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혐오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612
  • 한국 “개천절 집회에 150만 모일 것”

    한국 “개천절 집회에 150만 모일 것”

    자유한국당이 개천절인 3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에 150만명이 결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풍 미탁의 행로, 예기치 못한 막말이나 혐오 발언 사고 등 현장 분위기가 집회의 성공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광화문 대규모 집회를 열어 분노한 민심을 똑똑히 이 정권에 보여 줄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의 대한민국 파괴를 막고자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집회는 지난달 28일 검찰개혁을 지지한 ‘서초동 촛불집회’의 맞불 격이다. 한국당에 따르면 전국에서 당원들의 참여 신청을 받았고, 집회 당일 지역마다 4~5대의 버스가 상경한다. 개별 단체와 일반 시민 참여자까지 포함하면 수십대의 버스가 오는 지역도 있다고 한다. 김진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어제 춘천에서 버스 10대 간다고 했는데, 하루 만에 예약이 다 차서 추가로 열 대 더 들어간다”고 썼다. 한국당과 보수 단체들은 각각 광화문, 대한문, 서울역 등에서 개별 집회를 연 뒤 청와대, 세종로, 사직로 등으로 행진할 계획이다. 한국당은 오후 1시부터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공식 집회를 연다.변수는 18호 태풍 미탁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시민단체들에 한 달 전부터 공지가 돼 그대로 집회를 진행키로 했다”며 “현재 예보로는 태풍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선 장외집회에서 ‘달창’, ‘청와대 다이너마이트’ 등 막말로 곤욕을 치렀던 한국당은 돌발 상황에 주의하는 분위기다. 단체 간 충돌이나 과격한 혐오 발언이 나오면 행사의 본질 자체가 퇴색할 수 있어서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사설] 또 터진 여자화장실 묻지마 폭력, 대책 내놓아라

    지난 22일 새벽 경기 고양시의 상가건물 여자화장실에서 30대 여성이 처음 보는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당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피해 여성은 전치 3주의 뇌진탕과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역 군인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혐의를 조사 중이다. 2016년 5월 서울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강남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던 여성 대상 폭력과 혐오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을 향한 폭력은 여전하고, 그에 따른 불안은 계속된다고 여성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해 통계청 사회 조사를 보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여성은 ‘범죄 발생’(26.1%)을 꼽았다. 통계청의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도 2016년 기준으로 전반적인 사회 안전 수준에 대해 응답 여성의 50.9%가 ‘불안’하다고 밝혔다. 특히 ‘범죄 발생’에 불안감을 표출한 여성 비율은 73.3%에 달했다. 남성의 응답률은 각각 40.1%, 60.6%로 여성보다 10% 포인트가량 낮았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 등 흉악 강력범죄는 3만 490건으로 1년 전보다 10.7% 증가했다. 이번 사건에서 보았듯이 심야 여성화장실에 대한 안전장치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나서 공중화장실을 남녀 분리형으로 개조하는 등 사정이 나아졌지만, 민간 건물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여성안심화장실이 등장했지만, 아직 비상벨조차 갖추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가장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성차별 의식을 뿌리 뽑는 게 급선무다. 남성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여성을 동등하게 존중하는 성평등 의식이 자리잡게 해야 한다. 강남역 사건 이후 치안 대책을 강화하고, 여성 대상 범죄를 엄단하겠다던 정부는 좀더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 “악성 댓글 속 싸늘한 시선… 이주여성에 대한 또 다른 폭력입니다”

    “악성 댓글 속 싸늘한 시선… 이주여성에 대한 또 다른 폭력입니다”

    “한국의 필요로 왔지만 반기지 않는 듯” 성폭력·가정폭력 등 부정적 기사 많아“이주여성 가정도 한국인 부부가 꾸린 가정과 다를 게 없어요.” 이주민센터 ‘동행’을 운영하는 원옥금(44) 대표는 “남편에게 폭행당하거나 시댁과의 갈등이 커져 결혼 생활이 위태로워진 이주민 가정도 있지만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정도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베트남 출신인 원씨는 1997년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결혼 이주 1세대다. 그는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원씨는 2003년부터 이혼하려는 이주여성의 재판 통역을 돕는 등 지원활동을 해 왔다. 원씨는 2000년대 초반 국제결혼 중개업이 성행한 이후 이주 여성들이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목격했다. 그는 “물리적 폭력만 아픈 게 아니다. 기사에 달리는 악성 댓글이나 이주여성을 보는 싸늘한 시선도 폭력이 된다”면서 “한국 사회의 필요로 왔는데도 여전히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언론에서 이주여성들을 다룬 기사를 살펴보면 폭력에 내몰린 그들의 현실이 보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빅 카인즈를 이용해 최근 5년(2014년~2019년 8월)간 이주여성이 언급된 기사 2255개를 분석해 보니 베트남 등 출신 국가명을 제외하면 ‘가정폭력’(1186번)이 유독 자주 언급됐다. 또 성폭력(846번), 피해자(828번), 성희롱(240번), 무차별 폭행(187번) 등 피해자로서의 이미지가 부각됐다. 특히 지난 7월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이 남편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지면서 관련 보도가 급증했다.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주여성이 처한 현실을 보여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혐오 시선을 거둘 수 있도록 긍정적인 측면도 보여 줄 필요가 있다”며 “이주여성 관련 제도가 아무리 잘 정비돼도 사회적 공감대와 인식 전환 없이는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위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서울신문과 베트남 국영통신 VNA가 공동 취재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 “주먹질한 남편의 동의가 외국인 아내 체류 연장에 왜 필요합니까”

    “주먹질한 남편의 동의가 외국인 아내 체류 연장에 왜 필요합니까”

    ‘이주여성 정책 대안’ 전문가 제언국내 결혼 이민자는 문화·언어적 장벽에서 비롯된 차별과 혐오, 가정폭력, 불안정한 체류 자격 탓에 고통받는다. 서울신문은 이주여성을 사회 구성원으로 포용하기 위한 정책 대안을 분야별로 살펴봤다. 활동가, 변호사, 연구자 등 이주여성 관련 전문가 8명의 도움을 받았다. #한국생활 정착 지원 여성가족부는 이미 통·번역 지원 서비스, 한국어·한국사회 적응교육, 부모 교육 등 각종 지원 서비스를 하고 있다. 문제는 많은 결혼 이주민들이 무슨 지원책이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7월 이주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유아 보육료 지원 외 다른 서비스를 아는 비율은 46%뿐이었다. 정책을 잘 알리기만 해도 결혼 이민자의 어려움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문화가족지원법의 적용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인 배우자가 있어야 지원 대상이 되는 현행 제도를 한국인 배우자가 없어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외국인끼리 꾸린 가정이나 이혼 가정, 한국인 배우자가 사망한 가정 등 전체 이주 가정이 지원대상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내국인이 역차별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가정 폭력 등 인권침해 ‘매 맞는’ 외국인 아내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 도입에는 별다른 반대 여론이 없다. 지난 7월 전남 영암에서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이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져 사회적 충격을 주기도 했다. 왕지연 이주여성연합회장은 “폭행당한 피해자가 몸을 숨기는 쉼터 등을 늘리는 것보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폭행 발생 때 가해자 분리 등 강력한 보호방안을 만드는 게 근본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중개업소 등을 통해 외국인 아내를 만난 한국인 배우자에게 인식 교육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소속 이현서 변호사는 “노동 착취나 임신 강요 등의 문제로 갈등하다가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상황으로 번지는 사례가 많다”며 “‘외국인 아내는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일부 남편들의 가치관을 바꿀 인권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혜실 이주민방송 대표도 “이주여성을 한국사회에 동화시키려고만 하지 말고 다른 문화를 인정하며 포용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출입국 및 체류자격 이주여성이 한국인 남편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체류자격 제도도 손볼 필요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1년 “이주여성이 국내 체류 연장을 허가받을 때 한국인 배우자가 신원보증서를 제출하도록 한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이후 신원보증서 제출 규정은 삭제됐다. 하지만 허오영숙 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체류연장 또는 영주권 신청을 하려면 혼인관계증명서 등 서류를 내야 하는데 배우자가 도와주지 않으면 할 수 없다”며 “한국인 배우자의 영향력은 여전히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결혼 생활이 끝나더라도 체류자격을 인정하는 요건인 귀책사유 기준은 조만간 완화될 전망이다. 대법원이 지난 7월 외국인 배우자에게 혼인 파탄에 이르게 된 일부 책임이 있더라도 결혼이민 체류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파탄의 책임이 전적으로 한국인 배우자에게 있어야 체류자격이 인정됐다. #국제결혼 중개업 관리 국제결혼 중개업은 농어촌 사회의 인구 감소 문제의 해결책으로 활용돼 왔다. 이 때문에 이주여성을 출산이나 일을 거드는 도구 정도로 치부하는 시선이 있다. 특히 여성을 상품처럼 취급하며 홍보하는 일부 중개업체들의 영업 행태는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혼 중개업 관리법에 따르면 중개업체는 거짓 또는 과장 광고, 차별이나 편견 조장 우려가 있는 내용, 인신매매와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를 하면 1년 이내 영업정지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중개업체가 운영하는 유튜브나 홈페이지를 모니터링해 단속하면 권고나 영업정지, 폐쇄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당장 실현 가능성은 작지만 중개업 자체를 금지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정미 강원대 사회과학연구원 교수는 “우리나라 국제결혼 중개업은 규제 수준이 매우 낮다”며 “대만에서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상업적 목적의 중개업을 금지하고, 공공기관에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도움 주신 분들 김재련(변호사), 왕지연(이주여성연합회장), 이현서(변호사·이주민공익지원센터), 임선영(국가인권위원회 이주인권팀장), 정혜실(이주민방송 대표), 최윤정(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허오영숙(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대표), 황정미(강원대 사회과학연구원 교수)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이 겪는 각종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이주노동자로서 임금체불, 산업재해 은폐 강요, 폭언과 폭행 등 부조리를 직접 경험했거나 이를 목격했다면 제보(key5088@seoul.co.kr) 부탁드립니다. 또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아동을 향한 폭언·폭행, 따돌림 등 혐오와 폭력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제보해주신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단독] 최대 1200만원… ‘국제 매매혼’ 부추기는 지자체

    [단독] 최대 1200만원… ‘국제 매매혼’ 부추기는 지자체

    동남아 등 여성과 결혼 신청하면 지원금 신부 간택 원정비용·브로커 수수료 활용 광역단체 중 유일한 강원 포함 32곳 운영영양·구례·단양 등 300만~800만원 지급 “여성을 수단화… 정착지원으로 전환해야”한국인 남편이 외국인 아내를 소유물로 여기며 폭언·폭행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국제결혼 비용을 여전히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브로커를 통한 국제결혼은 시작 단계 때부터 돈이 오가는 탓에 남성이 아내를 외국에서 사 온 물건처럼 대하는 사례가 많은데, 그 종잣돈을 세금으로 대고 있는 것이다. 서울신문이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 광역시도 17곳 및 시군구 226곳의 예산을 분석한 결과 남성에게 ‘국제결혼 장려금’을 현금으로 지원해 주는 지자체는 32곳이나 됐다. 특히 강원도는 광역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장려금 제도를 운영했다. 이 지역에 사는 남성이 동남아시아권 등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려고 신청하면 강원도와 지역 내 시군의 예산을 합쳐 1인당 최대 1200만원(자부담 10% 포함)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또 경북 영양·청도·봉화와 전남 구례·해남, 충남 보령·금산·서천, 충북 괴산·증평·단양, 인천 강화군 등도 1인당 300만~800만원의 국제결혼 지원금을 주고 있다. 단양군은 많은 지자체들이 인권 침해 등을 우려해 국제결혼 장려금을 없애는 상황에서 지난해 이 제도를 뒤늦게 도입했다. 국제결혼 장려금은 한국 남성이 외국 여성을 만나러 현지로 가는 ‘원정여행’의 항공료와 호텔비, 맞선비는 물론 중개업체(브로커) 수수료 등으로도 쓸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개 국제결혼의 전 과정에 드는 비용은 1000만원대에 달한다. 청년 인구가 급감해 골머리를 앓는 농어촌에서 인위적 인구 유입을 위해 궁여지책까지 동원한 것이다. 하지만 인권 단체와 여성계에서는 “지방 정부가 예산까지 풀어 매매혼을 부추기는 꼴”이라며 비판한다. 청와대의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매매혼 장려금이 된 국제결혼 지원금을 폐지하라”는 관련 청원이 적지 않게 올라온다. 왕지연 한국이주여성연합회장은 “한국 정부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남성에게 비용 지원까지 해 가며 외국 여성을 데려오게 해 놓고는 정작 이 여성이 한국 영주권을 신청하면 ‘남편 소득이 낮아 줄 수 없다’고 한다”면서 “한 나라의 제도끼리 충돌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일부 지자체의 국제결혼 장려금 사업은 국제결혼과 여성을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하게 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결혼 지원이 아닌 정착 지원으로 사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이 겪는 각종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이주노동자로서 임금체불, 산업재해 은폐 강요, 폭언과 폭행 등 부조리를 직접 경험했거나 이를 목격했다면 제보(key5088@seoul.co.kr) 부탁드립니다. 또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아동을 향한 폭언·폭행, 따돌림 등 혐오와 폭력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제보해주신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상가 화장실서 30대女 또 ‘묻지마 폭행’…군인 용의자 특정

    상가 화장실서 30대女 또 ‘묻지마 폭행’…군인 용의자 특정

    상가 여자 화장실에서 30대 여성이 처음 보는 남성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무차별 폭행당하는 ‘묻지마 폭행’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30일 경기 일산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1시 30분쯤 일산동구의 한 상가 건물 화장실에서 피해 여성 30대 A씨가 화장실에서 나오다 괴한을 만났다. 2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괴한은 별다른 말도 없이 A씨를 마구 때린 후 도주했다. A씨는 머리 등을 크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추적 통해 인근 부대 소속 현역 군인 B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대 방문 면담을 통해 경찰이 확보한 증거를 제시하며 수사할 예정”이라면서 “혐의가 상당부분 입증되면 사건을 군 수사기관으로 넘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을 겨냥한 ‘묻지마식’ 범행은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당시 피의자 김성민(34)은 그해 5월 17일 서울 서초구 한 노래방 화장실에 숨어 있다 남성 6명은 그냥 보내고 처음 본 20대 여성을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했다. 이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으로 불리며 추모 운동이 전개됐다. 김씨는 지난해 4월 상고심에서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맞선부터 신혼여행까지 4박 5일”… 브로커만 웃는 중개 국제결혼

    “맞선부터 신혼여행까지 4박 5일”… 브로커만 웃는 중개 국제결혼

    남녀 모두 피해자 되는 국제결혼 국내 혼인 시장에서 소외된 한국 남성과 빈곤에서 탈출하고 싶은 개발도상국 여성. 그리고 혼인 문제를 수요·공급의 원리로만 보고 풀려 했던 정부. 비뚤어진 중개 국제결혼의 이면에는 이런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미투’ 운동 등으로 국내 인권 감수성이 크게 높아졌지만 중개 국제결혼의 왜곡된 관행은 그대로다. ‘매매혼’, ‘상향혼’이라고 낙인찍힌 상황에서 참여 여성과 남성 모두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여성과 남성 입장에서 각각 국제결혼을 택할 때 겪게 되는 문제들을 정리했다.“한국에서는 내가 (여자를) 고를 수나 있습니까? 여기(베트남)서는 고를 수 있잖아요.” “베트남 맞선 장소에 가면 여자들 50명, 100명 많습니다. 남자들도 하루 10명, 많으면 20명. 원하는 분 만날 때까지 후보들이 계속.” 2019년 국제결혼 중개 시장에서 자연스레 오가는 ‘막말’이다. 외국 여성 인터뷰, 국제결혼 원정기, 국제결혼 팁 강의 등이 영상으로 만들어져 유튜브에 공개 게시물로 올라온다. 일부 영상에서는 여성에게 “결혼 후 남편에게 어떻게 할 것이냐”며 다짐과 포부를 묻고 모델처럼 ‘워킹’까지 시킨다. ‘얼굴이 하얗고 예쁘다’, ‘나이는 좀 많네’라는 등 품평이 익명 댓글로 달렸다. 한국의 결혼 중개업체에서 여성을 이렇게 대했다면 형사처벌까지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국제결혼 시장에서 여성들은 홈페이지에 상품처럼 ‘진열’돼 있었다. #외국 여성, 한국행 보장 조건으로 ‘상품화’ 국제결혼은 이를 택하는 한국 남성에겐 ‘합리적 선택’이다. 국내 혼인 시장에서는 직업·소득·집안 등을 기준으로 매겨진 등급에 따라 제한된 횟수로 소개팅이 이뤄진다. 국제결혼은 다르다. 여성에게 ‘한국행’을 보장해 준다는 암묵적인 대가로 남성은 나이 차가 제법 큰 여성을 ‘제공’받는다. 적지 않은 중개료를 내야 하지만 맞선부터 데이트, 신혼여행, 결혼식까지 해결해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깝지 않은 돈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국제결혼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결혼을 하지 못한 농촌 총각이나 도시 빈민에게 선택을 유도한다.업계에 따르면 업자들은 통상 1000만원대의 중개료를 받는다. 개인 브로커를 통하면 더 싸질 수 있다. 이 돈에는 ‘원정 여행’ 비용이 포함된다. 원정 여행을 떠난 남성은 중개업자가 데려온 여러 명의 여성을 만나 본 뒤 마음에 드는 한 명을 골라 ‘성혼 확인서’를 작성한다. 일종의 결혼 계약서다. 파기하면 최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계약이 체결되면 곧장 현지에서 신혼여행을 떠난다. 합방도 이 단계에서 이뤄진다. 한 이주여성단체 관계자는 “마음에 드는 여성을 골라 호텔에서 합방한 뒤 서로 맞지 않는다며 여성을 교체한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 모든 과정은 ‘4박 5일’ 또는 ‘5박 6일’에 걸쳐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이후 여성은 현지에 남아 한국어능력시험을 치고 한국 문화를 배우며 비자 발급 작업을 마무리한다. 최근 여러 중개업자는 이런 과정을 전담하는 3개월, 6개월 코스의 ‘신부 기숙사’를 만들어 사업을 확장했다. 비용은 남성이 댄다. 철저히 남성 중심적으로 짜인 중개 방식이지만 남성 피해자도 나온다. 말이 통하지 않고 상대에 대한 정보가 없는 남녀가 한국에서 같이 살게 되기까지 모든 권한은 중개업자에게 있다. 피해 남성들의 모임인 국제결혼피해센터 안재성 대표는 “상당수의 브로커는 예쁜 업소 여성 몇몇을 광고용 ‘미끼’로 쓴 후 막상 현장에는 다른 여성을 내보내거나 돈만 받고 중간 과정에서 ‘파투’가 나도록 미리 짜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남성을 현지로 불러 여성에게 돈을 쓰게 한 뒤 서류 작업 전에 결혼이 중단되도록 미리 계획한다는 얘기다. 금전적 이해관계 속에서 돌아가는 혼인 시장을 악용하는 여성들도 있다. 한국에서 일자리를 갖기 위해 위장결혼한 뒤 가출하거나 한국인 남편을 두고 베트남 남성과 외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부, 30년 전 국제결혼 유도… 이젠 손 놓아 국제결혼이 왜 이런 나락으로 떨어진 것일까. 원인은 국내 혼인 시장의 붕괴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아선호사상으로 ‘아들 낳기’를 강조했던 사회에서 출생성비 불균형은 필연이었다. 1990년에는 20~30대 여성 대비 남성이 116.5%로 심각한 비대칭을 보였다. 유리천장을 마주한 고학력 여성의 결혼·출산 포기는 비대칭을 심화시켰다. 당시 국제결혼 주선 업체들은 ‘국제결혼 AS 됩니다’라는 광고까지 내걸었다.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 상품화, 위장결혼 등 국내 결혼이주에서 생긴 문제는 한국 사회가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제결혼은 정부가 유도하며 판을 깔았지만 30여년이 지나면서 이젠 정부의 손을 떠났다. 지난해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국제결혼 건수는 1만 6608건이다. 이제 중개 과정은 더이상 ‘사무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결혼을 한 부부가 브로커가 되기도 하고, 페이스북·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연결 방법도 열렸다. 임선영 국가인권위원회 이주인권팀장은 “여성가족부에서 결혼 중개업 온라인 사이트를 심의하지만 요즘엔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일반 사이트가 아닌 싱글(미혼자) 카페, 돌싱(이혼자) 카페 등 친목 커뮤니티에 모집공고를 많이 올린다”고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국제결혼 업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25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지난 1~7월 4515개의 영상이 게시됐다. 왕지연 이주여성연합회 회장은 “국가 차원에서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이 겪는 각종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아동을 향한 폭언·폭행, 따돌림 등 혐오와 폭력, 부조리를 직접 경험했거나 이를 목격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또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임금체불, 산업재해 은폐 강요, 폭언과 폭행 등 부조리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제보해주신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위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서울신문과 베트남 VNA가 공동 취재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 폭력·차별 못 견뎌 이혼하는 데 11년… ‘코리안웨딩’ 끝은 다시 가난

    폭력·차별 못 견뎌 이혼하는 데 11년… ‘코리안웨딩’ 끝은 다시 가난

    베트남 현지서 본 ‘결혼 이주민 수난사’ 1980년대 후반 우리 정부가 농촌의 인구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결혼을 장려하기 시작한 이후 베트남은 가장 적극적인 상대국이었다. 결혼을 통해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온 인구는 2000년 이후 모두 10만여명. 껀터, 하이퐁 등 주로 가난한 농촌 및 도시 외곽의 어린 여성들이 왔다. 이후 30여년간 많은 이주여성이 ‘코리안드림’을 이뤘지만 적지 않은 여성에겐 악몽으로 끝났다. 남편과 시댁의 홀대와 차별, 학대 등을 견디다 못해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건 빈곤과 사회적 낙인이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되풀이되는 이주여성 수난사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신문은 결혼 이주여성들이 결혼 전후 겪은 속 깊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베트남에서 이주혼이 가장 활발한 메콩델타 지역을 찾았다. 결혼 피해 여성 4명과 가족을 한국인과 결혼시킨 당사자 13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가난 싫어 택한 황금빛 ‘코리안 웨딩’ “따님이 국제결혼해 한국으로 갔다고 들었는데, 맞나요?”(기자) “아니, 우리 집 딸들은 둘 다 대만으로 갔고 한국은 저기 건너편 집에 가 봐요.”(베트남 껀터 주민) 지난달 13일 베트남 남부 껀터시의 화디엔 마을에서 만난 한 중년 여성은 기자가 국제결혼 여부를 묻자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 동네에서 국제결혼은 흔한 일이다. 도심에서 차로 달려 50여분 떨어진 곳, 흙길을 사이에 두고 옹기종기 모여 사는 시골 마을이었다. 결혼이주민 자녀가 있는 가족을 수소문하니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딸을 타국에 시집보냈다고 했다. 껀터 인구는 이 나라 전체의 2.5%(112만명)에 불과하지만, 베트남 결혼이민자 가운데 6분의1이 껀터 출신이다. 이곳에 국제결혼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20여년 전이다. 브로커들이 알음알음 들어와 한국이 ‘잘사는 나라’라며 풍요로운 삶을 미끼로 홍보했다. 최근에는 대중매체를 통해 접하는 한류 열풍이 코리안드림을 부추긴다. 껀터 안빙 시장에서 만난 응웬쭝응히아(60)는 “10년 전 국제결혼을 해 떠났던 동네 사람이 한국에서 돌아와 2층짜리 집을 짓는 걸 보고 환상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후 응히아의 가까운 친척 중 5명이 한국, 대만 등으로 떠났다. 그는 “조카 한 명이 한국에 잘 정착해 최근에 자기 엄마를 한국으로 모셔 갔다”며 흐뭇해했다. 이 마을에는 이따금 결혼 중개업자가 찾아와 ‘영업’을 한다. 이들의 설명을 듣고 국제결혼을 결심하면 혼인 계약은 초고속으로 성사된다. 지난해 유엔인권정책센터 껀터사무소에서 결혼이민예정 현지사전교육 참가자 16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 입국 전 남편을 만난 횟수는 70%가 1~2회, 21%가 3~4회라고 답했다. 배우자와의 평균 연령 차는 19.5세로 여성 23.5세, 남성 43세였다.이곳 사람들에게 중개 국제결혼은 꼭 딸을 팔아 돈을 버는 행위는 아니다. 국제결혼 때 남성 측이 여성의 가족에게 100만~300만원을 건네기도 하지만 현지인들끼리 결혼할 때 신랑이 신부 쪽에 주는 결혼지참금과 비교해 그리 많은 돈은 아니다. 한 주민은 “브로커들이 영업할 때 가족에게 돈을 약속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받는 일은 별로 없다”면서 “가족들도 결혼이 성사되면 굳이 더 요구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여성은 가난한 친정이 마음에 걸려 남편에게 용돈을 부탁해 송금하기도 한다. 부모들이 바라는 건 돈이 아니라 딸의 ‘더 나은 삶’이다. 호티란(48)은 “일자리가 없는 껀터에서 가난을 물려받아 사는 것보다는 훨씬 잘살고 세련된 나라로 자식을 보내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세 딸을 모두 국제결혼시킨 팜티프언투(61)는 2년 전 막내딸을 한국으로 보냈다. 딸은 25세, 사위는 40세였다. “종종 들려오는 나쁜 뉴스가 있지만, 딸은 한국에 잘 정착해 종종 화상통화를 걸어온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딸을 한국으로 보냈던 동네의 한 부부는 얼마 전 한국으로 떠났다. 딸이 한국에서 자리를 잘 잡아 부모를 아예 모시기로 했단다. 그는 “그런 것까진 바라지 않고, 그저 딸이 좋은 데서 잘살았으면 한다”며 웃었다.# 결혼이주자를 보는 복잡한 속내 주민들은 한국으로의 이주 결혼을 좋게 말했지만, 사실 그 속내는 복잡했다. 화려한 삶을 보장하는 듯한 이주 결혼이 내 가족의 이야기가 되는 순간 착잡한 일도 벌어진다. 언니가 국제결혼을 했다는 응웬티란프엉(33)은 “사랑 없이 외국에 가서 결혼하는 여자들이 너무 불쌍하다”며 눈물을 쏟았다. 그는 “결국 가난과 일자리 부족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언니는 외로움에 떨다 우울증까지 얻었다. 껀터 수상시장에서 만난 당반푹(46)은 “이곳에서 결혼해 외국으로 떠나는 많은 여성의 동기는 가난한 환경을 벗어나 새로 출발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가서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일 것”이라며 “이런 결혼 방식이 근본적으로는 잘못됐지만, 처한 환경을 고려하면 (그런 선택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 발생했던 베트남 이주여성 가정폭력 사건은 베트남에서도 공분을 일으켰다. 발전한 도시인 다낭에서 만난 응웬쭝히은(40)은 “자기가 마음에 든다고 데려가 놓고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폭행 사건이 반복될수록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다”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여성을 한국에 보낸 껀터 지역의 분위기는 좀 달랐다. 한국에서 들려오는 안 좋은 뉴스가 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믿는 듯했다. 푹은 “폭행 영상을 봤지만 잘잘못을 속단할 수 없다”면서 “남자가 나쁜 사람이라면 불운한 경우이고 어쩌면 여성에게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주변 사람들은 한국에서 모두 잘산다”고 덧붙였다. 쯔엉티투튀(50)는 “솔직히 자기 자식이 잘사는지 못사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무시당하고 망가진 가정에서 살고 있더라도 고향의 부모에게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는 자식은 드물다”며 “자존심 때문에라도 숨길 것”이라고 했다. 유엔인권정책센터가 실시한 귀환여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돌아온 여성의 약 22%가 ‘가정폭력으로 결혼 생활이 끝났다’고 답했다. # 파경 뒤 쉽지 않은 귀환, 남은 삶도 파국 끝내 한국 생활을 정리한 베트남 여성들에게는 이후에도 고된 삶이 기다린다. 지난해 한국인 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이혼 건수는 1570건(한국 가정법원 통계)이었다. 지난 10년간 1만 6840쌍이 이혼했다. 파경을 맞고도 서류상 이혼을 하지 못한 이주여성도 많다. 국제결혼 때 양국에 혼인신고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혼 건수 통계도 양국이 같아야 한다. 그러나 서울신문이 결혼 이주가 가장 많은 껀터 지역의 법원으로부터 입수한 ‘국제결혼 이혼 건수’는 201건에 불과했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국민과 결혼했다가 이혼한 경우를 모두 합친 숫자인데도 한국 법원의 통계보다 훨씬 적다. 그만큼 서류상으로는 아직 이혼하지 못한 여성이 많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법원 관계자는 “과거에 비하면 최근 이혼율이 매우 늘어난 것”이라고 전했다.귀환여성 응웬티지엠(38·가명)은 17살 차이가 나는 남성과 결혼했다가 2005년 베트남으로 돌아왔다. 그는 “서류상 남편과 이혼하는 데 11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남편과 등진 상태에서 이혼 방법을 알려 줄 사람도, 한국에서 서류를 떼다 줄 사람도 없었다. 처리할 방도를 몰라 정리하지 못한 채 살다가 2016년에야 유엔인권정책센터 껀터사무소의 도움으로 이혼 절차를 밟았다. 중개 결혼 피해자 보띠링(31·가명)은 이혼까지 4년이 걸렸다. 링은 “2013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했지만 한 번도 한국에 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결혼 비자를 준비하던 중 베트남 주재 한국영사관으로부터 “남편의 소득이 기준에 못 미쳐 비자를 내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갈 수도 없는 한국에서 이미 링은 서류상 결혼한 여자였다. ‘법적 남편’과의 연락도 끊겼다. 2016년부터는 비자 취득을 포기하고 이혼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일방 이혼은 허가되지 않았다. 남편의 정확한 주소, 바뀐 연락처도 없는 상태에서 이혼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유엔인권정책센터 조사 결과 혼인 관계가 깨진 귀환여성 가운데 3분의1(30.1%)은 여전히 법적 혼인 상태였다. 28%만이 양국에서 법적 이혼을 끝냈고, 24.7%는 한국에서만 이혼했다. 껀터법원 당판흥 최고재판관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귀환여성들은 남편과의 연락 두절, 서류 미흡 등으로 이혼 절차에 어려움을 겪는 등 이곳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밝혔다. 급기야 껀터법원은 이혼을 원하는 여성이 베트남 국영 국제방송에 이혼 의사를 밝히는 자막 광고를 낸 후 3개월 내 연락이 없으면 남편 없이 이혼 궐석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광고 비용은 법원이 부담한다. 이주 결혼 경험자들은 괴로운 결혼 생활에서 벗어나면 다시 빈곤에 내던져진다. 귀환여성 가운데 고향에 그대로 거주하는 인원은 절반에 불과했다. 36%는 돈을 벌기 위해 베트남 내 타지로 이동했고, 11%는 외국으로 다시 이주 노동을 떠났다. 귀환여성의 44.1%는 수입이 10만원 미만, 32.8%는 10만~20만원 수준이었다. 20만~35만원 미만은 15.4%였다. 껀터·허우장·다낭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이 겪는 각종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아동을 향한 폭언·폭행, 따돌림 등 혐오와 폭력, 부조리를 직접 경험했거나 이를 목격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또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임금체불, 산업재해 은폐 강요, 폭언과 폭행 등 부조리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제보해주신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가난 벗겠다고 한국에 시집간 내딸…병든 몸, 두 아이, 1억동 빚만 남있다

    가난 벗겠다고 한국에 시집간 내딸…병든 몸, 두 아이, 1억동 빚만 남있다

    한국 남자가 ‘선택’해 22살에 결혼한 딸매질에 지쳐 4년 만에 베트남 돌아와고향 정착 못하고 일자리 찾아 타지로태생 따라 국적 다른 두 아이는 눈칫밥한국의 결혼이주민 26만명은 애매한 존재다. 한국 남성과 결혼해 농어촌을 떠받치는 등 우리 사회의 한 축을 맡고 있지만 한쪽에선 이들을 ‘진정성 없는 혼인자’로 매도한다. 차별적 시선과 배우자의 폭력을 견디다 못한 일부는 본국으로 떠났다. 2000년 이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38만명의 여성 중 9만명이 법적으로 이혼했다. 서류상 정리조차 하지 못하고 쫓기듯 떠난 이들을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베트남 껀터에서 15년 전 딸의 결혼과 이혼 과정을 지켜본 여성을 만나 잘못된 국제결혼이 한 가족에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 들었다. “엄마, 나 한국 남자랑 결혼해.” 15년 전 뜨띠흐엉(54·가명) 가족의 비극은 시작됐다. 며칠 이모 집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떠났던 딸이 다짜고짜 결혼식을 하겠다고 전화했다. 국제결혼 브로커가 모은 여자 10명 가운데 ‘선택’받았다고 했다. 매매혼임을 모르지 않았다. 가지 말라고, 굶어도 여기서 같이 살자고 잡았다. 딸이 되물었다. “엄마, 우리 집에 결혼계약 위약금 낼 돈 있어?” 딸은 어릴 적부터 눈치가 빨랐다. 중학교를 마친 뒤 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재학 내내 가난에 찌든 가족에 대한 괄시와 놀림에 시달렸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어린 딸이 우스갯소리로 그런 말을 했었다. “우리 집이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한국 남자랑 결혼해야 할까 봐.” 브로커들이 마을을 다니며 “한국으로 시집가면 행복하게 잘산다”는 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베트남에서는 9만 8752명이 한국 결혼이주를 선택했다. 이왕 한 결혼, 행복하게 살길 바랐다. 22살 된 딸을 데려가는 사위는 40대였지만 아내를 사랑해 주리라 믿었다. 하지만 바람대로 되지 못했다. 사위의 사업은 결혼 직후 망했다. 그즈음부터 폭력이 시작됐다. 맞다가 집 계단으로 굴러떨어지기가 수차례. 경찰에 신고하자니 집에서 우는 젖먹이 아기가 마음에 걸렸다. 집안일만 하는 딸의 몸에 든 피멍을 주변에선 알 길이 없었다. 유엔인권정책센터에 따르면 베트남으로 돌아온 귀환여성의 22%는 가정폭력을 경험했다고 한다.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사위는 다 쓰러져 가는 장모의 집을 새로 짓는 데 1억동(약 500만원)을 보태 주겠다고 했다.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우선 대출을 받아 처음으로 철판을 댄 집을 지었다. 그러나 해가 바뀌어도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무리한 대출금은 가족의 몫이 됐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다 갚지 못했다. 껀터 지역의 올해 월 최저임금은 371만동(약 19만원)이다. 고향으로 도망 오던 때 딸의 뱃속엔 둘째 아이가 있었다. 결혼 4년 만에 돌아온 딸은 고향에 얼마 머물지도 못하고 떠나 지금까지 타지를 떠돌고 있다. 최근에는 고향으로부터 200㎞ 떨어진 가죽공장에서 막 벗겨 낸 가죽을 소독하는 일을 하다 수차례 병이 났다. 이처럼 한국에서 돌아온 여성의 절반은 다시 어딘가로 떠난다. 동네에 변변한 일자리가 없는 데다 가정 파탄의 주범인 양 보는 차가운 시선 때문이다. 베트남 귀환여성의 30%는 이혼 절차마저 마치지 못했다. 베트남 껀터·허우장에만 최소 300명 이상의 귀환여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딸이 낳은 두 아이는 흐엉에게 맡겨졌다. 첫째 손녀 이름은 김태경, 둘째 손자 이름은 리우자후이. 같은 엄마·아빠를 뒀지만 태어난 나라에 따라 각각 한국인과 베트남인으로 국적이 다르다. 농사꾼인 흐엉의 아들은 자기 가족 먹고살기에도 빠듯한 살림으로 부모를 부양하면서 여동생의 두 자녀까지 거뒀다. 이따금 고단함이 폭발해 “너희 엄마랑 한국에 돌아가라”며 고래고래 지르는 소리가 이미 두 아이에겐 익숙하다. 어린아이들은 눈칫밥만 늘었다. 껀터 글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영상편집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이 겪는 각종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아동을 향한 폭언·폭행, 따돌림 등 혐오와 폭력, 부조리를 직접 경험했거나 이를 목격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또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임금체불, 산업재해 은폐 강요, 폭언과 폭행 등 부조리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제보해주신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남의 인종차별 트윗 폭로한 기자, 본인의 차별 트윗 드러나 해고

    남의 인종차별 트윗 폭로한 기자, 본인의 차별 트윗 드러나 해고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가장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일간 ‘디모인 레지스터’의 한 기자가 스포츠 팬의 과거 인종차별 트윗을 폭로했는데 그 역시 차별적인 트윗을 날렸던 사실이 드러나 결국 해고됐다. 27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애런 캘빈 기자는 카슨 킹(24)이란 아이오와주립대 미식축구 팀 팬이 과거 인종차별 트윗을 날린 것을 폭로했다. 킹은 지난 14일 관중석에서 “‘부시 라이트’를 더 따라주세요”라고 손글씨로 적은 포스터를 들고 있는 모습이 ESPN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같은 팬들이 600달러를 모아주자 그는 전부 어린이 병원에 기부했다. 모금 운동이 불붙자 킹이 포스터에 적은 송금 사이트 벤모(Venmo)와 부시 라이트 맥주 제조원인 앤하우저부시, 아이오아주 기업들이 잇따라 큰돈을 내놓아 180만 달러로 불어났다. 주지사까지 나서 28일을 “카슨 킹의 날”로 선포하며 “그의 이타심과 자발심이야말로 아이오와인의 본성이며 생활 방식”이라고 칭송했다. 캘빈 기자는 8년 전 고교 시절의 킹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해 두 차례 차별적인 농을 트윗으로 날린 사실을 24일 폭로하는 기사를 신문에 실었다. 카지노 경호요원으로 일하던 킹은 기자회견을 열어 “열여섯 살 때 재미삼아 날린 글이 이렇게 문제가 될줄 몰라 당황스럽다”며 “이런 글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기자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진지하게 사과드린다”며 “감사하게도 고교 시절의 꼬마들은 커나간다. 그리고 바라건대 책임 있고 남을 돌보는 성인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자신이 2016년 7월 8일 “인종주의와 혐오도 학습된 행위란 점을 배울 때까지 우리는 그것을 제거할 수가 없다. 다른 이를 향한 관용이야말로 그 첫 걸음”이라고 3년 전 자신이 편협함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적시했다.하지만 부시 라이트는 킹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아이오와대학의 스테드 패밀리 어린이병원에 35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한 약속은 지키겠지만 한정판 캔맥주에 킹의 얼굴을 인쇄해 1년 동안 공급하는 일은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랜 과거의 트윗 글이 후폭풍을 낳자 누리꾼들은 이번에는 캘빈 기자의 과거 트윗 가운데 동성애 결혼, 가정폭력을 조롱하는 글, 인종차별 구호 등을 폭로했다. 캘빈 기자는 “부적절하고 무감각한 과거 트윗들을 모두 삭제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우리 신문이 남에게 가한 잣대를 똑같이 적용했을 때 나 스스로도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사과드린다”고 트윗을 날렸다. 지난 26일 저녁 이 신문사 편집인 캐롤 헌터는 독자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여러분의 화 난 목소리를 듣고 있다. 해서 캘빈 기자를 해고했다. 직원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점검하고 있으며 청소년 시절의 일을 폭로하는 기사를 작성하는 이의 배경을 조사하고 그 정보가 진정 뉴스가치가 있는지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만족하지 않고 있다. “진정 대단한 뭔가를 해보려던 젊은 남자를 모욕하고 창피주려고 했던 일”에 대해 신문 전면에 사과문을 게재할 것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에 27일 현재 16만 6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킹은 전날 지지의 뜻을 보낸 이들을 비롯해 “스스로의 얘기를 공유해준 스테드 패밀리 어린이병원의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그는 과거의 일이 이렇게 문제가 될 수 있고 사람들의 의견이 갈릴 수 있다는 데 압도된다면서도 “최근 2주의 일을 통해 힘을 합치면 뭔가를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라건대 이 모든 일들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영감을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美극우 혐오 상징 된 ‘OK’ 손가락 표시

    美극우 혐오 상징 된 ‘OK’ 손가락 표시

    엄지와 검지를 맞대 동그랗게 만들고 나머지 세 손가락을 펴는 ‘OK’ 손동작이 미국에서 극우 혐오의 상징이 됐다. 26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단체인 ‘반(反)명예훼손 연맹’(ADL)은 최신 보고서에서 이 손동작을 극단주의자들이 사용하는 구호와 상징을 모은 데이터베이스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 손동작은 보편적으로 모든 게 괜찮거나 뭔가에 대한 승인을 나타냈지만, ADL은 백인우월주의자 등 극우 세력이 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ADL에 따르면 OK 손동작이 극우주의와 연결되기 시작한 건 최근 미국 극단주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주목받은 극우 사이트 ‘8chan’(에잇챈)의 원조 격인 ‘4chan’(포챈)에서부터다. 사이트 일부 사용자들이 손동작을 백인우월주의와 거짓으로 연결시켜, 이를 비난하는 언론이나 진보주의자들이 과민반응하도록 미끼로 던진 뒤, 악의 없는 표식을 비난하느냐며 조롱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가 올해 일부 백인 민족주의자들이 정말로 이 수신호를 자신들의 상징으로 채택해버렸다는 게 ADL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일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이 도발용 캠페인의 아이러니, 풍자적인 의도를 버리고 백인 우월주의의 진실한 표현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혀 있다. 폭스뉴스는 펼쳐진 세 손가락이 ‘백인’(White)의 ‘W’를, 손의 나머지 부분과 엄지와 검지가 만든 동그란 원이 ‘힘’(Power)의 ‘P’를 상징해, 이 수신호가 ‘백인의 힘’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ADL 전문가들은 특히 호주 백인우월주의자 브렌튼 태런트를 지목했다. 그는 지난 3월 뉴질랜드에 있는 모스크 두 곳에서 51명을 학살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체포 직후 법정에 출두하며 이 OK 수신호를 사용하는 모습이 사진에 찍혔다. 조너선 그린블라트 ADL 대표는 “우리는 사법기관과 일반 대중이 이런 수신호의 의미에 대해 충분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조현병도 병일 뿐 공포가 아닙니다

    조현병도 병일 뿐 공포가 아닙니다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론 파워스 지음/정지인 옮김/심심/600쪽/2만 4000원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들은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건강하게 자랐고, 음악과 글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행복한 이들 가족에게 갑자기 병이 찾아온다. 정신질환계의 ‘암’으로 불리는 ‘조현병’이다. 3년 동안 조현병에 시달리던 작은아들 케빈은 2005년 7월 스물한 살 생일을 일주일 앞두고 자택 지하실에서 스스로 목을 맨다. 비극이 있은 지 5년 뒤, 이번엔 큰아들 딘에게 조현병 증상이 나타난다. 딘은 크리스마스 날 아침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자신을 ‘메시아’라고 말하다가 붙잡혀 병원으로 이송된다.●초기에 대처 못한 아버지로서의 죄책감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저자 론 파워스는 자신의 가족사를 담담히 써내려 간다. 행복했던 결혼부터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느꼈던 기쁨, 그리고 두 아이의 재능을 발견한 아버지의 설렘이 가득하다. 그러나 딘이 여자친구를 태우고 교통사고를 내고 나서 음주운전으로 오인 받아 언론에 주목받으면서 겪은 스트레스, 케빈이 기타리스트로 성장하면서 마약에 빠지는 과정과 이후 보였던 조현병 초기 증상을 설명할 때에는 슬픔이 배어난다. 조현병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아버지로서의 죄책감도 절절하게 느껴진다. 살인, 강간, 무차별 폭행 등 강력 사건 때마다 “범인이 조현병이었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유전 혹은 청소년기의 강한 스트레스 탓에 발생하는 정신질환 일종인 조현병. 사람들은 조현병 이야기가 나오면 “무섭다”는 반응부터 보인다. 미친 사람이 언제 어느 때 우리에게 해를 가할지 모르기 때문일까. 병 자체에 느끼는 공포심보다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느끼는 두려움이 더 크다. 암 환자를 무서워하거나 혐오하지 않지만, 조현병 환자는 혐오의 대상이자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곤 한다. ●美 의료제도·기괴한 정신질환 치료법 엮어 비판 저자는 자신의 아들들에 관한 사례만으로 이런 편견을 극복하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의 역사와 관련 약물의 등장과 효과, 정신질환자에게 시행했던 기괴한 시술, 그리고 대통령이 바뀌면서 오락가락하는 미국의 의료제도를 엮어 비판한다. 13세기 중반의 ‘보호시설’인 ‘베들럼’과 같은 정신병원이 인간다움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반대로 정부의 탈수용화 정책이 왜 정신질환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정신질환자를 교도소로 보내버렸는지 집요하게 파헤친다. 인간의 우위를 나누며 광풍처럼 맹위를 떨쳤던 우생학, 기적의 약이라고 알려진 ‘소라진’을 비롯해 각종 정신질환 치료제, 그리고 조현병 환자 가족이 초기에 대처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실수 등도 꼼꼼히 담았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저자, 자신의 비극 꺼낸 용기 저자는 두 아들의 죽음 이후 자신의 이야기를 10년 동안 숨겨 왔다. 가족을 글의 소재로 삼지 않으려는 신념 때문이기도 하지만, 누가 조현병에 관한 책을 읽고 싶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무엇보다도 작은아들의 자살과 큰아들의 조현병 발병까지, 과거의 비극을 꺼내기가 어려웠을 터. 그러나 그는 2014년 1월 한 공청회에서 조현병 환자들의 증언을 들은 뒤 책을 쓰기로 했다. 책은 1973년 퓰리처상 수상자이기도 한 저자가 5년 동안 철저하게 조사하고, 자신의 비극을 다시 꺼내어 만든 용기 있는 결과물인 셈이다. 미국에서 출간한 2017년 ‘피플’의 ‘올해 최고의 책’, ‘워싱턴포스트’의 ‘올해의 주목할 책’으로 선정됐으며, ‘PEN/에드워드 윌슨 과학저술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지난 200년 동안 정신질환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자신의 비극을 통해 저자는 결국 우리가 정신질환자를 그저 타인으로만 대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려고 노력해 온 역사도 그만큼 오래됐다고 강조한다. 누군가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거두기 위해 노력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관심은 사그라졌다고도 지적한다. 책 마지막 장의 제목은 아마 그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누군가는 미친 사람에게 신경을 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공정하지 않다(박원익·조윤호 지음, 지와인 펴냄)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에 ‘공정’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대학생들이 조국 장관 사퇴를 외치며 촛불을 치켜든 이유다. 이기주의, 혐오주의, 경쟁주의만으로 이들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1987년생 저자 박원익이 90년대생이 원하는 6가지 공정함을 설명한다. 328쪽. 1만 5800원.밀레니얼 선언(맬컴 해리스 지음, 노정태 옮김, 생각정원 펴냄) 1980년대에서 2000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역사상 가장 많은 교육을 받고 뛰어난 기술 혜택을 받았지만 눈앞엔 막대한 학자금 대출과 유연한 고용, 무한 경쟁이 펼쳐진다. 1988년생 저자 맬컴 해리스가 미국 초·중·고교 사례로 이들의 역사를 설명한다. ‘인적 자본 관리 프레임’ 분석을 특히 눈여겨보길. 456쪽. 1만 8000원.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그레타 툰베리 지음, 고영아 옮김, 책담 펴냄) 금요일마다 등교를 거부하고 기후 온난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16세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18년 157일뿐”이라는 그레타의 주장에 전 세계가 동참하고 있으며, 그레타는 올해 노벨상 후보로도 올랐다. 그에게 세계가 왜 주목하는지 알 수 있다. 320쪽. 1만 5000원.늙은 소녀들의 기도(이경희 지음, 폭스코너 펴냄) 아버지의 폭력으로 감정을 상실한 엄마와 그 트라우마에 짓눌려 살아온 여기자 하림. 미군에게 폭행당한 기지촌 여성 정순을 취재하다 또다시 좌절한다. 여기에 1970년 외화벌이에 나섰다가 일본서 갖은 고초를 당한 민자 할머니, ‘위안부’로 살았던 순이 할머니의 이야기가 얽힌다. 소수자로서 부당한 폭력을 당한 여성 서사를 담은 장편소설. 308쪽. 1만 3500원.생각의 싸움(김재인 지음, 동아시아 펴냄) 위대한 철학자들은 구체적인 문제를 풀고자 골몰했다. 확실한 지식을 획득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바람직한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당면한 문제를 풀기 위해 철학했다. 철학자 김재인이 이전 시대사상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답하는 과정에서 태어난 15가지 철학을 설명한다. 408쪽. 1만 8000원.식민지 조선의 시네마 군상(시모카와 마사하루 지음, 송태욱 옮김, 뿌리와이파리 펴냄) 압록강 국경을 배경으로 한 조선 활극 ‘망루의 결사대’, 종로 부랑아들과 화려한 화신백화점 전광판을 대비한 ‘집 없는 천사’ 등 일본강점기 조선 영화. 그리고 이를 만든 영화감독과 배우들. 이들을 통해 식민지 조선과 조선인의 일상을 생생하게 그린다. 340쪽. 1만 8000원.
  • 국민 85% “사회갈등 심각”…세대·계층·젠더 대립 심화

    국민 85% “사회갈등 심각”…세대·계층·젠더 대립 심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갈등은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 줬다. 일반적인 여야 정당 간 갈등을 넘어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갈등이라는 것은 모든 집단과 사회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당연한 현상이며, 이러한 갈등의 존재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2019년 대한민국의 모습은 갈등을 해소하거나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각자의 이익에 맞춰 갈등을 극대화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사실 대한민국 사회의 갈등이 심하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모르는 척하고 있다가 조 장관 임명을 계기로 새삼 놀란 척하는 상황이다. 이미 2013년 여론조사에서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85%였으며, ‘갈등이 심각하지 않다’고 답한 사람은 2.4%에 불과했다. 2017년에 이르면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85.9%로 조금 높아졌지만, 반대로 ‘심각하지 않다’는 응답 비율은 0.6%로 확 낮아졌다. 모두가 모르는 척하는 사이에 대한민국의 갈등은 다층화해 심화하며 증폭된 것이다.●세대갈등 2002년 이후 대한민국에서 새롭게 등장한 갈등 가운데 하나는 세대 간 갈등이었다. 정치인의 고령층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계기로 시작된 세대 간 갈등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를 전후하면서 더욱 강하게 부각됐다. 정치적 노선을 둘러싼 대립에서 시작된 갈등은 점차 일상생활에서 보편화되고 있다. 젊은층은 고령층을 비하하는 표현들을 인터넷 공간에서 노골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반면 고령층은 유튜브의 최대 사용자로 떠오르면서 자신들만의 논리와 이해를 공고하게 확산하고 있다. 2015년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 실시한 세대갈등의 심각성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1%가 세대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와중에 발생한 조 장관 임명은 그동안 하나의 세력으로 간주돼 왔던 청장년층 내부의 갈등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과도한 일반화라는 비판도 있으나 20대와 30대는 ‘586정치인’을 비롯한 기성세대들이 말과 다른 행동을 해 왔음을 새삼스럽게 인식하며, 숨겨 왔던 민낯이 드러난 것으로 간주하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비난의 대상이 된 586세대들은 언론의 편향성과 가짜뉴스를 비롯한 잘못된 정보에 경도된 과도한 비판이라는 입장을 보이며 젊은 세대를 질타했다. 세대갈등은 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각기 다른 세대 간의 갈등을 의미한다. 각 세대는 서로 다른 경험을 하고 현재에도 다른 상황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세대갈등은 보편적 현상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세대갈등이 심해지고 상호 적대적 감정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이해구조가 붕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동질성 및 공감대가 상실되면서 각 세대는 다른 세대들에 대한 증오감과 무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갈등이 악화된 것은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세대별로 전혀 다른 사회 인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2년 이후 30대와 40대의 입장에서는 복고주의로 인식될 만한 세력들이 사회의 주도권을 장악해 반감이 커지는 것이 현실이다. 갈등을 빚고 있는 세대들이 공유하는 유일한 가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청년층은 실업을, 중장년층은 조기 퇴직과 은퇴 이후를, 노년층은 빈곤을 걱정하고 있다. 모두가 미래는 현재보다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복지체계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 역시 마찬가지의 상황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세대 간 갈등은 전 지구적 현상이다. 과거에는 한 세대가 은퇴에 접어들면 그들이 점유하고 있던 일자리와 자산이 다음 세대로 이전됐지만, 21세기에는 인공지능(AI)과 자동화로 대표되는 혁신으로 인해 이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돼 가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 퇴직 후 별다른 소득이 없는 고령층은 빈곤으로 내몰리면서 높은 노령층 자살률이 나타난다. 세대마다 다른 세대를 비난하지만 그 내면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 대한민국 세대갈등의 본질이다. ●지역갈등 지역 간 갈등은 과거의 영호남 대결이 아닌 수도권과 지방의 대립 구도로 변화하고 있다. 사실 수도권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지방에 연고를 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떠나온 고향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수도권에 거주하더라도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유사한 사고와 가치를 공유했다.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진행 중인 수도권 억제와 균형발전정책이 50년간 지속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이들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타협을 통해 예산을 확보해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간주돼 왔다. 2019년 8월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하지만 이들은 정치적으로 뚜렷하게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는 존재는 아니었다. 이러한 흐름은 점차 변화하면서 새로운 갈등 요소로 발전하고 있다. 수도권을 고향으로 생각하는 세대가 점차 증가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재원을 지방으로 이전해 주는 순환구조는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당장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지방의 정치적 영향력 감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지형의 변화는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 확대로 연결될 것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수도권을 누르면 지방이 성장한다’는 가정하에 이뤄진 50여년간의 실험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방의 정서에 공감하지 못하는 수도권의 젊은 세대들은 ‘지방은 공정성과 객관성이 부족한 동네’라거나 ‘지방에 예산을 투입해 봐야 낭비’라는 논리에 힘을 싣고 있다. 출퇴근길 ‘지옥철’과 만원버스에 시달려야 하는 이들로서는 수백명이 사는 섬들을 연결하는 연륙교 사업에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반면 지방에서는 그동안 지방을 떠받쳐 왔던 주요 산업 및 기업의 쇠퇴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 그동안 지방이 감내해 왔던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한 많은 시설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논리와 더불어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과 예산을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가속화하는 지방의 인구 감소로 발언의 힘은 약해지고 있다.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들이 수도권을 떠나지 않는다는 논리로 쉽게 무력화되면서 수도권에 대한 반감과 거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수도권과 지방은 서로에 대한 이해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의 젊은층에 지방은 예산만 잡아먹는 효율성 없는 공간으로 간주된다. 또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은 현실성 없는 이야기로 간주되고 있다. 반면 지방은 기존의 수도권 억제와 더불어 지방에 대한 지원 강화를 더욱 강하게 요구할 수밖에 없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도움을 주기보다는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잡고 견제하면서 갈등이 심화하는 초입에 서 있다.●젠더갈등 세대갈등과 지역갈등은 과거부터 존재해 온 것으로 인식되는 데 반해 남녀 간의 젠더갈등은 새로운 갈등으로 여겨진다. 젠더갈등은 20대를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으며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그 폭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랫동안 억압과 차별을 감내해 왔던 여성들이 기존의 사회구조에 대해 반발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차원을 넘어 기존 사회체계의 수혜자였던 남성들에게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남성들 역시 거부감과 적대감을 보이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알파걸’로 자란 20대 여성은 대학 입학과 사회 진출 과정에서 겪는 차별로 인해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여성의 능력이 더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남성과 같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고, 임금차별을 포함해 그동안 사회 통념적으로 요구되던 각종 불이익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런 차별을 수용했다면, 지금의 20대는 이 상황을 더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황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남성이 지배적인 사회는 느리게 반응하거나 무시하곤 한다. 이러한 일을 겪으면서 20·30대 여성들은 남성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에 저항하고 남성 자체에 대한 불신과 회의에 빠지는 것이다. 또한 이런 여성의 인식과 분노의 감정은 집단화된 목소리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남성들은 과거 아버지 세대의 남성 우위 사회구조가 붕괴하고 있음에도 자신들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임과 의무는 그대로 존재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이는 양성평등 정책에 대한 반발로 이어지면서 여성이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인지에 관해 공격적 의문을 제기하는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의 성별 임금격차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력단절 발생 이전 여성의 임금도 남성보다 약 19.8%가 낮다. 동일 학교 동일 학과를 졸업한 경우에도 17.4%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대 남성들의 반발은 논리적 타당성을 인정받기 힘들다.최근 발생하는 젠더갈등은 산업구조의 변화 그리고 최근 취업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는 1990년대생들의 독특한 인적구조가 겹치면서 더 증폭되고 있다. 중후장대형 산업이 쇠퇴하면서 과거 남성에게 독점되던 양호한 일자리가 감소했고, 남은 일자리를 둘러싼 여성과의 갈등이 격화했다. 새롭게 등장하는 직업들은 여성에게 더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1990년대 여아 100대 남아 최대 140이었던 극심한 성비의 불균형이 겹쳐 문제가 증폭된다. 전통적인 성별 의무와 책임 그리고 여기에 따르는 권한은 붕괴하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개인’ 능력에 대한 인식과 인정은 미흡한 것이 젠더갈등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2019년 대한민국 사회의 갈등구조는 다양하고 갈등의 수준과 범위 역시 확대되고 있다. 갈등의 핵심에는 ‘저성장’이 자리잡고 있다. 성장률이 악화하면서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세대, 지역, 젠더 간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갈등의 해결은 결국 정치의 영역이지만, 현재의 정치권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떨어진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갈등의 지속은 증오와 혐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으며, 포퓰리즘의 득세와 파시즘 발현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 안 듣고 독서삼매경에 빠진 외교관은 누구?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 안 듣고 독서삼매경에 빠진 외교관은 누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총회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가운데 총회장 안에 수많은 외교관 중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무시하며 독서 삼매경에 빠진 외교관이 딱 한 명 있었다. 그는 베네수엘라 유엔대표부 소속 외교관 다니엘라 로드리게스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독재자’, ‘쿠바의 꼭두각시’라고 맹비난해도 로드리게스는 이따금 고개를 들어 정면을 봤을 뿐 굴하지 않고 꿋꿋이 책을 읽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무시한 것이다. 이날 온라인 상 최대 화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로드리게스의 독서 장면이었다. 그가 읽던 책에 대한 궁금증도 이어졌다. 양장본 책 표지에는 19세기 초 남미 독립운동 지도자 시몬 볼리바르 사진과 함께 ‘볼리바르, 영웅, 천재 그리고 보편적 사고’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볼리바르는 베네수엘라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인물로 마두로 대통령 전임자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그를 모델 삼아 사회주의 이상인 볼리바르 혁명을 주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후 로드리게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책 표지 사진을 올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인 혐오와 제국주의로 가득 찬 연설로 유엔을 모독하는 동안 나는 바로 이 책을 읽었다. 볼리바르 만세. 베네수엘라 만세. 제국주의에 굴복하지 않는 베네수엘라 국민 만세”라고 적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국대떡볶이 대표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조국은 중국 공산당 돈 받아“

    국대떡볶이 대표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조국은 중국 공산당 돈 받아“

    프랜차이즈 브랜드 ‘국대떡볶이’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법무부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김상현 국대 F&B 대표이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코링크는 조국꺼’ 등의 해시태그를 남기며 현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김 대표는 문 대통령을 영화 ‘어벤저스’의 악당 캐릭터 ‘타노스’에 빗대면서 “문노스를 잡기 위해 이언주 (무소속) 의원, 이정훈 (울산대 법대) 교수가 뭉쳤다”며 “대통령이 나라의 정체성을 바꾸려고 한다. 내년 4월 총선까지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조국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를 관리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조 장관의 소유라면서 “조국은 의도적으로 국부를 착복했다. 조국은 코링크를 통해 중국 공산당의 돈과 도움을 받았다”며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도 김 대표는 “나는 가루가 될 준비가 돼 있다. 확인 안 된 거라 문제가 된다면 저를 고소하라”고 적기도 했다. 김 대표는 동성애 혐오, 반공 실천 등을 기독교 교리라고 주장하는 이정훈 교수의 강의를 듣고 현 정부 비판에 나섰다고 밝혔다.온라인 맘카페 등은 김 대표가 가짜뉴스로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을 음해한다며 국대떡볶이 불매 운동에 나섰다. 반면 일베(일간베스트) 등 극우 성향 커뮤니티와 일부 보수 유튜브 채널은 김 대표를 영웅처럼 묘사하면서 국대떡볶이 주문 인증 사진을 올리고 있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도 김 대표의 페이스북에 떡볶이 주문 사진을 올리고선 “어제 국대떡볶이 여의도점에서 떡볶이 25인분 사서 사무실마다 돌렸다. 파이팅”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논란이 커지자 김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발언이 국대떡볶이 가맹점주들에게 피해가 될 것을 염려하기도 했다. 그는 “가맹점 사장님들을 계속 도와달라. 불안해하신다”며 “이들이 부당하게 재산을 잃지 않도록 가서 더욱 사달라”고 호소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야만과 광기에 희생된 예술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야만과 광기에 희생된 예술

    20세기에 들어서자 베를린은 새로운 예술 중심지가 됐다. 파리는 건재하는 듯 보였지만 지는 해였다. 보불전쟁의 승리로 힘이 커진 프로이센은 그 여세를 몰아 다른 독일 연방국들을 설득, 회유해 통일을 이루었다. 통일된 독일 제국은 경제적, 문화적으로 무섭게 성장했다. 프로이센의 수도에서 독일 제국의 수도로 위상이 높아진 베를린은 그 중심이었다. 1905년 키르히너는 드레스덴공대 친구들과 ‘다리파’라는 작은 그룹을 만들었다. 이들은 1911년 베를린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 불과 2~3년 사이에 다리파는 새롭고 독특한 세계에 도달했다. 반 고흐와 고갱의 업적을 흡수해 그들을 뛰어넘은 것이다. 키르히너는 독일 표현주의의 대표 화가다. 표현주의는 기존의 미술 언어로는 전달할 수 없는 강렬한 감정, 충동, 힘을 표현하기 위해 묘사의 사실성을 희생했다. 키르히너는 단순 명료하고 날카로운 선과 서너 가지 원색의 조합으로 강렬한 효과를 만들어 냈다. 익명의 군중이 어깨를 부딪치며 오가고, 깃털 모자로 치장한 매춘부들이 어슬렁거리며 고객을 찾는다. 현대 도시로 팽창한 베를린 거리의 역동성과 소외가 모던하게 표현돼 있다. 그러나 나치는 아방가르드 미술을 혐오했다. 그 속에 들어 있는 사회 비판 정신을 불온시했고, 형태 왜곡은 독일 민족의 순수함을 위협한다고 보았다. 1933년 집권하자 표현주의, 신즉물주의, 추상 등 아방가르드 미술을 전부 ‘퇴폐미술’로 규정하고 말살 정책을 폈다. 미술관에 소장된 현대 미술 작품을 압수했고, 1937년 그 작품들로 ‘퇴폐미술전’을 열어 모욕하고 조롱했다. 순회 전시회를 마친 후 작품들을 헐값에 처분하고 나머지는 불태워 버렸다. 한 시대의 문화가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된 것이다. 키르히너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화가 중 하나였다. 전시회는 취소됐고 미술관에 걸렸던 작품은 뜯겨 나갔으며 베를린 예술아카데미는 그를 쫓아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정신질환을 얻은 키르히너는 오랫동안 병과 싸우며 작품에 매달렸다. 그러나 1937년의 폭풍에는 더이상 버티지 못했다. 절망과 극도의 불안에 시달리던 키르히너는 1938년 권총으로 생을 마감했다. 미술평론가
  • 한국어는 권력… “시험 준비에 200만원, 한국 못 가면 빚더미”

    한국어는 권력… “시험 준비에 200만원, 한국 못 가면 빚더미”

    [2019 이주민 리포트-코리안드림의 배신] (2) 두 얼굴의 한국네팔에서 한국어는 ‘권력’이다. 올해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보겠다며 접수증을 끊은 네팔인은 모두 9만 2376명. 이 시험에서 고득점을 얻어야 한국의 공장, 농장 등에서 고된 일이라도 할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올해 한국 국가직 7급 공채 필기시험 접수자(3만 5238명)보다 약 2.5배 많다. 꿈마저 포기한 한국의 ‘N포세대’ 청춘들이 공무원증에 목숨 걸 듯 가난한 삶에 지친 네팔 청년들은 한국행 티켓을 얻기 위해 젊음을 바친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어만 배울 뿐 정작 일하다 다치거나 억울한 일을 겪을 때 대처법 등은 잘 모른 채 한국에 온다고 말한다. 서울신문은 지난달 27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한 한국어 학원에서 네팔 청년 10명을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여긴(네팔) 공장도 없고 일자리도 없어요.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에 가면 월 30만~40만원 벌지만 한국에서는 170만원 정도는 벌 수 있대요.” 카트만두 뉴바네쇼 거리에 있는 ‘바사 번다르’(네팔어로 ‘언어의 창고’라는 뜻) 한국어 학원에서 만난 칼키 어닐(22)은 네팔 청년층의 ‘코리안드림’을 이렇게 설명했다. 어닐과 같이 공부하는 수문 마탕(21)은 “원래는 네팔 공무원이 되고 싶었지만 ‘빽’이 없으면 어렵다는 걸 알고 포기했다”면서 “고교 졸업 뒤 한국어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한국은 ‘이주노동의 나라’인 네팔에서 꽤 특별한 위치에 있다. 24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네팔에서 한국어능력시험에 원서를 접수한 인원은 2008년 3만 1530명에서 올해 9만 2376명으로 약 3배 늘었다. 이주노동지역 중 한국을 선호하는 네팔 청년층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네팔 주간지인 ‘네팔리 타임스’에 따르면 네팔에서는 네 가정 중 한 가정꼴로 해외에서 일하는 가족 구성원이 있다. ‘기회의 땅’으로 알려지다 보니 카트만두에는 한국어 학원이 성업 중이다. 카트만두의 한국 고용허가센터(EPS)에 따르면 이 도시의 한국어 학원은 816곳이나 된다. 가장 큰 한국어 학원 ‘신화’의 수강생은 1000여명이다. 시험 준비를 하는 모습은 우리 취업준비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네팔 제2의 도시인 포카라에서 한국어 학원을 하는 슈만 타파(28) 원장은 “수업은 오전 7~10시나 오후 4~5시쯤 진행한다”면서 “수강생들이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이른 아침에 공부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1년에 1만 7000루피(약 18만원)에 달하는 학원비를 감당하려면 책상 앞에만 앉아 있을 수 없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바지르 부다토키(41)는 “제조업 분야로 이주노동을 가려면 1~2문제, 농업 분야는 3문제 넘게 틀리면 탈락한다”면서 “제조업이 돈을 더 주기에 커트라인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빚을 지는 청년도 많다. “1년간 시험 준비에 120만~200만원쯤 들다 보니 가족이나 친척에게 손을 벌리게 된다”는 하소연이 적지 않았다. 한국행에 실패하면 빚더미에 앉아 인생이 꼬인다. 네팔 청년들에게 이주노동 도전이 큰 모험인 이유다. 이들은 “한국에서 일하게 된다면 20만원 안팎의 생활비만 빼고 번 돈 대부분을 가족에게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1960~1970년대 ‘가족을 먹여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독일행을 택했던 우리 파독광부나 간호사들과 비슷하다. 어렵게 시험에 합격해도 바로 한국에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한국 사업주가 고용센터의 추천(3배수)을 받아 적합한 자를 선택하기 때문에 합격했더라도 하염없이 기다릴 수 있다. 시험 성적의 유효기간은 2년이다. 금쪽같은 20대 초반에 기다리기만 하다가 자격이 사라지는 청년들도 있다. 2년 전 한국어시험에 합격한 시리지나 구릉(24·여)과 은지니 구릉(23·여)은 “사람들은 ‘언제 한국에 가느냐’고 묻는데 초조하다.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이 들어 괴롭다”고 말했다.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한국행을 확정지은 노동자들은 네팔 EPS 트레이닝센터에서 1주일간 교육을 받는다. 트레이닝센터에서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38시간), 보험 및 산업안전 보건, 근로자의 심리적 피해와 방안(7시간) 등을 배운다. 그러나 서선영 연세대 사회학과 전임연구원은 “한국 문화를 배울 때 작업장에서 얼마나 위계질서를 잘 따라야 하는지 등을 중점 학습하며 노동권이나 인권에 대한 교육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전 교육 과정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예컨대 교육 때 네팔 내 노조나 인권단체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국어 학원장인 닐 컨터 시레스타(45)는 “트레이닝센터에서는 ‘노조에 가입하지 말라’, ‘데모하지 말라’고 배운다”고 전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필수 교육시간(45시간)은 양 국가 간 양해각서(MOU)를 맺어 진행한다”면서도 “현지에서 현지 강사들이 교육하는 부분까지 산업인력공단에서 개입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제주도 돼지농장으로 일하러 가는 고클 샤마(23)는 지난 2일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걱정도 된다. 그래도 잘 배우며 일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이를 전해 들은 그의 한국어 선생님은 “한 달 뒤 힘들어서 못하겠다며 전화가 올 것”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카트만두·포카라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이 겪는 각종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이주노동자로서 임금체불, 산업재해 은폐 강요, 폭언과 폭행 등 부조리를 직접 경험했거나 이를 목격했다면 제보(key5088@seoul.co.kr) 부탁드립니다. 또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아동을 향한 폭언·폭행, 따돌림 등 혐오와 폭력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제보해주신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첫 일터서 들은 첫 한국어는 “야, X새끼”… “한국은 기회의 땅이지만 자유는 없었어요”

    첫 일터서 들은 첫 한국어는 “야, X새끼”… “한국은 기회의 땅이지만 자유는 없었어요”

    [2019 이주민 리포트-코리안드림의 배신] (2) 두 얼굴의 한국 별다른 교육 없이 일감만 주고 윽박질러언어 소통 잘 안되고 생경한 문화에 위축회식하며 친분 쌓는 情 많은 문화는 좋아“한국은 기회의 땅이지만 자유의 땅은 아니었어요.” 지난달 27일 네팔 카트만두의 뉴바네쇼 거리에서 만난 네팔 남성 5명은 자신들이 경험한 한국을 이렇게 평가했다. 한국에서 짧게는 4년, 길게는 13년까지 이주노동을 한 푸르너 스레스터(41)와 유벅 라즈 갈레(49), 바라카레 샤칼(51)과 수만(46) 형제, 비노드 스레스터(29)다. 그들은 “한국을 좋아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욕설에 시달리고 극단적 업무 스트레스를 받아도 일터를 옮기는 게 너무 어려워 괴로움도 컸다”고 털어놨다. ●“3개월만 친절히 대해 주세요” 유벅의 한국 생활 7년은 파란만장했다. 2009년 비전문취업비자(E9)를 받아 한국에 온 그의 첫 일터는 김 양식장이었다. ‘일이 고될 것’이라는 건 각오한 터였다. 하지만 가장 견디기 힘든 건 따로 있었다. 노골적인 폭언과 무시 등 마치 ‘계급’이 다른 사람처럼 대하는 동료들의 태도였다. 입국 뒤 여독이 풀리기도 전 배를 탔는데 한국인 동료로부터 들은 첫마디가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야, X새끼야, 줄 잡아. 줄!”배를 타지 않는 날에는 김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다. 공식 업무가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졌다. 점심·저녁 시간을 빼고도 하루 14시간씩 일했다. 퇴근 시간이 돼도 “들어가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매달 손에 쥔 월급은 84만원. 주말수당이나 잔업수당은 말 꺼내기도 어려웠다. 유벅은 한국에 온 지 13일째 되는 날 새벽 택시를 타고 도망쳤다. 그렇게 불법 체류자가 됐다. 반면 비노드는 비교적 운이 좋았다. 이주노동자로는 드물게 사업장을 옮길 기회를 얻어서다. 2012년 E9 비자를 받아 대구의 프레스 공장(알루미늄 제품 생산 공장)에 배정됐다. 비노드는 “육중한 프레스 기계가 너무 무서웠다. 아침마다 회사 가는 게 두려워 우울증에 걸릴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한 달을 견디다 대구 성서공단 내 노조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당시 비노드를 도왔던 노조 관계자는 “우리가 사장에게 ‘그냥 두면 사고 날 수도 있다’고 경고해 어렵게 사업장 변경을 허락받았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실제 비노드의 동료 중 일부는 프레스 공장 일을 견디다 못해 고향으로 돌아갔고, 한 명은 끝까지 견디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이후 대구 이불공장으로 사업장을 옮긴 비노드는 잘 적응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외국인 동료가 공장에 오면 업주와 동료들이 딱 3개월만 적응을 도우며 기다려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만은 “문화가 다른 곳에 와서 처음 일을 배우는데 동료들이 지나치게 몰아붙이면 정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전했다. 실제 한국 공장이나 농장 등에 배치되면 별다른 교육 없이 첫날부터 일감을 던지고 “처리하라”고 윽박지르는 경우가 흔하다. 잘 통하지 않는 언어, 생경한 문화 탓에 위축돼 있는데 무작정 일처리를 지시하면 업무 효율은 떨어진다. ●“짧게라도 가족을 초대할 수 있었으면…” “한국 사람들은 일할 때 빼고 다 좋다.” 유벅이 한국인의 ‘정’에 대해 말하자 다른 네팔인들이 “맞다”며 호응했다. 비노드는 동료들과 함께하던 회식이 여전히 그립다고 했다. “일할 때는 서로 얼굴 볼 여유조차 없는데 회식 땐 삼겹살 구워 먹으며 피로도 풀고, 친분도 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일하며 종잣돈을 마련했다며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수만과 푸르너는 한국에서 10년 넘게 하루도 쉬지 않고 12시간씩 일해서 꼬박 모은 1억원으로 카트만두에 3층짜리 건물을 올렸다고 한다. 다만 임대료로 매달 300달러(약 35만원) 버는 게 고작이다. 샤칼, 수만 형제는 간담회가 끝날 때쯤 가슴속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샤칼은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한국행을 택했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휴가를 마음대로 쓰기도 어렵고 가족들을 한국에 초청할 수도 없다”면서 “장기간 가족을 못 봐 우울증에 걸린 이주노동자들이 적지 않은 만큼 일정 기간 가족을 초대할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트만두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이 겪는 각종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이주노동자로서 임금체불, 산업재해 은폐 강요, 폭언과 폭행 등 부조리를 직접 경험했거나 이를 목격했다면 제보(key5088@seoul.co.kr) 부탁드립니다. 또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아동을 향한 폭언·폭행, 따돌림 등 혐오와 폭력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제보해주신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한국인 일자리 뺏는다고요? 이 친구들 없으면 공장 문 닫아야”

    “한국인 일자리 뺏는다고요? 이 친구들 없으면 공장 문 닫아야”

    [2019 이주민 리포트-코리안드림의 배신] (2) 두 얼굴의 한국이주노동자는 공장과 농장, 어선과 식당 등 일손이 부족한 곳이면 어디든 존재한다. 취업비자를 받아 현재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은 모두 104만 58명(재외동포 포함). 여기에 정부 추산 불법 체류자 수(36만 2931명)를 더하면 전체 이주노동자 규모는 130만여명에 달한다. 외국인들은 국내 영세 업계의 구애와 “한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혐오 시선 사이에 서서 이미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 친구들 없으면 공장 문 닫아야 해요.” 지난 17일 경기 김포시 하성면의 침대 매트리스 공장에서 만난 고광윤 대표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 회사 전체 직원 16명 중 6명은 스리랑카인이다. 1997년 공장 문을 연 고 대표가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기 시작한 건 2007년부터다. 채용공고를 몇 번씩 내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오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김포의 한 병원에서 만난 스리랑카 노동자에게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고 대표는 “당시 사정이 너무 급해 뽑아 쓴 건데 생각보다 적응이 빨랐다”며 “만족스러워서 이후 이주노동자를 계속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12년간 이 공장을 거쳐 간 스리랑카 노동자만 17명이다. 1명을 빼고는 모두 비전문취업비자(E9) 기간(현재 4년 10월)을 꽉 채워 일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고 대표도 편견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동남아 노동자들은 게으르다”, “일을 하다가 힘들면 도망간다”, “업무 역량이 한국인의 절반도 안 된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하지만 선입견은 며칠 일해본 뒤 깨졌다. 지금은 매트리스 제조 공정의 시작인 스프링 작업부터 누비기, 봉합 작업은 물론 포장과 출고까지 이주노동자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과정이 없다.2000년대 초반만 해도 중소기업이 외국인을 쓰는 주요 이유는 낮은 인건비 때문이었다. 김포 매트리스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월급여는 2007년 80만원 정도였고, 현재 190만원 수준이다. 보통 월 최저임금(174만 5150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서 임금이 결정된다. 잔업·주말근무 등 초과근무를 하면 매달 250만~300만원까지 받는다. 고 대표는 “인건비는 둘째치고, 일단 사람을 써야 공장이 돌아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내국인이 오지 않는 험한 일자리를 이주노동자들이 메우고 있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18 외국인력 고용 관련 종합 애로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고용 사유는 ‘내국인을 구할 수 없어서’라는 응답이 80%로 가장 많았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법에서도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려면 우선 내국인 채용 노력을 1~2주간 해봐야 한다. 고용·이주민 전문가들도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일각의 시선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분석한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이주노동자 수를 직접 관리하는 ‘고용허가제’를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네팔·인도네시아·베트남 등 16개 참여국별로 데려올 이주노동자 수를 매년 정하는데, 주로 영세 제조업과 농축산·어업, 건설업 등에서 부족한 인력을 반영한다. 불법 체류자 일부가 건설업이나 서비스업 등에서 일자리를 두고 한국인과 경쟁할 수 있지만 제한적이다.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주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대체하는 수준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고향에 돌아갈 이주노동자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면 제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중소업체가 겪는 만성적 구인난 앞에선 설득력을 잃는다. 직원의 약 25%가 외국인인 공조기 제조업체 ‘서진공조’의 한창열 전무는 “이주노동자만 쓰면 금형, 용접 등 뿌리산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알지만, 이 힘든 일을 하려는 사람은 이 친구들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뿌리산업 종사자 중 40대 이상은 전체의 61.2%, 이주노동자는 7.9%를 차지한다. 도시보다 빠르게 인구절벽을 맞이한 농촌은 이주노동자 없는 논밭과 농장을 상상할 수 없다. 전북 완주군에서 축산업을 하는 임용현씨는 “수도권의 제조업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면서 “젊은 사람이 아예 없는 이곳에서는 외국인마저 없다면 농사를 접어야 한다”고 했다. 농가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맡는 일은 단순하지만 힘들고 지루하다. 소에게 여물 주고, 정리정돈이나 청소를 하고, 축사 퇴비를 처리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 임씨는 “한국인도 써봤지만 일이 워낙 고되다 보니 갑자기 안 나오거나 한 달 일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2013년부터는 네팔 출신 노동자 3명만 뽑아 함께 일한다. 경남 밀양시에서 깻잎 농사를 짓는 이설희씨도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 2명을 고용했다. 두 사람은 다른 농가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정식 비자를 받은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용허가제 인원 중 농축산업 할당 인원은 5820명에 불과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농축산업 분야에서 필요한 이주노동자 인력은 2만 6299명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불균형 탓에 농가 다수가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고 대표는 “결국은 똑같은 사람”이라며 “특별히 잘해주는 건 없지만, 절대 욕하거나 고함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회사와 이주노동자 간 이해관계가 맞아 고용하긴 했지만, 아무도 안 오려는 자리를 메워주는 것이 고맙다”고 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이 겪는 각종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이주노동자로서 임금체불, 산업재해 은폐 강요, 폭언과 폭행 등 부조리를 직접 경험했거나 이를 목격했다면 제보(key5088@seoul.co.kr) 부탁드립니다. 또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아동을 향한 폭언·폭행, 따돌림 등 혐오와 폭력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제보해주신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