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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병주 서울시의원 “특수학교 설립 차질없이 진행돼야”

    전병주 서울시의원 “특수학교 설립 차질없이 진행돼야”

    특수학교 설립과 특수학급 증설에 대한 요구와 교육환경개선의 필요성의 목소리가 날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전병주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광진1)은 지난 2일 제299회 교육위원회 임시회에서 특수학교 설립과 특수학급에 대한 교육청의 계획과 특수학교 교육환경개선에 대해 질의를 이어갔다. 먼저 전 의원은 서울시 내에 설립되어 있는 특수학교의 현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2024년 개교 예정인 동진학교를 언급하며 “부지매입의 어려움, 지역주민의 반대 등에 부딪혀 예정보다 7년 늦게 개교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특수학교가 ‘혐오시설’이라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설립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꼭 필요한 시설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하며 “교육감은 ‘공립특수학교(급)신설 지속적 확대방안’을 통해 특수학교가 없는 7개 자치구에 우선적으로 설립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이를 어떻게 실행해 나갈 것 인지 구체적 방안이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전 의원은 광진구에 있는 국립서울정신병원이 국립정신건강센터로 탈바꿈한 사례를 들며 “처음 이 시설은 상당히 혐오시설로 인식돼 왔으나 건강센터 뿐만 아니라 육아센터 등 주민을 위한 복합시설로 거듭나면서 하나의 랜드마크로 급 부상했다”고 전하면서 “향후 특수학교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책적 제언도 덧붙였다. 또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차이점은 특수교육대상자들의 복지권과 교육권이 얼마나 어떻게 잘 보장되어지고 있나로 나눠진다”고 말하며 “특수학교의 설립 뿐만 아니라 일반 학교에 비해 열악한 수준인 특수학급의 교육환경개선에도 섬세한 시선을 보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특수학교의 설립에 대해서는 금년도 안에 중장기 계획은 세워 비전과 방향을 갖고 점진적으로 추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 의원은 4일 광진특수학교에 방문해 직접 둘러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 의원은 “일반 학교에 비해 소수라는 이유, 1/3이상이 관내 학생이 아닌 타지역 학생이라는 이유 등 다양한 이유로 예산 배정 등에서 그 동안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며 “특수학교의 부재로 증설을 거듭해오며 구성원 대비 공간이 절대적으로 협소해졌고, 여전히 분필 칠판을 사용하며 맘껏 뛰어다닐 수 있는 운동장 조차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전 의원은 “교육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서 특수학교의 교육환경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혐오에 또 한사람 잃어…서울시교육청, 성소수자 학생 보호해야”

    “혐오에 또 한사람 잃어…서울시교육청, 성소수자 학생 보호해야”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4일 고(故) 변희수 전 하사를 애도하며 서울시교육청이 원래 계획대로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에 성소수자 학생을 보호하는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과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이날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교육청과 조희연 교육감은 혐오 선동이 아니라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귀를 기울여라”라고 요구했다. 단체들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에는 성소수자 학생을 보호하고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부 보수단체와 종교계에서는 ‘학교가 동성애를 의무 교육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띵동과 무지개행동은 “성소수자 인권교육을 동성애 의무교육이라고 호도하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동이야말로 교육을 망쳐놓고 있다”며 “서울시교육청은 혐오에 동조하지 말라”고 말했다. 단체들은 온라인으로 조사한 청소년 성소수자 106명의 요구를 취합해 시교육청에 전달했다.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학교 안에서 교사와 또래 친구들의 혐오발언, 아웃팅(성 정체성이 강제로 공개되는 것), 괴롭힘과 폭력, 혐오 방조로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복과 줄 세우기, 남녀로 구분된 활동 등 성별 이분법적 구조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도 다수 있었다. 이들은 전날 극단적 선택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변 전 하사를 애도하기도 했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어젯밤 우리는 또 하나의 사람을 잃었다. 혐오의 칼날이 또 한 사람을 베었다”면서 “혐오 세력에 의해 떠나간 이들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3일 변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성전환수술 이후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법정 소송을 이어가던 변 전 하사는 지난달 28일 이후 소식이 끊긴 점을 이상히 여긴 지역 정신건강센터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원희룡 “변희수 소식 마음아파…혐오·배제 대신 배려 커져야”

    원희룡 “변희수 소식 마음아파…혐오·배제 대신 배려 커져야”

    성전환수술 이후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법정 소송을 이어가던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죽음에 원희룡 제주지사가 애도를 표했다. 보수 정치권에서 나온 첫 추모와 반성의 목소리다. 원 지사는 4일 페이스북을 통해 “변희수 전 하사의 안타까운 소식에 마음이 아프다. 홀로 자신과의 헤아릴 수 없는 사투를 벌였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전역 심사를 연기해달라는 호소를 묵살한데에는 다소 성급한 모습도 보인다”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그가 극단적인 선택까지 한 데에는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하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혐오가 작용했을 것”이라며 “그의 좌절감이 얼마나 컸을지, 자신에게 쏟아지는 혐오와 비난에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을지 우리는 짐작조차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혐오와 배제가 아니라 존중과 배려가 우리 사회에 더욱 커져야 한다고 믿는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정의당이 가장 먼저 당 차원으로 애도를 밝혔다. 정의당은 조혜민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성소수자에게 생존 그 자체가 투쟁이고 저항의 전부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담하다”면서 “고인의 말을 되새기며 정의당의 역할과 책임을 무겁게 안겠다”고 했다. 장혜영 의원도 SNS를 통해 “변 하사의 죽음 앞에 정치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며 “부디 이제는 차별 없는 곳에서 영면하길 기도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도 애도의 목소리가 나왔다. 권인숙 의원은 “전혀 본 적이 없지만 너무 미안하고 죄송하다”며 “지지부진한 평등법과 차별금지법도 죄스럽다. 정말 국회는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상희 국회부의장도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기갑 돌파력으로 소수자 차별 없앤다더니…” 고 변희수 추모

    “기갑 돌파력으로 소수자 차별 없앤다더니…” 고 변희수 추모

    성전환 수술 후 강제전역 당한 변희수 전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되자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변 전 하사는 3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자택에서 119 소방구조대에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시신의 부패 정도로 미뤄 변 전 하사가 숨진 지 수일이 지난 것으로 추정했다. 육군 5기갑여단에서 근무하던 변 전 하사는 2019년 11월 휴가를 내고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1월 언론에 얼굴을 공개하고 여군으로 계속 복무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육군은 변 전 하사의 신체 일부가 수술로 크게 훼손돼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강제 전역시켰다. 육군은 성전환자를 차별한 것이 아니라 신체 훼손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민주노총은 4일 성명을 통해 “혐오와 차별로 가득했던 세상에 온몸으로 파열구를 낸 ‘보통의 트랜스젠더의 위대한 용기’를 기억하겠다”며 “트랜스젠더 노동자들이 자신의 모습으로 일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트위터에 “한국 사회는 당연한 것을 꿈꾸는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며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이르게 왔던 변 하사님 벌써 보고 싶다”고 적었다.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은 “군인이자 트랜스젠더로서 용기있게 자신을 드러냈고 사회에 울림을 주었던 변 하사님의 삶을 추모한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을 위해 용기내 주셨던 변 하사를 기억합니다”라며 “트랜스젠더 혐오에 반대한다”고 했다. 트랜스해방전선은 “당당한 모습의 멋진 부사관, 트랜스젠더 군인 변 하사님이 우리 곁을 떠났다”며 “기갑의 돌파력으로 소수자 차별을 없애버리겠다며 크게 웃던 변 하사를 기억한다”고 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변 하사 빈소는 청주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5일 오전 7시로 예정됐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희망의 전화 129,생명의 전화 1588-9191,청소년 전화 1388,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대한민국 변희수 前하사 눈물 닦아주지 못하고 떠나보냈다

    대한민국 변희수 前하사 눈물 닦아주지 못하고 떠나보냈다

    군 복무 중 성전환수술 받고 강제 전역지난달 28일 이후 연락 안 돼 경찰 출동새달 ‘전역 취소’ 행정소송 첫 변론 앞둬취업준비 활동 등 심적 부담 크게 느껴국내 최초의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23) 전 육군 하사가 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죽더라도 군인으로 죽고 싶다”던 그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변 전 하사는 이날 오후 6시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자택에서 119 소방구조대에 발견됐다. 상당구 정신건강센터는 상담자로 등록된 변 전 하사가 지난달 28일 이후 연락이 안 돼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시신의 부패 정도로 미뤄 변 전 하사가 숨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육군 5기갑여단에서 근무하던 변 전 하사는 2019년 11월 휴가를 내고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변 전 하사는 지난해 1월 언론에 얼굴을 공개하고 여군으로 계속 복무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육군은 변 전 하사의 신체 일부가 수술로 크게 훼손돼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강제로 전역시켰다. 육군은 성전환자를 차별한 것이 아니라 신체 훼손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국, 캐나다, 벨기에 등이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를 인정한 사례가 있는 만큼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전역 여부를 결정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변 전 하사는 군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싸움을 시작했다. 강제 전역을 취소해 달라고 육군 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으나 육군은 지난해 7월 이 요청을 기각했다. 8월에는 대전지법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냈고 다음달 첫 변론을 앞두고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강제 전역 처분을 취소하라고 육군에 권고했다. 변 전 하사는 전역 처분 이후 논란 속에서 취업 준비 활동 등으로 심적 부담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월 한 언론에 “전역심사위 전날만 하더라도 죽어도 군인으로 죽을 것이고 군도 저의 다짐과 의지를 이해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런데 막상 전역 명령이 떨어지니 ‘죽어서라도 이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하나’라는 마음이 굴뚝같았다”고 털어놓았다. 변 전 하사는 3개월 전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변 전 하사의 마지막을 애도했다. 성소수자단체 트랜스해방전선은 “수많은 트랜스젠더들이 변 전 하사의 용기 있는 선택을 보며 힘을 얻었고 위로받았다”고 밝혔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한국 사회가 당연한 것을 꿈꾸는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며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이르게 왔던 변희수 하사님, 벌써 보고 싶다”며 추모했다. 군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육군 관계자는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을 낼 것은 없다”면서도 “안타까운 소식에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편견과 차별에 노출된 성소수자의 안타까운 선택은 최근에도 있었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성소수자 인권활동가인 김기홍(38)씨는 지난달 24일 “너무 지쳤어요. 삶도, 겪는 혐오도, 나를 향한 미움도”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끝내 이루지 못한 변희수 하사의 꿈…“낡은 시대에 이르게 온 변희수”

    끝내 이루지 못한 변희수 하사의 꿈…“낡은 시대에 이르게 온 변희수”

    국내 최초의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23) 전 육군 하사가 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죽더라도 군인으로 죽고 싶다”던 그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변 전 하사는 이날 오후 6시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자택에서 119 소방구조대에 발견됐다. 상당구 정신건강센터는 상담자로 등록된 변 전 하사가 지난달 28일 이후 연락이 안 돼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시신의 부패 정도로 미뤄 변 전 하사가 숨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육군 5기갑여단에서 근무하던 변 전 하사는 2019년 11월 휴가를 내고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변 전 하사는 지난해 1월 언론에 얼굴을 공개하고 여군으로 계속 복무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육군은 변 전 하사의 신체 일부가 수술로 크게 훼손돼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강제로 전역시켰다. 육군은 성전환자를 차별한 것이 아니라 신체 훼손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국, 캐나다, 벨기에 등이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를 인정한 사례가 있는 만큼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전역 여부를 결정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변 전 하사는 군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싸움을 시작했다. 강제 전역을 취소해 달라고 육군 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으나 육군은 지난해 7월 이 요청을 기각했다. 8월에는 대전지법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냈고 다음달 첫 변론을 앞두고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강제 전역 처분을 취소하라고 육군에 권고했다. 변 전 하사는 전역 처분 이후 논란 속에서 취업 준비 활동 등으로 심적 부담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월 한 언론에 “전역심사위 전날만 하더라도 죽어도 군인으로 죽을 것이고 군도 저의 다짐과 의지를 이해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런데 막상 전역 명령이 떨어지니 ‘죽어서라도 이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하나’라는 마음이 굴뚝같았다”고 털어놓았다. 변 전 하사는 3개월 전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변 전 하사의 마지막을 애도했다. 성소수자단체 트랜스해방전선은 “수많은 트랜스젠더들이 변 전 하사의 용기 있는 선택을 보며 힘을 얻었고 위로받았다”고 밝혔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한국 사회가 당연한 것을 꿈꾸는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며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이르게 왔던 변희수 하사님, 벌써 보고 싶다”며 추모했다. 군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육군 관계자는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을 낼 것은 없다”면서도 “안타까운 소식에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편견과 차별에 노출된 성소수자의 안타까운 선택은 최근에도 있었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성소수자 인권활동가인 김기홍(38)씨는 지난달 24일 “너무 지쳤어요. 삶도, 겪는 혐오도, 나를 향한 미움도”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서울광장] 그들은 왜 폭도가 됐나 2/김상연 논설위원

    [서울광장] 그들은 왜 폭도가 됐나 2/김상연 논설위원

    지난 1월 22일자 ‘그들은 왜 폭도가 됐나’라는 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언론의 책임을 지적한 바 있다. 이번 글에서는 평범한 미국인들이 왜 폭도로 돌변했는지를 보다 근본적으로 진단해 본다.※ 미국은 코로나19 대처에 가장 크게 실패한 나라다. 미국은 전 세계 인구의 5%이면서 코로나19 사망자는 20%에 달한다. 지난해 미 대선(11월 3일) 직전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22만명을 넘었는데, 이는 한국전, 베트남전, 걸프전,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등 최근 5개 전쟁의 미군 사망자를 전부 합친 것보다 많다. 웬만한 나라 같으면 이런 실정을 저지른 대통령은 재선 도전을 포기해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트럼프는 넉 달 전 대선에서 대표적 경합주인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에서 승리했다. 최근 미 대선에서 이 두 곳을 모두 이기고 대통령이 되지 못한 후보는 트럼프밖에 없다. 트럼프는 대선 결과에 불복하면서 “나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사실이다. 다만 도전자인 조 바이든 후보가 그보다 더 많이 득표했을 뿐이다.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얻은 7420여만 표는 바이든(8120여만 표)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만 없었다면 그는 재선에 성공했을 것이다. 뒤집어 보면, 트럼프의 지지층인 백인 중산층과 서민들이 코로나19 실정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낸 셈이다. 그리고 그것도 부족해 그들 중 일부는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의사당에 쳐들어갔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을 굳건히 떠받치는 기둥으로 여겨졌던 백인 중산층은 왜 이렇게 비상식적인 판단을 하게 된 것일까. 대니얼 마코비츠 예일대 교수는 ‘능력주의의 덫’(The Meritocracy Trap)이라는 저서에서 백인 중산층이 급속히 소멸되는 현재 미국의 실태를 폭로한다. 신분이 무조건적으로 세습되는 귀족사회가 무너지고 능력에 따른 사회질서가 생겼는데, 고학력과 신기술을 장착한 엘리트층이 그 과실을 독점하면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첨단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중간 직급 관리자의 일이 사라지는 대신 머리 역할을 하는 소수의 경영진, 전문직과 손발 역할을 하는 말단직만 남는 식으로 일자리가 재편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중요한 업무와 부(富)는 소수의 엘리트에게 집중되고 있다. 예컨대 제이피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의 2018년 보수는 2950만 달러로 은행 창구 직원 평균 급여의 1000배가 넘는다. 엘리트층은 막대한 부를 무기로 자녀 교육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능력’을 세습시킨다. 그래서 오늘날 미국 부유층과 저소득층 자녀의 교육 격차는 1950년대 흑인과 백인 학생의 교육 격차보다 크다. 사람들은 이처럼 능력이 기반이 되는 능력주의가 신분제 귀족사회에 비해 공정하다고 여기고 숭상하는데, 중산층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측면에서는 귀족사회보다 더 폐해가 크다는 게 마코비츠의 주장이다. 일자리와 부를 잃고 있는 중산층의 좌절은 2011년 뉴욕에서 일어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서 이미 표출된 바 있다. 당시 시위대는 “미국의 상위 1%가 미국 전체 부의 50%를 장악하고 있다”며 부도덕한 금융권은 물론 그것을 방조하는 정부와 의회를 싸잡아 규탄했다. 하지만 그후로도 근본적인 치유는 이뤄지지 않았고 중산층의 불만은 더욱 농축됐다. 경제적 불만은 포퓰리즘과 외국인 혐오증의 숙주가 되기 십상이다. ‘워싱턴 기득권 정치의 아웃사이더’인 트럼프는 이런 불만을 자극해 대통령이 됐고 재선에 성공할 뻔했다. 그리고 이런 구조적 빈부 격차 확대에 따른 중산층의 분노가 해소되지 않는 한 2024년 대선에 재도전하려는 트럼프의 야망은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트럼프는 이틀 전 퇴임 후 첫 연설에서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마코비츠는 능력주의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정부가 적극 개입해 중산층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도 개혁과 세금 지원 등을 통해 중간 관리자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대학 신입생을 소득별로 골고루 안배함으로써 능력의 세습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능력주의의 폐단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뉴스만 하더라도 미국 증시 상장을 예고한 쿠팡의 임원진 중에 지난해 수백억원의 보수를 받은 경우가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능력주의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미국처럼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carlos@seoul.co.kr
  • [유정훈의 간 맞추기] 시도할 가치가 있는 출마

    [유정훈의 간 맞추기] 시도할 가치가 있는 출마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회고록 ‘약속의 땅’(A Promised Land)은 지난해 11월 20여개 언어로 동시 출간됐다. 아쉽게도 한국어판은 아직 소식이 없는데, 국내 독자들도 조만간 접할 수 있길 바란다. 대선 출마에서 임기 초반까지 이어지는 격동의 사건들도 흥미롭지만,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며 의심하고 때로 집요하게 파헤치는 부분이 ‘버락 오바마’라는 사람을 잘 드러낸다고 느꼈다. 본인 스스로 ‘과대망상’이라는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자격을 갖추었다고는 했지만, 이런 톤의 회고록은 드물다. 오바마는 2004년 상원의원 당선 직후부터 대선주자로 주목을 받았다. 2006년 중간선거 때는 그의 인기에 힘입으려는 지원 유세 요청이 쏟아졌다. 마지막 지원 유세를 마치고 귀가한 날 밤, 악몽에 시달리다 깨어 잠을 이룰 수 없던 그는 자신을 덮친 두려움의 근원을 추적한다. 그건 지금의 인기를 잃을지 모른다는 것, 아무 업적 없이 의회에서 시간만 보낼 수도 있다는 우려, 경선 혹은 대선 패배에 대한 걱정도 아니었다. 현장에서 엄청난 지지 열기를 확인하고 ‘내가 진짜 대통령이 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에 빠진 것이다. 2006년 12월, 오바마가 가족 및 측근들과 대선 출마를 결정하는 최종 회의 자리였다. 남편 버락이 주의회 의원, 연방상원 의원, 대통령으로 급을 높여 출마할 때마다 반대했던 아내 미셸이 묻는다. “민주당에 당신 말고도 대통령 될 만한 사람이 많은데 당신만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에 대선 도전이 가치가 있다고 했잖아. 그래서 묻는데, 대체 왜 당신이 대통령을 해야 하지?” 뻔한 얘기를 늘어놓던 버락이 마지막으로 조심스럽게 말한다. “물론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지.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어. 내가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는 순간 세상은 미국을 다르게 보게 될 거야. 이 나라의 많은 아이, 흑인, 히스패닉, 부적응자 신세인 아이들. 그들이 스스로를 다르게 인식하고 한계를 뛰어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게 될 거야. 그것만으로도 이 도전은 시도할 가치가 있어.” 다들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의 오랜 흑인 후원자들은 울먹이기까지 했다. 그 방에 모인 다른 인종과 배경의 사람들이 흑인이 최초로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장면을 같은 마음으로 상상하고 있었다. 버락의 애타는 기다림 끝에 미셸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자기, 그거 꽤 괜찮은 대답이네.” ‘그때 그 사람들’이 보궐선거를 점령한 모습, 대선 지지율 조사에 오른 인물들의 면면에 약간의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사람이 나 혼자는 아닐 것이다. 오바마 회고록을 요즘도 곁에 두고 인상적이었던 페이지를 종종 펼쳐 본다. 정치 혐오를 키우지 않기 위한 나름의 처방이랄까. 낙선이 아니라 당선을 두려워하는 정치인,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그리고 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꿀 정도의 출마 동기를 당당하게 설명할 수 있는 후보가 나오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있다면 지지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 다짐한다.
  • 청소년들 “소년범·페미니스트·성소수자 등 혐오 표현 심각”

    청소년들 “소년범·페미니스트·성소수자 등 혐오 표현 심각”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 소개로 일하러 갔는데 사장님이 제가 소년원에 다녀온 걸 듣고 절 채용하지 않았어요.” (소년원 출원생 A씨) “학교에서 아우팅(타인에 의해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이 강제로 알려지는 일)을 크게 겪었어요. 제가 누군지도 모르는 애들이 와서 저한테 막 ‘너 동성애자야?’ 이렇게 물어보기도 하고, 이동 수업을 다녀오면 제 책상에 ‘동성애자’ 이런 식으로 낙서가 돼 있었고요.” (성소수자 청소년 B씨) 청소년들은 우리 사회 속 소년범과 페미니스트,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청소년의 혐오표현 노출 실태 및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어느 집단에 대한 우리사회 혐오가 심각한지를 묻는 질문에 39.3%는 범죄청소년(소년범)이라고 답했다. 이어 페미니스트(34.1%), 성소수자(32.8%) 순으로 높았다. 해당 설문은 전국 초·중·고교생 60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한 혐오표현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각각의 소수집단에 가해지는 혐오 수준(편견에서 출발하여 비난, 모욕, 차별, 폭력 순으로 심화)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도 조사했다. 전체적인 응답 결과는 대체로 편견, 차별, 비난, 모욕에 집중됐다. 이 중 ‘차별’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따로 보면, 청소년들은 장애인(29.8%)과 타인종(27.8%)이 차별을 많이 받는 집단으로 인식했다. 또 다른 집단에 비해 ‘폭력’ 피해가 심한 집단으로 범죄청소년(8.0%), 페미니스트(4.2%)를 꼽았다. 청소년들의 혐오표현 사용은 또래 문화와 관련이 있었다. 청소년들은 주로 ‘친구들이 모두 사용해서’(17.9%), ‘친구 집단과 잘 어울리기 위해서’(12.8%) 혐오표현을 사용했다고 응답했다. 청소년들이 혐오표현을 가장 많이 경험하는 장소는 ‘인터넷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79.1%)였다. 그 다음은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9.4%)였다. 누구로부터 혐오표현을 가장 자주 듣는지, 즉 주된 혐오표현 가해자는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 기타(26.4%)를 제외하고 친구(20.7%)와 언론인(16.4%), 정치인(16.3%) 순으로 조사됐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혐오표현 예방 교육, 혐오표현 규제 강화 및 처벌, 언론 윤리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이 대체로 60%대를 기록할 만큼 많은 청소년들이 혐오 대응 방안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연구진은 “차별과 혐오표현이 옳지 않다는 사회적 윤리 기준을 마련하고 혐오표현 예방을 위한 다양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혐오표현 문제는 초·중·고교와 대학교, 공공기관, 언론, 온라인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예방과 대응이 이뤄져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관련 정부부처의 협업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또 “혐오표현은 인권침해이고 더 나아가서는 범죄가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미디어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며 “일차적으로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신고하기 용이하도록 익명의 신고체계가 마련돼야 하고, 다음으로 피해자가 자책하지 않고 피해 경험이 트라우마가 되지 않도록 상담과 심리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소년원 다녀왔다고 알바 퇴짜”…“학교 책상엔 ‘동성애자’ 낙서”

    “소년원 다녀왔다고 알바 퇴짜”…“학교 책상엔 ‘동성애자’ 낙서”

    소년범에 대한 혐오가 39.3%로 가장 심각페미니스트 34.1%·성소수자 32.8% 이어“친구·언론인·정치인들이 주요 가해자피해 발생해도 대체로 대응하지 못해”“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 소개로 일하러 갔는데 사장님이 제가 소년원에 다녀온 걸 듣고 절 채용하지 않았어요.” (소년원 출원생 A씨) “학교에서 아우팅(타인에 의해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이 강제로 알려지는 일)을 크게 겪었어요. 제가 누군지도 모르는 애들이 와서 저한테 막 ‘너 동성애자야?’ 이렇게 물어보기도 하고, 이동 수업을 다녀오면 제 책상에 ‘동성애자’ 이런 식으로 낙서가 돼 있었고요.” (성소수자 청소년 B씨) 학교와 온라인 등 일상 생활에서 혐오표현을 접하는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에서 소년범과 페미니스트,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가장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들은 친구와 언론인, 정치인들로부터 혐오표현을 자주 듣는다고 밝혔다. 2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청소년의 혐오표현 노출 실태 및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전국 초·중·고교생 60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한 종합적인 혐오표현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청소년들에게 각 소수집단별로 혐오표현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물었더니 심각하다는 응답 비율(39.3%)이 가장 높게 나온 집단은 범죄청소년(소년범)이었다. 이어 페미니스트(34.1%), 성소수자(32.8%) 순으로 높았다.각각의 소수집단에 가해지는 혐오 수준(편견에서 출발하여 비난, 모욕, 차별, 폭력 순으로 심화)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도 조사했다. 전체적인 응답 결과는 대체로 편견, 차별, 비난, 모욕에 집중됐다. 이 중 ‘차별’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따로 보면, 청소년들은 장애인(29.8%)과 타인종(27.8%)이 차별을 많이 받는 집단으로 인식했다. 또 다른 집단에 비해 ‘폭력’ 피해가 심한 집단으로 범죄청소년(8.0%), 페미니스트(4.2%)를 꼽았다. 청소년들의 혐오표현 사용은 또래 문화와 관련이 있었다. 청소년들은 ‘친구들이 모두 사용해서’(17.9%), ‘친구 집단과 잘 어울리기 위해서’(12.8%) 혐오표현을 사용했다고 응답했다. 청소년들이 혐오표현을 가장 많이 경험하는 장소는 ‘인터넷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79.1%)였다. 그 다음은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9.4%)였다. 누구로부터 혐오표현을 가장 자주 듣는지, 즉 주된 혐오표현 가해자는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 청소년들은 기타(26.4%)를 제외하고 친구(20.7%)와 언론인(16.4%), 정치인(16.3%)을 많이 꼽았다. 반면 가족과 교사를 선택한 비율은 각각 3.4%, 1.5%였다. 청소년들은 다른 사람이 혐오표현 피해를 당하는 모습을 보거나 본인이 직접 그 피해를 경험했을 때 주로 ‘흥분하고 화가 났다’(35.6%)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혐오표현에 대항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혐오표현에 반대하고 저항했다’는 응답 비율은 25.1%에 그쳤다.연구진은 면접 조사에 참여한 청소년들에게 혐오표현 피해를 당한 후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물었다. 피해 발생 후에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말한 청소년들은 무서워서 용기를 내지 못했다고 했고, 학교가 아우팅 피해는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런 환경에서 혐오표현 피해는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일본인이세요. 학교 친구들이 저한테 ‘일본 냄새 난다’는 말을 했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는 담임 선생님이 제 어머니가 일본 사람이라는 걸 애들 다 있는 데서 밝히신 거예요. 그때 저는 가만히 있었는데, 담임 선생님이 ‘일본은 나쁜 나라’라고 직설적으로 얘기하셨어요. 그래서 한동안 애들이 저를 왕따시켰어요. 초등학교 때 저한테 있어서는 그게 일생일대 큰 충격이었어요.” (이주배경 청소년 C씨)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혐오표현 예방 교육, 혐오표현 규제 강화 및 처벌, 언론 윤리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이 대체로 60%대를 기록할 만큼 많은 청소년들이 혐오 대응 방안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연구진은 “차별과 혐오표현이 옳지 않다는 사회적 윤리 기준을 마련하고 혐오표현 예방을 위한 다양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혐오표현 문제는 초·중·고교와 대학교, 공공기관, 언론, 온라인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예방과 대응이 이뤄져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관련 정부부처의 협업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또 “혐오표현은 인권침해이고 더 나아가서는 범죄가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미디어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며 “일차적으로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신고하기 용이하도록 익명의 신고체계가 마련돼야 하고, 다음으로 피해자가 자책하지 않고 피해 경험이 트라우마가 되지 않도록 상담과 심리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의사당에서 성폭행” 잇따른 폭로…커지는 호주 총리 책임론

    “의사당에서 성폭행” 잇따른 폭로…커지는 호주 총리 책임론

    지난달 호주에서 전직 공무원이 2년 전 국회의사당에서 성폭행 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다른 여성들도 추가로 피해 사실을 공론화하며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스콧 모리슨 총리가 사과했지만, 집권당이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와 책임론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간) BBC는 “전직 공무원의 폭로는 다른 여성들의 피해 사실 공론화에 불을 댕겼다”며 “강간 혐의가 호주 정치계를 뒤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브리태니 히긴스(26)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린다 레이놀즈 국방 장관의 미디어 담당 참모로 일하던 2019년 3월 동료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동료들과 술을 마신 뒤 장관실 소파에서 자던 중 한 남성이 다가와 성폭행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후 벌어진 장관 등의 대처다. 히긴스는 사건 직후 레이놀즈 장관에게 성폭행 사실을 알렸는데, 레이놀즈 측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도록 지원했다고 한다. 이에 히긴스는 “경찰에 고소하면 직업을 잃을까 봐 두려웠다”며 압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가해 남성은 며칠 뒤 해고됐지만, 폭행 혐의가 아닌 사무실 보안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히긴스의 폭로 이후 모리슨 총리는 “젊은 여성이 이렇게 취약한 상황에 놓이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대중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히긴스가 “논란이 일자 사건을 무마하려고 집권 자유당에서 압력을 가했다”고 말해서다.BBC에 따르면 이후 같은 가해자에 대해 추가로 성폭행 피해를 주장한 여성이 4명이나 된다. 한 여성은 2016년 선거 자원봉사자로 일하던 중 성폭행당했다고 했고, 다른 여성은 2017년 동료와의 단체 회식 중 이 남성이 허벅지를 쓰다듬었다고 주장했다. 지난주에는 현 내각의 장관 한명도 1988년 16세 여성을 강간했다는 폭로까지 나오면서 호주 정치계가 성폭행 파문으로 흔들리는 모양새다. 야당 의원 두명이 AFP에 언급한 바에 따르면 피해자는 지난해 초 뉴사우스웨일즈주의 경찰에 갔으나,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의 친구들은 총리 등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독립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BBC는 “지난 2주간의 의혹은 성차별과 여성혐오에 관한 오랜 논쟁을 포함해 호주 정치문화에 대한 더 큰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심각한 범죄 혐의를 받는 내각 구성원들은 정부의 조사가 있을 때까지 물러나는 등 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밀라 요보비치’는 아무도 못 이겨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밀라 요보비치’는 아무도 못 이겨

    어느 비 오는 날 도쿄의 전형적인 밤거리. 좀비들이 창궐하며 일제히 그에게 덤벼든다. 그는 자물통 달린 쇠사슬, 권총 한 자루로 침착하게 좀비들과 대적해 나간다. 몸놀림에 군더더기 하나 없다. 판단력도 정확하고 빠르다. 쇠사슬로 괴물의 목을 감아 당기며, 동시에 다른 괴물을 총으로 쏘고 공중제비를 돌며 탄창을 간다. 약간의 실수도 치명적이지만 그에게 실수란 허용되지 않는다. 유전자 변형 괴물들이 빗자루처럼 쓰러진다. 우연히 TV에서 보게 된 밀라 요보비치 주연 영화의 한 장면이다. 괴물들이 무더기로 덤벼도, 두드려 맞아 갈비뼈가 부러져도, 굴하지도 쓰러지지도 않는다. 액션은 또 얼마나 시원시원한지 ‘블레이드’ 시리즈의 웨슬리 스나입스가 무색할 지경이다. ‘에일리언’ 시리즈 이후 슈퍼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으로 남성 대신 여성이 등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언더월드’가 그렇고, 전형적 슈퍼히어로 ‘원더우먼’, ‘캡틴마블’이 또 그렇다. 이번에 개봉한 새 영화에서도 밀라 요보비치는 더 강해져서 기관단총도 뚫지 못하는 괴물의 껍데기를 칼로 도려내고 손으로 뜯어낸다고 한다. 보수 성향의 남성들이 거부감을 보이기도 한다. 전통적인 수호자 역할을 여성에게 빼앗긴 것도 못마땅한데 무력으로도 당하지 못하다니. 실제로 ‘캡틴마블’을 수입할 당시엔 페미니즘 영화라며 불매운동까지 벌이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에일리언2’는 ‘베이비머신’으로서의 과거 이미지(에일리언)에서 미래의 여성(‘어린 소녀’)을 구하는 현재의 여전사(‘리플리’)를 그리고 있다는 식의 해석도 본 적이 있다. 사실 이들 영화는 ‘델마와 루이스’만큼이나 패미니즘과 거리가 멀다. 여성 주인공에게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맡기기는 했어도 여전히 남성 세계가 부여해 준 전형적인 이미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문법도 구조도 기존 할리우드 패턴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패미니즘 영화를 보고 싶다면 제인 캠피언의 ‘인더컷’, 패티 젠킨스의 ‘몬스터’ 같은 영화를 권한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일단 ‘미러링(mirroring) 영화’라고 부르기로 하자. ‘미러링’이란 일반적으로 남성 전유의 표현과 행동을 그대로 모방함으로써 그간의 여성 혐오에 대응하는 전략을 뜻하지만, 혐오의 대상만 바뀌었을 뿐 이들 영화 역시 남성 중심 세계의 가치관을 그대로 ‘미러링’하고 있다. ‘원더우먼’ 갈 가도트나 밀라 요보비치 대신 웨슬리 스나입스, 로버트 다우닝 주니어 등을 대입한다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미러링이 미러링인 까닭은 미러링할 프로토타입(원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슈퍼히로인 영화가 가능한 것도 슈퍼히어로 영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소위 메갈리아, 워마드가 남성 혐오 전술을 택한 이유도 그와 다르지 않다. 여성 혐오가 없으면 남성 혐오도 없다. 결국 미러링은 남성을 혐오하고 적대시하자는 운동이 아니라 남성들도 스스로 겪어 보고, 혐오가 얼마나 잘못된 감정이며 혐오 대상으로 사는 게 얼마나 혐오스러운 일인지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내가 미러링을 화해의 제스처라고 보는 이유다. 미러링 전략이 도덕적으로 불손하고 전략적으로 과격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그 이전에 도덕적으로 불손하고 전략적으로 과격했던 남성 자신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것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 중 누가 있어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어느 분의 글에서 ‘골페미’라는 단어를 보았다. 페미니즘은 진행형이자 미완성이지만 슈퍼히로인 영화만큼이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렇게 약점을 이용해 운동 전체를 부정한다면 미러링 전략은 더 거칠어지고 밀라 요보비치도 더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페미니즘은 화해와 공존을 원한다. 다만 싸우려 든다면 그 누구도 밀라 요보비치를 이길 수 없다.
  • 탄핵 찬성 의원 17명 일일이 호명한 트럼프 “백악관 되찾을 것”

    탄핵 찬성 의원 17명 일일이 호명한 트럼프 “백악관 되찾을 것”

    “다음 선거서 제거”… 체니·매코널 저격“바이든, 미국 꼴찌주의로 갔다” 맹비난신당 창당 부인·2024 대선 재도전 시사AFP “10명 중 7명 트럼프 재출마 원해”나치 상징물 닮은 무대 디자인 논란도“(2022년 중간선거에서) 그들을 모두 제거합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올랜도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CPAC 2021’ 연단에서 자신의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던 상·하원 의원 17명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 특히 이 중 공화당 하원 탄핵 표결을 주도한 리즈 체니 의원(와이오밍주)을 지목하며 “다행히 그녀의 지지율이 누구보다 빨리 떨어졌다. 사람들은 다음 선거에서 그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조롱했다. 의회 난입 참사에 대한 트럼프의 책임론을 제기했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를 겨냥해서는 “우리는 유권자에게 충성하는 공화당 지도자들을 원한다”고 저격했다. 지난 1월 20일 퇴임 후 39일 만에 첫 공식 연설에 나선 트럼프의 일성은 ‘복수’였다. 여전히 ‘대선 사기’ 주장을 고수했고, 항간에 떠돈 신당 창당 가능성을 부인하고 공화당에 남아 4년 뒤 대선에 재도전하겠다는 뜻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CPAC 대미를 장식한 그가 등장하자 청중들은 일제히 기립해 “USA(미합중국)”를 연호했고, 트럼프는 “내가 그리웠냐”며 90분간 예의 분노와 증오의 연설을 시작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반일자리, 반국경장벽, 반에너지, 반여성, 반과학적”이라고 포문을 열고 “(취임) 한 달 만에 미국 우선주의(American first)에서 미국 꼴찌주의(American last)로 갔다”고 비판했다. 자신이 신당을 만들 거라는 보도는 “가짜뉴스”라며 “득표를 나눠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런 것에 관심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우리는) 막 백악관을 잃었다. 하지만 누가 알겠냐. 나는 그들을 패배시키고자 세 번째 결심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하자 객석은 환호했고, 지지자들은 “4년 더”를 외쳤다. 연설 마지막에도 트럼프는 “당신(지지자)의 도움으로 우리는 상·하원을 되찾고 백악관에 승전고를 울리며 돌아올 것이다. 그게 누구겠냐”고 물었고 지지자들은 “트럼프”라고 화답하는 등 마치 대선 출정식과 같은 분위기였다. 호텔 내에는 ‘트럼프 2024’라고 적힌 마스크와 깃발 등이 깔렸고, 기부금을 못 낸 지지자들은 호텔 밖에 모여 ‘대선 사기’ 등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AFP통신은 “이날 CPAC의 비공식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거의 7명이 트럼프의 재출마를 원했다.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확고했다”고 전했다.이날 행사가 낳은 논란은 트럼프 발언뿐이 아니었다. CPAC 행사장의 무대 디자인이 2차 대전 때 나치가 상징물로 사용했던 고대 북유럽 룬(rune) 문자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지며 비판이 제기됐다. 트위터 등에는 무대를 위에서 조망한 사진과 나치 독일군 제복에 달린 상징물을 함께 비교하는 사진이 여럿 올라왔다. 논란이 거세지자 행사장을 내준 하얏트 호텔은 즉각 성명을 내고 우려와 유감을 표시했다. 호텔 측은 “그런 혐오스러운 상징물들은 우리 기업 가치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말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아시안이라 당했다” 1년 만에 7배 급증… 美 흔드는 亞 혐오

    “아시안이라 당했다” 1년 만에 7배 급증… 美 흔드는 亞 혐오

    트럼프 전 대통령, 中 혐오 발언 쏟아내아시아 출신 향한 무차별 폭행 등 급증노인·여성 피해 집중… 혐오 처벌 드물어 바이든 “평등 노력” 차별금지 행정명령 美법무부, 수사 강화… 관련 연구도 추진‘#아시아계 혐오 멈춰라’ SNS 해시태그“인종차별 근본적 해결 위한 교육 필요”미국 뉴욕 퀸스에서 지난달 16일(현지시간) 한 백인 남성이 빵집에 줄을 서 있던 50대 중국계 여성을 밀쳐 넘어뜨렸다. 이 여성은 넘어지면서 신문 가판대에 머리를 부딪혔고 인근 병원에서 이마를 꿰맸다. 엑스맨 시리즈로 잘 알려진 미국 배우 올리비아 문(41)이 해당 사건의 폐쇄회로(CC)TV 화면을 트위터에 공유했다. “아시안 혐오 범죄 급증에 말문이 막힌다.” 문은 이런 트윗 글과 함께 혐오에 대한 각성을 촉구했다. 문의 우려대로 아시아계를 향한 혐오 범죄가 심상치 않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26일 직접 나서서 아시아계 차별 금지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아시아·태평양계 공동체를 향한 차별과 혐오를 규탄한다. 연방정부는 이들이 출신, 언어, 종교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대우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뉴욕경찰, 亞 혐오 범죄 전담 TF 꾸려 미 법무부도 지난달 26일 자국 내 증오범죄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연방수사국(FBI), 연방 검사, 지역 경찰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계 인구 비율이 높은 캘리포니아주의회는 지난달 23일 아시아계 혐오 범죄를 추적하고 연구하는 데 주 기금 140만 달러(약 15억 5000만원)를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시아계 혐오 범죄가 개별 폭행을 넘어 근원적인 원인과 처방을 찾아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미 전역의 통계는 잡히지 않지만 뉴욕경찰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아시아계 혐오 범죄로 체포된 이들은 2019년 3명에서 지난해 20명으로 급증했다. 2019년 모두 14건이던 흑인과 백인을 향한 혐오 범죄가 지난해 각각 8건, 6건으로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뉴욕경찰이 의도와 행위의 구체성이 명확할 때만 혐오 범죄로 분류한다는 점에서 가파른 증가세다. 이에 뉴욕경찰은 지난해 아시아계 혐오 범죄 수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전담팀 내 25명의 경찰이 아시아 각국의 10개 언어를 구사한다. 아시아계 혐오 범죄가 증가한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꼽힌다. 그는 중국 혐오 발언을 일삼으며 인종 차별적인 인식을 부끄러움 없이 드러냈다. 그레이스 유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아시안아메리칸 연구소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 우한 바이러스 등의 인종차별적 표현으로 부르면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공격을 부추겼다”고 밝혔다. 한인 시민단체 관계자는 “인종 혐오 범죄를 일으키는 이들을 보면 트럼프 지지자인 고졸 백인들이 많다”며 “흑인의 경우 지난해 흑인 시위도 있었고, 심할 경우 총기를 들고 가 직접 보복을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용한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공격 방향이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이 불쏘시개 됐을 뿐 미국 사회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계의 영향력에 대한 반감은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상태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갤럽에 따르면 2009년부터 10년간 미국 전체 인구는 8% 증가했지만 아시아·태평양계(AAPI)의 인구는 46%가 급증해 2310만명이 됐다. 이 기간 아시아계 가정의 가처분소득은 무려 314%가 급증해 2위인 백인(119%)을 월등히 앞섰다. 아시아계의 이민은 2012년부터 직전 유입 1위였던 히스패닉을 앞섰다. 중국과 인도가 양대 축이다. 교육을 중시하는 문화를 토대로 전문직에 속속 진출해 왔고 정치 분야에서도 약진하면서 목소리가 커졌다. 이번 상·하원 의원 중 부모나 자신이 아시아에서 이민 온 경우는 14명으로 유럽(25명), 남미(16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경제·사회적 힘을 키운 아시아계가 미국 지역사회에 동화되기보다 독립적인 문화를 유지한다는 것도 반감의 원인으로 꼽힌다. 아시아계보다 더 많은 히스패닉에 대한 혐오는 상대적으로 덜한 편인데, 이는 히스패닉이 미국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이질감이 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내 아시아계 혐오의 뿌리는 상당히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2년 중국인 근로자의 이민을 금지한 중국인 배척법이 실제로 시행됐었고 1943년에야 폐지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에 대해 “이 법은 소위 ‘황색 위험’에 대한 산물이었고, 중국 이민자들이 미국 백인들의 일자리 및 서구적 생활 방식에 위협이 된다는 편집증이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1991년 흑인 청년 로드니 킹에 대한 경찰들의 무차별 폭행으로 촉발된 흑인들의 LA 폭동 때 한인 타운이 공격당한 사례를 들며 “흑인과 아시아계 간의 긴장도 수십년 전으로 올라간다”고 했다.●아시아계 혐오 범죄 피해 중국인 40% 집중 미국 내 아시아계 단체들이 연합한 ‘스톱 AAPI 헤이트’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3월부터 5개월간 접수된 아시아계 혐오 범죄 중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40.4%였고, 한국인은 15.7%로 2위였다.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이 단체에 접수된 아시아계 혐오 범죄는 47개주와 워싱턴DC 등에서 2800건을 넘는다. 최근 혐오 범죄의 주된 목표가 중국이라는 점에서 한국계 미국인들 사이에선 억울하다는 정서가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16일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서 데니 김(27)은 ‘칭총’(ching chong·아시아계 미국인을 비하하는 은어), ‘중국 바이러스’ 등의 혐오 발언을 하는 2명의 괴한에게 폭행당했다. 무차별 폭행으로 코뼈가 부러진 그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그저 목숨을 지키고 싶었다”고 폭스뉴스에 말했다. 혐오로 인한 폭력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이나 노인들에게 벌어진다는 것도 충격적이다. 지난 1월 28일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84세 태국 남성이 자택 인근에서 산책을 하다 ‘묻지마 폭행’을 당해 이틀 뒤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시민들이 그의 집 앞에 가져다 둔 추모 팻말에는 ‘내 민족(성)은 바이러스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사흘 뒤에는 오클랜드 차이나타운에서 91세 노인 남성이 거리를 가다 누군가 갑자기 밀어 넘어지는 봉변을 당했다. ●NBA·나이키 등도 “아시아계 차별 반대” 공권력이 아시아계 혐오 범죄를 다루는 데서도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계 혐오로 인한 폭행으로 짐작되는 사건들이 실제 혐오 범죄로 처벌되는 것은 극히 소수다. 뉴욕 퀸스의 빵집에서 공격을 당한 뉴욕 여성은 물론 같은 날 맨해튼의 지하철 객실 안에서 주먹으로 아시아계 여성(71)을 가격한 남성에게도 혐오 범죄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 피해 여성은 “나보다 체구가 작은 다른 인종의 여성도 2명이나 있었다. 나를 공격한 건 인종 혐오 범죄가 분명하다”고 언론에 주장했지만 경찰은 현장에서 혐오 발언을 하는 등 직접적인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권력에 기대기보다 혐오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는 운동이 활발하다. ‘#Stopasianhate’(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라)라는 해시태그를 게시하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 등 저명 인사들이 참여했고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운동에 동참했던 미국 프로농구(NBA), 나이키, 아디다스, HBO방송 등도 아시아계 인종차별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게시물을 올리며 동참했다. 지난달 20일에는 LA에서, 27일에는 뉴욕 맨해튼에서 각기 수백 명이 모여 아시아계 혐오 반대 시위를 열었다. 맨해튼 시위가 열린 토머스페인공원은 지난달 25일 한 아시아계 남성(36)이 흉기에 복부를 찔린 차이나타운 인근이었다. ‘스톱 AAPI 헤이트’를 창립한 러셀 증은 서울신문에 “아시아계를 향한 인종차별의 근원을 바꾸려면 처벌에 초점을 맞춘 ‘징벌적 정의’보다 뿌리를 변화시키는 ‘회복적 정의’가 중요하다”며 “청년들에게 인종적 공감과 연대를 증진시키는 교육을 하고, 희생자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을 지원하는 장기적인 접근이 폭력의 순환을 더 효과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민주당 이상민 의원 평등법 20여명 참여

    민주당 이상민 의원 평등법 20여명 참여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준비 중인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에 20여명의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1일 민주당 이상민 의원실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부터 ‘평등법’을 성안해 발의를 준비 중이다. 이상민 의원실은 평등법의 통과를 위해 정치권과 시민사회와 함께 발의시점을 논의중이다. 이 의원은 온라인 공동발의와 서면 공동발의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 의원은 서면 공동발의를 통해 직접 의원들을 설득해 20여명의 공동발의자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성평등은 다시 화두로 떠올랐지만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막는 차별금지법 입법 논의는 이처럼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현재 21대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뿐이다. 이 법안에는 민주당 이동주·권인숙 의원 등 2명의 민주당 의원이 동참했다. 이런 가운데 이상민 의원의 평등법 발의로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이상민 의원은 지난해 12월22일 조계종 총무원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가지고 “우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논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법안을 발의하고 차별금지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BTS는 코로나, 北으로 보내야”…귀 의심케 한 독일 라디오 방송

    “BTS는 코로나, 北으로 보내야”…귀 의심케 한 독일 라디오 방송

    “BTS, 20년 동안 북한으로 휴가보내야”독일 라디오 진행자 인종차별 막말 독일의 한 라디오 방송 진행자가 K팝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코로나 바이러스’에 비유해 논란을 샀다. 그는 또 “(BTS를)북한으로 20년간 보내야 한다”, “BTS 무대는 신성모독” 같은 발언을 쏟아냈다. 26일 독일 도이체벨레(DW) 방송 등에 따르면, 독일 라디오 방송 ‘바이에른3’의 라디오 진행자 마티아스 마투쉬케(56)는 전날 방송에서 BTS가 한국 가수 최초로 출연한 미국 유명 음악방송 ‘MTV 언플러그드’ 무대를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강하게 비난했다. BTS는 앞서 24일 방영된 언플러그드 특별 회차에서 ‘라이프 고스 온’, ‘다이너마이트’ 등 5곡을 라이브로 선보였다. 너바나, 에릭 클랩턴, 스팅, 오아시스, 밥 딜런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션들이 언플러그드 무대에 섰다. 마투쉬케는 모욕적인 욕설로 BTS를 지칭하면서 “(BTS는) 콜드플레이의 픽스 유 무대를 펼친 걸 자랑스러워하는데 이건 신성모독”이라며 “이들을 20년 동안 북한으로 휴가 보내야 한다”고 비난했다. 마투쉬케가 BTS를 향해 막말을 쏟아낸 이유는 BTS가 커버한 영국 유명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곡 ‘픽스 유’ 무대가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마투쉬케, BTS를 코로나19에 비유하기도… 마투쉬케는 BTS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백신이 곧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비꼬았다. 그는 자신 발언이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면서 “나를 향해 외국인을 혐오한다고 비난해선 안 된다”며 “나는 한국산 차량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BTS 팬클럽 ‘아미’ 등을 중심으로 마투쉬케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바이에른3 방송은 성명을 내고 “이번 논란은 과장된 방식으로 흥분된 상태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려다가 빚어진 것이며, 단지 BTS의 픽스 유 커버 무대에 대한 불쾌감을 표현하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BTS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서도 “마투쉬케는 그럴(인종차별) 의도로 말한 게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다”고 혔다. 한편 마투쉬케는 자신의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트위터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아동 성착취 목적 대화도 처벌”…‘그루밍 처벌법’ 국회 통과

    “아동 성착취 목적 대화도 처벌”…‘그루밍 처벌법’ 국회 통과

    ‘그루밍 처벌법’ 본회의 통과아동성범죄 위장수사 허용 아동이나 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유인하거나 권유하는 ‘그루밍’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성가족부는 이날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으로 불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일부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고자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이어가거나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성매매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을 권유·유인하는 경우 법정형은 징역 1년 이하에서 징역 3년 이하로 강화됐다.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수출·수입, 공소시효 폐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수출·수입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경찰이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를 수사할 때 신분을 숨기거나 위장할 수 있도록 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법 개정으로 온라인 그루밍 등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 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아동·청소년들이 성착취 범죄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목숨 잃을까봐 겁이 나요” 미 혐오범죄 타겟된 동양인

    “목숨 잃을까봐 겁이 나요” 미 혐오범죄 타겟된 동양인

    “목숨을 잃을까 봐 겁이 났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서 무차별 폭행을 당한 한국계 20대 남성은 코뼈가 부러지고 두 눈에 멍이 들었다. 현장을 지나가던 지인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구했다. 25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 공군 예비역인 한인 2세 데니 김(27)은 지난 16일 저녁 코리아타운에서 마주친 히스패닉계 남성 2명(30대 추정)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김씨는 “남성 2명이 내 이마와 눈을 때렸다. 나는 바닥에 넘어졌고 그들은 계속 나를 때렸다. 그들은 “칭총”, “중국 바이러스” 등의 말을 하며 나를 죽이겠다고 했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현장을 목격한 조지프 차씨는 “그들에게 그만하라고 소리쳤더니 내게도 중국과 관련한 인종차별적 욕설을 했다”고 말했다. LA 경찰국(LAPD)은 이 사건을 혐오범죄로 보고 이 일대의 폐쇄회로(CC)TV 영상과 목격자들을 확보하는 등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중국인 다음으로 한국인 큰 피해 미국의 아시아 인권단체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47개 주에서 28000여 건의 혐오범죄 피해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한인 대상 범죄는 전체의 15%에 달하는 420건으로 41%를 차지한 중국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유형별로는 언어폭력이 45% 서비스 거부 22% 적대적인 신체접촉이 10% 등으로 나타났다. 코리아타운을 지역구로 둔 미겔 산티아고 캘리포니아 주하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김씨가 인종차별적 조롱과 폭행을 당한 것은 명백한 증오범죄”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씨는 최근 LA 카운티에서 괴롭힘과 폭행, 차별을 당한 아시아·태평양계 주민 240여명 중 한 명”이라며 “우리는 방관자가 될 수 없고 일어서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시아계 여성을 겨냥한 폭행 사건은 뉴욕에서만 하루만에 3건이 발생했다. 맨해튼 미드타운의 한 지하철에서 71세 아시아계 여성이 익명의 남성에게 얼굴을 얻어맞았고, 할렘의 한 지하철에서도 68세 아시아계 여성이 뒤통수를 가격당했다. 지난달에는 84세 태국계 남성이 아침 산책 도중 19세 청년의 공격을 받고 숨졌다. 그로부터 사흘 뒤에는 오클랜드 차이나타운에서 28세의 남성이 갑자기 아흔살이 넘은 남성 등 3명을 갑자기 밀쳐서 넘어뜨려 부상을 입혔다. 용의자는 폭행 혐의로 기소돼 현재 정신감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혐오를 멈춰달라” 미국 배우의 호소 엑스맨 시리즈로 알려진 미국 배우 올리비아 문(41)은 중국계 여성인 친구의 어머니가 무차별 폭행을 당한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고 뉴욕 경찰이 범인을 잡게끔 도왔다. 다만 범인은 폭행 혐의로 기소됐고, 혐오범죄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문은 NBC방송에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 범죄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미국에서 (이들이) 안전함을 느끼려면 도움이 필요하다”며 “미국 사회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사람들이 듣고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NN은 “중국 우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원으로 알려지면서 이런 정서는 눈에 띄게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美 전 대통령들 왜 콘텐츠 제작자, 초상화가, 소설가로 파격 변신했나

    美 전 대통령들 왜 콘텐츠 제작자, 초상화가, 소설가로 파격 변신했나

    다른 나라 대통령과 총리는 퇴임하면 무엇을 하며 지낼까. 대부분 자기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해 활동하면서 회고록을 집필하고 강연을 하면서 지낸다. 하지만 50~60대 ‘젊은’ 전직 대통령이 늘어나고 이들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도 변화해 퇴임 후 활동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는 영화와 TV 등의 콘텐츠 제작자로 직접 나서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이어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추리소설 작가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아마추어 초상화가이자 작가로 활동한다. 글과 강연이라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영화와 TV 프로그램 제작, 팟캐스트 진행 등을 통해 사회 변화와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모든 좋은 예술은 정치적이라고 했던 작고한 미국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토니 모리슨의 말처럼 이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자신들이 지지하는 가치를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미셸 새달부터 아동 요리프로 넷플릭스 방영 8년 동안 대통령으로 재임하고도 퇴임할 때 50대 중반이었던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 은퇴하기에는 너무 젊은 부부가 어떤 길을 모색할지 관심이 집중됐다. 이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오바마 부부는 퇴임 1년 4개월 만인 2018년 5월 오바마재단 설립과는 별개로 영상 콘텐츠 제작사 ‘하이어 그라운드’를 세우고 글로벌 동영상스트리밍업체인 넷플릭스와 자체 제작한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할리우드를 비롯해 문화예술계 인맥이 워낙 탄탄했지만 그래도 직접 제작사를 세운 것은 의외였다. 전직 대통령 부부로서는 가 보지 않은 길이었다. 오바마 부부는 다큐멘터리뿐 아니라 일반 영화와 TV용 어린이 프로그램도 제작했다. 첫 번째 작품은 미국에 진출한 중국 공장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미국 공장’으로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장애인 인권법 제정을 이끈 주디 휴먼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크립캠프: 장애는 없다’와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 `비커밍’의 북투어를 다룬 동명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를 제작, 방영했다. 지난 6일 소설가 모신 하미드의 작품 ‘서쪽으로’를 각색한 영화를 비롯해 SF영화 ‘인공위성’, 영국의 에드먼드 힐러리경과 함께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을 등반한 네팔인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를 다룬 영화 ‘텐징’, 다큐멘터리 시리즈 ‘위대한 국립공원’ 등 6개 작품의 제작 계획도 발표했다. 3월 16일부터는 미셸이 인형들과 함께 출연해 세계의 음식과 요리법을 소개하는 아동 요리 프로그램 ‘와플과 모찌’도 넥플릭스를 통해 방영된다.오바마 부부는 이 외에도 2019년 6월 세계 최대 음원스트리밍서비스 스포티파이와도 팟캐스트 독점 제작 계획을 체결했다. 지난해 7월부터 미셸 오바마 팟캐스트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지난 22일 오바마 전 대통령이 록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도 시작했다. 오바마 부부는 3년 전 하이어 그라운드 설립을 발표하면서 “스토리텔링은 우리에게 감명을 주고 세상을 다르게 보며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는 힘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며칠 전 새 콘텐츠 제작 계획을 발표할 때도 “다양한 새로운 시각과 위대한 인물들의 스토리를 담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수준 높은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혐오와 갈등이 아닌 사실과 감동적인 서사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클린턴 두 번째 소설 ‘대통령의 딸’ 6월쯤 발간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는 이례적으로 모두 추리소설가로 이름을 올린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먼저 2018년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임스 패터슨과 공동으로 추리소설 ‘대통령이 실종되다’를 발표했다. 전 국무장관인 힐러리 클린턴은 오는 10월 테러에 맞서는 국무장관 이야기를 다룬 추리소설 ‘스테이트 오브 테러’를 친구인 캐나다 추리소설 작가 루이즈 페니와 공동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미 언론들이 지난 23일 전했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그동안 여러 권의 책을 냈지만 소설은 처음이다. 클린턴의 국무장관으로서의 경험과 거기에서 나온 상상력이 페니의 필력, 플롯과 버무려져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첫 번째 추리소설이 북미에서만 200만 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른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는 6월쯤 패터슨과 공동으로 전직 대통령의 딸이 납치되는 상황을 다룬 두 번째 소설 ‘대통령의 딸’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달리 클린턴 전 장관은 딸 첼시와 함께 지난해 12월 콘텐츠 제작사 ‘히든라이트’를 설립하고 애플TV플러스와 프로그램 제작 및 공급 계획을 체결했다. 클린턴 모녀는 2년 전 같이 펴낸 책 ‘용감한 여성들’을 애플TV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제작할 예정이다. 이들은 “그동안 관심 밖에 있었지만 세상을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들 것”이라고 말해 여성과 소수자들의 스토리를 다룬 다큐와 영화, TV 프로그램을 제작할 계획임을 밝혔다. 히든라이트에는 영국의 버진그룹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의 아들이자 배우 겸 제작자인 샘 브랜슨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퇴임후 아마추어 초상화가 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7년 직접 그린 퇴역군인들의 초상화와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미술책을 낸 데 이어 지난해 3월 이민자 43명의 초상화와 그들의 삶을 에세이로 쓴 두 번째 책 ‘많은 이민자 중 한 명, 미 이민자들의 초상화’를 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미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하고도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인 이민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고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책 서문에 밝혔다. 부시 전 대통령은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부시 대통령센터에서 초상화 전시회도 개최했다. 2019년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에 맞춰 방한했던 부시 전 대통령은 직접 그린 노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재임 기간 만났던 세계 주요 지도자들의 초상화도 그리고 있다. 회고록 이외에 2014년에는 부친이자 제41대 대통령인 조지 H W 부시의 자서전을 직접 썼다. 초상화와 책을 통해 미국의 주요 이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단임에 그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년 뒤 재출마 계획을 접지 않고 있다. 미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을 두 번이나 당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남겼지만 단단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계속 키워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8일 보수정치행동회의 행사 연설 예정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28일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미국 보수진영의 연례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다. 트럼프가 이 자리에서 자신이 ‘사실상 공화당 2024년 대선 후보’라고 선언하고 정말 다시 출마할지는 알 수 없지만, 내년 중간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들을 대거 의회에 보내는 식으로 공화당 내 영향력을 유지해 나가려 할 것으로 미 정치전문가들은 본다. 트위터 계정이 영구정지돼 지지층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지만, 손을 놓고만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직접 소통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폭스뉴스에 배신감을 느꼈던 트럼프가 퇴임 후 직접 언론 매체를 인수해 운영할 가능성이 한때 제기됐던 이유다. 콘텐츠와 이를 확산하는 채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직접 TV 리얼리티쇼를 진행했던 경험이 있는 트럼프가 오바마나 클린턴처럼 콘텐츠 제작 쪽에도 관심을 가질지 주목된다. 콘텐츠 제작자로 변신한 미국 전직 대통령과 부인의 사례는 퇴임을 앞둔 다른 나라 정상들에게도 선례가 될 수 있다. 오는 9월 17년 만에 물러나는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중국 바이러스” LA서 한국계 남성 묻지마 폭행당해

    “중국 바이러스” LA서 한국계 남성 묻지마 폭행당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서 한국계 남성이 길에서 남성 2명에게 묻지마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LA경찰은 이 사건을 ‘혐오 범죄’로 규정했다고 NBC방송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공군 예비역인 데니 김(27)씨는 지난 16일 저녁 LA 한인타운에서 히스패닉계 남성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코뼈가 부러지고, 눈에 멍이 드는 부상을 입었다. 다짜고짜 김씨의 이마와 눈을 때린 남성들은 충격으로 김씨가 바닥에 넘어진 뒤에도 가해를 계속했다. 김씨는 이들과 모르는 사이였다. 폭행 과정에서 가해자들은 코로나19를 암시하는 “중국 바이러스”라는 말을 내뱉거나 죽이겠다며 협박했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는 근처에 있던 지인 조지프 차씨가 나타난 덕분에 가해자들에게 벗어날 수 있었다. 차씨는 “다행히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서 “그만하라고 소리치자 그들은 내게도 인종차별적 욕설을 했다”고 말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한 이후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표적으로 삼는 혐오 범죄 우려는 계속 커지고 있다. 미 연방의회 아시아·태평양 코커스 소속 의원모임 의장인 주디 추 하원의원은 지난 20일 “코로나19 관련 아시아계 겨냥 혐오 범죄가 3000건이 넘는다”며 관련 청문회 추진 의사를 밝혔다. 또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23일 아시아계 혐오 범죄를 막기 위한 연구 지원 법안을 통과시켰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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