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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검 칼날 어디로… 대규모 ‘재벌 司正’ 초긴장

    “청와대는 압수수색도 안 하고, 소환에 응한 기업만 분풀이 수사 대상이 된 꼴이다.” “최순실 특검은 사라지고, 결국 ‘재벌 때리기’ 특검이 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16일 재계엔 불만 기류가 흘렀다. 특검의 다음 수사 대상으로 꼽히는 SK, 롯데, 부영, CJ 등은 총수 및 고위 임원 소환조사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특검 수사에서 이 부회장에게 씌워진 혐의 중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뇌물로 본 대목은 두 재단 출연 기업을 피해자로 본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기소 내용과 다른 접근”이라면서 “특검이 어떤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할지, 두 재단 출연 기업 중 어디까지를 수사대상으로 삼을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774억원을 낸 기업 수는 53곳(16개 그룹)으로 특검이 기업별 ‘민원’에 대해 뇌물 혐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대규모 재벌 사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삼성 등 주요 기업들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 이어 새해 업무계획 수립을 유보하고 있다. 사실상 재계가 마비 상태에 빠진 가운데 특검 수사 여파로 ‘반(反)기업 정서’가 고조되는 분위기에 경제단체들은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치적 강요 속에서 (삼성의 자금 출연이) 어쩔 수 없이 이뤄진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속 수사는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이경상 경제조사본부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자(CEO)를 구속 수사할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불구속 수사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경제단체들이 이 부회장에 대한 불구속수사를 청원하는 이유는 이른바 ‘오너 리스크’를 염려하고 있어서다. 대외적으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취임하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로 인해 중국의 관세·비관세 무역 장벽이 가혹해지고, 미국발 금리 인상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환경 때문이다. 오정근 건국대 IT금융학부 특임교수는 “금융 위기 재현이 예상될 정도로 대내외 기업환경이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대부분의 그룹들이 사업 구조개편 숙제를 해야 하는 게 올해”라면서 “이 시점에서 이 부회장을 구속한다면 한국이 최순실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는 인상 대신 ‘정치 리스크’를 ‘경제 리스크’로 확대시키고 있다는 신호를 대외에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2008년 조준웅 특검이 단행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삼성전자의 매출·이익률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전날 박영수 특검이 영장 청구 시점을 하루 늦추자 내심 불구속수사 가능성을 점쳤던 삼성 측은 당혹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이 부회장 혐의에 대한 법리 다툼 채비를 갖췄다. 삼성은 2015년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이 부회장이 강한 압박을 받아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하게 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뇌물의 대가로 삼성 경영 승계를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었다는 점은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영장실질심사에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 10일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으로 인해 그룹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을 늘리게 됐지만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이 삼성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배력을 키우는 직접적인 결과가 야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합 삼성물산 출범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상승에 도움이 되는 단계에 있다면, 뇌물죄의 기대 가능성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면서도 “법리적으로 타당할지라도 권력의 강압적 요구를 기업이 거절할 수 없는 한국적 현실을 고려했을 때 (이 부회장 사법처리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삼성이 비상경영 컨트롤타워를 어떻게 세울지도 초유의 관심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말 약속한 미래전략실 해체 등 조직개편, 글로벌 기술기업 인수·합병(M&A), 삼성전자 지주회사 설립 등은 미뤄질 전망이다. 주요 계열사는 전문경영인이 이끌어가는 형태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한동안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이 이끌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27일 삼성전자 등기이사가 됐지만,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등기이사 자격을 잃게 된다. 삼성·한화 간 방산 빅딜, 삼성·롯데 간 화학 빅딜 등 이 부회장이 진두지휘했던 그룹 차원의 ‘큰 구상’도 당분간 실현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전경하 기자 lark@seoul.co.kr
  • 풍요롭고 불평등한 세계화의 톱니바퀴

    풍요롭고 불평등한 세계화의 톱니바퀴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브랑코 밀라노비치 지음/서정아 옮김/21세기북스/364쪽/1맘 8000원폭력적인 세계경제/장에르베 로렌치·미카엘 베레비 지음/이영래 옮김/미래의창/288쪽/1만 5000원분배의 정치/제임스 퍼거슨 지음/조문영 옮김/여문책/400쪽/2만원 ‘불평등’은 전 지구적 정치·경제 현상을 아우르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를 기점으로 중국과 소련의 자본주의 편입과 글로벌 경제 통합의 가속 페달을 밟아온 지난 30년간의 ‘세계화’에 대한 실패 논쟁도 격렬해지고 있다. ‘승자 독식’과 자국 이익만을 추구하는 ‘각자도생’의 부상은 불평등의 악순환을 예고하는 묵시록이다. 이미 부유했던 서구 사회의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29%를 벌어들이고, 총자산의 46%를 차지하는 ‘국가간 불평등’ 현상뿐 아니라 나날이 견고해지는 ‘국가내 불평등’ 현상은 내부에서부터 소수의 승리자가 다수의 낙오자를 배제하는 시스템을 강화한다. 세계 경제 운용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층 폭력성이 짙어진 불평등을 주제로 미래 경제를 전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책 세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불평등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브랑코 밀라노비치 교수의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는 세계화가 증폭시켜 온 글로벌 불평등을 실증적으로 파헤친 역작이다. 토마 피케티가 저서 ‘21세기 자본’을 통해 최상위 계층으로의 자본 집중 현상에 주목했다면 밀라노비치는 세계화로 일그러진 소득 분배에서의 불평등 양상을 조명한다. 그가 지난해 발표한 ‘코끼리 곡선’(elephant curve)은 가장 신뢰성 높은 세계화 성적표로 평가된다. 세계화의 절정기인 1988년부터 2008년까지 전 세계 1인당 실질소득의 상대적 증가율을 비교한 이 곡선에는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최상위 1%와 아시아 신흥국 중산층의 소득은 급격히 늘어 세계화의 수혜자가 됐지만 나머지 계층의 소득은 같은 기간 거의 ‘제로’(0)에 머물렀다. 밀라노비치 교수에 따르면 세계 최상위 1%에는 2008년 기준으로 미국인이 12%로 가장 많고, 한국인도 2%를 차지한다. 저자에 따르면 경제 양극화는 중산층 공동화와 금권정치, 포퓰리즘의 득세를 낳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와 같은 자국 우선주의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보호무역과 신(新)고립주의는 우리가 치르고 있는 불평등의 혹독한 대가다. 세계화가 계속되면 불평등이 사라질까. 그는 “앞으로도 세계화의 이득이 공평하게 분배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프랑스의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인 장에르베 로렌치의 ‘폭력적인 세계 경제’는 현 경제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는 여섯 가지 제약을 범주화한다. 그는 기술 진보의 둔화, 노령 인구, 불평등의 심화, 자국을 벗어난 산업 활동의 대규모 이전, 한도가 없는 경제의 금융화, 투자 자금 조달의 불능이라는 여섯 가지 제약으로 인해 ‘세계의 충돌’(전쟁)과 ‘시스템 붕괴’가 출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계 경제의 재구조와 임계치에 도달한 불평등의 압력은 세계 경제의 성장을 저해하는 위기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고조되는 세대 간 긴장은 경제적 현실을 읽는 풍조가 될 정도다. 저자는 “인류 역사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터무니없을 정도의 불평등에 직면하고 있다”며 “인간의 역사에 자주 등장했던 반란의 움직임이 어딘가에서 등장하지 말란 법도 없다”고 경고한다. 위의 두 책이 경제학자들의 시각에서 지난 한 세대간 벌어진 구조적 경제 실패들을 실증하고 있다면 ‘분배정치의 시대’는 인류학자의 시선에서 획기적인 경제 실험을 시도할 것을 촉구한다. 미 스탠퍼드대 인류학자인 제임스 퍼거슨 교수는 30여년 동안의 남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현지 조사를 토대로 새로운 정치적 분배 모델에 주목해 왔다. 그의 주장은 영어 원제인 ‘물고기를 줘라’(Give a Man a Fish)처럼 빈민층에게 직접 현금을 주자는 것이다. 생산이 아닌 분배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12년 전체 가구의 44%에 보조금을 지급했다. 2002년과 2012년을 비교하면 남아공의 기아 가구 비율은 29.3%에서 12.6%로 줄었고, 교육과 보건 환경이 크게 신장됐다. 이 같은 기본소득 캠페인은 나미비아와 보츠와나에서도 확대 운용되고 있다. 퍼거슨 교수는 정규직 임금노동을 기반으로 한 신자유주의적인 복지모델은 불평등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 안정적인 임금 노동의 기회가 박탈되는 상황에서 서구의 복지 안전망은 더이상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저자는 이 같은 실험들은 ‘고용 없는 저성장 시대’를 맞아 빈곤을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동시대 자본주의를 재고하는 ‘조용한 혁명’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한다. 퍼거슨의 첫 번째 번역서로, 그의 제자인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우리말로 옮겼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요즘 핫한 베트남 쌀국수집...월 2억 매출 성공비결은

    요즘 핫한 베트남 쌀국수집...월 2억 매출 성공비결은

    지난 2일 서울 종각역 인근 후미진 골목 안 쪽에 위치한 쌀국수집 ‘에머이’(Emoi). 새해 첫 출근을 한 직장인들이 뜨끈한 국물이 매력인 쌀국수를 먹기 위해 길게 줄 지어 서 있었다. 바로 옆 큰길가에는 유명 쉐프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멸치국수집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추위 속에서 자신들의 순서가 오길 기다렸다. 한 손님은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니라면 평일 오후 2시 전까지는 이렇게 기다렸다 들어간다”고 말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형 유통 3사도 서로 “입점해달라”고 구애를 펼치는 중이다. 기업형 쌀국수집과의 경쟁에서 이 ‘이단아’ 쌀국수집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지난 3일 에머이 주인장인 권영황 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 곳을 다시 찾았다. 1. 평일 점심 회전율이 무려 7바퀴? 기자: 식당에 손님이 많네요.권영황(이하 권): 우연찮게 생각보다 많이 오시네요. 기자: 우연찮게요?권: 아, 우연이라기보다는 그래도 준비한 보람이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기자: 하루에 얼마나 오나요.권: 평일 점심 때 회전율 높을 때는 7바퀴 이상이죠. 기자: 7바퀴면 어느 정도인가요.권: 종로점 기준으로 자리가 20개예요. 11시 반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죠. 어떤 손님은 세 번 와야 한 번 먹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기자: 저녁에도 사람이 많나요?권: 여섯 시부터 여덟 시까지는 줄을 서야 돼요. 기자: 주말에는 어때요?권: 주말에는 평일에 와 본 손님들이 가족, 지인들을 데리고 와요. 기자: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어려웠을 텐데요?권: 2015년 8월 종로점을 열었는데 두 달 동안 손님이 없더라고요. 위치도 썩 좋지 않지만, 사람들이 ‘다른 쌀국수집이랑 맛이 별반 차이가 없겠지’ 이런 선입견을 갖고 보는 듯 했어요. 그런데 한 명 한 명 오는 손님들이 다들 맛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 분들이 다음날 새로운 분을 데려오고. 그러면 다음날 새로 온 분이 또 다른 분과 같이 오고. 그렇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기자: 왜 예약은 안 받는 거죠?권: 처음에는 예약을 받았는데 한국에는 ‘노쇼 문화’(예약을 해 놓고 나타나지 않는 행위)가 있잖아요. 손님들이 예약받지 말자고 하더라고요. 예약을 안 받으니 먼저 온 사람이 한명씩 자리를 맡더라고요. 이것도 기다리는 손님들한테 피해를 준다는 요청이 있어서 이제는 다 오시기 전까지는 바깥에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게 해요. 미리 주문까지 하면 끝까지 기다리시더라고요. 기자: 매출이 꽤 되겠네요?권: 문을 열고 단 한 번도 월 매출이 떨어진 적이 없어요. 여름철에는 ‘손님이 줄겠지’ 했는데 7~8월에도 계속 오르더라고요. 추석 때도 더 팔았죠. 지난달 종로점 매출은 2억 1000만원을 넘었어요. 하루에 700만원 조금 안 되게 판거죠. 국수 팔아 이 정도면 괜찮죠? 기자: 동업하신다고요?권: 네. 고향(안동)의 아는 형님(김명상 대표)과 같이 일해요. 형님은 돈을 대고 전 요리를 하죠. 기자: 동업은 오래 가지 못한다고 하던데요.권: 전 아직 경험이 부족해요. 형님은 저보다 한 수 위죠. 예전에 봉추찜닭을 만드신 분이에요. 기자: 그럼 에머이도 봉추찜닭과 관련 있는 곳 아닌가요.권: 그건 아니에요. 형님이 다른 선배 분한테 회사(봉추푸드시스템)를 맡기고 여러 다른 시도를 해왔어요. 사업가 기질이 좀 있거든요.(기자 주: 지난해 봉추푸드시스템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정보공개서에는 김명상 대표가 감사로 등록돼 있다.) 2. 생면에 도전장 낸 호텔 주방장 기자: 특1급 호텔 출신 주방장 출신이던데 어쩌다 창업을?권: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신세계 계열)에서 16년을 근무했어요. 호텔에 있을 때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집도 사고...참 고마운 회사죠. 10년 전인가? ‘앞으로 10년 후에 뭐해 먹고 살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가 30대 초반이었죠. 뭘 할까 고민하던 중 베트남에 가서 쌀국수를 먹고는 무릎을 딱 쳤습니다. 이거다. 기자: 한국에 쌀국수집이 그렇게 많은데.권: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쌀국수를 먹으면 고향 맛이 안 난다고 그래요. 왜 그럴까요? 한국 쌀국수는 미국을 거쳐서 들어왔다는 설이 있어요. 우리 김치찌개를 중국인이 베트남 사람한테 가르쳤다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래서 우리는 현지 맛을 그대로 가져가자고 결심했죠. 생면을 만들고 육수도 직접 끊이고 현지인이 만들 수 있는 구조로 가보자고요. 기자: 그래서 주방에 베트남 사람이 많았군요.권: 베트남 사람이 아무리 김치찌개를 잘 끊여도 원래 맛을 못 따라가는 것과 같은 이치죠. 저도 호텔 주방장 출신이지만 제 생각을 넣으면 결국 똑같은 한국 맛이 될까 봐 아예 백지에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베트남 현지에서 3대째 쌀국수집을 운영하는 주방장을 모셔 왔는데 저 보고 배울 거면 ‘솥부터 닦으라’고 하더라고요. 내가 이 집 주인인데... 결국 닦았어요. 요리사 세계에서는 ‘당신이 내 일을 배우려면 내 밑에 꿇어라’ 뭐 이런 자존심 싸움이 있거든요. 기자: 식당 이름 ‘에머이’는 무슨 뜻이죠.권: 베트남 식당에서 가장 많이 쓰는 현지어예요. 한국에서 ‘이모!’ ‘사장님!’ 이렇게 부르는 것처럼 베트남에선 모두 에머이로 통하죠. 베트남에서 쌀국수를 먹어본 사람들이 현지 향수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기자: 웬만한 쌀국수집은 ‘포’라는 이름이 들어가던데 모험 아닌가요.권: ‘포’는 쌀국수 면 종류 중 하나더라고요. 포는 0.5㎝보다 좀 넓은 면을 부를 때 쓰고, 굉장히 가는 면은 ‘분’이라고 하던데요.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 베트남 현지 맛을 살릴 수 있는 ‘생면’을 만드는 거였죠. 우리 국수를 드신 분은 다른 데 가서 면을 못 드실 거라고 자신했어요. 기자: 면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하시네요.권: 베트남 생면 공장에 가서 보니 쌀을 맷돌로 갈아 묽게 면을 만들더라고요. 보통 면은 가루에 물을 부어 만드는데 그게 아니었죠. 이렇게도 만드는구나, 깜짝 놀랐죠. 한국에 돌아와서 똑같이 해봤는데 처음에는 술술 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면을 물에 푸니 다 끊어져 못 먹게 됐죠. 그때 진짜 난감하더라고요. 그 뒤에도 계속 실패를 하면서 ‘왜 안 될까’를 생각해봤죠. 결국은 기후였어요.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온도차가 심해 베트남에서처럼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어려웠던 거죠. 생면이 안 나와서 기계를 발로 차기도 하고 망치로 떼리기도 하고. 그렇게 2년이 걸렸습니다. 기자: 결국 성공하셨네요.권: 우리나라 면 시장의 판도가 바뀌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기자: 한국식 쌀국수에 익숙한 사람에겐 생면이 낯설 수도 있는데요.권: 어떤 손님이 그러더라고요. ‘사장님! 면이 퍼졌어요.’ 이 분은 생면을 처음 먹어본 거죠. 그래서 자리마다 생면을 만들어 다 갖다놨어요. 여성 고객한테는 생면팩을 만들어 주기도 했죠. 쌀이 피부에 좋거든요. 유명 화장품 회사도 쌀을 원료로 쓰기도 해요. 나중에는 워낙 생면팩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중단했죠. 3. ‘친정’ 신세계 요청을 뿌리친 사나이 기자: 종로점 말고도 매장이 꽤 되네요.권: 신사동 가로수길점,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점, 롯데몰 은평점, 홍대점 등 총 다섯 군데네요. 홍대점은 지난 1일 오픈했는데 여긴 가맹점이에요. 다른 데는 모두 직영점이고요. 기자: 롯데, 현대 다 입점하셨는데 신세계는 연락 안 왔나요? 친정인데...권: 안 그래도 한 손님이 신세계에 입점하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사정을 설명해줬어요. 신세계와 하남, 영등포점 등 몇 곳에 들어가는 걸로 얘기를 주고 받다가 결국 안 하기로 한 거라고요. 그쪽에서는 생면을 만드는 과정을 고객들한테 보여주자는 콘셉트를 제시했는데 저랑 맞지 않더라고요. 나중에 기회 되면 들어갈 수도 있겠죠. 기자: 매장이 많아지면 맛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텐데요.권: 재료를 공수해선 안 돼요. 즉석에서 만들어야 생면 메리트가 있는 거죠. 밥도 금방 해서 먹어야 맛있는 것처럼요. 그래서 매장마다 기계를 설치해줬어요. 제가 나름대로 개발한 파우더로 누구나 만들 수 있게 ‘포의 혁명’을 일으킨 거죠. 기자: 앞으로 매장을 더 늘리겠다는 거네요.권: 문의는 많이 들어와요. 그런데 ‘막 늘리자’는 주의는 아니에요. 돈 버는 조건(좋은 상권)이 되면 ‘오케이’ 하는 거죠. 기자: 브랜드 관리를 한다는 말씀?권: 어렵게 키웠는데… 음식이라는 게 한 순간이잖아요. 조심스럽죠. 4. 월급쟁이 직원에 주인의식? “앞으로 지분 줄겁니다.” 기자: 호텔 근무할 때와 삶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해요.권: 사표를 낼 때 아내와 상의를 하진 못했어요.기자: 헉…권: 그 전에 휴직계를 내서 그만 둘 것이라는 생각은 다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알고 전화를 해서 울더라고요. ‘당신, 나한테 할 말 없냐’고. 기자: 너무하셨네요.권: 미안하다고 했어요. 대신 더 많이 벌어다 주겠다고 약속했죠. 이제는 아내도 건강 해치지 말라고 격려해줘요. 단지 애들하고 못 놀아주는 게 아쉽죠. 기자: 식당 하면서 언제가 가장 뿌듯했나요?권: 두 달 전쯤 어느 손님이 저한테 ‘이 집에는 철학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한 마디가 제 가슴에 꽂혔어요. 에머이의 색깔, 철학을 인정해 준 거잖아요. 생면 개발하려고 그토록 고생했는데 그게 헛되지 않았구나… 기자: 직원은 몇 명이나 되나요?권: 40명은 족히 될 겁니다.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월급쟁이는 절대 주인의식 못 느낍니다. 그래서 앞으로 직원들한테 지분을 줄 겁니다. 이 회사의 주인이 돼라는 뜻에서죠. 기자: 창업에 도전하시는 분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세요.권: 어려운 질문이네요. 창업에 답은 없어요.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면 좋겠지만요. 사업은 그 사람의 생각, 열정, 마음에 따라 확 바뀝니다.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따라 남이 깨뜨릴 수 없는 철판이 될 수도, 쉽게 깨지는 유리가 될 수도 있죠. 본인이 가장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중요합니다. 전 요리사 되겠다고 결심한 뒤 미각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술, 담배 전혀 안 합니다. *창업 전문가들이 말하는 ‘팁’경기 불황에 시장 포화로 자영업자들 삶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발간한 ‘2016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문을 닫은 식당 자영업자는 15만 3000명입니다. 전체 폐업 자영업자(73만 9000명)의 20.6%로 폐업 1위의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앞서 소개한 권영황 대표처럼 ‘판’을 바꾸지 않고서는 창업 후 3년을 버티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별다른 기술, 노하우가 없는 퇴직 직장인들이 할 수 있는 분야가 음식점 말고는 많지 않습니다.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영리한 창업’을 할 수 있을까요. 창업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창업 전 아르바이트 필수, 10곳 이상 점주 만나는 건 기본강병오(중앙대 겸임교수)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창업하기 전에 ‘입구 전략’을 세우라고 강조합니다. 입구 전략의 첫 번째는 아르바이트입니다. 창업을 하려면 적어도 3개월 동안 현장 경험을 해보라는 거죠. 무보수도 좋습니다. 친척 등 지인이 운영하는 가게에 가서 일단 부딪혀 보는 겁니다. 두 번째는 독립 창업과 프랜차이즈 창업 중에 선택을 하는 겁니다. 어떤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없지만 프랜차이즈가 성공 확률은 더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과잉 공급 시대에 개인이 회사를 이기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세 번째, 프랜차이즈를 하기로 했다면 10곳 이상의 점주를 만나보는 겁니다. 발품을 팔면 어느 정도 그 회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폐점율, 다점포율(다점포수/가맹점수) 등이 참고가 될 것입니다. 네 번째, 목(입지)은 맛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어떤 업종을 하는 것보다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가 성공을 좌우한다는 거죠. 대신 규모는 처음부터 키우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규모를 키우면 허점이 많이 생기고 직원 관리도 어렵다는 겁니다.‘근자감’이 실패 확률 높여…소비자 트렌드 읽을 줄 알아야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창업자는 겁을 먹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영업자 중 20%만 돈을 벌고, 40%는 유지, 나머지 40%는 3년 안에 문을 닫는 게 현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나는 하위 40%에 들지 않을 것이다”라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오히려 실패 확률을 키운다는 것이죠. 박 교수는 창업 전에 6개월 정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서 운영하는 창업 교육을 받다보면 확실히 겁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러면 정말 창업을 해도 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네요.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찾기보다 (사업을)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을 살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사업을 하다보면 처음 계산했던 원가보다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의도치 않게 ‘히든 코스트’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박 교수는 설명합니다. 자영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대개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하네요. 독립 창업을 하면 본사에 수익을 떼어 주지 않아도 되니 수중에 돈을 더 쥘 수 있지만 체력적으로 오래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창업 초보들은 소위 뜨는 업종에 귀가 솔깃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업종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식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합니다. 업종을 고를 때는 단골(헤비 유저) 20%, 뜨내기 손님(라이트 유저) 80% 중 단골이 계속 유지되는 업종을 눈여겨 보라고 합니다. 뜨내기 손님의 재방문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네요. 박 교수는 “주변에서 부추기는 업종보다 본인이 주관을 갖고 소비자 중심의 트렌드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창업 전문가 2인의 조언 1. 강병오 대표- 창업 전 3개월 현장 경험 차원에서 아르바이트하자.- 독립 창업보다 프랜차이즈 창업이 성공 확률은 높다.- 10곳 이상 점주 만나 폐점율, 다점포율 등 따져봐야.- 맛보다 중요한 게 입지, 처음에는 소자본으로 시작. 2. 박주영 교수- 창업 전 6개월 교육 받으면 창업 현실 마주치게 돼.- 히든 코스트 염두에 두지 않고 원가 계산하면 실패.- 체력적으로 오래 버틸 수 있는 방안부터 마련해야.- 소위 뜨는 업종은 경계를, 단골 많은 업종 찾아보자.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요즘 핫한 베트남 쌀국수집...월 2억 매출 성공비결은

    요즘 핫한 베트남 쌀국수집...월 2억 매출 성공비결은

    지난 2일 서울 종각역 인근 후미진 골목 안 쪽에 위치한 쌀국수집 ‘에머이’(Emoi). 새해 첫 출근을 한 직장인들이 뜨끈한 국물이 매력인 쌀국수를 먹기 위해 길게 줄 지어 서 있었다. 바로 옆 메인도로변에 유명 쉐프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멸치국수집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추위 속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불리워지길 기다렸다. 한 손님은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니라면 평일 오후 2시 전까지는 이렇게 기다렸다 들어간다”고 말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형 유통 3사도 서로 “입점해달라”고 구애를 펼치는 중이다. 기업형 쌀국수집과의 경쟁에서 이 ‘이단아’ 쌀국수집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지난 3일 에머이 주인장인 권영황 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 곳을 다시 찾았다. 1. 평일 점심 회전율이 무려 7바퀴? 기자: 식당에 손님이 많네요.권영황(이하 권): 우연찮게 생각보다 많이 오시네요. 기자: 우연찮게요?권: 아..우연이라기 보다는 그래도 준비한 보람이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기자: 하루에 얼마나 오나요.권: 평일 점심 때 회전율 높을 때는 7바퀴 이상이죠. 기자: 7바퀴면 어느 정도인가요.권: 종로점 기준으로 자리가 20개에요. 11시 반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죠. 어떤 손님은 세 번 와야 한 번 먹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기자: 저녁에도 사람이 많나요.권: 여섯 시부터 여덟 시까지는 줄을 서야 돼요. 기자: 주말에는 어때요.권: 주말에는 평일에 와 본 손님들이 가족, 지인들을 데리고 와요. 기자: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어려웠을텐데요.권: 2015년 8월 종로점을 열었는데 두 달동안 손님이 없더라고요. 위치도 썩 좋지 않지만, 사람들이 ‘다른 쌀국수집이랑 맛이 별반 차이가 없겠지’ 이런 선입견을 갖고 보는 듯 했어요. 그런데 한 명 한 명 오는 손님들이 다들 맛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 분들이 다음날 새로운 분을 데려오고. 그러면 다음날 새로 온 분이 또 다른 분과 같이 오고. 그렇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기자: 왜 예약은 안 받는거죠.권: 처음에는 예약을 받았는데 한국에는 ‘노쇼 문화’가 있잖아요. 손님들이 예약받지 말자고 하더라고요. 예약을 안 받으니 먼저 온 사람이 하나씩 자리를 맡고 있는데 이것도 기다리는 손님들한테 피해를 준다는 요청이 있어서 이제는 다 오시기 전까지는 바깥에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게 해요. 미리 주문까지 하면 끝까지 기다리시더라고요. 기자: 매출이 꽤 되겠네요.권: 문을 열고 단 한 번도 월 매출이 떨어진 적이 없어요. 여름철에는 ‘손님이 줄겠지’ 했는데 7~8월에도 계속 오르더라고요. 추석 때도 더 팔았죠. 지난달 종로점 매출은 2억 1000만원을 넘었어요. 하루에 700만원 조금 안 되게 판거죠. 국수 팔아 이 정도면 괜찮죠? 기자: 동업하시신다고요?권: 네. 고향(안동)의 아는 형님(김명상 대표)과 같이 일해요. 형님은 돈을 대고 전 요리를 하죠. 기자: 동업은 오래 가지 못한다고 하던데요.권: 전 아직 경험이 부족해요. 형님은 저보다 한 수 위죠. 예전에 봉추찜닭을 만드신 분이에요. 기자: 그럼 에머이도 봉추찜닭과 관련 있는 곳 아닌가요.권: 그건 아니에요. 형님이 다른 선배 분한테 회사(봉추푸드시스템)를 맡기고 여러 다른 시도를 해왔어요. 사업가 기질이 좀 있거든요.(지난해 봉추푸드시스템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정보공개서에는 김명상 대표가 감사로 등록돼 있다.) 2. 생면에 도전장 낸 호텔 주방장 기자: 특1급 호텔 출신 주방장 출신이던데 어쩌다 창업을?권: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신세계 계열)에서 16년을 근무했어요. 호텔에 있을 때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집도 사고...참 고마운 회사죠. 10년 전인가? ‘앞으로 10년 후에 뭐해 먹고 살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가 30대 초반이었죠. 뭘 할까 고민하던 중 베트남에 가서 쌀국수를 먹고는 무릎을 딱 쳤습니다. 이거다. 기자: 한국에 쌀국수집이 그렇게 많은데.권: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쌀국수를 먹으면 고향 맛이 안 난다고 그래요. 왜 그럴까요. 한국 쌀국수는 미국을 거쳐서 들어왔다는 설이 있어요. 우리 김치찌개를 중국인이 베트남 사람한테 가르쳤다고 하는거나 마찬가지죠. 그래서 우리는 현지 맛을 그대로 가져가자고 결심했죠. 생면을 만들고 육수도 직접 끊이고 현지인이 만들 수 있는 구조로 가보자고요. 기자: 그래서 주방에 베트남 사람이 많았군요.권: 베트남 사람이 아무리 김치찌개를 잘 끊여도 원맛을 못 따라가는 것과 같은 이치죠. 저도 호텔 주방장 출신이지만 제 생각을 넣으면 결국 똑같은 한국 맛이 될까봐 아예 백지에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베트남 현지에서 3대째 쌀국수집을 운영하는 주방장을 모셔 왔는데 저보고 배울거면 ‘솥부터 닦으라’고 하더라고요. 내가 이 집 주인인데...결국 닦았어요. 요리사 세계에서는 ‘당신이 내 일을 배우려면 내 밑에 꿇어라’ 뭐 이런 자존심 싸움이 있거든요. 기자: 식당 이름 ‘에머이’는 무슨 뜻이죠.권: 베트남 식당에서 가장 많이 쓰는 현지어에요. 한국에서 ‘이모!’ ‘사장님!’ 이렇게 부르는 것처럼 베트남에선 모두 에머이로 통하죠. 베트남에서 쌀국수를 먹어본 사람들이 현지 향수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기자: 웬만한 쌀국수집은 ‘포’라는 이름이 들어가던데 모험 아닌가요.권: ‘포’는 쌀국수 면 종류 중 하나더라고요. 포는 0.5㎝보다 좀 넓은 면을 부를 때 쓰고, 굉장히 가는 면은 ‘분’이라고 하던데요.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 베트남 현지 맛을 살릴 수 있는 ‘생면’을 만드는거였죠. 우리 국수를 드신 분은 다른 데 가서 면을 못 드실 거라고 자신했어요. 기자: 면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하시네요.권: 베트남 생면 공장에 가서 보니 쌀을 맷돌로 갈아 묽게 면을 만들더라고요. 보통 면은 가루에 물을 부어 만드는데 그게 아니었죠. 이렇게도 만드는구나. 깜짝 놀랐죠. 한국에 돌아와서 똑같이 해봤는데 처음에는 술술 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면을 물에 푸니 다 끊어져 못먹게 됐죠. 그때 진짜 난감하더라고요. 그 뒤에도 계속 실패를 하면서 ‘왜 안 될까’를 생각해봤죠. 결국은 기후였어요.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온도차가 심해 베트남에서처럼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어려웠던거죠. 생면이 안 나와서 기계를 발로 차기도 하고 망치로 떼리기도 하고. 그렇게 2년이 걸렸습니다. 기자: 결국 성공하셨네요.권: 우리나라 면 시장의 판도가 바뀌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기자: 한국식 쌀국수에 익숙한 사람에겐 생면이 낯설 수도 있는데요.권: 어떤 손님이 그러더라고요. ‘사장님! 면이 퍼졌어요.’ 이 분은 생면을 처음 먹어본 거죠. 그래서 자리마다 생면을 만들어 다 갖다놨어요. 여성 고객한테는 생면팩을 만들어 주기도 했죠. 쌀이 피부에 좋거든요. 유명 화장품 회사도 쌀을 원료로 쓰기도 해요. 나중에는 워낙 생면팩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중단했죠. 3. ‘친정’ 신세계 요청을 뿌리친 사나이 기자: 종로점 말고도 매장이 꽤 되네요.권: 신사동 가로수길점,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점, 롯데몰 은평점, 홍대점...총 다섯 군데네요. 홍대점은 지난 1일 오픈했는데 여긴 가맹점이에요. 다른 데는 모두 직영점이고요. 기자: 롯데, 현대 다 입점하셨는데 신세계는 연락 안 왔나요. 친정인데...권: 안 그래도 한 손님이 신세계에 입점하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사정을 설명해줬어요. 신세계와 하남, 영등포점 등 몇 곳에 들어가는 걸로 얘기를 주고 받다가 결국 안하기로 한거라고요. 그쪽에서는 생면을 만드는 과정을 고객들한테 보여주자는 콘셉트를 제시했는데 저랑 맞지 않더라고요. 나중에 기회 되면 들어갈 수도 있겠죠. 기자: 매장이 많아지면 맛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텐데요.권: 재료를 공수해선 안 돼요. 즉석에서 만들어야 생면 메리트가 있는거죠. 밥도 금방 해서 먹어야 맛있는 것처럼요. 그래서 매장마다 기계를 설치해줬어요. 제가 나름대로 개발한 파우더로 누구나 만들 수 있게 ‘포의 혁명’을 일으킨거죠. 기자: 앞으로 매장을 더 늘리겠다는거네요.권: 문의는 많이 들어와요. 그런데 ‘막 늘리자’는 주의는 아니에요. 돈 버는 조건(좋은 상권)이 되면 ‘오케이’ 하는거죠. 기자: 브랜드 관리를 한다는 말씀?권: 어렵게 키웠는데...음식이라는 게 한 순간이잖아요. 조심스럽죠. 4. 월급쟁이 직원에 주인의식? “앞으로 지분 줄겁니다.” 기자: 호텔 근무할 때와 삶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해요.권: 사표를 낼 때 아내와 상의를 하진 못했어요. 그전에 휴직계를 내서 그만 둘 것이라는 생각은 다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알고 전화를 해서 울더라고요. ‘당신, 나한테 할 말 없냐’고. 기자: 너무하셨네요.권: 미안하다고 했어요. 대신 더 많이 벌어다 주겠다고 약속했죠. 이제는 아내도 건강 해치지 말라고 격려해줘요. 단지 애들하고 못 놀아주는 게 아쉽죠. 기자: 식당 하면서 언제가 가장 뿌듯했나요.권: 두 달 전쯤 어느 손님이 저한테 ‘이 집에는 철학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한 마디가 제 가슴에 꽂혔어요. 에머이의 색깔, 철학을 인정해준거잖아요. 생면 개발하려고 그토록 고생했는데 그게 헛되지 않았구나... 기자: 직원은 몇 명이나 되나요.권: 40명은 족히 될 겁니다.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월급쟁이는 절대 주인의식 못 느낍니다. 그래서 앞으로 직원들한테 지분을 줄겁니다. 이 회사의 주인이 되라는 뜻에서죠. 기자: 창업에 도전하시는 분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세요.권: 어려운 질문이네요. 창업에 답은 없어요.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면 좋겠지만요. 사업은 그 사람의 생각, 열정, 마음에 따라 확 바뀝니다.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따라 남이 깨뜨릴 수 없는 철판이 될 수도, 쉽게 깨지는 유리가 될 수도 있죠. 본인이 가장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중요합니다. 전 요리사 되겠다고 결심한 뒤 미각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술, 담배 전혀 안 합니다. *창업 전문가들이 말하는 ‘팁’경기 불황에 시장 포화로 자영업자들 삶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발간한 ‘2016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문을 닫은 식당 자영업자는 15만 3000명입니다. 전체 폐업 자영업자(73만 9000명)의 20.6%로 폐업 1위의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앞서 소개한 권영황 대표처럼 ‘판’을 바꾸지 않고서는 창업 후 3년을 버티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별다른 기술, 노하우가 없는 퇴직 직장인들이 할 수 있는 분야가 음식점 말고는 많지 않습니다.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영리한 창업’을 할 수 있을까요. 창업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창업 전 아르바이트 필수, 10곳 이상 점주 만나는 건 기본강병오(중앙대 겸임교수)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창업하기 전에 ‘입구 전략’을 세우라고 강조합니다. 입구 전략의 첫 번째는 아르바이트입니다. 창업을 하려면 적어도 3개월 동안 현장 경험을 해보라는거죠. 무보수도 좋습니다. 친척 등 지인이 운영하는 가게에 가서 일단 부딪혀 보는 겁니다. 두 번째는 독립 창업과 프랜차이즈 창업 중에 선택을 하는 겁니다. 어떤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없지만 프랜차이즈가 성공 확률은 더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과잉 공급 시대에 개인이 회사를 이기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세 번째, 프랜차이즈를 하기로 했다면 10곳 이상의 점주를 만나보는 겁니다. 발품을 팔면 어느 정도 그 회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폐점율, 다점포율(다점포수/가맹점수) 등이 참고가 될 것입니다. 네 번째, 목(입지)은 맛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어떤 업종을 하는 것보다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가 성공을 좌우한다는 거죠. 대신 규모는 처음부터 키우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규모를 키우면 허점이 많이 생기고 직원 관리도 어렵다는 겁니다.‘근자감’이 실패 확률 높여...소비자 트렌드 읽을 줄 알아야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창업자는 겁을 먹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영업자 중 20%만 돈을 벌고, 40%는 유지, 나머지 40%는 3년 안에 문을 닫는 게 현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나는 하위 40%에 들지 않을 것이다”라는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 오히려 실패 확률을 키운다는 것이죠. 박 교수는 창업 전에 6개월 정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서 운영하는 창업 교육을 받다보면 확실히 겁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러면 정말 창업을 해도 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네요.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찾기보다 (사업을)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을 살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사업을 하다보면 처음 계산했던 원가보다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의도치 않게 ‘히든 코스트’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박 교수는 설명합니다. 자영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대개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하네요. 독립 창업을 하면 본사에 수익을 떼주지 않아도 되니 수중에 돈을 더 쥘 수 있지만 체력적으로 오래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창업 초보들은 소위 뜨는 업종에 귀가 솔깃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업종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식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합니다. 업종을 고를 때는 단골(헤비 유저) 20%, 뜨내기 손님(라이트 유저) 80% 중 단골이 계속 유지되는 업종을 눈여겨 보라고 합니다. 뜨내기 손님의 재방문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네요. 박 교수는 “주변에서 부추기는 업종보다 본인이 주관을 갖고 소비자 중심의 트렌드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창업 전문가 2인의 조언 1. 강병오 대표- 창업 전 3개월 현장 경험 차원에서 아르바이트하자.- 독립 창업보다 프랜차이즈 창업이 성공 확률은 높다.- 10곳 이상 점주 만나 폐점율, 다점포율 등 따져봐야.- 맛보다 중요한 게 입지, 처음에는 소자본으로 시작. 2. 박주영 교수- 창업 전 6개월 교육 받으면 창업 현실 마주치게 돼.- 히든 코스트 염두에 두지 않고 원가 계산하면 실패.- 체력적으로 오래 버틸 수 있는 방안부터 마련해야.- 소위 뜨는 업종은 경계를, 단골 많은 업종 찾아보자.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차세대 플랫폼 AR·VR 투자 미흡…올 국내 게임 성장률 반토막 우려

    차세대 플랫폼 AR·VR 투자 미흡…올 국내 게임 성장률 반토막 우려

    ‘굴뚝 없는 황금 산업’인 게임산업에 ‘성장 절벽’이 다가오고 있다. 모바일 게임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게임 한류’를 이끌고 있지만 이후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올해 글로벌 게임업계가 쟁탈전을 벌일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차세대 플랫폼에서의 투자와 콘텐츠 발굴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게임 강국’의 지위를 완전히 내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국내 게임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2.9% 성장한 11조 6496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성장률은 지난해(5.6%)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2015년 7.5%였던 국내 게임시장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 곡선을 그려 2018년에는 2.1%로 내려앉을 것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내다봤다. 역성장(-0.3%)을 기록했던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게임업계가 마주한 성장 절벽은 국내 게임시장의 83%를 차지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의 성장 둔화에서 기인한 것이다. 국내 게임시장의 절반 가까이(49.2%)를 차지하는 온라인 게임은 2015년(-4.7%)과 2016년(-0.8%)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14년 성장률이 25.2%에 달했던 모바일 게임도 기세가 꺾여 올해는 8.9%, 내년에는 5.2%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온라인 게임은 국내 대작 게임들의 흥행 실패가 잇따랐으며 시장 성장을 견인해 온 모바일 게임은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게임시장의 성장률도 2018년 3.3%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게임산업의 위기는 국내만의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성장 동력을 둘러싸고 국내와 세계 시장의 온도차는 크다.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은 VR과 AR 등 차세대 플랫폼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 있지만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투자와 개발에 소극적이다. 또 세계 시장에서 35%가량을 차지하는 콘솔게임은 VR에 힘입어 성장의 계기를 맞았지만 국내 게임업계는 콘솔게임의 점유율이 2%에도 못 미치는 등 진입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에서는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었지만 VR과 AR 등 차세대 플랫폼에서는 기술력에서 밀리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VR과 AR 등에서 기술적 장벽이 낮은 플랫폼에 국내 게임업계의 지적재산권(IP)을 결합한 콘텐츠를 개발하려는 노력과 함께 다른 산업 간의 융합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⑦ 맥덕청년, 브루어(Brewer·맥주양조사)가 되다.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⑦ 맥덕청년, 브루어(Brewer·맥주양조사)가 되다.

    누벨바그 영화의 거장 프랑수와 트뤼포는 ‘영화광’이 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은 3단계로 나누었습니다. “1.같은 영화를 두번 본다. 2.영화에 대한 글을 쓴다. 3. 직접 영화를 만든다.”  트뤼포에 따르면 결국 ‘영화덕후’의 끝은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를 완성해 세상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맥주의 세계도 별반 다르진 않은 것 같습니다. 우선 마트에서 맥주를 고를 때 맥주 병(캔)을 꼼꼼히 살피며 맥주 스타일을 따져보게 될겁니다. 기존 한국 맥주 시장을 장악했던 라거(Lager)맥주에서 벗어나 하루는 바이젠(밀맥주)도 마셔보고, 또 하루는 인디안페일에일(IPA)도 시도해볼테지요. 그렇게 맥주에 관심을 갖다보면 이제는 ‘마셔보지 못한 맥주’를 찾게 됩니다. 더 다양하고 희귀한 맥주를 취급하는 바틀 샵(Bottle shop)을 전전하며 새로 들어온 맥주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게 되죠. 여기까지 온 분들이라면 “직접 맥주를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을 겁니다. 현재 전 세계 크래프트맥주 시장을 이끄는 미국의 명문 양조장 사람들도 처음에는 홈브루워(Homebrewer·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먹는 사람)였다는 점을 떠올리면서 말이죠. 여기 두 명의 청년이 있습니다. 모두 대학시절 맥주의 매력에 빠져, 맥주를 직접 만들다가 양조사의 길을 선택한, ‘진성덕후’들입니다. 2014년 4월 소규모양조장에 묶여있던 외부유통 규제가 풀리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60여개의 소규모양조업체가 다양한 종류의 크래프트맥주를 생산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맥주 양조사’라는 직업에 대한 진입장벽도 허물어졌습니다. 대기업 주류업체만 맥주를 생산했던 과거에는 양조사가 되려면 대기업에 입사를 해야했습니다. 또 주로 대량생산방식으로 ‘라거’라는 한 가지 종류의 맥주만 만들어지다보니 양조사보다는 자본규모가 품질을 더 많이 좌우했죠. 그러나 크래프트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창의적이고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일 자체가 중요해졌습니다. 맥주를 만드는 ‘사람’이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맥주 맛이 다르다는 점을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한겁니다. 크래프트맥주 시대, 인생을 맥주에 배팅한 청년 브루어들을 소개합니다. ●“맥주에 제가 상상했던 맛이 그대로 나오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트레비어 황지윤 브루어 지난달 22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의 트레비어 양조장에서 만난 황지윤(27) 브루어는 작업복을 입고 무릎까지 오는 하얀색 고무 장화를 신은 채 양조장 안 여과조에서 맥아 찌꺼기를 치우고 있었습니다. 이날 트레비어 양조장에선 페일 에일(Plae ale) 스타일의 맥주를 빚고 있었는데, 오전에 맥아 분쇄·당화하는 작업을 끝내놓고 오후에는 맥아즙을 냉각시켜 발효조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맥아찌꺼기를 커다란 원통에 옮겨담으면서 황 브루어는 “사람들이 ‘브루어’라고 하면, 고상하게 레시피 구상하고, 시음이나 하는 멋진 직업이라고 상상하는데, 실상은 이렇게 몸으로 하는 일이 훨씬 많다”며 기자에게도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죠?”라고 웃으며 되물었습니다. 황 브루어의 하루는 꽉 차 있습니다. 8명의 직원이 있는 트레비어 양조장에서 맥주 만드는 작업에 관여하는 브루어는 황 브루어를 포함해 4명입니다. 양조작업은 보통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오후 7시까지 계속되는데 작업 전후 재료 준비와 청소까지 모두 브루어들의 몫입니다. 일을 마치고 나면 양조장에 딸린 홈브루잉 전용실에서 새로운 레시피로 맥주를 만들어보기도 하는데, 여기서 만든 맥주 맛이 괜찮으면 양조장의 정식 맥주 라인업으로 고려된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일과 휴식이 분리되지 않는 빡빡한 스케쥴이인데요. “힘들지 않냐”고 묻자 “매일매일이 바쁘고 힘들다”면서도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다”는 덕후스러운 말을 하더군요. 황 브루어가 맥주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된 건 대학생이었던 3년 전 부터입니다. 취업이 잘 될 것 같아 전공으로 식품공학을 선택했다는 그는 원래 술을 좋아했지만, 딱히 맥주에 대한 관심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2013년 우연히 펍에서 미국 밸라스트포인트 양조장의 스컬핀IPA를 마신 뒤 깜짝 놀랐습니다. 황 브루어는 “맥주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하는 충격을 받았고 이후 다양한 맥주를 마시면서 맥주 세계에 눈을 뜨게 됐다”고 회상했습니다.  얼마 후, 황 브루어는 수업을 듣다가 과 실험실에서 혼자 홈브루잉을 하고 있던 과 선배 황찬우(29·트레비어 대리)씨를 만나게 됩니다. 맥주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던 둘은 즉시 같이 맥주를 만들기로 의기투합했고, 전국 대학 최초로 ‘홈브루잉 동호회’까지 결성했습니다. 이 동호회 맥주는 학교 축제때 첫 선을 보였는데요. 축제 기간 내내 학우들 사이에서 엄청난 화제와 인기를 불러일으켰다고 합니다. 황 브루어는 “내가 만든 맥주를 사람들이 좋아해줄 때 기분은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벅찬데, 이건 맥주를 직접 만든 사람들만이 알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전문 양조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나란히 트레비어에서 양조사로 일하고 있는 황지윤·황찬우 브루어는 “대학때부터 지금까지 같이 맥주를 만들고 있는데, 앞으로도 맥주의 길을 함께 걷기로 했다”며 “크래프트맥주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쉽게 마실 수 있는 대중적인 맥주를 만드는 것, 그러면서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 맥주를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매일 붙어다니는데다 성까지 같아 자주 친형제로 오해받기도 한다는 이 ‘맥덕형제’가 앞으로 어떤 맥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지 기대가 됩니다. ●“맥주 발효때 기포가 부글거리는 것만 봐도 흥분됩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관열 브루어 “부모님이요? 지금도 탐탁지는 않아 하시죠” 식품공학을 전공한 황 브루어와는 달리 김관열 브루어(33)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공군 학사장교 제대 후 미래를 고민하고 있던 그는 술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막연히 주류회사 취직을 꿈꿨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펍에서 마신 ‘인디카IPA’라는 맥주 한 잔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처음 IPA라는 크래프트맥주 스타일의 맥주를 맛보고 역시 충격을 받은 김 브루어는 경영학도 답게 크래프트맥주에 대한 시장성을 조사했다고 합니다. “혼자 책을 뒤지고,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크래프트맥주가 미국에서 대유행이라는 것을 알았고 우리나라에서도 곧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는 그는 이후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마포구 연남동의 한 크래프트맥주 전문 펍에서 매니저로 일하면서 맥주업계에 뛰어들었습니다.  이후 김 브루어는 부산 최초의 크래프트맥주양조펍인 갈매기펍에서 본격적으로 양조사로서의 첫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그러나 김 브루어는 곧바로 체계적인 교육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고 합니다. 홈브루잉과 전문 양조 일은 기본 뼈대는 같지만 많은 양을 일정한 퀄리티로 생산해야된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무척 달랐기 때문입니다. 갈매기펍에서 1년 양조 경력을 쌓은 김 브루어는 과감히 사직서를 던지고 독일로 양조 유학을 떠났고 지난해 브루마스터 자격증을 취득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한층 업그레이드 된 브루어가 되었습니다.  김 브루어는 “홈브루잉을 즐겼던 ‘맥덕’시절과 비교하면 전문 양조사가 된 지금 맥주에 대한 자세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합니다. 김 브루어는 “홈브루잉을 할때는 취미니까 망치면 망치는대로 결과물을 즐겼지만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사먹는 맥주를 만드는 지금은 일정한 퀄리티가 꾸준히 나와야되기 때문에 결과를 전혀 즐기지 못한다”며 “예전에는 어떤 레시피로 독창적인 맥주를 만들어볼까 고민했지만 지금은 어떻게하면 맥주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 됐다”고 말합니다. 그의 양조 철학도 “여러번 만들어도 맛의 변화가 크지 않은 맥주, 쉽게 말해 잘 만든 맥주를 꾸준히 내는 것”입니다.  더 이상 맥주를 순수하게 즐길 수 없는 처지가 되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맥주를 직업으로 삼은 일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습니다. 김 브루어는 “물론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고, 대기업에 취직해 평범한 길을 간 친구들을 보면서 흔들릴 때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며 “하지만 맥주를 만들때 발효 과정에서 보글보글 거리는 기포만 봐도 흥분이 될만큼 맥주를 좋아하기 때문에 양조사가 된 것이 행복하다”고 웃었습니다. 이어 “양조작업부터 발효가 끝나기까지 보통 1~2달이 걸리는데, 이렇게 직접 만든 맥주가 세상에 나오면 꼭 내 새끼같다는 기분이 든다. 게다가 손님들에게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바로바로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직업의 매력인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브루어를 꿈꾸는 이들에게 20·30세대를 중심으로 크래프트맥주 열풍이 불면서 현재 크래프트맥주 업계는 한국에서 가장 젋은 산업군 중 한 곳이 되었습니다. 자연히 브루어를 꿈꾸거나 크래프트맥주 쪽으로 진로를 고민하는 젊은이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는데요. 현직 브루어들은 “너무 환상만 보지 말고, 경험을 충분히 하고,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한 후 업계 문을 두드려야한다”고 조언합니다.  김관열 브루어는 먼저 홈브루잉부터 시작해보기를 권합니다. 김 브루어는 “공방이나 집에서 홈브루잉을 해보면서 내가 양조사인지 사업가인지 고민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한다.”고 강조하는데요. 이는 맥주양조가 화학과 공학에 대한 상당한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등 이과적 특성이 강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식품공학을 전공한 황지윤·황찬우 브루어는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공부한 것이 양조 작업을 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이들은 “발효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기 때문에 양조 과정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수월했다”고 돌아봤습니다.   전문적인 양조교육을 받는다면 남들보다 한발 더 앞서갈 수 있습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태경 대표는 “브루어 직군은 따로 공고를 내는 것보다 지인 추천이나 소개로 채용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업계 규모가 작기도 하고, 한국은 미국, 유럽처럼 양조 교육 저변이 넓지 않아 홈브루잉을 하던 ‘맥덕’들이 양조사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케이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앞서 김관열 브루어가 지적했듯 홈브루잉과 전문 양조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습니다. 때문에 ‘맥덕’이 양조사로 크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김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한국에서도 미국 UC데이비스나 독일 뮌헨대학교의 양조공학과처럼 양조학을 교육·연구하는 곳이 생겨야겠지만, 현재로써는 국내사설교육기관이나 해외 전문교육기관을 경험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전문적인 양조교육을 마쳤다면 더욱 경쟁력을 인정받을 것”라고 봤습니다. 직업으로서 현실적인 문제들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브루어들은 “아무리 맥주에 대한 열정이 크다고 해도, 업계 전체가 업무 강도에 비해 대우가 좋은 편이 아니어서 실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김 대표는 “크래프트맥주 열풍이라고는 하지만 양조장 숫자 자체가 많지 않아 업장이 제한적이어서 좋은 브루어들이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맥주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들에게 더 좋은 대우를 해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현재는 산업이 성장단계이기 때문에 고생 할 수 있지만 크래프트맥주 시장 규모가 커지고 양조사의 전문성이 인정을 받는다면 대우도 자연히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글·사진 울산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한국 저성장 파고 이렇게 넘자] “이대론 10년내 0%대 성장… 과감한 정책·기업투자 유도 절실”

    [한국 저성장 파고 이렇게 넘자] “이대론 10년내 0%대 성장… 과감한 정책·기업투자 유도 절실”

    “2%대 성장률에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이대로 놔두면 10년 안에 0%대로 간다.” 저성장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우리 경제가 내년에도 2%대 성장에 그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자 “희망이 안 보인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통화 당국 수장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내년 성장률이 2.8% 아래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위기론에 불을 지폈다. 미국 금리 인상,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중 간의 갈등 격화로 대외 여건이 불리해진 상황에서 국내 정치 위기까지 맞물려 경제성장 동력이 사라진 한국호(號)는 이대로 침몰하는 것일까. 서울신문은 한국의 대표 경제학자 3인(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좌교수,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조장옥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을 인터뷰하고 국제 미아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우리 경제·산업의 해법을 찾아봤다. ●신뢰 회복·시스템 복구·체질 개선 필요 →현재 한국 경제를 진단한다면. -손성원 교수: 한국 경제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고령화·저출산(Demographics),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ion), 가계부채(Debt) 등 3D가 발목을 잡고 있고, 정치적 위기에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가속화로 굉장히 어려운 시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신뢰 부족이 문제다.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어떠한 정책도 효과를 내지 못한다. -이근 교수: 작금의 현실은 시장 실패, 정부 실패가 아닌 시스템 실패다. 정부, 기업 등 경제 주체의 상호 작용이 안 되고 있고, 금융·교육 시스템도 작동되지 않고 있다.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메커니즘 자체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조장옥 교수: 단기 불황에 장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 단기 불황은 해결할 수 있지만 장기 불황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극복할 수 없다. 4대 개혁(공공·금융·노동·교육)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처참해진다. →정부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내년 2월까지 추경 편성도 적극 검토한다고 했다. -손 교수: 내년 성장률은 2~2.5% 수준에 머물 것이다. 잠재성장률(2.5~3%)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과감한 정책 집행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정부 부채 비율이 높지 않아 추가 예산을 편성해도 문제 될 것 없다. 다만 재정정책만으로는 어렵다. 재정정책보다 효과가 빠른 통화정책을 함께 써야 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우리도 올려야 하는가. 과감하게 내려라. 금리 낮추면 신뢰 올라간다. 그러면 소비와 투자가 늘고 결과적으로 고용 창출로 이어져 경제가 살아난다. -이 교수: 재정정책, 통화정책 등 총수요 관리 정책으로 시스템 실패를 복구할 수 없다. 총수요 정책은 경제가 온탕, 냉탕을 왔다 갔다 하는 걸 줄이는 방식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기보다 기업 스스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메커니즘을 만들어 줘야 한다. 벤처기업이 상장할 때 경영권 공격을 받지 않도록 차등의결권을 허용해 주거나, 기업들의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주식장기보유제(2년 이상 투자자에게 추가 배당 등 인센티브 제공)를 도입하면 된다. -조 교수: 재정정책은 ‘크게 하거나 안 하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한다. 찔끔 하면 사람들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 만약 추경을 편성한다면 국내총생산(GDP)의 5~10% 수준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로 하라. 일본 정부가 1990년대 초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 지출을 늘렸지만 소규모로 하면서 효과는 못 보고, 국가 빚(GDP의 약 250%)만 왕창 늘렸다. 만약 일시에 GDP의 250%를 풀었다면 어땠을까. 하루아침에 불황에서 빠져나왔을 것이다. 경제는 곧 심리다. →현재로선 과감한 정책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조 교수: 그럴 바엔 아예 안 하는 게 낫다. 차라리 여력을 쌓아 뒀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해라. 단순히 소비를 진작시키는 정부 지출은 비생산적이다. 성장률 0.1~0.2% 포인트 올리려고 국민 세금을 낭비해선 안 된다. 정부 돈은 장기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개발(R&D)이나 인재 양성(대학 교육) 등에 쓰여야 한다. -손 교수: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양적완화를 세 차례 했는데, 첫 번째 양적완화만 제대로 효과를 봤다. 당시 미국 국민들이 기대를 못 하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다시 말해 ‘깜짝 팩터’가 신뢰를 올린 것이다. ●통화정책으로 가계빚 조절 ‘틀린 생각’ →1300조 가계부채가 뜨거운 감자다. 이 때문에 금리를 낮추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손 교수: 통화정책과 가계부채는 별개로 봐야 한다. 통화정책으로 가계부채를 컨트롤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 통화정책은 거시경제 전체를 보고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사용해야 한다. 미국은 가계부채가 문제 됐을 때 규제를 강화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10년 전 은행장(LA한미은행)을 할 때 미국 정부는 상업 부동산 융자를 은행 자본금의 200% 이상 올리지 못하게 했다. 만약 정부 지시를 어기면 지점을 더 못 열게 하거나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걸겠다고 했기 때문에 당시 은행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 교수: 경기 불황 때문에 금리를 낮춰야 하는 압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리면 금리 격차로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정책 딜레마다. 완전 자본이동 체제에서는 필연적이다. 이 경우 자본 이동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2010~2011년 정부가 도입한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환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를 역으로 이용해 보자. 당시 급격한 자본 유입을 막기 위해 외국인 채권 투자에 세금을 높였다면 이제는 자금을 빠져나가지 않도록 세 부담을 줄여 주면 된다. →대외 여건이 악화돼 정부 정책 수단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손 교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다. 그러면 전자,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업종의 수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강달러가 유지되면 대미 수출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다른 나라 환율은 원화 대비 오르지 않았다. 글로벌 교역 규모가 줄어들면 산업 피해는 불가피하다. -이 교수: 미국의 신고립주의가 시작됐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유무역협정(FTA)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등 세계 각국과 활발하게 FTA를 맺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특히 중국과의 개방 수위를 높이자. 한·중 간 수출 구조가 중간재에서 최종재로 바뀌고 있다. 최종재는 한·중 FTA를 강화한다고 해서 피해 보는 상품이 아니다. 따라서 한·중 FTA의 비관세 장벽을 제거하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내년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많지 않다. 투자가 위축되면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이 교수: 과거 우리가 고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불황기에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재벌식 구조의 강점이기도 했다. 불황기에는 모든 비용이 싸지고, 일부 경쟁 기업도 고꾸라진다. 이때 과감히 투자해 시장을 흔들어 놓아야 한다. 그런데 요즘 기업들은 선진국 기업들이 불황기 투자를 하지 않아 실패를 했던 길을 그대로 답습하는 경향이 있다. 성공 공식을 잊으면 안 된다. 불황기가 기회의 창이다. -조 교수: 정치권이 불확실성과 경직성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정치권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기업들이 뭘 할 수 있겠나. 기업이 투자를 늘리려면 정부도 가부장적인 자세를 버려야 한다. 지금은 1970년대 조선, 철강 산업을 일으킬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 경제 발전 단계로 볼 때 정부는 빠지는 게 좋다. ●4차 산업혁명 못 올라타면 후진국 전락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 화두다.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손 교수: 한국은 경제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4차 산업혁명에 올라타지 못하면 다시 후진국이 될 수 있다. 그만큼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기술 혁신이 매일같이 일어나기 때문에 정부가 탑다운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기업들도 제품 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 전 과정에서 소비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소비자들이 가진 정보가 워낙 많기 때문에 투명성이 굉장히 중요해진다. -이 교수: 4차 산업혁명은 센서→사물인터넷→빅데이터→맞춤형 제품 생산(또는 인공지능)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로 요약되는데, 한국은 반도체(센서), 이동통신(사물인터넷), 부품·소재 기술 등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 만하다. 다만 과감하게 베팅할 줄 아는 투자 마인드가 부족하다. 기술이 없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규제를 개선하고 장기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내년이 마지막 기회다. 글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사진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 黃 “사드 신속 배치해야 中 보복조치 적극 대응”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21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계획과 관련해 “안보를 위해 할 수 있는 대로 신속하게 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 비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사드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북한의 핵도발에 대응하는 부분은 한시도 늦출 수 없기에 먼저 할 건 해 나가고 같이 해 나갈 건 또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드 배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 당국이 사드 문제로 보복하겠다고 한 번도 말한 적은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비과세장벽 등 사실상의 대응 조치로 보이는 일들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사드 배치를)2∼3년 늦춘다고 중국의 생각이 바뀔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황 대행은 ‘사드 배치가 내년 5월로 확정된 것이냐’는 질의에 “날짜가 확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내년 중 배치 예정”이라고 했다. 황 권한대행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의 질문에는 “북한 핵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서 실제로 지난 16일에도 아주 중요한 정보가 우리에게 넘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 도발 대응을 위한 것이고 양국 간 체결한 것이기에 존중돼야 한다”고 답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탈북 3만명 시대] “10년 넘는 한국 생활에도… 북한식 화법 남아 있어, 시행착오 통한 소중한 경험 ‘통일 이후 역할’ 기대”

    [탈북 3만명 시대] “10년 넘는 한국 생활에도… 북한식 화법 남아 있어, 시행착오 통한 소중한 경험 ‘통일 이후 역할’ 기대”

    2004년 1월, 인천공항을 통해 대한민국 땅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다. 북한을 떠난 지 반년 만의 일이었다. 가족과 함께 인천공항을 빠져나오던 것이 어제 일처럼 느껴지지만 돌이켜 보니 10년을 훌쩍 넘긴 세월이다. 가변적인 사회형태, 치열한 경쟁, 새로운 환경 등 무엇이든 서툰 외지인이 서울에 정착해 살아가기에는 녹록지 않은 시간이었다. 대입 준비 과정을 거쳐 2006년 대학교에 입학했다. 학교에서 탈북민이란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특유의 북한 억양은 내가 탈북민임을 이미 말해 주고 있었다. 굳이 억양을 고치려고 하지도 않았다. 내가 북한에서 왔다는 게 부끄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의 시간에 과제 발표를 할 때 나를 쳐다보던 학우들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매우 신기한 눈으로 나의 발표를 지켜봤고, 일부 학생은 수업이 끝난 뒤 나를 찾아와 호기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학 생활에 적응했고, 무사히 학업을 마치게 됐다.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해 국회 보좌진을 거쳐 현재는 신문기자로 활동하고 있지만 지금도 다른 탈북민들과 비슷한 어려움은 늘 뒤따른다. 남한 생활 10년이 넘었어도 ‘외치다’와 ‘웨치다’를 가려 쓰지 못해 질책도 받는다. 북한식 화법과 문법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하루하루를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며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탈북민은 우리 사회에 정착해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많다. 그들 중 일부는 나와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고, 그로 인해 고통과 좌절을 맛보고 있다. 반대로 상처와 아픔을 자양분 삼아 사회라는 ‘큰 숲’의 ‘나무’로 성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 사회의 진입 장벽은 탈북민에게만 높은 것이 아니다. 오죽하면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20·30대 젊은층이 현재의 한국을 ‘헬조선’이라 부를까.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청년 실신’(청년실업자+신용불량자), ‘7포 세대’(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집·꿈·희망을 포기한 세대) 등 비관적인 현실에 불만은 자자하다. 반면 탈북민들에게는 통일 이후 ‘북한’이라는 돌아갈 곳, 다시 말해 고향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민이다. 탈북민들이 이 사회에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은 북한에 남겨진 동포들의 시행착오를 덜 수 있는 ‘강점’으로 꼽힌다. 모든 탈북민이 좌절하지 않고 ‘통일 이후 나의 역할’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실력을 쌓아 가야 하는 이유다. mk5227@seoul.co.kr
  • [탈북 3만명 시대]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민’… 통일 이후까지 추진할 정책 필요”

    [탈북 3만명 시대]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민’… 통일 이후까지 추진할 정책 필요”

    ‘탈북민 3만명 시대’를 맞아 전문가들은 탈북민 지원 정책이 큰 틀에서 국내 안전망에 편입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민’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회집단인 만큼 지원 정책도 한반도 통일 이후까지 감안해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탈북민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따뜻한 시선이 어떤 정책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점에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5일 “탈북민들을 정치적으로 특별한 존재로 대우하기보다는 다른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국내의 시스템에 정상적으로 편입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며 “앞으로 3만명을 넘어 탈북민 5만명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범적인 탈북민 정착 사례 등을 적극 발굴해 전파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정부의 지금 정책은 탈북민 1인을 겨냥해 이뤄지고 있다”면서 “정착지원금, 주택 지원 등 대부분이 물질적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 것인데 5만명, 10만명 시대가 되면 계속 이 같은 정책으로 가진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정부는 지원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탈북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도 입을 모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탈북민들이 공산주의 사회에서 살아온 인생을 우리가 제멋대로 재단해서 판단하는 게 오해의 시작”이라며 “이 때문에 탈북민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통일 과정에서 남북 간 화학적 통합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정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탈북민들처럼 다른 문화권에서 살다 오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게 당연한 일”이라면서 “본의 아니게 문화적, 언어적 차이로 오해를 부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석향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역시 “탈북민들은 일반 사무직에도 취직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존재한다”며 “배타적인 인식, 부정적인 인식을 털어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탈북민들 스스로가 불평하기보다는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거듭 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소장은 “탈북민들에게 취업, 사업, 학업 등 분야의 진입 장벽이 높은 게 현실이지만 이런 환경에 비관하지 말고 기회를 잡기 위해 실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탈북민 중 일부는 불철주야 공부해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취직하는데 이는 아주 바람직한 정착 사례”라고 강조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In&Out] ‘일관성’을 국가 정책 기조로 삼아야 할 때다/구천서 한중경제협회 회장

    [In&Out] ‘일관성’을 국가 정책 기조로 삼아야 할 때다/구천서 한중경제협회 회장

    5일은 무역의 균형 발전과 무역입국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제정한 ‘무역의 날’이다. 우리 정부는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한 1964년 이래 본격적인 산업화를 통해 경제 발전과 무역 활성화를 추진했고 현재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우리의 최대 무역국이자 돈독한 경제적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은 어떠한가. 한때 중국은 정치·경제적으로 ‘죽(竹)의 장막’으로 둘러싸인 미지의 국가였다. 배타적이고 폐쇄적이던 중국은 1971년 4월 10일 미국 탁구선수단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역사적인 ‘핑퐁 외교’의 전기를 마련한다. 이를 통해 죽의 장막은 점차 걷혔고 덩샤오핑이 주장한 ‘흑묘백묘론’을 통해 개혁·개방이 점진적으로 추진됐고 가파른 경제성장을 거듭했다. 현재 중국은 세계 패권국가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주요 2개국’(G2)이란 이름으로 국제무대에 우뚝 서 있다. 지금 중국은 ‘중국이 힘을 기를 때는 향후 50년간 미국과 싸우지 말라’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대신 장쩌민의 ‘화평굴기’, 후진타오의 ‘대국굴기’, 시진핑의 ‘주동작위’를 국가 대외정책의 기조로 삼아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한 만큼 앞으로는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TPP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중국이 세계경제를 재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상당 부분을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의 24.9%로 1위였다. 수입 부문에서도 21.5%로 1위를 기록해 상호 의존도를 여실히 보여 줬다. 상호 의존과 교역 규모는 지난해 12월 체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더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한·중 경제 관계를 위협하는 요소가 등장했다.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 결정이다. 북한은 올해에만 두 번의 핵실험을 감행했고, 무수단 미사일 등 추가 위협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사드는 우리 입장에서도 물러설 수 없는 안보 선택지임이 자명해 보인다. 수습되는 듯했던 사태는 다시 불거진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으로 인해 국내 미디어·엔터테인먼트주가 일제히 하락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여론을 동원한 여행·관광·문화 분야 타격, 비관세장벽, 투자·서비스 등 FTA 추가 협상에서 비우호적 입장 견지와 같은 암묵적인 사드 제재가 계속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양국 간 경제·문화·인적 교류의 상호 의존도와 끊임없이 진행되는 교류를 고려할 때 이 갈등은 표면적인 데 그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국가정책 시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정책이 있다 해도 그 정책이 효과를 내기 전에 방향을 바꾼다면 빛을 발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의 대중국 기조도 이런 관점에서 견지돼야 한다. 정권에 따라 대중·대외 정책이 변화되는 것이 아닌 100년을 내다본 중장기적인 정책이 흔들림 없이 진행돼야 하는 것이다. 전술과 전략은 정권이나 단기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을 통해 고려돼야 한다.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중국을 설득하는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인 사드 보복, 경제 보복과 같은 마찰적 외교는 대승적 차원에서 지양하고 동북아 평화 협력을 이끌어 나가는 역내 동반자로서 한국을 변함없이 대우해야 한다. 경제·문화·인적 교류의 맥이 흔들림 없이 이어져 전략적 동반자로서의 관계를 돈독히 해 나가야만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이라는 수십억 인구의 공통된 꿈은 현실이 될 것이다.
  • 박영수 특검 구인난 ...사무실도 없어 이중고

    박영수 특검 구인난 ...사무실도 없어 이중고

    박근혜 대통령을 수사하게 될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가 수사팀 구성과 사무공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 특검은 앞서 기자들에게 “(특검 사무실을) 좀 구해달라”고 농담까지 하면서 “준비 기간 20일이 길지도 않은데, 제일 큰 문제가 사무실”이라며 난색을 표시했다. 박 특검은 2일 서초구 반포동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특검보 후보를 일부 추천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고사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7년 이상 경력을 지니고 현직 검사나 판사가 아닌 변호사 가운데 8명의 특검보 후보자를 선정, 대통령에게 임명을 요청하게 된다. 대통령은 3일 안에 4명을 임명해야 한다. 전날 임명장 수령 직후 윤석열(56·연수원 23기) 대전고검 검사를 수사팀장으로 파견 요청하는 등 특검팀 구성에 속도를 내는 듯했으나, 특검보 인선 작업이 순순히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특검보 후보로 물망에 오른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고사하는 이유는 특검법에서 특검보가 공소유지를 담당해야 한다고 규정한 탓이다.이들은 기소 이후 대법원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변호사 겸업이 금지된다. 물론 특검법에 판결 선고와 관련해 1심은 기소일부터 3개월 이내에, 2심과 3심은 전심 선고일부터 각각 2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는 형사소송법상 재판 규정 등을 준용한 것이다. 그러나 재판 실무상 이대로 진행되기란 매우 어렵다. 결국, 확정판결이 나기까지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전관 변호사는 물론 판·검사 경력이 없는 변호사마저 ‘생업 포기’라는 현실적인 장벽 앞에서 주저한다는 것이다. 특검보 임명을 고사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생업만이 아니다. 일부 특검보 지명자들은 이번 특검팀이 맡은 사안이 워낙 위중한 데다 수사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부담감을 느껴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특검은 이날 오후 특검보 인선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현재 수락하신 분이 (전체 추천 대상의) 절반 정도 된다”고 말했다. 한편 역대 최대 수준의 특검팀이 머무를 사무실을 신속히 구하기도 쉽지 않은 과제다. 100명이 넘는 수사인력이 근무할 사무실과 회의실, 조사실, 브리핑실 등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공간이 필요하다. 통상 특검 사무실은 수사관계 서류송달의 편의를 위해 서초동 법조타운 인근이 선호되지만, 해당 지역 인근에 마땅한 사무공간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바마 美 대통령 “여성도 징병 신고 대상”

    오바마 美 대통령 “여성도 징병 신고 대상”

    버락 오바마(55)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여성들도 18세가 되면 징병 대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에 찬성했다”고 밝혔다고 AP, USA투데이 등이 보도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군 복무를 막는 오랜 장벽이 제거된 만큼 여성들도 징병 대상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는 여전히 모병제 유지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여성이 징병 대상이 되더라도) 세계대전처럼 대규모 전쟁 상황이 아니면 여성이 실제로 징집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언론은 지난해 12월부터 이 문제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던 오바마 행정부가 퇴임 직전 찬성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풀이했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지난해 12월 특수전 분야를 포함해 군 내 모든 보직을 여성들에게 공개하고 18∼26세 연령층 여성들도 징병 신고 대상에 포함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출했다. 그간 미 국방부는 “여성에게 군대의 모든 지위를 개방한 만큼 징병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며 여성 징병제 지지 입장을 밝혀 왔다. 이를 반영하듯 미군은 1998년 “남녀의 신체적 특성이 아닌 개인 역량에 의해 관리되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천명했고, 21세기 들어서는 중동 등 최고 위험 지역에도 여군을 실전 배치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 발표는 이런 현실을 반영,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국토 방위의 의무가 있다’는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 1973년 징병제를 폐지하고 자원 직업군인제도를 운용해왔다. 그럼에도 남성들은 여전히 유사시에 대비해 만 18세가 되면 30일 이내에 의무적으로 징병 신고를 해야 한다. 여성들은 의무적으로 신고할 필요는 없으며, 자원입대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여성 징집제를 채택한 나라는 북한과 이스라엘, 쿠바 등 10여개국이다. 올해 7월 노르웨이가 ‘양성평등 구현’을 목표로 여성 징병제를 도입했고, 스웨덴도 징병제를 재도입하면서 여성도 징집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미국에서도 여성 징병제를 실시하려면 법 개정을 해야 하지만, 보수적 의회 분위기 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언론은 전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⑤ ‘맥주 대통령’ 홍종학 전 의원을 만나다.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⑤ ‘맥주 대통령’ 홍종학 전 의원을 만나다.

     지난 20일 서울 성동구의 한 크래프트 맥주 브루펍(직접 만든 맥주를 파는 펍)에 ‘홍종학 에일’이라는 맥주가 등장했습니다. ‘홍종학 에일’은 제 19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낸 홍 전 의원에게 헌정하기 위해 특별히 빚어진 맥주인데요. 홍 전 의원도 제작 과정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습니다. 이날 런칭행사에서 홍 전 의원은 직접 맥주 케그(Keg)에 탭핑(Tapping)을 해 시음을 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딴 맥주의 탄생을 축하했고요. 흔치 않은 광경이었습니다. 맥주 역사상 특정 정치인을 위한 맥주가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니까요.  홍종학 전 의원은 한국 크래프트맥주 산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영웅’으로 통합니다. 홍 전 의원이 2013년 처음 발의한 ‘주세법 개정안’이 한국 맥주 역사 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의 판도를 뒤바꾸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맥주산업은 일제 시대때 부터 80여 년 동안 양대 기업의 독점 아래 있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은 두 기업이 생산하는 ‘라거’ 스타일의 맥주만을 마실 수 밖에 없었죠. 2010년대 들어 증폭된 “한국 맥주는 맛이 없다”는 비판도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권리를 오랫동안 박탈당한 사람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었고요.  답답했던 한국 맥주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분 건 ‘주세법 개정안’이 시행된 2014년 4월부터입니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맥주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의 외부 유통을 허가한다는 것 인데요. 이후 한국의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기존 대기업 2~3곳에 불과했던 맥주양조업체는 시행된지 3년이 채 안된 현재 60여 개로 증가했고, 이들이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양조하면서 대기업 라거 이외의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맥주집도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법에 막혀 개최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맥주 축제’도 가능해졌고요. 치킨집에서 생맥주를 배달해주는 행위도 합법화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맛있는 맥주’를 먹을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한 ‘맥주 대통령’ 홍종학 전 의원을 지난 25일 성동구 뚝도시장의 한 펍에서 만났습니다.  #1. ‘짱돌’하나 던졌을 뿐인데?  Q.원래 맥주를 좋아했나.  A. 1980~90년대 10년 동안 공부를 하느라 미국에 있었다. 지금은 미국이 전 세계 맥주 트렌드를 이끄는 나라가 됐지만 당시만 해도 크래프트맥주라는 것이 드물었다. 물론 2002년 한국에서 하우스맥주 처음 생겼을때 종종 마시러 갔을 정도로 맥주를 좋아하긴 했지만 맥주 자체에 대해 크게 관심은 없었던 것 같다. 주세법 개정안 발의를 하고 난 뒤 오히려 맥주 세계에 눈을 떴다.  Q.주세법 개정안은 어떻게 발의하게 된 건가.  A. 2012년 대선이 끝났을 때쯤이었다. 우리 방(의원실) 비서가 이 문제에 대해 말을 꺼냈다. 처음에는 “경제민주화하러 국회에 왔는데, 지금 술 얘기 할때인가”싶어 반대했다. 그런데 이 친구(비서)가 군법무관으로 있을때 국방부 불온서적에 대해 헌법소원했을 정도로 고집이 있는 사람이다. 주세법 개정안은 정말 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다. 내용을 살펴보니 말이 되더라. 더군다나 내가 독과점 전공 아닌가. 다만 술 관련된 것이어서 고민이 좀 됐는데, 결국 하기로 하고 세미나를 한번 열었다. 그런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런거 왜 이제서야 하냐. 정치인이 이제 정신차렸다”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Q. 맥주시장은 한국에서도 대기업 독과점이 가장 심한 영역이다. 반발이 많았을텐데.  A. 처음에는 ‘주세’ 문제를 꼬집었다. 지금 우리는 출고가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를 택하고 있는데, 대규모 시설로 원가를 줄일 수 있는 대기업에 유리한 제도다. 그러나 관련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기존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었다. 국정감사때 기재부 장관 앞에서 “오비,하이트에 붙는 세금이 병당 200원이라면 중소기업인 세븐브로이 맥주에 붙는 세금은 700원이다. 이게 말이 되냐”고 물었더니 기재부에서는 “말이 된다”고 우겼다. 알고보니 카르텔이 형성돼 있더라. 국세청 퇴직자가 주류 유통을 다 장악하고 있었고, 딱 2곳 뿐인 병뚜껑 납품 기업도 국세청 퇴직자들이 한 자리 하고 있고. 기재부,국세청,대기업이 기득권을 누리는 현 시스템을 누구도 바꾸고 싶지 않아 했다.  일단 외부 유통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내가 “대한민국은 맥주 축제가 안되는 나라다. 이게 말이 되느냐”라고 주장하니 그건 먹혀 들어가더라. 사실 수많은 규제 중 외부 유통 장벽만 허물어진 것인데 소규모양조업체가 일파만파로 생겨나고, 여기서 만들어진 크래프트맥주들을 모아 맥주 축제도 할 수 있게 되고, 카페에서 맥주를 판매할 수 있게 되는 등 큰 변화가 일어났다. 진입 장벽이 높아 대기업만 진출할 수 있었던 맥주 산업이 경쟁 시장으로 바뀐 것이다. ‘짱돌’ 하나 던졌을 뿐인데 이렇게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나도 몰랐다.    #2. ‘맥주민주화’가 곧 창조경제다.  Q. 서민경제전문가다. 맥주와 경제민주화가 어떤 연관이 있나.  A. 현재 세계적으로 크래프트맥주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런데 이 유행을 이끄는 나라가 전통적 맥주강국인 독일이 아닌 미국이다.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 미국도 1970년대까지 대형 맥주 회사가 맥주시장을 꽉 잡고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자가맥주(홈브루잉) 유통 및 판매에 대한 규제를 풀면서 소규모양조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당시 미국 전역에서 80여개에 불과하던 맥주양조장이 이제 4000개가 넘는다. 매년 300-400개의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이 생기고 있다. 4000개 회사가 5종류씩 맥주를 만들어도 미국 소비자들은 2만 개의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미국에서 시작된 크래프트맥주 열풍이 유럽과 아시아까지 퍼진 것이고 이제 세계 맥주시장은 완전히 미국으로 넘어갔다. 맥주 관련 새로운 일자리도 많이 생겼다. 중국 상하이에서도 크래프트맥주가 유행이다. 우리가 지나친 규제 때문에 중국에게 자칫 맥주 시장의 주도권을 넘겨줄 수도 있다. 이게 창조경제고, 블루오션이다.  Q. 맥주의 매력이 ‘다양성’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A. 당연하다. 맥주는 무제한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다채로운 맛을 낼 수 있는 술이다. 2000년 미국에 안식년을 갔다. 그때 슈퍼에 가서 사무엘아담스 6병짜리 번들을 사면 1주일이 행복했다. 6병이 각각 다른 스타일의 맥주였는데 매일 밤 오늘은 어떤 맥주를 먹을까 고르는 재미가 있었다. 저녁 식사 메뉴가 스테이크면 여기에 어떤 맥주를 곁들이면 좋을까. 또 날씨가 우중충하면 무슨 맥주를 마셔볼까 하면서 말이다. 맥주 한잔이 삶을 윤택하게 해준 것이다. 물론 와인도 다채로운 맛을 갖고 있는 술이지만 너무 비싸지 않나. 사무엘아담스도 보스턴에서 소규모맥주브루어리로 시작해 3년 만에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결국 세계적인 맥주회사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현재 1년에 65종류의 맥주를 만들고 있다.  Q. 여전히 한국 맥주시장은 대기업에 유리한 규제가 많다.  A. 최종적으로는 맥주에 대한 주세를 낮추고, 크래프트맥주를 동네 슈퍼에서도 살 수 있도록 유통 규제를 더 허물어야 한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이 유통에 대해서는 규제를 풀려고 하지 않더라. 세율도 낮춰지지 않았고. 그래서 오히려 지금 대기업이 유통하는 수입맥주가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지금처럼 가격에 대해 세금이 붙으면 수입맥주 같은 것은 탈세하기가 굉장히 쉽다. 양주 탈세 방법이 수입사를 따로 차려서 수입가를 낮추는 것 아니냐. 그럼 세금도 낮게 책정되니까. 물론 그 차익은 회사가 가져가고, 이에 대한 법인세도 물론 안내는 것이고. 지금처럼 기득권에 유리한 제도가 고착화되면 다양성은 물론 해당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Q. 현실적으로 소비자들이 맛있는 맥주를 합리적인 가격에 쉽게 먹을 수 있는 날이 올까.  A. 물론 아직도 불필요한 규제가 많지만, 중요한 것은 이미 물꼬가 터졌고 이 흐름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 정부가 누가 들어서든 주세율은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크래프트맥주의 외부유통을 얼마만큼 할 수 있느냐가 문제인데, 다만 이것은 위생 문제와도 연관이 있어 철저하게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식품위생쪽으로는 아무래도 크래프트맥주가 대기업에 비해 취약하지 않나. 일단 맛있는 맥주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있고,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다. 얼마나 빨리 성장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날 낮 12시에 시작한 홍 전 의원과 인터뷰는 오후 2시 30분까지 계속됐습니다. 인터뷰가 점심시간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기자는 홍 전 의원과 미국 크래프트맥주인 ‘시에라 네바다 페일에일’과 ‘올드라스푸틴’을 순대와 함께 먹으며 대화했습니다. 홍 전 의원은 흔쾌히 맥주 선택권을 기자에게 양보했는데, 문득 ‘시에라네바다 페일에일’이 이 자리에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에라네마다 페일에일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크래프트맥주 중 하나인데요. 이 맥주 한병으로 미국에 크래프트 맥주 열풍이 시작됐다고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의미가 깊은 맥주입니다. 홍 전 의원의 ‘주류법 개정안’이 없었다면 한국의 크래프트맥주산업은 이렇게 성장하지 못했을 테죠. ‘최순실맥주’로 잘 알려진 올드라스푸틴은 시국을 반영해 고른 것이고요.(참고 :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 이야기 ① ‘최순실맥주’ 올드라스푸틴) 개인적으로 독일식 정통 맥주와 사워맥주를 좋아한다는 홍 전 의원은 “맥주를 마시다 보니 내가 ‘신 맛’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고, 신 맛이 나는 사워(Sour)맥주가 내 취향에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맥주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기자가 “웬만한 맥주매니아보다 맥주 지식이 해박한 것 같다”고 하자 홍 전 의원은 “맥주를 통한 경제민주화는 관심이 있는데 맥주는 그렇게 잘 알지 못한다. 아직 공부 중이다”라며 손사레를 치더군요. ‘맥주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홍 전 의원은 맥주 뿐만 아니라 역시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면세점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두차례에 걸쳐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대기업 위주의 독과점 폐해를 꾸준히 지적해왔습니다. 너무 맥주 쪽으로만 이미지가 굳혀진 것이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처음에는 그랬었는데, 결국 ‘맥주민주화’도 내가 추구하는 경제민주화, 중산층·서민 경제 활성화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괜찮다”고 덤덤하게 말했습니다. 홍 전 의원이 꿈꾸는 세상이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사진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사설] 사드 불만에 금한령 내린 中, 졸렬하다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불만을 한류 옥죄기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 7월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대립이 커지면서 중국은 한류 규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달부터는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활동을 아예 노골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며칠 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장쑤성 방송국 책임자가 한국 스타가 출연하는 모든 광고 방송을 금지하라는 상부 통지를 받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중국 정부가 이런 지침을 내렸다는 사실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자 중국은 이른바 ‘금한령’(禁韓令·한류금지령)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문화부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하더라도 지난달 이후 중국 공연이 승인된 한국 스타는 단 한 명도 없다고 한다. 현지 소식통들이 전하는 현실은 더 심각하다. 한류 스타가 등장하는 광고들이 줄줄이 중국 연예인 등으로 교체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중국의 한류 보복은 쉽사리 수그러들 기세가 아닌 듯하다. 중국 기업이나 기획사가 한국 연예인을 초청하려면 반드시 성(省)급 이상의 문화 관련 부서에서 비준을 받도록 중국 정부가 나서서 제재 장치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안보 외교 문제를 뜬금없이 문화 장벽으로 협박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태도는 옹졸하다. 국가 구성원들의 문화 취향을 외교 압박 수단으로 삼으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페루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외부에 문을 더 열어 경제 자유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한령 보복이 사실이라면 진정성이 의심되는 발언이다. 한류는 문화 지형의 변화를 발 빠르게 읽어 콘텐츠로 선제 대응한 국내 민간 업체들의 성과다. 그 어떤 외교보다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데 공이 컸다. 사드 ‘유탄’을 맞아 휘청거리는 한류의 위기에 우리 정부가 지금 과연 얼마만큼의 긴장감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갈수록 소문만 무성한 금한령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나 있는지 걱정스럽다. 우물은 목 마른 쪽에서 먼저 파야 한다. 중국 정부가 금한령을 문서로 공식화하기 전에 우리 정부도 기민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외교와 문화 교류는 별개라는 설득과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
  • [지역경제 활성화 부산 포럼] “항만·IT 연결된 ‘스마트 부산’…함부르크보다 경쟁력 앞서”

    [지역경제 활성화 부산 포럼] “항만·IT 연결된 ‘스마트 부산’…함부르크보다 경쟁력 앞서”

    ‘독일 함부르크보다 부산이 스마트시티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22일 ‘부산, 스마트시티 글로벌 허브를 꿈꾸다’란 포럼의 기조연설에 이은 종합토론에서는 지방 경제 활성화 관점에서 부산이 스마트시티를 어떻게 실현할지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좌장으로 나선 이윤덕 성균관대 교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부산시를 지난해 스마트시티 실증 도시로 선정해 2년째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스마트시티의 중요한 테마는 성장과 일자리 만들기다.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민간 역할에 기대가 모이는 이유”라고 밝혔다. 먼저 패널로 나선 김호원 부산대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부산의 스마트시티 사업 현황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주관은 SK텔레콤이 하고 지역의 많은 업체들이 참여 중”이라면서 지금까지는 기술적 관점에 치우쳐 스마트시티에 접근해 비판을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플랫폼, 정보기술(IT) 등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어야 시민들이 원하는 스마트 서비스를 실현할 준비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구시, 경기 고양시 등으로 확산하는 지금이 스마트시티가 실현되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부산처럼 기술적 준비가 되어 있으면 그다음 단계로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데이터 분석과 연결한 고부가가치 서비스가 실현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부산의 스마트시티 사업은 기술적 준비가 일정 수준에 다다랐다”고 평가했다. ●“부산, 스마트시티 경쟁력 모멘텀 있다” 예를 들어 부산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공영과 민영 주차장을 연동시켜 주차난이 심한 지역에 왔을 때 주차공간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서비스 등 일상에서 구현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관광·쇼핑의 요충지인 부산의 도시 특성을 감안할 때 항만, 물류와 가스, 상하수도, 환경 등 도시 인프라와의 연결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김장기 SK텔레콤 솔루션사업전략본부장은 “부산이 스마트시티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모멘텀이 분명히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과거에 추진됐던 U시티는 모두 실패했다”고 단언한 뒤 “우리가 기업을 스마트시티로 고른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배후 수요 즉 시민들의 참여(요구)”라고 했다. 김 본부장은 “한국경제의 글로벌 비중이 2%밖에 되지 않는 현실에서, 국내 경쟁은 의미가 없다. 부산에서 스마트시티의 참고형을 만들어 내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영역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특히 “(스마트시티가) 실질적으로 부산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고 데이터를 통해 가치를 확장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어 “몇 년 전 일본 하네다 공항을 방문했더니 새로운 나리타 공항에 밀려 축소됐었던 하네다가 다시 부상하고 있더라”며 “허브라는 역할이 중요하다. 부산도 하네다처럼 가치를 확장하면 분명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고 확신했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도시정책관은 공공 데이터의 민간 개방을 강조했다. 진 도시정책관은 “최근 분석을 보면 도시 경쟁력이 선진권에서 멀어지고 있는데 데이터 공유 등 정부와 민간, 공기업의 추진 역할이 중요하다. 세계 6대 기업인 시스코, IBM, 지멘스처럼 (우리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통·수자원 분야 등 선도” 기대감 그는 스마트시티에 대해서는 “정확한 개념을 유엔에서도 제시하지 못했다. 우리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도시 문제를 IoT, ICT, 친환경 기술을 통해 해결해 미래에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고 제시했다. 영국의 제니퍼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세계 10대 스마트시티에 싱가포르, 바르셀로나 같은 도시가 최상위권에 포함됐다. 이런 도시들의 강점은 오픈 데이터라는 게 진 도시정책관의 분석이다. 그는 “부산은 한 면은 바다, 한 면은 산이어서 교통 문제가 심각하고 수자원 문제도 심각하다. 부산이 이런 교통·수자원 분야 등 특화된 부분을 선도할 수 있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부산역을 중심으로 초량 옛 항만 등 5곳의 도시 재생사업이 진행 중이고 노후화된 사상공단도 첨단산단으로 전환 중이다. 과거 섬유공단도 재생하면서 스마트시티를 집적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IT 기업들이 집중하는 것처럼 부산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바르셀로나는 시스코와 손잡고 24개 스마트시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시가 수집한 도시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해 창조형 서비스 개발을 유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부산권의 ‘도전하는 새로운 창업가’들이 원하는 데이터 소스를 제공하는 게 스마트시티의 궁극적인 역할이라는 제안도 나왔다. 이에 좌장인 이 교수는 “도시 운영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거버넌스(협치)가 중요하다”며 “부산 시민 전체가 행복한 스마트시티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오 코너스톤즈테크놀로지 대표는 스마트시티의 ‘인간지향적인’ 본질적 의미를 부각시켰다. 김 대표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이 융합해 일상생활에 파고드는 게 4차 산업혁명”이라면서 “스마트시티가 단순히 IT 자체에 머무는 게 아니라 올바른 일을 하는 데 활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창의, 혁신 같은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기업가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새로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는 게 바로 스마트시티”라고 정의했다. ●“시민 참여·감시가 성패의 관건” 참석자들은 부산이 글로벌 스마트시티로 부상하기 위한 제언도 내놨다. 기조연설자인 아머 살럼은 “의사결정이 중요하지 기술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부산은 작은 공간에 참고형을 잘 만들어서 실증적인 접근을 해나가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호원 교수는 “결국 예전처럼 단편적인 서비스 갖고는 안 된다. 도시 인프라와 잘 접목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할 때가 왔다. 항만·물류 같은 부산의 주력산업과 잘 연계시키면 자연스럽게 스마트시티가 실현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본부장도 “스마트시티는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리는 사업”이라며 “단편적인 진행보다 파트너십 구축이 중요하고 정부 차원의 규제 장벽 해소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산이 글로벌 허브로 성공하려면 시와 참여하는 모든 기업들이 파트너십을 만들어야 하고 경찰 등 여러 기관과의 파트너십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정부가 전적으로 지원하는 메커니즘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장인 이 교수는 “사상 스마트시티 구축에 재정지원 4400억원 등 투자 계획이 마련돼 있다”며 “이런 투자에 결국 시민들이 어떻게 참여하고 감시하느냐가 스마트시티 성패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시티 추진이 전 세계적인 추세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감시, 소통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궁극적인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부산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부산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용어 클릭] ■스마트시티 ICT 등을 이용해 도시의 주요 공공기능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꾸며진 똑똑한 도시. 부산 등 대도시에 인구가 몰리면서 생기는 교통 체증, 환경오염, 치안 불안 등의 문제를 첨단기술로 해결한 미래형 도시를 뜻한다.
  • [이상욱의 암 연구 속으로] 당뇨병 약으로 암을 막을 수 있을까

    [이상욱의 암 연구 속으로] 당뇨병 약으로 암을 막을 수 있을까

    암세포가 정상 세포보다 당(糖)을 잘 흡수한다는 것은 암환자에게는 이미 상식이나 다름없다. 암세포가 흡수한 당이 암을 악화시킨다고 생각해 일부 환자는 탄수화물로 만들어진 음식을 입에 대는 것조차 두려워한다. 그렇다면 암환자가 당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다고 해서 과연 암을 이겨 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오’다. 암세포의 포도당 섭취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암환자의 탄수화물 섭취를 완전히 차단했을 때 암 조직의 성장이 멈추거나 암세포의 대사활동이 완전히 정지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암환자는 고기도 먹지 않고 지방도 거의 섭취하지 않는데, 만약 탄수화물까지 안 먹는다면 아마 채소밖에 먹을 것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의학계는 암환자의 당 섭취를 제한하는 것보다 어떻게 당을 조절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많은 암 연구자가 ‘메트포민’이라는 당뇨병 약에 관심을 갖고 효과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메트포민은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조절하는 약이다. 이 약을 장기간 암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암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감소하거나 암 재발률이 줄어 생존 기간이 연장된다는 임상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의 한 연구팀은 당뇨병이 없는 환자가 내시경 용종절제술을 받은 뒤 메트포민을 꾸준히 복용할 경우 용종 발생이 억제된다는 임상 연구 결과를 종양학 전문지인 ‘란셋 온콜로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의 한 연구팀도 암 발생 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높다고 알려진 당뇨병 환자가 메트포민을 꾸준히 복용할 경우 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일반인과 비슷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메트포민을 복용해 적절하게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암 환자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몸 안에서 혈당이 상승하면 인슐린이 자동으로 분비돼 세포 안으로 포도당을 운반해 혈당을 낮춘다. 그런데 우리 몸이 인슐린을 분비하려면 ‘인슐린 유사성장 인자’(IGF)라는 물질이 필요하다. 이처럼 IGF는 인체에서 꼭 필요한 물질이지만, 한편으로는 암세포 증식을 자극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항시 과도하게 분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메트포민을 복용하면 인슐린의 효율을 높여 IGF의 분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암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메트포민이라는 약의 가격이 너무 싸고 독점적으로 팔 수도 없기 때문에 제약회사에서는 그다지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전 세계 의·과학자가 암 정복에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인류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에도 시장경제 논리를 적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암을 연구하는 의·과학자가 순수하게 의학적 호기심과 암 치료 성적을 위해서만 연구를 할 수 없는 이유다. 미국에서는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환자의 수가 많기 때문에 다른 종양보다 투입되는 연구비가 많다. 이렇게 연구비가 많이 투입된 암의 치료 성적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더 높고, 연구도 상대적으로 활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에서 단순히 약값과 의료비만 관리하면서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줄일 것이 아니라 메트포민처럼 진입 장벽이 없고 저가의 약이라도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한다. 아울러 이런 연구를 하는 연구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실제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 [열린세상] 김정은 위원장, 착각하지 마라/손기웅 통일연구원 부원장

    [열린세상] 김정은 위원장, 착각하지 마라/손기웅 통일연구원 부원장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시발된 독일 통일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한국이 정치적 민주화뿐만 아니라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민주화의 진행을 더욱 재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한국은 통일에 대한 유인력을 더욱더 가질 수 있게 되며, 이것을 북한 주민이 깨달을 때 그들은 동력화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통일의 힘은 북한 주민으로부터 분출돼야 한다. 이를 위해 그들의 눈과 귀를 열어 주어야 하며, 한국은 그들의 지향점임을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이다. 변화되는 국제환경 속에서 북한은 어떤 식으로든 변화할 것이다. 이 변화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자 한다면 체제 경쟁이 끝난 현 상황하에서 그 동기는 바로 우리로부터 나와야 할 것이며, 우리가 북한에 기대하는 그 이상을 그들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냉전종식은 북한에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우리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독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1993년에 발표한 위 글에 담긴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북한 주민의 자발적 선택에 의한 자유와 민주주의 체제로의 평화적 통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우리의 ‘통일준비’는 부단히 추진돼야 한다. 우리 사회에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를 더욱 고도화시켜 나가는 동시에 우리 사회를 북한 주민들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도록 다가가야 한다. 통일은 이러한 우리의 노력과 대한민국의 실상을 체감하고 우리와 함께하고자 결단해 움직이는 북한 주민들에 의해 현실화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란 측면에서 북한에 비할 바 없이 앞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 민주사회에 이르기까지에는 아직 갈 길이 남아 있고, 현 국내적 상황은 또 하나의 단계라 할 수 있다.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진실은 우리 사회의 아픔이 어떠하든 엄중함이 얼마나 깊든 북한 사회에는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가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김정은 체제가 존속하는 한 이들 가치가 북한 사회에서 현실화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언론방송 매체들은 앞다투어 남쪽의 상황을 보도하고 정국 흔들기, 부추기고 이간질하기로 신이 났다. 남쪽의 보도를 입맛대로 고르고 잘라 찢어 붙이면서 사정의 객관성을 보여 주려는 듯 열이 났다. 그러나 북한의 언론방송 매체에 고한다. 남쪽에서 일어나는 자유와 민주주의, 국민 주권과 법 정의의 실현을 요구하는 외침과 울림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길. 남쪽의 국민들이 오늘날 누리는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를 일구어 왔고, 그것을 지키고 더 높이기 위해 지금 또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김정은 독재 정권에서는 문제조차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바람이 몰아닥칠 일들이 남쪽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공개적으로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회가 대한민국임을. 김정은 위원장이 이제 발 뻗고 잘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고 착각이다. 42분의1이란 상대가 되지 않은 열세한 경제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다음 대통령이 등장할 때까지 남쪽으로부터 어떠한 의미 있는 압박도 없을 것이며, 제 맘대로 남쪽을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한민국과 국민을 정말로 모르는 것이다. 이 땅에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의 실현을 위해 더 나은 인간다운 삶의 실현을 위해 우리는 쉴 새 없이 노력해 왔고, 지금도 그 과정에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의 고통을 이겨 내고 성장해 더 많은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를 구현할 것이며, 북한 주민들에게 더 큰 ‘희망’으로 다가갈 것이다. 우리의 통일 준비 노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떠한 국내외적 변화 속에서도 지속될 것이다. 지난 15일 유엔 총회는 12년 연속으로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인권 유린의 책임을 물어 김정은 위원장을 처벌하도록 권고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를 외면하는 한 대한민국 국민은 언제든지 그를 겨냥해 일어설 것이다. 북한 주민의 자발적 의지에 의한 분단선의 붕괴도 언제든지 일어날 것이다.
  • 우주전투·총쏘기… 아찔한 VR에 게이머 열광

    우주전투·총쏘기… 아찔한 VR에 게이머 열광

    “비행기를 타고 날아다니는 느낌이었어요.” 4차원 가상현실(VR) 우주전투 시뮬레이션 게임인 ‘탑 발칸’을 체험한 이성준(21)씨의 얼굴에는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체감형 게임 개발사 모션디바이스가 개발한 ‘탑 발칸’은 게임장에서 볼 수 있는 4D 우주체험 아케이드 게임에 VR을 접목했다. VR헤드셋을 머리에 쓰고 의자에 앉으면 3차원 우주 공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의자가 상하 좌우로 90도 가까이 움직이며 격렬한 전투를 벌이자 지켜보고 있던 관람객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씨는 “사방에서 적이 날아오고 사운드도 생생하다”면서 “조금 어지럽긴 하지만 생생하고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주최로 1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6’의 화두는 단연 VR게임이다. VR헤드셋을 쓰고 손을 허공에 휘두르며 총을 쏘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됐다.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거나 온몸에 센서를 부착해 뛰어다니는 등 VR에 다른 기기들을 접목한 게임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올해 지스타는 VR게임 시장의 개화(開花)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지스타에서는 소니와 HTC, 엔비디아 등 VR 분야 글로벌 선두기업들의 높은 수준을 눈앞에서 체감함은 물론 늦게나마 경쟁에 뛰어든 국내 게임업계의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니 40개 부스 북적… HTC ‘바이브’ 출시 골드만삭스는 VR 게임 시장이 2025년 110억 달러(약 1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소니와 페이스북 자회사 오큘러스, 대만 HTC 등 글로벌 기업들은 VR기기를 출시하고 게임업계와 콘텐츠 생태계를 넓히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지스타에서도 소니와 HTC는 VR기기를 들고 한국 시장 공략의 속도를 높였다.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는 지스타 조직위원회와 공동으로 40개 부스 규모의 VR 특별관을 꾸렸다. ‘배트맨 아칸’ ‘레지던트 이블’ 등 플레이스테이션VR 게임들을 체험하려는 관람객 수십명이 소니의 부스에 줄을 섰다. HTC는 ‘현존 최고 성능의 VR기기’라 평가받는 ‘바이브’(VIVE)를 이날 국내에 출시했다. 부산시와 손잡고 내년부터 VR 스타트업을 발굴·지원하기로 하는 등 생태계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함께 즐기는 국내 VR게임‘ 다크에덴2’ VR게임 진출이 다소 늦은 국내 게임업계도 성과물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푸토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최초로 개발된 VR 기반의 혼합현실(MR·Mixed Reality) 게임 ‘다크에덴2’를 공개했다. 초록색 배경의 스튜디오에서 스틱을 쥔 손을 흔들면 컴퓨터 화면에서는 칼을 휘두르며 악마를 물리치는 유저의 모습이 합성돼 나온다. 홍철운 푸토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주로 혼자 즐기는 VR게임을 관람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개발했다”면서 “게임방송과 같은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케이컨버전스의 ‘폴 얼론’은 VR에 러닝머신의 일종인 트레드밀을 결합해 유저의 걸음걸이까지 인식한다. 유저는 어두운 지하실을 직접 달리며 좀비들과 전투를 벌인다. 그 밖에 탁구와 야구 게임, 스키점프, 패러글라이딩 체험등 각양각색의 VR게임들이 쏟아져나왔다. 이날 VR게임을 선보인 국내 게임사들은 대부분 중소, 중견게임사들이었다. VR기기의 가격 장벽과 어지럼증 등을 이유로 VR게임의 대중화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대형 게임사들은 투자와 개발을 머뭇거리고 있다. 그러나 모바일게임 시장이 성장 둔화에 놓인 가운데 VR 등 차세대 플랫폼에 투자를 꺼리다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작은 늦었지만 국내 VR게임의 가능성은 밝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날 국내 VR게임을 둘러본 레이먼드 파오 HTC 부사장은 “한국 게임은 창의성과 그래픽 아트, 게임성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들 기존의 강점이 VR 영역에서도 발휘돼 수준 높은 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레고·스타워즈 등 지적재산권 경쟁도 치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인기 지적재산권(IP)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했다. 게임업계 1위인 넥슨은 인기 장난감 ‘레고’의 캐릭터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레고 퀘스트앤콜렉트’를 공개했다. 올해 지스타의 메인 후원사인 넷마블게임즈는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 ‘리니지2’를 모바일로 옮긴 ‘리니지2:레볼루션’과 영화 ‘스타워즈’의 세계관과 등장인물을 바탕으로 한 ‘스타워즈:포스아레나’를 선보였다. 부산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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