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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경기장은 지금 ‘깃발 숨바꼭질’ 중…월드컵서 벌어진 신경전, 왜

    이란 경기장은 지금 ‘깃발 숨바꼭질’ 중…월드컵서 벌어진 신경전, 왜

    미국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에서 때아닌 ‘깃발 숨바꼭질’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계 미국인 일부가 현재 이란 정권에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옛 팔레비 왕조의 깃발을 소지한 채 이란 축구대표팀 경기장에 입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다. 22일(한국시간) 미국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문제가 된 깃발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이란 팔레비 왕조가 사용했던 ‘사자와 태양’ 국기다. FIFA는 최근에 이 깃발을 경기장 내 반입 금지 물품으로 지정했다. 정치적·자극적·차별적 성격을 띤다는 이유에서다.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이란계 단체 ‘자유의 소리 연구소’는 “FIFA가 법이 보장하는 상징적·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FIFA의 손을 들어줬다. 문제는 FIFA의 규제가 완벽하게 집행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깃발뿐 아니라 종이와 천 등에도 ‘사자와 태양’ 문양을 새겨 반입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6일 뉴질랜드와의 조별리그 G조 1차전 경기가 열린 로스앤젤레스(LA) 스타디움에서는 경기장 보안 요원이 ‘사자와 태양’ 국기를 들고 있던 20대 이란계 여성에게 다가가 제도의 허점을 귀띔하기도 했다. 규정상 깃발을 펼쳐서 ‘게시’(display)할 수는 없어도, 깃발을 망토처럼 두르면 의류로 간주돼 제재를 피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자와 태양’ 국기는 현재 이란 내부에서 벌어지는 정권 반대 운동과 맞물려 있다. 경기장에 현재 국기가 걸릴 때마다 이란계 팬들은 ‘사자와 태양’ 국기를 내걸기도 하고 있다. 이날 ‘사자와 태양’ 깃발을 들고 경기장을 찾은 한 이란계 미국인은 “이번 월드컵은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할 좋은 기회를 잡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이 팀은 결국 정권의 팀”이라고 말했다.
  • 대한민국 인권수호시민연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부산 성공 개최 및 인권 가치 실현 촉구 기자회견 성료

    대한민국 인권수호시민연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부산 성공 개최 및 인권 가치 실현 촉구 기자회견 성료

    대한민국 인권수호시민연대는 20일 임시수도기념관 정문에서 ‘세계유산위원회 부산 개최 성공을 위한 범시민 기자회견’을 열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부산 개최 필요성과 국내 인권 가치 실현을 위한 사회적 노력을 촉구했다. 이날 단체는 “문화유산 보존과 인권 존중은 선진국의 품격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며 “세계유산위원회의 부산 개최는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문화적 책임과 글로벌 협력 의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세계유산위원회가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보호하고 미래 세대에 전승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협의체라는 점을 강조하며, 부산이 개최지로 선정될 경우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 제고와 지역경제 활성화, 국가 브랜드 가치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동북아 해양도시로서 문화자산과 국제행사 개최 경험, 교통·관광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세계유산위원회 개최지로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인권수호시민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화유산 보존의 가치와 인권의 중요성을 명시했다. 단체는 문화유산은 인류가 지켜야 할 공동의 자산이며 인권은 인류가 존중해야 할 보편적 가치라며,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국가가 인권 또한 존중할 때 선진국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단체는 “문화유산은 인류가 지켜야 할 공동의 자산이며, 인권은 인류가 반드시 존중해야 할 보편적 가치”라며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국가가 인권 또한 존중할 때 진정한 선진국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인권은 정치적 이해관계나 외교적 고려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될 수 없는 보편적 가치”라며 “어떠한 국가와 조직도 인권 앞에서는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한미군 관련 인권침해 사건으로 고통을 겪은 피해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며 “진실 규명과 역사적 기록 보존, 피해자 명예 회복은 대한민국의 인권 수준과 법치주의를 보여주는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안보와 동맹의 중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인권침해 사실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 있는 조치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며 “어떠한 강대국도 인권 위에 존재할 수 없으며, 어떠한 권력도 인간의 존엄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단체는 아울러 대한민국 사회 내부의 인권 현실에 대해서도 성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인권수호시민연대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정부의 세계유산위원회 부산 개최 지원 강화 ▲국회와 관계기관의 초당적 협력 확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 ▲문화유산 보존 가치 확산 등을 촉구했다. 또 ▲주한미군 관련 인권침해 사건의 진상규명 ▲인권침해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한미 양국의 인권 존중 기반 협력 강화 ▲미래세대 인권교육 확대도 함께 요구했다. 박현수 상임대표는 “세계유산위원회의 부산 개최는 대한민국이 문화유산 보존과 국제협력의 중심 국가로 도약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문화유산과 인권이라는 인류 공동의 가치를 함께 실천하는 성숙한 시민사회가 될 수 있도록 국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은 과거를 보존하는 것이고, 인권을 지키는 일은 미래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을 넘어 인권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다리 부상에 무면허인데 무리한 작업투입… “휴가 요청도 묵살당했다”

    다리 부상에 무면허인데 무리한 작업투입… “휴가 요청도 묵살당했다”

    출산을 불과 2주 앞두고 있던 20대 청년 노동자가 제주 애월 하나로마트에서 지게차 작업 중 숨진 사고(본지 21일 온라인 보도)와 관련해 유족들이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나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22일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마련한 ‘하나로마트 청년노동자 산재 사망사건 유가족 기자간담회’에서 고인 A씨의 가족들은 “아들과 같은 희생자가 다시는 나와서는 안 된다”며 사고 경위와 안전관리 실태를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호소했다. 유족 측은 “이번 사건과 같은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며 “이번 사고는 단순한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청년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숨진 A씨는 올해 초 결혼한 20대 청년으로, 불과 2주 뒤면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인의 부모와 출산을 앞둔 배우자, 장인·장모 등 가족들이 참석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A씨는 사고 약 열흘 전인 지난 7일 다리를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틀 정도 휴식을 취한 뒤 추가로 쉬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회사 측으로부터 연차 사용을 권유받아 결국 정상 출근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일에도 A씨는 다리에 깁스를 한 상태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지게차는 양발을 모두 사용해야 하는 장비인데 고인은 다리를 다쳐 정상적인 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병가나 휴가를 요청했음에도 충분한 휴식 없이 일을 계속한 것이 사고 원인 중 하나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고인은 마트 내 오르막 구간에서 지게차를 운전하며 야채를 운반하던 중 적재물이 굴러 떨어지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하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리를 다친 상태에서 바닥에 떨어진 야채를 주워 담던 과정에서 지게차에 깔려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장소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유족 측은 “사고가 발생한 곳은 지게차 전용 작업구역이 아니라 고객 차량이 드나드는 공용 통행로였다”며 “안전관리자가 배치됐는지,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지켜졌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고인이 지게차 운전면허가 없다고 밝혔음에도 관련 업무에 투입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5t이하 지게차의 경우 16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거나 혹은 전동 지게차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이 있는데 이를 받지 않은 채 작업에 투입돼 무자격자에게 작업을 맡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인의 아버지는 “이런 기자회견까지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우리 아들과 같은 희생자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전 큰아들을 암으로 먼저 떠나보냈는데 남은 아들마저 잃게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제주지역 유통·물류시설과 대형 판매시설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했다. 노조는 “제주에서는 물류시설과 건설현장 등에서 중대재해가 반복되고 있다”며 “사업주의 안전보건 의무 이행 여부를 철저히 감독하고 위험요인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9일 오후 3시쯤 제주시 한 하나로마트에서 근무하던 20대 직원 A씨가 지게차 작업 중 차량에 깔려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업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조사 중이다. 제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에 착수해 A씨의 무면허 여부와 사업장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사고와 관련해 해당 농협 측은 “이번 사고로 큰 슬픔을 겪고 계신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관계기관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유족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역사 교과서가 단순화한 사건들 [한ZOOM]

    역사 교과서가 단순화한 사건들 [한ZOOM]

    우선 제목에 담긴 오해부터 바로잡고자 한다. 역사 교과서도, 현장의 역사 교사들도 역사를 단 한 줄로 가르치지 않는다. 역사는 인간이 남긴 모든 기록과 흔적을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이를 맥락이 아닌 단편적인 문장으로 전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물론 방대한 역사의 모든 맥락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적 사실을 ‘압축된 형태’로 기억하려 한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 “중세는 암흑기였다”, “프랑스 혁명은 자유와 평등의 승리였다”, “산업혁명으로 인류는 풍요로워졌다”, “서로마제국은 476년에 멸망했다”와 같은 문장들이 그 예다. 이런 압축은 시험을 준비하거나 지식을 체계화하는 데 효율적인 도구가 된다. 하지만 문제는 ‘압축된 기억’이 ‘역사의 전부’라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는 점이다. 학교를 떠나 역사를 전공하거나 깊이 있는 교양서를 접할 때, 비로소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역사는 박제된 문장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무수한 맥락의 그물망이기 때문이다. ●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말은 누구의 관점일까?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건너 마침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다. 당시 유럽에서는 그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대항해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역사적 순간을 오랫동안 역사 교과서는 ‘신대륙 발견’이라고 설명해 왔고, 우리의 머릿속에도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현대 역사학에서는 이 표현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아메리카 대륙에는 이미 마야, 아즈텍, 잉카를 비롯한 고도의 문명이 존재했고, 수천만 명의 원주민이 자신들만의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에게 있어 자신들이 살던 땅을 누군가가 ‘발견했다’는 표현은 성립할 수 없다. 심지어 1960년 캐나다 뉴펀들랜드에서 발견된 바이킹 정착지 유적은, 바이킹이 콜럼버스보다 약 500년 먼저 북미에 도착했음을 증명하며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명제를 완전히 뒤흔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럼에도 콜럼버스가 세계사에서 중요한 이유는 그가 유럽과 아메리카를 지속적으로 연결했고, 이후 대항해 시대와 세계 무역, 그리고 식민지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전환점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역사는 사실을 기록하지만, 동시에 누가 기록했는가에 따라 그 의미와 표현도 달라진다. ● 중세 시대는 정말 암흑기였을까? 중세 시대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짙은 회색이 가득한 어둡고 음산한 장면이 떠오른다. 중세 시대를 ‘암흑기’(Dark Ages)라는 강렬한 단어로 기억하고 있는 탓에, 우리는 여전히 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은 중세 시대를 무지와 미신, 종교재판과 마녀사냥의 시대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역사학은 이 시기를 훨씬 입체적으로 바라본다. 중세에는 유럽 최초의 대학들이 세워졌다. 이때 탄생한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 프랑스 파리 대학, 영국 옥스퍼드 대학은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명문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 수학과 건축 기술의 결정체로 평가받는 ‘고딕 성당’도 이 시기에 건설됐다.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과 샤르트르 대성당은 현대인의 눈으로 보기에도 경이로운 건축적 진보를 보여준다. 농업 기술 또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철제 쟁기가 보급되고, 토지를 3년 주기로 돌려 경작하는 ‘삼포제’(三圃制)가 확산되며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풍차와 물레방아는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며 사회의 동력이 됐다. 물론 흑사병, 종교 갈등, 십자군 전쟁과 같은 비극적 사건들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단편적인 사건 몇 가지로 천 년에 가까운 시간을 ‘암흑기’라는 단어 하나로 가두기에는 중세는 지나치게 길고 복잡한 시대였다. 일각에서는 ‘암흑기’라는 표현 자체가 르네상스 시기 사람들이 자신들의 시대를 부각하기 위해 만들어낸 역사적 개념일 뿐이라는 해석도 있다. ● 프랑스 시민혁명은 정의가 승리한 이야기였을까? 1789년, 오랜 재정 위기와 흉작으로 폭발한 민중의 봉기가 도화선이 돼, ‘자유, 평등, 박애’를 내세운 혁명이 봉건제도를 무너뜨리고 국민주권에 기초한 근대적 정치 질서의 기틀을 세웠다. 역사는 이를 ‘시민혁명’(Bourgeois Revolution)으로 기록하고 있다. 시민혁명은 현대 민주주의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혁명의 실제 과정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적인 서사와는 거리가 있었다. 혁명 정부는 정치적 주도권을 쥔 뒤 체제 유지를 위해 ‘반혁명 세력’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숙청했다. 혁명을 이끌던 지도자들은 서로를 숙청하고 처형하기 일쑤였다. 공포 정치로 수천 명을 단두대에 세웠던 막시밀리엥 드 로베스피에르 자신도 결국 두려움에 뭉친 동료들의 반격으로 같은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다. 혁명은 자유를 향한 시대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고귀한 투쟁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권력을 향한 추악한 투쟁이 있었고, 희망의 시대과 공포의 시대가 동시에 열린 사건이기도 했다. 역사 교과서는 혁명의 의미를 설명하지만, 그 안에 담긴 복잡한 인간의 욕망과 갈등까지 오롯이 담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 산업혁명은 모두를 부자로 만든 사건이었을까?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경제적 전환점이었다. 그 상징성 덕분에 오늘날 인류 역사의 중대한 경제적 변화 시점마다 ‘산업혁명’이라는 명칭이 붙곤 한다. 21세기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을 ‘제4차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것도 산업혁명이 가진 거대한 상징성을 활용한 같은 맥락이다. 제1차 산업혁명의 결과, 증기기관이 등장하고 대량생산 체계가 시작되면서 생산성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필요한 물건을 예전보다 싸고 빠르게 손에 쥘 수 있게 됐고, 서서히 현대적 자본주의의 기반이 확립됐다. 하지만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삶은 결코 풍요롭지 않았다. 하루 14시간에서 16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은 흔한 일이었고,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 위험한 탄광과 방직공장에 내몰렸다. 도시는 급속히 팽창했지만 위생시설은 턱없이 부족했고, 빈민가에서는 질병과 범죄가 난무했다. 오늘날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 있는 노동시간 제한, 산업재해 보상, 최저임금, 아동노동 금지 같은 제도들은 사실 산업혁명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발전은 언제나 혜택과 비용을 함께 가져온다는 사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 바로 산업혁명이었다.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번 혁명이 우리 사회에 지불하게 할 비용이 무엇인지 두려움을 안고 지켜보고 있다. ● 서로마 제국의 멸망과 냉전에 대한 편견 우리는 “서기 476년 로마 문명이 무너졌다”고 기억하지만, 사실 그해 그날 갑자기 문명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동로마 제국은 이후로도 1453년까지 약 1000년을 더 이어갔고, 그곳에서 꽃핀 로마법은 현대 유럽 법률의 근간이 됐다. 로마인이 남긴 라틴어는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의 뿌리가 됐으며, 로마가 구축한 도로망과 행정 체계 역시 중세 시대를 관통하며 이어졌다. 문명은 단절되지 않았다. 그래서 현대 역사학자들은 로마의 ‘멸망’이라는 단어 대신 ‘전환’이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냉전(Cold War)에 대해서도 비슷한 오해가 존재한다. 우리는 냉전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1991년 소련이 붕괴하기 직전까지 이어진 미국과 소련 사이의 단순한 대립으로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냉전은 단순히 두 초강대국의 경쟁을 넘어, 전 세계를 재편한 거대한 국제 질서의 변화였다. 그 영향력은 한반도와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벌어진 전쟁은 물론, 중동과 아프리카의 수많은 분쟁으로 이어졌다. 새롭게 독립한 국가들은 어느 진영에 설 것인지 선택을 강요받았고, 스위스처럼 비동맹 노선을 택하며 독자적인 생존을 모색한 국가들도 있었다. 역사 교과서에는 마치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거인의 대결로 기록되어 있지만, 실제 냉전은 수십억 명의 삶을 흔들어놓은 지구적 규모의 사건이었다. ● 역사 교과서는 결론이 아닌 출발점이다 역사 교과서는 역사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낸 완결된 기록이 아니다. 오히려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이 방대한 역사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지도에 가깝다. 지도는 단순할수록 직관적으로 길을 찾기 쉽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단순한 그림, 단편적인 문장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간단한 지도를 손에 들고 막상 길을 나서면, 실제로는 지도 너머에 더 많은 풍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도의 선으로 다 표현하지 못한 작은 골목길들,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생한 풍경, 그 길을 둘러싼 자연이 사실은 역사라는 지도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러므로 역사 교과서는 결론이 아니라, 출발점이 돼야 한다. 쉽게 단정 짓고 해석하고 외우려 하지 말고, 이 복잡하게 얽힌 세상을 선과 악, 아군과 적군이라는 흑백논리로 재단하지 않는 힘을 길러주는 이정표가 돼야 한다. 그리고 사실 그것이 박제된 사실과 연도를 외우는 데 피로감을 느끼는 우리 학생들이 진정으로 바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 최후 앞둔 인공위성 수명 연장 가능할까? 스위프트 관측 위성 밀어 올리는 LINK 우주선 [우주를 보다]

    최후 앞둔 인공위성 수명 연장 가능할까? 스위프트 관측 위성 밀어 올리는 LINK 우주선 [우주를 보다]

    지구 주변 낮은 궤도를 공전하는 인공위성은 결국 지구 대기권에서 타서 사라지는 운명을 겪게 된다. 고도가 낮은 지구 저궤도에서는 희박한 대기 입자들이 위성과 계속 충돌하며 위성의 속도를 늦춘다. 결국 연료가 떨어져 고도를 유지할 수 없게 되면 인공위성은 대기권으로 추락해 타버리게 된다. 2004년 11월 발사돼 지난 21년간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해 온 나사의 닐 게럴스 스위프트 천문대(Neil Gehrels Swift Observatory) 역시 멀지 않아 이런 운명을 맞이할 상황이다. 노스롭 그루먼과 카탈리스트 스페이스 테크놀로지스는 대기권 재진입을 앞둔 스위프트를 구하기 위해 최초로 우주 구조대를 보낼 계획이다. 참고로 스위프트는 3개 소형 망원경을 갖춘 우주 천문대로, 감마선 폭발(GRB) 같은 격렬한 우주 현상을 연구하고 폭발 발생 지점의 X선, 자외선, 가시광선 잔광을 관측하기 위해 발사됐다. 2011년 임무 책임자였던 닐 게럴스 박사를 기리기 위해 2018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됐다. 이번 구조 임무의 핵심은 카탈리스트 스페이스 테크놀로지스가 제작한 약 400㎏급 소형 부스터 위성인 ‘LINK’다. LINK는 노스롭 그루먼의 공중 발사 로켓인 ‘페가수스 XL’에 탑재돼 발사될 예정이다. 페가수스 로켓은 스타게이저 L-1011 항공기에 매달려 고도 약 12㎞ 상공에서 투하된 후 점화하는 3단 고체 로켓이다. 스위프트의 낮은 경사각(약 20.60도) 궤도에 맞추기 위해 이번 발사는 마셜 제도 콰잘레인 환초 인근의 적도 해역 상공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발사 예정 시기는 이달 말이다. LINK는 발사 후 며칠에서 몇 주에 걸쳐 스위프트를 추적하며 상대 속도를 맞추는 도킹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스위프트는 설계 당시 이러한 외부 위성과의 도킹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표준 도킹 링이나 자기 포획 장치, 협력 항법 비콘 같은 장비가 전혀 없는 상태다. 따라서 LINK는 광학 카메라와 LiDAR 센서로 얻은 데이터를 스스로 처리해 정밀한 도킹을 수행해야 하며, 동시에 위성의 물리적 상태를 실시간으로 평가하며 지상 운반 시 사용된 고정 장치를 찾아내 세 개의 로봇 팔로 이를 포착해야 한다. 도킹에 성공하면 LINK는 자체 추진기를 사용해 스위프트를 고도 600㎞의 궤도로 다시 올려놓게 된다. 처음 시도되는 일이라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지만, 성공한다면 단지 스위프트의 수명 연장을 넘어 앞으로 많은 상업 및 과학 위성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위성 자체는 멀쩡한데 단지 궤도가 낮아져 최후를 맞이하는 인공위성도 많기 때문이다. 구조 우주선을 통한 인공위성 수명 연장의 꿈이 현실이 될지 주목된다.
  • 트럼프, 핵은 못 풀고 돈줄부터 풀었다?…이란이 웃은 이유 [핫이슈]

    트럼프, 핵은 못 풀고 돈줄부터 풀었다?…이란이 웃은 이유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핵 위협을 없애겠다며 4개월 동안 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최종 핵 합의의 핵심 조건은 풀지 못한 채 이란산 원유 판매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동결자금 해제 카드를 먼저 꺼냈다.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고 이란을 협상장에 붙잡아 두기 위한 ‘선불 유인책’이다. 이란을 무릎 꿇렸다고 자평해 온 트럼프 행정부가 오히려 테헤란의 돈줄부터 열어주는 모양새라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산 원유 판매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문을 열었으며, 해외에 묶인 이란 자금 수십억 달러를 풀어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를 이란의 양보에 대한 최종 보상이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협상 참여를 유도하는 초기 인센티브로 검토하고 있다. 이란도 스위스 회담 뒤 경제적 성과를 적극 부각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원유·석유화학 제품 수출 제재가 면제되고 미국의 해상봉쇄가 해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동결자금 해제와 대규모 재건·개발 계획도 가동됐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정부는 이란 측이 제시한 조치가 모두 확정됐는지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미국은 원유 판매 허용 범위와 동결자금 해제 방식 등을 계속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열게 하려 ‘돈줄’ 먼저 푼다 미국이 경제적 당근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있다. 이란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이 이어지자 해협을 다시 막겠다고 압박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5분의 1 정도가 지나는 핵심 통로다. 이란이 통항을 제한하면 국제유가와 해상 운임이 급등하고 걸프 국가의 에너지 수출도 흔들릴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은 이번 회담에서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위한 연락선을 설치하기로 했다. 양측은 우발적 충돌과 오판을 막는 소통 체계를 운영하고, 이번 주에도 중재국이 참석하는 실무협상을 이어간다. 이란은 전쟁을 거치며 호르무즈 통제력을 협상 지렛대로 바꿨다. 핵 프로그램을 먼저 포기하지 않고도 원유 수출과 동결자금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린 셈이다. 돈은 먼저, 핵 양보는 아직 정작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의 핵심 목표로 내세운 핵 문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미국은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을 폐기하거나 국외로 반출하고, 향후 20년 동안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라고 요구한다. 이란은 자국에서 농축도를 낮추는 방안과 10년 정도의 농축 중단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핵 문제와 제재, 합의 이행 감시 등을 다룰 실무그룹을 가동하고 60일 안에 최종 협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농축우라늄 처리와 농축 중단 기간에서 여전히 간극이 크다. 미국은 이란의 핵 양보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제적 보상을 먼저 제시했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열고 전쟁 재개를 막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다. 반면 이란은 핵 협상에 앞서 원유 수출과 동결자금이라는 실익을 얻을 기회를 잡았다. 전쟁으로 이란을 굴복시키겠다던 트럼프의 구상이 협상장에서는 돈줄을 먼저 풀어주는 거래로 바뀌고 있다.
  • 순경 남녀통합 뽑자 여성이 37.8% 합격… 종전 20% 안팎서 대폭 증가

    순경 남녀통합 뽑자 여성이 37.8% 합격… 종전 20% 안팎서 대폭 증가

    순경 공채 처음으로 남녀통합 선발지원자 약 3만명…총 2941명 합격체력검사 男 88.6% 女 42.5% 통과“전체 경찰 중 여성 비율은 16.7%” 순경 남녀통합선발이 올해 처음 시행된 가운데 합격자 37.8%는 여성으로 집계됐다. 경찰청은 2026년 상반기 순경 공개경쟁채용시험 최종 합격자는 2941명이라고 22일 밝혔다. 성별로 보면 합격자 중 남성이 1829명(62.2%), 여성이 1112명(37.8%)이었다. 응시자는 2만 9972명이었는데 이 중 남성은 62.9%, 여성은 37.1%로 최종 합격자 성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선발 예정 인원 3202명 가운데 261명이 미선발되면서 최종 선발률은 91.8%를 기록했다. 이번 시험은 경찰개혁위원회의 성별분리모집 폐지 권고(2017년), 경찰청 성평등위원회의 남녀통합선발 전면 시행 제언(2020년), 국가경찰위원회의 통합선발 의결(2021년) 등을 거쳐 순경 공채에 처음으로 남녀 통합선발 방식을 전면 적용한 사례다. 그동안 순경 공채는 남녀 정원을 별도로 운영해 여성 선발 비율이 통상 20% 안팎이었다. 경찰은 여성 응시자의 경쟁률이 남성보다 지속적으로 높았던 점이 이번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성별 분리 모집 당시 경쟁률은 2023년 남성 15.1대 1·여성 29.4대 1, 2024년 남성 10.4대 1·여성 27대 1, 2025년 남성 9대 1·여성 20.1대 1이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이 높아진 원인에 대해 “그동안 여성 선발 인원이 제한돼 여성 응시자의 경쟁이 더 치열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시험의 순환식 체력 검사 통과율은 전체 63.9%였으며 남성은 88.6%, 여성은 42.5%였다. 유 대행은 여성 경찰관 증가 전망과 관련해 “이번 채용에선 여성 합격자 비율이 37.8%지만, 전체 경찰 가운데 여성 비율은 16.7%다. 앞으로는 조금 더 올라갈 것”이라면서 “추이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강력범죄 대응 과정에서 물리력 행사 능력 등을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서는 “국민의 우려가 없는지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점검하겠다”며 “만약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거나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제도적 보완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오세훈 “세금으로 부동산시장 누르려는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오세훈 “세금으로 부동산시장 누르려는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세금으로 시장을 누르는 도그마에서 벗어나 공급 확대라는 현실적인 길로 전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쓰지 말아야 할 수단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통령께서 부동산 증세를 ‘최후의 수단’이라 하셨지만, 집권 1년 만에 서둘러 꺼냈다”며 “공급은 막아둔 채 세금으로만 집값을 잡겠다는 실패한 길을 기어이 다시 가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본격적인 세제 개편 논의에 앞서 대통령께서 서울시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주시기를 요청드린다”며 “정치적 논쟁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시가 축적한 정확한 현장 데이터와 전세 공급 감소 실태를 토대로, 이번 세제 개편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상세히 설명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은 철저하게 시장 여건을 따라 움직인다.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린다면 그것은 세금이 낮아서가 아니라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 주거 수요 집중, 그리고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며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세금 폭탄이 아니라, 수요를 충족할 강력한 공급과 재건축·재개발 정상화로 응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대주택이 실거주로 바뀌면 전세 매물만 시장에서 사라질 뿐”이라며 “이미 서울 전세 매물은 지난해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여기에 세 부담까지 더해지면 집주인들은 매물을 잠그고 임대료를 세입자에게 전가해, 청년과 서민들의 가처분소득만 갉아먹는 월세 대란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스위스 현대미술가 앤디 덴즐러 소장전 ‘기억의 잔상’…22일 갤러리 비선재 개막

    스위스 현대미술가 앤디 덴즐러 소장전 ‘기억의 잔상’…22일 갤러리 비선재 개막

    회화와 사진적 시각언어를 결합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위스 현대미술가 앤디 덴즐러(Andy Denzler)의 소장전이 22일 개막했다. 갤러리 비선재는 앤디 덴즐러의 작품을 선보이는 ‘기억의 잔상’(Afterimages of Memory)을 개막했다고 22일 밝혔다. 소장전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 3길에 있는 갤러리비선재에서 오는 7월30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비선재가 소장하고 있는 앤디 덴즐러의 주요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작가 특유의 흐릿하게 중첩된 이미지와 시간의 흔적을 통해 기억과 현실, 존재와 부재의 경계를 탐구한다. 앤디 덴즐러는 회화와 사진적 시각언어를 결합하여 현대인의 기억 구조를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작가다. 의도적으로 화면을 밀어내고 번지게 하는 그의 작업은 디지털 시대의 불완전한 기억과 감각의 잔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품 감상을 넘어 관람자 스스로의 기억과 시간의 층위를 성찰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갤러리 비선재는 깊이 있는 감상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사전 예약 관람 방식으로 운영한다. 예약 인원만이 전시 공간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하여 작품과 관람자가 더욱 밀도 있게 교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문의 및 예약은 네이버 예약, 갤러리비선재 이메일, 전화로 하면 된다. 갤러리 비선재 관계자는 “앤디 덴즐러가 포착한 기억의 흔적과 시간의 잔상을 통해 오늘의 우리를 다시 바라보는 특별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경북도의회 농수산위원회, 제12대 전반기 ‘들녘·바다 지킨 4년’ 여정 마무리

    경북도의회 농수산위원회, 제12대 전반기 ‘들녘·바다 지킨 4년’ 여정 마무리

    경북도의회 농수산위원회(위원장 신효광)는 지난 18일 제363회 임시회 기간 중 상임위를 열고 주요 농어업 현안 점검에 나섰다. 위원회는 이날 조례안 2건을 처리한 데 이어, 해양수산국·농업기술원·농축산유통국 소관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면밀히 심사했다. 노성환 의원(고령)은 양식장 친환경 에너지 보급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이어 생활개선회 전국대회를 내실 있게 추진하고, K-푸드 정책이 경북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세심히 살펴줄 것을 주문했다. 서석영 의원(포항)은 독도전시관 조성과 독도재단 이전을 내실 있게 추진하고, 포항에서 열리는 생활개선회 전국대회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철저히 준비할 것을 당부했다. 서 의원은 농지 전수조사도 농촌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충원 의원(의성)은 벼 키다리병 확산 방지를 위해 종자 소독 교육을 강화하고, 농가가 활용할 수 있는 현장 방제 체계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최병근 의원(김천)은 반복되는 양파 가격 하락의 원인을 생산·품질·유통 전반에서 분석하고, 계약 재배 등 실효성 있는 가격 안정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정영길 의원(성주)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의 지방 재정 부담을 지적하며, 국비 분담 확대와 함께 지역 경제·인구 증가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평가 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신효광 위원장(청송)은 10년간의 연구 끝에 결실을 맺은 ‘돗돔 인공 부화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연구진에 대한 합당한 보상과 전폭적인 후속 지원을 당부했다. 이어 청송군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에 추가 선정된 점을 언급하며, 경북도가 당초 약속한 도비 30%를 충실히 지원해 지역 소멸 대응과 주민 생활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 “도박 빚 갚아줘!” 엄마 폭행까지…한 고교서만 48명 고백, 무슨 일?

    “도박 빚 갚아줘!” 엄마 폭행까지…한 고교서만 48명 고백, 무슨 일?

    사이버도박이 학교 안까지 깊숙이 번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청소년들의 도금액은 평균 300만원이었으며, 성별로는 남성이 93%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청이 한 달간 청소년 사이버 도박 자진신고를 받은 결과 한 학교에서만 48명이 도박 사실을 고백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적으로는 294건(본인 신고 244건·보호자 신고 50건)이 접수됐는데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참교육’이 묘사한 교내 도박 중독 실태가 현실과 맞아떨어진 셈이다. 강원 지역 A 고교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48명의 학생이 신고했다. 인근 지역인 B 고교 20명을 포함해 총 78명이 강원 지역에서 자진신고했다. 인천에서는 도박 빚 400만원을 갚아주지 않는다며 모친을 폭행한 15세 남학생의 자진신고가 접수됐다. 도박 금액은 3000만원이었다. 이 남학생은 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 상담, 정신과 병원의 중독치유 선도프로그램 등이 연계돼 사후관리가 이뤄질 예정이다.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한 2차 범죄도 확인됐다. 전북에서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상습 가출 및 차량 털이를 일삼던 17세 학교 밖 청소년 C군이 대표적이다. C군은 1년 2개월간 도금액(도박 사이트에 입금한 금액)만 1600만원에 달했다. 결국 C군은 중독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중독치유 선도프로그램 및 청소년 쉼터에 연계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자진신고한 청소년들의 도박 기간은 평균 12개월, 도금액은 평균 300만원으로 집계됐다. 개별 최고액은 6000만원에 달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274명(93%)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고등학교(176명·60%)뿐 아니라 중학교(118명·40%)에도 사이버 도박이 스며들었다. 정부는 오는 8월 말까지 자진신고 제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자진신고 대상자는 사이버도박 경험이 있는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 또는 그 보호자다. 모든 신고는 117 학교폭력 신고·상담센터를 통해 접수한다. 자진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학교전담경찰관, 도박 치유 전문상담사가 대상자에 대한 상담과 선별검사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중독치유 전문 기관으로 연계한다. 경찰 단계 처분을 결정할 때는 자진신고 청소년의 도금액, 반성 태도, 치유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경찰서별 선도심사위원회의 합동 심의·의결을 거쳐 훈방이나 즉결심판 청구 등 최대한 선처할 방침이다. 또 학교전담경찰관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전문상담사는 지속해서 대상 청소년을 상담하는 등 사후관리를 지원한다.
  • 울산시, ‘가상 모형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 개최

    울산시, ‘가상 모형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 개최

    울산시가 공간정보 기반의 디지털 트윈 기술과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도시 안전, 교통, 환경 등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 발굴에 나선다. 시는 오는 29일부터 7월 31일까지 ‘2026 울산 가상 모형(디지털 트윈)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 참가작을 접수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공모전은 디지털 트윈 기술과 생성형 AI, 확장현실(XR) 등의 최신 ICT 기술을 공공데이터와 융·복합해 울산의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정책 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안을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공모 주제는 울산시 정책 결정 지원이나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내용이면 모두 가능하고, 참여 자격에 제한이 없어 개인 또는 5명 이하의 팀 단위로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시는 오는 8월 중 전문가 평가위원회의 서면 심사와 발표 평가를 거쳐 공간정보 활용 적정성, 독창성, 실현 가능성, 발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한 뒤 오는 9월 최종 수상작을 선정할 계획이다. 시상 규모는 총상금 800만원으로 대상 1팀에 300만원, 우수상 1팀에 200만원, 장려상 3팀에 각각 1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수상자 모두에게는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상도 함께 수여된다. 참가를 희망하는 개인이나 팀은 울산시청이나 울산정보산업진흥원 공식 누리집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후 전자우편으로 제출하면 된다. 시 관계자는 “공간정보와 첨단기술을 접목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울산의 행정 혁신과 도시 안전을 이끄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경북도의회 문화환경위원회, 제12대 공식 일정 유종의 미 거둬

    경북도의회 문화환경위원회, 제12대 공식 일정 유종의 미 거둬

    경북도의회 문화환경위원회(위원장 이동업)는 지난 18일 제363회 경북도의회 임시회 제1차 문화환경위원회를 열고 제12대 의회의 마지막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날 위원회에서는 문화관광체육국, 기후환경국, 산림자원국, APEC준비지원단, 보건환경연구원 소관 업무보고 5건, 조례안 4건, 동의안 1건, 추가경정 예산안 5건 등 총 15개 안건을 심사·의결했다. 정경민 부위원장은 2025 APEC 정상회의 당시 경주 지역에서 다수의 국악 공연이 개최됐음에도 도립예술단의 참여가 미진했던 점을 지적하며, 향후 도립예술단을 적극 활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도립 자연휴양림 운영 민간위탁 동의안’ 심사에서는 위탁 이후 관리 부실이나 업무 처리 미진이 발생할 경우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 규정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김대진 위원은 ‘경북도청 신도시 마라톤 대회 개최 지원’ 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도청 신도시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마라톤 대회가 많은 인원이 참여해 성공적으로 치러진 점을 언급하며, 이런 행사가 신도시 활성화와 지역 발전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야간 관광 콘텐츠(선유줄불놀이) 특별 지원(신규)’ 사업의 경우 국내외 관광객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진출입로 확장, 인근 숙소 확충, 콘텐츠 관광 상품 확대 개발 등의 고민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현 위원은 ‘지방체육회장 선거 관리 위탁 비용(신규)’ 사업을 두고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본예산이 아닌 추경에 편성된 점을 지적하며 향후 이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또한 구미시가 선정된 ‘K-미식 벨트 조성 사업 지원(신규)’ 공모 사업을 언급하며, 지역의 특색을 살린 차별화된 음식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줄 것을 주문했다. 박규탁 위원은 추가경정 예산안에 다수의 사업 예산이 반영된 만큼 예산이 본래 취지에 맞게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야간 관광 콘텐츠(선유줄불놀이) 특별 지원(신규)’ 사업과 관련해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선유줄불놀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칠곡 등 도내 타 시·군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줄불놀이가 운영되고 있는 만큼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 연규식 위원은 현재 경북의 생활인구가 정주인구의 2배 수준에 이른다고 언급하며 지난 5월 완료된 ‘경북도 지역 연계 관광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 결과 등을 적극 반영해, 체류형 관광지 조성 및 생활인구 유입 확대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관광 새마을 운동 시범 사업(신규)’과 관련해 관 주도의 수동적 사업은 성공 사례가 드문 만큼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와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바탕으로 사업이 내실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윤철남 위원은 ‘전통공예 청년 승계자 특별 지원 사업’을 언급하며, 전통공예 계승 인원이 점차 감소하는 현실을 우려했다. 이에 윤 위원은 단순 지원을 넘어 청년 발굴과 맞춤형 컨설팅 등 장기적 관점의 계승 기반이 마련될 수 있도록 도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이춘우 위원은 2026년 제1회 추가경정 예산안에 부서별로 3~4건씩 신규 사업이 포함된 것은 예산 편성에 문제가 있다며, 필수 사업은 당연히 추진해야 하지만 본예산 편성 단계에서부터 계획을 면밀히 세워 추경 시 신규 사업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예전의 방식 그대로 사업을 답습하는 문화는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업 위원장은 “지난 2년간 위원님들의 열정과 헌신, 그리고 관계 공무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로 많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말하며 “새롭게 구성될 제13대 문화환경위원회 역시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회의를 마무리했다.
  • 李대통령 “작은 차이 넘어 힘 모아달라…집권자의 자리는 무한 책임”

    李대통령 “작은 차이 넘어 힘 모아달라…집권자의 자리는 무한 책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작은 차이를 넘어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세계시민의 이상국가,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향해 조금 더 힘을 내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현실경제는 물론 국가경쟁력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면서 “모두 국민 여러분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세계를 선도하며 세계 각국의 세계인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의 목적은 집권 자체를 넘어, 나라의 운명과 5000만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것”이라며 “집권자의 자리는 빼앗아 누리는 행복의 기회가 아니라, 위임받은 무한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당청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당정 관계는 하나이면서 또 하나이기도 하다. 엄청난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더 잘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답한 바 있다. 또 당권 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에 대해 “전쟁이 아닌 경쟁이었으면 좋겠다”고 언급하는 등, 당 안팎의 정치 갈등에 대해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 [마강래의 도시 톡] 전남광주특별시, 통합의 본보기 되려면

    [마강래의 도시 톡] 전남광주특별시, 통합의 본보기 되려면

    지금 이 순간에도 지방의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기업들도 지방을 선뜻 선택하지 않는다. 지역의 경제적 활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도시물리학에서 말하는 ‘스케일의 법칙’에 따르면, 도시는 커질수록 1인당 인프라 비용은 줄고 경제적 기회는 더 빠르게 늘어난다. 수도권은 이 ‘눈덩이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사람이 모이고, 일자리와 놀거리가 늘며, 창업이 활발해지고, 다시 좋은 일자리가 생기는 선순환이 작동한다. 거대한 흡인력을 가진 수도권에 맞서려면 지방도 그에 걸맞은 체급을 갖춰야 한다.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울산은 큰 도시이니 충분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이미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가 된 수도권 체급을 당해내기 어렵다. 이 문제의식이 ‘5극 3특’ 공간전략의 출발점이다. 지방의 개별 도시들이 흩어져 경쟁하는 방식으로는 수도권의 압도적 집적 효과를 따라잡기 어렵다. 인근 지역을 하나의 생활권과 경제권으로 묶어, 지방도 스스로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는 광역권으로 재편하자는 구상이다. 그러나 통합 논의는 지역 정치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기대를 모았던 부울경 메가시티, 대구·경북 행정통합, 충청권 메가시티 구상은 지방선거 국면을 거치며 동력을 잃었다. 새로 선출된 단체장들은 임기 초반 자신의 행정 영토를 지키는 데 민감할 수밖에 없고, 주변 지자체와의 협력보다 경쟁에 더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 광역철도 하나, 도로 하나를 놓을 때마다 노선 갈등과 비용 분담 문제에 막히는 현실도 쉽게 달라지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가운데 광주와 전남이 통합을 확정 지은 것은 뜻밖이면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다. 1986년 광주직할시 승격 이후 행정체계가 갈라졌던 광주와 전남은 이제 약 316만명 규모의 메가시티로 출범을 앞두고 있다. 가장 늦게 출발한 광주·전남 통합이 역설적으로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마지막 불씨를 되살린 셈이다. 성공한다면 다른 지역이 참고할 선례가 되겠지만, 실패한다면 뼈아픈 반면교사로 남을 것이다. 그래서 광주·전남의 선택은 대한민국이 수도권 일극 체제를 넘어설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다. 물론 출범 직후에는 엄청난 실무적 진통이 불가피하다. 행정구역을 합친다는 것은 두 지자체가 별도로 운영하던 법규, 예산, 조직, 인사, 청사, 의회를 모두 재배열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당장 정비해야 할 자치법규만 해도 2500건에 이른다. 광주와 전남의 정책 기준과 복지 혜택도 서로 달라 통합 초기에는 하나의 특별시 안에서도 지역별로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방대한 법규 정비와 입법 작업 속에서 길을 잃어서는 안 된다. 수천 건의 조례를 고치고 행정을 통합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결국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에 있다. 이 대원칙을 놓친다면 행정통합은 서류상의 결합에 그치고 말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행정조직의 단순 결합을 넘어, 두 지역의 강점을 공간적으로 엮어내는 산업전략이다. 광주는 인공지능(AI), 문화, 교육, 연구라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가지고 있고, 전남은 재생에너지, 해양·항만, 넓은 토지라는 하드웨어 자원을 품고 있다. 전남의 그린에너지 위에 광주의 AI 컴퓨팅 역량을 얹는다면, 글로벌 기업들이 주목할 만한 차세대 AI·반도체 밸리를 구축할 수 있다. 나주혁신도시, 광주 첨단산업벨트, 전남 동부권 산업벨트를 선과 면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 초광역적 공간계획이 자치법규 개정의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투자유치 조례, 전력 공급, 토지 이용, 산업단지 지원, 규제 특례도 하나의 패키지로 재설계해야 한다. 광주·전남이 행정통합을 넘어 산업통합으로, 나아가 청년이 머물고 미래 산업이 자라나는 새 권역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넘어서는 길은 행정 재편만으로 열리지 않는다. 정교한 공간전략, 과감한 산업정책, 신뢰에 기반한 거버넌스가 맞물릴 때 비로소 가능하다. 광주·전남통합이 새로운 갈등을 키우는 일이 아니라, 더 큰 상상력과 협력의 기반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도전이 통합을 준비할 다른 지역에게도 따르고 싶은 본보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 선관위 원포인트 개헌? 민주적 기본질서는 상호 존중부터[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선관위 원포인트 개헌? 민주적 기본질서는 상호 존중부터[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직무감찰서 선관위 빼려 한 민주당878건 채용 비리도 별 언급 않다가국민들 지탄에 李 ‘개헌’까지 거론공정 선거 ‘민주주의 충분조건’ 아냐민주공화국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한계 고민하며 더 나은 제도 찾아야22대 총선 민주 50%·국힘 45% 득표‘국민의 뜻 정확하게 반영’한다면 양당 의석수 50대 45 나눠야 마땅李대통령 행정 수반 앞서 국가 원수투표지 부족 대국민 사과부터 하고민주당 그간의 입법 독주 반성해야“헌법이 너무 명징하게 독립기관으로 해놨기 때문에 감시·통제·견제 법 제도를 만들면 위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많다, 필요하다면 여야간에 의견 일치가 된다면 선관위에 대한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유럽 성과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한 말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심각하고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라면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李대통령·민주당 그동안 정반대 행보 문제는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그동안 정반대의 행보를 걸어왔다는 데 있다. 2025년 2월 27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감사원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상 직무감찰이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위헌·위법한 결정이라고 판시했다. 그러자 전용기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2명은 기다리기라도 한 듯 바로 다음 날인 28일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에서 선관위를 제외하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때까지, 그리고 그 후로도, 민주당은 총 878건에 달하던 선관위 채용 비리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원이 선관위를 감사하지 못하도록 법을 고치려고 했다. 대체 민주당은 선관위를 왜 이렇게까지 두둔하고 있는 걸까. 그러다가 선관위가 역대급 부실 행정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자 이 대통령은 비난의 손가락을 정치권 전체로 가리키면서 개헌 카드를 언급하고 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고 도의에도 맞지 않아 보인다. 선관위가 정신을 차리고 정상 작동해야 하는 이유는 선거가 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선거는 민주적인가? 공정한 선거가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인 것은 분명한 사실일지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오히려 선거에만 너무 집중하면 민주주의를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때로는 선거를 앞세운 비민주적 처사, 심지어 폭거가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너무도 도발적인 질문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민주주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많은 이들은 ‘선거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은 제도’라고 답할 것이다. 우리는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고 형식적 민주화를 이룬 것에 대한 큰 자부심을 지니고 사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북한이나 중국 등 명백히 민주주의가 아닌 나라의 반례를 보더라도 그렇다. 선거로 국민의 대표를 뽑는 것은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다. 문제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선거는 민주공화국을 이루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는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오히려 선거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민주주의의 본질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 프랑스 출신으로 뉴욕대에서 정치학을 가르쳐온 민주주의 연구의 대가 고(故) 버나드 마넹의 주저 ‘선거는 민주적인가’를 통해 선거와 민주주의의 오묘한 관계에 대해 살펴볼 때다. “왜 우리는 추첨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스스로를 민주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일까?” 마넹이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를 검토하면서 던지는 질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 고대 그리스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모든 일을 민회에서 모든 사람이 모여 투표나 토론으로 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잠시 자신의 생업을 미뤄두고 공동체를 위한 업무에 종사할 사람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컨대 ‘대의제 민주주의’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나 상황이 있다. 그럴 때 아테네인들이 택한 방식은 후보를 내서 선거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선착순으로 지원자를 받은 후, 그 지원자 중 누가 공직자가 될지는 추첨으로 결정했다. 오늘날의 상식으로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정치라는 어렵고 복잡한 일을 어떻게 추첨으로 뽑힌 ‘아무나’에게 맡긴단 말인가. 하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은 우리의 생각을 보고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정치는 가장 가난한 사람부터 부유한 사람까지, 가장 잘생기고 똑똑한 사람부터 못난 사람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그것을 아무나에게 맡기지 못한다면, 그게 과연 올바른 정치일 수 있는가? ●선거 집착 민주주의 본질 잊을 수도 고대 아테네 사람들에게 “민주정은 결정적인 권력을 비전문가들, 즉 아테네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hoi idiotai)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 부여하는 것”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평범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사람 중 그 누구라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선거란 돈이 많고 기존에 명성이 높은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이상과 거리가 멀다. 선거가 아닌 추첨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는 바로 이런 발상으로 인해 가능했던 것이다. 마넹의 논의는 선거를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선거를 민주주의와 동일시하는 관점, 선거만 있으면 민주주의가 저절로 성립하는 것처럼 바라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함으로써, 보다 나은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다. 선거는 분명 세습보다 낫다. 투표를 통한 민주주의는 투표조차 하지 않는 일당독재보다 국민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선거로 정해진 것이니 그 어떤 의문도 표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선거 근본주의 또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의 형식을 잘 지켜나가되 그 한계를 고민하며 보다 나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열린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마넹의 지적은 그런 면에서 지금까지도 깊은 울림을 지닌다. “선거에 대한 근본적인 사실은 선거가 동시에 그리고 확고하게 평등주의적이고 불평등주의적이며, 귀족주의적이고 민주주의적이라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선거의 귀족주의적 측면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이 측면은 잊혀지거나 아니면 잘못된 원인들 탓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4년 치러진 22대 총선 결과를 되짚어 보자. 선거 직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거대 정당이 가져간 지역구 의석수는 71석이나 차이가 났다. 민주당은 개헌선에 육박하는 175석의 의석을 차지하는 거대 야당이 되었고, 그 후 대선을 치르며 거대 여당으로 거듭났다. 이 결과는 과연 ‘민주적’일까?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그렇다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세부 내역을 뜯어보면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 전국 투표를 종합해 보면 약 50%의 국민이 민주당에 표를 던졌고 그보다 조금 못 미치는 약 45%의 국민이 국민의힘을 뽑았다. 만약 민주주의가 ‘국민의 뜻’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라면 양당의 의석수 역시 50대 45로 나뉘고 나머지 5를 그 외의 정당이 차지해야 마땅할 것이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권력 기관간 견제·균형 원칙 지켜져야 민주당은 압도적인 의석수를 바탕으로 그간 관례적으로 제1야당에게 주어졌던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갔다. 시민사회와 법조계의 우려와 반발을 무시한 채 검찰의 기능을 마비시켰고, 이 대통령에게 제기된 공소를 취소하기 위한 특검법 발의를 고집하고 있다. 설령 민주당의 의석이 선거를 통해 주어졌다 한들, 그렇게 얻은 의석을 바탕으로 이렇게 법과 질서를 망가뜨린다면,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닌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은 완벽하지 않다. 선관위뿐만 아니라 선거 그 자체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라는 이상 역시 현실 속에서 얼마든지 왜곡되어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권력 기관 사이에는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민주국가의 시민과 정당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존중하는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없다면 아무리 선거를 치러도 민주주의는 점점 더 멀어질 뿐이다. 이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이기에 앞서 국가 원수다.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국민을 향해 직접 진심 어린 사과부터 해야 한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후반기부터 야당에 법사위원장을 양보하고 그간의 입법 독주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선거는 민주적 기본질서의 중요한 축이지만 그게 전부일 수는 없다.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한 길고 긴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 “1년 전보다 더 큰 책임감… 구로형 기본사회 구체화할 것”[민선 9기 단체장에게 듣는다]

    “1년 전보다 더 큰 책임감… 구로형 기본사회 구체화할 것”[민선 9기 단체장에게 듣는다]

    보궐선거 당선 후 연임 성공 민주당 최초 구로 전체 동서 승리주민 요구 큰 현안엔 주도적 대응낮은 자세로 약속한 변화 이룰 것구로형 기본사회 속도전구로사회서비스재단 ‘촘촘한 복지’일자리 주식회사 만들어 소득 증대서울형 공공산후조리원 조속 추진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보답주민 뜻 따라 주거환경 개선 지원정비사업 갈등 조정 플랫폼 운영차량기지, 정부 계획 반영해 이전 “보내주신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더 낮은 자세로 일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구로구의 전체 동에서 승리한 장인홍(60) 서울 구로구청장은 지난 19일 구청 집무실에서 한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뜨거운 지지와 성원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보수세가 강남 못지않은 수궁동까지 승리하는 등 폭넓은 지지를 끌어내 2025년 보궐선거에 이어 1년 2개월 만에 무난하게 재선에 성공했다. 장 구청장은 “지난 1년이 구정 공백을 정상화한 시기라면 이제는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만들 때”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구정 철학인 ‘구로형 기본사회’의 실행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복지 서비스 확대를 위한 ‘구로사회서비스재단’ 설립, 주민소득 증대를 위한 ‘일자리 주식회사’ 추진 등이다. 초·중·고를 졸업하고 시민사회 활동까지 평생 뿌리내리고 호흡한 구로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는 “첫 출발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두텁게 하는 것”이라며 “기본 틀은 이미 제시됐다. 예산과 정책을 통해 본격적으로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년 전보다 지금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구로차량기지, 정비사업 등 숙원사업의 고삐도 한껏 당길 것이라고 전했다. 이하 일문일답. -1년 만에 또 승리했는데. “뜨거운 지지와 성원을 느낀 시간이었다. 민주당 계열 정당의 구청장 후보가 구로구의 16개 동 전부에서 승리한 것은 처음이다. 수궁동까지 민주당이 처음으로 이겼다(웃음).” -지난 1년, 그리고 선거 운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목소리는. “예전에는 얼굴 보기 힘들었던 구청장을 자주 만나서 반갑다는 얘기가 많았다. ‘빠르게 답이 오고 실현이 되어 좋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분이 적지 않았다. 물론 주민 요청사항 중에는 실현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하지만 곤란하더라도 솔직하게 답하는 것이 행정 효능감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당선 이후 첫 지시에서도 ‘주민 요구가 큰 현안에는 더욱 주도적으로 대응해달라’고 강조했다.” -‘구로형 기본사회’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어떻게 구체화할 계획인가. “첫 출발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두텁게 하는 것이다. 지난 1년이 구정 공백을 정상화한 시기였다면 이제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 때다. 구로형 기본사회의 틀은 이미 제시됐다. 예산과 정책을 통해 본격적으로 구체화할 것이다. 분야별로 다양하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대상포진 예방접종, 장애인 보험, 공공산후조리원 등 성과가 앞으로 나올 것이다. 구로사회서비스재단을 설립해 복지 서비스를 확대하고 일자리 주식회사를 바탕으로 한 주민 소득 증대를 추진할 생각이다. 오랜 염원인 주거 환경 개선도 중요하다. 또한 인공지능(AI)을 행정에 접목해 혁신행정을 만들어 갈 준비도 하고 있다. 100m 격자 단위로 소득 데이터를 확보해 어디에 어려운 분들이 살고 있는지 파악하고 행정과 연결할 수 있는 자료도 만들었다. 특히 주민의 정책 제안을 적극 반영하겠다. 공모전을 통해 접수한 아이디어를 부서의 검토를 통해 사업에 적용하겠다. 무엇보다 ‘행정이 나에게 이익이 되는구나’란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구로사회서비스재단 설립을 추진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모티브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설립한 서울사회서비스원이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통합 관리해 질을 향상할 수 있는 모델이었다. 기존 희망복지재단의 기능을 확대, 강화할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쯤 문을 열 것으로 기대한다. 일자리 주식회사는 구로형 일자리 플랫폼이다. 공공서비스와 일자리를 연결하는 기본 기능에 더해 기업을 직접 찾아 일자리를 발굴하는 역할도 한다. 용역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추진할 예정이다.” -공약이었던 공공산후조리원에 관한 관심도 높은데. “오류동 326-16 일대 특별계획구역 기부채납 시설에 서울형 공공산후조리원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출산 가정의 돌봄 부담을 더는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던 와중에 서울시의 제안이 왔다. 올해부터는 산후조리 비용 지원도 확대했다. 첫째 100만원, 둘째 120만원, 셋째 150만원이다. 출산·양육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 어르신, 장애인 등 생애주기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복지 안전망을 만들겠다.” -노후 주택가 정비는 서울 서남권의 공통 관심사다.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시의 전반적인 재개발·재건축 정책은 (오세훈 시장의) 지난 4년과 비슷하게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구로의 신속통합기획, 모아주택 사업을 주민 뜻에 맞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구청이 나서서 주거환경 개선을 해달라는 요청이 많다. 그런 열망을 좀 더 빨리 예민하게 받아서 최대한 지원하겠다. 다만 인건비, 건축비 상승으로 정비사업 여건이 예전 같진 않다. 분담금이 정해진 이후의 주민 찬반이 ‘진짜 찬성’ ‘진짜 반대’ 숫자라고 봐야 한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원단, 구로형 정비사업 갈등 조정 플랫폼을 더 내실 있게 운영할 생각이다. 관심 있는 분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정비사업 아카데미도 강화한다.” -구로차량기지는 어떻게 되나. “이전이 목표다. 5차 국토철도망 계획에 반영해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구로구는 용역을 통해 대체안을 마련해서 시와 국토교통부에 제안을 했다. 이미 민관정 협의체에서 주민 서명을 받아 국토부 장관에 전달했다. 이전이 어려울 경우를 가정해 대안을 말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철도 지하화 특별법상 경인선과 경부선은 지하화 대상이다. 철도 지하화는 차량기지 이전을 전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구로에 대한 애정이 공약에서 묻어나더라. 어떻게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게 됐나. “대학에 다닐 무렵에는 졸업 후 노동 운동, 사회 운동에 투신하는 흐름이 있었지만 가정 형편상 졸업 이후 현대자동차에 취업했다. 5년 동안 낮에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퇴근해서는 구로공단에서 노동자 지원 활동을 병행했지만 쉽지 않았다. 1990년대 구로공단 쇠퇴 이후 지역에 새로운 사회운동의 맹아를 틔울 필요가 있다고 느낀 분들과 함께 ‘구로시민센터’를 만든 게 시작이었다.” -무대를 마다하지 않는 ‘노래하는 구청장’으로 유명한데. “이렇게 노래하게 될지 몰랐다.(웃음) 지난해 동네 축제 무대에서 우연히 노래를 한 곡 했는데 소문이 났다. 요즘에는 신곡을 발표해달라는 요청까지 있다. 구청장이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라 언제든지 기회가 될 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사실 노래와 관련 있는 인생은 아니다. 2000년에 천주교 세례를 받고 성가대 활동을 한 것이 전부다. 그래서인지 트로트도 성가대식으로 부른다.” -구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다시 구정을 맡겨주셔서 감사하다. 더 잘하라는 격려이자 약속한 변화를 반드시 만들어내라는 당부라고 생각한다. 보내주신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더 낮은 자세로 열심히 일하겠다. 보궐선거에서 이겼던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앞서 보여드린 청사진을 실천하고 현실로 만들어가도록 하겠다.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장인홍 구청장은 1966년생. 3세 때 이사와서 초중고(동구로초-구로중·고)는 물론, 삶의 대부분 기간을 구로에 뿌리 내리고 살았다. 서강대(경영학과)에서 학생운동을 했고, 졸업 이후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뒤로도 밤에는 구로공단 노동자를 지원하는 활동을 병행했다. 이후 현대차를 그만두고 구로시민센터 지방자치위원장을 맡아 지역 시민사회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고, 2002년 지방선거부터 무소속으로 구의회 문턱을 두드렸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공천으로 제9·10대 서울시의원을 지냈고, 교육위원회에서 6년간 활동하면서 교육위원장(2018~2020년)을 역임했다. 지난해 구로구청장 보궐선거로 당선됐고 6·3 지방선거에서 득표율 58.75%로 무난하게 재선에 성공했다.
  • “인구 감소기, 도시계획 목표는 성장 아닌 재설계… 건물 줄일 수 있게 지어야”

    “인구 감소기, 도시계획 목표는 성장 아닌 재설계… 건물 줄일 수 있게 지어야”

    저인구 핵심 과제는 ‘축소의 관리’ 부동산 남아돌고 에너지는 부족대도시보다 지역 단위 생활 중요 “의자 10개 있었는데 5개로 줄어들었다면 남은 5개에 맞춰 사회를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지난 18일 일본 교토대에서 만난 모리 토모야(59) 교토대 경제연구소 교수는 인구 감소 시대를 ‘의자 뺏기 게임’에 빗대며 이렇게 설명했다. 줄어드는 인구를 다시 늘리겠다는 목표만으로는 사회를 유지하기 어렵고 남겨야 할 지역과 기능을 골라 질서 있게 재편해야 한다는 의미다. 도시경제학·공간경제학 분야의 권위자인 모리 교수는 100년 후인 2120년 일본 인구가 에도시대(17~19세기) 수준으로 줄어들고, 도시 가운데 도쿄와 후쿠오카만 번창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예측을 내놓으며 학계와 정책 현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인구 감소 시대의 핵심 과제에 대한 답을 성장보다 ‘축소의 관리’에서 찾았다. 모리 교수는 “무엇을 살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줄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인구가 줄어들면 적은 사람이 더 넓은 지역의 인프라 유지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시점이 오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을 “일본보다 먼저 미래에 도착한 나라”라고 규정했다. 모리 교수는 일본이 오랜 기간 추진해 온 지방창생 정책과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언급하며 “신칸센과 고속도로를 놓으면 지방이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교통망이 좋아질수록 사람과 기업, 서비스가 지방으로 퍼지는 것이 아니라 중심도시로 빨려 들어갔다”고 말했다. 교통망이 개선될수록 중심도시가 사람과 자본, 산업 기능을 빨아들이는 이른바 ‘빨대 효과’(Straw Effect)다. 그는 이러한 현상이 한국에서는 더욱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모리 교수는 “서울과 부산의 거리(427㎞)를 일본에 대입하면 도쿄와 나고야 정도에 해당한다”면서 “한국에서는 어디에 있든 서울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구조”라고 했다. 이어 “인구가 감소할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일자리와 서비스를 찾아 중심도시로 이동하게 된다”면서 “일본보다 국토가 작은 한국은 더 강한 서울 일극 집중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과거에는 인구 감소를 전제로 어떤 도시를 남기고 어떤 도시를 정리할 것인지 고민했지만 최근에는 도시보다 에너지 문제가 더 중요한 변수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모리 교수는 “지금은 땅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인구가 감소하게 되면 결국 부동산은 남아돌게 될 것”이라면서 “오히려 부족해지는 것은 에너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과 도쿄처럼 사람들이 밀집해 사는 대도시 자체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아이폰이나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서비스를 누리는 지금의 도시 생활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는 체계 위에서 가능했던 것”이라면서 “앞으로 이런 생활을 계속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지금보다 훨씬 적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규모를 키우면 효율이 올라간다고 생각했지만 그 모델 자체가 석유 가격 상승에 취약하다”면서 “앞으로는 지역 단위의 생산과 소비, 자급자족에 가까운 생활 방식이 다시 중요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인구 감소 시대에 도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모리 교수는 “도시계획의 목표는 성장(growth)이 아니라 재설계(reshape)”라고 강조했다. 출산율 반등 여부와 별개로 인구 감소를 전제로 사회와 도시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지금 수준의 에너지 가격을 전제로 하면 최소한의 생활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구는 대략 3만명 정도”라면서 “응급병원과 산부인과, 슈퍼마켓, 고등학교 등을 유지할 수 있는 인구 3만~5만명 규모의 생활권이 현실적인 단위”라고 말했다. 이어 “인구는 줄어드는데 건물은 남는다”면서 “크게 짓는 것보다 줄일 수 있게 짓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인구 감소를 막으려면 출산 장려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할 수도 있고 특히 부부 관계는 더 유연하게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프랑스와 북유럽 국가들의 사실혼 제도와 다양한 가족 형태를 예로 들면서도 “이런 제도를 도입해도 출산율이 인구 유지 수준까지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출산율 반등만을 기대하기보다 인구 감소를 전제로 도시와 산업, 가족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 달걀 1개 500원 넘었다… 때 이른 더위에 밥상 물가 비상

    달걀 1개 500원 넘었다… 때 이른 더위에 밥상 물가 비상

    최근 달걀 가격이 무섭게 올라 한 알당 처음으로 500원을 돌파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이른 더위까지 찾아오면서 ‘에그플레이션’(달걀+인플레이션)이 현실화했다. 달걀과 함께 폭염에 취약한 농축수산물 가격도 덩달아 오르면서 올여름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21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특란 10구 평균 소비자 가격은 지난달보다 14.3% 오른 5224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부터 3900원대로 올라선 달걀 가격은 지난 4월 4476원으로 12.2% 껑충 뛴 이후 2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다. 2022년 특란 10구 소비자 가격 조사 시작 이후 5000원을 넘어선 건 처음이다. 닭고기(육계) 가격도 가파르게 올랐다. 이달 육계 가격은 전년 대비 19.3% 오른 ㎏당 6644원을 기록했다. 육계 가격은 2월 5900원대에서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달걀과 닭고기 가격이 오른 원인은 지난겨울 발생한 AI 영향이 크다. AI 확산을 막으려고 농장들이 산란계를 살처분하면서 달걀 공급이 줄어 가격이 뛰었다. 전체 산란계의 20%인 1135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다른 농축수산물의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이달 한우(안심) 가격은 전년 대비 15.7%, 돼지(삼겹살) 가격은 6.9% 올랐다. 대파 ㎏당 소매가격은 2827원으로 지난해 6월 2388원에서 18.4% 올랐다. 대표적인 여름 과일인 수박 한 통은 2만 4292원으로 지난해보다 8.9% 비싸졌다. 수산물 중에서는 수입산 염장 고등어 1손당 소매가격이 1만 803원으로 지난해 6월보다 26.5% 올랐다. 최근 농축수산물 가격이 상승한 배경에 기후변화가 있다. 올해 서울 지역 첫 폭염주의보는 지난해(6월 30일)보다 12일 이른 지난 18일 발령됐다. 기온 상승은 농작물 생육 저하와 가축과 양식 수산물 폐사로 이어진다. 더위가 물가를 끌어올리는 ‘히트플레이션’(열+인플레이션)이 올여름 닥쳐올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과 집중호우 등 기상재해 발생 가능성이 커지자 ‘여름철 농축산물 수급안정대책반’을 구성하고 본격 물가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미국산·태국산 달걀을 다음달까지 매주 448만개 이상 총 2112만개를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높아진 달걀값이 제과·제빵, 외식업 등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다음달 15일까지 정부 비축 수산물 최대 8000t을 시장에 공급한다.
  • 반도체 호황이 집값 자극할라… 靑 “보유·양도세 정상화해야”

    반도체 호황이 집값 자극할라… 靑 “보유·양도세 정상화해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과급과 주식시장 유동성이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돼 집값을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부동산 세제 강화’ 방침을 못박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 실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서 “성과급이 지급되고 임금 인상이 현실화하고 수출 대금이 국내로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진다”면서 “과거를 돌아보면 이런 돈은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경향을 반복해 왔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어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이번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명품 소비가 살아나고 선호 지역의 부동산 매수 심리도 다시 꿈틀거릴 수 있다. 진짜 고비는 연말과 내년 초”라고 덧붙였다. 김 실장의 메시지는 재정경제부가 다음달 말 발표하는 세제개편안에 대한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이자 군불 때기용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그간 ‘보유세 인상’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꾸준히 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엑스(X)에 한국보다 실효세율이 높은 선진국 주요 도시의 보유세를 보도한 기사를 공유하며 “저도 궁금했습니다”라고 적었다. 국무회의에서는 “부동산 세제는 최후의 수단으로 반드시 써야 하는 상황이 되면 써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 4월에는 X에서 “직장 등을 이유로 일시적으로 비거주한 실주거용 1주택 등 정당한 보유주택 외에 투자 투기용 부동산의 보유 부담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면 버틸수록 손실이 되겠지요”라며 보유세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의 부동산 보유세·양도세 조정 발언을 사실상 ‘증세 신호탄’으로 규정하고 그의 경질을 요구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고금리·고환율·고물가는 성공의 비용’이라는 망언을 일삼고 선거가 끝나자마자 보유세·양도세 인상을 시사하며 국민에게 혼란을 안기고 있는 김 실장부터 경질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교묘한 말장난으로 포장했을 뿐 본질은 국민의 지갑을 겨눈 ‘증세 예고편’일 뿐”이라며 “김 실장은 그간의 정책 실패와 오만한 발언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했다. 김재섭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부동산을 대하는 시각이 여전히 규제와 징벌적 과세라는 철 지난 도그마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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