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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금숙의 만화경] “니네 집에 가”

    [김금숙의 만화경] “니네 집에 가”

    “니네 집에 가.” 2000년대 초, 파리에 있는 퐁피두센터 앞을 지나며 들은 말이었다. 습하고 추운 겨울이었다. 스트라스부르그 미술학교를 막 졸업하고 파리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창작은 해야 했고 먹고는 살아야 했다. 아르바이트라고 구한 것이 퐁피두센터 앞에 있는 의류 체인점이었다. 일주일에 20시간. 내 체류증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이었다. 다른 아르바이트도 알아보았다. 하지만 예술을 공부한 이에게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20대 초반의 여자들로 알제리나 모로코2세였다. 그녀들은 하기 싫은 일, 특히 청소기를 돌리는 일이나 창고 옷 정리 등은 나에게 시켰다. 나는 그냥 묵묵히 일만 했다. 싸우면 내가 질 것이 뻔했다. 그들은 한 팀이었지만 나는 홀로였다. 그들에겐 직업이었지만 나는 그 일을 평생 할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당시 나는 30대 초반이었다. 그들이 아직 어려서 그러리라고도 생각했다. 무엇보다 그 일이라도 해야만 내가 당장 먹고살 수 가 있었다. 어느 날 부장이 느닷없이 가게에 찾아왔다. 가게에서 물건뿐 아니라 돈이 사라진다고 했다. 나는 판매직원들이 여러 번 옷을 가방에 넣는 것을 본 적이 있었지만 발설하지는 않았다. 부장은 누구 짓인지 안다고 했다. 한번만 더 그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해고하겠다고 했다. 회의가 끝나기 전 나는 가게 안에서의 차별과 불공평함에 대해 차분히 말했다. 나를 유난히 괴롭혔던 여성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울고 나갔다. 그녀가 나간 후 부장은 나를 괴롭혔던 그녀가 바로 매장의 돈과 옷을 가져 간 범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해고되지 않았다. 오히려 일자리를 떠나야 했던 것은 나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녀는 그 가게 사장 형의 딸이라고 했다. 나는 픽 웃음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가게 문을 닫고 나오는 그 저녁, 나는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전철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니네 집에 가” 하며 누군가 나를 세게 밀쳤다. 하마터면 자빠질 뻔했다. 두 남자였다. 이민자 2세였다. 그들의 생김새를 통해 알 수 있었다.한번은 한국에서 친구가 여행을 왔다. 그녀는 입이 쓰다고 물로 입을 헹구어 화단에 뱉었다. 그 모습을 본 현지인은 우리에게 “노란 돼지”라며 심하게 욕을 해댔다. 나도 그에게 “너는 하얀 돼지”라고 욕을 해 주었다. 나는 친구에게 외국에서는 조심해 달라고 부탁했다. 만일 욕을 한 그가 한국에 와서 여기저기 침 뱉고 컥컥거리는 사람들을 봤다면 어땠을까. 나는 어느 날 아침 전철을 타러 가다가 100미터 간격으로 여성이건 남성이건 젊건 나이가 많건 침을 뱉는 모습을 보았다. 파리에서 길을 가다 들었던 “니하오”나 “곤니치와”는 일상이었다. 비자갱신할 때마다 겪은 모멸감과 혐오의 시선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런데 대부분 내가 받은 차별은 이민자들이나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로부터였다. 왜일까. 그들도 분명 차별을 당하면서 왜 아시아인을 차별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국에 돌아온 지 10년. 주위에 외국인 친구들이 꽤 있다. 그들은 내가 프랑스에서 살았을 때처럼 성실하게 일하며 세금도 꼬박꼬박 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자문제로 곤욕을 치른다. 박근혜 정권 때 법이 바뀌어 여러 직장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돼 버렸다. 한 직장에서 일정 금액을 받아야만 비자가 나온다. 몇 해 전 친구를 도우러 출입국관리소에 갔다가 한 직원이 어떤 외국인에게 반말을 하며 마구 대하는 모습을 보았다. 지금은 그때보다 외국인에 대한 혐오가 더 심해진 듯싶다. 코로나19로 외국인 비자에 대한 법무부의 체류증법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최근 지인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접했다. “돈 있으면 있고 돈 없으면 니네 집에 가”인 것이다. ‘니네 집’은 현재 삶이 있는 곳이지 태어난 곳이 아니다. 장애인, 외국인, 성소수자. 다양한 인간들이 섞여 공동체를 이루어야 사람들의 차별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인종, 민족, 계급의 차별이 더 심화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며 자연 생태계를 파괴해 왔는가.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현재의 코로나가 극복된다 해도 더 큰 재앙이 올 것이다.
  • “여성 혐오 아닌 정신질환” 서울역 폭행 30대 영장 또 기각

    “여성 혐오 아닌 정신질환” 서울역 폭행 30대 영장 또 기각

    “도망·증거 인멸 염려 있다고 보기 어려워” 서울역에서 처음 보는 여성을 폭행하고 달아난 30대 남성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또다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김태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상해 등 혐의를 받는 이모(32)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씨가 새삼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는 지난 4일 ‘위법한 체포’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한 데 이어 두 번째다. 김 부장판사는 “범죄혐의 사실이 소명되고, 본건 범행으로 인한 피해 내용과 정도 등에 비춰 사안이 중대하다”면서도 “범죄 혐의사실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 대부분이 이미 충분히 수집된 것으로 보이고, 피의자 역시 객관적인 사실관계 자체에 대하여는 다투고 있지 않다”고 영장 기각 이유를 밝혔다. 그는 “본건 범행은 이른바 여성혐오에 기인한 무차별적 범죄라기보다 피의자가 평소 앓고 있던 조현병 등에 따른 우발적, 돌출적 행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씨는 사건 발생 후 가족들이 있는 지방으로 내려가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고, 이씨와 그 가족들은 재범방지와 치료를 위해 충분한 기간 동안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씨는 그동안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응했다”며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면서 앞으로 피해자에 대한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함과 아울러 수사 및 재판절차에 충실히 임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피의자의 재범 방지는 ‘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의 관련 규정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시 50분께 공항철도 서울역 1층에서 30대 여성 행인의 왼쪽 광대뼈 부위 등을 가격해 상처를 입히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은 피해자 측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공분을 불러일으키며 ‘여성 혐오 범죄’ 논란으로 이어졌다. 초동 대응과 검거가 늦어지면서 철도특별사법경찰대가 부실하게 수사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철도경찰은 경찰과 공조 수사를 벌여 이달 2일 이씨를 서울 동작구 자택에서 긴급체포했다. 이씨는 정신질환으로 관련 약물을 복용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철도경찰은 이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체포였다며 지난 4일 영장을 기각했다. 석방된 이씨는 가족의 권유로 지방의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경찰은 보강 수사를 벌인 후 지난 12일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고, 검찰은 이 영장을 법원에 재청구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서울역 묻지마 폭행’ 30대 남성, 영장 또 기각...“조사 성실히 응해”

    ‘서울역 묻지마 폭행’ 30대 남성, 영장 또 기각...“조사 성실히 응해”

    첫 영장심사 때는 “긴급체포 위법”철도경찰 보강수사 거쳐 재신청법원 “조현병에 따른 우발적 행위”서울역에서 처음 보는 여성을 폭행하고 달아났다가 검거된 30대 남성이 두 번째 구속 위기도 피했다. 서울중앙지법 김태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상해 등 혐의를 받는 이모(32)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피해 내용과 정도 등에 비춰 사안이 중대하다”면서도 “이씨가 객관적 사실 관계 자체에 대해 다투고 있지 않고 도망가거나 증거를 인멸한 염려가 없다”라며 영장을 기각했다. 김 부장판사는 “그동안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 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응했다”면서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함과 아울러 수사·재판 절차에 충실히 임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이른바 ‘여성 혐오에 기인한 무차별적 범죄’라기보다 피의자가 평소 앓고 있던 조현병 등에 따른 우발·돌출 행위로 보인다”면서 “이씨는 사건 발생 후 가족들이 있는 지방으로 내려가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고, 피의자와 그 가족들은 재범방지와 치료를 위해 충분한 기간 동안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지난달 26일 서울역에서 30대 여성 행인의 왼쪽 광대뼈 부위 등을 가격해 상처를 입히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철도경찰은 경찰과 공조 수사를 벌여 지난 2일 이씨를 서울 동작구 집에서 긴급체포했다. 철도경찰은 이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지난 4일 혐의 소명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체포였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씨는 이날 영장심사가 끝난 뒤 “두 번째 영장심사를 받은데 따른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무릎 꿇고 사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서울역 ‘묻지마 폭행’ 30대 2차 영장심사…취재진 피해 출석

    서울역 ‘묻지마 폭행’ 30대 2차 영장심사…취재진 피해 출석

    첫 영장 ‘기각’…또 다시 구속기로 서울역에서 여성 행인을 심하게 폭행하고 달아났다가 검거된 30대 남성이 15일 두 번째 구속영장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김태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상해 등 혐의를 받는 이모(32)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이씨는 오후 2시쯤 법원에 도착해 취재진을 피해 법정으로 들어갔다. 이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시 50분쯤 공항철도 서울역 1층에서 30대 여성 행인의 왼쪽 광대뼈 부위 등을 가격해 상처를 입히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와 피해자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철도경찰은 경찰과 공조 수사를 벌여 지난 2일 오후 7시쯤 이씨를 서울 동작구의 집에서 긴급체포했다. 조사 결과 이씨는 정신질환으로 관련 약물을 복용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철도경찰은 이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체포였다며 지난 4일 영장을 기각했다. 철도경찰은 보강 수사를 벌인 후 지난 12일 영장을 재신청했고, 검찰은 철도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재청구했다. 이 사건은 피해자 측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공분을 불러일으키며 ‘여성 혐오 범죄’ 논란으로 이어졌다. 초동 대응과 검거가 늦어지면서 철도특별사법경찰대가 부실하게 수사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이석주 서울시의원 “코로나19로 아파트 값 급락, 지금이 재건축 적기다”

    이석주 서울시의원 “코로나19로 아파트 값 급락, 지금이 재건축 적기다”

    서울시의회 이석주 의원(미래통합당·강남6)은 12일 제295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시정질문을 통해 코로나19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8년만에 최고로 하락한 지금이 재건축 진행에 적기라고 했다. 이어서 박 시장에게 그간 가격 안정을 명분으로 장기간 강제로 막고 있는 잠실5, 은마, 압구정, 여의도 등 재건축 절차의 신속한 추진을 강력히 요구하자 시장은 재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또한 이 의원은 34년간 정책변화에 따른 서울 아파트 가격 변화도와 상승요인 및 오르고 내릴 때의 문제점을 비교하며 질문을 이어갔고 물가상승률 대비 일부 상승이 지역경제와 도시 서민에게는 유리하며 이것이 주택시장의 원리라고 주장하자 일부 이해의 뜻을 밝혔다. 이어서 공급량이 서울시 규제로 내년에는 반으로 줄어 가격 재상승이 우려되므로 재생사업 규제를 대폭 완화해 더 공급할 것을 요구했고 국토부가 발표했던 용산정비창 51만㎡ 마지막 알짜 부지는 지금 계획 상의 베드타운 조성보다는 사업순서나 적정밀도, 최종 용도결정 등 인가권자로서 최선을 다해 미리 대비해줄 것을 요구하자 시장도 긍정적인 답을 했다. 또한 그동안 성냥갑 아파트를 양산하며 숱한 문제를 잉태했던 35층 문제도 지금 새로 만들고 있는 2040도시기본계획에서는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삭제를 요청했고 노후 재건축 장기 지연으로 심각한 녹물 대책을 세우라고 질문하자 수도관 교체를 시비로 해주겠다고 했지만 세대 내부 관교체가 불가능해서 예산낭비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현재 10개동으로 분리된 서울시청사는 임대료만 해도 몇 년이면 수백억이 소요되며 민간 임대 사무실은 공무원들 이동 시간, 사무 및 지원공간 태부족, 시민불편이 극에 달하므로 대책을 지적하자 임대면적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행정국장의 답변은 원칙적인 대안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 청사는 공무원 1/3만 수용, 전기 과다소모, 공간낭비, 혐오 디자인 등의 문제점과 임대 청사가 좁고 사용상 불편하여 공무원과 시민들의 원성이 끊일 날이 없으니 서울 중심지역에 새로운 통합청사계획을 추진해 볼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또한 외국인 동경, 다낭 및 국내 서부산 종합청사 등을 예로 들면서 전 공무원과 소속기관까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통합신청사 건설도 고민할 때가 됐음을 질문하고 시장단과 충분히 상의한 후 추가 답변해줄 것을 요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성폭행 살해당한 8개월 임부” 술판매 재개 남아공의 현실

    “성폭행 살해당한 8개월 임부” 술판매 재개 남아공의 현실

    코로나19로 2달간 술판매 금지 주류 판매 재개하자 성폭력·살해 증가남아공 대통령 “국가적 수치” 남아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두 달 간 금지했던 술 판매를 재개한 후 여성들에 대한 성폭행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이를 두고 “국가적 수치”라며 “어둡고 부끄러운 한 주를 안겼다”고 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한 주 동안 남아공 곳곳에서 임신 8개월째인 여성 1명을 포함해 여러명의 여성들이 성폭행 후 살해당하는 사건이 잇따라 충격을 준데 따른 것이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무방비 상태의 여성들이 살해당하는 것은 비양심적 야만성과 인간성 결여를 드러낸 것”이라며 “남아공이 코로나19라는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 폭력적인 남성들이 규제 완화를 빌미로 여성과 아이들을 공격하는 것은 혐오스러운 일이다”라고 전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성별에 기반을 둔 폭력을 둘러싼 침묵의 문화는 종식돼야 한다. 이러한 문화는 침묵의 풍토에서 번성한다”며 “성폭력이 개인적 혹은 가족의 문제라고 믿어 침묵하기에 가장 음흉한 범죄에 연루되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남아공 여성 중 51%가 면식범인 누군가에 의해 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남아공이 두 달간 금지했던 주류 판매를 재개하자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과 살인이 급증 한 것이다. 온라인상에선 희생자 3명 중 2명인 체고파초 풀레와 날레디 팡긴다워를 위한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임신 8개월이던 체고파초 풀레는 지난 8일(현지시간) 요하네스버그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돼 나무에 매달린 채 발견됐다. 아직까지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서울시 “퀴어축제 반대 성명 공개적으로 낸 공무원, 인권침해”

    서울시 “퀴어축제 반대 성명 공개적으로 낸 공무원, 인권침해”

    성 소수자 축제가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것과 관련 공무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대 성명을 낸 것은 인권침해라는 결정이 나왔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일부 공무원들이 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에 반대하면서 발표한 성명서가 차별·혐오 표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시는 해당 성명서가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주장을 토대로 성 소수자 인격과 존엄을 훼손하고, 성 소수자를 사회에서 예외적 존재로 취급하도록 해 사회참여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차별·혐오 표현이자 인권 침해”라고 규정했다. 앞서 지난해 서울시 소속 공무원 17명은 퀴어문화축제에서 영리 행위 등이 이뤄져 규정을 위배하는 데다가 선정성이 심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축제가 서울광장에서 열리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시는 이런 내용을 담은 ‘시민인권보호관 인권침해 결정례집’을 최근 발간했다. 결정례집에는 지난해 위원회가 시정 권고한 29건이 담겼다. 성희롱 8건, 직장 내 괴롭힌 7건, 차별 6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5건, 인격권 침해 2건, 종교의 자유 침해 1건 등이다. 성희롱 사건은 2018년 19건에서 작년 8건으로 줄었고 직장 내 괴롭힘은 이 기간에 2건에서 7건으로 늘어났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현실이 영화보다 더 판타지예요, 여자 프로야구선수가 없다니요

    현실이 영화보다 더 판타지예요, 여자 프로야구선수가 없다니요

    한 달간 남자 고교 선수들과 훈련한 독종 여성 차별뿐 아닌 꿈 좇는 사람들 그려 ‘젠더 프리’라는 독특한 캐릭터의 9년차 “영향력 주는 오늘을 사는 사람 되고파” “수인이가 스스로는 ‘뚝심’이라고 하면서 자기 꿈을 밀고 나가는 게 판타지로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프로무대로 간 여성 야구 선수가 지금까지 없다는 게 더욱 비현실적인 상황 아닌가요.” 1996년, 한국 프로야구 규약이 바뀌어 여성도 프로가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영화 ‘야구소녀’ 속 고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성 선수, 주수인의 꿈도 당연히 프로 입단이다. 리틀야구단 때부터 줄곧 남성 선수들을 이겨 가며, 시속 130㎞를 던지는 강속구 투수로 성장했지만 주변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배우 이주영(28)은 수인 역을 맡은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드라마 ‘오늘의 탐정’(2018)이 끝나고 영화 작업에 목말라 있을 때, 여성 캐릭터가 주가 되는 영화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감독님이 대본을 주셨는데, 안 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죠.” 수인은 첫 장편 메가폰을 잡은 최윤태 감독이 실존 인물 안향미(39) 선수를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다. 안 선수는 1997년 여성 최초로 고등학교 야구부에 진학하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주최하는 공식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이주영도 수인을 연기하기 위해 한 달간 남자 고교 야구 선수들과 훈련했다. 극 중 상황과 똑같은 환경 속에서 이주영은 자연스레 수인의 마음의 결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야구를 업으로 하는 그 친구들과 비등해지고 싶다는 것 자체가 실례지만, 그래도 승부욕이 생기더라고요. ‘내가 정말 신체적으로 모자란 걸까’라는 고민부터 정말 수인이 겪었을 법한 감정까지 많은 걸 느꼈습니다.” 투구폼 등을 익히기 위해 유튜브 영상 등을 참고하며 머리로 시뮬레이션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엄마, 친구, 감독 모두가 만류할 때 나타나는 인물은 그 자신도 프로 입성에 실패했던 코치 최진태(이준혁 분)다. “내가 대신 가 줄게요”라는 수인의 일성 이후 최 코치는 수인이 프로야구 트라이아웃(공개선발)에 서는 일을 적극 돕는다. 여성 서사가 주를 이루는 영화이지만, 그게 전부로 보이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여기에서 온다. 그는 “여성에 대한 차별, 편견을 깨 나가는 얘기인 것도 중요하지만, 꿈을 갖고 사는 이들과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포함한다”고 명확하게 설명했다. 이들의 ‘버디무비’에서, 수인이 최 코치에게 끌려가는 모습으로는 그리지 않으려고 최 감독과 부단히 상의했단다. 2012년 데뷔한 9년 차 배우 이주영의 독특한 지점 한 가지는 ‘젠더 프리’(gender free)라는 것이다. 지난 3월 종영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트랜스젠더 마현이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2016년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여배우는 여성혐오적 단어’라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의도한 것도, 의도하지 않은 것도 아닌 결과”라고 말했다. “배우는 작품으로 말해야 하고, 저만의 기준으로 작품성이나 흥미가 있는 시나리오를 골라 왔는데 제가 찍었던 작품의 결이 그랬던 거 같아요.” 돌이켜 보면 그가 선택한 작품들은 “독특한 소재를 가진 매니악한 이야기나 스토리와 내러티브가 확실해 많은 사람이 좋아할 거 같은 이야기”다. 전작 ‘메기’는 전자이고, ‘야구소녀’는 후자에 가깝다. 영화 ‘꿈의 제인’(2017), ‘이태원 클라쓰’ 등 사회적 약자를 조명하는 작품들에 자주 출연했다는 평가에 대해 이주영은 이렇게 답했다. “동물권이나 여권 같은 소수자 권리에 취약한 시나리오는 지금 시대에 퇴보했다는 평가를 받아요. 제 개인적인 문제라기보다 모든 감독님과 작가님이 이미 이런 문제에 관심이 많으시고요.”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묻자 그는 “이렇게 인터뷰하는 게 즐겁고, 내가 갖고 있는 능력치로 조그마한 영향력이라도 행사할 수 있는 게 행복하다”며 “오늘을 사는 사람”이라고 명쾌하게 말했다. 프로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으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수인의 삶이었듯, 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면 그냥 하는 게 주영의 삶으로 보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닻 올린 ‘차별금지법’, 정의당 종교계 설득 나선다

    닻 올린 ‘차별금지법’, 정의당 종교계 설득 나선다

    정의당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식화 했다. 정의당은 차별금지법을 성안하는대로 차별금지법에 부정적인 종교계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14일 정의당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대표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장혜영 의원은 “정의당이 추진하는 차별금지법은 ‘우리 모두’를 보호하는 법”이라며 “혐오를 처벌로써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법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안전과 존엄을 위해 민주주의의 원칙을 세우고, 인권에서 물러설 수 없는 가이드 라인을 설정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차별금지법, 미래통합당도 이름 올릴까 정의당은 차별금지법 제정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상태다. 우선 장 의원은 법안 발의 요건인 공동발의자 10명을 채우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장 의원은 “이번에 발의를 위한 정족수를 채우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며 “정의당 의원 6명이 전원 공감하고 있고, 타당과도 개별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고 긍정적인 의견을 말하는 분들도 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이 대표발의하는 차별금지법에 얼마나 많은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릴지도 관심이다. 지난 10일 미래통합당 초선 의원 9명이 모여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낭독한 뒤 ‘8분 46초’ 동안 무릎을 꿇고 묵념한 바 있다. 미국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묵념 시위를 하기 위해서였다. 장 의원은 통합당의 이 같은 변화를 주목했다. 장 의원은 “‘모든 차별에 반대합니다’는 오늘 정의당의 피켓 문구이지만, 며칠 전 통합당 의원님들이 로텐더홀에서 외친 문구이기도 하다”며 “차별금지법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당론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어 계속 논의하겠다고 말씀하신 허은아 의원님의 말씀이 저는 반갑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은 21대 국회에서 다른 당의 모든 의원님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차별금지법 도입을 간절히 염원하는 모든 시민과 함께 반드시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이라며 재차 동참을 요청했다.종교계 설득 나서는 정의당 관건은 차별금지법이 단순히 발의되는 것을 본회의를 통과해 제정될 수 있는지 여부다. 이를 위해 정의당은 종교계를 비롯한 시민사회 설득에 대대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배복주 젠더폭력 근절 및 차별금지법 추진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의당은 법 제정의 추진을 위해 사회적 공론화와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노력을 할 것”이라며 “사회 다양한 영역의 의견을 모으는 동시에 법제정의 필요성을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정의당은 차별금지법에 비판적인 개신교계를 예방해 차별금지법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물론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다. 지난 12일 개신교 연합 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전날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한교총을 방문해 위원회의 임무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현재 인권위는 국회를 상대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거나 입법을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면담 자리에서 한교총 공동대표회장인 김태영 목사는 “현재 인권위가 추진 중인 차별금지법은 결국 성소수자를 염두에 둔 특별법”이라며 “다수의 인권을 침해하는 역차별을 가져와 오히려 보편적 인권 정책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줄곧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해 온 21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다짐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오는 18일 시민단체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한 ‘국회 둘레 오체투지’를 진행할 계획이다. 오후 1시 국회 정문 앞에서 입장을 발표한 후 국회 담장을 돌 예정이다. 18일 진행될 오체투지에는 정의당도 함께 참여할 계획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성안이 마무리되는 대로 공동발의자를 찾는 동시에 종교계를 비롯한 시민사회에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라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막연한 오해가 있는 것을 설명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철도경찰 ‘서울역 여성 폭행’ 30대 남성 구속영장 재신청

    철도경찰 ‘서울역 여성 폭행’ 30대 남성 구속영장 재신청

    지난달 말 서울역에서 30대 남성이 모르는 사이인 여성을 폭행한 사건을 수사 중인 철도경찰이 이 사건 피의자 이모(32)씨의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12일 “(지난 4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보강 수사를 통해 이씨의 범행을 추가로 확인했다”면서 “범행의 중대성과 재범 가능성, 도주 우려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검찰에 다시 신청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철도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15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에정이다. 이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시 50분쯤 서울역 1층에서 모르는 사이인 30대 여성의 왼쪽 광대뼈 부위 등을 가격해 상처를 입히고 달아난 혐의(상해)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이씨의 범행으로 이마가 찢어지고 광대뼈가 함몰됐다. 불면증과 공황장애로도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성혐오 범죄’로 세상에 알려졌다. 사건 발생일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도 피의자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해 검거가 늦어지면서 부실 수사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서울역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이씨의 주거지를 찾아낸 철도경찰은 지난 2일 서울 용산경찰서 경찰관들과 함께 이씨를 긴급체포했다. 이씨의 신병을 확보한 철도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4일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신원과 주거지 및 휴대전화 번호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고, 피의자가 주거지에서 잠을 자고 있어 증거를 인멸할 상황도 아니었다”면서 이씨의 긴급체포가 위법하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철도경찰은 “(범행 당시) 피의자가 불특정 다수에게 몸을 부딪치는 등 비정상적 행동을 해 제2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신속히 검거할 필요성이 있었다”면서 “체포 당시 피의자가 주거지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했으나, 벨 소리만 들리고 아무런 반응이 없어 도주나 극단적 선택 우려가 있어 불가피하게 체포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생산성’의 이름으로… 당연하고 익숙해져 버린 혐오

    ‘생산성’의 이름으로… 당연하고 익숙해져 버린 혐오

    미국 내 흑인·아메리카 인디언 등 수감률 분석 ‘정상적’ 법·제도에서도 철저히 구분되는 흑·백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사망했다. 부모에게 학대당한 아이가 소중한 생명을 잃기도 했다. 다름 아닌 2020년 지금, 한국과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미국 사회변혁운동가 데릭 젠슨은 ‘문명과 혐오’를 통해 우리 사회가 ‘혐오의 정치경제학’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한다. 인종차별, 소수자 린치, 강간, 포르노 사이트, 아동 학대, 계급 착취, 생태 파괴, 홀로코스트 등 현대 문명사를 통해 혐오와 사회·경제적 구조의 관계를 설명한다. 저자는 대표적인 백인우월주의 단체였던 큐클럭스클랜(KKK)과 미국의 사법체계를 비교한다. 미국의 흑인, 라틴계,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수감 비율을 따져보니, 국가의 사법제도가 오히려 흑백을 철저히 분리하면서 인종차별 효과를 더 강하게 거두고 있음을 지적한다. KKK단이 저지르는 극단적인 ‘비정상’ 행위도 그렇지만, ‘정상적인’ 법과 제도로도 이미 혐오 현상을 짐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흑인이라는 이유 외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는 여러 죽음들처럼, 역사적으로 유대인들은 민족을 이유로 집단 학살당했다. 많은 여성들은 성별 때문에 강간의 대상이 된다. 제3세계 아동들에 대한 노동과 성 착취는 거시경제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런 혐오의 배후로 ‘생산’을 지목한다. 기술이 발전하고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혐오 현상이 더 심해진다는 뜻이다. 책은 2008년 ‘거짓된 진실’을 개정해 새로 나왔다. 데릭 젠슨은 개정판 서문에서 “불행히도 이 책에서의 분석은 책이 쓰인 때보다 오늘 날을 더 잘 조명해준다”며 안타까워했다. 너무 오래되고 익숙해져 혐오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수많은 혐오를 다시 거론한 저자의 “백인으로 태어난 것이 다행이다”. “남자로 태어난 것이 참 다행스럽다”는 고백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눈알 모양 젤리 판매 안 돼요”...어린이 정서저해식품 집중단속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눈알 모양 젤리가 어린이 정서에 좋지 않다고 보고 이를 단속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사람의 머리나 눈 등 인체 특정 부위 모양으로 혐오감을 주거나 돈·화투 등 사행심을 조장하는 도안·문구가 있는 어린이 기호식품(정서저해 식품)은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에 따라 제조·수입·판매 등이 금지돼 있다. 식약처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7일까지 문방구, 편의점 등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 내 조리·판매업소를 대상으로 어린이 정서저해 식품 판매 여부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식약처는 정서저해 식품의 수입·판매 금지사항, 제품 종류, 지도·점검 현황, 소비자 신고요령 등을 포함한 홍보물을 제작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건전한 먹거리 문화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서저해 식품 정보를 지속해서 제공하고 안전관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오늘의 눈] 콜센터, 물류센터, 그리고 중국동포쉼터의 공통점/이민영 사회2부 기자

    [오늘의 눈] 콜센터, 물류센터, 그리고 중국동포쉼터의 공통점/이민영 사회2부 기자

    중국동포가 많이 사는 서울의 한 자치구 공무원은 코로나19 초기부터 걱정이 많았다. 중국동포 중에 확진자가 많이 나오면 차별과 혐오가 커질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 2~3월 해외 유입을 제외하고는 중국동포 가운데 환자가 많지 않았다. 우려하던 일은 6월 들어서 터졌다. 구로구 가리봉동에 있는 중국동포쉼터에 머물던 60대 남성 A씨가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에 다녀왔다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집단감염으로 이어졌다. 10년 전 사회부 사건팀에 있을 때 이 쉼터에 취재를 갔다. 상가건물에 있는 교회에서 쉼터, 급식소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교회와 쉼터를 책임지던 목사는 “중국동포 중에 직장이 없거나 아파서 오갈 데 없는 사람을 위한 곳”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확진판정을 받은 쉼터 주민은 대부분 60~80대 노인이다. 코로나19는 한국 사회, 그중에서도 가장 약한 곳을 할퀴고 지나갔다. 사회적·경제적 약자가 피해를 더 크게 봤다. 한국 사회에서 차별받는 중국동포, 현대판 ‘여공’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콜센터 여직원, 물류센터의 일용직 노동자가 단체로 피해를 입었다. 서울시가 매일 공개하는 코로나19 현황을 보면 이런 현상은 극명해진다. 발생원인별로 확진자를 분류해 놓은 표는 종교시설이나 모임을 제외하면 부천시 쿠팡물류센터, KB생명보험·AXA손해보험 등 콜센터,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 및 중국동포쉼터로 나뉜다. 가장 열악한 곳에서 일하거나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재택근무를 하는 기업이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많았다. 한 친구는 코로나19로 직업 간 계층이 극명하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고 했다. ‘인서울´ 대학을 나온 친구는 재택근무를 하고, 전문대를 나온 친구는 여전히 만원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고, 자영업을 하는 친구는 아예 가게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공부 제일 잘하는 의사들은 대구에 내려가서 고생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맞받아쳤지만 코로나19가 노동환경이나 경제수준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지난 2월 말,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70대 여성 중국동포 B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B씨는 고향인 칭다오를 방문했다가 한국에 돌아온 뒤 지병 치료차 다니던 대학병원을 방문했다. 별다른 증상은 없었지만 중국 방문 이력이 있는 B씨에게 의료진은 코로나19 검사를 권유했다. 10만원이 훌쩍 넘는 비용 때문에 B씨는 검사를 거부했다. 며칠이 지난 뒤 B씨는 무료로 검사를 해준다는 말을 듣고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보건소에서도 증상이 없다면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는 없었다. 때마침 B씨에게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검사를 받은 뒤 다음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병을 앓고 있는 B씨는 10만원을 아끼려다 목숨이 위험할 뻔했다. 10만원이 아까워서 검사를 받지 못한 사람은 어딘가에 또 있을 수 있다. 콜센터, 물류센터, 중국동포쉼터에. min@seoul.co.kr
  • 그들도 피해자인데… ‘방역 사각’ 中동포 못 품고 혐오하는 사회

    그들도 피해자인데… ‘방역 사각’ 中동포 못 품고 혐오하는 사회

    “동포 아냐” “中 돌려보내야” 온라인 반응 일각 “확산책임, 지자체 아닌 개인에 전가” ‘혐오’ 표출 통해 공포 해소하려는 분위기 법조계 “차별금지법 통해 혐오 제재해야”“조선족 자체가 바이러스이자 공공의 적.”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동포교회 쉼터 거주자 9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 등에 퍼진 댓글 중 일부다.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동포교회 쉼터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중국 동포들은 ‘혐오’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 등이 방역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사이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이 개인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구로구에 따르면 중국동포교회 쉼터에서 지난 7·8일 확진자 9명이 나온 뒤 전수 검체검사를 한 결과 이날 기준 거주자와 신도 등 194명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 7일 이 쉼터 거주자 중 한 명이 건강용품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에 다녀온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어 같은 쉼터 거주자 8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쉼터에는 주로 생활이 어렵거나 일을 하기 어려운 60대 이상의 독거노인들이 장기 거주한다. 그러나 여론은 이주민이자 경제적 취약계층이었던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대신 ‘중국 동포’라는 정체성에 칼을 겨눴다. “그들은 우리 동포라고 볼 수 없다”, “중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등의 반응이 온라인을 통해 퍼졌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퍼졌던 중국인 혐오 정서를 떠올리게 한다. 김용선 중국동포한마음협회 명예회장은 “코로나19 초반부터 중국 동포가 많이 산다는 이유만으로 대림동에 대한 나쁜 시선이 이어지는 등 혐오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민센터 ‘친구’의 이진혜 변호사도 “‘코로나’라는 공포를 취약계층에 해소하는 동시에 기존의 혐오 감정을 표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중국 동포들이 위축되고 있다”며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통해 혐오 표현을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취약계층에 대해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인데 그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개인이 아닌 지자체”라며 “중국 동포뿐 아니라 사회적 취약계층은 어쩔 수 없이 모여 사는 경우가 흔한데, 집단감염이 발생하기 전부터 지자체가 이런 시설들을 제대로 파악해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중국동포 쉼터서 확진자 나오자…‘조선족은 공공의 적’ 혐오까지 이중고

    중국동포 쉼터서 확진자 나오자…‘조선족은 공공의 적’ 혐오까지 이중고

    코로나19에 혐오까지 이중고 겪는 중국 동포들“조선족 자체가 바이러스다”, “조선족은 공공의 적이다” 지난 8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동포교회 쉼터 거주자 9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온라인 등에 퍼진 댓글 중 일부다.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동포교회 쉼터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중국 동포들은 ‘혐오’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 등이 방역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사이,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이 개인에게로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로구에 따르면 중국동포교회 쉼터에서 확진자 9명이 나온 뒤 전수검체 검사를 한 결과, 첫날인 9일 기준 194명 전원 음성 판정이 나왔다. 전날 이 쉼터 거주자 중 한 명이 건강용품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에 다녀온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어 같은 쉼터 거주자 8명이 추가로 확진 됐다. 이 쉼터에는 주로 생활이 어렵거나 일을 하기 어려운 60대 이상의 독거 노인들이 장기 거주한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남자 20명, 여자 14명의 동포 분들이 두 개의 큰 방에 나눠져 생활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원금 등이 넉넉치 않아 각자 개별 공간에서 지낼 환경이 확보되지 못해 그야말로 감염병 상황에 취약한 구조다. 코로나19 상황 속 반복되는 ‘혐오’ 막아야 그럼에도 여론은 이주민이자 경제적 취약 계층이었던 이들의 삶보다 ‘중국 동포’라는 정체성에 칼을 겨눴다. “그들은 우리 동포라고 볼 수 없다”, “중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등의 반응이 온라인을 통해 퍼졌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퍼졌던 중국인에 대한 혐오 정서를 떠올리게 한다. 김용선 중국동포한마음협회 명예회장은 “코로나19 초반부터 중국 동포들이 많이 산다는 이유 만으로 대림동에 대한 나쁜 시선이 이어지는 등 혐오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중국 동포들이 한국에 이주하기 시작한 것이 30여년이 흘렀지만 우리들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이주민센터 ‘친구’의 이진혜 변호사 역시 “‘코로나’라는 공포를 취약계층에게 해소하는 것인지, 기존에 가진 혐오 감정을 이를 기회 삼아 풀어 놓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중국 동포들은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언적인 수준에서라도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통해 혐오 표현에 대한 확실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취약 계층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선제적 방역 대책이 부족해 책임이 오롯이 개인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개인이 아닌 지자체”라고 강조하면서 “중국 동포뿐 아니라 사회적 취약 계층은 어쩔 수 없이 모여서 거주하는 경우가 흔할 텐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지자체에서는 이런 시설들을 제대로 조사하고 위험도를 조사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트랜스젠더 혐오 발언 그만”…해리포터 원작자에 반기 든 해리포터

    “트랜스젠더 혐오 발언 그만”…해리포터 원작자에 반기 든 해리포터

    래드클리프 “트랜스젠더 여성은 여성”롤링의 여성 에두른 트윗 논란에 반박‘해리 포터’ 영화의 주인공인 다니엘 래드클리프(31)가 소설 원작자인 J.K. 롤링(55)의 트랜스젠더 혐오 발언을 비판하면서 롤링의 최근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래드클리프는 8일(현지시간) LGBTQ(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퀴어) 청소년 지원 블로그 ‘트레버 프로젝트’에 “트랜스젠더 여성은 여성”이라고 밝혔다고 CNN이 전했다. 그는 이어 “이와 상충하는 모든 진술은 트랜스젠더인의 정체성과 품위를 말살하고, 이 사안에 대해 조(J.K. 롤링)나 나보다 훨씬 더 전문성 있는 보건 전문가들의 조언에 반한다”고 했다. 롤링은 지난 6일 트위터에 사회적 기업 디벡스 홈페이지에 게재된 칼럼 ‘월경하는 사람들에게 평등한 포스트 코로나19 세상 만들기’를 올리고 “월경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 있었는데, 누가 날 좀 도와달라. 웜벤(Wumben)? 윔펀드(Wimpund)? 우머드(Woomud)?”라고 썼다. 즉 ‘여성’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라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성소수자들이 트랜스젠더 혐오라는 비판을 쏟아내자 롤링은 “섹스(생물학적 성별 구분)에 실체가 없다면 동성 간의 성적 끌림도 없다. 전 세계 여성의 삶이 지워지는 것이다. 나는 트랜스젠더들을 알고 사랑한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는 것이 혐오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래드클리프의 이날 발언은 롤링에게 최근 발언이 혐오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라고 정면 반박한 셈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 향해 차량 돌진한 백인 “난 KKK 리더”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 향해 차량 돌진한 백인 “난 KKK 리더”

    미국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차를 몰고 돌진했던 백인 남성이 “난 KKK(큐 클럭스 클랜) 두목”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헨라이코 카운티 검찰은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지난 7일 레이크사이드 시위 현장에서 쉐보레 픽업트럭을 몰고 돌진한 해리 로저스(36)를 체포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진술이 나왔다고 밝혔다. KKK는 미국에서 악명 높은 백인우월주의 단체로, 그 뿌리가 미국의 남북전쟁 직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종종 하얀 고깔 모양의 두건을 뒤집어 쓰고 신분을 가린 KKK 단원들이 집단으로 몰려 다니며 흑인을 공격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로저스는 현장에서 체포됐으며, 목격자들은 “차량 1대가 속도를 높이더니 도로를 점거하고 있던 시위대를 뚫고 지나갔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성인 남성 1명이 차에 부딪혀 경상을 입었다. 검찰은 로저스의 소셜미디어 계정과 진술을 토대로 그를 “자칭 KKK의 리더”로 간주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로저스를 상대로 특수상해미수와 폭행, 공공기물파손 혐의를 적용한 데 이어 혐오범죄 혐의를 추가할지 검토 중이다. 로저스는 지난 2016년 버지니아주 피터스버그의 참전용사 묘지 앞에서 인종차별의 상징인 남부군 깃발을 들고 시위에 나서 논란을 일으킨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나는 숨쉴 수 없다” 도처의 절규… 그들은 누구인가

    [강남순의 낮꿈꾸기] “나는 숨쉴 수 없다” 도처의 절규… 그들은 누구인가

    “나는 숨쉴 수 없다.”이 슬로건은 인종적 갈등이 여전히 첨예한 미국이라는 특별한 사회적 정황에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이름의 사회변혁 운동에서 사용돼 왔다. “나는 숨쉴 수 없다”는 2014년 7월 뉴욕시 경찰관들의 가혹한 폭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 흑인 남성 에릭 가너가 한 말이다. 가너는 백인 경찰이 목을 눌러서 의식을 잃기 전까지 “나는 숨쉴 수 없다”를 11번이나 했다. 가너의 목을 조른 백인 경찰이 구속됐다가 2014년 12월 석방되자 이 말은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운동의 슬로건으로 사용돼 12월 한 달에만 “나는 숨쉴 수 없다”는 해시태그가 130만번 넘게 트윗됐다. 이 슬로건은 2014년 이후 다시 2020년의 미국 전역에 산불이 번지듯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월 25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는 ‘8분 46초’ 동안 백인 경찰에 의해 목이 졸리면서 “나는 숨쉴 수 없다”를 여러 차례 말했다. 이 경찰은 플로이드가 의식을 잃은 후에도 2분 53초나 더 목을 졸랐고, 결국 플로이드는 죽었다. 그의 죽음 후 “나는 숨쉴 수 없다”는 슬로건은 다시 엄청난 폭발력을 지니고 대대적인 인종차별 저항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숨쉴 수 없다’는 절규가 미국에서만 들리는 것인가. 지난 3일 아홉 살 된 한 아이 사람이 몸이 겨우 들어갈 만한 여행가방 안에 갇혀 있다가 죽었다. 이 아홉 살 사람은 부모로부터 계속 학대와 폭력을 당했지만, ‘안 맞았다’고 학대 받아 온 사실을 감추면서까지 생존하려고 애써 왔다. 결국 몸을 종잇장처럼 구겨야만 들어갈 수 있는 44x60㎝ 가방 안에서 짧디짧은, 그러나 무한히 무섭고 길었을 삶을 마무리했다. 8분도 아니고, 80분도 아니다. 420분 동안, 아니 2만 5200초 동안 ‘숨쉴 수 없다’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결국 죽었다. 가방에 억지로 들어가 지퍼가 잠겨질 때 그 무서움은 얼마나 컸을까. 어른 사람들의 품 안에서 보호받고 사랑받으며 살아가야 할 아홉 살 아이 사람을, 그 어른 보호자들은 학대하고 질식시켜 심정지로 죽게 만들었다.그러나 미국에서 죽은 가너와 플로이드와는 달리 한국 아홉 살 사람의 ‘숨쉴 수 없다’는 그의 죽음을 추모하며 학대에 저항하는 연대 운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흑인’이라는 집단적 범주들과 달리 ‘아이’는 스스로 집단을 구성하거나 연대하며 불의와 폭력에 저항할 수조차 없는 ‘절대적 피해자’들이기 때문이다. ‘절대적 피해자’란 자신이 피해자라는 것도 알지 못하기에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명명조차 못한다. 설사 그들이 말한다 해도 사람들이 아이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다. 소리는 듣겠지만(hearing), 정작 그 아픔과 피해의 경험을 진정으로 듣는 것(listening)은 아니라는 것이다. 2018년에 나온 통계를 보면 전국에서 아동학대 상담 건수는 3만 3532건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식적 통계 속에 들어가지 않은 아동학대의 피해자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여행가방 속에서 ‘숨쉴 수 없다’는 절규조차 하지 못한 아홉 살 사람처럼 무수한 아이 사람들은 ‘무섭고 숨쉴 수 없어요’라며 우리 주변에서 지금도 절규하고 있을 것이다. 아홉 살 사람의 절규뿐인가. 지난 3월 17일 제주도에서 고등학생인 한 발달장애 아들과 그의 어머니가 목숨을 끊었다. 지난 3일에는 광주에서 24살의 발달장애 아들과 그의 어머니가 고통을 호소하며 이 삶을 마무리 지었다. 그런데 이 비극적 사건에서 ‘숨쉴 수 없다’고 절규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발달장애인과 함께 삶을 매듭지은, 소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은 왜 유독 ‘어머니’들일까. 가족 안에서 돌봄이 필요한 이들이 있을 때 돌봄을 전담하는 이들은 대부분 ‘여성’들이다. 어머니, 딸, 며느리, 아내 등으로 다양하게 호명되는 ‘여성’들은 가족과 사회의 우선적 ‘돌봄 제공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돌봄’을 매우 사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사회나 국가가 아닌 개별인에게만 맡겨 놓을 때 무수한 사람들이 곳곳에서 ‘숨쉴 수 없다’고 절규하는 사회가 된다. 아이 사람 또는 장애가 있는 사람을 돌보는 것은 사적이고 개인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사회적이고 국가적인 책임이며 과제다. 3월 21일 광화문광장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발달장애 국가 책임제를 도입하라”는 농성을 한 이유다. 백인 경찰이 흑인 남성 플로이드의 목을 조이고 있던 그 현장에서만 ‘숨쉴 수 없다’는 절규가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 사회 구석 구석에, 세계 곳곳에 “나는/우리는 숨쉴 수 없다”고 절규하는 이들이 있다. 가정폭력과 학대를 받는 아이 사람들의 절규, 장애인들의 절규, 발달장애인 돌봄 전담자들의 절규, 비정규 노동자들의 절규,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성소수자들의 절규, 학력 차별받는 이들의 절규가 쉼 없이 들리고 있다. 여기에서 ‘나는 숨쉴 수 없다’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 실질적 의미다. 사회적 주변부인들이 ‘목이 짓눌러져 숨을 쉬지 못하게 하는’ 극단적인 물리적 폭력의 현실을 드러내는 의미다. 둘째, 상징적 의미다. 다양한 형태의 혐오와 차별이 여전히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지금 개인적 또는 제도적 폭력에 문제를 제기하고 저항하고 피해자와 연대해야 한다는 ‘변혁 요청’을 상징하는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숨쉴 수 없다’의 현장에는 다섯 종류의 사람들이 동시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첫째, ‘숨쉴 수 없다’고 절규하는 직접적인 피해자다. 그렇다고 해서 ‘피해자-일반’이 있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라는 표지를 붙이지만, 매번 그 피해 현장에서 일어나는 것은 대체 불가능한 생명들의 고유한 절규다. 우리는 매 ‘피해’ 정황을 언제나 ‘처음 피해’처럼 대해야 한다. ‘피해자-일반’이라는 범주를 만들자마자 피해자가 지닌 개별성의 얼굴은 사라지게 된다. 표면적으로 유사한 폭력에 의해 희생을 당한 피해자들 중에는 ‘숨쉴 수 없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절대적 피해자’들도 있다. 둘째, 누군가가 숨쉴 수 없도록 폭력을 주도해 물리적 죽음 또는 사회적 죽음을 가하는 ‘직접적 가해자’다. 직접적 가해자들 중에는 타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개인들도 있고, 제도적 권력의 보호 아래 권력에 기대어 지배적 힘을 행사하는 ‘탈개인화’된 이들도 있다. 셋째, 가해자들 곁에서 그 가해자가 가해를 행하도록 묵인하든가 조력하며 친구 또는 동료라는 이름으로 그 가해에 가세하는 ‘간접적 가해자’들이다. 이들은 우정 또는 동료애를 발휘함으로써 ‘간접적 가해자’가 된다. 넷째, 누군가의 절규를 보고 듣지만 자신과 상관없는 ‘남의 일’로 생각하는 ‘무관심한 방관자’들이다. 이러한 무관심한 방관자들에 의해 ‘절규의 상황’은 유지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된다. 안토니오 그람시가 “나는 무관심한 자들을 미워한다”고 한 이유다. 다섯째, 이러한 절규를 보고 들을 때 가해자에게 그 폭력 행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저항하며, 피해자와 연대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우리는 이 다섯 종류의 사람 중에서 어떤 사람인가. 그런데 우리가 기억할 것이 있다. 현실 세계에서 이러한 다섯 종류의 사람들이 결코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 인간으로서 나는 어떤 정황에서는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인종차별의 피해자인 사람이 젠더 차별이나 성소수자 차별의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가해자가 있기도 하고, 다양한 차별 문제에 무지해 가해자가 되는 이들도 있다. 가해자를 묵인하고 조력하기도 하는 동조자가 되기도 하고, 이런 문제 자체에 무관심한 방관자가 되기도 한다. 동시에 그 피해의 정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저항하고 피해자와 연대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은 대부분 다양한 정황에서 이러한 다섯 유형 사이를 오가며 살아간다. 그런데 자신의 인간됨을 지켜 내고, 모두가 ‘함께 살아감’의 세계를 가꾸어 내기 위해서는 ‘숨쉴 수 없다’는 절규에 대한 예민성을 기르고, 피해자와 연대하며, 폭력과 불의에 저항하는 사람이 되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도처에서 ‘숨쉴 수 없다’고 절규하는 이들이 있는 이 현실세계에 ‘창의적인 개입’을 할 때 비로소 ‘함께 살아감’이라는 과제를 조금씩이라도 수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강한 승부욕 타고난 인싸력…영지 인기 이유 있지

    강한 승부욕 타고난 인싸력…영지 인기 이유 있지

    “승부욕이 정말 센 편이에요. 지고 싶지 않아 랩도 열심히 연습하고, 같이 공연하는 언니들을 제가 닦달할 때도 있어요.” 묵직한 목소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풍 같은 랩과 18세 여고생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능숙한 무대. 지난해 서바이벌 ‘고등래퍼3’에서 최연소이자 첫 여성 우승자로 힙합계에 발을 들인 이영지는 1년 사이 선배들과 1대1로 대결해도 손색없을 만큼 크게 성장했다. 최근 엠넷 ‘굿 걸’에서는 ‘고등래퍼3’ 멘토였던 래퍼 기리보이를 꺾었고, MBC 웹 예능 ‘힙합걸즈’에서는 특유의 발랄함과 개그 감각까지 뽐낸다. ●너무 많이 떠들어서 생긴 허스키한 목소리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영지는 “혼자 무대에 오르면 부담이 크다”며 “언니들의 믿음에 부응하고 이기고 싶은 마음에 연습을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고등래퍼3’에서 폭풍 성장한 것, ‘굿 걸’에서 든든한 막내가 된 것도 쉬는 시간까지 연습으로 채우는 노력 덕분이다. 한번 들으면 귀에 꽂히는 허스키한 톤도 타고난 게 아니다. “너무 많이 떠들어서 만들어진 후천적인 목소리”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원래 목소리는 얇았는데, 친구들이랑 떠들다 보니 목이 계속 쉬었고 그게 굳어져 이런 목소리가 됐단다. 이영지는 “목소리가 너무 크다고 많이 혼나기도 했는데 나는 내 목소리가 좋았다”며 “큰 울림통에서 나오는 발성 덕분에 공연장에서도 목소리가 비트를 뚫고 나올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언니들에게 접근 9명의 선배와 협업하는 ‘굿 걸’에서도 특유의 ‘인싸력’(친화력)을 발휘한다. “외동딸이어서 밖에서 친구를 만드는 게 익숙하고 원래 성격도 밝아요. 처음부터 틀에 갇히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서 새 학기에 친구를 처음 만나는 느낌으로 언니들에게 다가갔어요.” 남성 비율이 높은 힙합신에서 보기 드문 여고생 래퍼인 그는 10~20대 여성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디스’나 혐오가 아닌 내면을 솔직하게 표현한 가사가 공감을 얻기 때문이다. 이영지는 “제가 왜 인기 있는지 모르겠다”고 쑥스러워하면서도 “혐오는 잘못된 것이니 그렇게 할 생각과 의지가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제가 의도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는 혐오로 들리거나 상처가 될 수도 있잖아요. 저도 실수를 할 수 있으니, 가사는 제 감정과 생각에 집중하려고 해요.”●코로나로 고생하는 친구들 힘냈으면 지난 1년간 음악을 듣는 태도도 변했다. 전에는 듣고 싶은 음악만 들었지만, 지금은 공부하는 마음으로 최대한 다양하게 듣고 대중이 원하는 요소를 찾는다. 가족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그는 “엄마랑 할머니가 ‘TV에 영지가 나오니 신기하다’고 하신다”면서 “크게 티는 내지 않으시는데, 집에 있으면 계속 제 노래를 틀긴 하신다”며 밝게 웃었다. 친구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내비쳤다. “학교에 가끔 가는데 친구들이 너무 안타까워요. 중학교 때는 메르스 때문에 고생하고, 지금은 코로나19로 너무 힘들어하거든요. 그 친구들에게도 제 목소리가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文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 역사” 여권 일각 ‘진영논리’와는 시각차 드러내

    文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 역사” 여권 일각 ‘진영논리’와는 시각차 드러내

    사태 방관 비판 속 사회적 갈등 우려 위안부 운동 ‘흠집’ 시도에도 경고“위안부 운동을 둘러싼 논란이 매우 혼란스럽고, 제가 말씀드리기도 조심스럽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위안부 운동의 대의는 굳건히 지켜져야 하며, 숭고한 뜻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 지난달 7일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논란이 공론화된 뒤 입장을 밝히지 않던 문재인 대통령이 한 달여 만에 침묵을 깬 배경에는 이번 논란이 진영대결 구도로 빨려들면서 이 할머니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정의연) 양측을 향한 혐오·증오의 폭발로 이어지는 데 대한 깊은 우려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청와대는 사태를 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도, 불필요하게 논란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하지만 최근 정의연 마포쉼터(평화의 우리집) 소장이 목숨을 끊는 등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30년 위안부 운동의 진실은 다층적임에도 정치권과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이 할머니와 정의연 중 일방을 옹호하는 프레임 속에 폭로와 음모가 난무하는 상황을 경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 역사”, “위안부 할머니가 없는 위안부 운동을 생각할 수 없다”면서도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시키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라고 밝힌 점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시민단체의 행태를 되돌아볼 계기’로 규정하고, 시민단체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정의연과 윤 의원에 대한 비판을 친일세력과 등치시키며 방어에 나선 여권 일각의 진영논리와는 시각차를 드러낸 것이다. 그간 문 대통령은 위안부 운동의 상징인 이 할머니가 ‘2차 가해’를 당하고 운동의 역사가 부정당하는 상황에 대한 고민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운동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에 대한 경고와 함께 시민단체의 변화를 촉구하고, 제도적으로도 강제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상처는 온전히 치유되지 못했고 진정한 사과와 화해에 이르지 못했다”며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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