” 자오의 세 번째 장편영화인 노매드랜드는 미 언론인 제시카 브루더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 아이오와주 네바다에서 공장과 기업들이 붕괴한 후, 남편을 잃은 여성 펀(Fern)이 홀로 밴을 타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뉴욕타임스(NYT)는 “안정감과 ‘뿌리 뽑기’ 사이, 집이 주는 환상적인 위안과 광활한 길의 위험한 유혹 사이의 긴장감이 이 영화의 중심에 있다”고 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난 ‘전형적인’ 아시안 감독이 미국의 광활한 대자연을 담은 로드 무비를 만든 건 그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자오는 어린 시절 중국에서 자라다 10대 때 영국에서 기숙학교 생활을 했고,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학업을 마쳤다.부모는 부유했지만 그를 자주 혼자 내버려뒀고, 자오는 일본 만화와 마이클 잭슨, 왕가위로 그들의 빈틈을 메워나갔다. 장국영과 양조위가 출연한 왕가위의 영화 ‘해피투게더’는 너무 좋아해 아직도 작업을 시작하기 전 매번 일종의 의식처럼 챙겨볼 정도다. 대학에선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금세 자신의 길이 아니란 걸 깨달았고, 졸업 후 2년 간 바텐더로 일하는 등 각종 일을 전전하다 결국 뉴욕대 티시 예술대학에 들어갔다. 자오가 현재 함께 사는 파트너이자 영화 감독인 조슈아 제임스 리차즈를 만난 것도 뉴욕대 시절이다. 리차즈는 자오에 대해 “지독하고 극단적이다. 내가 영화 학교에서 만나고 싶었던 협력자의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함께 시간을 보내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앉아서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를 했다. 반면 자오는 실제 이를 실행한 사람”이라며 “그래서 나는 그 기차로 뛰어 올랐다”고 돌아봤다.어릴 때부터 이리저리 옮겨 다닌 유목민 같은 삶은 작품세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15년 리차즈와 함께 만든 첫 장편 ‘내 형제가 가르쳐 준 노래’(Songs My Brothers Taught Me)와 2017년 ‘로데오 카우보이’(The Rider), 그리고 노매드랜드에 이르기까지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아이덴티티,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자오는 “베이징에서 자란 나는 항상 몽골에 가는 걸 좋아했다. 어린 시절은 대도시와 넓은 평원으로 가득했다”며 “20대 중반 뉴욕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조금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렇게 ‘젊은’ 나라에서는 미국인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며 “내가 온 5000년 역사의 중국에서보다 이곳에서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훨씬 활발하다”고 했다.“배우 아닌 현실 사람들에 애정” 실제 유목민과 생활하며 촬영 자오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영화 속 가상의 세계가 아닌 현실에 대한 깊은 애정이다. 현지 지역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자오는 사람들이 실제 사는 곳에서 그들을 만나는 것을 선호한다”며 “가능한 한 (전문 배우가 아닌) 현실 속 사람들을 영화에 쓰려고 한다”고 했다. 영화감독이지만 완전히 과장되거나 새로운 상상 속의 일을 창조하기보단 지금 현재,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에 집중한다는 것이다.자오는 자신을 “시간을 기록하는 일에 종사한다”고 표현하며 실제 사람들이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어떻게 기억되고 싶어 하는지 궁금하다”며 “(영화 제작은) 내 생각, 내 관점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노매드랜드에서 그려지는 이들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이 배우가 아닌 실제 유목민이다. 자오는 “그들이 하나의 이슈의 희생자로서 소비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며 “영화 속 등장인물이 품위를 갖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를 위해 자오와 펀 역을 맡은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를 포함한 제작진은 실제 유목민과 같이 밴을 타고 생활했다. 수개월간 사막, 평원, 바다를 오갔고, 야영장과 트럭 정류장, 월마트 주차장, 작물 수확 농장을 전전했다.자오의 철학은 다른 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맥도먼드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아닌 한 사람의 삶을 기리는 것에 가까웠다”고 했다. 골든글로브에 앞서 지난해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는 등 각종 영화제에서 167관왕을 차지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것도 자오의 진정성이 세계인의 마음을 파고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오는 올해 개봉을 앞둔 마블의 히어로 영화 ‘이터널스’의 제작과 각본도 맡았다. 처음으로 성소수자 슈퍼히어로가 등장할 예정이다.코로나19 이후 중국인은 물론 아시아인 전체에 대한 혐오 발언이 커진 현재, 자오의 활약은 더욱 주목받는다. BBC는 “자오가 최초의 유색 인종 여성으로서 최고의 감독이 되는 역사를 만들면서 전 세계 아시아인이 ‘행복한 눈물’로 화답했다”고 했다. 언론인 디프 트란은 트위터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이 여전히 이국적이고, ‘질병’으로 공격받는 시대에 클로이 자오와 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건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자오의 메시지는 간단하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는 존재한다, 우리는 미국인이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클로이 자오는 누구 · Chloé Zhao(赵婷)1982 중국 베이징 출생2000 미국 LA로 이주, 지역 공립학교 졸업마운트 홀리요크 대학 정치학 전공2010 뉴욕대 티시 예술대학, 단편 ‘딸들’(Daughters) 제작2015 장편 ‘내 형제가 가르쳐 준 노래’(Songs My Brothers Taught Me) 제작, 선댄스 영화제 초청2017 ‘로데오 카우보이’(The Rider) 제작, 칸 영화제 후보2020 ‘노매드랜드’(Nomadland) 제작,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2021 골든글로브 작품상·감독상 수상   ‘이터널스’(Eternals) 제작
  • [취중생]연이은 트랜스젠더 사망…추모의 조각보로 혐오와 차별을 덮는다

    [취중생]연이은 트랜스젠더 사망…추모의 조각보로 혐오와 차별을 덮는다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한 달 사이 세 명의 트랜스젠더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달 8일 트랜스젠더 연극 작가였던 이은용씨가 숨진 채 발견됐고, 같은 달 24일 성소수자 운동 활동가이자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인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성별 이분법에 속하지 않는 성별)’ 김기홍(38)씨도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지난 3일에는 성전환 수술(성확정 수술) 후 강제 전역 당했던 변희수(23) 전 육군 하사가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부터 부검 결과에 대한 구두소견을 받은 경찰은 “변 전 하사 부검에서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부검이 끝나면서 변 전 하사의 발인도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변 전 하사를 기억하는 시민사회는 추모 성명을 이어갔습니다.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5일 변 전 하사에 대한 추모 성명을 내고 “우리는 소수자의 다양한 삶이 배제되고, 낙오하고, 모자란 삶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존엄한 삶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진실을 기필코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제사회도 충격에 빠진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UN 성소수자 인권 독립전문가 빅터 마드리갈-볼르로스도 트위터를 통해 “나는 한국의 첫 공개적 트렌스젠더 군인인 변희수 하사의 사망에 애도를 표한다. 성확정 수술 후 군의 강제 전역에 맞선 그녀의 용감한 투쟁을 기린다”고 추모했습니다. 이들의 죽음 잊지 않겠다…‘메모리얼 액션’비온뒤무지개재단 등 7개 성소수자 인권단체는 ‘추모의 조각보’를 준비했습니다. 추모 메시지와 이미지를 모아 ‘메모리얼 퀼트’를 만들 예정입니다. 이들은 “이건 개인의 불행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만들어 낸 혐오와 차별의 결과다”라면서 “이 땅에 태어나 성소수자로 살았고 혐오와 편견, 차별에 힘들어했던 이들을, 성소수자인 이유로 인간으로서 존엄함이 꺾이는 그 순간들을 우리는 기억한다”고 취지를 밝혔습니다. 메모리얼 퀼트는 1980년대 에이즈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추모의 천 조각들을 모아 거대한 퀼트를 만든 데서 출발했습니다. 미국의 게이 인권운동가 클레브 존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에이즈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메모리얼 퀼트가 2021년 한국에서 트랜스젠더의 죽음을 기억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이어진 셈입니다. 비온뒤무지개재단 관계자는 “추모의 조각보를 내거는 정확한 시간과 장소는 아직 협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개인 단위의 추모가 이어졌습니다. ‘#TransRightsAreHumanRights(트랜스젠더의 권리는 인권)’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고인이 용기있게 자신을 드러낸 모습에 모두가 힘을 얻었고 위로를 받았다” 등의 메시지가 올라왔습니다. 오프라인에서도 추모행동이 펼쳐집니다. 차별금지법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대위 3개 단체는 6일 오후 3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을지로입구역 방향으로 향하는 열차를 타고, 시청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다시 시청역에 도착하는 1시간 20분 동안 책을 읽는 추모행동을 준비했습니다. 이후 열차에 내려 오후 4시 30분에 시청광장 잔디밭에 모여 같은 시간에 변 전 하사를 추모하는 음악을 들으며 각자 애도의 시간을 가진 후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다시 살아난 ‘차별금지법’ 논의…그들이 남긴 숙제답보 상태에 빠진 차별금지법도 다시 논의에 불이 붙는 모양새입니다. 정치·종교·시민사회 곳곳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SNS를 통해 변 전 하사를 추모하며 “지지부진한 평등법과 차별금지법도 죄스럽다. 정말 국회는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과 변희수 하사의 죽음은 자살이라기보다는 성소수자들에게 숨 쉴 공간마저 거부하는 사회적 타살”이라면서 오는 18일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도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6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발의안은 성별, 장애, 나이, 출신국가·민족, 인종,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발의안은 차별을 당했을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인권위의 시정권고를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인권위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30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법원이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차별의 중지 등 적극적 조치나 손해배상 등의 판결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발의안에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차례 논의된 이후 더 이상의 진전은 없는 상황입니다. 그마저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차별금지법에 대해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그 대답을 이끌어내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세 명의 트랜스젠더는 차별과 혐오 속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은 다시금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8번이나 발의됐지만 한 번도 제대로 논의된 적 없었던 차별금지법. 국회는 그들이 남기고 간 숙제를 풀 수 있을까요.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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