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결혼생활을 윟하여 / (하)부부싸움과 화해
부부상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화해를 잘하면 큰 문제없다.”라고 말한다.부부싸움을 할 때 지난 시대의 유물까지 되새김질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말고 ‘쿨하게’‘아름답게’ 부부싸움하는 ‘규칙’을 지킨다면 그 부부는 튼실한 사랑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우리 부부의 부부싸움을 돌아보자.그리고 우리 부부만의 ‘화해기술’을 익혀서 건강한 부부로 거듭나자.
유명 여배우 H는 자신의 이혼이유를 이렇게 말했다.“서로 화해하는 방법이 달랐기 때문이다.나는 감정이 수그러질 때까지 혼자 시간을 갖고 싶은데 그는 불같이 화를 내다가도 돌아서면서 금방 잊어버렸고,나도 그렇게 하기를 원했다.하지만 나는 그의 자기중심적인 성격이 마치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았고,날 존중하면 그렇게 행동을 할 수 없을 것이란 불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성경희(34·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씨는 한번 기분이 나빠지면 좀체 풀어지지 않는 남편 때문에 늘 고민이다.“무슨 남자가 그렇게 오랫동안 삐져 있는지 몰라요.저는 어떻게든 빨리 풀려고 맛있는 반찬도 준비하고,애교도 떨면서 노력하지만 좀체 풀리지않아 나도 지쳐서 포기할 때쯤,그때서야 그는 어색한 웃음을 보이죠.나는 이미 싸늘해져서 부아가 끓어오르지만 다시 싸우기 싫어서 풀린 척하고 겨우 휴전합니다.물론 제 마음에 감정은 차곡차곡 쌓입니다.”
갈등없는 부부는 없다.아무리 금실좋은 부부도 싸우지 않을 수는 없다.아니,오히려 금실좋은 부부일수록 토닥토닥 싸우면서 산다.
부부싸움의 원인이 되는 갈등에는 두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지속되는 갈등으로 근본적인 성격차이와 생활양식,원칙,성향,정체감 등 좀체 해결할 수 없는 거리감이다.다른 갈등은 해결가능한 갈등으로 한가지 주제에 대해 일시적으로 의견이 달라 일어나는 갈등이다.해결가능한 갈등은 서로 타협을 잘하면 해결된다.
그러나 대부분 다른 원칙과 성향을 갖고 있는 부부로서는 지속적인 갈등에 대해서는 예민해지게 마련.그러나 해결되지도 않을 문제에 집착하지 않도록 서로 조심해야 한다.
●부부싸움에도 ‘규칙’ 필요
부부싸움에 있어 비난과자기방어,경멸,도피는 절대 피해야 할 요소다.이 요소들은 이혼에 이르는 계단 역할을 한다.
비난하기보다는 불만을 이야기하고 자기방어 대신 자기 책임을 인정하며,경멸 대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부부싸움은 ‘싱겁게’끝나고 만다.부부싸움 도중에 자리를 피하거나,집 밖으로 나가버리는 도피는 부부싸움을 더욱 악화시킨다.
정현아(32·서울 강남구 서초동)씨는 작은 말다툼에도 주섬주섬 옷을 차려입고 집 밖으로 나가는 남편 때문에 늘 마음이 상한다.“큰 문제없지만 이런 식으로 감정이 쌓이면 이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내가 하는 말을 좀 들어주면 안될까요?”
또 싸움을 끝내는 방법은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화해’를 잘하면 싸움도 큰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행복한 부부는 자신들만의 화해법으로 싸운 뒤 화해하는 과정에서 더 가까워지고,새롭게 사랑을 확인한다.그러나 불행한 부부는 화해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한 쪽에서 화해를 시도해도 무시하는 태도로 싸움을 연장시켜 결국 상처를 덧나게 할 뿐이다.
●화해 잘하면 약,못하면 독
자동차 운전을 배울 때 브레이크 밟는 것을 먼저 배우듯 결혼에서는 ‘화해’란 브레이크 장치의 역할을 먼저 아는 것이 행복한 결혼생활의 ‘기술’이다.
“그렇게 마음이 상했어? 내가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네.미안해.” “이제 당신 마음을 알았어요.이제 마음 풀어요.” 등 아내든 남편이든 한 쪽에서 먼저 화해의 말을 하면 다른 쪽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고 감정을 누그러뜨리면 된다.이쯤에서 그만 싸움을 마무리하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해 낫다는 결론에 재빨리 동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사원 이정기(38·경기 고양시 일산구 주엽동)씨는 외식으로 화해를 시도한다.“작은 말다툼이 있어 서로 따지다가도 ‘오랜만에 우리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고 말하면서 갈등을 끝냅니다.때로는 아내가,때로는 제가 외식을 제안하는데 바깥공기를 마시면서 같이 걸어나가는 동안 마음이 안정되고,별 일도 아닌 것으로 화를 낸 것이 미안해지지요.” 이씨의 부인 김성주(37)씨도 화해방법으로 함께 외출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부부싸움을 하면서 뭔가 바로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거든요.다만 감정이 상한 것을 남편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이죠.일단 불평을 쏟아내면 마음이 가벼워져서 ‘이렇게 싸울 이유가 없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부부가 더 화해시도를 많이 할까? 행복한 부부? 불행한 부부? 답은 불행한 부부 쪽이다.
먼저 이성을 되찾은 쪽의 화해 사인에 상대방이 동의하면 싸움은 끝이 난다.그러나 불행한 부부는 한쪽의 어떤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좀체 화답하지 않아,화해시도는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브레이크 기능은 하지 못한다.물론 거듭되는 화해시도는 결국 응어리로 남아 오히려 결혼생활에 짐이 되고 만다.
정신과 ‘마음과 마음’ 김준기 원장은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불필요한 자존심과 오기를 부리며 소모적인 다툼을 할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마음의 태도를 갖고 있어야 화해시도가 가능하다.그러므로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비판적인 논쟁보다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런 일로 우리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정말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야한다.”고 말했다.가끔 서운한 마음에 미워하고,싸우지만 사실은 더 가까워지고 싶은 것이 대부분 부부들의 생각이다.더 가까워지고,더 사랑하고 싶다는 진실을 잘 전달할 수 있는 ‘화해방법’을 10가지쯤은 개발,준비하는 것이 좋다.
외식이나 영화관람,음악 함께 듣기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나는 상처받는다.’‘우리 둘 다 지금은 차분해질 필요가 있어요.’‘내가 너무 지나쳤어요.미안해요.’‘잠깐만,우리 지금 서로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우리 이쯤에서 타협해요.’라고 말하면서 부부싸움을 중단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우리 부부는 건강한가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사이코드라마로 풀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결혼지능연구소(소장 이호영)에서 22일부터 제일화재세실극장 무대에 올리는 ‘부부 쿨하게 살기’(연출 손기호)는 두 남녀의 설레는 만남부터 꿈같은 결혼,신혼을 거쳐 세월만큼더께가 앉은 평범한 부부를 통해 누구나 원하는, 그러나 쉽지 않은 ‘결혼의 행복’을 함께 풀어갈 예정이다.
이 연극의 특징은 연극배우 임학순,염혜란 두 사람이 부부 역할을 맡아 연기를 하지만 이들이 여는 부부와 마찬가지로 좀체 풀지 못하는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정신전문의 김준기 박사가 함께 풀어간다는 점이다.또 부부치료할 때 사용되는 갖가지 테스트를 관객에게도 제공,연극을 즐기는 것뿐만이 아니라 스스로 그들의 결혼생활을 되돌아볼 기회도 제공한다.
허남주 기자 hh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