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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약고’ 중동에서 길 잃은 美

    미국이 ‘화약고’ 중동에서 헤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만 제거하면 중동을 평정할 수 있을 것이라던 미국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중시 정책 이후 중동 지역에서 급속히 영향력을 잃고 있는 미국의 고민이 한층 깊어지는 모양새다. BBC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해 보면 13일(현지시간) 미국의 ‘말발’이 전혀 서지 않는 세 가지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 우선 아프가니스탄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바그람 수용소에 수감됐던 탈레반 죄수 65명을 전격 석방했다. 미 국무부는 “풀려난 수감자들은 나토군 31명과 아프간인 23명을 숨지게 한 ‘위험분자들’”이라며 석방을 성토했다. 그러나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주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날을 세웠다. 미국은 2004년 탈레반 정권을 축출시킨 뒤 카르자이를 대통령에 앉혔는데, 10년 만에 배신당한 셈이다. 오는 4월 치러질 이집트 대선에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압둘팟타흐 시시 국방장관이 이날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군사 원조 약속을 받아낸 것도 미국엔 충격이다. 푸틴은 시시에게 “개인적으로, 그리고 러시아 국민의 이름으로 대선 승리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집트를 통치할 사람을 결정하는 것은 푸틴이 아니라 이집트인”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미국은 호스니 무바라크에서 무슬림형제단 출신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으로, 다시 쿠데타를 일으킨 시시로 이어지는 두 번의 정권교체 과정에서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시시는 미국이 시위대 유혈진압 책임을 물어 군사원조 일부를 동결하자 곧바로 러시아로 방향을 틀었다. 1979년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이후 30년 넘게 미국의 전폭적인 원조를 받아온 이집트가 ‘변심’한 것이다. ‘혈맹’ 이스라엘과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다. 이스라엘은 이날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무슬림 밀집 지역인 ‘올드시티’ 바로 옆에 유대학교를 짓기로 결정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지난해 말 이란과 핵 협상을 타결하자 미국의 경고를 뿌리치고 동예루살렘과 가자지구에 유대인 정착촌을 계속 건설하고 있다. 미국이 애써 사담 후세인을 제거한 이라크에서는 수니파가 몰락하고 시아파가 집권하면서 이란과 가까워졌다.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고 러시아·이란과 한편이 돼 같은 시아파인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이 ‘30년 숙적’인 이란에 의존해야 하는 역설적인 구도가 형성됐다. 그러나 이란과 가까워질수록 전통적인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발이 커진다. 중동에서 이란과 맹주를 다투는 사우디는 같은 수니파인 이라크의 후세인과 이집트의 무바라크가 사살되거나 축출되는 것을 보고 미국과의 관계에 의심을 품었고,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이 미국의 묵인하에 중동 패권을 장악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 [열린세상] 미·중·일 삼각 파도와 우리의 항로/유찬열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미·중·일 삼각 파도와 우리의 항로/유찬열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세계의 패권국 미국은 동북아에서 아직도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중국과 협력을 진행하면서도 그 부상을 우려하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대해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이 미국 힘의 현실이다. 미·중 관계는 실로 애매하다. 16조 달러 국내총생산(GDP)에도 불구하고 국가부채로 고전하는 미국은 중국의 강대국으로의 부상을 환영하고 베이징이 국제평화에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수차례에 걸쳐 진행된 미·중 전략경제대화(S&ED)에서 미국은 중국에 지속적으로 중동과 동북아의 안정, 비확산, 미국 국채의 구매, 위안화 평가절상, 대미 수출 흑자 축소를 위한 내수 진작을 요청했고, 이는 상당 부분 베이징에 의해 호의적으로 수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중국의 미래 위협에 대비해 중동으로부터 아시아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재균형, 피보트(pivot) 선회 전략을 구사한다. 이것은 대(對)중국 군사 봉쇄의 초기 형태로 한국, 호주, 동남아, 인도와의 협력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미·일 동맹 강화와 일본의 안보역할 확대가 그 핵심이다. 고이즈미 총리 이후 아베 내각에 이르러 도쿄가 집단적 자위권의 재해석 등을 가속화하는 것은 사실상 워싱턴의 승인하에 진행되는 것으로, 미·일 양국 모두 중국(과 북한)이라는 공통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성격을 띤다. 미국 못지않게 일본도 중국의 부상에 큰 위협을 느낀다. 일본은 20~30년 후 미국의 두 배에 달하는 경제 규모와 가공할 군사력을 갖출 수 있는 중국이 과거의 조공적 위치를 요구하고, 자국은 주변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한다. 일본 내에는 중국의 부상에 대비하고, GDP 6조 달러에 걸맞은 외교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 워싱턴이 ‘강요’한 평화헌법을 수정하고 보통국가를 지향해야 한다는 여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것이 한때 이시하라 신타로의 ‘(미국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A Japan That Can Say No)이 일본 민족주의의 상징처럼 부각된 이유이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반인륜적 위안부 범죄의 부정은 아베 신조 총리의 옹졸함과 좁은 외교 식견을 드러내지만, 오늘날의 중·일 관계가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의 영·독 관계와 비슷하고 중국이 힘으로 현상을 변경하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는 그의 말은 모두 이런 국제정치적 역학을 반영한다. 미국의 능력과 의지를 깊이 인지하는 중국은 신중하면서도 단호하게 국익을 추구한다. 미국에 협력하지만 중국은 대만 통일, 영토 및 영향권 사수와 같은 몇몇 핵심 이익에 대해서는 군사력 사용을 불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외교, 군사, 경제의 영역을 넓혀 나간다. 반미 정서를 중심으로 중·러 관계를 강화하고, 반(反)서방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 전략 거점을 마련하며, 남·동중국해에서 영토 분쟁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동풍31 시험발사, 항공모함 추가 건조, 전략 공군 강화, 사이버전 능력 확대, 에너지 자원 확보, 또 GDP 8조 달러를 넘어 계속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모두 다가오는 미국과의 미래 패권 경쟁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제 동북아는 서서히 미·중 경쟁이 과거 냉전시대와 비슷한 치열한 형태로 진입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며, 그동안 중국이 말해 오던 평화발전, 화평굴기는 머지않은 장래에 비(非)화평굴기(unpeaceful rise)로 전환될 것이다. 한국의 외교, 안보, 통일전략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그것은 장기적 시각에서 우리의 오랜 혈맹인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부상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일정 수준 내에서 증진시키며 일본과의 관계는 역사와 안보 문제를 분리해 대응하는 것이다. 통일을 포함하는 남북한 관계는 미·중 관계의 악화를 우려하는 중국이 자국 영향권하의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 하며, 모든 외교력의 토대가 되는 군사력과 경제력의 신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 엔씨소프트 아덴 복사 논란…‘복사 캐릭’ 삭제하나

    엔씨소프트 아덴 복사 논란…‘복사 캐릭’ 삭제하나

    엔씨소프트 아덴 복사 논란…‘복사 캐릭’ 삭제하나 엔씨소프트의 인기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 ‘리니지’가 ’아덴 복사’로 논란에 휩싸였다. 엔씨소프트 측은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7일 “현재 오크 서버 내에서 비정상적으로 아이템을 사용하는 행위가 확인되고 있어 이에 대한 조사 및 원인 수정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또 “해당 현상을 악용해 게임 내 아이템에 대한 이득을 취하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끝까지 확인해 악용에 대한 조치가 이루어질 것이니 해당 현상에 대한 악용은 절대 하지 말아주시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엔씨소프트가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이유는 일부 이용자가 리니지 인기 서버인 ‘오크’에서 게임 화페 ‘아덴’을 복사해 이용하는 행위가 발견됐기 때문. 엔씨소프트는 게임 내 특수창고인 ‘혈맹창고’에 아이템을 맡기고 해당 아이템을 팔아도 창고에 아이템이 그대로 보존되는 현상에 강력대응하기로 한 상태다. 네티즌들은 “엔씨소프트 아데나 복사 강력하게 대응해주세요”, “엔씨소프트 복사 캐릭터 삭제하고 강력 대응해야 할 듯” 등 격앙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양국 혈맹관계 지속 신호인 듯

    북한이 ‘장성택 처형’ 사건 이후 중국에서 열린 경제 관련 박람회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1일 관영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庄)시에서 전날 개막한 제2회 허베이성 특색문화상품박람교역회에 참가했다. 전통주, 유화, 애니메이션, 우표 등 상품 10여 종을 출품했다. 북한이 이번 박람회에 참석한 것은 장성택 사건과 상관없이 중국과 꾸준히 경제·문화 교류를 통해 혈맹 유대를 지속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내부적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사회 각 단체의 충성맹세를 강조하면서 동요된 민심을 다잡기 위한 시도들도 눈에 띈다. 김정은 유일 영도체제의 기반을 뿌리내리기 위한 일종의 ‘투 트랙’ 전략인 셈이다. 노동신문은 지난 21일 평양 곳곳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사회단체들의 결의대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주민들의 관심을 스포츠로 돌려 ‘장성택 처형’ 이후 긴장된 사회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2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주말마다 평양에서 인기스포츠 경기를 열기로 했다. 오는 29일에는 평양체육관에서 여자권투 경기가 열린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서울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韓·그리스 정상 “반갑습니다”

    韓·그리스 정상 “반갑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전 60주년을 맞아 방한한 파룰리아스 대통령에게 “그리스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우리와 함께 싸운 혈맹”이라며 6·25 전쟁 당시 파병됐다가 희생된 그리스 장병에 대한 사의를 표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 [서울광장] 20세기 영·러·일, 21세기 미·중·일/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20세기 영·러·일, 21세기 미·중·일/문소영 논설위원

    전 세계 식민지 개척으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임을 자랑하던 영국은 19세기 말부터 러시아의 남하정책에 상당히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1885년 영국 해군이 거문도를 불법 점령한 이유도 조선과 러시아 간 밀약설(1884년 조러수호조약)이 흘러나온 탓이었다. 요즘 ‘외교의 달인’처럼 소개되는 고종은 당시 국제정세에 둔감했다. 청일전쟁 후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를 끌어들이더니 러시아공사로 아관파천(1896년)을 했고, 1904년까지 친러정책을 폈다. 영국 입장에서 역린(逆鱗)이었다. 조선이 러시아의 손에 떨어지길 원하지 않았던 영국은 러시아 견제를 위해 일본을 끌어들였다. 영국이 먼저 1901년 7월 주영 일본공사를 불러 1902년 1월 제1차 영일동맹을 맺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이익 보호’는 받아들여졌다. 제1차 영일동맹은 1905년 8월 제2차 영일동맹으로 강화됐다.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늑약 3개월 전으로, 일본은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뒤 당시 세계 최강국이었던 영국에 한국 지배를 외교적으로 용인받은 것이다. 이 동맹은 비극으로 끝났다. 1차 세계 대전에서 영국과 함께했던 일본은 2차 세계 대전에서는 영국을 배신했고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안전을 위협했다. 21세기 최강국 미국의 신경을 건드리는 나라는 G2로 떠오른 중국이다. 소련을 중심으로 한 냉전시대는 20세기 말에 막을 내렸지만, 미국의 힘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의 팽창은 또 다른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G2 중국의 등장 이후 동북아시아에서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올 초부터 아베 정부는 제2차 세계 대전의 패전국으로서 받아들인 일명 ‘평화헌법’을 개정해 집단 자위권을 획득하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주장했다. ‘보통국가’가 되겠다는 의미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나라가 되겠다는 것이다. 한데 평화헌법은 맥아더 장군이 2차 세계 대전의 책임을 물어 패전국 일본에 부여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과거 침략전쟁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침략의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 않았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 어느 쪽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요설을 늘어놓았다. 잘못된 역사 인식에 기반한 아베 정부의 일본 재무장에 대해 일제에 피해를 입은 한국과 중국의 우려와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 자신감의 배경은 미국의 지지였다. 한국의 ‘혈맹’ 미국은 한국정부와 국민의 우려, 걱정에 동조하지 않고 일본의 손을 들어준 것 같다. 미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지난 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에서 “미국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포함한 일본의 방위력 증강 구상을 환영한다”고 공동성명을 내 일본의 재무장을 공식화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아도 미국이나 한국 등 동맹국이 공격을 받으면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아베 총리가 주장하는 바 “적극적 평화주의”인 것인데,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군대가 진주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 결과를 두고 우리 정부나 외교부 등은 ‘아차’ 싶겠지만, 이미 깨진 항아리다. 한국인들의 반발을 우려한 우리 정부는 “아니다”라고 반박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안보를 강조하는 한국의 보수는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은 물론 자녀도 군 복무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정부는 전시작전권도 미국에서 찾아가라고 하는데 연기를 요청했다. 전시작전권 연기와 연계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중국에 던져줘 갈등의 소지도 남겼다. 복잡하게 변화하는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고, 대처할 수 있는 외교적 능력이 절실한 시기이다. 100여년 전 개항 과정에서 잘못된 판단과 선택으로 겪은 어려움을 21세기에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symun@seoul.co.kr
  • [문화마당] 작전지휘권 부재의 역사/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작전지휘권 부재의 역사/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대한민국의 전시작전지휘권 회수 시기가 늦어질 것 같다. 복잡한 국제무대에서 국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 강대국과 동맹을 맺을 필요가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강대국의 지휘를 받는 일은 역사에서 비일비재하다. 1950년대부터 이어져 온 이른바 한·미혈맹도 그런 예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한국 역사를 거시적으로 조망할 때 작전지휘권을 누리지 못한 역사적 경험이 너무 길었을 뿐 아니라 지금도 구조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허탈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삼국통일과 관련해 ‘나당연합군’이라는 표현이 우리 귀에 익지만, 엄밀히 말해 그것은 연합군이 아니었다. 신라군은 당군(唐軍)의 지휘를 받은 예하부대였기 때문이다. 황산벌의 치열한 전투로 인해 사비성 도착 기일에 맞추지 못한 신라 장수 김유신을 당군 사령관 소정방(蘇定方)이 현장에서 즉각 처벌하려 한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는데, 정작 그 일화를 통해 전시작전지휘권이 얼마나 무섭고 엄혹한 것인지 느끼는 이는 거의 없다. 김유신이 처벌을 면한 이유는 그의 지휘 계급이 소정방과 대등했기 때문이 아니라, 총사령관 소정방이 예하부대장 김유신의 해명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한국사 최고의 영웅 이순신도 이런 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조선이 누란지세의 위기에 처한 정유재란(1597~1598) 때 명은 수군까지 조선에 파견했는데, 명 제독 진린(陳璘)과 이순신 사이에 나타난 알력도 작전지휘 계통의 상명하복 문제였다. 다행히도 결국에는 진린이 이순신의 작전권을 일부 인정했지만, 그것이 명군과 조선군이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연합해 싸운다는 어떤 원칙에 따른 결과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진린이 일부 권한을 이순신에게 양보한 것은 상관이 현장에서 부하 장교의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진린이 만약 그릇이 작아 지휘권을 끝까지 양보하지 않았다면, 이순신이 취할 수 있는 대안은 아무것도 없었다. 조선 육군의 처지는 더욱 참담했다. 총사령관 권율조차도 군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엄한 질책에 눈치를 봐야 했으니, 조선의 차관급 관료와 야전군 사령관들이 일개 명 장수의 진영에 줄줄이 끌려가 곤장을 맞은 사건들은 차라리 일상에 가까웠다. 전시에 작전지휘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처벌권도 당연히 포함하기 때문이다. 1619년에 후금을 치기 위해 출정한 강홍립의 조선원정군이나 러시아를 막기 위해 나선정벌(1654, 1658년)에 참여한 조선원정군도 모두 명이나 청의 부대에 일방적으로 편제되어 그 지휘를 받아 움직였다. 대한민국이 수행한 전쟁도 이런 역사적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이 크게 부상하고, 북한은 버티고, 미국은 일본의 손을 들어주는 2013년의 숨 막히는 국제정세에서 전시작전권 회수가 반드시 대한민국의 국익에 유리한지 여부를 일개 국민은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판단할 만한 정보조차 없다. 그래도 장삼이사가 접하고 싶은 ‘상식’은 적어도 이런 모습이 아닐까? 직업군인들은 군인답게 즉시 작전권 회수를 외치되, 문관 중심의 다른 부처에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난색을 표하는 형국 말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논의가 팽팽하다는 뉴스 기사는 본 적이 없다. 군인이 기개보다 외교에 더 능하다면, 국가에서 전문 군인을 양성하고 대우할 이유가 과연 어디 있을까?
  • 히잡 쓴 1만여 소녀들 ‘떼창’… 터키의 청춘, K팝에 물들다

    히잡 쓴 1만여 소녀들 ‘떼창’… 터키의 청춘, K팝에 물들다

    “세니 세비요룸, K팝!”(사랑해요, K팝) 동서양의 문화가 만나는 도시, 터키 이스탄불. 서울에서 8000㎞ 떨어진 이곳에도 K팝 열풍이 불어닥쳤다. 터키의 K팝 팬들은 한국어 노래 가사를 따라부르는 ‘떼창’을 연출했다. 각양각색의 히잡을 쓴 10대 소녀들은 한국 가수의 노래에 맞춰 방방 뛰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율케르 스포츠 아레나 공연장에서 열린 ‘KBS 뮤직뱅크 인 이스탄불’의 공연 현장 모습이다. 터키에서 한국 가수들이 대규모 공연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장은 터키를 비롯해 불가리아, 그리스, 이란 등 유럽과 중동에서 몰려든 1만여명의 팬들로 가득 찼다. 10~20대 중반의 젊은 여성팬이 대부분이었고, 5만~25만원짜리 티켓은 일찌감치 동났다. 이들은 엠블랙, FT아일랜드, 미쓰에이, 비스트, 에일리, 슈퍼주니어 등 6개 팀이 등장할 때마다 공연장이 떠나갈 듯한 환호를 보냈다. 그동안 유튜브와 SNS 같은 인터넷으로만 보던 K팝 스타들이 실제로 눈앞에서 공연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한국 가수들이 터키 전통춤과 터키 민요를 K팝에 접목한 무대를 선보이고 터키어로 인사말을 하자 더욱 뜨겁게 호응했다. 엠블랙의 힘찬 오프닝으로 시작한 공연은 FT아일랜드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달아올랐고, 이어 미쓰에이와 비스트, 슈퍼주니어의 연이은 출연으로 절정에 달했다. 3시간이 넘게 기립해 공연을 즐기던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 듯 공연장 출구에 몰려들어 K팝 가수들이 탄 차량을 끝까지 배웅했다. 터키에서 처음 공연을 한 가수들도 예상 밖의 뜨거운 환호에 놀란 반응이었다. FT아일랜드의 이홍기는 “공항에서 우리 그룹을 상징하는 풍선과 깃발을 든 팬들이 몰려들어 깜짝 놀랐다. 유럽 공연이 처음인데 터키의 열정적인 팬문화가 놀라웠다”고 말했다. 엠블랙의 소속사인 제이튠의 구태원 이사는 “이번 공연으로 터키의 한류 공연 시장성을 확인해 유럽 월드투어 때 공연을 오는 K팝 가수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공연의 총 책임자인 박태호 KBS 예능국장은 “아티스트들과 팬들의 열정도 뜨거웠고 터키에서 K팝 및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높인 것 같아 기쁘다”고 만족해했다. 터키에서 K팝이 인기가 있는 것은 ‘형제의 나라’라고 불리는 한국에 대한 호감에다 새로운 음악을 원하는 젊은층의 욕구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한국전에 참전한 부모 세대는 한국을 ‘혈맹’이라고 여기고 있고, 젊은 층은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과 터키의 3, 4위전에서 보여준 양국의 우애를 통해 좋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 터키 최대 국영 방송인 TRT 뮤직 채널장인 이스마일 균교르는 “K팝은 특색있는 음악과 역동적인 안무로 터키의 젊은층을 사로잡고 있으며, 터키에서도 한국의 아이돌 그룹을 모델로 삼아 따라가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 아버지도 한국전 참전 용사인데 터키와 한국은 60년 동안 밀접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고, 젊은 층에도 이런 분위기가 전달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버지와 함께 공연을 관람한 베르나(15)양은 ”월드컵 한국전 이야기를 듣고 한국이 좋아졌고 K팝의 리듬감과 퍼포먼스, 노래공연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터키의 음악잡지 블루진의 오스게 오스폴랏 기자는 “4~5년 전부터 11~35세의 K팝 팬이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터키의 팝 음악은 전통적인 것이 많지만 K팝은 미국팝 형식을 갖추면서도 멋진 퍼포먼스와 의상으로 호감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터키의 한류팬은 최대 30만명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류 구심점 역할을 한 것은 사극을 필두로 한 한국의 드라마다. ‘해신’을 비롯해 ‘주몽’, ‘동이’ 등 역사 드라마가 초반 인기를 주도했고 최근에는 ‘꽃보다 남자’, ‘시크릿 가든’ 등 트렌디 드라마도 인기가 높다. 전태동 주이스탄불 총영사는 “터키의 역사가 오래됐기 때문에 전통과 역사를 소개하는 작품에 관심이 높다. 특히 한국 드라마는 극적이고 터키 드라마에 비해 방영 기간이 짧은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한류팬인 메르베(24)는 “인터넷을 통해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봐서 한국 사람이나 문화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로맨틱하고 깨끗하고 순정적인 사랑을 표현한 드라마 내용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현지 관계자들은 터키가 유럽, 중동, 중앙아시아의 문화와 교통의 요지인 만큼 한류 전진 기지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태동 총영사는 “터키는 이슬람권이지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뿌리내렸기 때문에 개방적이고 다른 문화에 대한 포용력이 있다”면서 “신선한 음악으로 무장한 한국 가수들이 터키에 진출하면 K팝이 더욱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탄불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기고] 존엄과 자모/전가림 호서대 교양학부 교수

    [기고] 존엄과 자모/전가림 호서대 교양학부 교수

    최근 우리들은 존엄이란 말을 자주 듣고 있다. ‘인물이나 지위가 감히 범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엄숙함’이라는 존엄의 사전적 의미를 모르진 않지만, 북쪽으로부터 들려오는 ‘존엄’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물 존엄인지 아니면 지위 존엄인지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존엄은 이성적인 존재가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갖춤으로써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지위나 인물에 주어지는 절대적 가치를 말한다. 적어도 이런 가치를 지닌 인물이나 지위는 이성적이고 도덕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존엄은 주어지는 것이란 점에서 강요나 억압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간 북한은 서해상의 군사훈련은 “우리의 존엄을 함부로 건드리는 것”이라 했고, 정상 간 회의록 공개는 “최고 존엄을 우롱하는 것”이라 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발언은 “우리의 존엄과 체제를 모독하는 도발적 망발”이라고 했다. 심지어는 개성공단 폐쇄도 그들의 ‘존엄’을 건드렸기 때문이라 했다. 북한의 존엄은 굳이 분류한다면 ‘수령의 존엄’과 ‘체제의 존엄’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존엄을 말하고 있는 북한은 남쪽을 향해 ‘괴뢰패당’, ‘핵찜질’, ‘천하 불한당’, ‘독기 어린 치맛바람’ 등등 거칠고 상스러운 막말을 쏟아댔다. 심지어 국방위 제1위원장이란 사람은 탈북자들을 ‘짓뭉개버리라’고 했는가 하면 전방의 병사들 보고는 “적들을 모조리 불도가니에 쓸어 넣으라”고도 했다. 이 같은 막말에 대해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쓰레기 같은 말(trash-talking)을 그만두지 않으면 미래가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간 북한이 존엄 운운하면서 막말을 늘어놓자,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주요 언론사 논설위원실장 및 해설위원실장들과 가진 청와대 오찬에서 “서로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선 북한도 말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존엄’이 어떻다고 하면서 우리가 옮기기도 힘든 말을 하는데, ‘존엄’은 그쪽에만 있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북한은 국제사회의 규범이나 상식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거칠고 험한 말과 행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여러 차례에 걸쳐 경고와 제재를 가했다. 그리고 지난 3월 7일 유엔 안보리는 중국의 지지 속에 대북 제재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7월 2일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는 26개 참가국 중 그 어느 나라도 북한을 지지하지 않았다. 이는 북한이 사고무친의 외교적 고립에 빠져 있음을 뜻한다, 심지어는 이른바 혈맹관계라는 중국을 방문한 북한의 최룡해와 김계관도 예전 같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 이 같은 평가와 홀대는 그간 북한이 스스로 그들의 ‘존엄’은커녕 최소한의 이성과 도덕성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일찍이 맹자는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김 받을 짓을 한 후에 남이 업신여기고(夫人必自侮 然後人侮之), 집은 스스로 헐림 받을 짓을 한 뒤에 헐리고(家必自毁 而後人毁之), 나라는 스스로 침탈 받을 짓을 한 뒤에 침탈 받는다(國必自伐 而後人伐之)”라고 했다. 북한이 지금처럼 스스로 업신여김 받을 짓(自侮)만을 골라 하다간 머지않아 수령의 존엄은 물론 체제의 미래마저 위협받게 될지도 모른다.
  • [정전협정 60년] 중국, 北·中 혈맹 대신 평화에 방점

    중국은 정전협정 체결 60주년 행사를 맞아 북에 파견한 특사단을 통해 ‘혈맹’ 대신 ‘평화’를 강조했다. 정전협정 체결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 중인 리위안차오(李源潮) 중국 국가부주석은 지난 27일 “조선전쟁(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기념하는 취지는 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더욱 잘 수호하고 지역의 번영과 발전을 추구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고 신화통신이 28일 보도했다. 그는 이날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을 비롯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군 전사자들의 유해가 안장된 평안남도 회창군의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릉’을 찾아 참배하고 이같이 밝혔다고 통신은 전했다. 리 부주석의 메시지는 피로 맺어진 ‘혈맹’인 북·중 관계의 중요성보다 ‘평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의 대북 목표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핵화임을 주지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언론들은 “한국과 미국, 북한이 조선(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을 맞아 모두 행사를 개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중국은 정전 기념일에 10년 단위로 민간 차원에서 관련 활동과 행사를 벌였으나 올해는 조용한 분위기다. 2003년 50주년 당시 유력 포털들은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을 돕다)전쟁 정전 50주년’이란 이름을 내걸고 네티즌들로부터 관련 원고를 공모하는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대신 자국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재자 역할에 나서겠다며 나머지 국가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신화통신은 논평에서 “한반도 불안의 근원은 북한과 미국의 대립에 있다는 점에서 열쇠는 이 두 나라에 있다”며 양국을 비난한 뒤 자신들은 구경꾼이 아닌 적극적인 대화를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기고] 혈맹 한국과 호주, 아태시대를 이끄는 동반자/김봉현 주호주대사

    [기고] 혈맹 한국과 호주, 아태시대를 이끄는 동반자/김봉현 주호주대사

    지난 4일 서울에서 한국과 호주 간의 외교·국방장관 합동 회의가 개최되었다. 이를 외교용어로 ‘2+2’라고 한다. 지금까지 한국이 ‘2+2’ 회의를 개최한 나라로는 미국이 유일했으며, 이번에 호주가 그 두 번째가 된다. 호주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직후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파병을 결정하였고, 호주의 파병 결정은 다른 나라들의 파병을 촉발시킨 중요한 결정이었다. 이러한 전통을 기반으로 한국과 호주는 외교·국방협력을 발전시켜 왔다. 지난해 10월 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으로 나란히 당선되었으며 , 지난 2월 북한의 제3차 핵실험에 대응하여 단호하고 단합된 행동을 보여 주었다. 또한 호주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번 ‘2+2’ 회의에서 양국은 한반도 미래에 대하여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한국과 호주는 경제, 통상 분야에서도 매우 중요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우선 호주는 면적이 거의 미국, 중국과 비슷하며 엄청난 양의 자연자원을 가지고 있다. 우라늄, 철광석, 아연 및 니켈의 매장량은 세계 최대이며 구리와 유연탄의 매장량은 세계 2, 4위를 각각 기록한다. 한국이 소비하는 광물자원의 40%를 호주에서 수입한다. 한국과 호주의 교역량은 2012년 322억 달러로, 한국은 호주의 4대 교역국이며 호주는 한국의 7대 교역국이다. 현재 교섭 중인 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교역과 투자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우리 기업은 호주 북서부 바다에서 가스 채굴 사업을 수주하였다. 채굴한 가스는 특수선박을 이용해 바다에서 직접 액화하는데, 이 특수선박은 한국이 최초로 건조하였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수행되면 우리의 조선 산업은 새로운 블루오션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올해에 우리 기업은 철광산, 도로 건설 및 항구 건설을 패키지로 연결한 57억 달러 규모의 철광산 개발 프로젝트(EPC 방식: 엔지니어링, 구매 및 건설)를 수주했다. 나아가 호주는 1994년부터 ‘창조 국가’(Creative Nation)라는 보고서를 기초로 창조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와 창조경제의 파트너로서뿐만 아니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역으로서 협력이 더욱 증진될 것이다. 이와 함께 양국은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존중·공유하고 있으며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협력하고 있다. 특히,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으로 호주의 대법관 출신인 마이클 커비 판사가 임명되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호주 측의 기여가 기대된다. 러드 호주 총리는 21세기에 호주는 아시아 국가로서 정체성을 더욱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에 서울에서 열린 ‘2+2’ 회의는 이러한 호주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호주는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면서 정치, 경제, 국방 등 모든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며 이를 통하여 21세기에 아시아를 함께 이끌어 나가는 동반자가 될 것이다.
  • [정전협정 60년] 6·25전쟁 적국이던 중국이 우방으로…한·미·중·일 ‘다자협력’ 틀로 北核 대응

    1953년 7월 27일 밤 10시. 정전협정이 서명된 지 꼭 12시간 만인 그때 한반도의 전 지역에서 총성이 멈췄다. 그로부터 60년이 흘렀지만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은 불확실하고 복잡하다. 북한이 군사적 비대칭성을 타개하기 위해 핵과 탄도미사일 무장을 가속화하고 있고, 역내 민족주의와 영토 마찰로 인한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냉전 체제는 붕괴됐지만 한·미·일 동맹 구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신형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북핵은 동북아 안보를 교란하는 최대 변수가 됐다. 한반도 안보 지형의 주축은 정전체제와 함께 진화되어 온 한·미 동맹이다. 1953년 10월 1일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모태로 한 양국 동맹은 상호 보완적인 동반자 단계를 지나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자리 잡았다.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한·중 관계다. 1992년 수교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하던 양국 관계는 2008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되면서 6·25전쟁 적국에서 우방국으로 진전됐다. 무엇보다 중국은 동북아 안정의 핵심 지렛대로 기능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동북아 안정을 뒤흔들며 자국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기 시작했다. 북·중 관계가 혈맹에서 정상적인 일반 국가관계로 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한·미 양국과 중국의 한반도 이해관계가 충돌할 여지도 여전히 큰 게 현실이다. 중국은 북한을 미국과의 대립·경쟁 속에서 전략적 완충지대로 보는 시각이 주류이고, 한반도 통일에 있어서도 여전히 ‘방어적’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 결국 당사자인 우리가 미·중 관계를 협력과 선의의 경쟁으로 유도하며, 동북아 안보를 꿰뚫어 보는 외교적 역량을 갖춰야 할 시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등 역내 다자 안보협력 구상이 한반도 평화 체제의 한 동력이자, 새로운 평화 모델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한국 주도의 안보 지형을 만들어 가기 위한 일환이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전 60년의 큰 흐름을 보면 남한이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북한에 대한 우위를 점유하게 됐고, 1990년대 이후 남북 간 체제 경쟁은 사실상 끝났다”며 “남한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북한이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을 주장하면서 남한에서는 그런 담론이 종북 오해를 받고 있지만 이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평화체제를 논의할 때가 됐다”며 “독일 통일 과정을 봐도 서독이 동방정책을 통해 공산권과의 화해 협력을 추진한 게 역설적으로 동독 체제가 무너지는 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사설] ‘달라진 중국’ 확인하는 한·중 정상회담 되길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부터 나흘간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이 기간 동안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 리커창 총리,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중국의 권력서열 1, 2, 3위인 주요 인사를 잇달아 만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방문 첫날인 오늘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의 미래 비전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한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 슬로건은 ‘심신지려’(心信之旅)라고 한다. 말 그대로 중국 지도부와 마음을 터놓고 신뢰를 쌓아 양국 공동 번영의 디딤돌을 놓기를 바란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지난 18일 내외신 정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사실을 밝히면서 ‘중국의 오랜 친구’라고 말했다. 중국어도 구사하고 시 주석과 개인적 친분이 깊은 박 대통령을 그만큼 환대한다는 뜻일 게다. 겉으로 드러난 환대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북핵 문제 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우리와 진짜 속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되는 일이다. 한·중 외교관계가 수립된 지 올해로 21년째다. 그동안 두 나라는 경제 부문에서는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다. 중국은 우리의 제1교역 상대국이고, 우리 역시 미·일에 이어 중국의 세번째 교역국이다. 지난해부터 협상 중인 한·중 간 자유무역협정( FTA)이 체결되면 양국 간 경제협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경제 교류뿐 아니라 사회·문화 교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외교 분야에서는 그다지 괄목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바로 북·중관계가 걸림돌로 작용해서일 게다. 북과 혈맹관계인 중국은 그동안 북의 든든한 ‘형님’ 노릇을 자처해 왔다. 하지만 지난 2월 북의 3차 핵실험 강행 이후 북을 대하는 중국의 이상기류가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북한과의 고위급 회담을 거부하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동참했다. 북한의 주요 은행들과 외환 거래를 단절하고 원유 공급과 물자 등 경제적 압박도 가했다. 이달 초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불용 의지도 강하게 드러냈다. 시진핑 등 5세대 지도부가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 ‘북한의 비핵화’를 최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안정과 현상 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놓고 한반도 정책을 펴왔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렇다 해도 중국이 북을 완전히 내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향후 대북 정책에서 중국의 적지 않은 변화를 기대하지만 우리의 페이스대로 중국이 움직이리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두 정상의 만남이 그래서 의미가 크다. 그렇기에 이번 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양국 간 공조의 틀을 확고히 하고, 북을 대화의 장에 나오도록 마중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달라진 중국’을 북이 먼저 실감하도록 해야 한다.
  • [세종로의 아침] 습례정과 인민대회당/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습례정과 인민대회당/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중국 베이징 중심가의 톈안먼(天安門) 서쪽에는 수백년 된 측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중산(中山)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베이징에서 생활하는 동안 가끔 들르던 이곳은 쯔진청(紫禁城)이나 톈안먼 광장처럼 관광객이 크게 붐비지 않아 조용히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공간이다. 공원 중앙에 위치한 습례정(習禮亭)은 명(明)·청(淸)나라 때 외국 사신 등이 황제를 만나는 예절을 가르치던 조그마한 육각정자다. 조선 사신이 ‘황제만세만세만만세’(皇帝萬歲萬歲萬萬歲)라는 푯말을 세워놓고 9품석 맨 끝에 서서 삼궤구고(三?九叩·무릎을 세번 끓고 머리를 아홉번 조아림)의 예를 익히던 굴욕의 현장이다. 이곳에서 불과 수백미터 떨어진 인민대회당(人民大會堂)에서 지난달 24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특사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는데, 그 과정에서 푸대접받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같은 시기 베이징을 방문하고 돌아온 유기준 의원은 “시 주석을 만나는 시간이 잡히지 않아 (최 특사가) 마지막 순간까지 애를 태우다가 면담 30분 전에 급히 만나러 갔다. 귀국 시점이 몇 번 연기되기도 했다”며 북한의 찬밥론을 제기했다. 그는 북·중 관계에 대해서도 “(방중 기간 동안) 피부로 느낄 만큼 인식이 변하고 있다. 왕자루이(王家瑞) 당 대외연락부장이 북·중은 일반적 국가관계라고 말했다”며 양국의 혈맹관계에 틈새가 벌어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일부 언론들도 최 특사가 면담한 인사, 시 주석의 지방 시찰, 시 주석에게 친서를 전달하는 장면, 면담 후 발표문 일정 등을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 특사 김무성 의원이 환대받은 방중 때와 조목조목 비교하며 그가 차별대우를 받았다고 찬밥론을 부추겼다. 이런 분석들은 지난해 12월 이후 장거리 미사일 발사, 3차 핵실험 등 북한의 잇단 도발로 양국이 상당히 소원해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던 터라 ‘피를 나눈’ 북·중 관계가 사실상 ‘별거’에 들어갔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남북한 특사의 환대 여부를 부각시켜 한·중 관계가 북·중 관계보다 비교 우위의 단계로 발전했다고 ‘섣부른’ 평가를 내리는 데 있다. 한·중 관계는 북·중 관계와는 달리 이해관계에 기반한 결과물이다. 철저하게 국익에 따라 움직이는 ‘주고(give) 받는(take) 식의 관계’라는 얘기다. 중국이 한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한국이 자동차·조선·전자·정보기술(IT) 등 많은 산업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필요로 하는 선진 기술을 보유한 덕분이다. 5~10년 후 한·중 간 기술격차가 없어지거나 역전을 당해도 지금과 같이 ‘화창한’ 한·중 관계가 이어진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한·중 간에는 핵무기·탈북자 등 대북 문제, 이어도와 대륙붕 경계, 서해 불법조업 등 경제적 문제, 고구려사 등의 역사 왜곡 문제 등 파괴력이 큰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이런 현안들은 언제든 한·중 관계에 먹구름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최 특사에 대한 홀대를 마냥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khkim@seoul.co.kr
  • 팡펑후이 “한반도 비핵화 중요”

    팡펑후이 “한반도 비핵화 중요”

    팡펑후이(房峰輝) 중국군 총참모장은 4일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반도 비핵화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팡 총참모장은 이날 오후 베이징 ‘8·1청사’에서 열린 한·중 군사회담에서 정승조 합참의장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하던 중 이같이 말했다고 합참 측 배석자가 전했다. 팡 총참모장은 회담 석상에서 강한 어조로 “한반도 비핵화는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한반도 비핵화가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군부가 혈맹관계인 북한의 핵개발을 우회적으로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팡 총참모장은 또 “한반도 안보 상황이 불안해지면 동북아 전체가 불안해질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한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을 만나 북한의 제4차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하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합참도 회담이 끝난 뒤 보도자료를 통해 “정 의장과 팡 총참모장이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 안보 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북한의 비핵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정착시키기 위한 군사교류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또 이날 회담에서 군사 분야에서 한·중 간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서울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北·中은 일반적 국가관계”

    최근 중국을 방문한 유기준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27일 “중국의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우리 방중단에 중국과 북한 관계를 일반적인 국가 관계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주 초당파 의원으로 구성된 방중단 단장으로 중국을 방문해 왕 부장과 쑨정차이(孫政才)충칭(重慶)시 당서기 등 중국 측 핵심 인사를 만났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혈맹 관계인 북·중 관계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소원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한반도 정책을 주도하는 중국의 핵심 인사인 왕 부장이 북·중 관계를 ‘일반적 국가 관계’로 규정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된다. 지금까지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 간의 ‘당대당 특수관계’로, 일반적인 국가 간의 관계와는 사뭇 달랐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잇단 도발 이후 중국 지도부의 달라진 대북관을 보여주는 언급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유 최고위원은 “북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했으나 그를 맞는 (중국의) 태도는 이전과 달랐다”면서 “최룡해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만남도 귀국 직전에야 어렵사리 성사됐고 시 주석은 북한의 비핵화를 계속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사설] 북 통중봉남·통민봉관으로 얻을 것 없다

    북한이 최룡해 특사의 중국 방문을 마친 지난 주말 두 가지 눈여겨볼 행동을 취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한 자리에서 최 특사가 북핵 6자회담에 응할 뜻을 밝혔다는 중국 측 발표와 달리 북한 언론매체들은 6자회담이나 핵문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양국이 전통적 우호관계를 거듭 다짐했다는 점을 중점 보도했다는 것이 그 하나다. 나아가 이튿날인 그제엔 노동당 국방위원회 정책국 담화를 통해 핵을 절대 포기할 수 없으며, 핵 개발과 경제 발전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들어가며 남한 당국을 맹비난한 것이 또 하나다. 예상대로 최 특사의 방중이 자신들에게 잔뜩 화가 난 중국 지도부의 심사를 달래고 6월 한·미·중 3국 정상의 연쇄 교차회담으로 이뤄질 대북 공조와 압박에 선제 대응하려는 교란 전술에 불과했음이 드러난 셈이다. 우리 정부와의 대화는 철저히 외면한 채 6·15공동선언 기념행사를 남북 민간단체가 함께 갖자는 제의를 내놓는 행태까지 감안하면 북은 지금 한반도 밖으로는 통중봉남(通中封南) 전술을, 안으로는 통민봉관(通民封官) 전술을 쓰고 있다고 정리될 것이다. 한국 정부를 배제한 채 밖으로는 중국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를 모색하고, 안으로는 민간 부문을 앞세워 남한 사회의 남남 갈등을 촉발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고심 끝에 어제 6·15 기념행사 참석을 위한 시민단체의 방북을 불허한 것은, 이처럼 빤히 보이는 북의 속내를 감안할 때 불가피한 조치라고 할 것이다. 북이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변화 없이 여전히 중국에 기대어 위기를 모면하려 듦에 따라 우리의 대중 외교는 한층 중요해졌다. 무엇보다 대북 공조에 있어서 중국을 떼어내려는 북의 교란책에 중국이 끌려들지 않도록 하는 일이 긴요하다. 어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밝혔듯이 한·중 정상회담과 한·미·중 3국의 전략대화를 통해 대북 3각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6자회담이 그저 대화를 위한 대화 차원에서 재개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북·미 관계와 북·중 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 북한은 즉각 한국 정부와의 대화에 응해야 한다는 데 중국이 인식을 같이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혈맹이 아닌 ‘일반적 국가관계’라고 말한 점은 고무적이다. 새로운 북·중 관계를 모색하는 중국 지도부에게 동북아 평화질서 구축을 위한 한국 정부의 구상과 우리 정부가 주도하는 한반도 해법, 즉 서울 프로세스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적극 이해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북으로 하여금 통중봉남·통민봉관 전술이 얼마나 하잘것없는 술책인지도 깨닫게 해야 한다.
  • ‘한반도 비핵화’ 靑 외교력 시험대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6월 한 달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변화의 윤곽을 드러내는 중대 시기가 될 전망이다. ‘김정은 특사’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방중으로 대북 정책 조율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조짐이다.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대북 압박에 공조하던 중국이 ‘대화 모드’로 돌아서는 분위기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이번 특사 파견 기간 중국은 과거 북·중 혈맹의 연장선상이 아닌 ‘북한 길들이기’의 모양새를 연출했지만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란 기존 정책을 유지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최 총정치국장 면전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며 북한을 압박한 가운데 중국 관영 환구시보를 비롯한 중국 언론들은 북한이 6자회담 등 대화 참여 의사를 표명한 데 기대감을 표시했다. 중국이 북한 지렛대를 활용한 동북아 주도권을 행사함으로써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박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은 신중 모드를 견지하고 있다. 이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내외신 브리핑에서 북한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미 있는 행동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대화와 억지를 두 축으로 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앞세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재개와 북핵 시설의 동결, 궁극적인 폐기 등을 위한 한·미·중 공조 체제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다음 달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 등은 박 대통령 외교의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관건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보낸 친서의 내용과 다음 달 7~8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으로 집약된다. 중국이 친서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겠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북한의 ‘성의’가 담겨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돌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특사 파견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체면을 살리는, 일종의 선물이라는 성격이 있다”며 “시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재자로서 역할을 하며 북·미 대화를 원하는 북한의 의사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의 힘에 이끌려 북한이 대외적으로나마 대화를 언급한 사실에 주목한다. 다소 가능성이 떨어지는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북한이 진정으로 대화 국면 전환을 꾀한다면 2005년 4차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을 다시 꺼내 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뉴스 분석] ‘김정은의 특사’ 訪中… 北이 보낸 메시지는

    [뉴스 분석] ‘김정은의 특사’ 訪中… 北이 보낸 메시지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중국 특사 카드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전망이다. 김 제1위원장은 22일 최측근이자 군부 내 서열 1위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특사로 중국에 전격 파견했다. 지난 2월 12일 중국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 꼭 100일 만이다. 북한의 특사 파견은 전례 없이 냉각된 북·중 혈맹관계 복원을 노리는 동시에 다음 달 한·미·중 3국 정상의 연쇄 접촉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며 한반도 주도권을 쥐고 가려는 ‘다목적 카드’로 분석된다. 한반도 주변 기류가 대결에서 대화로 바뀌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도 높다. 김 제1위원장이 북한 내 대표적인 중국통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대신 군사적 위협을 주도했던 최룡해를 특사로 파견한 건 한반도 긴장 완화를 강하게 촉구해 온 중국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그동안 북한의 실질적 태도 변화를 압박해 온 만큼 북·중 양국이 한반도 안정을 위한 의견 접근을 이뤄가는 단계에 진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메시지를 휴대한 고위급 인사를 중국에 파견할 때마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내각관방 자문인 이지마 아사오의 방북이 유화 정책의 첫 번째 신호탄이라면 최룡해의 방중은 두 번째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북한과 중국이 최룡해의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면담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최룡해가 베이징 도착 직후 ‘북한통’인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났다는 점에서 시 주석 면담일정 등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최룡해가 들고 왔을 김 제1위원장의 친서 내용이 주목되는 이유다. 북·중 혈맹관계 복원을 갈망하는 김 제1위원장의 뜻과 함께 ‘도발 중단’ 등의 약속이 담겨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음 달 7~8일로 확정된 미·중 정상회담, 다음 달 말로 추진되고 있는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김 제1위원장이 특사를 중국에 보낸 것은 미국과 한국에 자신들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전달하려는 목적도 다분해 보인다. 공개적인 북·중 관계 개선 행보를 통해 한·미·중 대북 3각 압박 구도의 고착화를 차단하려는 전략적 특사 활용이라는 의구심도 존재한다. 북한이 미·중 양국과는 접촉 면을 넓히고는 있지만 이날로 50일째 접어든 개성공단 잠정폐쇄 등 남북 간 대결 구도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드라마틱한 변화를 예상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鄧, 김일성 만나 “부서지지 않는 동맹 없어”

    鄧, 김일성 만나 “부서지지 않는 동맹 없어”

    중국의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왼쪽)이 1991년 북한의 김일성(오른쪽) 주석을 만나 “동맹이나 ‘부서지지 않는 단단한 관계’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양국 관계를 정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혈맹이나 동맹에 준하는 지원을 기대하지 말라는 뜻이다. 덩샤오핑 노선을 추구하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비롯한 중국의 새 지도부가 대북정책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20여년 전 덩샤오핑의 ‘대북관’이 공개된 배경 등이 주목된다. 중국의 원로 외교관인 우젠민(吳建民) 전 중국외교학원 원장은 9일 홍콩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 덩샤오핑과 김일성의 마지막 비공개 회동 일화를 소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우 전 원장은 당시 외교부 대변인인 신문사(공보국) 사장 신분으로 배석했다. 1991년 10월 5일, 이미 은퇴한 덩샤오핑은 한 차례 거절 끝에 김일성의 면담 요청을 수락했다. 덩샤오핑은 이 자리에서 “북·중 관계는 중국의 외교 방침인 ‘평화공존 5원칙’에 근거해 세워져 있고 ‘동맹’이나 ‘부서지지 않는 단단한 관계’ 같은 것은 역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못을 박았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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