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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호 선임기자의 종교만화경] “타인의 종교를 ‘아하’하고 이해할 때 분쟁은 사라져요”

    [김성호 선임기자의 종교만화경] “타인의 종교를 ‘아하’하고 이해할 때 분쟁은 사라져요”

    흔히 한국은 ‘종교 천국’이라 불린다. 그 듣기 좋은 평가의 바탕은 많은 종교의 자유로운 활동과 평화로운 공존이다. 하지만 이 땅에선 그 긍정적인 평가와는 달리 종교 간 갈등과 마찰이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만만치 않다. 바로 ‘내 종교가 최고’라는 이기의 배타성과 폐쇄적인 신행 탓이다. 실제로 종교 간, 종단 간의 끊이지 않는 불협화음과 그로 인한 갖가지 파행들은 ‘탈종교화’라는 심상치 않은 위기로 현실화하고 있다. 그 한편에선 위기의 종교를 극복하기 위해 아래로부터의 개혁에 나서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열린 마음으로 경계를 허무는 소통과 배려의 ‘실천 종교인’들을 찾아가 본다.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에서 내린 뒤 횡단보도를 두어개 건너며 10분쯤 걸어 도달한 주택가의 아담한 건물. ‘서로 학습하는 지식협동조합 경계너머 아하’라고 새겨진 간판을 쳐다보며 4층을 걸어 올라가 신발을 벗고 들어서니 15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사무실과 일반 주거지를 합쳐 놓은 듯한 독특한 공간. 명성에 비해 조금 비좁다 싶은 생각에 빠질 무렵 살가운 인사말과 함께 건네지는 찻잔이 반갑다. 찻잔에 언 손을 녹일 무렵 던져진 한마디. “처음 오는 분들은 대개 어색해합니다. 조금 좁지요?” ‘서로 학습하는 지식협동조합 경계너머 아하’(이사장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의 운영위원장 성소은(49)씨. 직함은 운영위원장이지만 2012년부터 이 단체를 결성해 종교 허물기를 통한 지식 나누기 운동을 주도해 온, 사실상의 대표다. 그런데 왜 지식협동조합일까. “협동조합이란 흔히 신자본주의의 대체 시스템을 말하지요. 그 협동조합을 변형해 재화가 아닌, 정보와 지식을 생산해 함께 나누자는 뜻을 담았습니다.” ‘내’ 안에도 여러 가지의 ‘내’가 있듯이 내 안의 경계를 넘어 종교 간 벽을 허물고 나와 사회가 같이 성장하기 위한 모임이란다. “이 세상의 가장 큰 분쟁 요소가 바로 경계 아닐까요.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경계를 넘지 않고선 나와 사회 모두 진보할 수 없다고 봅니다. ”●2012년 오강남 교수와 운명적 만남 “만나서 이웃 종교의 전통을 이해하고자 할 때 자연스럽게 상대를 인정하고 공존할 수 있다”며 단체의 성격을 또박또박 설명해 내는 여인. 여인의 정체가 몹시 궁금해졌다. “불교 신자였던 어머니가 공을 들여 세상에 태어났어요. ‘소은’이란 이름도 스님이 지어 준 이름입니다.” 이름자에 얽힌 사연부터 시작한 지난 삶의 이야기가 예사롭지 않다. 일본 릿쿄대학과 도쿄대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한·일 양국 정부와 국제기구에서 줄곧 인권과 세계평화를 입에 달고 살았던 재원. 그 종교 유람의 편력이 복잡다단하다. 개종한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순복음교회에 적을 두고 오랜 세월을 개신교에 빠져 살았다. 하지만 심해져만 가는 영적 갈증과 존재에 대한 의문을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성공회로 적을 옮겼지만 여전히 근원적인 답을 찾지 못했고 방황하던 중 서점에서 불교 수행 관련 책을 보고는 번개처럼 머리를 치는 한줄기 빛을 보고 출가했다. 하지만 운문사 승가대에 몸을 담아 두 철을 나고서도 여전히 한계를 느꼈다는 성씨. “출가하면서 영적 갈등이 풀어지긴 했지만 절집의 조직과 나를 가두는 승복을 견딜 수 없었어요.” 승복이 나와 남을 가르는 또 다른 장벽이었다. 그 넘나드는 종교의 경계 속에 묻힌 소감이 애틋하다. “선방에서 수행에 들고부터 교회를 다닐 때 느끼지 못했던 성경 말씀이 새록새록 가슴에 와 닿아 눈물을 흘리곤 했습니다.” 그 오랜 종교 여정을 되살려 펴낸 ‘선방에서 만난 하나님’(2012년)과 ‘경전 7첩반상’(2015년)이 종교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여정의 도중에 만난 오강남 교수와의 인연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나 보다. ‘예수는 없다’라는 책으로 센세이션을 불렀던 오 교수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비교종교학계의 거목 아닌가. 개인 신앙 중심의 이기적 표층의 종교를 넘어 이제는 타인과 사회를 위한 심층의 종교로 나아가야 한다는 오 교수다. 일본 유학 시절 읽은 오 교수의 ‘예수는 없다’를 두고두고 가슴에 두고 살았다는 성씨가 귀국 후 오 교수를 찾아가 간곡히 부탁해 2012년 9월 함께 시작한 게 바로 ‘경계너머 아하’의 전신인 ‘유유녹명(鳴) 종교나눔터’다. ‘녹명’이라 함은 ‘시경(詩經) 소아(小雅)’ 편에 실린 시의 제목이다. 사슴이 들판에서 먹이를 찾으면 ‘유유’ 하고 울어 주변 사슴들을 불러 모아 같이 나눠 먹는다는 나눔과 공유의 교훈. 나만 배불리 먹으려는 욕심이 아니라 함께 나누기 위한 공유의 울음을 모임 이름으로 택한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범상치 않은 종교 여정 끝에 건져 내고 결집한 삶의 모토인 그 녹명은 성씨의 호이기도 하다. 2013년 ‘녹명 종교나눔터’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모임 명칭을 바꿨지만 초창기부터 벌여 온 종교 허물기를 통한 나눔과 공유의 실천은 변함이 없다. 바로 ‘함께 생각하기’(종교아카데미)와 ‘함께 기도하기’(명상 및 참선), ‘함께 일하기’(성지 탐방 및 자원봉사)의 사업이다. 이 가운데 오 교수가 봄가을 매년 두 차례씩 힌두교와 불교, 유교 등 각 종교의 창시 배경과 주요 경전, 핵심적 가르침을 통해 우리의 삶에서 가지는 가치와 의미를 설명하는 종교아카데미는 핵심 프로그램. 지금까지 1000여명이 아카데미를 거쳐 갔고 지금도 강좌가 시작되기 전부터 문의가 쇄도한다. 다양한 이웃 종교의 성지와 가르침을 체험하는 이웃 종교 탐방과 명상 수행, 매주 일요일 다양한 종교 신도들이 이곳에 함께 모여 각 종교 경전을 읽고 묵상하는 ‘일요 경모임’도 모임마다 10~20명씩 줄곧 찾아든다고 한다. 물론 참가자의 신앙도 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다양하다. 지난해 5월 오 교수의 노자·장자 ‘종교아카데미’ 강좌를 듣고 매주 일요일 ‘일요 경모임’에 빠지지 않는다는 박정수(38·의사)씨는 “다양한 종교의 신자들이 다양한 종교를 함께 공부하면서도 배타적이지 않고 각자 삶의 방식을 수용하는 열린 모임이어서 마음이 쏠린다”고 전했다. 2012년 ‘녹명 종교나눔터’ 창립 때부터 아카데미 강좌를 듣고 ‘일요 경모임’과 종교 탐방 행사에 자주 참여한다는 박재숙(57·경찰청 공무원)씨도 “모임을 통해 매일 생활 속에서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열린 마음을 가지려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놀라게 된다”며 “이 단체의 모임 참여자끼리 별도의 작은 모임을 이어 가고 있다”고 귀띔했다.●“수행+일상 도심 명상공동체 목표” 협동조합이 비영리 사회단체인 만큼 운영이 여의치 않다고 한다. 현재 정규 조합원 80여명이 1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씩 내는 조합비와 신규 조합원 가입 때 1구좌 5만원씩 지불하는 가입비에 강좌, 탐방, 경모임, 참선 등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최소한의 참가비가 재정의 전부다. 초창기엔 장소 마련이 여의치 않아 교회며 출판사 등 각종 공간을 빌려 전전하다가 이곳에 정착한 게 2015년 5월의 일이다. 성씨가 기거하는 생활 터전이기도 하다. “지난날 종교를 넘나들며 숱하게 겪었던 순간의 환희는 지금 이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감동에 비하면 터럭 같아요.” 알고 난 뒤 무릎을 치며 내는 소리 ‘아하’는 그 성취의 증거란다. 그래서 이 단체의 모든 참가자들은 서로를 ‘아하이스트’라 부른다고 한다. “가고 있지만 알 수 없는 길.” 나누며 공유하는 지식 협동조합 운동에 빠져 살지만 여전히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재정 어려움 등 압박감을 떨치지 못한다는 성씨. 그래도 어떻게 사는 게 좋은 삶인지를 고민하는 도반들에 둘러싸여 숨 쉬는 지금의 삶이 행복하다고 웃는다. 그 웃음 끝에 비친 궁극의 꿈이 야무지다. 숭산 스님의 제자인 재가불자들이 미국 보스턴에 세운 케임브리지 선센터를 방문했을 때 가졌던 인상이 아직도 생생하단다. 한 건물에서 가족끼리 혹은 개인이 머물면서 수행을 지속하는 단체 공간의 건립이 목표다. “서울 도심에서 수행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은 채 한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공동의 명상공동체라면 좋겠어요. 내가 발 딛고 사는 그 자리에서 다양한 종교인들이 함께 수행하는 곳이지요.” kimus@seoul.col.kr
  • 주요 회원국들 “美 빠지면 무의미” TPP 각자도생… 한국 반사이익

    주요 회원국들 “美 빠지면 무의미” TPP 각자도생… 한국 반사이익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주요 회원국들이 “미국이 빠진 TPP는 무의미하다”며 각자도생을 모색하고 있다. 12개국이 참여한 TPP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 함께 주도적으로 추진한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TPP 회원국이 아닌 우리로서는 기존에 체결한 52개국과의 양자 FTA 효과를 계속 누릴 수 있는 데다 수출 경쟁국인 일본이 원점에서 FTA를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반사 이익이 일부 기대된다.코트라(KOTRA)는 7일 내놓은 ‘트럼프의 TPP 탈퇴 서명에 대한 가입국 반응 조사’ 보고서에서 “TPP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며 “회원국들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다른 메가 FTA를 서둘러 추진하거나 주요국과의 양자 FTA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TPP 전체 가입국의 65%를 차지하는 미국이 지난달 전격 탈퇴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달 23일 TPP 탈퇴를 공식화했다. 이에 주요 회원국들은 “더이상의 지속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일본과 캐나다, 멕시코 등은 “미국 없이는 TPP가 발효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정도가 “미국을 중국이나 인도네시아로 대체해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떨어진다. 가입국들은 벌써부터 TPP 대안 찾기에 나섰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일본은 오는 10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TPP 재가입을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TPP 무산을 대비해 RCEP 가속화와 일·미 FTA의 추진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자국 목소리를 한층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싱가포르 등은 중국 주도의 RCEP 조기 타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TPP 회원국이 아니어서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국제 통상질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면 각국이 연쇄적으로 비관세 장벽을 강화할 수 있다”며 “하지만 TPP의 최대 수혜국이던 일본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서울광장] 뜬구름 잡는 성장 변형론들/박건승 논설위원

    [서울광장] 뜬구름 잡는 성장 변형론들/박건승 논설위원

    우리 사회가 트럼프를 대하는 시각은 다분히 이중적이다. 인종차별적인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는 따위의 극우 행태에는 입맛을 다신다. 자기들만 살겠다며 보호무역의 칼을 휘두르는 것을 보고선 눈살을 찌푸린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고 이란과 대립각을 세우는 외교 정책은 혁명 아닌 반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일자리 창출 노력 하나만큼은 인정해 줘야 한다고 말한다. 마른 수건 쥐어짜듯 외국 기업을 닦달해서라도 일자리 2500만개를 만들고 성장률 4%를 이루겠다는 사람 아닌가. 대선 주자들의 경제성장 공약이 가관이다. 문재인의 ‘국민성장론’, 안희정의 ‘혁신주도형 성장론’, 안철수의 ‘공정성장론’, 이재명의 ‘뉴딜성장론’, 유승민의 ‘혁신성장론’, 정운찬의 ‘동반성장론’…. 어떤 주자는 공정 경쟁과 공정 분배 아래 성장을 꾀하자고 한다. 성장은 경제민주화를 통해 이뤄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주자도 있다. 또 다른 주자는 정의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 저성장을 탈피하자고 제안한다. 그런데 캐치프레이즈가 하나같이 요령부득하고 뜬구름 잡는 소리다. 성장론을 내세우면서 분배와 양극화 해법까지 담을 수 있는 구호를 찾다 보니 공리공론(空理空論)이 될 수밖에 없다.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란 주장을 반박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성장과 분배를 뒤죽박죽 섞어 놓고, 심지어 경제민주화 논리에 성장이란 단어를 끼워 놓다 보니 성장을 하겠다는 건지, 분배에 치중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기업과 수출 주도의 전통적인 성장론은 아예 종적을 감춰 버렸다. 성장론은 없고 성장 변형론만 있을 뿐이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5년 안에 만드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인가. 그래서 대선 주자의 성장 공약이 속 빈 강정이자 콘텐츠 없는 레토릭의 유희라고 비판받는다. 이런 식의 말장난 선점 경쟁이라면 보수나 민주란 말로 포장된 ‘보수성장론’이나 ‘민주성장론’은 왜 없는지 모르겠다. 당명을 본떠 ‘새누리 성장론’이나 ’바른 성장론’, ‘정의성장론’도 나올 법하지 않은가. 19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의 ‘한국적 민주주의’란 말이 떠오른다. 그건 유신을 교묘하게 형용해 독재 정권을 연장하려는 기도였다. 민주주의면 그냥 민주주의지 한국적 민주주의는 뭐였던가. 수식이 현란한 말은 순수하지 못한 법이다. 본뜻이 얼마든지 더 변형되거나 흐려질 수 있다. 한국적 민주주의가 가짜였듯 이런저런 말로 형용한 성장론은 눈속임일 수 있다. 성장론의 내용을 들여다봐도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은 과문한 탓일까. 구체적인 전략이나 실천방법론이 빠졌거나, 있더라도 다소 뜬금없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과 노량진 고시학원을 실리콘밸리와 같은 창업의 요람으로 만들어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대선 주자도 있다. 이런 성장 변형론은 10여년 전부터 세계 경제학계에 유행어로 떠오른 이른바 ‘포용적 성장론’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설은 성장과 분배(포용)를 아우르지만 개념 정의가 불투명하다. 그런 만큼 정책 목표와 실천 방안을 제시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대선을 앞두고 유독 포용적 성장론의 아류들이 난무하는 것은 지난 대선의 학습효과 때문일 게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분배론을 외치다 패배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474 공약’(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달러)에 힘입어 당선되긴 했지만 결국 집권 5년은 실패로 끝날 위기에 놓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 공약’(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권 경제대국)의 오마주인 474 공약은 허황된 말잔치에 그쳤다. 그의 474 공약이 진정성이 있었다면 적어도 지금의 위기에 놓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 경제 현실은 한가롭지 않다. 트럼프식의 구체적 의지와 저돌적인 실천 노력 없이는 성장률을 높이기 어렵다는 점을 대선 주자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일자리는 성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경제학의 정설이다. 대선 주자들은 몽상가의 ‘에피고넨’이란 소리를 들으려 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성장론의 ‘어떻게’(How)를 말하라. 뜬구름 잡는 얘기는 제발 그만두시고. ksp@seoul.co.kr
  • [시론] 불확실성 시대를 위한 정부조직 개편/박용성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

    [시론] 불확실성 시대를 위한 정부조직 개편/박용성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

    과거 한국의 압축 성장을 이끈 부처는 경제기획원(EPB)이었다. 산업화 시대 주요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장기 전략을 짜는 일을 도맡았다. 경제기획원이 정책을 마련하고 재원을 배분하면 재무부(MOF)가 이를 뚝심 있게 밀어붙여 성공 신화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청년 취업이 사회적 화두가 된 지금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파도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지만 이를 기회 삼아 대한민국의 난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부처가 없다. 현 정부 조직이 과거 방식대로 예측 가능한 사안을 다루는 데만 익숙하다 보니 지금처럼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이끌겠다고 나서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의 역할이 국민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 ‘정부 실패’라고 부른다. 우리 국민은 이를 수도 없이 봐 왔다. 이렇듯 국민이 바라는 정부의 모습과 실제 정부 간 차이가 커지면 국가 위기가 찾아오곤 한다. 특히 인구 감소와 소비 위축 등 위기 징후가 뚜렷한데도 정부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땜질식 처방에만 매달리고 있어 국가 위기 가능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사람과 자산, 데이터를 한데 모은 플랫폼에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겐 전대미문의 현상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 알리바바는 재고물품 목록 자체가 없고,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세계 최대 택시회사 우버는 자신이 보유한 자동차가 거의 없다. 우리의 칸막이식 정부 조직으로는 소통과 신뢰, 무경계성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산업화 시대에는 경계가 뚜렷한 ‘업(業)의 영역’을 강조한 정부 조직 운영이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답이 없는’ 사회적 난제를 해결할 전략적 정부 조직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정부 조직에 대해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는 예측이 힘들고 통제가 불가능한 분야에 대한 선제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이슈처럼 재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도 개선이 안 되는 문제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 시간적 여유를 갖고 끈기 있게 대처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민과 사회의 기대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과감한 정책도 내놔야 한다. 둘째, 현 정부 부처를 혁파해 기능 중심 조직으로 재편해야 한다. 지금의 정부 조직은 국민경제 전체의 거시적 관점에서 운영되기보다는 단기 현안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되레 4차 산업혁명 도입을 가로막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부처별로 분산된 일자리 정책과 일거리 정책, 일할 사람을 키우는 정책을 한데 모은 새 부처를 만들면 교육과 직업훈련, 능력 개발을 패키지로 묶을 수 있어 청년 실업 문제를 좀더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단기 현안이 아닌 중장기 과제를 전담하는 전략기획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 정치인과 관료는 코앞에 닥친 선거 등에 묻혀 장기간 숙성이 필요한 정책보다는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한 부처에 중장기 정책과 단기 현안을 모두 맡기면 현업에만 치중하게 돼 장기 과제를 소홀히 하게 된다. 미래전략 전담 부처가 인구절벽과 사회적 양극화, 4차 산업혁명 대응 등의 문제에 대해 당장의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제도적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끝으로 정부는 각종 규제나 진입장벽 등 정책으로 인한 편익이 특정 소수에 집중되는 ‘고객정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쪽으로 정부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 정부는 시장 가격이 아닌 세금으로 운영 재원을 마련한다. 이 때문에 구조적으로 비용 중복 현상이 나타나고 불특정 다수의 부담으로 일부 집단이 이익을 보기도 한다. 새 정부는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새로운 정부 조직은 빠르게 정책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체질을 바꿔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 정책 결정에 따른 책임을 두려워해 관성에 의존하는 ‘현상 유지 해저드’에서 탈출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 조직으로 정부 부처가 바뀌어야 할 시점은 바로 지금이다.
  • [기고] 대학 학사제도, 혁신할 때다/허향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겸 제주대 총장

    [기고] 대학 학사제도, 혁신할 때다/허향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겸 제주대 총장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일자리 미래보고서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2020년까지 노동시장에서 710만개의 직업이 사라지고 2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며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의 65%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직종에서 일할 것이라고 한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만남,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의 가까운 미래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디지털, 물리학, 생물학 등의 경계가 없어지고 융합되는 기술혁명, 공유 경제 및 수요자 중심의 온디맨드 경제를 이용한 산업의 부상, 전문 기술직에 대한 수요 증가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하고 엄청난 변화가 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대비해 대학을 중심으로 이미 상당한 준비에 들어가 있다. 전통적으로 인문 사회과학 중심이던 미국의 프린스턴대, 하버드대 등도 컴퓨터과학, 로봇공학, 생명공학 등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창업과 일자리로 연결되는 새로운 지식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스탠퍼드대는 공학, 인문학 및 사회과학 분야와 공동 연구를 활성화하고, 미래의 문제 해결을 위한 학문 분야 간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애리조나주립대는 10년 동안 69개 학과를 폐지하고 30개의 새로운 융합 전공을 만드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새로운 혁신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 진보, 파괴적인 기술에 의한 산업 재편, 전반적인 시스템의 변화 등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준비가 여전히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한다. 대학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지성의 전당이나, 이러한 사회 변화에 발맞추려면 다양하고 유연한 학사제도의 자율성이 담보돼야만 한다. 이를 위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교육부를 상대로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 5학기 이상 다학기제 허용, 대학 자율로 전공 개설, 집중이수제, 외국대학과의 공동 복수학위 과정 등 대학 학사제도 운용의 자율성이 법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 그 결과 정부는 지난해 12월 대학 학사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고등교육법시행령’ 일부 개정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 대학은 학사 운용에서 기본 학점당 15시간 이상을 준수하면, 나머지 부분은 학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전망이다. 즉 각 대학 여건에 맞는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학 위기의 시대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대학은 도태된다. 4차 산업혁명의 속도와 파급 범위를 따라잡아야만 한다. 각 대학의 설립 이념, 목적, 그리고 여건에 맞게 자신만의 고유한 혁신 모델을 창출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힘써야 할 때다. 다른 국내외 대학을 단순히 모방할 필요도 없이 오로지 학생의 입장에서 어떤 인재로 키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자율적인 혁신을 위해 정부도 각종 대학평가와 연계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대학은 자율성과 책무성을 바탕으로 학과 및 대학 간 장벽을 넘어서 공유·소통하며 미래 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 적극적인 변화와 혁신을 시도할 때다.
  • 때리고 어르며 실속 챙긴 ‘트럼프 거래 외교’

    멕시코 국경장벽 비용 놓고도 관세로 압박한 뒤 실익 이뤄 내 멕시코와 정상회담은 취소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치고 빠지기’, ‘때리고 어르기’식 거래외교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싱크대와 의자, 램프, 거울 등의 가격을 직접 흥정하며 초고층 빌딩 건설의 이익을 극대화했던 ‘트럼프 회장’ 협상전략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선자 시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통화 이후 백악관은 “양국 정상은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의 근본적 중요성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27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가진 첫 정상회담에서도 ‘나토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밝혔다. 이는 대선 기간뿐 아니라 당선자 시절에도 줄곧 나토의 ‘무용론’과 ‘무임승차론’을 내세우며 비판했던 것과 상반되는 태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영국 ‘더 타임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냉전시대 산물인 나토는 ‘한물간’ 조직”이라며 나토 동맹 무용론을 제기했다. 또 “나토 동맹국이 ‘합리적인 보상’을 내놓지 않으면 군사 지원 철회를 고려하겠다”며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방위비로 분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영국과 독일 등 주요 나토 회원국들이 GDP의 2%까지는 아니지만, 현재보다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뒤 급선회했다. 먼저 강하게 비판하고, 이후 실익을 취하면 다시 우호적으로 바뀌는, ‘힘’을 바탕으로 한 전형적인 ‘갑질’ 외교인 셈이다. 이런 전략은 멕시코 국경 장벽 문제에도 나타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공약 중 하나인 멕시코 국경 장벽(신설 구간 1049㎞) 건설 비용으로 최대 400억 달러(약 46조원)를 멕시코가 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26일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멕시코 수입품에 20% 관세를 부과, 한 해 100억 달러(약 1조 1600억원)를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멕시코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에 멕시코는 31일로 예정된 양국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시켰다. 하지만 이튿날인 27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한 시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뒤 ‘포괄적 논의로 이견을 해소키로’ 의견을 모았다. ‘한 푼도 낼 수 없다’는 자세에서 물러선 것으로, 미국으로서는 일정한 이익을 얻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는 우호적이었고 양국이 추후에 무역관계를 재협상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멕시코 대통령실은 “두 정상이 국경 장벽 비용 부담과 관련한 공개적인 발언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국제 현안과 관련한 협력관계를 증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제재 해제’라는 선물을 줄 듯하면서도 끝내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나 핵무기 감축이라는 선물을 받아야 제재 해제에 나설 전망이다. 철저한 ‘주고받기’를 바탕으로 한 거래외교이다. 또 일본도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의 ‘거래외교’ 경계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과의 센카쿠 열도 분쟁에서 일본을 지지한다는 점 등을 앞세워 자동차와 무역 등 통상이익을 취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되살아나던 韓 수출 전선, 트럼프發 ‘통상 전쟁’ 직격탄 맞나

    되살아나던 韓 수출 전선, 트럼프發 ‘통상 전쟁’ 직격탄 맞나

    ‘26조 매출’ 멕시코 진출 기업 타격 2.9%↑수출 목표 달성 힘들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빠르게 실행에 옮기면서 조금씩 살아나던 우리나라 수출이 커다란 암초를 만나게 됐다. 정부는 올해 수출이 5100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2.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미국이 정조준하고 있는 중국과의 통상 전쟁 등이 현실화되면 수출 목표 달성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5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각국의 수입규제 수준을 지난해 수준으로 설정하고 올해 수출 전망을 했는데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주의로 비관세장벽 등 규제가 강화되고 미·중 통상 갈등이 심해지면 실적치는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수출은 2014년 5727억원에서 2015년 5268억원, 지난해 4956억원으로 2년 연속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미국 주도의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에 대한 행정명령을 즉각 처리하면서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대미 흑자국인 멕시코를 겨냥한 미국의 NAFTA 재협상 카드는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두고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려던 국내 기업들에 큰 손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코트라에 따르면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총 183개로 중남미 진출 기업의 40%가 몰려 있다. 멕시코에서 올리는 연간 26조원(약 220억 달러)에 육박하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이들이 맡고 있다. 미국이 2015년에만 3676억 달러(약 428조원)의 상품수지 적자를 기록한 중국에 대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나라도 일정 부분 수출에 타격을 입는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하면 우리나라의 총수출은 0.36%(약 18조원)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 카드를 이용해 우리가 흑자를 내는 품목에 관세 철폐 연기와 서비스시장의 완전 개방을 압박하면 기업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과 미국은 각각 전체 수출 비중의 1위(25.1%), 2위(13.4%)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들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미국이 중국의 불공정무역에 대해 45%의 관세를 직접 물리는 것은 통상 전쟁을 촉발할 수 있기에 쉽게 내놓을 카드가 아니지만, 미국을 상대로 지속적인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한국과 일본, 독일에 대해서는 10~15%의 관세를 추가로 올리거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손열 연세대 국제대학원장은 “미국은 통상 분야뿐 아니라 방위비 분담 등 안보 공약까지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무역 정책을 세울 것으로 보여 통합적인 대응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中 사드 보복’ 인정한 정부… 양자서한·WTO 통해 적극 대응

    비상경제 TF서 “문제제기 할 것” 기재부 “정경 분리 전략적 대응” 정부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현실적 리스크로 판단,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는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잇따른 중국의 무역제재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보복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정부는 20일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최근 중국의 조치들을 사실상 ‘사드 보복’으로 보고 양자 채널과 다자 채널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까지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중국 측의 검역규제 강화 등의 조치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드 배치와는 관련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실제 대응도 지난 13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에서 이의를 제기한 정도가 전부였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의 태도가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통상 보복으로 여겨지더라도 확실한 근거 없이 문제 제기를 하면 중국이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마찰을 불러올 것이 뻔해 조용히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날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중국이 이런 조치를 사드와 연관시킨 것이라 확인해 준 적이 없는 상황에서 (수입기준 미달 등) 근거를 대며 하는 일마저 따질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도 “(사드 배치와) 분명한 연결고리가 있으면 정정당당하게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상황별, 사안별 비관세장벽 강화 조치들이 경제 정책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는 한·중 교역 관련 고위 및 실무 협의체와 공식 서한 등 양자 채널과 세계무역기구(WTO) 위생검역위원회(SPS)와 기술장벽위원회(TBT) 등 다자간 협상을 활용하기로 했다. 정부가 주목하는 중국의 조치는 ▲반덤핑 조치 등 수입 규제 ▲화장품 수입 거부 ▲조미김 위생조건 등 비관세장벽 강화 등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양국 간 수교의 기초였던 정경 분리 원칙을 활용한 ‘전략적 대응’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양자·다자 무대에서 비관세장벽이 높아진 현실을 보여 주면서 중국 측에 각각의 조치에 대한 근거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면 ‘사드 배치 결정 때문’이라고 대답해서는 안 되는 중국으로서는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특검 칼날 어디로… 대규모 ‘재벌 司正’ 초긴장

    “청와대는 압수수색도 안 하고, 소환에 응한 기업만 분풀이 수사 대상이 된 꼴이다.” “최순실 특검은 사라지고, 결국 ‘재벌 때리기’ 특검이 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16일 재계엔 불만 기류가 흘렀다. 특검의 다음 수사 대상으로 꼽히는 SK, 롯데, 부영, CJ 등은 총수 및 고위 임원 소환조사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특검 수사에서 이 부회장에게 씌워진 혐의 중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뇌물로 본 대목은 두 재단 출연 기업을 피해자로 본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기소 내용과 다른 접근”이라면서 “특검이 어떤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할지, 두 재단 출연 기업 중 어디까지를 수사대상으로 삼을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774억원을 낸 기업 수는 53곳(16개 그룹)으로 특검이 기업별 ‘민원’에 대해 뇌물 혐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대규모 재벌 사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삼성 등 주요 기업들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 이어 새해 업무계획 수립을 유보하고 있다. 사실상 재계가 마비 상태에 빠진 가운데 특검 수사 여파로 ‘반(反)기업 정서’가 고조되는 분위기에 경제단체들은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치적 강요 속에서 (삼성의 자금 출연이) 어쩔 수 없이 이뤄진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속 수사는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이경상 경제조사본부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자(CEO)를 구속 수사할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불구속 수사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경제단체들이 이 부회장에 대한 불구속수사를 청원하는 이유는 이른바 ‘오너 리스크’를 염려하고 있어서다. 대외적으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취임하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로 인해 중국의 관세·비관세 무역 장벽이 가혹해지고, 미국발 금리 인상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환경 때문이다. 오정근 건국대 IT금융학부 특임교수는 “금융 위기 재현이 예상될 정도로 대내외 기업환경이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대부분의 그룹들이 사업 구조개편 숙제를 해야 하는 게 올해”라면서 “이 시점에서 이 부회장을 구속한다면 한국이 최순실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는 인상 대신 ‘정치 리스크’를 ‘경제 리스크’로 확대시키고 있다는 신호를 대외에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2008년 조준웅 특검이 단행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삼성전자의 매출·이익률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전날 박영수 특검이 영장 청구 시점을 하루 늦추자 내심 불구속수사 가능성을 점쳤던 삼성 측은 당혹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이 부회장 혐의에 대한 법리 다툼 채비를 갖췄다. 삼성은 2015년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이 부회장이 강한 압박을 받아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하게 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뇌물의 대가로 삼성 경영 승계를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었다는 점은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영장실질심사에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 10일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으로 인해 그룹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을 늘리게 됐지만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이 삼성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배력을 키우는 직접적인 결과가 야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합 삼성물산 출범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상승에 도움이 되는 단계에 있다면, 뇌물죄의 기대 가능성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면서도 “법리적으로 타당할지라도 권력의 강압적 요구를 기업이 거절할 수 없는 한국적 현실을 고려했을 때 (이 부회장 사법처리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삼성이 비상경영 컨트롤타워를 어떻게 세울지도 초유의 관심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말 약속한 미래전략실 해체 등 조직개편, 글로벌 기술기업 인수·합병(M&A), 삼성전자 지주회사 설립 등은 미뤄질 전망이다. 주요 계열사는 전문경영인이 이끌어가는 형태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한동안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이 이끌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27일 삼성전자 등기이사가 됐지만,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등기이사 자격을 잃게 된다. 삼성·한화 간 방산 빅딜, 삼성·롯데 간 화학 빅딜 등 이 부회장이 진두지휘했던 그룹 차원의 ‘큰 구상’도 당분간 실현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전경하 기자 lark@seoul.co.kr
  • 풍요롭고 불평등한 세계화의 톱니바퀴

    풍요롭고 불평등한 세계화의 톱니바퀴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브랑코 밀라노비치 지음/서정아 옮김/21세기북스/364쪽/1맘 8000원폭력적인 세계경제/장에르베 로렌치·미카엘 베레비 지음/이영래 옮김/미래의창/288쪽/1만 5000원분배의 정치/제임스 퍼거슨 지음/조문영 옮김/여문책/400쪽/2만원 ‘불평등’은 전 지구적 정치·경제 현상을 아우르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를 기점으로 중국과 소련의 자본주의 편입과 글로벌 경제 통합의 가속 페달을 밟아온 지난 30년간의 ‘세계화’에 대한 실패 논쟁도 격렬해지고 있다. ‘승자 독식’과 자국 이익만을 추구하는 ‘각자도생’의 부상은 불평등의 악순환을 예고하는 묵시록이다. 이미 부유했던 서구 사회의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29%를 벌어들이고, 총자산의 46%를 차지하는 ‘국가간 불평등’ 현상뿐 아니라 나날이 견고해지는 ‘국가내 불평등’ 현상은 내부에서부터 소수의 승리자가 다수의 낙오자를 배제하는 시스템을 강화한다. 세계 경제 운용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층 폭력성이 짙어진 불평등을 주제로 미래 경제를 전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책 세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불평등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브랑코 밀라노비치 교수의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는 세계화가 증폭시켜 온 글로벌 불평등을 실증적으로 파헤친 역작이다. 토마 피케티가 저서 ‘21세기 자본’을 통해 최상위 계층으로의 자본 집중 현상에 주목했다면 밀라노비치는 세계화로 일그러진 소득 분배에서의 불평등 양상을 조명한다. 그가 지난해 발표한 ‘코끼리 곡선’(elephant curve)은 가장 신뢰성 높은 세계화 성적표로 평가된다. 세계화의 절정기인 1988년부터 2008년까지 전 세계 1인당 실질소득의 상대적 증가율을 비교한 이 곡선에는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최상위 1%와 아시아 신흥국 중산층의 소득은 급격히 늘어 세계화의 수혜자가 됐지만 나머지 계층의 소득은 같은 기간 거의 ‘제로’(0)에 머물렀다. 밀라노비치 교수에 따르면 세계 최상위 1%에는 2008년 기준으로 미국인이 12%로 가장 많고, 한국인도 2%를 차지한다. 저자에 따르면 경제 양극화는 중산층 공동화와 금권정치, 포퓰리즘의 득세를 낳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와 같은 자국 우선주의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보호무역과 신(新)고립주의는 우리가 치르고 있는 불평등의 혹독한 대가다. 세계화가 계속되면 불평등이 사라질까. 그는 “앞으로도 세계화의 이득이 공평하게 분배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프랑스의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인 장에르베 로렌치의 ‘폭력적인 세계 경제’는 현 경제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는 여섯 가지 제약을 범주화한다. 그는 기술 진보의 둔화, 노령 인구, 불평등의 심화, 자국을 벗어난 산업 활동의 대규모 이전, 한도가 없는 경제의 금융화, 투자 자금 조달의 불능이라는 여섯 가지 제약으로 인해 ‘세계의 충돌’(전쟁)과 ‘시스템 붕괴’가 출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계 경제의 재구조와 임계치에 도달한 불평등의 압력은 세계 경제의 성장을 저해하는 위기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고조되는 세대 간 긴장은 경제적 현실을 읽는 풍조가 될 정도다. 저자는 “인류 역사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터무니없을 정도의 불평등에 직면하고 있다”며 “인간의 역사에 자주 등장했던 반란의 움직임이 어딘가에서 등장하지 말란 법도 없다”고 경고한다. 위의 두 책이 경제학자들의 시각에서 지난 한 세대간 벌어진 구조적 경제 실패들을 실증하고 있다면 ‘분배정치의 시대’는 인류학자의 시선에서 획기적인 경제 실험을 시도할 것을 촉구한다. 미 스탠퍼드대 인류학자인 제임스 퍼거슨 교수는 30여년 동안의 남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현지 조사를 토대로 새로운 정치적 분배 모델에 주목해 왔다. 그의 주장은 영어 원제인 ‘물고기를 줘라’(Give a Man a Fish)처럼 빈민층에게 직접 현금을 주자는 것이다. 생산이 아닌 분배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12년 전체 가구의 44%에 보조금을 지급했다. 2002년과 2012년을 비교하면 남아공의 기아 가구 비율은 29.3%에서 12.6%로 줄었고, 교육과 보건 환경이 크게 신장됐다. 이 같은 기본소득 캠페인은 나미비아와 보츠와나에서도 확대 운용되고 있다. 퍼거슨 교수는 정규직 임금노동을 기반으로 한 신자유주의적인 복지모델은 불평등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 안정적인 임금 노동의 기회가 박탈되는 상황에서 서구의 복지 안전망은 더이상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저자는 이 같은 실험들은 ‘고용 없는 저성장 시대’를 맞아 빈곤을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동시대 자본주의를 재고하는 ‘조용한 혁명’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한다. 퍼거슨의 첫 번째 번역서로, 그의 제자인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우리말로 옮겼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요즘 핫한 베트남 쌀국수집...월 2억 매출 성공비결은

    요즘 핫한 베트남 쌀국수집...월 2억 매출 성공비결은

    지난 2일 서울 종각역 인근 후미진 골목 안 쪽에 위치한 쌀국수집 ‘에머이’(Emoi). 새해 첫 출근을 한 직장인들이 뜨끈한 국물이 매력인 쌀국수를 먹기 위해 길게 줄 지어 서 있었다. 바로 옆 큰길가에는 유명 쉐프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멸치국수집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추위 속에서 자신들의 순서가 오길 기다렸다. 한 손님은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니라면 평일 오후 2시 전까지는 이렇게 기다렸다 들어간다”고 말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형 유통 3사도 서로 “입점해달라”고 구애를 펼치는 중이다. 기업형 쌀국수집과의 경쟁에서 이 ‘이단아’ 쌀국수집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지난 3일 에머이 주인장인 권영황 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 곳을 다시 찾았다. 1. 평일 점심 회전율이 무려 7바퀴? 기자: 식당에 손님이 많네요.권영황(이하 권): 우연찮게 생각보다 많이 오시네요. 기자: 우연찮게요?권: 아, 우연이라기보다는 그래도 준비한 보람이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기자: 하루에 얼마나 오나요.권: 평일 점심 때 회전율 높을 때는 7바퀴 이상이죠. 기자: 7바퀴면 어느 정도인가요.권: 종로점 기준으로 자리가 20개예요. 11시 반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죠. 어떤 손님은 세 번 와야 한 번 먹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기자: 저녁에도 사람이 많나요?권: 여섯 시부터 여덟 시까지는 줄을 서야 돼요. 기자: 주말에는 어때요?권: 주말에는 평일에 와 본 손님들이 가족, 지인들을 데리고 와요. 기자: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어려웠을 텐데요?권: 2015년 8월 종로점을 열었는데 두 달 동안 손님이 없더라고요. 위치도 썩 좋지 않지만, 사람들이 ‘다른 쌀국수집이랑 맛이 별반 차이가 없겠지’ 이런 선입견을 갖고 보는 듯 했어요. 그런데 한 명 한 명 오는 손님들이 다들 맛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 분들이 다음날 새로운 분을 데려오고. 그러면 다음날 새로 온 분이 또 다른 분과 같이 오고. 그렇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기자: 왜 예약은 안 받는 거죠?권: 처음에는 예약을 받았는데 한국에는 ‘노쇼 문화’(예약을 해 놓고 나타나지 않는 행위)가 있잖아요. 손님들이 예약받지 말자고 하더라고요. 예약을 안 받으니 먼저 온 사람이 한명씩 자리를 맡더라고요. 이것도 기다리는 손님들한테 피해를 준다는 요청이 있어서 이제는 다 오시기 전까지는 바깥에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게 해요. 미리 주문까지 하면 끝까지 기다리시더라고요. 기자: 매출이 꽤 되겠네요?권: 문을 열고 단 한 번도 월 매출이 떨어진 적이 없어요. 여름철에는 ‘손님이 줄겠지’ 했는데 7~8월에도 계속 오르더라고요. 추석 때도 더 팔았죠. 지난달 종로점 매출은 2억 1000만원을 넘었어요. 하루에 700만원 조금 안 되게 판거죠. 국수 팔아 이 정도면 괜찮죠? 기자: 동업하신다고요?권: 네. 고향(안동)의 아는 형님(김명상 대표)과 같이 일해요. 형님은 돈을 대고 전 요리를 하죠. 기자: 동업은 오래 가지 못한다고 하던데요.권: 전 아직 경험이 부족해요. 형님은 저보다 한 수 위죠. 예전에 봉추찜닭을 만드신 분이에요. 기자: 그럼 에머이도 봉추찜닭과 관련 있는 곳 아닌가요.권: 그건 아니에요. 형님이 다른 선배 분한테 회사(봉추푸드시스템)를 맡기고 여러 다른 시도를 해왔어요. 사업가 기질이 좀 있거든요.(기자 주: 지난해 봉추푸드시스템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정보공개서에는 김명상 대표가 감사로 등록돼 있다.) 2. 생면에 도전장 낸 호텔 주방장 기자: 특1급 호텔 출신 주방장 출신이던데 어쩌다 창업을?권: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신세계 계열)에서 16년을 근무했어요. 호텔에 있을 때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집도 사고...참 고마운 회사죠. 10년 전인가? ‘앞으로 10년 후에 뭐해 먹고 살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가 30대 초반이었죠. 뭘 할까 고민하던 중 베트남에 가서 쌀국수를 먹고는 무릎을 딱 쳤습니다. 이거다. 기자: 한국에 쌀국수집이 그렇게 많은데.권: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쌀국수를 먹으면 고향 맛이 안 난다고 그래요. 왜 그럴까요? 한국 쌀국수는 미국을 거쳐서 들어왔다는 설이 있어요. 우리 김치찌개를 중국인이 베트남 사람한테 가르쳤다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래서 우리는 현지 맛을 그대로 가져가자고 결심했죠. 생면을 만들고 육수도 직접 끊이고 현지인이 만들 수 있는 구조로 가보자고요. 기자: 그래서 주방에 베트남 사람이 많았군요.권: 베트남 사람이 아무리 김치찌개를 잘 끊여도 원래 맛을 못 따라가는 것과 같은 이치죠. 저도 호텔 주방장 출신이지만 제 생각을 넣으면 결국 똑같은 한국 맛이 될까 봐 아예 백지에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베트남 현지에서 3대째 쌀국수집을 운영하는 주방장을 모셔 왔는데 저 보고 배울 거면 ‘솥부터 닦으라’고 하더라고요. 내가 이 집 주인인데... 결국 닦았어요. 요리사 세계에서는 ‘당신이 내 일을 배우려면 내 밑에 꿇어라’ 뭐 이런 자존심 싸움이 있거든요. 기자: 식당 이름 ‘에머이’는 무슨 뜻이죠.권: 베트남 식당에서 가장 많이 쓰는 현지어예요. 한국에서 ‘이모!’ ‘사장님!’ 이렇게 부르는 것처럼 베트남에선 모두 에머이로 통하죠. 베트남에서 쌀국수를 먹어본 사람들이 현지 향수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기자: 웬만한 쌀국수집은 ‘포’라는 이름이 들어가던데 모험 아닌가요.권: ‘포’는 쌀국수 면 종류 중 하나더라고요. 포는 0.5㎝보다 좀 넓은 면을 부를 때 쓰고, 굉장히 가는 면은 ‘분’이라고 하던데요.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 베트남 현지 맛을 살릴 수 있는 ‘생면’을 만드는 거였죠. 우리 국수를 드신 분은 다른 데 가서 면을 못 드실 거라고 자신했어요. 기자: 면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하시네요.권: 베트남 생면 공장에 가서 보니 쌀을 맷돌로 갈아 묽게 면을 만들더라고요. 보통 면은 가루에 물을 부어 만드는데 그게 아니었죠. 이렇게도 만드는구나, 깜짝 놀랐죠. 한국에 돌아와서 똑같이 해봤는데 처음에는 술술 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면을 물에 푸니 다 끊어져 못 먹게 됐죠. 그때 진짜 난감하더라고요. 그 뒤에도 계속 실패를 하면서 ‘왜 안 될까’를 생각해봤죠. 결국은 기후였어요.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온도차가 심해 베트남에서처럼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어려웠던 거죠. 생면이 안 나와서 기계를 발로 차기도 하고 망치로 떼리기도 하고. 그렇게 2년이 걸렸습니다. 기자: 결국 성공하셨네요.권: 우리나라 면 시장의 판도가 바뀌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기자: 한국식 쌀국수에 익숙한 사람에겐 생면이 낯설 수도 있는데요.권: 어떤 손님이 그러더라고요. ‘사장님! 면이 퍼졌어요.’ 이 분은 생면을 처음 먹어본 거죠. 그래서 자리마다 생면을 만들어 다 갖다놨어요. 여성 고객한테는 생면팩을 만들어 주기도 했죠. 쌀이 피부에 좋거든요. 유명 화장품 회사도 쌀을 원료로 쓰기도 해요. 나중에는 워낙 생면팩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중단했죠. 3. ‘친정’ 신세계 요청을 뿌리친 사나이 기자: 종로점 말고도 매장이 꽤 되네요.권: 신사동 가로수길점,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점, 롯데몰 은평점, 홍대점 등 총 다섯 군데네요. 홍대점은 지난 1일 오픈했는데 여긴 가맹점이에요. 다른 데는 모두 직영점이고요. 기자: 롯데, 현대 다 입점하셨는데 신세계는 연락 안 왔나요? 친정인데...권: 안 그래도 한 손님이 신세계에 입점하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사정을 설명해줬어요. 신세계와 하남, 영등포점 등 몇 곳에 들어가는 걸로 얘기를 주고 받다가 결국 안 하기로 한 거라고요. 그쪽에서는 생면을 만드는 과정을 고객들한테 보여주자는 콘셉트를 제시했는데 저랑 맞지 않더라고요. 나중에 기회 되면 들어갈 수도 있겠죠. 기자: 매장이 많아지면 맛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텐데요.권: 재료를 공수해선 안 돼요. 즉석에서 만들어야 생면 메리트가 있는 거죠. 밥도 금방 해서 먹어야 맛있는 것처럼요. 그래서 매장마다 기계를 설치해줬어요. 제가 나름대로 개발한 파우더로 누구나 만들 수 있게 ‘포의 혁명’을 일으킨 거죠. 기자: 앞으로 매장을 더 늘리겠다는 거네요.권: 문의는 많이 들어와요. 그런데 ‘막 늘리자’는 주의는 아니에요. 돈 버는 조건(좋은 상권)이 되면 ‘오케이’ 하는 거죠. 기자: 브랜드 관리를 한다는 말씀?권: 어렵게 키웠는데… 음식이라는 게 한 순간이잖아요. 조심스럽죠. 4. 월급쟁이 직원에 주인의식? “앞으로 지분 줄겁니다.” 기자: 호텔 근무할 때와 삶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해요.권: 사표를 낼 때 아내와 상의를 하진 못했어요.기자: 헉…권: 그 전에 휴직계를 내서 그만 둘 것이라는 생각은 다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알고 전화를 해서 울더라고요. ‘당신, 나한테 할 말 없냐’고. 기자: 너무하셨네요.권: 미안하다고 했어요. 대신 더 많이 벌어다 주겠다고 약속했죠. 이제는 아내도 건강 해치지 말라고 격려해줘요. 단지 애들하고 못 놀아주는 게 아쉽죠. 기자: 식당 하면서 언제가 가장 뿌듯했나요?권: 두 달 전쯤 어느 손님이 저한테 ‘이 집에는 철학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한 마디가 제 가슴에 꽂혔어요. 에머이의 색깔, 철학을 인정해 준 거잖아요. 생면 개발하려고 그토록 고생했는데 그게 헛되지 않았구나… 기자: 직원은 몇 명이나 되나요?권: 40명은 족히 될 겁니다.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월급쟁이는 절대 주인의식 못 느낍니다. 그래서 앞으로 직원들한테 지분을 줄 겁니다. 이 회사의 주인이 돼라는 뜻에서죠. 기자: 창업에 도전하시는 분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세요.권: 어려운 질문이네요. 창업에 답은 없어요.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면 좋겠지만요. 사업은 그 사람의 생각, 열정, 마음에 따라 확 바뀝니다.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따라 남이 깨뜨릴 수 없는 철판이 될 수도, 쉽게 깨지는 유리가 될 수도 있죠. 본인이 가장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중요합니다. 전 요리사 되겠다고 결심한 뒤 미각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술, 담배 전혀 안 합니다. *창업 전문가들이 말하는 ‘팁’경기 불황에 시장 포화로 자영업자들 삶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발간한 ‘2016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문을 닫은 식당 자영업자는 15만 3000명입니다. 전체 폐업 자영업자(73만 9000명)의 20.6%로 폐업 1위의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앞서 소개한 권영황 대표처럼 ‘판’을 바꾸지 않고서는 창업 후 3년을 버티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별다른 기술, 노하우가 없는 퇴직 직장인들이 할 수 있는 분야가 음식점 말고는 많지 않습니다.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영리한 창업’을 할 수 있을까요. 창업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창업 전 아르바이트 필수, 10곳 이상 점주 만나는 건 기본강병오(중앙대 겸임교수)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창업하기 전에 ‘입구 전략’을 세우라고 강조합니다. 입구 전략의 첫 번째는 아르바이트입니다. 창업을 하려면 적어도 3개월 동안 현장 경험을 해보라는 거죠. 무보수도 좋습니다. 친척 등 지인이 운영하는 가게에 가서 일단 부딪혀 보는 겁니다. 두 번째는 독립 창업과 프랜차이즈 창업 중에 선택을 하는 겁니다. 어떤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없지만 프랜차이즈가 성공 확률은 더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과잉 공급 시대에 개인이 회사를 이기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세 번째, 프랜차이즈를 하기로 했다면 10곳 이상의 점주를 만나보는 겁니다. 발품을 팔면 어느 정도 그 회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폐점율, 다점포율(다점포수/가맹점수) 등이 참고가 될 것입니다. 네 번째, 목(입지)은 맛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어떤 업종을 하는 것보다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가 성공을 좌우한다는 거죠. 대신 규모는 처음부터 키우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규모를 키우면 허점이 많이 생기고 직원 관리도 어렵다는 겁니다.‘근자감’이 실패 확률 높여…소비자 트렌드 읽을 줄 알아야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창업자는 겁을 먹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영업자 중 20%만 돈을 벌고, 40%는 유지, 나머지 40%는 3년 안에 문을 닫는 게 현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나는 하위 40%에 들지 않을 것이다”라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오히려 실패 확률을 키운다는 것이죠. 박 교수는 창업 전에 6개월 정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서 운영하는 창업 교육을 받다보면 확실히 겁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러면 정말 창업을 해도 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네요.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찾기보다 (사업을)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을 살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사업을 하다보면 처음 계산했던 원가보다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의도치 않게 ‘히든 코스트’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박 교수는 설명합니다. 자영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대개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하네요. 독립 창업을 하면 본사에 수익을 떼어 주지 않아도 되니 수중에 돈을 더 쥘 수 있지만 체력적으로 오래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창업 초보들은 소위 뜨는 업종에 귀가 솔깃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업종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식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합니다. 업종을 고를 때는 단골(헤비 유저) 20%, 뜨내기 손님(라이트 유저) 80% 중 단골이 계속 유지되는 업종을 눈여겨 보라고 합니다. 뜨내기 손님의 재방문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네요. 박 교수는 “주변에서 부추기는 업종보다 본인이 주관을 갖고 소비자 중심의 트렌드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창업 전문가 2인의 조언 1. 강병오 대표- 창업 전 3개월 현장 경험 차원에서 아르바이트하자.- 독립 창업보다 프랜차이즈 창업이 성공 확률은 높다.- 10곳 이상 점주 만나 폐점율, 다점포율 등 따져봐야.- 맛보다 중요한 게 입지, 처음에는 소자본으로 시작. 2. 박주영 교수- 창업 전 6개월 교육 받으면 창업 현실 마주치게 돼.- 히든 코스트 염두에 두지 않고 원가 계산하면 실패.- 체력적으로 오래 버틸 수 있는 방안부터 마련해야.- 소위 뜨는 업종은 경계를, 단골 많은 업종 찾아보자.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요즘 핫한 베트남 쌀국수집...월 2억 매출 성공비결은

    요즘 핫한 베트남 쌀국수집...월 2억 매출 성공비결은

    지난 2일 서울 종각역 인근 후미진 골목 안 쪽에 위치한 쌀국수집 ‘에머이’(Emoi). 새해 첫 출근을 한 직장인들이 뜨끈한 국물이 매력인 쌀국수를 먹기 위해 길게 줄 지어 서 있었다. 바로 옆 메인도로변에 유명 쉐프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멸치국수집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추위 속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불리워지길 기다렸다. 한 손님은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니라면 평일 오후 2시 전까지는 이렇게 기다렸다 들어간다”고 말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형 유통 3사도 서로 “입점해달라”고 구애를 펼치는 중이다. 기업형 쌀국수집과의 경쟁에서 이 ‘이단아’ 쌀국수집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지난 3일 에머이 주인장인 권영황 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 곳을 다시 찾았다. 1. 평일 점심 회전율이 무려 7바퀴? 기자: 식당에 손님이 많네요.권영황(이하 권): 우연찮게 생각보다 많이 오시네요. 기자: 우연찮게요?권: 아..우연이라기 보다는 그래도 준비한 보람이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기자: 하루에 얼마나 오나요.권: 평일 점심 때 회전율 높을 때는 7바퀴 이상이죠. 기자: 7바퀴면 어느 정도인가요.권: 종로점 기준으로 자리가 20개에요. 11시 반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죠. 어떤 손님은 세 번 와야 한 번 먹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기자: 저녁에도 사람이 많나요.권: 여섯 시부터 여덟 시까지는 줄을 서야 돼요. 기자: 주말에는 어때요.권: 주말에는 평일에 와 본 손님들이 가족, 지인들을 데리고 와요. 기자: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어려웠을텐데요.권: 2015년 8월 종로점을 열었는데 두 달동안 손님이 없더라고요. 위치도 썩 좋지 않지만, 사람들이 ‘다른 쌀국수집이랑 맛이 별반 차이가 없겠지’ 이런 선입견을 갖고 보는 듯 했어요. 그런데 한 명 한 명 오는 손님들이 다들 맛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 분들이 다음날 새로운 분을 데려오고. 그러면 다음날 새로 온 분이 또 다른 분과 같이 오고. 그렇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기자: 왜 예약은 안 받는거죠.권: 처음에는 예약을 받았는데 한국에는 ‘노쇼 문화’가 있잖아요. 손님들이 예약받지 말자고 하더라고요. 예약을 안 받으니 먼저 온 사람이 하나씩 자리를 맡고 있는데 이것도 기다리는 손님들한테 피해를 준다는 요청이 있어서 이제는 다 오시기 전까지는 바깥에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게 해요. 미리 주문까지 하면 끝까지 기다리시더라고요. 기자: 매출이 꽤 되겠네요.권: 문을 열고 단 한 번도 월 매출이 떨어진 적이 없어요. 여름철에는 ‘손님이 줄겠지’ 했는데 7~8월에도 계속 오르더라고요. 추석 때도 더 팔았죠. 지난달 종로점 매출은 2억 1000만원을 넘었어요. 하루에 700만원 조금 안 되게 판거죠. 국수 팔아 이 정도면 괜찮죠? 기자: 동업하시신다고요?권: 네. 고향(안동)의 아는 형님(김명상 대표)과 같이 일해요. 형님은 돈을 대고 전 요리를 하죠. 기자: 동업은 오래 가지 못한다고 하던데요.권: 전 아직 경험이 부족해요. 형님은 저보다 한 수 위죠. 예전에 봉추찜닭을 만드신 분이에요. 기자: 그럼 에머이도 봉추찜닭과 관련 있는 곳 아닌가요.권: 그건 아니에요. 형님이 다른 선배 분한테 회사(봉추푸드시스템)를 맡기고 여러 다른 시도를 해왔어요. 사업가 기질이 좀 있거든요.(지난해 봉추푸드시스템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정보공개서에는 김명상 대표가 감사로 등록돼 있다.) 2. 생면에 도전장 낸 호텔 주방장 기자: 특1급 호텔 출신 주방장 출신이던데 어쩌다 창업을?권: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신세계 계열)에서 16년을 근무했어요. 호텔에 있을 때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집도 사고...참 고마운 회사죠. 10년 전인가? ‘앞으로 10년 후에 뭐해 먹고 살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가 30대 초반이었죠. 뭘 할까 고민하던 중 베트남에 가서 쌀국수를 먹고는 무릎을 딱 쳤습니다. 이거다. 기자: 한국에 쌀국수집이 그렇게 많은데.권: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쌀국수를 먹으면 고향 맛이 안 난다고 그래요. 왜 그럴까요. 한국 쌀국수는 미국을 거쳐서 들어왔다는 설이 있어요. 우리 김치찌개를 중국인이 베트남 사람한테 가르쳤다고 하는거나 마찬가지죠. 그래서 우리는 현지 맛을 그대로 가져가자고 결심했죠. 생면을 만들고 육수도 직접 끊이고 현지인이 만들 수 있는 구조로 가보자고요. 기자: 그래서 주방에 베트남 사람이 많았군요.권: 베트남 사람이 아무리 김치찌개를 잘 끊여도 원맛을 못 따라가는 것과 같은 이치죠. 저도 호텔 주방장 출신이지만 제 생각을 넣으면 결국 똑같은 한국 맛이 될까봐 아예 백지에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베트남 현지에서 3대째 쌀국수집을 운영하는 주방장을 모셔 왔는데 저보고 배울거면 ‘솥부터 닦으라’고 하더라고요. 내가 이 집 주인인데...결국 닦았어요. 요리사 세계에서는 ‘당신이 내 일을 배우려면 내 밑에 꿇어라’ 뭐 이런 자존심 싸움이 있거든요. 기자: 식당 이름 ‘에머이’는 무슨 뜻이죠.권: 베트남 식당에서 가장 많이 쓰는 현지어에요. 한국에서 ‘이모!’ ‘사장님!’ 이렇게 부르는 것처럼 베트남에선 모두 에머이로 통하죠. 베트남에서 쌀국수를 먹어본 사람들이 현지 향수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기자: 웬만한 쌀국수집은 ‘포’라는 이름이 들어가던데 모험 아닌가요.권: ‘포’는 쌀국수 면 종류 중 하나더라고요. 포는 0.5㎝보다 좀 넓은 면을 부를 때 쓰고, 굉장히 가는 면은 ‘분’이라고 하던데요.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 베트남 현지 맛을 살릴 수 있는 ‘생면’을 만드는거였죠. 우리 국수를 드신 분은 다른 데 가서 면을 못 드실 거라고 자신했어요. 기자: 면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하시네요.권: 베트남 생면 공장에 가서 보니 쌀을 맷돌로 갈아 묽게 면을 만들더라고요. 보통 면은 가루에 물을 부어 만드는데 그게 아니었죠. 이렇게도 만드는구나. 깜짝 놀랐죠. 한국에 돌아와서 똑같이 해봤는데 처음에는 술술 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면을 물에 푸니 다 끊어져 못먹게 됐죠. 그때 진짜 난감하더라고요. 그 뒤에도 계속 실패를 하면서 ‘왜 안 될까’를 생각해봤죠. 결국은 기후였어요.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온도차가 심해 베트남에서처럼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어려웠던거죠. 생면이 안 나와서 기계를 발로 차기도 하고 망치로 떼리기도 하고. 그렇게 2년이 걸렸습니다. 기자: 결국 성공하셨네요.권: 우리나라 면 시장의 판도가 바뀌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기자: 한국식 쌀국수에 익숙한 사람에겐 생면이 낯설 수도 있는데요.권: 어떤 손님이 그러더라고요. ‘사장님! 면이 퍼졌어요.’ 이 분은 생면을 처음 먹어본 거죠. 그래서 자리마다 생면을 만들어 다 갖다놨어요. 여성 고객한테는 생면팩을 만들어 주기도 했죠. 쌀이 피부에 좋거든요. 유명 화장품 회사도 쌀을 원료로 쓰기도 해요. 나중에는 워낙 생면팩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중단했죠. 3. ‘친정’ 신세계 요청을 뿌리친 사나이 기자: 종로점 말고도 매장이 꽤 되네요.권: 신사동 가로수길점,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점, 롯데몰 은평점, 홍대점...총 다섯 군데네요. 홍대점은 지난 1일 오픈했는데 여긴 가맹점이에요. 다른 데는 모두 직영점이고요. 기자: 롯데, 현대 다 입점하셨는데 신세계는 연락 안 왔나요. 친정인데...권: 안 그래도 한 손님이 신세계에 입점하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사정을 설명해줬어요. 신세계와 하남, 영등포점 등 몇 곳에 들어가는 걸로 얘기를 주고 받다가 결국 안하기로 한거라고요. 그쪽에서는 생면을 만드는 과정을 고객들한테 보여주자는 콘셉트를 제시했는데 저랑 맞지 않더라고요. 나중에 기회 되면 들어갈 수도 있겠죠. 기자: 매장이 많아지면 맛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텐데요.권: 재료를 공수해선 안 돼요. 즉석에서 만들어야 생면 메리트가 있는거죠. 밥도 금방 해서 먹어야 맛있는 것처럼요. 그래서 매장마다 기계를 설치해줬어요. 제가 나름대로 개발한 파우더로 누구나 만들 수 있게 ‘포의 혁명’을 일으킨거죠. 기자: 앞으로 매장을 더 늘리겠다는거네요.권: 문의는 많이 들어와요. 그런데 ‘막 늘리자’는 주의는 아니에요. 돈 버는 조건(좋은 상권)이 되면 ‘오케이’ 하는거죠. 기자: 브랜드 관리를 한다는 말씀?권: 어렵게 키웠는데...음식이라는 게 한 순간이잖아요. 조심스럽죠. 4. 월급쟁이 직원에 주인의식? “앞으로 지분 줄겁니다.” 기자: 호텔 근무할 때와 삶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해요.권: 사표를 낼 때 아내와 상의를 하진 못했어요. 그전에 휴직계를 내서 그만 둘 것이라는 생각은 다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알고 전화를 해서 울더라고요. ‘당신, 나한테 할 말 없냐’고. 기자: 너무하셨네요.권: 미안하다고 했어요. 대신 더 많이 벌어다 주겠다고 약속했죠. 이제는 아내도 건강 해치지 말라고 격려해줘요. 단지 애들하고 못 놀아주는 게 아쉽죠. 기자: 식당 하면서 언제가 가장 뿌듯했나요.권: 두 달 전쯤 어느 손님이 저한테 ‘이 집에는 철학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한 마디가 제 가슴에 꽂혔어요. 에머이의 색깔, 철학을 인정해준거잖아요. 생면 개발하려고 그토록 고생했는데 그게 헛되지 않았구나... 기자: 직원은 몇 명이나 되나요.권: 40명은 족히 될 겁니다.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월급쟁이는 절대 주인의식 못 느낍니다. 그래서 앞으로 직원들한테 지분을 줄겁니다. 이 회사의 주인이 되라는 뜻에서죠. 기자: 창업에 도전하시는 분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세요.권: 어려운 질문이네요. 창업에 답은 없어요.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면 좋겠지만요. 사업은 그 사람의 생각, 열정, 마음에 따라 확 바뀝니다.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따라 남이 깨뜨릴 수 없는 철판이 될 수도, 쉽게 깨지는 유리가 될 수도 있죠. 본인이 가장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중요합니다. 전 요리사 되겠다고 결심한 뒤 미각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술, 담배 전혀 안 합니다. *창업 전문가들이 말하는 ‘팁’경기 불황에 시장 포화로 자영업자들 삶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발간한 ‘2016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문을 닫은 식당 자영업자는 15만 3000명입니다. 전체 폐업 자영업자(73만 9000명)의 20.6%로 폐업 1위의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앞서 소개한 권영황 대표처럼 ‘판’을 바꾸지 않고서는 창업 후 3년을 버티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별다른 기술, 노하우가 없는 퇴직 직장인들이 할 수 있는 분야가 음식점 말고는 많지 않습니다.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영리한 창업’을 할 수 있을까요. 창업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창업 전 아르바이트 필수, 10곳 이상 점주 만나는 건 기본강병오(중앙대 겸임교수)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창업하기 전에 ‘입구 전략’을 세우라고 강조합니다. 입구 전략의 첫 번째는 아르바이트입니다. 창업을 하려면 적어도 3개월 동안 현장 경험을 해보라는거죠. 무보수도 좋습니다. 친척 등 지인이 운영하는 가게에 가서 일단 부딪혀 보는 겁니다. 두 번째는 독립 창업과 프랜차이즈 창업 중에 선택을 하는 겁니다. 어떤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없지만 프랜차이즈가 성공 확률은 더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과잉 공급 시대에 개인이 회사를 이기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세 번째, 프랜차이즈를 하기로 했다면 10곳 이상의 점주를 만나보는 겁니다. 발품을 팔면 어느 정도 그 회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폐점율, 다점포율(다점포수/가맹점수) 등이 참고가 될 것입니다. 네 번째, 목(입지)은 맛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어떤 업종을 하는 것보다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가 성공을 좌우한다는 거죠. 대신 규모는 처음부터 키우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규모를 키우면 허점이 많이 생기고 직원 관리도 어렵다는 겁니다.‘근자감’이 실패 확률 높여...소비자 트렌드 읽을 줄 알아야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창업자는 겁을 먹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영업자 중 20%만 돈을 벌고, 40%는 유지, 나머지 40%는 3년 안에 문을 닫는 게 현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나는 하위 40%에 들지 않을 것이다”라는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 오히려 실패 확률을 키운다는 것이죠. 박 교수는 창업 전에 6개월 정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서 운영하는 창업 교육을 받다보면 확실히 겁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러면 정말 창업을 해도 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네요.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찾기보다 (사업을)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을 살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사업을 하다보면 처음 계산했던 원가보다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의도치 않게 ‘히든 코스트’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박 교수는 설명합니다. 자영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대개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하네요. 독립 창업을 하면 본사에 수익을 떼주지 않아도 되니 수중에 돈을 더 쥘 수 있지만 체력적으로 오래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창업 초보들은 소위 뜨는 업종에 귀가 솔깃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업종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식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합니다. 업종을 고를 때는 단골(헤비 유저) 20%, 뜨내기 손님(라이트 유저) 80% 중 단골이 계속 유지되는 업종을 눈여겨 보라고 합니다. 뜨내기 손님의 재방문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네요. 박 교수는 “주변에서 부추기는 업종보다 본인이 주관을 갖고 소비자 중심의 트렌드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창업 전문가 2인의 조언 1. 강병오 대표- 창업 전 3개월 현장 경험 차원에서 아르바이트하자.- 독립 창업보다 프랜차이즈 창업이 성공 확률은 높다.- 10곳 이상 점주 만나 폐점율, 다점포율 등 따져봐야.- 맛보다 중요한 게 입지, 처음에는 소자본으로 시작. 2. 박주영 교수- 창업 전 6개월 교육 받으면 창업 현실 마주치게 돼.- 히든 코스트 염두에 두지 않고 원가 계산하면 실패.- 체력적으로 오래 버틸 수 있는 방안부터 마련해야.- 소위 뜨는 업종은 경계를, 단골 많은 업종 찾아보자.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차세대 플랫폼 AR·VR 투자 미흡…올 국내 게임 성장률 반토막 우려

    차세대 플랫폼 AR·VR 투자 미흡…올 국내 게임 성장률 반토막 우려

    ‘굴뚝 없는 황금 산업’인 게임산업에 ‘성장 절벽’이 다가오고 있다. 모바일 게임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게임 한류’를 이끌고 있지만 이후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올해 글로벌 게임업계가 쟁탈전을 벌일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차세대 플랫폼에서의 투자와 콘텐츠 발굴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게임 강국’의 지위를 완전히 내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국내 게임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2.9% 성장한 11조 6496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성장률은 지난해(5.6%)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2015년 7.5%였던 국내 게임시장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 곡선을 그려 2018년에는 2.1%로 내려앉을 것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내다봤다. 역성장(-0.3%)을 기록했던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게임업계가 마주한 성장 절벽은 국내 게임시장의 83%를 차지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의 성장 둔화에서 기인한 것이다. 국내 게임시장의 절반 가까이(49.2%)를 차지하는 온라인 게임은 2015년(-4.7%)과 2016년(-0.8%)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14년 성장률이 25.2%에 달했던 모바일 게임도 기세가 꺾여 올해는 8.9%, 내년에는 5.2%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온라인 게임은 국내 대작 게임들의 흥행 실패가 잇따랐으며 시장 성장을 견인해 온 모바일 게임은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게임시장의 성장률도 2018년 3.3%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게임산업의 위기는 국내만의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성장 동력을 둘러싸고 국내와 세계 시장의 온도차는 크다.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은 VR과 AR 등 차세대 플랫폼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 있지만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투자와 개발에 소극적이다. 또 세계 시장에서 35%가량을 차지하는 콘솔게임은 VR에 힘입어 성장의 계기를 맞았지만 국내 게임업계는 콘솔게임의 점유율이 2%에도 못 미치는 등 진입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에서는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었지만 VR과 AR 등 차세대 플랫폼에서는 기술력에서 밀리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VR과 AR 등에서 기술적 장벽이 낮은 플랫폼에 국내 게임업계의 지적재산권(IP)을 결합한 콘텐츠를 개발하려는 노력과 함께 다른 산업 간의 융합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⑦ 맥덕청년, 브루어(Brewer·맥주양조사)가 되다.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⑦ 맥덕청년, 브루어(Brewer·맥주양조사)가 되다.

    누벨바그 영화의 거장 프랑수와 트뤼포는 ‘영화광’이 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은 3단계로 나누었습니다. “1.같은 영화를 두번 본다. 2.영화에 대한 글을 쓴다. 3. 직접 영화를 만든다.”  트뤼포에 따르면 결국 ‘영화덕후’의 끝은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를 완성해 세상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맥주의 세계도 별반 다르진 않은 것 같습니다. 우선 마트에서 맥주를 고를 때 맥주 병(캔)을 꼼꼼히 살피며 맥주 스타일을 따져보게 될겁니다. 기존 한국 맥주 시장을 장악했던 라거(Lager)맥주에서 벗어나 하루는 바이젠(밀맥주)도 마셔보고, 또 하루는 인디안페일에일(IPA)도 시도해볼테지요. 그렇게 맥주에 관심을 갖다보면 이제는 ‘마셔보지 못한 맥주’를 찾게 됩니다. 더 다양하고 희귀한 맥주를 취급하는 바틀 샵(Bottle shop)을 전전하며 새로 들어온 맥주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게 되죠. 여기까지 온 분들이라면 “직접 맥주를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을 겁니다. 현재 전 세계 크래프트맥주 시장을 이끄는 미국의 명문 양조장 사람들도 처음에는 홈브루워(Homebrewer·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먹는 사람)였다는 점을 떠올리면서 말이죠. 여기 두 명의 청년이 있습니다. 모두 대학시절 맥주의 매력에 빠져, 맥주를 직접 만들다가 양조사의 길을 선택한, ‘진성덕후’들입니다. 2014년 4월 소규모양조장에 묶여있던 외부유통 규제가 풀리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60여개의 소규모양조업체가 다양한 종류의 크래프트맥주를 생산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맥주 양조사’라는 직업에 대한 진입장벽도 허물어졌습니다. 대기업 주류업체만 맥주를 생산했던 과거에는 양조사가 되려면 대기업에 입사를 해야했습니다. 또 주로 대량생산방식으로 ‘라거’라는 한 가지 종류의 맥주만 만들어지다보니 양조사보다는 자본규모가 품질을 더 많이 좌우했죠. 그러나 크래프트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창의적이고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일 자체가 중요해졌습니다. 맥주를 만드는 ‘사람’이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맥주 맛이 다르다는 점을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한겁니다. 크래프트맥주 시대, 인생을 맥주에 배팅한 청년 브루어들을 소개합니다. ●“맥주에 제가 상상했던 맛이 그대로 나오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트레비어 황지윤 브루어 지난달 22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의 트레비어 양조장에서 만난 황지윤(27) 브루어는 작업복을 입고 무릎까지 오는 하얀색 고무 장화를 신은 채 양조장 안 여과조에서 맥아 찌꺼기를 치우고 있었습니다. 이날 트레비어 양조장에선 페일 에일(Plae ale) 스타일의 맥주를 빚고 있었는데, 오전에 맥아 분쇄·당화하는 작업을 끝내놓고 오후에는 맥아즙을 냉각시켜 발효조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맥아찌꺼기를 커다란 원통에 옮겨담으면서 황 브루어는 “사람들이 ‘브루어’라고 하면, 고상하게 레시피 구상하고, 시음이나 하는 멋진 직업이라고 상상하는데, 실상은 이렇게 몸으로 하는 일이 훨씬 많다”며 기자에게도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죠?”라고 웃으며 되물었습니다. 황 브루어의 하루는 꽉 차 있습니다. 8명의 직원이 있는 트레비어 양조장에서 맥주 만드는 작업에 관여하는 브루어는 황 브루어를 포함해 4명입니다. 양조작업은 보통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오후 7시까지 계속되는데 작업 전후 재료 준비와 청소까지 모두 브루어들의 몫입니다. 일을 마치고 나면 양조장에 딸린 홈브루잉 전용실에서 새로운 레시피로 맥주를 만들어보기도 하는데, 여기서 만든 맥주 맛이 괜찮으면 양조장의 정식 맥주 라인업으로 고려된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일과 휴식이 분리되지 않는 빡빡한 스케쥴이인데요. “힘들지 않냐”고 묻자 “매일매일이 바쁘고 힘들다”면서도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다”는 덕후스러운 말을 하더군요. 황 브루어가 맥주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된 건 대학생이었던 3년 전 부터입니다. 취업이 잘 될 것 같아 전공으로 식품공학을 선택했다는 그는 원래 술을 좋아했지만, 딱히 맥주에 대한 관심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2013년 우연히 펍에서 미국 밸라스트포인트 양조장의 스컬핀IPA를 마신 뒤 깜짝 놀랐습니다. 황 브루어는 “맥주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하는 충격을 받았고 이후 다양한 맥주를 마시면서 맥주 세계에 눈을 뜨게 됐다”고 회상했습니다.  얼마 후, 황 브루어는 수업을 듣다가 과 실험실에서 혼자 홈브루잉을 하고 있던 과 선배 황찬우(29·트레비어 대리)씨를 만나게 됩니다. 맥주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던 둘은 즉시 같이 맥주를 만들기로 의기투합했고, 전국 대학 최초로 ‘홈브루잉 동호회’까지 결성했습니다. 이 동호회 맥주는 학교 축제때 첫 선을 보였는데요. 축제 기간 내내 학우들 사이에서 엄청난 화제와 인기를 불러일으켰다고 합니다. 황 브루어는 “내가 만든 맥주를 사람들이 좋아해줄 때 기분은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벅찬데, 이건 맥주를 직접 만든 사람들만이 알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전문 양조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나란히 트레비어에서 양조사로 일하고 있는 황지윤·황찬우 브루어는 “대학때부터 지금까지 같이 맥주를 만들고 있는데, 앞으로도 맥주의 길을 함께 걷기로 했다”며 “크래프트맥주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쉽게 마실 수 있는 대중적인 맥주를 만드는 것, 그러면서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 맥주를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매일 붙어다니는데다 성까지 같아 자주 친형제로 오해받기도 한다는 이 ‘맥덕형제’가 앞으로 어떤 맥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지 기대가 됩니다. ●“맥주 발효때 기포가 부글거리는 것만 봐도 흥분됩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관열 브루어 “부모님이요? 지금도 탐탁지는 않아 하시죠” 식품공학을 전공한 황 브루어와는 달리 김관열 브루어(33)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공군 학사장교 제대 후 미래를 고민하고 있던 그는 술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막연히 주류회사 취직을 꿈꿨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펍에서 마신 ‘인디카IPA’라는 맥주 한 잔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처음 IPA라는 크래프트맥주 스타일의 맥주를 맛보고 역시 충격을 받은 김 브루어는 경영학도 답게 크래프트맥주에 대한 시장성을 조사했다고 합니다. “혼자 책을 뒤지고,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크래프트맥주가 미국에서 대유행이라는 것을 알았고 우리나라에서도 곧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는 그는 이후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마포구 연남동의 한 크래프트맥주 전문 펍에서 매니저로 일하면서 맥주업계에 뛰어들었습니다.  이후 김 브루어는 부산 최초의 크래프트맥주양조펍인 갈매기펍에서 본격적으로 양조사로서의 첫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그러나 김 브루어는 곧바로 체계적인 교육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고 합니다. 홈브루잉과 전문 양조 일은 기본 뼈대는 같지만 많은 양을 일정한 퀄리티로 생산해야된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무척 달랐기 때문입니다. 갈매기펍에서 1년 양조 경력을 쌓은 김 브루어는 과감히 사직서를 던지고 독일로 양조 유학을 떠났고 지난해 브루마스터 자격증을 취득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한층 업그레이드 된 브루어가 되었습니다.  김 브루어는 “홈브루잉을 즐겼던 ‘맥덕’시절과 비교하면 전문 양조사가 된 지금 맥주에 대한 자세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합니다. 김 브루어는 “홈브루잉을 할때는 취미니까 망치면 망치는대로 결과물을 즐겼지만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사먹는 맥주를 만드는 지금은 일정한 퀄리티가 꾸준히 나와야되기 때문에 결과를 전혀 즐기지 못한다”며 “예전에는 어떤 레시피로 독창적인 맥주를 만들어볼까 고민했지만 지금은 어떻게하면 맥주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 됐다”고 말합니다. 그의 양조 철학도 “여러번 만들어도 맛의 변화가 크지 않은 맥주, 쉽게 말해 잘 만든 맥주를 꾸준히 내는 것”입니다.  더 이상 맥주를 순수하게 즐길 수 없는 처지가 되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맥주를 직업으로 삼은 일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습니다. 김 브루어는 “물론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고, 대기업에 취직해 평범한 길을 간 친구들을 보면서 흔들릴 때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며 “하지만 맥주를 만들때 발효 과정에서 보글보글 거리는 기포만 봐도 흥분이 될만큼 맥주를 좋아하기 때문에 양조사가 된 것이 행복하다”고 웃었습니다. 이어 “양조작업부터 발효가 끝나기까지 보통 1~2달이 걸리는데, 이렇게 직접 만든 맥주가 세상에 나오면 꼭 내 새끼같다는 기분이 든다. 게다가 손님들에게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바로바로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직업의 매력인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브루어를 꿈꾸는 이들에게 20·30세대를 중심으로 크래프트맥주 열풍이 불면서 현재 크래프트맥주 업계는 한국에서 가장 젋은 산업군 중 한 곳이 되었습니다. 자연히 브루어를 꿈꾸거나 크래프트맥주 쪽으로 진로를 고민하는 젊은이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는데요. 현직 브루어들은 “너무 환상만 보지 말고, 경험을 충분히 하고,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한 후 업계 문을 두드려야한다”고 조언합니다.  김관열 브루어는 먼저 홈브루잉부터 시작해보기를 권합니다. 김 브루어는 “공방이나 집에서 홈브루잉을 해보면서 내가 양조사인지 사업가인지 고민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한다.”고 강조하는데요. 이는 맥주양조가 화학과 공학에 대한 상당한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등 이과적 특성이 강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식품공학을 전공한 황지윤·황찬우 브루어는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공부한 것이 양조 작업을 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이들은 “발효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기 때문에 양조 과정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수월했다”고 돌아봤습니다.   전문적인 양조교육을 받는다면 남들보다 한발 더 앞서갈 수 있습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태경 대표는 “브루어 직군은 따로 공고를 내는 것보다 지인 추천이나 소개로 채용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업계 규모가 작기도 하고, 한국은 미국, 유럽처럼 양조 교육 저변이 넓지 않아 홈브루잉을 하던 ‘맥덕’들이 양조사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케이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앞서 김관열 브루어가 지적했듯 홈브루잉과 전문 양조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습니다. 때문에 ‘맥덕’이 양조사로 크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김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한국에서도 미국 UC데이비스나 독일 뮌헨대학교의 양조공학과처럼 양조학을 교육·연구하는 곳이 생겨야겠지만, 현재로써는 국내사설교육기관이나 해외 전문교육기관을 경험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전문적인 양조교육을 마쳤다면 더욱 경쟁력을 인정받을 것”라고 봤습니다. 직업으로서 현실적인 문제들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브루어들은 “아무리 맥주에 대한 열정이 크다고 해도, 업계 전체가 업무 강도에 비해 대우가 좋은 편이 아니어서 실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김 대표는 “크래프트맥주 열풍이라고는 하지만 양조장 숫자 자체가 많지 않아 업장이 제한적이어서 좋은 브루어들이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맥주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들에게 더 좋은 대우를 해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현재는 산업이 성장단계이기 때문에 고생 할 수 있지만 크래프트맥주 시장 규모가 커지고 양조사의 전문성이 인정을 받는다면 대우도 자연히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글·사진 울산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한국 저성장 파고 이렇게 넘자] “이대론 10년내 0%대 성장… 과감한 정책·기업투자 유도 절실”

    [한국 저성장 파고 이렇게 넘자] “이대론 10년내 0%대 성장… 과감한 정책·기업투자 유도 절실”

    “2%대 성장률에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이대로 놔두면 10년 안에 0%대로 간다.” 저성장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우리 경제가 내년에도 2%대 성장에 그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자 “희망이 안 보인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통화 당국 수장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내년 성장률이 2.8% 아래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위기론에 불을 지폈다. 미국 금리 인상,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중 간의 갈등 격화로 대외 여건이 불리해진 상황에서 국내 정치 위기까지 맞물려 경제성장 동력이 사라진 한국호(號)는 이대로 침몰하는 것일까. 서울신문은 한국의 대표 경제학자 3인(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좌교수,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조장옥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을 인터뷰하고 국제 미아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우리 경제·산업의 해법을 찾아봤다. ●신뢰 회복·시스템 복구·체질 개선 필요 →현재 한국 경제를 진단한다면. -손성원 교수: 한국 경제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고령화·저출산(Demographics),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ion), 가계부채(Debt) 등 3D가 발목을 잡고 있고, 정치적 위기에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가속화로 굉장히 어려운 시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신뢰 부족이 문제다.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어떠한 정책도 효과를 내지 못한다. -이근 교수: 작금의 현실은 시장 실패, 정부 실패가 아닌 시스템 실패다. 정부, 기업 등 경제 주체의 상호 작용이 안 되고 있고, 금융·교육 시스템도 작동되지 않고 있다.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메커니즘 자체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조장옥 교수: 단기 불황에 장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 단기 불황은 해결할 수 있지만 장기 불황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극복할 수 없다. 4대 개혁(공공·금융·노동·교육)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처참해진다. →정부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내년 2월까지 추경 편성도 적극 검토한다고 했다. -손 교수: 내년 성장률은 2~2.5% 수준에 머물 것이다. 잠재성장률(2.5~3%)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과감한 정책 집행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정부 부채 비율이 높지 않아 추가 예산을 편성해도 문제 될 것 없다. 다만 재정정책만으로는 어렵다. 재정정책보다 효과가 빠른 통화정책을 함께 써야 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우리도 올려야 하는가. 과감하게 내려라. 금리 낮추면 신뢰 올라간다. 그러면 소비와 투자가 늘고 결과적으로 고용 창출로 이어져 경제가 살아난다. -이 교수: 재정정책, 통화정책 등 총수요 관리 정책으로 시스템 실패를 복구할 수 없다. 총수요 정책은 경제가 온탕, 냉탕을 왔다 갔다 하는 걸 줄이는 방식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기보다 기업 스스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메커니즘을 만들어 줘야 한다. 벤처기업이 상장할 때 경영권 공격을 받지 않도록 차등의결권을 허용해 주거나, 기업들의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주식장기보유제(2년 이상 투자자에게 추가 배당 등 인센티브 제공)를 도입하면 된다. -조 교수: 재정정책은 ‘크게 하거나 안 하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한다. 찔끔 하면 사람들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 만약 추경을 편성한다면 국내총생산(GDP)의 5~10% 수준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로 하라. 일본 정부가 1990년대 초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 지출을 늘렸지만 소규모로 하면서 효과는 못 보고, 국가 빚(GDP의 약 250%)만 왕창 늘렸다. 만약 일시에 GDP의 250%를 풀었다면 어땠을까. 하루아침에 불황에서 빠져나왔을 것이다. 경제는 곧 심리다. →현재로선 과감한 정책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조 교수: 그럴 바엔 아예 안 하는 게 낫다. 차라리 여력을 쌓아 뒀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해라. 단순히 소비를 진작시키는 정부 지출은 비생산적이다. 성장률 0.1~0.2% 포인트 올리려고 국민 세금을 낭비해선 안 된다. 정부 돈은 장기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개발(R&D)이나 인재 양성(대학 교육) 등에 쓰여야 한다. -손 교수: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양적완화를 세 차례 했는데, 첫 번째 양적완화만 제대로 효과를 봤다. 당시 미국 국민들이 기대를 못 하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다시 말해 ‘깜짝 팩터’가 신뢰를 올린 것이다. ●통화정책으로 가계빚 조절 ‘틀린 생각’ →1300조 가계부채가 뜨거운 감자다. 이 때문에 금리를 낮추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손 교수: 통화정책과 가계부채는 별개로 봐야 한다. 통화정책으로 가계부채를 컨트롤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 통화정책은 거시경제 전체를 보고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사용해야 한다. 미국은 가계부채가 문제 됐을 때 규제를 강화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10년 전 은행장(LA한미은행)을 할 때 미국 정부는 상업 부동산 융자를 은행 자본금의 200% 이상 올리지 못하게 했다. 만약 정부 지시를 어기면 지점을 더 못 열게 하거나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걸겠다고 했기 때문에 당시 은행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 교수: 경기 불황 때문에 금리를 낮춰야 하는 압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리면 금리 격차로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정책 딜레마다. 완전 자본이동 체제에서는 필연적이다. 이 경우 자본 이동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2010~2011년 정부가 도입한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환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를 역으로 이용해 보자. 당시 급격한 자본 유입을 막기 위해 외국인 채권 투자에 세금을 높였다면 이제는 자금을 빠져나가지 않도록 세 부담을 줄여 주면 된다. →대외 여건이 악화돼 정부 정책 수단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손 교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다. 그러면 전자,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업종의 수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강달러가 유지되면 대미 수출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다른 나라 환율은 원화 대비 오르지 않았다. 글로벌 교역 규모가 줄어들면 산업 피해는 불가피하다. -이 교수: 미국의 신고립주의가 시작됐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유무역협정(FTA)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등 세계 각국과 활발하게 FTA를 맺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특히 중국과의 개방 수위를 높이자. 한·중 간 수출 구조가 중간재에서 최종재로 바뀌고 있다. 최종재는 한·중 FTA를 강화한다고 해서 피해 보는 상품이 아니다. 따라서 한·중 FTA의 비관세 장벽을 제거하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내년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많지 않다. 투자가 위축되면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이 교수: 과거 우리가 고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불황기에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재벌식 구조의 강점이기도 했다. 불황기에는 모든 비용이 싸지고, 일부 경쟁 기업도 고꾸라진다. 이때 과감히 투자해 시장을 흔들어 놓아야 한다. 그런데 요즘 기업들은 선진국 기업들이 불황기 투자를 하지 않아 실패를 했던 길을 그대로 답습하는 경향이 있다. 성공 공식을 잊으면 안 된다. 불황기가 기회의 창이다. -조 교수: 정치권이 불확실성과 경직성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정치권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기업들이 뭘 할 수 있겠나. 기업이 투자를 늘리려면 정부도 가부장적인 자세를 버려야 한다. 지금은 1970년대 조선, 철강 산업을 일으킬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 경제 발전 단계로 볼 때 정부는 빠지는 게 좋다. ●4차 산업혁명 못 올라타면 후진국 전락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 화두다.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손 교수: 한국은 경제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4차 산업혁명에 올라타지 못하면 다시 후진국이 될 수 있다. 그만큼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기술 혁신이 매일같이 일어나기 때문에 정부가 탑다운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기업들도 제품 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 전 과정에서 소비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소비자들이 가진 정보가 워낙 많기 때문에 투명성이 굉장히 중요해진다. -이 교수: 4차 산업혁명은 센서→사물인터넷→빅데이터→맞춤형 제품 생산(또는 인공지능)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로 요약되는데, 한국은 반도체(센서), 이동통신(사물인터넷), 부품·소재 기술 등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 만하다. 다만 과감하게 베팅할 줄 아는 투자 마인드가 부족하다. 기술이 없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규제를 개선하고 장기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내년이 마지막 기회다. 글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사진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 黃 “사드 신속 배치해야 中 보복조치 적극 대응”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21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계획과 관련해 “안보를 위해 할 수 있는 대로 신속하게 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 비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사드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북한의 핵도발에 대응하는 부분은 한시도 늦출 수 없기에 먼저 할 건 해 나가고 같이 해 나갈 건 또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드 배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 당국이 사드 문제로 보복하겠다고 한 번도 말한 적은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비과세장벽 등 사실상의 대응 조치로 보이는 일들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사드 배치를)2∼3년 늦춘다고 중국의 생각이 바뀔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황 대행은 ‘사드 배치가 내년 5월로 확정된 것이냐’는 질의에 “날짜가 확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내년 중 배치 예정”이라고 했다. 황 권한대행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의 질문에는 “북한 핵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서 실제로 지난 16일에도 아주 중요한 정보가 우리에게 넘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 도발 대응을 위한 것이고 양국 간 체결한 것이기에 존중돼야 한다”고 답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탈북 3만명 시대] “10년 넘는 한국 생활에도… 북한식 화법 남아 있어, 시행착오 통한 소중한 경험 ‘통일 이후 역할’ 기대”

    [탈북 3만명 시대] “10년 넘는 한국 생활에도… 북한식 화법 남아 있어, 시행착오 통한 소중한 경험 ‘통일 이후 역할’ 기대”

    2004년 1월, 인천공항을 통해 대한민국 땅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다. 북한을 떠난 지 반년 만의 일이었다. 가족과 함께 인천공항을 빠져나오던 것이 어제 일처럼 느껴지지만 돌이켜 보니 10년을 훌쩍 넘긴 세월이다. 가변적인 사회형태, 치열한 경쟁, 새로운 환경 등 무엇이든 서툰 외지인이 서울에 정착해 살아가기에는 녹록지 않은 시간이었다. 대입 준비 과정을 거쳐 2006년 대학교에 입학했다. 학교에서 탈북민이란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특유의 북한 억양은 내가 탈북민임을 이미 말해 주고 있었다. 굳이 억양을 고치려고 하지도 않았다. 내가 북한에서 왔다는 게 부끄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의 시간에 과제 발표를 할 때 나를 쳐다보던 학우들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매우 신기한 눈으로 나의 발표를 지켜봤고, 일부 학생은 수업이 끝난 뒤 나를 찾아와 호기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학 생활에 적응했고, 무사히 학업을 마치게 됐다.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해 국회 보좌진을 거쳐 현재는 신문기자로 활동하고 있지만 지금도 다른 탈북민들과 비슷한 어려움은 늘 뒤따른다. 남한 생활 10년이 넘었어도 ‘외치다’와 ‘웨치다’를 가려 쓰지 못해 질책도 받는다. 북한식 화법과 문법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하루하루를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며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탈북민은 우리 사회에 정착해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많다. 그들 중 일부는 나와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고, 그로 인해 고통과 좌절을 맛보고 있다. 반대로 상처와 아픔을 자양분 삼아 사회라는 ‘큰 숲’의 ‘나무’로 성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 사회의 진입 장벽은 탈북민에게만 높은 것이 아니다. 오죽하면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20·30대 젊은층이 현재의 한국을 ‘헬조선’이라 부를까.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청년 실신’(청년실업자+신용불량자), ‘7포 세대’(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집·꿈·희망을 포기한 세대) 등 비관적인 현실에 불만은 자자하다. 반면 탈북민들에게는 통일 이후 ‘북한’이라는 돌아갈 곳, 다시 말해 고향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민이다. 탈북민들이 이 사회에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은 북한에 남겨진 동포들의 시행착오를 덜 수 있는 ‘강점’으로 꼽힌다. 모든 탈북민이 좌절하지 않고 ‘통일 이후 나의 역할’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실력을 쌓아 가야 하는 이유다. mk5227@seoul.co.kr
  • [탈북 3만명 시대]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민’… 통일 이후까지 추진할 정책 필요”

    [탈북 3만명 시대]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민’… 통일 이후까지 추진할 정책 필요”

    ‘탈북민 3만명 시대’를 맞아 전문가들은 탈북민 지원 정책이 큰 틀에서 국내 안전망에 편입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민’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회집단인 만큼 지원 정책도 한반도 통일 이후까지 감안해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탈북민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따뜻한 시선이 어떤 정책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점에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5일 “탈북민들을 정치적으로 특별한 존재로 대우하기보다는 다른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국내의 시스템에 정상적으로 편입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며 “앞으로 3만명을 넘어 탈북민 5만명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범적인 탈북민 정착 사례 등을 적극 발굴해 전파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정부의 지금 정책은 탈북민 1인을 겨냥해 이뤄지고 있다”면서 “정착지원금, 주택 지원 등 대부분이 물질적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 것인데 5만명, 10만명 시대가 되면 계속 이 같은 정책으로 가진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정부는 지원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탈북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도 입을 모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탈북민들이 공산주의 사회에서 살아온 인생을 우리가 제멋대로 재단해서 판단하는 게 오해의 시작”이라며 “이 때문에 탈북민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통일 과정에서 남북 간 화학적 통합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정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탈북민들처럼 다른 문화권에서 살다 오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게 당연한 일”이라면서 “본의 아니게 문화적, 언어적 차이로 오해를 부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석향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역시 “탈북민들은 일반 사무직에도 취직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존재한다”며 “배타적인 인식, 부정적인 인식을 털어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탈북민들 스스로가 불평하기보다는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거듭 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소장은 “탈북민들에게 취업, 사업, 학업 등 분야의 진입 장벽이 높은 게 현실이지만 이런 환경에 비관하지 말고 기회를 잡기 위해 실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탈북민 중 일부는 불철주야 공부해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취직하는데 이는 아주 바람직한 정착 사례”라고 강조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In&Out] ‘일관성’을 국가 정책 기조로 삼아야 할 때다/구천서 한중경제협회 회장

    [In&Out] ‘일관성’을 국가 정책 기조로 삼아야 할 때다/구천서 한중경제협회 회장

    5일은 무역의 균형 발전과 무역입국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제정한 ‘무역의 날’이다. 우리 정부는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한 1964년 이래 본격적인 산업화를 통해 경제 발전과 무역 활성화를 추진했고 현재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우리의 최대 무역국이자 돈독한 경제적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은 어떠한가. 한때 중국은 정치·경제적으로 ‘죽(竹)의 장막’으로 둘러싸인 미지의 국가였다. 배타적이고 폐쇄적이던 중국은 1971년 4월 10일 미국 탁구선수단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역사적인 ‘핑퐁 외교’의 전기를 마련한다. 이를 통해 죽의 장막은 점차 걷혔고 덩샤오핑이 주장한 ‘흑묘백묘론’을 통해 개혁·개방이 점진적으로 추진됐고 가파른 경제성장을 거듭했다. 현재 중국은 세계 패권국가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주요 2개국’(G2)이란 이름으로 국제무대에 우뚝 서 있다. 지금 중국은 ‘중국이 힘을 기를 때는 향후 50년간 미국과 싸우지 말라’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대신 장쩌민의 ‘화평굴기’, 후진타오의 ‘대국굴기’, 시진핑의 ‘주동작위’를 국가 대외정책의 기조로 삼아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한 만큼 앞으로는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TPP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중국이 세계경제를 재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상당 부분을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의 24.9%로 1위였다. 수입 부문에서도 21.5%로 1위를 기록해 상호 의존도를 여실히 보여 줬다. 상호 의존과 교역 규모는 지난해 12월 체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더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한·중 경제 관계를 위협하는 요소가 등장했다.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 결정이다. 북한은 올해에만 두 번의 핵실험을 감행했고, 무수단 미사일 등 추가 위협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사드는 우리 입장에서도 물러설 수 없는 안보 선택지임이 자명해 보인다. 수습되는 듯했던 사태는 다시 불거진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으로 인해 국내 미디어·엔터테인먼트주가 일제히 하락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여론을 동원한 여행·관광·문화 분야 타격, 비관세장벽, 투자·서비스 등 FTA 추가 협상에서 비우호적 입장 견지와 같은 암묵적인 사드 제재가 계속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양국 간 경제·문화·인적 교류의 상호 의존도와 끊임없이 진행되는 교류를 고려할 때 이 갈등은 표면적인 데 그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국가정책 시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정책이 있다 해도 그 정책이 효과를 내기 전에 방향을 바꾼다면 빛을 발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의 대중국 기조도 이런 관점에서 견지돼야 한다. 정권에 따라 대중·대외 정책이 변화되는 것이 아닌 100년을 내다본 중장기적인 정책이 흔들림 없이 진행돼야 하는 것이다. 전술과 전략은 정권이나 단기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을 통해 고려돼야 한다.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중국을 설득하는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인 사드 보복, 경제 보복과 같은 마찰적 외교는 대승적 차원에서 지양하고 동북아 평화 협력을 이끌어 나가는 역내 동반자로서 한국을 변함없이 대우해야 한다. 경제·문화·인적 교류의 맥이 흔들림 없이 이어져 전략적 동반자로서의 관계를 돈독히 해 나가야만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이라는 수십억 인구의 공통된 꿈은 현실이 될 것이다.
  • 박영수 특검 구인난 ...사무실도 없어 이중고

    박영수 특검 구인난 ...사무실도 없어 이중고

    박근혜 대통령을 수사하게 될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가 수사팀 구성과 사무공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 특검은 앞서 기자들에게 “(특검 사무실을) 좀 구해달라”고 농담까지 하면서 “준비 기간 20일이 길지도 않은데, 제일 큰 문제가 사무실”이라며 난색을 표시했다. 박 특검은 2일 서초구 반포동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특검보 후보를 일부 추천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고사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7년 이상 경력을 지니고 현직 검사나 판사가 아닌 변호사 가운데 8명의 특검보 후보자를 선정, 대통령에게 임명을 요청하게 된다. 대통령은 3일 안에 4명을 임명해야 한다. 전날 임명장 수령 직후 윤석열(56·연수원 23기) 대전고검 검사를 수사팀장으로 파견 요청하는 등 특검팀 구성에 속도를 내는 듯했으나, 특검보 인선 작업이 순순히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특검보 후보로 물망에 오른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고사하는 이유는 특검법에서 특검보가 공소유지를 담당해야 한다고 규정한 탓이다.이들은 기소 이후 대법원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변호사 겸업이 금지된다. 물론 특검법에 판결 선고와 관련해 1심은 기소일부터 3개월 이내에, 2심과 3심은 전심 선고일부터 각각 2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는 형사소송법상 재판 규정 등을 준용한 것이다. 그러나 재판 실무상 이대로 진행되기란 매우 어렵다. 결국, 확정판결이 나기까지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전관 변호사는 물론 판·검사 경력이 없는 변호사마저 ‘생업 포기’라는 현실적인 장벽 앞에서 주저한다는 것이다. 특검보 임명을 고사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생업만이 아니다. 일부 특검보 지명자들은 이번 특검팀이 맡은 사안이 워낙 위중한 데다 수사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부담감을 느껴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특검은 이날 오후 특검보 인선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현재 수락하신 분이 (전체 추천 대상의) 절반 정도 된다”고 말했다. 한편 역대 최대 수준의 특검팀이 머무를 사무실을 신속히 구하기도 쉽지 않은 과제다. 100명이 넘는 수사인력이 근무할 사무실과 회의실, 조사실, 브리핑실 등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공간이 필요하다. 통상 특검 사무실은 수사관계 서류송달의 편의를 위해 서초동 법조타운 인근이 선호되지만, 해당 지역 인근에 마땅한 사무공간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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