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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표현의 자유, 머스크의 55조원짜리 실험/이경주 워싱턴특파원

    [특파원 칼럼] 표현의 자유, 머스크의 55조원짜리 실험/이경주 워싱턴특파원

    “나에 대한 최악의 비판자들도 트위터에 남기를 바란다. 그게 바로 표현의 자유가 의미하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6일 트위터 인수를 발표하며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 괴짜 행보로 유명한 머스크지만, 기업인이 경제적 이익이 아닌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기업을 인수하는 건 뜻밖이었다. 그는 순전히 ‘공론의 장’을 만들려고 440억 달러(약 55조원)를 들이는 걸까. 미국 여론은 진영으로 나뉘어 갑론을박 중이다. 진보 진영은 억만장자가 소셜미디어(SNS)의 통제권까지 쥐었다고 우려한다. 뉴욕타임스는 “변덕스럽기로 유명한 머스크가 트위터로 무엇을 할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흑인 인권단체인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는 “트위터가 혐오 표현이나 민주주의를 전복시키는 거짓말의 배양 접시가 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SNS상에서 열세에 처한 보수 진영은 머스크를 응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머스크가 진보에 순응하는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깨려는 것을 지켜보는 게 흥미롭다”고 치켜세웠다. 트위터가 음모론과 가짜뉴스를 게시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극우 인사들의 계정을 정지시킨 것은 진보 권력에 굴복한 결과라는 시각에서 나온 말이다. 트위터 본사를 보수 지역인 텍사스로 이전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미국 민주주의 역사에 그늘을 드리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SNS는 정치 권력으로부터 중립적거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공론의 장’이 아님이 분명해졌다. 극우 음모론 집단인 큐아넌(Qanon)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자체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때는 ‘햇빛에 저절로 바이러스가 사라진다’ 등 트럼프의 거짓 정보가 SNS를 통해 확산됐고, 미 의회 난입 참사 때는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SNS를 통해 집결하기도 했다. 결국 정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밀려 SNS 기업들은 거짓 정보를 담은 게시물 삭제, 계정 금지 등의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정치적 올바름은 양날의 칼이다. 건전한 공론의 장을 위한 조치가 누군가에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된다. 정치 대립의 희생양이 돼 가는 SNS를 두고 각종 질문이 터져 나온다. 표현의 자유는 옳지만 SNS상 거짓 정보의 범람을 그대로 방치해야 할까. 거짓 정보를 퇴출하기 위한 선한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도 여전히 규제는 선한가.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SNS가 본래 의도대로 그리스 아고라와 같은 광장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머스크의 트위터는 배제된 자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공론의 장이 될까. 당분간 머스크의 트위터에서도 소위 음모론과 거짓 정보의 재확산은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트위터가 공론의 장으로서 기능을 상실할지,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서 진흙이 서서히 가라앉으며 맑은 물이 고이듯 여론이 자정 작용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정치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공론의 장이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답도 나올 것이다. 남은 변수는 머스크 자신이다. 그는 이번 인수를 통해 상장사인 트위터를 비상장사로 바꾼다. 트위터 운영에서 정부, 정치권, 여론 등의 압박을 줄일 수 있지만, 반대로 자신의 이익에 따라, 정치적 성향에 따라 움직일 여지도 커진다. 그가 “나에 대한 최악의 비판자들도 트위터에 남기를 바란다”는 초심으로 공론의 장에 대한 전례 없는 실험을 성공시킬지 주목된다.
  • “인류 최악 사건” “인간에 대한 배신”… 러 예술, 푸틴을 저격하다

    “인류 최악 사건” “인간에 대한 배신”… 러 예술, 푸틴을 저격하다

    “러시아가 부끄럽다.” 러시아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이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로 인해 러시아 무대 퇴출 등 불이익을 겪거나 실망감에 스스로 고국을 등지는 이들도 적잖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공연 ‘예술의 전당’인 볼쇼이극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는 두 연출가 키릴 세레브렌니코프의 발레 ‘누레예프’와 티모페이 쿨랴빈의 오페라 ‘돈 파스콸레’ 공연을 이례적으로 전격 취소했다. 유명 국제 영화제상을 휩쓸었던 세레브렌니코프는 지난달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전쟁을 통해 사람들을 죽이고 있으며, 문명과 인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비슷한 시기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공포, 슬픔, 수치, 고통을 느꼈다”고 말해 러시아의 ‘보복’이 어느 정도 예견된 바 있다. 그의 작품 ‘누레예프’에는 동성 애인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장면이 들어 있어 이를 ‘동성애 선전물’로 보는 러시아 정부에 빌미를 제공했을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실제로 그는 2020년 횡령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지지자들은 “푸틴 정부의 권위주의와 동성애 혐오를 비판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최근 러시아에서 가장 저명한 젊은 감독 중 하나인 쿨랴빈도 공연 중단 전, 인스타그램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를 표하며 러시아군의 침공을 꼬집은 전력이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수 작전’이라고 포장하는 러시아를 겨냥해 레오 톨스토이가 쓴 책 ‘전쟁과 평화’의 ‘전쟁’을 ‘특수 작전’으로 고친 표지 사진을 올려 러시아를 조롱했다. 갑작스러운 공연 중단에 볼쇼이 극장의 텔레그램 채널에는 “관중과 예술가들에게 얼마나 무례한 짓인가”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앞서 러시아 최고의 발레리나로 꼽혔던 올가 스미르노바 전 볼쇼이 발레단 수석 무용수도 지난 3월 “러시아를 부끄럽게 여기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네덜란드로 망명해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 입단했다. 스미르노바는 텔레그램에 “내 영혼의 모든 힘을 다해 전쟁에 반대한다”는 글을 남긴 채 비행기에 올랐다. 세계적인 안무가인 전 볼쇼이 예술감독 알렉세이 라트만스키도 조국의 침공 직후 뉴욕으로 건너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권좌를 지키는 한 귀국하지 않겠다”며 고국을 떠났다. 체코 필하모닉의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는 전쟁에 나가 돌아오지 못했던 조부 등 아픈 가족사까지 공개하며 “악과 대면했을 때 침묵하면 공범이 될 수 있다. 지금 침묵한다는 것은 우리의 양심과 가치, 궁극적으로 인간 본성의 고귀함에 대한 배신”이라고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키릴 페트렌코 베를린 필하모닉 음악감독도 “전 세계 평화에 칼을 꽂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베를린 필도 페트렌코의 뜻에 동조하며 건물 외벽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표시했다. 모스크바 태생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도 “우크라이나 침공은 정당화할 수 없는 범죄”라고 말했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동성애자 호주 절벽에서 살해 34년 만에 단죄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동성애자 호주 절벽에서 살해 34년 만에 단죄

    1988년 케임브리지 수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호주를 여행하던 미국 청년 스콧 존슨(당시 27, 사진)은 시드니의 절벽 아래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는데 사후 34년 뒤에야 범인이 법의 심판을 받았다. 당시 그의 사인은 극단적 선택으로 내려졌다. 물론 유족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유족들은 존슨이 동성애 증오 범죄에 희생된 것이라며 호주 경찰에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끈질기게 싸워야 했다. 범인 스콧 화이트(52)가 3일 뉴사우스웨일즈(NSW)주 대법원에서 최대 12년 7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헬렌 윌슨 판사는 동성애 혐오 범죄란 증거가 그다지 많지 않다면서도 중형을 선고했다. 이로써 화이트는 2030년에야 가석방 신청 권한을 갖는다. 화이트는 법정이 요구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경찰 조사 과정에 1988년 12월 존슨과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시드니 만리 해변에 있는 노스 헤드 절벽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짝을 찾는 곳으로 유명했다. 화이트에 따르면 둘은 이곳을 찾아갔고 싸움이 시작되자 존슨 박사를 벼랑 아래로 밀어버렸다. 윌슨 판사는 화이트가 도발하지도 않는 존슨에게 일격을 가해 그를 벼랑 아래로 밀어버린 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화이트는 “인간의 목숨에 무자비할 정도로 무관심한 듯” 굴었다고 개탄한 뒤 “존슨의 죽음으로 세계를 진보하게 할 준비가 돼 있던 한 사람을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윌슨 판사는 화이트가 “거리의 아이”였으며 “이견이 생기면 주먹으로 해결하곤 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화 난 젊은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법원은 변호인들이 화이트의 자백을 되돌리려는 시도를 막아 버렸다. 어쩌면 단순한 사건의 진범이 정의의 심판을 받는 데 왜 이렇게도 오래 걸린 것일까? 동성애가 NSW주에서 범죄가 아닌 것으로 규정된 것은 존슨이 죽기 2년 전의 일이었다. 유족들은 경찰이 증오범죄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동생 스티브는 형 스콧에 대해 “특별한 지적 은총을 받았고, 내가 만나본 가장 겸손한 인물이었다”고 돌아봤다. 스티브는 형이 동성애를 혐오하는 폭력배들에 목숨을 앗긴 것이라며 몇십년 동안 재수사를 하라고 캠페인을 벌였다. 2012년과 2015년 부검의들은 사건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차례 모두 존슨 박사가 스스로 극단을 선택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2017년 11월에야 한 부검의가 동성애 혐오 폭력배에 의해 살해됐다고 결론내려 재수사가 진행됐다. 경찰은 이듬해 100만 호주달러(현재 환율로 약 9억원)를 현상금으로 내걸어 제보자를 찾았고, 유족들이 2020년 현상금을 보태 곱절로 늘어났다. 화이트의 전 부인은 2019년 재수사 과정에 전 남편이 이따금 젊은 동성애자 남성들을 “혼냈다(bashing)”고 뻐겼으며 존슨 박사를 살해했느냐는 추궁에 부인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화이트 역시 2020년 기소되기 전에 경찰관들에게 순순히 존슨을 죽였다고 인정했다. 앞서 경찰은 1980년대에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데 대해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아울러 게이 공동체를 보호하는 데 실패한 것에 대해서도 고개를 숙였다. 지금까지 호주의 절벽들에서 떠밀려 목숨을 잃은 남성 동성애자는 80명가량으로 추정된다.
  • “러시아가 부끄럽다”…등돌린 러 예술가들

    “러시아가 부끄럽다”…등돌린 러 예술가들

    “러시아가 부끄럽다.” 러시아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이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로 인해 러시아 무대 퇴출 등 불이익을 겪거나 실망감에 스스로 고국을 등지는 이들도 적잖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공연 ‘예술의 전당’인 볼쇼이극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는 두 연출가 키릴 세레브렌니코프의 발레 ‘누레예프’와 티모페이 쿨랴빈의 오페라 ‘돈 파스콸레’ 공연을 이례적으로 전격 취소했다.비슷한 시기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공포, 슬픔, 수치, 고통을 느꼈다”고 말해 러시아의 ‘보복’이 어느 정도 예견된 바 있다. 그의 작품 ‘누레예프’에는 동성 애인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장면이 들어 있어 이를 ‘동성애 선전물’로 보는 러시아 정부에 빌미를 제공했을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실제로 그는 2020년 횡령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지지자들은 “푸틴 정부의 권위주의와 동성애 혐오를 비판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최근 러시아에서 가장 저명한 젊은 감독 중 하나인 쿨랴빈도 공연 중단 전, 인스타그램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를 표하며 러시아군의 침공을 꼬집은 전력이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수 작전’이라고 포장하는 러시아를 겨냥해 레오 톨스토이가 쓴 책 ‘전쟁과 평화’의 ‘전쟁’을 ‘특수 작전’으로 고친 표지 사진을 올려 러시아를 조롱했다. 갑작스러운 공연 중단에 볼쇼이 극장의 텔레그램 채널에는 “관중과 예술가들에게 얼마나 무례한 짓인가”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앞서 러시아 최고의 발레리나로 꼽혔던 올가 스미르노바 전 볼쇼이 발레단 수석 무용수도 지난 3월 “러시아를 부끄럽게 여기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네덜란드로 망명해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 입단했다. 체코 필하모닉의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는 전쟁에 나가 돌아오지 못했던 조부 등 아픈 가족사까지 공개하며 “악과 대면했을 때 침묵하면 공범이 될 수 있다. 지금 침묵한다는 것은 우리의 양심과 가치, 궁극적으로 인간 본성의 고귀함에 대한 배신”이라고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키릴 페트렌코 베를린 필하모닉 음악감독도 “전 세계 평화에 칼을 꽂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베를린 필도 페트렌코의 뜻에 동조하며 건물 외벽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표시했다. 모스크바 태생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도 “우크라이나 침공은 정당화할 수 없는 범죄”라고 말했다.
  • 박보균, 친일 칼럼 비판에 “독도는 우리 땅”

    박보균, 친일 칼럼 비판에 “독도는 우리 땅”

    2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과거 박 후보자가 중앙일보 기자 시절 썼던 칼럼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날 박 후보자는 2013년 일왕 생일 축하연 참석과 관련한 친일 역사관 논란에 대해 “초대장을 받지 않았다”며 “아베 정권의 역사 왜곡을 추적하면서 그 과정의 하나로 취재차 갔다”고 반박했다. 과거 칼럼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두고 “전략적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 것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독도는 누구 땅이냐. 장관이 되면 독도를 방문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박 후보자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답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전두환식 리더십의 바탕은 의리’, ‘수호지 양산박 느낌’ 등의 문구로 전두환 군사정권을 옹호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2700자 칼럼의 90%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위대한 통합 정치에 대해 썼고, 그중 300자 정도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태를 담았다”며 “전두환 리더십을 조롱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이 ‘전두환 추징법은 집요했다. 재산 29만원은 혐오의 압축’이라는 내용을 언급하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영령과 유족에게 사과 의향이 있는지 묻자 박 후보자는 “칼럼을 잘못 해석했기에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한편 박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출연을 두고 제기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정치적 편향 논란과 관련해 “깊은 내막은 잘 모른다”면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 정책 원칙을 지켜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박보균, 친일칼럼 비판에 “독도는 우리땅”

    박보균, 친일칼럼 비판에 “독도는 우리땅”

    2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과거 후보자가 중앙일보 기자 시절 썼던 칼럼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박 후보자는 이날 2013년 일왕 생일 축하연 참석과 관련한 친일 역사관 비판에 대해 “초대장을 받지 않았다”며 “아베 정권의 역사 왜곡을 추적하면서 그 과정의 하나로 취재차 갔다”고 반박했다. 과거 칼럼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두고 “전략적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독도는 누구 땅이냐. 장관이 되면 독도를 방문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박 후보자는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답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전두환식 리더십의 바탕은 의리’, ‘수호지 양산박 느낌’ 등 전두환 군사정권을 옹호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2700자 칼럼의 90%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위대한 통합 정치에 대해 썼고, 그중 300자 정도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태를 담았다”며 “전두환 리더십을 조롱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이 ‘전두환 추징법은 집요했다. 재산 29만원은 혐오의 압축’이라는 내용을 언급하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영령과 유족에 사과 의향이 있는지 묻자 박 후보자는 “칼럼을 잘못 해석했기에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고, 임 의원은 “학살이 의리이고 리더십이냐”, 박 후보자는 “그렇게 쓰지 않았다”고 서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날 박 후보자가 장녀의 재산 관련 자료, 차녀의 대기업 근무 소득 및 자사고 편입 과정 등에 대한 자료를 개인 정보를 이유로 제출하지 않자 민주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거론하며 비판을 퍼부었다.
  • 박보균 “과거 칼럼, 전두환 칭찬 아냐…패거리들, 무조건적 충성 조롱한 것”

    박보균 “과거 칼럼, 전두환 칭찬 아냐…패거리들, 무조건적 충성 조롱한 것”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기자 시절에 썼던 칼럼이 전두환 군사 정권을 칭찬했다는 주장에 대해 “리더십을 조롱조로 비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후보자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두환식 리더십의 바탕은 의리’ ‘수호지의 양산박 느낌이 풍긴다’는 칼럼 내용 등을 비판하자 “‘무조건적인 충성’을 조롱한 것”이라며 “이걸 반대로 해석해서 전 전 대통령을 칭찬했다는 말에 승복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박 후보자는 중앙일보 대기자 당시인 2019년 3월14일 ‘DJ 집권 시절이 좋았다’라는 칼럼을 기고한 바 있다. 그는 “해당 칼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탁월한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쓴 것”이라며 “2700자 칼럼의 90%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위대한 통합 정치에 대해 썼는데 그 중 300자 정도가 전 전 대통령의 행태를 담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수호지 양산박 느낌이 풍긴다’는 것은 양산박은 패거리, 두목과 졸개 패거리, 무조건적인 충성을 조롱조의 비판으로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임 의원은 박 후보자의 칼럼 중 ‘전두환 추징법은 집요했다’ ‘재산 29만원은 혐오의 압축이다’ ‘거친 들판은 전두환의 삶이다’ ‘광주 학살 주범의 뻔뻔함이라는 경멸이 쏟아졌다’ 등 전두환 전 대통령 관련 발언들을 예로 들며 5·18 광주 민주화운동 영령과 유족에 사과할 뜻이 있는 지도 물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칼럼 전체를 봐 달라, 칼럼을 잘못 해석했기 때문에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답변했다.
  • 인권위 “노숙인 혐오 조장하는 게시물, 노숙인 인격권 침해”

    인권위 “노숙인 혐오 조장하는 게시물, 노숙인 인격권 침해”

    “‘노숙인’ 특정한 게시물, 편견·차별 심화”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전철 역사에 노숙인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물을 부착한 것은 노숙인에 대한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한국철도공사·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 노숙인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물을 역사 등에 부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소속 직원에 대해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소속기관에 해당 사례를 전파할 것을 권고했다고 2일 밝혔다. 노숙인 인권단체 홈리스행동은 지난해 10월과 지난 1월 역사 내에 부착된 ‘노숙인의 고의 파손(TV)으로 피해 보상 청구 중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대소변을 보는 노숙인 발견 시 역무실로 신고 바란다’ 게시물이 노숙인에 대한 경멸과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피진정인 측은 “노숙인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상습 방뇨로) 직원들 고충이 컸고 관련 민원 접수 등 개선 요청이 있어 게시물을 부착했다”면서 현재는 모두 제거했다고 답변했다. 인권위는 게시물이 모두 철거됐다고 하지만 이미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됐기 때문에 노숙인의 피해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고 유사 사례가 다른 역사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권위는 또 해당 게시물은 노상 배설행위나 시설물 파손을 금한다는 내용으로 모든 시민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사항인데도 그 대상을 ‘노숙인’이라고 특정해 노숙인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게시물을 많은 시민이 지나다니는 역사 안에 부착한 것은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는 행위”라고 봤다.
  • “민감한 시기”…경상국립대, 학생 반발에 이준석 초청강연 취소

    “민감한 시기”…경상국립대, 학생 반발에 이준석 초청강연 취소

    경상국립대학교(이하 경상대) 측이 2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초청 강연을 취소했다고 알렸다. 경상대는 이날 ‘개척자의 길 초청강연회 취소합니다’ 제하의 담화문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 “일정상 이 대표 먼저 확정” 경상대는 “학생들의 창의적 미래 인식·진로 설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개척자의 길’이라는 주제로 정계·경제계·학계 등 일련의 사회 저명인사 초청특강을 계획했다”고 강연 취지를 전했다. 또한 “학교는 현재 국회 교섭단체로 등록돼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표 초청특강을 요청했다”며 “일정상 국민의힘 당 대표의 특강이 먼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상대는 지역에서 직접 만나기 어려운 정치인 특강을 지역 주민에게도 개방해 지역과 대학이 주요 이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길 기대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새달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특정 정당 대표의 특강이 예상하지 않은 정치적 오해를 부를 것으로 판단해 부득이하게 특강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이어 “어떤 정치적 의도 없이 우리 학생과 지역 주민을 위해 추진한 특강에 대해 더 이상 순수성을 오해하거나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특강에 관심 가져주신 분께는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대학 주최 ‘개척자의 길’ 강연 이 대표 강연은 본래 오는 3일 오후 2시 경상대 진주가좌캠퍼스 파이오니어 오디토리엄(국제어학원) 강당에서 ‘공정과 상식의 힘’ 주제로 열릴 예정이었다. 참석 대상은 학생, 교직원, 지역민이다. 이 강연은 지난달 27일 학교 공지사항에 안내됐다. 대학교 주최 강연이며 ‘개척자의 길, 저명인사 초청 특강’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이 대표의 학내 초청강연을 강력규탄하는 경상대 재학생연합’(이하 연합)이 강연을 반대했다. 이들은 지난 1일부터 강연 반대 온라인 서명을 받았으며, 2일 가좌캠퍼스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알렸다. 연합 측은 “지방선거가 다가오는 지금, 모든 학생들에게 공정해야 할 학교가 약자 혐오의 대명사가 된 이 대표의 초청 강연을 ‘공정과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기획한 의도를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상대의 구성원 중 누구를 위한 강연이냐”며 “이 대표의 강연을 즉각 취소할 것을 요구한다. 이 강연을 재학생 의견 수렴 없이 졸속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대학을 강력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 가슴 밑라인 노출 패션 ‘언더붑’ 한국서도 유행할까 [넷만세]

    가슴 밑라인 노출 패션 ‘언더붑’ 한국서도 유행할까 [넷만세]

    가슴 밑라인을 드러내는 패션인 ‘언더붑’(Underboob) 스타일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연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등지에서는 패셔니스타를 중심으로 이미 몇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언더붑 패션이 최근 몇몇 한국 연예인을 통해 소개되면서 국내에서도 유행할지 관심이 뜨겁다. 1일 네이트판에는 ‘언더붑 패션 검열’을 주제로 한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나도 언더붑 극혐(극도로 혐오)”이라면서도 “(일부 여성 네티즌들이) 여성 인권 위하는 척 (언더붑 패션을) 검열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여성 옷차림 검열해놓고 나중엔 또 사회가 억압한 척할 것”이라는 게 글쓴이의 논리다. 그러나 해당 글에는 가슴 일부를 드러낸 언더붑 패션에 대해 비판적인 댓글이 다수 달렸다. “남자 패션은 한결같은데 여자 패션은 점점 노출이 많아지고 불편해진다”, “인권이 격하될수록 노출이 늘어나다”, “상식적으로 팔 하나도 편하게 못올리는 옷이 유행하는게 말이 되느냐” 등 의견이 많은 추천을 받았다. 반면 “개발도상국으로 갈수록 여자들 노출 용납 안 된다. 선진국일수록 노브라에 노출 심해지고 억압 없다”, “이렇게 옷차림 검열하는 게 여성혐오다” 등 반대 의견도 이어졌다.다음 카페 여성시대에서는 언더붑 패션이 한국에서 유행할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게 유행하면 가슴 잡아주는 성형 등이 유행할까봐 끔찍하다”, “손 들거나 바람 불면 바로 가슴 다 보인다. 남자를 위한 옷이다” 등 반응이 나왔다. 이에 대해 남초 커뮤니티인 에펨코리아(펨코)에서는 “누가 입으라고 시켰나”, “입을 사람은 입고 아닌 사람들은 안 입으면 그만”이라며 섣부른 우려를 경계했다. 한편에서는 “클론룩 됐으면 좋겠다”, “이런 유행은 오래 가야 한다” 등 여성들의 노출 패션을 환영하는 반응도 나왔다.언더붑 패션이 국내에서도 점차 자주 소개되면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언더붑 차림의 미국 톱모델 캔달 제너가 옷을 끌어내리며 가슴 노출을 피하려 하는 사진을 놓고 “조신하게 옷섶 끌어내린 이 사진 한 장으로 언더붑 패션이 팔아먹으려던 주체성, 도발, 발칙, 섹시, 거침없음 등 이미지는 나락 갔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외국처럼 노브라가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언더붑 패션이 유행하면 이해하겠는데, 노브라는 뭐라 하는 우리나라에서 언더붑이 유행하려 하는 게 어이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들어 여러 연예인들이 언더붑 패션을 선보이며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가수 비비는 지난달 26일 인스타그램에 미국 토크쇼 ‘엔터테인먼트 투나잇’에 출연한 모습을 올렸다. 사진 속에는 과감한 언더붑 패션을 선보인 모습이 담겼다.세계적인 인기 걸그룹 블랙핑크의 제니도 지난 2022 S/S 파리 패션위크 기간 중 언더붑 패션을 선보였다. 2일 데뷔하는 ‘하이브 첫 걸그룹’ 르세라핌의 김채원은 앞서 티저 영상을 통해 언더붑 패션을 연출했다. 해외 패션계에서는 짧은 기장의 상의인 크롭톱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기장이 극단까지 짧아진 언더붑이 수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톱모델 벨라 하디드, 카녜이 웨스트와의 열애설로 최근 화제가 된 줄리아 폭스, 미국의 대표적인 셀러브리티 킴 카다시안 등 많은 유명인들이 꾸준히 언더붑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넷만세] 네티즌이 만드는 세상 ‘넷만세’. 각종 이슈와 관련한 네티즌들의 생생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습니다.
  • 고독 속 필사적인 연주… 끝 모를 80년의 ‘건반 인생’ [지금, 이 영화]

    고독 속 필사적인 연주… 끝 모를 80년의 ‘건반 인생’ [지금, 이 영화]

    일류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하는 곡의 차이를 세밀하게 가늠할 귀를 갖지 못했다. 그러기에 이런 방법을 택했다. 그들의 화려한 기법이 아닌 진솔한 삶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이를테면 미셸 슈나이더가 쓴 전기 ‘굴렌 굴드 피아노 솔로’를 읽으면 음악에 관한 굴드의 다음과 같은 충고와 마주한다. “혼자 있으십시오. 은총이라고 할 만한 명상 속에 머무르십시오.” 그러면 듣는 사람도 납득할 수 있다. 굴드의 연주는 피아노를 경유한 사색과 대화의 과정이기에 특유의 내적 흥얼거림을 동반하는 거라고. 어떤 분야든 기술 습득이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이후에는 고독 속에서 정신을 심화시켜 승부를 내는 법이다. ‘잉그리드 후지코 게오르기 헤밍’(사진)도 이를 잘 아는 피아니스트다. 본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녀는 스웨덴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피아노 교사였던 어머니가 유럽에 유학 와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아버지와 이룬 사랑의 결실이었다. 1930년대 독일에서 출생한 후지코는 1940년대 일본으로 건너와 자랐다. 유년 시절은 녹록하지 않았다. 무국적자 혼혈인이라고 손가락질받으면서 온갖 차별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후지코는 여섯 살 때 시작한 피아노를 매일 쳤다. 어머니가 무섭게 다그쳤던 까닭이다. 유럽으로 돌아간 남편의 연락마저 끊어지자 그녀는 딸을 더욱 몰아세웠다. 피아노가 아니면 딸이 앞길을 꾸려 나가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 테다. 결과적으로 어머니의 바람은 예상보다 더 크게 이뤄졌다. 그러나 후지코는 오랫동안 본인을 혐오하게 됐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뒤에야 그녀는 “기나긴 인생 여정을 통해 나는 스스로를 사랑하게 됐다”고 말할 수 있었다.실제로 후지코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된 시기는 60대에 접어들어서였다. 방송 출연이라는 단 한 번의 기회를 붙잡아 그녀는 대기만성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현재 파리에 주로 머무는 후지코는 각국을 돌면서 콘서트를 열고 있다. ‘파리의 피아니스트: 후지코 헤밍의 시간들’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기록인데, 당시 그녀는 연간 60회나 되는 공연을 소화하고 있었다. 80대 후반이라는 나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후지코는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를 자신 있게 치는 현역 피아니스트다. 영화에서 그녀는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라 캄파넬라’는 필사적으로 쳐야 하는 곡이라서 연주자의 내면이 저절로 드러날 수밖에 없어요. 모든 것이 보여지는 곡이죠. 모르는 사람은 누가 치든 비슷하게 들리겠지만 아는 사람은 알아요. 나는 내가 최고의 연주를 하고 있다고 믿고 연주합니다.” 기법을 잘 몰라도 후지코의 삶에 비춰 보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굴드처럼 그녀는 고독 속에서 정신을 단련했다. 그 시간들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허 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 광주의 핏빛 ‘봄날’… 한사코 우리 곁에 기록으로 다가온 그날 [작가의 땅]

    광주의 핏빛 ‘봄날’… 한사코 우리 곁에 기록으로 다가온 그날 [작가의 땅]

    “불현듯 그날 밤 광장에서의 횃불 시위의 광경이 눈앞에 떠올랐다. 연시빛 불빛에 따스하게 젖어 흔들리던 그 이름 모를 수많은 얼굴들. 어둠이 깔린 거리를 따라 흐르던 그 평화롭고 아름다운 행렬. 수천 수만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부르던 노래… 이내 짙은 잿빛의 수면 위로, 누군가의 얼굴들이 물방울처럼 하나둘 돋아나기 시작했다. 윤상현, 무석형, 칠수, 순임이, 민태, 민호… 친구들, 선배들,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 얼굴들. (중략) 저만치 맞은편 섬의 둥근 산등성이 너머로 해가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눈부시게 밝은, 늦은 봄날의 아침이었다.” -임철우 ‘봄날5’ 중에서1998년은 소설가 임철우가 등단한 지 17년, 5·18민주화항쟁이 일어난 지는 18년이 되는 때였고, 소설 ‘봄날’이 다섯 권으로 완간된 해였다. 임철우는 꼬박 10년에 걸쳐서 ‘봄날’을 집필했다.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소설의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소설이 아니라 일종의 기록으로 읽어도 무방할 것”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한국 문학사 최초로 광주항쟁을 정면으로 다룬 이 기념비적인 작품을 소설이 아닌 기록으로 읽으라니. 이는 어떤 층위로 해석해야 하는가. “하느님, 제가 그날을 소설로 쓰겠습니다. 목숨을 바치라면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임철우, ‘낙서, 길에 대하여’)이것은 소설 속의 대사가 아니다. 생의 모든 것을 다 바쳐 한사코 그것만을 꼭 써내고자 한 사람의 혈성이며, 광주항쟁을 온몸으로 겪고 살아남은 자가 내지른 속울음의 다른 말이다. 기록자로서 기꺼이 신의 몸주가 되기를 자청한 이의 운명적 토설이자 여전히 귓가에 울리는 총성의 한가운데서도 끝내 펜을 놓지 않고 기록한 자가 토해 내는 숨비소리다. “이건 아무래도 내 작품이 아닌 것 같다. 쓰는 내내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에게 구속당해 있었다. 자유도 없었다. 십 년 동안, 자신이 파괴되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나는 그저 대리인에 지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 열흘 동안,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수많은 사람들의… 남들한테는 소설이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현실이다, 수없이 더듬고 주물러야 하는 현실….”(조경란, ‘십 년 동안의 고독’ 중 임철우 인터뷰)●비유·상징 은폐됐던 5·18 꺼낸 작품 소설 ‘봄날’의 다섯 권은 에필로그까지 포함해 전 87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밝힌 대로 이 소설은 오롯이 광주항쟁만을 그리고 있다. 그전까지 그 사건에 대한 작품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것에 관한 한 최대치로 우회하거나 비유를 통째로 쏟아부어야 했고 지명을 작품 속에 직접적으로 노출하는 일은 극히 조심스럽게 다루어졌다. 1998년은 아니 그가 ‘봄날’을 쓰기 시작한 1980년대는 예술 작품마저도 철저한 검열의 대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전에야 더 말해 무엇하랴. 철저히 비유와 상징으로 은폐된 광주를 임철우가 세상 속으로 꺼내 놓았다. 그리하여 임철우는 처음 호명한 자의 위치에서 그것을 소설이자 하나의 기록이 되게 하기 위해 온 생을 걸었고, 그의 이 시도는 가히 성공적이었다. 소설은 광주항쟁이 발발하기 이틀 전인 1980년 5월 16일의 새벽 산수동 오거리에서 시작돼 마지막 날인 5월 27일 아침 전남도청 앞까지를 그린 이야기이다. 전체 87개의 단락으로 이루어진 이것은 앞서 작가가 밝힌 대로 이야기를 넘어선 어떤 기록이자 피로 쓴 항거 일지라 보아도 무방하다. “끝내 아무도 달려와주지 않았던 그 봄날 열흘/ 저 잊혀진 도시를 위하여 이 기록을 바친다.”(임철우, ‘봄날1’)임철우는 1954년 전남 완도군 금일읍 평일도에서 태어나 전남대 및 서강대 대학원 영문과를 졸업했다. 전남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8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개도둑’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는 ‘아버지의 땅’, ‘그리운 남쪽’, ‘달빛 밟기’, ‘물 그림자’, ‘그리운 남쪽,’ ‘황천기담’, ‘연대기, 괴물’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로 ‘붉은 산, 흰 새’, ‘그 섬에 가고 싶다’, ‘등대’, ‘봄날’, ‘백년여관’, ‘이별하는 골짜기’, ‘돌담에 속삭이는’ 등이 있다. 한국일보창작문학상,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요산문학상, 단재상 등을 수상했다. 한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명예교수로 추대됐다. 전남대 영문과에 73학번으로 입학한 임철우는 혼자 소설 습작을 시작했고 군 제대 후 3학년으로 복학해 교내 문학상에 두 번 연속으로 당선이 된다. 1980년 5월에는 영문과 4학년을 다니다가 휴학한 채로 황석영의 소설 ‘한씨 연대기’를 각색한 연극에도 참여한다. 5월 17일 밤 12시를 기해 계엄 확대와 휴교령이 내려져 연극 연습을 중단한 채 학생들은 각자 피신을 해야 했다.대학생 임철우는 활화산 같은 시위 현장으로부터 두 번의 부름을 받는다.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P가 전화를 걸어 동참을 권했던 것이다. 그는 숨어 있던 방문을 열고 나와 약속 장소를 향해 걷는다. “불길의 한복판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지만, 그러나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는 사실 또한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약속 장소가 다가올수록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되돌아가고 싶은 유혹도 그만큼 커졌다. 나도 모르게, 지름길을 놔두고 넓은 차도를 따라 걷고 있었다. 마침내 서점 앞에 왔을 때, 나는 모든 걸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임철우, ‘낙서, 길에 대하여’)그날 친구와의 만남은 불발됐다. 다음날 다시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또 시위 현장으로 나갔으나 이번에는 그가 선뜻 손을 들어 친구에게 향하지 못한다. 그는 그때의 선택으로 평생 어떤 마음을 형벌처럼 짊어진 자가 돼 버린다. 자의 반, 운명 반이 이런 때 쓰여도 되는 말일까. “아무 일도 못했다는 사실, 비겁하게 혼자만 살아남아 있다는 죄책감과 자책감, 부끄러움과 자기 혐오에 끝없이 시달렸다. 그때까지 나를 지탱해 왔던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져 버리고 만 듯한 절망감, 어느새 감쪽같이 살인자들의 몫으로 둔갑해버린, 조작된 정의와 진실에 대한 미칠 것만 같은 분노와 증오에 짓눌린 채 나는 헐떡거렸다.”(임철우, ‘낙서, 길에 대하여’)●항쟁 후 2년간 은거 ‘혼돈의 시간’ 항쟁 이후의 광주는 유언비어와 서로 간의 반목, 사라진 가족을 찾으려는 사람들과 다치고 죽은 사람들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임철우는 처참해진 광주를 빠져나가 어느 섬과 해남 대흥사 앞에 은거하며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지낸다. 그로부터 2년쯤 뒤에 서울의 대학원에 진학한 임철우는 “광주사태 때 정말로 그렇게 많이 죽었나? 자네도 직접 봤어?”라는 해맑은 얼굴들 앞에서 깊이 좌절한다. 광주 바깥에서는 그저 폭도들에 대한 흉흉한 소문으로만 떠돌고 있는 그곳의 사태를 온몸으로 겪은 자가 받은 충격의 강도는 뭇사람이 함부로 짐작하기 어려운 것일 터. 아마도 그래서였을까. 문학평론가 서영채는 임철우의 소설에 대해 이렇게 적어 두었다. “실제로 80년대 초중반에 그가 써낸 중단편들은 신음소리로 가득 차 있다. 비명도 아우성도 아니다. 입이 틀어막힌 상태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소리다. 모든 나무상자가 관으로 보이고, 냇물에 떠내려오는 꽃잎 같은 분홍빛 조각들이 아이들의 손톱인 세계, 처처에 시취가 물큰거리고,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신을 파괴하는 세계, 거듭되는 악몽의 세계, 뚜벅거리는 발자국은 모두 군화 소리이고 모든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 공포로 다가오는 세계, 무기력한 아버지와 미쳐버린 어머니, 죽어가는 아들들의 세계이다. 광주는 그 세계의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상징의 성채이다.”(서영채, 임철우론 ‘봄날에 이르는 길’) 임철우는 소설의 화자가 아닌 냉철한 카메라의 눈으로 들여다보고 가감 없이 기록했다. 한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불가한 것들의 최대치까지도 견뎌낸 까닭일까. 그의 소설에 유독 많이 나오는 부사어는 ‘한사코’다. 작가에게 체화된 단어들 중 하나이리라.억울하게 산화된 영혼들과 상처받고 짓밟힌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일은 때로는 인간의 몫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신의 소환을 받은 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가 쓴 다섯 권의 소설을 읽는 일은 많은 고통을 수반한다. 그러나 우리가 꼭 그것을 읽고 기억해야 하는 까닭은 그때의 일을 아직도 현실로 겪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땅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1980년 5월 광주가 과연 ‘지나간’ 일인가. 반성과 후회, 깨달음과 기억은 누구의 몫인가. 그 역사는 지금 다른 옷을 입은 채로 어디선가 반복되고 있지는 않은가. 과연 우리 모두는 그들로부터 자유로운가. 기억하고 읽는 일이 과연 그것으로 인하여 송두리째 삶을 뺏긴 자들보다 힘들다 말할 수 있는가. 언제나 그 섬에 가고 싶던 등대지기 같은 백년 여관의 작가가 돌담에 혈흔으로 기록한 1980년의 5월의 광주다. 눈부시게 빛나는 그날의 아침이 한사코 우리 곁으로 다가든 봄날이다. 소설가 이은선
  • 잊으면 잃어요… 우물물로 버틴 재일 한국인 차별의 역사

    잊으면 잃어요… 우물물로 버틴 재일 한국인 차별의 역사

    “여기 기억나? 예전에 여기 ○○이의 집이 있었잖아.” 지난달 30일 일본 교토부 우지시 이세다초 51번지. 그곳에는 1940년대 일본 정부가 교토 군사비행장 건설을 위해 동원한 재일조선인 1300여명이 묵던 합숙 시설인 ‘함바’(노무자들이 쉬는 곳을 뜻하는 일본어) 한 채가 당시의 초라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약 50㎡ 규모의 함바 내부에 전시된 사진들을 보며 재일한국인 2세인 이혜자(64)씨가 다른 주민들과 상기된 표정으로 과거를 회상했다. 이세다초 51번지의 또 다른 이름은 ‘우토로’다. 일본에서 차별받은 재일한국인의 역사적 장소이자 지금도 그들의 자녀가 살아가는 곳이다. 이씨는 현재 우토로에서 일본 정부와 지자체가 판잣집을 헐고 만든 시영아파트에 거주 중이다. 주민 85%가 한국 국적으로 모두 68명이 거주하는 이 아파트는 2018년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내년 봄 바로 옆에 두 번째 아파트가 완공된다. 이씨는 “이곳에 정착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한때 우토로를 떠났지만 시영아파트가 건립돼 다시 돌아왔는데 어려웠던 시절을 기억할 수 있게 한 우토로평화기념관이 세워져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우토로평화기념관 개관식에는 이씨를 비롯해 우토로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한국인, 그들을 도왔던 일본인과 한국인 100여명이 참석해 어렵게 완성된 기념관을 바라보며 감격에 젖었다.식민 지배의 희생양이 된 조선인은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패망하고 비행장 건설이 중단되면서 버려졌다. 이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했지만 혼란스럽던 고국의 사정과 생계 유지 등 현실적인 문제로 떠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일본의 방치, 고국의 무관심 속에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곳이 바로 우토로다. 이들은 상하수도 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우물물로 버티며 삶의 터전을 일궜다. 하지만 1987년 이 땅을 소유하던 업체가 토지를 매각하면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이때 양심 있는 일본인들과 한국 국민의 모금 운동으로 우토로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한국 정부도 지원에 나섰고 2010년 우토로 토지의 3분의1을 매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 약 20억원을 들여 지상 3층, 연면적 461㎡ 규모로 만들어진 우토로평화기념관이 80여년의 역사를 안고 이날 개관한 것이다. 당시 우토로에 정착했던 재일한국인 1세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고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2세들이 그 터전에서 삶을 이어 가고 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개관식에 참석한 한금봉(83)씨는 미소 띤 얼굴로 “감개무량하다. 많은 사람이 기념관에 와서 우토로의 의미를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념관 2층은 우토로의 과거 모습을 담은 사진과 설명, 당시를 재현한 조형물 등을 전시했고 3층에는 우토로에 살다 세상을 떠난 재일한국인들이 누구인지 한 명 한 명을 소개하는 기획 전시로 꾸며졌다. 다만 지난해 8월 기념관 근처에 전시를 위해 보관했던 과거 자료들이 한국인 혐오 방화로 상당수 소실돼 사진 위주로 전시될 수밖에 없었던 점은 안타까웠다. 이처럼 어렵게 세워진 기념관을 통해 앞으로 우토로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한씨가 바랐던 것처럼 많은 사람이 우토로의 존재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의 대표였던 다가와 아키코 기념관 관장은 “우토로에 정착했던 1세대는 모두 세상을 떠나고 없지만 젊은 사람들이 와서 이곳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가와 관장처럼 우토로 지키기에 힘써 왔던 곽진웅 코리아NGO센터 대표이사도 “기념관 1층은 학생들이 와서 강연을 듣고 영화를 보거나 주민들이 편하게 커피 한잔 할 수 있는 등 많은 사람이 교류하고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 [르포] 상하수도 시설도 없던 그곳…차별에서 평화의 장소가 된 ‘우토로평화기념관’

    [르포] 상하수도 시설도 없던 그곳…차별에서 평화의 장소가 된 ‘우토로평화기념관’

    “여기 기억나? 예전에 여기 집이 있었잖아.”, “아, 그렇네. 여기 OO이가 살던 집이 있었지.” 30일 일본 교토부 우지시 이세다초 51번지. 그곳에는 1940년대 일본 정부가 교토 군사비행장 건설을 위해 재일 조선인 1300여명을 동원하며 합숙 시설로 쓰인 ‘함바’(한국에서는 건설현장 식당으로 지칭되는 용어)가 놓여 있었다. 그 험난했던 모습을 간직한 함바 내부에 전시된 사진들을 보며 재일한국인 2세인 이혜자(64)씨가 다른 주민들과 상기된 표정으로 과거를 떠올렸다. 이세다초 51번지의 또 다른 이름은 ‘우토로’다. 일본에서 차별받은 재일한국인의 역사적 장소이자 지금도 그들의 자녀가 살아가는 곳이다. 이씨는 현재 우토로에서 일본 정부와 지자체가 판잣집을 헐고 만든 시영아파트에 거주 중이다. 85%가 한국 국적으로 모두 68명이 거주하는 시영아파트는 2018년부터 입주하기 시작했고 내년 봄 바로 옆에 두 번째 아파트가 완공된다. 이씨는 “이곳에 정착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한때 우토로를 떠났지만 시영아파트가 만들어져 다시 돌아왔는데 어려웠던 시절을 기억할 수 있게 한 우토로평화기념관이 만들어져 정말 기쁘다”며 “앞으로도 우토로가 변함없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우토로평화기념관 개관식에는 이씨를 비롯해 우토로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한국인 그리고 그들을 도왔던 일본인과 한국인 100여명이 참석해 어렵게 완성된 기념관을 바라보며 감격에 젖었다. 식민 지배의 희생양이 된 조선인은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패망하고 비행장 건설이 중단되면서 버려졌다. 이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했지만 혼란했던 고국의 사정, 당장 급한 생계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로 떠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일본의 방치, 고국의 무관심에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곳이 바로 우토로다.이들은 상하수소 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우물물로 버티며 삶의 터전을 일궜다. 하지만 1987년 이 땅을 소유하던 업체가 토지를 매각하면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양심 있는 일본인들, 한국 국민의 모금 운동으로 우토로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한국 정부도 지원에 나섰고 2010년 우토로 토지의 3분의 1을 매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 약 20억원을 들여 지상 3층, 연면적 461㎡의 규모로 만들어진 우토로평화기념관이 80여년의 역사를 안고 이날 개관한 것이다. 기념관의 한자도 일반적으로 쓰는 기억한다는 의미의 기념(記念)이 아니라 기원한다는 의미의 기념(祈念)을 썼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을 넘어 차별 없는 세상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셈이다. 당시 우토로에 정착했던 재일한국인 1세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고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2세들이 그 터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개관식에 참석한 한금봉(83) 할머니는 미소 띤 얼굴로 감격해 했다. 그는 “감개무량하다”며 “한국과 일본 정부가 도와줘서 이렇게 기념관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연신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기념관에 와줘서 우토로의 의미를 알아줬으면 한다”며 “일본 학생들이 특히 많이 와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념관의 2층은 우토로의 과거 모습을 담은 사진과 설명, 당시를 재현한 조형물 등을 전시했고 3층에는 우토로에 살다 세상을 떠난 재일한국인들이 누구인지 한 명 한 명을 소개하는 기획 전시로 꾸며졌다. 다만 지난해 8월 기념관 근처에 전시를 위해 보관했던 과거 자료들이 한국인 혐오 방화로 상당수 소실돼 사진 위주로 전시될 수밖에 없었던 게 아쉬운 부분이었다. 기념관으로부터 100m 부근의 방화 현장은 폴리스 라인이 너덜너덜한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이처럼 어렵게 세워진 기념관을 통해 앞으로 우토로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한 할머니가 바랐던 것처럼 많은 사람이 우토로의 존재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 대표였던 다가와 아키코 기념관 관장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토로를 지키는데 누구보다 힘써온 다가와 관장은 “우토로에 정착했던 1세대들은 모두 세상을 떠나고 없지만 젊은 사람들이 와줘서 이곳을 알아주길 바란다”며 “인근 고교에 매년 우토로 강의를 하곤 하는데 내년 2월에 그들이 찾아오겠다고 약속했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가와 관장처럼 우토로 지키기에 힘써왔던 곽진웅 코리아NGO센터 대표이사도 사람들이 편하게 많이 찾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의 과제라면 기념관이 많은 사람이 와서 배울 수 있는 자리가 되는 것”이라며 “기념관 1층은 학생들이 와서 강연을 듣고 영화를 보고 주민들이 편하게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것처럼 많은 사람이 교류하고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한국인 경멸’ 日 DHC, 맥주사업 나섰다가 ‘차별기업 꺼져라’ 뭇매

    ‘한국인 경멸’ 日 DHC, 맥주사업 나섰다가 ‘차별기업 꺼져라’ 뭇매

    # 일본 도쿄도 세타가야(世田谷)구가 지난달 30일 민관 공동으로 지역 브랜드 수제 캔맥주를 출시했다. 이름은 ‘시모키타자와 카오스 맥주’. 서브컬처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며 해외에까지 이름을 알리고 있는 관내 시모키타자와 지역의 활성화를 꾀한다는 차원이었다. # 그러나 시작부터 말썽이 생겼다. 이 맥주를 생산해 납품하는 회사가 한국과 재일교포에 대한 극단적 혐오 언동으로 악명 높은 화장품 기업 DHC라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29일 허핑턴포스트 일본판에 따르면 ‘시모키타자와 카오스 맥주’의 제조사가 DHC란 사실이 알려지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DHC는 물론이고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한 세타가야구 당국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난이 줄을 이었다.  트위터에는 ‘#시모키타자와에 DHC 맥주는 필요 없다’, ‘#차별기업 DHC의 상품은 사지 않습니다’ 등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들이 넘쳐났다.특히 세타가야구 당국은 ‘누구라도 성별 등의 차이 또는 국적, 민족 등 다른 사람들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 부당한 차별적 취급을 함으로써 타인의 권리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구 자치조례(제7조)를 행정기관 스스로 위반했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이에 구청은 지난 25일 “당국은 맥주 개발 과정에서 비용을 부담하지 않았으며 제조업체 선정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분노의 목소리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관내 주민들과 시모키타자와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혐한 발언으로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 시민사회에서까지 차별주의자로 낙인 찍힌 요시다 요시아키(81) 회장의 DHC와 제휴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세타가야구청 관계자는 “맥주가 발매된 후 주민들로부터 제조사에 대해서 문의가 있어 확인해 보았고, 그제서야 비로소 제조회사가 DHC임을 알게 됐다”고 허핑턴포스트에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DHC라는 이름이 적힌 맥주 캔 포장 디자인을 확정할 때 구청도 참여했다는 점에서 그대로 믿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요시다 회장의 혐한 언동은 수위와 빈도에서 다른 우익 인사들과 차원을 달리 해 왔다. 지난해 5월에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일본을 위해 혐오하고 경멸해야만 하는 한국계 유명인사의 실명을 언론에 공개하려고 했는데 신문사와 방송사가 강하게 거부해 좌절됐다”며 “일본의 중추를 한국계가 차지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해 파문을 일으켰다. 2019년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으로 반일 감정이 고조되자 그의 혐한 활동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 특히 자회사 DHC TV에 소설가 햐쿠타 나오키 등 극우 성향 인사들을 출연시켜 “한국은 원래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 나라”, “일본인이 한글을 통일시켜서 지금의 한글이 됐다”는 한국을 폄하하고 역사를 왜곡하도록 분위기를 조장했다.DHC는 결국 한국내 불매운동에 무릎을 꿇고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철수했다. 요시다 회장은 지난해 4월에는 자신의 한국인 혐오 문제를 취재한 NHK에 대해 ‘일본 조선화의 원흉’, ‘일본의 적’으로 비방해 일본 공영방송으로 전선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일본변호사연합회는 지난 3월 요시다 회장에게 “차별적 언동은 인권침해에 해당하므로 이를 반복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경고문과 조사보고서를 발송하기도 했다. 이번에 물의를 빚은 세타가야구는 주민 94만명으로 도쿄도 60여개 자치단체 중 인구 기준으로 가장 큰 자치단체다.
  • ‘공공의 적’ 몰린 중국, 친구 삼을 길 없을까

    ‘공공의 적’ 몰린 중국, 친구 삼을 길 없을까

    중국을 혐오하는 것이 일상이 된 우리를 되돌아보고 다극화 시대 중국을 새롭게 보자는 주장을 담은 책이다. 도발적인 느낌의 ‘짱깨주의’는 미중 충돌 시기에 한국의 안보적 보수주의가 중국을 바라보는 인식 체계를 일컫는다. 저자는 일제하의 식민주의가 ‘짱깨주의’로 환생해 불평등한 국가체제를 지속시키는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짱깨’란 단어가 가진 역사성은 뜻밖에 깊다. 1894년 청일전쟁이 기점이다. 중국이 패하고 일본이 조선을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일본은 중국인을 열등하고 미개한 국민으로 설정했고, 조선 사람들도 일본의 식민 담론에 포섭돼 중국인을 비하하기 시작했다. 해방 이후 미군정 통치, 한국전쟁 발발과 중국 참전, 반공주의 확산은 중국에 대한 혐오와 적대감을 증폭시켰다. 미중 충돌이 심화될수록 한국 사회에선 ‘짱깨주의’가 확산됐다. 저자는 중국이 문제라서가 아니라 미국의 중국 봉쇄 전략으로 미중 충돌이 일어난다고 본다. ‘짱깨주의’ 프레임은 사회 곳곳에서 작동된다. 저자는 “보수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짱깨주의’를 내세운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진보 진영 역시 중국 혐오와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서방 중심의 사고와 유사인종주의적 혐오에 사로잡힌 주류 언론들이 중국에 대한 호도를 일삼으며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결국 한국 사회 전체가 잘못된 프레임으로 중국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로 다자주의를 꼽는다. 국제사회는 이미 미국 헤게모니의 쇠락, 중국과 아시아의 성장 등으로 재편되고 있다. 우리 역시 북한의 미사일과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필요하다. 저자는 “평화체제 프레임으로 평화주의자들을 모으는 싸움을 시작해야 할 때”라며 “한국과 중국이 공통의 역사를 쓴다면, 동북아의 평화체제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하리수, 이준석에 ‘면담’ 요청한 이유

    하리수, 이준석에 ‘면담’ 요청한 이유

    하리수,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양당에 면담 요청군인권센터 통해 요청“차별받아 마땅한 존재 없어” 트랜스젠더 가수 겸 배우 하리수(47·본명 이경은)씨가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촉구하며 관련 논의를 위해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측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27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하씨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소속 단위로 활동 중인 군인권센터를 통해 이달 내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양당 대표(비상대책위원장) 및 원내대표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면담 요청 대상자는 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다. 하씨는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군형법상 추행죄 사건에 무죄를 선고하며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적 대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확인한 점과 차별을 금지한 헌법 조문을 들어 “차별금지법 제정은 그 자체로 헌법정신의 구현이며 소수자를 지켜내는 보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고 변희수 하사를 비롯한 여러 트랜스젠더들이 차별에 신음하며 세상을 떠났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과 인권·차별 현안에 대한 정치의 역할을 함께 고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하씨는 “성 소수자는 오랜 세월 부당한 차별을 전면에서 마주해왔으며, 평등법 제정에 반대하는 혐오 세력의 주된 공격 대상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 역시 트랜스젠더 당사자로서 차별과 혐오를 온몸으로 받아냈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차별받아 마땅한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X’ 불리는 성…‘남녀 이분법’ 세상 살아가는 것 힘들어해 태어나면서 지정된 생물학적 성(sex)과 본인이 인식하는 사회적 성(gender)이 다르다면, 꼭 성전환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트랜스젠더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제3의 성’, ‘M(Male)과 F(Female)이 아닌 X’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남녀 이분법으로 나뉜 세상에 맞춰 살아가는 것을 힘겨워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전환수술과 부모 동의가 필수였고, 이미 결혼했다면 성별 정정이 허락되지 않았다. 가족관계등록부상 자신이 원하는 성으로 바꾸는 절차 역시 간단치 않다.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여자 화장실에 가면 남자가 들어왔다고 신고당하고, 남자 화장실에 가면 성범죄 대상이 되기도 해 온종일 화장실에 가지 않고 참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란 이유로 차별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약 65%, 온라인 등지에서 혐오 표현을 접했다는 답변도 80%였다. 한편 성별과 장애 유무,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2007년 처음 발의된 뒤 시민사회에서 꾸준히 입법을 요구해왔으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번번이 좌절됐다. 현재는 국회 차원의 입법 공청회가 예고되며 본격적인 국회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 ‘53세’ 김혜수 맞아? 무에타이 체육관 포착

    ‘53세’ 김혜수 맞아? 무에타이 체육관 포착

    김혜수가 무에타이를 배우면서 운동을 하는 일상을 공개했다. 배우 김혜수는 2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무에타이”라는 글과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한 사진에는 편안한 차림에 머리에 두건까지 두른 김혜수의 모습이 담겨있다. 김혜수는 손에 글러브를 착용하고 강렬한 눈빛으로 강사를 노려보고 있다. 타이어 위에 올라가 훈련을 하고 링 위에 올라가 배운 실력을 뽐내는 등 김혜수의 프로페셔널한 면모가 감탄을 자아낸다. 한편 김혜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에 출연했다.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가 한 지방법원 소년부에 새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휴먼 법정 드라마다.
  • “머스크, 가만안둬”…유럽 ‘미디어 권력화’에 제동

    “머스크, 가만안둬”…유럽 ‘미디어 권력화’에 제동

    유럽이 세계 최대 부호이자 전 세계 영향력이 두번째로 큰 소셜미디어(SNS) 트위터를 사들이며 ‘SNS 제왕’으로 등극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미디어 권력’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이 트위터가 ‘새로운 콘텐츠 규칙’을 준수하지 않으면 벌금에서 전면 금지에 이르는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재차 강조하며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26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기업은 유해 콘텐츠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할 플랫폼을 갖춰야 한다는 새 온라인 안전 법안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고, 반복적으로 위반하면 사이트 차단 등 전면 금지조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기업, 유해 콘텐츠로부터 사용자 보호” 이어 영국 정부 대변인은 트위터와 모든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사이트의 피해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영국은 어린이를 보호하고 학대·혐오 행위를 방지하는 동시에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온라인 안전법을 도입할 것”이라면서 “영국에 사용자가 있는 모든 기술 회사는 새로운 법률을 준수하지 않으면 막대한 벌금과 사이트 차단에 직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티에리 브레통 유럽연합(UN) 국내시장담당 집행위원도 같은 날 “머스크는 온라인 플랫폼이 증오심 표현과 같은 불법 콘텐츠를 처리하도록 하는 새로 합의된 ‘디지털 서비스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상기시켰다.브레통은 트위터에 “자동차 회사든 소셜 미디어든 유럽에서 사업을 하는 모든 회사는 지분에 관계없이 우리의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라는 트윗을 올렸다. 이어 “머스크는 이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자동차에 관한 유럽 규칙에 익숙하며 디지털 서비스법에 빠르게 적응할 것”이라고 머스크를 정조준했다. “규칙 어기면 매출6%벌금, 사이트 차단” 브레통은 또 2024년에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새로운 규칙을 위반하는 회사가 전 세계 매출액의 최대 6%에 달하는 과징금과 반복 위반자에 대한 전면 금지 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법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사용자가 ‘쉽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테러, 혐오 또는 사기 조장과 같은 불법 콘텐츠를 신고해 유해 내용을 신속하게 제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유럽의 ‘날선 반응’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발표 후 인권단체 등 일각에서 ‘언론 자유 지상론자’라 스스로를 일컫는 머스크가 여론을 조장하거나 정치 개입 등으로 되레 세계 민주주의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과 맥을 같이 한다. 머스크는 이날 즉각 반응했다. 그는 이날 EU와 영국의 발표에 대해 트위터에 “표현의 자유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극단적인 항체 반응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란 단순히 법에 부합하는 것을 전제한다”며 “사람들이 언론의 자유를 덜 원하면 정부에 그런 취지의 법률을 통과시키도록 요청할 것이다. 따라서 법을 넘어서는 것은 국민의 뜻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 트위터 날개 단 머스크… 하루 2억명 여론 흔드나

    트위터 날개 단 머스크… 하루 2억명 여론 흔드나

    “예스(Yesss!!!).” 세계 최고 부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5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인수가 확정되자 짧고 강한 트윗으로 기쁨을 표출했다. 트위터 이사회는 이날 머스크에게 주당 54.20달러, 총 440억 달러(약 55조원)에 트위터를 넘기는 매각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의사를 공개한 지 11일 만이다. 인수액은 트위터의 이달 주가에 38%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값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트위터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5.66% 오른 51.70달러까지 치솟았다. 머스크가 트위터 지분(9.2%)을 매수해 최대 주주에 오르기 직전 거래일인 지난 1일과 비교하면 무려 31.5% 상승했다. 향후 주주 표결과 규제 당국의 승인이 문제없이 진행되면 인수 절차는 연내 마무리된다. 트위터의 일간 이용자(2억 1700만여명)는 페이스북(30억여명)에 못 미치나, 정치 지도자들은 자기 생각을 알리는 공개 창구로 트위터를 이용해 왔고 기업체나 유명 인사 등도 브랜드, 이미지 조성에 이를 활용해 왔다. 트위터가 지난 12년 동안 2년만 흑자를 냈음에도, 머스크가 이런 ‘트위터의 영향력’을 높이 샀기에 인수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머스크는 이날 성명에서 예상대로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의 기반이며 트위터는 인류의 미래에 필수적인 문제들이 논의되는 디지털 광장”이라며 “트위터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고 나는 이를 ‘잠금 해제’(unlock)하기 위해 트위터 및 이용자 공동체와 함께 일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또 “나에 대한 최악의 비판자들도 트위터에 남기를 바란다. 그게 바로 표현의 자유가 의미하는 것”이라는 트윗도 올렸다. 다만 머스크의 인수로 앞으로 표현의 자유와 거짓정보 그리고 가짜뉴스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그간 머스크는 일부 표현을 제한하는 것 자체로 편향성이 생길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더 증진하고, 어떤 콘텐츠가 게시될지와 관련해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통제권을 주는 등 트위터를 변혁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또 이번 거래로 머스크가 트위터로 무엇을 할지, 전 세계적인 온라인 담론에 머스크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번 거래로 회사가 비상장사로 전환되면 투자자나 규제 당국 등의 감시 시선을 피해 서비스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흑인 인권단체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의 데릭 존슨 총재는 “트위터가 혐오 표현이나 민주주의를 전복시키는 거짓말의 배양 접시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비판했다. 여성 인권단체인 울트라바이얼릿의 브리짓 토드 사무국장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아무런 조건도 붙지 않는다면, 이 플랫폼의 콘텐츠 규정과 이를 위반한 이용자를 금지할 수단과 관련해 트위터는 다른 소셜미디어에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파장은 정치권에까지 미치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긴장하고 있다고 이날 CNBC가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그가 속한 민주당은 지난해 1월 6일 미 의회 난입을 부추겼다는 이유로 계정이 정지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트위터에서 배제된 공화당 인사들의 계정 복구를 우려하며 인수 진행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 전략가들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2024년 대선에서 유리하게 만드는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하며 머스크의 인수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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