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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관공서의 공휴일과 노동자의 유급휴일/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장

    [열린세상] 관공서의 공휴일과 노동자의 유급휴일/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장

    현재 우리가 늘 보고 있는 달력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달력을 자세히 보면 일요일은 모두 빨간날로 표시돼 있고, 1월 1일과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 국경일도 빨간날로 표시돼 있다. 이 외에도 설날과 추석, 어린이날과 현충일, 부처님오신날과 기독탄신일이 빨간날이다. 일요일을 제외하면 대략 15일이 공휴일로 빨간날이다.그럼 공휴일은 모든 노동자가 쉴 수 있는 날일까? 아니다. 적어도 올해와 내년까지는 그렇지 못하다. 심지어 매주 빨간날로 표시돼 있는 일요일도 일반 노동자에게는 당연히 쉴 수 있는 날은 아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은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해 관공서에만 적용되는 관공서의 휴일, 즉 공휴일만을 표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 일하는 사람, 즉 노동자의 달력은 어떨까? 근로기준법 제55조 제1항에서는 주휴일을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는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도록 하고 있는데, 이날이 주휴일이고 비록 쉬는 날이지만 유급휴일이기 때문에 임금을 받게 되는데 이게 주휴수당이다. 기업마다 모두 주휴일을 일요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일요일에 꼭 일해야 하는 백화점, 마트 등 특별한 업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업에서 일요일을 주휴일로 하고 있으므로 노동자의 달력에서 일요일은 빨간날로 봐도 무방하겠다. 그리고 1년에 딱 하루 있는 노동자의 휴일이 ‘근로자의 날’이다. 매년 5월 1일을 노동절 또는 메이데이라 칭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의해 유급휴일로 지정된 날이다. 결국 일요일과 근로자의 날만 빨간날인 달력이 노동자의 달력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대부분의 국민과 노동자들은 관공서의 달력을 자신의 달력이라 여기고 살아왔다. 그렇게 된 이유는 첫째, 관공서의 공휴일을 기업에서도 같이 쉬기로 약속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취업 규칙이나 단체협약에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노사가 약정한 경우다. 노동조합이 있거나 일정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에 해당된다. 둘째, 상당히 많은 중소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는 방식인데 공휴일을 연차휴가로 대체해 쉬도록 하기 때문이다. 일요일을 제외한 공휴일이 대략 15일쯤 되므로 최악의 경우 모든 연차휴가를 공휴일로 대체함으로써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 제도 자체가 몰각될 위험이 있다. 셋째, 원래 공휴일은 노동자에게는 쉬는 날이 아니므로 그냥 나와서 일하는 경우다. 넷째는 공휴일에 노동자를 쉬게 하지만 임금을 주지 않는 경우다. 관공서의 공휴일과 노동자의 휴일이 달랐던 차별적인 상황은 올해 3월 20일 개정된 근로기준법과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의해 해소됐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한 공휴일도 노동자의 유급휴일로 보장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제 비로소 관공서에 재직하는 공무원과 일반 기업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달력이 같게 된 것이다. 다만 시행 시기는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된다. 300인 이상 직원을 사용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은 2020년 1월 1일부터, 30명 이상 300명 미만 직원을 사용하는 기업은 2021년 1월 1일부터, 5인 이상 직원을 사용하는 기업은 2022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당장 내후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중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운영하지 않던 곳에서는 노동자 1인당 약 15일의 유급휴일이 더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준비가 요구된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 지속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저항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존중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내기도 전에 공격받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자의 유급휴일 확대는 이런 논란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높다. 관공서의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일반 노동자들도 국경일 등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함께 쉴 수 있도록 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제도 시행 1년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이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노동자의 유급휴일 확대가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일자리를 나눠 고용이 확대되는 기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 애국가 4절까지 불렀던 브룩스, 굿바이

    애국가 4절까지 불렀던 브룩스, 굿바이

    사상 첫 흑인사령관… 2년 6개월 근무 평화무드 지지한 친한파·한국어 출중 신임 에이브럼스 “신뢰 통해 강한 관계” 남북, DMZ내 GP초소 1곳씩 보존 합의“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사랑합니다. 나라 사랑하세요. 안녕히 계십시오.” 8일을 끝으로 주한미군사령관의 직무를 마친 빈센트 브룩스 대장은 이날 경기 평택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 대연병장에서 열린 이·취임식에서 ‘친한파’답게 이처럼 한국어로 작별 인사를 건넸다. 2016년 4월 사상 첫 흑인 주한미군사령관으로 부임했던 브룩스 대장은 우리말로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를 줄 알 만큼 한국을 사랑하는 인물이다. 브룩스 대장은 이날도 이임사에서 “안녕하십니까, 정경두 국방부 장관님”으로 시작해 “같이 갑시다” 등 수차례 능숙한 한국어 실력을 뽐냈다. 브룩스 대장은 지난 2년 6개월여의 한국 근무 기간 매년 현충일마다 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1980년대 한국에서 근무했던 그는 취임 당시 “역사적인 자리에 다시 돌아와 애국가를 다시 들으며 오늘날의 대한민국 및 미국군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돼 매우 행복하다”며 한국어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특히 군인이면서도 남북 대화 등 평화 무드를 적극 지지한 평화주의자였다. 한·미 보수층 일각에서 남북 상호 간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에 대해 안보불안론을 제시할 때마다 그는 남북 대화 지지 입장을 밝혔고 주한미군의 안보를 책임진 그의 그런 발언은 그 누구의 말보다 든든한 평화의 버팀목이 됐다. 브룩스 대장에 이어 이날 신임 사령관으로 취임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대장은 명문 군인 가문 출신이다. 그는 6·25전쟁 당시 미 1군단과 9군단에서 참모장교로 근무한 아버지 크레이턴 에이브럼스 전 육군참모총장의 3남이다. 미군의 주력 탱크인 M1 에이브럼스 전차도 그의 부친 이름을 따온 것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강한 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면서 “한반도 안보에 대한 공동의 이해를 수행하면서 각 부대의 특별한 관계를 다지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축사를 보내 “에이브럼스 사령관을 중심으로 공고한 연합방위태세가 유지될 것이라 믿는다”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주한미군 재배치 등 현안들에 대해서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차질 없이 추진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한·미 양국은 지난해 강원 양구에서 발굴된 미군 유해 1구에 대한 공동 감식을 해 신원을 확인했다. 또 남북 군당국은 DMZ 내 감시초소(GP) 시범 철수와 관련해 남측은 동해안 지역에 있는 GP, 북측은 중부 지역의 GP 각 1개씩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고 원형 상태로 보존하기로 합의했다. 국방부는 10일까지 굴착기를 이용해 병력, 화기 철수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양귀비 문양 거부한 마티치 “열두 살 때 공습 떠올라서요”

    양귀비 문양 거부한 마티치 “열두 살 때 공습 떠올라서요”

    “그 문양을 보면 열두 살 때 마을에 폭탄이 떨어졌던 일이 떠올라서요.”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타 네마냐 마티치(30·세르비아)는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본머스와의 원정경기를 2-1로 이겼을 때 유일하게 유니폼 상의에 양귀비 문양을 달고 뛰지 않아 팬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양귀비 문양은 영국의 1차대전 전사자를 추모하는 의미를 지닌다. 그는 5일 인스타그램에 성명을 발표해 1999년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군이 코소보 땅에서 세르비아 군을 축출하려고 벌인 공습을 양귀비 문양이 연상시킨다며 오는 11일 현충일에 열리는 맨체스터 시티와의 더비에도 문양을 달고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티치는 “사람들이 왜 양귀비 문양을 달고 뛰는지 전적으로 이해하고 모든 이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을 전적으로 존중하며 내전 때문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누군가의 고통도 공감한다”면서도 “어릴적 겁에 질렸던 기억이 떠올라 내가 양귀비 문양을 달지 않을 권리도 갖고 있음을 절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귀비가 영국인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것을 해치거나 누군가를 공격할 의도가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 이유에서의 결정”이라며 자신의 결정을 이해해 앞에 놓인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영국재향군인회는 “양귀비 문양을 다는 결정은 개인적 선택 사안”이라고 밝혔다. 사실 지난 주말 잉글랜드 챔피언십 경기에 양귀비 문양을 달지 않고 나선 이는 또 있었다. 제임스 매클린(29·스토크시티)은 미들즈브러와 0-0으로 비겼을 때 자신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던 관중 일부를 겨냥해 “교육받지 못한 동굴 거주인”이라고 거친 표현을 소셜미디어 글에 쏟아냈다가 축구협회(FA)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전방 장병에 패딩…보행족 교통비 할인

    방사선 영향평가 34억 ‘BMW 화재’로 리콜 제도 개선에 17억 전방에 근무하는 장병들에게는 패딩형 동계 점퍼가 보급되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 교통비를 깎아 주는 교통카드가 확대된다. ‘라돈 침대’ 사태를 계기로 방사선 점검이 강화되고, ‘BMW 화재’ 재발 방지를 위한 분석시스템도 구축된다. 정부가 28일 확정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이렇듯 눈길을 끄는 다양한 이색 사업도 포함됐다. 우선 ‘광역알뜰교통카드 연계 마일리지 지원’ 예산으로 31억 1500만원이 책정됐다. 보행·자전거 이용 거리만큼 마일리지를 받고, 이 마일리지를 정기권과 연동해 교통비를 최대 30%까지 할인받는 방식이다. 올해 세종, 울산, 전북 전주 등 3곳에서 진행됐던 시범사업에 내년에는 3개 도시가 추가된다. 장병들에게 패딩 점퍼를 지급하기 위해 20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지급 대상은 육군 전방사단, 해군·해병대 서북도서 부대, 공군 방공관제대 등에서 복무하는 장병 3만 6500명이다. 패딩 점퍼는 흔히 ‘깔깔이’로 불리는 방한복 상의 내피보다 보온성이 뛰어나며 디자인도 세련됐다. 방사선 건강 영향 평가를 위한 예산 33억 5000만원도 반영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전, 연구용 원자로 주변 지역 주민 14만 5000명을 대상으로 영향 평가를 벌일 계획이다. 또 ‘핵종분석기’를 도입해 세관에서 수입 식품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는지 등을 확인하고 통관 여부를 결정한다. BMW 화재를 계기로 리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17억원을 들여 결함정보종합분석시스템을 구축한다. 자동차 하자 등에 대한 소비자 입증 부담을 덜어 주는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예산 8억 8400만원)도 운영된다. 국가보훈처는 현충일 등 국가 기념일에 국가유공자, 참전유공자, 민주유공자 등의 가정을 직접 찾아 명패를 달아 준다. 이를 위해 62억 4700만원을 편성했다. 이른바 ‘태움’으로 불리는 간호사 간 괴롭힘을 막기 위해 ‘교육전담간호사’를 배치하는 예산으로 74억 5000만원이 투입된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이산상봉, 국군포로 송환까지 이어졌으면…형님 만나고 싶어요”

    “6·25전쟁 때 학도병 자원입대한 형님 한국군 포로로 北 생존 소식 알게 돼 한국 정부가 도와주길 간절히 바라” 北 국군포로 6만명… 생존자 500여명 “저는 미국 남가주에 살고 있는 82세 시니어입니다.” 전날 본지 1면에 실린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다룬 기사(“북·미 갈등 얘기만 나오면 피가 말라, 6·25 때 헤어진 세 언니 못 만날까 봐”)를 읽었다며 미국에서 김모씨의 이메일이 왔다. 정중하게 서두를 시작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화해를 위한 노력으로 통일의 희망이 멀리서 나마 보이는 듯한 이때,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다니 반갑다”며 “6·25 전쟁 때 포로가 된 국군포로들의 송환문제도 이 기회에 이뤄졌으면 한다”고 바랬다. 그는 헤어진 형님(86)에 대해 소상히 기억하고 있었다. 1950년 6월 대구로 피란을 갔고 한 달 만인 7월에 학도병으로 자원입대했다. 이듬해 12월에 평안북도 신안주의 박천 전투에서 행방불명 됐고, 1952년 7월에 육군본부로부터 전사자로 통지받았다. 이후 그는 매년 현충일에 국군묘지의 무명용사 비석 앞에서 형을 추모했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미국으로 이주한 뒤 외려 미 국방성에서 형님이 한국군 포로로 북측에 생존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북한 국군포로는 약 6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현재 생존자는 500명 정도로 예상되며 이들의 평균 연령은 80세를 넘었다. 10명 중 6명이 80세를 넘은 이산가족과 마찬가지로 가족 상봉이 시급하다. 더 나아가 국내 송환 협의도 서둘러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북한은 국군포로 문제에 유독 민감해 해왔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몇 차례의 남북 적십자 회담 합의문에 국군포로 가족상봉 문제가 명시된 적이 있지만, 당시에도 국군포로를 ‘전쟁 시기와 그 이후 시기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로 명시했다. 특히 북측에 국군포로가 자의적으로 남은 것이 아니라면 인권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22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적십자 회담의 공동보도문에도 국군포로 가족상봉은 공동보도문에 명시되지 않았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대통령은 ‘쉼표’가 절실하다

    대통령은 ‘쉼표’가 절실하다

    지난달 28~29일(목~금) 문재인 대통령은 과로에 따른 몸살감기로 몸져누웠다. 변호사 시절부터 ‘워커홀릭’이었던 데다 아프고, 힘들어도 좀처럼 ‘내색’을 않는 문 대통령의 스타일을 잘 아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당시 대통령 주치의로부터 검진 결과를 보고받고서 대통령의 연가를 ‘선 조치’ 하고, 대통령에게 ‘후 보고’ 했다는 후문이다. 일종의 ‘강제 연가조치’ 였던 셈이다. 하지만, 연가 중에도 문 대통령은 일부 수석비서관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리는 등 ‘워커홀릭’의 면모를 잃지 않아 참모진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이번달 말쯤 휴가 앞두고 청와대는 고심중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1일 “문 대통령은 업무가 끝나고서도 관저로 서류보따리를 챙겨가 새벽 2~3시까지 꼼꼼하게 검토하는 일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름휴가만큼은 업무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재충전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통령의 스타일상) 가능할지 모르겠다”면서 “현실적으로 제한된 휴가지를 놓고 경호계획과 동선, 프로그램 등을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연초부터 ‘한반도의 봄’을 끌어내기 위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혹사했던 문 대통령으로선 ‘쉼표’가 절실한 시점이다. 때문에 청와대는 이번 달 말쯤으로 예정된 문 대통령의 여름휴가 장소 등을 놓고 고심 중이다.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북·미대화의 촉진자 역할과 체감할 수 있는 혁신성장과 이를 위한 규제 혁파, 문재인 2기 내각 구상까지 난제들이 쌓여 있지만 잠시라도 대통령에게는 숨돌릴 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3주씩 국내외 고급휴양지에서 여름휴가를 갖는 서방 선진국 정상들과 달리 한국 대통령은 경호상의 이유로 마땅히 쉴 곳도 부족하고, 기간도 짧은 게 현실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였던 지난해 강원도 평창과 경남 진해 해군기지 내 휴양시설에서 6박7일 일정의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휴가 직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급 발사 도발 탓에 수시로 안보관련 동향을 보고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역대 대통령들도 휴가에 인색 역대 한국 대통령들도 휴가에 인색한 편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강원 고성군 화진포의 별장을 여름휴가 때 즐겨 찾았다. 1954년 지어진 화진포 별장은 1961년 철거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사랑했던 또 다른 휴가지는 경남 거제의 ‘저도’(猪島)다. 저도는 누워 있는 돼지를 닮았다 해 ‘저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1954년 이 전 대통령이 휴양지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2년 저도 내 별장을 ‘바다의 청와대’란 의미로 ‘청해대’(靑海臺)로 공식 지정했다. 이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충남 아산의 도고 온천도 즐겨 찾았다. 이 때문에 이곳에는 별장도 지어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은 충북 청주의 ‘청남대’(靑南臺)를 즐겨 찾았다. 전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83년 만들어진 청남대는 ‘남쪽에 있는 청와대’란 의미로 대청호의 너른 풍경을 볼 수 있고 산책은 물론 축구,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전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골프를 즐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매년 이곳을 찾았다. 조깅이 취미였던 김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매일 2㎞가량 되는 조깅 코스를 달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임기 중 3차례나 이곳을 찾아 산책을 즐겼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저는 이 별장을 국민 여러분께 돌려 드립니다. 사사로운 노무현을 버리기 위해서입니다”라며 2003년 충북도에 소유권을 넘겼다. 현재 청남대는 대통령 테마파크로 이용되고 있다. 경호가 쉽고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군부대시설은 대통령의 전통적인 휴가 장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3년 8월 대전 유성의 계룡스파텔에서 첫 휴가를 보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휴가 기간 대부분을 8·15 경축사 구상에 힘을 쏟았다. 경호실장과 두세 차례 골프를 즐기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대전에서 열린 현충일 기념식에 참석한 이튿날 하루 연가를 내고 계룡대 부근의 군 시설에서 하루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7월 경남 진해의 해군 휴양소에서 첫 휴가를 보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7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보낸 추억의 장소인 저도를 첫 휴가지로 골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푸른색 블라우스에 긴 치마를 입고 저도 해변 백사장에 ‘저도의 추억’이라는 글씨를 쓰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올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 마지막 여름휴가를 보낸 곳은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이었다.호화 골프 즐기는 美대통령, 입방아에 오르기도 해외 정상들은 휴가 사용에 적극적이다. 2주 이상은 기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달 첫째 주와 둘째 주 주말마다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서 있는 자신의 골프클럽에서 주말휴가를 보냈다. 골프광으로 유명한 그는 전 세계에 골프장 19개를 운영하고 있고 틈만 나면 휴가를 가서 골프를 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 장소로도 종종 이용하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는 겨울에,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은 여름에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 8년 동안 533일을 휴가로 썼다. 주로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한 달간 여름휴가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5년 휴가를 지나치게 중요시한 나머지 휴가 기간 발생한 태풍 카트리나 피해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역풍을 맞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여름에는 매사추세츠주의 마서즈비니어드섬에서 휴가를 즐겼다. 겨울에는 하와이의 호화 별장에서 보름 이상을 휴가로 보내곤 했다. 특히 골프광으로 유명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골프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못지않은 골프광이다. 휴가 때마다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2014년 8월 휴가 중에 히로시마 산사태로 9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골프를 쳐 비판을 받았다. 유럽 정상은 해외를 즐겨 찾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08년부터 이탈리아 쥐트티롤 줄덴에서 휴가를 보낸다. 2014년 1월에 스위스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다 넘어져 몇 주간 목발 신세를 졌다. 다만 최악의 정치위기를 맞은 메르켈 총리가 올해 여름휴가를 가지 않을 것이란 보도가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서 나오기도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한석봉 후손’의 한글 200만자 지도, 지구 평화 수놓다

    ‘한석봉 후손’의 한글 200만자 지도, 지구 평화 수놓다

    한한국(51) 작가는 조선시대 명필 한석봉의 33대손 후손답게 8살 때 붓을 잡았다. 6개의 한글서체도 개발했다. 그는 1㎝ 크기 한글 200만자로 ‘세계평화지도’를 그려 유엔본부 대표국가 22개국에 기증했다. 기본 1m에서 10m에 이르는 한지에 한글을 한 글자 한 글자 쓰면서 지도를 완성하느라 무릎에 피멍이 드는 고행이었다. 세계평화지도를 기증하고 외교문서를 받고 북한 문화성으로부터 최초로 감사 서한을 받는 등 세계평화작가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3년 567돌 한글날 한국의 우수성을 알린 세계평화지도를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했다. 현재 중국 옌볜대 예술대학 석좌교수를 지내며 세계평화사랑연맹 이사장으로 있다. 다음은 3일 만난 그와의 일문일답. →한글로 평화지도를 제작한 계기는. -1993년 김영삼 정부 때 세계화 바람이 불었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작가로서 ‘어떻게 하면 한국과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한반도평화와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까’ 고심하던 참이었다. 어느 날 세종대왕 복장을 한 분이 꿈에 나타나 한글로 세계평화지도를 그리라고 했다. 이후 6종류의 한글 서체를 개발했다. 서예와 미술·지도·측량을 융합해 38개 나라 세계평화지도를 완성했다.→유엔본부 대표국가 22개국에 세계평화지도를 기증했다. -지구상 마지막 남은 분단국으로서 평화의 절실함을 유엔에 전달하고 싶었다. 2008년 6월 6일 현충일에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러시아 등 22개국에 기증하고 외교문서를 받아 현재 외교부와 문체부에 보관 중이다.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고 국가적으로도 값진 결과라 생각한다. →남북 분단 이후 북한에 한반도평화지도 ‘우리는 하나’를 1원 받고 기증했다. -2008년 4월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최초로 발표한 작품이다. 그해 8월 북한에 기증하는 과정에서 통일부 대북반출승인서에 작품가격을 기재해야 한다고 해 상징적인 1원으로 기재했다. 당시 북한 문화성으로부터 평화통일을 염원해 작품을 창작 완성하고 세계평화보장에 기여한 공로로 인수증을 받았다. 현재 북한 묘향산 국제친선전람관에 민간 작가로선 최초로 이 작품이 걸려 있다. →평양에서 세계평화지도패션쇼를 개최할 계획이라는데. -2008년 한반도평화지도를 북한에 보낼 때 ‘한한국 세계평화지도특별전’을 평양에서 열기로 북측과 기본합의서를 썼다. 그러나 2016년 2월 29일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돼 무산됐다. 패션쇼 협의차 다음달 남북교류단이 평양을 방문한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죽을 때까지 모든 나라의 세계평화지도를 그리는 게 소원이다. 연말까지 평화지도 원작품을 도자기에 담아 16개 나라에 전달하고 싶다. 또 하나 제가 사는 김포에 평화의 꽃이 피기 시작했다. 제2의 한한국 작가가 되기 위해 많은 분이 찾아오고 있다. 앞으로 평화지도제작 작업 공간과 ‘한한국세계평화지도기념관’을 만들어 전국 평화문화의 관광명소로 육성하는 게 꿈이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한한국 세계평화작가 “김포에 한한국평화지도기념관 조성해 전국 평화관광명소로 육성하는 게 꿈”

    한한국 세계평화작가 “김포에 한한국평화지도기념관 조성해 전국 평화관광명소로 육성하는 게 꿈”

    한한국(韓韓國) 중국 옌볜대 예술대학 석좌교수는 유엔본부 21개 국가로부터 ‘세계평화지도증서’라는 외교문서와 북한 문화성으로부터 최초로 감사서한을 받은 세계 평화작가로 할동 중이다. 한 작가는 조선시대 명필 한석봉의 후손으로 태어나 8살 때 붓을 잡았다. 무릎을 꿇고 피멍을 견디며, 1㎝크기 한글 200만자로 누구도 생각지 못한 ‘세계평화지도’를 그리고 6개 종류의 새 한글서체를 개발했다. 2013년 567돌 한글날 문화체육관광부가 그의 한글세계평화지도를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했다. 그는 한글로 세계평화지도를 제작해 한글의 우수성뿐 아니라 남북평화통일, 나아가 세계평화 염원의 뜻을 전하고 있다. 다음은 3일 만난 한 작가와의 일문일답. ⇒한글로 세계평화지도를 제작한 게 독특하다. 뭔 계기가 있나. —상장 등을 써주는 모필병으로 군생활을 했다. 군 제대후 마침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 때 세계화바람이 불었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한 작가로서 ‘어떻게 하면 한국과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한반도평화와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까’ 고심하던 참이었다. 어느날 세종대왕 복장을 한 분이 꿈에 나타나 ‘한글로 세계평화지도를 그려라’는 예지몽을 꿨다. 이후 세계의 문화·역사와 세계유네스코문화유산 등을 담아 6개 종류의 새로운 한글서체를 개발했다. 서예와 미술·지도·측량을 융합해 지금까지 38개 나라 세계평화지도를 완성했다. ⇒유엔 창설이후 최초로 유엔본부와 22개국에 세계평화지도를 기증했다. 배경은. —지구상 마지막 남은 분단국으로서 평화의 절실함을 유엔에 전달하고 싶었다. 당시 UN 한국대표부에서 큰 역할을 했다. 2008년 6월 6일 현충일에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러시아 등 UN본부 22개국에 기증해 보관돼 있다. ‘세계평화지도 기증증서’ 외교문서를 받아 현재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보관 중이다.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고, 국가적으로도 값진 결과라 생각한다. ⇒남북분단 이후 북한에 한반도평화지도 ‘우리는 하나’ 대작을 고작 1원 받고 기증했다는데. —이 대작은 2008년 4월 뉴욕한국문화원에서 최초로 발표한 작품이다. 그해 8월 북한에 기증하는 과정에서 통일부 대북반출승인서에 반드시 작품가격을 기재해야 한다고 하더라. ‘저는 조건이 없는 것이 조건’이라는 바람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상징적인 1원으로 대북반출 승인서에 기재했다. 그때 당시 북한 문화성으로부터 ‘평화통일을 염원해 작품을 창작 완성하고, 세계평화보장에 기여한 공로로’ 인수증을 받았다. 감사서한으로 이를 통일부에서 보관하고 있다. 현재 북한 묘향산 국제친선전람관에 민간 작가로선 최초로 이 작품이 걸려 있다. ⇒향후 평양에서 세계평화지도패션쇼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이미 2008년도 한반도평화지도 대작을 북한에 보낼 때 ‘한한국 세계평화지도특별전’을 평양에서 열기로 북측과 기본합의서를 썼다. 그러나 2016년 2월 29일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돼 너무 안타까웠다. 이전에 ‘평양한반도평화특별전’을 열어달라고 기자회견을 국회에서 연 적도 있다. 평양세계평화지도특별전과 세계평화지도패션쇼 개최 협의차 다음달 남북교류단 일행이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다. ⇒석좌교수이자 평화작가인데 손수 작사 작곡한 곡으로 7월 가요음반을 출시한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사실이다. 이번에 나올 곡은 10년 전에 만든 곡으로 최근 유명 탑 가수가 불러 녹음을 마쳤다. 리듬이 경쾌하고, 흥이 절로 나는 메시지가 들어 있는 곡이다. ‘욕심부리지 않고 마음을 비우고 즐겁게 사는 게 답이다’는 게 주제다. 7월 말쯤 음반과 음원이 동시에 발표될 예정이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죽을 때까지 모든 나라의 세계평화지도를 그리는 게 소원이다. 연말까지 평화지도 원작품을 도자기에 담아 16개 나라에 전달하고 싶다. 또하나 제가 살고 있는 김포에 평화의 꽃이 피기 시작했다. 제2의 한한국 작가가 되기 위해 많은 분들이 저를 찾아오고 있다. 앞으로 평화지도제작 작업 공간과 ’한한국세계평화지도기념관‘을 만들어 전국 평화문화의 관광명소로 육성하면 좋겠다는 게 꿈이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제45회 서울보훈대상] 전몰군경 유족 이맹임, 나라 사랑 배지 달기·지역·현충 시설 정화

    [제45회 서울보훈대상] 전몰군경 유족 이맹임, 나라 사랑 배지 달기·지역·현충 시설 정화

    이맹임(66)씨는 대한민국 전몰군경유족회 서울특별시지부 용산구지회장이다. 서울·대전현충원의 참배객 안내를 진행하고 환경 정화 운동 및 현충일 행사 시 내방객에게 음료를 제공하는 봉사 활동을 펼쳤다. 또 나라 사랑 배지 달기와 함께 초등학교 앞에서 태극기 알기 운동을 펼치는 등 다양한 선양 활동으로 보훈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 독거·고령 회원과 자매결연을 맺고 명절 위문품 전달, 청소 등을 함께 하며 재가회원들의 복지 증진에 기여했고 효창공원 등 지역사회 정화 활동을 위한 길거리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기초질서를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또 6·25참전학도순적비(용산), 이원등상사상(노들) 현충 시설 오물 제거, 낙엽 쓸기, 비석 닦기 등 현충 시설 정화활동을 통해 애국 정신을 고양하고자 했다.
  • [단독] 터키도 6·25전사자 유해 500여구 송환 요청… 北, 응답할까

    [단독] 터키도 6·25전사자 유해 500여구 송환 요청… 北, 응답할까

    966명 전사… 美·英 이어 세번째 北, 참전국과 인도적 교류할지 주목6·25 전쟁 참전국이었던 터키가 이달 초 북한에 500여구의 유해 송환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미군에 이어 터키군 유해 송환까지 결정할지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26일 “북한 주재 대사를 겸임하고 있는 에르신 에르친 주한 터키 대사가 지난 7일 방북했다”며 “이 자리에서 터키군 유해 송환에 대해 언급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도 “에르친 대사가 터키군 유해 송환을 요청하는 공식 면담을 북한 당국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은 아직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터키는 지난 2001년부터 북한에 터키군 유해 송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노동신문도 지난 8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에르친 대사에게서 신임장을 받은 다음 담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군 유해 송환을 명시했다. 이와 관련, 지난 23일 주한미군은 유해를 넘겨받고자 나무관 100여개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북한에 전달했다. 또 주한미군 관계자도 방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산 미 공군기지에는 유전자(DNA) 검사를 위해 유해를 하와이로 이송할 수 있도록 158개 금속관도 준비했다. 북한이 미군 유해를 돌려주기로 한 상황에서 터키를 포함, 미국 이외의 참전국에 대한 유해 송환에 전향적으로 나설 경우 국제사회에 정상국가 이미지를 심기 위한 움직임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쟁 참전국 중에 미군 전사자는 3만 3686명으로 월등히 많다. 그렇지만 영국(1078명)에 이어 터키도 966명의 전사자가 발생해 16개 참전국 중 세 번째로 많다. 터키 정부는 이 중 500여구의 유해가 북한에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향후 비무장지대(DMZ) 유해 발굴 작업이 본격화되면 터키군 유해가 발견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DMZ의 유해 발굴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미군 등 해외 참전용사의 유해도 함께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해 공동 발굴 및 송환은 DMZ에 매설된 지뢰 제거 작업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남북이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비무장지대의 실질적인 비무장화’를 이행하는 것과 직결된다. 북한으로서는 유해 송환과 같은 인도적 조치로 참전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보다 진전시킬 수도 있다. 유해 공동 발굴 및 송환이 이뤄진다면 남·북·미가 우선 유해를 공동 발굴한 뒤 DNA 검사를 통해 국적을 파악하고 해당 국가로 보내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해의 DNA를 검사해 신원을 파악하는 능력은 주로 미국과 한국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포토 다큐&뷰] 거기 그렇게 68년… 깨어나요, 평화가 왔어요

    [포토 다큐&뷰] 거기 그렇게 68년… 깨어나요, 평화가 왔어요

    지난 20일 오전 9시 강원 양구군 민간인 출입통제선. 검문소를 통과하자 6·25 전쟁의 상흔이 남긴 빨간색 ‘지뢰’ 표지판이 철조망 사이로 곳곳에 눈에 띄었다. 그곳에서 군용차량에 올라 30여분간 구불구불한 도로를 달렸다. 차도가 끊긴 곳에서 내려 다시 경사 40도가 넘는 험한 산길을 한참이나 숨가쁘게 오르자 유해 발굴 작업이 한창인 백석고지(1142m)가 한눈에 펼쳐졌다.북한 땅이 내려다보이는 백석산 9부 능선에서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백석부대 장병들이 또 다른 고지전을 벌이고 있었다. 유해 발굴 현장은 그야말로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장병들은 산 사면을 마주 본 채 일렬로 둘러서서 조심스레 직각으로 흙을 깎아 내고 있었다. 강렬한 햇빛 아래에서 일하다 보니 이들의 얼굴은 검게 그을려 있었고, 이마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30도까지 치솟은 폭염에도 붓과 삽을 든 손길은 멈출 줄 몰랐다. 작업 17일째에 드디어 발굴병의 붓끝 사이로 전사자 두개골 부위 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발굴병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 옆 무너진 참호에서는 녹슨 탄피와 총탄에 구멍 난 수통도 발견됐다. 당시의 참혹한 전투 장면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유해발굴팀 김명환 상병은 “실제 전투가 있었던 곳을 꼼꼼히 살펴 한 분이라도 더 수습할 수 있다”며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마스크와 장갑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발굴 과정에서 행여나 침이 튀면 DNA 검사에 오류가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날 수습된 유해는 태극기로 감싼 오동나무 소관(小棺)에 조심스레 옮겨졌다. 현장에서 약식 제례를 마친 뒤 유해는 국방부 유해발굴단 전문 감식반에 인계된 뒤 DNA 감식 등의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은 이름 모를 산야에 홀로 남겨진 호국 영웅들의 유해를 찾아 가족의 품에 인계한 후 국립현충원에 모시는 숭고한 보훈사업이다. 2000년 4월 6·25 전쟁 50주년 기념사업으로 한시적으로 시작했다가 2007년 국방부 유해발굴감시단이 창설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까지 국군 전사자 유해 약 9800여위를 찾았으며, 128분의 신원을 확인하여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모셨다. 하지만 아직까지 뼈 한 조각도 찾지 못한 6·25 전사자 수가 12만 3000여명이나 된다.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비무장지대(DMZ) 유해 발굴 작업을 남북이 함께 하자고 제안한 가운데, 조만간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사망한 미군 유해 200여구가 송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DMZ에는 수습되지 못한 국군 전사자만 1만명이 넘는 걸로 추정되고 있다. 68년 전 총부리를 겨눴던 남과 북이 함께 DMZ에서 6·25 전사자의 유해 수습에 나서게 된다면 이 또한 역사적 남북 화해의 한 장면이 될 것이다. 백석고지에서 만난 류수은 유해발굴팀장은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국가와 국민의 약속”이라며 “마지막 한 분을 모시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산에서의 유해 발굴 작업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능선 너머로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활동을 끝내야 했다. 유해발굴팀은 미수습된 호국 영령들의 유해 앞에서 내일 다시 찾아오겠다며 ‘묵념’을 올렸다. 글 사진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 [서울포토]유해발굴 작업이 한창인 강원 양구 백석고지 현장

    [서울포토]유해발굴 작업이 한창인 강원 양구 백석고지 현장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비무장지대(DMZ) 유해발굴 작업을 남·북이 함께 하자고 제안한 가운데, 며칠 안에 한국전쟁 때 북한에서 사망한 미군 유해 200여구가 송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DMZ 지역에는 수습되지 못한 국군 전사만 1만 여명이 넘는 걸로 추정되고 있다.  68년 전 총부리를 겨눴던 남과 북이 함께 DMZ에서 6·25 전사자의 유해수습에 나서게 된다면 이 또한 역사적 화해의 한 장면이 될 것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21사단 장병들이 강원 양구군 백석산 고지에서 유해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최해국 선임기자seaworld@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추미애 “지역주의 해소한 민주 압승… 솔직히, 文대통령 효과 컸죠”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추미애 “지역주의 해소한 민주 압승… 솔직히, 文대통령 효과 컸죠”

    추미애 대표는 꽃을 좋아한다. 연꽃을 으뜸으로 손꼽는다. 추 대표의 어머니가 연못에서 연꽃 두 송이를 따 품에 안는 태몽을 꾸고 그를 가졌다. 낳기도 전에 고이 기르고 싶어서 그림전람회에 걸린 화가 이름을 따 이름부터 지어 놓고 낳기를 기다리던 딸이었다. ‘아름답게(美) 사랑하며(愛) 살아가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추 대표는 이름 같은 인생을 살 수 없었다. 경쟁적인 약육강생의 정치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독하게 살았다. 15대 초선 전후로 ‘추다르크’로 시작해 ‘추고집’, ‘독불장군’, ‘추설공주’라는 별명이 붙었다.그런 추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동산에서 화사한 웃음을 지어 보이니 생경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6·13 압승에 등골이 서늘하게 두렵다”고 했지만, 지방선거 등에서 압승한 당 대표로서 추 대표는 10대 소녀처럼 보였다. 당 대표실에는 축하 난 화분 세 개가 놓여 있다. 두 개는 문 대통령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지난해 10월 23일 추 대표 60세 생일 때 보낸 축하 난이다. 나머지 한 개는 6·13 지방선거 승리 직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보낸 난이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짧게 씌어 있었지만, 지역주의 타파에 승부를 걸었던 노 전 대통령의 유지가 보이는 듯했다. 추 대표는 지난 15일 권 여사에게 감사의 전화 통화를 했다. 권 여사는 “이렇게 좋은 날도 있네요. 대통령이 보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고, 추 대표도 수화기 너머 흐느꼈단다. 민주당 사람들에게 노무현은 아직 눈물이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로 노무현을 표현한다.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걸린 추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저를 많이 아껴 주셨어요. 통일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을 제안하시기도 했어요”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다. 추 대표는 지난 2004년 민주당 대표 시절 노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이후 2박 3일 광주 금남로에서 5·18 망월동 묘역까지 15㎞를 삼보일배로 사죄했지만, 그해 17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런 추 대표를 무척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통령 후보 시절에 “차기에 추미애도 있고, 정동영도 있고”라고 발언했다가, 대선 투표 전날 정몽준 후보로부터 ‘팽’당하기도 했다. 추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울산·경남의 완승뿐만 아니라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선전에 한껏 고무됐다. 민주당 출신으로는 처음인 정세용 구미시장의 당선뿐만 아니라 임대윤 대구시장 후보도 39.8%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분전한 덕분이다. ‘대구의 딸’ 추 대표로서는 뿌듯한 업적이다. “지역주의가 극심할 때는 계층의 이익을 대변해 주는 당보다는 지역주의에 함몰돼 투표하는 경향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지역주의가 이번 선거에서 해소됐다. 고향 분들이 드디어 마음을 여셨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1997년 대선부터 추 대표는 민주당 깃발을 들고 대구로 향했다. 당시 대구 인심은 민주당이 들어갈 틈도 없었다. 많은 사람이 ‘대구에서 민주당 유세를 하면 돌을 맞는다’는 말이 떠돌 때다. 그러나 그는 마치 잔다르크가 프랑스 샤를 왕세자를 도와 프랑스·잉글랜드 100년 전쟁에 참여해 샤를 7세를 옹립한 것과 같이 대구에 나타나 선거유세를 벌였다. 그는 이때 지칠 줄 모르는 선거유세로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추 대표는 무려 20년을 넘어서야 결실을 본 셈이다. 민주당의 이번 압승을 지지율이 높은 문 대통령 효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문 대통령도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방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은 전적으로 청와대 비서실 그리고 내각이 아주 잘해 준 덕분”이라며 선거를 치른 당사자인 여당은 쏙 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후 “오늘 회의는 청와대와 정부 직원들을 상대로 한 회의여서 문 대통령이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라면서 긴급히 진화했다. 추 대표는 “대통령 효과가 컸던 게 사실”이라고 인정한 뒤 “특히 대통령이 현충일 행사에 국가 유공자 자녀의 키 높이에 맞춰서 아이를 격려해 주는 모습처럼 우리는 그런 시각에서 유권자 분들을 대해 이겼다”고 말했다.‘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정국’에서 여성계는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자의 사생활 논란에 대해 옹호하는 발언을 한 추 대표를 비판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이에 추 대표는 “이 당선자는 당의 시스템에 의해 결정된 후보였다. 후보자격심사위원회 등을 통해 일단 후보로 결정됐으면 도와야 하는 게 당 대표의 책무다. 하지만 이 당선자의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 사견을 피력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민주평화당 등 야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협치는 개방돼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인위적인 정계개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개헌과 같은) 국민에게 (대선) 공통 공약으로 내건 것마저도 야당들이 협조할 자세가 안 돼 있어서 개별 정당이 국민에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 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추 대표는 당 대 당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도 “(연정도 힘든데) 통합은 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연정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고 있는 민주평화당에 대해 그간의 태도를 반성해야 연정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취지로 비쳐졌다. 추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역대 어느 민주당 대표가 이루지 못한 성과를 이뤄 냈다. 우선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설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 냈고, 지난해 대선과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른 보궐선거에서도 12개 지역구 중 11개 지역을 휩쓸었다. 2년간의 대표 임기를 완주한 거의 유일한 당대표다. 지난 2008년 이후 정세균, 손학규, 한명숙, 이해찬, 김한길·안철수, 문재인, 김종인 등이 당 대표를 지냈지만 추 대표처럼 2년을 꽉 채운 대표는 없었다. 그만큼 체급이 커진 추 대표이다 보니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국무총리 기용설, 차기 대선 직행설, 법무부 장관 입각설 등 설만 난무한다. 이런 성공적인 당대표로서의 이미지를 형성했지만, 사실 추 대표의 지난 2년간 대표 시절은 녹록지 않았다. 한때 ‘추미애 패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청 관계가 매끄럽지 않은 때도 있었다. 추 대표는 “당·청을 이간질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사실을 상당히 부풀린 측면이 있었다”면서 “진실이 아닌 이상 묵묵히 기다렸다. 여러 현안에 대해 당·청 간의 소통이 잘 된 편”이라고 자평했다. 오는 8월 25일 전당대회 이후의 계획을 묻자 “지난 23년간 정치를 하면서 개인 진로를 언론에 대놓고 말한 적 없다”면서 “내 진로는 전당대회를 치른 이후에 천천히 생각하겠다”며 지극히 무미건조한 답변만 돌아왔다. “저는 일생 입당원서라고는 한 번밖에 안 써 봤다”는 게 추 대표의 자랑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맺은 인연으로 들어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한 뒤 당적을 한 번도 바꾼 적 없다. 민주당이 새천년민주당을 거쳐 열린우리당으로 분열했다가 나중에 합쳐 통합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 등으로 간판을 바꾸었지만, 추 대표는 언제나 민주당이었다. 그는 한번 결정을 내리면 좀처럼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고집불통이라고 비난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그 뚝심이 ‘임기를 채운 당 대표’의 원천이 되지 않았나 싶다. “숨가빴던 지난 2년을 반추하며 여유로운 일상을 즐기고 싶다”는 추 대표는 연꽃처럼 화사하게 웃었다. 보수세력의 앞날에 대한 견해는 어떨까. 추 대표는 “대선 이후 1년간 야당은 전혀 반성을 안 했다. 건강한 보수로 전환했어야 했는데 민주주의를 왜 망쳤는지 아무런 반성 없이 1년을 소진했다. 이번 기회에 보수가 물갈이를 해야 한다. 중진들도 도망치듯 떠날 게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고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국민이 평화를 원하면 그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위장 평화쇼’라며 퇴행적인 모습만 보였다”며 일갈했다. 추 대표는 이어 “김무성 한국당 의원이 2020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에 앞서 개헌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큰 만큼 책임지고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jrlee@seoul.co.kr
  • “우리 순찰차도 백두산 달릴 수 있어”

    “우리 순찰차도 백두산 달릴 수 있어”

    “통일시대 경찰로 거듭나야” 재임 중 47차례 영상 메시지 현장 직원들과 교감 위해 올려“그날이 오면 우리 순찰차도 백두산, 두만강 국경을 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이달 말 퇴임을 앞두고 18일 경찰 내부 게시판에 ‘그날이 오면’이라는 제목의 마지막 영상 메시지를 올렸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열리면서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반도가 ‘통일’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는 내용이다. 이 청장은 영상 메시지에서 “진정한 평화의 시대가 열리면 경찰의 역할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라면서 “우리가 가진 무궁한 잠재력과 뛰어난 역량을 믿고 앞으로 흔들림 없이 나아갈 때 세계 속으로 활짝 열린 통일시대 경찰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는 대화도 어느덧 마지막이 됐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이 청장은 2016년 8월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돼 문재인 정부까지 1년 10개월의 임기 동안 47차례 영상 메시지를 올렸다. 경찰청장이 재임 중 영상 메시지를 올린 것은 이 청장이 유일하다. 그는 해외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도 2주에 한 번씩 올리는 영상 메시지는 한 번도 빠트리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 일정이 잡혀 있었던 지난 15일 오전에도 40여분 동안 마지막 영상 메시지의 문구 등을 직접 수정했다. 당초 마지막 영상 메시지는 고 조병화 시인의 ‘의자’라는 시(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지요)를 인용해 차기 청장에게 격려와 당부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메시지는 퇴임식 영상 때 쓰기로 했다. 이 청장은 이날 기자에게 “예전처럼 지휘 서신 등을 통해서는 현장 직원들과 교감이 어렵기 때문에 시의성 있는 영상 메시지를 올렸다”면서 “시기적으로 지난주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고, 6·25도 앞두고 있어 이번엔 정치적 주제를 다뤘지만 대부분의 영상은 경찰 업무와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 메시지로 지난해 현충일 즈음 올린 ‘녹슨 경찰 버클’을 꼽았다. 6·25전쟁에 참전한 경찰관들 유해에서 발견된 녹슨 경찰 버클을 통해 조국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자는 내용이었다. 조회수(4만 1013건)도 톱3에 들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기고] 제복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다/조종묵 소방청장

    [기고] 제복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다/조종묵 소방청장

    조선 시대 소방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질적인 차이는 있지만 현대의 소방 시스템과 유사한 측면이 많았다. 소방 계획을 위해 도시 재개발을 검토했을 정도로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개선 방안도 정책 의제가 됐다.요즘 건물은 어느 정도 방화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당시 건물은 모두 불에 약한 목조 건물이었기에 순식간에 불이 번졌다. 그래서 화재민은 세간살이 하나 건지지 못하고 몸만 빠져나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상님 신줏단지 하나 모시고 나온 것만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화재민에게는 조정에서 긴급 구호를 실시했는데 일반 백성에게는 대개 옷가지와 기본 양식, 그리고 움막 건축 재료 등을 지급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관리의 집에 불이 났을 때는 구호 물품이 관복과 관모 한 벌이었다는 것이다. 당장 입궐을 하거나 등청을 해야 하는데 관복이 아닌 평상복으로 갈 수 없음을 배려한 조치였다. 의관 정제가 기본이었겠지만 관리에게 관복은 그 이상의 중요한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제복이 상징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제복에 대해 갖고 있는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제복 자체가 신분증인 것이다. 과거에는 가짜 제복을 입고 사기를 치는 범죄가 많았다. 소방관과 비슷한 복장을 입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소방 점검이라고 속이고 ‘멀쩡한’ 소화기를 교체해야 한다며 몇 만원씩 받아 가는 사기가 기승을 부린 적도 있다. 아마도 사기 중에 가장 쉬운 것이 제복 사칭인지도 모르겠다. 대부분 피해자들이 묻지도 않고 믿기 때문이다. 그만큼 제복은 그것을 믿어 주는 사람들에게 보다 강한 책무가 요구된다. 제복을 착용하고 잘못되거나 기대에 어긋난 행동을 하면 더 큰 실망과 분노가 따른다. 제복이 착용자에게는 행동의 제약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사명감과 긍지의 상징이다. 한편으로는 국민들도 제복을 존중해 줌으로써 서로의 신뢰는 높아지고 정의로운 사회의 기초가 될 것이다. 소방공무원 채용시험에 합격해 소방학교에 입교하면 가장 먼저 받는 것이 제복이다. 제복을 나눠 주는 교관들의 주문 사항은 하나같이 똑같다. “소방관 제복만 입었다고 소방관이 되는 것이 아니다.” 교관들은 “땀과 검댕이로 젖은 제복이 반복된 세탁에 색이 바래고 해질 때쯤이 돼서야 새내기 소방관의 모습을 조금 갖게 될 것”이라며 긴장감을 준다. 힘든 훈련을 마치고 수료하는 날 처음으로 소방관들은 정복에 계급장과 흉장을 달 수 있다. ‘저승사자’로 불린 어느 교관은 수료식 날 “‘대한민국 소방’이 새겨진 흉장을 달아 주는 것은 국가가 여러분을 지켜 줄 것이니 여러분은 국민을 위해 헌신의 노력과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고 한다. 올해 현충일에는 소방에 특별한 의식이 있었다. 지난 3월 현장실습 중 숨진 예비소방관 2명을 포함한 순직 소방공무원 3명에 대한 묘비 제막식이 대전현충원에서 있었다. 모든 소방관들은 국가와 국민의 믿음과 격려에 늘 고마움을 갖고 있다. 국가가 소방관들에게 준 제복의 명예가 손상되지 않도록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여름, 외화 공습경보

    여름, 외화 공습경보

    공룡 블록버스터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 한국 영화 ‘독전’을 꺾고 5일 연속 박스 오피스 1위에 오르며 ‘외화의 공습’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1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지난 주말 이틀 동안에만 150만명을 더하며 개봉 5일째인 10일까지 322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현충일인 지난 6일 개봉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개봉 첫날부터 국내 극장가에서는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내며 흥행 질주를 예고했다. 2015년 개봉한 1편 ‘쥬라기 월드’는 ‘어벤저스’(2012)를 제치고 전 세계 흥행 5위에 오른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1편 개봉 당시 544만 관객이 들었다. 2편인 이번 작품은 13일 개봉을 앞둔 ‘오션스8’, ‘탐정: 리턴즈’, 27일 개봉인 ‘허스토리’의 예매가 시작됐지만 뚜렷한 경쟁작이 없어 12일 연속 예매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국내 4대 배급사들이 내놓는 ‘텐트폴 영화’(유명 감독과 배우, 대규모 자본을 투입, 흥행 가능성이 높아 영화사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영화)들의 개봉이 모두 7월 말~8월 초에 몰려 있어 그 틈새를 파고든 외화의 득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7월 4일에는 마블 스튜디오의 올해 세 번째 신작 ‘앤트맨과 와스프’(오른쪽), 7월 25일에는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 등 할리우드 대작들이 연이어 스크린에 걸리며 국내 관객들을 공략한다. ‘인크레더블2’, ‘맘마미아2’ 등 인기가 검증된 프랜차이즈 영화의 속편들도 7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10일까지 외화에 든 관객 수는 4692만 4745명으로 점유율이 53.5%에 이른다. 같은 기간 한국영화는 4079만 2273명의 관객(점유율 46.5%)을 모으며 외화의 기세에 뒤처져 있다.7월 4일 국내에서 전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앤트맨과 와스프’는 사이즈를 자유자재로 늘렸다 줄였다 하는 캐릭터의 특성을 활용한 신선한 액션으로 재미와 볼거리를 더했다. 앤트맨은 개미만 한 크기로 줄었다 19m까지 몸집을 불리고 여성 히어로인 와스프는 자신의 몸뿐 아니라 장난감, 소금병 등 사물들의 크기까지 조절하며 독특한 장면을 만들어 낸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1117만명)와 ‘블랙팬서’(539만명) 등 올해 마블 스튜디오의 신작들이 골고루 국내 팬들의 발길을 끈 만큼, 또다시 ‘마블 신드롬’이 일지 주목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포토] ‘파격의 섹시’ 한지민, 파리서도 여신 미모

    [포토] ‘파격의 섹시’ 한지민, 파리서도 여신 미모

    배우 한지민이 파리에서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공개된 영상 속에는 다양한 의상을 입고 화보 촬영에 나서는 한지민의 모습이 담겨 있다. 블랙 드레스를 입고 고혹적인 면모를 뽐내다가도, 새하얀 레이스 드레스로 사랑스러운 느낌을 물씬 풍기기도 했다. 특히 어떤 드레스를 입어도 또렷한 이목구비와 특유의 화사한 미소가 마치 ‘여신’을 연상케 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편, 한지민은 지난 6일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헌시를 낭독해 화제를 모았다. 스포츠서울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부산 아파트 단지에 떨어진 철제 사무라이 모형…아이들 다칠 뻔

    부산 아파트 단지에 떨어진 철제 사무라이 모형…아이들 다칠 뻔

    아이들 놀던 곳으로부터 5m 떨어진 곳에 추락경찰 관계자 “고의로 던졌을 가능성 크다”최근 아파트 낙하사고 빈번…사망사건도 여럿부산의 한 아파트 고층에서 철로 만들어진 일본 사무라이 모형상을 누군가가 아이들이 놀고 있던 장소로 집어던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최근 아파트 단지에서 아령 또는 주스병이 떨어져 사고가 발생하는 등 누군가가 무심코 던진 물건에 사람이 다치거나 다칠 뻔한 사건이 빈번해지고 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현충일인 지난 6일 오후 7시 30분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 있는 한 아파트 분수대 인근 보행로에 쇠로 된 가로 12cm, 세로 14cm 크기의 일본 사무라이 흉상이 떨어졌다. 흉상 낙하지점으로부터 약 5m 떨어진 곳에서 어린이들이 놀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물체가 떨어지는 소리에 놀란 10살 어린이가 보호자에게 “공놀이를 하며 놀고 있는데 갑자기 ‘쾅’ 소리가 났다”면서 “사무라이 모형상이 떨어져 있었다”고 전했고, 이 소리를 들은 보호자가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무라이 흉상 추락지점이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투척 장면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 조사 결과 사무라이 모형을 집어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아파트 상층에서는 지난해에도 누군가 카세트 테이프를 3차례에 걸쳐 집어던졌고, 올해 초에는 음식물도 내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무라이 모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DNA 감정을 의뢰하고 회신이 오는대로 피의자를 특정할 예정이다. 경찰은 고의성이 드러나면 용의자에게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추락지점 등 주변 정황을 놓고 봤을 때 고의로 던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낮 12시 40분쯤 경기 평택시의 한 20층짜리 아파트에서 아령이 떨어져 50대 여성이 크게 다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아령이 떨어진 위치를 추적해 이 아파트 입주민인 7살 어린이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 어린이의 가족들은 아파트에서 떨어진 아령이 자신들의 소유라고 인정했다. 또 같은 날 광주 북구 일곡동의 한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주차된 승용차 앞 유리가 깨져 있는 것을 차주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일도 있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신고 바랍니다’라는 글을 통해 “주스병을 고층에서 던져서 주차된 차량 앞 유리가 전면 파손된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이웃 간 법적 문제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공지했다. 실제 아파트 고층에서 던진 물건을 맞고 사망한 사례가 적지 않다. 2015년 10월 8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한 18층짜리 아파트 1층 화단에서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집을 만들고 있었던 50대 여성이 시멘트 벽돌을 맞고 사망했다. 2011년 9월 8일 광주 서구에서는 아파트 앞을 지나던 40대 여성이 16층 옥상에서 초등학생이 던진 벽돌에 맞아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윤하 해명, 현충일 묘비 촬영은 명예훼손? “외조부입니다”

    윤하 해명, 현충일 묘비 촬영은 명예훼손? “외조부입니다”

    가수 윤하가 불법 묘비 촬영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윤하는 현충일인 지난 6일 “감사합니다. 누리고 지키며 살겠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찍은 한 묘비 사진을 올렸다. 해당 사진을 본 한 네티즌은 “이 묘비의 인물이 윤하님과 혈연관계가 아니라면 타인의 묘비를 찍어 올리는 것은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다”며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 관계를 분명히 밝혀주고, 감상에 의한 무연의 타인 묘비라면 삭제바란다”는 댓글을 남겼다. 이에 윤하는 “외조부입니다”라는 해명으로 논란을 차단했다. 윤하의 외할아버지는 2000년 세상을 떠난 고(故) 김주호 예비역 대령으로, 1971년 6월 1일 소흑산도 간첩선 침투사건 때 간첩선을 격퇴해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윤하를 지적한 네티즌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메시지를 남긴 후 앞서 남긴 댓글을 삭제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월드피플+] ‘말기암 어머니’ 소원 위해 미리 열린 고교 졸업식

    [월드피플+] ‘말기암 어머니’ 소원 위해 미리 열린 고교 졸업식

    말기암으로 생이 얼마남지 않은 어머니를 위한 딸의 특별한 고등학교 졸업식이 열렸다. 그러나 졸업식을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던 어머니는 다음날 가족의 오열 속에 세상을 떠났다. 최근 미국 CBS 방송 프로그램 ‘인사이드 에디션’(Inside Edition) 등 현지언론은 뉴욕의 한 병원에서 이루어진 특별한 졸업식 사연을 보도했다. 감동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남긴 사연의 주인공은 모녀 사이인 엘리자베스(51)와 케시디 드 레온(18). 어머니 엘리자베스는 안타깝게도 지난 2014년 4월 대장암에 걸렸다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았다. 이후 힘겨운 항암치료가 이어졌으나 지난달부터 병세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결국 사경을 헤매는 상황에 놓였다. 사실상 살 날이 얼마남지 않았던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바로 딸의 졸업식을 지켜보는 것. 그러나 졸업식은 오는 21일로, 이날까지 어머니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이에 가족은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주고자 케시디가 재학 중인 워싱턴빌 고등학교 교장에게 도움을 청했고, 지난달 28일 병실에서 특별한 졸업식이 열린 것이다.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였던 이날 케시디는 어머니와 가족,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교장으로부터 졸업장을 받았다. 이 순간을 가장 감동적으로 지켜 본 사람은 물론 어머니 엘리자베스였다. 딸 케시디는 "당시 엄마는 하루종일 의식이 오락가락할 만큼 위독한 상태였다"면서 "내가 졸업장을 받아든 순간 엄마의 입가에는 잔잔하고 흐뭇한 미소가 흘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딸의 졸업식을 보고 안도했는지 어머니는 다음날 조용히 숨을 거뒀다. 케시디는 "엄마는 내가 아는 세상의 모든 여성 중 가장 멋진 사람이었다"면서 "졸업식날은 내 인생에서 행복하면서도 가장 슬펐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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