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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경화 장관, 대북제재 상충발언 논란, 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대북제재와 관련한 최근 발언이 ‘완전한 비핵화 시 일괄적 대북제재 해제’와 ‘실질적 비핵화에 따른 단계별 제재 완화’라는 두 가지 입장을 동시에 밝힌 것으로 해석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강경화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미국도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면 완전한 제재 해제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제시한의 일괄타결론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이 ‘비핵화를 이행하는 데 있어서 미국의 상응 조치로 단계별로 제재를 완화하는 안이 이번 협상에서 죽어버렸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의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미국이 비핵화의 상응 조치 중 하나인 대북제재 완화를 단계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튿날인 19일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현재로서는 완전한 비핵화시 완전한 제재 해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 문제는 북한이 얼마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느냐에 달려있는 문제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충된 발언에는 북미가 일괄타결에 이르더라도 비핵화 조치와 대북제재 해제 등의 이행은 단계적으로 할수 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이 현재는 강경한 입장에서 일괄타결과 선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협상의 전개에 따라 상황이 다소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시각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일괄타결론은 ‘선 비핵화 후 보상’의 리비아식 모델이 아니라, 한 번에 선언적으로 합의한 뒤 이를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방안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하노이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북한의 조건을 묻자 ‘협상에 관련된 것이어서 명확하게 말하기 힘들다고’ 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각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까지 대북제재는 한치도 나갈 수 없다는 프레임에서만 강 장관의 표현을 해석하는 것 같다”며 “제재의 단계적 완화나 일괄적 해제를 구분한 게 아니라, 대북제재 완화는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에 따라 결정된다는 의미로 상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나경원 “반민특위가 국론 분열”…역사왜곡 넘어선 ‘극우결집’

    나경원 “반민특위가 국론 분열”…역사왜곡 넘어선 ‘극우결집’

    4월 재보선 염두 극우세력 결집 위한 ‘막말화법’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이 잘 됐어야 했지만 (반민특위가) 결국 국론분열을 가져왔다”고 주장하면서 정치권에 ‘친일 청산’ 프레임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14일에도 ”해방 뒤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을 모두 기억하실 것이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밝힌 ‘친일 잔재 청산’ 발언에 대한 한국당 측의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 대표의 발언은 국민의 인식과 동떨어진 역사왜곡이자 망언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반민특위, 친일청산 기치 내걸고 221명 검찰 송치 반민특위는 일제 식민지 시대 친일파의 반민족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고자 1948년 설치한 특별위원회다. 하지만 이승만 정부와 친일 경찰의 조직적인 방해로 이렇다할 활동 없이 1년여 만에 와해됐다.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로 꾸려진 제헌국회는 같은 해 9월 7일 반민족행위처벌법을 통과시켰다. 8·15 광복 뒤 우리 민족의 지상과제인 친일파 척결을 이뤄 내 민족 정기를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이 법은 1905년 을사늑약 체결 전후부터 1945년 해방 때까지 일제에 협력했거나 항일 독립운동가를 살해·위협한 조선인을 처벌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반민특위는 반민족행위처벌법에 따라 10월 23일 국회의원들이 추천한 10명의 위원(임기 2년)을 선출했다. 위원장에는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 등을 지낸 김상덕(1891~1956)이, 부위원장에는 훗날 최초의 민선 서울시장이 되는 김상돈(1901~1986)이 뽑혔다. 반민특위는 국회 안에 특별조사위원회(친일파 조사)와 특별검찰(기소·송치), 특별재판소(재판)를 설치했다. 곧바로 특별경찰대를 꾸려 반민족행위자 7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서 이듬해 1월부터 검거에 들어갔다. 모두 559건(221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282건, 경기 32건, 황해 26건, 충남 25건, 충북 26건, 전남 27건, 전북 35건, 경남 50건, 경북 34건, 강원 19건이다. 대표적 친일반민족행위자로는 일제시대 악질기업가이자 화신백화점 소유주였던 박흥식(1901~1994)과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몬 최남선(1890~1957)·이광수(1892~1950), 여제자들에게 정신대 참여를 독려한 김활란(1899~1970) 등이다. ●미 군정·이승만·친일경찰 반발로 1년 만에 유명무실화 그러나 친일청산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우선 1945년 해방 직후 미 군정이 남한 지역을 통치하면서 한국인들의 정치활동을 금지했다. 반민족행위자를 척결할 가장 좋은 시기를 놓쳤다. 미 군정은 남한에 반공국가를 세워 소련으로 대표되는 공산세력의 확장을 막아내려고 했다. 이들은 친일파의 역할에 주목했다. 민족의식 없이 강자에게 의지해 자신의 삶을 영위해 온 이들이라면 미 군정에도 마찬가지로 충성할 것으로 생각해서였다. 친일파의 청산은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일이 돼 버렸다. 또 미 군정은 자신 이외의 어떠한 정부 활동도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는 임정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김구(1876~1949)로 대표되는 임정 세력은 미 군정 규정을 어기고 임정을 사실상의 정부로 간주하려고 해 양측 간 갈등이 컸다. 이 과정에서 미 군정은 일제시대 통치 구조를 부활시키고 친일파를 대거 등용했다. 1948년 7월 20일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이승만(1875~1965) 역시 미 군정의 통치구조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친일파는 이승만 정권 유지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임정 세력은 더욱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이승만은 정치적 라이벌인 김구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고자 친일파를 처단하기 위한 반민특위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우선 친일경찰의 상징인 노덕술(1899~1968) 등이 독립운동가 겸 살인청부업자 백민태(생몰연대 미상)를 고용해 반민특위 요인들을 암살하려고 했다. 하지만 백민태가 자수해 미수에 그쳤다. 1949년 6월 국회 부의장 김약수(1890~1964)와 노일환(1914~1982), 이문원(1906~1969) 등 진보성향 의원들이 외국군대(미국·소련) 철수와 남북정치회의 개최를 요구하는 평화통일방안 7원칙을 제시했다. 당시 북진통일론을 주장하던 이승만 정부는 “이들이 남조선로동당(남로당) 공작원과 접촉해 정국을 혼란시키려 했다”며 김약수 등을 체포했다. 이것이 ‘국회 프락치사건’이다.이 사건 직후 시민단체 ‘국민계몽회’ 회원 수백명이 반민특위 사무실에 몰려와 “반민특위에서 암약하는 공산당을 숙청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특위에서 서울 중부경찰서에 도움을 청했지만 경찰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위는 이승만 대통령에게 항의하고 시위 배후로 지목된 서울시 사찰과장 최운하(생몰연대 미상) 등을 반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그러자 경찰이 반격에 나섰다. 반민특위 사무실을 습격해 특경대원 35명을 체포하고 사무실 서류와 집기도 압수했다. 때맞춰 서울시경 9000여명이 반민특위 간부 교체와 특경대 해산을 요구하며 집단 사표를 제출했다. 이승만은 “경찰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현실론을 명분삼아 반민특위 압박을 강화했다. ●반민특위 실패로 친일파가 대한민국 지배세력으로 군림 이 때부터 반민특위 활동은 빠르게 위축됐다. 1949년 7월 법무부 장관에서 돌아온 이인(1896~1979) 의원이 반민법 공소시효 단축을 골자로 하는 정부개정안(반민법 2차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 의원은 독립운동가 출신임에도 “민족분열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반민특위에 내내 부정적이었다. 결국 김상적 위원장 등 특조위원 전원이 개정안에 반대하며 사임했다.그나마 특조위에서 구심적 역할을 하던 위원들의 사퇴하자 친일 비호세력을 주축으로 새로운 특위가 구성됐다. 이로써 반민특위 활동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기소된 친일 인사 가운데 재판을 마무리한 이는 불과 38명으로, 그나마도 전원이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나 실제 처벌받은 반민족행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친일파 청산에 대한 국민적 염원에도 당시 이승만 정부의 조직적 방해 때문에 반민특위 활동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는 2019년까지도 친일세력이 우리 사회의 지배세력으로 군림하는 길을 열어준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4·3 재보궐 선거 노려 극우세력 결집 의도 반민특위 실패는 지금까지도 한국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나 대표가 이와 같은 주장을 하는 이유는 다분히 정략적인 계산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4·3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태극기부대’로 불리는 극우 보수세력의 결집을 노려 ‘트럼프식 막말화법’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선거 승리를 위해 제1야당 원내 대표가 왜곡된 역사관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표를 모으려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행동이라는 반응이 많다. 민주당은 “나베 경원”(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이름에 나경원 원내대표의 이름을 합친 비난) 등으로 나 원내대표를 비난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대전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런 망언이 계속되고 있기에 한국당을 극우 반민족당이라고 이야기하고, 나 원내대표 이름이 ‘나베 경원이라는 이야기가 계속되는 것 아니냐”며 “이런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면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나 원내대표가) 괜히 자위대 행사에 참석한 게 아니었다”며 “한국당 국회의원 나경원은 토착왜구란 국민들의 냉소에 스스로 커밍아웃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을 분열시킨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친일파들이었다”며 “실패한 반민특위가 나경원과 같은 국적불명의 괴물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반민특위가 이승만 정권의 훼방과 탄압으로 인해 친일부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것이 한국 현대사의 비극임은 누구나 다 잘 아는 사실”이라며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한국당이 친일파의 후예임을 고백한 것과 진배 없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뉴스AS] ‘숨 막히는 재난’ 미세먼지… 中만 보지 말고 특단 대책 세워라

    [뉴스AS] ‘숨 막히는 재난’ 미세먼지… 中만 보지 말고 특단 대책 세워라

    잦은 미세먼지로 한반도의 대기질이 ‘시계(視界) 제로’ 상황에 놓였다. 지난 13~15일에는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었다. 정부가 해마다 저감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체감도가 떨어진다. “미세먼지보다 추운 게 낫다”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다. 원인을 둘러싸고 중국과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2일 “미세먼지를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25일 서해상에서 미세먼지 저감 효과 분석을 위한 ‘인공 강우’ 실험도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2022년까지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목표치인 17㎍/㎥로 줄이려면 지금보다 훨씬 강화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겨울철 한파 후 대기질이 나빠지는 ‘삼한사미’(三寒四微)가 고착화되고 있다. 지난 13~15일에는 처음으로 수도권에 사흘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최고 농도 기록도 경신했다. 서울의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았던 날은 2018년 3월 25일 99㎍/㎥였으나 14일 129㎍까지 치솟았다. 같은 날 오후 5시 서울에선 151㎍까지 측정되기도 했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국내 대기질은 개선과 악화의 양면이 읽힌다. 최근 3년간 전국의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6년 26㎍/㎥에서 2017년 25㎍, 지난해 23㎍으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서울의 농도는 27㎍, 26㎍, 24㎍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평균 농도가 높았던 지역은 오히려 충북(27㎍)과 전북(25㎍)이었다. 초미세먼지 ‘나쁨 이상’(35㎍ 이상) 일수도 전국 평균 59일, 수도권 72일, 서울 61일로 전년 대비 각각 1~6일 줄었다. 반면 대기질 악화가 수도권이 아닌 전국적인 상황으로 확산됐다. 지난해 충북은 나쁨 이상 일수가 102일로 가장 많았고 전북(87일), 경북(77일) 등도 평균을 초과했다. 17개 시·도 중 전년보다 나쁨 일수가 증가한 지자체가 7곳이나 됐다. 특히 겨울철인 1~3월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15~2016년 30㎍이던 전국 평균 농도가 2017년 32㎍, 2018년 31㎍으로 오히려 악화됐다. 나쁨 이상 일수도 2015년 23일, 2016년 29일, 2017년 32일, 지난해 33일로 늘어났다. 사흘 중 하루꼴로 대기질이 안 좋았다는 얘기다. 중국의 대기질 개선과 국내 저감 노력으로 배출량이 감소했는데도 고농도 발생 빈도가 증가한 원인으로 기후변화 영향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27일 “겨울철 시베리아 찬바람이 약해지고 대기 정체로 오염물질의 체류 시간이 늘면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이 늘고 있다”며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스모그로 농도가 높아지는 현상도 나타난다”고 우려했다. 정부 관계자는 “자동차 배출가스 증가와 이상 기후가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대책 효과를 상쇄시키고 있다”며 “대기질 개선을 위해서는 배출가스를 더 줄여야 하는데 결국 화력발전과 경유차에 대한 강력한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주 배출원은 전국 지역에선 사업장과 발전소, 수도권에선 경유차가 꼽힌다. 그러나 경제·산업, 국민 생활 등과 복잡하게 얽혀 있어 수위 조절이 어렵다. 대책은 나오고 있지만 예외사항도 적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도 “미세먼지 저감 카드는 다 제시했지만 다 쓴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루아침에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7일 시행된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의 초미세먼지 하루 배출량(147t)의 4.7%(6.8t)를 감축했다.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에 따른 감축이 평시 대비 37.3%(1.5t)였다. 공공기관 차량 2부제 감축량(1.6t)을 포함하면 감축률이 46%(3.1t)였다. 또 화력발전소 11기에 적용한 ‘상한 제약’을 통해 2.3t을 줄였다. 수도권에서 노후 경유차와 화력발전 제한에 따른 저감량이 전체의 80%(5.4t)를 차지했다. 그러나 미세먼지 우려와 각종 규제에도 경유차 선호도는 바뀌지 않고 있다. 건강을 걱정하면서 미세먼지 배출원을 고려하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다. 2011년 36.3%이던 경유차 비중이 2017년 42.5%(958만대)로 높아졌다. 2015년에는 처음으로 신규 자동차 등록에서 경유차가 휘발유차를 추월했다. 정부 관계자는 “경유차 퇴출 ‘시그널’을 보냈지만 민간과 산업계를 동요시킬 동력으로 부족한 것 같다”면서 “유럽처럼 경유차 생산 중단을 공식화하고 매년 친환경차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의 적극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석탄발전 대책도 ‘엇박자’다. 탈원전 영향으로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석탄발전 가동률이 되레 상승했다. 국내 석탄발전 가동률은 2016년 36%에서 2017년 43.1%로 상승했고 지난해에도 40%대를 유지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2~14일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한국은 ‘기후 악당’으로 불리며 국제 환경단체로부터 지탄을 받기도 했다. 산업부가 오는 4월부터 환경비용을 반영하는 ‘환경급전’을 도입한다. 유연탄 제세부담금이 ㎏당 36원에서 46원으로 오르는 반면 액화천연가스(LNG)는 ㎏당 91.4원에서 23원으로 내린다. 2017년 기준 석탄발전소 61곳이 배출한 미세먼지는 2만 6612t으로 LNG 발전소 167곳 배출량(560t)의 47.5배에 이른다. 발전 비용이 낮다 보니 석탄발전은 ‘상한 제약’이 적용됐음에도 가동률이 90%에 달했지만 LNG 발전은 30~40%에 머물고 있다. 당장 석탄 사용을 줄이는 게 어렵다면 세금 인하와 함께 LNG 사용을 늘리고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때 석탄발전 쿼터를 축소하는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송찬근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그동안 경제·산업 논리에 밀려 우선순위를 따지고 시기 조절이 불가피했던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동시적이고 전방위적인 대책이 도입돼야 저감 효과를 높일 수 있고 시기 단축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미세먼지 대책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은 중국 대응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포함해 그동안 국내외 조사에서 평시 미세먼지 발생의 중국 비중이 약 34%로 분석됐다. 고농도일 때는 60~70%로 올라간다. 국민들은 우리 정부가 국제소송을 비롯해 중국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은 한·중 협력 확대와 국내 저감 노력을 주문한다. 중국이 미세먼지 발생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기에 자칫 공조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월경성’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국가 간 배상 사례가 없어 외교적 교섭을 통한 문제 해결이 낫다는 판단이다. 중국의 저감 대책에 성과도 있어 분쟁을 통한 ‘실익’이 없다는 현실론도 반영돼 있다. 지난 22~23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 환경협력 국장회의에서 의미 있는 협의안이 나왔다. 미세먼지 조기경보체계 구축과 하반기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동북아 장거리 대기오염물질(LTP) 연구 요약보고서 발간을 확인했다. 중국은 10일 전 미세먼지를 예보하고 3일 전 예·경보를 발령하는데 신뢰도만 확인되면 국내에서 이를 사전 활용할 수 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與 때아닌 ‘순혈주의’ 논란

    與 때아닌 ‘순혈주의’ 논란

    ‘입·복당’ 불허에 비문들 공개 비판 박영선 “순혈, 축적되면 발전 저해” 총선 앞두고 계파 간 대결 시각도더불어민주당에서 때아닌 순혈주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무소속 손금주·이용호 의원의 민주당 입·복당이 불허된 데 이어 이해찬 대표가 총선을 겨냥한 인위적 합당이나 정계개편 가능성을 차단하고 나서자 비문(비문재인)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판적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박영선(서울 구로을·4선)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손·이 의원의 민주당 입·복당 불허 기사를 링크하고 “순혈주의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축적되면 때때로 발전을 저해할 때도 있다”며 “지금부터 민주당은 순혈주의를 고수해야 할 것인지 개방과 포용을 해야 할 것인지 겸손하게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순혈주의는 역사적으로 보면 개방과 포용에 늘 무릎을 꿇었다”며 “로마가 천 년 지속될 수 있었던 힘도 곧 개방과 포용 그리고 공정이었다”고 했다. 앞서 전날 우상호(서울 서대문갑·3선) 의원도 “자유한국당이 전당대회를 계기로 결집하고 있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지만 부정적 평가도 만만치 않다”며 “이에 맞서기 위한 민주당의 전략이 명확하지 않다. 손·이 의원의 입당을 불허한 근거가 순혈주의로 흐르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이 대표와 박·우 의원 간 이견을 순수하게 보면, 당의 진로에 대한 의견 차라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인위적 정계개편에 부정적인 여론에 충실히 따르며 명분을 중시하는 입장인 반면 두 의원은 우군을 불리는 게 유리하다는 현실론을 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두 의원이 비문계 수도권 다선 의원이라는 점을 들어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일찌감치 친문과 비문 간 계파 대결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가 비문 세력의 입당을 원천봉쇄함으로써 당내 비문을 위축시키고 친문 위주로 공천을 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비문 의원들이 반발에 나섰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차기 총선 불출마를 이미 선언한 이 대표가 내년 총선 공천에서 수도권 다선 현역의원을 대폭 물갈이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한국당, 조직위원장에 여성·정치신인 대거 발탁… ‘신선한 변화’ 지적도

    한국당, 조직위원장에 여성·정치신인 대거 발탁… ‘신선한 변화’ 지적도

    자유한국당이 공개 오디션 방식으로 청년과 여성 등 정치 신인들을 대거 조직위원장으로 선발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던 전·현직 의원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면서 당 내 변화를 예고했다. 13일 한국당 등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치러진 한국당 조직위원장 선정을 위해 진행된 공개오디션이 열렸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 선거구 15곳의 새로운 조직위원장이 선발됐다. 이번 오디션에서 3040청년·여성들이 전·현직 국회의원들을 꺾으며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성남 분당을에서는 정치신인 김민수 한국창업진흥협회장(41)이 현역 비례 국회의원이자 원내대변인인인 김순례 의원(64)을 꺾었다. 강원 원주시을에서도 40대 IT벤처기업가 김대현 스쿱미디어 부사장(41)이 해당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이강후 전 의원(66)에 완봉승을 거뒀다.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던 권영세 전 의원은 용산구 오디션에서 황춘자 전 용산구 당협위원장(66)에게 패배했고, 서울 양천구을에서도 40대인 손영택 변호사(47)가 오경훈 전 의원(55)을 제쳤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이완영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고령·성주·칠곡에선 경북 성주군수를 지낸 김항곤씨(68)가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홍지만 전 의원에게 승리했다. 이 밖에도 충남당진에서는 충남지방경찰청장 출신 정용선씨(55)가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동완 전 의원을 꺾었다. 한국당의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청년, 여성 위주의 신선한 인물이 조직위원장으로 영입돼 환영한다는 평가와 함께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조직 장악력에선 직전 조직위원장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엇갈리고 있다. 한 한국당 원내 관계자는 이날 “당초 취지대로 여성과 신인들이 발탁한 것은 좋은 성과”라면서도 “지역 당협을 이끌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기존 전임자에게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국당은 내달 27일 고양 킨텍스에서 차기 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서울광장] 포용성장, 성공하려면 좌우 극단 논리 깨라/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포용성장, 성공하려면 좌우 극단 논리 깨라/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한국 경제는 지금 암울한 이분법적 진영 논리에 갇혀 있다. 정치권의 좌우 진영 논리의 연장선상이다. 경제 분야가 정치공세의 핵심 이슈가 되면서 묻지마식 마녀사냥으로 변질돼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형국이다. 보수진영은 ‘박정희식 산업화 신화’를 아직도 평가 잣대로 삼고 진보진영은 30년 전 1987년 민주화 당시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보수·진보의 이런 외눈박이식 경제 사고는 공존의 공간을 없애 현실적 해법 도출을 어렵게 한다.최저임금 문제로 촉발된 소득주도성장 논란을 보자. 정부가 정확한 시물레이션 없이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를 서둘러 부작용을 초래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보수진영이 최저임금과 소득주도성장을 ‘악의 근원’으로 몰아가는 것은 본질을 외면한 측면이 있다.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부)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마녀사냥은 정부를 궁지로 모는 효과적 수단인지 몰라도 위기의 본질인 경제구조 취약성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일갈했다. 보수진영의 논리는 우리 시대의 최대 화두인 빈부 격차나 불평등 해소의 해법은 없고 성장만능주의에 가깝다. 대안 제시 없이 국민들에게 퇴장 명령을 받은 보수 10년의 성장정책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제 위기를 증폭시켜 현 정부를 끌어내리려는 정치적 흠집 내기나 다름없다. 일부 진보진영의 경제적 인식 또한 우려스럽다. 그들의 인식은 30년 전 1987년 민주화 시대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노동 대 자본’이라는 이분법적 구도 속에서 강렬한 반(反)재벌적 시각이 투영돼 있다. 광속으로 변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말을 들어 보자. 그는 “진보진영의 개혁 조급성과 경직성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실패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민사회의 내재된 근본주의적 성향에 대한 반성을 촉구한 것이다.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김상조 위원장의 말대로 경제는 현실이다. 실현 가능한 정책을 도출하는 것은 결코 개혁의 후퇴가 아니다. 그동안 남북 평화체체와 사법개혁 등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경제 분야에서 유독 어려움을 겪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복잡하고 어렵다는 반증이다. 이런 맥락에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평가받는 장하준 교수의 현실적 대안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정부·재벌과의 대타협을 통해 대기업은 복지 조성을, 노동자는 파업 자제를 약속하면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지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한국 경제를 살리자는 현 정부의 경사노위 모델과 일맥 상통한다. 하지만 그의 스웨덴식 복지국가론은 보수가 반대하고 그의 재벌용인론은 진보에서 배척당하는 신세다. 그의 저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이명박 정권에서 국방부 금서로 지정될 정도로 진보적 시각을 갖고 있지만 재벌에 대한 시각을 놓고 이견이 있다. 장하준의 재벌용인론은 재벌이 공정한 룰을 지킨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이병찬 강원대 교수 역시 ‘재벌권력이 공동체 구성원으로 응분의 책임을 갖고 헌신하는 조건’으로 사회·재벌 타협론을 지지하고 있다. 장하준은 재벌의 폐해보다 국적 없는 외국 금융자본의 폐해를 더 문제시한다. 재벌 해체로 해외 금융자본에 날개를 달아 주게 되면 국가 경제는 더욱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먹튀 논란을 일으킨 론스타 사태가 대표적이다. 재벌의 실체를 인정하고 국가 경제에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깔려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3년차를 맞는다. 이제 말과 비전 제시가 아닌, 결과로 국민들을 설득하고 신뢰를 얻어야 하는 시점이 왔다. 홍남기 체제 출범과 함께 전면에 등장한 포용성장론에 많은 국민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포용성장은 성장·분배 우선주의에 경도된 좌우 진영 논리를 배격하고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작업이다.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적 경제 모델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현재 공정위를 중심으로 재벌의 황제경영과 왜곡된 지배구조 상당 부분이 잡혀 가는 과정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잡혀 공정경제의 룰이 정립된다면 혁신성장을 위해 재벌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접근법이다. 선비의 시각으로 바라보되 상인의 감각으로 정책을 실행하지 않으면 개혁, 특히 기득권 뿌리가 깊은 경제 분야의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oilman@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양날의 칼, 중국의 ‘돈폭탄’ 외교/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양날의 칼, 중국의 ‘돈폭탄’ 외교/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와중에서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40조 달러(약 4경 5500조원)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시 주석은 얼마 전 ‘제1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서 “시장 개방을 통해 15년간 상품과 서비스 수입이 30조 달러, 10억 달러를 각각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해마다 2조 6700만 달러어치를 수입해야 하는 셈이다. 지난해 수입액은 1조 8420억 달러 정도다.시 주석은 9월에도 아프리카 발전을 위해 600억 달러의 자금 지원 계획을 밝혔다. 이 중 150억 달러는 무상이고 200억 달러는 무이자와 저리의 우대차관이다. 중국 기업들이 1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아프리카개발기금 100억 달러와 수입융자기금 50억 달러도 제공한다. 아프리카 재해 구호를 위해 10억 위안(약 1630억원)을 쾌척하고 식량도 무상 원조한다. 그는 7월 중동에도 대규모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아랍연맹을 위해 20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고 16억 달러를 무상 원조한다. 아프리카와 중동에 약속한 지원액이 900억 달러를 훨씬 넘는다. 중국의 ‘돈폭탄’ 투하는 ‘세계 리딩 국가’라는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무역전쟁의 대미항전 우군을 확보한다는 복안이지만 과거 경험에 비춰 보면 후폭풍이 엄청나다는 게 문제다. 중국은 국공내전과 한국전쟁으로 경제가 피폐화된 1950~60년 아시아·아프리카에 40억 위안을 쏟아부었다. 28억 위안은 무상이고 12억 위안은 무이자나 우대차관이었다. 1958년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40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어 나가는 판국에도 소련에 지지 않으려고 지원에 앞장섰다. 더군다나 1960년에는 대외원조 전담 부서인 대외경제연락국을 신설하기도 했다(프랑크 디쾨터, ‘마오의 대기근’). ‘혈맹’ 북한에 대한 지원도 아낌없다. 1951~65년 대북 지원액은 6억 1350만 달러다. 4억 5000만 달러가 무상이고 1억 5750만 달러는 유상이다. 일제 36년 피눈물의 대가로 받은 대일청구권자금 5억 달러(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보다 많다. 1958~60년에는 방직 염색과 시멘트, 베어링, 진공관 공장 등 29개 프로젝트 건설도 지원했다(진징이·진창이,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미칠 편익비용 분석’).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 2강’인 G2로 불렸다. 2011년 경제 규모가 세계 2위 일본을 넘어서자 중국 내에서는 언제쯤 미국을 앞설지 점치며 한껏 들떴다. 하지만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폭탄에 중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 때문에 중국 내에서 미국과의 전면전은 무모하다는 현실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국이 글로벌 패권을 차지하는 앞날을 기대할 수는 있다. 중국이 지난 40년간 덩치를 키우는 데 성공한 덕분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중국 내부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더미 등 초미의 현안이 산적해 있고, 대국이 갖춰야 할 ‘국량’도 한참 못 미친다. 적어도 지금은 덩샤오핑(鄧小平)이 내건 ‘도광양회’(韜光養晦·능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를 견지해 나아가야 할 때다. khkim@seoul.co.kr
  • 美국무부 ‘느슨해진 비핵화 시간표’ 우려나오자 “목표는 FFVD” 쐐기

    美국무부 ‘느슨해진 비핵화 시간표’ 우려나오자 “목표는 FFVD” 쐐기

    미국 국무부는 27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 협상을 놓고 ”시간 싸움(time game)을 하지 않겠다”고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목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동의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에 쫓겨 부실한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현실론을 표명한 것이 자칫 북한에 대폭 양보한 것으로 비춰져 비핵화의 본질을 흐리고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것을 우려한 것이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북한 비핵화 협상 시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완전히 검증된, 특히 최종적인 비핵화를 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완전히 비핵화하고, 핵 이슈가 다시 떠오르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에 얼마나 오래 걸리느냐’는 질문을 받고 “시간 싸움을 하지 않겠다”며 “2년이 걸리든, 3년이 걸리든, 혹은 5개월이 걸리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어 북·미 협상을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시간 싸움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시간에 얽매여 쫓기듯 협상을 하지 않고, 보다 실질적 비핵화 성과를 달성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느슨한 시간표를 제시함으로써 북한의 시간 끌기를 도와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국무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약속을 어길 경우 종전선언을 취소하고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향한 노력은 완전한 비핵화 진전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하고 한반도에서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현실을 고려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날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2년 안에 핵무기를 제거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달성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도 장기간에 걸쳐 더 많은 조치를 요구하는 다른 접근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진단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일괄타결’ 방식이었던 2005년 9·19 공동성명과 제네바 합의가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서 이번에는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되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작은 합의부터 성공시켜 나가겠다는 방식으로 선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접근방식이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단계적이면서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북한과) 협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통해 김정은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단계적 접근방식과 일치하는 듯 보인다”면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비건 특별대표가 북한과 협상할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유연성을 발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사설] 제 기능 못하는 화해치유재단 해산 당연하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어제도 서울 종로구 옛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가 열렸다. 26년간 계속된 집회였지만 이날의 의미는 각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시사한 것과 겹쳤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화해치유재단이 정상 기능을 못 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혜롭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단은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의 결과물이다. 일본 정부의 출연금 10억엔으로 설립됐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와 국민 감정을 배제한 채 졸속 합의가 이뤄지면서 ‘100억원에 역사를 팔아먹었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최종적이고도 불가역적인’이라는 문구도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문재인 정부가 올해 1월 “위안부 합의의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재단은 민간 이사진이 전원 사퇴한 지난해 말부터 이미 개점휴업 상태다. 일본 정부의 출연금을 우리 예산으로 대체하기 위한 예비비 지출안도 지난 7월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등 합의 정신에 배치된 일본 고위층의 망언까지 계속되는 상황에서 재단의 존립 근거는 희박해졌다. 다만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합의 파기나 재교섭은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가 간 공식 합의를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론을 감안했을 것이다. 정부는 과거사에 대해서는 단호히 조치하면서 대북 문제 등에서는 일본과 긴밀히 협조하는 투트랙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일본의 협조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재단 청산 문제로 분쟁을 야기하는 대신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과 상처 치유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게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의 자세다.
  • ‘라이프’ 이동욱 VS 조승우 서로를 향해 꺼내든 칼날

    ‘라이프’ 이동욱 VS 조승우 서로를 향해 꺼내든 칼날

    ‘라이프’ 상국대학병원이 폭풍처럼 몰아치는 진실에 흔들리고 있다. 3일 방송된 JTBC 드라마 ‘라이프(Life)’에서는 연달아 초강수를 던진 예진우(이동욱 분)와 구승효(조승우 분)의 팽팽한 대립이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치밀한 전개를 빚어냈다. 국회의장 특수활동비 유용 사건의 내부고발자 이정선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밝혀지면서 상국대학병원의 혼란은 깊어졌다. 오세화(문소리 분)는 연락이 두절된 채 사라졌고, 언론은 결과가 뒤집힌 이유를 찾느라 바빴다. 기우이길 바랐던 일도 현실로 닥쳐왔다. 화정그룹 내 입지가 위태로워진 구승효는 예진우, 주경문(유재명 분), 오세화, 이노을(원진아 분)의 면직 처리를 지시했다. 이에 예진우는 “가만히 있으면 사장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해보자는데 해줘야죠”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고민 끝에 예진우와 주경문은 강력한 수를 던졌다. 총괄 사장 파면 해임 발의를 촉구하기로 한 것. 단상 위에 오른 예진우는 총괄책임 직위 해제에 관한 조례 중 총괄책임자가 직무에 관해 부정행위를 했고, 의료진을 임의로 파면할 수 없다는 강령을 위반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경영진의 전횡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재단을 상대로 싸우자는 전면전 선포였다. 더는 가만있을 수 없다는 의견과 무슨 수로 싸우냐는 현실론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해임안 발의로 중지가 모이자 김태상(문성근 분)이 나섰다. 무기 정직 중임에도 오세화를 대신해 권력의 틈을 파고들려는 행동이었다. 무기 정직 처분을 받은 부원장은 자격이 없다고 막아선 예진우는 병원장 결선 투표 차득표자인 주경문을 부원장으로 추천했다. 결국 폭발한 김태상은 “이놈이 나를 심평원에 몰래 가져다 찌른 놈이야”라고 폭로했다. 구승효를 위기로 내몰려던 순간 뜻밖의 진실이 드러나며 예진우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본격적으로 맞붙은 예진우와 구승효의 대결은 물러설 곳 없는 팽팽한 몰입감을 자아냈다. 익명의 힘을 빌려 진실을 밝혔던 예진우는 당당하게 앞에 나서며 진실의 책임을 짊어졌다. 담담하고도 결의에 찬 눈빛으로 해임안 발의를 촉구하는 예진우에게서 달라진 무게감이 엿보였다. 화정그룹 내 입지에 위기를 맞은 구승효는 자신의 능력을 재입증하기 위해 면직이라는 초강수로 맞섰다.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의 전면전은 더욱 날카로운 대립으로 흡인력을 조율했다. 앞서 안개 속에 숨겨져 있던 진실은 긴장감의 절정에서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부검을 설득하며 이정선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예진우 역시 김태상을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위원회에 제보한 내부고발자임이 폭로되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전개가 펼쳐졌다. 각자의 신념과 이해관계에 따라 바뀌는 의료진의 입장과 상황에 따른 대응이 상국대학병원에 휘몰아칠 또 다른 국면을 예고하며 몰입감을 높였다. 한편 ‘라이프’ 14회는 이날(4일) 오후 11시 JTBC에서 방송된다. 사진=JTBC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보수야당서도 장관 뽑겠다”… 文정부 2기는 ‘협치 내각’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 지명 유력 다른 장관은 국회 협상 결과 따라 지목 한국당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제안” 비판 청와대가 23일 ‘문재인 정부 2기’의 키워드를 ‘협치 내각’으로 제시하고, 야당 인사도 각료로 임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적절한 자리에 적절한 인물이면 협치 내각을 구성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2기 내각의 콘셉트를 ‘협치’로 구상했고, 지방선거 이후 야당 상황을 지켜보느라 개각 진도가 더뎠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여)당에서 지방선거 이후 먼저 요청이 왔고, 더불어민주당과 야당들과의 논의가 진전되는 것을 보면서 결정 짓기 위해 기다려 왔다”면서 “더 기다릴 수 없는 자리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인데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 이번 주에 하고, 이후는 국회 논의에 따라 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장관으론 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치 개각’ 구상에는 문재인 정부 2기의 성패를 가를 민생·경제 성과와 개혁 입법의 속도를 내려면 초당적 협력이 절실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김 대변인은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입법 절차가 필요하고 협치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소야대 지형에서 인사청문회는 물론 내년 예산안 심의나 개혁 입법 처리가 난항을 겪는다면 국정운영 동력이 소진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어느 범위까지 손을 내밀지는 미지수다. 청와대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범보수’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체”라며 “(보수정당이 참여할 가능성도) 좀 많이 열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평화당·정의당 등 ‘범진보’ 진영 중심이 되지 않겠느냐는 현실론이 우세하다. 권력기관 개혁 및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이어 가는 상황에서 한국당과의 협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이유다. 개각 시기는 민주평화당 전당대회 및 향후 범진보 진영의 ‘개혁입법연대’의 추진 논의 진행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수 야당도 부정적이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장관 자리 나눈다고 협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철근 대변인도 “소득주도 성장 철회 없는 협치 제안은 국면 전환을 위한 꼼수”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협치 개각’ 구상이 ‘연정’이나 ‘정계 개편’의 단초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정치적 휘발성 때문이다.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안희정 후보의 ‘대연정론’에 대해 “새누리당, 바른정당과의 대연정에 찬성하기 어렵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실패, 국정농단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김 대변인은 “막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라며 “어떤 모양새를 이룰지는 여야 협의 과정에서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특파원 칼럼] ‘재팬 패싱’ 출구전략 못 찾는 아베/김태균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재팬 패싱’ 출구전략 못 찾는 아베/김태균 도쿄 특파원

    남북한과 북·미의 대화 국면 속에 제기된 이른바 ‘재팬 패싱’(일본 소외)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는 일본의 정부 인사나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정보 수집과 분석에 극도로 분주하기는 했겠지만, 자국이 국제 안보질서의 거대한 흐름에서 배제된다든지 하는 우려 같은 것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외려 일본이 그렇게 따돌림당하기를 바라는 한국과 중국의 희망사항쯤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일본 내에서는 강했다.그런 배경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회담장에 마주 앉게 될 가능성 자체를 낮게 보는 시각이 워낙 강했던 것이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설마 북한이…” 하며 결과를 불신하는 상황에서 재팬 패싱 같은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북·미 대화 추진 과정에서 일본이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현실론도 크게 작용했다. 북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이나 관계 설정이 돼 있어야 하는데 일본은 핵보유국이나 정전협정 당사국도 아니고, 2002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평양선언’이 사실상 백지화된 이후 냉랭한 관계가 지속돼 온 터였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공조 틀 안에서 최대한 실리를 추구하자는 전략을 택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잘되면 그걸 넘겨받아 북·일 정상회담으로 끌고 가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그 과정에서 ‘최대한의 압박’,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 등 3가지 문제에서 대북 강경모드를 그대로 지속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당초 예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해 갔다. 남북이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고 미 국무장관이 두 번이나 평양을 다녀갔다. 김 위원장도 중국을 두 번이나 방문했고 러시아 외무장관은 9년 만에 처음으로 평양에 가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결렬”을 선언하고 북한이 꺼져 가는 대화의 불씨를 살리는 극적 반전까지 연출됐다. 그런데도 아베 총리는 그가 즐겨 쓰는 표현대로 기존 입장에서 ‘1㎜’도 움직이지 않았다. 북·미 정상이 전략적인 결단으로 회담에 임하는 것이 분명한데도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강경 원칙들에 고정돼 있었다. 이러한 경직성은 지난달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 취소 선언을 했을 때 “회담을 해도 성과가 없다면 의미가 없는 것”(고노 다로 외상)이라고 발언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주요 관련국 모두가 우려를 표명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했다. 아베 총리는 앞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납치자 문제에서 국민들의 기대치를 과도하게 올려 놓는 잘못도 범했다. 일본이나 북한 모두가 어느 선까지를 “해결됐다”고 표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만큼 난해한 납치 문제에서 융통성 있는 통로를 만들기는커녕 전례 없이 그 부분을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상황 변화에 걸맞은 출구전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변화의 중심에 김 위원장이나 트럼프 대통령 같은 유형의 인물들이 있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내일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아베 총리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현재 같은 상태가 이어진다면 재팬 패싱은 일본의 주장처럼 지금까지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 과정에서 정말로 현실화될지 모른다. windsea@seoul.co.kr
  • ‘23명 확정’ vs ‘+α’…신태용, 고민 또 고민

    ‘23명 확정’ vs ‘+α’…신태용, 고민 또 고민

    최종 선수 서둘러 결정하려 했지만 손흥민·염기훈·김민재 등 부상에 이청용 등 2~3명 추가 두고 고심시한은 이틀 앞으로 닥쳤는데 생각할 게 참 많다. 오는 14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신청사 다목적홀에서 러시아월드컵에 나설 소집 명단 23명 안팎을 공개하려는 신태용(48) 축구대표팀 감독 얘기다. 당초 신 감독은 개막 한 달 앞인 이날 최종 엔트리를 앞당겨 확정하고 조직력 끌어올리기에 골몰할 심산이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대한민국 대 그리스 2-0, 아르헨티나 1-4, 나이지리아 2-2)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을 노리는 신 감독이나 대한축구협회나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역대 최약체란 비아냥을 적잖이 듣는 전력이다. 사실 국제축구연맹(FIFA)에는 이날까지 35명 예비 엔트리만 제출하고 다음달 4일까지 최종명단(23명)을 제출하면 된다. 하지만 이 일정을 좇으면 조직력만 흐트러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런데 변수가 적지 않게 생겼다. 수비진 주축이던 김진수, 김민재(이상 전북)에 이어 조커로 유력하던 베테랑 미드필더 염기훈(수원)이 부상 악재를 만났다. 손흥민(토트넘)마저 경기 전후 발목에 붕대를 감은 모습이 언론에 포착돼 걱정을 키운다. 이에 따라 신 감독이 최종 엔트리를 확정하고 소집 훈련의 첫발을 뗄지, 아니면 2∼3명을 더해 발표할지 눈길을 모은다. 협회 관계자는 “‘23명’과 ‘23명+α’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할 듯하다. 발표 당일에야 소집 선수 면면뿐 아니라 인원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8일 온두라스(대구), 다음달 1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주)와 평가전을 벌인 뒤 최종명단을 확정하면 되니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다. 평가전 베스트11 명단은 물론 이 과정에 부상 선수가 생길 가능성마저 염두에 둬야 해 명단을 조금 넉넉하게 짜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왼쪽을 도맡던 김진수를 대체할 후보로 홍철, 김민우(이상 상주), 윤석영(가시와 레이솔)이 거론된다. 장현수(FC도쿄)와 중앙 수비로 호흡을 맞춘 김민재가 빠진 자리엔 김영권(광저우)과 윤영선(성남), 정승현(사간도스), 권경원(톈진)이 경쟁하는 모양새다. 염기훈 대체 선수로는 이청용(크리스털팰리스)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의 재발탁 가능성이 떠올랐다. 그만한 경험을 갖춘 공격수가 절대 부족하다는 현실론 때문이다. 손흥민은 대체 불가라는 점에 비춰 어떻게든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게 관건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사설] 포털의 뉴스·댓글 장사 고쳐야 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 3당이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을 계기로 국내 대형 포털 사이트들의 여론 왜곡을 막기 위해 공동 입법에 나선 것은 상당히 진일보한 조치다. 포털 사이트를 이용한 댓글 조작 사건 등이 수시로 불거지는 상황에서 포털 사이트의 뉴스 공급 구조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발상은 때늦긴 했어도 당위론이나 현실론 측면에서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 야 3당이 공동 입법에 착수한 ‘댓글조작 방지법’의 핵심은 뉴스 조작 방지를 위해 ‘아웃 링크’를 도입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포털 사이트의 뉴스 제목을 클릭하면 지금처럼 포털 내에서 뉴스가 열리는 게 아니라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돼 본문을 확인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 도입되면 댓글도 언론사 사이트에서 달아야 한다. 뉴스의 포털 의존도가 그만큼 줄어들고 포털의 댓글 여론 조작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게 된다. 포털의 정치·사회·경제적 영향력이 무소불위의 권력이자 포식자가 된 지는 오래전 일이다. 언론사가 비싼 돈을 들여 생산한 정보 부가가치가 포털에 헐값으로 넘어가는 불평등·불공정 거래구조가 고착화했다는 것도 다 알려진 사실이다. 포털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19대 국회 때도 제기됐지만 ‘표현의 자유를 옥죈다’는 논리에 막혀 번번이 무산됐다. 포털의 뉴스서비스 방식을 변경하는 작업은 미디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기 힘들다는 것이 그간의 경험칙이다. 그렇다면, 이참에 댓글 조작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도 야 3당의 움직임에 힘을 보태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포털 뉴스 연결 방식을 바꾼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될 것이란 기대는 성급하다. 포털은 자의적으로 기사를 선택·배열·노출하는 데 따른 문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아웃 링크 방식이 포털 운영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하나의 처방일 수는 있겠으나, 뉴스 편집이나 광고 수익 배분 방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큰 효과를 낼지 미지수다. 특히 아웃 링크로 바꾸면 바로 모든 언론사에 수익을 안겨 줄 것인지는 따져 볼 문제다. 아웃 링크로 이익이 생기지 않는 언론에는 중장기적으로 손실을 보전해 주는 방안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언론과 포털이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상생의 접점을 찾게 해 줘야 한다. 특히 ‘드루킹 사건’ 이후 포털 책임론을 앞다퉈 들고 나오는 정치권이 과거 자기반성은 하지 않은 채 외부 미디어로만 책임을 돌리려는 게 아닌지도 되돌아볼 일이다.
  • [사설] ‘북핵-FTA 연계’로 남북 동시 압박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정 서명과 북·미 회담 연계 발언에 한국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 사실상 타결된 한·미 FTA 개정 협상에 대해 “위대한 합의”라고 자평한 지 하루 만에, 그것도 남북 정상회담 날짜가 발표된 지 몇 시간도 안 돼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이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한 행사 중 한·미 FTA 개정 협상과 관련, “북한과의 협상이 타결된 뒤로 (서명을) 미룰 수 있다”면서 “왜 그런지 아느냐, 이것이 매우 강력한 카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의중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북·미 협상 타결을 직접 언급한 것으로 볼 때 북·미 회담에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고, 남북한 간 협의가 너무 앞서 나가지 않도록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아니면 한·미 FTA 협상에서 한국 정부로부터 추가적인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 미국 언론들은 대체로 트럼프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 전략을 놓고 한국 정부와의 균열을 막기 위해 보낸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보고 있어 허투루 넘길 사안은 분명히 아니다. 어느 쪽이든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허를 찔린 셈이다. 트럼프가 자신의 전략대로 상황을 끌고 가기 위한 ‘충격요법’일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 원칙을 놓고 북한 김정은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밝힌 ‘단계적 동시적’ 해결이 아닌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방식에 한국의 공조를 못 박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트럼프는 아직 자신이 염두에 둔 북핵의 ‘완전한 비핵화’가 강경파 사이에서 거론되는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리비아식’인지 여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어제 “북한에 적용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리비아식 북핵 해법에 반대 입장을 밝혀 미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맞교환하는 ‘통 큰’ 합의에서 현실론을 이유로 단계적 비핵화로 기울고 있는 청와대는 북·중과 미·일 사이에 끼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국은 북·미가 비핵화와 체제보장 원칙에 먼저 합의하고, ‘동결→폐기’라는 2단계 해법으로 미국과 북한을 설득할 것으로 보이나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협상은 서명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있다. 정부는 논란이 일고 있는 한ㆍ미 FTA와 환율 문제를 패키지로 협상했다는 미국 측 발언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밝혀 논란의 여지를 없애야 한다. 협상이 최종 타결되기 전에 결과가 만족스럽다는 우리 쪽 발표가 성급했을 수도 있지만 국가 간 합의를 식은 죽 먹듯 뒤집는 것 역시 세계 최강국에 걸맞은 행태는 아니다.
  • 靑 “북핵 해법 리비아식 불가능”

    靑 “북핵 해법 리비아식 불가능”

    ‘단계적 해결’ ‘통 큰 타결’ 북·미 상충 ‘한반도 평화’ 중재자로 양측 설득 대안 검증·폐기 순차적 해결 현실론 부상 북·미 정상이 만나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보장을 맞교환하는 포괄식 해법에 무게를 뒀던 청와대가 북·중 정상회담 이후 ‘단계적 비핵화’로 기울기 시작했다. ‘동결→폐기’라는 2단계 북핵 해법으로의 선회다. 이에 핵 폐기 단계를 조금씩 잘라 보상을 받아온 북한의 ‘살라미 전술’을 의심하는 미국을, 큼직하게 잘라 통 큰 타결을 보자고 북한을 모두 설득해야 할 상황이다.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0일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을 골자로 한 미국의 ‘리비아식 북핵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해법 간극이 더 벌어지기 전에 급제동을 걸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리비아가 핵 폐기를 완료하고 나서야 2006년 국교를 정상화하고 경제 제재를 풀었다. 이는 비핵화 단계를 잘게 나눠 단계별로 보상받는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조치’와는 거리가 있다. 그는 “고르디아스의 매듭이든, 일괄타결이든, 리비아식 해법이든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방식을 상정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검증과 핵 폐기는 순차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비핵화 대화 판에 뛰어들고, 북한이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언급하며 본격적으로 핵 포기 대가를 요구하고 나서자 청와대도 ‘현실론’으로 옮겨 가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동결→폐기’란 2단계 북핵 해법을 제시하고 각 단계에서 북한에 ‘보상’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달 25일 평창을 찾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에게도 이 구상을 직접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9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결정되는 등 정세가 급변하자, 복잡한 매듭을 한 번에 잘라 해결하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일괄타결해야 한다는 발언이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게서 나왔다. 이제 북·중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그 일괄타결론이 쏙 들어간 상태다. 대안으로는 문 대통령의 2단계 북핵 해법이 다시 거론된다. 이 관계자는 “미세하게 잘라 조금씩 나갔던 것이 지난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두(북·미) 정상 간 선언으로 큰 뚜껑을 씌우고 실무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후(後) 보상 약속을 믿고 핵무기를 미국에 내줬다가 몰락한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의 비참한 최후를 지켜본 북한이 리비아식 해법을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게다가 북한은 6차례 핵실험으로 핵 무기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가졌다. 비핵화 당시 고농축 우라늄 16㎏ 정도를 가졌던 리비아와는 북한은 체급이 다르다. 그렇다고 ‘조건 없는 비핵화’를 주장하는 미국에 핵 폐기 단계를 잘게 나눠 단계별 보상을 얻어내는 북한의 ‘살라미 전술’을 감내하라고 할 수도 없다. 이런 점에서 핵 폐기 단계를 큼직하게 두 덩이로 나눠 단계별로 보상하는 2단계 북핵 해법은 북·미 양쪽을 설득할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우리 해법을 고집하거나 강조하진 않을 것”이라며 “어디까지나 북·미가 타협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청와대, 미국의 리비아식 해법 수용못하지만 북한의 ‘살라미 전술’도 막아야

    북·미 정상이 만나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보장을 맞교환하는 포괄식 해법에 무게를 뒀던 청와대가 북·중 정상회담 이후 ‘단계적 비핵화’로 기울기 시작했다. 즉, ‘동결→폐기’라는 2단계 북핵 해법으로의 선회이다. 핵폐기 단계를 조금씩 잘라 보상을 받아온 북한의 ‘살라미 전술’을 의심하는 미국을, 큼직하게 잘라 통 큰 타결을 보자고 북한을 설득해야 하는 두 개의 짐을 진 형국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0일 ‘선(先)비핵화 후(後)보상’을 골자로 한 미국의 ‘리비아식 북핵 해법’에 대해 반대하며 “검증과 핵폐기는 순차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북·중 관계를 회복하고, 핵폐기 단계를 미세하게 나눠 단계별로 보상하는 ‘단계적·동시적 조� ?� 언급하자 청와대도 ‘현실론’으로 옮겨 가는 양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 구상한 비핵화 해법은 단계적 비핵화에 가까웠다. 지난해 6월 29일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핵동결을 핵폐기를 위한 대화의 입구라고 생각하면, 핵동결에서 핵폐기에 이를 때까지 여러 가지 단계에서 서로 ‘행동 대 행동’으로 교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결→폐기’라는 2단계 북핵 해법이다. 지난달 25일 평창을 찾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게 문 대통령은 이 구상을 직접 설명했다. 2단계 북핵 해법에 시동을 걸던 청와대가 북핵 대응 시나리오를 손보기 시작한 건 지난 9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결정된 뒤부터다. 과거 ‘점층법’으로 대화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복잡한 매듭을 한 번에 잘라 해결하는 ‘고르디아스의 매듭’처럼 일괄타결로 가야 한다는 발언이 청와대 핵심관계자에게서 나왔다. 하지만 북·중 정상회담으로 중국이 남·북·미 3각 대화에 뛰어들며 비핵화 판이 복잡해질 조짐이 보이자 30일 이 핵심관계자는 “고르디아스의 매듭이든, 일괄타결이든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려운 방식”이라고 말을 번복했다. 한반도 정세의 결정적 전환 국면을 놓치지 않으려면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동상이몽’ 격인 북·미 양국을 어떻게든 중재해야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엿보인다. 과거 핵무기를 미국에 내줬다 몰락한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비참한 최후를 지켜본 북한이 리비아식 해법을 받아들일 리는 만무하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그렇다고 ‘조건 없는 비핵화’를 주장하는 미국에 핵폐기 단계를 잘게 나눠 단계별 보상을 얻어내는 북한의 ‘살라미 전술’을 받아들이라 할 수도 없다. 현재 ‘중재자’ 한국이 처한 상황이 이러하다. 청와대는 우선 북·미가 비핵화와 체제보장 원칙에 합의하도록 설득하고, 이후 핵폐기 단계를 ‘동결→폐기’ 2단계로 큼직하게 나눠 보상하는 구상에 다시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정부는 남북 접촉 등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는 데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靑 “리비아식 해법 北적용 불가” 밝혀

    청와대는 30일 ‘선(先)핵폐기, 후(後)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리비아식 북핵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고르디아스의 매듭이든, 일괄타결이든, 리비아식 해법이든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방식을 상정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리비아식 해법’은 미국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NSC) 지명자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라디오(RF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회담에서 리비아처럼 핵 포기를 하지 않겠다면 시간 벌기용 위장”이라고 주장하면서 부각됐다. 볼턴 NSC 지명자는 ‘대북 예방공격과 이란 핵협상 파기’ 등을 주장해 온 ‘초강경 매파’이다. 미국은 2003년 리비아와 비핵화 협상을 벌여 리비아가 핵 폐기를 완료하자 2006년 국교를 정상화하고 경제 제재를 풀었다. 이는 비핵화 단계를 잘게 나눠 단계별로 보상하는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조치와 거리가 있다. 따라서 청와대의 이번 발언은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해법을 두고 더 간극이 벌어지기 전에 급제동을 걸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북핵 대응 시나리오가 ‘단계적 비핵화’로 기울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핵 문제가 25년째인 장기 과제라는 점을 상기시킨 뒤 “코드를 뽑으면 TV가 꺼지듯 일괄타결 선언을 해서 비핵화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검증과 핵 폐기는 순차적으로 밟아 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을 제기했다. 그는 “다만 미세하게 잘라서 조금씩 나갔던 것이 지난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두(북·미) 정상 간 선언으로 큰 뚜껑을 씌우고 실무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날 작심 발언은 전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회동했고, 남북 고위급 회담이 있었다는 점을 볼 때 북·중과의 교감에서 나온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어 “자꾸 혼수나 시부모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문제가 없는 결혼이 어디 있겠나”고 비유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월 말까지 만나겠다고 선언한 것에서 ‘해 보겠다는 의지’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당사자들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고, (한국은) 중재자로서 조정하고 타협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美 조건 없는 대화 제의, 북핵 위기 푸는 발판 되길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어제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기꺼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를 북·미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미국의 대북 전략에서 한발 후퇴했다. 미국이 염두에 둔 ‘선 회동, 후 비핵화 협상’이라는 단계적 북핵 해법이 북한의 핵 무력 완성을 앞둔 현 위기를 해결하는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이날 싱크탱크 애틀랜트카운슬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한 ‘환태평양 시대의 한·미 파트너십 재구상’ 토론회 기조연설 뒤 문답에서 “그냥 만나자. 원한다면 날씨 얘기를 할 수도 있다”면서 “얼굴을 보고 앉아야 그다음에 어디로 나아갈지 로드맵을 논의할 수 있다”며 무조건적인 대화를 제의한 것은 고무적이다. 틸러슨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본다”고 한 것은 북한 입장을 어느 정도 감안한 발언으로 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반영한다. 틸러슨 장관이 북한에 파격적인 대화를 제안한 배경에는 강대강 전략만으로는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할 수 없다는 현실론이 깔려 있다. 여기에 계속된 대북 제재가 상당 수준 진행돼 최후 수단인 군사적 선택을 검토하기에 앞서 어떻게든 외교적으로 풀어 보려는 마지막 시도로 볼 수 있다. 역설적으로 북핵 위기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다. 틸러슨이 “북한에 대한 제재가 효과를 거두기 시작했고, 북한에서 연료 가격이 급등하고 일부 물품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어제 다른 자리에서 “바로 지금이 북한과의 무력 충돌을 피할 마지막이자 최고의 기회”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간 여러 비공개 채널로 북한 요구를 확인하고 대화를 제의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그렇다고 미국이 대화를 위한 대화에 나설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틸러슨은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와 다른 선택을 하길 바라지만, 만약 북한이 잘못된 결정을 한다면 미국은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며 군사적 옵션을 강조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틸러슨이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 중국과 핵무기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확인한 대목이다. 이는 북한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등 관련국들은 모처럼 조성된 대화 국면을 북핵 위기를 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14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선언해야 마땅하다. 14~15일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안보협력이사회 총회를 계기로 미·북 당국자 간 접촉 가능성도 기대해 본다. 이제 공은 북한에 넘어갔다. 북한은 마지막 대화 기회를 놓치지 말고, 정부는 북·미 대화 재개에 철저히 대비하기 바란다.
  • [사설] 與 핵심의 ‘쌍중단 현실론’ 안 될 말이다

    여권 실세 중진이자 대표적 중국통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쌍중단’(雙中斷)과 ‘쌍궤병행’(雙軌竝行)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이 그동안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쌍중단’과 ‘쌍궤병행’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고,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북핵 해법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귀를 씻고 다시 들어야 할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쌍중단’과 ‘쌍궤병행’은 북핵 위기 속에서 중국이 누누이 강조해 온 주장으로, 북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 한반도 비핵화 논의와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 동시 시작을 뜻한다. 한·미 훈련을 핵 개발의 주요 명분으로 삼고, 주한미군 철수를 담은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꾀하는 북의 전략과 궤를 같이하는 주장이다. 한·미 훈련은 북의 위협에 맞선 방어 훈련으로, 북의 핵·미사일 개발과 맞바꿀 사안이 아니며 평화협정 논의 역시 북의 핵 포기가 전제돼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될뿐더러 64년 한·미 동맹의 골간을 흔드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런 ‘쌍중단’과 ‘쌍궤병행’에 대해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 인식을 같이했다니, 현 정부 대북 정책의 실체에 새삼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안 그래도 우리 정부 안팎에선 한·미 공조의 균열을 의심케 하는 정황들이 속속 제기돼 왔다. 문정인 대통령 특보는 “북핵이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진작부터 북핵 개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을 주장해 왔다. 문 대통령도 지난 5일 종교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핵 문제는 북·미가 중심이고, 남북 대화는 북핵에 막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우리 스스로를 북핵 문제의 제3자로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지금 미국에선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아 가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 대사에 이어 백악관은 어제 북한 상황에 따라 미국 선수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상황에 따라 군사적 대응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봐야 한다. 우리로서는 북·미 간 무력 충돌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대북 압박을 위한 한·미 공조를 더더욱 강화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미·중 사이에서 지금과 같은 어정쩡한 자세를 지속한다면 양국 모두의 불신만 키울 뿐으로, 균형외교나 한반도 운전자론과 같은 다짐은 한낱 자위적 수사에 그치고 말 것이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최근 본지 세미나에 나와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한·미 공조에 균열을 일으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이 의원 발언을 사견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기엔 부족하다. 보다 상세하게 경위를 밝히고 정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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