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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철학자들의 현대기술에 대한 시선

    휴대전화는 언제 어디서나 상대방과 대화를 하도록 돕는 획기적인 발명품이다. 하지만 전자파를 걱정하고, 가끔은 다른 기능을 모른다고 무시를 당하게도 만든다. 살충제 DDT는 해충을 박멸하며 ‘꿈의 신기술’로 칭송받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분비계를 교란하고 환경파괴의 주범이 되는 혐오기술로 전락했다.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할 줄 아는 인간은 늘 새로운 기술을 갈망하지만 때로는 기술문명에 종속되고, 지배되기도 한다. 기술이 삶을 마냥 편리하게 만들었을까, 아니면 기술 때문에 인간은 종속된 삶을 살고 있을까. ‘욕망하는 테크놀로지’(이상욱 외 8명 공저, 동아시아 펴냄)는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던진다. 과학, 철학, 미학 등을 전공하고 과학철학 분야의 강의를 하는 저자들은 일상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하는 과학기술의 결과물부터 신경과학, 생명공학, 나노공학까지 과학기술의 역사와 사회문화적 의미, 인간과 관계를 다양한 관점으로 살핀다. 라디오는 독일 나치정권이 이념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수단이기도 했지만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는 흑인인권운동의 도구가 됐고, 자연의 시간을 더욱 정확하게 측정하며 이를 통제하기 위해 시계를 발명했지만 결국 오늘날 인간이 시간에 쫓겨 사는 현실을 동시에 보여주는 식이다. 과학기술의 역사를 되짚는 가운데 기술과 우리 삶의 관계에 대한 저자들의 의견을 엿볼 수 있다.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기술로 인해 권력을 얻은 사람들이 암묵적이고 보편적인 지배와 권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비판적이면서 균형 잡힌 철학과 사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지훈 한국해양대 강사는 “인간과 기술의 그물망이 엮어내는 문명이 세계를 획일화할지, 인간의 창조적 자유와 생성에 이바지할지 성찰할 때 비로소 기술이 ‘현대의 프로메테우스’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과학기술의 결과가 모두 인류를 행복하게 한 것은 아니었음을 고증한 이상욱 한양대 철학과 교수는 “기술의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다. 미래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적 차원의 기술 연구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 과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려울 것 같은 과학과 철학 이야기를 나름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1만 6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열린세상] 지난 1년 한국 민주주의는 퇴보했다/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지난 1년 한국 민주주의는 퇴보했다/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의 2007년 대통령선거는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공고화의 대표 사례이다. 지금은 하늘 위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관찰하고 있을 새뮤얼 헌팅턴 교수는 민주화 이후 두번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하면 더 이상 민주주의 아닌 정치체제로 회귀할 수 없을 정도로 공고한 민주주의에 도달한 징표라고 주장했다. 한국은 1987년 민주화 이후 1997년 첫번째 수평적이고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했고, 2007년 또다시 정권교체를 이룩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1년 지난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가 퇴보했다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는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경쟁적 권위주의’ 또는 ‘민주주의 없는 선거체제’의 등장이라고 한다. ‘경쟁적 권위주의’란 민주화 이전과 비교할 때 정치참여에 경쟁성이 좀 더 보장될 뿐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의미이다. 백주대낮에 반대자를 마구 잡아들이지는 않을지라도 합법적 절차를 밟아 공공연하게 시민의 정치적 자유와 시민적 권리를 규제한다. ‘민주주의 없는 선거체제’란 민주화 이후 상당히 자유롭고 공정한 수준의 선거를 치르지만 시민의 정치적 자유나 시민적 권리는 상대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에는 제왕적 대통령 하나만 있다. 내각이나 청와대에서 대통령에게 하는 직언이나 비판이 사라진다. 제2 롯데월드 건립을 계속 반대해온 군 지도자가 국방부장관이 되어서는 대통령 의중에 따라 활주로를 바꾸면 문제없다고 주장하게 된다. 용산 철거민 농성 진압 과정에서 국민이 사망해도 정부에서 사과하는 사람은 없고 확인된 가해자도 없다. 오로지 힘없는 시민들만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이도 모자라 감옥까지 끌려간다. 이대통령 재임 1년 동안 삼권분립의 헌정 원칙 또한 크게 훼손되었다. 대통령 형제의 입맛에 따라 국회가 출렁인다. 형은 “내가 대통령 똘마니냐.”라는 듣기 거북한 말로 항변하지만 두 형제가 나서서 국회 일정을 독려한 사실을 감출 수는 없다. 지난해 12월 국회 파행에 이어 2월 말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하기보다는 그 밑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연초 개각발표 당일 한나라당 대표가 청와대에 들어갔을 때 이 대통령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듯이 앞으로도 국회는 철저히 냉대를 받을 것이다.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를 혐오하고 정치인 일반을 모두 불신하기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의 의지와 이해에 따라 사법부 역시 춤을 춘다. 법질서를 바로잡겠다지만, 사법부는 관례대로 추첨을 통해 재판부를 배당하지 않고 특정 판사에게 촛불시위 사건을 몰아준다. 검찰이 미네르바를 잡아들여 국민의 헌법적 권한인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데 사법부도 검찰의 손을 들어준다. 촛불시위 동안 광고불매 운동을 벌인 시민들에게 검찰 논리대로 유죄를 내린다. 감사원 역시 지난 정권에서는 조용하다가 혁신도시 효과가 3배 이상 부풀려졌다고 공표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KBS를 특별감사하기도 한다. 언론 자유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 YTN의 ‘돌발영상’, KBS의 ‘시사 투나잇’ 등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로 인기를 모으던 프로그램들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시민이 댓글을 잘못 달면 2년 이하 징역이 가능해졌는데, 일부 언론은 대통령 입맛에 맞는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논리를 개발해주고 사례를 찾아주며 자락도 깔아준다. 그 사이에 아시아·태평양 국제기자연맹에서는 YTN 해고자를 전원 복직시켜야 한다고 한국 정부에 특별서한을 보낸다. 한국 언론이 탄압받는다는 소식이 벌써 이웃 나라로 퍼진 모양이다. 그러나 1973년부터 매년 초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점수를 발표한 미국의 프리덤 하우스에 따르면 아직 한국 민주주의 점수에는 변화가 없다. 2004년부터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함께 최고 수준이다. 내년 초에도 한국이 같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영화 주인공이 울때 눈물나는 건 뇌속 거울뉴런때문이다

    사람은 ‘나’로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로 존재하는 것일까? 지난해 여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유도 경량급의 간판 최민호가 상대선수를 딱지치기하듯 번쩍 들어 메치며 거푸 한판승을 거두는 장면을 지켜본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직접 뛴 것처럼 짜릿함을 느꼈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애달픈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주인공이 눈물을 흘릴 때 관객들은 자신의 눈에서도 눈물이 핑 도는 일을 겪기도 한다. 우리의 뇌 속에 ‘거울 뉴런’(mirroring neurons)이 있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전두엽과 두정엽에 존재하는 신경 세포다. 예를 들어 잔을 잡을 때 뇌 속의 특정 세포가 활동한다고 하자. 그런데 직접 행동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잔을 잡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같은 세포가 활동한다는 것이다. 어떤 행동을 보지 않고 그와 관련된 소리를 들어도 거울 뉴런은 움직인다. 이탈리아 출신의 신경과 전문의이자 신경과학자인 마르코 야코보니 UCLA 데이비드 게펜 의대 교수가 ‘미러링 피플’(김미선 옮김, 갤리온이 펴냄)로 독자를 거울 뉴런의 세계로 안내한다. 1996년 이탈리아 파르마대 생리학연구소 소장인 자코모 리촐라티 박사가 원숭이의 뇌로 실험을 하다 거울 뉴런의 존재를 우연히 발견한 이후 세계 곳곳에서 이어진 실험 등을 소개하며 가설이 이론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국내에서는 아직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학술지 등에서 관련 논문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있다. 거울 뉴런은 학습과 문화의 전달을 위해 인간의 모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거울 뉴런은 단순한 모방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행동에 담긴 의도를 파악하는 데도 관여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알게 해 나와 타인을 연결시키는 다리 역할, 즉 사회 관계를 지배하는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야코보니 교수는 거울 뉴런에 대한 연구를 실존주의 신경과학이라고 부른다. 그에 따르면 거울 뉴런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자기와 타자의 상호의존성을 허락함으로써 사회적 상호작용이 형성되며, 자기와 타자의 만남은 서로가 공유하는 실존적인 의미가 된다. 쉽게 말해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서로 깊숙이 연결되도록 생물학적으로 배선되고 진화적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야코보니 교수는 인간에게 과연 자율의지가 있는지에도 살짝 물음표를 붙인다. 거울 뉴런은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다. 야코보니 교수는 매체 폭력을 통한 모방 폭력, 흑색 선전에서 이어지는 정치 혐오증 등에서도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바꿔 말하면 거울 뉴런 연구로 각종 정신질환 문제와 부정적인 사회 현상을 해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눈앞에는 날마다 흉악함으로 가득한 세계가 있다. 본격화하기 시작한 거울 뉴런 연구가 더 공감하고 배려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야코보니 교수의 생각이다. 1만 3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메트로 플러스] 인천 청라지구 경관 세부계획 수립

    한국토지공사는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청라지구에 대한 경관 상세계획을 수립, 추진키로 했다. 경관 상세계획은 도로나 가로시설물, 공원 등의 공공시설물과 수변공간, 건축물, 색채 등 민간부문까지 확대, 적용된다. 이를 위해 10억원을 들여 전문기관에 상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맡긴 토지공사는 소각장, 산업단지, 저유소 등의 혐오시설에 대한 경관 개선방안도 함께 세워 취약한 경관을 청라지구에 맞게 개선할 방침이다. 특히 청라지구의 핵심시설로 꼽히는 중앙호수공원, 시티타워 등에는 특화 경관계획을 만들어 통일성과 연속성을 갖춘 이미지 특화경관을 연출할 계획이다. 토공측은 “청라지구를 국제도시 이미지에 맞게 다른 신도시와 차별화한 특화 경관을 형성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 경관 상세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마이클 잭슨, 소아 애호증 논란…”경매물품 대부분 아동 누드조각”

    마이클 잭슨, 소아 애호증 논란…”경매물품 대부분 아동 누드조각”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지난 해부터 소장품 2,000점을 경매 사이트에서 판매 중이다. 그 중 상당량의 물품이 아동의 누드와 연관되어 있어 화제다. 아동 성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는 등 소아애호증이 있다는 의혹을 끊임없기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잭슨은 지난해 4월 경매 사이트 줄리엔에 개인 물품 2000점을 내놓았다. 이는 미국 비버리 힐스와 영국 더블린 등에서 전시되며 하나씩 주인을 찾았다. 목적은 빚청산. 3,000억원에 육박하는 빚을 갚기 위한 수단이었다. 물론 잭슨의 담당 변호사는 이 사실을 부인했다. 경매에 내놓은 물건은 실로 다양했다. 자신의 초상화는 물론 의자, 화병, 조각상, 무대 위에서 썼던 장갑, 옷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그 중 많은 물건이 어린이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금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거의 옷을 벗고 있는 조각품이다. 잭슨의 물건 중 아동 누드와 연관된 것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외 팬들은 논쟁을 벌이고 있다. 논란의 중심은 소아애호증 여부다. 한 쪽은 잭슨의 변태 성향이 증명된 것이라며 혐오감을 드러낸 반면 다른 쪽은 누구나 소지할 수 있는 물건일 뿐이라며 두둔하고 있다. 이런 논쟁과 상관없이 잭슨의 경매품은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에 거래돼 그의 이름값을 증명했다. 기사제휴/스포츠서울닷컴@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불황 타고 ‘인종 혐오’ 기승

    글로벌 경제위기로 사회 불안이 가중되면서 세계 곳곳은 ‘공공의 적’ 만들기에 혈안이 돼 있다. 특히 소수 인종에 대한 혐오 범죄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른바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25일 헝가리 MIT통신에 따르면 전날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남동쪽으로 65㎞ 떨어진 타타르센트죄르지의 집시 가족이 사는 집에 방화로 보이는 불로 5명의 일가족 가운데 아버지와 5세의 아들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검결과 사인은 총상이었다. 경찰은 ‘집시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공격’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달 소수 인종에 대한 테러로 16명의 아시안이 숨지고 3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한국인 여대생도 희생자 명단에 포함됐다. 스킨헤드와 같은 극우단체들의 소행이다. AFP통신은 스웨덴과 독일 등에서도 네오 나치세력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소수 인종에 대한 혐오가 최근 커지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 때문. 심지어 러시아 국민 50%가 소수 민족을 축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한 모스크바 연구소의 조사결과도 있었다. 실업률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으로 인해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제노포비아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안토니오 구티에레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UNHCR)은 23일 글로벌 경제 위기가 외국인 혐오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구티에레스 판무관은 “난민이나 이주민들이 많은 국가에서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오해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테마공원으로 변하는 수도권매립지

    수도권매립지가 관광코스? 언뜻 봐서는 큰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현재 수도권매립지공사는 매립지를 테마로 한 관광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훼손된 자연생태계를 복원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생태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세계를 상대로 공사의 환경관련 기술도 홍보해 국부창출에 앞장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인천시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함께 환경관광명소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마련 중이다. 박병록 대외협력차장은 “지금도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국내외 귀빈들을 상대로 수도권매립지 견학을 시범 운영 중인데 반응이 좋은 편”이라며 “중국 수학여행단이 이곳을 관광코스로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 대중국 마케팅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최근 확정된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경기장 사업계획을 토대로 매립지 부지와 인공호수 등에 수영장, 승마장, 골프장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와 연계해 2012년까지 일반인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레포츠단지와 자연생태단지 등도 조성하기로 했다.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수도권매립지는 한국을 대표하는 종합레저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러한 공사의 관광 아이템 개발노력은 2002년부터 시작됐다.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매립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야생화 단지 및 야생초 화원을 조성해 시민에게 개방해왔던 것. 특히 2004년부터는 봄·가을마다 각각 야생식물전시회와 국화축제를 열어 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렸던 ‘2008 드림파크 국화축제’의 경우 6631㎡의 온실에서 재배한 3만 2000점의 국화작품을 전시, 25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성과도 올렸다. 다만 종합레저단지 조성 등 공사 혁신 과정에서 서울시 등 지자체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게 조 사장의 설명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서울,인천,경기 지역의 쓰레기 처리를 위해 설립된 지방공사이기 때문이다. 전 인구의 절반 가량이 거주하는 수도권 지역의 중요성을 감안해 환경부 산하 국가공사로 승격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공사 지분의 71 %는 서울시 등 지자체가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수도권 지역과 정부 간 이해관계가 부딪칠 경우 이를 효율적으로 조율할 수 있도록 공사에 좀 더 많은 권한이 주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조춘구 사장은 “수도권매립지는 단순히 수도권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장소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환경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면서 “공사가 국가 전체의 이익을 보고 일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들이 대승적으로 협조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공기업 CEO에게 듣는다] 조춘구 수도권매립지공사 사장

    [공기업 CEO에게 듣는다] 조춘구 수도권매립지공사 사장

    “지난 2000년 수도권매립지를 찾았을 때만 해도 활용 방법을 몰라 소중한 에너지인 매립가스를 그저 태워 버리기만 했습니다. 쓰레기 냄새는 말도 못할 만큼 심했고 엄청나게 날아다니는 파리떼도 끔찍했죠. ‘어떻게 이런 곳에 기업이 들어와 일을 할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지금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경기장을 짓기로 했을 만큼 환경이 좋아졌습니다.” 1992년 서울 난지도 매립지의 환경피해를 거울삼아 조성된 인천광역시 서구 백석동 수도권매립지(602만㎡)는 악취는 물론 침출수까지 완벽하게 차단한 첨단 위생 매립지로 거듭났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조춘구(65)사장은 2009년 공사 운영 목표를 자신이 직접 만든 슬로건인 ‘세계 최대의 매립지를 세계 최고의 환경명소로’라는 말로 대신했다. 지난해까지 수도권매립지가 혐오시설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 올해부터는 지역 주민과 협력해 한국을 대표하는 대표적 환경 테마파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수도권매립지를 환경 테마파크로 수도권매립지공사는 매립지 전체 가용면적의 65%에 달하는 455만㎡에 폐기물·바이오·자연력에너지·환경문화단지 등으로 구성된 ‘수도권 환경·에너지 종합타운’을 2016년까지 완공하기로 했다. 올해는 종합타운 건설에 대한 타당성 조사 및 실시설계와 민·관 협의체 구성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환경·에너지 종합타운이 완공되면 수도권 매립지는 쓰레기·폐기물 관련 기술이 한 곳에 모여 통합 운영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재생에너지 타운이 됩니다. 현재 쓰레기 매립 기술이 꾸준히 개선되는데다 쓰레기 자원화 기술도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어요. 종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 수도권매립지는 반영구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수도권에 더 이상의 추가 매립지 건설이 필요없게 된다는 뜻이죠.” 조 사장은 또 정부의 국정과제인 ‘저탄소 녹색성장’에 발맞춰 여러가지 온실가스 저감 관련 사업도 순조롭게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립가스를 모아 지역난방을 위한 연료로 활용하는 매립가스자원화사업(50MW 규모)의 경우 지난해에는 당초 계획보다 전력을 185%나 초과 생산해 451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산화탄소 감축실적도 인정받아 48만t의 온실가스 배출권도 발급받게 된다. ●폐기물 고체연료 시범시설 올 연말 완공 여기에 쓰레기에서 수분, 금속, 유리 등을 제거해 압축시켜 만든 생활폐기물 고체연료(RDF)의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하루 200t 규모의 시범시설도 올해 말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녹색성장 R&D(연구 및 개발) 인력 양성을 위해 매립지 내에 ´환경·에너지 대학원 대학´(가칭) 설립도 현재 추진 중이다. ●매립가스 바이오가스화 추진 하지만 조 사장의 목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환경·에너지 분야의 첨단기술을 적극 육성해 공사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환경전문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현재 스웨덴과 네덜란드 등에서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매립가스 바이오가스화 사업’의 국산화도 수도권매립지공사가 시급히 추진하려고 하는 목표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지역난방용 발전연료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립가스에서 불순물을 걸러내고 몇몇 가연성 물질을 첨가해주면 액화천연가스(LNG)를 대체할 수 있는 ‘액화 바이오가스’를 만들 수 있어요. 쓰레기를 잘 이용하면 외국에서 비싼 돈을 주고 사와야 하는 차량용·취사용 연료를 뽑아낼 수 있다는 말이죠. 상당한 기술과 노하우를 필요로 합니다만 우리도 이를 상용화하게 되면 지금처럼 매립가스를 지역난방에만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천연가스 수입량을 줄일 수 있어 국가 경제에도 큰 보탬이 되죠. 이처럼 환경과 경제를 동시에 키울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을 육성해 중장기적으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환경기술 기업으로 만들려는 게 제 목표입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조춘구 사장은 ▲1944년 경남 창녕 출신 ▲68년 고려대 총학생회장 ▲77∼81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직부장 ▲83∼84년 전국화학노동자연합 정책실장 ▲85∼87년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사무차장·노동위원장 ▲89∼91년 민중당 대외협력위원장 ▲93∼98년 한국자원재생공사 전무 ▲95∼98년 환경마크협회 비상임이사 ▲98∼2000년 한국자원재생공사 감사 ▲00∼02년 한나라당 대외협력위원회 부위원장 ▲06∼07년 뉴라이트성북연합 공동대표 ▲07년 이명박 대통령 예비후보 대외협력위원회 부위원장
  • [김성호 선임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35) 리투아니아 출신 계룡산 무상사 입승 보행 스님

    [김성호 선임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35) 리투아니아 출신 계룡산 무상사 입승 보행 스님

    겨울철 스님들의 집단·집중 수행인 동안거(冬安居)의 끝, 해제(解制)를 사흘 앞둔 6일 오후 충남 계룡시 엄사면 계룡산 자락의 국제선원 무상사. 몸과 마음을 챙겨 ‘참나’를 찾기 위한 안거를 나기 위해 15개국에서 찾아든 60여명의 스님, 재가 불자들이 3개월의 수행 정진을 마무리하는 정중동의 엄한 분위기에 몸, 마음이 절로 숙연해진다. “안거철엔 절대 외부인을 사찰 경내에 들이지 않는다.”는 주지 무심(미국) 스님의 물러서지 않는 완강한 거부를 무릅쓰고 어렵사리 찾아간 수행공간. 3개월간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묵언 수행의 끝자락에 선 수행자들이 해제 준비를 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주지 스님에게 간곡한 청을 들여 수행자들의 기강을 책임진 입승(立繩), 보행(48·본명 케스투티스 마르시우리나·리투아니아) 스님을 만날 수 있었다. 무상사는 외국인 스님들이 연중 수행을 하는, 국내 몇 안 되는 국제선원. 특히 안거철이면 ‘한국에서 집중수행을 하며 한 철을 살겠다.’는 외국의 스님들이 대거 몰리지만 이번 동안거엔 지난해보다 20여명이 줄었다는 주지 스님의 귀띔. 스님들이 모여 사는 이곳도 세계 경제불황의 무풍지대는 아니다. 모두 자비를 들여 찾아온 무상사에서 숨막히는 3개월의 묵언 정진을 관통한 수행자들의 마지막 단도리를 하느라 바쁘게 움직이던 보행 스님이 굳은 얼굴로 기자 앞에 선다. 참선 때마다 시작과 끝을 알리는 죽비를 치며 선방 수행자들의 기강을 잡아온 입승 소임 때문일까. 스님이 좀처럼 표정을 누그러뜨리지 않는다. “오늘부터는 죽비를 치지 않고 묵언을 풀어 말을 할 수 있다.”며 불청객을 맞지만 외계인에 대한 경계가 쉽게 풀리지 않는 눈치다. 화두를 들어 참구하는 수행자의 몸, 마음을 다잡는 입승 스님. 입승 스님은 죽비를 칠 때 무슨 생각을 할까. 흐트러지지 않겠다는 거듭된 다짐일까, 아니면 도반들의 엄한 공부 챙김일까. ●묵언정진… 외국인 수행자들 기강 책임져 “선방의 마음 하나 몸 하나는 모두 말로 풀 수 없는 의미를 갖습니다. 이곳 무상사의 가풍인 묵언 정진은 말로 인한 업을 짓지 않고 오로지 수행에만 철저히 매달리도록 독려하는 방편이지요.” 스님이 매달려 참구하는 화두가 궁금해졌다. 부모로부터 몸을 받기 이전, 부모미생전 본래면목을 찾기 위한 ‘혹독한 싸움’의 근원이 무엇일까. “이 뭐꼬.” 본래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지금 나는 무엇인가. 외마디로 객에게 던져주는 평범한 화두에 실린 삶의 무게가 심상치 않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지금 리투아니아 공화국 제2의 도시인 카우나스 출신. 사회주의 소련 체제의 붕괴와 조국 독립의 격동기에 흔들리는 사람들의 고통과 혼돈에서 스님은 세상을 안정시킬 수 있는 ‘그 무엇’에 심한 갈증을 느꼈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때는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하기 이전. 의무적으로 치러야 하는 소련군 생활이 싫어 택한 게 고향 카우나스의 폴리테크닉 대학이다. 대학에서 전기공학과 공부를 마치면 군 대체복무가 수월하다는 생각에 원래 되고 싶은 연극 배우의 꿈을 잠시 미룬 채 진학했지만 결국 대학 졸업 후 2년간 소련 육군 병 생활을 해야 했다. 혐오하던 소련군 생활을 마친 뒤 결국 ‘테아트르 앤드 아츠 아카데미’에 들어가 6년간 공부 끝에 작은 극단까지 만들어 연극을 하며 살았다. 오랜 배회 끝에 마침내 올라선 연극 무대에서 배우 겸 연출자로 꿈을 펼칠 수 있게 됐다는 성취감에 마냥 행복했단다. 고등학교 시절 판토마임으로 이름난 선생님을 보고 연극배우로 살겠다는 절실한 꿈을 키웠던 보행 스님. 그 무대에서 막 빛을 보기 시작할 순간 인생 향로를 틀어 지금 무상사에서 죽비를 잡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돌이켜보면 그는 일찍부터 이른바 ‘무아(無我) 경계’에 눈떴던 것 같다. 고교 졸업후 러시아어로 된 불교 서적들을 읽던 중 ‘네가 너를 세상에 드러내 세우고 자랑하지만 그것은 결코 네 진면목이 아니다.’라는 말에 지금까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나’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됐다고 한다. 대학 졸업후 그토록 하고 싶던 연극을 하면서도 줄곧 그때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작품을 만들어 무대에 올렸지만 ‘내 자신이 완전하지 않은데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만족을 줄 수 있을까.’라는 의심과 회의가 계속됐다. 그러던 중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건너온 폴란드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조금씩 머릿속의 안개가 걷혀가는 듯했다. 결국 하던 극단 일을 접고 빈 집을 얻어 친구들과 함께 고향 카우나스에 고봉사라는 사찰을 마련했다. 지금도 고봉사엔 매일 법회 때 30여명의 리투아니아 신도들이 모인다고 한다. 고봉사에서 생활하다 유럽 한국불교 포교의 핵심인 폴란드 바르사뱌의 도암사로 건너가 매년 결제에 참가하는 등 행자생활을 했다. 그러다 만난 게 숭산 스님과 지금 무상사의 주지인 무심 스님. 고봉사 생활중 읽은 숭산 스님의 책 ‘부처님께 재를 털면’을 보며 숭산 스님을 만나고 싶어 했다고 하니 도암사로 찾아온 숭산 스님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을까. “‘부처님께 재를 털면’은 미혹에 빠진 일반인을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방편을 쉽게 쓴 책이었지요. 미궁에서 길을 찾던 저에겐 벽력처럼 쳐들어온 이정표였던 셈이지요.” 숭산의 법문에 빠져있던 중 결국 무심 스님의 “한국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아보지 않겠느냐.”는 권유에 출가를 결심했다. 생활이 어려워 비행기 표 사기도 힘들었던 시절, 한동안 접었던 극단 일을 틈틈이 해 모은 돈으로 한국에 온 게 1999년. 이후 화계사 국제선원에 8년간 몸담아 행자부터 살림살이를 맡는 원주, 입승 등 온갖 소임을 두루두루 거쳤다고 한다. 화계사 국제선원에서 사미계를 먼저 받았지만 부산 범어사에서 조계종 사미계를 다시 받고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컴버랜드시 프로비던스 선센터에서 비구계를 받아 지금은 한국 조계종의 공식 비구계 수지를 기다리는 중. “언제쯤 한국의 비구계를 받을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답 대신 작은 웃음만 보여 준다. “비구계 받는 것이 전부인가요. 끊임없이 공부할 따름이지요. 1000년 이상의 선 불교 역사를 가진 한국 사찰에서 배우고 수행하는 것만도 얼마나 큰 일입니까.” ●한국 온 지 10여년… 온갖 소임 두루 거쳐 이곳 무상사에 옮겨 산 지는 1년 남짓. 절집 살이를 놓고 보면 미국인 조실 대봉 스님과 주지 무심 스님에 이어 세 번째 높은 소임을 맡고 있다. 대봉 스님과 무심 스님은 대하기 아주 어려운 스님들. 몸짓 하나, 말 한마디에서 깍듯한 예의가 묻어난다. 불교의 대표적인 화두 ‘염화미소’(拈華微笑). 스님은 염화미소 화두를 처음 들었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들을 때마다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리곤 한단다. 말을 하지 않고도 마음이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는 이 화두에 스님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염화미소의 사연을 처음 듣는 순간 마치 집을 떠나 오랜 세월 떠돌다가 고향에 돌아온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삶은 인연짓기의 반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순간의 만남도 오랜 인연의 공덕 때문이겠지요.” ‘온전하지 못한 내가 남에게 무엇을 내세워 보여줄 수 있는가.’라는 의구심에 절실한 꿈이던 인기 연극배우의 허물을 벗고 인생 향로를 틀었던 스님. ‘이 뭐꼬’ 화두 참구는 언제까지 할 예정이냐는 기자의 우문에 “오직 모를 뿐, 그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순간 순간 나를 버려가고 있을 뿐”이라는 말만 돌려준 채 자리를 뜬다. 글ㆍ사진 계룡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보행 스님은 ▲1961년 리투아니아 카우나스 출생 ▲1983년 카우나스 폴리테크닉 대학 전기공학과 졸업 ▲1989년 빌뉴스 테아트르 앤드 아츠 아카테미 졸업 ▲1990~1995년 카우나스에 리투아니아인들과 불교사찰 고봉사 창건, 수행 ▲1995~1997년 폴란드 바르샤바 국제선원 도암사서 수행 ▲1997년 숭산 스님 설법에 감화, 출가결심 ▲1999년 한국입국 ▲1999~2007년 화계사 국제선원서 수행 ▲2001년 화계사 국제선원서 사미계 수지 ▲2003년 부산 범어사서 조계종 공식 사미계 수지 ▲2005년 미국 로드아일랜드 프로비던스 선센터서 비구계 수지 ▲2007년말~ 계룡산 무상사 입승
  • 극우화 인사 파문 휩싸인 교황

    극우화 인사 파문 휩싸인 교황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를 부인한 영국인 주교를 복권시킨 데 이어 2005년 미국을 강타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신의 처벌’이라고 주장한 오스트리아 성직자를 부주교로 승급시키자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논란은 지난달 24일 로마 교황청이 20년 전 교황의 승인 없이 주교에 올랐다는 이유로 파면됐던 4명을 복권시키면서 시작됐다. 복권된 주교 가운데 영국인 리처드 월리엄슨은 지난달 21일 스웨덴 TV와의 인터뷰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집단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은 유대인은 600만명이 아닌 20만~30만명에 불과하며 가스실에서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주장했었다. 논란이 지속되자 교황의 고국인 독일에서도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3일 기자회견에서 “윌리엄슨 주교의 복권에 따른 후폭풍이 강하게 불고 있는데도 교황청이 충분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교황이 홀로코스트에 대한 부인을 반대한다는 점을 명쾌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교황청은 이날 성명을 내고 “리처드 윌리엄슨 주교는 완전히 복권되기 전에 자신의 발언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교황청은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그의 복권을 승인하기 전 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인물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신의 처벌”이라고 주장한 오스트리아 성직자 게르하르트 마리아 바그너도 오스트리아 린츠의 부주교로 승급됐다. 바그너는 카트리나로 동성애자가 많은 미 뉴올리언스 주의 피해가 컸던 것을 염두에 두고 “동성애자에 대한 신의 처벌”이라고 발언해 구설수에 올랐고 “해리 포터가 악마주의를 전파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AFP통신은 오스트리아의 한 성직자의 말을 인용, “교황으로 인해 가톨릭 교회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신자가 최근 몇 년 동안 급감했다.”고 비난했다. 교황은 지난 4년 재임기간 ‘극우 어록’으로 공식 사과를 반복해 왔다. 이슬람 교도와 인디언에 대한 비하와 동성애자 혐오 발언으로 진보·인권단체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伊 “외국음식 추방”… 케밥 등 퇴출

    앞으로 이탈리아에선 터키 음식 ‘케밥’을 맛볼 수 없게 됐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중도우파 정부가 대대적으로 지지하는 ‘외국음식 추방운동’ 때문이다. 특히 이 운동의 주요 타깃이 된 케밥은 앞으로 이탈리아 도시 전역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 사람은 이탈리아 음식을 먹자.”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 이 운동은 지난주 중부 토스카나 지방의 도시 루카에서 시내 성곽 안에 개점한 외국 음식 아웃렛 매장을 폐쇄시키면서 시작됐다. 이렇게 촉발된 ‘음식 국수주의’ 운동은 30일부터 중도우파가 지배하는 롬바르디아주와 주도인 밀라노까지 번졌다.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이탈리아의 북부동맹당은 “외국음식에 대한 인기가 늘어 지역의 고유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북부동맹당 출신인 루카 자이아 이탈리아 농무부장관도 이들의 결정에 찬사를 보냈다. 자이아 장관은 “나는 파인애플도 먹지 않는다.”며 “케밥, 중국음식, 스시 등을 파는 외국음식점들은 고기와 생선의 수입을 중단하고 이탈리아산 재료만 사용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를 놓고 이탈리아는 지금 설왕설래가 뜨겁다. 유명 요리사인 비토리오 카스텔라니는 “요즘 지구상에 요리법과 재료, 맛이 섞이지 않은 음식은 없다.”며 “이는 이탈리아 내 증가하는 외국인 혐오증(제노포비아)과 편협함을 반영한 현상”이라고 맹비난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혐오시설 있던 곳 웰빙공원으로

    혐오시설 있던 곳 웰빙공원으로

    서울지역의 대표적 혐오시설 가운데 하나인 서남물재생센터(옛 가양하수처리장) 부지가 청정 웰빙공원으로 변신한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강서구 마곡동 서남물재생센터 부지 16만㎡에 숲속 산책로, 생태연못 등을 갖춘 친환경 공원을 조성해 다음달 문을 연다고 27일 밝혔다. 이 곳에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 수 있는 다목적 중앙광장 편익시설 ▲정자·의자 휴게시설 ▲생태연못, 오수정화시스템을 갖춘 수경시설 ▲게이트볼장, 자전거 길, 자가 체력단련실, 체육·운동시설 ▲어린이놀이터, 음수대 등 편의시설 ▲천연산책로 등이 들어선다. 시는 이 지역이 하수처리로 인한 악취 등 장기 민원이 끊이지 않던 지역임을 감안해 공원조성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공사를 진행해 왔다. 2007년 이후 약 51억원의 공사비가 들어갔다. 이 공원은 이달 말까지 시범 가동된 뒤 다음달 개장된다. 시는 이 공원이 조성되면 강서습지생태공원, 방화근린공원, 옹기골근린공원, 궁산공원과 함께 야생동물의 이동통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서남물재생센터 시설집약현대화 사업과 마곡지구 수변도시 조성이 추진되면 앞으로 이 곳이 서울 서남부지역을 대표하는 생태, 문화, 체육시설을 겸한 복합 웰빙공원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원지동 화장장 조성 본궤도에

    주민들의 반발로 7년여간 표류하던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 조성 사업이 본격화된다. 서울시는 오는 20일쯤 원지동 76 일대 17만 1335㎡에 화장로 11기와 종합의료시설, 공원 등을 조성하는 추모공원 사업에 대한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원지동 추모공사는 국내외 업체가 참가하는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5월 실시설계 적격자를 선정하는 대로 착공해 2012년 완공한다. 시는 화장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지역 주민들의 정서를 감안해 화장장 시설을 모두 지하에 설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환기 및 자연채광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고 지상은 나무 등을 심어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숲으로 꾸밀 계획이다. 또 공사 시작부터 준공, 운영 때까지 모든 과정에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지역주민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화장시설의 환경·공해 감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유급환경감시단’을 운영한다. 아울러 화장로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 매연, 분진, 다이옥신 등을 제거하기 위해 연소·가스냉각·통풍 설비 등을 최첨단 공법으로 시공해 환경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서울추모공원 부지 일부를 종합의료시설로 용도변경하기 위한 사전환경성 검토보고서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지난 5일 열었다. 또 오는 4월까지 도시관리계획 변경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하지만 화장장 건립 지역인 서초구와 화장장 건립관련 시민위원회는 “추모공원은 애초 동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 수요를 감안해 설치하기로 한 것으로 5기의 화장로로 충분하다.”면서 화장로 11기 건립불가를 주장하고 있어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추모공원 조성사업은 2001년 기본계획이 수립됐으나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과 소송 제기로 표류하다 2007년 4월 대법원이 서울시의 손을 들어주고 지난해 6월 국토해양부와의 종합의료시설 입지 관련 논의가 마무리됨에 따라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잡음 많은 SBS ‘스타킹’, ‘한우패션쇼’로 또 구설수

    잡음 많은 SBS ‘스타킹’, ‘한우패션쇼’로 또 구설수

    SBS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대회 스타킹’(이하 ‘스타킹’)이 ‘무한도전 편애 발언’에 이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에는 지난 3일 방송된 ‘한우 패션쇼’가 시청자들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어 저녁시간대 방송으로는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패션쇼에는 경력 8년 한우정육사 안모씨가 출연해 경북 예천 한우마을에서 키운 쇠고기를 직접 칼질해 만든 옷과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선보였다. 모델들은 각각 한우로 만든 모자와 조끼, 목도리 등을 착용해 패션쇼를 선보였고 아이돌 그룹 2PM 닉쿤과 정가은도 쇠고기로 만든 다양한 아이템을 두르고 커플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방송이 나간 뒤 시청자들은 “가족끼리 시청하는 저녁 시간대에 국민들에게 혐오감을 줬다’, ‘소중한 생명을 너무 쉽게 다루는 것이 아니냐’ 등 프로그램을 맹비난했다.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스타킹’ 혐오방송을 규탄하는 청원이 올라온 상태이며 2500여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스타킹’이 구설수에 오른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20일 공중에서 두 줄을 타는 진돗개의 모습을 방영한 것과 관련해 한국동물보호연합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또 30일 ‘2008 SBS 연예대상‘에서 시청자가 선정한 우수 프로그램상을 수상한 ‘스타킹’의 서혜진 PD가 경쟁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겨냥한 듯 “편애가 심한 어떤 프로그램과 경쟁하느라 힘들었다.”는 수상소감으로 네티즌들의 큰 원성을 사기도 했다. 사진=SBS ‘스타킹’ 캡쳐 화면 서울신문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스탈린·히틀러, 같은 듯 다른 ‘20세기 쌍둥이 독재자’

    스탈린·히틀러, 같은 듯 다른 ‘20세기 쌍둥이 독재자’

    1941년 6월22일 독일은 180만 병력을 투입해 소련을 기습공격했다.독일군은 2개월 이내에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는 히틀러의 계획에 따라 키예프,레닌그라드,모스크바로 진격했다.하지만 막강한 소련군에 막혀 전쟁은 4년이나 지속됐고,상황은 역전되어 1945년 4월 스탈린의 붉은 군대가 베를린을 점령했다.히틀러의 최대 적수는 미·영 연합군을 이끈 처칠이나 루스벨트가 아니라 동시대 최악의 독재자로 쌍벽을 이룬 스탈린이었던 것이다. 히틀러(1889~1945)와 스탈린(1879~1953).역사에서 가정은 무의미하다지만 두 사람이 서로 싸우지 않고 협력했더라면 어땠을까.아마도 세계의 운명은 한층 비참하고 끔찍했을 것이다.실제 스탈린과 히틀러도 이런 생각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스탈린은 “독일인과 함께했다면 우리는 무적이었을 것”이라고 했고,히틀러는 “양측에서 냉철한 현실주의의 정신을 지녔다면 영구적으로 동맹할 수 있는 상황을 창조했을지도 모른다.”고 술회했다. 1939년 독·소불가침조약에도 불구하고 히틀러는 왜 스탈린과 정면대결을 벌였을까.역사학자 리처드 오버리의 ‘독재자들’(조행복 옮김,교양인 펴냄)은 두 체제의 성립 배경과 작동 방식,이데올로기적 지향의 닮은 점과 차이점을 다면적으로 비교 분석함으로써 이 같은 물음에 해답을 제시한다. 두 독재 체제는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라는 특정한 역사적 사건을 발판으로 삼았다는 공통점이 있다.패전 후 러시아는 차르 제국에서 공산주의 공화국으로,독일은 권위주의적 제국에서 의회제 공화국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폭력과 경제 위기가 촉발됐다.공통으로 발생했던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소련에서는 부르주아를 파멸시켜 혁명에 유리하게 작용했고,독일에서는 파산한 예금주들의 분노가 히틀러식 민족주의의 등장에 기여했다.공산주의 소련과 1914년 전쟁을 일으킨 독일은 국제 사회로부터 천민 취급을 받았으며,고립감 때문에 한층 더 극단적인 형태로 나아갔다.이것이 결국 독재 체제를 출현시켰다. 국가 운영에서도 비슷했다.대중의 지지를 구하고 유지한 방식,국가의 억압을 확립하고 법률 제도를 파괴한 방식,문화의 전유와 착취,대중적 군국주의의 표현과 총력전 수행에서 그렇다. 하지만 두 체제 사이에는 타협할 수 없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었다.스탈린은 공식적으로 공산주의 유토피아의 건설을 공언했지만 히틀러와 국가사회주의는 마르크스주의를 혐오했다.히틀러는 볼셰비즘을 서구 문명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적(主敵)으로 보았다.반면 스탈린은 히틀러의 독일을 가장 위험한 제국주의 국가로 믿었다.독재자의 DNA를 공유했던 두 사람 사이에는 이처럼 한쪽을 파멸시켜야 한쪽이 살아남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책은 1990년대 이후에 발굴된 수많은 통계와 연구논문들,독재 체제를 살았던 실존 인물들의 증언과 기록 등 방대한 자료 분석을 근거로 히틀러의 독일과 스탈린의 소련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했다.그 중에서도 두 독재자가 어떻게 그토록 대중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는지를 분석한 대목은 흥미롭다. 지은이는 독재자와 국민의 관계가 복잡하고 양면적이었으며 때로는 모순되기도 했다고 지적한다.국민들은 오랫동안 정치적 불안정과 내전,폭력,경제적 궁핍의 시절을 보냈다.위기에서 구해 줄 영웅을 갈구했고,두 지도자는 이들의 심리적 불안정과 지도자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스탈린과 히틀러의 독재 체제가 대중의 갈채와 참여,무제한의 권력에 대한 매혹이 길러낸 대중주의적 독재체제였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위기는 진정한 영웅을 만들기도 하지만 최악의 독재자를 탄생시키기도 한다는 역사적 사실은 총체적 경제난국으로 전 세계가 신음하는 이때,다시금 되돌아봐야 할 교훈이 아닐까.4만 5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신년 여론조사](하)소득·연령·이념 떠나 “물가안정이 최대 현안”

    [신년 여론조사](하)소득·연령·이념 떠나 “물가안정이 최대 현안”

    현 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경제문제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43.5%가 ‘물가안정’을 꼽았다.‘실업문제’라고 답한 응답자는 31.3%로 두번째로 많았다.부동산 안정(8.7%)과 비정규직 문제(6.2%),가계부채(5.9%),규제완화(3.1%) 등의 순이었다. 응답자들은 일반 서민들이 먹고 사는 데 필요한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보다 시급하게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상대적으로 추상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현안은 관심이 낮은 편이었다.부동산,가계부채,비정규직 문제 등은 비록 심각하긴 하지만 국민 전체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순위가 뒤로 밀린 것으로 보인다. ‘물가안정’은 소득·이념 구분을 따지지 않고 최우선 현안으로 떠올랐다.특히 남성(36.2%)에 비해 여성(50.7%) 응답자들이 물가안정 문제를 더 절박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업문제를 꼽은 응답자 가운데 20대가 36.7%를 차지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실업·비정규직 문제 등 고용 관련 현안을 비롯,청년실업 현상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보여진다.직업별 구분에선 블루칼라·전문직 응답자들은 실업문제에,화이트칼라·자영업층 응답자들은 물가안정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지지정당별로 보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응답자들은 물가안정을,민주당 응답자들은 실업문제를 최우선 과제라고 인식했다.‘부동산 안정’을 꼽은 응답자 중에는 상대적으로 자영업자(14.0%)의 비율이 높았다. ‘규제완화’의 경우,지역별 편차가 뚜렷했다.서울과 인천·경기,제주도에 거주하는 응답자들이 좀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김욱 배재대 교수·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정치 다음으로 “경제” 20.8% 꼽아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정치문제(49.3%)를 꼽았다.경제문제(20.8%)라는 비율은 정치문제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노사대립(4.4%),도·농간 불균형(3.9%),복지증진(3.8%),남북문제(3.8%),교육문제(2.6%),언론보도의 편파성(2.6%) 등의 순이었다.경제 위기 상황을 감안할 때 경제 문제가 선진국 진입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많이 나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문제가 더 큰 문제라는 응답이 많은 것은 정치 전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혐오,국민들은 생각하지도 않는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대한 실망 때문으로 여겨진다. 정치가 걸림돌이라고 꼽은 응답자를 성별로 보면 정치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많은 남성(54.6%)이 비교적 관심이 덜한 여성(44.2%)보다 높았다. 민주노동당(66.1%),창조한국당(57.6%),진보신당(54.7%),민주당(53.8%) 등을 지지한다고 말한 응답자군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진보(53.6%)나 보수(53.2%) 모두 정치문제를 선진국 진입의 최대 걸림돌로 꼽았다.이념성향에 따른 차이는 별로 없는 셈이다. 김욱 교수·주현진기자 jhj@seoul.co.kr ●“MB 정책” 대구·경북 14.9% 호남 47.3% ‘남북관계가 경색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답변이 극명하게 갈린 편이었다.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북한의 태도’(45.3%)를 꼽았다.‘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26.2%)과 ‘국제정치 환경’(19.7%)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성향을 분석해 보면,사회·경제적 요인과 지역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드러냈다.우선 연령이 높을수록(50대 이상),학력은 낮을수록(중졸 이하),대전·충청과 대구·경북 지역 출신일수록 이명박 정부의 정책보다는 북한의 태도를 남북관계 경색의 주 요인으로 지적했다. 대구·경북에서는 ‘북한의 태도’를 꼽은 비율이 53.6%,‘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14.9%였다.반면 호남에서는 ‘북한의 태도’를 지적한 비율은 29.1%,‘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지적한 비율은 47.3%였다. 정치적 성향에 따른 차이도 있었다.보수적 성향을 띤 응답자일수록 이명박 정부의 정책(16.8%)보다는 북한의 태도(53.7%)를 지적한 비율이 훨씬 높았다.반면 진보적인 성향의 응답자들은 북한의 태도(40.8%)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38.1)을 비슷한 비율로 꼽았다.한나라당 지지자는 북한의 태도(58.6%)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다.이명박 정부의 정책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0.0%에 불과했다.반면 민주당 지지자 중에는 57.9%가 이명박 정부의 정책 때문이라고 답변했다.북한의 태도를 꼽은 비율은 20.6%에 불과했다. 김욱 교수·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경제상황 위태” 79.5% 진보층이 더욱 부정적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현재 경제상황이 위태롭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태롭다.’는 응답 비율이 79.5%나 됐으나 ‘위태롭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2.2%에 불과했다.특히 ‘매우 위태롭다.’고 바라보는 응답자들도 27.1%나 됐다.‘보통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16.9%였다. 경제위기가 심각하다는 인식은 성·나이·학력·소득별 구분을 불문하고 골고루 분포해 있다.다만 나이가 많을수록,학력이 낮을수록 경제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상대적으로 덜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위태롭다.’는 결과만 보면 20대 응답자는 86.2%나 됐지만 50대 이상 응답자는 68.8%에 그쳤다. 중졸 이하 응답자는 68.1%인 반면 대학 재학 이상 응답자는 84.5%나 됐다. 흥미로운 것은 정치적 성향이 현 경제상황을 평가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태롭다.’는 답변의 경우,보수층은 73.9%였지만,진보층은 83.1%였다.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응답자들은 72.5%,민주당을 지지하는 응답자들은 87.7%,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응답자들은 86.5%가 각각 현 경제위기가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지역에 따른 차이도 있다.대구·경북의 응답자 중에는 74%가,호남의 응답자 중에는 85%가 현재의 경제상황이 위태로운 것으로 평가했다. 이 같은 결과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첫째,경제상황을 판단할 때 현 정부에 대한 정치적 입장이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둘째,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보수적 유권자들은 대개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어 현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김욱 교수·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신년사설] 함께 가는 희망의 사회 만들자

    새해 아침이다.희망과 소망을 담은 덕담을 나누며 활기찬 한 해를 다짐할 때다.하지만 올 새해는 좀 유별나다.무거운 마음으로 새해 아침을 맞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지난 연말 역시 연말다운 들뜬 분위기는 없었다.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몰아닥친 경제 한파의 한가운데로 내몰렸거나,심리적으로 위축된 이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정부나 기업,가계 모두 힘든 위기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고,더 이상의 추락은 없을지 걱정하고 있다. ●생존이 지구촌 화두가 됐다 요즘 통계를 들여다보면 모든 경제지표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지난 연말 이미 세계 주요 국가의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IMF는 얼마 전 ‘제2의 대공황’ 진입 가능성까지 전망했다.이제 어느 나라 가릴 것 없이 화두는 생존 그 자체가 됐다.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연말 “어쩌면 우리는 내년 1·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이 될지도 모를 위기에 있다.”고 했다.위기 탈출의 단초가 보이지 않는 세계 경제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의 지난 4·4분기 성장률이 -6%로 예상됐던 상황이었다.올해 역시 마이너스 성장 전망이 나오고 있다.대통령 발언 얼마 전 내놓았던 정부의 4% 성장 목표가 얼마나 공허하고 장밋빛이었는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실물경제의 침체 역시 빠르고 엄혹하게 우리 곁에 다가왔다.그 골이 얼마나 더 깊어질지 예측조차 어렵다.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올 1분기 기업경기전망은 심각했다.1분기 경기실사지수(BSI)는 전분기 79보다 무려 24포인트나 급락한 55였다.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3분기의 6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경제 현장의 불안감의 정도를 읽게 하는 대목이다.수출을 주도했던 컴퓨터·TV 휴대전화의 12월 매출이 전년에 비해 반토막 났고,각종 제조업체의 감산 도미노가 끝을 보이지 않고 있다.올해 얼마나 많은 기업이 무너지고,얼마나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고,가게가 문을 닫을지 가늠하기 어렵다.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해 방황하며 절망속에 살아갈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특히 청년실업은 심각한 사회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요즘 젊은 세대는 지상의 방 한 칸 못 찾아 떠돌아다니는 피란민 정서가 있다.”는 소설가 김애린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자신감·위기극복 의지가 중요 하지만 새해 아침부터 지나치게 불안해하거나 절망만 할 수는 없다.어려울수록 단결된 힘과 돌파력을 발휘하는 저력을 보였던 우리가 아닌가.외환위기 극복 등 과거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비상한 각오로 지금의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의지를 다질 때다.모든 경제주체가 힘을 합치고 때론 조금씩 양보하면 헤쳐나가지 못할 난관은 없다.자신감과 위기극복 의지가 중요하다.신빈곤층이 양산되고,양극화가 심화되고,갈등과 분열의 골이 심화돼서는 우리 사회는 미래가 없다.어려운 상황일수록 낙오자,이탈자가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함께 가는 사회를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제 집권 2년차를 맞는 이명박 정부다.지난 1년은 촛불시위 여파와 갖가지 갈등과 정쟁으로 허송하다시피 했다.정부의 리더십 부재,신뢰 상실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공직사회 쇄신,공기업 개혁,공무원연금 개혁 등 어느 하나 순조롭게 처리된 게 없었다.과속,조급증 때문에 낭패를 겪은 정부다.이제라도 국민과 함께 가는 정부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특히 정부와 정책의 신뢰회복이 우선이다.지난해처럼 정부 부처간 엇박자가 거듭되고,말만 앞서는 행태로는 이 정권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일자리 지키기와 창출은 우리 모두의 최대 관심사가 된 지 오래다.일자리야말로 최선의 복지다.정부는 지난 연말 대규모 재정투입을 통한 일자리 창출 확대를 예고했다.예산만 쏟아붓는 어리석음을 최소화하면서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아울러 신뢰를 잃은 내각과 청와대팀의 인사쇄신을 어떤 방향으로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개각이나 청와대 비서팀 개편은 정파나 코드를 뛰어넘는 위기 극복,국민 화합의 인사가 되길 주문한다. ●일자리 창출이 최선의 복지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치권이 보이고 있는 최근 작태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딴 세상을 사는 듯한 한심한 행태는 국민들의 혐오증을 부추기고 있다.연말 극한 대결구도 속에서도 대타협의 마무리를 기대했으나 허사였다.국회 무용론이 나온 지 오래다.국민과 함께 가는 국회의 모습을 찾기 위해 여야 가릴 것 없이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한다. 어려울수록 다시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세계 경제의 빙하기에서 대한민국의 생존을 걱정해주고 도와줄 곳은 어디에도 없다.모두 정신을 가다듬고 함께 손잡고 가는 희망의 사회를 새롭게 만들어 가자.
  • [신년 여론조사 (상)] “지지정당 없다” 53.8%… 정치 혐오증 극에 달해

    [신년 여론조사 (상)] “지지정당 없다” 53.8%… 정치 혐오증 극에 달해

    ■박근혜 10.2% 이회창 1.9% 정동영 1.2% 順 이번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하실 생각입니까.’라는 항목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0.2%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그 다음으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1.9%,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1.2%,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0.9%,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손학규 전 경기지사 각각 0.4%,김문수 경기지사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각각 0.2%,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0.1% 순으로 나타났다.이같은 결과는 현 시점에서 차기 대선의 대세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지지후보 없음’ 33.1%,‘모름·무응답’ 49.9% 등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아직 차기 대선이 자리 잡을 여유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다만 이번 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사항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되면서 경쟁 상대자 없이 독주체제를 구가하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위력이 생각보다 견고하지 않다는 것이다.정치인의 이름을 불러주고 누구를 지지할지 물어보는 방식이 아니라,이름을 불러 주지 않고 주관적으로 물어본 결과 10% 정도만이 박 전 대표를 지지했다는 것은 아직 국민들의 인지 속에 ‘박근혜는 차기 대통령’이라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 대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40대(11.0%),중도(10.5%),화이트칼라(7.0%),수도권 거주자(9.2%)에서 전국 평균 또는 그 이하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은 박 전 대표가 지난 대선 이후에도 여전히 외연을 확대하는 데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50대 이상 고연령층(14.9%)과 영남(15.9%),보수(16.3%)의 지지를 뛰어넘는 포용력을 보이는 것이 박 전 대표의 과제라 할 것이다. 특히 자신의 핵심 지지계층이 될 수 있는 여성층에서는 지지도가 9.1%로 남성(11.3%)보다 적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한편 한나라당의 또 다른 유력 대선주자인 정 최고위원과 젊은 세대를 대표한다는 오 시장,원 의원의 지지도를 모두 합해도 1%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한나라당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한나라당이 친이·친박의 견고한 계파 구조 속에서 여전히 변화와 개혁에 담을 쌓고 있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주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은 아닌지 반추해 봐야 한다. 진보진영에서는 정 전 장관,손 전 지사,강 대표,유 전 장관 등을 모두 합쳐도 3%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참담함을 넘어 절망이라고 할 수 있다.우리 사회에 진보층이 25% 정도 존재하고 있고,진보를 표방하고 있는 민주당,민노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의 지지도를 모두 합치면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개혁과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인들이 얼마나 국민들의 가슴에 와 닿지 않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형준교수·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한나라 29.7% 민주 9.5% 민노 3.7% 서울신문 여론조사 결과 여야를 가릴 것 없이 현재의 정당들은 국민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3.8%가 지지정당이 없다고 밝혔다.국민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인 셈이다.전대미문의 경제위기 속에서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국회가 무법천지로 점철되면서 국민의 정치혐오증이 극에 달한 것으로 풀이된다.2007년 12월 서울신문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 조사에서는 무당층이 45.5%였지만 1년 만에 8.3% 포인트가 늘었다.무당층이 증가한 것은 각 정당의 ‘절대 지지층’이 급속히 이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동일한 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해 높은 충성도를 보인 지지층이 대거 무당층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조사결과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을 지지한 국민의 36.6%가 무당층으로 돌아섰다.정동영 후보와 민주당을 지지한 국민의 46.4%도 무당층으로 이탈했고 이회창 후보와 자유선진당을 지지한 국민의 61.5%도 지지정당이 없다고 답했다. 이념성향이 뚜렷한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도 예외는 아니었다.지난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고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을 선택한 국민의 31.3%,문국현 후보와 창조한국당을 지지한 국민의 30.8%도 무당층으로 이탈했다.한국 정당정치의 위기라 부를 만한다.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이 29.7%로 가장 높았다.이어 민주당(9.5%),민주노동당(3.7%),창조한국당(1.4%),자유선진당(1.3%) 순이었다. 한나라당은 대선과 총선의 승리로 외형적으로는 대승했지만 집권 초기 국정운영의 미숙함으로 1년 전 정당지지도 41.8%에 비해 12.1% 포인트나 폭락해 내재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정권교체에는 성공했지만 집권 초반 잦은 실정과 여권 내부의 암투,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동,경기침체 등으로 여당으로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에는 추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더욱 심각하다.1년 전 조사에 비해 2% 포인트 소폭 상승했지만,여전히 9.5%에 그쳐 10%대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여권이 실정을 거듭함에도 제1야당인 민주당은 반사이익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민주당이 대안정당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특히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호남에서 무당층이 63.3%로 가장 높게 나온 점은 민주당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민주당의 향후 진로에 대해 대안정당이냐,선명야당이냐를 놓고 치열한 고민이 예상된다. 충청권의 맹주라고 자처해 온 자유선진당은 충청지역에서 1.3%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쳐 텃밭에서 입지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자유선진당은 오히려 제주(9.2%)와 인천·경기(2.3%),강원(2.2%) 지역에서 지지율이 더 높게 나왔다. 김형준교수·김지훈기자 kjh@seoul.co.kr ■중도 약진속 보수층 빠르게 감소 “중도 강화 속에서 보수가 침체되고 있다.” 이번 서울신문 여론조사에서는 한국 사회의 이념적 지형이 ‘중도가 강화되면서 진보와 보수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거듭 확인됐다.과거에는 진보(40%)와 보수(40%)가 균등한 비율을 보이고 중도(20%)는 미약한 이른바 ‘쌍봉형의 이념 지형’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진보 25%,중도 40%,보수 25% 등 중도층이 두터운 ‘단봉형의 이념 지형’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이번 조사에서도 진보 25.0%,중도 39.5%,보수 26.2%의 분포를 보였다.특히 30대(54.1%),대재 이상 고학력층(44.3%),중간 소득층(45.3%),전문직(48.8%) 및 화이트칼라(50.2%)층에서 중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다. 일반 국민의 이념적 성향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사항은 보수 세력이 10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했고,총선에서 20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차지했지만,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보수층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2007년 12월 조사에서는 보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33.3%로 나타났지만,이번 조사에서는 26.2%로 7.1% 포인트 하락했다.반면 진보층은 같은 기간 24.7%에서 25.0%로 큰 변화가 없었다.중도는 36.1%에서 39.5%로 3.4% 포인트 증가했다. 보수 침체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성공의 위기’ 때문으로 보인다.보수는 정권교체를 달성한 뒤 추동력과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있다.사회의 다원화,시민 사회의 성장,새로운 안보 환경,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욕구 등 급변하는 시대 환경에 대비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일체감의 위기도 보수 이탈에 한몫하고 있다.보수 세력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2007년 대선,2008년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주요 현안에서 유권자들은 보수보다는 진보의 입장을 더 많이 지지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한마디로 일반 국민은 아직 보수 세력이 주장하는 가치에 대해 일체감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보수의 심각한 분열이다.대선은 끝났지만 친이·친박 간의 여당내 파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두 세력은 ‘보수 정권 성공’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위해 함께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상대방의 손실(실패)은 자신에게는 이득(성공)이라는 지극히 제로섬(zero-sum)적 시각에서 행동하고 있다.당연히 언제 분열될지 모르는 위기를 안고 있는 것이다.특히 지난 18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박근혜 전 대표의 친이 주류세력에 대한 불신과 분노는 결과적으로 영남 지역의 ‘이명박 정부 거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이런 구조적인 요인들로 인해 국민들의 ‘보수 이탈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김형준교수·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104·끝) 조선을 알았던 청, 청을 몰랐던 조선

    [병자호란 다시 읽기] (104·끝) 조선을 알았던 청, 청을 몰랐던 조선

    조선이 병자호란을 맞아 일방적으로 몰리고 항복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당시 청군이 조선이 상대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강적이었다는 점이다.청군은 병력의 수,무기 체계,전략과 전술,사기 등 모든 면에서 조선군을 압도했다.그들은 교전 경험도 풍부했다.1618년 무순성(撫順城)을 점령했던 이래 수많은 공성전(攻城戰) 경험을 갖고 있었다. 남한산성 공성은 1631년 홍타이지가 주도했던 대릉하(大凌河) 공략전과 흡사했다.대릉하전 당시 청군은 성을 물샐 틈 없이 포위하고,산해관 쪽에서 몰려오는 명 지원군의 접근을 차단했다. 남한산성을 고립시키기 위해 판교와 광주 쪽에서 삼남으로 이어지는 길을 차단한 것과 똑같다.외부와의 연결을 끊고 성 내부의 식량이나 연료가 떨어지는 정황을 정확히 파악하면서 수시로 투항을 권유하는 심리전을 폈던 것도 비슷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쟁을 시작하기 전 청이 이미 조선이 사용할 ‘카드’를 간파하고 있었다는 점이다.그들은 조선 조정이 유사시 강화도로 들어갈 것이라는 점도 1627년 정묘호란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청군은 그 때문에 서울을 신속히 점령하고 인조를 사로잡는 것을 전략 목표로 삼았고,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조선군의 청야견벽 작전을 무시하고 서울로 치달리는 속전속결 전술을 구사했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하면 병자호란 당시 조선이 저지른 실책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드러난다.우선 오랫동안 막대한 물력을 기울여 강화도를 정비했으면서도 정작 청군의 침입이 시작되자 그곳으로 들어가지 못한 것은 명백한 과오였다.만약 인조와 조정이 강화도로 들어갔다면 전쟁의 양상은 확연히 달라졌을 것이다. 우선 해로를 통해 삼남 지방과 연결됨으로써 물자 조달이 훨씬 용이했을 것이다.또 김경징 같은 용렬한 인물에게 섬의 방어를 맡기지도 않았을 것이다.삼남 지역의 수군도 훨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청의 배후에는 엄연히 명이 있었다.청은 ‘뒤를 돌아보아야 할(後顧)위험’ 때문에 속전속결 전술을 구사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만일 인조가 강화도로 들어갔다면 조선은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고,후금은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그러면 설사 강화(講和)를 맺더라도 훨씬 완화된 조건으로 화약을 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역사에서 가정이란 부질없는 것이다.강화도로 들어가지 못하고 남한산성으로 내몰린 것은 결국 인조와 조선 조정의 실책이었다.적은 나를 아는데,나는 적을 모르고 거기에 안일하기까지 했던 정황이 불러온 필연적인 귀결이었다. 1623년 3월 김류가 이끄는 인조반정의 거사군이 창덕궁으로 들이닥쳤을 때 광해군의 부인 유씨는 반문했다.“지금의 거사가 종사(宗社)의 미래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그대들의 영달을 위한 것인가?” 반정세력은 거사가 성공하던 당일에는 그 뜻을 잘 몰랐을 것이다. 인조반정은 분명 나름대로 명분과 정당성이 있는 정변이었다.그 주도 세력들이 광해군 집권기에 자행된 실정과 난맥상을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갖고 있었던 것도 인정할 수 있다.하지만 거기까지였다.반정공신들을 비롯한 주도 세력들은 집권 이후 ‘자기 관리’에 실패했다.‘광해군대의 부정과 비리’를 소리 높여 질타했으되,자신들 또한 비슷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했다. 반정 이후 영달한 공신들 가운데 최명길과 이귀 정도를 빼면 나머지 사람들은 무능하고 문제가 많았다.나아가 공(公)과 사(私)를 제대로 분별하지 않았다.청군의 침략 소식을 제때 보고하지 않고 저항마저 포기함으로써 청군의 신속한 남하를 방조했던 김자점,강화도 검찰사라는 감투를 자기 집안의 식솔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남용했던 김류와 김경징 등의 행적은 그 상징이었다. 인조는 그럼에도 김류와 김자점 등 공신들을 끝까지 편애했다.종묘사직을 도탄에 빠뜨리고,수많은 생령들을 고통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그들을 처벌하려 들지 않았다.청은 달랐다.그들은 전승국임에도 병자호란이 끝나자마자 ‘과거 청산’을 철저히 시도했다.조선의 전장에서 과오를 저지르거나 태만했던 지휘관들을 가차없이 군율로 처벌했다. 사정(私情)에 눈이 멀어 공신들을 끝까지 비호한 결과는 무엇이었던가? 훗날 인조 정권과 효종 정권을 뒤엎으려는 역모를 시도했던 심기원(沈器遠)과 김자점이 모두 공신 출신이었다는 사실은 너무 역설적이다. 1627년의 정묘호란과 1637년의 병자호란을 돌아보면 오늘이 보인다.1627년은 상대하기 버거운 청의 전면 침략을 미봉책으로 잠시 멈춰 놓았던 해였다. 이후 10년은 당연히 ‘외양간을 고쳐야 했던’ 시간들이었다.하지만 조선은 그러지 못했다.‘개돼지만도 못한 오랑캐와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총론’의 목소리는 높았다.그러나 그들의 침략을 막아낼 방도에 대한 ‘각론’은 존재하지 않았다.그 귀결이 처참한 항복이었고 수많은 환향녀와 ‘안추원’,‘안단 ’ 등을 만들어 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역사에서 제대로 교훈을 얻고 있을까? 1997년 혹심한 외환위기를 겪었음에도 10년 만에 경제가 휘청대는 상황을 다시 맞은 것을 보면 도무지 그런 것 같지 않다. 1627년과 1637년,1997년과 2008년.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이 숫자들을 보면서 생각해야 한다.“역사를 두려워하고,역사 앞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추위와 굶주림 속에 절망과 슬픔을 곱씹으며 심양으로 끌려가야 했던 수많은 선인들의 고통을 추념(追念)하며 글을 마친다. 한명기 명지대 교수 ■ “지금의 경제위기도 10년 전 IMF 원인 규명 미흡했기 때문” 연재 마치는 한명기 교수의 소회 “병자호란(1636)은 10년 앞서 일어난 정묘호란(1627) 당시 조선에 주어진 과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뼈아픈 결과입니다.지금의 경제난국도 10년 전 IMF 외환위기 때 책임 소재와 원인에 대한 규명이 부족했기 때문에 되풀이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한명기(46) 명지대 사학과 교수가 서울신문에 매주 연재한 기획시리즈 ‘아픈 역사에서 배운다-병자호란 다시 읽기’가 31일자로 마침표를 찍었다.2007년 1월11일 첫 회를 시작으로 꼬박 2년간 모두 104회에 걸쳐 철저히 사료에 입각해 병자호란에 얽힌 이야기를 꼼꼼히 풀어낸 한 교수는 “비극의 역사인 병자호란을 되돌아보면서 과거의 잘못을 뿌리 깊이 성찰하지 않으면 위기는 언제든 반복된다는 교훈을 새삼 되새겼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 교수는 수많은 민초의 죽음과 10만명이 넘는 포로를 발생시킨 병자호란의 원인이 조선 지배층의 무능과 무책임에 있다고 지적한다.정묘호란의 굴욕을 겪고도 이들은 명·청 교체기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신속히 대처할 방법을 강구하기는커녕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위정자들의 이같은 안이한 태도는 병자호란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인조는 청태종에게 세 번 큰절을 하는 치욕을 겪었지만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환란을 자초한 정책담당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은 소홀히 했다.일례로 인조반정의 1등 공신인 김류는 아들 김경징의 안일한 처신으로 강화도가 함락돼 비난이 들끓는데도 자리를 보전했다. 반면 백성들의 고통은 극심했다.청으로 끌려갔다 탈출한 포로들은 다시 청으로 끌려가 발뒤꿈치를 잘리는 혹형을 당했다.안추원과 안단은 무려 28년,37년 만에 탈출에 성공했지만 끝내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조선으로 되돌아온 포로 여자들(환향녀)은 가족에게조차 버림받았다. 한 교수는 “청에 항복한 이후에도 오랑캐라고 혐오하기만 했지 왜 당해야 했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위기의 원인을 찾아 철저히 반성하고,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결여됐던 것이 조선이 동아시아 3국 가운데 근대화가 가장 늦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분석했다.그러면서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확실히 극복하는 DNA가 부족한 것 아닌지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자호란의 전말을 학술논문이 아닌 대중적인 글로 집대성해서 풀어쓴 사례는 드물다.한 교수는 “조선왕조실록을 기본으로 병자호란에 관한 모든 자료를 취합해서 철저히 사료에 근거해 글을 썼다.”고 밝혔다.‘임진왜란과 한중관계’‘광해군’ 등의 저서를 쓴 한 교수는 앞으로 임진왜란에 관한 대중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강대국 사이에서 생존의 방법을 모색해야 했던 조선의 운명은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때문에 현재 병자호란과 임진왜란을 다시 읽는 것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한 길이라고 한 교수는 강조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뉴스플러스] 법원 “장례식장 불허 기본권 침해”

    춘천지법 행정부(부장 이상윤)는 춘천지역에 장례식장을 신축하려는 신모(53)씨가 춘천시를 상대로 낸 ‘건축허가 신청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5일 밝혔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장례식장 신축부지 주변이 앞으로 시가지화 예정지이고,주민의 반대 정서가 있다는 등의 막연하고 추상적인 이유로 원고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시했다.재판부는 이어 “장례식장은 생활에 필요한 시설이지 혐오 또는 기피시설로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구속력 없는 춘천 도시기본계획과 교통체증 유발을 이유로 불허한 것은 재량권을 넘어선 위법”이라고 덧붙였다.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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