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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편제거 시류 편승하면 우리세대, 훗날 고려장 대상될 수도”

    “불편제거 시류 편승하면 우리세대, 훗날 고려장 대상될 수도”

    낙태죄 합헌유지 소수의견 보니“우리 세대가 상대적인 불편요소를 제거하는 시류·사조에 편승해 낙태를 합법화한다면 훗날 우리조차 다음 세대의 불편요소로 전락해 안락사, 고려장 이름으로 제거대상이 될 수도 있다.”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한 여성과 이를 도운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며 관련 법규를 개정하라고 결정한 가운데 일부 재판관은 결정문에서 “태아 역시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라며 이같은 소수 의견을 밝혔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은 ‘자기낙태죄’와 ‘의사낙태죄’는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두 재판관은 “태아와 출생한 사람은 생명의 연속적 발달과정 아래 놓여 있어 태아와 출생한 사람 사이에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출생 전의 생성 중인 생명을 헌법상 생명권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생명권 보호는 불완전한 것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생명권의 제한은 곧 생명권의 완전한 박탈을 의미한다”며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비해 태아 생명권 보호를 보다 중시한 입법자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아의 독자적 생존가능 시기를 구분한 다수의견에 대해선 “태아 생명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의 중요성은 태아의 성장상태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며 “임신중 특정한 기간엔 여성 자기결정권이 우선하고 그 이후엔 태아 생명권이 우선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식물인간 등 병원의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사람들에 대하여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우려가 없지 않다.”고도 했다.다수의견이 언급한 낙태의 ‘사회·경제적 사유’에 관해서도 “개념과 범위가 매우 모호하고 그 사유 충족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도 어렵다”며 “결국 임신 여성의 편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자는 것인데 이를 허용할 경우 현실적으로 낙태의 전면 허용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해 일반적인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 허용은 결국 여성의 ‘편의’에 따라 생명박탈권을 창설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사회·경제적 사유들은 그 자체로 원래부터 존재하던 것이지, 낙태를 처벌함으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고도 했다. 이어 “헌법 전문은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라고 선언하고 있다. 성관계라는 원인을 선택한 이상 그 결과인 임신·출산에 책임져야 하는 것이 헌법정신에도 맞는다”며 “임신 여성은 ‘임신상태’란 표지를 제거해 행복을 찾을 게 아니라 태아를 살려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실에서 임신한 여성은 모성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어 국가는 낙태 형사처벌 외에 미혼부 등 남성 책임을 강화하는 ‘양육책임법’ 제정,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 모성보호정책, 임신 부부에 대한 적극 지원과 육아시설 확충 등 낙태를 선택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고 제도개선을 제언했다.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선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 선고의 길이 열려 있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의료업무종사자가 태아 생명을 박탈하는 시술을 한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 또한 커 벌금형을 규정하지 않은 것이 헌법상 평등원칙 위배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형법 270조1항(의사낙태죄)은 의사가 낙태시술을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한편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은 ①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②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질환이 있는 경우, ③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④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⑤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 한하여 의사가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자 포함)의 동의를 얻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② 제1항의 경우에 배우자의 사망·실종·행방불명, 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동의를 받을 수 없으면 본인의 동의만으로 그 수술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28조는 “이 법의 규정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자 및 행한 자는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항 및 형법 제270조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정하고 있다.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6촌” “4촌” 정무위 때아닌 촌수 논쟁 까닭은

    은닉자산 계좌 추적 대상 법안 놓고 충돌 “악의적 체납자에 경고”“국세청 남용 우려” 격론끝 원안대로 ‘친척6촌·인척4촌’ 의결 “은닉자산 흐름을 추적해서 4촌이든 6촌이든 10촌이든 친구든 다 추적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나요.”(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씀이지만 행정의 효율성과 선의의 피해자 방지 차원에서 범위를 정해야 됩니다.”(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때아닌 ‘촌수’ 논쟁이 벌어졌다. 한국당 박명재 의원이 2016년 11월 대표 발의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법 개정안 때문이었다. 개정안은 고액 체납자의 악의적 재산 은닉에 따른 조세포탈을 막고자 체납기준액 5000만원을 기준으로 재산조회 대상자를 배우자와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으로 정해 2017년 12월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부 의원이 재산조회 대상자를 체납자의 6촌 이내 혈족까지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해 이날 법안소위에서 다시 논의한 것이다. 25일 당시 속기록을 보면 법안소위 의원들은 공권력의 허용 범위와 악의적 재산 은닉 징수 효과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성 의원은 “돈(세금)을 안 내려는 사람이 얼마나 지능이 높고 꾼일 텐데 의심되는 계좌는 다 볼 수 있도록 이왕에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부위원장은 “계좌 추적 확대는 사실상 세무조사 확대이면서도 거기에 따라야 할 행정절차나 의무가 그렇게 꼼꼼하게 규정돼 있지 않아 우선 최소한으로 허용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게 어떻겠냐는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6촌이 아닌 4촌으로 더 좁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기본권 제한 문제가 있어 침해를 최소화하는 게 맞기 때문에 4촌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엄청난 권력기관인 국세청에 너무 큰 칼을 줄 수 있다”면서도 “우리가 법 규정을 할 때 친척은 약간 넓게, 인척은 좁게 하니 친척은 6촌, 인척은 4촌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같은 당 김성원 의원은 “너무 광범위하면 국가가 큰 권력을 남용할 우려가 많으니 4촌·4촌으로 하자”고 밝혔다. 이에 성 의원은 “체납자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것에는 원칙대로 가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국세청은 체납자 조사 권한이 없어 일단 진일보하는 차원에서 당시 소위에서 6촌·4촌으로 의결했기 때문에 이 정도로 넘어가자”고 말했다. 갑론을박이 오간 끝에 친척 6촌·인척 4촌으로 개정안은 의결됐다. 개정안은 큰 이견이 없으면 다음달 5일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언론·사학 포함” vs “민간인 적용 무리”… 법제화까지는 먼 길

    “언론·사학 포함” vs “민간인 적용 무리”… 법제화까지는 먼 길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계기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앞다퉈 관련 법안을 내놓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연내에 정부 입법으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학과 언론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할지 등을 두고 의견이 엇갈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과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제정 당시 불거졌던 논란이 재현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권익위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제도 입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여론 수렴에 나섰지만 법제화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공정한 사회로 가려면 반드시 법 제정돼야”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른바 김영란법 제정을 추진할 때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원안은 공직자 당사자나 그의 4촌 이내 친족이 직무와 관련이 있을 땐 해당 직무에서 배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법 규정이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하다”고 반대해 이 부분을 뺐다.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사실상 ‘부정청탁 금지법’으로 반쪽짜리 법이 됐다. 지난 1월 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이러려고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뺐느냐”는 비판이 컸다. 공직자윤리법 제2조 제2항에 이해충돌 방지 의무 규정이 있긴 하지만 이는 처벌 조항이 없는 선언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실효성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의회는 1962년 제정한 이해충돌방지법을 ‘20세기 가장 위대한 법’으로 평가할 만큼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법제화해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였다. 캐나다와 프랑스, 호주 등도 이해충돌방지법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정치권은 “김영란법이나 공직자윤리법 등에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포함시키자”는 의견과 “이해충돌방지법을 아예 새로 만들자”는 의견으로 나눠져 있다. 권익위는 별도의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김영란법 제정 당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불명확해 빠진 만큼 적용 대상과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법을 새로 만드는 게 낫다는 것이다. 최근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이해충돌 문제가 청문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 후보자가 사외이사로 있던 기업에 아들이 인턴으로 선발된 사실이 알려져서다. 고위공직자 이해충돌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이유봉 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렴하고 공정한 사회로 가기 위해 이해충돌방지법안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며 “현직 공직자뿐 아니라 전관예우를 받는 퇴직 공직자에 대한 이해충돌 방지 조치도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고위직·중하위직 직무 구체화 논란 김영란법에 포함된 언론과 사학을 이해충돌방지법에도 포함할지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김영란법 제정 당시 언론과 사학 임직원이 추가돼 논란이 일었다. 지난 12일 토론회에서는 “민간인인 사학과 언론을 공직자의 이해충돌과 같은 선상에 놓고 규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대해 신옥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과 교육 영역에서 부패가 만연한 현실을 고려할 때 사학과 언론에 적용해도 기본권 침해가 발생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적용 대상 직무를 공직자의 일반 직무로 광범위하게 규정할지, 아니면 특정 직무로 세분화할지도 쟁점이다. 정부부처 장차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 등 고위공무원이거나 그에 준하는 고위직은 관장하는 업무 범위와 재량이 넓고 정무적 판단을 필요로 한다. 중하위직 공직자와는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 연구위원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대상인 직무 관련성을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필요하다. 적용 대상 직무가 무엇인지 공무원들이 정확히 알아야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선출직·일반 공무원 다르게 적용 주장도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등 선거를 통해 취임하는 선출직 공무원은 국가나 지자체의 정책결정 업무를 한다는 점에서 일반 공무원과 차이가 있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은 상임위원회를 포함해 위원회 활동이 많고 의사결정 과정이 토론과 표결로 이뤄져 수직적 계층 구조에 의해 이뤄지는 일반 공무원과 차별된다. 이에 따라 선출직 공무원의 이해충돌 방지 규정은 일반 공무원과 달라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공직자의 사적 이해 관계자 범위를 어느 정도 포함할지도 관심사다.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을 보면 대개 4촌 이내 친족 또는 가족으로 돼 있다. 배우자와 혈족, 인척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남편의 사촌 형수, 아내의 조카 사위 같은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까지 포함된다. 이는 공직자뿐 아니라 해당 친척의 입장에서도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갈수록 핵가족화되는 시대에 왕래가 거의 없고 이름도 잘 모르는 인척까지 배제하자는 것은 지나치다는 얘기도 있다. 공직자 가족과 친척 채용을 일방적으로 금지할 땐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채용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 경쟁 채용 외의 특별 채용의 경우 일정한 범위 내에서 공직자 가족과 친척 채용을 제한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공직자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채용 자체를 제한하면 헌법에 규정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혈연뿐 아니라 지연과 학연, 직장 등도 사적 이해관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외부 출신 고위직 이해충돌 범위 고려를 최근 개방형 직위·경력 채용 등을 통해 법조인과 교수, 경영인 등 외부 전문가의 채용이 늘면서 이들이 공직 입문 전 알고 지낸 이해관계자와 연관된 이해충돌 방지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선출직 공무원이나 고도의 정책결정 업무를 담당하는 정무직 공무원은 업무 범위와 권한이 광범위해 민간 활동 이력과 공직 간 이해충돌을 예방·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2015년 3월 김영란법이 제정된 뒤 손 의원 사건이 불거진 최근까지 다수의 이해충돌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이해충돌 방지 관련 법안은 2016년 안철수 전 의원이 발의했고 지난해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이를 보완해 개정안을 냈지만 아직까지 소관 상임위 심사도 받지 못했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목줄’을 죄는 법 제정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이다. 여론을 의식해 법안 심사를 한다고 해도 실제 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킬지 불투명하다. 정부는 정치권과 별도로 정부 입법을 통해 법 제정에 나설 계획이다. 임윤주 권익위 부패방지국장은 “쟁점이 되는 부분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올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MB, 석방 이틀 만에 변호인 접견…가사도우미는 보류

    MB, 석방 이틀 만에 변호인 접견…가사도우미는 보류

    법원이 보석으로 풀어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경호원·수행비서와의 접견과 통신을 허가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8일 이 전 대통령 측의 보석 조건 변경 허가 신청서를 검토한 끝에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을 결정하면서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하고 변호인과 배우자, 직계 혈족, 직계 혈족의 배우자를 제외한 사람과의 접견이나 통신을 제한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이날 재판부에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경호인력과 수행비서(기사 포함)에 대한 접견을 허가해달라고 신청했다. 재판부는 경호원·수행비서와의 접견을 허용한 대신 경호원 등을 통해 사건이나 재판에 관련된 인사들과 일체 접촉을 해선 안 된다는 조건을 걸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가사 도우미도 접견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좀 더 숙고한 후 결정하겠다”며 보류했다. 변호인단은 기독교도인 이 전 대통령이 자택 예배를 희망할 경우 목사를 특정해 접견 허가를 요청하고, 치료가 필요할 경우에도 외출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지난 6일 풀려난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처음 변호인단과 1시간 가량 만났다. 이날 이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은 13일 재판에서 이뤄질 증인 신문에도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재판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증인으로 소환됐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전 회장에게서 ‘자리 대가’로 19억여원을 받은 혐의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이 전 회장이 작성한 비망록이 중요 증거로 사용됐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이 전 회장을 비롯해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비서관, 김성우 전 다스 사장, 권승호 전 다스 전무 등 5명의 핵심 증인에 대해 법원 홈페이지에 증인 소환을 공지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까다로운 보석 조건에 MB측 접견 추가 요청…이발은 어떡하나

    까다로운 보석 조건에 MB측 접견 추가 요청…이발은 어떡하나

    MB측 “경호원, 도우미 등 13명 명단 신고”법원, 가족·변호인 빼고는 접견 원천 금지기독교도 MB, 목사도 검토…이발 등 변수최근 보석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자택에 근무하는 경호원, 운전기사, 가사도우미 등에 대해 접견을 허용해달라”며 법원에 추가 명단을 제출했다. 이에 법원은 경호원과 운전기사에 대해서는 접견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가사도우미 접견 여부는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지난 6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에 경호원, 가사도우미, 운전기사 등 이 전 대통령 자택에서 근무하는 14명에 대한 명단을 제출했다. 이날 변호인단은 법원에 격주로 근무하는 가사도우미 2명의 명단을 추가로 내면서 6일 제출한 명단 일부를 수정했다. 6일 당일 근무한 경호인력 3명은 제외하고, 총 13명에 대해 접견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앞서 법원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건부 보석을 결정하면서 배우자, 직계혈족, 직계혈족의 배우자, 변호인 외 접견을 원천 금지했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호인력 등이 상주하게 돼 있다”면서 “법원의 허가와는 무관한 사안인데 오해의 소지가 우려돼 명단을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은 이 전 대통령 측 추가 접견 신청에 대해 “경호인력, 기사 등 수행 비서에 대해 접견 및 통신 금지를 해제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가사도우미에 대해서는 좀 더 숙고한 뒤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기독교 신자인 이 전 대통령을 위해 목사를 접견 신청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일 때도 매주 예배를 드렸다. 보수 개신교 원로인 김장환 목사가 직접 구치소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의 외출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심방 차원에서 목사에 대한 접견 신청도 고려 중”이라면서 “김 목사가 될지, 이 전 대통령이 다니는 교회 소속 목사가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택연금’에 준하는 까다로운 보석 조건 때문에 예상치 못한 접견 신청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발 문제가 거론된다. 이 전 대통령이 이발을 할 때마다 법원에 외출제한 일시해제 신청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발사가 이 전 대통령 자택에 정기적으로 방문할 수 있도록 이발사에 대한 접견 신청도 해야 하는지를 놓고도 고민 중인 상황이다. 자택에서 휴식 중인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는 크게 악화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MB 보석 조건 잘 지키나’ 매주 목요일 점검회의…“확인 어렵다” 지적도

    ‘MB 보석 조건 잘 지키나’ 매주 목요일 점검회의…“확인 어렵다” 지적도

    항소심에서 조건부 보석으로 석방된 이명박(78) 전 대통령의 보석 조건 준수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회의가 매주 목요일마다 열린다. 서울고법은 7일 “이 전 대통령이 보석 허가 결정으로 석방되면서 부가된 보석 조건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한 회의를 주 1회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첫 회의는 오는 14일이며, 이후 매주 목요일 열리게 된다. 회의 참석자는 주심인 송영승 고법 판사와 법원사무관, 검사, 변호인, 논현동 사저를 관할하는 강남경찰서 담당자 등이다. 회의에서는 경찰 담당자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주간 동향을 보고하고, 변호인 측도 보석 조건 준수에 관한 의견을 개진한다. 법원도 이 전 대통령 측에 당부 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전날 이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재판부는 10억원의 보증금을 납입하도록 했고, 석방 후 주거는 논현동 사저 한 곳으로만 제한하는 등 외출도 제한했다. 또 변호인과 직계 혈족 외에는 접견·통신도 금지했다.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내건 보석 조건이 제대로 준수되는지 경찰이나 재판부가 엄격하게 감시하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3자를 통한 접견이나 통신도 금지한다는 내용이 보석결정문에 있지만 이 전 대통령이 가족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통신이 금지된 인물들과 접촉하더라도 경찰은 가족들의 통신기기 등을 수색할 권한이 없다. 자택에 머무는 이 전 대통령의 가족 중 누군가가 외부로 서류나 편지를 반출해도 제지할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변호인이나 가족을 통해 제3자와 접촉하는 것은 이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조건을 어기면 다시 구속될 수도 있는데 조건을 어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MB, 어차피 한달 뒤엔 자유의 몸… 법원 “조건 어기면 재수감”

    MB, 어차피 한달 뒤엔 자유의 몸… 법원 “조건 어기면 재수감”

    새달 9일 0시 구속만료로 석방 불가피 미리 풀어준 대신 거취 제한해 재판 진행병보석은 허용 안 해 주거지에 병원 불허“피고인, 과거 한 일 찬찬히 회고하기를”‘황제보석’ 비판 의식한 듯 이례적 당부법원은 6일 항소심 구속기간을 한 달 남짓 앞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보석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이례적으로 장황한 설명과 함께 피고인과 검찰 측에 여러 당부를 덧붙였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이 전 대통령에게 보증금 10억원 납입과 주거지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1곳으로 제한하고 배우자와 직계 혈족 및 그의 배우자, 변호인 외에는 아무도 연락하거나 접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보석 조건을 제안했다. 또 매주 보석 조건 준수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하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가혹한 조건”이라면서도 법원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재판부가 보석을 허가한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 충분한 심리가 이뤄지지 않아 다음달 8일까지인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구속기간 안에 재판을 끝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심문하지 못한 증인수를 감안하면 구속 만기일까지 충실한 심리를 끝내고 선고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구속기간은 기본 2개월로 두 차례 연장이 가능해 최대 6개월이다. 이 전 대통령은 추가로 구속영장을 발부할 혐의가 없어 보석을 청구하지 않더라도 다음달 9일 0시에 석방될 상황이었다. 재판부는 “검찰은 구속기간 내 심리를 마치지 못하면 석방 후 심리를 계속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구속만기로 석방할 경우 주거 또는 접견을 제한할 수 없어 오히려 증거인멸의 염려가 더 높다”고 지적했다. 한 달 뒤 아무 제한 없이 풀려나는 것보다는 거취를 제한한 상태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 석방 관련 논란을 더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다만 ‘황제 보석’ 논란을 의식한 재판부는 보석 허가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했다. “보석제도는 무죄추정 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불구속 재판의 기초 제도인데, 국민의 눈에 불공정하게 운영된다는 비판이 있다”면서 “자택구금과 유사한 정도의 보석 조건을 부가하고 이를 어기면 재수감하겠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새로 구성된 재판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한다는 역사적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공정하게 재판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에서 돌연사 가능성까지 언급한 건강문제를 보석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은 점도 보석 결정의 정당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 측에서 주거지로 추가 신청한 서울대병원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히려 “입원 진료가 필요하다면 구치소 내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장인 정준영(52·사법연수원 20기)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에게 “형사재판은 현재의 피고인이 과거의 피고인과 대화를 하는 과정”이라면서 “자택에서 기소된 범죄사실 하나하나를 읽어 보고 찬찬히 회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보석 조건을 어겨 보석 취소로 재구금되지 않도록 하라”면서 “매일 1시간 이상 운동해 건강을 유지하고 성실하게 재판에 임해 달라”고 덧붙였다. 검찰엔 “피고인이 보석 조건을 잘 지키는지 감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지지자 두세 명만 모인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 앞

    지지자 두세 명만 모인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 앞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오늘(6일) 석방 뒤 귀가한 논현동 자택 앞은 우려한 바와 달리 한산했다. 앞서 경찰은 돌발 상황을 대비해 인근에 병력 180여명을 배치했으나 지지자 두세 명만이 모였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오늘 오전 이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오늘 오후 3시 48분쯤 준비된 차량을 타고 나와 오후 4시 10분쯤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 도착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했다. 또 배우자나 직계 혈족과 그 배우자, 변호인 외에 누구도 자택에서 접견하거나 통신할 수 없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로 인해 오늘 오후 5시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논현동을 찾았지만, 이 전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다. 최 전 위원장은 “만났다면 할 얘기가 아주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일이 다가오고 있어 구속 상태로 재판을 끝내기 어렵다고 봤다. 만약 구속 만기로 풀려날 경우, 이 전 대통령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 없기에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 측이 보석을 청구하면서 근거로 든 건강상의 문제는 인정되지 않았다. 병원을 주거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요청 역시 수용되지 않았다.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은 병원 진료를 받을 때마다 보석 변경 허가 신청을 받아야 한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뇌물과 횡령 등 혐의로 지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여야, MB 석방에 엇갈린 반응…“실망”, “기만”, “다행”

    여야, MB 석방에 엇갈린 반응…“실망”, “기만”, “다행”

    여야 5당은 오늘(6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보석 허가에 당마다 다른 반응을 내놓았다. 우선 자유한국당은 법원의 보석 결정을 반겼다. 이 전 대통령의 나이와 건강 상태를 고려한 결정으로 받아들인다며 “다행”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국민에게 실망을 안기는 결정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공통으로 보였다. 정의당은 “MB 석방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더욱 강경한 논조로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과 횡령 등 혐의로 지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오늘 오전 이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2일 구속된 지 349일 만에 자유를 되찾았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했다. 또 배우자나 직계 혈족과 그 배우자, 변호인 외에 누구도 자택에서 접견하거나 통신할 수 없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논평에서 “법원 결정을 존중하나 국민적 실망이 큰 것 또한 사실”이라며 “(법원은 앞으로)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더욱 엄정하고 단호하게 재판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서 “이 전 대통령 측이 1심 당시부터 무더기 증인 신청 등으로 재판을 고의 지연시킨 바 있는데도 법원이 신속하게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논평에서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구치소에서 석방됐다고 기뻐하지 마라. 국민 눈에는 보석 제도가 불공정하게 운영된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또 “이 전 대통령은 다스(DAS) 자금을 횡령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은 당사자로, 미적대며 재판에 불성실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문정선 대변인은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이 전 대통령의 돌연사 위험은 제거되는 대신 국민들의 울화병 지수는 더 높아졌다”며 “유전무죄를 넘어 유권 석방의 결과에 국민들의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고 논평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구금에 준하는 조건부 보석이라고 하지만, 말장난에 불과한 국민 기만”이라며 “신속한 재판을 진행해야 했지만 ‘봉숭아 학당’급의 재판부로 인해 중범죄인의 석방이라는 기만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국회에서 “이 전 대통령이 몸이 많이 편찮았다는 말을 전해 듣고 정말 마음이 아팠다”면서 “지금이라도 (보석 결정이 내려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전 대통령께서 노령이고 지병을 호소해온 만큼 이를 고려한 법원의 결정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자택 보석’ 이명박 전 대통령, 대통령경호받게 됐다

    ‘자택 보석’ 이명박 전 대통령, 대통령경호받게 됐다

    6일 보석이 허가된 이명박(78) 전 대통령의 주거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로 제한됐지만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를 받게 됐다. 대통령경호법에 따르면 경호처는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를 퇴임 후 10년간 경호한다. 다만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의 요청이 있을 때 경호처장이 고령 등의 사유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5년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2013년 2월 물러난 이 전 대통령은 퇴임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경호구역은 처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 지정된다. 경호 구역에서는 불가피한 경우에만 질서유지와 교통관리, 검문·검색, 출입통제, 위험물 탐지 및 안전조치 등의 안전 활동이 이뤄진다. 사저 경호 업무에는 경찰 공무원도 파견되나, 인력 배치와 제한·통제 범위 등은 기밀에 해당한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주거·외출 제한, 접견·통신금지, 10억원의 보증금 납입 등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주거지가 논현동 사저로 제한되고 외출도 할 수 없다. 병원 진료가 필요하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외출제한이 준수되는지 경찰에 하루에 한 번씩 확인받아야 한다. 배우자와 직계혈족, 변호인과는 자택에서 만나고 연락할 수 있지만 이외 사람과는 접촉을 금지하도록 했다. 전화·이메일·문자메시지·SNS 등 통신 이용도 금지됐다. 한편 전두환 전 대통령의 근접경호에는 직업경찰 10명, 노태우 전 대통령의 근접경호에는 직업경찰 9명이 투입되며, 각 사저에는 의무경찰 1개 중대(80명)씩이 배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전 대통령의 경우 대통령경호처의 경호 기간은 끝났지만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과 경찰청 훈령 등에 근거해 경찰이 경호를 하고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이명박 전 대통령, 구치소에서 논현동 자택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구치소에서 논현동 자택으로

    구치소에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택으로 돌아갔다. 이 전 대통령은 보석 결정을 받은 오늘(6일) 오후 3시 48분쯤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왔다. 구치소 정문 안쪽에서 준비된 차량에 탑승한 후 곧장 강남구 논현동 자택으로 향했다. 이 전 대통령은 호위하는 차들에 둘러싸여 함께 이동했다. 중간에 차 창문을 열고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경찰은 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과 규탄하는 시민이 모여 충돌할 것에 대비해 논현동 자택 앞에 인력을 배치했다.이 전 대통령은 뇌물과 횡령 등 혐의로 지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오늘 오전 이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2일 구속된 지 349일 만에 자유를 되찾았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했다. 또 배우자나 직계 혈족과 그 배우자, 변호인 외에 누구도 자택에서 접견하거나 통신할 수 없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일이 다가오고 있어 구속 상태로 재판을 끝내기 어렵다고 봤다. 만약 구속 만기로 풀려날 경우, 이 전 대통령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 없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 측이 보석을 청구하면서 근거로 든 건강상의 문제는 인정되지 않았다. 병원을 주거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요청 역시 수용되지 않았다.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은 병원 진료를 받을 때마다 보석 변경 허가 신청을 받아야 한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구치소는 면회라도 가지…” 이명박 ‘조건부 보석’에 지지자들 반응

    “구치소는 면회라도 가지…” 이명박 ‘조건부 보석’에 지지자들 반응

    다스 돈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5년 및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심 재판부의 보석 허가로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재판 내내 굳은 표정을 보였던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보석 청구를 항소심 재판부가 받아들이자 입가에 옅은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이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을 조건부로 6일 허가했다. 이날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은 증인석에 서서 재판부의 보석 허가 결정 이유를 들었다. “불편하면 잠깐 앉아도 된다”는 재판장의 제안에도 이 전 대통령은 계속 서서 재판부의 설명을 들었다. 재판부의 설명이 끝나갈 무렵에는 힘에 겨운 듯 의자에 앉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을 풀어주는 대신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하고, 접견·통신 대상도 제한했다. 또 10억원의 보증금을 납입하도록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진료를 받을 서울대병원도 ‘제한된 주거지’에 포함할 것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병 보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진료를 받을 때는 그때마다 진료 이유와 병원을 기재해 보석 조건 변경 허가 신청을 받고, 복귀한 것도 보고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이 전 대통령이 배우자와 직계 혈족, 변호인과는 자택에서 자유로이 만나고 연락할 수 있지만, 그 외의 사람과는 접견하거나 통신을 할 수 없다는 조건도 달았다. 법원이 보석을 허가하자 이 전 대통령 변호인들은 웃음을 머금었다. 반면 검찰은 굳은 표정이었다. 다만 재판을 지켜보던 지지자들은 “이런 조건은 난생 처음 본다”, “구치소는 면회라도 가지 이건 면회도 못 간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재판부의 보석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이 전 대통령은 “(조건) 내용을 숙지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숙지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조건을 그대로 이행할 수 있겠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는 “(자신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이런 사람들은 제가 구속되기 이전부터도 오해의 소지 때문에 만나지 않았다”면서 “철저하게 공사를 구분한다”고 단언했다. 보석 절차를 밟기 위해 법정을 떠나 구치감으로 이동하는 이 전 대통령 곁으로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을 포함해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악수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옅게 웃으며 “지금부터 고생이지”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2일 구속된 지 349일 만에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그의 구속 만기 시점은 오는 4월 8일이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이명박 ‘조건부 석방’…변호인 “가혹하지만 못 지킬 조건 아냐”

    이명박 ‘조건부 석방’…변호인 “가혹하지만 못 지킬 조건 아냐”

    다스 돈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1심 법원에서 징역 15년 및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통령의 보석 청구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법원의 보석 결정 직후 이 전 대통령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보석 조건이 까다롭다면서도 이 전 대통령이 못 지킬 조건은 아니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이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을 조건부로 6일 허가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2일 구속된 지 349일 만에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그의 구속 만기 시점은 오는 4월 8일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을 풀어주는 대신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하고, 접견·통신 대상도 제한했다. 또 10억원의 보증금을 납입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구속 만료 후 석방되면 오히려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에서 주거 제한이나 접촉 제한을 고려할 수 없다”면서 “보석을 허가하면 조건부로 임시 석방해 구속영장의 효력이 유지되고, 조건을 어기면 언제든 다시 구치소에 구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진료를 받을 서울대병원도 ‘제한된 주거지’에 포함할 것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병 보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진료를 받을 때는 그때마다 진료 이유와 병원을 기재해 보석 조건 변경 허가 신청을 받고, 복귀한 것도 보고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만약 입원 진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 오히려 보석을 취소하고 구치소 내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이 전 대통령이 배우자와 직계 혈족, 변호인과는 자택에서 자유로이 만나고 연락할 수 있지만, 그 외의 사람과는 접견하거나 통신을 할 수 없다는 조건도 달았다. 강 변호사는 “제가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제일 조건이 많긴 했다”면서도 “재판부가 이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하고,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다른 사람보다 우대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도 감안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석 조건이 엄중해도 (이 전) 대통령이 못 지킬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 변호사는 또 이 전 대통령이 법원의 보석 결정을 예상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예상했는지는 모르겠고, 기대는 했을 것”이라면서 “(전직) 대통령일수록 오해를 사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을 몸으로 보여달라는 뜻으로 재판부가 조건을 가혹하게 한 것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이 전 대통령에게) 말했고, (이 전 대통령이)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구속 만기일인 오는 4월 8일까지 구치소에 있다가 풀려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으나 “기본적으로 법이 인정한 무죄 추정의 원칙에 의해 방어권을 보장해달라는 입장에서 한 보석 청구이므로, 가혹한 보석 조건이지만 감수하자고 결정한 것”이라고 강 변호사는 설명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MB 349일만에 집으로...법원 “아무런 선입견과 편견 없다” 수차례 강조

    MB 349일만에 집으로...법원 “아무런 선입견과 편견 없다” 수차례 강조

    법원이 이명박(78) 전 대통령을 조건부 석방하기로 결정했다. 최초로 구속된 지 349일 만이다. 재판부는 논란이 일 것을 의식한 듯 “아무런 선입견과 편견을 갖고 있지 않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6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이 전 대통령이 재판부에 낸 보석 청구를 받아들여 조건부로 인용하기로 했다. 조건은 변호인이 요청했던 내용에 비해 다소 엄격해졌다. 보증금이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늘었고, 주거지 밖 외출은 금지된다. 접견 대상은 배우자·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변호인으로 제한된다. 재판부는 건강 문제를 이유로 한 병보석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이 전 대통령이 수면무호흡증 등을 앓고 있어 돌연사의 위험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구치소 내 의료진이 충분히 피고인의 건강 문제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검찰의 주장을 인정한다”고 간략히 설명했다. 반면 충실한 심리를 위해 보석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이 4월 8일 최종 만료되는데, 종전 재판부가 신문을 마치지 못한 증인들의 숫자를 감안하면 그날까지 충실하게 항소심을 심리하고 선고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구속기간 내에 재판을 마치지 못해서 피고인이 석방되면 오히려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가 된다”면서 “구속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조건을 주고 석방하면 구속영장의 효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라는 역사적 의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특히 공소사실 등과 관련해 피고인에게 어떠한 편견과 선입견 없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재판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선을 그었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이명박, 구속 349일 만에 조건부 석방…“자택에만 머물고 접견·통신 제한”

    이명박, 구속 349일 만에 조건부 석방…“자택에만 머물고 접견·통신 제한”

    다스 횡령·삼성 뇌물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78)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으로 풀려난다. 지난해 3월 22일 구속된 지 349일 만이다. 다만 석방 뒤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하고, 접견·통신 대상도 제한하는 등 조건을 달면서 “자택 구금과 유사한 조건”이라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6일 이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을 조건부로 허가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법원 인사로 재판부가 변경되면서 오는 4월 8일 이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까지 충분한 심리를 통한 선고가 어려워 보이는 점, 고령에 기관지확장증 등 확인된 질환만 총 9개라면서 특히 수면무호흡증은 돌연사 위험도 있는 등 건강 문제를 들어 불구속 재판을 요청했다. 반면 검찰은 재판부 변경은 보석 허가 사유가 될 수 없고, 건강 상태 역시 석방돼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위급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 측이 건강 문제를 이유로 낸 이른바 ‘병 보석’에 대해서는 “구치소 내 의료진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구속 만기가 다가오는 점에서 보석을 허용할 만한 타당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구속 만기일에 선고한다고 가정해도 고작 43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면서 “심리하지 못한 증인 수를 감안하면 만기일까지 충실한 심리를 끝내고 선고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구속 만료 후 석방되면 오히려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에서 주거 제한이나 접촉 제한을 고려할 수 없다”면서 “보석을 허가하면 조건부로 임시 석방해 구속영장의 효력이 유지되고, 조건을 어기면 언제든 다시 구치소에 구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엄격한 조건을 전제로 한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을 허가했다. 일단 10억원의 보증금을 납입토록 하고, 석방 뒤 주거는 주소지 한 곳(논현동 사저)으로만 제한하고 외출도 제한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진료를 받을 서울대병원도 ‘제한된 주거지’에 포함할 것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병 보석을 받아들이지 않은 만큼 이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진료를 받아야 할 때는 그때마다 이유와 병원을 기재해 보석 조건 변경 허가 신청을 받고, 복귀한 것도 보고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만약 입원 진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 오히려 보석을 취소하고 구치소 내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이 전 대통령이 배우자와 직계 혈족, 변호인과는 자택에서 자유로이 만나고 연락할 수 있지만, 그 외의 사람과는 접견하거나 통신을 할 수 없다는 조건도 달았다. 매주 한 차례 재판부에 일주일 간 시간별 활동 내역 등 보석 조건 이행 상황을 제출할 것도 요구했다. 재판부는 “불구속 재판 원칙에 부합하는 보석 제도가 국민의 눈에는 불공정하게 운영된다는 비판이 있다”며 “이에 ‘자택 구금(Home Confinement)’에 상당하는 엄격한 조건을 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법원의 허가 없이는 자택에서 한발짝도 나갈 수 없고, 변호인과 직계 혈족 외에는 접견·통신도 할 수 없으므로 자택에 구금된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면서 이 조건을 받아들일지 결정해달라고 밝혔다. 약 10분간 휴정한 사이 변호인과 상의 끝에 이 전 대통령은 “(보석 조건을) 숙지했다”면서 조건에 동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일단 수감 중인 서울동부구치소로 이동했다. 구치소에서 보석을 위한 절차를 마친 뒤 오후 석방돼 자택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보석을 통해 풀려난 것은 이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앞서 군사 쿠데타와 비자금 조성 등으로 1997년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확정받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같은 해 12월 특별 사면으로 석방됐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계속 재판을 받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여성 10명 중 8명 “낙태죄 폐지하라”

    여성 10명 중 8명 “낙태죄 폐지하라”

    헌재 위헌여부 판단 앞두고 영향 미칠 듯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 판결이 임박한 가운데 여성 10명 중 8명가량이 낙태를 ‘범죄’로 규정한 형법 개정을 원한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민간 기관의 소규모 여론 조사와 달리 이번엔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정부 주도 실태조사여서 헌재 판단과 낙태죄 폐지 향방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4일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지난해 9~10월 만 15~44세 여성 1만명을 조사한 결과 75.4%가 형법 269조(낙태 부녀자 처벌 조항)와 270조(낙태 의사 처벌 조항) 개정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낙태죄 폐지 의견을 낸 것이다. 낙태 허용 사유를 제한한 모자보건법 개정 필요성에는 48.9%가 동의했다. 모자보건법은 ▲본인 또는 배우자에 유전질환이 있을 때 ▲강간·준강간 임신 ▲혈족 간 임신 ▲모체 건강을 해치는 사례에 한해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여성계는 그동안 이 법에 ‘사회·경제적 사유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조사에서도 가장 많은 33.4%(복수 응답)가 낙태 이유로 ‘학업·직장 등 사회활동 지장’을, 32.9%는 ‘경제 상태로 양육이 힘들어서’를 꼽았다. 현재 모자보건법에 규정된 ‘건강 상태’와 ‘강간·준강간’ 사유로 낙태를 했다는 응답자는 10%에도 못 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83.3%는 ‘사회·경제적 사유’로 낙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전체 응답자 중 낙태를 경험한 여성은 756명(7.6%)이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기초보장 소외 93만명… “부양의무제 없애 빈곤 사각 해소해야”

    기초보장 소외 93만명… “부양의무제 없애 빈곤 사각 해소해야”

    비수급 빈곤가구 중위소득 월 50만원대 기초수급 가구 평균의 95만원보다 낮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年 10조원 필요 “부양부담에 빈곤 대물림… 사회비용 커” 대안으로 급여별 순차적 기준 폐지 거론이모(82)씨는 아들과 며느리로부터 학대를 받고 낡은 시골집에 버려졌다. 재산을 모두 물려줘 남은 것은 보일러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시골집 하나다. 부엌에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장기요양보호사가 식사를 챙겨주지 않으면 끼니를 거르기 일쑤다. 이씨의 수입은 기초연금 25만원이 전부다. 기본적인 생계조차 이어가기 어려운 형편인데도 이씨는 아들 내외 때문에 소위 ‘부양의무자’(1촌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 기준에 걸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될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에 처지를 호소하면 지방생활보장위원회 심사를 통해 수급자로 선정될 수도 있지만, 이씨는 “아들 내외가 처벌받을까 걱정돼 학대당한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씨처럼 기초생활보장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은 2015년 기준 93만여명이다. 대다수가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있지만 대상을 부양의무자 가구에 노인이나 중증장애인이 있는 빈곤층으로 제한했다. 가령 이씨처럼 비장애 중장년층 자녀에게 학대받아 버려지거나 아예 연락이 끊긴 이들은 깐깐한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빈곤 사각지대에 방치될 수밖에 없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전히 폐지된 것은 기초수급 4개 급여(주거·교육·의료·생계) 가운데 주거·교육 급여뿐이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11일 “가장 핵심적인 것이 소득 보장인데, 주거급여로 임대료만 보충해줘선 부족하다”며 “임기 내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는데도 정부 출범 2년이 다 돼가도록 실질적 폐지안을 내지 못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7년 기초생활보장 실태조사를 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의 총소득은 월평균 95만원이나 기준중위소득 30~40% 이하 비수급 빈곤가구의 총소득은 월평균 50만~60만원이다. 수급가구보다 더 빈곤한 삶을 사는 셈이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를 분리하는 게 맞다고 보지만 재원 문제와 사회정서 때문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재정 부담이다. 2016년 국회예산정책처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면 2018~2022년 연평균 10조 1502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재정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부양 부담이 빈곤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면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보건사회연구원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따른 정책과제 연구’에서 “막 독립한 청년이 부양 부담까지 진다면 본인의 미래 설계가 불가능할 것이고, 중장년층은 노부모 부양으로 본인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해 동반 빈곤화의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재정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급여별 순차적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거론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생계급여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그다음 의료급여를 손보는 것이다. 부양의무자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소득인정액이 일정액 이하면 일단 기초생활보장급여를 지원하고, 사후에 이를 부양의무자로부터 징수하는 ‘선(先) 지원 후(後) 부양비 징수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징수하는 데 행정비용이 과다하게 들어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특파원 생생리포트] 일왕 왕위계승 행사에 여성 참석 배제… “시대착오” 거센 비판

    [특파원 생생리포트] 일왕 왕위계승 행사에 여성 참석 배제… “시대착오” 거센 비판

    아베, 전통 따른다면서 여성 참석 제한 ‘여성 일왕 계승’ 논란 사전 차단 의도 日국민 84% “여성 왕위계승 허용해야”앞으로 석 달 정도 지나면 일본은 31년 만에 왕이 바뀐다. 1989년 1월 8일 즉위한 아키히토 일왕이 4월 30일 저녁 퇴위하고, 다음날인 5월 1일 오전 아들 나루히토 왕세자가 왕위에 오른다. 일왕이 살아 있을 때 물러나는 생전퇴위가 1817년 고가쿠 일왕 이후 처음이다 보니 왕위계승 행사도 200여년 만에 이뤄진다. 이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기대와 관심은 하늘을 찌른다. 일본 정부는 지난 17일 아베 신조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행사준비위원회를 열어 퇴위·즉위를 어떤 식순에 따라 진행할지 등 전체적인 왕위계승 의식의 얼개를 확정했다.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여성은 왕족이어도 참석을 못한다는 규정이다. 곧 왕비가 될 나루히토 왕세자의 부인 마사코 왕세자비를 비롯해 왕위 계승권이 없는 왕실 내 여성들은 일체 참석 명단에서 빠졌다. 여성 각료(장관) 등은 남녀 구분 없이 참석이 허용되지만 정작 왕실의 여성들은 배제되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여성 또는 여성계 혈족이 일왕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 내부에서 “시대착오적”, “사회적 상식과 반대되는 결정” 등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과거의 예를 따른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메이지 시대 말기에 제정됐다가 현행 헌법하에서 폐지된 ‘등극령’(일왕 즉위식을 정한 규정)의 규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에서 ‘여성 일왕’과 관련돼 논란이 이는 것은 1차적으로는 나루히토 왕세자가 아들이 없기 때문이다. 여성에게도 왕이 될 수 있는 길을 터 주어야 한다는 데 대해 여론은 긍정적이다. 이달 초 도쿄신문이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 왕족만 왕위를 계승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제도를 바꿔 여성의 계승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은 전체의 84.4%에 달했다. 여성 왕족이 일반 남성과 결혼하면 왕족 신분을 잃는 현행 규정을 바꿔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76.2%가 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부가 별다른 사회적 논의도 없이 왕실 여성들의 왕위 계승 행사 참석에 제한을 둔 것은 올해 예정된 지방선거와 참의원 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와 무관하지 않다. 아베 정권의 지지층인 보수세력은 왕위계승의 과정 및 의식 등에서 전통을 따를 것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이들은 정부가 국민생활의 불편을 없앤다는 이유로 일왕이 바뀌기 1개월 전인 4월 1일에 연호(年號)를 공표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새 연호는 새 왕이 즉위한 다음에 공표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전통을 깨고 여성 왕족의 참석까지 허용했을 때 쏟아질 비난을 아베 총리로서는 피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족보도서관 설립, 시장 바뀔 때마다 달라집니다…우리 핏줄의 역사 문제 아닙니까”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족보도서관 설립, 시장 바뀔 때마다 달라집니다…우리 핏줄의 역사 문제 아닙니까”

    65년 족보 인쇄 외길 회상사 박병호 대표가 말하는 ‘족보’“6층에 보관하고 있는 족보 책이 한 3만~4만 권이 될 겁니다. 그리고 필름으로도 그만큼 보관하고 있습니다. 웬만한 문중의 족보는 여기에 다 있습니다. 그런데 족보 인쇄가 사양길에 접어들다 보니 이걸 어찌하면 좋을까 하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관하는 족보는 개인 재산 차원을 넘어 한국인의 핏줄 역사가 담긴 문화재입니다. 대전시가 족보도서관 만들어 영구보관한다고 이야기 나온 게 십수년이 됐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입니다.” 6층 회상문보원 서가엔 900여가문 족보 빼곡히 꽂혀 65년째 족보 인쇄의 외길을 걷는 대전시 동구 중동 회상사(回想社)가 족보 보관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 11일 박병호(73) 대표를 찾았다. 회상사 겉모습은 출판사라기보다는 창고와 같아 보였다. 건물 1층 사무실에 석유난로를 켜고 직원 몇 사람이 일하는 모습이 보이기에 ‘박병호 대표를 만나러 왔다.’라고 했더니 한쪽 책상에 앉아있던 ‘내가 박병호입니다.’라며 일어나 기자를 맞았다. 1층 사무실을 둘러보니 벽에는 철제 캐비닛이 몇 개 서 있고, 책상만 몇 개 놓여 있었다. 박 대표는 한쪽에 있는 소파에 앉으라고 권하더니 석유난로를 옮겨왔다. 족보 책은 보이지 않았다. 족보 전문 출판사가 맞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족보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라고 물었더니 그는 대답 대신 나가자고 했다. 그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 올라갔다.6층엔 회상문보원(回想文譜院)이란 간판 아래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고서화 냄새가 어우러진 특유의 냄새가 진동했다. 그 안에는 금천 강씨(衿川 姜氏)부터 900여 가문의 족보가 가나다순으로 서가에 꽂혀 있었다. 한쪽 벽면엔 각종 문집과 향교지 등도 보관하고 있었다. “1991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족보도서관인 여기에 보관된 족보가 한 3만~4만 권쯤 될 겁니다. 2007년 제가 취임한 후로 대동보(大同譜) 500여종, 세보(世譜·일명 파보) 1500여종, 가승보(家乘譜) 900여종 등 모두 600만 부 이상 발간했습니다.” 역대 대통령 휘호도…윤보선부터 김대중 대통령까지납 활자본도 고스란히…희귀 벽자 700여개도 보관“하루 족보 35쪽 입력…족보 한권은 통상 800쪽”5층엔 선친 박홍구의 아호를 딴 춘전(春田)기념관이 있다. 여기에는 족보를 받은 문중에서 기념으로 선물한 고서화, 병풍 등이 가득했다. 197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 ‘화친(和親)’도 보였다. 1983년 윤보선 전 대통령의 해평윤씨 대동보 발간 기념 친필 휘호, 1990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도무문(大道無門) 백자 도자기, 1992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회상사 방문 및 친필 실사구시(實事求是) 휘호도 받아 별도로 보관하고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따로 연락이 없었다고 말한다. 4층엔 납으로 인쇄하던 시절의 활자본이 보관돼 있었다. “중국에서 넘어온 사람은 옥편에도 안 나오는 한자를 이름으로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읽는 법은 당사자에게 물어야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한자로 짜잡기해서 글자를 만든 벽자(僻字)도 700개 남짓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선 족보를 만들기 위한 인쇄 작업이 한창이었다. 한 여성직원이 기존의 족보 책을 뜯어내 하나하나 컴퓨터로 입력하고 있었다. “몇십 년 전에 납 활자로 인쇄한 족보는 컴퓨터 데이터가 없어 이렇게 일일이 손으로 입력합니다. 하루 8시간 작업하면 35~40페이지 정도 입력합니다. 족보 만들 때 가장 힘든 부분입니다.” 보통 족보 한 권이 800페이지 전후이니 수작업의 번거로움이 짐작된다. 창문 너머 건물 하나를 가리키며 “저곳엔 족보 필름이 책으로 환산하면 3만~4만 권이 보관돼 있지요.”그가 5층과 6층의 족보도서관과 기념관을 보여주고 나서 문을 자물쇠로 굳게 잠그고 나서 다시 확인했다. “도서관이라면서 왜 이렇게 잠그느냐”라고 물었다. “도둑이 들어서…. 과거엔 사람들이 와서 열람도 하고 했는데 이젠 인력이 부족해 관리가 소홀하니 족보도 훔쳐가고 고서화도 훔쳐가고 해서…. 도난당한 족보만 해도 수천 권에 이를 갑니다.” 잠시 머뭇거리다 다시 말을 이었다. “아까 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도 도둑맞은 겁니다. 모사품을 새로 걸어둔 것이지요.” 그리고 보니 박 전 대통령의 휘호가 아무렇게나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낙관도 어쩐지 흑백이더라. 체계적 보관과 관리가 시급해 보였다. “도난당한 족보 수천권…박정희 대통령 휘호도 도난당해체계적 관리, 영구보존 대책 시급…시장 박뀌면 백지화”“이렇게 관리상에 어려움이 많아도 이 자료들이 나름대로 귀중한 문화재 아닙니까. 소멸하면 혈족에 관한 국가적 문화재가 사라지는 것이니 출판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료를 빼고 모든 자료를 대전시에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영구보존하려는 것이죠. 회상사가 설립된 1954년부터 출판한 450문중의 대동보와 14문중의 인터넷 족보, 600문중의 전자족보, 800여 권의 한문 서적 등을 기증하기로 한 것입니다.” 대전시가 족보도서관을 만든다고 이야기가 나온 지 십수년이 됐습니다만 확약서를 쓰지 않은 탓인지 여태까지 잘 안 되고 있단다. “우리 회상사가 대전시에 기증할 족보와 고서화 등의 자료를 보관할 장소가 500~600평 정도 필요하지만 대전시문화원이 제공하려는 공간은 260평 정도로 협소하고, 관리·보존이나 재원 마련 계획도 없습니다. 그리고 시장이 바뀌면 이런 계획마저도 백지화됩니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요즘 일거리가 많은지 물었다. “1970~80년대 족보 만들기가 붐이었지요. 전쟁통에 불타거나 잃어버린 집안이 많아서…. 그때는 집성촌을 찾아가 남아있는 족보를 모아서 복원하곤 했지요. 족보 인쇄를 시작하면 문중에서 개판식(開版式)을 성대히 치렀습니다. 특수(特需)를 톡톡히 누렸지요. 그런데 요즘엔 누가 족보 만들려고 하나요. 그래도 제대로 족보 만드는 기업이 하나쯤은 있어야 할텐데….” 최근에 한글을 병기한 족보에 조상의 사진도 넣는다고 한다. 일부 문중은 전자족보, 인터넷 족보를 운영한다고 귀띔했다. “한때는 디스크나 CD롬으로 족보를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지만, 요즘 컴퓨터엔 CD플레이어가 부착돼 있지 않으니 보려면 불편합니다. 첨단기술이라는 게 언제 사라질지 몰라서. 종이 족보는 보관만 잘하면 수백 년 흘러도 볼 수 있고 편리합니다. 일본에서는 여전히 납 활자로 족보를 만드는 기업, 200년 역사의 회사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일부 문중 전자족보, 인터넷 족보 운영종이 족보 보관 잘하면 수백년 문제 없어”요즘 또 다른 고민은 가업인 족보 인쇄를 맡아갈 아들을 찾는 것이다. “사양 산업으로 돈벌이가 잘되지도 않으니, 아들들이 서로 맡지 않으려 합니다. 아들이 넷이 있는데 서로 상의하고 있겠지요.” 그도 1954년 설립된 회상사를 2007년에서야 맡았다. “선친이 장남인 제게 이 일을 물려줄 생각에 공고에 가라고 해서 대전공고에 들어갔죠. 그때만 해도 족보 만드는 일을 계승할까 했는데, 어느 날 경쟁업체 사람들이 도끼를 들고 쳐들어와서 큰 싸움이 나기도 했습니다. 이걸 보고 오만 정이 다 떨어져, 선친의 뜻을 어기고 약대로 진학했습니다. 도립 충남홍성병원에서 약제과장을 지내다 약국 개업도 했지요. 그때도 선친이 회사에 들어오라고 했지만 저는 뿌리치고 시의원과 초대 및 3대 대전 동구청장을 지내며 제 길을 갔습니다.” “구청장 임기 끝나고부터 회상사 일을 맡았습니다. 선친이 많이 편찮으셨거든요. 그때가 2007년 1월이었습니다. 직원들 퇴직금도 밀린 상태였죠.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한창 때는 직원이 150명도 넘었는데 …. 이 일대가 한창때 우리가 일거리를 주면서 생겨난 업소들 거리였습니다. 이젠 어엿한 ‘인쇄 골목’이 됐지만.” 족보를 만들면서 봤거나 겪었던 특이하거나 재미난 성씨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자 박 대표는 “그 문중을 부끄럽게 하는 일이”라며 한사코 말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전했다. “어떤 문중에서는 족보가 발간되자마자 이를 받아들고 회상사 건물 앞 계단에서 조상님들께 고하는 고유제를 지냈습니다. 또 직원들 한명 한명 붙잡고 감사하다고도 인사했지요.” “한창 시절, 경쟁업체가 도끼 들고 쳐들어와만정 떨어져, 가업 계승 대신 구청장 길 걸어발간된 족보 들고 제사 지내는 문중도 있어”회상사엔 세가지 불문율이 있다. 먼저 족보 내용이 인쇄된 파지는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또 인쇄된 용지는 밟고 다니지 않는다. 그리고 족보는 ‘모신다.’라는 말을 쓴다는 것이다. 족보 유래는 중국 한나라 시대의 왕실의 제왕년표(帝王年表)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중기 의종 때 김관의가 지은 왕대종록(王代宗錄)이 시초다. 민간 족보는 1423년(세종 5년)에 나온 문화류씨(文化柳氏)의 영락보(永樂譜)인데 기록만 전한다. “회상사에는 선친의 피눈물이 들어있습니다. 이를 가업으로 잘 넘겨주는 것이 제 마지막 소원입니다. 선친은 충북 제천에서 ‘권학사’라는 서점을 운영하며 돈을 좀 만졌습니다. 6·25때 총부리를 겨누고 협박하는 인민군에게 돈을 빼앗겼고, 다시 방첩대는 인민군에게 돈 줬다고 선친을 불러다 엄청나게 때리고 재산을 다 빼앗아 갔습니다. 전쟁 이후 권력 기관에 의해 괴롭힘을 무척 많이 당했습니다. 선친이 한번은 어린 저를 붙잡고 치욕적이라며 부들부들 떨며 우시기도 했습니다. 그리곤 맨손으로 아무도 모르는 대전으로 나왔던 거죠. 인쇄소에 1년 남짓 다니시다가 족보를 인쇄할 생각을 하셨던 거죠. 그리곤 전국 최대의 족보 인쇄 회사를 일구셨습니다.” 가짜 족보 문제도 많다고 얘기를 꺼냈다. “우리는 족보를 출판하는 인쇄업자입니다. 족보 내용은 문중의 종친회장인 발행인의 승낙 없이는 손대지 못합니다. 문중의 어르신들이 와서 돋보기를 들고 하나하나 다 교정을 봅니다. 족보는 정확성입니다. 그것이 신뢰이고, 우리의 철칙입니다. 요즘 가짜족보 문제는 문중 재산 즉 조상 땅 싸움 때문에 발생합니다. 문중에서 법정 소송이 벌어지면 족보가 증거로 채택됩니다. 검찰에서 우리가 보관한 족보를 복사해 간 적이 몇번 있습니다. 자신의 할아버지를 족보에 끼워달라는 부탁을 몇 차례나 받았습니다만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최근 가짜 족보 문제는 문중 재산 싸움 탓우린 출판업자, 발행인 승낙 없이 수정 못해족보는 과거 아닌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그에겐 족보를 만드는 것은 단순히 가업을 승계하는 차원을 넘었다. “고리타분한 핏줄, 즉 혈연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나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알아보자는 것입니다. 족보는 그런 면에서 현재의 나와 조상을 이어주는 네트워크인 셈입니다.” 한편, 2015년 통계청 조사결과 한국인의 성씨는 모두 5582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5인 이상인 성씨는 530여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0년대의 270여개 성씨와 비교하면 급증한 것이다. 다문화의 영향으로 외래 성씨가 급격히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인은 삼국시대부터 일부 계층이 성을 갖게 되었다. 한국인 모두 성을 갖게 된 것은 110년 전인 1909년 민적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대전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사기 치고, 100억 빼돌려도…법은 ‘핏줄’을 용서했다

    사기 치고, 100억 빼돌려도…법은 ‘핏줄’을 용서했다

    손자가 88세 조부 치매 판정받게 유도 인감 훔쳐 건물 지분 절반 가로채 대출 법 악용 사례 많은데 가해자 엄벌 못해 배우 신동욱도 조부가 ‘효도사기’ 고발영화배우 신동욱(36)의 ‘효도 사기’ 논란이 일면서 가족과 친족 간 사기에 대한 처벌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높다. 이런 가운데 30대 손자가 친부모처럼 키워 준 80대 친할아버지의 100억원대 재산을 가로채 경찰에 고소됐으나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가 적용돼 엄벌에 처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친족상도례는 8촌 이내 혈족이나 4촌 이내 인척, 배우자 사이에 일어난 사기·횡령·배임 등의 재산범죄에 대해 형벌을 면제하는 것을 말한다. ‘법은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는 고대 로마법 정신에 연원을 둔 조항이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일본 형법을 모방하면서 유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3일 인천삼산경찰서에 따르면 수백억원대 재산을 모은 A(88)씨가 지난해 말 친손자 B(37)씨 부부를 처벌해 달라며 고소장을 냈다. A씨는 2남 1녀를 뒀다. 장남이 재혼하자 A씨는 계모 손에 자라는 장손 B씨를 안타깝게 여겨 6세 무렵부터 친부모처럼 돌봐 주며 대학을 졸업시켰다. 별다른 직업이 없는 B씨에게 아파트를 사 주는 등 경제적인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해줬다고 한다. A씨는 키운 정이 있어 B씨에게 의지했다. 몇 년 전에는 부천의 6층 건물 지분 절반을 B씨에게 주고 예금통장·인감도장·상가임대차계약서·등기권리증 등 재산관리를 맡겼다. 이후 B씨의 태도가 돌변했다. A씨에게 치매판정을 받아야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며 문답훈련을 시켜 지난해 6월 4등급 판정을 받게 했다. 요양보호사가 오자 할아버지 모시기를 소홀히 했다. 이상한 생각이 든 A씨는 인감도장을 돌려 달라고 했지만 듣지 않았고, 새로 만든 인감도장까지 훔쳐갔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자식들이 재산 받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 큰 충격을 받고 입원까지 했다. 생일날 자식들이 요양보호사에게 “얼마 살지도 못할 텐데 (공진단과 산삼을) 왜 주느냐”는 험한 말을 했다고 한다. 절망한 A씨는 퇴원하자마자 부동산을 처분하려고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의뢰했다가 깜짝 놀랐다. 또 다른 빌딩 지분 절반이 B씨 명의로 이전됐고, 건물을 짓겠다고 10억원 가까운 대출을 받은 인천 중심지 토지는 빈터로 있었다. 매월 3000만원 이상 임대료가 들어오는 예금통장 잔고는 1000만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B씨와 그의 아내가 증여계약서 등을 위조한 사실도 확인했다. A씨는 “돈이 천륜을 끊어 놓은 것 같아 후회스럽다. 모두 내 탓”이라며 뒤늦게 눈물을 쏟았다. 그러나 법조계는 B씨에게 엄한 처벌을 내리기 어렵다고 한다. 법무법인 영진 이정석 변호사는 “친족상도례를 적용하면 횡령 및 절도는 면책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문서 위조와 행사,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및 행사, 공문서 부정행사 등만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거액을 훔치거나 사기를 저질러도 범인만 법의 보호를 받아 호의호식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며 “가족의 화평을 위해 내부적으로 해결하도록 한 일종의 특혜가 더는 시대에 맞지 않고 재산권 보호와 행복추구권을 명문화한 헌법에도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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