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현직 최초
    2026-05-29
    검색기록 지우기
  • 기름값
    2026-05-29
    검색기록 지우기
  • 통계조사
    2026-05-29
    검색기록 지우기
  • 출입 제한
    2026-05-29
    검색기록 지우기
  • 인력 유출
    2026-05-2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007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정호승 시인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정호승 시인

    “시인은 평생을 바쳐야 시 한 편이 살아남는다. 시는 당대의 고통을 반영할 뿐 아니라 초월성을 지니지 못한다면 시로서의 생명은 짧을 수밖에 없다. 초월성은 서정을 통해 나타난다. 1970~80년대라는 겨울을 지나면서도 서정이라는 함박눈조차 내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참혹할까 싶었다.” 겨울의 스산함은 사라졌지만, 새봄의 훈풍은 아직 깃들지 않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앞. 정호승(66) 시인이 성당 앞 계단을 부지런히 내려왔다. 환갑보다는 고희에 더 가까운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맑은 얼굴을 하고서였다. 신자들에게 강연을 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요즘 ‘주’(시)와 ‘객’(강연)이 바뀐 것 같아 강연을 자제하려고 하는데 워낙 와달라는 요청이 많아 생각처럼 줄지는 않는군요.” 이날도 평생 그의 시를 관통해온 ‘사랑’에 대해 강연을 했다는 그는 성당 앞 카페에서 3시간 동안 시와 인생, 세월과 나눈 사랑 얘기를 들려주었다. -1963년의 어느 봄날. 까까머리 중2 교실에 짝짝짝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앞에 서 있던 나는 다소 상기된 얼굴로 친구들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호승이는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시인이 될 수 있을 거야.” 시(詩)라는 걸 난생처음 써봤던 그때, 국어 선생님은 내가 지은 시 ‘자갈밭에서’를 반에서 가장 잘된 작품으로 골라 낭독을 시키셨다. 그게 내가 시와 맺은 인연의 출발점이었다. -내가 다닌 대구 계성중학교는 박목월, 김동리 등 문단의 거목들을 많이 배출한 영남 지역 최초의 중등교육기관이었다. 당시 교사들 중에도 현역 문인들이 꽤 있었는데 국어를 가르쳤던 김진태 선생님도 등단한 수필가셨다. 시 낭송이 있고 얼마 후 담임 선생님이 조회시간에 “교내 백일장에 누가 나가면 좋겠느냐”고 물으셨다. 국어 수업의 기억이 또렷한 반 아이들은 누가 누구랄 것도 없이 나를 지목했다. 솔직히 난 그때 백일장의 뜻도 몰랐다. ‘백일 동안 어딜 좀 다녀오는 건가?’ -학교 운동장 너머 솔숲에서 백일장이 열렸다. ‘불’을 주제로 시나 산문을 쓰라고 했다. 나는 ‘등불’이란 제목으로 시를 썼다. ‘스스로 발광체인 나’로 시작했는데, 발광체는 바로 며칠 전 물상 수업에서 배웠던 단어였다. 덜컥 장원이 됐다. 상으로 학교 매점에서 쓸 수 있는 1000원짜리 종이표를 주었다. 그 맛있던 30원짜리 삼립 단팥빵을 30개나 사고도 돈이 남았다. 친구들에게 크게 한턱을 내고 나니 어깨가 으쓱거려졌다. ‘이런 식으로 하면 공짜 빵을 계속 먹을 수가 있겠구나’ 매월 교내 문예원고 모집 때마다 시를 써 보냈고, 그때마다 상을 받았다. 상금으로 공책도 사고 체육복도 사면서 든 생각. “이걸 평생의 일로 삼을 수도 있겠구나.” -당시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학원’이라는 잡지가 있었다. 백일장 장원의 여세를 몰아 ‘석의 심정’이라는 제목의 산문을 보냈더니 우수작으로 뽑혔다. 이후 고교 시절까지 계속 글을 보냈고, 그때마다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박남수, 박목월, 박두진 등 쟁쟁한 시인들이 직접 나의 시에 대해 평을 해 주셨다. 그분들의 평을 보니 가슴이 뛰었다. 그런 식으로 시를 스스로 공부했다. -우리 집안의 뿌리는 대구다. 아버지는 대구농림전문학교를 나와 은행원이 되셨는데, 이 지방 저 지방 전근이 잦으셨다. 내가 6·25 전쟁이 터지기 몇 달 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것도 아버지께서 상업은행 하동지점에 근무하셨기 때문이다. 경기 평택 등지에서 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대구에 완전히 정착을 했다. 그때 명동 상업은행 본점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지만, 아버지는 서울이 싫다며 고향으로 오셨다. 한참 후에 집안이 쫄딱 망해서 어쩔 수 없이 서울로 오게 됐는데, 만약에 그때 일찌감치 서울에 정착했더라면, 그래서 내가 계성중학교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그리고 내 인생의 고비 고비마다 결정적인 동기를 제공해준 ‘가난’이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본다. -아버지는 내가 중3 때 사업을 하겠다며 은행을 나오셨다. 하지만 마음만 앞섰지, 경영에 대한 감이나 수완은 없으셨다. 이를테면 당신이 운전도 못하면서 주변 사람 말을 듣고 택시회사를 차린다든지 하는 식이었다. 1년 만에 퇴직금을 전부 날리고 커다란 빚을 졌다. 난생처음 가난을 맛봤다. 부지런한 어머니 덕에 밥을 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분기마다 학비를 내는 게 벅찰 정도였다. -1967년 고3이 됐다. 대학엔 가고 싶은데, 앞이 안 보였다. 공부라도 잘해야 빚을 내서 대학 등록금 마련할 생각도 해볼 텐데, 내 성적은 딱 반에서 중간 정도였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게 경희대 문예장학생 제도였다. 경희대가 주최하는 백일장이나 전국고교생문예현상모집에 장원으로 당선되면 장학금을 받고 입학을 할 수 있었다. 그해 9월 경희대 백일장에 나갔다. 하지만 나는 장원은커녕, 차상도 차하도 아닌 참방(參榜)에 머물고 말았다. 장려상쯤 되는 건데 그걸로는 문예장학생이 될 수 없었다. 당시 심사위원으로, 후일에 내 스승이 되신 조병화 선생은 “상위권에 올리자니 문제가 있고, 떨어뜨리자니 아깝다”고 평하셨다. 대구로 내려오는데 기차 안에서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아직 고교생문예현상모집이 남아 있었다. 시 부문을 포기하고 평론 부문으로 종목을 바꿨다. 원고지를 100장 이상을 써야 하는데 시간이 빠듯했다. 결국 어머니는 아들의 부탁을 받고 팔자에 없는 거짓말을 담임 선생님에게 해야 했다. “우리 호승이가 몸이 너무 아파서 1주일간 학교를 쉬어야겠네요.”(나중에 꾀병임을 알게 된 선생님에게 출석부로 머리를 맞아야 했지만…) 집안에 틀어박혀 나의 첫 평론 ‘고교 문예의 성찰: 고교시를 중심으로’를 완성했다. 그게 최우수작이 됐고, 1968년 3월 나는 당당히 경희대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입학 장학금의 유효기간은 단 1년이었다. 장학금 규정상 2학년 이후에도 계속 받으려면 신춘문예 등을 통해 등단을 해야만 했다. 친구들이 신나게 놀 때 나는 학업을 유지하기 위해 자취방에서 도서관에서 시를 썼다. 그러나 당선의 문턱에서 계속 미끄러졌다. 한 해 휴학까지 했는데도 등단이 안 됐다. 친구들보다 군 입대를 일찍 했던 것도 등록금이란 화살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군에서도 신춘문예에 계속 투고를 했다. 제대하기 직전인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첨성대’로 당선이 됐다. “이제는 학비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겠구나.” -사람들에겐 막연한 선입견 같은 게 있다. ‘시인은 가난과 가깝고, 일상을 방기하곤 한다’는 인식이다. 난 그게 싫었다. “시인이라도 열심히 일하면 가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40대 초반까지 잡지사 기자 생활을 열심히 했다. 물질적인 여유가 있어야 시 창작을 위한 시간도 더 내고 공부도 더 많이 하면서 결과적으로 더 좋은 시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시인’은 생계 수단으로서의 직업이 안 된다. 아주 잘 팔리는 시집을 1년에 한 권씩 내더라도 생활이 안 된다. 나만 해도 시집 판매량에서 열 손가락 안에는 들 텐데도, 그것만으로는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질 수 있는 수준까지 벌지 못했다. 그래서 잡지사 생활 때 열심히 저축을 했고 그걸 위해 많은 걸 포기했다. 술도 자제했고, 밥은 회사 식당에서 먹었다. 운전도 못하고, 골프는 채도 한번 잡아본 적이 없다. 그렇게 해서 아내와 두 아들을 굶기지는 않았다. 다행스러운 일이고, 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1976년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해 서울에서 50명을 뽑는데 8등을 했다. 뒤늦게나마 내가 공부에 잠재력이 없진 않았구나 생각해본 순간이었다. 하지만, 교사는 내 적성이 아니었다. 3년 정도 가르치다 잡지사 기자로 전환했다. ‘주부생활’, ‘샘터’, ‘여성동아’, ‘월간조선’ 등에서 일했다. 직장 생활에 치여 1987년까지 시를 단 한 편도 쓰지 못했다. 두 번째 시집 ‘서울의 예수’가 1982년에 나오긴 했지만 이전에 써 놨던 작품들을 책으로 엮어내기만 한 것이었다. -1991년 월간조선에 사표를 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다. 기자로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소설가에 대한 욕망이 한층 커져 갔다. 이미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위령제’라는 단편소설로 당선된 적도 있었다. 시인으로 등단한 상태여서 우리 아들 이름으로 냈지만. 그때 가진 생각이 “10년 뒤에 직장을 그만두고 소설에 전념하자”는 것이었다. -서울대 근처의 오피스텔에 틀어박혀 소설을 썼다. 그런데,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다. 스스로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문장에 물기가 없었다. 변변한 수입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니 생계도 어려워졌다. ‘내 문학적 기질은 소설이 아닌 시’라는 걸 깨닫기까지 꼬박 5년이 걸렸다. “잘못하면 시도 못 쓰겠다” 싶은 두려움에 1996년 나는 소설을 떠나보냈다. 소설에 파묻힌 5년 동안 틈틈이 적어놨던 메모를 바탕으로 5개월 동안 시를 썼다. 그렇게 해서 나온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는 6개월 만에 10만부 이상이 팔렸다. 마음에 편해졌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을 찾았다. -나는 스스로 미당 서정주 선생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미당을 통해 한국 시의 전통적인 문학성과 가락성 등을 배웠다. 군 복무 시절 친구로부터 서정주 시선을 빌렸다. 춘천 시내에 가서 좋은 노트를 산 뒤 시집의 맨 앞표지부터 맨 뒤 판권 기록까지 그대로 베꼈다. 그리고 필사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그 필사본은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시인은 평생을 바쳐야 시 한 편이 살아남는다. 시는 당대의 고통을 반영할 뿐 아니라 초월성을 지니지 못한다면 시로서의 생명은 짧을 수밖에 없다. 초월성은 서정(抒情)을 통해 나타난다. 1970~80년대라는 겨울을 지나면서도 서정이라는 함박눈조차 내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참혹할까 싶었다. 시대상황의 반영과 서정성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지닌 시를 쓰겠다고 마음먹고 내놓은 작품들이 ‘슬픔이 기쁨에게’, ‘맹인부부가수’,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등이다. 이 시들은 지금도 대중 속에서 살아있다. 20대에 목표로 삼았던 미당과 김수영의 결합이 어느 정도 성공하지 않았나 싶어 다행이라 여긴다. -내 시는 노래 가사로도 많이 쓰였다. 대중가요와 가곡 등 합쳐 60여곡 정도가 노래로 만들어졌다. 가수 안치환씨와는 몇 해 전부터 ‘안치환, 정호승을 노래하다’라는 콘서트를 한 달에 한 번꼴로 열고 있다. 가장 처음 노래로 나온 건 이동원씨가 부른 ‘이별노래’다. 음악에 문외한이지만 그 곡에 가장 애착이 간다. 안치환씨가 불렀던 ‘풍경 달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도 좋아한다. 김광석씨가 불렀던 ‘부치지 않은 편지’, ‘수선화에게’ 등도 기억에 남는다. -‘시는 노력이 아닌 선천적인 감각의 산물’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에게 시는 철저히 노력의 산물이다. 내가 시를 쓰면서 100번이고 200번이고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는 건 그래서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 인간의 삶 등을 접하고 그 이면을 보려면 자신만의 노력이 필요하다. 시라는 산은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내가 다가가야 한다. 내가 시라는 산을 찾아야 산에 있는 나무를 껴안을 수 있고, 산길도 걸을 수 있다. 칠레의 유명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시가 나에게 찾아왔다”고 말했지만 난 단 한번도 그런 경험이 없다. -신의 도움이 있다면 10년 뒤에도 열심히 시를 쓰고 싶다. 지금 가슴 속에 시상(詩想)이 많다. 생의 마지막에 ‘이걸 다 쓰지 못하고 죽어서 아쉽다’는 생각은 안 하고 싶다. ‘전(前) 시장’이나 ‘전 국회의원’은 있어도 ‘전 시인’은 없다. 시인은 언제나 현직이다. 항상 시를 써야 시인이다. 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정호승 시인은 김소월, 서정주 등을 잇는 한국 문단의 대표적인 서정시인이다. 초·중·고 교과서에 그의 시가 20여편 실려 있고,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글판에도 지금까지 세 편의 시가 걸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시대와 현실의 목마른 척박함에 발을 대고 서 있지만 위로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김승희 서강대 교수·문학평론가)자세를 꿋꿋이 유지하면서 김수영의 참여 정신을 서정의 틀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별들은 따뜻하다’ 등의 따뜻한 시로 힘든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의 손길을 건넸다. 대표 시선(詩選)으로는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이 있다. ▲대구 계성중·대륜고 ▲경희대 국문학 학사·석사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1973년) ▲소월시 문학상(1989년) ▲정지용 문학상(2000년) ▲한국가톨릭문학상(2001) ▲상화시인상(2006) ▲공초문학상(2008년)
  • [뉴스추적] ‘언론사 고소’로 반격 나선 신기남… 외압 정치인인가 공천 희생양인가

    [뉴스추적] ‘언론사 고소’로 반격 나선 신기남… 외압 정치인인가 공천 희생양인가

    ‘로스쿨 외압’ 논란 끝에 탈당한 무소속 신기남(63·서울 강서갑)의원의 반격이 시작됐다. 논란 초기 “부정한 압력은 없었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던 신 의원은 탈당 이후 로스쿨 외압 의혹을 최초 보도한 언론사와 이를 바탕으로 추가 보도 등을 반복한 언론사 4곳을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신기남, 그는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제도 위에 군림한 ‘갑질 정치인’인지, 정치적 이해관계로 내쫓긴 ‘공천 장발장’인지 그간의 논란을 되짚었다. ●법률신문, ‘野 중진 A 의원’ 외압 의혹 최초 보도지난해 11월 26일 오후 3시. 법조계 소식을 취재하는 서울 서초동 검찰청과 법원 기자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한 언론사의 ‘단독 보도’가 불쑥 튀어나왔기 때문. 법조 전문지 <법률신문>의 보도였다. <법률신문>은 ‘(단독) 野의원, 졸업시험 낙방 로스쿨생 아들 “구제해달라” 압력 의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현직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소속 A 의원이 로스쿨에 다니는 아들이 졸업시험에 통과하지 못해 변호사시험에 응시하지 못하게 될 처지에 놓이자 학교 측에 구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곧 A 의원은 신기남 의원으로 확인됐다. <법률신문>은 당시 B로스쿨 3학년인 신 의원의 아들이 교내 졸업시험에서 낙방해 변호사시험에도 응시하지 못할 상황에 놓이자 신 의원이 이 학교 원장을 찾아가 압력을 넣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신 의원이 로스쿨 원장에게 “아들을 졸업시험에 붙여주면 법무부에 이야기해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80%까지 올려주겠다”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신 의원은 로스쿨 원장을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외압을 행사할) 권한도 없고 법무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며 압력 의혹을 일축했다. ●사법존치론자들의 반발과 당원자격정지 중징계여론은 급속도로 신 의원에게 부정적으로 흘러갔다. 당장 사법시헙 존치를 요구하고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진상조사’ 촉구 성명이 나왔고, 사법시험 존치론자들의 신 의원 규탄 기자회견 등이 이어졌다. 또 홍준표 경남도지사 비서관 출신인 배승희(34·여·사법연수원 41기) 변호사는 신 의원을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후 새누리당은 배 변호사를 총선 대비 인재로 영입했다.   신 의원에 대한 여론 악화와 4월 총선이라는 정치적 셈법이 맞물리며 4선인 신 의원의 당내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결국 더민주 윤리심판원은 지난 1월 25일 신 의원에게 ‘당원 자격정지 3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신 의원에게는 더민주 후보로는 총선에 나갈 수 없다는 ‘사형선고’였다.  ●지도교수의 양심선언과 탈당, 그리고 반격신 의원 논란은 2월 들어 새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신 의원 아들이 재학 중인 경희대 로스쿨 내부의 양심선언이 나온 것. “신 의원의 원장 면담은 의원의 외압이 아니며 더 큰 문제는 학교 측의 부당한 학사 운영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주장은 신 의원 아들 지도교수의 입에서 나왔다. 소재선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자신을 신 의원과 로스쿨 원장이 면담하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소개했다. 소 교수는 “저희 학교를 포함한 상당수 로스쿨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성적이 낮은 학생을 유급 시키는 편법을 사용해왔다”면서 “신 의원은 (변호사 자격시험 응시기회를 제한하는) 학교의 부당한 운영에 호소하기 위해 다른 학부모들처럼 로스쿨 원장을 찾아갔다가 거절당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소 교수에 따르면 로스쿨을 운영 중인 학교 중 상당수가 변호사시험 응시 전 모의시험을 실시한 다음 합격이 어려운 학생을 미리 유급 시키고 있다. 경희대 로스쿨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항의가 이어지자 학교 측은 당초 커트라인 점수를 낮춰주기로 했다. 그러나 학교 측이 사전 공지된 점수를 무시하고 커트라인 점수를 51점으로 높이자 단체행동을 하지 않던 학생들까지 반대성명에 서명해 원장과 교수에게 전달했다. 소 교수는 “많은 지도교수들이 학교의 횡포를 비판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항의해왔지만 학교는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며 “이 과정에서 제가 신 의원에게 동참할 것을 권했다”고 언급했다. 다른 학부형과는 달리 유독 신 의원만 관심을 보이지 않아 자신이 여러 차례 항의에 동참할 것을 권하자 신 의원이 그때야 원장과 면담했다는 것이다. 소 교수는 이 과정에서 어떠한 외압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면담 후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당내 기류에는 변함이 없었다. 결국 신 의원은 지난 14일 탈당했다. 신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자신에 대한 당의 징계를 ‘정치적 음모’로 규정했다. 그는 “경희대 로스쿨의 누구도 외압을 받지 않았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당 지도부와 윤리심판원은 사실에 눈감고 언론 눈치 보기에 연연하기만 했다. 저에게 당을 위한 정치적 희생물이 돼 달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발장이 되기를 거부한다.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건 당의 윤리적 강화가 아니라 재앙”이라고 비판하며 당을 떠났다. 탈당 4일만인 18일 무소속 신기남 의원의 반격이 시작됐다. 그는 이날 오전 자신에 대한 의혹을 최초 보도한 <법률신문>등 언론사 5곳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남부지검에 냈다. 고소 죄목은 허위사실유포죄를 적용했다. 신 의원 측은 “법률신문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주장했고, 허위사실을 악의적으로 보도했다”고 고소 배경을 밝혔다. 함께 고소한 <TV조선>, <채널A>, <기호일보>, <뉴데일리>에 대해서는 “허위사실을 특종이라며 반복 보도했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코커스·프라이머리… 美대선, 그것이 알고 싶다

    코커스·프라이머리… 美대선, 그것이 알고 싶다

    각당 대의원 과반 지지 얻어야 후보 자격… 지지 후보자 안 밝힌 ‘슈퍼 대의원’ 변수‘정치 신인’ 오바마 아이오와서 승리 발판… 대세 가를 ‘슈퍼 화요일’ 12개 州서 경선 지상에서 가장 막강한 인물인 미국 대통령 후보를 간택하는 과정이 한창 열기를 더하고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 이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진행되면서 후보 간 희비도 엇갈렸다. 하지만 미 대선 과정을 쉽게 알기는 어렵다. 대선 과정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50개 주(州) 그리고 민주당과 공화당에 따라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이 다른 까닭이다. 미국식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한 이해의 폭을 키울 수 있는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 대해 심도 있게 짚어봤다. ●민주 2382명, 공화 1237명 대의원을 확보해야 미국은 대통령을 간접선거로 뽑고 민주당과 공화당도 대통령 후보를 간접선거 방식으로 뽑는다. 각 주에서 코커스나 프라이머리를 통해 선출된 대의원이 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대회에 참석해 대선 경선 후보에 한 표를 행사한다. 지난 1일 열린 아이오와 코커스를 필두로 오는 6월까지 각 주에서 경선이 실시된다. 민주당은 7월 25~28일, 공화당은 7월 18~21일에 전당대회를 열고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를 지명한다.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각 당의 전체 대의원 과반이 필요하다. 당 전국위원회는 기본적으로 인구를 고려해 각 주에 대의원을 배분함으로써 전체 대의원 규모를 정하는데 전통적인 지지 지역에는 대의원을 더 많이 할당한다. 올해 민주당의 전체 대의원 수는 4763명, 공화당은 2472명으로 결정됐다.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기 위해서는 민주당은 2382명, 공화당은 1237명 이상 대의원의 지지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대의원 할당 방법은 당과 주에 따라 다르다. 민주당의 경우 모든 주가 득표율에 비례해 후보에게 대의원을 할당하지만 득표율 15%를 넘지 못한 후보는 대의원 확보 자격을 잃는다. 공화당은 주별로 제도가 다르다. 비례제를 택하는 주도 있지만 일부 주는 득표율 1위 후보에게 대의원을 몰아주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거나 혼용하기도 한다. 단 코커스와 프라이머리가 몰려 있는 3월 첫째, 둘째 주에 경선을 치르는 지역은 비례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공화당도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일정 기준 이상의 득표율을 획득해야 대의원 확보 자격을 부여하는 주가 있으며, 기준 득표율은 주마다 다르다. ●슈퍼대의원, 민주당 주류 영향력 강해 코커스나 프라이머리에서 선출된 대의원은 지지하는 후보가 정해져 있기에 ‘선언 대의원’이라고 불린다. 이들과 달리 당연직인 ‘비선언 대의원’ 또는 ‘슈퍼 대의원’은 전당대회 전에 미리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 공화당에서는 전국위원회 위원이 비선언 대의원을 맡으며 민주당에서는 당 지도부, 주지사, 상·하원의원, 전국위 위원 등이 슈퍼 대의원으로 임명된다. 민주당은 공화당에 비해 당연직 대의원 수가 많아 경선에서 당내 주류 세력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2008년 경선 초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버락 오바마 후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슈퍼 대의원을 확보해 오바마가 프라이머리와 코커스에서 선전했음에도 대의원 확보에 고전한 바 있다. 오바마는 경선 후반에 들어서야 충분한 슈퍼 대의원을 확보함으로써 당내지명권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올해도 클린턴은 현재까지 전체 712명의 슈퍼대의원 중 357명의 지지를 확보해 14명의 지지를 얻은 샌더스를 크게 앞서고 있다. 이번에 공화당의 비선언 대의원은 207명이다. ●코커스는 ‘토론장’- 프라이머리는 ‘투표소’ 미국 대선 경선은 코커스와 프라이머리로 나뉜다. 당원대회를 의미하는 코커스는 대부분의 주에서 당원만 참가할 수 있는 폐쇄형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미네소타 등 일부 주에서는 당원이 아니더라도 코커스에 참가해 투표할 수 있는 개방형 코커스를 채택하고 있다. 코커스와 프라이머리는 개방형, 준개방형, 준폐쇄형, 폐쇄형 등 네 가지 형태로 이뤄져 있다. 개방형은 본선에서 투표할 수 있는 유권자라면 당적이나 지지 정당에 상관없이 코커스나 프라이머리에 참가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준개방형은 다른 당에 등록되지 않은 유권자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며 준폐쇄형은 당에 등록돼 있거나 지지 정당이 없다고 선언한 유권자일 경우 참가할 수 있다. 폐쇄형은 당에 등록된 유권자만 참가 가능하다. 코커스는 각 주의 당에서 주관하는 반면 프라이머리는 주 정부가 관리한다. 코커스는 주로 일과가 끝난 저녁에 몇 시간에 걸쳐 이뤄지며 교회, 학교 체육관, 커뮤니티 센터 등에서 개최된다. 코커스에 참가한 유권자들은 후보에 대해 토론을 한 뒤 투표를 한다. 당의 정강, 정책 등을 논의하기도 한다. 투표 방식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서로 다르다. 공화당의 경우 유권자가 비밀투표로 지지 후보에게 표를 던지면, 당의 선거관리위원회는 각 후보의 득표율을 계산한 뒤 비례제 또는 승자독식제로 후보별 대의원 수를 정한다. 민주당은 유권자들이 코커스가 열린 장소에서 지지 후보에 따라 그룹을 이루면, 당의 선관위는 각 후보의 지지자 수를 센 뒤 이에 비례해 군(county) 단위 당대회에 참석할 대의원을 선출한다. 득표율 15%를 넘지 못한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는 다시 지지 후보를 정할 수 있다. 지난 1일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는 마틴 오맬리 후보의 득표율이 15%가 안 되자 클린턴과 샌더스 지지자들이 오맬리 지지자를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려고 설득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후 군 단위 당대회에서는 주 단위 당대회에 참석할 대의원을 뽑고 주 단위 당대회에서 최종적으로 전당대회에 나갈 대의원을 선출한다. 프라이머리는 본선 투표와 비슷하게 운영된다. 유권자는 주정부가 설치한 투표소에 가서 비밀투표로 지지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한다. 투표시간은 주마다 다른 데 보통 오전 6~7시에 시작해서 오후 7~8시에 종료한다. 프라이머리는 주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예산을 지원하기 때문에 많은 주에서 선호한다. 현재 50개 주 중 초반에 경선이 치뤄지는 뉴햄프셔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대의원 수가 많이 배정된 캘리포니아, 뉴욕, 텍사스 등 37개 주는 프라이머리를 채택하고 있다. ●아이오와·뉴햄프셔·슈퍼 화요일을 주목하라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미국 대선 경선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올해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 할당된 대의원 수는 비선언 대의원을 포함해 민주당이 84명, 공화당이 53명으로 전체 대의원의 2%도 안 되는 규모지만 대선에 미치는 파급력은 숫자 그 이상이다. 초반 경선의 결과가 중후반 경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와 같은 정치 신인이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선전하면서 전국적인 스타로 발돋움 했다. 반면 해리 트루먼이나 린던 존슨은 현직 대통령이었지만 두 경선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여 경선을 포기했다. 양당 후보들은 경선 승리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 막대한 시간과 자금을 투자한다. 두 지역민의 환심을 사고자 선심성 공약도 내민다. 다른 주들도 이러한 이점을 누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경선 일자를 앞당기려 했지만 양당의 중앙당과 미국 언론들은 오랜 전통(아이오와는 1976년, 뉴햄프셔는 1952년)을 가진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만 ‘전국 최초’로 인정하고 있다. 이후에 관심이 쏠리는 날은 많은 주가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슈퍼 화요일’이다. 보통 2~3월에 열리는데 올해는 3월 1일에 텍사스주 등 12개 주가 경선을 실시한다. ‘슈퍼 화요일’보다 경선을 치르는 주의 수는 적지만 선출하는 대의원 수는 비슷한 ‘제2차 슈퍼 화요일’(3월 15일)도 많은 사람이 주목한다. 슈퍼 화요일 이전에는 어느 주에서 누가 1등을 했는지가 중요하다면, 슈퍼 화요일에는 어떤 후보가 얼마나 많은 대의원을 확보했는지가 관건이 된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새길·갈림길 앞에선 국책은행 수장들] 권선주 기업은행장 총선 차출되나

    [새길·갈림길 앞에선 국책은행 수장들] 권선주 기업은행장 총선 차출되나

    홍기택 후임에 이덕훈 등 거론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총선 ‘차출설’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이 3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확정되면서 후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은 권 행장의 ‘총선행’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권 행장은 “(저는) 은행 일에 더 적합한 사람”이라며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분위기는 다르다. 금융권 출신이라는 전문성에 ‘최초의 여성 행장’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져 ‘비례대표 후보로 제격’이라는 관전평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여당에 ‘비례대표 당선권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우자’고 제안했다는 얘기도 돈다. 비례대표에 입후보하려면 선거 30일 전(3월 14일)까지 현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권 행장의 임기는 올 연말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권 행장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이 워낙 두터워 정치권이 계속 ‘구애’하면 권 행장이 끝까지 이를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행장과 함께 비례대표설이 돌고 있는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비례 번호표’를 받지 못할 경우 기업은행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정 전 부위원장은 후임 산은 회장 자리에도 이름이 거론된다. 하지만 가능성이 낮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산은 회장에는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이 전 부회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금융인 모임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 때문에 ‘자리’가 생길 때마다 단골로 이름이 거론된다. 청와대 경제수석이 교체될 경우 안종범 수석이 옮겨 갈 것이라는 소문도 여전히 나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큰 이슈 없이 자성·개혁 ‘몸짓’… 갈등 속 남북교류 ‘물꼬’ 성과로

    큰 이슈 없이 자성·개혁 ‘몸짓’… 갈등 속 남북교류 ‘물꼬’ 성과로

    종교계는 이렇다 할 이슈 없이 자성과 개혁에 힘을 쏟은 한 해였다. 종단·교단별로 분규와 갈등이 이어진 가운데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튼 게 성과로 여겨진다. 크고 작은 기념행사가 줄을 이었고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둘러싼 논란과 실천들도 적지 않았다. ●다시 물꼬 튼 남북 교류 한국종교인평화회의와 북한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원 200명이 금강산에서 진행한 ‘민족의 화해와 단결,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모임’이 큰 성과로 꼽힌다. 7대 종단이 2011년 이후 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해 “잦은 교류를 통해 자주적인 통일운동을 추동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남북 종교인들이 국제사회와 연대해 지속적으로 일본에 항의할 것을 다짐해 눈길을 끌었다. 조계종과 천태종은 각각 금강산 신계사와 개성 영통사에서 대규모 법회를 열었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평양에서 열린 ‘평화통일 기원 미사’에 참석했다. 천주교주교회의는 북한에서 조선가톨릭교협회 관계자와 만나 이르면 내년 봄 부활절에 평양 장충성당에 대한 사제 파견을 추진하는 등 북측과 매년 정기적으로 미사 봉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종교의 사회적 역할 관심 고조 경찰 수배를 피해 조계사로 피신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거취를 놓고 종교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정치권과 경찰, 노동계의 대화에 나서 주목받았다. 화쟁위를 중심으로 한 종교계의 노력으로 제2차 민중대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됐고 자승 총무원장의 중재로 한 위원장이 자진 출두했다. 천주교와 개신교계의 사형제 폐지와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도 도드라졌다. 천주교주교회의는 국회의원들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사형제 폐지를 위한 특별법 공동 발의에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 현직 주교 26명 전원과 수도자·평신도 등 8만 5000여명이 참여한 서명도 국회에 전달됐다. 이 노력으로 7대 종단 대표들이 사형제 폐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 해 내내 분규와 갈등 조계종립대학인 동국대의 이사장과 총장 선출을 둘러싼 내홍이 뜨거웠다. 교수회와 학생회 등이 50일 단식농성을 이어 간 끝에 이사회 참석 임원 전원 사퇴로 일단락됐지만 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서의현 전 조계종 총무원장의 사면복권 논란도 뜨거웠다. 호계원이 승적 박탈된 서 전 총무원장에 대한 재심을 열어 ‘공권 정지 3년’으로 징계를 경감하자 불교계가 반발했고 복권 절차는 보류됐다. 총무원장 인선을 놓고 벌인 태고종 내분도 부끄러운 사건이다. 총무원과 비대위가 일으킨 폭력 공방 끝에 총무원장 도산 스님이 구속됐고 불교종단협의회는 태고종의 회원 자격을 정지했다. 개신교에서는 교회, 목회자 세습을 둘러싼 마찰과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자성과 개혁의 몸짓들 조계종은 처음으로 출가자와 재가자가 모여 종단 현안을 진단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를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놨다. 총무원장을 비롯한 종무기관장, 교구본사 주지, 중진 스님, 시민사회 전문가들이 9차례 토론을 벌여 사찰 50여곳의 재정을 일반 신도에게 공개하고, 예산 지출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각 사찰에 전달했다. 개신교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교단 감독회장 선거 파행 역사를 총정리한 백서를 펴내 눈길을 끌었다. 미래목회포럼은 한국 교회에서 제기되는 현안에 대한 모니터링과 연구를 통해 건강한 방향성을 제시해 나가기로 결의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도 ‘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를 출범, ‘목회자 윤리선언문’을 발표했다. ●종단·교단별 기념행사 봇물 개신교계와 성공회는 각각 선교 130주년과 125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미국 장로회 선교사 언더우드와 감리교 선교사 아펜젤러는 한 배를 타고 조선에 들어온 뒤 이해와 협력을 통해 개신교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한 인물이다. 두 사람이 서울 정동에 나란히 세운 대한예수교장로회 새문안교회와 기독교대한감리회 정동제일교회는 선교 130주년을 맞아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성공회는 영국의 존 코프 신부가 한국 초대 주교로 성품돼 선교를 시작한 지 125주년을 맞아 한인 최초의 성공회 사제인 고 김희준 신부의 흉상 제막과 감사성찬례를 열었다. 원불교도 창교 100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사업을 벌이면서 성업 100년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3) 국회 통과 새해 예산안 심층분석

    (3) 국회 통과 새해 예산안 심층분석

    ■ 교육부-고등교육 증액 대학가 ‘프라임’사업에 2012억… 대학 1곳에 300억까지 지원 내년 교육부 예산은 올해보다 2조 4000억원 증가한 55조 7000억원이다. 국정 한국사 교과서 논란으로 여야가 예산을 두고 공방을 벌이면서 ‘보복성 감액’이 있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지만, 단위가 큰 신규 사업들이 정부안대로 통과하거나 국회에서 증액됐다. 전체 예산 가운데 유아 및 초·중등 교육은 올해 대비 1조 8000억원 증가한 41조 4000억원이다. 내국세가 늘면서 함께 늘었다. 전국 시도교육청의 살림에 쓰인다. ●고등교육 올 9조 3000억 책정 고등교육 부분은 3000억원 증가한 9조 3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신규 사업인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육성사업’(PRIME)이 눈에 띈다. 사회 수요에 맞게 학과개편·정원조정을 추진하는 대학을 지원한다. 신규 사업이지만 규모가 2012억원에 이른다. 기존 학과 통폐합, 학부 및 단과대 신설 등으로 학사구조 개편과 정원조정을 선도적으로 진행하는 대학에 최대 300억원까지 지원한다. 지방의 한 국립대 총장은 “현재 정원의 5분의1 이상을 덜어낼 각오를 하고 있다”며 “지방의 대학들이 이 사업 선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교수들은 물론 반대하는 학생들도 많아 대학가가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겪을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2018학년도부터 급격히 줄어들고, 그대로 놔두면 줄도산이 불가피하다”고 사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각종 잡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여야에 걸쳐 형성돼 정부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문사철’(문학·사학·철학)로 대표되는 인문학 진흥과 관련해 주목을 받았던 예산 항목은 ‘인문역량강화사업’(CORE)이다. 정부안은 344억원이었지만, 해당 부서가 발로 뛰면서 국회에서 되레 늘었다. 대학의 인문학 교육과정과 프로그램 등을 평가하고 지원금을 주는 신규 사업이다. 대학별로 특화된 인문학 사업에 대한 계획을 제출하면 이를 평가해 지원금을 준다. 예컨대 경영, 디자인, 정보통신기술(ICT) 등 실용 학문과 인문기반 학문을 합한 인문학 분야의 과정 등을 신규 개설하는 학교에 적게는 5억원, 많게는 대학별로 40억원을 지원한다. 당초 교육부는 이 사업에 2년 동안 2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344억원으로 깎이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부에서 막판까지 사업의 중요성을 여야에 강조하면서 예산이 대폭 늘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영 차관이 국회 등을 밤낮으로 뛰어 예산을 늘리는 데 공을 세웠다”고 귀띔했다. 올해 5월 인천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의 성공 개최에 따라 예산이 증액된 항목도 있다. 해외 교사파견 지원 사업은 지난해 8억원에서 정부안으로 무려 51억원 뛴 59억원으로 책정돼 국회 통과됐다. 내년부터 300명의 예비·현직 교원과 퇴직 교직원을 세계 각지에 파견한다. 1~3년의 장기 파견 교원은 140명, 방학 동안 외국에서 가르치는 단기 파견 교원은 160명 수준이다. 세계시민교육지원은 정부안으로 22억원이 책정됐다가 국회에서 25억원으로 늘었다. 세계교육포럼에서 한국이 주도해 주요 의제로 채택한 ‘세계시민교육’ 추진을 위해 세계시민교육 정책 개발과 교원 연수 등을 진행한다. ●국립대 시설확충도 250억 늘어 신규 사업인 평생교육단과대학 육성은 300억원이 정부안 그대로 편성됐다. 대학의 평생교육원을 활용해 직장에 다시는 성인학습자가 계속해서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전국 46개 국립대 시설확충은 3886억원에서 4134억원으로 250억원가량 늘었다. 노후한 시설 등을 개선하는 것으로 “사실상 매년 늘어나는 사업”이라는 게 교육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학점은행제 정보공시 통합시스템 구축은 관련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예정에 없던 사업비 10억원이 추가됐다. 이 밖에 ▲교육기부활성화 사업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구축(K-MOOC) ▲수학과학교육 내실화는 국회에서 각각 6억원, 5억원, 5억원씩 증액됐다. 한편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LINC)은 내년에도 2240억원, 대학특성화사업(CK)은 2467억원으로 올해와 동일하게 책정됐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미래부-R&D·기초연구 집중 “우리도 달 탐사” 200억… 무인기 등 개발 150억 첫 편성 내년도 미래창조과학부의 예산 규모는 올해보다 791억원 늘어난 14조 4174억원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창조경제와 정보통신기술(ICT), 과학기술 관련 주요 사업 예산 대부분이 정부안대로 인정되거나 추가 증액됐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추가로 증액된 액수는 862억원이다. 이 가운데 연구개발(R&D) 예산 규모는 6조 5571억원으로 올해 6조 5138억원보다 433억원 증가하는 데 그쳐 기대보다 증액분이 크지 않다. 2015년 R&D 예산(6조 5138억원)이 전년(6조 839억원) 대비 7.1%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내년도 R&D 예산은 0.7% 증가에 그쳐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줄어들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 그렇지만, 미래부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12개 사업이 종료되는데 그 규모가 1807억원으로 다소 큰 편이며, 들쭉날쭉한 R&D 사업기간과 회계연도 일치 작업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전체 R&D 예산 증가폭도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정부 전체 R&D 예산은 18조 8900억원으로 지난해 17조 7793억원보다 1조 1107억원(6.2%) 늘어났지만, 내년에는 19조 942억원으로 올해보다 2042억원(1.1%) 늘어나는 데 그쳤을 뿐이다. 미래부 R&D 예산 중 국회 심의 과정에서 눈에 띄게 증액된 부분은 달 탐사와 무인이동체 기술 분야다. 달 탐사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TV토론회에서 “2020년까지 우리 기술로 달에 착륙선을 보내겠다”라고 밝히는 등 대표적 과학분야 대선 공약이다. 지난해 연말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400억원 증액을 요구했으나 쪽지 예산이라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비가 전액 삭감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사업비 ‘0’인 상황에서 올해 해당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은 유사 분야 연구비를 쪼개서 쓰는 등 꼼수 아닌 꼼수로 달 탐사 관련 연구를 했다. 이 때문에 미래부는 대선 공약 실천 차원에서 일단 내년도에 100억원의 예산을 요청했다. 그러나 달 탐사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18년까지로 예정된 1차 사업에 1950억원의 연구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정부안에 300억원이 증액된 400억원을 배정해달라고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하지만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예산소위에서 “달 탐사 사업 때문에 다른 과학 R&D 예산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와 국민들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 없이 달 탐사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된다는 목소리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절충안으로 100억원이 추가 증액된 200억원을 제시해 최종 확정됐다. 이에 대해 미래부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우리나라가 최초로 시도하는 우주탐사를 위해 위성 개발보다는 더 고도화된 핵심기술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국회에서 인정해준 만큼 향후 달 탐사 연구비 확보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무인선박, 무인항공기 등 육·해·공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무인이동체 연구가 해외에서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 미래 수요를 대비하는 데도 예산이 배정됐다. 미래부는 공통핵심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 부분의 신규사업으로 6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90억원이 추가 증액되면서 내년 사업규모가 150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새로운 미래 먹을거리 확보와 창조적 지식 창출, 미래 유망분야의 신산업화를 위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기초 및 원천연구 지원도 확대된다. 특히 일본의 잇따른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과 중국 본토의 첫 노벨과학상 수상이라는 ‘충격’ 때문에 미래부에서 제시한 기초 분야 예산안은 국회에서 삭감 없이 통과됐다. 기초연구 분야에서 신진 및 중견 연구자 등 개인연구 지원은 올해보다 200억원 증가한 6075억원, 집단연구 지원은 올해보다 93억원 증가한 1582억원으로 확정됐다. 원천연구 분야에서는 글로벌 신시장 선점을 위한 바이오, 기후, 나노기술 개발을 위해 올해 3598억원보다 712억원 늘어난 431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 밖에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뇌과학 분야와 바이오·의료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예산도 국회의 요구로 정부안보다 각각 10억원과 20억원이 증가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김진수·방영주·오준호 교수 기자가 선정한 올해의 과학자상 수상

     우리나라 과학 및 의학 기자들이 선정한 올해의 과학자상 수상자로 새 농작물 유전자 교정 기술을 개발한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과 서울대의대 방영주 교수 등 3명이 선정됐다. 한국과학기자협회(회장 심재억·서울신문 부국장)는 김진수 단장·방영주 교수와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를 올해의 과학자상 수상자로 선정·시상한다고 8일 밝혔다. 서울대 화학부 교수인 김 단장은 생명체 DNA의 특정 부위를 자르고 고치는 이른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토대로 세계 최초로 외부 DNA를 안 쓰고 벼나 상추 등 농작물의 유전자를 개량하는데 성공한 공적을 인정받았다. 이 성과는 외부 DNA를 주입하는 ‘유전자 변형 작물’(GMO)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커지는 현 상황에서 식물 자체 유전자만을 고치는 새 품종 개량법을 제시한 것이어서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방영주 교수는 최신 항암제 개발과 임상시험 기반(인프라) 구축 등에 이바지한 공로를, 오준호 교수는 미국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개최한 재난로봇경진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한국 로봇 기술의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널리 알린 공로가 인정돼 수상자로 확정됐다고 과학기자협회는 전했다. 시상식은 10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리는 ‘2015 과학언론인의 밤’ 행사에서 진행된다. 이날 행사에 앞서 오후 3시부터는 올해 국내에 전파돼 초유의 감염사태를 빚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언론 보도를 반성하고 개선점을 찾기 위해 ‘메르스 보도, 반성과 모색’을 주제로 한 ‘빅포럼’(좌장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이 열린다. 김길원(연합뉴스) 기자의 사회로 진행되는 포럼에서는 강대희 서울대 의대 학장의 기조강연에 이어 유현재 서강대 헬스커뮤니케이션센터 교수와 이희영 분당서울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가 메르스 보도에서 불거졌던 각종 문제를 정리하고, 현직 의학 담당 기자들과 보건복지부 관계자, 의학자, 인권변호사 등이 패널로 참여해 질병·재난 보도의 중요 원칙을 논의할 계획이다. 또 미국 사이언스 매거진의 편집자 마틴 엔서링크 기자는 주제발표를 통해 에볼라 등 해외에서 전염병 발생을 보도한 자신의 경험과 해외 사례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과학기자협회는 “재난 수준의 감염질환이 발생했을 때는 특히 국민과 방역 당국의 연결고리인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만큼 언론의 발전을 전제로 한 비판을 경청하고 새로운 보도의 관행을 정립하기 위해 포럼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이날 2015 세계과학기자대회(WCSJ 2015) 조직위원회 해단식도 갖기로 했으며, 유공자에 대한 감사패·공로패 수여식도 함께 진행한다. 또 올해의 과학기자상 등 부문별 수상자도 선정, 이날 함께 시상한다. 각 부문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올해의 과학기자상 대상(과학 부문)=정연욱(KBS) 기자 △올해의 과학기자상 대상(의학 부문)=김길원(연합뉴스) 기자 △송곡과학기자상=박건형(조선일보) 기자 △GSK의학기자상=신익준(PBC)·정명진(파이낸셜뉴스) 기자 △과학행정인상=윤헌주(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정책국장)·강건용(국가과학기술연구회 경영본부장)·연경남(한국과학창의재단 경영기획단장)·김병수(차세대도시농림융합가상사업단 기획협력본부장) △올해의 홍보인상=박병수(한국과학기술연구원 홍보팀장)·황순관(한국원자력연구원 홍보팀장)·이미종(순천향대병원 홍보팀장)·유정식(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홍보마케팅부장)·하승혜(한국노바티스 홍보부장)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상도동 막내 ‘무대’ 손 떨며 오열… 동교동계 한화갑 “참 아쉽다”

    상도동 막내 ‘무대’ 손 떨며 오열… 동교동계 한화갑 “참 아쉽다”

    22일 한국 현대사의 산증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정치인과 각계 인사의 조문 행렬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 김 전 대통령의 측근 그룹인 ‘상도동계’ 인사들은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전·현직 청와대 인사들과 주요 여야 정치인 등 3200여명(오후 10시 30분 현재)이 김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었다. 비보를 접하고 가장 먼저 장례식장으로 달려온 사람은 김 전 대통령과 정치 역정을 함께한 상도동계 인사들이다. 김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마지막 국회의장을 지내고 현재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 전 의장은 오전 2시 30분쯤 처음으로 장례식장을 찾았다. 상도동계 막내였던 김 대표도 이날 일정을 전부 취소하고 날이 밝자마자 빈소를 찾아 오열했다. 손이 떨렸는지 불붙인 향을 바닥에 떨어트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나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라며 “그는 최초의 문민정부를 연 대통령이었고, 대통령 재임 중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위대한 개혁 업적을 만든 불세출의 영웅”이라고 고인을 회고했다. 이들은 뒤이어 장례식장을 찾은 서 최고위원과 함께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등 상주와 마찬가지로 조문객을 맞았다.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출신 박찬종 전 의원은 “직정경행(直情徑行·생각한 것을 꾸밈없이 행동으로 나타냄)의 신념의 지도자, 안식하소서”라고 명복을 빌었다. 상도동계와 정치적 협력 관계이자 영원한 라이벌이었던 ‘동교동계’에서는 한화갑 전 의원이 참석했다. 그는 “오늘같이 사회가 복잡하고 대립하면서 과거 지도자들의 지도력이 필요할 때 이런 분을 잃게 돼 참 아쉽다”고 밝혔다.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을 포함한 다른 동교동계 인사들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23일 함께 조문할 계획이다. 권 고문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은 항상 약속 장소에 15분 먼저 와 계셨다. 집에 온 손님에게는 손수 커피나 차를 끓여 대접했다”고 회고했다. ‘이명박 정부’ 인사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 김효재 전 정무수석, 이동관 전 홍보수석,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친이(친이명박)계’는 이 전 대통령이 오전 11시쯤 장례식장 입구에 도착하자 동행했다. 입을 굳게 다문 채 어두운 표정으로 들어간 이 전 대통령은 빈소에 15분가량 머물렀다. 이 전 대통령은 문상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문재인 대표 등 새정치연합 지도부와 조우했지만 악수만 나눈 뒤 바로 헤어졌다. 문 대표는 빈소를 방문한 뒤 침통한 표정으로 “중·고교 선배이시고 (제가) 동향 후배이기도 해서 여러모로 고인을 떠나보내는 마음이 좀 더 비통하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에 “민주화의 큰 산이었고 문민정부를 통해 민주정부로 가는 길을 연 그의 서거를 애도한다”라는 글을 남겼다. 오후에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조문했다. 김 전 대통령 장의(葬儀) 위원장으로 결정된 황 총리는 방명록에 ‘민주화를 이루시고 국가 개혁을 이끄신 발자취를 우리 모두 기억하겠습니다’라는 글귀를 남기고 20분간 유족과 장례 절차를 상의했다. 청와대에서는 이병기 비서실장과 현기환 정무수석이 빈소를 찾았다. 주요 여야 정치인도 빈소로 몰려들었다. 새누리당에서는 원유철 원내대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인제 최고위원 등이 모습을 보였고 새정치연합에서는 정세균 의원을 시작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전 의원, 안철수 의원, 손학규 전 상임고문 등이 고인을 기렸다. 김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국회에 입성한 손 전 고문은 칩거 중인 전남 강진 토담집에서 서울로 상경해 “현대 민주주의 역사라고 하면 김영삼 정부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으로 생각된다”며 명복을 빌었다. 안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남긴 말씀처럼 통합과 화합을 위한 정치로 국민으로부터 다시 신뢰받는 정치를 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당초 24일 문 대표가 제안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로 했지만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 이후로 미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가 영결식을 26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에서 거행하기로 하면서 국회 본회의도 오전 10시로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본회의는 통상 오후 2시에 열리지만 시간이 겹치면서 여야가 모처럼 의견을 같이한 셈이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주가조작 징후 실시간 포착… “증권범죄 꼭 잡아낸다”

    주가조작 징후 실시간 포착… “증권범죄 꼭 잡아낸다”

    #1. 지난 4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시스템에 이상거래 징후가 포착됐다. 거래소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을 시작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곧 30대 초반의 회계사 A씨를 중심으로 불공정 거래가 일어나고 있음을 발견했다.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 9명이 줄줄이 엮여 나왔다. 이들은 감사를 맡은 회사의 실적 정보를 활용해 주식과 파생상품 거래에 투자해 6개월 만에 7억 6300만원의 수익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대금만 143억 1800만원에 이르렀다. 전문가 집단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공정 거래를 하다 적발된 최초의 사건이다. #2. 최근 한 증권 사이트 운영자 B씨는 거액을 들여 특정종목을 미리 매집한 뒤 자신의 이름값을 믿고 사이트에 가입한 유료회원 수십명에게 해당 종목을 추천하는 문자 메시지를 돌렸다. 한 시간쯤 뒤엔 사이트 무료회원들도 볼 수 있는 게시판에 종목 추천글을 올렸고 이어 포털사이트 주식 게시판에도 같은 글을 옮겼다. 주가가 급등하자 B씨는 곧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고작 하루 만에 B씨는 수백만원을 손에 쥐었다.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10여명의 사이버감시팀 직원들이 뚫어져라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커다란 모니터 6개에 증권 관련 각종 정보가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임무는 어디에선가 보이지 않게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검은손’을 찾아내는 것이다. 인터넷 증권게시판에서 활발히 오가는 얘기, 매수 계좌가 쏠리는 종목들, 전문가 추천 종목의 실시간 시세 정보 등이 쉼 없이 올라왔다. 특정 검색어로 걸러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의 정보도 모니터링됐다. ●추천·매수 급증 종목·SNS 정보 등 모니터링 사이버감시팀은 인터넷 환경에서 날로 진화하는 증권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3년 2월 만들어졌다. 단순 감시뿐만 아니라 증권방송,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한 불공정거래도 들여다본다. 1994년 지금의 시장감시시스템이 도입된 지 20여년 만에 이룬 체계다. 시장감시본부 관계자는 8일 “시장의 매매 트렌드가 바뀌면서 불공정 행태도 그에 따라 변화한다”면서 “새로운 감시기준 개발을 꾸준히 하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가 독자 개발한 시장감시시스템은 2011년 필리핀 등으로 수출도 시작했다. 2000개가 넘는 주식 상장 종목과 각종 파생상품 등을 24명 정도의 감시 인력이 담당한다. 산술적으로 1인당 100여개가 넘는 종목을 하나씩 감시할 수는 없지만 고도화된 시스템이 각 종목의 이상 징후를 감지해내면 담당 직원이 좀 더 면밀히 조사하는 방식이다. 주가 등락이나 거래량 변화 등 기준에 따라 이상 징후가 포착되지만 구체적 기준은 보안사항이다. 악용 우려가 있어서다. 시장감시본부 자체도 국가정보원과 같은 국가보안시설이라 내부 촬영이 철저히 통제된다. 증권범죄는 시대에 따라 양상이 조금씩 달라진다. 최근엔 인터넷의 발달로 SNS, 포털사이트,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이용한 사이버 부정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주로 SNS 단체 채팅 등을 통해 최신 정보를 주고받거나 작전을 짠다. 짧은 시간에 많은 수익을 올리고 빠지거나 동시에 다수 종목을 거래하는 것도 트렌드다. 이런 변화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시장감시위원회가 금융감독원에 통보한 불공정거래 혐의 건수는 전년보다 56건 줄어든 132건이었지만 관련 종목 수는 오히려 33종목 늘어난 289종목이었다. 발행시장에서는 공모 사기, 가장 납입 등 범죄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승범 시장감시제도팀장은 “SNS, 포털사이트 등을 이용한 사이버 부정거래가 급증하고 시세조종뿐만 아니라 종목을 추천한 사람 등이 연관된 형태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매매해도 증거 찾아내 더욱 교묘해진 검은손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조사 기법도 첨단화되고 있다. 지난 8월 삼성테크윈 전직 임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주식 매매에 이용한 사실을 밝히기 위해 자본시장조사단은 디지털포렌식 기법을 처음 도입했다. 이는 컴퓨터나 노트북, 휴대전화 등 각종 디지털 기기에 남아 있는 통화기록, 이메일 기록 등의 데이터를 모두 복구하고 분석해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첨단 조사기법이다. 일종의 ‘디지털 해부’이다. 최근 스타 증권맨들을 줄줄이 무릎 꿇린 것도 바로 이런 최첨단 ‘디지털 해부’ 기법이 있어 가능했다. 지난달 상장사 대표와 짜고 시세조종을 한 뒤 시간 외 대량 주식을 매각하는 등 이른바 ‘블록딜’ 작전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전·현직 증권맨 16명은 증선위 조사 과정에서 불공정 매매뿐만 아니라 금품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황현일 자본시장조사단 사무관(변호사)은 “그동안은 불공정거래 행위가 포착되더라도 범죄 의도를 밝히기 쉽지 않았지만 디지털포렌식 기법을 활용하면 그 흔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불공정 행위 檢 고발 그쳐 제재 실효·권위 떨어져 최근에는 제보를 받고 기획조사를 통해 불공정거래를 적발하는 일도 많다. 앞서 증권 사이트 운영자 B씨도 제보로 적발된 사례다. 신빙성 있는 제보라고 판단한 사이버감시팀은 100만원가량의 사이트 가입비를 지불하면서 범행을 추적했다. 거래소와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온 불공정거래 제보 건수는 41건, 포상금은 2억 526만원이었다. 최대 포상금액은 금감원과 거래소가 각각 20억원이다. 증권범죄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커지면서 감시와 제재도 더욱 강화되고 있지만 이에 비해 증선위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시장조사단에서 불공정 행위를 적발하더라도 검찰 고발을 통해 형사 처벌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다른 조치가 없어 제재의 실효성과 권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형사 처벌 외에도 증선위 차원에서 과징금 등 금전적 행정 제재를 물리고 있다. 고의성이 인정되면 선량한 투자자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청구하기도 한다. ●형사처벌로는 한계… 징벌적 과징금·손배제 필요 올해 7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기존의 증권범죄 유형(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에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추가하고 이 행위에 대해서는 증선위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미공개 정보를 직접 누설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정보를 이용하거나 시장에 영향을 가져온 투자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아닌 행정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주요 불공정 거래 행위와 1차 미공개 정보 습득·유출자에 대해서는 과징금이 아닌 형사 조치만 하도록 돼 있어 한계가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형사 처벌만으로는 증권범죄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며 “징벌적 과징금 등 제재를 추가 도입하고 증권업계 스스로 자율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나는 고척돔 1호 [ ]다

    나는 고척돔 1호 [ ]다

    “플레이볼!” 4일 오후 6시 20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쿠바와의 ‘2015 서울 슈퍼시리즈’ 1차전 선발 투수로 나온 국가대표 김광현(SK)이 구심의 신호와 함께 힘차게 공을 뿌렸다. 김광현의 초구는 국내 첫 돔구장 고척돔의 공식 개장을 알린 역사적인 공이었다. 지난 9월 완공된 고척돔은 이날 프리미어12에 출전하는 한국과 쿠바 대표팀 간의 평가전을 통해 첫 공식 경기를 치렀다. 9월 15일 이벤트 형식으로 여자 국가대표와 서울대가 5이닝 경기를 벌인 적이 있지만 프로 선수가 관중들을 모아 놓고 그라운드 위에 선 건 처음이다. 평일임에도 1만 4039명이 경기장(1만 8076석)을 찾아 국내 최초의 돔구장에서 야구를 즐겼다. 구장 내 온도는 외부(오후 8시 기준 15도)보다 6도나 높은 21도로 측정됐다. 경기 시작 2시간여 전부터 각종 행사가 열려 고척돔의 ‘탄생’을 축하했다. 대표팀과 코칭스태프는 물론 양준혁(은퇴) 등 한국 야구를 빛낸 50여명의 전·현직 스타들이 팬사인회와 핸드프린팅을 펼쳤다. 걸그룹 나인뮤지스와 가수 지헤라는 그라운드에서 공연을 하며 흥을 돋웠다. 이날 시구는 육종암(팔다리 뼈와 근육 등에 생기는 악성종양)을 이겨내고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워 나가고 있는 경남 창원 사파초등학교 6학년 위주빈(12)군이 맡아 눈길을 끌었다. 위군은 2013년 11월 갑작스럽게 육종암을 앓았으나 야구를 하겠다는 의지로 힘겨운 항암 치료를 이겨냈고, 지난해 10월 치료가 끝나자 의료진과 부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 야구공을 잡았다. 한편 KBO는 경기 전 돔구장에서만 필요한 몇 가지 규칙을 미리 정했다. 천장에 맞고 떨어진 타구를 야수가 포구하면 아웃으로 규정했다. 야수가 잡지 못했을 때는 타구가 천장 어디에 맞았는지에 따라 판정이 갈린다. 파울 지역 천장에 부딪혔다면 파울, 내야 페어 지역이었다면 인플레이가 선언된다. 또 외야 페어 지역에 맞은 타구는 홈런으로 인정된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대체로 고척돔의 시설에 만족감을 보였지만 열악한 주차 시설 등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다래(30)씨는 “조명이 밝고 시야 확보가 잘돼 경기를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인근 구일역 출입구 공사가 빨리 끝나야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불편이 해소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고척스카이돔 옆 안양천에 국내 야구사(史)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 야구 기록의 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기록의 거리에는 박찬호, 선동열 등의 핸드프린팅과 한국 프로야구 출범, 부문별 최초 기록 등이 전시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8억원을 투입해 연말까지 준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장형우 기자의 입시 talk] (2) 물수능의 비밀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흘도 남지 않았습니다. 수험생들이 마지막 정리와 컨디션 관리에 몰두하는 시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수능 다음날인 13일 어떤 기사를 쓰게 될지가 궁금합니다. 참고로 지난해 수능 다음날 썼던 기사의 제목은 “‘물수능’ 변별력·사교육비 다 놓쳤다”였습니다. 그 뒤 일주일 동안은 영어와 생명과학Ⅱ의 출제오류 때문에 시끄러웠습니다. 올해도 같은 기사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출제오류만은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제발. 수년째 수능 뒤에는 어김없이 ‘물수능’ 논란이 펼쳐집니다. 대다수 언론은 수능이 너무 쉬워서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서열화할 수 있는 변별력이 약하다는 점을 우려합니다. 지난해 영어 영역에서 만점자가 응시자의 4%가 넘는 바람에 실수로 1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내려갔던 상황을 보면 타당한 이야기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 수능이나 모의평가에 출제되는 문제가 쉬운 걸까요. 아니요. 어렵습니다. 수능 당일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 시험이 시작되면 교육부 기자실에는 수험생들이 풀고 있는 시험지가 배포됩니다. 지난해에도 몇몇 기자들이 ‘왕년의 실력’을 발휘해 풀어보려 했지만 어려워서 이내 포기했습니다. 처음에는 ‘기자들이 공부한 지 오래돼서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현직 교사에게 물어봤습니다. 교사들은 모두 “문제 자체는 어렵다”고 했지만, “70% 이상이 EBS 수능 교재에서 나오기 때문에 학생들은 쉽게 푼다”고 답했습니다. 실제 수능에서 지문, 선택지까지 똑같이 나오니까 고3 학생들은 현재 EBS 교재 외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100점 만점에 최소 70점까지는 암기력 테스트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다 보니 1993년 처음 수능이 치러졌을 당시의 “학력고사식 암기 위주의 학습에서 탈피하고, 대학에서 수학(修學)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자를 선발한다”는 취지는 무색해졌습니다. 그러면 교육 당국은 왜 도입 취지마저 훼손해 가면서 수능을 쉽게 내려고 하는 걸까요. 답은 ‘사교육비’입니다. 수능이 어려우면 국가가 사교육을 조장하는 꼴이 되고, 결국 집권 세력의 인기가 떨어집니다. 물론 ‘IMF 사태’로 불리는 1997년 말 외환위기의 영향이 지배적이었지만, 그해 12월 이뤄진 정부수립 이후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와 역대 최고의 ‘불수능’(어려운 수능)이었던 그해 시험의 영향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쨌든 쉬워진 수능에 골치가 아픈 곳은 대학입니다. 수능으로 지원자 변별이 쉽지 않은 대학은 우수 학생을 뽑기 위해 대학별고사(논술고사)를 치러왔습니다. 그런데 교육 당국은 이마저도 사교육을 부추긴다며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지원사업’ 등의 각종 대학 지원사업을 무기로 대학별고사 축소, 또는 폐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대신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위주의 전형(종합·교과)을 확대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어떤 고교인지도 보지도 않고 무조건 내신성적이 좋은 학생만을 뽑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과학고, 외국어고, 자사고 등 고교 입시 경쟁이 치열해집니다. 또 고교 내신 경쟁에도 사교육비가 들어갑니다. 뿐만 아니라 학생부 비교과 활동 관리에는 물량(사교육비)전과 함께 학부모의 정보전도 치열하게 벌어집니다. 어른들이 “학력고사가 좋았다”고 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zangzak@seoul.co.kr
  • “대내외 신뢰 회복하고 신경영 펼칠 것”

    “대내외 신뢰 회복하고 신경영 펼칠 것”

    백복인(50) KT&G 신임 사장은 7일 “대내외 신뢰를 회복하고 신경영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백 사장은 이날 대전 KT&G 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앞으로 3년간 KT&G를 이끌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다. 백 사장은 취임사에서 “지속 성장을 향한 ‘새로운 KT&G’를 만들기 위해 신경영을 펼칠 것”이라고 선언하고 투명·윤리, 소통·공감, 자율·성과 등을 3대 경영 어젠다로 제시했다. 그는 “투명·윤리 경영은 회사 생존과 지속 성장에 필수적”이라며 “윤리경영 담당 조직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과거 부조리와 적폐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KT&G 기업문화를 재구축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와 전·현직 임직원으로 구성된 ‘상상실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임 사장 비리 의혹 등과 관련해 회사가 최근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것 등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백 사장은 앞으로의 경영 방침에 대해 “국내 담배사업은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하고 해외 담배사업은 신흥 거대시장을 집중적으로 개척해 성장세를 이어 가겠다”고 제시했다. 아프리카와 동남아 시장 개척에 주력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그는 “KT&G가 중대 변혁기를 맞고 있다”며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국내 시장을 굳건히 지켜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G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 공채 출신으로서 첫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백 사장은 1993년 입사 이후 23년 동안 전략과 마케팅, 글로벌, 생산·연구개발(R&D) 자리를 거쳤다. 2011년 마케팅본부장 재임 때는 KT&G 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58%대에서 62%로 끌어올렸고 담배업계 최초로 ‘품질 실명제’를 도입했다. 경북 경주고와 영남대를 나왔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스타뷰] ‘창단 20주년’ 민간 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상임 안무가 제임스 전

    [스타뷰] ‘창단 20주년’ 민간 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상임 안무가 제임스 전

    “많은 분들이 서울발레시어터가 창단 20주년을 맞은 건 기적이라고 합니다. 창단 멤버, 전·현직 단원들, 사무실 직원들, 서울발레시어터를 아끼는 모든 분들이 힘을 합쳤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관객 분들께서 저희의 순수성과 열정을 믿어주셨습니다.” 순수 민간 발레단체 서울발레시어터(SBT)가 스무 살 성년이 됐다. SBT를 창단한 상임안무가 제임스 전(56)의 감회는 남달랐다. 순수 예술로 40여명의 직원을 20년간 건사하며 SBT를 국내 대표 발레단 반열에 올려놓은 건 기적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도 “정말 다행스러운 건 아내와 제가 단원들을 버리고 야반도주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발레단 운영이 얼마나 고통스러웠고, 힘겨웠는지 익히 짐작된다. 그의 부인은 창단 멤버이자 현재 SBT를 이끌고 있는 김인희(52) 단장이다. ●“야반도주 안 한 게 다행… 우리만의 작품 만들고 싶어” 제임스 전 부부는 1995년 2월 SBT를 창단했다. 두 사람이 유니버설발레단에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이적한 다음해다. “1994년 11월 유니버설발레단과 국립발레단 지인들과 저녁을 먹을 때였어요. ‘우리도 해외 라이선스가 아니라 우리의 작품을 만들어 무대에 올리고 해외에도 수출하자, 발레 대중화도 이끌어보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게 계기가 됐습니다.” 단체 운영 경험도 없었고 자금도 넉넉하지 않았다. 오로지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여러 번 고비가 찾아왔다. 첫 고비는 창단 3년째인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 닥쳤다. SBT에서 운영하는 발레 학원 수입으로 발레단을 빠듯하게 꾸렸는데 IMF 한파가 몰아치면서 학생들이 대거 그만뒀다. 제임스 전 부부는 살던 아파트를 팔아 발레단 명맥을 힘겹게 이어갔다. 부부는 집값이 싼 곳을 찾아 월세를 전전했다. 2001년 9·11 테러가 터졌을 땐 6개월 문을 닫았다. 당시 ‘창고’라는 대형 기획 공연을 야심차게 만들었는데 테러 여파로 위기감을 느낀 기업들이 문화접대비 지갑을 꽁꽁 닫으면서 기업들이 티켓을 전혀 구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2002년 2월 현재 SBT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과천에서 다시 시작했다. 이후에도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세월호 참사’,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험로를 넘어야 했다. “아무런 지원도 받지 않고 발레단을 운영한다는 건 솔직히 모험에 가까워요. 저희 부부는 발레단을 창단할 때 아이를 갖는 걸 단념했어요. 대신 발레단 단원들을 자식으로 품었습니다. 발레단을 운영하면서 아이를 갖는 건 욕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있으면 잘 키우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발레단만 신경 쓸 수도 없죠. 그 욕심을 버렸기에 발레단에 모든 것을 던질 수 있었습니다.” 창단 20주년 기념작으로 ‘BEING’(현존)을 택했다. 다음달 22~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제임스 전은 1995년 창단하던 그해 현존1, 1996년 현존2, 1998년 현존3을 무대에 올렸다. 현존1은 랩, 현존2는 록, 현존3은 미래적인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무용에 록, 뮤지컬 등 여러 장르의 공연을 가미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다들 깜짝 놀랐다. 이번 공연에선 현존1~3을 1시간 10분 분량으로 압축해서 하이라이트만 무대에 올린다. “현존을 통해 저희의 영혼은 아직 젊고 여전히 도전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저와 아내도 무대에 오릅니다. 어떤 장면에서 등장할지는 비밀입니다.” 제임스 전은 열두 살 때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민을 갔다. 회계사가 되려고 공부하다 늦은 나이에 발레를 시작했다. 대학 2학년 때 취미로 연극을 배웠는데 지도 교수가 연극을 하려면 무용을 잘해야 된다고 했다. “재즈, 현대무용 등 여러 춤을 접했는데 저랑 안 맞았어요. 고전음악에 맞춰 부드럽게 움직이는 발레를 본 순간 ‘저거다’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샌프란시스코발레단원이었던 지도 선생님께서 ‘너는 재주도 있고 음악성도 풍부하다’며 발레를 적극 권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발레에 푹 빠져 버렸죠.” ●작품·안무 첫 수출… 새달 기념작 ‘BEING’ 무대 올라 1983년 뉴욕 줄리아드 예술대학에 입학했다. “뉴욕의 유명학원 선생님께서 발레를 배우러 오라고 해서 뉴욕으로 갔습니다. 아르바이트해서 모아뒀던 2000달러만 달랑 들고 갔죠. 이를 악물고 버텼어요. 소규모의 한 아파트에서 서너 명이 같이 살고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생활비를 충당했어요. 줄리아드 예술대학 오디션에 합격했는데 등록금이 없어 대출도 받고…. 진짜 힘들었죠.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해요.” 졸업 후 플로리다발레단에 입단했다. 1987년 유니버설발레단의 객원무용수로 초청받아 한국을 찾았다. 운명의 여인을 만났다. “당시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이 미국인이었는데 그분이 미국에서 제가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한국에 와서 발레를 좀 해달라고 제안했습니다. 한국에 1년쯤 있다가 미국으로 가려 했는데 지금의 아내를 만나 새 삶을 살게 됐습니다.” 제임스 전은 1989년 결혼 뒤 부인과 함께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활동했다. SBT는 그동안 102개의 작품을 만들어 980회 이상 공연했다. 제임스 전은 그중 90여개의 작품을 창작했다. 1998년 무용예술사 선정 ‘올해의 안무가상’을, 2004년 ‘백설공주’로 ‘무용예술상 작품상’을, 2005년 ‘올해의 예술상 무용부문-은상’ 등을 받으며 국내 대표 안무가로 입지를 굳혔다. 2001년부터는 국내 최초로 해외에 작품과 안무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한국체육대학 생활무용학과 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잘하던 학생이 요가 전향 안타까워… 4대 보험 들어 보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은 고전 발레를 중시합니다. 저희는 고전발레단이 아닙니다. 늘 혁신합니다. 새로운 ‘우리 것’을 만들죠. 이게 저희 발레단의 자부심입니다. 대중적으로 봤을 땐 많은 분들이 현존을 최고 작품이라고 하는데 제가 최고라고 여기는 작품은 없습니다. 모든 작품이 그때그때 하나의 의미가 있고 추억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는 “살면서 보고 느낀 것을 토대로 작품을 만든다”고 했다. “고등학생 땐 록과 춤에 빠졌었어요. 뉴욕에서 공부할 땐 음악, 미술, 패션 등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어울렸고, 유럽 발레단 단원으로 활동할 땐 유럽 문화를 접했습니다. 영감은 없습니다. 살아온 삶에서 작품이 나옵니다.” 국내 발레단체 중 현재 4대 보험(국민연금보험, 고용보험, 국민건강보험, 산재보험)에 가입된 곳은 SBT를 비롯해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 등 4곳뿐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안타까움을 많이 느껴요. 학생들 중에는 중도에 포기하거나 졸업 뒤 꿈을 접는 애들이 많아요. 잘하는 학생들도 요가, 필라테스, 공연기획 등으로 진로를 바꿔요. 춤을 추고 싶은데 직업적으로 춤을 출 곳이 지극히 적기 때문이죠. SBT처럼 단원들 4대 보험을 들어주는 직업단체들이 전국에 퍼져야 합니다. 그래야 젊은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고, 훌륭한 안무가, 예술감독, 무용수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日, 中 관용으로 국제사회 복귀”… 한국 식민 지배는 언급 안 해

    “日, 中 관용으로 국제사회 복귀”… 한국 식민 지배는 언급 안 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14일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는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구체적인 사죄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포괄적인 반성과 사과를 거론하면서 오히려 일본의 향후 입장과 자세에 초점을 맞췄다. 담화에는 과거 전쟁에 대한 일본의 행동을 반성하면서 ‘무라야마의 50주년 담화’의 주요 키워드인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를 포괄적으로 다 담았지만 아베 총리 자신의 입으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직접 사과하지는 않았다. 무라야마 담화 및 ‘고이즈미의 60주년 담화’가 일본의 책임을 밝히면서 분명한 사죄의 뜻을 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무라야마 담화, 고이즈미 담화는 현직 총리의 입을 통해 당시 시점에서 일본 정부가 가해 행위를 명확하게 밝히고 사죄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았었다. 가해 원인이 침략과 식민지 지배였다기보다는 “당시 국제 정세와 상황에 따라 피할 수 없었던 전쟁”이었다는 점을 은연중에 강조하면서 일본의 책임과 죄과를 줄이려 한 시도도 엿보인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발표한 각각의 담화에서는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이 아시아 국민의 고통을 가져온 원인”이었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과 비교할 때 크게 후퇴한 것이다. 또 중국에 대한 침략 행위 등에 대해선 만주사변 이후 일본이 잘못된 길을 가게 됐다며 보다 구체화한 반면 한국을 지칭하는 식민지 지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아베 총리는 또 일본의 국제사회로의 복귀는 전쟁 고통을 당한 중국 등의 관용으로 가능해졌음을 적시하는 등 중국에 대한 배려와 구애의 신호를 숨기지 않았다. 담화에서 식민 지배와 침략이 거론됐지만 이를 일본의 행동으로 명시한 대목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조선 합병의 발판이 된 러·일전쟁을 미화하기까지 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입헌정치를 세우고 독립을 지켜냈다”며 “일·러전쟁은 식민지 지배하에 있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인들에게 용기를 줬다”고 치켜세웠다. 아베 총리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셀 수 없는 고통과 손해를 끼쳤다”면서 과거 전쟁에 대해 사과했다. “셀 수 없는 많은 젊은이들이 일본과 싸우느라 목숨을 잃었고, 중국, 동남아 등이 전쟁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앞선 대전(大戰)에서의 행위에 관해 반복해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해 왔다”고 과거형으로만 반성과 사죄를 언급했다. 무엇에 관한 반성과 사죄인지도 모르게 모호하게 표현했고, 현 총리로서 자신의 입장이 무엇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식민지 지배에 대한 두루뭉술한 원론적 입장만 있었을 뿐이다. 아베 총리는 역대 내각의 과거 인식을 계승한다고 했지만 역시 포괄적인 표현에 그쳤다. 아베 총리는 “일본이 반복적으로 사과를 표명해 왔다”면서 “그 마음을 실제 행동으로 표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포함한 동남아 국가들과 대만, 한국, 중국 등 이웃의 아시아인들이 걸어온 고난의 역사를 마음에 새기고 전후 일관되게 그 평화와 번영을 위해 힘을 다해 왔다”고 말했다. 오쿠노조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당초 침략과 식민 지배 및 이에 대한 사죄 단어를 담기 거부했던 아베 총리가 중국, 미국 등의 압력과 연립여당 공명당의 압박 속에서 절충안을 선택한 것”이라면서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평가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단독] 전·현직 미국 대사들이 들려주는 외교 현장의 경험

    [단독] 전·현직 미국 대사들이 들려주는 외교 현장의 경험

    전·현직 주한 미국 대사가 외교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 2학기에 국내 대학의 같은 강단에 나란히 서게 된다. 하나의 대학 강의에 전·현직 미국 대사가 함께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한국외국어대 LD(Language·Diplomacy)학부는 캐슬린 스티븐스(왼쪽·63) 전 대사가 개설하는 강의에 마크 리퍼트(오른쪽·42) 현 대사가 초청 형태로 참여한다고 2일 밝혔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2학기부터 한국외대에 석좌교수로 공식 초빙됐다. 이상환 LD학부장은 “스티븐스 전 대사는 정규과목인 ‘외교·통상의 이해’(가칭)와 특강과목인 ‘스티븐스 렉처 시리즈’ 등 2개 과목을 개설한다”면서 “이 가운데 ‘스티븐스 렉처 시리즈’에 리퍼트 대사가 강사로 나선다”고 말했다. ‘스티븐스 렉처 시리즈’는 8회에 걸쳐 진행되는 특강으로, 절반인 4회를 스티븐스 전 대사가 담당하고 나머지 강의 중 2회 정도를 리퍼트 대사가 맡을 예정이다. 한·미 외교를 중심으로 한 생생한 경험과 사례를 전달하는 강의인 만큼 나머지 시간에는 전·현직 주미 한국대사가 참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LD학부와 LT(Language·Trade)학부 학생만 들을 수 있는 ‘외교·통상의 이해’ 수업과 달리 ‘스티븐스 렉처 시리즈’는 한국외대의 다른 학과 학생들에게도 공개된다. 수강인원이 50명 이내로 정해진 가운데 학생들의 수강신청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여 학교 측은 직전 학기 성적 등을 따져 수강생을 선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LD학부장은 “특강이기 때문에 강의를 듣는 학생에게는 학점 대신 수료증이 주어진다”고 말했다. 2008년 9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3년여 동안 재임했던 스티븐스 전 대사는 첫 한국 주재 여성 미국대사다. 한국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최초의 미국 대사로도 화제가 됐으며 ‘심은경’이라는 한국 이름도 있다. 1970년대 평화봉사단원으로 충남 예산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성 김 대사에 이어 지난해 10월 부임한 리퍼트 대사도 올 1월 태어난 아들에게 ‘세준’이라는 한글 이름을 지어 줬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도 유명하다. LD학부와 LT학부는 각각 2014학년도와 2015학년도에 신입생을 뽑은 신설 학과로, 한국외대가 역점을 두어 육성하고 있는 특성화 학과다. 두 학부 모두 입학생 전원에게 4년 장학금을 주는 혜택으로 화제가 됐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열린세상] 수입사절단과 태국에 가 보니/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열린세상] 수입사절단과 태국에 가 보니/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지난주 한국수입협회가 태국 방콕을 방문할 때 강연자 역할로 같이 갈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를 가까이서 볼 기회가 생겼다. 태국 총리는 수입협회 사절단 200여명을 태국 방콕의 총리 영빈관에 초청해 환영 리셉션을 열었다. 한국수입협회가 다루는 품목은 원유·철강 등 원자재와 자본재가 90%에 이른다. 옛날에는 수출하는 사람은 애국자, 수입하는 사람은 매국노라는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가 흔히 수입품이라고 생각하는 자동차·핸드백 등 소비재는 우리나라의 전체 수입품 가운데 10%밖에 안 된다. 원자재 등 수입을 잘해야 수출을 잘할 수 있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태국 총리는 “한국과 태국의 동반성장을 위해 수입·수출량이 동일한 수준으로 오를 수 있도록 한국 기업인들이 노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국수입협회 ‘CEO 합창단’은 태국 총리에게 ‘아리랑’과 태국의 전통 민요인 ‘응암 생 두언’ 2곡의 노래를 선물하기도 했다. 태국 총리는 흥미로운 인물이다. 육군 사령관 출신인 쁘라윳 총리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자 지난해 5월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 전 총리 정부를 무너뜨리고 집권했다.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현 정부는 친탁신 정권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국가 개혁의 기치 아래 정치 제도를 바꾸는 중이다. 태국 최초의 여성 총리였던 잉락 전 총리는 지난해 군부 쿠데타 직전 고위 공직자의 인사와 관련한 권력 남용 혐의로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임됐다. 집권 후에 태국 총리는 국민 화합을 위해 탁신 전 총리와 정치 협상을 하라는 제안을 거부하기도 했다. 국외 도피 중임에도 태국 정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탁신 전 총리와 정치 협상을 하고, 정치범 사면을 통해 국민 화합을 도모하라는 정치권 일각의 지적에 대해 “현직 총리가 범법자와 협상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탁신 전 총리는 2008년 부정부패로 2년형을 선고받았으며, 실형을 살지 않기 위해 국외에 도피해 있다.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태국 총리는 언론이 내각의 불협화음을 보도하자 “기자들을 사형시킬 수도 있다”고 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반대파들이 자신의 국가 개혁 구상에 대해 비난을 계속하면 민정 이양을 늦추고 자신이 더 오래 집권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쁘라윳 총리는 지난해 5월 쿠데타를 일으키고 나서 올 10월쯤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으나 총선 및 민정 이양 시기가 내년 초로 연기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권력’을 흔히 ‘이권을 나눠 주는 힘’이라고 표현한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이 이런 말을 했다. “세상을 종으로 나누면 백제인, 고구려인, 신라인. 신라 안에서는 공주님을 따르는 자, 이 미실을 따르는 자. 하지만 세상을 횡으로 나누면 딱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 미국의 냉혹한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는 권력에 대해 이런 대사가 나온다. “권력 게임에서는 딱 한 가지 룰밖에 없다. 사냥을 하거나, 사냥을 당하거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만든 이 드라마는 온갖 권모술수와 부정, 조작이 난무하는 잔혹한 정치판에서 ‘사냥하느냐, 사냥당하느냐’의 치열한 권력 다툼을 현실감 있게 그려 낸다. 정치는 세력 관계에 기반을 둔 말의 힘에 기댄다. 권력을 통해 선한 의도의 이권을 나눠 줄 수도 있고, 이권을 챙길 수도 있다. 그래서 나온 말이 “권력은 측근이 원수고, 재벌은 자식이 원수다”라는 말이다. 권력 주변의 측근들이 비리를 저질러서 문제가 되고, 재벌가의 철없는 자녀들이 사고를 쳐서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만들 때마다 나오는 말이다. 권력은 ‘권불십년’이라고 해서 10년을 가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권력은 목조건물이고, 재벌은 석조건물이라는 말도 나온다. 권력의 원래 뜻은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 특히 국가나 정부가 국민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강제력’이다. 하지만 ‘이권’을 나눠 줄 수 있는 힘이 될 때 권력의 남용은 더 무서워진다. 한동안 불안정했던 태국을 방문하면서 생각하게 된 ‘권력의 힘’이었다.
  • 우리나라 최초 교정사회복지사 탄생

    우리나라 최초 교정사회복지사 탄생

    최근에 법무부와 사회일각에서 ‘교정 사회복지사’ 제도를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교정의 필요성은 범죄인과 비행청소년 및 사회부적응자 등 생존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이 사회생활에 적응하여 건전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도록 하는데 있다. 이를 위하여 그들을 사회복지적인 접근방법으로 교정하고 회복시키는 각종프로그램을 통하여 재범 방지는 물론 그들이 사회생활에 적응하여 건전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도록 도와주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교정사회복지학과는 이들 범죄인과 비행청소년 및 사회부적응자에 대한 ‘교정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과정인 것이다. 지금까지의 사회복지 현장을 살펴보면 교정사회복지가 사회복지의 영역 중 상당히 필요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실천적 접근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교정사회복지는 전문적인 기술로 특성화된 인재가 필요한 분야임이 분명하다. 이에 2014년 국내 최초로 열린사이버대학교 교정사회복지학과가 개설되어,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전문지식과 자격을 갖춘 첫 번째 졸업생의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다. 2016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는 예비 ‘교정사회복지사’를 만나보았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열린사이버대학교 교정사회복지학과 4학년 김규범입니다. 2014년 교정사회복지학과가 신설될 때 학사편입 하였고, 현재 인천구치소에서 교도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Q. 교정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시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A.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범죄인입니다. 현장에서 수용관리를 하며 상담을 하다보면 안타까운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고 정말 처우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만나게 됩니다. 그 동안의 근무경력과 노하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생활해왔는지, 어떤 공통점이나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알고 체계적으로 접근한다면 좀 더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 문제점을 파악하고 재범을 방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Q. 학교생활에 관해 설명해주십시오 A. 수업은 100% 온라인으로 진행됩니다.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재학 중 취득할 수 있는 인성교육지도사, 교정상담사, 드라마테라피전문가, 분노조절지도사, 사회복지사2급 등의 자격증에 필요한 과목과 교정사회복지사 취득을 위한 필수과목을 적절히 분배해서 학습하고 있습니다. 저도 사이버대학이라고 하면 온라인 수업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입학 후 OT, MT, 번개모임까지 학우간의 커뮤니티가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는걸 보고 솔직히 좀 놀라기도 했습니다. SNS를 통한 학우간의 소통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Q. 교정사회복지학과 입학 전과 후를 비교한다면? A. 학교생활을 통해 많은 인맥이 생겨났습니다. 저처럼 현직교도관으로 근무하고 계신 분들도 많이 있지만, 교정전문가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계신 다른 직업군의 학우님들도 만나게 되어 폭넓은 주제를 가지고 얘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적용해보고 있습니다. 어떠한 문제점으로 인해 그들이 범죄인이 되었는지, 대부분의 범죄인들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학교에서 배운 대로 그들에게 적용해보고 상담을 진행합니다. 분노조절 등 다양한 기법을 이용하기도 하구요. 얼마 전 소년수용자들과 상담을 마치고 난 후 그들이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다른 교도관님들처럼 무섭게 하지도 않으시고, 우리 얘길 잘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범죄자인데도 항상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꼭 놀이공원 안전요원 같으세요!” 라고요. Q. 국내최초 ‘교정사회복지사’로서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우선 열린사이버대학교 교정사회복지학과 첫 번째 졸업생인 만큼 후배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취득한 자격증으로 보람 있는 일들을 많이 하고, 사회복지의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아 범죄로부터 안전하고 밝은 사회가 만들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열린사이버대학 교정사회복지학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앞서가는 교정사회복지학과로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마음가짐으로 교정현장에 정통한 실천가를 양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한국인 첫 ‘세계 해양 대통령’ 탄생

    한국인 첫 ‘세계 해양 대통령’ 탄생

    ‘세계 해양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선거에서 한국인 최초로 임기택(59)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이로써 유엔 국제기구를 이끄는 현직 한국인 수장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두 명이 됐다. 해양수산부는 30일 영국 런던 IMO 본부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임 당선자가 유럽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던 덴마크 후보를 26대14로 크게 누르고 당선됐다고 밝혔다. 사무총장 선거에는 한국, 덴마크, 필리핀, 케냐, 러시아, 키프로스 등 6개국의 후보가 출마했다. 임 당선자는 투표가 계속될수록 지지표를 늘리며 마지막 5차 투표에서 사실상 몰표를 받아 최종 당선됐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열린세상] 국가원로자문회의를 아시나요/김명식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부교수

    [열린세상] 국가원로자문회의를 아시나요/김명식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부교수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공무원연금, 북핵 문제와 한·일 관계 등 산적한 현안으로 나라가 어수선한 이때 국정에 도움을 줄 스승과 같은 원로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원로를 국어사전에서는 나이나 벼슬, 덕망이 높은 벼슬아치나 한 가지 일에 오래 종사해 경험과 공로가 많은 사람이라고 풀이한다.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원로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경륜을 국정에 반영할 통로가 잘 작동되지 않는 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국정에 원로들의 조언을 듣는 제도는 박정희 정부 때 처음 도입됐다. 1963년 12월 17일 제정된 ‘정치자문회의 설치법’과 1970년 4월 3일 제정된 ‘통일고문회의 규정’이 대표적이다. 전자의 경우 1980년 12월 17일 폐지될 때까지 전직 대통령 또는 부통령, 국무총리 또는 내각수반, 국회의장, 대법원장, 기타 정계의 중진으로 구성해 주요 국가 정책에 관해 대통령의 자문에 응했다. 정치자문회의는 국정자문회의로 이름이 바뀌어 1980년 10월 27일 제5공화국 헌법(9호) 제66조에 규정됐다. 1980년 12월 18일 제정된 ‘국정자문회의법’은 1988년 2월 25일 폐지될 때까지 3부 요인을 비롯한 각계 원로가 망라됐다. 국정자문회의는 다시 국가원로자문회의로 이름만 고쳐 내용은 거의 동일하게 제6공화국 헌법(10호) 제90조에 반영돼 지금까지 존속되고 있다. 그러나 노태우 정부 출범과 함께 제정된 ‘국가원로자문회의법’은 시행 후 회의 한번 열지 못하고 1년여 만에 폐지됐다. 그 이유는 정치자문회의나 국정자문회의 때와 달리 헌법 규정에 따라 의장이 전두환 직전 대통령이 되다 보니 사무처의 총장을 장관급으로, 차장을 1급으로, 비서실장을 차관급으로 하는 등 보좌 조직을 지나치게 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록 간접선거로 선출됐으나 헌정 질서의 중단 없이 최초로 임기를 마친 대통령이라는 긍정 평가에도 불구하고 퇴임 후 ‘상왕’ 역할을 시도한 것으로 인식돼 법률마저 폐지되고 만 것이다. 그렇지만 ‘국가원로자문회의’는 여전히 현행 헌법상 유효한 공식 기구다. 법률이 폐지됨으로써 1989년 이후 역대 정부는 다른 방법으로 원로들을 활용해 왔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는 2009년 5월 28일 대통령령으로 ‘국민원로회의 규정’을 제정해 국민 원로를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국민의 신망이 두터운 사람’으로 정의하고 회의를 수시로 소집해 국정 전반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당시 국민원로회의의 사무 기능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미래기획위원회 실무추진단이 담당했다.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5개 자문회의 중 국가안전보장회의(91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92조), 국민경제자문회의(93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127조)는 관련 법률에 따라 정상 운영되고 있다. 이들 자문기구를 ‘위원회’로 표현하지 않고 ‘회의’로 한 이유는 현직 대통령이 의장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하면서 참석 위원들로부터 조언과 건의를 ‘직접’ 들어 의사 결정에 참고하라는 의미다. 이 점에서 논의된 내용과 결과를 ‘간접’ 보고받는 대부분의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와 다르다. 또 유의할 사실은 헌법 제90조부터 제93조까지의 자문회의 규정은 제2장(정부) 제2절(행정부) 제2관(국무회의)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헌법상 국정의 최고 심의기구인 국무회의를 대통령이 주재하는 데 경륜과 전문성이 풍부한 사람들로부터 미리 도움을 받아 국무회의에서 심의·결정하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제는 국가원로자문회의도 헌법 취지에 맞게 구성·운영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 물론 종전처럼 사무처를 크게 따로 둘 필요 없이 기존의 청와대 참모 조직이 맡으면 된다. 헌법상 직전 대통령이 맡는 의장 규정이 부담스러우면 의장이 지명한 수석부의장이 대행하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처럼 운영해도 된다. 인생이 점이 아닌 선으로 연결된 것처럼 국가 또한 과거 역사와 단절할 수는 없다. 우리 후손들에게 행복하고 안정된 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역대 정부의 공과를 포용하며 국가 원로들의 진정성 있는 의견을 적극 경청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 [오늘의 눈] 그럼에도 검찰을 믿어 보자/박성국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그럼에도 검찰을 믿어 보자/박성국 사회부 기자

    “출입처에 동화되지 말라.” 기자 생활을 하면서 귀에 딱지가 앉게 들은 말이다. 특히 검찰을 출입하게 되면서 이 당연한 잔소리의 빈도도 높아졌다. 검찰의 잘못된 행태와 문화를 지적하는 기사를 쓰려고 노력했고, 이 때문에 “왜 우리에게 불리한 기사를 쓰느냐”고 따지는 검찰 간부와 언쟁을 벌인 적도 있지만 이번만큼은 검찰을 믿어 보고 싶다. 세간의 이목이 쏠린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 대한 이야기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을 앞두고 남긴 메모와 언론 인터뷰로 검찰 수사에 오른 정치권 인사 8명은 폭로 당시를 기준으로 현직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 국회의원 1명, 광역자치단체장 3명 그리고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 2명이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만 구체적인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을 뿐 나머지 7명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또는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야당은 8명 모두 현 정부의 실세라는 점에서 사건을 ‘박근혜 게이트’로 규정하고 검찰이 아닌 특검에 수사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여당까지 특검 수사를 수용할 뜻을 보였다. 하지만 여야는 서로 다른 특검의 형태를 요구하고 있다. 야당은 특별법을 통한 특검 수사를, 여당은 상설특검을 활용한 수사를 원하는 것이다. 정치권의 특검 공방을 바라보는 검찰 분위기는 엇갈렸다. “제발 특검이 가져가 달라”, “가져가서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 등의 반응이 나왔다. 전자는 정치권 수사는 어떤 결론을 내놓든지 ‘정치 검찰의 정치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경험칙에서 나온 반응이다. 반면 후자에선 ‘수사 전문가는 역시 검찰’이라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역대 특검은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무용론’(無用論)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곤 했다. 대부분 의혹의 실체를 밝혀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상설특검은 파견 검사 최대 5명, 파견 공무원 30명 이내, 수사 기간은 최장 90일로 제한된다. 이번 의혹을 파헤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팀은 이미 검사만 13명이 투입됐고, 수사관 20여명이 달라붙었다. 아무 때고 수사 인력의 추가 지원이 가능하다. 수사 기간 제한도 없다. 전문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특검 수사에 견줄 바가 아니다. 특별법에 따른 특검 또한 장점보다는 한계가 크다는 게 과거 특검 수사에 참여했던 특검, 특검보 등의 중론이다. 특검에 참여한 적이 있는 한 변호사는 “현재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이 사안은 무조건 실패하게 돼 있다. 실체를 규명하겠다는 순수한 의도에서 본다면 그냥 검찰 조사를 지켜보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특별수사팀은 지난 8일 ‘성완종 리스트’ 8명 중 최초로 홍준표 경남지사를 불러 조사했다. 홍 지사는 권력형 비리 수사를 전담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013년 폐지된 뒤 검찰에 불려나온 첫 번째 정치 거물이다. 검찰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이 ‘정치’의 때를 벗고 얼마나 변모했는지를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검찰을 믿어 보고 싶은 것이다. psk@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