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먹는 피임약 암 유발 ‘위험’ 경고
대한의사협회가 약국에서 임의로 구입해 복용할 수 있는 경구용 피임약의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섰다. 남용할 경우 유방·자궁경부암 등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현재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경구용 피임약은 개인 건강 상태에 따라 사용하지 않아야 할 사람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암 등 다양한 위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진단과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어 오·남용 우려가 심각하다.” 며 이를 전문의약품으로 바꿀 것을 보건복지가족부에 요구했다고 최근 밝혔다. 의사협회에 따르면 경구용 피임약은 현재 미국 영국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약제가 태아 건강에 미치는 위험도를 가장 높은 수준인 ‘X등급’을 매겨놓고 있다.
또 혈관염, 혈전색전증, 뇌혈관·관상동맥질환을 가졌거나 과거력이 있는 사람, 심각한 간기능 장애나 원인 불명의 질 출혈이 있거나 유방암 환자, 35세 이상의 흡연자, 임신 여성 등은 복용해서는 안 되며 편두통, 고혈압, 자궁근종, 임신성 당뇨, 수술 예정 환자나 간질, 담낭질환자는 사용을 자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료계는 경구용 피임약이 오심·구토와 체중 증가, 생리량 변화, 부정 출혈, 우울증, 두통, 성 반응의 변화, 유방팽만감 등 일반적인 부작용 외에도 뇌졸중, 정맥혈전증, 폐색전증, 고혈압, 심근경색, 혈액응고장애, 담관질환, 간종양, 갑상선과 부신기능장애, 지질·당대사이상, 혈소판감소증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부를 수 있어 오·남용 폐해를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사협회는 “특히 경구용 피임약이 유방·자궁경부암 등을 유발하거나 촉진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폐경 여성에게 적용하는 호르몬 보충요법 제제보다 4∼6배나 더 강력한 호르몬 효과를 가졌음에도 이를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한 것은 의약정책의 심각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에서는 대부분의 먹는 피임약이 가장 위험한 등급에 속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태아 위험이 입증되지 않은 약물로 분류된다고 반박했다. 바이엘쉐링 관계자는 “먹는 피임약의 태아 위험도는 FDA 분류상 다섯 단계 중 두번째인 B등급이며, 특정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도 없다.” 고 밝혔다. 그는 “약물을 안전하게 사용하자는 의협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부작용 우려가 과장돼 젊은 여성들의 원치 않는 임신·낙태를 부를 우려가 있다.” 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