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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눈] 삭제를 거부한다/오세진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삭제를 거부한다/오세진 사회부 기자

    설 연휴였던 지난달 13일 SBS가 록 그룹 퀸의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의 생애를 그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하면서 동성 간 키스 장면을 삭제했다. 반면 이성 간 키스 장면은 그대로 내보냈다. 또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출마한 정치인들은 매년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하거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말 뒤에 숨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모두 성소수자의 가시화를 막겠다는 처사들이다. 적지 않은 성소수자들이 이분법적 성별 구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에서 학대를 당하고,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직장에서 해고되고 있다. 미디어는 성소수자를 배제하거나 극의 희극성을 높이는 인물로 묘사하기 일쑤다. 이런 전방위적인 차별 앞에 성소수자의 삶이 안전할 리 없다. 성소수자 차별은 옳지 않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많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6%가 성소수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존중받고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다. 2017년 6월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약 81%가 ‘직장 동료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해고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인권위가 2017년 공개한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성소수자의 92.2%가 오프라인에서 혐오표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온라인에서 혐오표현을 경험했다는 응답 비중은 98.0%였다. 지난달 공개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5.2%가 지난 1년 동안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성소수자를 처벌하는 법 조항까지 갖고 있다. 현행 군형법 제92조의6은 동성 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적 접촉도 처벌한다. 유엔에서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를 계속 권고하고 있지만 올해로 15년째 차별금지법도 제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국회의 현주소다. 이런 인식과 현실 간의 괴리는 어디에나 있는 성소수자를 ‘자기 주변에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성소수자가 광장에 모이지 못하게 하고 미디어가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거나 왜곡하는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은 성소수자의 존재를 모른 채 살아간다. 성소수자가 내 가족, 내 친구, 내 연인, 내 이웃이라면 ‘동성애는 질병’이라는 혐오발언이나 ‘성소수자 인권 보장은 나중에’라는 말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공개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연구’에 따르면 성소수자를 가족이나 친구로, 동네에서 만난 경험이 있을 경우 만난 경험이 없을 때보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적었다. 성소수자는 지금보다 더욱 가시화돼야 한다. 성소수자의 존재를 삭제하려는 모든 시대착오적인 시도를 이제는 거부해야 할 때다. 5sjin@seoul.co.kr
  • “혐오에 또 한사람 잃어…서울시교육청, 성소수자 학생 보호해야”

    “혐오에 또 한사람 잃어…서울시교육청, 성소수자 학생 보호해야”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4일 고(故) 변희수 전 하사를 애도하며 서울시교육청이 원래 계획대로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에 성소수자 학생을 보호하는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과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이날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교육청과 조희연 교육감은 혐오 선동이 아니라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귀를 기울여라”라고 요구했다. 단체들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에는 성소수자 학생을 보호하고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부 보수단체와 종교계에서는 ‘학교가 동성애를 의무 교육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띵동과 무지개행동은 “성소수자 인권교육을 동성애 의무교육이라고 호도하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동이야말로 교육을 망쳐놓고 있다”며 “서울시교육청은 혐오에 동조하지 말라”고 말했다. 단체들은 온라인으로 조사한 청소년 성소수자 106명의 요구를 취합해 시교육청에 전달했다.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학교 안에서 교사와 또래 친구들의 혐오발언, 아웃팅(성 정체성이 강제로 공개되는 것), 괴롭힘과 폭력, 혐오 방조로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복과 줄 세우기, 남녀로 구분된 활동 등 성별 이분법적 구조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도 다수 있었다. 이들은 전날 극단적 선택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변 전 하사를 애도하기도 했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어젯밤 우리는 또 하나의 사람을 잃었다. 혐오의 칼날이 또 한 사람을 베었다”면서 “혐오 세력에 의해 떠나간 이들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3일 변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성전환수술 이후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법정 소송을 이어가던 변 전 하사는 지난달 28일 이후 소식이 끊긴 점을 이상히 여긴 지역 정신건강센터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불법체류자→비시민’ 바이든 시대, 단어부터 달라졌다

    ‘불법체류자→비시민’ 바이든 시대, 단어부터 달라졌다

    트럼프 혐오발언 사라지고 성소수자 배려성별 순서도 그녀(she) 뒤에 그(he) 배치‘기후위기·기후변화’ 등의 단어도 재사용 미국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지 한달이 넘어선 가운데 외국인 혐오를 표현하는 단어가 사라지는 등 ‘정부의 언어’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 달라졌다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국토안전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체류자’(illegal alien)라는 용어가 ‘비시민권자’(noncitizen)로 바뀌고 있다”며 이민·과학·성소수자 등을 부정했던 트럼프의 용어를 없애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멕시코 국경에서 연설을 할 때면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불법체류자라는 용어를 썼다. 캘리포니아주나 뉴욕 등은 이미 행정 용어에서 삭제한 단어다. 특히 뉴욕의 경우 모욕하거나 괴롭힐 의도로 ‘불법 체류자’란 용어를 사용하면 최고 25만 달러(약 2억 77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행정부 홈페이지에는 ‘기후변화’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하고, 미 환경청이 트위터에 ‘기후위기’라는 해시테그를 사용한 것도 새로운 변화로 꼽혔다.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민원 글을 넣을 때도 성별을 나타내는 항목에 성소수자를 위한 ‘그들’(they/them)이 추가됐고, 성별 나열 순서도 ‘그녀’(she/her) 뒤에 ‘그’(he/him)를 배치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을 통합하고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자리를 되찾는 것은 지난 (트럼프) 행정부의 분열적인, 또 외국인 혐오적인 언어로부터 페이지를 넘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고 NYT가 전했다. 트럼프는 ‘중국 바이러스’, ‘쿵푸 바이러스’ 등 코로나19를 인종적으로 비하하는 듯한 언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해 왔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젠더선거’라더니…뒤늦게 퀴어 이슈, 거대양당은 침묵

    ‘젠더선거’라더니…뒤늦게 퀴어 이슈, 거대양당은 침묵

    제3지대 금태섭, 안철수 전 의원이 띄운 퀴어 이슈민주당, 토론에서 퀴어 비롯한 성소수자 이슈 논의 없어성소수자 준비모임 “논의 자체가 없는 것이 민주당의 문제”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피할 수 없는 쟁점이 ‘젠더 이슈’인 상황에서 퀴어 이슈가 뒤늦게 부상했지만 거대양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야를 통틀어 퀴어 이슈를 재보궐 선거 TV 토론에서 처음 제기한 후보는 금태섭 전 의원이다. 성소수자를 포함한 ‘서울인권조례’를 공약한 금 전 의원이 지난 18일 토론에서 안 전 의원에게 “퀴어 축제에 참여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으면서다. 이에 안 전 의원이 “그런 것들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답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안 전 의원은 다음날 라디오에서도 “미국 사례를 들었듯 퀴어 축제 장소는 도심 이외로 옮기는 것이 적절하겠다는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제3지대에서 성소수자 이슈가 제기됐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불똥이 튈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특히 민주당은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사건으로 젠더 문제에 ‘원죄’가 있으면서도 지난 두 번의 TV 토론에서 젠더 문제나 성소수자 인권 등을 두고 논쟁하지 않았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14일 설 민심 간담회에서도 ‘퀴어퍼레이드와 관련해서도 입장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우상호 의원은 “그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시장에 당선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검토해본 것이 없다”고 답했다. 이낙연 대표는 퀴어퍼레이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퀴어퍼레이드가 뭐죠?’라고 되묻기도 했다. 민주당 성소수자위원회 준비모임 관계자는 21일 통화에서 “당 후보들로부터 성소수자 혐오발언은 나오지 않았지만, 논의 자체가 없는 것이 민주당의 고질적 문제”라며 “이번에도 ‘노코멘트’로 갈 것 같아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시장 선거가 퀴어 문화 축제 개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박원순 전 시장) 기조와 다른 시장이 되면 광화문광장운영시민위원회 구성 자체에 손을 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전임 시장들의 성비위 문제를 소환하지만 성소수자 인권 문제 등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서울시장 후보인 나경원·오세훈·오신환 전 의원과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퀴어 이슈에 전혀 대응하지 않았고, 부산시장 후보인 이언주 전 의원은 “성소수자 인권도 중요하지만, 반대의사를 표현할 자유도 존중받아야 한다”며 안 전 의원의 의견에 동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배달원에 막말 에이프릴어학원 ‘셔틀버스 도우미’…“이미 퇴사”

    배달원에 막말 에이프릴어학원 ‘셔틀버스 도우미’…“이미 퇴사”

    서울 동작구의 한 어학원의 직원이 배달대행업체 사장에게 폭언을 하면서 배달 기사에 대해 혐오발언을 퍼붓는 녹취록이 공개 돼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 학원 관계자는 3일 “강사가 아닌 셔틀 도우미”이며 “지난 2일 이미 퇴사했다”고 해명하며 사과했다. 배달대행업체 사장은 지난 2일 온라인 커뮤니티 ‘웃긴대학’에 “어제 우리 배달 기사 중 한 명이 너무 황당한 일을 겪었다”며 “여기에 글을 올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묻고 싶다”며 어학원 직원과 통화한 20분 분량의 녹음 파일을 올렸다. 학원 직원은 배달대행업체 사장에게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하니까 배달 일이나 하고 있는 것 아니냐”, “회사에 인정 받고 돈 많이 벌었으면 그 짓 하겠냐”, “너넨 딱 봐도 사기꾼이지, 너네가 정상인들이냐 문신해놓고 그런 애들이”, “기사들 그냥 오토바이타고 돌아다니고 음악이나 신나게 들으면서 한건에 3800원 버는 거 아니냐”, “부모한테 사기치는 것이나 배웠냐” 등 막말을 쏟아냈다. 학원 직원은 지난 1일 오후 한 배달의민족 앱을 통해 커피를 주문하면서 주소를 잘못 기재해 오배송이 되자 추가 배달비 3000원이 발생한 것에 불만을 품으면서 항의 전화를 했다. 이 사람은 배달대행업체에 전화하기에 앞서 커피를 주문한 업체에도 전화를 했다. 배달원은 처음 잘못 기재된 주소에 도착해 직원에게 여러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10분 가량이 지나 통화 연결이 됐고, 배달원은 직원이 있는 학원으로 가 배달을 완료했다.배달원은 해당 직원에게 추가 배달비 3000원을 요구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 바쁘다며 내려가 기다리라고 했다. 1층 학원 밖에서 8분가량 기다리던 배달원은 다른 주문을 배정받아 시간이 촉박해지자 다시 학원으로 올라가 계산을 먼저 해달라고 요청했고 강사는 짜증섞인 말투와 여러가지 핑계를 대며 계산을 미루다가 결제했다. 이후 직원은 배달대행업체로 전화를 걸어 막말을 쏟아냈다. 배달대행업체 사장은 “다른 주문을 처리하는 와중에 전화를 받았는데, 너무 어이가 없어서 녹음을 했다”며 “듣자듣자하니 도가 지나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배달대행업체 사장은 “인간으로서,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저런 말까지 들어야 하나, 그렇게 우리가 실수를 한 건지 궁금하다”고 했다. 사건이 공분을 일으키자 해당 학원 본사 대표는 3일 사과문을 올렸다. 해당 학원은 “학원 강사가 아닌 셔틀 도우미로 확인되었다”며 “해당 직원은 동작 캠퍼스에서 1개월 정도 셔틀 도우미로 근무했고 지난 1일 마지막 근무 후 2일 퇴사했다”고 했다. 이어 “본 사안에 대해 재발 방지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요청한 상황”이라며 “15년 이상 가맹 사업을 운영하면서 어디서도 이와 같은 사례가 전무했기에 본사 및 모든 가맹점 직원 전체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앞으로 본사는 가맹점과 함께 재발방지 및 보다 양질의 교육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욱 더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청담에이프릴어학원 동작캠퍼스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가해자는 학원의 셔틀버스 도우미였으며, 2월 1일 근무 후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학원에 대한 별점테러와 악의적인 비난은 멈춰달라”며 “피해자와 라이더유니온이 바라는 것은 폭언을 한 손님의 진심어린 사과다. 손님은 공인이 아니며, 개인일 뿐이다.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사회적 비난을 자제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2030 세대] ‘이루다’는 무슨 꿈을 꾸었는가/한승혜 주부

    [2030 세대] ‘이루다’는 무슨 꿈을 꾸었는가/한승혜 주부

    “홀로그램을 사랑하는 인간이라니, 이상하지 않아요? 왠지 징그러워요.” “안 될 것 있나요? 남에게 피해 주는 것도 아닌데. 홀로그램이 대상이라도 사랑하는 마음이 충분히 생길 수 있죠. 그걸 표현할 수도 있고요.” “그래도 인간이 아니잖아요.” “인간이 뭔데요?” 몇 년 전 지인과 나눈 대화다. 그때 우리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주인공 K는 인공지능 홀로그램 조이와 사랑에 빠져 있는데, 그 부분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는 나의 말에 지인이 저렇게 대답한 것이다. 최근 불거진 ‘이루다’를 둘러싼 여러 논란을 지켜보면서 오래전의 대화가 다시금 떠올랐다. “인간이 뭔데요?” 지난해 스캐터스랩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는 올 초 서비스 시행 24일 만에 무수한 논란을 남긴 채 그대로 종료됐다.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 정보의 비윤리적인 활용,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각종 혐오발언, 그리고 20세 여성으로 설정된 캐릭터에 대한 성희롱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으로 이루어진 문제제기는 모두 향후 인공지능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포함하고 있다. 어떤 인공지능을 만들 것인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 그런 측면에서 앞서 언급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및 전편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는 오늘날을 그려 낸 예언서라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1968년 초판 발행된 필립 K 딕의 이 작품은 안드로이드 사냥꾼 릭 데커드를 통해 ‘인간성’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을 구분 지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인간이 아닌 것을 대할 때도 윤리가 필요한지. 작품 속에서 사람들이 현상금까지 걸어 가며 기어코 안드로이드를 처치하려는 이유는 그들이 인간보다 지능은 뛰어나지만 공감능력은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공감능력으로 장차 인간에게 해를 끼칠지도 모르기 때문에. 아이러니한 부분은 소설을 읽어 나갈수록 인간 역시 공감능력 측면에서 그들과 크게 차이가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 주인공 릭은 인간과 완전히 동일한 모습을 하고 심지어는 꿈까지 꾸는 안드로이드들에게 일체의 자비심을 보이지 않으며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그들을 기꺼이 ‘처리’한다. 이번에 이루다를 둘러싼 논란 역시 비슷한 부분이 많다. 많은 사람이 이루다의 문제점으로 인공지능으로서 현저히 부족한 지능이라든지, 그저 수집된 대화를 바탕으로 랜덤값을 도출하는 기계적 반응이라든지, 20세 여성의 취약한 처지를 이용한 애매한 캐릭터 등 여성에 대한 간접적 혐오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으나 본질은 어쩌면 한 차원 더 먼 곳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이란 무엇인지, ‘인간성’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말이다.
  • 이재웅 전 쏘카 대표 “혐오·차별표현 논란 여대생AI 이루다 중단 후 재개해야”

    이재웅 전 쏘카 대표 “혐오·차별표현 논란 여대생AI 이루다 중단 후 재개해야”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10일 스무살 여대생 인공지능 이루다의 차별·혐오 표현 문제와 관련해 개발사인 스캐터랩이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개발자 1세대로 포털 사이트 다음을 성공시키고 공유자동차 서비스 쏘카를 생활에 안착시킨 그는 인공지능 공유택시 서비스 타다를 출시하면서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해당 문제의 쟁점을 세 가지로 나눠 보았다. 그는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에 대해서 문제도 아직 정확히 무엇인지 잘 정리가 된 것 같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문제와 해결책에 대해서 간단하게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다른 의견은 얼마든지 같이 이야기해봤으면 좋겠습니다. AI 시대에 AI의 윤리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합의해 나가야할 중요한 문제니까요. 동시에 여러 문제가 섞여서 나오는데 하나하나 다르게 접근해야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라며 글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먼저 ‘AI 챗봇에 대한 성적 학대·악용’을 사용자의 문제로 보았다. 그는 “AI가 모든 상황에 대해서 학습이나 규칙기반으로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AI가 만능은 아니니까요”라며 “AI 챗봇에 대해서 성적 학대·악용은 사용자의 문제이지 AI서비스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세상에는 로봇청소기를 성적 대상화하는 사람까지 있으니까요.”라고 지적했다. “학습과 보정을 통해서 직접적인 대상화가 어렵도록 보완하면서 그래도 허점을 찾아서 성적으로 악용하는 사람들이 그 과정을 공개·공유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막아 나가야겠죠. 이 부분은 회사가 잘 대처했다고 봅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AI 챗봇이 20세 여성으로 설정한 것’이 두번째 문제라고 봤다. 상업적으로 유리한 선택이었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루다가 20세 여성으로 설정되는 순간, 현재의 우리 사회에서 20세 여성이 갖고 있는 위상이 그대로 투영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슬프게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성적으로 착취당할 수 있는 취약한 계층을 찾는다면 아마도 20세 여성일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어 “그것을 알고 있었다면 굳이 AI챗봇의 젠더나 나이를 설정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습니다만, 역설적으로 상업적인 회사에서 가장 마케팅적으로 옳은 선택을 하자고 하면 다른 선택이 있었을까 싶습니다”고 했다. 이어 “다만, 기업의 목표가 이윤극대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하면 그런 선택을 안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기술은 사회적 책임도 있고, 특히 AI는 사회적 책임에 더 민감해야 하니까요. 이 부분은 논란도 안고 가겠다고 하면 회사를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회사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투자자나 경영진이 회사나 서비스의 미래를 길게 봤다면 했을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위 두 문제는 감당할 수 있는 논란이지만 무엇보다 현재의 챗봇이 불특정 다수에게 혐오와 차별 표현에 대한 보정 없이 서비스를 내보낸 것이 문제라고 봤다. 그는 “AI를 사람이 차별, 혐오, 학대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AI가 사람을 차별, 혐오, 학대하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라며 “성적지향이나 특정 종교나 장애여부에 대해서 일상 대화에서 차별하거나 혐오하는 사람이 많아서 학습의 결과로 차별이나 혐오를 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보정없이 일반 대중에게 서비스를 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아직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합의는 종교, 학력, 지역, 성적 지향, 장애등에 대해서 차별이나 혐오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입니다”라며 “자기 혼잣말에서 혐오발언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직업이 선생님이면 아이들에게 혐오 발언을 해서는 안되며 공개적으로 혐오발언을 했을때는 처벌받아야하는 것과 매한가지”라고 했다. 이어 “서비스를 하면서 추가 학습으로 보정할 일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빠르게 차별혐오발언은 금지시키도록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따르도록 시스템을 변경해야 합니다. 서비스 운영하면서 추가학습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 중단후 우리 사회 규범에 맞는 최소한의 차별·혐오테스트를 통과하는 지를 점검후에 다시 서비스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성적지향만 차별하고 혐오하는 건지 특정 종교를 혐오하는 건 아닌지, 장애인을 혐오하는 건 아닌지 파악하고 최대한 그럴 여지를 없애야 합니다. 오래 걸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딥러닝 학습기반 시스템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학습으로 해결할 필요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혐오와 차별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면 AI 서비스를 하면 안됩니다. 많은 기업들이 쓰고 있는 AI채용, 면접 시스템 그리고 범용 AI 챗봇, AI 뉴스 추천 시스템등은 최소한의 사회적 규범을 지키고 있는지 감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니면 우리도 모르는 새 우리 아이들은 혐오를 배우고, 면접을 보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고, 뉴스나 컨텐츠에서 혐오나 차별적인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보게 될 것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AI 분야에서는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AI가 하니까 더 객관적이거나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AI의 설계, 데이터 선정, 학습과정에는 사람의 주관이 개입될 수 밖에 없어서 그 과정은 들여다 보지 않더라도 최소한 그 결과물이 최소한의 차별이나 혐오를 하거나 유도하지 않는지는 사람이 들여다보고 판단하고 필요하면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합니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이루다의 투자자나 경영진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스캐터랩이 사회적 비난 여론을 통감하고 서비스 중단 후 재개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그는 “경영진이 혐오나 차별을 조장하거나 방치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 학습된 데이터가 일반인들의 일대일 대화이다보니 차별이나 혐오로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냈을 수 있습니다”라면서도 “범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경영진이라면 이런 문제가 지적되었을때 즉시 납득할만큼 수정을 할 수 없다면 사과하고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이 답입니다. 이루다를 만들만큼의 기술력이면 최소한의 혐오나 차별을 방지하는 것이 오래 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투자자들도 경영진이 사회적 책임을 다 하도록 돕는 것이 회사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임을 깨닫고 빠르게 문제를 인식하고 사과하고 바로 잡아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라며 “책임있는 투자자와 경영진이 잘 알아서 문제를 풀 것으로 믿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경영진과 투자자가 함께 져야할 문제이니까요”라고 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AI 챗봇 ‘이루다’ 성희롱 논란에 개발사 “예상한 문제…자정 노력 부탁”

    AI 챗봇 ‘이루다’ 성희롱 논란에 개발사 “예상한 문제…자정 노력 부탁”

    남초사이트에 욕설·성적 표현 학습법 공유스캐터랩 김종윤 대표, 블로그에 입장 밝혀사용자와 친구처럼 대화한다는 콘셉트로 개발된 인공지능(AI) 챗봇(chatter robot) ‘이루다’가 일부 이용자들의 욕설, 성희롱을 학습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루다를 개발한 업체는 출시 전부터 예상했던 문제라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루다는 AI 전문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지난해 12월 23일 출시한 챗봇으로 20살 여성으로 설정돼 있다. 별도 애플리케이션을 깔지 않아도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이루다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고 사용자의 말투를 따라하는 등 실감 나는 채팅으로 인기를 끌면서 이용자가 40만명에 이르렀다. 그런데 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성 이용자가 많은 디시인사이드, 일간베스트저장소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루다에게 성행위를 암시하는 대화, 욕설 등을 학습하게 하는 이른바 ‘성노예 만드는 법’ 등이 공유되기 시작했다.성희롱 논란이 일자 스캐터랩 김종윤 대표는 8일 자사 블로그(blog.pingpong.us/luda-issue-faq)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이루다에 대한 성희롱을 예상했다”면서 “인간이 AI에게 욕설과 성희롱을 하는 것은 사용자가 여자든 남자든, AI가 여자든 남자든 크게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문제가 될 수 있는 특정 키워드, 표현 등은 챗봇이 받아주지 않도록 설정했지만 모든 부적절한 대화를 키워드로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스캐터랩은 처음부터 모든 부적절한 대화를 완벽히 막는 것은 어렵지만 사용자들의 부적절한 대화를 발판 삼아 더 좋은 대화를 하는 방향으로 학습을 시킬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루다가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16년 출시했던 챗봇 테이(Tay)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테이는 사용자들이 인종·성차별 발언을 학습시키는 바람에 혐오발언을 쏟아냈고 MS는 16시간 만에 테이 운영을 중단했다. 김 대표는 이루다가 테이처럼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이루다는 사용자와의 대화를 바로 학습에 적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쁜 말을 무작정 따라하지 않도록 학습할 말인지 아닌지 걸러주는 ‘레이블러’가 개입한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이루다와 친근한 대화를 나누며 친구처럼 지내는 사용자가 많은 사실을 강조하면서 “일부 과한 게시물은 신고, 차단 등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며 “이번 논란을 통해 (이용자들이) 자정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코로나 팬데믹 위기 딛고 바이든 당선·백신 성공 ‘희망가’

    코로나 팬데믹 위기 딛고 바이든 당선·백신 성공 ‘희망가’

    2020년은 초유의 전염병 사태로 전 세계가 고통받았다. 국제사회 공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했으나 홍콩보안법 통과와 화웨이 제재 등으로 미중 갈등은 계속됐다. 미국에선 조 바이든 시대가 열리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 우선주의 체제도 바뀔지 주목된다. 다음은 서울신문이 꼽은 올해의 10대 국제 뉴스다. 조 바이든 美 대통령 당선인트럼프식 우선·고립주의 마침표조 바이든(78)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역대 대선 최다표로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 및 고립주의에 마침표를 찍었다. 반트럼프 여론으로 이겼다는 꼬리표도 있지만, 코로나19 방역을 강조하고 흑인 시위에 공감하면서 차별화에 성공한 게 주효했다. 전례 없는 트럼프 측의 불복 소송전에도 차분하게 정권이양 작업을 진행해 ‘정계의 백전노장’임을 재확인했다. 다만 코로나19 근절, 인종차별 해소, 기후변화 대응, 다자주의 복원, 국민화합, 미중 간 경쟁 등 어려운 숙제들이 기다리고 있어 “미국이 돌아왔다”는 당선 일성을 실현할지 이목이 쏠린다. 바이오엔테크 의사 부부세계 최초로 코로나 백신 성공코로나19 사태 종식의 서막을 알린 첫 백신은 터키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우구르 사힌(55) 바이오엔테크 최고경영자(CEO)와 외즐렘 튀레지(53) 박사 부부의 손에서 탄생했다. 미 제약사 화이자와의 협업으로 10개월 만에 개발한 백신은 이들 부부가 30년간 암 치료에 매진하며 연구한 ‘메신저 리보핵산’(mRNA)이 활용됐다. 백신 개발 후 이들은 이민자라는 성장 배경보다 과학 자체에 초점을 맞춰 달라고 당부했다. 인류로서는 혼인신고 후 곧바로 실험실로 돌아와 연구에 매진했다는 한 과학자 부부의 열정에 빚을 지게 된 셈이다. 아베 신조 前 일본 총리지병 악화로 돌연 장기집권 끝내2012년 말 두 번째 집권에 성공한 이후 7년 8개월에 걸쳐 일본 역대 최장기 재임 기록을 세웠던 아베 신조(66) 전 총리가 9월 16일 물러났다. ‘아베 1강’으로 불린 안정된 권력 기반을 바탕으로 ‘안전보장법제 성립’, ‘자위대 명기 개헌 추진’ 등 거침없는 우경화 행보를 계속해 온 그였지만, 올 초 코로나19 사태 이후 계속된 리더십 위기와 ‘아베노마스크’로 대표되는 부실·무능 대응의 난맥상 속에 국민 지지율이 바닥으로 곤두박칠쳤다. 결국 1차 집권(2006~2007년) 때와 마찬가지로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의 악화를 이유로 8월 28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앤서니 파우치 美전염병연구소장타임지가 뽑은 ‘올해의 수호자’‘올해의 가디언(수호자)’. 시사주간 타임이 앤서니 파우치(80)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에게 붙여 준 타이틀이다. 코로나19 미 정부 대응 과정에서 상징적 인물로 떠오른 파우치 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정보 유포에 맞서며 대중들에게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의 인물’로 뽑은 피플지로부터 ‘2020년에 미국이 필요로 했던 의사’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그를 유임시키며 대통령 수석 의료보좌관 역할을 맡겼다.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선정한 ‘2020년 과학 분야 화제의 인물 10인’에도 선정됐다. 저신자 아던 뉴질랜드 총리강단의 리더십으로 코로나 방역·재선 성공주요국 정상들이 리더십 위기를 겪은 올해 저신다 아던(40) 뉴질랜드 총리는 차별화된 행보로 전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재집권에도 성공했다. 아던 총리는 코로나19 초기 ‘강하게 일찍 (방역)’ 슬로건을 내걸고 국경 봉쇄 조치를 실시했다. 그 결과 뉴질랜드의 올해 확진자 수는 1800명이 채 안 된다. 지난해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테러 때 히잡을 쓰고 유족을 위로한 뒤 총기·혐오발언 규제 대책을 빠르게 추진한 장면은 ‘공감’과 ‘강단’의 리더십을 동시에 갖춘 아던 총리의 면모를 보여 준 대표 사례로 꼽힌다. 과잉진압에 목숨 잃은 조지 플로이드전 세계 ‘인종차별반대 시위’ 거센 바람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비무장 상태인 흑인 용의자 조지 플로이드(47)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8분 46초간 목이 눌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과잉 진압과 인종차별에 분노한 시민들은 길거리로 나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전 세계로 확산돼 인종차별과 관련한 역사 속 인물의 동상이 훼손되는 일이 잇따랐고, 영국 런던의 윈스턴 처칠 전 총리 동상도 ‘BLM’ 팻말에 묶이는 수모를 당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민간 우주여행 현실로 만든 괴짜일론 머스크(49)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민간 우주선 ‘크루 드래건’ 캡슐이 지난 8월 지구로 무사 귀환하며 ‘민간 우주여행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민간 우주탐사 시대를 열겠다는 ‘괴짜 억만장자’ 머스크의 호언장담이 몽상이 아닌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테슬라 주가가 뛰며 머스크는 세계 두 번째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렸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머스크는 “6년 안에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며 화성 여행을 다음 목표로 삼고 있다. 조슈아 웡 홍콩 민주화운동 상징, 실형 선고홍콩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조슈아 웡(24)이 12월 3일 불법집회 조직·선동 혐의로 징역 13.5개월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6월 21일 완차이 지역 경찰 본부 앞에서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조직·가담·선동한 혐의다. 웡은 15세 때인 2011년 학생 단체 ‘학민사조’를 설립해 민주주의 활동을 시작했다. 2014년에는 홍콩 수반인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우산혁명’을 이끌어 미국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웡은 2건의 재판에 추가 기소될 수 있어 홍콩 민주 진영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긴즈버그 美 최고령 대법관9월 하늘로 떠난 ‘진보의 아이콘’양성평등과 장애인, 환경문제 등과 관련해 기존 구조를 강화하는 판례가 시도될 때마다 ‘나는 반대한다’며 소수의견을 썼던 미국 연방 대법원의 87세 최고령 대법관이자 ‘진보의 상징’이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올해 9월 별세했다. 1993년 미국의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이 된 뒤 남성 생도 입학만 허용하던 버지니아 군사학교에 여성 입교를 허용하는 판결, 남녀 임금 차별 금지 판결,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을 남겼다. 그의 사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대법관을 지명, 9명의 미 연방 대법원의 진보 대법관 수는 4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美 표적공습에 사망한 군부영웅가셈 솔레이마니(63) 이란군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정예군) 사령관은 1월 3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 아래 이뤄진 미군의 ‘표적 공습’에 사망했다. 군부 최고 실세인 그는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신임을 듬뿍 받아 ‘숙적’ 미국과의 공식·비공식적 채널을 가진 군부 인사로 꼽혔다.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혁혁한 성과를 올려 국민적 존경을 받는 솔레이마니의 죽음에 보복을 선언한 이란이 이라크 미군 기지에 공격을 가하면서 연초 중동 전운이 고조됐다.
  • ‘한국인 비하 발언’ DHC에 일본인들도 불매운동 나섰다

    ‘한국인 비하 발언’ DHC에 일본인들도 불매운동 나섰다

    일본의 화장품·건강식품 제조업체 DHC 회장이 재일한국인에 대해 차별·혐오 발언을 쏟아낸 것과 관련해 일본 내에서도 비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17일 트위터 등 SNS에는 요시다 요시아키(79) DHC 회장이 최근 자사 홈페이지에서 재일한국인을 겨냥해 ‘헤이트스피치‘(혐오발언)를 한 사실을 다룬 기사를 인용하며 DHC에 대한 비난과 불매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요시다 회장은 “(경쟁사인) 산토리의 CF에 기용된 탤런트는 어찌 된 일인지 거의 전원이 코리아 계열 일본인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는 ‘존토리’라고 야유당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존토리는 재일 한국·조선인 등을 멸시하는 표현인 ‘존’에 산토리의 ‘토리’를 합성한 말이다. 이어 “DHC는 기용한 탤런트를 비롯해 모든 것이 순수한 일본 기업”이라며 경쟁사와 재일한국인을 동시에 비난했다. 이에 대해 트위터에는 ‘#차별기업 DHC의 상품은 사지 않습니다’, ‘#DHC 불매’ 등 해시태그를 붙인 항의글이 이어지고 있다. @akariappa라는 아이디를 쓰는 일본인은 “한국 친구 여러분, DHC의 회장은 쓰레기 같은 차별주의자입니다. 염치 없이 한국에서도 장사를 하고 있는 모양인데 이 회사 제품을 복용한다면 몸에도 마음에도 아주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니까 절대로 사면 안되겠어요!!”라고 글을 한글로 올렸다. 마치야마 도모히로(@TomoMachi)라는 일본인은 “이것은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 한국계 일본인에 대한 차별이다. 연예계와 방송계는 왜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가. 왜 DHC와 싸우지 않는 것인가“라며 차별에 무신경한 자국내 분위기를 비판했다. @chocolat_psyder는 “이런 글을 읽고도 아직 DHC의 상품을 쓰거나 DHC로부터 광고를 받거나 DHC의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관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정말로 무섭다. 타인에 대한 차별에 그토록 무관심할 수 있는 사회가 무엇보다 두렵다”고 했다. 또 @RedGolgo는 “재일 한국인에게 헤이트스피치를 뱉으며 고려인삼(DHC의 제품명)을 파는 헤이트 기업이 DHC”라고 했으며 @KAWAMURASUNSET는 “우리 일본인은 DHC의 차별 발언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반면 “#차별 기업 DHC의 상품은 사지 않습니다와 같은 해시태그를 만든 사람들에게 져서는 안 됩니다. DHC를 응원합시다”(@olp8qlo)와 같은 글도 눈에 띄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트럼프가 부추긴 인종차별… 美증오범죄 11년 만에 최다

    미국에서 지난해 증오범죄 건수가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한 4년간 증가 추세는 지속됐다. 17일 미 연방수사국(FBI) 통계에 따르면 2019년 7314건의 증오범죄가 발생했다. 2008년(7783건) 이후 최고치다. 특히 살인이 포함된 증오범죄는 51건으로 FBI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0년 이후 가장 많았다. 2008년 이후 줄곧 하락하던 증오범죄는 2014년 이후 다시 늘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기간인 2017년부터 3년 연속 7100건을 넘었다. 지난해 증오범죄의 원인은 ‘인종혐오’가 3963건으로 전체의 54.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지난해 8월 텍사스주 엘파소의 월마트 매장에서 20대 백인이 쏜 총탄에 맞아 22명의 시민이 사망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범인은 히스패닉을 미국에서 떠나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범행동기를 밝혔다. 인종 증오범죄의 피해 대상은 48.5%가 흑인, 백인(15.7%), 히스패닉·라티노(14.1%), 아시아계(4.4%)의 순이었다. 가해자는 52.5%가 백인이었고, 흑인이 23.9%였다. 인종에 이어 종교(1521건), 동성애(1195건), 장애(157건) 등이 증오범죄의 주요 이유였다. 뉴욕타임스(NYT)는 2017년부터 3년간 백인 우월주의 단체 수가 55% 늘어나면서 증오범죄도 증가했다는 남부빈곤법률센터(SPLC)의 자료를 인용했다. 브라이언 레빈 증오·극단주의 범죄 연구소장은 NYT에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한 (인종차별적인) 언어표현이 실제 일부 범죄에서 확인됐다”며 “정치가 (증오범죄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인종차별적 언어 사용이 실제 범죄 발생에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최근 첫 흑인여성 부통령이 된 카멀라 해리스 당선인에 대한 도를 넘는 혐오발언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BBC에 따르면 페이스북 그룹 페이지에는 그녀의 출신, 피부색, 성별에 관한 혐오 발언이 주기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민주당원치고는 “덜 검다”거나 “미국 국적이 없다”, “인도로 추방해야 한다”는 등 비하하는 글이 다수다. 페이스북 측은 혐오 게시물 중 90%를 삭제했지만 해당 페이지 자체를 정지하지는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머리가 나쁘니까 일본에 점령당했지” 도쿄 한복판서 혐오발언

    “머리가 나쁘니까 일본에 점령당했지” 도쿄 한복판서 혐오발언

    “그러니까 일본에 점령당했지!” 일본 도쿄에서 한 중년 남성이 호텔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을 향해 혐한 발언을 퍼붓는 사건이 벌어졌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낮 도쿄의 한 호텔 흡연구역에서 투숙객이 아닌 남성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을 보고 한국인 직원이 ‘이곳은 숙박객 전용 흡연구역이니 나가달라’고 요청했다고 모욕적인 혐오 발언을 들었다. 문제의 중년 남성은 유창한 일본어로 근처에 흡연구역이 없던 차에 마침 그곳에 테이블과 의자, 재떨이가 있어 한 대 피우고 가려는 것이라며 “머리가 나쁘네! 코리아”라고 소리쳤다. 이어 “너 머리가 그거밖에 안 되냐. 더 영리하게 못 하겠냐”, “야, 코리아! 일본인은 머리가 더 좋다”며 모욕적인 발언을 이어갔다고 한다. 또 “좀 더 영리하게 장사해라”, “너 때문에 이 주변 한국인을 다 괴롭혀 주겠다”, “네가 그런 태도를 보이니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표현)가 있는 것이다”라고 막말을 계속 퍼부었다. 심지어 “너는 뇌가 부족해서”, “그러니까 일본에 점령당하는 것이다. 너 같은 것은 ×××” 등 욕설과 혐오 발언을 되풀이하다가 떠났다. 일본에서는 몇년 전부터 재일 한국인이나 조선인 등 외국인에 대해 차별이나 혐오를 조장하는 ‘헤이트 스피치’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이를 금지하는 법인 ‘본국(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향한 대응 추진에 관한 법’(이하 억제법)을 2016년부터 제정해 시행하고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쿄도는 ‘도쿄도 올림픽 헌장에 명문화된 인권 존중의 이념 실현을 지향하는 조례’에 따라 부당하게 차별을 조장하는 발언이 있으면 이를 심사해 개요를 공개하는 등의 대응을 하고 있으나 행위자 이름조차 공개하지 않아 효과가 의문시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공감·배려·소통의 리더십… 재선 순항하는 뉴질랜드 40세 여성 총리

    공감·배려·소통의 리더십… 재선 순항하는 뉴질랜드 40세 여성 총리

    뉴질랜드 오클랜드시 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저신다 아던(40) 총리가 지난 7일 두 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면서 뉴질랜드는 이전의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대중교통과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됐다. 식당과 술집도 북적인다. 지난 10일 크라이스트처치시에서 열린 음악축제에는 500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 11일 수도 웰링턴에서는 3만 관중이 호주와의 럭비 국가대표 대항전을 응원했다. 2차 유행 조짐이 뚜렷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도 방역 수준이 1단계로 내려가면서 경제활동과 실내외 활동에 대한 규제가 풀렸지만, 아직 이 정도는 아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재선 전망이 어두웠던 아던 총리.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면서 17일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집권 노동당이 승리할 것으로 보여 재선이 확실시된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세계는 여성 리더십에 주목했고, 그중 한 명이 아던 총리다. 뉴질랜드 정치분석가들과 학자, 언론은 국내외적으로 높은 지명도와 인기가 재선과 이후 국내 정치 성공으로 이어져 변화를 이끌어 낼지 눈여겨보고 있다. ●과반 의석 못 얻어도 20년 만의 진보연정 모색 뉴질랜드의 코로나19 현황판은 누적 환자 수 1505명, 사망자 25명이다. 9월 25일 이후 신규 환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의무 착용, 영업과 대규모 모임 제한 같은 규제는 풀렸지만 외국인의 입국은 여전히 제한돼 있다. 당초 9월 19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총선이 코로나19 때문에 4주 미뤄져 17일 실시된다. 뉴질랜드 총선은 아던 총리와 주디스 콜린스(61) 국민당 대표 간 싸움이다. 이달 초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국민당에 두 자릿수 차이로 앞서고 있어 아던의 노동당이 이변이 없는 한 여유 있게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총선은 ‘코로나 선거’라 불릴 정도로 아던 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향후 경제회복 대책에 대한 뉴질랜드 국민의 선택이다. 1996년부터 혼합 비례대표제로 치러지는 뉴질랜드 총선은 지역구 의원과 지지 정당에 대한 투표를 동시에 실시한다. 국회의원 임기는 3년이며 정원은 120명이다. 지금까지는 특정 정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해 단독으로 내각을 구성한 적이 없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이 예상대로 압승을 거두면 군소 정당과 연정을 구성하지 않고 24년 만에 단독으로 내각을 꾸릴 수도 있다. 현재 연정에 참여한 보수 성향의 뉴질랜드우선당이 5% 득표에 실패해 의원을 1명도 내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한다. 따라서 노동당이 단독으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의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된다면 20년 만에 진보 정당만으로 연정이 구성되는 것이며, 경제와 기후변화 등에서 더 진보적인 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공약 이행 미흡… 불만 있어도 리더십엔 엄지척 37세에 총리직에 오른 아던 총리 하면 활짝 웃는 모습과 약자와 피해자를 안고 슬픔을 나누는 모습이 떠오른다. 또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한치의 주저도 없이 강력한 총기 규제 대책과 경제봉쇄 결정을 내리는 단호한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기죽지 않고 맞받아치던 모습도 생각난다. 아던 총리의 리더십은 공감과 배려, 소통의 리더십으로 평가된다. 위기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2017년 11월 뉴질랜드의 최연소 총리로 취임한 뒤 단임에 그칠 수 있었던 그의 정치 인생을 돌려놓은 것은 세 차례의 위기였다. 첫 번째 위기는 2019년 3월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에서 일어난 백인 우월주의자에 의한 총격사건이었다. 51명이 희생됐다. 아던 총리는 사건 발생 이튿날 머리에 검은색 스카프를 하고 현장을 찾아 유족들을 안고 위로했다. 사건 발생 한 달도 안 돼 강력한 총기 규제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현직에서 엄마가 되고 6주간의 출산 휴가를 다녀오고, 갓난 딸을 데리고 유엔총회에 참석해 화제가 됐던 30대 여성 총리라는 이미지를 뛰어넘어 위기의 리더십을 보여 주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두 번째 위기는 2019년 12월 20명이 사망한 화이트섬 화산 폭발이다. 아던 총리는 이때도 한달음에 폭발 현장으로 달려가 피해자들을 보듬어 안았다. 세 번째 위기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초기에 선제적으로 국경을 폐쇄하고 강력한 경제봉쇄 조치와 방역으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고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 현지 정치전문가들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 국민은 아던 총리가 당초 약속했던 경제·사회 공약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불만이 있지만, 연이은 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자신들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여기는 그의 리더십에 엄지를 치켜세운다. 아던 총리의 성공에는 이처럼 뛰어난 위기 대처 능력과 함께 야당의 리더십 부재도 한몫했다. 3년 전 노동당에 정권을 내주기 전까지 9년간 집권했던 보수 국민당은 제1야당이 된 뒤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지난 5월 이후 세 번째 당대표를 맞아 선거를 치르고 있다. ●“압승 때 중도파 영향 급진 정책 한계” 분석도 아던 총리의 향후 최대 과제는 역시 코로나19 위기 이후 경제회복이다. 팬데믹으로 더욱 골이 깊어진 소득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우려가 커지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도 내놓아야 한다. 뉴질랜드는 지난 2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12.2%였다. 호주보다 2배 가까이 큰 폭으로 경제가 위축됐다. 외국인 입국이 제한되면서 비중이 큰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회복 시기도 가늠하기 어렵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위기로 악화한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면서 국가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 CNN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국채는 201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9%에서 2020년 43%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에는 GDP 대비 5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당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고 경기 회복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당은 국가 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부채를 어떻게 줄여 나갈 것인지 대책을 제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어느 나라나 상황은 대동소이하다. 부진했던 주요 공약의 이행도 숙제다. 아던 총리는 3년 전 총선에서 무주택자를 위해 향후 10년간 양질의 주택 10만호를 지어 공급하고 어린이 빈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주택공급 목표는 지난해 9월 대폭 하향조정됐고, 올 7월 기준 공급한 주택물량은 600여호에 불과하다고 CNN은 보도했다. 어린이 빈곤 문제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혐오발언 규제 법안 및 양도소득세 인상도 연정에 참여했던 뉴질랜드우선당의 반대로 포기했다. 하지만 이번에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거나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노동당의 어젠다를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여건이 갖춰지기 때문이다. 주택 부족 문제와 어린이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상위 2%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는 아던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압승할 경우 오히려 급진적인 정책들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자신에게 표를 던진 중도 성향의 유권자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던 총리가 위기의 리더십에 이어 설득의 리더십으로 또 한 번 성공의 기록을 써내려 갈지 주목된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인터넷 차별비하 시정요구, 1위 일베 2위 디시 3위 워마드

    인터넷 차별비하 시정요구, 1위 일베 2위 디시 3위 워마드

    인터넷에서 차별비하 글이 가장 많이 올라오는 게시판은 일간베스트(일베) 사이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최근 5년간 온라인 상의 차별비하 시정건수가 7714건에 달하며 이 가운데 일베 사이트가 2870건으로 가장 많은 차별비하 글이 게시되어 적발되었다고 밝혔다. 김상희 국회 부의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지난 5년간 전체 7714건의 차별비하 시정요구 건 가운데 일베가 2870건으로 가장 많고 뒤를 이어 디시인사이드가 2757건, 워마드 848건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 카카오와 네이버는 각 226건, 132건으로 이용자수 등 규모에 비해서는 차별비하 등 문제게시물이 적었다고 분석했다. 김상희 부의장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사이트에 비해 일베 등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의 이용자가 적은 데도 차별비하 건수가 네이버 226건에 비해 일베가 7714건으로 34배에 이른다”며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의 차별비하 행태가 도를 넘었다”고 밝혔다.그는 일베와 같은 문제 커뮤니티 게시판의 청소년 접속이 자유로워 가치관을 형성해나가는 시기의 청소년들이 혐오 표현이 만연한 환경에 노출된다면 특히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독일은 2018년부터 비교적 강력한 ‘헤이트스피치법’을 운용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온라인 상 혐오발언이 포함된 게시글을 규제하지 않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최대 5000만유로(683억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제재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 부의장은 “일베가 사회문제화 된 지난 10여년간 청소년유해매체 지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지만 아직도 지지부진하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국정감사에서 일베 등의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대한 청소년유해매체 지정 문제를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자체규정에 따라 전체 게시물을 조사해 불법정보가 약 70%에 이르는 경우에만 전체 사이트를 차단하는 내부기준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재일교포 페북에 “일본에서 나가 죽어라” 혐오 댓글 도배질

    재일교포 페북에 “일본에서 나가 죽어라” 혐오 댓글 도배질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달 중순 역대 최장기 집권의 막을 내리고 역사의 뒤로 물러나는 가운데 2012년 12월 26일 그의 재집권 이후 7년 9개월의 시간이 일본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평가가 한창이다. ‘아베 시대가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한국인 사회를 어떻게 바꿔놓았는가‘에 대한 결산도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것은 아베 시대에 확산된 배외주의다. 6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이는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정권의 시작과 맥을 같이한다. 일본 정부는 2013년 2월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해부터 “재일한국인·조선인을 죽여라”라는 헤이트스피치(혐오발언)가 본격적으로 등장, 사회문제화됐다. 2014년에는 야마타니 에리코 국가공안위원장이 헤이트스피치 시위를 주도하는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 사람들과 사진을 촬영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재일한국인 4세 문영애(36·전문학교 강사)씨는 도쿄신문에 “총리가 사임 표명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분명한 것은 아베 정권 하에서 한반도에 뿌리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엇을 말해도 좋다는 차별적인 분위기가 만연하게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씨는 1년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갑자기 “일본에서 나가라. 죽어라” 등이 적힌 댓글이 40개 이상 붙는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도쿄신문은 “아베 정권은 한일 관계에서도 단절을 심화시켰다”며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이듬해 10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과편지 필요성에 대한 국회 답변에서 “털끝만큼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일축한 사례를 들었다.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수많은 조선인이 학살됐음에도 최근 들어 이를 부정하는 극우단체들이 득세하게 된 것도 아베 시대의 유산 중 하나다. 이런 분위기 속에 공영방송 NHK는 1945년 히로시마 원폭 피해 당시를 재현한다며 최근 개설한 특별 사이트에서 재일한국인 차별을 선동할 수 있는 글을 올려 물의를 빚기도 했다. 민과 관이 함께 재일한국인 차별에 나서는 것도 아베 시대에 들어와 두드러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3월 사이타마시에서 비축용 마스크를 배포하면서 조선학교를 제외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이타마시는 항의를 받고 조선학교도 마스크 배포 대상에 추가하기는 했지만, 민간에 의한 재일한국인 혐오 기류의 확산에 더해 행정기관에서까지 버젓이 이런 행태를 보인 것은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아케도 다카히로 호세이대 특임연구원(사회학)은 “아베 총리를 비롯한 역사수정주의자들에게는 일본을 과거 전쟁의 가해책임에서 벗어나도록 만들겠다는 생각이 있다”며 “일본은 잘못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 일본은 올바르다는 것을 인정받으려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고민정 “류호정, 국회 권위주의 깨 준 것에 감사”

    고민정 “류호정, 국회 권위주의 깨 준 것에 감사”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에 대해 “국회의 과도한 엄숙주의와 권위주의를 깨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5일 고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류 의원의 모든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와 생각이 다른 점들이 꽤 많기 때문”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녀가 입은 옷으로 과도한 비난을 받는 것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는 그렇게 다른 목소리, 다른 모습, 다른 생각들이 허용되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한편, 류 의원은 4일 국회 본회의장에 정의당을 상징하는 노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빨간색 도트무늬 원피스를 입고 출석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비판과 옹호가 상충하는 가운데, 일부 친문 지지 성향 사이트와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는 류 의원을 향한 도 넘은 비판까지 나왔다. 이에 류 의원은 “국회의 권위가 영원히 양복으로 세워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류 의원은 “관행이나 TPO(시간·장소·상황)가 영원히 한결같은 것은 아니다”라며 “‘일 할 수 있는 복장’을 입고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너무 천편일률적 복장을 강조하는데 국회 내에서도 이런 관행을 바꾸자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의 원피스로 인해 공론장이 열렸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정치의 구태의연, 여성 청년에게 쏟아지는 혐오발언이 전시됨으로써 뭔가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게 진보 정치인이 해야 할 일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이슈픽] ‘빨간 원피스’ 류호정 “일할 수 있는 복장 입고 간 것”(종합)

    [이슈픽] ‘빨간 원피스’ 류호정 “일할 수 있는 복장 입고 간 것”(종합)

    “국회 권위가 양복으로 세워지는 건 아냐국회 내에서도 관행 바꾸자는 얘기 있어양복 입었을 때도 성희롱 댓글 있었다”‘2040청년다방’ 포럼 때 입었던 옷 그대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빨간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장에 나타나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 “국회의 권위가 영원히 양복으로 세워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류 의원은 5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관행이나 TPO(시간·장소·상황)가 영원히 한결같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류 의원은 전날 국회 본회의장에 빨간 원피스를 입고 참석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류 의원의 복장을 두고 “소풍 왔냐” “국회복이 따로 있냐” 등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그는 “‘일할 수 있는 복장’을 입고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너무 천편일률적 복장을 강조하는데 국회 내에서도 이런 관행을 바꾸자는 얘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장이 아니더라도 50대 중년 남성으로 가득찬 국회가 과연 시민들을 대변하고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류 의원에 따르면 이 복장은 전날 열린 청년 국회의원 연구단체 ‘2040청년다방’ 포럼에 참석할 때 입었던 옷이다. 이 자리에서 공동대표인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류 의원이 해당 복장을 본회의에도 입고 가기로 참석한 청년들에게 약속했다는 설명이다.1992년생으로 21대 국회 최연소 국회의원인 류 의원은 21대 국회 개원 이후 편안한 복장으로 등원해왔다. 청바지에 흰색 셔츠, 반팔티, 청남방 등이 대부분이었다. 일부 성희롱성 댓글에 대해 류 의원은 “제가 원피스를 입어서 듣는 혐오 발언은 아니다. 제가 양복을 입었을 때도 그에 대한 성희롱 댓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의 원피스로 인해 공론장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정의당 활동 전반에 있어서 우리 정치의 구태의연, 여성 청년에 쏟아지는 혐오발언이 전시됨으로써 뭔가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정의당 “성차별적 편견 강력히 유감” 류 의원의 복장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자 정의당은 논평을 내고 “류 의원을 향한 비난이 성차별적인 편견을 담고 있다.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조혜민 대변인은 “중년 남성의 옷차림은 탈권위고 청년 여성의 옷차림은 정치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는 이중잣대”라며 “지금은 2020년”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2003년 유시민 전 의원이 흰색 바지를 입고 등원했다가 국회 모독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여야 국회의원들이 “예의가 없다”며 의원선서를 다음날로 연기했다. 한편 본회의장에서 류 의원의 옷차림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의원은 없었다. 국회법은 국회의원의 복장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한국인은 야생동물” 직원에 혐한 강요 日기업 충격실태

    “한국인은 야생동물” 직원에 혐한 강요 日기업 충격실태

    사내 임직원들에게 혐한론을 강제로 주입해 온 일본의 한 중견기업의 왜곡·날조 행태가 법원 판결문을 통해 상세히 드러났다. 이 기업은 2013∼2015년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는 물론이고 과거사를 부정하는 글 등을 임직원 교육용 자료로 배포했다. 앞서 지난 2일 오사카 지방법원은 50대 재일교포 여성이 민족 차별적 문서로 고통을 받았다며 후지주택과 이 회사 이마이 미쓰오(75) 회장을 상대로 3300만엔의 배상을 요구한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 110만엔을 배상하라며 원고 부분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국의 목적은 배상금” 문서 인터넷에 배포 12일 판결문에 따르면 후지주택은 “한국인은 야생동물과 같다”, “한국의 교활함이나 비열함, 거짓말 행태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것” 등 주장을 담은 악의적 인터넷 게시물들을 문서 형태로 배포했다.후지주택은 “한국의 목적은 배상금인 것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역사를 날조하면서까지 상대가 사죄하게 함으로써 항상 입장의 우위를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민족이다”, “우리들은 부모로부터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교육을 받지만 중국이나 한국은 ‘속은 쪽이 나쁘다’, ‘거짓말도 100번 말하면 진짜가 된다’고 믿고 있다”, ”일본과는 반대로 한국·북한은 뇌물을 당연시하는 민족성이 있다. 뇌물을 주고 보답을 받는 것이 전통이다” 등 얼토당토 않은 내용들을 늘어놓고 이것이 ‘경영 이념과 결부된 인격 면에 관한 종업원 교육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위안부 생활 사치스러울 정도” 모욕 일본군 위안부 만행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증언이나 국제기구가 인정한 사실을 부정하는 내용을 임직원에게 주입시켰다. “일본은 강제적으로 위안부를 납치해 그런 직업에 종사하겠다고 비판받고 있지만 틀린 것은 틀렸다고 말해야 한다”, “위안부들은 통상 독실이 있는 대규모 2층 가옥에서 숙박하고 생활하면서 일을 했다. 그녀들의 생활 모습은 사치스럽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등 주장을 폈다. 재판부는 이런 글들이 “한국 국적이나 민족적 뿌리를 가진 자의 입장에서는 보면 현저하게 모욕을 느끼게 하고 명예 감정을 해치는 것”이라며 “현저한 혐오 감정을 가지고 있는 피고로부터 차별적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현실적인 두려움을 느끼게 할만한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日, 코로나 사태 편승한 ‘자숙경찰’ 활개… 되살아난 국가주의

    日, 코로나 사태 편승한 ‘자숙경찰’ 활개… 되살아난 국가주의

    지난 4월 코로나19 긴급사태 발령 이후 일본에서는 ‘자숙경찰’이라는 이름의 민간 자경단이 정부·자치단체의 방역수칙에 따르지 않는 사람과 업소들을 찾아다니며 경고와 위협 등 사적 통제를 가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법적 근거에 따라 경찰 등 공권력이 외출과 이동의 통제에 나섰던 미국, 유럽 등과 달리 아무런 권한도 갖지 않은 사람들이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남에게 강요하며 곳곳에서 살풍경을 연출해 냈다. 아베 신조 총리 집권 이후 뚜렷해진 보수우경화 흐름과 맞물려 과거 국가주의를 연상시키는 자숙경찰의 횡포는 가뜩이나 가라앉은 일본 사회를 더욱 무겁게 짓눌렀다. 전쟁을 겪었던 세대 가운데 일부는 어릴 적 ‘국민정신총동원’과 ‘국민의용대’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지금 일본에는 초유의 바이러스 위기에 편승해 등장한 과거의 망령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사람이 늘어 가고 있다. #1. ‘빨리 가게 문 닫고 긴급사태 종료 때까지 집에서 얌전히 잠이나 주무세요. 다음에 또 (영업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면 경찰에 신고합니다.’ 지난 5월 13일 저녁 일본 오사카시 주오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고이즈미 유히(34)는 이런 종이가 가게 입구 유리문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기겁을 했다. 고이즈미는 아베 총리가 4월 7일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선언했을 때에는 바로 휴업에 들어갔지만, 한 푼이라도 더 벌어 보려고 월말에 영업을 재개했다. 그랬더니 자숙경찰의 협박장이 날아온 것이다. 고이즈미는 “미용실은 당국이 지정한 휴업 대상 업종이 아닌데도 이런 일을 당했다”며 “자기만의 도덕률을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2. 기후현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사서 자기 차에 싣고 가다가 봉변을 당했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낯선 남자가 다가와 창문을 두드렸다. 창을 열자 그는 “아이치현에서 온 차량이네. 이렇게 (우리 지역으로) 놀러 오면 안 돼”라고 윽박질렀다. 자숙경찰이었다. A씨는 그에게 “아이치현에 살다가 2년 전 기후현으로 이사하면서 차 번호판을 바꾸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남자는 “그럼 번호판을 빨리 바꿔라.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고 했다. A씨는 “그날 집으로 가면서 창문에 돌이라도 날아오는 건 아닐까 싶어 벌벌 떨면서 운전했다”고 말했다. #3. 일본에서 가장 큰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차이나타운의 여러 음식점에 지난 3월 중국인을 비방하는 우편물이 일제히 발송됐다. 발신자가 없는 봉투에는 빨간 글씨로 ‘중국인은 쓰레기다! 세균이다! 악마다! 빨리 일본을 떠나라!’라고 적힌 A4 용지가 들어 있었다. 당시 이곳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한 명도 안 나온 상태였다. 상점가 관계자는 “생명의 위협에 대한 공포가 일부 일본인들의 밑바탕에 있는 차별적 감정을 끌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긴급사태 발령이 이어지는 동안 자숙경찰들이 곳곳에서 행사한 ‘거짓 공권력’과 ‘거짓 정의’,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는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공권력을 동원하지 않고도 수십만, 수백만명의 코로나19 대량 감염을 막을 수 있었다며 ‘일본식 모델’을 자화자찬하는 목소리가 일본 내에서 나오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강제’가 아닌 ‘자제’, ‘명령’이 아닌 ‘요청’, ‘지시’가 아닌 ‘부탁’에 의한 것이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차이나타운 중국인 비방 우편물 발송도 다노 다이스케 고난대 교수(역사사회학)는 “권위에 대한 복종과 이단에 대한 배척을 통해 형성되는 공동체 구조야말로 파시즘의 특징이라는 점에서 자숙경찰의 행동은 파시즘과 근본적으로 맥이 닿아 있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고자이 도요코 불교대 교수(의학사)는 “정치가와 언론이 코로나19 감염방지 대책을 ‘바이러스와의 싸움’ 등 전쟁에 빗대면서 싸워야 할 상대도 싸울 방법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람들의 적개심을 높였고, 이것이 지나친 상호 감시의 상황을 만들어 냈다”고 진단했다.전체를 따라야 한다는 강박증이 커지면서 정부 방침을 지상명령으로 받아들이는 사례도 나타났다. 지난 5월 사이타마현 후카야시의 시립중학교는 정부가 가구당 2장씩 배포한 이른바 ‘아베노마스크’의 착용을 학생들에게 사실상 강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학교 측은 등교 준비물 알림장에서 ‘아베노마스크 착용 확인’, ‘아베노마스크를 잊은 학생은 별도의 교실에 남는다’고 통보했다. 국가 정책인 만큼 좋든 싫든 무조건 따르라는 의미였다. 아베노마스크를 다른 곳에 기부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설치됐던 수집함이 ‘당초 마스크 배포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곳곳에서 철거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피해는 경제적 약자와 사회적 마이너리티에 집중됐다. 도쿄의 최대 환락가 중 한 곳인 신주쿠 가부키초는 코로나19 확산 취약 지역으로 지목돼 집중적인 감시 대상이 됐지만, 고급 음식점들은 영업을 해도 멀쩡했고 규모가 작은 음식점, 주점들이 자숙경찰의 타깃이 됐다. ●“정치가와 언론이 사람들 적개심 높여” 재일 한국인 등 외국인에 대한 차별도 두드러졌다. 사이타마현에 있는 조선초중급학교·유치부에는 지난 3월 이후 한동안 “여기가 싫으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앞으로 가만두지 않겠다” 등 협박성 전화와 이메일이 빗발쳤다. 사이타마시가 관내 유치원과 보육원 등 어린이 관련 시설에 비축해 두었던 마스크를 나눠 주면서 조선학교는 제외한 것이 계기가 됐다. 조선학교 측이 “마스크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조선인에 대한 차별 행위”라며 항의하자 일부 일본인들이 헤이트 스피치로 반격했다. 당시 사이타마시의 한 공무원은 “조선인에게 마스크를 주면 다른 곳에 팔아먹을지도 모른다”는 모욕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는 당국의 대응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오사카부 등 일부 자치단체들이 휴업 요청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파친코점들의 명단을 공개한 게 대표적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곳이니 사적인 제재를 당해도 싸다”고 당국이 공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TV프로그램에 나온 유명인사들은 거친 언사로 파친코점들을 비난하며 ‘공공의 적’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겼다.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는 “자숙경찰이라는 현상이 이번에 비로소 처음 나타난 게 아니라 일본 사회에 잠재해 있던 소수자 차별 등 추악한 부분이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는 편이 맞다”고 마이니치신문에 말했다.●日사회 잠재해 있던 소수자 차별 수면 위로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 온 논픽션 작가 가토 나오키는 “국가적 위기가 닥쳤을 때 국민들이 어떤 대상을 찍어서 쉽게 공격할 수 있는 상태로 변하는 것은 일본 역사에서 자주 나타난 현상이었다”며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이와테현 이시노마키시에서 “중국인들이 강도짓을 한다” 등 유언비어가 돌자 실제 도쿄에서 현지로 무기를 들고 달려간 우익단체의 사례를 들었다. 자숙경찰이 만들어 낸 현상이 과거 전시 체제의 ‘국민정신총동원’ 시절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정신총동원은 1937년 중일전쟁을 시작한 일본 정부가 국민들에게 ‘국가를 지키기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국민정신’을 요구하며 시작한 국가주의 캠페인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사치는 적이다’, ‘석유 한 방울은 피 한 방울’ 등 구호를 내걸고 국민들에게 ‘멸사봉공’을 강요했다. 저명한 원로목사 다이라 오사무는 “전체와 다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엄하게 다그치는 현재의 분위기에서 국민정신총동원의 기치 아래 영혼의 자유 없이 무조건 국가에 따를 것만을 강요받았던 전쟁 때 기억이 떠오른다”며 “가치관이나 입장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혐오 게시물 확산 막는다”...스타벅스도 페북 광고 보이콧 합류

    “혐오 게시물 확산 막는다”...스타벅스도 페북 광고 보이콧 합류

    세계적인 커피체인업체 스타벅스도 페이스북에 대한 ‘광고 보이콧’에 합류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28일(현지시간) 스타벅스가 성명을 내고 페이스북을 포함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광고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스타벅스는 페이스북을 특정해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인 혐오 발언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직접적 언급은 피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페이스북 게시물 처리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취한 조치라고 해석할 수 있다. 스타벅스의 이번 조치로 페이스북 보이콧에 합류한 기업은 160개사가 넘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비롯해 의류업체 노스페이스, 리바이스, 파타고니아, 자동차 제조업체 혼다 등 유명 기업들이 줄줄이 보이콧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경찰의 강압적 체포 과정에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둘러싸고 인종차별을 방조하고 부추기는듯한 글을 SNS에 올려 논란이 됐다. 트위터는 이에 대해 경고 표시 등 대응에 나섰지만, 페이스북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광고 보이콧으로 페이스북 주가는 26일 하루 만에 8.3% 하락해 시가총액 기준 560억 달러(약 67조 2000억원)가 날아가는 등 영향을 받았다. 닉 클레그 페이스북 홍보 및 국제 전략 담당 부사장은 CNN에 “페이스북은 혐오 발언과 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매달 약 300만건의 혐오발언 콘텐츠를 삭제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90%는 신고 전에 삭제된다”고 밝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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