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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상업주의에서 살아남기/이경자 소설가

    새로운 휴대전화가 나왔다. 날씬한 여성의 엉덩이가 보이도록 파인 야회복에서 휴대전화가 꺼내진다. 잘생긴 남자배우는 조개 같은 의자에서 튀어나온다. 그의 분장과 머리모양과 색안경과 표정은 ‘죽인다’. 그걸 보는 순간 휴대전화가 너무나 사고 싶다. 당장 사야 한다고 결심한다. 아주 성공한 광고다. 광고는 이런 것이다. 지구적인 문제를 일으킬 산업쓰레기에 대해서, 소비중독증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물론 책임도 지지 않는다. 신제품이 히트를 쳐서 이익만 많이 내면 된다. 광고는 기업의 근원적인 속성과 욕구의 첨병일 뿐이다. 그 첨병이 나는 무섭다. 광고가 상업주의의 꽃이라고 했던가? 그 꽃을 보고 있자면 나 같은 촌년은 불안하고 불길해서 돌아버릴 것 같다. 병이나 건강과 관련된 광고는 내가 환자가 아닐까 의심하게 되고 환자가 될까봐 불안하게 한다. 광고가 말하는 보조식품이며 약을 먹어야 할 것 같다. 다이어트에 관한 건 더 무섭다. 살이 찌는 건 죄악이다. 오동통한 여성을 복스럽다고 칭찬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복스러움이 치욕이 되었다. 깨끗한 것에 대한 강박증을 만드는 모든 비누종류의 광고는 마침내 너무 씻어서 생기는 피부병을 만들었고 향수의 생활화는 사람냄새를 역겨움으로 바꿔서 알게 모르게 사람에 대한 혐오감을 키운다. 은근히 병원을 선전하는 의학기사. 임상적으로 검증이 안 된 약품에 대한 광고. 그런 것은 어쩌면 간접살인에 가까울지 모른다. 광고에 중독된 나는 나를 믿지 않는다. 광고는 주기적으로 새롭게 만들어지고 상품 이름은 바뀐다. 조명과 의상과 화장술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거의 신기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어디가 허약하고 허술한지, 그 허약하고 허술한 데를 공략한다. 나는 소비충동을 실현할 때 정체성을 확인하게 되고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소비욕구 해소는 거의 마음의 고향이라고 할 지경이다. 내 머리카락은 머리영양제 없이는 윤기를 찾지 못하고 내 몸은 다이어트기구에 의존한다. 위장은 소화제 없이는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늙음도 발달한 성형의술이 차단시켰다. 폐경도 늦추는 약이 있다. 여성의 폐경은 출산에 대한 몸의 고단함으로부터 마침내 휴식하게 하는 자연의 섭리일 것이다. 그러나 작은 우주라는 몸의 자연스러운 이치도 성적 욕망에 경멸된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팽팽한 근육과 날씬한 몸매와 성욕을 느끼게 하는 모든 것들로 규정되었다. 세상의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 아름답다고 말하면 미개인이다. 사람과 동물을 구분하지 않던 야만시대나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냐고 야유를 받을 것이다. 결국 나는 나의 주인이 아니다. 나는 낱낱으로 분리되었다. 나처럼 분리된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 분리된 조각들을 가지고 장사하는 데가 나의 주인이다. 나는 생각도 할 수 없고 반항도 할 수 없고 개성도 가질 수 없다. 개성은 잡다한 유행에 맡겨진 지 오래다. 몸이 유기적 생명체여서 머리카락이 대장이나 폐를 말하고 눈이 간, 심장은 혀를 통해 상태를 표현한다는 건 무시된다. 나는 나의 주인이 아니다. 나는 분리되었고 해체되었다. 나를 이어주는 것은 상업주의의 구조다. 화가 임옥상이 칼럼을 썼다.“문화란 무엇인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업신여기는 것이 세계화이고 국제화인가. 문화는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문화다. 나를 내보이는 것, 즉 세계 속에 자신의 행동양식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나의 존재를 알리면서 상대의 존재를 알리고 서로 존중하며 공존하는 방식을 찾고 배우는 것이 문화다. 상대를 부정하거나 나를 부정하는 것은 문화가 아니라 정신질환이다. 콤플렉스다.” 문화는 사람과 사회와 민족의 정신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정신을 잃으면 나를 잃는 것이다. 나는 내 몸 바깥에 있지 않다. 일부 상업 광고는 그런 나를 나 바깥에서 찾으라고 끝없이 충동질한다. 우리가 내 얼굴, 내 몸매, 내 마음을 하찮게 생각한 뒤에 정작 무엇이 될 것인가, 의심할 수 있다면, 아직은 희망이 있다. 그래도, 정신질환까지는 아닐 것이다. 이경자 소설가
  • [주말화제] 금연광고 효과는 대박

    “엄마, 미안해요. 나는 엄마의 사랑을 연기로 태워 버리고 말았어.” 어머니 품에 안긴 딸의 귀에서 검붉은 니코틴액이 흘러나온다. 어머니는 슬픈 표정으로 죽음을 앞둔 딸을 애처롭게 쓰다듬는다. 곧이어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흡연 여성이 후두암에 걸릴 확률은 비흡연 여성보다 4.2배 높다.’는 문구가 뜬다.‘흡연, 세상과 이별하는 행위’라는 카피로 마무리되는 15초짜리 광고는 보건복지부가 금연 캠페인의 하나로 제작한 것이다. 금연 공익광고가 교과서 같은 틀을 깨고 과감히 상업광고 기법을 도입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상반기 ‘자학’편에 이어 지난 5일부터 방송하고 있는 ‘이별’편도 벌써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리즈 방영 이후 흡연율도 유례없이 큰 폭으로 떨어져 금연을 이끄는 일등공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조사한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52.3%로 지난해의 57.8%보다 무려 5.5%포인트 떨어졌다.2002년 흡연율은 59.6%,2003년은 56.7%였다. 보건복지부는 담뱃값 인상과 함께 금연 캠페인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학 시리즈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스위스 국제광고제에서 캠페인부문 최종경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학 시리즈가 흡연의 폐해를 거칠고 냉정하게 전달했다면, 이별 시리즈는 감정이입을 통해 동기를 부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개인’에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로 한 단계 높여 죽음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강조점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기존의 금연 광고에서 주로 보여주던 니코틴에 찌든 폐는 감정이입 이전에 혐오감부터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처음부터 선택안에서 빠졌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이별편에서 흡연자들의 눈과 코, 귀에서 흘러내리는 섬뜩한 니코틴액.‘금연’이라는 말은 한마디 없이 상징적인 비주얼 코드를 통해 흡연으로 인한 죽음을 보여줬다. 시리즈를 만든 빌리브커뮤니케이션 조계성(43) 감독은 “처음에는 자살을 주제로 쓰려 했지만, 죽으려고 담배 피우는 사람은 없지 않으냐.”면서 “자살은 보다 목적성이 있기 때문에 대신 사랑하는 사람과의 원치 않는 이별이라는 테마를 통해 담배를 끊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학’편에서 머리를 주먹으로 마구 때리고, 테이블에 얼굴을 문대는 행위로 흡연을 표현한 데에는 제작진들의 ‘흡연경력’이 한몫했다.실제로 담배를 피우면서 느낀 자각증상을 그대로 영상화했다. 일부 제작진은 광고를 만들면서 금연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러한 금연 공익광고의 변모 뒤에는 복지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2000년부터 영상광고를 제작한 복지부는 초기에 연예인을 내세워 계도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후두암으로 성대를 잃은 흡연자와 폐암으로 투병하는 이주일씨를 등장시키는 충격요법을 쓰기도 했지만 효과가 오래가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상업광고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보다 감각적인 영상이 필요하다고 판단, 전 세계의 금연광고를 모니터링하는 등 노력 끝에 지난해 ‘담배와의 이별’편을 탄생시켰다.“우리 이제 헤어져.”라고 담배에게 직접 이별을 고해 눈길을 끈 이 광고는 젊은 세대에게 호평을 받았다.복지부 관계자는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 올해는 내용면에서 보다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앞으로도 지금의 방향을 유지해 보다 참신한 공익광고를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하수처리장 위에 9홀 골프장

    하수처리장 위에 9홀 골프장

    ■ 땅밑엔 하수처리장 땅위엔 9홀골프장 “하수종말처리장에서 골프를 즐기자.” 이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인가. 아니다.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송산리에 있는 수원시 하수종말처리장 ‘화산체육공원’에 가면 그 말뜻을 알게 된다. 그런데 막상 찾아가 보면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있어야 할 하수처리장이 보이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하수를 처리할 때 발생하는 악취 등 냄새도 전혀 나지 않는다. 모든 하수 처리시설을 지하에 건설하고 그 위에 골프장을 비롯한 축구장 등 체육시설과 생태공원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겉으로 봐선 하수처리장인지 전혀 낌새조차 챌 수 없다. 서울 난지도처럼 쓰레기매립장에 만든 골프장은 있다. 그러나 하수종말처리장을 복개해 골프장을 조성한 경우는 이곳이 국내 처음이다. ●골프장 6일 오픈 화산체육공원은 5만평의 하수종말처리장 부지 가운데 2만평을 복개해 조성했다. 이는 크게 골프장 및 골프연습장과 체육공원, 생태공원의 3가지 시설로 나뉜다. 골프연습장과 체육·생태공원은 올초 완공돼 일반에 개방됐으며 골프장은 잔디 보호를 위해 뿌리가 활착할 수 있도록 개장을 미뤄왔다 6일 정식으로 문을 연다. 시는 당초 2만평 부지 전체에 골프장을 지을 계획이었으나 골프를 치지 않는 시민들이 레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규모를 줄여 9140평 규모의 파 3 골프장을 만들었다. 총연장 690m의 골프장(9홀)은 홀마다 거리가 50∼100m로 짧은 편이지만 어프로치 등 쇼트게임 향상을 위해 난이도를 높였다. 특히 그린 크기가 작은 데다 뒤쪽으로 갈수록 경사도가 낮기 때문에 한번에 공을 올려도 그린 밖을 벗어나기 십상이다. 이뿐만 아니라 그린 바로 앞에 공을 떨어뜨려 굴려서 올리고 싶어도 벙커나 해저드가 입을 딱 벌리고 있어 낙하 지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치밀한 공략법 요구 벙커는 각 홀마다 1∼2개씩 모두 13개가 설치돼 있는 데다 턱이 높아 탈출이 만만찮다. 1번홀(핸디캡 1번)은 거리가 100m에 불과하지만 한번에 올리기가 쉽지 않도록 설계됐다.6·4·8번홀의 경우 거리가 짧은 대신 그린이 매우 작기 때문에 섬세한 공략법이 요구된다. 거리 100m의 5번 홀도 해저드가 크고 벙커가 그린 좌·우측에 도사리고 있어 심리적으로 부담감을 느끼게 한다. 박수연 골프장 프로는 “골프장 규모는 작지만 홀 전체가 아기자기하면서도 까다롭게 꾸며져 치밀한 공략법이 요구된다.”며 “거리가 짧다고 만만하게 봤다간 큰코 다치게 된다.”고 설명한다. 규정타수 27인 이곳 골프장에서는 30타수 이하의 성적을 내면 싱글,33∼36타수면 보기플레이어 정도의 실력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박 프로는 덧붙였다. ●여유있는 티오프 간격 골프장 티오프는 10분 간격. 여유있게 라운딩을 할 수 있도록 일반 골프장보다 3분 이상 늘려 잡았다. 다른 사람과 조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꼭 4명을 맞추지 않아도 라운딩이 가능하다.1시간 정도면 9홀을 모두 돌 수 있다. 그러나 홀간 간격이 좁아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남자는 9번, 여자는 8번 이상의 아이언을 사용할 수 없다. 이용료는 주중에는 9홀 기준 1만 5000원, 주말과 공휴일에는 2만원이다. 이용시간은 하절기(4∼9월)에는 오전 6시∼오후 7시, 동절기에는 오전 7시∼오후 6시까지 이다. 잔디보호를 위해 매주 월요일에는 휴장한다. 이재린 팀장은 “체육공원이 환경친화적으로 조성됐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 오는 10월 시장배 파3 골프대회를 개최하는 등 각종 이벤트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골프연습장도 인기 골프장 바로 옆에 들어선 연습장은 개장 초기부터 인근 주민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1·2층 31타석씩 모두 62타석을 갖추고 있으며 비거리 250m로, 수도권에서 손에 꼽는 시설과 규모를 자랑한다. 현재 6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주중에는 하루 350명, 주말에는 420명이 이용하고 있다. 퇴근 시간 후에는 30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용요금(1개월 기준)은 남자와 여자가 각 13만원과 10만원으로 다른 골프연습장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이용시간도 1회당 90분으로 충분하다. 김모(43·수원시 영통구 망포동)씨는 “최신 시설을 갖추고 있는 데다 깨끗하고 비거리도 괜찮아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연습장 내에 실내 스크린 골프장도 설치돼 다양한 골프게임을 즐길 수 있다. 스크린골프 연습은 18홀(4인 기준)에 5만원,36홀에 10만원이다. 라커사용료 5000원은 따로 받는다. 연습장 뒤편에는 실제 그린과 똑같이 만들어진 퍼팅 연습장과 벙커 연습장을 설치, 실전에 가까운 연습을 할 수도 있어 편리하다. 골프연습장에는 이밖에 648대의 차량이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충분한 주차공간을 확보해놓고 있다. ●나들이 코스로 적당 하수종말처리장 복개 부지에는 골프시설 외에도 축구는 물론 각종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다목적 운동장이 있다. 나아가 테니스장(2면), 농구장(2면), 게이트볼장, 우레탄 고무소재로 꾸며진 인라인스케이트장 등 각종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다. 국제 규격의 다목적 운동장(인조잔디구장)은 평일 13만원, 주말 및 공휴일은 17만원을, 테니스장은 평일 2만원, 주말 및 공휴일 3만원을 각각 받는다. 체육공원 바로 옆에 조성된 생태공원에는 500평 규모의 무궁화 정원과 생태연못, 산책로, 놀이마당, 어린이놀이광장, 피크닉광장, 환경생태원 등으로 꾸며져 가족들의 나들이 코스로도 제격이다. 이 때문에 인근 태안지구, 영통 및 신영통 지구 등 대단위 아파트단지 주민들의 쉼터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생태공원의 경우 주말에 300∼400명이 찾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수원 하수종말처리장은 1단계 22만t,2단계 30만t 등 하루 52만t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건설됐다.1단계는 1992년부터 가동하기 시작했고 2단계는 2003년 11월부터 가동해 현재 하루 43만t의 하수를 처리하고 있다. 시는 이 중 2단계 하수종말처리장 하수처리시설을 지하 6m 아래에 설치하고 이를 복개한 뒤 체육공원을 꾸몄다. 수원시 시설관리공단 신진호 이사장은 “하수종말처리장 위에 체육시설을 설치한 후 혐오시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하고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두게 됐다.”고 자랑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생각 바꾸니 모두 이익 님비 해소 새모델 제시 “발상을 전환하면 주민 기피시설을 시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웰빙 공간으로 꾸밀 수 있습니다.” 김용서 수원시장은 5일 “처음에는 하수종말처리장 증설에 대해 인근 주민들이 크게 반발했지만 체육 및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한 후에는 주민 쉼터로 각광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장 건설과 관련,“하수종말처리장을 가동하는 데 연간 150억원, 생태공원과 체육시설을 관리하는 데 연간 10억원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세수입은 한정돼 있다.”며 “따라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수익사업으로 골프장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는 체육공원에서 얻게 될 수입금을 연간 18억원선으로 추정, 공원 관리비용이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외신기자클럽 관계자들을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초정, 체육행사를 가졌는데 골프장 등을 둘러보고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시설이라고 깜짝 놀라더군요.” 김 시장은 “요즘 전국 곳곳에서 하수종말처리장 등 주민 기피시설과 관련된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데 수원 하수종말처리장 체육공원이 님비현상을 해결 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뿌듯해했다. 수원시는 이 덕분에 지난해 정부부처와 시민단체에서 주는 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6월 환경부로부터 환경경영대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같은 달 환경실천연합이 주는 환경기초시설 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환경부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그린시티 우수상을 받았다. 또한 전국의 각 지자체와 주민들의 벤치마킹 발길도 줄을 잇는다. 김 시장은 “이제는 혐오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며 “앞으로 계획 중인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 3단계 하수종말처리장도 같은 방식으로 건설할 계획이며 이를 주민들도 기꺼이 용인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기대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에너지 절약이 경쟁력] 플러그 뽑으면 원전 1기 세운셈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4동에 사는 주부 이미영(43)씨는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자 전기절약을 실천하기로 했다. 우선 세탁기 탈수시간을 1분으로 정했다. 덜 마른 빨랫감은 잘 펴서 햇볕에 말렸더니 구김이 줄고 전력도 아낄 수 있었다. 세탁은 수동으로 한다. 이씨는 컴퓨터에는 전력이 자동으로 차단되는 ‘멀티탭’을 달았다. 모니터와 프린터가 낭비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전기밥통은 압력밥솥으로 바꾸고, 한등끄기는 아이들이 맡도록 교육시켰다. 이씨는 매년 여름 에너지관리공단에서 공모하는 ‘전기절약 캐시백’ 제도에 참여했다.3개월 동안 전력사용량을 전년도보다 줄여 2만원을 돌려받았다. 전기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데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아둬 방전되는 전기를 ‘대기전력’이라고 한다. 외국에서는 ‘전기 흡혈귀(Power Vampire)’라는 혐오스러운 별칭이 붙었다. 그만큼 절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반드시 개선될 부분으로 여긴다. 대기전력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소비량의 11%에 달한다. 이를 아끼면 1년 중에서 한달은 전기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국가적으로는 연간 5000억원이 절약돼 100㎾급 원자력발전소 한 기를 가동하지 않아도 된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한 가정에서 TV와 오디오의 대기전력 소모량은 40W 정도 된다. 전국 1300만가구가 대기전력 발생 시간을 하루 4시간씩 줄이면 연간 7억 6000만㎾/h, 돈으로 환산하면 76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또 전 국민이 TV 시청을 1시간씩만 줄이면 312억원이 절약된다. 냉장고 문을 하루에 네 차례만 덜 열어도 63억원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다. 냉장고에 보관하는 음식물을 10% 줄이면 50억원이 절약된다. 전기 플러그를 뽑아두는 습관을 기르면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몸에 해로운 전자파를 차단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흔히 가전제품의 스위치를 껐다가 다시 켜면 전기가 더 든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오해다.5분 이상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아예 플러그를 뽑는 게 바람직하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日서 ‘한국혐오’ 만화 시판 물의

    |도쿄 이춘규특파원|‘한·일 공동주최의 2002 월드컵은 한국측이 반칙과 오심 등으로 더럽혔다.’‘한국은 독도에 등대와 헬기장 등을 건설, 경비대를 상주시키며 불법점거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을 비하·비난하는 내용으로 가득찬 일본 만화 ‘혐한류(嫌韓流)’가 26일 시판에 들어갔다. 앞서 일본의 대형 인터넷 서점 등에서 일본 서적부문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한·일 네티즌간에 논란을 일으킨 만화책이다. 이 만화가 시중에 판매되면서 광복 60주년을 앞두고 네티즌들의 거센 반발 등 향후 큰 논란이 예상된다. 대대적인 판매공세를 펼쳐 대형서점들의 인기 판매대에 자리잡고 있는 이 만화가 앞으로 얼마나 팔려나갈지 주목된다. 표지에는 “위험천만하다며 출판사들이 출판을 거부한 문제작”이라고 표기, 우익들을 선동하는 듯했다. 이 책은 월드컵축구, 전후보상문제, 재일한국인,‘일본문화를 도둑질하는 한국’, 반일 매스컴의 위협, 한글·한국인, 외국인참정권문제, 한일합병의 진실, 독도문제 등 9개 주제별로 한국을 비난하거나 비하하는 내용 일변도이다. 이와 함께 ‘밖이 보이지 않는 가련한 민족’이라는 평론가의 칼럼 등 4편의 칼럼도 함께 실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몸부림치기도 했다. 특히 한국언론 비난에 집중, 만화와 칼럼 등을 통해 “식민지 시절 등에 대한 날조보도를 일삼는다.”고 억지를 폈다. 한글에 대해서는 저주를 퍼부었다.“한글이 세계 최우수 문자냐?”고 비아냥거리면서 한글 창제 뒤 반포까지 3년이 걸린 것에 대해 “종주국인 중국으로부터 반역이라고 여겨질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깎아내리려 했다. 특히 “일본이 조선을 통치하기 이전에는 조선인의 문자해독률이 10% 정도에 머물렀지만 합병(1910년) 뒤 일본은 학교교육에서 조선어(한글)를 필수과목으로 해 한글 보급이 급속히 진행됐다.”고 주장했다.taein@seoul.co.kr
  • 요부, 그 이미지의 역사/빌링 허스트 지음

    ‘여자에게 가는가? 그렇다면 회초리를 잊지 말게.’ 흔히 여성 혐오주의자로 알려져 있는 니체의 책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등장하는 유명한 구절이다. 니체는 아마도 여성이란 남자를 타락시키는 위험한 존재이며, 그렇게 때문에 마땅히 통제되어야 하는 경계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오스트리아의 천재적 사상가 오토 바이닝거는 그의 주저 ‘성(性)과 성격’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회초리를 들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노골적으로 웅변한다. 완벽한 합리성과 창조성의 구현인 남성상과는 대조적으로 성적인 희열을 갈구하는 충족될 수 없는 음탕한 충동의 화신이 바로 여성이라는 것이다. ●성적 희열 갈구하는 ‘음탕한 충동의 화신´ 비단 이뿐인가. 유대인의 민담에서 아담의 첫번째 여자로 등장하는 릴리트에서부터 영화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역사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묘사된 수많은 ‘요부’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과연 신화와 역사, 근대 이후의 대중문화 속에서 그려진 것처럼 남성들의 이성을 마비시켜 개인과 나라를 파멸로 이끈 위험천만한 존재들이었을까? 하지만 인도 출신의 여성 작가 빌링 허스트는 이에 대해 “지극히 왜곡된 시각의 산물”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같은 요부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은 오히려 남성의 욕망과 시대·정치적 필요성이라고 주장한다. 빌링 허스트의 저서 ‘요부, 그 이미지의 역사’(석기용 옮김, 이마고 펴냄)는 이처럼 모순되는 시대의 가치관 속에서 등장해 아직까지 진행되고 있는 요부의 변천사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즉 요부의 이미지가 등장한 것은 바로 남성들의 성적인 욕망과 함께 반대쪽 성을 배제하는 배타적 권력 독점의 의지에서 비롯된 정치적 역학관계에 있다고 분석한다. 정상 체위의 성생활에 권태를 느끼며 좀 더 자극적인 성적 유희를 즐기기 위해 에덴동산과 아담을 떠나는 릴리트. 뱀과 공모하여 금단의 열매를 맛봄으로써 인류에게 원죄와 죽음의 고통을 겪게 하는 이브. 탁월한 정치감각과 국가 관리능력이 있었지만 코의 높이만 강조돼 희대의 요부로만 등장하는 클레오파트라. 남자를 도구로 이용하는 성적 포식자 팜므파탈, 관능적 천진함으로 뭉친 백치미로 남자들을 유혹한 섹스 키튼 등등. ●남성의 권력을 탐내는 잠재적 권력찬탈자 이같은 이미지들 속에서 저자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옮기고 다닌 남성 이야기꾼들의 불순한 속내를 읽어낸다. 이들에게 여성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영원한 성적 욕망의 대상이다. 동시에 혹시 그같은 남성들의 욕망을 거꾸로 이용하여 남성의 권위를 무너뜨리겠다고 나설지도 모를 잠재적 권력 찬탈자이기도 하다. 이같이 상반된 이중적 이미지의 소유자인 여성 앞에서 남성들은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그런데 이 딜레마를 벗어나기 위해 마련한 묘수가 바로 여성에게 소위 ‘요사스러운’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이었고, 그 결과 탄생된 것이 바로 ‘요부’라는 것이다. 이렇게 나온 요부는 시대배경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두 가지 유형으로 대별된다. 먼저 사회가 남성들에 의해 안정적으로 통제된다고 여겨질 때는 마릴린 먼로, 진 할로 같은 유혹적 섹스심벌이 등장한다. 혹은 영국 넬슨 제독의 여자였던 엠마 해밀턴처럼 아름답고 재기넘치는 정부(情夫)가 강조된다. 이들은 성적 매력을 내세우고 남자를 이용해 부와 안전을 보장받기는 하지만, 남자의 권력을 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회가 격변기에 있고 남성들의 주도권이 위태롭게 느껴질 때면 파괴자로서의 요부 이미지가 번성한다. 무희이자 고급 창부에 첩보원이었던 마타 하리는 남성 특권의 구역에서 무모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던 모험가였다. 경제공황과 2차 세계대전의 기운으로 시절이 불안했던 시기 필름 누아르에 등장한 팜므파탈은 남자를 도구로 이용하는 성적 포식자로 그려진다. 결국 위험하고 음습하게 그려진 요부라는 이미지는 바로 그같은 남성들의 욕망을 비추는 거울에 다름 아님을 책은 보여주고자 한다.1만 7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색다른 더위탈출 공포연극

    한여름 밤의 무더위를 잊는 데는 오싹한 납량호러물이 제격이다.TV, 스크린에 비해 공포물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연극무대에도 공포연극의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에서처럼 특수효과나 반전에서 오는 섬뜩한 공포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지하 소극장과 라이브 무대라는 연극의 특성상 작은 충격요법으로도 내면의 잠재된 공포심리를 이끌어내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 파파프로덕션의 ‘악녀 신데렐라’(20일∼9월4일, 대학로 행복한극장)는 ‘고딕 호러’를 표방한 창작극이다. 이 연극에서 권선징악을 전하는 아름다운 동화는 혐오감을 자아내는 끔찍한 악담으로 돌변한다. 성인용품 판매로 부를 축적하는 아버지, 성형중독에 걸린 계모와 이복언니,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왕자로 키워진 공주 등 뒤틀리고 비정상적인 인물들이 끌어가는 연극은 욕망과 추함, 악으로 가득찬 세상을 조롱하면서 묘하게 신경을 건드리는 심리적 공포를 안긴다. 창작페스티벌 희곡공모전의 당선작으로 이해제가 연출을 맡았다.(02)747-2070. 극단 옐로우룸의 ‘하녀들’(8월21일까지, 대안극장 옐로우룸)은 장 주네의 원작이 지닌 인간의 악마적 본성을 긴장감있게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공포감을 유발한다. 프랑스에서 일어난 실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하녀들’은 마님 몰래 동성애를 즐기던 두 하녀가 이 사실이 들통나자 살인을 저지른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작품이다.(02)3672-1677. 아예 밤 11시에 공연하는 심야공포연극도 있다. 다섯명의 남녀가 벌이는 기괴한 제의식을 다룬 프로젝트그룹 여름사냥의 ‘엠 에볼’은 열대야로 잠 못이루는 올빼미 관객들을 타깃으로 삼았다.8월15일까지 대학로 두레소극장에서 공연된다.1544-155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용인시 새청사 덩치 시비

    용인시 새청사 덩치 시비

    신축중인 용인시 청사를 놓고 말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용궁’ 또는 ‘용인궁’으로 표현하며 사치의 표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연일 공격성 보도와 지적에 시달린 용인시는 “촌놈은 초가집에 살아야 분수를 지키는 것인가.”라는 원색적 입장을 문서로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용인시의 청사규모는 이미 오래전 확정됐다. 지난 1996년 기본계획에 착수해 이듬해인 97년 주민설명회를 거쳐 토지보상을 실시한 뒤 2001년 건설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용인시 도시기본계획안을 기초로 인구 100만명 기준으로 기본계획을 완성했다. 새청사는 2001년 12월 공사에 들어가 이달중 입주를 앞두고 있다. 용인시 삼가동 산 1번지 일대 7만 9420평에 들어서는 행정타운은 연면적 2만 4070평으로 이 가운데 시청사 본관건물은 연면적 9917평에 지하 2층, 지상 16층으로 건립된다. 행정타운에는 시청사외에 보건소와 복지센터, 문화예술원, 야외공연장, 용인경찰서, 교육청, 우체국이 한꺼번에 들어선다. 총사업비는 1620억원이 소요됐다. 얼마전 모 중앙일간지를 포함한 몇몇 언론사는 용인시 새청사를 용궁으로까지 표현하며 호화청사로 평가했다. 대부분 행정타운내 경찰서와 문예회관, 교육청 등 타 시설이 들어가는 것은 제외하고 면적과 크기를 타자치단체의 시청사와 단순 비교했다. 그러니까 클 수밖에 없다. 용인시 행정타운에는 지하 2층, 지상 3층 연면적 1671평 규모의 문화예술원이 자리잡고 있다. 인구 100만명을 예상했을 때 결국 다시지어야 할 운명에 놓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소규모다. 성남시 문화예술회관(성남아트센터)은 지난 2000년 5월 869억원(국비 200억원, 도비 60억원)의 예산으로 분당구 야탑동 1만 2000평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로 착공됐다. 회관내에는 1778석 규모의 대극장과 1000석짜리 중극장,424석의 소극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비해 용인시는 300석 규모 공연장 하나가 전부다. 성남시에 비하면 판자촌(?) 수준이라는 자평이다. 인구수에 비해 지나치게 좁아 경기도내 1인당 치안수요가 가장 많았던 용인경찰서는 더 이상 좁아터진 사무실을 참지 못하고 행정타운에 이미 입주했다. 당장 인구 70만명을 돌보아야 하는 행정타운내 보건소는 지하 1층 지상 3층에 연면적 1506평으로, 성남시 분당구 보건소 규모다. 사정이 이러니 용인시가 발끈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현재 용인시의 인구가 70만명에 육박하고 있고 한창 공사중인 동백지구까지 입주하면 인구 1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눈치밥 먹으며 인구 100만명의 안목을 가지고 지었지만 오히려 작다는 지적이 나올까 걱정이다 행정자치부의 청사규모 판단에도 문제가 있다. 행자부는 지난 2002년 8월 ‘지방청사 설계표준면적 선정기준 시달’이란 공문을 자치단체로 발송했다. 이 문서에는 지방청사의 경우 행정수요기구 인력의 증감 등 장래수요를 감안한 적정규모로 지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문구아래 청사규모를 측정하는 ‘표’가 문제다. 이 표는 자치단체가 새 청사를 지을 경우 기준을 삼도록 하는 공무원 수와 직제 등을 명시하고 있다. 표기상 현재를 기준으로 삼고, 자치단체가 청사를 지을 경우 잣대로 삼고 있다. 이러니 일선 시·군이 인구증가율을 감안해 제출한 설계규모와 마찰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용인시의 경우도 지난 2001년 융자신청을 냈다가 행자부가 ‘규모가 너무 크다’며 대출규모를 줄였다. 또한 2003년에는 ‘적정규모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정부청사기금융자를 거부했다. 결국 시는 예산을 털어 공사를 강행했다. 일각에서는 용인시가 ‘배짱’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5년 인구 12만여명때 두배가 넘는 30만명을 예상해 지은 하남시청. 당시 호화청사로 지목됐지만 지금에 와서는 가장 이상적인 청사로 평가받고 있다. 풍산지구와 덕풍지구 등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시청사는 단순 행정기구가 아닌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널찍한 잔디밭과 주차장, 운동시설 등은 시청사의 이미지를 바꿔놓았고, 저녁때면 젊은이들의 데이트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청사도 크지 않았다. 지나치게 넓은 지하주차장이 예산낭비로 지적됐지만 지금은 직원들의 차량도 출입이 제한돼고 있을 정도로 주민들의 차량이용이 늘고 있어 추가로 주차장 확보에 나섰다. 만약을 위해 농구대 등을 설치해 청사 인근에 남겨 두었던 부지에는 조만간 지하주차장 공사가 시작된다. 시는 만약에 대비해 청사 앞 덕풍천을 복개하는 방안도 마련해 인구증가에 대비하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 1987년 수원시청을 완공하면서 청사뒤편에 부지를 남겨놓았다. 이 부지가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영통지구 등 굵직한 아파트단지가 개발되면서 인구증가로 자칫 새청사로 이전해야 할 판이었지만 얼마전 청사 본관 뒤편에 제2청사 신축공사에 들어가 금년 말 완공한다. 당초 내년 2월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사무실공간이 워낙 협소해 공기를 앞당겼다. 수원시는 2년여전부터 사무실 공간부족으로 8개과가 인근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의정부시도 이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1989년 당시 인구 40만명에 50만명 기준으로 신축된 의정부시청도 당시 잘 지은 청사와 널찍한 주차장, 테니스장 등 여유공간으로 인근 자치단체의 부러움을 샀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이미 교통행정과와 차량등록사업소가 남의집 신세를 지고 있다. 직원들은 일찌감치 복개천 임시주차장 신세를 지고 있다. 세간의 지적과는 달리 성남 등 기초자치단체들은 이구동성으로 용인시를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청사부족현상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늘어난 것이 화근이지만 조직이 세분화되면서 공무원 수가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여기다 주민들을 위한 문화강좌와 직업교육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청사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지난 1983년 인구 20만 기준으로 지은 청사를 여태껏 사용하고 있는 성남시도 수년전부터 새청사를 지을 예정에 있지만 여의치 않다. 청사내 위치한 예술회관을 제외하면 분당구청보다 작은 규모로, 상당수 부서가 인근 건물을 임대 사용하고 있다. 이러니 용인시 사정을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자치단체들은 최근 중앙부처나 언론이 새청사 건립비용을 거론하며 자신들을 정신나간 사람 취급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게 따지면 정부가 행정도시를 건설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같은 맥락이 아니냐는 것이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용인인구 10년만에 3배로 2010년엔 100만 넘어설듯 용인시 새청사의 덩치시비는 지나친 인구증가와 이에 따른 택지면적의 기하급수적인 확대에서 비롯된다. 인구폭발로까지 일컬어지는 용인의 인구증가는 수지에 아파트단지가 처음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94년 12월 수지택지개발 1지구 아파트단지에 첫 입주가 시작되면서 용인시의 인구는 용틀임을 시작했고, 같은달 31일 처음으로 인구 20만을 돌파했다. 이듬해부터 인구증가율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94년부터 95년까지 수지지구와 구갈지구에는 모두 4만여명이 입주, 인구는 24만명이 넘어섰다. 이어 96년 3월에 시로 승격된 후 지금까지 도시 곳곳에 무려 18개소에 이르는 대규모 택지개발지구가 준공됐거나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인구는 10년 동안 매년 2만에서 많게는 6만명가량 꾸준히 늘었고 지금은 7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95년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무려 3배로 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단지가 많다. 신갈택지개발지구를 포함해 죽전·동백·보라·구성·서천·흥덕지구 등이 올해 말부터 오는 2007년까지 순차적으로 입주한다. 이 가운데 동백지구와 죽전지구만 무려 10만여명의 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이들 택지개발지구에다 인구자연증가분을 포함해 오는 2010년에는 102만명,2015년에는 123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증가율도 장담할 수 없다. 지난 2000년 용인시는 2005년 12월31일 기준으로 인구가 68만 4500여명에 달할 것으로 판단했지만, 지난 6월31일 현재 이미 68만 5000명을 넘어섰다. 택지면적도 지난 1995년 1589만㎡에서 지난 2003년에는 2배 가까운 2818만㎡를 기록했다. 여기다 택지개발지구를 제외한 소규모 공동주택까지 감안한다면 인구수로는 원만한 광역시 수준을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화난 이정문 용인시장 이정문 용인 시장이 잔뜩 화가 났다. 억울하게 옥살이하는 심정이라고 한다.‘촌놈은 초가집에 살아야 분수를 지키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도 발표했다. 이시장의 하소연을 담은 글을 가감없이 소개한다. ‘최근 방송과 신문 등 언론매체가 준공을 앞두고 있는 용인시 문화복지행정타운을 비난하며 호화청사, 한국에서 제일 좋은 시청사라고 수식하고 있다. 말그대로 시골의 조그만 시에서 분수에 맞지 않게 시청 건물을 호화스럽고 너무 크게 지어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다. 시청사로서 크다는 지적이라면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단순 시청사가 아닌 행정타운이라는 것을 감안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많이 서운하다. 전국 최초의 복합 행정건물이니 겉으로 보기에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청사가 차지하는 면적은 절반에도 못미친다. 과거 인구 20여만명에 맞춘 열악한 행정편의시설이 새로 입주한다. 여기다 문화예술회관과 복지센터, 경찰서, 교육청 등까지 입주한다. 복지센터에는 시민들이 혐오시설로 옆에도 못오게 하는 노인치매시설이 들어온다. 문화예술회관에는 불과 300석규모의 소극장과 200석 규모의 도서관 등이 입주한다. 이게 용궁인가? 일제시대인 1926년 지어진 서울시 본청사나 중앙 정부청사보다 크다는 비난도 있다. 그러나 광역자치단체나 중앙부처 등은 민원인이 항상 붐비는 기초단체의 청사와는 달리 거의 공무원만 상대로 근무해 청사가 클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 여건을 간과하고 있다. 행정청사만을 비교해도 인구가 훨씬 작은 서울 도봉구청이나 천안시, 강릉시보다 비슷하거나 작으며, 시세가 비슷한 부천시는 오히려 우리보다 4600여평이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인시가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은 인구 100만을 바라보는 시를 여전히 과거의 자그마한 촌으로 생각하며, 없는 집이 갑자기 살림이 늘어 집을 크게 지은 것을 보아넘기지 못하겠다는 심산이다. 본인이 처음 행정타운을 계획하였다면 지금보다 더 크게 만들었을 것이다. 행정타운내 장례식장 등 혐오시설을 넣었을 것이고, 공연장도 최소 1000석으로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취임전 이미 공사에 들어간 바람에 변경이 불가능해 미련이 남는다. 이제 지방청사는 휴식과 문화, 교육, 행정이 복합된 의미를 담고 있다. 주말에 가족나들이 코스로, 어린이들에게는 놀이공간으로 변한 지 오래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마광수의 섹스토리] (7)나는 탐미주의자

    [마광수의 섹스토리] (7)나는 탐미주의자

    나는 탐미주의자이고, 또한 성에 있어서는 미식가이다. 나는 성적 잡식가들을 혐오한다. 그들은 질보다 양을 더 따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혼(1990년) 후 한번도 여자와 육체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다. 이혼 후 ‘즐거운 사라’ 필화사건(1992년)이 터져 쓸데없는 시간의 ‘소모전’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는 나의 탐미적이고 페티시즘적인 취향에 맞지 않는 여자하고는 절대로 성관계를 갖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 나는 돈을 주고 여자를 사서 같이 자본 적이 한번도 없다. 그런 나에게 최근 어떤 여성이 하나 다가왔다. 그래서 짧은 기간이나마 멋진 유미적 섹스 관계를 갖게 되었다. 그녀를 나는 내가 20년째 단골로 다니고 있는 이대 앞의 카페 ‘볼 앤 체인(Ball and Chain)’에서 보게 되었다.‘볼 앤 체인’(이름이 얼마나 에로틱한가! 죄수가 차는 족쇄와 사슬을 가리키는 말인데, 사도마조히즘을 연상시켜 주어 무척이나 도착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에는 긴 바(bar)가 있어 혼자서 오는 손님들이 많은데, 어느날 거기에 혼자 갔다가 역시 혼자 와 술을 마시고 있던 그녀를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녀는 정말 신비롭게 아름다웠다.170㎝쯤 되는 적당한 키에 전체적으로 약간 마른 듯이 보였지만 앙상하게 마른 것은 절대 아니었다. 왜…. 골격이 작은 여자들이 있지 않은가? 비교적 큰 키에도 불구하고 자그마한 골격에 적당히 살이 붙어서 부드러움을 더해주는 그런 ‘여성스러운’ 몸매를 가진 여자들 말이다. 그녀는 칠흑같이 숱 많은 머릿단을 등의 날개뼈까지 늘어뜨리고 있었다. 물론 요즘에는 블루블랙이니 하는 색깔을 인공적으로 넣는 여자들도 많지만, 그녀의 머리카락이 천연의 것인 것만은 의심할 나위가 없었다. 얼굴은 정말로 조각만 했는데, 귀 아래서 턱으로 이어지는 선이 깨질 것처럼 너무도 가냘퍼서 그만 두 손으로 감싸주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느라 나는 한참동안 진을 빼야 했다. 너무나 투명해서 그 안이 다 비칠 것만 같이 새하얀 피부는 칠흑같은 머릿단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뺨 아랫부분은 싱그러운 청록빛을 띤 핏줄들이 관능적인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나는 보통 아이섀도를 짙게 칠한 여자들을 ‘어색하다’고 보는 편이었는데, 그녀는 화장을 완벽하게 잘 해 화려한 아이섀도가 정말로 잘 어울렸다. 그녀의 눈은 앙증맞은 고양이의 그것 같았다. 눈동자는 흑옥(黑玉)처럼 까맣고, 흰자위는 푸른빛이 돌 정도로 하다. 눈 모양도 단순히 둥그렇기만 한 게 아니라 마치 송편 모양처럼 기묘한 곡선미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또 그렇게 도발적으로 보일 수 없었다. 입술에는 간단히 누드 핑크빛이 도는 립그로스를 발랐을 뿐이었는데, 약간 작은 듯한 입술은 그대로도 완벽한 모양새를 이루고 있어 입술선을 교정하기 위해 립라이너를 할 필요가 없었을 터였다. 내가 그녀에게 온 정신을 다 빼앗기게 된 이유는 이렇게 신비롭고 이국적인 얼굴 탓도 있었지만, 역시 길고 가느다란 목과 자그마한 어깨가 보여주는 지극히 아름다운 곡선미 때문이었다. 물론 어두운 조명 때문에 확실히 볼 수는 없었지만, 옷 위로 드러난 어깨의 맵시하며 가끔씩 보이는 하얀 목선으로 미루어보아 내 상상은 틀림없었을 것 같았다. 그녀는 패션감각 또한 너무나 뛰어난 것 같았다. 그녀는 온통 보라색으로 온몸을 휘감고 있었는데, 보라색이 이토록 사람을 매혹적으로 보이게 하는지는 여태껏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상의는 니트로 된 반코트쯤 되어 보였다. 목 주위의 여밈새와 손목 주위는 온통 보라색 깃털로 화려하게 장식돼 있었고, 풍만해 보이는 깃털 장식은 그녀의 정말로 가는 허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나중에 들은 거지만, 그녀의 허리는 한 20인치쯤 되었나 보았다. 20인치만 돼도 이렇게 인간의 허리가 아닌 것처럼 가느다란데,‘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유명한 여배우 비비언 리의 허리가 17인치였다는 건 말짱 거짓말일 것이다. 그녀의 화려한 반코트 아래에는 발목까지 오는 긴 스커트를 입었는데…. 그게 또 몸에 몹시도 착 달라붙어 있는 게 아닌가. 살짝이 난 트임 사이로 살짝살짝 엿보이는 그녀의 날씬한 다리 또한 몹시도 인상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패션의 완성’은 신발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신발에 신경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런 점에서 본다면 그녀의 패션은 완벽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이 얇싹한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 15㎝의 ‘울트라 하이힐’을 신은 여자를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 소위 명품이니 뭐니 해서 샤넬이나 구치, 겐조, 셀린 같은 옷으로 쫙 빼입고 다니는 여자들은 어디에나 널려 있다. 하지만 요즘 유행은 ‘울트라 하이힐’은 아닌 것이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큼직한 리본이 달린 단화를 신고 다니는 게 보통이다. 하여튼 나는 말 그대로 그토록 높은 굽의 ‘뾰족구두’를 실제로는 처음 보았다. 그녀는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그래서 높은 하이힐이 오히려 그녀의 다리 전체에 위태위태함을 더해줘서 아이로니컬하게도 금세 부러질 것만 같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구두 앞모양도 너무나 뾰족해서 분명 안에 있는 발가락들이 짜부라들지 않고서는 걷지도 못할 구두였지만, 전체적으로 그 위태위태한 아름다움은 정말 사람을 오싹하게 할 만큼 치명적이었다. 구두 앞은 깊게 파여서 발가락만 간신히 가릴 정도였고, 그 발등 위를 가느다란 금색 메탈 줄이 사선으로 가로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와인 잔을 질금거리면서 긴 시간 동안 숨을 멈추고서 그녀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서 그녀 바로 옆자리에 가서 앉았다. 난 진짜로 ‘야한’ 여자 앞에서는 사족을 못 쓴다. 나는 그녀와 가까워지고 싶어서 장(腸)이 다 꼬일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녀도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걸로 봐서 나한테 쬐끔은 관심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서로의 반응을 염탐하던 중에 다시 눈이 마주친 그녀는 내게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기회는 이 때다 싶어 나는 그녀의 오른쪽 허벅지에 손을 갖다 댔다. 신기하게도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든가 하는 식의 촌스러운 반응을 나타내보이지 않았다. 나는 다시 손을 빼어 그녀의 두 가랑이 사이로 찔러 넣었다. 그래서 내 손바닥은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에 포근하게 갇혔다. 내 손에 전달돼 오는 맨살의 따스한 온기와 ‘노 팬티’로 인한 음모의 부드러운 감촉 때문에 나는 너무나 너무나 행복했다. 나는 더욱 용기를 내어 그녀의 귓바퀴에 혀를 갖다대 보았다. 그래도 그녀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나는 그녀의 귓바퀴와 귓불, 그리고 귓속을 철부덕 철부덕 핥았다. 그래도 그녀는 조용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그런 야한 매너에 진심으로 감복했다. 여느 여자 같으면 버럭 소리를 지르거나 가만히 있다손쳐도 조금씩 폼을 잡거나 생색을 냈을 것이었다. 나는 그녀와의 ‘이심전심’이 가능하다는 것을 즉발적(卽發的)으로 느꼈다. 그래서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갖다대 보았다. 퍼들거리는 그녀의 혀가 금세 내 입안으로 쳐들어왔다. 혓바닥과 혓바닥의 부딪침, 그리고 타액과 타액의 섞임. 나와 그녀는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않고 은밀한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얼싸 안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몸과 내 몸을 밀착시켰다. 그녀의 몸뚱어리는 따스했다. 나는 몸이 차가운 소음인(少陰人)인지라 몸이 뜨거운 소양인(少陽人) 여성을 좋아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바로 소양인인 것 같았다. 카페의 음악이 바뀌었다. 올리비어 뉴턴 존이 부르는 ‘Phisical’이었다. 그 노래 속의 가사인 ‘Let Me Hear Your Body Talk’가 우리 두 사람을 자리에서 일어서게 했다. 나와 그녀는 조용한 걸음걸이로 카페를 빠져나왔다. 역시 아주 높은 굽인지라 그녀의 걸음걸이는 우아하게 느렸다. 달리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우리는 자연스레 어느 장소로 이동했다. 멀리서 명멸하는 붉은 색 네온사인이 ‘장미호텔’을 표시해주고 있었다. ■마광수는 1951년 경기 수원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저서 ‘윤동주 연구´ ‘상징시학´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장편소설 ‘권태´ ‘즐거운 사라´ ‘불안´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사랑의 슬픔´
  • 英 ‘이슬람 증오범죄’ 경계령

    런던 연쇄폭탄 테러의 여파로 영국 내에서 이슬람교도에 대한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이번 테러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인 것 같다.”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언급이 나오면서 마치 ‘9·11’ 직후를 떠올리는 방화와 투석 등의 공격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이에 따라 영국 내 최고 이슬람기구가 이슬람혐오증(Islamophobia) 확산 경보까지 발령하기에 이르렀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1일 잉글랜드 웨스트요크셔주(州) 브래드퍼드의 파키스탄 영사관이 방화범들의 공격을 받았고 10일엔 머지사이드주 버컨헤드의 이슬람사원이 같은 테러를 당해 사원 안에 있던 이맘(이슬람의 예배인도자)이 불길 속에 갇혀 있다 가까스로 구출됐다. 앞서 9일과 8일에도 웰링턴과 브리스틀, 리즈 등 곳곳에서 괴한들이 이슬람사원에 불을 지르거나 돌과 유리병 따위를 던졌다.특히 9일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출신 이슬람교도들이 많이 모여 사는 런던 동부의 이슬람사원과 학교에 쇠몽둥이와 망치를 든 무리가 난입해 유리창 19개 등 기물들을 파손한 뒤 공격이 더욱 과격해지는 양상이다. 영국에서는 과거 9·11 직후에도 이슬람사원에 대한 테러로 거의 대부분의 사원들이 쇠창살을 설치할 정도로 이슬람혐오증이 심각했었다. 상황이 나날이 악화되자 영국이슬람위원회(MCGB)는 영국 전역의 이맘들에게 이슬람혐오증이 확산되고 있다며 사원 등의 경계를 강화하라는 서한을 일제히 발송했다.MCGB의 이크발 사크라니 사무총장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이슬람 기관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40년 전 이민 와 영국에서 아들을 대학원까지 공부시켰다는 방글라데시 출신의 압둘 무님은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영국 시민이며 영국인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이슬람공동체는 지금보다 더 대접받을 권리가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경찰은 11일 밤 “비극적인 사건을 악용해 증오를 키우는 무리들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른 종교를 배척하는 범죄가 일어나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발표했지만 이슬람혐오증이 쉽사리 수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이슬람교도들은 걱정하고 있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전주·완주 통합논의 다시 고개

    한동안 잠잠하던 전주·완주 통합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전주시의회 주재민 의장은 지난 11일 열린 제224회 정례회 개회사에서 “청주시와 청원군이 최근 시·군을 통합하기로 한 데 이어 전남 보성군 벌교읍 주민들도 순천시로 편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전주권의 미래를 감안할 때 전주·완주 통합논의도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일고 있는 시·군 통합바람에 전주·완주 통합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며 “이 기회에 정치권은 물론 전주권의 발전을 염원하는 시민단체와 유관기관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통합논의를 공식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전주시의회 일부 의원과 시청 공무원, 시민·사회단체가 전주·완주 통합의 필요성을 제기한 일은 종종 있었으나 시의회 의장이 의회 본회의장에서 시·군 통합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같은 주장에 대해 전주시민 대부분은 찬성하는 분위기이고 생활권이 전주인 완주군 이서와 금구, 상관, 용진면 지역 주민 역시 통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 지역이 통합하면 현재 별개의 학군으로 되어 있는 전주·완주가 하나가 돼 완주지역 주민의 자녀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완주지역 사회단체와 일부 주민들은 “전주·완주가 통합되면 세금만 올라가고 쓰레기 매립장 등 혐오시설만 늘어나게 된다.”며 통합에 부정적이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취재원 보호되는 사회가 바람직”

    “신뢰할 만한 취재원이 평생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하야시킨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는 이달 초 발간된 ‘비밀스러운 남자-워터게이트 딥 스로트 이야기’의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자사의 주디스 밀러 기자가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의 신분 누설사건의 제보자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수감 명령을 받은 6일(현지시간) 장문의 서평을 싣고 우드워드의 당시 심경과 취재원 보호에 대한 신념을 조명했다. 우드워드는 “위축된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앞으로 걸어 나와 이야기할 수 있으며 보호받을 수 있다고 믿는 사회가 바람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신념에 따라 우드워드는 지난달 마크 펠트 전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이 딥 스로트임을 고백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에선 진짜 딥 스로트가 누구인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리고 펠트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독자들의 궁금증을 완전히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우드워드 기자는 누군가 대통령 집무실의 녹취 기록을 삭제했다는 엄청난 특종을 하게 된 것은 펠트의 제보 덕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1976년 다른 사건 재판 중 펠트 전 부국장이 한 배심원으로부터 “당신이 딥 스로트냐.”는 질문을 받고 경악스러울 정도로 당황한 반응을 보여 법무부 직원 스탠리 포팅어가 펠트의 정체를 파악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펠트가 비밀 정보를 제공하게 된 것은 FBI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과 백악관에 대한 혐오, 에드가 후버 전 국장에 대한 충성심,‘게임’을 즐기는 취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우드워드는 또 딥 스로트의 신원을 신문사 내부에서 백악관에 흘리는 ‘첩자’가 있다는 심증을 가졌으며 이로 인해 백악관도 펠트의 정체를 거의 다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우드워드는 올해 91세의 펠트를 2년 전 만났을 때 치매 증세로 과거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했다고 전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마광수의 섹스토리](6)젊은 여인의 고백

    [마광수의 섹스토리](6)젊은 여인의 고백

    친구 Q에게, …다음 얘기를 들어보면 내가 과연 남자와 결혼할 수 있을지가 의심스러워질 거야. 나는 내가 탐미주의자라는 말을 여태까지 심심치 않게 들어왔어. 특히 동성(同性)인 여자를 대할 때 그런 점이 심해지는 것 같아. 내가 얼굴이 썩 예쁜 편이 아니라서, 항상 외모만 가지고 평가하는 인간들을 제일 혐오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글쎄 알고 보니까 내가 바로 그런 인간인 거 있지? 끔찍하게도 이기적이고 머리가 좀 나쁘더라도, 얼굴이 예쁘면 그만 용서가 되는 거야. 만약 그 사람과 긴 인간관계를 지속시킬 게 아니라면 말이지…. 아무래도 일상생활에서는 그런 사람과 마주치게 된다면 좀 짜증날 것 같지 않니? 대학의 수업시간이나 길을 걷다가 내 이상형의 여자를 만나면 그 순간 내 주위에는 몽롱한 정적만이 감돌아. 그리고 내 시야에는 오로지 그 여자밖에 들어오질 않는 거야. 그러면 내 눈은 캠코더가 되어서 슬로 모션으로 그녀를 훑어내리기 시작하지. 나는 주로 ‘선(線)’을 눈여겨 보는 편이야. 먼저 귀 밑에서 턱으로 빠지는 선이 너무 급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완곡하지도 않게 부드럽게 흘러내려야 하지. 왜 네가 미술을 좀 해봤다면 쉽게 알 수 있을 거야. 나는 고등학교 때, 석고 데생을 할 때마다 줄리앙의 턱선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거든. 그래서 그 창백하리만치 싸늘한 하얀 눈과 사랑에 빠질 뻔도 했다니까. 오로지 그 턱선 때문에 말이야. 그 다음에 중요한 선은 목선에서 어깨를 지나 팔뚝으로 내려오는 선이야. 하얀 목이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듯하다가도 어깨를 만나는 지점에서 부드럽게 흘러내리고, 어깨뼈를 만나는 지점까지 약간의 경사를 주어 호흡을 조절하지. 여기서 어깨뼈가 여성의 몸의 곡선미에서 절정에 해당된다고 생각해. 어깨뼈는 여러 가지 뼈가 맞닿는 곳 아냐? 자그마하고 동그마한 어깨뼈가 중심을 이루고, 살그머니 솟은 견갑골이 맞닿는 부분의 뼈와 살이 어우러져 조화를 보여주는 선은 우리가 생각해낼 수 있는 어느 것보다도 아름다워…. 여기서 그 여자가 고개를 90도 정도 옆으로 돌리고 있다면 더 금상첨화야. 나는 또 목과 견갑골 앞 부분이 만들어내는 절묘한 선의 조화를 볼 수 있을 테니까 말야. 또 그 여자의 살결이 투명하리만치 하얗다면-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리는 일이야. 나는 그녀의 투명한 살갗 아래로 살짝 내비치는 파리한 핏줄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의 절정 또한 넋놓고 바라볼 수 있을 테지…. 뼈와 살과 핏줄이 만들어내는 선의 미(美)는 이 세상 어느 예술작품도 따라올 수 없을 거야. 나는 흔히 여자의 나신 하면 생각나는 가슴이나 엉덩이에서는 별로 매력을 못 느끼는 편이지. 또 내가 관심 있는 부위는 목에서 등을 거쳐 엉덩이 바로 직전까지 내려오는 선의 아름다움이지. 왜 목뼈와 척추가 맞닿는 곳에 볼록하고 단단한 둥근 뼈가 솟아있지 않니? 거기서부터 시작이야. 자그마한 어깨는 살까지 안쪽으로 굽어져 있어야 해. 수줍은 듯 불룩 솟은 날개뼈를 양 옆으로 하고 척추뼈가 등 한가운데를 타고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거야. 여자의 허리선은 앞에서 봤을 때보다 뒤에서 봤을 때가 제격이야. 이 척추뼈의 묘미는 일직선으로 흐르지 않고 교태부리듯 허리에서 한껏 안으로 옴팍 패였다가 엉덩이 쪽에서 한껏 들린다는 점이야. 남자들이 흔히 탄력있게 솟아오른 여자의 엉덩이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내 장담하건대 그렇게 빵빵한 엉덩이도 직전에 옴팍 패인 허리가 없다면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할 걸.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여체의 백미는 고관절 윗부분에 있는, 척추를 중심으로 하고 양 옆으로 반뼘씩 떨어져 있는 곳에 앙증맞게 옴폭 파인 두 홈이 아닌가 해. 자­눈을 감고 내가 지금까지 얘기한 선을 따라 여자의 벌거벗은 몸매를 그려봐. 천상의 어떤 여신보다도 아름다운 그녀가 네 눈 앞에 그려질 테니 말야. 이만하면 대충 내가 어떤 취향을 가진 아인지 너도 알 만하지? ㅎㅎㅎ…. N이 떠나간 후로 나는 나보다 두 살이나 나이가 많은 K라는 룸메이트를 맞이하게 됐어.K는 옆방에서 혼자 살고 있던 N의 동아리 선배였지. 근데 N이 떠나자마자 외롭다며 내 방으로 부리나케 이사를 온 거야. 하숙생활이란 참으로 오묘해서, 아무리 같은 집에 살고 있다 해도 정작 같은 방에 살고 있지 않으면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가 없어.K는 그런 의미에서 ‘내게 새로운 룸메이트’라는 신선감을 주는 동시에, 그래도 1년이나 오가며 마주친 같은 하숙집 사람이라는 친근감도 주었던 거야. 참 이상도 하지? N이 내 곁을 떠나가서 엄청나게 섭섭해했는데, 바로 K가 내 방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또 K에 대한 애정이 샘솟더라고…. 솔직히 말해서 K는 내 이상형과는 꽤 먼 쪽에 속했던 여자였어. 머릿결도 뻣뻣한 곱슬머리였고, 드라이가 안 된 곱슬머리는 이리저리 제멋대로 날뛰고 있었지. 하루는 왼쪽 머리 한 뭉터기가 일제히 바깥으로 쏴악 뻗쳐 있는 것을 보고는 도로 끌어앉혀서 직접 드라이를 해줄 생각까지 했다니깐. 그녀는 외모를 가꾸는 데는 절대로 돈을 쓰지 않는 정말로 ‘모범적인’ 학생이었어. 그래도 룸메이트가 선배니까 좋은 점이 많더라고. 저번엔 동급생인 N과 누가 걸레질을 더 많이 했니 안 했니, 누가 비누를 더 썼니 안 썼니 하는 치사한 일로 티격태격하는 일이 허다했는데,K는 선배니까 서로 배려가 되더라고. 나도 의지할 누군가가 생기니까 마음이 편해지더군. 자상하게 엄마처럼 보살펴주는 K가 너무너무 좋아지는 거야. 나는 K가 공부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오는 11시쯤부터 자기 전까지 TV나 라디오를 켜놓고 나른하게 K의 무릎 위에 웅크리고 누워서는 K의 무릎뼈를 어루만지는 습관이 들었지 뭐니. 마치 고양이처럼 잉잉거리면서 K의 무릎 속으로 파고들고 있노라면,K는 “에이구…”하면서 마치 엄마 같은 손길로 내 머리를 쓸어주곤 했지. 아, 얼마나 행복하고 나른한 시간이었는지 몰라.K는 상체에 비해서 하체가 굵은 불균형적인 몸매를 지니고 있었어.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정말로 예쁜 상체를 가지고 있었지.K의 어깨는 정말 자그마하고 가냘펐지만 비쩍 말라서 곡선미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어. 오히려 적당히, 정말로 적당히 살이 붙어 있어서 그 자그마한 어깨가 더 돋보였다니까. 내가 아늑한 눈길로 그녀의 어깨를 눈여겨 볼 때면,K는 무척이나 쑥스러워하면서 어깨를 움츠리는 거야. 나는 그녀의 그런 어깨 움직임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몰라. 그렇지만 우리의 이런 나른하고도 편안한 시간은 얼마 가지 못했어. 둘이 싸웠냐고? 아니면 또 K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느냐고? 아니 천만의 말씀이야. K에게 그만 남자친구가 생겨버린 거야. 야아…웃지마. 남은 심각하게 얘기하고 있는데…. K의 남자친구는 동아리 선배였어.K는 몇달 전에 그 동아리 모임에 나갔는데 그날따라 뒤풀이 시간에 고(高)학번 선배들이 많이 왔었대. 그 오빠는 K와의 나이 차이가 일곱 살이나 났었지. 정말 도둑놈 아냐? 양심이 있으면 어떻게 K같이 어린 여자를 넘보나?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쳇! 어쨌든 그녀를 좋아하게 된 그 남자는 몇 달간 구애작전을 펼쳤었나봐. 그녀는 남자가 처음인데….K는 처음엔 그 남자가 자기의 이상형이 아니라고 하면서 철석같이 잡아뗐지만…. 뭐, 여자들은 다 그렇지. 열번 찍어봐라, 안 넘어가는 여자 있나. 그때쯤 K가 매일같이 얼굴이 상기되어 들어오더니…. 결!국! 남자친구가 생겨버린 거야. 나 참…. 세상에 믿을 년 한 명도 없다니까. 그렇게나 남자한테 관심이 없어하더니…. 내가 왜 이렇게 K와 그녀의 남자친구에 대해 삐딱하게 나오냐고? 그 후에 내가 겪은 시간들이 악몽 같았거든. K와 그녀의 남자친구는 매일같이 밤마다 1시간도 넘는 통화를 해댔어. 이제 더 이상 K의 무릎은 날 기다려주지 않았고, 수직으로 접어서 가슴팍에 댄 채 전화를 받치기에 바빴지. 예전엔 꿈결만 같았던 밤 11시부터 1시 사이의 시간에 나는 꿔다 논 보릿자루마냥 이불을 덮어쓰고는 하염없이 K와 남자친구의 전화를 추적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어…. ■ 마광수는 1951년 경기 수원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저서 ‘윤동주 연구´ ‘상징시학´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장편소설 ‘권태´ ‘즐거운 사라´ ‘불안´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사랑의 슬픔´
  • [여성&남성] “여자가 어디서 담배를…”

    “아니, 재수없게 여자가 길바닥에서 담배를 피워.” 지난달 30일 자정 전북 전주에 사는 A(28·여)씨는 생면부지의 남자에게 폭행을 당했다. 집 근처 편의점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에게 40대 남자가 다가와 다짜고짜 담배를 끄라고 했다.A씨는 “나도 내일 모레면 서른이다. 내 담배 내가 피우는데 왜 기분 나쁘게 그러느냐.”고 대꾸하자 남자의 폭행이 시작됐다.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남자는 당당했다. 그는 붙들려가는 과정에서 “너희들이 뭔데 선량한 시민을 잡아가느냐.”며 경찰관들에까지 주먹을 휘둘렀다. 지난 2월에도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여자들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노점상 유모(26)씨가 주먹을 휘둘렀다 경찰에 입건됐다. 우리나라에서 여자가 드러내놓고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위의 사례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남자와 당당한 여자가 충돌한 이례적인 경우지만 폭력 부분을 제외한다면 흡연여성들은 비슷한 경험이 한 두번쯤은 있을 듯하다. ●“담배 피우는 여자는 그냥 싫다.” 흡연여성들은 “남성들에게는 그저 기호품일 뿐인 담배가 유독 여성에게는 혐오나 금기의 대상이라는 이중잣대가 존재한다.”고 토로한다. 컴퓨터 하드웨어 정보를 제공하는 파코즈(www.parkoz.com)에서 남녀 네티즌 1270명을 대상으로 ‘담배 피우는 여자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53.4%(678명)가 ‘싫다.’ 또는 ‘매우 싫다.’고 답했다.‘좋아 보인다.’는 4.3%(55명)에 그쳤다. 부정적인 답변을 한 사람 중 49.1%는 ‘그냥 이유 없이 싫다.’고 답해 뚜렷한 이유 없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저 그렇다.’ 또는 ‘상관 안 한다.’는 33.7%(429명)이었다.‘예쁘면 상관없다.’는 대답도 5%를 차지해 여성의 흡연을 성적 매력 차원에서 접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설문을 진행한 사이트의 주된 이용자가 여성 흡연에 비교적 관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20∼30대란 점을 감안할 때 그 이상의 연령층을 포함하면 여성 흡연에 대한 우리사회 인식은 더욱 부정적일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흡연자 “국내 여성흡연율 2.8%?” 이런 탓에 여성흡연자는 죄라도 짓는 듯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일이 많다. 지난해 대기업에 입사한 최모(25·여)씨는 담배가 급할 때는 회사 화장실이나 인근 카페를 찾는다. 사내 흡연장소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남자선배나 회사간부들의 따가운 눈총을 참아가며 담배를 피우는 것은 차라리 안 피우는 것만 못하다. 그는 “입사 초, 호기 있게 흡연실이 어디냐고 물었다가 골초 여사원으로 찍혀 몇달간 입방아에 오르내렸다.”면서 “사내 분위기를 감지한 이후로는 스스로 숨어 피울 곳을 찾지만, 내가 왜 이래야만 하는지는 아직 혼란스럽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5일 국내 여성의 흡연율이 2.8%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흡연여성들은 이 통계치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실제 흡연율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란 얘기다. 대학생 정모(21·여)씨는 “카페 등에 가면 담배 피우는 여자는 많은데 정작 주변에 흡연여성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으냐.”고 반문하며 “남자친구는 물론 때로는 동성친구에게도 숨기는 흡연이 여론조사를 통해 제대로 측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흡연권 보장이 금연권 보장” 지난해 ‘흡연여성 잔혹사’라는 책을 낸 서명숙(48·여·오마이뉴스 편집국장)씨는 한국사회에서 여성들 자신의 담배에 대한 금기와 속박은 깨졌지만 ‘외부의 금기’는 여전하다고 말한다. 그는 여성 흡연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 “우리사회가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여성 흡연에 대해 여전히 봉건적인 사고와 관습법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신도 어렵게 금연을 했다는 서씨는 “금연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지 여성에게만 강제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니다.”면서 “흡연의 자유가 허락될 때 자연스럽게 금연의 자유도 허락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입주 임박 미분양아파트는 어때요?

    입주 임박 미분양아파트는 어때요?

    ‘입주를 앞둔 미분양 아파트 한번 골라봐?’ 서울과 수도권에 주요 관심 아파트 분양 단지뿐만 아니라 입주를 앞둔 미분양 아파트가 적지 않다. 미분양 아파트는 청약통장이 필요없고, 즉시 입주가 가능하지만 교통 및 입지여건이 좋지 않은 단점도 있다. 현장 확인이 필수이다. ●교통·입지 여건등 현장 확인 필수 미분양 아파트는 분양을 받은 뒤 빠른 시일 내에 입주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후분양이나 마찬가지여서 건설업체나 시행사의 부도로 인한 피해 우려가 없다. 판촉을 위한 편의들이 제공되는 것은 물론 건설사와 직접 거래를 해 기존 주택 거래 때 물어야 하는 중개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또 청약통장이 필요없어 청약통장 사용에 제한이 없고 지방 거주자라도 계약을 할 수 있다. 단 1가구 2주택자는 투기과열지구 내에서는 1순위로 청약하지 못한다. 청약때 주의할 점도 있다. 미분양은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분양받기 전에는 반드시 이를 따져봐야 한다. 입지여건은 우선 고려 대상이다. 인근에 혐오시설이 있을 수 있고, 또 교통여건도 좋지 않은 곳도 있다. 따라서 현장 답사는 필수다. 분양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입주를 앞둔 아파트는 집값 상승기에 분양돼 대부분 분양가가 높은 편이다. 주변 아파트와 분양가를 비교하는 것은 기본이다. 동민건설은 강남구 대치동 롯데백화점 뒤편의 주상복합아파트 ‘동민맥스빌’ 57가구 가운데 계약 해지분을 분양하고 있다. 분양가는 평당 1200만∼1300만원. 지하철 분당선 한티역이 가깝다. 분양가의 50%만 내면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 ●중도금 무이자·저층 할인등 ‘우대´ 신성건설은 한강 조망권이 우수한 광진구 광장동에서 주상복합아파트 신성미소시티의 73평,46평 펜트하우스 회사 보유분을 분양 중이다. 입주자 기호에 따라 맞춤형 인테리어 설계 시스템을 적용한다. 계약금은 10%이며 중도금 40%를 무이자로 융자한다. 옥상에 하늘정원, 피트니스룸이 설치됐고, 섀시는 무료 시공돼 추가 옵션 부담이 없다. 모아주택산업은 평택시 포승면 도곡리에서 모아미래도 아파트를 분양한다. 중도금 40%를 무이자로 대출한다. 인근에 평택 포승산업단지와 평택항이 있고 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 나들목에서 가깝다. 신동아건설은 지난해 분양한 성남시 태평동 신동아 파밀리에 잔여분을 분양 중이다.2개동 22∼36평형 총 168가구로 구성됐으며, 평당 분양가는 750만원 선이다. 계약금은 10%이며 잔여분에 대해서는 중도금 무이자 대출혜택이 부여된다. 경부고속도로, 분당∼수서간 고속화도로, 분당∼내곡간 고속화도로 등으로 진입하기 쉬우며 예인병원, 성남시청, 희망대공원이 가깝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민선 지방자치 10년] (7) 21세기형 지방자치

    1일로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10년을 맞았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주민참여가 확대됐다는 ‘고전적’ 성과가 무색하게 전시행정, 지역이기주의 등으로 얼룩졌다는 평가 또한 만만찮다. 지방자치의 걸림돌과 발전방향 등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온 3선 단체장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순리일 것 같다. 설문조사에는 전국의 3선 단체장 34명 가운데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운 박재영 부산 사하구청장 등을 제외한 26명이 응했다.‘행정의 달인’들의 입을 통해 선진 지방자치의 해법을 모색해본다. 3선 단체장들의 답변은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한 점이 많았다. 지역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현장행정이란 상통한다는 것을 방증했다. 재임중 어려웠던 일이나 지방자치 걸림돌을 묻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지역이기주의를 들었다. 대부분 지역내에 이른바 혐오시설을 지으려다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힌 경험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쓰레기매립장과 공설묘지를 설치하려다 난관을 겪은 심기섭 강릉시장은 “혐오시설은 안 된다는 님비현상은 물론 유리한 시설은 자기 지역에 와야 한다는 핌피(PIMPY)현상도 심각했다.”고 밝혔다. 열악한 지방재정을 드는 단체장들도 많았다. 곽인희 전북 김제시장은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주민들의 요구사항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면 재정은 한정돼 민원처리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김규택 대구 수성구청장은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중앙과 지방간 세원의 재배분이 필요하며 지방양여사업의 조정 등 재정조정제도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세웅 전북 무주군수는 지역토호들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현실을, 조건호 인천시 옹진군수는 감사원·행정자치부·광역단체 등의 감사가 빈번한 것을, 김관용 경북 구미시장은 충분한 준비없이 시작된 지방자치와 전문행정가 부족 등을 각각 걸림돌로 꼽았다. 황대현 대구 달서구청장은 “선심성 행정에 대한 최종 판단은 주민몫임에도 특수시책으로 발굴 추진하는 일에 대해 선심행정으로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며 뼈있는 말을 던졌다. 중앙정부 등 상급단체에 바라는 것을 묻는 질문에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대부분의 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고 간섭이 심해 ‘반쪽자치’라는 점을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직원 한명을 채용하려 해도 행정자치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국방·외교 등 국가적 차원의 기능 외에는 과감하게 지방에 이양하고 특별행정기관을 자치단체에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치입법권, 자치조세권이 확대되고 자치경찰제, 교육자치 등도 실현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문성 강원도 속초시장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내놓지 않으려 하고, 전통적으로 지방을 못 믿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꼬집었다. 정영섭 서울 광진구청장은 “행정사무들이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위임되었지만 결정권을 아직 중앙정부가 장악하고 있어, 단체장 직선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병로 경남 진해시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수평적 관계를 주문했다. 나아가 지방자치 성숙을 위한 제도적 보완책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유승우 경기도 이천시장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2 정도인 만큼 세원구조를 개편해 지자체 재정자립도를 높여야 하며, 부단체장 임명권을 광역단체에서 갖는 시스템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문용 서울 강남구청장은 “무엇보다 기초단체장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3선 연임제한과 정당공천 폐지, 중복·정치성 감사 지양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규택 대구 수성구청장은 선출직에 대해 주민이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주민소환제와 주민투표제 도입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지방자치의 ‘뜨거운 감자’인 지역이기주의 해소방안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다.“정책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면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는 김근수 경북 상주시장을 비롯, 계획수립 단계부터 정보공개와 주민참여(이상조 경남 밀양시장), 주민과의 대화 및 설득(송은복 경남 김해시장) 등 ‘원칙론’이 많았다. 하지만 협의체 구성을 통한 통합조정(박대석 부산 영도구청장), 주민재산권 보호를 위한 대폭적인 인센티브(박대해 부산 연제구청장), 갈등지역간의 공정한 이익배분(박팔용 경북 김천시장)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반면 심기섭 강릉시장은 “지방자치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이므로 앞으로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며 낙관론을 폈다.“주민 스스로도 민주의식과 양식을 높여야 한다.(조건호 옹진군수)” “역지사지적 사고와 민주적인 절차의 수용(심대평 충남지사)” 등 주민들의 사고전환을 주문하는 견해도 있었다. 정리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3선 단체장 퇴임후 구상연임제한 규정으로 3선을 끝으로 물러날 단체장들은 대체로 “그동안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겠다.”는 ‘모범답안’을 내놓았다.3선을 가능케 한 일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영섭 서울 광진구청장은 “후학 양성에 심혈을 기울여 지방자치 발전에 작은 밀알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고, 권문용 서울 강남구청장은 “3선에 걸친 자치행정 경험을 살릴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박팔용 경북 김천시장은 “정계개편이 끝나는 연말쯤 향후 거취를 밝히겠다.”고 말해 정치에 뜻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농민운동가 출신인 임수진 전북 진안군수는 전문성과 행정 노하우를 살려 퇴직 후에도 지역농촌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그동안 일에 얽매여 소홀했던 가정을 돌보겠다는 단체장들도 많았다. 김규택 대구 수성구청장은 “그동안 가정에 소홀했으므로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갖고 자녀들의 삶을 조언하겠다.”고 했고, 박대석 부산 영도구청장도 “가족과 함께 자유로운 생활”을 약속했다. 김근수 상주시장과 심기섭 강릉시장은 “평범한 시민으로 노후를 보내겠다.”고 간략하게 밝혔고, 김병로 진해시장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회고록을 집필하겠다는 뜻을 비췄다. 한편 이의근 경북지사는 “누구나 미래의 희망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꿈이 욕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알쏭달쏭한 선문답을 던졌다. 또 관내 전체가 섬으로 구성돼 ‘섬 사랑’이 대단한 조건호 옹진군수는 “퇴임 후 섬주민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못다한 얘기를 나누겠다.”며 낭만 어린 소회를 밝혔다. 정리 김학준기자 ■ 3선단체장 보람과 아쉬움3선 단체장들은 긴 재임기간만큼이나 보람과 아쉬움이 많았다. 김세웅 전북 무주군수는 지난해 세계태권도공원을 유치한 것을 상기하면 지금도 가슴이 찡하다고 한다. 부가가치가 3조원에 달해 지역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지만, 경주·춘천·강화 등 쟁쟁한 경쟁도시를 따돌리고 승자가 된 것을 무엇보다 자랑스러워한다. 때문에 지역에서는 연임제한만 없으면 “4선도 따놓은 당상”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유승우 경기도 이천시장 역시 여주·광주를 물리치고 ‘2001세계도자기엑스포’를 유치한 것을 보람으로 들었다. 이 행사는 84개국이 참가하고 600여만명이 관람해 도자기 전시행사로는 세계 최고기록을 세웠다. 고재득 서울 성동구청장은 “시책으로 인한 변화를 알아주는 구민들이 지역에서 친근감 있게 인사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밖에 이의근 경북지사는 지역산업 구조개편을 위한 성장동력사업을 육성하고 ‘동북아 자치단체연합’을 주도적으로 창설한 것을, 김관용 구미시장은 2004년 지자체 최초의 수출 200억달러 달성을, 김흥식 전남 장성군수는 삼성전자·기아자동차 부품공장을 유치한 것을 각각 성공작으로 꼽았다. 아쉬움에 대해서는 심대평 충남지사가 할 말이 많다. 국회까지 통과돼 확정된 ‘신행정수도’ 건설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정으로 뒤집어졌다가 다시 우여곡절끝에 ‘행정중심 복합도시’로 축소된 것에 대해 심 지사는 지금도 불만을 토로한다. 자연재해로 인해 가슴앓이를 한 단체장들도 적지 않다. 김원창 강원도 정선군수는 태풍 ‘루사’ ‘매미’가 잇따라 강타해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을 때 단체장으로서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관내에 큰 산불이 발생한 동문성 속초시장과 심기섭 강릉시장도 “아무리 문명이 발달했어도 자연재해는 불가항력”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정리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특별취재팀 : 서울 이동구기자 경기 윤상돈차장 인천 김학준기자 강원 조한종기자 충남·대전 이천열기자 전북 임송학부장 전남 남기창기자 경북 한찬규·김상화차장 대구 황경근차장 경남 이정규부장 부산 김정한차장
  • [길섶에서] 공연장 유감/신연숙 수석논설위원

    유명 예술가들의 공연 관람은 여간해선 엄두를 내기 어렵다. 경기침체란 말이 무색하게 입장료는 나날이 오른다. 반대로 저렴한 등급 좌석 숫자는 점점 줄어든다. 전체 좌석의 70%에 R석,S석 등급을 붙이는 경우까지 있다. 모처럼 맘먹은 공연 관람을 웬만한 자리에서 하려면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표를 사야 한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참을 만하다. 막상 공연장에 도착해서 해설프로그램을 구입할 때 또 한번 분을 삭여야 할 때가 많다. 이것 역시 고가화하고 있는 데다, 어떤 경우엔 연주곡목조차 나와있지 않은 부실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주 피나바우시 무용단 공연때 관련 책자는 최하 1만 7000원이나 했다. 재즈음악가 마일즈 데이비스는 연주 때 청중들에게 작품설명을 하는 것을 혐오했다. 예술가로서 저자세라고 느끼기도 했지만, 청중이 자유롭게 감상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고가의 표를 사 입장한 관람객들의 대부분이 해설서 하나 없이 공연을 감상하고 있는 모습은 아무래도 정상적이 아니다. 어렵게 공연장을 찾는 ‘풀뿌리 관객’ 배려 차원에서도 공연기획자들은 좀더 친절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 [176개 공공기관 지방이전] 수도권 발전대책 방향

    ‘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이라는 산(山)을 넘은 정부와 여당 앞에는 이제 ‘수도권발전대책’이라는 또다른 산이 놓여 있다. 손학규 경기지사의 수도권대책협의회 불참과 여야 수도권 의원들의 반발 등이 뒤엉키면서 공공기관 이전 못지않게 갈등을 증폭시킬 또다른 뇌관이다. 당초 공공기관 이전계획과 동시에 발표하려다 늦춘 것이 이 사안의 복잡성을 말해준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일단 27일 고위당정회의를 갖고 이 문제를 최종 조율한 뒤 28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최대공약수 도출이 쉽지 않아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당과의 최종 조율을 앞두고 정부는 수도권대책에 대해 함구한 채 원칙적인 얼개만 내놓고 있다.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에서 마련한 ▲삶의 질 향상 ▲경쟁력 강화 ▲규제개선 ▲인구 안정화 등 4대 기본원칙 안에서 대책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24일 “인구 추가유발 정책 등 공공기관 이전 취지를 훼손하는 정책은 최대한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가 요구하는 국내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 역시 당장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전 공공기관 부지 활용과 관련해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도 이날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이전하고 난 부지는 가급적 기업들이 생산적으로 활용토록 할 것”이라며 “이는 기업의 연구단지, 첨단제품 연구·생산시설 등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수도권 공장총량제에 묶인 대기업들로서는 그나마 숨통이 트일 대목으로 보인다. 정부는 다만 이들 부지를 상업용으로 활용토록 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여당의 수도권 의원들은 공공기관 이전의 ‘대가’로 혐오시설 이전과 지역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서울·경기 지역 의원들은 최근 600건의 수도권 발전방안을 지역별로 취합, 정부에 전달했다. 상당수가 지역내 기피시설을 지방으로 옮기자는 것으로, 서울 성남공항과 서울 노원구의 육군사관학교, 마포구의 당인리 발전소 이전이 대표적이다. 강서·양천·금천·강북구의 군부대와 영등포·성동구치소, 구로·성북 철도차량기지도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개발 방안으로는 정릉천·태릉·국립현충원 일대 개발, 수도권 그린벨트 대폭 해제, 수원·화성·구리·남양주 지역의 각종 첨단 클러스터 조성 등을 내놓고 있다. 여당내 수도권 의원들은 “지금 민심으론 내년 수도권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공공기관 이전 못지않은 개발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기피시설을 공공기관 이전과 묶어 지방으로 넘기는데 난색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공공기관 이전을 놓고 크고 작은 불만이 터져나오는 마당에 기피시설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불에다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생각이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하수처리장 ‘악취 안녕’

    내년 말까지 서울시내 하수처리장 4곳의 악취가 말끔하게 사라진다. 또 경기도 수원하수처리장 처럼 하수처리장을 모두 덮어 공원이나 골프장, 판매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적극 추진된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탄천하수처리장(강남구 일원동)에 효소나 미생물을 이용해 악취를 제거하는 ‘바이오필터’를 오는 9월까지 설치하는 등 총 205억원을 들여 서울시내 하수처리장 4곳에 탈취 시설을 정비한다. 중랑하수처리장(성동구 송정동)은 오는 10월까지 수질 개선·공기 정화 공사를 마무리하고, 서남하수처리장(강서구 마곡동)과 난지하수처리장(경기도 고양시)은 내년 말까지 바이오필터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이처럼 하수처리장의 환경개선을 서두르는 이유는 주택가와 인접한 탄천·서남하수처리장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데다 지난 2월부터 악취방지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악취방지법이 허용하는 기준치를 넘게 되면 하수처리장은 최고 5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서울시 이원탄 하수계획과장은 “하수처리장의 악취는 평소 병원냄새 수준(2도)이었다가 기압이 낮거나 비가 오면 악화됐으나 이번 탈취시설 설치에 따라 무취(1도) 수준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또 ‘4개 처리장 부지이용 타당성 조사용역’을 담당할 업체를 24일 입찰, 내년 안에 민자유치 방안을 내놓고 본격 추진한다.‘하수처리장=더러운 혐오시설’이라는 오명을 없애고 공원, 골프장, 쇼핑몰 등 다양한 수익 시설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다. 시는 그동안 국고 지원 없이 자체 예산으로 하수처리장을 운영해 복개와 공원화가 더뎠지만, 민자 유치를 통하면 다른 지자체처럼 하수처리장의 공원화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앞서 강서구의회 박기덕 의원은 지난 10일 제135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서남하수처리장 침전지 덮개 공사와 공원화 사업 조속이행 촉구 건의안’을 발의했다. 건의안에서 박 의원은 “서울시가 시청사 증축에 2200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쓰려고 하면서 지역민의 삶과 직결된 하수처리장의 공원 조성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씨줄날줄] 삼순이 신드롬/육철수 논설위원

    요즘 안방극장을 점령한 ‘김삼순’을 모르면 간첩 취급받기 딱 알맞다. 삼순이는 MBC 수·목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극중 여자주인공이다. 드라마가 시작된 지 한달만에 시청률이 35%나 된다. 가히 ‘신드롬’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먼저 삼순이의 신상명세서를 살짝 들춰 보자. 우리 나이로 서른살된 미혼 여성. 방앗간집 딸. 몸은 부잣집 맏며느리처럼 복스럽고 통통함. 직업은 파티시에(제빵제과사). 두 살 연하의 빵집주인(별명 삼식이)과 계약연애 중. 뼈아픈 실연경험 유(有). 순박하고 성실하고 직업의식이 투철함. 막말을 밥먹듯 하나 뒤끝 없음. 마지막으로 아주 특이한 사항 하나, 만취상태로 남친의 등에 업혀가다 오줌싼 적 있음…. 이런 캐릭터가 드라마를 위해 6㎏이나 몸을 불려 열연 중인 탤런트 김선아를 만나 그 인기가 방방 뜨고 있는 것이다. 네티즌 사이에는 삼순이 어록카페와 동호회가 생겨 호떡집에 불난 듯이 요란하다. 제작진도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라며 입이 벌어졌다.‘얼짱’이나 ‘몸짱’이 아니면 행세할 수 없는 요즘 세태에서 실로 기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름에 촌티가 줄줄 흐르고, 언행은 예쁘고 다소곳한 여성의 범주를 한참 벗어났는데 왜 시청자들은 삼순이에게 정신없이 푹 빠졌을까. 나와 이웃이 살아가는 얘기라서? 하지만 그건 너무 빈약하다. 그럼 얼짱시대의 평범한 사람들의 반란심리? 대충 가까이 갔지만 그것도 별로다. 아무래도 삼순이의 내면 깊숙이 들어가 봐야 제대로 된 답이 나올 것 같다. 우선 삼순이의 이상형 남자-그냥 탄탄한 직장 다니면서 월급 꼬박꼬박 갖다주는 남자. 제일 싫은 종자? 제일 혐오하는 물건? 세상에서 제일 쏴 죽이고 싶은 말종? 그건 바람피우는 남자다. 직업정신-자신이 만드는 초콜릿에 인생을 담는다. 대인관계-엔도르핀이 넘치든 메마르든 진심으로 대한다. 자가 마음치유법-먼동이 트기 전에 케이크와 과자를 굽는다. 아버지를 잃었을 때도, 실연의 아픔이 컸을 때도, 실직했을 때도, 새벽에 케이크를 굽고 그 냄새로 위안 삼았다…. 팍팍한 세상에서 갑남을녀나 장삼이사로 살아가기란 무척 고달프다. 시청자들은 아마 그런 삼순이의 인생에서 역경에 주저앉지 않고, 눈물 뒤에 작은 소망을 키워가는 내면의 세계를 꿰뚫어 보았을 것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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