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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증오 정치, 이대론 안 된다/황비웅 논설위원

    [서울광장] 증오 정치, 이대론 안 된다/황비웅 논설위원

    “정치는 무엇을 가장하든 언제나 체계적인 증오를 조직화하는 데 달려 있다.” 19세기 미국의 역사가 헨리 브룩스 애덤스가 한 말이다. 현실 정치에서 증오를 조직화하고 선동하는 행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동원된 ‘정치기술’이었다. 하지만 증오 정치가 횡행하면서 인류가 불행해졌던 역사를 우리는 뚜렷이 기억한다. 유대인을 향한 증오와 차별을 일컫는 반유대주의가 대표적 사례다. 무려 600만명의 희생자를 낳았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는 유대인을 향한 증오 정치가 전체주의라는 광기와 결합한 산물이었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증오 정치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는 증오 정치의 극단적 표출이었다. 지난달 16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뉴햄프셔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이민자가 우리나라의 피를 오염시킨다”며 증오를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압도하며 선두를 달리지만, 증오 정치의 확산에 일조하는 그를 옹호하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것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미국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널리 퍼지고 있는 반유대주의 물결은 어떨까.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반유대주의가 증오 정치의 산물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더 심각하다. 증오와 혐오의 정치를 부추기는 극렬주의자들이 기승을 부린다.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도 모자라 증오와 분열을 조장하는 막말을 쏟아내는 정치인이 부지기수다. 악순환이 끊일 줄 모른다. 진영 갈등을 부추기는 양극단의 유튜브 채널과 소셜미디어(SNS)는 증오 정치를 확대재생산하며 편향된 시각을 고착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증오 정치가 낳은 희대의 ‘괴물’이 바로 지난 3일 새해를 맞아 부산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습격한 60대 남성 김모씨다. 정치권은 충격적인 정치테러가 터지자 뒤늦게 자성 모드에 돌입했다. 그것도 아마 이 대표가 병상에 누워 있는 잠시 동안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태 직후에도 극렬주의자들은 유튜브와 SNS를 통해 상대편을 악마화하는 증오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 전담 보호팀을 조기 가동하며 당대표급 인사들을 밀착경호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 대한민국이 정상은 아닐 것이다. 정치 팬덤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정치 팬덤이 도를 넘어 한 개인의 생명을 위협하고 사회 혼란을 부추긴다면 심각한 문제다. 이번 테러를 모방한 유사 테러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이 상태로 총선을 치른다면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우선 유튜브와 SNS상에서 난무하는 막말에 대한 규제가 선행돼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극렬주의자들의 막말을 부추기는 정치인들에 대한 규제다. 정치권에서 이번 기회에 ‘막말금지법’이라도 제정하는 건 어떨까. 무엇보다도 막말에 앞서 상대 진영을 적대시하는 잘못된 정치문화부터 개선해 나가려는 움직임이 시급해 보인다. 최근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은 1976년 12월 20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3·1 민주구국선언 사건 항소심 최후진술 음성 자료를 공개했다. 자신이 박정희 정권에 대한 증오심을 갖고 있지 않으며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눈길을 끈다. 또한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비폭력 평화투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독재정권하에서 정치적 탄압을 해 온 가해자에 대한 비폭력 평화투쟁은 지지자들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도 김 전 대통령은 독재정권 이후에도 ‘복수와 증오의 정치를 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지켜 나갔다. 진영 대결과 극단의 팬덤으로 오염된 현 정치권이 다시금 되새겨야 할 가치가 아닐까.
  • 이재명 습격범의 ‘변명문’…“역사적 사명” 난해한 문장 나열

    이재명 습격범의 ‘변명문’…“역사적 사명” 난해한 문장 나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미수)로 4일 구속된 김모(67)씨는 범행 전 컴퓨터로 자신의 신념을 담은 장문의 글을 썼고, 이를 출력해 소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일 부산 가덕도를 방문한 이 대표 습격 당시 이미 ‘변명문’을 가지고 있었다. 경찰은 현행범으로 김씨를 체포하면서 변명문을 압수해 분석해 왔다. 경찰은 또 3일 충남 아산의 김씨 집과 사무실 압수수색 때 확보한 컴퓨터에서 이 문건의 원본 파일을 발견했다. 김씨 범행이 철저히 계획된 범죄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한 셈이다. 김씨는 4일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이 대표를 왜 공격했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경찰에 제출한 8쪽짜리 ‘변명문’을 참고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김씨는 모두 8쪽에 달하는 변명문에서 여러 차례 ‘역사’를 언급하며 자신의 신념을 설명했다고 한다. 직접적인 범행 동기나 정치적 이유보다 ‘역사적 사명감’ 등 현학적인 단어들로 채워진 난해한 문장이 나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경찰이 김씨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 반성문 아닌 변명문, 유치장서 삼국지 읽고…‘확신범’ 정황 김씨는 현행범 체포된 뒤 반성문이 아닌 변명문을 경찰에 제출하고, 유치장에서 책을 읽는 등 전형적인 확신범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유치장에서 “책을 읽고 싶다”고 요구해 책 대여 목록을 제공했는데, 김씨는 ‘삼국지’를 골랐으며 제공된 식사도 꼬박꼬박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보통의 피의자와 달리 카메라 앞에서도 고개를 잘 숙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에서 촬영하는 취재진 카메라를 이따금 정면으로 응시하기도 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행동들은 자신을 ‘확신범’이나 ‘사상범’으로 볼 때 나온다”고 설명한다. 공 교수는 “증오범죄는 스릴 추구형, 반영형, ‘사명형’ 3가지로 나뉘는데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대부분 사명형”이라며 “이는 사상범이나 확신범으로 불리는 것처럼 자기의 행위가 잘못된다는 인식 없이 하는 행동이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어떤 신념에 기초를 한 것이기에 피해자를 정당한 피해자로 보지 않고 혐오의 대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확신범은 대부분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는데, 김씨도 이런 범주에 속한다. 현재까지 수사에서는 김씨가 지난해 6월부터 6차례에 걸쳐 이 대표를 따라다닌 것으로 확인되는 등 주도면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5일 부산 수영구에서 열린 민주당 전세 사기 간담회 때도 이 대표를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범행 전날인 1일 경남 봉하마을에서도 이 대표를 기다린 모습이 포착됐다. 김씨가 흉기로 쓰기 위해 등산용 칼을 개조했다는 점도 계획범죄 주장을 뒷받침한다. 경찰은 김씨 진술과 변명문, 휴대전화 포렌식 수사, 프로파일러 심리 조사, 압수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범행 동기를 밝힌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구속된 김씨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여 이르면 내주 중 계획범죄나 공범 여부 등을 포함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 알아두면 쓸모 있는 지식… 서대문 모바일 시민대학Ⅱ 개강

    알아두면 쓸모 있는 지식… 서대문 모바일 시민대학Ⅱ 개강

    아프리카 정치사와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달 탐사 현황까지…. 서울 서대문구가 사회 문제에 대한 주민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이달부터 ‘2023년 모바일 시민대학Ⅱ’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19일부터 다음달 24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6~8시, 총 7회에 걸쳐 온라인 강의로 진행된다. 단 마지막 7회차 강의는 다음달 24일 금요일에 진행된다. 강사는 대학교수와 연구원 등이다. 프로그램은 ▲적극적 평등 실현 조치와 헌법(19일, 최희경) ▲아프리카에 봄은 오지 않는가(26일, 황규득) ▲지성사로 본 민주주의 혐오의 역사(11월 2일, 김민철) ▲국내외 달 탐사 동향(11월 9일, 심채경) ▲고고학자가 이야기하는 한국인의 기원(11월 16일, 강인욱) ▲소크라테스와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11월 23일, 김진성) ▲발달장애인 통합교육에 대한 오해와 진실? 모두를 위한 통합교육!(11월 24일, 이숙향) 등의 제목 아래 강의한다. 실시간 수어 통역이 제공되며 매회 100명씩 사전 수강 신청한 서대문구민 누구나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5회 이상 수강하면 수료증도 발급한다. 서대문구 평생학습포털을 방문하거나 해당 포스터의 QR코드를 통해 수강 신청할 수 있다.
  • 역사부터 달탐사까지…서대문구 모바일 시민대학Ⅱ 시작

    역사부터 달탐사까지…서대문구 모바일 시민대학Ⅱ 시작

    아프리카 정치사와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달 탐사 현황까지…. 서울 서대문구가 사회 문제에 대한 주민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이달부터 ‘2023년 모바일 시민대학Ⅱ’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19일부터 11월 24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6~8시, 총 7회에 걸쳐 온라인 강의로 진행된다. 단, 마지막 7회차 강의는 11월 24일 금요일에 진행된다. 강사는 대학교수와 연구원 등이다. 프로그램은 ▲적극적 평등 실현 조치와 헌법(10월 19일, 최희경) ▲아프리카에 봄은 오지 않는가(10월 26일, 황규득) ▲지성사로 본 민주주의 혐오의 역사(11월 2일, 김민철) ▲국내외 달 탐사 동향(11월 9일, 심채경) ▲고고학자가 이야기하는 한국인의 기원(11월 16일, 강인욱) ▲소크라테스와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11월 23일, 김진성) ▲발달장애인 통합교육에 대한 오해와 진실? 모두를 위한 통합교육!(11월 24일, 이숙향) 등의 제목 아래 강의한다. 실시간 수어 통역이 제공되며 매회 100명씩 사전 수강 신청을 한 서대문구민 누구나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5회 이상 수강하면 수료증도 발급한다. 서대문구 평생학습포털을 방문하거나 해당 포스터의 QR코드를 통해 수강 신청할 수 있다.
  • 소 잡는 백정이라도… 인권의 무게는 같소이다

    소 잡는 백정이라도… 인권의 무게는 같소이다

    100년 전 차별에 저항했던 운동새달 16일까지 100여점 자료 전시비백정 출신들과 ‘연대’ 집중 조명시간 흐름 따라 ‘운동의 역사’ 소개 ‘쉽게 결승까지 올라가 마지막 판에서 한참 씨름이 벌어지고 있는데 구경꾼들 틈에서 백정은 소하구나 싸워라 하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러자 아버님은 들었던 상대를 내려놓으시면서 힘없이 쓰러지셨다.’ 황순원(1915~2000)의 소설 ‘일월’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백정은 갑오개혁으로 신분제가 폐지되고도 여전히 천한 사람들이어서 설움이 많았다. 절대 쓰러지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람을 쓰러뜨린 건 힘이 아니라 멸시하고 상처 주는 말 한마디였다. 시대가 많이 변했지만 우리 사회엔 지금도 누군가를 적대하고 경멸하는 말이 넘쳐난다. 최고 권력자는 물론이거니와 종교인들의 입에서도 혐오의 말은 끊이지 않는다. 그 옛날 백정을 향한 모독이, 그 차별에 격렬하게 저항했던 백정들의 목소리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경남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오는 7월 16일까지 선보이는 ‘공평과 애정의 연대, 형평운동’은 1923년 진주에서 시작한 형평운동을 100여점의 전시품으로 돌아보는 전시다. 작은 전시지만 사회의 가장 낮은 신분으로 사람 대접도 제대로 못 받던 이들의 절박한 마음이 100년의 세월을 건너 사무치게 다가온다. 형(衡)은 저울대를, 평(平)은 평평함을 의미한다. 조선형평운동 포스터 속 남성은 저울을 들고 있는데 누가 올라가든 인권의 무게가 기울어지지 않아야 하는 저울은 형평운동의 상징과도 같다.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됐다. 입구에 놓인 과거 진주 백정들의 사진과 형평사 전국대회 개최 포스터를 지나면 1부에서 백정들의 삶을 만나게 된다. 본디 백정은 유목과 수렵 생활을 한 거란인이나 여진인을 뜻했는데 조선시대 들어 도살업을 주로 하는 신분을 가리키게 됐다. 백정들이 쓰던 물건과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유물로 꼽히는 ‘경상도 단성현 호적대장’은 백정의 구체적인 생활상을 전한다. 2부에선 형평사 창립 이후 전개된 형평운동의 역사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개한다. 비백정 출신으로 함께했던 이들의 연대도 살펴볼 수 있다. 이효종 학예연구사는 “일본에선 수평운동이 있었는데 일본과 달리 우리는 강상호, 신현수, 천석구 등 비백정 출신들도 형평운동에 함께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3부에선 황순원의 ‘일월’, 박경리(1926~2008)의 ‘토지’ 같은 문학작품과 ‘조선형평운동사료집’ 등의 연구서가 전시됐다. 4부에서는 다양한 장르에서 형평운동을 알린 작품들을 소개한다. 특히 기계식 인형인 오토마타를 사용해 백정에 대한 차별을 형상화한 설치작품이 눈길을 끈다. 한때 전국에 형평사가 160개 이상 유지됐을 정도로 융성했던 형평운동은 1933년 ‘형평청년전위동맹사건’을 겪으면서 몰락의 길을 걷는다. 역사 속으로 힘없이 사라졌지만 “형평운동은 오늘날에도 존재하는 다양한 차별에 대한 비판 의식을 갖게 하는 훌륭한 사회적 유산”이라는 소개대로 이번 전시는 지금 우리 사회의 인권 문제를 한 번 더 고민하게 한다.
  • 팬덤과 선동 판치는 대중 정치… 정치가 좋아야 민주주의도 좋다[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팬덤과 선동 판치는 대중 정치… 정치가 좋아야 민주주의도 좋다[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1. 정치가는 대중의 지지를 먹고산다. 팬이 있고 팬심이 작동 하는 것이 대중 정치다. 인간의 역사에서 대중이 참여하는 정치는 단 한 번도 조용한 적이 없었다. 참여의 열정이 세상의 다양한 목소리를 표출하면서 공동체를 더 넓게 통합해 낼 때도 있었고, 반대로 세상을 극심한 적대와 증오로 분열시킬 때도 있었다. 예의를 잃지 않고 이견을 말하거나 얼굴을 붉히지 않고 반대 토론을 할 수 있을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정치가 반딧불과 번개만큼이나 차이 나듯 자연스러운 지지 활동의 일환으로 ‘건강한 팬심’이 참여를 이끌 때와 ‘적대적 팬덤’이 광신을 자극할 때의 정치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른 결과를 낳는다. 정치가들이 시민 대중의 기대를 모아 민주주의를 운영할 때의 정치와 팬덤 정치가들이 팬덤 지지자들을 동원해 이견을 이적시하고 이를 ‘국민 직접 참여 민주주의’, ‘당원 직접 참여 민주주의’라고 선동할 때의 정치는 같을 수가 없다. 2. 승자가 된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이 야당을 인정하지 않고, 패자가 된 야당과 그들의 팬덤이 대통령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이 지금의 정치 상황이다. 여야 시민들 사이의 적대와 혐오의 감정은 더 격렬하다. 욕설과 저주가 난무하는 주말의 광화문 집회는 지금과 같은 민주주의가 어떤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를 잘 드러낸다. 어느 당을 들여다봐도 책임 있는 정당 지도자가 나올 상황이 아니다. 대통령과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 그들에게 헌신하는 아첨과 중상의 정치꾼들만 있다. 모두를 질리게 하는 괴이한 정치, 낯선 민주주의가 우리 앞에 있다. 3. 오래전 페리클레스가 유명한 장례 연설에서 말한 바 있듯 민주주의는 “우리 스스로 권위를 부여한 자에게 기꺼이 복종하는 체제”다. 군주정이나 귀족정은 세습이나 혈연의 원리로 통치자에게 권위가 부여된다. 반면 민주정에서의 권위는 선출과 동의의 원리로 부여된다. 시민이 스스로 권위를 부여한 자를 우리는 선출직 정치가라고 부른다. 그들은 일정 임기 동안 정부를 운영할 권한을 갖는 대신 시민에 대한 책임의 의무를 진다. 시민이 선출한 정치가가 책임의 의무를 다하는 정치, 이를 우리는 민주주의라 한다. 민주주의는 좋은 정치의 함수다. 정치가 좋아야 민주주의도 좋다. 정당과 국회, 대통령의 기능과 역할이 좋은 정치인들에 의해 구현되지 않으면 좋은 시민도, 좋은 민주주의도 있을 수 없다. 4. 이런 관점을 민주주의에 대한 엘리트주의적 시각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엘리트주의가 아니다. 그렇다고 반(反)엘리트주의도 아니다. 엘리트와 시민이 협력하는 체제가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라고 해서 시민이 통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를 운영하고 공공정책을 결정하며 국가 예산을 다루는 것은 적법하게 선출된 시민 대표들에게 맡겨진 과업이다. 시민이 선출한 자를 우리는 정치 엘리트라고 부른다. 엘리트(Elite)란 선출된 자(Elect)와 어원이 같다. 어떤 엘리트에게 정치가의 역할을 맡길지를 시민이 결정하는 체제가 민주주의다. 복수의 정치 엘리트 집단이 정당으로 나뉘어 통치권을 두고 경쟁하는 체제가 민주주의다. 여야가 법을 만들고 집행하면서 권력의 자의성을 제어하고 상호 책임을 균형 있게 부과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다. 5. 누군가는 뭘 그렇게 복잡하게 정치를 설명하느냐고 힐난할지 모르겠다. 정치는 곧 권력 투쟁 아니냐며, 누구나 승자가 되려는 게 당연하고 그걸 위해서라면 강한 권력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권고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 말에 틀린 것은 없다. 다만 그런 주장이 반도덕적 권고가 되지 않으려면 권력 의지의 윤리적 기초는 세워야 한다. 적극적 권력 투쟁이 정치의 방법론이라는 것은 당연히 맞는 말이지만 권력 투쟁에서의 승리 그 자체가 정치의 목적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좋은 신념에 의해 이끌리지 않는 권력 투쟁은 정치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다. 정치에서 권력과 힘이라고 하는 ‘악마의 무기’를 손에 쥐는 일을 회피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악마의 마음으로 악마의 수단을 손에 쥐면 정치가는 악마가 되고 만다. 6. 제대로 된 정치가라면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필요한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옳은 일을 하겠다는 신념과 소명의식이 현실 속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단단한 내면’을 가져야 한다. 외적으로는 선한 목표나 사회적 대의를 구체화해 제시할 수 있도록 정당을 통해 책임 정치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권력을 선용할 수 있고, 권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늘 직면하게 마련인 사악한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동료 시민의 삶도 지키는 호민관(護民官·tribunus plebis)이 될 수 있다. 정치하는 일이 늘 윤리적 딜레마와 긴장을 동반하더라도 언제든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외치며 좀더 인간다운 정치의 길을 낼 수 있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런 정치가를 배출하지 못하는 민주주의는 불행하다. 7. 지금 우리 정치인들의 문제는 권력을 추구해서가 아니라 권력을 가치 있게 쓰고자 하는 도덕적 열정이 없다는 데 있다. 권력 추구는 과잉이되, 신념의 힘이 느껴지지 않는 정치라는 데 문제가 있다. 가치 있는 변화를 추구하려는 정치가로서의 분투는 찾아보기 힘든 반면 상대를 조롱하고 야유하는 일에 앞장서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실수와 잘못, 과오를 인정하는 것을 권력 투쟁에서 패배하는 일로 여기며 논란을 일으켜 자기방어를 하고, 그러면서 더 뻔뻔해지고 더 기만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이것도 정치라고 해야 한다면 신뢰할 수 없는 정치 혹은 ‘정치에 반하는 정치’라고 표현해야 맞다.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저열한 정치꾼들이 정치를 망치고, 사회를 분열시키고, 시민들을 적대와 증오로 대립시키는 일을 멈추게 하지 못하는 한 정치의 미래는 없다. 8. 정치는 좋을 때만 가치를 갖는다. 누군가 나쁜 정치라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동의할 수 없다. ‘정치, 그렇고 그런 거지 뭐. 특별할 게 있나’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이에 반대한다. 존재하는 정치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면 사실 정치에 관심을 가지거나 정치를 좋게 하려는 열정을 발휘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정치는 냉소의 대상이 아니라 찬사의 대상이 돼야 한다. 나쁜 국가라도 국가는 있어야 할까. 악법도 어쨌든 법이라고 인정해야 할까. 이런 오래된 논쟁은 정치의 역할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9. 나쁜 국가가 무국가보다는 낫다거나 무법보다는 악법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는 윤리적 기준은 만들 수 없다. 무국가 못지않게 나쁜 국가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 무법 못지않게 악법에도 항의해야 한다. 인간의 역사에서 사람을 가장 많이 살해한 것도, 자연환경을 가장 많이 훼손한 것도 국가였다. 그 모든 일을 국가는 법의 이름으로 행했다. 누구도 악법과 나쁜 국가의 통치를 받아들이라고 요구할 수 없다. 난민의 길을 나서는 사람에게 그래도 나쁜 국가라도 있는 게 낫지 않느냐는 말이 위로가 될 수 없으며, 나쁜 국가에 대한 반란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저항을 멈추라고 요구할 수 없다. 악법에 항의해 시민 불복종에 나서는 사람들에게 그래도 법을 지켜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나쁜 국가와 악법의 지배는 정치가 실패한 결과다. 나쁜 정치가 나쁜 국가를 만들고 악법을 낳는다. 10. 국가든 법이든 좋을 때만 가치를 갖는다. 정치 역시 정치답게 제대로 실천될 때만 옹호할 수 있다. 정치의 역할이 기대와 다를 때마다 항의하고 개선을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영원히 반복될 수밖에 없는 ‘시시포스의 신화’와 같다 하더라도, 결국 헛수고 아니냐는 냉소에 직면하게 되더라도 멈출 수 없다. 그러기보다는 시시포스와 함께 돌을 떠받치고 그의 등을 밀어주는 선택을 기꺼이 하는 것, 우리의 정치 신념은 그 언저리 어딘가에 있어야 한다. 11. 정치의 실종과 퇴행을 걱정해야 할 때지만 그래도 변화는 지금의 정치 안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런 정치는 싫다’고 말하기는 쉬우나 정치 밖에서 대안을 말하고 변화를 실현하는 일은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정치를 비판하면서도 ‘냉소의 언어’가 아닌 ‘가능성의 언어’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가능의 예술’이라는 정치의 별칭답게 제대로 된 정치를 실천하려는 정치가와 침착하게 좋은 정치를 기다리는 시민을 격려해야 한다. 누군가 지금 같은 나쁜 정치의 관성을 이어 가기보다 정치를 정치답게 제대로 해 보고 싶어 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갖게 하는 정치론, 우리에겐 그게 필요하다. 12. 시민 없는 민주주의가 형용모순이듯 정치가 없는 민주주의도 실존할 수 없다. 시민을 책임지지 않는 정치가 독단을 낳듯 정치가가 없는 시민 직접 정치는 세상 사람들을 성마르고 조급하게 만든다. 그런 정치관은 선동에 취약하다. 작은 이견 앞에서도 무력하게 무너질 수 있다. 정치가들의 독립적인 역할 없이 존립 가능한 인간 사회나 작동 가능한 민주주의는 없다. 정치가들이 주어진 임기 동안 정치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사회 갈등을 다룰 수 있고 시민의 평화와 안정도 도모할 수 있다. 정치가의 독립적인 역할 없이 그저 민심을 따르라고 하면 민주주의는 적대와 증오를 증폭하는 여론 동원 장치로 둔갑한다. 13. 정치가들과 그들의 집단인 정당이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조직하고 표출하고 대표하면서 공익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숙의해 ‘합의된 변화’를 이끌어야 민주주의다. 모두가 정치하는 민주주의, 일상이 곧 정치인 민주주의의 비전은 위험하다. 적법하게 선출된 정치 엘리트들의 역할을 부정하거나 그들을 함부로 조롱해도 되는 민주주의를 만들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민주주의는 앞에서는 시끄럽고 뒤에서는 비선출직 강자 집단들의 욕구를 남몰래 채워 주는 수단으로 타락한다. 반엘리트주의나 정치 물갈이와 같은 허구적 주장보다 ‘정치 엘리트 육성론’이나 ‘정치 엘리트 선용론’이 훨씬 더 가치 있는 민주적 접근이다. 14. 한동안 많은 이가 정치가나 정당의 역할을 줄이는 대신 시민의 직접 참여를 확대하는 것을 민주주의라고 오해했다. 정당도 직접 민주주의 개혁을 하겠다고 하질 않나, 대통령이 국회를 압박하는 국민운동에 참여하질 않나, 청와대가 입법과 사법의 영역까지 국민 직접 청원을 받는 일까지 있었다. 국민을 앞세우고 직접 민주주의를 강조할수록 정치가 나빠졌다. 정당과 정치가들이 서로 마주 앉아 공동체의 문제를 풀어 가는 민주주의는 사라졌다. 여론에 직접 호소하고 지지자를 직접 동원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여기에 호응한 당파적 시민들은 서로 무례해도 좋다는 듯 행동했다. 생각이 다른 사람을 경멸하는 일에도 익숙해졌다. 그에 비례해 서로 다름의 사이를 채울 수 있는 협동의 가능성도 줄었다. 모두가 화를 내는 사회, 모두가 억울해하는 사회가 됐다. 15. 민주주의는 이상적 정치체제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인간의 한계만큼이나 문제도 많고 단점도 있다. 화단이나 텃밭처럼 늘 꾸준히 가꿔 가야 하는 게 인간의 민주주의다. 시민의 역할도 중요한데, 그 역할은 좋은 정당을 만들고 좋은 정치가를 길러 내는 방향으로 구현됐으면 한다. 정치가와 그들의 조직인 정당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면 세상 어떤 민주주의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지금의 혼란이 정치 양극화와 시민사회의 내전으로 이어지기보다 좀더 침착한 민주주의로의 일보 전진을 위한 혼란과 진통 정도로 잘 마무리됐으면 한다. 정치나 정치가에 대한 기대를 버리면 남는 길은 신자유주의 아니면 전체주의뿐이다. 정치발전소 학교장
  • [씨줄날줄] 냉면 통일/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냉면 통일/박록삼 논설위원

    밍밍한 맛에 누군가는 “걸레 빤 물”이라는 극단적 혐오의 평가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갈수록 마니아들이 늘어나 여름만 되면 이런저런 논쟁이 꽃을 피우기도 했다. 평양냉면 이야기다. 이제는 진부할 정도로 익숙해졌지만 평양냉면을 둘러싼 논쟁은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돼 왔다. 단순히 요리의 기술적 부분에서부터 문화사 고증과 철학 영역으로까지 넘나든다. 면을 가위로 자를 것인지, 육수에 겨자와 식초를 칠 것인지, 달걀 반쪽을 먼저 먹어야 할지, 1만원 중반대 가격이 적정한지 등에다 미식가 갑질 논란까지 소재가 끝이 없을 정도다.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잡기까지 평양냉면을 해석하는 시각도 그동안 셀 수 없이 다양했다. 소설가 김남천(1911~1953)은 수필 ‘냉면’에서 평양 사람들은 ‘속이 클클한 때라든가 화가 치밀어 오를 때 화풀이’로 먹을 정도로 친숙하다고 소개했다. 이름도 그냥 ‘국수’였다. 지역마다 시대마다 먹는 법도 다 달랐다. 실제로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기도 하고 닭ㆍ꿩ㆍ돼지고기ㆍ소고기 등속의 육수를 부어 먹기도 했다. 북한 옥류관의 냉면도 변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원래 순메밀이던 면에 찰기를 살리려고 전분이 더해지고, 심지어 이제는 사리 위에 붉은 양념이 더해지고 있다는 변화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북한의 평양냉면이 최근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북한으로서는 아리랑(2013년), 김치 담그기(2014년), 씨름(2018년·남북 공동)에 이어 네 번째다. 지난 18일 북한 노동신문은 관련 소식을 전하며 “역사적으로 형성되고 일반화되어 사람들 속에서 대를 이어 가며 계승되고 발전하여 온 평양냉면 풍습은 오늘날 우리 당의 손길 아래 세상에 자랑할 만한 민족의 유산이 됐다”고 보도했다. 짧은 소개에 자부심이 넘쳐난다. 냉면에는 민족의 동질감이 서려 있다. 미사일을 쏘고 군사훈련을 하고 서로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냉면으로는 하나 되는 남북이다. 살얼음 국물에 코끝 쨍해지는 진짜 평양냉면의 계절이 왔다. 부질없는 상상일까. 남북 정상이 판문점 언저리에서 만나 오들오들 함께 떨며 선주후면(先酒後麵)하다 보면 한반도 긴장도 조금은 잦아들지 않을까. ‘냉면 통일’ 만세다.
  • 천족·방족… ‘전족 단죄’ 담론 깨부수다

    천족·방족… ‘전족 단죄’ 담론 깨부수다

    12세기부터 20세기까지 무려 1000년 가까이 이어진 중국의 ‘전족’(纏足)은 여성에게 가한 야만 그 자체였다. 여성의 발을 천으로 꽁꽁 동여매어 강제로 성장을 멈추게 하는 이 기이한 풍습에 대해 많은 연구자가 책과 논문을 수없이 쏟아냈다. 누군가는 성적 욕망으로 보고, 혹자는 여성을 집안에 잡아두기 위한 방법으로 풀었다. 명청시대 연구에서 저명한 학자 도러시 고는 전족의 기원과 이를 둘러싼 사회를 하나하나 분석하고, 특히 여성에 대한 억압, 전횡, 인권의 관점에서만 다룬 기존 연구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다. 기존 연구대로라면 여성은 폭력적인 남성과 사회에 억압돼 자신을 구원할 수 없는, 즉 주체성 없는 존재에 그치고 말기 때문이다.저자는 우선 근대에 나오기 시작한 반전족 담론들을 분석하고, 이런 운동이 전족 여성을 향한 혐오를 강조한 점에 주목했다. 반전족 담론은 서양 선교사들이 1880년대부터 주장한 자연스럽게 타고난 그대로의 발을 의미하는 ‘천족’(天足)에서 출발했다. 이어 1900년대에는 중국 지식인 중심으로 전족을 풀자는 의미의 ‘방족’(放足) 운동이 번진다. 서양 열강에 굴복하고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 중국으로선 우스꽝스런 전족이 너무나도 창피했을 법하다. 그러나 천족이나 방족은 전족 여성의 발 사진을 활용해 모욕을 주고, 관리들이 몽둥이를 들고 나서서 강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다른 한편으로는 전족의 기원과 사회적 유행에 대한 사료를 통해 전족의 발생을 뒤쫓는다. 고전 시, 필기, 민가, 근대의 신문과 잡지, 정부 문서, 서양인의 보고서 및 회고록까지 섭렵하며 전족의 역사를 폭넓게 파헤쳤다. 12세기 문학에서나 간혹 등장하던 변태적인 묘사가 현실로 차츰 옮겨 오고, 보편적인 관습으로 자리하는 과정을 밝혀냈다. 남성의 비뚤어진 욕망으로 탄생한 풍속이긴 했으나, 여성에게는 전족이 자아의 표현이었던 부분에도 주목했다. 엄혹한 가부장제의 강요 아래 피눈물을 흘리며 발을 싸맸던 가련한 여성의 이미지를 걷어낸다. 여성 역시 전족 풍속의 능동적인 참여자였다는 의미다. 기존 진보 사관 혹은 페미니즘 시선에서 보면 기절할 이야기지만, 실제로 당시 중국의 전족 여성은 작은 발을 적극적으로 가꾸며 하나의 패션으로 인식하거나 성공의 수단으로도 여겼다.여기에 파묻힌 주인공인 전족 여성들의 목소리도 되새긴다. 근대 반전족 운동 기간에 나이 많은 여성이 느낀 굴욕감, 전족을 해야 하는 여성의 초조함 등 여성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갑작스런 가치관의 변화, 여기에서 오는 갈등, 그럼에도 고통과 물심양면의 보상이 뒤따랐다. 중국 여성들은 복잡한 속내로 자신의 신체를 사회의 욕망에 맞췄다. 전족이라는 악습을 만들어 낸 원동력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과정 자체가 특히 한국사회에 가득한 혐오 담론을 풀어내는 데에도 유용할 법하다. 페미니스트 일부가 남성을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고, 젊은 세대 일부가 기성세대를 구악으로 몰아치는 세상이다. 정파가 다르다고 무조건 혐오하고 욕하며, 일부 국가를 비하하고 한국이 최고라는 식의 분위기도 넘쳐 난다. 편협한 이분법 틀 속에서 자라는 혐오의 소용돌이는 추악할 따름이다. 하나의 풍속을 1000년에 걸쳐 각종 사료로 분석해 내면서 균형 감각을 잃지 않고 아주 정교하게 깎아 낸 저자의 역량은, 그런 점에서 감탄스럽기만 하다.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여성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일이 ‘여성혐오’라고?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여성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일이 ‘여성혐오’라고?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4일에 일어난 서울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말해서 많은 사람의 분노를 샀다. 그의 발언에 반박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그 사건은 그릇된 남성 문화,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게 위치하지 않다는 잘못된 차별 의식이 만들어 낸 여성혐오 범죄가 맞다고 주장했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박 전 위원장의 말이 맞다. 김 장관 같은 사람들은 “범인이 여성을 ‘혐오’해서 죽이지 않았으니까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좋아해서 쫓아다닌 거니까 살인죄로 처벌받아도 그게 여성 ‘혐오’는 아니라는 거다. 이건 여성혐오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거다.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 문제에 관심을 가져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 같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다. 오죽했으면 한 신문은 기사에서 박 전 위원장의 말을 두고 “그가 언급한 여성혐오(misogyny)는 단순한 혐오(hate)가 아니라 여성에 대한 편견과 멸시 등을 포괄하는 개념인 것으로 분석된다”는 설명까지 붙였을까. 그런데 여성혐오는 “그런 개념으로 분석”되는 게 아니라 그게 정의다. 박 전 위원장이 내린 정의도 아니고 선진국에서는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정의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그 신문기사를 쓴 여성 인턴기자는 여성혐오의 정의를 정확하게 알고 있지만 기사를 중립적인 입장에서 써야 한다는 생각에서 ‘박 전 위원장이 정의하는 여성혐오는 이렇다’라는 투로 썼거나, 아니면 여성혐오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스크에서 이를 박 전 위원장만의 생각인 것처럼 바꾼 듯하다. 이런 식의 기사는 ‘여성혐오’를 그 단어를 읽는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해석해도 되는 하나의 ‘주장’ 정도로 축소시킨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이런 궁금증이 들 것이다. “국어사전에서 여성혐오를 ‘여성을 병적으로 싫어하고 미워하는 일’이라고 정의하지 않나? 범인이 피해자를 병적으로 싫어하거나 미워하지 않았다면 여성혐오는 아닐 것 같은데?” 여성혐오는 영어 단어 misogyny(미소지니)의 번역어인데, 이 영어 단어는 그리스어 misos(혐오)와 gun(여성)이 결합돼 만들어진 말이다. 이런 단어에 국어사전에서 굳이 ‘병적으로’라는 제한을 둔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냥 여성을 싫어하는 건 정상이고, 병적으로 싫어해야 여성혐오라는 얘기일까? 물론 그런 종류의 ‘병’은 정신질환 진단의 국제 표준인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에 존재하지 않는다. 국어사전의 이런 비과학적이고 낡은 정의는 바뀔 때가 됐다. 그런 이유로 한국의 여성들 중에는 여성혐오라는 표현보다 영어 단어인 ‘misogyny’를 외래어로 받아들여 ‘미소지니’라고 표현하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면 영어사전은 미소지니를 어떻게 정의할까? 옥스퍼드 영어사전과 미리엄웹스터 영어사전 모두 20세기 내내 ‘여성에 대한 혐오’(hatred of women)라는 아주 단순한 정의를 적어 놓은 게 전부였다. 한국에서 사용되는 ‘여성혐오’와 특별히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변화가 생겼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2002년에 이 단어의 정의를 확장해 ‘여성에 대한 증오, 멸시, 뿌리 깊은 편견’(hatred or dislike of, or prejudice against women)이라고 바꿨고, 그보다 10여년 늦었지만 미리엄웹스터 사전도 그와 거의 동일한 정의로 변경한 것이다. 한글 위키피디아에서 제시하는 ‘여성혐오’의 해석도 이들 사전을 따르고 있고, 박 전 위원장의 발언도 바로 이렇게 일반화된 정의를 가져온 것이지 그가 새롭게 만들어 냈거나 주장한 게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신당역 살인사건의 가해자는 피해자를 좋다고 쫓아다닌 건데 그게 ‘여성에 대한 증오, 멸시, 뿌리 깊은 편견’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얘기지? 2014년 미국에서 일어난 끔찍한 여성혐오 사건이 있다. 누구도 여성혐오 범죄임을 부정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캘리포니아의 이슬라비스타라는 한 작은 동네에서 22세의 남성이 인근 대학교 기숙사와 주변에서 자기 또래의 여성들만 골라 6명을 총으로 살해한 사건이다. 이 범인은 범행 전에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자신을 거부한 여자들을 징벌하고 싶다”고 말했다. 살해당한 여성들은 범인을 “거부한” 적도, 어떠한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범인의 눈에는 그들 모두가 똑같은 ‘여자’였을 뿐이다. 따라서 이 범행을 두고 여성혐오라고 말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여성이 동일한 집단으로 묶여 혐오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 후에 서울에서 일어난 ‘강남역 살인 사건’의 범인도 거의 똑같은 진술을 했다. 평소 여자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해 왔다는 게 범행의 이유였다. 하지만 범인의 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대상(여성)만이 아니다. 그는 ‘징벌’(punish)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징벌은 법적 혹은 도덕적 규칙을 어긴 데 대해 벌을 주는 행위를 말하고 이를 실행하는 사람은 그렇게 할 만한 권위를 가졌다고 가정할 때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범인은 이 단어를 사용했을까? 여기에서 엿볼 수 있는 그의 사고방식은 두 가지다. 우선 그는 자신(남성)이 만나자고 할 때 상대(여성)가 순응하는 것이 ‘룰’이라고 믿고 있다. 자신의 요청을 거부한 여성들은 그 룰을 어긴 것이다. 게다가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남성인 자신이 거부한 여성들에게 벌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그 살해범만의 생각일까? 인류사회는 정도만 다를 뿐 암묵적으로 이를 당연시하거나 용인해 왔다. 이번 신당역 사건을 비롯해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한국 언론에서 별생각 없이 사용하는 ‘보복살인’이라는 표현이 그렇다. 보복이라는 개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주체가 먼저 피해나 억울한 일을 당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사건들이 흔히 그렇듯 신당역 사건의 범인은 꾸준히 가해만 했을 뿐이고, 그 결과 검찰의 구형을 받은 것이다. 그가 희생자에게서 받은 ‘피해’라는 건 만남을 거부당했다는 것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언론은 이를 쉽게 ‘보복’이라는 틀로 바라본다. 남자가 여자에게 만나자고 강요하고 스토킹하는 건 충분히 할 수 있는 요구라고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까 폭력적인 대응”을 했다는 이상훈 서울시 의원의 발언이 이를 잘 보여 준다. 귀를 의심할 만큼 충격적인 발언이지만 주위에는 이렇게 남성의 편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여성혐오를 여성에 대한 증오를 넘어 ‘멸시’와 ‘뿌리 깊은 편견’으로 해석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의 말과 행동은 단순히 특정 개인이 여성을 싫어한다는 사실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여성혐오적 언행은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오고, 이는 인류 역사상 오래된 문화적 편견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리스 신화 속 판도라 이야기와 유대·기독교 문서에 등장하는 이브와 선악과 이야기는 둘 다 “인류는 여성 때문에 타락하게 됐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사실 이런 신화는 당시에도 이미 존재하던 여성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일 뿐, 여성혐오가 생겨난 이유라고 보기는 힘들다. 인류역사에서 대규모 학살과 전쟁은 예외 없이 남성들에 의해 저질러졌지만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은 여성이 세상을 타락하게 했다고 믿는다. 작가인 니나 레나타 에런에 따르면 미소지니라는 단어가 17세기 영어에 처음 등장하게 된 계기는 “(남자의 말에) 순종하지 않는 여성”에 대한 공격글에 대한 반박문이었다. 이게 고대의 신화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여성을 상대로 폭력을 사용하는 남자들이 하는 “(여자인) 네가 말을 듣지 않으니까 내가 때리는 거 아니냐”는 황당한 주장을 들어본 적이 없을 뿐이다. 인류는 이제 이런 남자들의 어처구니없는 주장과 폭력의 근원이 여성혐오임을 인식하게 됐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여성혐오라는 표현은 “여성에 대한 편견과 멸시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다시 정의하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여가부 장관은 모르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 오터레터 발행인
  • 혐오사회 기획 돋보여… ‘어뷰징’ ‘일잘러’ 등 용어사용 신중해야

    혐오사회 기획 돋보여… ‘어뷰징’ ‘일잘러’ 등 용어사용 신중해야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9층 회의실에서 제154차 회의를 열고 8월 서울신문 보도를 논의했다. 회의에는 이동규(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위원장과 김숙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정일권(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정은(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박경미(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재희(김재희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위원이 참석했다. 위원들은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등의 기획기사가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기사 제목에 ‘어뷰징’(중복 전송),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신문을 가볍게 보이게 할 수 있다며 다른 용어로 대체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혐오에 가능한 법 조치 의견 더했으면 박경미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기사는 혐오를 단순히 양극화 문제가 아니라 법조계 등 여러 배경으로 확산하며 혐오의 민낯을 잘 지적했다고 생각한다. 김정은 지난달 성소수자의 인권을 기사화했다면 이번 달에는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지적했다. 가시화된 혐오 표현을 연대기로 다룬 게 인상적이었고 혐오를 단면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능력 중시라는 가치와 연결한 분석이 돋보였다. 특히 6회에서 미디어 심리학 전문가와의 실험을 통해 언론의 영향력을 다룬 형식이 신선했고 기자들의 성찰이 돋보였다. 다만 연속 보도 특성상 글이 많아지니 가독성을 더 신경 쓰면 좋겠다. 김재희 민감한 주제인 혐오를 정중하고 세련되게 다뤘다. 6회에 걸친 회차별로 명확한 주제를 드러냈고 불필요한 저항감과 갈등을 부추기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드러냈다. 그래픽을 적절하게 사용해 방대한 취재량을 도식화하고 기사의 잔상을 남겼다. 각 회차가 유기적으로 연결됐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온라인상에서 각 기사가 어느 회차에 해당하는지 표시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정일권 유튜버, 약자, 다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혐오를 종합하면서 법적인 조치가 부족하다고 짚었는데 어떤 법적 조치가 가능했을지 의견을 내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해외에선 어떤 법 체계가 있고 이를 우리 사회로 들여오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등의 논의가 나오면 더 좋아질 수 있었을 것이다. 박경미 여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기사는 의원총회부터 시기별, 일정별로 어떻게 굴러갔는지 정리가 잘돼 있다. 다만 여당에 비해 야당의 기사는 많지 않았다. 비단 더불어민주당 외 다른 야당도 균형감 있게 다뤄져야 하는데 당대표 경선 이후에는 야당 기사가 거의 없었다. 별도로 여성가족부가 폐지 수순인데 이후 어떻게 되고 있는지 다뤄 주면 좋겠다. 정일권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낙마와 관련한 기사에서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거나 도덕적 결함이 있었다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정책 추진 과정에 집중한 게 좋았다. 어차피 모든 국민이 환영하는 정책은 없기 때문에 정책을 추진할 때 불만을 완화하기 위해 어떤 절차를 밟았어야 하는지 과정의 중요성을 잘 짚었다. 김정은 ‘매 맞는 교도관’ 기획 기사는 교도관의 열악한 현실이 생생히 느껴져 좋았지만 기사 제목이나 중심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검찰 수사 심정을 조명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제목을 더 섬세하게 정했으면 하고 앞으로 더 많아질 공직자 인터뷰 기사에서 정부 부처의 역할을 다뤄 주면 좋겠다. 김재희 ‘우리 삶을 바꾼 변론’ 코너를 눈여겨보고 있는데 변호사 인터뷰를 통해 대법원 판결문에 드러나지 않는 상세한 이야기를 드러낸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의미 있는 판결은 보통 스트레이트 기사로 먼저 나가는데 ‘우리 삶을 바꾼 변론’과 한 달 정도 간격이 있어 시의성을 고려해 발빠르게 인터뷰하면 좋겠다. ●금리인상과 관련된 사설 부족한 느낌 정일권 반지하 퇴출 정책과 관련한 기사에서 정책의 좋고 나쁨을 떠나 정책이 잘 기능하기 위해 어떤 부분이 추가로 필요한지 모순점과 한계를 잘 짚었다. 정책의 목적을 잘 이루기 위해선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생각을 많이 한 기사라고 느꼈다. ‘교도소 대신 수해 복구 지원을 선고합니다’ 기사의 내용은 재밌었는데 제목과 내용과 그래픽이 일치하지 않았다. 그래픽을 담당하는 기자가 기사에 맞는 그래프를 구상해 완성도를 높이면 좋겠다. 이동규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관련해 사회복지 시스템의 발굴 능력을 짚었는데 실제 복지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를 전체적으로 다루면서 정부의 시스템을 점검하는 기획으로 연결하면 어떨까 싶다. 박경미 건설사의 사업 확장 이야기를 다루면서 앞으로 유통업계 변화가 예상된다는 내용의 기사에서 독자가 경제적 효과를 예상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나 예시를 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김재희 전기차에 대해 다룬 ‘먼저 온 주말’ 기사에선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전기차에 대해 흥미로운 제목으로 잘 다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용에는 전기차의 장점에만 치중하고 독자들이 가진 전기차에 대한 불안함과 단점을 심층적으로 다루지 않아 아쉬웠다. 23일자 ‘3시 반이면 영업 끝… 은행만 거리두기 중’ 기사는 일상생활에서 의문을 품을 수 있는 소재를 발굴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동규 기준 금리 인상과 관련해 서울신문 역시 크게 다뤘는데 다른 신문에 비해 사설 면에서 금리 인상 관련 사설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울신문이 항상 경제 이슈를 많이 다뤄 왔는데 사설 면에선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 ●펠로시 대만 방문 북미 시각서 잘 다뤄 김숙현 역사적 의미가 굉장히 큰 한중수교 30주년과 관련해 특집 기사로 다뤄 공을 많이 들인 만큼 유익했다. 향후 한중 관계의 발전 등을 다루기가 쉽지 않을 텐데 독자 친화적으로 잘 썼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사에 나오는 전문가 중 한국 측 전문가가 많아 중국 측 전문가의 의견도 청취했다면 어떨까 싶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한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다는 비판적인 시각에서의 보도가 많이 나왔었는데 서울신문은 대만 방문을 강행한 점에 대해 북미적 시각에서 날카롭게 분석했다. 김정은 학생으로서 한중수교 30주년 기사에 전문가 인터뷰가 많아 한국과 중국 양국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대학에서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반중 정서나 혐오가 표출되는 경우가 많아 한중 유학생이 서로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조명하는 기사는 어떨까 싶다. ●스포츠엔 이야기 있는 해설 늘어 좋아 정일권 8월엔 스포츠 기사에서 사실에만 충실한 기사가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해설 기사가 늘어 좋았다. 최근 기사가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통찰력 있는 설명을 통해 해석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주관이 들어가되 독단적이지 않도록 쓰는 기자가 잘 쓰는 기자라고 생각한다. 박경미 1일자 기사 제목에 ‘어뷰징’이라는 용어가 들어갔는데 제가 모를 정도면 대다수의 독자들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괄호 안에 ‘중복 전송’이라는 설명을 달았는데 충분히 쉬운 말로 대체 가능한 어려운 단어는 제목에 쓰지 않는 게 적절할 것 같다. 또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 역시 신문을 가볍게 보이게 한다고 생각한다. 정일권 학계에선 ‘어뷰징’이란 단어가 많이 쓰여 저는 익숙했는데 제겐 16일자 ‘일잘러’가 더 충격이었다. 젊은 세대가 사용하는 용어라 친화적일 수 있지만 어떤 측면에선 신문이 가벼워 보일 수 있다.
  • 이욱연 “중국과의 교류로 젊은층 이득 보게 해야 혐오 걷어낼 것“

    이욱연 “중국과의 교류로 젊은층 이득 보게 해야 혐오 걷어낼 것“

    서울신문 평화연구소가 23일 개최한 한중수교 30주년 포럼 지상중계 가운데 네 명의 주제 발표, 두 명의 학생 사례 발표에 이어 패널 토론 두 분의 발언 요지를 게재한다. 이욱연 서강대 교수는 문화론적 관점에서 깊이있는 성찰을 드러내 왔고, 안유화 성균관대 교수는 중국 경제와 금융 전문가로 방송 출연 등으로 이름을 알려왔다. <이욱연 교수 토론 요지> 1. 우리는 다극질서에 대응하는 사상적 심리적 준비가 되어 있는가? 세계 체제가 전환기에 서 있다. 탈전쟁 이후 미국 단극체제였지만, 다극질서로 바뀌고 있다. 우리의 과제는 다극질서에 어떻게 잘 적응하느냐다. 그런데 우리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우리는 다극질서에 잘 대응하지 못한다. 일대일 외교에는 능하지만 삼각질서나 다극질서에는 약한 것이 우리의 역사 경험이다.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면, 동아시아에 신흥 세력이 부상하고 삼각질서나 다극질서로 바뀔 때, 우리는 국제관계를 잘 처리하지 못하고 심각한 위기를 맞았거나 식민지가 됐다. 외교 전략에서 잘못을 범한 탓도 있지만, 다극질서를 위한 사상적, 심리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탓도 크다. 우리의 문화적, 역사적 유전자에 다극질서에 잘 대응하는 사상적, 심리적 요소가 약하다. 우리가 의리의 민족이고, 주자학적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민족이어서 그렇다. 다극질서로 바뀌는 위기의 시기에 우리는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선비의식으로 대응했다. 단극체제에서 다극질서로 바뀌는 전환기에는 국익과 백성의 삶을 위한 이용후생의 상인의식이 필요한데 반대로 갔다. 다극질서에 대응하는 외교 전략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 우리 국민들이 다극질서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심리적, 사상적 준비와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2. 한중 상호감정의 악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한중 관계가 직면한 최대 위기 가운데 하나는 두 나라 국민 사이 마음의 거리가 멀어진 점이다. 한중 사이에는 가치와 이데올로기 차원의 동질감은 없다. 하지만 오랜 교류의 역사, 그리고 문화적 유사성에서 기인하는 문화적 유대, 정서와 마음의 유대는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 그러한 마음의 유대가 약해지고 있다. 한중 관계를 지탱한 중요한 토대가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 엄밀하게 말하자면 한국인이 중국을 일방적으로 혐오하는 경향이 강하다. 여러 여론 조사를 보면, 한국인은 약 70%가량 중국을 부정적으로 본다. 그런데 중국인 가운데 약 70%가량은 한국을 긍정적으로 본다. 따라서 두 나라 국민들이 상호 혐오라고 보는 것은 맞지 않는다. 청소년과 청년세대의 상호 혐오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의 10대와 20대는 한국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20-30%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현저하게 낮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도, MZ세대가 중국을 매우 부정적으로 본다. 이렇게 한중 MZ세대가 반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문화갈등이다. 중국 MZ세대는 한국이 중국 문화를 탈취해 간다고 반발하고, 한국 MZ세대는 중국이 한국 문화를 탈취해 간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한중 수교 30년 동안 일어난 문화갈등을 분석해 보면, 최근 10년 사이에 한중 문화 갈등 양상에 나타나는 새로운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는 동북공정이나 유네스크문화유산 등재의 경우처럼 정부가, 특히 중국 정부가 갈등을 촉발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네티즌과 사회관계망의 인플루언서가 문화갈등을 촉발한다. 정부는 오히려 그런 여론을 적당히 관리하기도 한다. 한중 문화갈등이 촉발하고 확대하는 경로를 보면, 네티즌의 주장 – 양국 언론의 보도와 상호 인용 보도의 반복 – 네티즌의 여론 폭발의 경로를 보인다. 이렇게 보면, 양국 언론이 일부 네티즌의 극단적 주장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갈등이 촉발되거나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 네티즌의 극단적 주장을 양국 국민의 보편적인 생각으로 여길 필요도 없고, 그렇게 보도하는 경향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문화갈등에서 일부 언론이 상업 민족주의나 혐중, 혐한 상업주의에 빠져 갈등을 확대하는 경향은 없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문화갈등 때문에 혐중, 혐한 정서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반대로 혐중, 혐한 정서 때문에 문화갈등이 촉발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3. 한국 MZ세대의 혐중, 반중 정서의 또 다른 원인 한중 수교로 한국의 누가, 어떤 계층이 수익과 혜택을 입었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제가 경제학자가 아니어서 분명하게 답할 수는 없지만 대기업이 수익과 혜택을 입었을 것이고, 세대별로는 기성세대가 혜택을 봤을 것이다. 사드 사태 때 우리 수출입은 줄지 않았고, 다만 중국 관광객은 크게 줄었다. 이것은 일부 면세점 운영 대기업을 제외하고 우리 대기업은 손실이 크지 않았고, 명동 노점상들, 소형 면세점의 젊은 판매원들, 중소 숙박시설 운영자와 관광업 종사자들이 손해를 봤다. 한중 수교 30년 동안 한국 경제는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중국과의 교역이, 대중 무역수지 흑자가 큰 배경이었다. 그런데 한중 교역 확대가 청년세대에게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청년의 미래에 도움이 됐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대만과 홍콩의 젊은 세대가 반중국으로 돌아서는 계기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차이나 베네핏은 없고, 일자리만 줄어들고 중국 자본 유입으로 부동산 가격만 상승한 것이었듯, 한국에서도 한중 수교 이후 경제 교류 확대가 청년세대에게는 무엇이었는지, 경제적 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한중 관계에서 두 나라 청년세대가 교류의 경제적 혜택을 누리도록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많이 제공됐으면 한다. 창업 캠프, 상대국 취업 기업 확대 등 청년들이 한중 교류 속에서 보다 밝은 경제적 미래를 꿈꿀 수 있었으면 한다. 4. 출구는 중국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오드 아르네 베스 교수타는 중국이라는 제국 주변에 있던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에 복속되지 않은 한반도 사례에 주목해 그 비결을 살펴봤다. 저서 ‘제국과 의로운 민족’에 집약돼 있는데 서문에서 중국이 조선을 아는 것보다 조선이 중국을 더 잘 알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우리가 중국에 잘 대응하기 위해 혐오는 결코 방책이 아니다. 중국을 잘 알아야 잘 대응할 수 있다. 혐오할수록 혐오의 대상인 중국에게 우리가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 중국을 더욱 공부해야 한다. 미중 전략적 대결 시대에 지금 한국인의 과제는 미국 공부, 중국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하는 것이다. 5. 중국 시장은 이제 끝났는가? 요즘 언론에는 온통 이제 중국 시장은 끝났고, 하루빨리 탈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중국에 과잉 의존하는 경제구조는 반드시 바뀌어야 하고,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국방이든 경제든 한 나라에 과잉 의존하는 것은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정치가 먼저 나서서 방향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목소리를 기업의 판단을 먼저 존중할 필요가 있다. 이익이 없으면 기업은 정부가 설령 중국에 남으라고 간청하거나 협박을 하더라도 결국 중국을 떠날 것이다. 중국 노동자의 임금이 오르고, 외국 기업 우대 정책을 중국이 폐기하면서 많은 우리 기업이 스스로 중국에서 철수하고 동남아로 가지 않았는가. 중국은 우리 옆에 있는 가장 큰 시장이다. 중국 시장에서 실패한 기업도 많지만 성공한 기업도 적지 않다. 우리가 소비재를 중심으로 내수에 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풀무원이나 연세우유가 최근 중국 시장 개척에 성공했듯 이런 사례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안유화 교수 토론 요지> (수교 30주년을 맞는 이즈음) 답답함을 많이 느낀다. 중국을 하나의 묶음으로 보는 것이 많은 오류를 낳는다. 중국은 굉장히 많은 지역과 다양한 사람들로 이뤄져 있다. 중국인 중에는 한국에 대해 아무런 생각과 관심 조차 없는 이들이 상당수다. 일부 사람만 관심을 갖고, 일방적으로 좋아하거나 일방적으로 싫어한다는 얘기를 전체의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가 한국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하는 것을 중국 언론이나 소셜미디어가 알리면 한국 언론이나 영화가 그것을 좋지 않게 포장해 전달하고 그것을 다시 중국 누리꾼이나 매체들이 받아 써서 두 나라 국민들의 감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일이 지속돼 왔다. 수교 직전 64억 달러였던 두 나라 교역 규모가 직후 3600억 달러로 놀랄만큼 늘어났다. 세계 각국에 수교로 이렇게 무역 규모가 극적으로 늘어난 전례가 없다. 시장의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늘어난 것이지, 정부가 주도한다고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것을 통해 봤을 때 두 나라가 협력하고 ‘윈 윈’하면 정치와 국민 여론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믿는다. 중국 말에 멀리 봐야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한국과 중국이 먼미래 새로운 동북아시아를 어떻게 그릴지 터놓고 대화해 공통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면 좋을 것이다. 플로어 토론 도중 제1 주제 발표와 함께 사회까지 본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이 발제자 가운데 박한진 KOTRA 중국경제관측연구소장에게 매듭짓는 발언을 주문했다. 박 소장은 촌철살인을 남겼다. “재단하기 전에 공부하고 파악해야 한다. 세상에 가장 위험한 것이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온 친구 얘기를 듣고 중국을 판단하는 일이다. 잘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좋지 않은 얘기를 주고받는 일부터 당장 그만 둬야 한다.”
  • “이주민 등 소수자 반복된 혐오… 다문화 고민 없는 배려, 상처 되기도”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이주민 등 소수자 반복된 혐오… 다문화 고민 없는 배려, 상처 되기도”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10년째 끊이지 않는 악플에 고통직접 만난 악플러 “관심받으려고”이주민들 미움 안고 떠나니 문제아이들 학교선 다문화가정 놀려주말마다 역사 공부 도움 될지… 국회 4년간 보수·진보 모두 냉대정의당 입당 뒤 차별금지법 주장이민청 추진·인력난 해소 목소리국민통합위 참여해 통합안 모색이주민이자 여성,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겹겹이 쌓인 소수자 정체성은 보수 정당에 속했던 과거에도, 진보 정당에 속한 현재도 그를 공격하는 꼬투리가 됐다. 전직 국회의원 이자스민(45) 얘기다. 그는 지난달 27일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직속 1호 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 사회·문화분과 위원으로 합류했다.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의 사회’ 5회에서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 혐오 피해자인 이 전 의원에게 지난 20여년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거듭된 혐오 앞에 좌절하기보다 약 245만명(2022년 6월·법무부 기준)의 국내 체류 외국인과 한국 사회가 어떻게 공존할지 고민하느라 바빴다. 인터뷰는 17일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센터에서 진행했다. 그를 내내 괴롭혀 온 혐오 댓글에 대한 의견부터 물었다. -너무 심한 악플(악성 댓글) 탓에 국회의원 시절 블로그 댓글창을 닫은 적이 있었지요. “저는 악플 쓰는 사람들 입장도 궁금해서 다 읽는 편이에요. 그런데 어느 날 메일 한 통이 왔어요. ‘의원님 활동을 응원하고 싶어 종종 블로그를 보는데 우리(이주민)를 대표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됐는데도 혐오와 비난을 당하는 게 마음 아파요. 더는 블로그를 못 볼 것 같아요’라는 내용이었죠. 이주민, 특히 그 2세들은 그런 댓글을 보며 ‘한국인들이 우리를 정말 미워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깊은 후유증을 앓게 되죠. 악플 하나가 남기는 파장이 그만큼 큽니다.” 필리핀에서 태어난 이 전 의원은 한국인이다. 1995년 한국 남성과 결혼한 뒤 1998년 우리 국적을 취득했기 때문이다. 2011년 서울시 이주여성 공무원 1호로 화제를 모았고, 같은 해 출연한 영화 ‘완득이’가 흥행하면서 주목받았다. 이때까지 여론은 그에게 온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국회의원이 되자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벌써 10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이 국민통합위에 합류한다는 기사에도 ‘불법체류자에게 혜택 주자는 여자를 왜 좋은 자리에 앉히느냐’,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댓글이 달렸다. 늘 비슷한 패턴이다. 그는 “아마 이 인터뷰 기사에도 같은 악플이 달릴 것”이라고 했다. -왜 유독 악플이 심할까요. “이유 없는 미움이야 없을 테지요. (악플 다는 사람들도) 각자 가진 상처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이해해요. 다만 예전에 한 대학생이 저를 심하게 비난하는 글을 써서 제3자로부터 신고당한 일이 있었어요. 수사 과정에서 그 학생과 통화했는데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예상 못 한 답이 돌아왔죠. ‘블로그에 다른 글을 올리면 호응이 없는데 이자스민을 욕하면 관심받는다’고요. 한편으론 안타까웠죠.”-다른 이주민들도 자신들을 다룬 뉴스의 댓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찾아보나요. “당연하죠. 유학생이나 이주노동자처럼 언젠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미움을 안고 떠나는 게 문제죠. 한류 콘텐츠가 외국에서 사랑받고 있지만 막상 살아 본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국가적 위상이 떨어집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음에도 차별받는 2세 중에는 사회를 원망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20여년간 이주민을 향한 혐오는 양상이 좀 달라졌나요? “여전히 어떠한 설명을 해도 사람들은 들으려 하지 않아요. 어느 순간 부정적인 댓글이 대체로 ‘복붙’(복사, 붙여넣기) 형태가 많은 거예요. 같은 사람들이 계속 여러 기사들에 읽지도 않고 똑같은 악플을 다는구나 싶었어요. 이런 걸 감안하면 ‘실제 혐오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예전보다 줄어든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하기도 해요.” -한국에서 자녀를 키우며 상처받은 일은 없었나요.(이 전 의원은 아들(1996년생)과 딸(2000년생)을 둔 엄마다) “잘못된 배려가 상처가 되기도 했어요. 제 딸이 겪은 일인데요. 초등학교 2학년 첫 수업 때 선생님이 출석 부르면서 ‘얘는 다문화가정이니까 잘 지내라’라고 했대요. 그 말을 듣고는 친구들이 오히려 놀리더래요. 딸이 나중에 그러더라고요. ‘엄마, 나 좀 그냥 내버려 두라고 선생님한테 말해 줘’라고. 제 아들에게는 다문화가정이라는 이유로 주말마다 경복궁 체험 등 역사 공부를 과하게 시키려고 했어요. 배려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그게 필요한 도움인지 고민해 보지 않고 ‘다문화’라는 생각만 다들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거죠.” 그는 2012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이주민 출신의 최초 국회의원. 보수정당의 깜짝 공천에 신선하다는 평이 많았지만 그때뿐이었다. 4년간의 의정활동 내내 보수와 진보 구분 없이 그를 냉대했다. 행동과 발언이 움츠러들었다. 지나고 보니 ‘조금 더 적극적이었어야 했나’ 싶었다. 2019년 11월, 이 전 의원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입당한다. -정치와 거리를 두다가 정의당에 입당했는데요. “새누리당에서 국회의원이 된 건 당시 새누리당 빼고는 먼저 제의한 당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이주민 이슈는 당과 무관해요. 모든 당에 이주민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주민 정책에 관심 있는 정치인은 없어요. 힘들고 표가 안 되니까요. 정의당이 소수자 문제에 강한 당이지만 (제가 입당하기 전) 이주민위원회도, 이주민을 위한 정책도 없었어요.” -정의당에 입당하자마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차별금지법은 임시방패 같은 거예요. 이 법이 생기면 누구나 ‘내가 하는 말이 차별인가?’ 하고 더 조심하게 되죠. 한국은 특히 외국인이나 성소수자에게 배타적이죠.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놀랐던 말이 ‘여기는 게이가 없어’였어요. 말이 되나요?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지만 모든 사람의 성적 정체성을 존중해요. 외국을 보면 성소수자가 정체성을 당당히 밝히고 각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합니다. 각자 가진 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게 국가의 의무죠.”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외국인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이민청’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진보 세력 모두 이 계획을 환영했다. 이민청 설립은 이 전 의원이 이미 6년 전 제안했던 정책이다. 그는 국민통합위에서 다문화·이주민 통합 방안을 모색한다. -국민통합위에 참여했는데 목표가 있나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주민 정책이 달라져요. 장기 계획을 갖고 체계적 정책을 세우기 어렵죠. 우리 사회는 이미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 조만간 인력 부족을 겪게 될 겁니다. 특히 박사급 인력은 많은데 수출기업 공장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하죠. 이 문제의 답이 이주민에게 있어요. 정부는 ‘어떤 이주민을, 얼마나, 어떻게 데려와 어떤 일을 맡길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만 고민하면 돼요. 법무부가 이민청 설립을 하겠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있는데, 제 생각을 잘 전하려고 해요.” 이 전 의원은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며 인터뷰 끝에 가해자가 중국 동포인 범죄 기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언론은 가해자가 중국 동포일 때 꼭 제목에 ‘조선족 출신’을 붙이더라고요. 그 자체가 ‘우리’와 ‘남’을 나누는 거잖아요. 이런 관례에 익숙해져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
  • 이주민·여성···중첩된 혐오 피해자 정치인 이자스민이 견딘 20년

    이주민·여성···중첩된 혐오 피해자 정치인 이자스민이 견딘 20년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의 사회> 5회 이주민 국회의원 1호 이자스민 인터뷰‘너네 나라로 돌아가라’ 끊이지 않는 혐오“2세들이 받을 상처가 가장 큰 걱정”‘임시 방패’ 차별금지법 제정해야‘내가 하는 말 차별인가?’ 조심했으면이주민이자 여성,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근 10년간 한국 사회에서 그만큼 모진 혐오와 차별을 견뎌온 사람이 또 있을까. 겹겹이 쌓인 소수자 정체성은 보수 정당에 속했던 과거에도, 진보 정당에 속한 현재도 그를 공격하는 꼬투리가 됐다. 전직 국회의원 이자스민(45) 얘기다. 그는 지난달 27일 윤석열정부의 대통령 직속 1호 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의 사회·문화분과 위원으로 합류했다.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의 사회’ 5회에서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 혐오 피해자인 이 전 의원에게 지난 20여 년 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거듭된 혐오 앞에 좌절하기보다 약 245만 명(2022년 6월·법무부 기준)의 국내 체류 외국인과 한국 사회가 어떻게 공존할지 고민하느라 바빴다. 인터뷰는 17일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 센터에서 진행했다. 그를 내내 괴롭혀온 혐오 댓글에 대해서부터 물었다. -너무 심한 악플(악성 댓글) 탓에 국회의원 시절 블로그 댓글 창을 닫은 적이 있었지요. “저는 악플 쓰는 사람들 입장도 궁금해서 다 읽는 편이에요. 그런데 어느 날 메일 한통이 왔어요. ‘의원님 활동을 응원하고 싶어 종종 블로그를 보는데 우리(이주민)를 대표하는 사람이 혐오와 비난을 당하는 게 마음 아파요. 더는 블로그를 못 볼 것 같아요’라는 내용이었죠. 이주민, 특히 그 2세들은 그런 댓글을 보며 ‘한국인들이 우리를 정말 미워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깊은 후유증을 앓게 되죠. 악플 하나가 남기는 파장이 그만큼 큽니다.” 악플은 10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이 국민통합위에 합류한다는 기사에도 ‘불법체류자에 혜택 주자는 여자를 왜 좋은 자리에 앉히느냐’,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댓글이 달렸다. 그는 “아마 이 인터뷰 기사에도 같은 악플이 달릴 것”이라고 했다. -왜 유독 악플이 심할까요. “이유 없는 미움이야 없을 테지요. (악플 다는 사람들도) 각자 가진 상처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이해해요. 다만, 예전에 한 대학생이 저를 심하게 비난하는 글을 써서 제3자로부터 신고당한 일이 있었어요. 수사 과정에서 그 학생과 통화했는데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예상 못 한 답이 돌아왔죠. ‘블로그에 다른 글을 올리면 호응이 없는데 이자스민을 욕하면 관심 받는다’고요. 한편으론 안타까웠죠.” -국내 이주민이 자신들을 다룬 뉴스의 댓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글도 찾아보나요. “당연하죠. 유학생이나 이주노동자처럼 언젠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미움을 안고 떠나는 게 문제죠. 한류가 외국에서 사랑받고 있지만 막상 살아본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국가적 위상도 떨어집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음에도 차별받는 2세 중에는 사회를 원망하는 아이들이 있어요.”-20여 년간 이주민을 향한 혐오는 양상이 좀 달라졌나요? “여전히 어떠한 설명을 해도 사람들은 들으려 하지 않아요. 아무리 설명을 해도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 왜 한국에서 그러느냐’라고만 말하죠. 어느 순간 부정적인 댓글이 대체로 ‘복붙(복사, 붙여넣기)’ 형태가 많은 거에요. 같은 사람들이 계속 여러 기사들에 읽지도 않고 똑같은 악플을 다는구나 싶었어요.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은 아닐까’하는 기대를 하기도 해요.” -한국에서 자녀를 키우며 상처받은 일은 없었나요.(이 전 의원은 아들(1996년생)과 딸(2000년생)을 둔 엄마다.) “잘못된 배려가 상처가 되기도 했어요. 제 딸이 초등학교 2학년 때 개학식에 갔는데 선생님이 출석 부르면서 ‘얘는 다문화 가정이니까 잘 지내라’라고 했대요. 그 말을 듣고는 친구들이 오히려 놀리더래요. 딸이 나중에 그러더라고요. ‘엄마, 나 좀 그냥 내버려두라고 선생님한테 말해줘’라고. 제 아들에게는 다문화 가정이라는 이유로 주말마다 경복궁 체험 등 역사 공부를 과하게 시키려고 했어요. 정말 필요한 도움인지 고민 없이 ‘다문화’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있는 거죠.” 그는 2012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이주민 출신의 최초 국회의원. 보수정당의 깜짝 공천에 신선하다는 평이 많았지만, 그때뿐이었다. 4년간의 의정 활동 내내 보수와 진보 구분없이 그를 냉대했다. 행동과 발언이 움츠러들었다. 지나고 보니 ‘조금 더 적극적이었어야 했나?’ 싶었다. 2019년 11월, 이 전 의원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에 입당한다. -정치와 거리를 두다가 정의당에 입당했는데요. “새누리당에서 국회의원이 된 건 당시 새누리당 빼고는 먼저 제의한 당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이주민 이슈는 당과 무관해요. 모든 당에 이주민 정치인이 있어야 합니다. 이주민 정책에 관심 있는 정치인은 없어요. 힘들고, 표가 안되니까요. 정의당이 소수자 문제에 강한 당이지만 (제가 입당하기 전) 이주민위원회도, 이주민을 위한 정책도 없었어요.”-정의당에 입당하자마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차별금지법은 임시방패 같은 거예요. 이 법이 생기면 누구나 ‘내가 하는 말이 차별인가?’하고 더 조심하게 되죠. 한국은 특히 외국인이나 성소수자에게 배타적이죠.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놀랐던 말이 ‘여기는 게이가 없어’였어요. 말이 되나요?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지만 모든 사람의 성적 정체성을 존중해요. 외국을 보면 성소수자가 정체성을 당당히 밝히고 각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합니다. 각자 가진 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게 국가의 의무죠.”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외국인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이민청’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진보 세력 모두 이 계획을 환영했다. 이민청 설립은 이 전 의원이 이미 6년 전 제안했던 정책이다. 그는 국민통합위에서 다문화·이주민 통합 방안을 모색한다. -국민통합위에 참여했는데 목표가 있나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주민 정책이 달라져요. 장기 계획을 갖고 체계적 정책을 세우기 어렵죠. 우리 사회는 이미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 조만간 인력 부족을 겪게 될 겁니다. 특히, 박사급 인력은 많은데 수출기업 공장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하죠. 이 문제의 답이 이주민에게 있어요. 정부는 ‘어떤 이주민을, 얼마나, 어떻게 데려와 어떤 일을 맡길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만 고민하면 돼요. 법무부가 이민청 설립을 하겠다고 해서 기대되는데 제 생각을 잘 전하려고 해요.” 이 전 의원은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며 인터뷰 끝에 가해자가 중국 동포인 범죄 기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언론은 가해자가 중국 동포일 때 꼭 제목에 ‘조선족 출신’을 붙이더라고요. 그 자체가 ‘우리’와 ‘남’을 나누는 거잖아요. 이런 관례에 익숙해져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스콘랩
  • 연세대 청소노동자 고소전에 “尹, 검사만 요직에… 여가부 폐지” 비판 등장한 이유

    연세대 청소노동자 고소전에 “尹, 검사만 요직에… 여가부 폐지” 비판 등장한 이유

    연세대 재학생 3명이 임금인상·인력충원 등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교내서 집회 중인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 이를 비판한 나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수업계획서가 화제다. 2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연대생 3명의 청소노동자 고소 사태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나 교수의 수업계획서가 활발히 공유되며 공감을 얻고 있다. 나 교수가 지난달 27일 연세대 학사관리 홈페이지에 등록한 2022학년도 2학기 ‘사회문제와 공정’ 수업계획서는 지난달 30일 연세대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통해 공유되며 온라인상에 빠르게 퍼졌다. 나 교수는 해당 수업이 ‘온라인 플랫폼 에브리타임 분석’으로 운영된다고 밝히면서 수업계획서의 ‘수업목표 및 개요’란에 무려 1200자가 넘는 분량의 설명을 통해 에브리타임을 혐오의 장이 아닌 민주적 담론의 장으로 변화시킬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청소노동자 사태뿐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능력주의 인사’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 등도 비판했다. 나 교수는 수업계획서에서 “20대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2030세대 일부 남성들의 ‘공정 감각’은 ‘노력과 성과에 따른 차등 분배’라는 기득권의 정치적 레토릭인 능력주의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며 “한국의 현 대통령은 늘 공정과 상식에 기반해 능력 위주로 인재를 발탁한다고 하면서 검사들만을 요직에 배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회와 자원에 있어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상대적 박탈’을 경험하는 한국의 2030이 왜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특권을 향유하는 현재의 기득권을 옹호하는지는 가장 절실한 사회적 연구 주제”라고 밝혔다. 나 교수는 “이들의 지지를 업고 부상한 30대 정치인은 ‘청년 정치’가 줄 법한 창조적 신선함 대신 ‘모든 할당제 폐지’,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가 하면 20년간 이동권을 주장해온 장애인 단체의 최근 출근길 지하철 투쟁에 대해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며, 그렇지 않아도 기득권 보호를 위해 한창 채비 중인 서울의 경찰 공권력 개입을 강하게 요청했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그러면서 “누군가의 생존을 위한 기본권이나 절박함이 ‘나’의 불편함과 불쾌함을 초래할 때,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축적된 부당함에 대해 제도가 개입해 ‘내’ 눈앞의 이익에 영향을 주려 할 때, 이들의 공정 감각은 사회나 정부 혹은 기득권이 아니라 그간의 불공정을 감내해 온 사람들을 향해 불공정이라고 외친다”고 설명했다. 나 교수는 청소노동자 사태와 관련,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이 속한 민노총에 대해 수업권 방해를 이유로 연세대 몇몇 학생들이 소송을 준비하는 것 또한 같은 사안으로 보인다”며 “연세대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 의무는 학교에 있지 청소 노동자들에게 있지 않음에도, 학교가 아니라 지금까지 불공정한 처우를 감내해온 노동자들을 향해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그들의 ‘공정감각’이 무엇을 위한 어떤 감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연세대 재학생 3명이 청소노동자를 상대로 벌인 소송전이 나 교수가 비판하는 윤석열 정부의 검찰 위주 인사, 여가부 폐지 주장, 장애인 이동권 시위 비난 등과 같은 인식에서 비롯한 사태임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나 교수는 또한 “뿐만 아니라 그 눈앞의 이익을 ‘빼앗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향해서 어떠한 거름도 없이 에브리타임에 쏟아내는 혐오와 폄하, 멸시의 언어들은 과연 이곳이 지성을 논할 수 있는 대학이 맞는가 하는 회의감을 갖게 한다”며 “현재 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은 대학 내 혐오 발화의 온상이자 일부의, 그렇지만 매우 강력하게 나쁜 영향력을 행사하며 대표를 자처하는 청년들의 공간”이라고 꼬집었다.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재학생 3명을 옹호하고 청소노동자들을 비판하는 학생들의 여론이 높았던 점을 비판한 것이다. 나 교수는 끝으로 “대학이 이 공간(에브리타임)을 방치하고서는 지성의 전당이라 자부할 수 없다. 연세대가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고등교육기관이라 할 수 없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본 수업을 통해 에브리타임이라는 학생들의 일상적 공간을 민주적 담론의 장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을지 모색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연세대 재학생 이동수(23)씨 등 3명은 최근 김현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연세대 분회장과 박승길 부분회장을 상대로 수업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서부지법에 냈다. “노조의 교내 시위로 1~2개월간 학습권을 침해받았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약 638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달 청소노동자들이 미신고 집회를 열었다며 업무방해와 집시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 오스만에 밀린 유럽, 어쩔 수 없이 신대륙 향했다

    오스만에 밀린 유럽, 어쩔 수 없이 신대륙 향했다

    미국 텍사스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 북서쪽엔 ‘마타모로스’라는 도시가 있다. 스페인어로 ‘무어인(무슬림)을 죽이는 자’라는 뜻이다. 중동 지역에 어울릴 법한 이 이름이 아메리카 대륙에 등장하게 된 이유는 뭘까. 책 ‘술탄 셀림’은 이 질문의 답을 16세기 오스만 제국에서 찾는다. 고대 로마 이래로 지중해에서 가장 거대한 제국, 이슬람교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된 제국. 이 오스만 제국이 당시 엄청난 군사력을 발휘해 동양으로 가는 무역로를 독점하면서, 밀려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어쩔 수 없이’ 미지의 세상을 탐험해야 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단한 모험이나 도전으로 평가되는 유럽인의 신대륙 발견을 ‘새 먹거리를 위해 감수해야 했던 위험한 여행’으로 표현하는 저자는 세계적인 중동사 연구자다. 예일대 역사학과장이기도 한 그는 서양 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나 오스만 제국이 세계에 미친 반향을 추적한다. 책은 오스만 왕조의 서른여섯 술탄 중 가장 영향력이 큰 통치자였던 9대 술탄 셀림 1세(1470~1520)의 삶을 통해 서양 우위의 근대 역사관에 의문을 제기한다. 터키어 ‘야부즈’(정복왕, 냉혈한)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셀림의 재위 기간은 8년(1512~1520) 정도로 짧다. 그러나 이 기간 오스만의 영토는 세 배 확장됐고, 통치 구조가 완성됐으며, 이후 400년간 이어진 제국의 기틀이 마련됐다. 저자는 셀림의 탄생부터 촘촘히 훑어 가며 군주의 삶뿐 아니라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대전환기 세계의 역사를 다시금 쓴다. 예컨대 오스만을 피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뒤 콜럼버스 일행이 토착민을 공격한 건 십자군 운동, 즉 성전(聖戰)의 일환이었다. 비유럽 지역의 모든 비기독교 외국인을 ‘무슬림’이라고 취급하며 타자화하는 서양 중심적인 사고는 여기서부터 비롯했다는 것이다. 21세기 이후 만연한 극우 사상, 소수자 혐오의 뿌리다. 셀림이 급사하지 않고 좀더 오래 제국을 통치했다면, 그래서 이베리아 반도와 서유럽까지 장악했다면 ‘승자의 기록’인 역사 역시 지금과 같지 않았을 거라는 작가의 분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 [속보] 출근길 5호선 광화문~여의도 구간 시위

    [속보] 출근길 5호선 광화문~여의도 구간 시위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10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구간 지하철역에서 출근길 시위를 벌였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오전 트위터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리고 지하철 지연운행을 예고했다. 공사 측은 “금일 (오전) 8시부터 5호선 광화문역~여의도역 구간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타기 선전전이 예고 돼 있다. 이로 인해 5호선 열차 운행에 지연이 발생할 수 있으니 열차 이용에 참고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시위로 5호선 지하철 하행선 운행이 일부 지연됐으나 오전 9시35분부터 정상 운행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벌여온 전장연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과 장애인권리 4대 법률(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장애인평생교육법·특수교육법) 제·개정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전장연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는 세상, 중증장애인 ‘먼저투쟁’을 통해 교육권, 노동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가 보장되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한 행진이라고 설명했다.“장애인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하라” 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지 못한 전장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이 함께했다. 전장연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는 한편 그 시작을 촉구하기 위해 직접 찾아간다”라며  “비록 헌법에, 정부에, 대한민국이 말하는 권리에 단 한 번도 초대받지 못했지만 누구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보장을 위해서 취임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행진한다”고 말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평등권이 명시된 헌법 제11조를 언급하며 “헌법에 명시된 권리는 비장애인만의 것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장애인이 이동해야만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교육을 받아야만 노동할 기회가 생기며 그래야 감옥 같은 장애인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장애인 권리예산이 2023년도 기획재정부 예산 가이드라인에 반영될 수 있게 해달라”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장애인 권리 4대 법안(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장애인평생교육법·특수교육법) 제정에 앞장 서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공식 사과도 다시 한번 요구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혐오와 갈라치기로 시작하지 않으려면 이준석 대표가 갈라치기와 혐오의 정치를 멈추고 공식 사과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 박보균, 친일 칼럼 비판에 “독도는 우리 땅”

    박보균, 친일 칼럼 비판에 “독도는 우리 땅”

    2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과거 박 후보자가 중앙일보 기자 시절 썼던 칼럼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날 박 후보자는 2013년 일왕 생일 축하연 참석과 관련한 친일 역사관 논란에 대해 “초대장을 받지 않았다”며 “아베 정권의 역사 왜곡을 추적하면서 그 과정의 하나로 취재차 갔다”고 반박했다. 과거 칼럼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두고 “전략적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 것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독도는 누구 땅이냐. 장관이 되면 독도를 방문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박 후보자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답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전두환식 리더십의 바탕은 의리’, ‘수호지 양산박 느낌’ 등의 문구로 전두환 군사정권을 옹호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2700자 칼럼의 90%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위대한 통합 정치에 대해 썼고, 그중 300자 정도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태를 담았다”며 “전두환 리더십을 조롱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이 ‘전두환 추징법은 집요했다. 재산 29만원은 혐오의 압축’이라는 내용을 언급하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영령과 유족에게 사과 의향이 있는지 묻자 박 후보자는 “칼럼을 잘못 해석했기에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한편 박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출연을 두고 제기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정치적 편향 논란과 관련해 “깊은 내막은 잘 모른다”면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 정책 원칙을 지켜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박보균, 친일칼럼 비판에 “독도는 우리땅”

    박보균, 친일칼럼 비판에 “독도는 우리땅”

    2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과거 후보자가 중앙일보 기자 시절 썼던 칼럼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박 후보자는 이날 2013년 일왕 생일 축하연 참석과 관련한 친일 역사관 비판에 대해 “초대장을 받지 않았다”며 “아베 정권의 역사 왜곡을 추적하면서 그 과정의 하나로 취재차 갔다”고 반박했다. 과거 칼럼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두고 “전략적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독도는 누구 땅이냐. 장관이 되면 독도를 방문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박 후보자는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답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전두환식 리더십의 바탕은 의리’, ‘수호지 양산박 느낌’ 등 전두환 군사정권을 옹호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2700자 칼럼의 90%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위대한 통합 정치에 대해 썼고, 그중 300자 정도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태를 담았다”며 “전두환 리더십을 조롱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이 ‘전두환 추징법은 집요했다. 재산 29만원은 혐오의 압축’이라는 내용을 언급하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영령과 유족에 사과 의향이 있는지 묻자 박 후보자는 “칼럼을 잘못 해석했기에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고, 임 의원은 “학살이 의리이고 리더십이냐”, 박 후보자는 “그렇게 쓰지 않았다”고 서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날 박 후보자가 장녀의 재산 관련 자료, 차녀의 대기업 근무 소득 및 자사고 편입 과정 등에 대한 자료를 개인 정보를 이유로 제출하지 않자 민주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거론하며 비판을 퍼부었다.
  • ‘뚱뚱한 여성은 아름답지 못하다’는 악담에 깔린 권력의 이데올로기

    ‘뚱뚱한 여성은 아름답지 못하다’는 악담에 깔린 권력의 이데올로기

    매년 새해가 되면 ‘살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기저에는 지방이 온갖 병을 일으키는 살인자이자 자기 절제력 부족의 증거라는 지방 혐오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방은 인간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며, 인류가 자랑하는 뇌 기능 역시 지방이 없으면 작동을 멈춘다.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지방이 왜 ‘악의 메타포’로 내몰리게 된 것일까. 역사학자이자 젠더연구가인 한네 블랭크의 ‘지방은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되었나?’는 지방이 ‘사회악’이 된 이유에 대해 정치·문화사적으로 파헤친다. 또한 서구의 제국주의와 인종주의, 계급주의 및 성차별 문화와 궤를 같이하는 지방 혐오의 뿌리 깊은 기원을 추적한다. 오랜 인류사에서 건강과 신체에 대해 해박했던 중세 페르시아의 의학자들은 보통 사람의 몸에 지방이 풍부할 경우 영양 상태가 좋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서구 유럽 사회에서는 신앙심을 증명하는 도구로서 마른 몸을 고결하다고 여기는 풍조가 생겨났고, 노예제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던 제국주의자들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및 낙인찍기에 열을 올렸다. 그들은 ‘흑인은 뚱뚱하고 게으르고 성적으로 타락했다’는 잘못된 선동으로 자신들의 부도덕과 잔인함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의학을 발판 삼아 공공연하게 자행되던 비만 혐오는 인종차별이나 젠더 폭력을 정당화하고 백인 남성의 계급주의 지배 체계를 강화하는 데 유용한 도구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행한 체중감량 산업은 정상적인 사람들의 몸에 비만이라는 딱지를 붙여 천문학적인 돈을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평생 비만인으로 살아온 저자는 어린 시절 엄마로부터 “너는 뚱뚱해서 백인 남자를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뚱뚱한 여자에 대한 주변의 악담을 견디기 힘들어 성전환 수술을 결심한 한 여성의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는 “지방 과잉이 건강을 해친다는 논리는 일부 인정한다 쳐도, 뚱뚱한 여성이 아름답지 않다는 미의 기준은 여성 스스로 뚱뚱하면 사랑받지 못한다고 예단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만들었다”면서 “지방 혐오 너머에서 작동하는 소외와 권력의 이데올로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남성들이 만든 ‘페미’ 혐오… ‘낙인’ 지우고 물어보세요 “너는 어떤 페미니스트야?”

    남성들이 만든 ‘페미’ 혐오… ‘낙인’ 지우고 물어보세요 “너는 어떤 페미니스트야?”

    외신들은 ‘학대’라 말하고, 국내 언론들은 ‘논란’이라고 했던 도쿄올림픽 3관왕 양궁의 안산 선수를 향한 ‘쇼트커트 페미’ 공격. 최근 경희대 총여학생회가 폐지 수순을 밟으면서 서울 시내 대학에서 유명무실해진 총여학생회의 존재와 야권 대선 주자들로부터 다시금 폐지 논란이 불거진 여성가족부. 이들 모두는 왜 하필 지금 터져 나오는 것이며 이전과는 양상이 어떻게 다를까. 페미니즘을 향한 백래시(반발 심리)를 조명하기 위해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 윤김진서 유니브페미 대표를 만났다. 권김 소장은 1997년 성균관대 총여학생회장을 지냈고 윤김 대표는 총여학생회 재건을 도모했던 단체 ‘성성어디가’(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에서 시작해 2019년 탄생한 범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의 창립 멤버다. 이날 만남은 캠퍼스에서 시작해 여성주의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영 페미’와 ‘영영 페미’의 만남이기도 했다.●온라인서 영글어져 나온 페미니즘 백래시 -대학 총여학생회 폐지는 시대적 수순인가요, 백래시의 결과인가요. 윤김진서 백래시의 결과인 한편으로 대학 내 여성 자치기구를 향한 반발은 탄생 때부터 계속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의 과정들 속에서는 안티페미니스트, 여성 혐오 무리가 세력화돼서 멋진 운동을 만들어 냈다고 착각하는 상황을 봐왔거든요. ‘우리는 총여학생회를 만들려는 저 페미니스트에게 대항하는, 지성 있고 객관적 판단을 할 줄 아는 연대’라는 게 만들어지는 과정이 신기했어요. 이전까지는 익명의 개인들이 학내에서 불만을 표출했다면, 그것이 서명이라는 총투표 형태로 세력화되는 과정이 이 시대의 특성일 순 있겠구나 싶어요. 특별히 이 시대에 성평등이 어느 정도 달성돼 총여를 폐지할 때가 됐다기보다, 계속해서 해 왔던 요구들이 온라인 공간을 통해서 영글어져서 나타난 거죠. 권김현영 제가 총여학생회장을 하던 당시 총학생회장이 집회에서 연행되면 다른 단과대학 회장이 집회 지도를 하던 것에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어요. “총학생회장이 없으면 총여학생회장이 2인자 아니야?” 했던 거죠(웃음). 그랬더니 총여 밑에는 단과대 단위의 여학생회가 없다는 공격을 받았어요. 막상 만들려고 하니 다른 어느 곳에서도 요구하지 않는 수준의 것들을 요구하다 결국 해당 단과대 총회에서 인준을 안 해 줬고요. 총여학생회는 이렇게 태어날 때부터 공격을 받았어요. 자기네들 운동에 동원할 수 있는 여학생 조직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행동하려고 할 때 공격받는 거죠. 2000년대 중반쯤 되면 학생 사회에서 자치 활동에 시간을 쓰는 것에 대한 한계가 오면서 총학생회도, 총여학생회도 세우기 힘들게 됐어요. 2016년 페미니즘 대중화 물결 속에서 몇 년 동안 공백 상태에 있던 대학 내 여성 운동이 다시 조직적인 모습을 갖추려는 시도가 있었고, 그걸 조직적으로 막은 게 현재의 백래시 행태라고 볼 수 있어요. ●제대로 안 하면 없앤다는 다수주의 -총여학생회 폐지와 여가부 폐지 논의가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보시나요. 윤김 태어나는 순간부터 계속해서 의심받고 질문받는 여가부의 역사를 보고 총여학생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더 심한 건 ‘촛불(혁명)’이 민주주의의 폭발처럼 얘기가 됐잖아요. 그 결과 민주주의의 화신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나타났고요. 대학에서도 투표로 누군가를 끌어내리거나 다시 세우는 일들이 민주 시민의 권리처럼 얘기되기 시작했는데, 사실 그것보다는 소비자의 권리처럼 행사되거든요. ‘내가 대학에 이만큼 돈을 내고 있으니까 총여 끌어내리자’는 식이죠. 여기서 계속 누락되는 건 한 번이라도 총여학생회가 기능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기나 하고 폐지시키냐는 거죠. “너네 제대로 안 하니까 없애겠다”는 말이 총여학생회에도, 여가부에도 너무 쉽게 향하는 걸 느껴요. 거기 동원되는 언어들이 다수주의, 소비자중심주의 같은 거고요. 권김 굉장히 부정적인 의미의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해요. 다수결에 의거한 폭거를 민주주의로 착각하고 가장 약한 고리를 향한 공격이 일어나는 거죠. 우리가 가진 작은 목소리들을 늘릴 수 있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대표할 수 있는 가장 보통의 보편성을 만들면서 오히려 모두를 소외시키는 거죠. 서로를 거울처럼 바라보면서 서로를 인정해 주지 않는 방식으로 정치적 탈주체화가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거기에 포퓰리즘이 붙었다고 생각해요. 결국 남는 건 소수의 엘리트주의 또는 기존 운동권의 대안 세력이 나오는 걸 불가능하게 만드는 형태의 정치죠. 예를 들면 1000만 서울시민의 한 표, 4000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한 표, 이렇게 단일 조직 안에 일원으로서 카운트되는 방식으로만 존재하는 거죠. 사실 그 표는 성인 남성, 비장애인 이런 식으로 상상되는 한 표이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상상되는 방식이 아닌 거죠. 사람들이 “너와 내가 똑같이 한 표면 우리는 동등해”라는 식으로 얘기하다 보니까, 나의 차이를 말할 수 없게 되면서 정치적 효능감이 굉장히 떨어지게 돼요. 윤김 ‘한 표’라는 환상이 있잖아요. 매일 듣는 키워드 중의 하나가 공정인데요. ‘이대남들이 공정하지 못한 세상에 뿔났다’는 거죠. 총여학생회를 만들면 여학생은 두 표를 가지게 되고, 마찬가지로 장애인, 성소수자 학생회가 생기면 누군가는 최대 네 표를 갖는 게 불공정하다는 거예요. 총여학생회 관련 토론회를 열었을 때 폐지를 주장하는 남성분이 “총여가 필요하다면 게이·장애인 학생회도 필요하다는 것이냐”고 반문했어요. 우리가 말하는 게 바로 그것, 만들자는 거예요. 그분은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돈도, 시간도 낭비된다”고 했는데요. 그걸 낭비라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학생 자치 요구는 다 묻히는 거죠.●맥락 없이 기호만 짜맞춰 안산 선수 공격 -최근 안산 선수를 둘러싼 젠더 폭력을 떠올려 보면 어떤가요. 남초 커뮤니티는 안 선수가 쇼트커트 머리에 여대에 재학 중이라는 점, ‘웅앵웅’, ‘오조오억’ 같은 ‘남혐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을 들어 ‘페미’라고 지칭했어요. 권김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난 혐오의 맥락이에요.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전라도, 세월호, 페미니스트 같은 어떤 기호를 조합해서 공격할 만한 흐름이 되는 방향으로 한번 던져 본 거 같아요. 근데 안 선수 같은 경우는 너무 말도 안 되는 ‘어그로’(관심 끌기)라서 본인들도 당황해서 열심히 치워 보려고 하지만 너무 ‘빵’ 터진 거죠. 지금 누가 봐도 안 선수 건에 대해서 펨코(남초 커뮤니티 ‘에펨코리아’)가 하는 말에 동의할 수 없잖아요. 이번 일을 중심으로 사실은 ‘집게손 논란’ 같은 것들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 다시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 같기도 해요. 한편으론 안 선수가 스무 살에 올림픽 3관왕이라는 점에서, 20대 여성들로선 그 정도로 올라서지 않으면 존중받을 수 없다는 걸 경험했다는 사실이 끔찍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안 선수를 둘러싼 이야기를 예외적으로 문제적인 사건으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GS25 포스터를 비롯해서 여성들을 “페미냐”는 물음으로 공격하던 방식 전반을 문제 삼는 것으로 다시 얘기를 끌어와야 하는 거죠. 윤김 당시 트위터를 보면서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했던 지점이 “안산을 욕하려면 금메달 4개 따고 와라”라는 표현이었어요. “그럼 우리는 모두 금메달리스트가 되기 전까지는 혐오로 공격받아도 되는 사람이냐”를 질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에브리타임(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안산’을 검색해 봤더니 제일 많이 나오는 얘기가 “우리는 안산을 욕하려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왜 ‘웅앵웅’이라는 말을 썼는지가 궁금한 것이다”예요. 그걸 통해서 안 선수가 자신들을 혐오했고, 그래서 자신들은 ‘남혐’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말한다는 거죠. GS25 포스터 사태처럼 ‘집게손’ 같은 백래시가 먹힌 게 대부분 기업들이잖아요. 이 사람들이 철저히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이렇게 하면 돈 안 쓴다”라고 말하고 있어요. 사실 인생에서 소비자로서만 승리를 해 본 거죠. 권김 굉장히 독특한 남성 정체성이에요. 한국에서 2010년대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호구가 될 순 없다’는 생각과 ‘가성비’가 20대 남성 정체성의 중요한 언어로 등장하고 있거든요. 이들이 노동자나 정치적 주권자로서가 아니라 합리적 소비를 하는 소비자로서만 자신을 얘기하는 거죠.●페미니스트의 스펙트럼 넓혀야 할 때 -안 선수를 향한 ‘쇼트커트 페미’ 공격에서 보듯, ‘페미’라는 말 자체가 낙인이 된 시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윤김 과거로 회귀한다고 느껴요. ‘#나는_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해시태그가 2015년에 등장했는데 최근 다시 나오고 있으니까요. 기본적으로 ‘페미’라는 말을 구성하는 주체가 철저히 남성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는 거 같아요. 그래서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선언이 페미를 정의하고 호명하는 주체를 여성들 스스로에게로 가져오기 위한 노력들이었던 거죠. 그렇지 않으면 자꾸 뺏겨버리는 말이라 계속해서 낙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권김 페미니스트를 둘러싼 명명의 정치 역사가 있거든요. 페미니스트라는 말은 언제나 사회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정성의 총합 같은 것으로 활용됐어요. “내가 싫으면 페미니스트, 빨갱이” 하는 식으로요. 한편 여성들이 가진 페미니스트에 대한 태도가 변한 게 있어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여자들이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성차별주의에 반대해”라고 얘기했거든요. 혹은 “성차별주의에 반대하지만 페미니스트까지는 아니야”라든지, “페미니스트는 좀 무섭다”는 식의 태도, 거리두기를 했죠. 근데 페미니즘이 대중화되면서 2015년도부터는 “나는 페미니스트이지만 ‘메갈’은 아냐” 이렇게 얘기하기 시작한 거예요. “나는 어떤(which) 페미니스트야” 하는 식으로 바뀐 거죠. 윤김 대표 말대로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남성들이 자기들 쪽으로 가져오려고 하지만 여성들은 이미 다른 단계로 갔어요. “너 페미냐” 하는 질문의 힘을 가지고 와서 “넌 어떤 페미니스트야”라는 형태로 질문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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