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혐오 정치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코미디언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중고교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건설업체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678
  • “아우슈비츠 교훈삼아 대량학살 막자”

    “아우슈비츠의 교훈에 제대로 귀기울였더라면 캄보디아나 보스니아, 르완다에서의 대량학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유엔이 홀로코스트 해방 60주년 기념일을 사흘 앞둔 24일, 생존자와 희생자 유족, 관련국 정상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특별총회를 열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대량학살과 인권유린 행위를 강력히 규탄했다. 유엔이 홀로코스트를 기리기 위해 특별총회를 소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우슈비츠는 나치 독일이 1940년 4월 폴란드 정치범을 수용하기 위해 건설하기 시작한 수용소로, 이듬해부터 유대인 대량학살에 이용됐다.45년 1월 27일 옛 소련군에 의해 해방될 때까지 110만명의 유대인이 희생됐다.2차대전 중 전체 유대인 희생자는 600만명에 이른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개막연설에서 “끔찍스러운 일은 오늘날 수단의 다르푸르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학살과 인권유린 행위를 규명하는 새 보고가 접수되는 대로 안전보장이사회가 즉시 행동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아난 총장은 “유엔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직접적 반응으로 창설됐다.”며 “전후에 태어난 세대와 미래 세대들이 홀로코스트의 교훈을 모른 채 자라서는 결코 안된다.”고 강조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도 성명을 통해 “독일의 역사적 책임은 결코 상대화될 수 없다.”면서 “테러로부터 이스라엘 안보와 영토, 시민을 보호하는 것은 이젠 독일의 핵심 외교정책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총회에서 “나의 조국이 도덕적으로 혐오스러운 짓을 저지르고 온갖 문명을 파괴한 것은 야만적인 일이었다.”고 연설해 따듯한 갈채를 받았다. 친척 대부분이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된 폴 울포위츠 미 국방차관은 “세계인들이 깨달아야 할 일은 대량학살을 앞에 두고 눈을 감거나 게으르게 앉아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이 기사 작성에는 본사에서 연수 중인 대학생 명예기자 최호정(인하대 사회과학부 2년)씨가 참여했습니다.
  • [씨줄날줄] 플리바게닝/이용원 논설위원

    검찰이 미국·영국·캐나다 등지에서 시행하는 ‘플리 바게닝’(Plea Bargaining·유죄 협상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고 엊그제 발표하자 찬반 양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플리 바게닝은 피의자가 범행을 인정하는 대가로 형량을 일정부분 감경해 주는 제도. 말하자면 검사와 피고인(또는 변호사)이 거래를 통해 한쪽은 범죄를 입증하고, 한쪽은 죄값을 줄여 받는 방식이다. 영·미법 계통의 국가에서는 전통적으로 활용해 왔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륙법 체계를 가진 국가에서는 생소한 제도이다. 플리 바게닝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다양하다. 검찰이 저 편하자고 하는 짓 아니냐는 의문 제기부터, 검찰수사가 아직 투명성·중립성을 완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판에 ‘유죄 협상’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까지 있다. 야당 일각에서는 정치적으로 악용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그러나 가장 큰 벽은 국민정서일 것이다. 즉 죄 지은 자에게는 죄값을 제대로 치르도록 해야지, 목적이 좋다고 해서 ‘거래’를 하고 형량을 줄여주는 일은 옳지 않다는 법 감정이다. 아울러 범죄자일망정 동료를 밀고하는 행태를 혐오하는 정서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의리론이다. 2002년 초 부패방지위원회의 출범과 더불어 내부고발을 장려하고 고발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마련되었다. 그 이전에도 내부고발은 ‘양심선언’이란 형태로 존재해 왔다. 그런데도 내부고발이나 양심선언을 한 이가 제가 속한 조직·사회에서 존경과 사랑을 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반면 쿠데타를 일으킨 상관을 극구 감싸며 맹목적인 충성심을 보인 한 5공 인사는 “의리 있는 사람”으로서 세간의 인기를 누린 바 있다. 이해하기 힘들지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우리 국민의 정서이다. 플리 바게닝은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조직폭력·마약류 등 내부 고발이 없으면 범행을 입증하기 힘든 범죄 행위가 우리 사회에서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과학수사만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면 수사기법이 앞선 미·영 등지에서 플리 바게닝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거래를 통해 형을 감경 받는 범죄자가 나온다고 아쉬워하지 말자. 월척 붕어를 낚으려면 미끼쯤은 손해 보는 법이다. 검찰의 남용 가능성은 대상 범죄를 제한하는 등으로 방지할 수 있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지진 해일 대재앙] 살인·약탈… 아체는 무법천지

    쓰나미 최대 피해 지역인 인도네시아 아체주(州)가 폭도와 난민의 약탈이 잇따르는 등 무법천지로 변하고 있다. 약탈을 당한 주민은 대부분 부유한 화교들로 약탈이 심해지면서 짐을 싸서 가족과 함께 다른 도시로 피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3일 홍콩 문회보(文匯報)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체주 화교들이 난민과 폭도들의 주요 약탈 대상이 되면서 북부 수마트라섬의 여러 도시로 떠나는 바람에 이들 지역으로 향하는 항공기 요금이 치솟고 있다. 수마트라섬 최북단 아체주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도시인 메단으로 피신한 한 화교는 “상당수 화교들이 재산을 모두 빼앗기고 알거지가 됐거나 폭도들에 의해 집이 모두 약탈당하는 등 아체 전역이 무법천지로 변했다.”고 증언했다. 쓰나미 피해가 심하지 않은 아체주의 한 도시에서는 폭도들이 교회를 습격, 전도사 부부를 살해했고 난민들이 한 대형 병원에 들어가 의료장비와 약품을 모두 강탈해 갔다고 화교들은 전했다. 전기와 수도가 끊긴 가운데 외부에서 지원돼온 구호물품이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난민과 반군들에 의해 모두 강탈당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메단에는 4000여명의 화교들이 약탈을 피해 몰려든 가운데 10여개 화교단체가 이들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을 파견해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화교들은 폭동이 날 때마다 주요 약탈 대상이 돼 왔다. 전문가들은 상거래에 능한 화교들이 토착민보다 많은 돈을 모으면서 질투심을 불러온 데다 과거 수하르토 독재 시절 화교 재벌들이 정치자금을 대는 대가로 이권을 따내는 ‘부패한 후원·수혜’ 관계의 한 축이었다는 점에서 토착민들의 혐오감을 키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1998년 5월 외환 위기로 물가가 폭등하면서 폭동이 일어났을 때에도 많은 인도네시아 화교들이 약탈을 당하거나 살해됐으며 여성의 경우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부유한 화교들 상당수가 가족과 함께 해외로 피신했었다. 한편 많은 화교들이 도피한 메단에도 난민들이 몰려들어 공항에는 난민들이 가득하고 거리에는 환자와 시신들이 나뒹굴어 지옥을 방불케 하고 있다고 현지 관계자들이 전했다. 아체주에서 북부 수마트라섬의 다른 도시들로 피신한 주민은 이미 2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황장석기자 연합 surono@seoul.co.kr
  • 유시첸코, 티모셴코 총리지명 지지 야누코비치 “총리직 고수” 반발

    |키예프·도네츠크 연합|우크라이나 대선 결선 재투표에 패배한 뒤 아직 총리직에 머물고 있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여당 후보는 29일(현지시간) 현재 직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결코 총리직을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 후보이자 대통령 당선자 빅토르 유시첸코의 지지자들에 의해 이날 총리실 출근을 저지당한 야누코비치는 “지난 26일 재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총리)자리를 내놓지도 않을 것”이라며 선거무효 소송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야누코비치는 의회의 불신임 결정으로 총리직이 사실상 박탈됐지만 레오니트 쿠치마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는 포고령에 서명하지 않고 있어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유시첸코는 이날 자신을 승리로 이끈 ‘오렌지혁명’을 주도한 여성 정치인 율리아 티모셴코의 총리 지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티모셴코가 총리로 지명될 경우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회에 제출할 총리 후보 1호가 티모셴코라는 뜻은 아니며 최종 결정은 아직 협의 대상이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티모셴코는 일찌감치 차기 총리감으로 거론돼 왔으나 야누코비치 지지세력이 극도로 혐오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그는 29일 오후 야누코비치의 텃밭 동부 도네츠크를 방문,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민들에게 유화적 제스처를 보냈지만 적대적 질문들이 이어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 “미국상품 사기 싫다”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행동이 국제사회에서 미국 상품의 선호도를 떨어뜨리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30일 “프랑스인 4명 중 1명, 독일인 및 중국인은 5명 중 1명꼴로 미국의 일방주의와 독선적인 군사행동에 대한 반감 때문에 미국 상품을 사려던 당초 생각을 바꾼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FT는 조사전문기관인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MI)의 조사를 인용, 국가에 대한 반감이 미국 기업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GMI는 지난달 8개국에서 8000명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이같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독일에서는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 상품인 코카콜라 매출액이 올 3·4분기에 16%나 줄었다. 말버러 담배 매출도 같은 기간 중 프랑스에서 24.5%, 독일에서 18.7% 각각 감소했다. 스위스 금융회사들은 중동지역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에서 씨티그룹의 영업 실적을 뛰어넘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동과 일부 유럽 자산가들은 미국이 자기 멋대로 자산 동결조치를 단행하며 금융업의 생명인 신용과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미국계 은행을 기피하고 있다. 일방주의 정책으로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은 서비스 및 식품업계. 아메리칸 에어라인(AA),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A) 등 항공사들은 일방주의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테러공격 위험성 증가로 캐나다, 유럽 항공사들에 손님을 빼앗기면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셰라턴호텔 체인 회장인 배리 스턴리히트씨는 “정치인들은 미국의 사업들이 국제적이며 해당 국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한 코카콜라의 새 최고경영자인 네빌 인스델은 “현지 지원사업 확대 등을 통해 미국 브랜드가 아닌 세계의 브랜드란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 100대 브랜드 가운데 64개를 점하고 있는 미국기업들은 반미감정의 확산 속에 매출액 감소 및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셈이다. 또 여론조사기관 NOP월드의 톰 밀러는 “앞으로 미국에 대한 혐오가 미국제품에 대한 거부로 더욱 확연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라틴아메리카 소비자들을 조사한 NOP월드는 젊은층일수록 미국을 상징하는 상표에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정치학자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국가적 매력과 이미지가 기업활동의 기본자산”이라면서 “국가 브랜드와 기업 브랜드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란 브랜드’를 쓴 사이먼 안 홀트는 “미국의 상표가치가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지만, 과거처럼 미국 브랜드가 무조건적으로 환영받던 시대는 끝났다.”면서 국가 이미지 개선을 주장했다. 한편 코닥, 질렛, 클리넥스, 비자 등은 비교적 부정적인 영향을 적게 받는 브랜드로 조사됐다.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범죄로 본 2004 서울] 동기없는 ‘묻지마 범행’… 괴담만 떠돌아

    [범죄로 본 2004 서울] 동기없는 ‘묻지마 범행’… 괴담만 떠돌아

    2004년은 어느 해보다도 범죄피해에 대한 불안이 컸다.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 사건을 비롯, 서울 각지에서 흉악 범죄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는 부녀자 피살 및 피습사건이 잇따랐다.‘서울판 살인의 추억’이라는 괴담까지 떠돌았지만, 경찰은 용의자조차 특정하지 못한 채 해를 넘기고 있다. 서울신문은 범죄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올 한 해 서울에서 일어난 살인 및 피습사건을 분석했다. 구로·관악·동작·강서구 등에서 잇따른 7건의 ‘서남부 연쇄살인’은 동일범에 의한 연쇄범행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가양동의 20대 여성 살인사건과 용답동 모녀 살인사건은 ‘비오는 목요일’에 일어나 연쇄살인 괴담을 증폭시키는데 한몫했지만, 수사 결과 내연관계에 의한 치정살인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 대림동 중국동포 살인사건 역시 평소 피해자와 금전 문제로 갈등관계에 있던 탈북자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다. ●’비오는 목요일’은 없다 우연히 사건발생 요일과 날씨가 같았을 뿐 범행도구도 일치하지 않았다. 신림4동 여고생 피습사건에서는 10㎝ 정도, 신대방동 보라매 공원 여대생 살인사건에서는 18∼20㎝ 길이의 흉기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은 일치하지만 연령은 10대에서 40대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연쇄살인범은 비슷한 범행대상을 고르고, 도구에 집착하는 성향도 짙다. 유영철 역시 20대 전화방 도우미와 출장마사지사를 주로 범행대상으로 골랐다. 형사정책연구원 최인섭 범죄동향연구실장은 “올해같은 ‘살인 괴담’이 등장한 것은 화성 연쇄살인사건 이후 처음”이라면서 “살인사건이 연속적으로 근접한 지역에서 일어나고, 일부 언론이 이를 과대포장하면서 막연한 공포심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최 실장은 “경기불황으로 어려워진 시기에 강력사건까지 잇따라 공포로 시민들의 삶은 더욱 움츠러들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올해 강력범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무(無)동기 범행’을 꼽았다. 범행동기나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범인추적 단서가 없다 신대방동 보라매공원 여대생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사망 직전 “모르는 사람이 찔렀다.”는 말을 남겼다. 지난 8월 미아4동과 9동에서 10분 간격으로 일어난 심야 부녀자 피습 사건의 피해자들 역시 “갑자기 뒤에서 아무 말 없이 찔렀다.”고 진술했다. 고척2동 여대생 살인사건은 범인이 피해자의 집 현관 앞에서 기다렸고, 피해품이 없는 것으로 미뤄 원한에 의한 면식범 소행으로 추정했으나 주변인 수사는 성과가 없었다. 대부분 피해자를 흉기로 난자했다. 잔인한 범죄는 원한이 개입된 것이라는 상식도 뒤엎었다. 경기대 이윤호 행정대학원장은 “잇따르는 무동기 범죄는 금품을 목적으로 하는 생계형 등 ‘도구형 범죄’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 대한 불만 등을 분출하는 ‘표출형 범죄’의 전형”이라고 분석했다.30년 경력의 한 형사는 “용의자가 주변인을 벗어나면 동종전과자에서 사회불만자, 여성혐오자까지 수사대상이 거의 무한대로 넓어진다.”면서 “범행동기조차 뚜렷하지 않아 범인 검거는 더욱 힘들다.”고 털어놨다. 대낮에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상가에서 흉기를 휘두르고, 범행현장에 불을 지르는 등 범죄의 흉포화·지능화 성향도 짙었다. 지난 8일 오후 1시쯤 석촌동 상가에서 발생한 연쇄피살 사건은 피해자가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비디오방 안에 손님이 있는데도 성인남성 2명을 여러 차례 흉기로 찌른 뒤 유유히 사라지는 대담함으로 시민들을 경악케 했다. ●흉포화 끝이 없다 부녀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많았지만 성추행이나 성폭행 시도가 거의 없었던 것도 특징적이다. 정액이나 체모 등 증거가 남을까봐 일체의 성접촉을 하지 않았다는 것. 고척2동과 보라매공원 살인사건 등을 비롯, 지난 5월 용산 원효로에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된 20대 여성에게도 성폭행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모방범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서대문구 홍제동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50대 여성은 머리에 둔기로 수차례 맞아 함몰된 상처가 있었다. 지난 19일 광진구 중곡동에서 50대 건물주를 살해한 세입자 역시 둔기로 피해자의 머리를 수차례 때렸다. 모두 유영철 사건에서 수법을 착안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10월 금천구 독산4동에서는 40대 중국동포 여성의 토막난 시체가 여행가방에 든 채로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독재정치나 경제적 궁핍 등 국민을 위협하는 대형이슈가 사라지면서 개인의 범죄피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최근 범죄는 현장에서 과학적인 증거를 잡지 않는 이상 용의자를 특정하기조차 힘들다.”면서 “웰빙 등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살인을 저지르고도 잡히지 않는 ‘괴물’의 존재는 새로운 위협적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 이재훈기자 wisepen@seoul.co.kr ■ 수난의 공권력-올 25명 순직… 공격받는 경찰 2004년에는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이 목숨을 잃는 사례가 유난히 많았다. 흉기에 찔리거나 총상을 입는 등 공무를 수행하다 부상을 입은 경찰관도 급증했다. 올 한해 순직한 경찰관은 모두 25명이다. 이 가운데 범인에게 피격을 받아 숨진 경찰관은 이학만 사건에서 순직한 2명을 포함, 모두 3명이다. 지난 2003년과 2002년 순직자는 각각 27명,39명으로 올해보다 많았으나, 범인에게 피격된 사망자는 2003년 1명,2002년에는 한명도 없었다. 그만큼 경찰관이 목숨을 위협받는 강력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 8월 부녀자 폭행피의자 이학만을 검거하려다 경찰관 2명이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은 경찰이 사건현장에서 처해 있는 위험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상대는 흉기상해까지 저지른 전과 10범이었지만, 두 경찰관은 맨손으로 이에 맞서다 변을 당했다. 지난달에는 대구에서 경찰관이 수십차례에 걸쳐 절도와 방화를 저지른 모자 일당을 검거하려다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이 경찰관은 중상을 입고서도 범인들을 추격, 휴대전화로 지구대에 연락한 뒤에야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공무를 수행하다 다치는 경찰관도 크게 늘었다. 올해 1088명으로 지난해 896명보다 21.4%나 급증했다.2002년에는 803명이었다. 이처럼 범인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경찰관이 잇따르자 경찰의 총기사용규정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제한이 많아 실질적으로 범인 제압에 총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9월 경찰이 총격전 끝에 날치기범들을 검거한 것은 총기사용의 선례를 남긴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장에 출동한 영등포경찰서 박현수(45) 경위는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잘리는 부상을 입으면서도 실탄을 발사,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범인을 검거했다. 함께 출동한 고남귀(30) 경장 역시 허벅지와 엉덩이에 총상을 입고도 2인조 일당 검거에 일조했다. 지난달에도 서울 서부경찰서 한재군(29) 경장이 강도강간 피의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흉기에 찔려 부상을 입었으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이 실탄을 발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 범인을 제압했다. 서울경찰청 송좌균 강력실장은 “갈수록 범죄가 흉포화하고 있어 경찰관도 언제 어디서 공격을 당할지 모른다.”면서 “총기 사용 교육을 강화한다는 것을 전제로 규정을 좀 더 완화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범죄로 인생역전” 한탕주의 기승 올해는 부유층을 노린 범죄가 어느 때보다 만연했다. 경기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로또복권처럼 ‘한방’에 ‘인생역전’을 꿈꾸는 범행이 잇따라 불황을 힘겹게 헤쳐가는 서민의 마음을 씁쓸하게 했다. 지난 1월30일에는 재력가 집안 여성이 자주 드나드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강남구 청담동의 최고급 옷가게 앞에서 가게 주인(72·여)이 떼강도 일당 5명에게 폭행을 당하고 납치된 뒤 현금 1500만원을 뜯겼다.9월에는 용산구 후암동 모 이동통신회사 전 사장(51) 집 앞에서 부인(51)과 처이모(60)가 금품을 노리던 성모(34)씨에게 흉기로 찔려 처이모가 숨지고 부인이 중상을 입었다. 특히 11월에는 일당 5명이 중소기업 회장(77)과 일가족 3명을 납치한 뒤 대낮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버젓이 현금 5억원을 건네받아 사라진 초유의 사건이 발생, 온 국민을 경악케 했다. 범인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한탕’이라는 카페에서 만나 범행을 꾸민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하지만 한탕을 노린 범죄들은 결국 성공에 이르지 못했다. 한탕 범죄를 위해 모인 집단은 대부분 돈을 보고 모인 범인들이라 조직력이 허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소 수억원 이상을 노렸던 청담동 옷가게 주인 사건의 범인들은 현장에서 챙겼던 1500만원이 의외로 적어 밖에서 지휘하던 공범들의 의심을 살까봐 일부러 돈을 가져가지 않기도 했다. 중소기업 회장 일가 납치사건을 수사한 남대문서 송용욱 수사과장은 “한탕을 노리고 다수가 가담하는 범죄는 결국 허점이 남을 수밖에 없다.”면서 “순간적인 허영심으로 한탕을 노린 결과는 결국 초라한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儒林(253)-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儒林(253)-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공자는 중궁을 다음과 같이 감싸고 있다. “약삭빠른 구변으로 남의 말을 막아서 자주 남에게 미움만 받을 뿐이니, 그가 어진지는 모르겠으나 말재주는 어디에다 쓰겠는가.” 그러고 나서 공자는 좌구명(左丘明)의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말을 잘하고 얼굴빛을 좋게 하고 공손을 지나치게 함을 옛날 좌구명이 부끄럽게 여겼는데, 나 또한 이를 부끄러워하노라. 원망을 감추고 그 사람과 사귀는 것을 좌구명이 부끄러워하였는데, 나또한 이를 부끄럽게 여기노라.(巧言令色足恭 左丘明恥之 丘亦恥之 匿怨而友其人 左丘明恥之 丘亦恥之)” 좌구명은 공자와 같은 무렵에 살던 노나라의 대부였다. 공자의 선배로서 공자는 평소에 그를 마음속 깊이 존경하고 있었다. 말년엔 눈이 멀어 장님이 된 좌구명은 이로 인해 맹좌(盲左)라고도 불리었다. 좌구명이 말하였던 ‘공손을 지나치게 한다.’는 주공(足恭)에는 두 가지의 해석이 있다. 하나는 그냥 추상적으로 지나치게 공손함을 말하는 것으로 이때는 ‘주공’이라 발음하고, 또 하나는 다리의 음직임을 지나치게 겸손하게 하는 모습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때는 ‘족공’으로 발음하는데, 이 두 가지의 해석 모두 겸손이란 미덕을 넘어선 허위인 것이다. 겸손의 본질은 내면적이며 공손한 마음에 있는 것이지, 외면적으로 겸손을 위장하면 그것은 차라리 교만에 가까운 것이다. 과공비례(過恭非禮). ‘지나치게 공손하면 예에 어긋난다.’는 뜻과 일맥상통하는 말. 공자는 지나치게 겸손함을 아첨으로 보았으며 상대방이 사귀기 싫은 저열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싫어하는 원망의 감정을 감추고 그 사람과 사귀는 것은 위선이며 자기기만임을 분명하게 못박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변명과 번지르르한 말만 앞세우는 말재주꾼을 혐오하는 공자는 특히 재여(宰予)에게 보인 공자의 태도를 보면 더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재여의 자는 자아(子我)로 공자의 제자 중 가장 말을 잘 하는 사람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공자는 재여가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음에도 재여를 게으르고 말이나 화려하게 꾸미는 궤변론자로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논어에도 이러한 재여를 꾸짖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오고 있는데, 이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애공이 재여에게 사(社)에 대해서 묻자 재여가 대답하였다. ‘하나라에서는 소나무를 심고, 은나라 사람들은 잣나무를 심었고, 주나라 사람들은 밤나무(栗)를 심었습니다.’ ‘어째서 밤나무를 심었을까.’ 애공이 묻자 재여가 대답하였다. ‘백성들로 하여금 두려워 떨게(慄) 하려는 뜻이겠지요.’ 이 말을 듣고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다된 일을 얘기하지 말고, 끝난 일을 간하지 말고, 지난 일을 탓하지 말아야 한다.’” 애공이 땅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에 무슨 나무를 심는 게 좋겠는가 하고 물었을 때 재여는 주나라에서 밤나무를 심었던 이유를 설명하면서 백성들이 무서움에 떨도록 위압정치를 펴야 한다는 논리를 교묘한 변술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즉 밤나무‘율(栗)’자와 ‘두려워 떤다’는 뜻의 ‘율(慄)’자의 음이 같은 것을 이용한 교묘한 궤변으로 애공의 독재를 은근히 부추기고 있음인 것이다. 결국 재치 있는 수사는 되지만 독재자에게 아첨하는 교언이었던 것이었다. 논어의 공야장편에는 이러한 말재주꾼 재여에 대한 비난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 儒林(252)-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儒林(252)-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공자가 이처럼 강경하게 제자인 염유를 꾸짖고 있는 것은 염유가 그럴듯한 궤변으로 신하로서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모두 자신의 상관인 계강자의 탓으로 돌리는 변명을 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소에 공자는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을 싫어하고 있었다. 특히 변명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혐오감을 갖고 있었는데, 논어에 보면 자로가 나이어린 자고(子羔)를 정치에 나아가게 하자 공자는 아직 배움에 익숙지 못한 자고를 정치에 나아가게 한다고 자로를 심하게 꾸짖은 적이 있었다. 이때 자로가 ‘백성을 다스리고 국가에 사직을 돌보는 것도 배움이 아닙니까.’하고 변명을 하자 공자는 자로를 책망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이 때문에 말재주꾼을 싫어한다.” 이와 같이 변명을 싫어한 공자의 극언은 변명이 교묘한 회피에 불가하며 자신의 게으름을 감추는 교묘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음을 경책하는 가르침에서 비롯된 것이다. 20세기의 성자 슈바이처도 변명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경계하고 있다. “타인이나 사실에 변명을 찾지 말고 모든 사건에 있어서 자기 자신의 문제로 환원하여 사물의 궁극적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슈바이처의 말처럼 변명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서 비롯된 본질의 문제를 남에게 전가함으로써 책임을 회피하는 거짓인 것이다. 따라서 공자는 전유를 공격하려는 계강자의 잘못을 ‘그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겠느냐.’하고 일차로 꾸짖고 다시 염유가 ‘그것은 계씨가 치르는 것이지 저희 두 사람은 원치 않은 일입니다.’라고 연이어 변명하자 ‘너의 말은 분명히 잘못이다.’라는 말로 꾸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공자의 극언에도 염유는 다시 변명한다.‘지금 공격하여 빼앗지 않으면 반드시 후세에 화근이 될 것입니다.’ 그러자 공자는 ‘군자는 그가 바라는 것은 버려둔 채 말하지 아니하고 또 그것을 변명하려는 것을 미워한다.(君子疾夫舍曰欲之而必爲之辭)’라고 질책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공자는 말을 앞세우고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을 싫어하고 있었다. 말재주로 다른 사람에게 아첨하는 것은 사리를 얻기 위해 자신을 속이는 행위이며, 본심의 덕을 해치는 위선이기 때문이었다. 아첨꾼과 말만 잘하는 말재주꾼에 대해서 공자는 논어의 곳곳에서 다음과 같이 경책하고 있다. “말을 좋게 하고 얼굴빛을 곱게 하는 사람은 어진 이가 적다.(巧言令色鮮矣仁)” 공자의 이 말에서 ‘발라맞추는 말과 알랑거리는 낯빛’이라는 뜻의 ‘교언영색’이란 고사성어가 나온 것. 이는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아첨하는 말과 보기 좋게 꾸미는 표정을 말하는 것이다. 또 공자는 ‘말 잘하는 사람보다 어눌하나 말에 진실이 깃든 사람을 좋아하여 의지가 굳고 꾸밈이 없고 말수가 적은 사람만이 인(仁)에 가깝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논어의 공야장편에는 이러한 공자의 사상을 나타내 보이는 중요한 장면이 나오고 있다. “공자의 제자 중에 중궁(仲弓)이란 사람이 있었다. 노나라사람으로 공자보다 29세나 아래였는데, 일찍이 공자 자신이 ‘염옹(雍:중궁의 이름)은 임금노릇을 하게 할만하다.’라고 칭찬할 수 있을 만큼 덕망이 높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중궁은 말주변이 없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하였다.‘염옹은 어질지만 말재주가 없습니다.’이에 대해 공자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도대체 말재주를 어디에 쓰겠는가.”
  • 美 북인권특사 후보 대부분 ‘매파’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북한 붕괴론자인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 EI) 선임연구원이 결국 북한인권특사 후보로 선정됐다. 북한인권 관련단체의 연합체인 ‘북한자유연합(NKFC)’은 22일(현지시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6명의 북한인권특사 후보를 추천했다. 추천된 인사는 에버스타트 외에 제임스 릴리 전 주한·주중 대사, 수전 숄티 디펜스포럼 회장, 인권변호사 출신인 잭 렌들러 북한인권위원회 의장, 국방부 아·태지역 부국장을 지낸 척 다운스 정치평론가, 유대계 인권단체 사이먼 위젠털의 에이브러햄 쿠퍼 부대표 등이다. 숄티 회장은 이날 주미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의 북한 송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뒤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부시 대통령이 대사 경력을 중시한다면 릴리 전 대사를, 국제 인권단체들과의 연대를 중시한다면 렌들러 회장을 임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숄티는 “내년 초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내정자가 의회의 인준 절차를 통과하는 대로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자유연합과는 별도로 의회도 상원 외교위원회를 중심으로 북한인권특사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북한자유연합이 추천한 특사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외교관 출신인 릴리 전 대사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가 모두 대북 ‘강경론자’들이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이달 초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기관지 위클리 스탠더드에 ‘북한의 독재자를 무너뜨려라’라는 글을 기고할 정도로 북한체제를 혐오한다. 한반도 전문가인 에버스타트는 북한 핵 문제의 6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제시한 적도 있다. 숄티가 운영하는 디펜스포럼은 황장엽씨의 방미를 성사시킨 기관이다. 숄티는 6명의 후보 가운데 한국인 운동가 및 탈북자들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그녀는 한국인 대학생을 중심으로 구성된 북한인권단체 ‘LiNK’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네소타주 인권변호사회 사무총장 출신인 렌들러는 90년대부터 러시아를 배회하는 벌목공 출신 탈북자들의 인권문제를 제기해 왔다. ‘북한의 협상전략’이라는 책을 출간한 척 다운스는 북한정권의 ‘벼랑 끝 전술’을 줄기차게 비판해 왔으며, 유대교 랍비인 쿠퍼는 이달 초 “북한이 정치범을 독가스로 처형하고 대량살상무기 시험을 위한 생체실험에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dawn@seoul.co.kr
  • [2004 지구촌 인물] ② 재선 성공 부시 美대통령

    |워싱턴 이도운특파원|200만명의 미국인이 이달 들어 조지 부시 대통령이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았다. 이 카드 한 장에 부시 대통령의 면모가 그대로 담겨 있다. 첫째, 카드의 문구는 성경 시편의 한 구절이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성경을 담은 카드를 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둘째, 카드에 새겨진 그림은 백악관의 응접실인 ‘레드 룸’. 그림을 그린 신디 홀트의 고향은 텍사스이다. 셋째, 카드는 친구와 열렬한 지지자들에게만 발송됐다. 넷째, 카드 제작과 발송 비용은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부담했다. 부시 대통령은 세금을 쓰려 하지 않지만, 자기 돈도 쓰지 않는다. 필요한 경비는 남의 돈을 모금해서 쓴다. ●타임 “자신과 국가 명운 거는 도박꾼” 시사 주간지 타임은 부시 대통령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굳이 통계를 내보지 않아도 부시 대통령이 올 한해 동안 전세계의 언론에 가장 자주 오르내렸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또 부시 대통령만큼 나라 안팎에서 열렬한 지지와 혐오를 한 몸에 받은 인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타임은 “자신의 목표를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논란을 야기하거나 적을 만들더라도 개의치 않는 것은 물론 이를 위해 자신과 국가의 명운을 거는 도박꾼”이라고 부시 대통령을 묘사했다. 타임은 또 “비전의 원대함에서는 로널드 레이건과, 전술적인 치밀함에서는 빌 클린턴과 필적할 만하지만 의회의 상·하원에서 모두 다수를 확보함으로써 정치적 성적은 두 전직 대통령을 능가했다.”면서 “이는 인기없는 전쟁과 침체된 경제상황 속에서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겪으면서 이뤄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은 올해 대선에서 존 케리 민주당후보와 격전을 치른 뒤 재선이라는 큰 목표를 달성했지만, 당장 내년부터 그의 앞에는 비단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이 놓여 있는 것 같다.21일 CNN과 USA투데이가 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49%로 나타났다. 선거가 실시된 지난달의 55%보다 6%포인트나 떨어졌다. 재선이 끝난 뒤 한달도 되지 않아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진 대통령은 부시가 처음이다. ●새달 이라크총선이 분수령 부시 대통령의 2기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다음달 30일로 예정된 이라크 총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총선이 비록 이라크 전역에서 완전하게 실시되지 않더라도 국제사회가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투표가 이뤄진다면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커다란 정치적 승리가 될 수 있다. 이라크 총선은 중동지역의 민주화를 향한 중요한 이정표로 읽혀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선이 연기되거나 전국적인 테러와 유혈·폭동 사태로 선거가 제대로 치러지지 못한다면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부시 대통령은 대외 정책뿐만 아니라 사회보장과 세제개혁 등 2기 정부의 과제로 내건 국내 현안에서도 벌써부터 이런저런 도전을 받고 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2기 임기에 들어서기도 전에 벌써부터 2008년 선거를 향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의 ‘레임덕’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워싱턴 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dawn@seoul.co.kr
  • 儒林(243)-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儒林(243)-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그러나 공자가 마지막 종착지인 위나라에서 가장 괴로워했던 것은 추악한 정치적 현실이었다. 오죽하면 이때 공자가 다음과 같이 탄식하였다고 사기는 기록하고 있을까. “노나라와 위나라의 정치가 쇠잔하고 난잡스럽기가 마치 형제와도 같구려.” 공자를 고통스럽게 하였던 것은 추악한 정치적 현실의 부도덕이었다. 그 무렵 공자는 대부인 공문자(孔文子)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공문자는 자신의 사위 태숙질(太叔疾)을 송나라로 쫓아버렸다. 본시 태숙질은 영공의 부인이었던 남자가 처녀시절부터 좋아하여 통정하였던 송조(宋朝)의 딸과 결혼을 했었다. 그러나 태숙질은 자기의 부인보다 처제를 더 사랑하고 있었다. 훗날 영공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출공은 남자를 왕비에서 폐위시키고 추문의 주인공이었던 송조를 국외로 쫓아버린다. 그러자 공문자는 태숙질로 하여금 송조의 딸을 버리고 자신의 딸에게 장가를 들도록 권유하였다. 왜냐하면 태숙질은 장래가 촉망되었을 뿐 아니라 위나라의 명망가였던 대숙의자(大叔懿子) 가문의 후계자였기 때문이었다. 태숙질은 청을 받아들여 또 하나의 명문가인 공문자의 딸과 정략결혼에는 성공하였으나 오래 전부터 사랑해오던 전처의 동생, 즉 처제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몰래 자신의 집에 데려다가 이중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문자는 도저히 이를 참을 수가 없었다. 공문자는 태숙질과 자기 딸을 이혼시키는 한편 계속 음란한 짓을 일삼는 태숙질을 공격하려 나선 것이었다. 공문자는 공격하기 전 공자에게 자문을 구하였다. 이때 공자의 대답은 단순하였다. “제사지내는 일에는 배운 일이 있습니다만 전쟁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습니다.” 공자의 이 말은 일찍이 위나라의 영공에게 하였던 대답과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 이처럼 부도덕은 또 다른 부도덕을 낳고, 악은 또 다른 악을 확산시킨다. 음란한 짓은 또 다른 퇴폐풍조를 만연시키는 것이다. 질병이 전염으로 확산되듯 악행은 쉽게 창궐하는데, 결국 음탕한 여인 남자의 음란한 행동하나가 얽히고설켜 온 나라를 난마(亂麻)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지저분한 일이나 상의받는 해결사 노릇을 하는 자신에 대해 공자는 견딜 수 없는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공자는 사위를 죽이려는 공문자의 태도를 일단 만류하였지만 더 이상은 ‘쇠잔하고 난잡한 정치판’에 몸담고 싶지 않은 혐오감을 느꼈던 것이다. 순간 공자는 수레에 말을 채워 위나라를 떠나려 하였다. 그러자 당황해진 공문자는 이렇게 변명하였다. “저는 사사로운 일을 가지고 여쭤본 것이 아니고 위나라의 어려운 일을 벗어나기 위해서 여쭈어 보았던 것이니 너무 노여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공자는 한숨을 쉬면서 한탄하여 말하였다. “새가 나무를 선택해야지 어찌 나무가 새를 선택할 수 있겠습니까(良禽擇木 木豈能擇鳥).” 공자의 대답은 자신의 처지를 새로 비유한 것이었다. 신하가 마땅히 훌륭한 군주를 가려서 섬길 줄 알아야 한다는 이 비유를 통해 공자는 이미 자신의 마음이 위나라에서 떠나있음을 명백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양금택목(良禽擇木).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서 둥지를 튼다.’ 이 말은 곧 현명한 사람은 자기재능을 키워줄 만한 훌륭한 사람을 가려서 섬긴다는 것을 비유한다는 성어인 것이다.
  • ‘한국입양홍보회’ 설립한 해외입양인 최석춘씨

    ‘한국입양홍보회’ 설립한 해외입양인 최석춘씨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I am still hungry)….”월드컵축구대회가 ‘중반 열기’를 뿜던 2002년 6월15일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축구 변방국인 한국에 본선 첫 2라운드 진출의 영광을 안긴 뒤 던진 이 말은, 그 뒤에도 많은 이들이 베껴먹은 ‘명언’으로 남았다. 히딩크는 ‘승리’와 ‘우승’에 배가 고팠지만 우리의 많은 이웃들은 사랑과 그리움에 배고품을 느끼고 있다. 지난 11일 만난 스티브 모리슨(48·한국명 최석춘·미국 캘리포니아주 노워크)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다리를 저는 장애 소년으로 미국 양부모에 입양된 모리슨, 아니 최씨는 1999년 사단법인 한국입양홍보회(MPAK·Mission to Promote Adoption in Korea)를 설립,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우주항공연구소(The Aerospace Corporation)에서 14년째 수석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차세대 위성항법시스템(GPS)을 적용한 인공위성을 2012년 발사하는 게 1차 목표다. ●묵호 움막집에서 보낸 유년 시절 그는 이역만리 미국의 한 낯선 가정에 맡겨졌지만 양부모에게 한국에서는 그토록 목말라 하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아직도 난 사랑에 배가 고프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사람 좋은 모습이지만 어딘가 허전해 보이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워낙 오래된 일인데다 구절양장(九折羊腸)과도 같은 삶속에서 네살 때인지, 다섯살 때인지 기억도 아련하다. 가난이라는 표현도 사치스러운, 집도 절도 없던 시절이었다. 강원도 묵호역 근처 ‘굴다리’ 밑 움막이 보금자리였다. 그러나 찢어지도록 가난했던 움막생활도 그에겐 큰 아픔으로 남아 있지 않다. 최씨는 “사랑만 있었어도….”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 날의 사건만 없었다면, 늘 술에 찌든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주먹을 휘두르지만 않았다면, 지금껏 피붙이들이 어울려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아직도 그의 뇌리를 맴돌고 있다. 1960년 어느 날 어머니가 가출했다. 곧바로 무슨 일 때문인지 모르지만 아버지는 경찰서에 붙들려갔다. 낯선 아주머니가 찾아와 두살 아래였던 동생을 데려갔다. 자신은 한 신사의 손에 이끌려 고아원으로 갔다가 62년 당시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있던 홀트아동복지회로 옮겨졌다. “아버지, 어머니를 용서한 지 오래입니다. 꼭 뵙고 싶어요. 단 한번이라도…. 그러나 솔직히 동생 대천이가 더 그리워요. 너무 어렸던 녀석이라 어떻게 자라났는지 걱정스럽기도 하고….” ●사랑을 준 ‘푸른 눈’의 아버지 14살 때인 1970년 그는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미국인 양부모에 입양된 것이다. 친자식 1남 2녀를 둔 양부모는 지금 80세,79세 됐다. 최씨는 위로 누나 둘, 아래로 남동생 둘을 뒀다. 바로 아랫 동생은 한국인과 미국인의 핏줄을 지닌 혼혈 입양아. 그가 털어놓은 새아버지에게 얽힌 에피소드는 입양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 얼마나 다른지, 가족 사랑이 어떤 것인가를 잘 가르쳐준다. 그는 세계최초의 우주인 닐 암스트롱을 배출한 인디애나주 퍼듀(Purdue) 공대를 나온 뒤 항공우주국(NASA) 등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다. 이어 남가주대학원(USC) 우주항공학과에 진학할 수 있는 장학금을 약속한 항공업체 휴스(Hughes)에 다니며 공부를 계속했다. “새 삶을 일궈준 양아버지가 심장수술을 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수술할 날 졸업 시험이 있었지 뭡니까.‘학생은 공부만 해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찾아뵙지 않고 시험을 치렀습니다.” 이후 졸업장을 들고 아버지를 찾아 갔다. 아버지는 졸업장에 쓰인 글을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내려가며 눈물을 글썽였다. 양부모가 은행에서 융자를 받아 학자금을 댔다는 사실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다 최근 우연찮게 들었다. ●입양아 70%이상이 미국인 품으로 “지금은 아주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당시 한국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어디 제 정신이고서야 나같은 사람을 입양할 마음을 품었겠습니까.” 그는 한창 사춘기 무렵이어서 예민하고 위험할 수도 있는 14세, 그것도 장애인인 자신을 거둬들인 지금의 부모를 생각하면 정치 경제 등 전 분야에서 세계 초강대국으로 우뚝 선 미국의 저력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몸으로 태어났지만 움막집에서 지낼 때 다리를 다쳤고 치료를 받지 못해 장애인이 됐다. 얼른 알아채기는 어렵지만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럽다. 한국에 대해 묻자 “한국인들은 부지런하고, 생산력이 엄청나며, 높은 교육열 등 장점이 많다.”면서 말끝을 흐렸다. 정보통신(IT) 강국이고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른 몇 안되는 나라라지만 입양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 때문이다. 그가 1999년 11월 한국입양홍보회를 만든 계기는 우리나라의 입양실태와 맞닿아 있다. 국내에서 수많은 사연 속에 버려지는 어린이는 해마다 1만 2000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다른 나라의 새로운 부모에게 안겨지는 숫자는 2400여명이다. 그 중에서도 70% 이상이 미국인 품으로 돌아간다. 반면 생각이 비슷하고 환경이 같은 우리 국민에게 새 둥지를 트는 아이는 1800여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가 염려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해온 것과는 아주 다르다. 해외 입양 자체를 반대하고, 국내 입양이 꼭 바람직하다는 게 아니어서 그렇다. “88서울올림픽 무렵 ‘고아 수출국’이라는 혐오스러운 말이 언론을 통해 지구촌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그 뒤로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무섭게 번졌죠. 왜 도와주지도 않으면서,‘고아 수출국’이라는 말로 해외 입양까지 막으려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영원한 정신적 기둥’ 홀트 어머니, 누나의 일을 본받아 우리나라 안에서 버려지는 아이들을 피부색깔도 다른 나라의 사람이 받아들이는데,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아들은 물론 한인(韓人)과 한국을 위해서라도 이를 고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1995년부터 미국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개인적으로 입양홍보 활동을 하다가 보다 체계적으로 뒷받침해야겠다는 뜻에서 홍보회를 만들었다. 그는 “정작 나 자신이 입양아이면서도 미국 홀트국제아동복지회 이사로 일하며 현실을 깨우치게 됐다.”고 말했다.83년부터 16년 동안 이사로 활동한 경험으로 다른 아이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데 온힘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지난 6일 서울에서 열린 입양 한마당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입국했다. 입양아들에게 친부모를 공개해야하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제 누군가에 의해서라도 길러준 사람이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에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떨치고 일찍 알려줘야만 충격을 견뎌내고 건강하게 자라난다.”는 말도 보탰다. 현재 국내 500여개 입양가정이 가입한 입양홍보회의 취지도 공개입양 절차와 가정끼리의 모임으로 건전한 인식을 심는 데 있다. 국경을 초월한 사랑의 힘으로 버림받은 아픔을 딛고 일어선 그는 지난 14일 “벌써부터 아들 일곱살배기 조지프(한국명 오해성·2000년 입양)과 같은 일곱살인 큰 딸, 다섯살 된 막내딸이 보고 싶어지네요.”라며 가족들이 기다리는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최석춘씨는 1956년 강원도 묵호 출생 1962년 홀트아동복지회에 입소 1970년 미국으로 입양 1979년 퍼듀대 우주항공과 졸업 1981년 남가주대학원 석사 1981년 미국 우주항공연 입사 1983∼1999년 국제홀트회 이사 1999년 한국 입양홍보회 창설 2000년 한국인 오해성(3)입양
  • [씨줄날줄] ‘기타 외국인’/신연숙 논설위원

    한국사회의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은 종종 단일민족 구성에 따른 순수주의 탓으로 돌려진다.‘마누라’에까지도 ‘우리 마누라’란 표현을 쓸 정도로 ‘우리’의식이 강한 한국인들은 그만큼 ‘우리’끼리는 인정스럽고 친절하지만 ‘남’에게는 차갑고 인색하다는 것이다. 남’은 열등하고 불온하다고까지 여겨져 회피와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모든 외국인이 배척받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대기업에 근무하는 외국인이나 다국적 기업 주재원들에 대한 시선은 호의적이다. 이들은 대개 서구인이거나 백인이다.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이 인종차별의 문제로 넘어가는 지점이다. 어제 한국을 떠난 사연이 알려진 터키 여성 아크프나르씨의 경우를 보면 한국사회의 배타성에 또 하나의 관점이 추가된다.‘남’을 평가하는 기준으로서 경제주의의 적용이다. 아크프나르씨는 백인이지만 한국사회에 사는 10년동안 이루 말할 수 없는 차별을 목격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말하는 출입국관리소의 외국인 창구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설명한다.‘미국인’창구 앞에 선 미국인들은 영어로 호의어린 서비스를 받는 반면 ‘기타 외국인’창구 앞에 선 다른 나라 사람들은 반말 한국어로 냉대를 받고 있었다고 한다. 두 외국인 그룹의 가장 큰 차이는 경제력이었다. 한국사회에 팽배해 있는 물질지상주의적 가치관은 잘사는 나라인가, 못사는 나라인가에 따라 특정국가의 사람에 대한 호오(好惡)를 갈라놓고 있었던 것이다. ‘기타 외국인’개념은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 목록에 자주 나오는 ‘제3국인’을 연상시켜 섬뜩하다. 일본인들은 한국 동남아인 등을 제3국인이라 부르며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분노를 사 왔다.‘제3국인’이란 말의 저간에도 가난한 외국인이라는 경제주의적 차별관이 스며 있다. 지금 출입국관리소에서는 ‘기타외국인’이란 말을 쓰진 않고 있다지만 ‘기타외국인 차별의식’까지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 한국인들이 분노했던 ‘제3국인’의식이 한국에서 되살아나지는 말아야겠다. 마침 이슬람테러 위협이후 국내의 모든 외국인 노동자들을 불온시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아크프나르씨의 사연이 국제화시대, 한국의 시야를 새롭게 여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seoul.co.kr
  • 美 대선후 加이민사이트 접속 6배 증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실망한 적지 않은 미국 젊은이들과 민주당원 등이 미국을 떠나려 한다고 미국의 정치 웹사이트 ‘슬레이트 닷 컴’이 7일 보도했다. 분열된 국론과 상대방에 대한 혐오가 선거 뒤 누그러지기는커녕 더 커지면서 각종 후유증 등 ‘선거후 증후군’이 증폭되고 있다. ‘슬레이트 닷 컴’은 “가자 북으로, 젊은이들이여”란 기사에서 “선거 다음날 캐나다 이민사이트는 평소보다 6배가 많은 17만 9000명의 방문객이 접속했으며 대부분 미국인이었다.”며 “전과 달리 이들은 정말 심각하게 이 나라를 떠나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가하면 낙담한 케리 지지자들은 이 웹사이트에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주들과 결별하자며 연방 탈퇴까지 거론하는 글을 올려 선거 후유증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이런 반응은 선거결과 ‘전쟁광’ 부시가 재집권하게 된 데다 미국 사회가 유례없이 보수화되고 있다는 ‘절망감’때문. 특히 종교적 엄숙주의와 독선적 도덕주의의 부상으로 미국사회의 자유와 다양성이 훼손되고 ‘답답한 단세포의 나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 대선과 함께 실시된 주헌법 개정안 주민투표에서 오하이오, 유타 등 11개주가 동성결혼을 금지하기로 해 동성애자들이 캐나다 등으로 이민을 준비중이라는 것이다. 케리를 지지했던 뉴욕타임스(NYT)는 6일자 사설을 통해 “선거인단 제도를 폐지하고 대통령 직선제를 채택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공화당이 유권자들에게 민주당이 신앙과 가족의 가치를 믿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었다면 그건 우리 잘못”이라고 민주당의 재기 노력을 강조했다.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양심의 소리 듣고 싶다/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요즘 우리가 접하는 뉴스는 국가보안법 철폐니 수도 이전이니 과거사 정리니 사립학교법 개정이니 하는 것들이다.또 계속해서 들리는 뉴스는 경제지표의 절망적인 수치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도덕적 붕괴,북한의 인권 문제,핵위협의 문제 등이다.그리고 세계 도처에서 테러에 대한 소식도 끊이질 않는다.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예민한 문제들에 대한 접근 방법이 너무나 획일적이라는 것이다.대부분 이원론적이고 이념적인 수준이다. 어쩌면 이렇게 견해가 다르고 입장이 다를 수가 있을까?과연 양심과 지성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말일까? 수많은 의구심이 꼬리를 문다.언어는 이미 폭력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특히 인터넷 폭력은 테러에 가깝다.흥분된 상태에서 검은 것을 희다 말하고 흰 것은 검다고 서슴없이 말한다.양심과 지성의 소리는 죽은 것일까?좀 희망적이고 건강한 의견은 없을까?정치적 발언이 아니라 정직한 말은 없을까?사랑과 평화와 기쁨을 주는 말은 없는 것일까? 가난하고 어렵고 힘든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조금 더 참고 덜 쓰고 기다리면 된다.참기 어렵고 고통스러운 것은 기다려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배처럼 떠돌 때 불안한 것이다.사람들은 비전을 갖게 하고 기쁘게 고통을 분담하도록 해주는 지도자를 갖고 싶어 한다.하지만 요즘 정치에는 옳고 그름이 없는 것 같다.오로지 누구 편인가,무슨 당인가 하는 편가름만 존재하는 것 같다.그렇게 기대했던 정치 신인들도 기성 정치인들을 닮아가는 듯하다.소속된 정당의 주장이 옳고 그른 것은 따지지 않고 앵무새처럼 따라하기에 바쁘다.그처럼 똑똑하고 지성적인 언변도 다른 당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도구일 뿐이다.과거의 존경받는 경력은 오간 데 없고 조직의 충실한 대변인으로 변신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조직 폭력배와 다를 바 없는 수준에 이른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은 편할 리가 없고 희망이 설 자리도 없어 보인다.사람들의 얼굴을 보라.분노와 더불어 불안함이 깃들어 있지 않은가?어디를 가나 걱정스러운 화제뿐이다. 사람들은 희망을 주는 지도자를 만나고 싶어 한다.안도감을 심어주고 확실한 방향을 제시하며 믿음을 주는 지도자의 용기있는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것이다.그래서 지도자의 결단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그리고 가진 자의 책임 또한 어느 때보다 무겁다. 이제 우리는 앉아서 망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떨치고 일어나 말하고 행동하고 선택하고 결단해야 할 때가 됐다.우리 사회는 정치를 혐오하면서도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그래서 정치 현장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용기있는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싶다.“정당을 떠나서 양심의 소리를 내보십시오.의로운 행동을 해보십시오.양심과 지성이 있는 국회의원들끼리 따로 모여 제3의 당이라도 만들어 보십시오.” 국민은 국회에서 울리는 양심의 소리를 듣고 싶어한다.국회의원들이 고민하고 고통스러워하며 외롭게 투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지금은 이 나라를 구하고 살려야 할 때다.곪은 상처는 도려내야 한다.늦으면 더 큰 재난이 다가올 것이다.환자도 시기를 놓치면 수술을 한다 해도 때가 늦을 수가 있다.우리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리더를 보고 싶다.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모두의 이익이 우선되어야 한다.그러기 위해선 소수의 의견이 아니라 다수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국민들은 양심의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것이다. 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 황병권 의장 “지방분권 스스로 훼손하는 무리수”

    황병권 의장 “지방분권 스스로 훼손하는 무리수”

    “나 자신이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지방정치에 몸담고 있지만,스스로 정치권에 환멸을 느낍니다.” 강동구의회 황병권 의장은 서울시의회와 각 자치구 의회의 수도이전반대 활동에 대해 여권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이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 등 여권에 맞서 내세운 대응논리는 관제데모설 제기 자체가 말도 안 될 뿐 아니라 ‘지방자치 근간을 뒤흔드는 것으로,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방분권을 앞세워 강력하게 수도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여당이,게다가 헌법소원 심리 중인 사안에 대해 근거도 없이 마구잡이로 폭로하는 행태는 정치 환멸을 불러옵니다.” 황 의장은 “의회가 결정내린 사안에 대해 집행부인 자치단체가 따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논리”라면서 “그런데도 지방과 규모만 다르지 같은 의결기관인 다선 국회의원 출신이 그같은 주장을 들고나온 사실 자체에 극심한 혐오감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지방자치를 이뤄나가란 말이냐고 따졌다.시내 단체장들은 수도 서울이 없으면 본인도 존재하지 못한다는 각오로 반대운동에 앞장서고,민선 단체장들이 이같은 일에 나서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져야 하며,수도이전 반대를 위한 홍보예산 지원이 불법이라면 정부·여당이 수도이전의 당위성 홍보를 위해 사용하는 예산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1000만 시민의 이름으로 주장한다는 등 8개항으로 된 자치구의회 결의문도 소개했다. 그는 또 “지난달 20일 수도이전반대 범구민 궐기대회에 앞서 집행부에 협조요청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동별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위한 홍보에 도움받았을 뿐 공무원이 동원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플래카드 역시 의회에서 내건 것이라며 공무원 동원을 거듭 부인했다. 이명박 시장이 수도이전 반대활동 지원을 위한 예산집행도 고려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서는 “여권에 견줘 우리가 일단 승리한 것으로 봐도 좋은 것 아니냐.”고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적극적인 설명도 강동구의회 성임제 의원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강동구지부 등의 관제데모 의혹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열린세상] 살만한 곳은 존재하는가/이덕일 역사평론가

    조선 후기 이중환(李重煥)이 사방을 유랑한 것은 사대부가 살 만한 곳을 찾기 위함이었다.그러나 그는 택리지(擇里志) ‘인심’조에서 “무릇 사대부가 사는 곳 치고 인심이 무너져 내리지 않은 곳이 없다.”라며 부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그 이유는 사대부들이 당파를 만들어서 일 없는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그들의 권세와 이권을 추구하기 때문이었다.이중환은 사대부들이 “자신의 행실을 잘 닦으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남이 자기를 논하는 것을 싫어하며…당색(黨色)이 다른 사람과는 한 곳에서 살지 못한다.”라고 비판했다.250여 년 전의 그의 글이 사대부만 정치가로 바꾸면 방금 쓴 것처럼 여겨지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그때와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중환은 당쟁에 연루되어 큰 화를 겪었다.경종 3년(1723년) 노론에서 경종을 살해하려 했다는 목호룡(睦虎龍)의 고변사건 때문이었다.이 사건으로 김창집(金昌集)을 비롯한 노론 4대신이 사형당하는 등 노론은 쑥대밭이 되었다.그러나 사건 조사 와중에 경종이 의문사하고 노론이 지지하는 영조가 즉위하면서 목호룡의 연루자로 몰린 이중환은 무려 10차례 이상의 고문을 당한다.목호룡과 관련설을 줄기차게 부인해 겨우 목숨을 건진 이중환은 귀양에서 풀린 후 사방을 돌아다니며 사대부가 살 만한 곳을 찾아 헤맸다.그러나 ‘사대부가 살 만한 땅은 사대부들 때문에 없다.’는 역설적인 결론에 도달하면서 당쟁에 몰두하는 사대부를 비판한다. “현명한 사람이냐 어리석은 사람이냐,혹은 그 인품이 높은 사람이냐 아니냐는 평가도 오로지 자기 당색의 기준으로만 내리기 때문에 다른 당파에게는 통할 리 없다.…하늘에 가득 찰 만한 죄를 범한 사람이라도 타당파의 탄핵을 받으면 시비곡직(是非曲直)을 따질 것도 없이 떼거리로 일어나서 그 사람이 옳다고 변호하고 도리어 그가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반면 행실을 닦고 큰 덕을 쌓은 사람이라도 자기 당파가 아니면 먼저 그 사람에게 나쁜 점이 있는지를 살핀다.”(택리지 ‘인심’조) 이중환과 동시대의 실학자 성호(星湖) 이익(李瀷)도 이중환 못지않은 당쟁비판가였다.자신에게 학문을 가르쳐 준 친형 이잠을 당쟁 와중에서 잃은 이익은 ‘붕당론’에서 “붕당은 싸움에서 생기고,그 싸움은 이해관계에서 생긴다.”라며 당쟁의 원인을 사대부들의 이해관계에서 찾았다.요즘 말로 하면 정치가들과 그에 기생하는 무리들의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뜻이다.이익은 “열 사람이 모두 굶주리다가 한 사발밥을 함께 먹게 되었다고 하자.그릇을 채 비우기도 전에 싸움이 일어난다.…싸움이 밥 때문이지,말이나 태도나 동작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라고 갈파했다.오늘의 당쟁도 명분 뒤에 숨은 이해관계 때문이지 명분 때문은 아니다.이해에 눈이 멀었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염치도,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그리고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두려움도 없어진 것이 오늘의 정치 현실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회만 닿으면 해외로 떠나고 싶어 하고,실제로 떠나는 것은 사람들이 이중환처럼 사방을 주유하지 않고도 이 나라 어디에도 사람이 살 만한 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성호 이익은 택리지를 읽고 “이런 글을 나는 일찍이 본 적이 없다.”며 “사대부가 살기에 알맞은 곳으로 가지 못하니,자기 자신을 쓰다듬어 더욱 서글퍼짐을 저절로 깨닫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떠나지 못하는 우리 또한 자신을 쓰다듬어 더욱 서글퍼짐을 저절로 깨닫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만든 추석 민심은 정치권에 대한 극도의 혐오와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국민 덕분에 먹고 사는 정치가들과 정부·여당이 국민에게 희망은 주지 못하더라도 절망은 주지 말아야 하는 것이 최소한의 직업윤리이자 집권윤리가 아니겠는가. 이덕일 역사평론가
  • [스크린+ α] 10~23일 ‘타비아니 형제 특별전’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과 동숭아트센터(www.dsartcenter.co.kr)는 10∼23일 하이퍼텍 나다에서 ‘타비아니 형제 특별전’을 연다.이탈리아 정치현실에 대한 혐오를 급진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타비아니 형제는 77년 칸영화제에서 ‘파드레 파드로네’로 황금종려상과 국제 비평가협회상을 동시에 수상하기도 했다.이번 특별전에서는 그들의 작품 16편을 상영한다.(02)766-3390.
  • 배수아 새장편소설 ‘독학자’

    배수아 새장편소설 ‘독학자’

    ‘쿨하다’는 압축적 형용사로 기억되는 소설가 배수아(40)가 ‘에세이스트의 책상’에 이어 올들어 두번째 장편소설을 냈다.‘독학자’(열림원 펴냄)는 절대자유를 좇아 세상과의 타협을 완강히 거부한 스무살 청년의 방황기,아니 투쟁기다. 자기선언이 아닌 글쓰기가 세상에 어디 있으며 자아를 붙들고 사무치게 고민하지 않는 글쟁이가 또 어디 있을까.토마스 만에 감화돼 훌쩍 독일로 짐을 꾸려 갔던 작가도,자아를 표백하고 채색하는 실험을 간단없이 해왔음에 틀림없다.그를 방증이라도 하듯 ‘독학자’에는 자기고백적 글쓰기 흔적이 역력하다. 주인공에게 스무살이라는 다듬어지지 않은 나이를 부여한 의도부터 예사롭지 않다.소설의 배경은 작가 자신이 대학을 다녔을 1980년대.대학생활에 대한 환상이 남달랐던 ‘나’는 얼마 못가 극도의 환멸에 빠진다.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캠퍼스는 군중을 선동하는 광대마당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대학에서 마음을 나누고 싶은 유일한 친구는 ‘S’.지적이고 독창적인 삶의 방식으로 나를 매료시킨 S를 통해 학자적 양심을 지닌 P교수를 만나 짧은 위안을 얻기도 한다.하지만 S에게 여자친구가 생기고,얼마 뒤 죽은 P교수의 낡은 컴퓨터를 물려받은 나는 일련의 주변과정들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이성과 논리를 앞세운 냉소적 리얼리즘은 새 소설에서도 여전하다.“글을 쓴 이후 가장 애정을 가진 주인공”이라고 밝힌 작가가 비판의 발톱을 들이댄 대상은 이번엔 대학이다.조직 부적응자로 전락해가는 주인공의 시선을 빌려 대학사회를 비판하는데,그 어투는 격렬하다. “가장 처음으로 내가 경악했던 것은 문학이론의 수업교재 때문이었는데 아마도 진주만 침공 이전에 나온 일본의 교과서를 말 그대로 옮겨놓은 듯이 보였기 때문이다.” 주인공에 투영된 작가의 자의식에는 대학을 쏘아보는 노골적 혐오로 가득차 있다. 80년대의 캠퍼스는 “거대한 정치집회장”,주인공이 만난 늙은 교수들은 “명성이라는 더러운 스타킹을 뒤집어쓴 부패한 관료”,마이크를 들고 수업하는 교수는 “부흥전도사”로 야유한다.주인공의 소외에 점점 동정의 시선이 보태지는 것은 이처럼 통렬한 사회적 발언 덕분인 듯하다. 스무살의 주인공은 회의뿐인 대학을 견디지 못해 끝내 혼자만의 세상을 설계한다.“나는 현대적인 교통수단이 없는 도시를 꿈꾼다.…상상력과 영감이 마음속에서 이글거리며 불타오른다.…그곳에서 사람들은 밤에 책을 읽는다.…마흔살이 되면,그때 나는 스스로 만든 대학을 졸업할 것이다.” 피안을 향한 주인공의 간절한 동경은 익숙한 삶의 방식에 이별을 고하며 끝을 맺는다. 왜 하필 마흔살일까.소설이 작가에게 또 한번의 자기고백이자 선언임에 틀림없다.작가의 나이 또한 마흔.소설출간차 잠시 귀국해 일산 집에 머물고 있는 작가의 말을 들으려 전화기를 들었다. 그러다 퍼뜩 마음을 바꿨다. 쉽사리 속내를 털어내는 작가가 아닐 뿐더러,‘스스로 만든 대학’을 졸업한 그의 다음 작품을 상상하는 즐거움이 톡톡할 거란 생각에서였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영화속 살인마가 현실로” “사형제폐지 안된다” 늘어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34)을 체포했다는 소식은 휴일을 즐기던 시민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19명이나 살해됐다는 사상 최악의 연쇄살인에 대한 공포심과 경악에 치를 떨면서도 “치안당국은 그토록 시민들이 희생되기까지 뭐했냐.”라며 분통을 참지 못했다.시민들과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을 개인의 흉악범죄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을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우리 사회의 현실이 반영된 사건 회사원 김광호(34·서울 망원동)씨는 “가족들과 TV를 지켜보다 살인범 검거 소식을 접했을 때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이번 사건은 곪아터진 우리 사회의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주부 김은숙(39·서울 자양동)씨는 “19명이나 사람을 살해하고도 저렇게 태연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메스꺼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백승만(36·대학원생·서울 홍은동)씨는 “서울 도심 한복판의 오피스텔에서 토막살인이 자행되고 산책로 옆에 시체를 버렸는데도 주민들이 몰랐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랍다.”면서 “서울이란 도시가 얼마나 삭막한지 보여주는 사건이다.”라고 꼬집었다. 주부 임일순(55·경기 파주시 교하읍)씨는 “서른 나이에 세상에 대한 분노를 온몸에 짊어진 젊은이가 무서우면서도 가엾다.”면서 “고등학교 때 처음 교도소에 들어갔을 때 어른들이 바른 길로 왜 인도하지 못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사회 전반에 대한 수술이 필요 이번 사건이 결국에는 소외된 계층의 사회에 대한 반감과 폭력을 미화하는 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권장희 총무는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실업 등 사회문제가 많아지면서 시민들이 날카로워지고 있다.”면서 “TV드라마,영화,게임 등도 폭력을 미화하며 살인 등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인순 대표는 “범인이 여성 혐오증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보는 것은 비슷한 범죄를 조장할 우려가 있어 대단히 위험하다.”고 말했다.남 대표는 “이번에 희생된 여성들은 전화방 등에서 불법으로 성매매를 했기 때문에,이들이 실종돼도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에 대한 보호는 결국 수사기관의 몫”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황진만(48·서울 행당동)씨는 “사회가 이렇게 썩어가고 있는데 정치권은 신행정수도 이전 등의 정쟁으로만 날을 지새우고 있다.”면서 “진정한 정치는 국민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게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형제 존폐논쟁으로도 비화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흉악범죄를 저지른 사범에 대한 사형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기까지 했다.‘haeng4478’란 아이디를 쓰는 한 네티즌은 “이런 엽기적인 살인마가 아직 존재하는데 정치권은 누구를 위해 사형제 폐지를 추진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그러나 ‘hide0401’란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사형제가 있어도 엽기적인 살인마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면서 “그렇다면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반박했다. 강충식 정은주기자 chungsik@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