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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예산안 졸속심의 어떤 이유로도 용납 안 돼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한다’고 헌법 54조에 규정된 대로 국가 예산안 처리는 국회의 권한이자 의무다. 정부가 제출한 나라의 한 해 살림살이가 가용 자원의 효율 극대화적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제대로 짜여졌는지 눈을 부릅뜨고 심사해 국민의 혈세가 허투루 새지 않도록 완벽을 기하라는 취지일 것이다. 오죽 중요하면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에 규정돼 있겠는가. 헌법을 지켜야 하는 국회의원 스스로 더 잘 알 것이다. 그런데 지금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그야말로 졸속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절대 용납 안 될 일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책임론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면서 그 불똥이 예산안으로 튀고 있다. 각 상임위원회의 예산안 예비심사부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예산안 심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권한이지만 전문성을 감안해 각 상임위가 소관 부처 예산안을 본격적인 예결위 활동 이전에 미리 예비심사하도록 돼 있다. 지난 19일부터 예비심사가 시작됐다. 각 상임위는 예결위가 가동하는 오는 28일, 늦어도 소위가 열리는 다음달 9일까지 예비심사를 마치고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원활한 예산안 심의를 위해서다. 그런데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국정교과서 공방을 벌이느라 예비심사를 위한 전체회의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교육부가 국정 교과서 발간을 위해 예비비에서 44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문제 삼아 교육부 예산안 심사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문체부 예산안부터 심사한 뒤 교육부 기본 경비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자칫 애먼 학생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감정적 대응보다는 합리적 심사가 우선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국방위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핵심 기술 이전 실패로 외교안보팀 책임론이 대두된 KFX 사업은 물론 F35A를 도입하기로 한 차기전투기(FX) 사업 예산까지 도마에 오르면서 여야가 맞서고 있다. 소관 부처에 문제가 있다면 상임위 차원에서 따져 물어 시정하면 될 일이다. 문제 사안 관련 예산을 예산안에 포함시켰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예산안을 볼모로 삼을 일이 아니다. 그나마 예비심사 파행이 현재로서는 두 상임위에 그치고 있는 점은 다행스럽다. 교문위와 국방위도 소관 부처 예비심사를 서둘러 늦어도 예결위 소위 활동 개시 전에 끝내길 바란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도 국정 교과서 문제 등을 예산안과 연계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는가. 우리 국회는 유독 예산안 처리와 관련된 오명을 많이 자초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새해 꼭두새벽에야 가까스로 예산안을 통과시키곤 했다. 지역구 챙기기 ‘쪽지예산’의 범람으로 정작 ‘민생예산’을 뒷전으로 내팽개쳤다. 여기에 ‘졸속심의’라는 오명을 덧붙이지 않길 바란다. 새해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은 오는 12월 2일이다.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은 만큼 시간을 더이상 흘려보내지 말고 현미경 들이대듯 꼼꼼하게 심사해야 할 것이다.
  • 송파 가락시장 업무동 공실률 80%…年48억 ‘혈세 낭비’

    ‘세금 먹는 하마’로 불리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 현대화 1차 사업이 마무리됐지만 시장 상인 입점 거부와 사업 주체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업무동 공실률 80% 등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은 애초 2018년까지로 예정됐던 사업 기간이 2025년으로 늘어나면서 4648억원이었던 사업비가 1조 2000억여원으로 3배 이상 불었다. 서울시의회 김인호(새정치민주연합) 부의장은 지난 2월 농산물시장 내에 지상 18층 규모로 새로 지은 농수산식품공사 업무동의 공실률이 80%에 이르면서 연간 48억원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공사 사무실이 입주한 13~17층을 제외한 202개의 크고 작은 사무실 등이 임대될 예정이었으나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163개가 임대되지 않았다는 게 김 부의장의 설명이다. 2층의 컨벤션시설과 6~7층의 소형 사무실, 12~13층의 대형 사무실 등은 수차례 외부 모집 공고에도 임차 주인을 찾지 못했다. 김 부의장은 “계획대로 모두 임대됐으면 60억 300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는데 대량 공실 사태로 손실액만 연 48억원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또 농수산식품공사가 가락동시장 현대화 사업을 하면서 사옥을 너무 크게 지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 시장의 정확한 예측 없이 일단 크고 높게 지었다는 것이다. 시 의회 관계자는 “시민의 혈세가 조 단위로 들어가는 사업을 하면서 몇 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은 공사 스스로 사업 관리 능력이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국가 안보 위협하는 ‘아마추어’ 국방부

    국방부가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과 한·일 국방장관 회담 등에서의 서투른 ‘군사외교’로 국익을 챙기기는커녕 연이어 논란만 불러일으키는 등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군사외교 참극의 단초는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경질로까지 이어진 KFX사업의 핵심 기술 이전 문제다. 혈세 18조 4000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의 4가지 기술 이전을 요청하기 위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직접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해 지난 16일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을 만났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앞서 한 장관은 지난 8월 기술 이전을 요청하는 서한을 카터 장관 앞으로 보냈다. 그러나 미국은 한 장관이 카터 장관을 만나기 불과 하루 전인 15일 서한을 보내 기술 이전을 거부했다. 또 4월에는 공식적으로 기술 이전 불가 방침을 알렸다. 3차례나 기술 이전을 거부하는 초유의 군사외교 참극이 벌어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에는 20일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문제가 됐다. 지난 4월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개정되면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가 한반도에까지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 열린 이번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잇따른 거짓 브리핑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한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는 일부 지적도 있다”고 논란이 될 만한 말을 했지만 정작 국방부는 이 같은 사실은 쏙 빼고 ‘자위대가 한국 영역에서 활동할 경우 한국의 동의를 받게 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국방부의 언급은 일본 언론을 통해 곧바로 사실과 다른 점이 드러났다. 국방부는 문제의 발언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전 합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나카타니 방위상이 22일 논란을 일으킨 발언을 비공개하기로 합의한 바 없다고 또다시 확인하면서 거짓말이 드러났다. 문제가 불거지자 거짓 해명을 하려다 들통난 것이다. 북한 영토에 대한 한국의 지배권은 헌법과 현실의 불일치 등 때문에 외교적으로 고도의 전략 아래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군사외교에 미숙한 한 장관이 KFX ‘굴욕 외교’로 망신을 당한 데다 책임론까지 불거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 문제를 부각시키지 않으려다 노련한 정치인인 나카타니 방위상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이날 “일본이 한 차례 무산됐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체결하자고 요청하는 등 협상의 주도권을 가져가 버렸다”며 “자위대 진출 문제만 해도 우리의 동의 없이 북한 지역에 대한 무력행사를 할 경우 대한민국을 무단 공격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며 강하게 나갔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쓰레기 ‘0t’ 도전! 고군분투하는 자치구들] 이래도 안 줄이면 ‘혈세 낭비’

    59만여명의 서울 강서구 주민이 하루에 버리는 쓰레기는 얼마나 될까. 무려 279t이다. 4인 가족 기준으로 환산하면 한 가정에서 매일 2㎏씩 꼬박꼬박 버리는 셈이다. 이것을 5분의1만 줄여도 강서구는 연간 쓰레기 처리 비용을 15억원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추산한다. 이런 계산이 선 강서구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쓰레기 줄이기 교육’을 준비했다. 20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8차례에 걸쳐 교육을 진행한다고 19일 밝혔다. 교육은 쓰레기를 줄여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쓰레기 감량에 대한 주민의 관심과 동참률을 높이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최종 목표는 자원 재활용을 촉진시켜 해마다 증가하는 생활 폐기물 처리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구에서는 하루 음식물쓰레기가 128t, 일반쓰레기가 151t이 나와 이들을 처리하는 데 연간 51억 7400만원, 25억 7800만원이 들어간다. 쓰레기를 20% 줄이면 15억 500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 교육에서는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쓰레기 역사를 살피고, 쓰레기 배출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본 뒤 쓰레기 양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분리 배출 방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살아 있는 교육이 되도록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노현송 구청장은 “쓰레기 감량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번 교육이 자원 재활용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생활 폐기물 감량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공공기관 감사포럼 정송학 초대회장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공공기관 감사포럼 정송학 초대회장

    정송학 공공기관 감사포럼 초대회장은 일 욕심만큼 다양한 경력을 지녔다. 청년 시절 외국계 기업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CEO) 신화를 썼고, 정당 활동을 하며 서울에서 구청장에 당선됐다. 뒤늦게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대학에서 강의를 했고, 현재는 2년 임기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상임감사다. 그는 공공기관 감사들의 협의체를 이끌면서 지난달에는 ‘대한민국병역명문가회’라는 사단법인의 중앙회장으로도 선출됐다. 첫눈에 봐도 선이 굵은 정 회장을 지난 15일 서울 강남대로 캠코의 서울지역본부 사무실에서 만났다. →몇 해 전 광진구청장 재임 때 하도 바쁘게 일하느라 입술이 몇 번 부르튼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캠코 감사로 와서도 하루 25시간을 사는 것 같다.-30년 회사 생활과 4년의 공직 생활을 했는데, 다시 한 번 공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타고난 성격이 가만히 있지 못해 그런가 보다. 공공 행정에 민간 기업의 경영 기법을 접목한 ‘경영행정’으로 구민들께 봉사했는데, 이를 공공기관 감사 업무에도 도입하고 싶었다.→지난 2월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공공기관 감사포럼은 어떤 성격인가.-대통령이 임명권자인 107개 공공기관의 협의체를 만든 것이다. 민간 기업까지 포함하는 한국감사협회가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지만, 특히 공공기관은 국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곳인 만큼 정부의 정책 방향을 공유하고 경영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내부 감사가 기관 운영의 조력자이자 견제자의 책무를 지녔다고 본다.→지난 1년 반 동안 공공기관 감사로서 느낀 감사 분야의 문제점은.-내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 업무는 대체로 충실하다. 다만 외부의 감사 협의체가 일종의 친목 단체에 머물렀고, 또 감사의 임기가 2년에 그쳐서 업무의 지속성이 떨어졌다. 일부 기관에선 경륜과 지식이 부족한 사람이 감사에 임명돼 잠시 머물다 가는 게 솔직한 현실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전문성 제고와 역량 강화라고 느꼈다. 공공기관 사이의 정보 공유도 절실하다.→감사 업무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감시나 적발은 감사의 기초일 뿐이지 최종 목표는 될 수 없다. 사후 적발보다 미래 위험 예측을 통한 부정부패 예방이 중요하다. 국가보조금 횡령을 용케 적발했어도 이미 국민의 혈세는 날아간 뒤라는 말이다. 적발 위주의 오버사이트에서 예측·예방하는 포사이트로 전환돼야 한다. ‘코칭 감사’, ‘컨설팅 감사’가 필요하다. 기관 내부의 감사도 사장과 경영 책임을 함께 짊어진 제2의 CEO다.→감사 업무 담당자도 가끔 비리에 연루되는 경우가 있던데.-감사 담당자는 우리가 우려하는 것보다 업무에 대한 자부심이 크고, 상당히 청렴한 편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일부에서 개인적인 일탈 행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감사 업무에 대한 재교육 차원의 특강과 모임, 교류 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감사 협의체의 활동이 필요하다.→감사 포럼을 이끌며 성과는 있었나.-황찬현 감사원장이 지난 7월 특별공로상까지 수여하며 후원해 준 덕분에 꽤 성과를 냈다고 자부한다. 매월 운영위원회(임원 회의)와 총회를 번갈아 열면서 정보 교류와 정책 논의, 특별 강연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강에는 정의화 국회의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염재호(고려대 총장)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장 등이 직접 나섰다.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감사포럼의 상징이 마패의 말 4마리라고 하던데.-(허허) 내부 감사의 위상을 높이려고 상징을 하나 만들었다. 감사원 마패의 말이 5마리인 것을 본떠 우리는 4마리다. 지난 4월 충주 IBK연수원에서 감사원과 기획재정부, 국민권익위원회와 함께 합동 워크숍도 개최했다. ‘공감포럼’(공공기관 감사포럼)이라는 협회보를 창간했다.→캠코의 감사로서도 성과를 냈나.-지난 6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두 단계 오른 A등급을 받았다. 청렴도 조사와 부패방지 시책 평가에서도 우수 등급을 달성했다. 부패 취약 분야에 대한 38개 개선 과제를 발굴해 이행했고, 전국 22개 지역 사무소를 방문해 직원들의 애로 및 건의 사항을 점검했다. 감사 전용 사이버 상담실(e카운셀링)도 운영한다. 경영진과 직원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이다.→바쁜 감사 업무 중에 병역명문가회 회장에도 선출됐는데.-아버지와 본인, 아들 등 집안의 3대가 현역 군 복무를 완수한 가문은 전국에 2871개, 1만 3953명이다. 2004년부터 병무청이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 인증해 ‘명예의 전당’에 올리고 있다. 그 1만 3000여명 가운데 정치 활동을 하는 사람은 저 하나밖에 없어서 회장에 뽑힌 모양이다.(허허)→그럼 3대가 모두 현역 복무를 한 것인가.-선친께선 6·25전쟁 당시 지역 방위군의 일선 지휘관을 한 참전 유공자였고, 저는 동해와 인접한 최전방에서, 아들은 강원 지역에서 복무했다. 사실 할아버지 아래로 사촌, 육촌 등 집안의 남자란 남자는 모두 병장 제대를 했다. 지난해 12월 병역명문가회가 현판식을 할 때 수석부회장으로서 이를 주도한 공을 회원들이 인정한 것 같다.→국방 의무에 대한 생각이 남다를 텐데.-나라의 번영은 삶의 질 문제지만, 안보는 생사의 문제다. 또 젊은이들도 병영 생활과 전우애를 통해 사회성과 튼튼한 체력, 인내심, 애국심, 효도심 등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한때 병역 기피 풍조가 있었지만, 이제는 입대하려면 경쟁을 뚫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청년들이 대견했다. 특히 지난번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사건이 터졌을 때 고참병들이 스스로 전역까지 미뤘다는 보도를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 기특한 대한민국의 미래 일꾼들이다.→그럼에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병역 기피 의혹이 끊이지 않는데.-국가와 사회 지도자로서 존경을 받고 명예를 지키려면 국방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영국 왕실에서 왕위 계승 서열 5위인 해리 윈저 왕자는 목숨마저 위태로운 아프가니스탄 두 차례 파병을 포함해 10년간 군 복무를 마쳤다고 들었다. 미국의 케네디 가문도 네 명의 아들 모두 군 복무를 마쳤다. 국민으로부터 정당한 대접을 받으려면 자신이 누리는 명예만큼 신성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제 병역 기피 문제는 국민이 한마음으로 심판해 주길 바란다.→병역명문가로 선정되면 무슨 혜택이라도 있나.-병역명문가 회원들은 선정된 것 자체를 큰 명예로 여긴다. 그러나 솔직히 혜택이나 대접을 못해 주는 게 아쉽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를 만들어 지역의 공원이나 공공 이용시설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국가에서 입법을 통해 그들에게 예우를 해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일수록 개인의 희생이 따르는 국가 의무의 이행을 예우하고 또 지도층은 이를 솔선수범하고 있다.→2006년부터 2010년까지 구청장 재직 때 경영행정 때문에 직원들의 고생이 많았다. 구청장이 새벽에 출근하니까 그런 거 아닌가.-미안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광진구가 성과를 낸 것은 모두 직원들의 노력 덕분이다. ‘아침형 달인’은 고달프지만 아름다운 법이다. 열정이 시련을 녹인다고 믿는다. 당시 서울의 CEO 출신 구청장은 25개 자치구에서 유일했다. 그래서 민간 기업의 효율성을 행정에 접목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효율성과 생산성, 신속한 행정 등을 강조했다. 지방자치의 주주가 구민이고 종업원이 공직자이며, 고객이 민원인이다.→경영행정이 성과를 냈나.-직무목표관리제와 창의성과관리제를 시행해 만족스런 결과를 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우리땅 찾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공시지가 1000억원대의 땅을 되찾아 등기를 완료하면서 광진구의 재정력 지수를 20% 이상 끌어올렸다. 또 이 덕분에 4년 동안 외부의 상을 125회 받았고, 정부와 서울시로부터 인센티브도 62억 5000만원이나 받았다.→그러나 요즘 광진이 생기 없는 도시가 됐다는 말이 들린다. 왜 그런가.-공직자들이야 늘 열심히 일할 테지만, 본래 광진 지역의 문제점이 있다. 아차산과 한강을 모두 끼고 있어서 크게 발전할 수 있는 곳인데, 다가구·가주택이 상대적으로 많아 개발에 애로가 있다. 경찰 등 치안 수요가 많고, 좁은 골목 탓에 소방 대책도 부실하다. 따라서 중앙 정부와 끊임없이 협의해 도시재생사업과 지역 개발에 나서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구체적으로 어떤 제안을 할 수 있나.-중곡동의 국립서울병원, 동부지청, 군부대 등 이전 예정 부지의 개발이 중요하다. 이 모두 캠코가 관리하고 있는 국가 자산이다. 따라서 현재 캠코 감사로서도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차산 고구려 공원 박물관 건설 사업과 홍련봉 보루 정비 사업도 정부의 도움을 받아 계속 진행되기를 바란다. 자랑스런 선조의 위상을 광진구가 이끌어 가는 측면도 있지만, 지역을 위한 관광 아이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정송학 회장은 ▲전남 함평(63) ▲조선대부고·조선대·한양대 법학박사 ▲한국후지제록스 호남 대표이사 ▲서울 광진구청장 ▲한양대 특임교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상임감사 ▲공공기관 감사포럼 초대 회장 ▲병역명문가회 중앙회장 ▲대한민국 목민관상·행정대상 수상,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공공기관 감사포럼이란국정철학 구현·공공기관 감사 인식 확충 위한 비영리 법인 공공기관 감사포럼은 지난 2월 정송학 초대 회장의 주도로 감사원의 인가를 받아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창립총회를 했다. 2008년 설립된 친목 단체 성격의 선진화 감사포럼을 정식 협의체로 변경한 것이다. 설립 목적은 ‘정부의 국정 철학과 국정운영 방향을 구현하고 실천’, ‘공공기관 감사의 이해와 인식의 폭 확충 및 정보 교류’라고 명시했다. 기존의 한국감사협의회는 공공기관 감사, 민간회사 감사, 내부감사자(CIA) 자격증 소지자, 공인회계사, 퇴직 감사 등으로 구성돼 정부의 정책 기조를 반영한 지원과 운영에 한계가 있다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감사포럼에는 한국거래소, 한국투자공사, SGI서울보증 등 12개 금융기관과 한국국토정보공사 등 국민생활 분야의 10개 공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또 서울대병원 등 13개 병원·의료 분야,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18개 산업진흥 분야, 한국전력 등 19개 에너지 분야 공기관이 참여한다. 이 밖에 연구·학술, 연기금,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공기관도 있다.감사포럼의 올해 주요 사업은 ▲워크숍, 특강, 교육 등을 통한 감사인에 대한 전문성 강화와 예산 확충 ▲우수 감사인 발굴·포상 등을 통한 독립성·위상 제고 등이다. 또 ▲회원사 탐방, 간행물 발간 등을 통한 정보 교류 및 소통 확대 ▲감사인 지위 향상을 위한 정책 건의 ▲정부기관 간담회 등을 통한 협력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중 공공 감사에 대한 전문교육 프로그램 계획을 수립하고 연말에는 감사인 대회 및 시상식을 열 예정이다. 초청 강연회도 짝수달 3번째 목요일에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황찬현 감사원장은 감사포럼에 대한 격려사를 통해 “우리나라가 일류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와 사회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각 기관의 내부 통제 역할을 맡고 있는 감사 기구에서 상시 검증, 예방 활동을 통해 부정부패와 적폐의 구조적 요인을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서울광장] 누굴 위한 고대사 폄하인가/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누굴 위한 고대사 폄하인가/박홍환 논설위원

    “다음 중 한나라가 고조선을 멸망시키고 한반도 북부에 설치한 한군현(한사군)이 아닌 것은? ①동예 ②낙랑 ③대방 ④현도” 초등학교 때부터 달달 외워 답을 맞혀야 했던 국사 시험 문제다. 선생님들은 우리 땅이 중국 한나라의 식민지였다는 어두운 고대사를 무비판적으로 학생들에게 주입시켰다. 그 기초는 일제의 관변 학자들이 만들었다. 식민사관이다. 일제는 세키노 다다시, 구라야마 슌이치, 이마니시 류 등이 평양 등에서 발견했다는 고고학적 증거를 들이밀며 한국사를 타율의 역사로 규정짓는 ‘한반도 한사군’을 단정적으로 확정지었다. 일부 해석이 바뀌긴 했지만 지금까지도 우리 주류 학계는 여전히 역사적 사실처럼 신봉하고 있다.일제의 의도는 뻔했다. 한국의 역사는 식민지로 시작했으니 일본의 지배가 당연하다는 논리를 저변에 깔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고대사 폄하가 시정되기는커녕 광복 후 70년인 오늘까지도 여전하다는 점이 오히려 놀랍다. 게다가 중국, 일본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혈세를 투입해 설립한 동북아역사재단마저도 이런 논리에 편승, 2012년 미 의회조사국에 ‘한반도 한사군’을 기정사실화하는 내용의 자료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백번 양보해 설령 사실이더라도 우리가 전파해 득이 될 게 뭔가 묻고 싶다.얼마 전 만난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은 한반도에 한사군이 설치돼 있었다는 주장을 장시간 조목조목 반박했다. 고조선 강역(영토) 축소, 임나일본부설 등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한반도 침략에 이용하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제가 사실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주류 학계로부터 배척받는 이 소장은 그동안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 ‘우리 안의 식민사관’ 등의 저술을 통해 우리 학계 저변에 흐르는 식민사학의 전통을 강도 높게 비판해 온 문제의 사학자다.이 소장은 한사군 설치와 근접한 시기에 작성된 중국의 1차 사료들을 근거로 제시했다. 한서, 삼국지, 후한서, 진서 등에 일관되게 한사군의 위치를 요동으로 쓰고 있고, 중국의 지리서 등에 따르면 당시의 요동은 지금의 허베이(河北)성 일대라는 것이다. 고조선 강역을 고려해도 한반도에 한사군이 설치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내놓았다.이 대목에서는 대만의 국립대만대 초대 총장을 역임한 당대 최고의 학자 푸스녠(傅斯年)의 역사서 ‘이하동서설’(夷夏東西說)을 인용했다. 푸스녠에 따르면 옛 숙신은 한나라 때의 (고)조선으로, 산둥(山東)반도를 지배했던 제나라와 동북쪽으로 이웃하고 있었다. 한반도에 한사군을 설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그렇다면 평양 인근 등에서 대거 출토된 낙랑 유물은 무엇인가. 이 소장은 “일부는 일제 학자들이 조작했고, 일부는 확대 해석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인적·물적 교류의 흔적을 마치 낙랑군의 통치 증거인 양 과대 포장했다는 것이다. 사료적 근거가 빈약한 우리 고대사를 실증사학이라는 미명으로 폄하했다는 뜻이다.물론 주류 측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 소장 등이 오도된 민족주의에 편승해 역사를 제멋대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한반도에 한사군이 설치돼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유물 등을 통해 검증됐다고 일축한다. 뒤집힐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온전한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은 2000년 전의 역사를 유물 몇 개로 단정지을 수 있을까.훨씬 큰 문제는 우리가 고대사를 폄하하는 사이 중국은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중국은 은밀하게 ‘동북고대방국속국사’(東北古代方國屬國史)를 집필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인 부여, 고구려, 발해 등을 포함해 중국 동북 지방에서 흥망성쇠했던 16개 왕조를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규정하고, 정식으로 자국사에 편입하고 있는 것이다. 동북공정의 ‘완결판’으로 곧 실물이 나오게 된다.중국의 최대 인터넷 검색 사이트 바이두(百度)는 한사군의 의의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한사군 설치는 한 무제가 한반도 북부 지역을 이미 한 제국의 통치 범위에 포함시켰다는 것을 입증한다.” 무비판적으로 한반도 한사군설을 수용해 우리 스스로 고대 한반도 북부를 한 무제의 수중에 갖다 바친 것은 아닐까.
  • 샌더스 “그놈의 이메일 지겹다”… 클린턴 “나도 그래요 생큐”

    샌더스 “그놈의 이메일 지겹다”… 클린턴 “나도 그래요 생큐”

    “미국인들은 당신의 이메일 문제에 진절머리를 낸다. 이메일 말고 미국이 직면한 진짜 문제를 얘기하자.”(버니 샌더스·74) “나도 그렇다. 고맙다.”(힐러리 클린턴·67) 1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윈라스베이거스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첫 토론회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날 참석한 후보 5명 가운데 선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그를 매섭게 추격 중인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이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 사용 문제가 나오자 이 같은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며 돌발적으로 악수를 한 것이다. 클린턴은 개인 이메일 사용이 실수였다고 거듭 밝힌 뒤 “공화당의 음모가 드러난” 벵가지 특위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붓는 상황을 비판했다. 그러자 갑자기 샌더스가 끼어들며 “미국인들은 당신의 ‘그놈의’(damn) 이메일 문제를 듣는 것이 지겹다”며 “중산층이 죽고 빈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메일 문제는 그만하면 충분하다. 중산층을 살리고 소득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미국이 당면한 실질적 문제를 논의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간 청중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에 클린턴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고맙다”며 그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샌더스는 두 손으로 클린턴의 손을 잡은 뒤 환하게 웃었다. 청중은 이에 더욱 환호를 보냈다. 클린턴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이메일 스캔들’을 공개적으로 덮으면서 민주당에선 면죄부를 받은 모양새가 됐다. 마틴 오맬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도 이들의 의기투합에 힘을 보탰다. 오맬리는 “민주당이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로 규정되는 것을 반대한다”며 “중산층과 교육 살리기 등 토론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이들이 클린턴의 이메일 문제에 대해 의견을 함께한 것은 공화당에 대한 반격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이메일 스캔들뿐 아니라 기후변화 문제,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등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냈다. 클린턴과 샌더스는 그러나 총기 규제와 이라크 전쟁, 시리아 사태, 대형 은행 개혁, 애국법, 오락용 마리화나 허용 등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각을 세우며 설전을 벌였다. 그동안 보여온 서로 다른 성향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클린턴은 샌더스가 신원조회를 강화한 ‘브래디법’을 반대하는 등 총기 규제 정책이 미온적이라고 지적하며, 자신은 전미총기협회(NRA)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샌더스는 이에 “NRA가 나한테도 D-(낙제점)를 줬다”며 “총기상보다는 정신이상자의 총기 소유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샌더스는 이어 클린턴이 2002년 찬성했던 이라크 전쟁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외교 실패”라고 비판했고, 이에 클린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나를 국무장관에 지명하면서 나의 판단을 높이 평가했다”고 반박했다. 대형 은행 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샌더스가 “과거 클린턴 정부가 금융 규제를 완화해 위기가 발생했다”며 “의회가 월스트리트를 규제하는 게 아니라 월스트리트가 의회를 규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클린턴은 “2008년 경제위기가 닥치기 전에 상원의원으로 있으면서 은행 구조조정을 주장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회는 후보들이 서로에 대한 악의적 비방 없이 이슈에 대해 실질적 토론을 벌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행사를 주최한 CNN은 “첫 토론은 클린턴의 날”이라고 보도한 반면 시카고 트리뷴은 ‘샌더스의 밤’이란 제하의 글을 통해 그의 진정성을 높이 평가했다. 소셜미디어 트래픽 분석업체인 톱시는 토론 직후 샌더스 의원과 클린턴 전 장관에 관한 언급이 각각 8만 5000건과 7만 3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ISD’ 느는데 국제 소송 전문가 너무 없다

    ‘ISD’ 느는데 국제 소송 전문가 너무 없다

    지난달 이란계 가전회사 엔테크하브의 소유주인 모하메드 다야니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간소송(ISD)을 신청하면서 우리 정부는 모두 3건의 ISD에 걸려 있다. 최근엔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기관투자가로 찬성 의견을 낸 국민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ISD 신청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돌고 있다. ISD는 말 그대로 투자자와 국가 간의 소송인 만큼 패소하면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 최근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활발해지면서 국제 소송도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불모지나 다름없어 국제소송 전문가 양성 등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4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국가 간 투자보장협정을 맺어 왔다. 이를 근거로 ISD가 제기된 것은 지난해 론스타(미국계 사모펀드)가 처음이다. 국제 교류가 활발해지는 만큼 국제 분쟁과 소송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정부를 상대로 한 ISD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소송 비용이 국민 혈세로 나갈 뿐만 아니라 론스타 소송의 결과에 따라 자칫 우리 정부가 국제소송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3건의 ISD는 소송의 성격이 제각각이다. 그만큼 앞으로 누가 어떻게 소송을 제기할지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론스타는 미국계 사모펀드이지만 벨기에에 근거지를 둔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한·벨기에 투자협정문을 소송 근거로 삼았다. 이 협정문에는 페이퍼컴퍼니를 투자보호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올 4월 말 중재신청을 낸 아랍에미리트의 석유회사 하노칼은 법원에서 1·2차 패소하고 대법원에 상고한 사안에 대해 ISD를 냈다. 지난달 제기된 이란 가전회사 엔테크하브 건은 이미 종료된 판결에 불복하고 ISD를 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김정우 변호사는 “최근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ISD를 보면 법이나 제도 변경으로 인한 손해뿐만 아니라 민사 소송의 성격도 강하다”면서 “국가의 모든 공적 행위에 대해 광범위하게 투자 중재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국제소송을 진행하는 데는 들어가는 수천억원의 비용도 문제지만 우리나라에 국제소송 전문가가 거의 없는 것도 문제다. 현재까지 론스타의 소송에 대응하는 데만 350억원가량이 들었다. 하노칼 소송에는 38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국제 소송과 관련해서는 외국계 로펌들이 거의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면서 “국제법과 국내법, 통상법과 투자법 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국제소송 전문가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정우 변호사는 “정부의 행정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연금 등 독립성이 보장되는 기관에 대해 정부가 영향을 미친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용어 클릭] ■ISD(Investor-State Dispute)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국의 정부 개입 등으로 손해를 입었을 경우 세계은행 산하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제소할 수 있는 일종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 미 민주당 대선 후보 첫 토론회...공화당과 달랐다

     “미국인들은 당신의 이메일 문제에 진절머리가 난다. 이메일 말고 미국이 직면한 진짜 문제를 얘기하자.”(버니 샌더스)  “나도 그렇다. 고맙다.”(힐러리 클린턴)  13일 오후(현지시간)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윈라스베이거스호텔에서 열린 미 민주당 대선 후보 첫 토론회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날 참석한 후보 5명 가운데 선두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그를 무섭게 추격해온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이 클린턴 후보의 개인 이메일 사용 문제가 나오자 이 같은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며 돌발적으로 악수를 한 것이다. 클린턴 후보는 개인 이메일 사용이 실수였다고 거듭 밝힌 뒤 “공화당의 음모가 드러난” 벵가지 특위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붓는 상황을 비판했다. 그러자 갑자기 샌더스 후보가 끼어들며 “미국인들은 당신의 ‘그 놈의’(damn) 이메일 문제를 듣는 것이 지겹다”며 “중산층이 죽고 빈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메일 문제는 그만하면 충분하다. 중산층을 살리고 소득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미국이 당면한 실질적 문제를 논의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간 청중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에 클린턴 후보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고맙다”며 샌더스 후보에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샌더스 후보는 두 손으로 클린턴 후보의 손을 잡은 뒤 환하게 웃었다. 청중들은 이에 더욱 환호를 보냈다.  마틴 오맬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도 이들의 의기투합에 힘을 보탰다. 오맬리 후보는 “민주당이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로 규정되는 것을 반대한다”며 “중산층과 교육 살리기 등 토론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이들이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문제에 대해 의견을 함께 한 것은 공화당에 대한 반격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이메일 스캔들뿐 아니라 기후변화 문제,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등에 대해서도 한 목소리를 냈다.  클린턴 후보와 샌더스 후보는 그러나 총기 규제와 이라크 전쟁, 시리아 사태, 대형 은행 개혁, 애국법, 오락용 마리화나 허용 등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각을 세우며 설전을 벌였다. 그동안 보여온 서로 다른 성향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클린턴 후보는 샌더스 후보가 신원조회를 강화한 ‘브래디법’을 반대하는 등 총기 규제 정책이 미온적이라고 지적하며, 자신은 전미총기협회(NRA)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샌더스 후보는 이에 “NRA가 나한테도 D-(낙제점)를 줬다”며 “총기상보다는 정신이상자의 총기 소유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샌더스 후보는 이어 클린턴 후보가 지난 2002년 찬성했던 이라크 전쟁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외교정책 실패”라고 비판했고, 이에 클린턴 후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나를 국무장관에 지명하면서 나의 판단을 높이 평가했다”고 반박했다. 시리아 사태에 대해 클린턴 후보는 상황을 진정시키고 반군들을 보호하기 위해 비행금지구역을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샌더스 후보는 “미군을 다시 중동에 보내는 것을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대형 은행 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샌더스 후보가 “과거 클린턴 정부가 금융 규제를 완화해 위기가 발생했다”며 “의회가 월스트리트를 규제하는게 아니라 월스트리트가 의회를 규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클린턴 후보는 “2008년 경제위기가 닥치기 전에 상원의원으로 있으면서 은행 구조조정을 주장했다”고 반박했다.  샌더스 후보는 애국법을 반대하고 오락용 마리화나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클린턴 후보는 애국법 통과는 필요했으며 오락용 마리화나는 반대하지만 의료용 마리화나는 찬성한다며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날 토론회는 후보들이 서로에 대한 악의적 비방 없이 이슈에 대해 실질적 토론을 벌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거 평론가들은 토론회를 개최한 CNN에 나와 “공화당 토론회와 달리 여성이나 인종에 대한 비난 없이 민주당 후보들로서의 특징을 잘 보여줬다”며 “클린턴 후보는 여유가 있었고 샌더스 후보도 선방했다”고 평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금융위기 극복 막전막후… 美 ‘경제대통령’의 회고

    금융위기 극복 막전막후… 美 ‘경제대통령’의 회고

    행동하는 용기/벤 S 버냉키 지음/안세민 옮김/까치/704쪽/3만원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위기인 2008년 금융위기의 격랑을 넘으며 세계 경제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벤 S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자서전 ‘행동하는 용기’가 나와 눈길을 끈다. FRB는,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은행이다. FRB 의장의 말 한마디, 결정 하나하나에 세계 경제가 요동치곤 한다.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버냉키는 2006년부터 8년간 의장을 지냈다. 위기를 맞닥뜨린 그는,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미국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불황을 막기 위해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등 파격적인 통화 정책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위기 극복 과정에서 가난한 소시민은 보호하지 못하고 외려, 금융위기를 부른 월스트리트의 거대 기업에 혈세를 퍼줬다는 비난도 받았다. 버냉키는 자서전에서 ‘나의 세금은 어디로 갔는가?’라고 적힌 자동차 스티커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고 돌이킨다. 또 개인적으로는 “파산이 없는 자본주의는 지옥이 없는 기독교와 같다”는 말에 동의한다고도 했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시장은 잘못된 선택을 하는 개인이나 기업에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FRB 의장으로서 다른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 “금융위기 도중에 도덕적 해이를 상기시키는 것은 잘못되었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많은 사람의 관심은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대재난으로부터 경제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있었다”고 말한다. 버냉키의 회고를 따라가다 보면 그의 개인적인 삶과 혜안을 엿보는 것은 물론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미국 경제 시스템에 대한 안목도 기를 수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국토부 공공기관 5년간 1조 8000억원대 성과급 돈잔치

    국토교통부 소관 공기업·공공기관들이 대규모 부채와 방만경영에 따른 경영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임직원들이 최근 5년 간 1조 8000억원이 넘는 성과급 돈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윤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9~2014년까지 총 부채는 163조 9413억원에서 216조 7294억원으로 32.2%(약 53조원)나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직원들은 성과급으로 1조 8040억원을 챙겨갔다.  특히 부채 중 금융부채는 119조 4429억원에서 49조원(41%)가량이 늘어난 168조 1892억원으로 조사됐다. 금융부채 급증에 따른 지난 한 해 이자 지출액만 총 7조 766억원이다. 하루 이자로만 193억원으로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그러나 재무구조 악화에도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성과급 나눠먹기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사장은 8100만원,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7000만원,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5700만원을 성과급으로 가져갔다. 성과급 총액은 LH 641억원, 한국도로공사 503억원, 수자원공사 298억원 등으로 임직원들에게 나눠 준 성과급만 총 2047억원에 달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공공기관들이 빚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급 나눠먹기 관행이 그치지 않고 있다”면서 “사업성이 없는 ‘묻지마식’ 투자와 방만경영이 원인인 만큼 정부가 책임을 통감하고 부채문제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사설] 가뭄 해소에 4대강 물 활용해야

    전국 대부분 지방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경기와 강원도, 충청도 등 중부 지방이 특히 심하다. 보령·홍성·당진 등 충남 서북부 8개 시·군에는 인근 보령댐의 저수율이 22%에 그쳐 지난 1일부터 제한급수에 들어가는 등 물 부족 사태가 최악이다. 가을 가뭄은 내년 봄 이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새까맣게 타들어간 농심(農心)은 올해는 물론 내년 농사 걱정에 더 우울하다. 2006년 이후 거의 해마다 가뭄을 겪어 오긴 했지만 이번에 유독 심한 건 복합적인 이유 탓이다. 엘니뇨 현상으로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하지 못해 장마전선이 형성되지 않은 데다 올해는 여름철 장마와 태풍이 한반도를 비켜 가는 바람에 강수량이 턱없이 모자랐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1월 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의 누적 강수량은 754.3㎜로 평년(30년 평균치 1189㎜)의 63%에 그쳤다. 서울·경기의 누적 강수량(517.7㎜)은 평균의 43%에 불과해 가장 낮았다. 가뜩이나 댐의 저수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비까지 적게 내리면서 가뭄 현상이 더 심화됐다. 가뭄은 자연재해여서 사람의 힘으로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문제는 갈수록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로 가뭄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기상청도 지난 3월 “가뭄 발생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고 갈수록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정부에서 22조원이 넘는 혈세를 투입한 4대강 사업으로 16개 보에 확보한 물을 앞으로 가뭄을 해소하는 대안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4대강 공사에 대한 논란은 다음 문제다. 지금도 4대강의 보 안에는 7억여t의 물이 잠겨 있지만 물을 끌어다 쓸 송수관이나 관수로가 없어 보는 무용지물이다. 4대강 보의 혜택을 받는 농지는 본류에 인접한 농지로 전체의 17%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정부 들어 경기도 여주 한강 이포보 등 일부 보의 물을 활용하기 위해 예산 투입을 추진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주춤하고 있다. 국민이 힘든데 야당이 반대했다고 그 논리만 고집할 일은 아니다. 4대강 보 활용은 가뭄 해소의 현실적인 해법이다. 아울러 생태계를 보호하는 범위에서 미니댐을 짓거나 중소 규모의 저수지를 더 많이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머지않아 기후 변화 등으로 물 부족 국가가 될 수도 있다. 현재 1인당 연간 강수량이 세계 평균의 6분의1에 지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기우라고만 할 수는 없다. 수자원 확보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실천이 중요한 이유다. 물은 생명이다.
  • [사설] 나랏돈 쓰며 표절 일삼는 국책연구기관들

    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보고서 3개 중 1개가 엉터리 자료라고 한다. 재작년 국내 25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보고서 150편 가운데 48편에서 연구윤리를 위반한 사례가 적발됐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다. 국책연구기관들이 내놓는 보고서는 국가 정책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위반 사항이 없었던 곳은 25곳 중 6곳뿐인 모양이다. 이 지경이니 어떻게 제대로 된 나라 정책이 나올 수 있겠나 싶다. 한숨이 절로 난다.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논문 조작사건 이후 연구기관들은 앞다퉈 연구윤리 규정을 마련했다. 그만큼 연구윤리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자성이 컸다. 국책연구기관에도 위조와 변조, 표절, 부당한 저자 표시, 중복 게재 등 5개 항목의 윤리 평가 기준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추태가 여전하다는 것은 내부의 자정 노력만으로는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자인한 꼴이다. 토씨 하나 안 고치고 남의 논문을 표절하거나 자신의 저작물을 재탕 발표하는 몰염치쯤은 관행 수준이다. 위·변조 사례까지 있었다 하니 할 말이 없다. 국책연구기관들이 제 몫을 하지 못한다는 걱정은 그칠 새 없이 반복돼 왔다. 그런데도 저질 보고서들이 판을 치는 근본적인 문제가 대체 무엇인지를 되짚어 봐야 한다. 비정규직 비율이 40%에 이르는 인력 구조부터 큰 문제로 꼽힌다. 불안정한 고용 형태로는 양질의 연구물이 나올 수 없다는 지적이 계속되는데도 조금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의 이직 현상이 심각해 최근 5년간 책임연구원이 바뀐 사례가 500건이 넘었을 정도다. 이런 판에 기관장들까지 온통 잿밥에만 눈이 팔려 있었다. 어느 기관장은 출근 일수를 절반도 채우지 않고 대외활동으로 5700만원의 과외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집안 단속이 될 리 만무하다. 혈세로 꼬박꼬박 봉급까지 챙겨 주는 국민이 ‘봉’인가. 근태 상황을 인사평가에 철저히 반영해 딴짓하는 이런 기관장들부터 솎아 내야 한다. 다른 곳도 아닌 국책연구기관의 부실은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데서 심각성이 더하다. 나라 정책 연구 과정에서 엉뚱한 짓을 한다면 국가적 범죄다. 표절 의심 사례가 나와도 최종 판단과 처벌을 해당 기관 자신에게 맡기고 있으니 될 말인가. 끼리끼리 봐주는 ‘셀프 감독’이 되지 않게 개선 방안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방사청, 위험한 ‘KFX 도박’...30兆짜리 부실 무기 만드나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방사청, 위험한 ‘KFX 도박’...30兆짜리 부실 무기 만드나

    --미국 기술이전 거부 탄로나자 이번엔 무리수 방위사업청이 한국형 전투기(KFX)의 핵심 구성품 가운데 하나인 능동전자주사식(AESA : 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더 국내 개발을 가속하기로 했다고 5일 밝히면서 가능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방사청이 공언한 기간 내에 AESA 레이더 개발과 이 레이더를 운용할 수 있는 체계 통합이 가능한지 여부와 이 레이더가 과연 우리 공군의 작전 요구 능력에 부합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방사청 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KFX에 장착될 AESA 레이더의 국내 개발 일정을 가속화하는 방안을 수립중이다"라고 밝혔다. 당초 방사청은 한국형 전투기 초도 양산분부터 제3국 협력으로 개발한 AESA 레이더를 장착하고, 후속 양산 단계에서 순수 국내 개발 AESA 레이더를 장착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 일정을 대폭 앞당긴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방사청의 이러한 계획은 당초 2020~2024년으로 계획된 시험개발 2단계 일정을 2017~2021년으로 3년 앞당기는 것이 핵심이며, 방사청은 이 기간 내에 AESA 레이더 국내 개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방사청은 "AESA 레이더 하드웨어 개발은 국내 개발이 가능한 상태이며, 소프트웨어는 제3국 업체에서 알고리즘을 획득해 국내에서 소스코드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사청이 접촉하고 있는 제3국 업체는 영국 Selex社, 스웨덴 SAAB社, 이스라엘 ELTA社 등 3개 업체이며, 특히 SAAB의 경우 이미 LIG넥스원의 AESA 레이더 개발을 위한 관련 기술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며, LIG넥스원은 지난해부터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AESA 레이더 개발을 위한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한 바 있다. -소스코드가 뭐길래?...개발 격론 방사청은 이들 업체로부터 하드웨어 관련 기술과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제공 받아 이를 토대로 독자적인 소스 코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인데 이것이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소스코드(Source code)는 전투기라는 하드웨어를 움직이기 위한 소프트웨어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C++언어로 작성되는 이 소스코드는 F-35A의 경우 미 연방회계감사국(GAO : 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추정 1800만 라인이라는 방대한 규모로 작성되고 있고, F/A-18E/F는 110만 라인, F-22A는 220만 라인의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스코드는 수백 수천개의 규칙에 의해 만들어진 수백만~수천만 라인의 명령어이기 때문에 작성 자체도 막대한 시간과 비용, 전문 인력이 필요하며, 각각의 명령어가 어떤 상호작용과 충돌이 있는지에 대한 검증 역시 대단히 긴 시간과 노력, 예산이 필요하다. 전투기와 그 구성요소 개발 과정에 있어 가장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분야가 바로 이러한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이며,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 일정 전체의 지연 문제 역시 대부분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발생한다. 특히 전투기 개발 사업에서 AESA 레이더 및 이 레이더의 체계 통합을 위한 소스코드 개발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기술적 리스크와 비용 문제가 크기 때문에 F-35와 같은 대규모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나 유로파이터처럼 국제공동개발하는 형식이 아니면 기존 소스코드를 이용하거나 JAS-39E/F와 같이 해외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구매해 적용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사청은 해외 협력업체로부터 알고리즘만 제공 받으면 수 년 내에 전투기 개발의 가장 큰 난관인 AESA 레이더와 소스코드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만 내놓고 있다. 실제 기술 수준과 관계없이 일단 사업만 가면 된다는 방사청의 이러한 밀어붙이기식 사업관리 관행 때문에 K2 흑표전차의 전력화가 늦어지고 국산 파워팩의 ROC가 하향 조정되는 등 파행을 겪은 사례가 있지만, 방사청은 그래도 밀어붙인다는 입장이다. -지상공격 안 되는 반쪽짜리 레이더 방위사업청은 미국으로부터 기술이전을 거부당한 IRST(Infrared Search and Tracking)나 EOTGP(Electronic Optics Targeting Pod), RF Jammer와 같은 장비 역시 국내 기술로 개발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불과 수 주일 전까지 기술이전 없이 개발이 어렵다는 입장에서 국내 개발이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물론 이들 장비의 국내 개발은 가능하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 전문 인력이 투입된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KFX 전력화 시기가 늦춰지고 이는 2020년대 이후 공군 전투기 전력 부족이라는 산불에 기름을 끼얹는 일이 된다. 방사청이 제시한대로 2021년까지 해외 업체의 협력으로 1단계 버전(KFX Block 1)을 개발한다 하더라도 문제다. 공군에게 필요한 KFX는 적 전투기와 싸우는 공대공 능력은 물론, 북한의 장사정포나 미사일 기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공대지 능력도 갖춰야 하지만, 1단계 버전에서는 이러한 능력은 제외됐다. 다시 말해 KFX 1단계 버전은 지금의 F-15K나 KF-16이 수행하는 지상 정밀타격 능력이 없는 상태로 등장한다는 이야기다. 유사시 우리 공군 작전계획인 기계획공중임무명령서(Pre-ATO : Prepositioned Air Tasking Order)에 반영된 전투기 임무 소요의 대부분은 지상 타격이다. 북한의 장사정포를 타격하는 대화력전(ATK, X-ATK) 임무 수행부터 적 전쟁지도부 및 지휘통신시설을 제압하는 항공차단(AI : Air Interdiction), 밀려오는 적 지상군에 대한 공습 임무인 전장항공차단(BAI : Battlefield Air Interdiction), 근접항공지원(CAS : Close Air Support)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임무 수행을 위해서는 레이더가 지상의 지형지물과 표적을 정확히 구별하고 추적할 수 있는 정밀 지상 매핑(Precision Ground Mapping) 능력이 있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최신 AESA 레이더는 소프트웨어 발전에 힘입어 레이더를 이용한 합성개구(SA : Synthetic Aperture) 능력과 지상이동표적조준(GMTI : Ground Moving Target Indicator)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합성개구능력이란 빛 한 점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레이더가 쏴서 지상에 맞고 돌아온 전파를 분석해 3D 이미지화하는 능력인데, 이 능력이 우수할수록 지상에 있는 건물이나 차량을 보다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정밀한 지상 공격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이미지화 능력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소프트웨어지만, 이러한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막대한 예산과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도 F-35를 개발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예산 증가 문제를 겪었고, 유럽 역시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를 개발하면서 여러 국가가 분업하여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련 시스템을 개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높은 수준의 기술적 능력과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선진국도 어려워하는 다목적 AESA 레이더를 대한민국 방위사업청은 10년 이내에 개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물론 방사청이 공언한 1단계 버전이 등장하는 2021년까지는 이러한 기술 구현이 어려우니 2단계 버전부터 정밀 지상 매핑 능력을 적용한다는 조건부를 달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정밀 지상 매핑 능력이 없는 레이더를 장착한 KFX는 문자 그대로 ‘혈세 낭비’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공군 작전의 대부분은 지상 공격 임무이고, 이를 위해서는 정밀 지상 매핑 능력이 필요하다. 즉, 공대공 전투만 가능한 KFX는 공군에 도입되더라도 작전 투입에 적잖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추후 개량사업을 진행하려면 추가 예산이 더 들어간다. 즉, 전력 유지 효과도 낮고 비용 대 효율성 측면에서도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이다. 이 때문에 KFX 사업 전반에 대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의 기술이전 협상에 실패한 방사청이 외부의 비난을 잠재우고 사업을 밀어붙이기 위해 상당한 난관이 예상되는 핵심 장비 개발이 가능하며, 그 일정까지 단축시킬 수 있다는 무리수를 둠으로써 KFX가 촉박한 일정과 제한된 예산 속에서 탄생한 수많은 한국형 부실 무기들의 전철을 밟을 위기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홍상어...K-11소총...흑표전차... 전철 되풀이? 방위사업청은 기술이 없음에도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업체들에게 한정된 예산과 촉박한 개발 일정을 주고 개발을 밀어붙였던 ‘한국형 명품무기’ 홍상어 대잠 미사일이나 K-11 복합소총 사업, K2 흑표전차 파워팩 개발 사업 등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크게 지탄을 받은 바 있었다. 그러나 KFX는 수 백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 다른 무기체계 개발과 달리 개발과 양산까지 30조원이 넘는 초대형 사업으로 실패했을 경우 막대한 국고 낭비와 심각한 전력 공백이라는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투기 개발의 노하우가 부족하고, 관련 예산이나 시한이 촉박하다면 이미 개발된 해외 장비와 부품을 적용하는 등 유연한 사업 방식도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이 같은 개발 방식은 항공선진국 스웨덴이 JAS-39 그리펜을 개발하면서 채택한 바 있고, 그리펜은 요구된 개발 기간과 예산을 비교적 만족시키며 가격을 안정시킴은 물론, 우수한 성능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동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등 틈새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 KFX 개발의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만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내 임기 중에 사업부터 가고 보자” 또는 “예산 절감 우수 실적을 쌓아보자”는 관료들의 실적주의 탈피와 현미경식 외부 감사를 통한 투명하고도 합리적인 사업진행, 그리고 필요하다면 예산과 기한을 더 부여할 수 있는 사업 유연성의 확보다. 이 때문에 KFX 사업단을 총리실 산하에 두고 범정부적인 기구로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지만 방위사업청은 ‘전문성’과 ‘효율성’ 문제를 들며 KFX 사업단을 방사청 아래 계속 두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전문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방위사업청의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 책임자는 ‘육군대령’이지만 말이다. 이일우 군사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선거 비리 탓에… 재·보선으로 12년간 1200억 혈세 낭비

    끊이지 않는 선거범죄 탓에 최근 12년간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재·보궐선거에서 1200억원 규모의 혈세가 낭비된 것으로 집계됐다. 5일 대검찰청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선거범죄로 인한 재·보선 실시 및 사회적 비용 분석(한양대 법학연구소)’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지난해 8월 말까지 국회의원과 광역·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재·보선은 모두 28차례나 진행됐다. 이를 통해 80명의 국회의원이 다시 선출됐고 광역단체장 7명, 기초단체장 118명, 광역의원 235명, 기초의원 490명 등 총 930명이 새로 뽑혔다. 이 가운데 선거관리위원회의 경비집행 자료가 남아 있는 200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재·보선에 들어간 예산은 2584억여원으로, 선거관리를 위한 일반비용과 투개표 관리비, 계도·홍보비용 등이 포함된 액수다. 전체 투입 예산 중 선거범죄로 치르게 된 재·보선에 투입된 경비는 1225억여원으로, 재·보선 전체 경비의 47.4%에 달했다. 재·보선은 당선인의 사망이나 사직, 당선무효, 퇴직 등의 사유로 치르게 되는데, 당선무효는 선거범죄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된 경우이고 다른 형사범죄로 선거권이 박탈되면 퇴직으로 처리된다. 200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회의원 재·보선이 시행된 사유는 당선무효(47.6%), 퇴직(31.7%), 사직(15.9%), 사망(4.8%) 순이었다. 당선인의 비리에 따른 당선무효와 퇴직을 합하면 79.3%에 이른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사설] 저성과자 퇴출, 공공기관도 예외일 수 없다

    정부가 얼마 전 저성과 공무원 퇴출 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공공기관 직원들에게도 이를 도입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연말까지 저성과자의 기준과 대상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공공기관 간부직에 한해 시행된 성과연봉제 대상을 7년차 이상 직원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의 철밥통을 깨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제대로 실행된다면 공공기관이 환골탈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만하다.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곳이 공공기관이다. 민간기업에 비해 더 열심히 일하고 청렴해야 할 조직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성과급 제도도 도입해 사기를 북돋워 왔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방만경영과 성과급 잔치 등 도덕적 해이의 전형으로 지목돼 국민한테서 불신과 비난을 받아 왔다. ‘신의 직장’이란 비아냥거림이 왜 나왔겠나. 일은 적게 하고 봉급은 많이 주는 곳으로 인식되면서 대졸 취업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아이러니다. 이번 국감에서도 출근을 하지 않아도 성과급이 지급된 조폐공사, 1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갚지 못하는데도 억대 연봉자 임직원의 숫자가 매년 50% 늘어나는 수협중앙회, 집이 4채나 있는 직원에게 주택자금을 지원하는 지역 항만공사 등의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당근만 있고 채찍이 없는 조직은 언젠가 거덜나게 돼 있다. 신상필벌의 원칙이 바로 서야 건강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이런 데 동의한다면 공공기관 직원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대의 흐름에 기꺼이 동참해야 한다. 벌써 공공노조 등에서는 저성과자 퇴출제가 불러올 수 있는 ‘상급자에 대한 줄서기’ 등의 부작용을 거론하고 있다지만 이건 보완만 하면 될 일이다. 본말을 전도해서는 안 된다. 취지가 좋고 해야만 하는 것이라도 당사자들이 승복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불이익을 당하는데 가만히 앉아 있을 사람은 없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게 관건이다. 정부는 기계적인 잣대보다는 업무 특성 등을 고려한 엄밀한 성과 평가지표를 만들고 평가 주체가 온정주의로 흐르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퇴출에 앞서 재교육이나 능력을 보완해 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공공기관의 경쟁력 강화가 공공개혁의 중심에 있는 만큼 공정성 확보를 담보로 좌고우면하지 말고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 [서울광장] 교피아 척결이 교육개혁보다 시급하다/김성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교피아 척결이 교육개혁보다 시급하다/김성수 논설위원

    교육과학기술부를 출입하던 2008년 5월의 일이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당시 김도연 장관과 우형식 차관을 비롯한 국·실장 등 간부들이 모교를 방문했다. 나랏돈(특별교부금)으로 500만~2000만원씩을 준다는 약속을 했다. 간부 2명은 모교가 아니라 심지어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갔다. 한바탕 난리가 났다. 국민 혈세로 ‘촌지’를 주는 것이라며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런데도 교과부는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어물쩍 넘어가려고 했다. 청와대가 강도 높게 질책을 하자 그제서야 장관이 사과를 했다. 김 장관은 석 달 뒤 경질됐다. “어차피 학교에 줄 돈인데 어디에 준들 뭐가 문제냐.” 일부 직원은 이런 말도 서슴지 않았다. 국민을 섬기는 것은 고사하고 공무원이 시혜를 베푸는 자리라는 오만에서 비롯된 착각이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교육부는 지금도 달라진 게 없는 듯하다. 서해대로부터 5000여만원을 받고 지난 1일 구속된 김재금 전 대변인 건을 다루는 걸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는 걸 뻔히 알면서도 전날(9월 30일) 교원대 사무국장으로 발령을 냈다. 황우여 장관이 주재한 긴급회의에서 이런 결론을 냈다고 한다. 이미 일주일 전 교육부 대변인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었는데도 전보 사유를 “건강상의 문제”라고 뻔한 거짓말을 했다. 교육부의 얼굴인 대변인으로서 구속되는 것은 막겠다는 뜻이었는지, 장관을 음으로 양으로 그간 보필한 것에 대한 보답인지는 알 길이 없다. 분명한 건 처음부터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이다. 김 전 대변인이 구속되면서 직위해제되자 지난 2일 교원대 사무국장으로는 다른 사람이 갔다. 이틀 새 같은 자리에 인사발령이 두 번이나 나는 코미디가 벌어졌다. 국민들은 한심하게 보고 있지만 교육부나 장관이 사과했다는 얘기는 아직 못 들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비리 척결을 강도 높게 외치고 있는데 장관이 비리 공무원을 감싸고 도는 건 크게 잘못된 일이다. 매사가 이런 식이라면 정부가 공직비리를 몰아내겠다고 아무리 구호를 외쳐 봤자 국민들은 코웃음을 칠 수밖에 없다. 교육부에 만연된 부패 불감증을 몰아내고 교육개혁에 성공하려면 교육부부터 개혁해야 한다. ‘슈퍼갑(甲)’으로 군림하고 있는 관료들의 행태부터 바꿔야 한다. 교육부 관료들은 연간 50조원의 돈을 주무른다. 국민 세금인 대학지원금만 9조 4000억원이다. 교육부는 대학의 학사일정, 등록금, 대입제도 등 모든 분야에 영향력을 미친다. 재정 사정이 어려운 대학은 각종 지원금을 받아내려고 교육부의 눈치를 본다. 법조계만 전관예우가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부의 전관예우는 더 뿌리가 깊다. 전·현직이 끈끈하게 유착된 교피아(교육부+마피아)다. 현직에서 물러나면 대학이나 교육부 산하기관으로 가서 또 다른 역할을 한다. 장·차관을 하다가 대학 총장으로 가거나 사무관, 서기관이 하루 전날까지 교육부에 앉아 있다 사립대 교수로 자리를 옮긴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상당수가 대학으로 가서는 교육부의 정보를 캐내는 등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 비리사학일수록 교육부와의 이런 통로가 절실히 필요하다. 오죽하면 교육부가 비리사학에 기생하는 숙주라는 말까지 나오겠나. 대학이 자초한 측면도 크다. 교육부의 정책에 대한 대학들의 불신도 쌓여 있다. 교육부가 8월 말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를 발표하자 앞다퉈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퇴직한 교육부의 4급 이상 고위관료를 영입한 대학 10곳 중 9곳이 C등급 이상의 좋은 성적을 받았다는 지적을 우연의 일치로만 보기는 어렵다. ‘교육부 해체론’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4대 개혁 중 진척도가 가장 부진한 게 교육개혁이다. 교육개혁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비리 사학과 유착하며 군림하는 관료들이 남아 있는데 교육개혁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한 황 장관이 결단력을 보여 줄 것 같지는 없다. 취임한 지 1년 2개월이나 지나 때를 놓쳤다. 6선을 노린다면 연말에는 장관을 그만둬야 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결국은 정권 차원에서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할 일이다. 불행하게도 역대 어느 정권도 성공하지 못한 지난한 과제다. sskim@seoul.co.kr
  • 선거범죄 뒤 재보궐선거로 12년 간 1200억원 혈세 썼다

     최근 12년 간 국회의원 등의 선거범죄로 인해 재·보궐선거를 치르는 데에만 1200억원이 넘는 혈세가 낭비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5일 대검찰청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에게 제출한 ‘선거범죄로 인한 재보선 실시 및 사회적 비용 분석(한양대 법학연구소)’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지난해 8월 말까지 국회의원과 광역·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재보선은 총 28차례 있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경비집행 자료가 남아 있는 200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재보선을 치르는 데 총 2584억여원(교육감 재보선 경비 포함)이 쓰였다.  이중 선거범죄로 치르게 된 재보선에 투입된 경비는 1225억여원이었다. 재보선 경비의 절반 가까이가 선거범죄 때문에 발생한 셈이다.  재보선은 당선인의 사망이나 사직, 당선무효, 퇴직 등의 사유로 치른다. 이중 당선무효는 선거범죄가 적발된 경우이고, 퇴직은 다른 형사범죄로 인해 선거권이 박탈당한 경우를 뜻한다.  특히 국회의원 재보선은 80% 정도가 비리 때문에 시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0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회의원 재보선이 시행된 사유는 ?당선무효 47.6% ?퇴직 31.7% ?사직 15.9% 등의 순이었다. 비리 사건으로 분류할 수 있는 당선무효와 퇴직이 79.3%를 차지했다.  반면 자치단체장이나 기초·광역 의원까지 합친 전체 재보선의 실시 사유 중 당선무효는 38.2%, 퇴직은 15.8%를 차지했다.  이 의원은 “비리 때문에 선거에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는 문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심야택시 승차마다 ‘3000원 인센티브’ 논란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결하겠다면서 고객을 태우는 택시에 ‘인센티브’를 주기로 한 서울시 조례가 논란을 부르고 있다. 2일 서울시의회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승차난 해소에 서울시가 필요한 재정을 지원하는 내용의 택시기본조례 일부 개정안이 최근 시의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시는 시범적으로 이달 말부터 매주 금요일 밤 11시부터 3시간 동안 신논현역~강남역 구간에 ‘택시해피존’을 운영하고, 승객을 태운 법인·개인 택시에 영업 1건당 3000원 정도를 지원한다. 그러나 과태료 20만~60만원, 자격정지 등 승차 거부를 규제하는 제도가 있는데 이와 별도로 세금을 투입하는 데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시민들은 “단속을 철저히 하면서 근본적으로 해결해야지 혈세를 들여 택시 승차를 유리하게 하는 게 말이 되냐”, “인센티브를 받으려고 이곳만 오가는 택시도 생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피존 안에서는 승객에게 목적지를 묻고 태울 수 있는 게 아니라서 택시가 단거리 운행만 선택할 수는 없다”면서 “해피존 운영과 함께 승차 거부는 지속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사설] 공천 룰 협상 당내 컨센서스가 먼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공천 룰을 놓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엊그제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를 추진키로 잠정 합의하면서다. 두 대표가 이런 합의를 이룬 배경엔 공히 리더십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의도가 깔렸을 수도 있을지 모르나, 결과적으로 당내 갈등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어차피 진선진미한, 그것도 모든 정파를 만족시키는 공천방식이 어디 있겠나. 여야 모두 이에 대한 당내 컨센서스부터 모으는 게 순서라고 본다. 현행 공천제도를 개혁해야 할 필요성은 차고 넘친다. 여야 각 당의 오너급 보스들이 ‘전략공천’이란 이름으로 줄 서기를 강요하는 후진적 정치를 타파해야 한다는 당위론에 누가 토를 달겠나. 그런 차원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도 검토할 만한 가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무결점의 대안인지는 의문이다. 굳이 어제 청와대 관계자가 나서 민심 왜곡·조직 선거 등의 사유를 들어 조목조목 비판한 사실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과거 모바일 투표의 피해를 겪은 야권 비노 측에서도 “안심번호라는데 안심할 수 있느냐”는 냉소적 반응이 나오고 있지 않나. 특정 계층을 겨냥한 음성적 조직 동원으로 치러졌던 모바일 선거의 재판이 된다면 민심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시행하는 데 적잖은 혈세를 투입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다. 중앙선관위가 주관해 전국 지역구를 대상으로 동시 실시할 경우 지역구당 표본을 2만명으로 잡더라도 1500억원이 소요된다니 그렇다. 이는 정치개혁의 또 다른 대의인 ‘돈 적게 드는 선거’에 역행하는 일이다. 공천 룰엔 하나의 정답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여야가 협상을 통해 정파보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모범답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공천 룰을 둘러싼 여야의 내홍, 특히 청와대까지 가세한 여권 내 갈등은 여간 딱해 보이지 않는다. “형제(친박계)를 죽이려고 오랑캐(야당 내 친노계)와 야합했다”느니, “(친박계가)전략공천하자고 솔직히 얘기하라”는 등 거친 언사만 오가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김·문 대표의 이번 합의가 성급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선거구 획정이나, 비례대표 의원 비율 등 보다 큰 틀의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 아닌가. 그런데도 덜컥 공천 룰부터 정하는 것은 본고사 출제 지침을 정하기 전에 예비고사 출제 방식을 공표하는 꼴이다. 여야는 두 대표의 잠정 합의를 제대로 된 공천제도를 창출해내기 위한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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