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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의 유럽 20년] 獨 독주·유로화 불신 가장 큰 난제로… ‘유럽시민’ 아직 멀었다

    [하나의 유럽 20년] 獨 독주·유로화 불신 가장 큰 난제로… ‘유럽시민’ 아직 멀었다

    “우리는 독일의 유럽이 아니라 유럽의 독일을 원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토마스 만은 1953년 함부르크대학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이 유럽 내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목표를 제시했다. 통일을 이끈 독일의 헬무트 콜 총리 역시 이 말을 공식석상에서 자주 인용했다. 유럽연합(EU)은 ‘하나의 유럽’이라는 슬로건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체제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의 가장 큰 화두는 독일이 다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 때문에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는 1951년 독일을 끌어들여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출범시켰다. 전쟁의 근본이 되는 석탄과 철강을 공동관리 영역으로 묶어 후환을 없앤 것이다. 이후 1965년 유럽공동체(EC)가 탄생했고 로마조약 등 수많은 조약과 회원국 확대를 거듭해 현재의 EU 모습이 갖춰졌다. 탄생 배경이 무색하게 현재 EU의 가장 큰 고민은 ‘독일의 독주’다. 정치력에서 독일을 앞서며 EU의 맹주를 자처했던 프랑스는 높은 실업률과 저성장으로 신음하고 있고, 다른 국가들은 존재감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독일은 전범국가라는 인식을 60년 만에 완전히 벗어던졌고, 호황까지 구가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전 유럽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EU대표부 한국대사관 김희상 참사관은 “독일이 현재 EU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게 잡아도 50% 이상”이라며 “앞으로도 독일을 견제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작 독일 국민들 사이에서는 EU에 대한 반감이 크다. 독일인 수잔나 셰퍼(28·여)는 “독일의 경제성장은 국민들이 실업급여와 수급기간을 줄이고, 복지혜택을 낮추는 등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한 결과”라며 “자국민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지, 방만하게 국가를 운영한 다른 나라 정치인들을 도와주는 데 세금을 쓰면 안 된다”고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다른 EU 국가 국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탈리아인 다니엘라 반니(33·여)는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역내 장벽이 없어지면서 셀 수 없이 많은 혜택을 입었고, 독일이 벌어들인 돈 대부분이 EU 국가들의 것”이라며 “독일이 유럽의 중국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라고 반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EU가 처한 또 다른 위기는 EU의 근간인 유로화에 대한 불신이다. 한때 미국 달러화를 대체할 것으로까지 여겨졌던 유로화는 계륵 취급을 받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 독일인 65%는 유로화가 없으면 더 잘살 것 같다고 답했고, 심지어 49%는 EU 소속이 아닌 독일이 좋다고 답했다. 프랑스에서는 유로화가 탄생한 마스트리흐트조약을 놓고 오늘 다시 투표한다면 반대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64%에 달했다. EU 28개국 중 유로화를 사용하는 나라는 17개. 내년 라트비아가 추가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에 가입한다. 하지만 나머지 EU 회원국 대부분은 유로존 가입에 소극적이다. 재정위기가 유로화 때문이라는 시각 탓이다.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스위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이 유로존 국가들에 비해 빨리 경제위기에서 탈출했다는 점이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 KOTRA 부다페스트무역관 관계자는 “EU에 늦게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EU에 가입하는 순간 독자 행동이 어려워지면서 개별 국가들이 감내해야 하는 외교적 마찰도 빈발하고 있다. 한 예로 EU는 경제규모가 큰 우크라이나를 주요 교역상대로 삼으려고 공을 들이고 있는데, 이를 못마땅해하는 러시아는 EU 대신 순회의장국인 리투아니아에 보복 조치를 가하고 있다. EU 차원에서 공식 대응하기가 쉽지 않아 리투아니아는 속만 태우고 있다. EU가 유럽 내 장벽은 철폐했지만, 이민자 등 외부인에 대한 장벽은 더욱 높이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상당수 국가는 재정적자의 원인으로 ‘저소득층 이민자에 대한 복지 혜택’으로 화살을 돌리며 국민의 비난을 피하고 있다. EU는 마스트리흐트조약 발효 20주년인 올해를 ‘유럽시민의 해’로 선포했다. 본격적으로 ‘유럽시민’이라는 인식을 심겠다는 것이다. 지난 5월 EU 공식 여론조사 기관인 ‘유로바로미터’는 “EU 회원국 국민 62%는 자신이 유럽 시민이라고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조사에서 유로화에 대한 지지율은 51%였다. 하지만 이 같은 EU의 발표는 구성원들의 생각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안드레아 만츠 독일 자를란트대 교수는 “스스로 어느 나라 국민이라고 생각하지 유럽 시민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사실상 0%”라며 “각자 자신의 나라에서 자신의 언어를 쓰고 사는데, 어떻게 동질감을 느끼겠나”라고 반문했다. EU 한가운데에 위치한 비회원국 스위스는 특히 냉소적이다. 스위스인 페어 뢰트만(44)은 “자체적으로 잘 살아가는 강소국들은 유로존에 가입할 경우 돈만 많이 내고 기득권은 모두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EU에 가입하려고 시도도 하지 않겠지만, 유럽인보다는 스위스인이 더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글 사진 브뤼셀·프랑크푸르트·부다페스트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베를린장벽 붕괴후 이념 해체… 달라지는 사람들 면밀히 탐색”

    “베를린장벽 붕괴후 이념 해체… 달라지는 사람들 면밀히 탐색”

    “동독인에게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는 모든 것의 마지막과 같았습니다. 음식도, 옷도, 화폐도, 심지어 공기와 사랑도 변했어요.” ‘심플 스토리’와 ‘아담과 에블린’ 등으로 국내 독자에게 알려진 독일의 소설가 잉고 슐체(51)가 올해 만해대상 문예 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한국을 찾았다. 8일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통일이 가져오는 변화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면서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통일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변화된 체제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바뀌어 가는지를 탐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슐체는 1962년 옛 동독의 드레스덴에서 태어났다. “자느라 베를린 장벽 붕괴는 못 봤지만” 20여년간 통일 전후의 독일을 면밀히 지켜봤다. 1998년 발표한 ‘심플 스토리’는 동독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통일 이후 달라진 동독인들의 삶을 그렸다. 그는 “독일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말하는 사람이 두 언어의 체계와 관계를 알 수 있듯 한 체제를 경험하다 다른 체제를 겪었기 때문에 두 가지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통일 이후의 가장 큰 변화로 그는 이데올로기의 해체를 꼽았다.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일은 사라졌고 이데올로기는 더 이상 이데올로기가 아닌 것”이 되었다. 이념이 떠난 자리에는 시장과 자본주의가 들어섰다. 베를린의 수돗물 민영화를 예로 든 그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는 성장과 민영화”라고 통독의 현실을 진단했다. 2011년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당시에도 “통일 이전에는 공산당 서기장에 대해 입도 뻥긋 못했다면 지금은 사장에 대해서 입도 뻥긋하지 못한다”고 언급했었다. 하지만 슐체가 통일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장벽이 무너진 것은 어찌 됐든 큰 행운이었다”면서 “다만 조금 다른 식으로 통일이 이루어졌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독에 급하게 편입되면서 동독의 경제는 사실상 무너졌다고 슐체는 설명했다. 그는 “생활 수준이나 교류 여부 등을 보면 북한과 동독은 비교하기 어렵다”면서도 “독일처럼 통일을 서두르는 대신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열린세상] 격전지에 핀 라벤더 꽃/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격전지에 핀 라벤더 꽃/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초여름에 고성에 다녀왔다. 가는 길마다 라벤더 꽃축제 간판이 눈에 띄었다. 동쪽 끝 최북단 강원도 고성에 라벤더 꽃축제라니? 안내판을 따라 이리 구불 저리 구불 찾아가니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건봉사 자락 넓은 벌판에 라벤더 꽃과 호밀 밭 그리고 메타세쿼이아 숲이 어우러져 있었다. 산골 마을의 라벤더 꽃 농장이 반가운 것은 이곳이 격전지 인근지역이기 때문이다. 피비린내 났던 전쟁터가 이제는 보랏빛 라벤더 꽃으로 뒤덮이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편안한 얼굴을 보니 사람과 땅이 품는 평화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농장을 일군 젊은이들은 이곳을 유럽의 평화로운 들판처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격전지에 라벤더 꽃향기가 퍼지면서 바다에 쳐진 철조망도 조금씩 걷히고 평화의 기운이 소리 없이 뿌리내리고 있다. 60년이라는 세월의 힘, 더 나아가서는 전후에 태어난 젊은이들의 새로운 기운이 전쟁의 기운을 평화의 기운으로 바꾸어 가고 있는 것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하루 전날에 장벽을 넘다가 총살당한 동독의 젊은이가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장벽이 무너지기 일주일 전 서독의 콜 총리는 빨라도 10여년이 지나야 동서독 국가연합 형태나마 가능할 것이라는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장벽이 무너졌다. 정치인도, 일반시민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장벽은 견고하고 달리 희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동독의 젊은이는 사생결단을 한 것이었다. 동독의 불우한 젊은이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현명한 것인지 알 수 있다. 현실의 벽이 아무리 암담하고 높아 보여도 변화는 희망을 품고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법이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사생결단 식의 극단 처방을 쓰는 것은 지나고 보면 남의 장단에 춤을 추는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다. 작은 불씨가 전쟁으로 비화하는 것도 다른 해결책이 없다고 속단하는 성급함 때문에 빠지는 함정이다. 정전 협정 체결 60년이다. 올해는 60주년 기념행사가 많다. 여러 행사가 있는데 염원은 한 가지다. 한반도에 더 이상의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냉전시대에 열전을 치르고 여전히 냉전구도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보다 더 악화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여느 때보다 비무장 지대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았다. 대학생들의 평화행진도 있었고 국제회의도 여러 차원에서 열렸다. 정전 상태는 말 그대로 잠시 전쟁을 쉬는 상태이다. 끝나지 않은 전쟁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정전 상태가 60년이나 지속되었다는 것은 분명히 예외적인 일이다. 이런 예외적인 현실에도 라벤더 밭을 가꾸는 마음이 필요하다. 정전 협정 관련 행사에서 많은 외국인이 참여하여 여러 가지 의견을 내었다. 정전 협정은 60년이 되었지만, 그 세월만큼 시대에 따라 의미도 변하고 당사국의 입장도 변화한다고 했다. 결국, 어떤 미래를 구상하느냐에 따라 과거에 대한 해석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한국이 통일되면 어떤 점이 가장 좋을까라는 주제로 자유토론을 해보았다. 유럽에서 온 외국인들은 평화와 안정감이 가장 큰 득이라고 한 반면 한국 참가자들은 경제적 이익을 많이 이야기했다. 정전 상태라는 현실을 외국인들이 더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비무장 지대의 자라지 않은 키 작은 관목들을 보면 생태계도 전쟁의 피해를 비켜 갈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무장 지대는 60년이 지나도 전쟁의 기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곳을 평화의 터로 바꾸는 것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젊은이들이 이 땅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새로운 디자인의 펜션들 그리고 라벤더 꽃을 비롯해 철마다 다른 꽃축제가 벌어진다. 탱크에 꽃무늬를 그려 넣고 탱크의 총구에 꽃을 꽂아놓은 학생들도 있었다. 60년, 사람으로 치면 회갑의 나이이다. 전쟁이 할퀸 상처가 서서히 아무는 조짐을 보인다. 이 평화의 바람을 막는 조짐도 많이 눈에 띈다. 그렇지만, 주변의 어수선한 움직임에 동요하지 않고 젊은이들은 격전지에 밭을 일구고 꽃을 심는다. 라벤더 꽃향기가 비무장지대 155마일에 퍼지는 날도 머지않았다.
  • “로스쿨 비싸고 연고주의… ‘서민 사다리’ 사시 존치를” 목소리 여전

    일명 ‘고시 낭인(人)’으로 인한 고급인력 손실, 사법시험 위주의 단조로운 법학교육, 명문대 출신 중심의 연고주의 등 사법시험의 폐단을 극복하고자 4년 전 로스쿨 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각 로스쿨에서 명문대생 선발에 열을 올리고 비싼 등록금을 요구하다 보니, 연고주의는 여전하고 서민층의 신분 상승 사다리를 없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임용된 로스쿨 1기 출신 검사 42명 가운데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학부 졸업생이 총 36명으로 전체의 85.7%를 차지했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폐지를 앞둔 사법시험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도입된 지 얼마 안 된 로스쿨의 문제점을 보완해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서울의 한 로스쿨에 다니는 김모(31)씨도 사법시험 합격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다 로스쿨로 눈을 돌렸다. 그도 로스쿨에 쏠리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다. “일부 대형 법률회사에서는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와 로스쿨 출신 변호사 사이에 월급 차이도 없고, 선발 인원수 차이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사법시험 출신 법조인들이 기득권을 가진 상황에서 계속 사법시험이 존재한다면 출신 간 괴리와 차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가계가 어려운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변호사 예비시험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변호사 예비시험제도는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도 예비시험에 합격하면 변호사 시험 응시 자격을 주는 제도이다. 최진녕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사법시험과 로스쿨의 병존은 비효율적이고 오히려 법조계 내부의 반목과 분열을 낳을 수 있다”면서 “원칙적인 법조인 배출은 로스쿨이 담당하고, 서민층의 법조계 진출을 위한 사다리로 법조인 전체의 20%를 예비시험으로 선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예비시험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기존 로스쿨생들도 예비시험에 매달리는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기고] 서울시교육청, 초등 한자교육 지지한다/구창서 전국한자교육총연합 지도위원

    [기고] 서울시교육청, 초등 한자교육 지지한다/구창서 전국한자교육총연합 지도위원

    2학기부터 서울시교육청의 한자교육 실시와 관련, 서울신문 7월 18일 자 구법회 한글학회 정회원의 기고에 대한 반론을 제시한다. 첫째, 우리말의 70% 이상이 한자어라는 주장에 대해 우리말큰사전에 52%, 표준국어대사전에 57.3%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말의 반수 이상이 한자어라는 현실에서 한자교육을 한다면 초등학생들이 반수 이상의 한자어를 쉽게 이해해 생활언어뿐 아니라 교과서 언어를 공부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우리말 중에 ‘학교’ ‘선생’ 등 생활언어는 한자 한 글자를 모르더라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교과서 언어의 90% 이상은 한자로 이루어져 있다. 초등학교 자연과목의 ‘양서류’ ‘포유류’를 비롯해 대부분의 교과서 단어들이 한글로 표기돼 있지만 한자 또는 한자어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兩棲類’(양서류)는 ‘두 양, 살 서, 무리 류’의 한자만 알면 ‘(땅이나 뭍) 두 곳에서 사는 무리’라는 단어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모양이나 모형을 보여줄 필요가 없고 국어사전을 찾아보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경제적이며 결코 어린이들에게 짐을 지워주는 것이 아니다. 셋째, 우리 사회는 세대 차이에 따른 언어장벽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세대 간에도 한자의 무지로 인한 언어불통이 심각하다. 최근 친목모임에서 만난 필자와 같은 세대의 한 친구가 六旬(육순)을 환갑으로 알고 있었다. 旬의 한자가 ‘열흘 순’이라는 것만 알았더라도 육순을 환갑으로 착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세대가 이토록 언어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 세대 간 언어불통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넷째, 현재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정규과정으로 가르치지 않다 보니 학부모들이 학습지·학원 등에서 사교육을 시키고 있어 오히려 사교육비가 가중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얼마 전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설문조사 결과, 초등학교 학부모의 89%가 초등학교부터 한자교육을 찬성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한글세대인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자신의 경험과 사회생활에서 겪었던 불편을 통감하여 한자교육을 원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한자 1800자를 가르치고 있는 한문과목은 선택과목으로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배운 후 공부해야 제대로 학습할 수 있을 것이며, 개인의 필요에 따라 한자를 더 공부할 사람은 알아서 배운다고 하는데 이는 사교육을 조장하는 매우 무책임한 표현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초등학교부터 2136자의 한자를, 심지어 700여개 사립유치원에서 한자를 가르치고 있으며 북한에서도 3000자의 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여섯째, 서울시교육청은 2학기부터 시작하려는 한자교육이 국어·수학·사회·과학 등 교과서에 있는 한자어, 즉 교과서 단어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교과서 어휘를 벗어나는 수준의 어려운 한자성어 또는 한문을 가르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의 한자교육 실시는 학생들이 한자도 한글과 더불어 國字(국자)로서 ‘국자교육=한글교육+한자교육’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초적인 한자도 몰라 교과서 단어의 의미도 모르면서 암호나 기호를 외우듯 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국어의 이해도를 높여 학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열린세상] 정부 혁신하려면 부처간 담장부터 허물어야 한다/정정화 강원대 공공행정학 교수

    [열린세상] 정부 혁신하려면 부처간 담장부터 허물어야 한다/정정화 강원대 공공행정학 교수

    박근혜 정부의 행정개혁 키워드는 ‘정부 3.0’이다. 정부가 생산하는 공공정보를 일반에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어 소통과 협력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정부 3.0’의 요체이다. 이를 통해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구현하겠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우선, 공공정보에 대해서는 국가안보나 사생활과 관련된 정보 등을 제외하고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 과정을 공개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해당사자나 일반 국민이 청구하지 않아도 원칙적으로 원문을 전면 공개하고, 공개 건수도 현재 31만건에서 1억건으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1996년 정보공개법이 제정되었지만, 공개대상의 제한과 행정기관의 자의적인 공개 여부 판단 등 때문에 시민단체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아 왔던 현실에 비춰보면 가히 혁명적인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공직사회의 업무 행태를 보면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창조경제를 구현하려면 공공자료의 민간 활용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지만은 절절해 보인다. ‘정부 3.0’의 또 다른 숙제인 부처 이기주의 혁파는 역대 정부도 핵심적으로 추진해온 개혁과제이자 고질적인 병폐이다. 노무현 정부는 부처 이기주의와 칸막이 문화를 없애고 경쟁을 통해 관료조직을 개혁하고자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도입했다. 소속과 서열에 관계없이 3급 이상 중앙부처 고위공무원들을 풀(pool)로 묶어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는 실적주의 인사의 전형이었지만, 계서 중심의 공직체계를 바꾸지는 못했다. 이명박 정부도 조직 세분화로 인한 낭비 요소를 줄이고 부처 할거주의 폐해를 막고자 대부처주의로 정부조직을 개편했다. 조직 통합을 통해 융합행정을 구현하자는 전략이었지만, 오히려 힘 있는 부처의 장벽만 높이 쌓는 꼴이 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의 협업행정도 등장 배경은 유사하지만, 구체적인 전략은 다소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역대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고자 인력과 예산을 묶는 통합적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사교류 측면에서는 매년 전 부처의 정원 1%(5년간 총 5%)를 통합정원으로 지정하여 부처 간 협업과제에 우선 배정하는 범정부 ‘통합정원제’를 발표했다. 유관 부처의 핵심 보직 간 인사교류를 확대하고, 협업분야의 정원은 10% 이상을 교류 정원으로 지정하여 타 부처 공무원을 의무적으로 임용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여기에다 부처 간 협업이 절실한 과제에 대해서는 부처별 예산이 아닌 공동예산을 편성해 할거주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방안도 제시되었다. 기관별·사업별로 예산을 편성하게 되어 있는 국가재정법의 제약이 있지만, 협업 태스크포스(TF)에 관련 예산 조정권한을 부여하고 협업 우수기관에 예산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집권 초기에는 어느 정부든 공직사회의 기강을 확립하고 국정과제의 추동력을 확보하고자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그러나 개혁과 변화가 정치적 수사나 의례적인 통과절차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실천 가능한 로드맵을 짜서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관료조직은 전문화와 분업화가 기본 틀이기 때문에 부처 간 경쟁과 갈등은 필연적이라는 전제를 도외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책지향이 다른 조직특성상 부처 간 협업이 어려운 태생적 한계도 고려해야 한다. 참여정부가 지방에 난립한 각 부처 특별지방행정기관의 통폐합을 강력하게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된 것도 부처 간 높은 장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수질과 수량으로 나누어진 물 관리도 해묵은 과제인데 아직도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관련부처는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선정한 중앙부처 간 협업과제만도 170개에 이른다. 이 중에서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명분과 형식을 중시하고 위계질서에 익숙한 행정문화와 관할권 다툼으로 점철된 공직사회의 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정부 3.0’도 한때의 흐름으로 흐지부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생각나눔] 漢字 교육 찬반 논란

    [생각나눔] 漢字 교육 찬반 논란

    “교과서 단어를 이해하려면 한자를 배워야 한다.” vs “아이들은 외우느라 힘들고 사교육 배만 불릴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2학기 방과후 수업부터 전체 초·중학교에서 한자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한자교육추진단’을 구성한 가운데 한글 관련 시민단체와 학부모단체가 이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매번 민감한 현안을 놓고 대립하던 보수 계열의 뉴라이트 학부모연합과 진보 계열의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가 이번에는 한목소리로 한자 교육을 반대하고 있다. 한자 교육으로 인해 초등학생의 학습 부담이 커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자 교육은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강조한 ‘특색 사업’이다. 문 교육감은 국어 이해 능력을 높이고 세대 간 언어 장벽을 없애기 위해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국어·수학·과학·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 어휘를 학생에게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한자교육추진단을 지난달 25일 출범시켰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이 한자로 자기 이름도 쓰지 못하는 현실은 분명 문제가 있다”면서 “사자성어 등을 주입식으로 가르치자는 게 아니라 여러 교과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방과후 학교나 창의체험 활동에 한자교육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창의체험 활동으로 한자를 가르치는 것은 초등학교 정규교과에 한자가 포함되는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해 한글문화연대 등 한글단체와 학부모단체는 “한자어 때문에 교과서가 어렵다면 교과서를 바꿔야 할 일인데 앞뒤가 바뀐 정책”이라고 혹평했다. 이들은 3일 서울 종로구 송월동 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교육청이 학생 전체가 한자 교육을 받도록 강요하고 있다”면서 “이는 국어 교육을 망치는 일인 동시에 한자 사교육이란 새로운 시장을 열어 주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문 교육감이 한자 교육에 대한 소신을 여러 차례 밝힌 터라 한자 교육 반대 움직임이 문 교육감에 대한 비토 움직임으로 연결되는 조짐도 보인다. 한자 교육 반대 단체들은 “1964~1969년 국한문 혼용 교과서를 썼지만 1970년부터 한글전용 교과서가 나왔는데 40년 전으로 시대를 되돌리자는 것이냐”면서 “2002년 한자 혼용을 주장한 전력이 있는 문 교육감이 한자 교육 강화를 위해 국어 교육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 교육감은 지난달 간부회의에서 “한자 교육 강화는 국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지 한글전용 정책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오해가 없도록 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변리사시험 ‘이공계만 응시자격’ 제한 완화”

    “변리사시험 ‘이공계만 응시자격’ 제한 완화”

    특허청이 2018년부터 변리사시험을 이공계 대학 졸업자나 이공계 과목 중 일정 학점 이상을 딴 사람만 볼 수 있게 하려던 방침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큰 방향에서 이 같은 내용의 변리사법 개정은 계속 추진하지만, 인문계열 출신자들에게는 또 다른 ‘진입장벽’이 된다는 여론의 반발을 고려해 변리사법 개정안을 손질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영민 특허청장은 지난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험 낭인 양산 및 이공계 자격증에 인문사회계열 응시자가 몰리는 현상을 줄이고 변리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며 “(그러나) 변리사 응시자격을 제한하려는 개정안은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6개에 달하는 선택과목 축소 및 난이도 조정, 일정 자격을 갖춘 경력자에 대해 선택과목을 면제해 주는 방안 등에 대한 추가 검토 필요성도 내놨다. 변호사에게 자동 부여하던 변리사 자격 폐지에 대해서는 강경하다. 기득권은 인정하지만 전문성 강화를 위해 신규 변리사 개업을 원하는 변호사가 일정 자격을 갖추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된 심사·심판 10년 경력의 특허공무원에게 변리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다”라면서 “심사·심판 10년 이상 경력은 쉽지 않기에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변리사 자격 자동 부여를 부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심사·심판 경력 5년 이상의 특허공무원에게 1차 시험 면제, 2차 시험 과목 절반(2개) 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 김 청장은 “각계 전문가가 참여한 위원회와 공청회 등을 거친 뒤 정부안을 확정해 내년쯤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전문가들이 변리사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자는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1977년 개청 이후 36년 만에 특허심사조직도 전면 개편한다. 김 청장은 “단일 기술분야별로 이뤄진 심사조직을 산업·제품별로 재배치하는 조직개편을 이르면 9월 시행할 예정”이라면서 “기계금속건설·화학생명공학·전기전자·정보통신 등 전통 산업 기반의 심사조직(4국·34과)이 특허심사기획국과 특허심사 1~3국으로 재편된다”고 밝혔다. 조직개편의 핵심은 심사국 간 보이지 않는, 직렬 간 벽을 허무는 것이다. 조직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삼겠다는 포석도 담겨 있다. 융·복합 기술이 출원되는 부서에는 기계·전기·화학심사관이 골고루 배치돼 협업심사가 이뤄진다. 이를 위해 7만여개에 달하는 특허분류체계(IPC)에 대한 조정도 마쳤다. 산업재산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산업재산보호협력국도 신설된다. 김 청장은 “유연한 조직으로 재편해 부서 간 칸막이를 없애면 간부들의 전문성도 높아지고 인재 발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혼란이 최소화되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지식재산은 창조경제의 ‘엔진’으로 비유된다. 지난 25일 발표한 지식재산 기반 창조경제 실현전략은 ‘강한 엔진’ 창출에 맞춰져 있다. 중심에는 특허청의 존립 근거인 심사체계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고품질 지재권(스타 특허) 창출과 포지티브 심사 전환은 ‘발상의 전환’이다. 스타 특허는 출원-심사-등록 과정에 특허청이 참여해 강하고 품질이 우수한 지재권을 창출하겠다는 취지다. 우리나라는 특허출원 세계 4위, 양적생산성은 1위지만 기술무역수지 적자는 오히려 확대되는 ‘풍요속 빈곤’을 겪고 있다. 심사관이 수요자 입장에서 출원인과 소통을 확대해 명세서의 보정 방향을 알려주고 출원인의 단순 실수를 구제하는 포지티브 심사에 나선다. 53.4%에 달하는 특허 무효율을 낮추고 특허침해 손해배상액을 현실화해 특허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건전한 지식재산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필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김 청장은 “특허권은 개인에게 독점적, 배타적 권리를 주기 때문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심사가 중시되면서 특허 거절 쪽에 무게가 실렸다”면서 “소극적 심사는 특허권의 활용이 중요한 창조경제에서는 맞지 않는다”며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사기간 단축과 심사품질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도 밝혔다. 발명자의 신속한 사업화 지원을 위해 현재 13.3개월인 특허심사 처리기간을 2015년까지 10개월로 단축하고 8.3개월인 상표와 디자인은 2017년까지 각각 3개월, 5개월로 단축하기로 했다. 사람(심사관)과 돈(예산)이 뒷받침되면 쉬운 일이지만 반대의 경우 심사기간은 늘어나고 품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심사관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면서 자체적으로 심사관을 육성하는 자구 노력에 나섰다. 김 청장은 “특허법 시행령에 심사는 사무관 이상이 수행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지만 5급 증원은 쉽지 않다”면서 “6급 주무관을 심사관 보조 요원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김영민 특허청장은… 경북 상주 출신으로 함창고와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55세. 1981년 행시에 합격(25회)한 뒤 상공부 기획예산담당관과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국장, 지식경제부 통상협력정책관 등을 거쳤다. 2012년 4월 특허청 차장에 발탁된 뒤 지난 3월 청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 해외연구자 모집하면서 ‘아래아 한글’만 쓰라는 정부

    정부가 우수 해외 연구자를 영입하겠다는 목표 아래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외국인이나 외국에 거주하는 한인 연구자들이 이런 사업에 지원하기 위한 환경은 제대로 뒷받침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제 공모나 연구자 모집에 지원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제한돼 있어, 공고를 읽고 지원서를 작성하는 기본적인 절차에도 접근할 수 없다는 불만이 높다. 특정 소프트웨어에 대한 편중으로 ‘정보기술(IT) 갈라파고스’(국제사회와 고립된 IT 환경)로 불리는 현실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1일 한국연구재단과 한국과학창의재단 등 정부과제 공모기관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과제공모와 연구자 등록 등은 국산 문서 소프트웨어인 ‘아래아 한글’로만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마이크로소프트(MS) 워드 등 외산 소프트웨어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귀국을 준비하고 있는 한 대학교수는 “외국에 있는 연구자는 아래아 한글을 구매하지 않으면 지원조차 할 수 없는 구조”라며 “첫 단계부터 진입장벽이 생기는데 누가 적극적으로 달려들겠냐”라고 말했다. 공모기관들이 ‘아래아 한글’만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미래창조과학부의 한 관계자는 “몇년 전에 국산 소프트웨어 사용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정부기관들 사이에 확산되면서, 원래 MS워드와 아래아 한글 두 가지로 제공되던 지원서가 아래아 한글로 급속히 통일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구재단은 연구자가 지원서를 작성하면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해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아래아 한글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서울의 한 대학교수는 “해외 파트너와 공동연구를 진행하려면 MS워드를 사용하는데, 정부 과제를 하면 아래아 한글까지 별도로 작성해 따로 관리해야 한다”면서 “그대로 변환해서 보냈다가 낭패를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웹브라우저 역시 문제다. 국내외 연구자 정보를 수록하는 연구재단 포털 ‘한국연구업적 통합정보’(KRI)는 유독 국내에서만 사용 비중이 높은 MS의 익스플로러만 쓸 수 있다. 크롬, 파이어폭스, 사파리 등을 이용하는 사용자는 홈페이지에 접속조차 할 수 없다. 연구재단 측은 “비용 등의 문제가 있어 아래아 한글만 우선 지원하도록 했다”면서 “브라우저 역시 점차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사설] 고령층 일자리 질 높이는 대책 고민할 때

    우리나라 65~69세 노인의 고용률은 4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이는 장수대국 일본(36.1%)보다 높고 OECD 평균(18.5%)보다는 배 이상이다. 노인 고용률이 높은 것은 먹고살기 위해 일터로 나갈 수밖에 없는 노인들이 많아서라고 한다. 더 서글픈 문제는 노인 일자리가 대부분 청소 등 허드렛일뿐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일하는 노인들의 만족도는 낮고 생계비를 버는 것조차 벅찬 게 현실이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이제는 노인 일자리도 양보다는 질을 고려해야 하며, 정책적인 지원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그제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는 노인 일자리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65~74세 취업자 가운데 임금근로자는 61만명이며 이 중 44만명(72%)은 단순노무에 종사한다는 것이다. 청소·환경미화원이 20만 6000명(33%), 경비원·검표원이 14만명(23%)이고 조리보조원(8%)이나 판매원(6%)은 소수에 불과했다. 노인들이 현역시절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거리를 찾는다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 일터에서 고령층의 경험·기술을 재활용하기보다는 연령으로 재단하는 사회풍토 탓에 인적 낭비가 너무 심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기업들이 노인들의 경험과 숙련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노동시장의 재진입 장벽부터 낮추고 맞춤형 일자리를 찾도록 구직자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 그래야 생산성을 높이고 적정 수준의 임금도 기대할 수 있다. 청년실업이 발등의 불인데 노인취업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다면 국가의 책무를 저버리는 처사다. 지자체들이 공공형 일자리랍시고 해마다 수십억~수백억원씩 예산을 풀어 노인 고용을 일시적으로 높이는 ‘전시용 정책’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그보다는 육아·간호, 각급 학교 교과 보조, 지자체 행정 보조, 톨게이트 징수원, 관광지 관리 등 노인에게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를 많이 만드는 게 낫다. 100세 시대가 열렸는데 우리나라 65세 이상 취업 노인 가운데 65% 이상이 생계형이라는 현실은 노인 고용정책의 시급함을 말해준다. 개인의 노후 대비가 미흡하고 국가의 복지 여력이 허약한 상황에서 안정적이고 품질 좋은 노인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앞장서야 할 일이다. 대책의 수립과 시행은 이를수록 좋다.
  • [사설] 갑 중의 갑 현대차노조, 상생에도 눈 돌려야

    엊그제 울산4공장 앞에서는 현대자동차 노조의 우월적인 지위를 보여주는 일이 벌어졌다. 협력업체 대표와 근로자 등 100여명이 노조원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며 주말 특근 재개를 간곡히 호소한 것이다. 이들이 이곳을 찾은 것은 주말 특근이 자신들의 생존과 직결돼 있고, 현대차 노조가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주말 특근 재개 여부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남양유업 사건 등으로 ‘갑을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대차 노조는 사측과 협력업체들이 상전처럼 모시는 ‘갑 중의 갑’이다. 하나의 생산라인만 가동이 멈추어도 전체 라인이 중단되는 구조이다 보니 사측도 노조에 끌려갈 수밖에 없고, 협력업체들은 현대차 노조가 작업을 중단하면 납품을 할 수 없게 돼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주말 특근은 현대차 노사의 현안이었다. 3월부터 밤샘근무를 없앤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시행했으나 주말 특근이 이루어지지 않아 생산 차질이 빚어졌고 엔저 공세로 1분기 매출 증가율도 한 자릿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노사는 협상 끝에 지난달 26일 21만원의 특근수당에 합의하고 주말 특근을 재개하기로 했으나 노조 대의원 대표들은 직권조인을 문제삼아 합의안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 국내 공장에 37만대 가까이 주문이 밀려 있고 출고 지연으로 고객들이 계약을 해지하는데도 ‘노노 갈등’으로 주말 특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안타깝다. 노조 내부에서는 주말 특근 합의안을 보완하자는 쪽과 파기해야 한다는 강경파로 나뉘어 있으니, 사태 해결은 더욱 요원하다. 노조원들은 또 정년 61세 연장에 대학 미진학 자녀 취업 지원금 1000만원 지급까지 임·단협 사항에 포함시켰다. 현대차 노조는 자녀에게 서류전형 합격자 25% 할당, 5% 가산점 부여 등 입사우대 제도를 시행해 진입 장벽을 쳤다. 대기업의 오너 2, 3세들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처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다. 노조의 극단적 이기주의 행태는 입사 희망자나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반감을 초래해 현대차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현대차 노조는 상생에 눈을 돌려야 한다. 뜨거운 주전자 속 개구리처럼 현실에 안주해 위기불감증에 빠진 것은 아닌지 뒤돌아봐야 한다.
  • 연예기획사 횡포 방지 ‘대중문화예술산업 발전법’ 윤곽

    연예기획사 횡포 방지 ‘대중문화예술산업 발전법’ 윤곽

    “‘그녀’가 죽었습니다.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상식이 깨진 연예계, 더 나아가 부조리한 사회에 모두가 분노했지만, 세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영화 ‘노리개’ 중) 연예기획사의 횡포를 막자는 이른바 ‘장자연 법’ 제정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연예계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법을 제정하자는 쪽은 2009년 3월 여배우 장자연의 죽음으로 자정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음성화된 성상납 문제 등을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고,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풍토를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 일정 요건 이상을 갖춘 연예기획사의 활동만을 허용하는 ‘등록제’를 추진 중이다. 현행 신고제에서 요건을 강화한 것이다. 반면 법 제정을 우려하는 쪽은 진입장벽을 높이게 되면 기존 연예기획사들의 기득권만 키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장자연 법’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새누리당 박창식 의원이 지난 2일 공동으로 연 ‘대중문화예술산업 발전 지원법’ 공청회에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의 핵심은 대중문화 제작업과 기획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연예기획사 등록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필터링을 거쳐 등록된 연예기획사는 행정기관의 지속적인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 하지만 장자연이 소속됐던 연예기획사나 그간 문제를 일으킨 연예매니지먼트 회사 대부분이 일정 규모 이상을 갖췄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을 높이는 등록제가 어느 정도 유효하겠느냐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행정지도가 실효성을 띨 수 있느냐는 점도 한계로 거론된다.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국내 연예기획사는 1000여개에 이른다. 현행법상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별도의 설립요건이 없다. 제정 법안은 일정 자본이나 전문성을 가진 사업자만 시장진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법안은 또 열등한 위치에 놓인 여성 대중문화예술인(연예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형법상 강간죄나 강제추행죄와 별도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도 마련했다. 제17조 ‘금지행위’는 대중문화예술사업자나 제작진이 연‘예인에게 ‘이익의 제공’이나 ‘약속’ 또는 ‘불이익의 위협’을 통해 성매매 알선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황승흠 국민대 법학부 교수는 “기존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선 연예인이 (캐스팅 등) 특정 이익과 관련된 성행위를 할 경우 성을 파는 행위로 치부됐고, 연예인이 먼저 은밀한 성행위 알선을 입증해야 알선자 처벌이 가능했다”면서 “새 법에선 처벌 특례조항을 둬 피해 연예인이 면책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법안은 만 15세 미만 청소년이 대중문화예술에 종사하면 일주일에 35시간 넘게 일하지 못하게 해 학습권, 휴식권, 수면권 등을 보장했다. 표준계약서 보급, 정기적 산업 실태 조사 등에 관한 내용도 담겼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2년 공정거래위가 일정 기준을 제시했으나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졌다”면서 “등록제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여성 연예인을 상대로 한 성범죄와 경제적 착취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예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아이돌그룹 SS501 출신의 가수 겸 배우 김형준은 “가수로서 꿈을 키울 무렵 기획사를 발로 찾아다니며 오디션도 보고 길거리 캐스팅도 됐다. 당시에 사람들이 했던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등록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공진 연예매니지먼트협회 부회장도 “‘장자연 사건’ 이후 관련 협회 간 논의가 이뤄졌으나 이견이 많았다”면서 “현실과 법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등록제가 필요하고, 연예 매니저와 사업자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다수 연기자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기자 노조의 한 관계자는 “사회의 온갖 모순이 함축된 연예계의 풍토를 바로잡기 위해선 연예기획사를 비롯한 방송사 등 사회 구성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이뤄진다는 연예인의 성상납과 관련해선 사회 고위층 등 수요자를 직접 처벌하는 특례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원로 연기자도 “문제의 본질은 대중문화 종사자들이 법의 구제를 받기 전에 사회적 강자들로부터 보복당한다는 데 있다. 제보자의 신원을 지켜주는 등 보다 현실적인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 사진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파리 5구의 여인’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파리 5구의 여인’

    파월 파블리코브스키의 영화는 새로운 관계 탓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보통 영화에서 낯선 만남은 대부분 희망이나 인연과 연결된다. 파블리코브스키의 영화는 다르다. ‘마지막 휴양지’의 러시아 여인은 영국인 약혼자의 약속만 믿고 영국에 왔다가 수용시설에 머물게 된다. 파렴치한 포르노 제작자 때문에 쓴맛을 본 그녀는 조금씩 지쳐간다. 놀이시설을 관리하는 남자가 다가와 마음을 털어놓지만, 그녀는 믿음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 두 번째 영화 ‘내 사랑의 여름’의 주인공은 종교에 미친 오빠와 사는 시골 소녀다. 마을의 저택에서 귀족으로 살던 소녀가 말을 건네면서 둘을 친구가 된다. 그러나 둘 사이에 놓인 장벽과 거짓된 감정이 진실한 관계를 막는다. 만남의 긴장은 근작 ‘파리 5구의 여인’에서 반복된다. 미국인 톰 릭스는 퓰리처상 후보 경력을 지닌 대학교수다. 제자와의 스캔들로 이혼당한 그는 딸을 찾아 파리에 도착하는데, 아내는 싸늘한 눈빛으로 접근을 거절한다. 정처 없이 버스에 탄 그는 가방과 지갑을 잃어버린다. 그는 불법이민자들이 거주하는 싸구려 호텔에 기거하면서 야간경비원으로 일하는 틈틈이 딸에게 편지를 쓴다. 어느 날, 작가들의 파티에 참석한 그는 번역가로 일하는 마르짓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즈음, 평소 불편하게 지내던 옆방 남자가 시체로 발견되고, 그는 현실로 보아 넘기던 것들의 숨겨진 이면과 대면하면서 혼란에 휩싸인다. 릭스는 관계의 끈이 절실하다. 번듯하게 살았을 미국인인 그가 빈털터리 신세로 파리에서 지내려면 당연한 일이다. 폴란드 출신인 파블리코브스키는 폴란드인 웨이트리스 아냐를 곁에 세워 불안한 방문자의 정서를 교류하게 한다. 아냐가 현실의 위안이라면, 마르짓은 예술가가 불러낸 환영에 가까운 인물이다. 릭스가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마르짓의 이야기를 읽었거나, 아니면 작가의 손으로 그녀의 존재를 창조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아냐와의 관계에 비해 마르짓과의 그것이 영화적으로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데 있다. ‘파리 5구의 여인’은 ‘빅 픽쳐’로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원작을 영화화한 것이며, 주인공의 직업 또한 작가이다. 이중으로 배치된 작가의 내면을 이미지로 표현하려면 추상적인 부분까지 끌어들어야 하는데, ‘파리 5구의 여인’은 문자와의 싸움에서 성공한 것 같지 않다. ‘파리에 머무는 미국인’ 캐릭터의 원형인 ‘파리의 미국인’(1951년)과 비교해보면 ‘파리 5구의 여인’의 약점은 명확해진다. ‘파리의 미국인’의 주인공 멀리건은 종전 이후 파리에 남아 화가를 꿈꾸는 남자다. 막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낸 그는 툴루즈 로트렉 풍의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그림 속 인물 사이로 연인의 환영이 등장하고, 그는 장장 17분 동안 구애의 춤을 춘다. 극중 대사처럼 ‘파리의 미국인’의 클라이맥스는 ‘진실함과 아름다움이 빚은 잊지 못할 순간’이다. 그림, 이미지, 그리고 조지 거쉰이 작곡한 음악의 조합은 환영과 노니는 화가라는 설정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파리 5구의 여인’은 그런 순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인물의 고통과 정서마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릭스를 연기한 에단 호크가 오만상을 찌푸려보지만, 생동감 없는 영화의 지루함만 더한다. 영화평론가
  • [위기의 일반고] 특목고·자사고가 우수학생 빨아들여 일반고 ‘슬럼화’

    일반고에서 우수한 학생이 사라지고 고교 서열화가 진행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목고가 도입된 후 끊임없이 이어진 논란이다. 2010년 이명박 정부가 도입한 ‘고교 다양화 300’ 정책은 이 같은 현상을 고착화시켜, 불과 3년 만에 과거의 고교 비평준화 시대를 연상케 하는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책 도입 단계에서의 예상되던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일반고 슬럼화는 ‘예고된 재앙’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고교 평준화 정책은 1974년 중학교 입시지옥과 사교육비 억제를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평준화 제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학습능력이 다른 학생들을 같은 장소에 모아놓고 수업을 진행하면서 교사들이 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전체적인 학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83년 특목고가 처음 도입됐고, 2002년부터 자율형 사립고가 시범 운영됐다. 하지만 영재학교 성격이 강한 특목고와 달리 자사고는 전면 도입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다. 일반고와 비슷한 형태의 자사고가 도입될 경우 자사고의 ‘선발효과’로 인해 일반고가 슬럼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교육계 내부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기숙형 공립고 150곳, 마이스터고 50곳, 자사고 100곳을 지정하는 ‘고교 다양화 300’이라는 정책을 추진했다. 자사고가 지나치게 많이 책정됐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정부는 개의치 않았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자사고는 외형적으로는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지만, 중학교 성적 상위 50%라는 유일한 단서가 있다. 일단 상위 50%로 학교의 입학생 자체가 좁혀지는 것이다. 현실적인 진입 장벽도 있다. 학비 자체가 연간 평균 800만원에 이르고, 사교육비 등을 감안하면 서민층에는 대학등록금 수준의 가계부담으로 작용한다. 하나고 등 일부 자사고는 연간 학비가 2000만원에 육박한다. 특히 자사고 내에서도 입시 명문고 위주로 쏠림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우수학생을 깔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또 최근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로 적지 않은 중상위권 학생들이 눈길을 돌리면서 일반고로 진학하는 우수학생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고교 시스템을 유지하면 일반고 슬럼화를 막기가 더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자사고가 대입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일반고의 성적이 더 떨어지면 자사고 등으로의 쏠림현상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고착화될 것이 뻔하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창조경제’ 주창자 인터뷰] 새 아이디어 자체가 새 직업이 되는 사회 그게 창조적 생태계

    [‘창조경제’ 주창자 인터뷰] 새 아이디어 자체가 새 직업이 되는 사회 그게 창조적 생태계

     지난 2월말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창조경제’는 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를 상징하는 국정과제의 기조이자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기업에 이르기까지 당장 실천하고 추구해야할 절대적인 가치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창조경제의 뜻이 무엇이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며,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창조경제에 대한 모든 글과 발표자료에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가 2001년 펴낸 책 ‘창조경제’(Creative economy)에서 처음 사용했다”는 것이다. 2009년 창조경영연구회를 조직, 이 개념을 한국에 처음 도입해 한국형 창조경제의 틀을 제공한 이민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도 “호킨스의 개념에서 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신문은 호킨스와의 전화·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용어와 슬로건만 있을 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창조경제가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에 대해 들어봤다. 호킨스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킨스는 “창조경제는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닌, 이미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사례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창조경제를 이루는 것은 결국 경영인의 몫이지만, 한국처럼 정부가 산업 개발이 정부 주도로 이뤄졌던 나라에는 정부가 규제의 완급조절을 통해 분위기를 고취시키는 데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조경제의 명확한 개념에 대해 논란이 많다. 도대체 창조경제란 무엇인가.  -창조경제의 핵심개념은 아이디어를 이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것이다. 과거의 경제는 주로 토지·대량고용·자본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왔다. 창조경제에서도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들이다. 하지만 창조경제의 투입과 산출, 시장가치는 토지, 대량고용, 자본보다는 아이디어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면, 디자이너는 작업실과 전시실이 필요하다. 하지만 작품의 가치는 이런 물리적 투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영역이다. 바이어들은 “작품이 마음에 드나”“작품이 멋진가”“작품이 기쁨을 주나”“작품이 뭔가를 깨닫게 해주나”를 묻고 그것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결정되고 가격이 매겨진다. 결국 창조경제는 기술·자산·계약·관리·가격형성 등 가치사슬 자체가 모두 과거와는 달라진 아이디어가 지배하는 새로운 체제를 의미한다.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예술을 예로 들었지만, 창조경제는 무형자산 형태의 모든 결과물과 서비스에 해당되고, 농업과 제조업 등 나아가 모든 산업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중국에는 이미 농업분야에서 창의성, 창조성을 점검하는 기술전담반이 있고 현재 전세계 도시 설계와 관리의 핵심은 건축물의 수나 부동산 가격이 아닌, 창조성으로 재편된지 오래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은 가격경쟁력보다는 디자인으로 제품을 차별화하면서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개선해나가고,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 창조경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기존에 있었고, 그 개념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나이키가 신발을 파는 기업인가. 그들이 파는 건 스타일과 참신함이고, 이미지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반면 창조경제가 구현되기 어려운 분야도 있다. 반도체를 주문생산하는 공장은 반도체 설계자들의 트렌드를 구현하는데 점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디어의 발전 속도를 단순한 기술이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2001년 출간된 창조경제는 영화, 예술 등 문화산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창조경제에 대한 첫 아이디어는 예술·문화·대중매체·디자인 영역에서 시작된 것이 맞다. 300년 이상 진행된 기존 산업구조의 개혁을 주장하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검증하기 위해서는 테스트베드가 필요한데, 창조경제의 경우 이 분야들이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문화산업은 창조적 생태계가 자리잡기 위한 좋은 시금석이 된다. “사람들은 미(美)를 이해하는가” “사람들은 더 잘 이해하기를 원하는가”“사람들은 우아함과 스타일에 가치를 두는가”와 같은 고민들은 생산자는 물론 고객의 태도와 행동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스티브 잡스는 소프트웨어 기술만큼이나 서예와 타이포그라피에 대한 지식에 큰 가치를 뒀다. 그렇다고 애플이 문화기업은 아니지 않은가.  →한국은 창조경제를 문화 뿐 아니라 산업전반으로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이 이론이 전 산업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우선 산업을 구성하는 한국사람 개개인이 삶의 모든 분야에서 창조적이 되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창조경제는 단순히 또다른 사업영역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방법상의 개념이다. 그 개념 자체에 매몰되면 안된다는 뜻이다. 창조경제는 모든 사람이 개발할 수 있는 재능이나 적성과 비슷하다.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면 창조경제는 절대 구현될 수 없다. 물론 쉬운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의료서비스와 교육 같은 분야는 분명히 창조성이 필요한 분야지만, 기본적으로 이를 바라보는 환자와 의사, 교사와 학생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창조성을 강조해도 변화할 수 없다. 다만 실리콘밸리처럼 전세계적으로 창조경제를 추구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떼를 이루거나 모이는 경향이 강하다. 이것이 창조경제가 만든 창조적 생태계의 대표적인 예다.  →한국 정부는 창조경제의 핵심은 정보통신기술(ICT)에서 찾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와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은 가장 창조적인 영역이다. 실제로 이 두 가지는 통신망 발달과 같은 거대한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냈다. 특히 미디어와 통신은 몇년에 한번씩 법 체계가 바뀌고,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한다. 창조경제 개념을 적용해 그 결과를 검증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하지만 사회적인 관점에서 모든 일은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의 ICT는 산업·기술 하드웨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물론 소프트웨어로 대표되는 영역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창조경제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중 하나의 날개로는 날 수 없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드웨어를 이용한 창조경제는 사회적미디어·소셜 네트워크·사용자 생성 콘텐츠 등소프트웨어의 영역을 통해서 구현되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의 지나친 강조는 너무 제한적인 시각만을 보여준다. 학교는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만이 가진 코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 한국은 소프트웨어가 기계공학만큼 중요하다는, 아니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당신이 주장했던 창조경제론은 영국에서도 그 성과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문화예술의 영역에서 사회 전 산업으로 확장되는데 상당한 장벽이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분명한 것은 대량생산으로 대표되던 산업사회는 분명 사람들의 개연적 표현과 창조성에 기반해 또다른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관점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자. 지난 15년 동안 우리는 웹(인터넷)이 1.0에서 2.0, 현재의 3.0으로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것을 목격해왔다. 중국의 경우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창조성 따위는 찾을 수 없는 단순한 모방과 주문생산공장이었지만, 지금은 전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여전히 중국이 뒤쳐져 있다고 느끼고, 사회가 변화하지 않는다는 여기면 이미 스스로 창조경제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인가.  -한국처럼 역사적으로 산업이 정부 주도로 발전한 나라에서는 창조경제에 있어서도 여전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회사 구조나 운영에 대해 혁신을 이끌어내기는 힘들다. 기업의 혁신은 어디까지나 경영인의 몫이다. 정부는 나라의 모든 정책이 창조적 생태계에 적절한지를 반드시 살펴보고 점검해야 한다. 물론 엄청난 영역이다. 생각나는 것만 꼽아도 교육·훈련·세금·사회보장·산업정책·텔레콤·연구개발·경쟁정책 등이 있다. 각각의 분야에 대해 정부는 개별적으로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간섭하라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창조성을 발휘하는데 장애가 되는 규제를 치워야 한다는 뜻이다. 시장개방·공정한 경쟁·신생기업에 대한 세금감면 정책 등이 창조경제에서 우선시해야 할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이렇게 하면 창조경제에 대한 필요성을 높이고, 분위기를 고취시킬 수 있다.  →창조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보나.  -위에서 말한 것처럼 창조경제는 개개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창조적인 사람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활동은 융통성이 없고 반복적인 형태로 이뤄진다. 결국 이같은 사람들이 대다수를 이루는 사회는 창조적이 되기 힘들다. 창조경제에서 개인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창조경제의 완성은 나라와 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물론, 개인적인 만족이 충족될 때 구현된다.  →한국 정부는 창조경제의 주목적 중 하나로 ‘일자리 창출’을 들고 있다. 창조경제는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창조경제는 하나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결과물의 가치 역시 다르다. 영화 같은 문화산업의 결과물은 유일무이함에서 가치가 생긴다. 하지만 제조업이나 소프트웨어 같은 분야에서 결과물의 가치는 대다수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복사할 수 있고 팔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결국 창조경제는 다양하게 구현되고, 가치 역시 하나로 통일해서 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사회적 유연성으로 연결된다. 이같은 얘기는 ‘창조경제’의 속편격인 ‘창조적 생태계 : 생각하는 일이 적절한 직업이 되는 곳’(Creative Ecologies: Where Thinking is a Proper Job)에서 다룬 바 있다. 유연한 사회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 생각한 것이 곧바로 직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 기존의 정해진 직업 구분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직업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창조경제 일자리 창출은 누군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아이디어가 곧 직업이 되는 것이다.  →당신 뿐 아니라 ‘메가트랜드’의 저자인 존 나이스비츠를 비롯해 전세계 석학들이 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왜 중국인가.  -중국은 오랜 기간 전통적인 사고방식과 경직된 사회에 머물러있지만, 급격히 서구적인 사고를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인들은 글로벌한 변화에 매료돼 있다. 특히 중국은 세계적인 트렌드를 중국만의 아이디어로 바꿔 발전시키는데 능하다. 이것이 결국 중국의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본다.  →한국의 창조경제에 대한 조언하자면.  -한국 정부의 새로운 시도를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 ICT 산업을 비롯한 한국의 발전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차례 스터디해본 바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나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ICT에 대한 다양한 보고서와 시장분석 등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한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큰 영향력을 얻어나갈 것으로 확신한다. 새 정부는 이 같은 기존의 트렌드를 더 강한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할 것으로 본다. ICT가 2000년대 첫 10년에 가장 중요했다면, 두번째 10년은 창조성과 창의성의 시대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존 호킨스는 1945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킬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고, 영국 건축협회학교(AA)에서 도시디자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런던시티대와 중국 상하이창의학교 방문교수로 있다. 2011년까지 컨설팅 업체 BOP컨설팅의 회장을 맡은 바 있다. HBO와 타임워너의 유럽 지역 TV 방송 책임자로 일했고 런던영화학교 회장, 국제통신학회 이사, 유엔 고문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2001년 아이디어가 산업이 되는 새로운 경제사회를 그린 ‘창조경제’를 출간, 창조경제의 원조로 불린다. 이 이론은 영국 정부가 1998년부터 추진해 온 ‘창조적 영국 정책’을 체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킨스의 창조경제론을 접한 국내 벤처기업가와 교수들이 2009년 조직한 창조경제연구회의 결과물들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창조경제를 탄생시켰다.
  • 신재생 에너지업계 ‘고난의 행군’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업계에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국내 업체들 역시 ‘고난의 행군’이 이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신성장산업으로 볼 수 있지만, 최근 경기 부진과 공급 과잉이 이어지면서 불황의 골이 당분간 깊어질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태양광 모듈업체인 중국의 선텍이 최근 5억 4100만 달러(약 6000억원)의 자금 결제를 막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2001년 설립된 선텍은 공격적 투자와 판로 개척으로 태양광 모듈 분야에서 줄곧 세계 1, 2위를 지켜왔다. 현재 세계적 태양광 웨이퍼 생산업체인 LDK솔라(중국) 역시 선텍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LDK는 지난해 말 뉴욕증권거래소(NYSE)로부터 상장 폐지 경고를 받았었다. 지난해 태양광 사업에서 10억 유로(1조 5000억원)의 적자를 낸 독일의 보슈도 최근 태양광 산업을 포기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한화그룹이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을 인수하는 데 각각 4300억원, 550억원을 투자하는 등 지금까지의 투자금액이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은 최근 영업 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태양광 시장 개화보다 너무 일찍 투자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최근 들어 한화솔라원의 공장가동률이 90%까지 상승하며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시장 상황이 나아지면 실적도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풍력업계도 마찬가지다. 국내 조선사들이 신성장동력으로 ‘해상풍력’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아직 내세울 만한 실적은 전무한 게 현실이다. 수주실적도 크지 않은 데다, 수주를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시운전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럽발 금융위기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정부 지원이 줄면서 업황이 좋지 못한 데다, 해상풍력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 기술 개발이나 운영실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정부가 서남해에 2.5기가와트(GW) 해상풍력 종합추진계획을 발표했지만, 국내 해상풍력 시범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기업들이 설 자리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풍력 관련 업체들의 모임인 풍력산업협회 역시 110개에 달하는 회원기업 가운데 최근 15곳이 폐업 등을 이유로 탈퇴하기도 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朴대통령 “규제 줄이고 장벽 허물 것”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개인이든 기업이든 창의적 아이디어만 있다면 새 상품 서비스 개발로 이어지도록 규제를 대폭 줄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0회 상공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 아이디어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사장돼서는 안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경영인들을 만나면서 가장 많이 들은 게 규제를 없애 달라는 것이었고 여기 상공인들도 똑같을 것”이라면서 “먼저 정부가 하는 일부터 혁신할 것이다. 규제는 줄이고 장벽을 허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허가 하나 받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이 부처 저 부처 오고 가는 일이 없도록 고치겠다”면서 “산업과 산업문화, 산업IT가 융합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며 이를 위해 정부가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는 한편 창의적 협업시스템을 확실히 갖춰 기업 요구에 맞는 원스톱 행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상공인들에게는 “정부를 믿고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늘리는 데 최선을 다해 달라. 특히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각자의 꿈과 끼를 발휘하도록 채용을 늘려 달라. 정부도 어려움을 해결해서 투자환경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기업 차원에서 이윤 극대화를 넓혀 사회적 책임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기업들의 인력난과 관련, “채용시스템을 스펙이 아닌 직무능력 위주로 바꾸도록 적극 유도하겠다”고 밝혔으며, 정부의 통상 지원에 대해 “산업과 통상의 결합이 더 큰 시너지를 내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도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협회, 코트라 등이 수출을 넓히는 데 든든한 우군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언급하며 “노력한 만큼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는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도 중요한 과제이며 공정 기회를 갖지 못하면 창조경제는 피어날 수 없다. 원칙이 선 시장질서를 확립해 대·중·소기업이 함께 나누고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이 함께하는 새로운 경제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행사에서 태양금속공업 한우삼 회장과 GS에너지 나완배 부회장에게 각각 금탑산업훈장을 수여하는 등 산업발전 유공자 9명을 포상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영화 리뷰] ‘터치 오브 라이트’

    [영화 리뷰] ‘터치 오브 라이트’

    꿈을 찾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특히 몸과 마음의 장애를 딛고 꿈에 한 발짝 다가서는 것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터치 오브 라이트’는 요즘 한국 사회의 화두 중 하나인 꿈에 관한 영화다. 이 작품은 타이완의 천재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황위샹(26)의 실화를 토대로 잃어버린 꿈을 찾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의 남녀 주인공인 위샹(황위샹)과 치에(상드린 피나)는 모두 자신만의 벽을 갖고 있다. 선천적인 시각장애를 가졌지만, 절대음감을 지닌 피아니스트 위샹. 천재적인 피아노 실력을 갖춘 그는 각종 콩쿠르에서 1위를 하지만 “시각장애인이라는 동정표 때문에 일등을 한 것”이라는 주변의 말에 깊은 상처를 받고 공식 석상에서 피아노 연주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한편 치에는 생계를 위해 무용수의 꿈을 접었다. 치에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자신의 꿈을 반대하는 엄마 탓에 꿈을 잃은 채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살아간다. 대부분 시간을 음료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보내는 치에는 자신의 꿈과 점차 멀어지는 현실 속에서 괴로워한다. 이렇게 각자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던 두 사람은 우연히 길 한복판에서 마주친다. 음료수를 배달하던 치에는 사거리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위샹을 학교까지 안내하고 이내 둘 사이에 우정은 싹트게 된다. 뻔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두 사람은 음악과 무용이라는 예술적인 교감을 통해 서로 상처를 치유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데다 무자극의 ‘착한 영화’라 자칫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봄 햇살이 부드럽게 퍼지는 타이완의 캠퍼스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와 우아한 무용수의 몸짓이 어우러져 청량감을 안겨 준다. 타이완에서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피아노 연주 학사 학위를 받은 황위샹은 이번 영화에 직접 출연해 더욱 현실감을 높였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홀로 서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는 모습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위샹이 불이 꺼진 암흑 속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위샹은 치에에게 “도전하지 않으면 자신의 역량을 알 수 없지 않으냐”면서 잃어버린 꿈을 찾아 도전하라고 충고한다. 치에는 눈을 감고 위샹이 겪는 세계를 함께 경험하고 그의 발이 돼 새로운 세상을 보여 준다. 서로 눈과 귀가 돼 장애를 극복해 가는 모습은 따뜻한 감동을 안겨 준다. 극적인 구성이 뚜렷이 없고 매끄럽지 못한 구성 때문에 영화로서의 완결성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메마른 감수성을 충전시킨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영화다. 영화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화면 음성해설과 청각장애인을 위해 자막을 넣어 장애인이 장벽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배리어 프리 영화’(장벽 없는 영화)로도 개봉됐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한·미 FTA 1년] 기대했던 100년 먹거리도, 우려했던 농축산업 붕괴도 없었다

    [한·미 FTA 1년] 기대했던 100년 먹거리도, 우려했던 농축산업 붕괴도 없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5일로 꼭 1년이 된다. 7년 넘게 찬반 논쟁이 뜨거웠던 것에 비하면 막상 발효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100년 먹거리가 생긴다’는 지지 주장도, ‘농업과 서비스업 시장 등이 붕괴될 것’이라던 반대 주장도 아직까지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13일 정부 부처와 재계 등에 따르면 1년 전 한·미 FTA를 지지했던 진영의 가장 큰 논리는 교역 증가에 따른 먹거리 확보였다. 두 나라의 관세 장벽이 없어지면 수출입이 늘어나 동반 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는 ‘윈윈’ 논리였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직후인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478억 5000만 달러다. 2011년 4월부터 2012년 1월까지의 실적인 477억 3000만 달러보다 1억 2000만 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 해 12억 9000만 달러가 늘어날 것’이라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1개 국책연구기관들의 전망치에는 크게 못 미친다. 수입은 같은 기간 382억 7000만 달러에서 350억 9000만 달러로 되레 31억 8000만 달러 뒷걸음질쳤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들면서 대미 무역 흑자 폭은 FTA 체결 전 94억 6000만 달러에서 127억 5000만 달러로 32억 9000만 달러 늘었다. ‘불황형 흑자’의 한계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당초 기대했던 1억 4000만 달러보다는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과 수입은 각각 214억 5000만 달러, 275억 8000만 달러 감소했다. 최현필 코트라 선진시장팀장은 “지난해 미국의 경기 침체와 예산 자동 삭감(시퀘스터) 등으로 소비 심리가 바닥까지 떨어지면서 FTA 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한·미 FTA가 없었더라면 양국 수출입은 더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35만명 고용 증가 전망은 현재로서는 ‘장밋빛’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수는 43만 7000명 늘었다. FTA와 연계된 제조업은 1만 4000명, 전기·통신·금융 등은 4만 1000명 증가에 그쳤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FTA에 따른 고용 효과는 15년 정도 장기적으로 측정한 만큼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FTA가 없었더라면 제조업 등의 고용 증가 폭은 더 적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효과 못지않게 타격도 아직은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당초 농축산업의 경우 연간 8150억원, 수산업은 295억원의 생산 감소가 예상됐다. 하지만 FTA 발효 이후 대미 농산물 수출액은 오히려 10% 늘었다. 미국산 오렌지와 체리 등의 수입이 크게 늘었지만 이는 가격 인하 효과도 수반했다. 연평균 1200억원의 생산 감소로 제약 주권을 상실할 것이라던 우려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는 “까다로운 원산지 증빙에 대한 지원 등을 강화하고 중소기업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FTA를 활용할 수 있도록 추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병든 아들과 화해하려 떠난 아버지의 여행

    병든 아들과 화해하려 떠난 아버지의 여행

    한적한 어촌에 사는 다카타는 10년 동안 연락을 끊고 지낸 아들 겐이치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도쿄로 향한다. 아들은 병원에 찾아온 아버지를 만나지 않겠다며 매정하게 거절한다. 돌아서는 다카타에게 며느리 리에는 비디오테이프 하나를 건넨다. 테이프를 본 다카타는 겐이치가 ‘천리주단기’라는 경극을 보려고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다는 걸 알게 된다. 리에는 겐이치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고 얘기한다. 다카타는 죽어가는 아들을 위해 ‘천리주단기’를 촬영하러 중국 윈난성으로 떠난다. 가보니 경극 배우는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 어렵게 만난 경극의 주인공은 어린 아들이 그리워 눈물만 흘린다. 다카타는 경극 배우의 아들 양양을 찾아 산골 마을로 간다. ‘붉은 수수밭’(1988) ‘국두’(1990) ‘홍등’(1991) 등 지극히 중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일련의 작품으로 중국영화의 중흥을 이끌었던 5세대 감독 장이머우는 ‘영웅’(2002)과 ‘연인’(2004)으로 국민감독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중국식 블록버스터로 전 세계에 중국 문화와 전통을 전파한 탓에 중화 패권주의의 대표주자로 비판받기도 했던 장이머우는 2005년 돌연 ‘천리주단기’(EBS·8일 밤 11시 15분)를 발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귀주 이야기’(1992) ‘인생’(1995) ‘책상 서랍 속의 동화’(1999) 등과 같이 소박한 인민들을 내세워 삶을 반추하는 스타일의 연장선에 있다. 장이머우의 젊은 날의 우상이자 일본 영화계의 자존심인 다카쿠라 겐과 함께 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무뚝뚝한 노인이지만 절절한 부정을 품은 캐릭터를 연기한 다카쿠라 겐은 서부극의 외로운 방랑자 존 웨인 같은 카리스마를 풍긴다. 꼬마 양양의 천재적인 연기는 물론, 장이머우가 이전 작품들에서도 종종 활용했던 현지 마을 사람들을 캐스팅하는 방식 또한 현실감을 더했다. 영화 속 일본 장면은 ‘철도원’(1999)으로 유명한 후루하타 야스오가 연출했다. 영화는 아시아 합작영화 대부분이 채택하는 거대 예산, 젊은 스타, 화려한 시각적 향연의 조합을 버렸다. 대신 소박한 사람들이 영묘한 산과 골짜기로 이루어진 땅을 순례함으로써 나라와 세대의 장벽을 허물고 소통하는 서사를 완성했다.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윈난성 고도(古都) 리장. 예스러움을 간직한 전통가옥들이 그대로 남아 있고 돌 바닥으로 연결된 골목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다. 작은 운하들이 흐르고, 명산인 위룽쉐산(玉?雪山)이 펼쳐져 놀라운 장관을 이룬다. 장이머우 감독이 리장을 택한 것은 영화촬영 당시 주석이었던 장쩌민 전 주석이 이곳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보였다는 점에서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인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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