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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의 신소재 그래핀 상용화 ‘성큼’

    꿈의 신소재 그래핀 상용화 ‘성큼’

    20세기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을 가능하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은 석유였다. 막대한 매장량과 무한에 가까운 용도를 자랑하는 석유는 ‘검은 황금’이라 불릴 정도로 각광을 받았다. 자동차 등 교통수단부터 냉·난방용 연료, 전기 발전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삶은 석유 위에서 이뤄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사용해도 줄어들 것 같지 않던 석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또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등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불명예까지 떠안으며 ‘퇴출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렇다면 21세기에 석유의 뒤를 이을 ‘새로운 황금’은 무엇일까. 현재 가장 유력시되는 대상은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도 않았던 물질 ‘그래핀’이다. 전문가들은 그래핀이 상용화되면 우리의 생활상이 통째로 바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수많은 연구성과가 쏟아지고, 대학과 연구소는 물론 각 기업들까지 사활을 걸고 있는 그래핀은 과연 무엇일까. ‘꿈의 신소재’라는 영광스러운 호칭을 받을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래핀의 시작은 초라했다. 하지만 기발했다. 2004년 10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는 영국 맨체스터대 안드레 가임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박사의 논문이 게재됐다. “탄소 원자 한층으로 된 막을 얻어냈다.”는 내용보다 더 관심을 모은 것은 이 막을 얻어낸 방법이었다. 이들은 흑연 덩어리를 셀로판테이프에 붙였다 떼어내기를 반복한 후 기판에 문지르는 것만으로 목적을 달성했다. 같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원자현미경이나 복잡한 합성 등을 고민하던 과학자들은 ‘콜럼버스의 달걀’에 비견될 만한 가임 교수팀의 시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디지털’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시도된 이들의 ‘첨단 아날로그’ 실험은 결국 201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이라는 영예로 보상받았다. 흑연을 뜻하는 ‘그래파이트’(graphite)와 탄소 이중결합을 가진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 ‘-ene’을 합해 이름지어진 ‘그래핀’(graphene)은 두께가 0.3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할 정도로 얇다. 그러나 그래핀은 단순한 얇은 막이 아니다. 화학적, 물리적 특성이 기존 물질과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현재 사용되는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우선, 그래핀은 상온에서 단위면적당 전선으로 널리 쓰이는 구리보다 약 100배나 많은 전류를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이는 그래핀 위에서 전하를 운반하는 전자의 질량이 0에 가깝게 되면서 저항을 없애 전류의 이동속도가 무한대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강도와 신축성도 탁월하다. 그래핀은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다. 또 탄소가 그물처럼 연결된 벌집 구조를 갖고 있어 공간적 여유가 많다. 그래핀은 빛의 98%를 통과시킬 정도로 투명하고, 다른 물질과 결합하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물질을 무한정 생산할 수 있다. 플라스틱에 0.1%의 그래핀을 넣으면 내열성이 30% 늘어나고, 1%를 섞으면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이 같은 특성 덕분에 그래핀은 실리콘 반도체를 대체할 가장 강력한 소재이자 휘는 디스플레이나 전자종이, 입는 컴퓨터, 각종 전극 소자 등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빠른 속도와 더 큰 용량, 더 작은 크기 등 ‘발전’을 의미하는 모든 조건을 그래핀을 통해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면에서 기존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래핀이지만, ‘꿈의 신소재’라는 꼬리표를 떼고 현실 생활에 진입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지금까지 발표된 그래핀의 가능성은 아직 실험실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최근 획기적인 연구 성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당초 10~20년 후로 예상됐던 상용화 시기가 계속 앞당겨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 그래핀 상용화 연구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로 평가된다. 한국 연구진이 발표한 그래핀 관련 연구성과는 올해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이종훈 울산과기대 교수는 대면적 그래핀의 결정구조와 입자 배열에서 드러나는 독특한 물리적 성질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상용화 장벽을 낮췄고, 김필립 컬럼비아대 교수와 김근수 세종대 교수 연구팀은 그래핀에 다른 물질이 들어갈 때 성질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밝혀냈다. 박장웅 울산과기대 교수는 그래핀을 재료로 전자회로 전체를 한번에 통째로 합성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가 하면, 조병진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상용화 공정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그래핀 전극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조 교수팀의 연구 성과는 전세계 반도체 업계가 고민하고 있는 ‘차세대 20나노급 반도체’ 개발의 핵심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상용화의 척도로 볼 수 있는 특허출원 역시 급증세다. 국내 그래핀 관련 특허는 2005년에 3건, 2006년에 6건에 불과했지만 2007년 23건, 2008년 44건에 이어 2009년에는 무려 203건이 출원됐다. 홍병희 서울대 교수는 “그래핀이 가장 많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산업의 강자들이 한국에 많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며 “기초연구와 함께 산업화 연구를 진행한다면, 현재 가지고 있는 주도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30)동물원에도 CSI가?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30)동물원에도 CSI가?

    중국이나 동남아에 이른바 ‘한류’(韓流)가 이는 것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인류의 문화흐름을 볼 때 당연한 현상이다. ‘미드’(미국 드라마)나 ‘일드’(일본 드라마)가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것도 비슷한 연유다. 나 역시 한국에서 리메이크됐던 일본 드라마 ‘하얀거탑’이나 미국 드라마 ‘로스트’, ‘CSI’ 등을 매우 좋아한다. 이 중 CSI는 미국 과학수사대의 활약을 드라마로 옮긴 것이다. 첨단장비를 이용한 범인 추적과 인간군상의 이중성, 사건 말미에 드러나는 기막힌 반전 등이 매력 포인트다. CSI에는 부검, 지문감식, 유전자 분석, 곤충학, 사진 분석, 탄도학, 자동차 공학, 파괴공학 등 영화 ‘007’ 시리즈처럼 과장되지는 않으면서도 실존하는 최첨단 범인 추적기법들이 망라돼 있다. 현장 감식요원들의 치밀한 분석능력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우리 수의사들 역시 CSI 수사관 못지않은 추리력과 판단력이 필요하다. 사실상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해야 하는 ‘1인 병원’인 만큼 동물이 걸린 병의 원인부터 죽음의 이유까지 스스로 찾아내고 분석해야 한다. 수의과 대학 시절의 일이다. 외과실습에서 팀을 이뤄 개의 복강수술을 하게 됐다. 개들은 주로 조교들이 시장에서 사 왔다. 5마리를 사서 5팀으로 나눠 장(腸) 문합수술을 중심으로 실습을 했다. 내가 우리 팀 리더였다. 정말 수술을 깔끔하게 잘해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우리 개만 다음 날부터 식욕을 잃고 말라 가기 시작했다. 교수님은 “너희들이 수술을 잘못해서 그런다.”고 꾸지람을 하셨다. 그 말이 무척 억울했던 나는 혼자서 우리 개에 대해 정밀분석을 해 보기로 했다. 미생물실험실에서 기생충 검사, 세균학적 검사, 혈액학적 검사 등을 해 나갈 심산이었다. 우선 개똥으로 기생충 검사에 들어갔다. 한데 현미경 시야에 십이지장충의 알이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닌가. 중증 흡혈기생충감염증이었던 것이다. 다른 검사는 할 필요도 없었다. 개에게 구충약을 먹였더니, 다음 날부터 식욕이 살아나고 살도 찌기 시작했다. 5마리 중에 가장 건강한 개가 되었다. 지저분한 환경에서 개의 몸 속으로 들어간 기생충이 수술로 인해 개의 면역력이 저하되자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던 것이었다. 우리 팀의 수술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도 증명됐다. 그 일이 알려지고 우리 팀은 모두 최고성적인 A+를 받았다. 작년에 갑자기 죽은 수사자를 부검했다. 전날까지 멀쩡히 지내던 녀석이었다. 부검 결과, 장이 모두 빨갛게 충혈돼 있음을 발견했다. ‘장독혈증’이었다. 원인을 분석해 보니 더운 여름날 암컷들의 먹이까지 모두 빼앗아 먹은 수사자가 소화도 안 된 상태에서 그대로 잠든 게 문제였다. 급하게 삼킨 먹이가 몇 시간 동안 장의 흐름을 막아 독기를 뿜어내는 혐기성 균의 번식을 유도했던 것이다. 그 일이 있은 뒤로 아침에 주던 먹이를 시원한 저녁에, 그리고 한 마리씩 따로 나눠 주었다. 이것들이 바로 ‘과학수사’를 통해 해결한 나의 경험 중 일부다.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 수의사 lovnat@hanmail.net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 흰쌀밥 같고 영양 많은 현미밥 맛보세요

    흰쌀밥 같고 영양 많은 현미밥 맛보세요

    수확한 벼는 어떻게 찧느냐에 따라 크게 현미와 백미로 나눈다. 왕겨와 겉껍질만 벗겨낸 현미에는 씨눈과 쌀겨가 그대로 남아 있어 각종 비타민과 단백질, 지방질(불포화지방산), 식물성 섬유질, 미네랄, 탄수화물 등 인체에 필요한 모든 영양소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이에 비해 백미는 현미를 여러 번 도정해 씨눈과 쌀겨가 완전히 떨어져 나간 ‘벌거숭이 쌀’이라 할 수 있다. 현미 배아와 외 속의 지방은 양질의 불포화지방산으로 육식으로 인해 생기는 악성 콜레스테롤을 제거한다. 비타민E와 함께 구성돼 있어 체내 에너지원으로 흡수한 좋은 지방을 산화시키지도 않는다. 현미는 몸에 좋은 작용을 하는 박테리아를 증가시켜 장내 세균의 활동을 활발하게 해 변의 체내 정체시간을 짧아지게 한다. 이에 따라 소화기관을 신속히 청소해 대장암이나 결장암, 당뇨병, 정맥류, 만성변비 등을 예방하고 치료를 촉진한다. 현미 외피에 있는 섬유소는 인체 내의 독물(화학물질, 방사성물질, 중금속 등)과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작용을 한다. 이러한 현미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조리법이 비교적 까다롭고 맛이 거칠어 소비자들이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라이스본(www.riceborn.com)에서 출시한 ‘현미로만’은 이런 단점을 개선한 제품이다. 기존 현미의 딱딱하고 먹기 불편했던 부분을 특허가공 공법으로 개선해 맛이나 조리법이 백미와 똑같다. 표피에 있는 과피층(파라핀-왁스층)만 깎아내는 독자특허 기술로 현미의 껄끄러움과 조리의 불편함을 완전히 해소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업체 관계자는 “현미에는 쌀의 모든 영양소가 100% 살아 있어 현미밥 한 그릇은 백미 19그릇을 먹는 것과 같은 영양소를 흡수하는 것”이라며 “‘현미로만’은 소량씩 도정해 늘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02)553-9044.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30) 동물원에도 CSI가 있다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30) 동물원에도 CSI가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에 이른바 ‘한류’(韓流)가 이는 것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인류의 문화흐름을 볼 때 당연한 현상이다. ‘미드’(미국 드라마)나 ‘일드’(일본 드라마)가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것도 비슷한 연유다. 나 역시 한국에서 리메이크됐던 일본 드라마 ‘하얀거탑’이나 미국 드라마 ‘로스트’, ‘CSI’ 등을 매우 좋아한다.  이 중 CSI는 미국 과학수사대의 활약을 드라마로 옮긴 것이다. 첨단장비를 이용한 범인 추적과 인간군상의 이중성, 사건 말미에 드러나는 기막힌 반전 등이 매력 포인트다.  CSI에는 부검, 지문감식, 유전자 분석, 곤충학, 사진 분석, 탄도학, 자동차 공학, 파괴공학 등 영화 ‘007’ 시리즈처럼 과장되지는 않으면서도 실존하는 최첨단 범인 추적기법들이 망라돼 있다. 현장 감식요원들의 치밀한 분석능력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우리 수의사들 역시 CSI 수사관 못지 않은 추리력과 판단력이 필요하다. 사실상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해야 하는 ‘1인 병원’인 만큼 동물이 걸린 병의 원인부터 죽음의 이유까지 스스로 찾아내고 분석해야 한다.  수의과 대학 시절의 일이다. 외과실습에서 팀을 이뤄 개의 복강수술을 하게 됐다. 개들은 주로 조교들이 시장에서 사 왔다. 5마리를 사서 5팀으로 나눠 장(腸) 문합수술을 중심으로 실습을 했다. 내가 우리 팀 리더였다. 정말 수술을 깔끔히 잘해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우리 개만 다음날부터 식욕을 잃고 말라가기 시작했다. 교수님은 “너희들이 수술을 잘 못해서 그런다.”고 꾸지람을 주셨다.  그 말이 무척 억울했던 나는 혼자서 우리 개에 대해 정밀분석을 해보기로 했다. 미생물실험실에서 기생충 검사, 세균학적 검사, 혈액학적 검사 등을 해나갈 심산이었다. 우선 개똥으로 기생충 검사에 들어갔다. 헌데 현미경 시야에 십이지장충의 알이 가득 차 있는 것 아닌가. 중증 흡혈기생충감염증이었던 것이다. 다른 검사는 할 필요도 없었다. 개에게 구충약을 먹였더니, 다음날부터 식욕이 살아나고 살도 찌기 시작했다. 5마리 중에 가장 건강한 개가 되었다. 지저분한 환경에서 개의 몸 속으로 들어간 기생충이 개가 수술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되자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던 것이었다. 우리 팀 수술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도 증명됐다. 그 일이 알려지고 우리 팀은 모두 A+ 최고성적을 받았다.  작년에 갑자기 죽은 숫사자를 부검했다. 전날까지 멀쩡히 지내던 녀석이었다. 부검 결과, 장이 모두 빨갛게 충혈돼 있음을 발견했다. ‘장독혈증’이었다. 원인을 분석해 보니 더운 여름날 암컷들의 먹이까지 모두 빼앗아 먹은 숫사자가 소화도 안 된 상태에서 그대로 잠든 게 문제였다. 급하게 삼킨 먹이가 몇시간 동안 장의 흐름을 막아 독기를 뿜어내는 혐기성 균의 번식을 유도했던 것이다.  그 일이 있은 뒤로 아침에 주던 먹이를 시원한 저녁에, 그리고 한 마리씩 따로 나눠주었다. 이것들이 바로 ‘과학수사’를 통해 해결한 나의 경험 중 일부다.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 사육사 lovnat@hanmail.net
  • 가습기 살균제 고체형태로 폐기관지 침착

    가습기 살균제 고체형태로 폐기관지 침착

    가습기 살균제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초음파 가습기에 넣고 가동한 결과, 공중에 분무한 입자의 7~12%가 나노미터(㎚·10억분의1m) 단위의 미세한 고체 형태로 폐의 말단인 세(細)기관지에 침착해 염증을 유발하거나 세포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PHMG)과 ‘염화 에톡시에틸 구아니딘’(PGH) 등 폐손상 원인 성분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이용한 실험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분무형 곰팡이 제거제 등 같은 살균제 성분을 사용하는 생활용품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는 문제의 ‘옥시싹싹’ ‘세퓨 가습기살균제’ 등 3종을 20~200배 희석해 초음파 가습기에 넣고 밀폐된 장소에서 분사한 뒤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필터에 묻은 입자 에어로졸(공기 중에 뿜어진 미세한 화학물질)의 크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필터에 묻은 입자의 크기는 30~80㎚로 조사됐다. 입자의 수분이 증발한 뒤 살균제의 화학물질만 남아 달라붙은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분사된 입자의 30~60%가 호흡기로 흡입되고 이 중 20~40%가 폐세포에 달라붙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폐조직의 말단부인 세기관지에는 7~12%의 입자가 들러붙는 것으로 추정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입자의 크기가 작을수록 호흡기 내 침착률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아산병원에서 폐손상으로 치료를 받은 28명의 환자 중 18명을 조사한 결과, 환자들은 표준 용량(하루 10㎖)의 1.5∼2배, 많게는 1주일에 1병(820㎖)이나 되는 살균제를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살균제를 넣어 가습기를 사용한 평균 기간은 3.4년이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팀이 구성되면 생활용품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과학이 지루하다고? 인터넷으로 배우면 어렵지 않아요”

    “과학이 지루하다고? 인터넷으로 배우면 어렵지 않아요”

    인터넷은 무궁무진하다. 검색어 몇 글자만 넣으면 불과 몇 초도 되지 않아 그 단어와 관련된 수십만 개의 글 조각들을 내어 놓는 모습을 보면 ‘정보의 바다’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정보를 어떻게 찾아내고,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온전히 인터넷 사용자에게 달려 있다. 여기 단순히 “컴퓨터를 한다.”거나 “쓸데없이 웹서핑을 한다.”고 자녀들을 나무라는 학부모, 또는 보다 나은 정보를 찾기 위해 헤매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바꾸고, 보람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웹사이트들이 있다. 스마트폰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은 덤이다. 오늘의 웹서핑 키워드는 ‘과학’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찾기를 바라는 마음, 좀 더 대중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소망을 가진 과학자들의 노력 결과물을 만나 보자. ●애니로 만든 사이트 favscientist.com 마틴 폴리아코프 영국 노팅엄대 화학과 교수는 ‘아인슈타인 교수’로 불린다. 폴리아코프 교수는 하얗게 헝클어진 머리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기억되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그대로 빼닮았다. 폴리아코프 교수가 유명세를 떨치게 된 것은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www.youtube.com) 때문이다. 그는 2008년 7월부터 주기율표에 등장하는 각종 원소들에 대한 내용을 하나씩 동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와 자신의 홈페이지(www.periodicvideos.com)에 올리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자연계에 존재하는 118개의 원소 시리즈를 비롯해 300여개에 가까운 동영상이 게재됐다. 대학교수의 강연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동영상 내용은 파격적이다. 수소(H)를 설명하는 동영상에서는 폭발 실험을 비롯해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놀라운 원소의 모습들이 계속 등장한다. 5분여에 불과한 시간이지만 딱딱한 교과서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폴리아코프 교수의 강연은 매회 10만건 이상의 조회 수를 자랑한다. 국내에서도 화학도들 사이에서는 꼭 해봐야 할 ‘성지순례’(인터넷에서 유명한 콘텐츠 또는 게시글을 찾아보는 일)로 불릴 정도다. 폴리아코프 교수는 “과학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다.”면서 “인터넷을 통한 강연은 오프라인 강연보다 댓글이나 조회 수를 통해 더 빨리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밝혔다. 그의 사이트에는 주기율표에 등장하는 원소들 이외에 보너스 영상들도 끊임없이 올라온다. 폴리아코프 교수의 제자들은 그의 생일을 맞아 전자현미경과 이온빔 등을 사용해 폴리아코프 교수의 머리카락 위에 118개의 원소기호를 새겨 선물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노팅엄대 인근에 위치한 노팅엄 트렌트대학도 유명한 과학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바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학자’(My Favourite Scientist)다. 영화 제작자인 브래디 하란이 노팅엄 트렌트대 과학자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이 사이트(www.favscientist.com)는 그야말로 누구나 볼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 세계 네티즌 누구나 이메일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과학자에 대한 의견을 보낼 수 있고, 채택된 과학자는 애니메이션과 실사 화면이 편집된 익살스러운 영상으로 만들어진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과학자 중 아인슈타인이나 벤저민 프랭클린처럼 대중적으로 유명한 과학자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오히려 자신의 업적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묵묵히 연구에만 매진하는, 존경받아 마땅한 과학자들이 주류를 이룬다. 미생물과 인간 질병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스탠리 팔코 스탠퍼드대 교수나 ‘동물의 세계’로 대표되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최초로 만들어 낸 영국의 데이비드 아텐버러 같은 생존 인물도 등장한다. 이 밖에 ‘공짜로 좀 더 많은 것을 배우자’라는 모토를 갖고 있는 ‘칸아카데미’(www.khanacademy.org)도 수학과 과학에 관한 저명 인사들의 동영상을 가득 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학을 타자 치듯 재밌게… ‘쿨매쓰’ 국내 사이트 중에서는 상남재단이 운영하는 ‘LG사이언스랜드’(www.lg-sl.net)가 주목할 만하다. 어려운 과학에 쉽게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각종 퀴즈와 과학뉴스가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그중에서도 과학 지식을 외울 수 있는 ‘과학송’이 백미다. ‘먹이연쇄송’ ‘전기송’ ‘세포분열송’ 등 과학 원리가 흐름에 맞춰 흥겨운 리듬과 함께 노래방처럼 구성돼 있다. 학생들이 직접 하기 힘든 실험을 보여 주는 ‘척척박사 실험실’도 보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들다. 3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컴퓨터를 배우면서 ‘타자 연습기’를 통해 한글 타이핑 실력을 키워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쿨매쓰(www.coolmath.com)는 수학에서 타자 연습기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메뉴로 구성돼 있다. 사칙연산부터 좀 더 복잡한 논리적 계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상과 그래픽으로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미국 수학 교사들이 추천하는 사이트이기도 하다. 대중교통을 이용 시, 또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고 싶다면 학술정보원 명강의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해 보자. 국내외에서 선별된 각종 강연을 무한정 공짜로 듣고 볼 수 있다. 강의들은 학술정보원 홈페이지(www.kocw.net)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일방적인 강연이 심심한 사람은 ‘알캐미’(alchemy) 앱을 설치해 보자. 땅·불·공기·물 등 네 가지의 기본적인 요소를 합성해 총 270가지의 요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과학적으로는 맞지 않는 조합도 있지만, 결과물에 대한 근거에는 수긍할 수 있는 만큼 논리력을 키우기에는 충분히 가치 있는 앱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생활속 살균제 공포] 하루 6시간 주 5일 4주간 흡입… 딱딱한 폐로

    보건복지부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을 폐손상 원인으로 지목한 이유는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뚜렷한 폐세포의 손상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우선 건강한 쥐와 가습기 살균제를 흡입한 쥐의 폐를 부검해 따로 떼어낸 결과 두 종류의 폐는 크기부터가 달랐다. 건강한 쥐의 폐는 몸 밖으로 나오자마자 공기가 빠져나가 곧바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를 흡입한 쥐의 폐는 공기가 빠져나오지 못해 크기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 폐 기관지가 뻣뻣하게 굳는 섬유화 증상과 염증 등으로 공기가 제대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다. 조직검사에서는 더욱 분명하게 폐손상 형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건강한 쥐의 폐를 수평으로 얇게 잘라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일반인의 폐와 마찬가지로 ‘스펀지’와 같은 모양이 나타났다. 반면 ‘세퓨’ 가습기 살균제를 흡입한 쥐의 폐는 세포가 굳어버린 섬유화가 발견됐고, 기관지에서 갈라져 나온 작은 공기통로인 ‘세(細)기관지’에서 염증이 다수 관찰됐다. 폐 내부 표면을 덮은 상피세포가 떨어져 나가는 현상도 발생했다. ‘옥시싹싹’ 가습기 살균제를 흡입한 쥐의 폐에서도 상피세포가 떨어져 나갔다가 다시 세포가 재생되는 현상과 세기관지 주변 염증이 관찰됐다. 염증과 상피세포가 떨어져 나가는 증상이 반복되면 폐가 굳는 섬유화가 일어난다.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가 사망한 산모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증상이다. 장세진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는 “한눈에도 정상 쥐와 실험 쥐의 폐 크기에서 큰 차이가 나타나 기관지가 막혔다는 소견을 낼 수 있다.”면서 “또 실험 쥐는 기관지 바깥 쪽에 염증이 생기고 주변에 섬유화가 일어나 폐손상 환자의 초기 증상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인체에 비해 쥐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민감한 결과가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실험을 진행한 이규홍 안전성평가연구소 흡입독성시험센터장은 “실험대상의 크기는 관계가 없으며 같은 정도의 노출에 대해 쥐가 사람보다 일반적으로 더 민감하다는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의뢰로 살균제 흡입독성 실험을 한 안전성평가연구소는 80마리의 실험용 쥐를 20마리씩 3개 그룹으로 나누고 가습기 살균제 ‘세퓨’, ‘옥시싹싹’ 등 3종을 흡입하게 했다. 흡입실험은 하루 6시간씩 주 5일 단위로 4주간 이뤄졌다. 살균제를 흡입한 3개 그룹의 쥐 폐를 해부해 조직검사를 실시했다. 살균제 흡입량은 폐 손상으로 사망한 환자들의 평균 사용량을 추정해 결정했다. 나머지 14개 제품은 실험시설의 한계로 3종씩 순차적으로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근력 2배 센 ‘슈퍼 쥐’ 실험실서 탄생했다

    일반 쥐들에 비해서 근력이 2배나 센 쥐가 스위스에서 탄생했다. 스위스 국립 로잔공과대학(EPFL)의 연구팀은 “유전자 수정을 통해 평범한 쥐들보다 근력이 2배 더 강하고 지구력이 훨씬 더 강한 이른 바 ‘슈퍼 쥐’를 탄생 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세포 생리학저널 ‘셀’(Cell)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노화현상으로 인한 근력 저하 등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억제유전자인 ‘NCoR1’가 근력에 있어 큰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벌레에 이어 실험쥐들에게도 이 유전자를 조작한 결과 근력과 에너지가 월등히 상승했다는 사실이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탄생한 ‘슈퍼 쥐’는 보통 쥐에 비해 근력도 더 셌을 뿐 아니라 트레드밀을 2배 더 오래 뛸 수 있었다. 또 현미경으로 이런 쥐들의 근육을 관찰한 결과 근육이 견고했으며, 세포조직에서 연료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의 수도 훨씬 더 많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실험에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만약 쥐에 이어 인간에게도 이 방법이 적용된다면, 근육위축증과 같은 노화와 관련된 질병에 획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기대했다. 하지만 이 방법이 자칫 스포츠계에는 대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록경쟁을 하는 스포츠 선수들에게 이 방법이 무분별하게 적용될 경우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었다. 실험을 이끈 요한 아우벅스 교수는 “이 방법이 실험으로 인류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입증이 된다면 근육위축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치료제의 기초가 될 수 있다.”면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선 도핑에 대한 보다 철저한 규제와 시스템이 정립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툭하면 ‘잔소리 메모’ 법원 “남편과 이혼해라”

    툭하면 ‘잔소리 메모’ 법원 “남편과 이혼해라”

    전업주부인 아내에게 수시로 메모를 남겨 잔소리를 하고, 문자메시지로 살림살이를 지적한 남편의 행동은 이혼 사유가 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남편이 음식, 청소, 빨래 등 살림살이 전반에 걸쳐 일일이 참견하자 참다못한 아내가 7년 만에 이혼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한 법원의 판단이었다. 1999년 결혼한 김모(46)씨와 박모(37·여)씨 부부는 신혼 때부터 방을 따로 썼다. 각종 시험을 준비하던 김씨가 2003년부터 과외 강사로 활동하면서 밤늦게 귀가해 새벽에 잠드는 생활이 반복됐다. 김씨는 새벽 늦게 잠자리에 들기 전 아내에게 ‘잔소리용’ 메모를 남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주름을 한 줄로 다려줄 것.” “네가 알아서 청소, 이불 털면 쓰지 않음.” “갑갑함, 제대로 똑부러지게 했으면.” “옷 있는 데 먼지 많음.” 등 살림살이에 대한 잔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음식 타박도 심했다. “김치 쉬겠다. 오전에 뭐한 건가.” “게탕 끓여놓고 갈 것.” “부추 약하게 양념.” “다음부터는 음식 빨갛게 하지 말고 하얗게 할 것.” “밥에 현미, 보리쌀 좀 더 넣을 것.” “나물·버섯 시들기 전에 요리.” 등 하나부터 열까지 간섭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쓸데없이 말하는 것보다 쓰는 것이 나음.”이라는 메모를 남기는 등 실제로 부부 사이에 대화는 많지 않았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간섭도 적지 않았다. “바지, 세탁기 돌리지 말 것. 얼룩 먼지 많음. 쪽팔리게.” 등 가사와 육아에 대한 사항을 일일이 지시했고, 아내 박씨가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심하게 질타했다. 생활비에 대해서도 간섭했다. 모든 생활비를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지불하라고 지시하고, 구입 내역이 남편 김씨의 휴대전화로 바로 전송되도록 했다. 신용카드 영수증에는 ▲잘 샀음 ▲할인받아 살 것 등의 평가를 기재해서 되돌려줬다. 신용카드 내역서에 5만 1502원이 나온 날에는 “줄일 것. 얼마나 번다고 나보다 더 나오나.”라고 적기도 했다. 반면 자신의 수입·저축·지출 내역에 대해서는 아내에게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박씨는 자신이 식모나 노예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견디다 못 해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 박종택)는 아내 김씨가 남편 박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고, 남편은 아내에게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시로 메모와 문자메시지로 지적을 해 아내를 늘 불안과 긴장 속에서 살게 했다.”면서 이혼의 책임이 남편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아시아나항공 홍천서 ‘1사1촌’ 봉사활동

    아시아나항공 홍천서 ‘1사1촌’ 봉사활동

    아시아나항공이 농촌 일손 돕기를 통해 도농 간 경제·문화 격차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23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지난 22일 아시아나 임직원과 가족 등 150명은 자매결연 마을인 강원 홍천군 화촌면 외삼포 2리 산초울 마을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번 행사는 2006년 7월 6일 외삼포2리 산초울 마을과 ‘1사 1촌’ 자매결연을 한 후 12번째 봉사활동이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월급에서 매달 끝전을 공제해 모은 기부금으로 마련한 조손가정 아동 11명을 위한 장학금과 함께 장학 기금 조성에 사용할 색동 송아지 전달식도 함께 가졌다. 윤영두 사장은 “올해 농업협동조합 중앙회로부터 우수 농촌 일손돕기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우리 회사의 활동이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소통과 화합의 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밖에도 지역의 특산물 ‘발아 현미’를 기내식으로 제공하고 매 연말 1촌 마을의 쌀을 구매해 관내 소외계층에 기부하고 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오감도’ 이상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오감도’ 이상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 1934년 식민도시 경성의 여름은 뜨거웠다. ‘조선중앙일보’에 7월 24일부터 연재되기 시작한 작품 ‘오감도’(烏瞰圖) 때문이다. 작가는 2000여편 중에서 30편을 골라 연재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15회를 넘기지 못했다. 띄어쓰기 무시! 문법 파괴! 기호와 숫자가 문자를 대신하는 시! 독자들은 분노했다. 이것은 시가 아니다, 당장 원고를 불살라라, 작가가 미쳤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을 미쳤다고 비난하는 독자들에게 반문한다. ‘왜 미쳤다고들 그러는지. 대체 우리는 남보다 수십년씩 뒤떨어져도 마음 놓고 지낼 작정이냐?’ 그가 보기에 대중은 게으르고 편협했다. 자신은 지금 시대의 어리석음과 무지를 뛰어넘고 있는 중인데 독자들은 아직도 구태의연한 문학관만 소비하는 중이니 말이다. ‘오감도’의 작가 이상(李箱·1910~1937). 그는 정말 시대와 불화한 천재였을까. 시대가 박제시켜 버린 천재였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재능이나 영감에 의지해 개성을 뽐내는 그런 천재는 아니었다. 모두가 문명화, 근대화라는 덧없는 망상 속에서 허둥댈 때, 그는 아무도 보지 못했던 문명의 메커니즘을 보고, 시대의 이면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비상(非常)한, 비상(飛上)을 꿈꾼 지식인이었다. ●모던 경성, 적빈(赤貧)의 시공간 1910년 9월생인 그는 일본어를 국어로 하는 세상에서 태어나 문화통치 기간인 1920년대에 학교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1920년대 중반이 되면 제국 일본의 식민 경영이 본격적으로 뿌리내리게 된다. 아울러 경성의 도시경관은 총독부 건물, 경성제국대학, 백화점을 중심으로 근대 도시의 풍모를 갖추어 나가기 시작한다. 그 안에서 근대적 학교교육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출판산업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졌다. 그리하여 1920년대에는 신문과 잡지를 통해 동시대의 근대문화를 흡수하고 소비하는 ‘대중’이 유럽풍 옷가지와 장신구로 몸을 두르고 커피 한잔을 찾아 방랑하는, 보들레르가 명명했던 ‘산보객들’이 경성 한복판에 등장하기에 이른다. 경성고등보통학교 건축과 학생이었던 이상 역시 화구통을 메고 거리를 어슬렁거린다. 그러나 그의 눈에 비친 것은 가난이었다. 끼니를 잇기 힘든 가난한 중인 가문의 장남이었던 그는 현미빵을 팔아 학교를 다녔다. 그가 배우는 최신 기하학과 건축학이 식구들과 이웃의 허기를 달래줄 날은 참으로 요원했다. 하지만 이런 물질적 가난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정신의 가난이었다. 생활은 점점 더 돈을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돈은 아비와 자식, 친구와 애인을 연결시켜 주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였다. 의리도 인정도 돈 앞에서는 힘을 쓸 수 없었다. 지독한 정신의 가난은 가난한 서민들뿐 아니라 도시인 전체를 갉아먹고 있었다. 대중매체가 선전하는 소비와 향락, 학교에서 강요하는 청결하고 근면한 생활. 이상이 보기에 이것은 실상 일본식 유행풍속을 좇아 양복을 입고 몇 개 안 되는 다방을 전전하면서 ‘교양입네’ 하는 꼴이었다. 제국 일본의 식민도시 경성은 제대로 문명화를 구가하지도 못하면서 박래품 소비에만 열광하는 ‘무늬만 근대도시’였다 경성의 도시인들은 모두 ‘모던’(modern)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지만, 정작 자신의 텅 빈 정신은 보지 못하는 불구자들이었다. 왼팔을 들면 거울 속의 나는 오른팔을 들어 올리는 기묘한 형국처럼 도시인들은 자신을 비추는 문명의 거울 앞에서 분열증에 시달렸다. 지독한 정신의 가난 속에서도 겉으로는 잘사는 척, 문명인인 척하기에 급급한 삶이라니! 이상은 이 사태가 공포스러웠다. 그 수선스러움에 질식할 것 같았다. 이 가난에 맞서야 한다! ●나의 펜은 나의 칼이다 1930년 ‘조선’에 연재된 첫 장편소설 ‘십이월 십이일’을 필두로, ‘이상한 가역반응’, ‘삼차각설계도’, ‘건축무한육면각체’ 등 기하학과 일본어가 맞물린 시들과 ‘지도의 암실’ 등의 소설, 다양한 수필이 발표된다. 문명을 지탱하는 정신의 가난과 대결하면서 그가 집중적으로 관심을 기울인 것은 언어의 문제였다. 식민지 조선에서는 일본어가 국어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은 조선어다. 그는 식민지에서의 가난과 소외가 무엇보다도 언어와 그 언어 사용자 사이에 놓인 간극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1930년대를 지배하는 ‘모던’이라는 말 안에는 그 어떤 진지한 성찰도 부재했다. 도시의 소비자들은 양복(洋服), 양행(洋行)과 같이 서양풍을 내세운 습속에만 매달릴 뿐 왜 서양식 옷을 입고 서양에서 나온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자문하지 않았다. ‘모던’이란 말은 식민지 조선에서 텅 빈 기호였다. 그 안에서 어떤 정신적 가치도 찾을 수 없었다. 이상은 그런 시대를 ‘활자허무시대’라고 명명했다. 이상은 그렇게 기호에 갇혀 자기 삶의 진실을 외면하는 문명인의 삶을 해부하기로 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그런 그에게 문학은 대중이 기대하는 여가선용이나 위안의 도구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사회주의자들이 주장하듯 특정한 계급의 현실을 드러내고 정치적 방향을 선동하는 이념의 도구에 머무를 수도 없었다. 문명의 매커니즘을 해부하고, 소외된 삶을 극복하는 것! 이것이 문학의 일차적인 임무여야 했다. 이상에게 펜은 그런 가난한 문명과 나태한 정신을 향해 휘두르는 칼이어야 했다. 그의 시 ‘오감도’는 숫자와 여러 가지 기호들을 통해 근대적 삶의 폐쇄성과 불구성을 해부하는 ‘메스’로서의 문학이었던 셈이다. ‘오감도’ 연재가 중단된 후 자신의 시도가 불러일으킨 적대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이상은 실망하지 않았다. 자신을 몰라보는 대중을 무시하지도 않았으며, 관광객의 시선으로 그들의 삶을 관조하지도 않았다. 속악한 돈의 횡포나 비정한 이기주의를 직시하면서도, 그는 자신 역시 허위에 찬 근대의 산물임을 처절하게 의식했다. 박태원과 김기림 같은 지인들은 이상이 퇴폐적 카페를 열고 여급들과 연애하는 것을 보면서, 그가 문학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도 문명을 비판하고 자조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감추려고도, 미화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겪은 배반과 궁핍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근대문명을 고민하고, 그 안을 휘청거리며 걸었다. ●이상, 시대의 혈서를 쓰는 자 1936년 가을, 이상은 일본 도쿄로 떠났다. ‘날개’를 통해 평단으로부터 큰 주목과 호평을 받은 직후였다. ‘날개’는 돈으로 마음과 정신을 사고파는 근대인의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여기서 이상은 주인공이 날개를 얻어 비상할 것을 꿈꾸는 장면으로 작품을 마무리했다. 해부를 넘어 새로운 도덕을 발견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어쩌면 그 도덕적 비전이 식민지 조선 바깥에, 현해탄 건너 문명의 본산에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도쿄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허영의 낙원이었다. 특가품, 할인품, 온갖 상품들로 넘쳐나는 긴자 거리에서 사람들은 모두 성병에 걸린 듯 화려하게 치장한 채 돌아다녔으며, 최신 서적들은 그저 교양으로 소비되고 있었다. 거기에도 자기 삶의 정열을 태우는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현대 자본주의의 병폐가 더 노골적으로 발산되고 있었다. 영국 런던에 가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딜 가도 적막, 암흑, 권태뿐이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새로운 도덕을 찾아야 한단 말인가. 20세기가 그토록 찬미해 마지않는 문명이란 정신의 가난만 키우는 황금만능의 허위 세계임을, 이상은 낯선 땅에서 뼛속 깊이 절감한다. 그해 겨울 도쿄 거리에서 이상은 불온한 조선인으로 낙인찍혀 감방에 갇히게 된다. 도일(渡日)하기 전부터 앓았던 폐병은 급속도로 악화되었고, 문명의 속악성은 그의 마음에서 한 가닥 희망마저 앗아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그는 글을 쓰면서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1937년 4월 17일. 채 십년이 되지 않는 창작 기간 동안 오직 근대문명의 실상을 파헤치기 위해 글을 썼던 이상이 죽었다. 그의 죽음은 친구 김기림의 말대로 제 육체의 마지막 조각을 갖고 제 혈관을 짜서 쓴 시대의 혈서였다. 죽기 몇 달 전 탈고한 소설 ‘종생기’(終生記)에서 이상은 자신의 묘지명을 작성한다. “일세의 귀재(鬼才) 이상은 그 통생(通生)의 대작 ‘종생기’ 일편을 남기고 서력 기원후 일천구백삼십칠년 정축(丁丑) 삼월삼일 미시(未時) 여기 백일(白日) 아래서 그 파란만장(?)의 생애를 끝막고 문득 졸하다. 향년 만이십오세와 십일개월.” 자신을 죽이고, 그 시체로부터 생과 예술의 본질을 투시하려 했던 자. 임박한 죽음 앞에서도 이상은 그렇게 끝까지 예리한 언어의 칼날을 거두지 않았다. 오선민 남산강학원 연구원
  • [24일 TV 하이라이트]

    ●과학카페(KBS1 밤 11시 50분) 앵무새를 다른 새와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발가락과 부리다. 이는 그만큼 앵무새만의 신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앵무새는 다른 새와 달리 발을 손처럼 자유자재로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발로 거꾸로 매달릴 수도 있다. 또한 갈고리 모양의 부리는 견과류는 물론 얇은 철망을 끊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는데…. ●가요무대(KBS1 밤 10시 10분) ‘라디오시대’ 편에서는 KBS 예술단의 ‘즐거운 우리집’, 안다성·주현미의 ‘청실홍실’, 신삼태기의 ‘열두 냥짜리 인생’, 김용임의 ‘진도아리랑’, 최희준의 ‘광복 20년’과 ‘하숙생’, 김성원의 ‘눈물 젖은 두만강’, 현미의 ‘떠날 때는 말없이’, 차중광의 ‘사랑의 종말’ 등을 들려준다. 추억의 노래를 통해 그 시절에 젖어 든다. ●아침드라마 위험한 여자(MBC 오전 7시 50분) 강 회장은 도희가 건넨 소라의 물건으로 친자 확인을 의뢰하고 결과를 듣게 된다. 검사 결과에 강 회장은 소라를 자신의 딸로 인정하고, 모두 다 보상해 주겠다고 한다. 소라는 도희와 행복해하고, 강 회장은 소라에게 당장 출근하라고 한다. 그렇게 소라는 당당히 강 회장의 비서실로 입성하게 된다.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SBS 밤 11시 15분) 지난주에 이은 ‘최경주’ 편에서는 무서울 것 없어 뵈는 골프황제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과 최경주의 노래 실력을 공개한다. 좌충우돌 PGA 적응기도 털어놓는다. 모두가 반대했던 PGA 진출로 편견을 딛고 세계 최고가 된 그. 3년4개월간의 악몽 같은 슬럼프를 뚫고 다시 부활하기까지 최경주의 탱크 같은 인생스토리를 함께한다. ●직업의 세계-일인자(EBS 밤 11시 20분) 동충하초는 겨울에는 곤충, 여름에는 풀처럼 돋아나는 신비로운 버섯이다. 동충하초 대량 배양 기술 개발로 한국 농가에 이바지한 성재모는 동충하초만 30년간 연구해온 동충하초의 달인이다. ‘대산 농촌문화상’, 농림수산식품부 주최 ‘제1의 농업과 기술상’ 등을 휩쓸어온 그를 만나 본다. ●명불허전(OBS 밤 10시) 온 국민에게 존경받는 연기자 이순재의 인생 이야기를 함께한다. 호통 한 번 제대로 치기 위해 담배를 끊은 사연과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김명민보다 먼저 지휘자 역할을 했던 사연까지. 기성세대는 물론 청소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비결과 함께 1970년대 말 이후 전혀 출연하지 않았던 영화에 다시 한번 도전했던 속내를 공개한다.
  • “재개발 도심 속살에 반해 파리行 포기했죠”

    “재개발 도심 속살에 반해 파리行 포기했죠”

    “이상하다 싶었을 거예요. 파리 보내준다는 데도 대답을 안 하니…. 하하하. 그런데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다시는 찾아보기 어려운 거대한 스펙터클이 벌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그걸 포기합니까. 현장을 지키기 않으면 다 놓칠 판인데….” 한달에 400만원씩 드는 작업비용을 감당하느라 집세도 몇달째 밀려있다면서도 아쉽다거나, 후회한다는 표정은 아니다. 아직 흥이 채 가시지 않았다. 11월 27일까지 서울 신문로2가 성곡미술관에서 ‘서울, 침묵의 풍경 Ⅱ’ 전시를 여는 안세권(43) 작가다. 원래 영상작업을 해왔던 작가는 2003년 7월 청계천 공사 착공에 앞서 그 일대 풍경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인파, 바리케이드, 교통통제, 다이아몬드커팅기까지 어우러진 풍경을 영상물로 남겼다. 몇달간 천변 부근 차 안에서 먹고 자면서, 비오는 날마다 청계고가 달리기를 반복하면서 매진했다. 그러다 공사현장 그 자체에 매료됐다. 한층 더 두터운 화장을 바르기 위해 예전의 화장을 걷어내는 순간, 근대의 이름으로 덮어뒀던 서울이라는 도시의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때부터 사진기를 들기 시작했다. 청계천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웅장함과 거대함을 나타내는 구도와 시점을 택하면서도 세부묘사는 현미경을 들이댄 듯 세밀하다는 데 있다. 이번에 전시된 ‘청계천에서 본 서울의 빛’이 대표적이다. 사진이라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모든 디테일이 살아있다. 특히 휘어진 철근은 지금 청계천에서 뛰논다는 물고기보다 더 생생하게 퍼덕댄다. “저 철근 느낌 때문에 새벽에 그냥 공사현장에 뛰어들어가서 찍은 거예요. 박정희식 근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봤거든요. 그 때 민원 방지 차원에서 폐건축자재를 정말 빨리 치웠어요. 우연히 발견해서 바로 뛰어들지 않았다면, 영원히 놓쳤을 장면이죠.” 미세함을 포착하자니 품이 많이 든다. 기본은 4~5시간 노출촬영이다. 한 번에 찍으면 명암 때문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 노출 시간이 길어야 빛이 고루 스며들면서 작은 부분이 다 살아난다. 대신, 움직이는 물체가 없어야 하니 새벽시간대에만 작업한다. 촬영 뒤에는 후반 작업에만 보름 이상 매달린다. 그 결과 도시의 속살은 땀구멍 수준으로 확대된다. 그의 사진이 다큐멘터리라기보다 회화에 가까워 보이는 이유다. 청계천프로젝트 덕분에 2005년 가나아트에서 신진작가로 뽑혔다. 들어온 제안이 프랑스 파리 레지던시 참가. 그런데 서울에선 뉴타운이 한창이었다. 비행기 티켓 대신 카메라 가방을 움켜쥐고 다시 뛰었다. 도시의 내밀한 살내음을 추적하기 위해 금호, 약수, 월곡 같은 재개발지역을 훓고 다녔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작품은 ‘서울 뉴타운 풍경 - 월곡동의 사라지는 빛’이다. 특이하게도 2005~2007년에 걸쳐 찍었다. “보통 재개발하면 바로 밀어서 바로 짓잖아요. 그런데 저곳은 교회가 저항하면서 천천히 진행됐어요. 그래서 저렇게 연작을 뽑을 수 있었지요.” 말이 쉽지 3년 내내 다닌 셈이다. “출퇴근하듯 매주 찾아가면 별로 어렵지는 않아요. 하하하.” 환한 가로등이 점차 잦아들면서 마을은 점차 사라져가는 풍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런데 공사현장과 달리, 용역과 철거민이 맞부딪히는 재개발 현장은 위험하지 않을까. 낯선 사람이 새벽에 큰 가방 메고 이리저리 나다니는데. 월곡동에선 포크레인이 집을 부수는 순간을 찍으려는 데 주민들이 무척 반발했었어요. 집 부수는 순간은 그 찰나가 아니면 못 찍잖아요. 잽싸게 차에 가서 도록을 집어다 줬죠. 그랬더니 우리 동네도 이렇게 찍어줄거냐 하시더니 내버려두시데요.” 그래서 월곡동에서 청계천 철거민을 만났을 때 가슴 아팠다. 박정희 시대 청계천 공사 때문에 월곡동으로 밀려나간 사람이 뉴타운으로, 또 다시 시 외곽으로 밀려나 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에게도 다큐 작업이 있다. 아무래도 다큐는 스산하기 마련. 도시 재개발을 왜 삐딱하게 보느냐는 시선 때문에 잘 공개하지 않을 뿐이다. 혹시 청계천과 뉴타운 덕을 톡톡히 보신 ‘그 분’ 때문에? “으흐흐” 웃기만 하더니 다른 답을 내놓는다. “어떤 현상에 대해 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겠지요. 그 가운데 예술로 말한다는 것은 일단 아름다워야 한다는 겁니다.” 온통 땅을 할퀴고 뒤집어놓은 사진인데도 거칠고 탁하기보다 따뜻한 온기가 도는 이유다. 3000원. (02)737-765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승패보다 중요한 건 싸움 중에도 망가지지 않는 것”

    영화와 소설 ‘도가니’처럼 힘없는 이들이 성추행을 당하는 일은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 삼성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삼성을 살다’(이은의 지음, 사회평론 펴냄)는 ‘도가니’를 보며 가슴이 답답했던 이들에게는 시원한 승리의 기록이자, 조직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보여주는 교본이기도 하다. 저자 이은의(37)씨는 1998년 새로 도입했다는 SSAT(삼성직무적성검사)란 시험을 치르고 면접을 통과해 삼성에 합격한다 “너는 어느 고관대작집 딸이니?” 당시 삼성 38기 공채의 대졸 여사원 비율은 20%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남자 동기가 위와 같은 질문을 던졌고, 잠시 멍했던 이씨는 “나 우리 엄마 아빠 딸이야.”라고 재치있게 받아넘긴다. 이씨는 부산으로 배치받아 삼성자동차 공장에서 조립라인의 부품을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일을 맡게 된다. 서울 사무직으로의 복귀 기회는 우연하게 찾아왔다. 삼성자동차 빅딜 발표 이후 비디오테이프를 반납하고자 얻어 탔던 차가 노동청에 들른 것이었다. 노사협의회와 노동조합의 차이도 몰랐던 이씨는 노동청에서 질문을 던졌고, 당황한 임원진은 당장 그를 삼성전기 수원사업장으로 발령낸다. 삼성전기에서 이씨는 전공인 포르투갈 어를 살려 남미영업에서 누구 못지않은 실적을 올리며 2003년 대리로 승진한다. 물론 그동안에도 한 달에 한 번 가는 보건휴가(생리휴가)를 꼭 가야 하느냐는 과장의 질문에 “대졸 여사원도 생리하는데요. 혹시 모르시는 건 아니죠?”라고 답하는 센스를 발휘한다. 사달은 2005년 유럽 출장에서 터졌다. 2차로 가라오케까지 간 술자리가 끝나고 자정이 다 되어 돌아온 호텔에서 한 팀장이 이씨를 로비에 세워 놓고 “여사원으로서 해줘야 하는 의전이 부족한 거 아냐? 아침에 상냥하게 모닝콜도 해주고 술자리 분위기도 좀 잘 맞추고 해야지 말이야….”라고 훈계한 것. 팀장의 블루스 제안을 거절한 게 발단이 되었다. 이후 사건을 일으킨 팀장은 명예퇴직금을 받고 분사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여전히 같은 건물에서 일하게 된다. 5년이 걸린 긴 싸움의 시작이었다. 회사 안에서 아무리 인사부장과 면담을 해도 소용없자 이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는다. 인권위는 1년 6개월 만에 차별시정권고를 내렸지만 삼성은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다. 이씨는 맞받아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차례로 승소했다. 회사에서 버티면서 소송에서 승리하기까지의 그 지난하고 눈물 나는 과정은 책에 절절하게 기록되어 있다. “어떤 경우에도 권리라는 것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최대한 보장된다는 것을 알았고, 증거든 증인이든 회사에 있어야 보강이 쉽고, 무엇보다도 피해 입은 개인이 떠밀려 나가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받은 것보다 훨씬 깊은 상처를 받게 되리라는 걸, 이길 확률이 높지 않은 싸움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면으로 싸워서 뚫고 나가지 않으면, 이 절망감과 좌절감이 평생 따라다닐 것 같아 두려웠다.” 그가 일을 주지 않는 사무실에서 스스로 일을 찾아가며 소송까지 진행한 이유다. 흔히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말한다. ‘삼성을 살다’는 절과 싸운 믿기지 않는 중 이야기지만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때로 즐겁다. 저자는 한때 드라마 작가를 꿈꾸며 방송작가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다녔던 만큼 재치 넘치는 글솜씨를 자랑한다. 그는 현재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미래의 변호사다. “싸움에서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싸움하는 동안 망가지지 않도록 나를 잘 가다듬는 것, 진짜 이기는 것은 스스로 귀감이 될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1만 4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서울시장 보선 D-11] 서울시장 후보 기업 경영 활용 SWOT 분석 적용해 보니…

    [서울시장 보선 D-11] 서울시장 후보 기업 경영 활용 SWOT 분석 적용해 보니…

    중반전으로 접어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초빅빙으로 흐르고 있다. 보수·진보, 여성·남성, 정당세력·시민세력 등 다양한 대결 구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판세 분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선거전에서는 특정 후보의 강점이 상대 후보의 약점과 일맥 상통하는 동전의 앞뒤 면과 같은 만큼 두 후보가 지닌 장단점과 선거 여건이 승부를 가를 변수가 될 것 같다. 기업 경영에 자주 활용되는 SWOT(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요소·Opportunity, 위협요소·Threat) 분석을 통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장단점과 선거여건을 살펴봤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최대 강점은 수려한 외모와 높은 대중적 인지도이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단시간에 메우는 압축 학습 능력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실제 박원순 범야권 후보와 맞붙은 세차례 TV 토론 등에서 보여준 토론·설득 능력은 지난해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당시에 비해 일취월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약점으로는 지난 8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올인’했던 보수적 이미지가 꼽힌다. 대중적 인지도에 비해 서민층과의 스킨십은 다소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의 확장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나 후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정권발 악재’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구입 논란과 이국철 SLS그룹 회장발(發) 정권 실세 비리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외생 변수라 통제도 불가능하다. “박 후보보다 X맨(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별다른 악재 요인 없이 보수·진보 간 대결 양상으로 치러진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와 달리 대형 악재는 보수층 이완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박근혜 효과’는 기회 요인이다.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이 갖는 결집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보수층 결집을 이끌어 낼 여지가 남아있다는 얘기다. 박 후보의 강점은 시민운동가 출신으로서 깨끗한 이미지다. 그만큼 기존 정당에 염증을 느끼는 중도층과 부동층을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에서 ‘변수’(變數)를 넘어 ‘상수’(常數)가 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박 후보의 텃밭이다. 정당 조직력 못지않다. 지난 3일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트위터는 박 후보의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 내는 등 맹위를 떨쳤다. 약점은 지지층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장으로부터 ‘빌려온 지지율’은 휘발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등 야권 지지층이 소극적으로 지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빙 승부에서 이러한 결집력 약화는 선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 후보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인은 학력·병역·시민단체 경력 등에 대한 ‘현미경 검증’을 내세운 나 후보 측의 ‘네거티브 공세’다. 박 후보는 ‘네거티브에 대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잔매에 장사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안철수 바람’은 여전히 기회 요인이다. 잠시 잦아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으나,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게릴라식 개입’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TV 토론 결과 정책이 두 후보의 승부를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면서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유권자들은 감성적으로 투표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만큼 네거티브 공세와 정권발 악재의 폭발력이 가장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문제가 새로운 돌발 변수”라면서 “보수·진보층이 결집된 상황에서 중도층이 한·미 FTA에 어떻게 반응하고, 여야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등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세상에서 가장 큰 ‘바이러스’ 발견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세상에서 가장 큰 바이러스가 발견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BBC 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일반바이러스보다 10~20배 이상 크며 기존 세계 최대 바이러스로 기록된 미미바이러스보다도 큰 바이러스를 확인했다.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소개된 이 바이러스는 지난해 4월 칠레 중앙 라스크루케스 해안 일대에서 발견됐다. 이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발견된 바이러스 중 가장 크며 칠레에서 발견됐다는 의미로, 메가바이러스 칠렌시스(Megavirus chilensis)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거대 바이러스는 지름이 무려 0.7마이크로미터(µm) 정도 크기로 전자현미경이 아닌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세포나 박테리아와 달리 자가 복제를 할 수 없지만 숙주에 침투해 증식한다. 특히 메가바이러스는 자신과 비슷한 크기의 박테리아 등을 먹이로 삼는 아메바를 숙주로 삼는다고 과학자들은 밝혔다. 연구를 이끈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학 장-미셸 클레버리 교수는 “이 메가바이러스가 바이러스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부고]

    ●이영식(서예가)씨 부인상 용석(MBC 서울경인지사장)은석(전 서울시의원)원석(자영업)씨 모친상 9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1일 오전 7시 (02)2227-7580 ●고은미(삼성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 과장)씨 남편상 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 30분 (02)3410-6915 ●김근상(대한성공회 의장주교)씨 모친상 8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1일 오전 9시 (02)2227-7556 ●박병근(삼성LED 자금그룹 부장)씨 장인상 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1일 오전 (02)3010-2236 ●이규빈(한국지엠 대리)현미(KT 가치경영실 대리)씨 모친상 허건(KT 홍보실 과장)이충희(인천 21세기병원 과장)씨 장모상 9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11일 오전 6시 (031)787-1505 ●오태진(조선일보 수석논설위원)씨 부친상 안승호(디엠솔 대표)씨 장인상 8일 여수 전남병원, 발인 10일 오전 9시 (061)642-4444 ●김진기(중앙 G&E 대표)태현(연세대경영대 교수)씨 부친상 9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2일 오전 8시(02)2227-7587
  • [사설] 나경원·박원순 정책공약 꼼꼼히 따져보자

    10·26 재·보궐선거의 핵심인 서울시장 보선전에서 정책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민생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관련 정책을 제시하는 데 이어 야권 단일 후보인 무소속 박원순 후보도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나 후보가 선점해 온 정책 비전 경쟁에 박 후보가 가세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두 후보가 내놓는 정책들을 보면 서울시민들을 유혹하는 무지갯빛 청사진으로 가득차 있다. 어떠한 것들이 실현 가능한지, 옥석을 가리는 검증이 필요하다. 유권자인 서울시민이 현미경을 들여다보듯이 꼼꼼히 따져봐야 할 때다. 본지는 한국매니페스토 자문 교수단과 공동으로 두 후보의 공약을 분석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일단 실망스럽다. 두 후보 모두 종합 평점에서 낙제점을 면치 못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두 후보가 물량 공세하듯이 쏟아내는 공약들을 보면 급조된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20조원이 넘는 서울시 재정을 놓고 깊이 고민한 흔적을 누구에게서도 찾기 어렵다. ‘돈 드는 사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형국은 마치 브레이크 풀린 자동차 같다. 도대체 얼마가 들지, 무슨 돈으로 충당할지 구체적인 방법론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나 후보의 ‘1현장 1정책’도, 박 후보의 부채 7조원 감축론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측이 박 후보에 대해 각종 의혹을 집중 제기하면서 네거티브 논란이 일고 있다. 병역 혜택, 직원 부당해고, 부인회사 특혜 수주 등의 의혹이 제기된 이상 규명이 필요한 상황이긴 하다. 도덕성 역시 후보 자질을 평가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정작 네거티브 공방이 필요한 데가 있다. 정책 공약이 바로 그것이다. 상대 후보의 ‘날탕식 공약’ ‘가짜 공약’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면 된다. 자신의 공약은 ‘포지티브’로 멋지게 포장하고, 상대 후보의 공약은 ‘네거티브’로 공략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으면 되는 것이다. 두 후보 간에는 오늘 관훈토론회를 시작으로 4차례의 맞짱 토론이 예정돼 있다. 그들의 도덕성, 행정 능력, 정책 비전, 지도력 등 자질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다. 지금부터는 유권자의 몫이다. 서울시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그들을 직접 평가해야 한다. 나 후보의 ‘서울 생활특별시’, 박 후보의 ‘서울을 바꾸는 희망셈법’을 놓고 우열을 가려야 한다.
  • [부고]

    ●류대환(한국야구위원회 마케팅자회사 KBOP 이사)경순(한국노동연구원)씨 모친상 장영문(프리미어 상무이사)권태효(사업)김용재(일렉티스트 대표이사)이영범(하이닉스반도체 책임연구원)씨 장모상 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8일 오전 8시 (02)3410-6919 ●황주현(교보정보통신 대표이사)기현(한국토지주택공사 해외사업처장)부현(교보문고 교육사업팀장)씨 부친상 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 (02)3410-6903 ●조경민(미국 신시내티대 박사후연구원)동찬(SBS 의학전문기자)씨 부친상 서자경(미국 신시내티대 교수)이선혜(서울대병원 정신과 전임의)씨 시부상 4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8일 오전 9시 (02)2258-5969 ●황성용(한국거래소 심리부 부장)씨 모친상 6일 해남 제일장례식장, 발인 8일 오전 9시 010-6732-7230 ●정문수(인하대 교수)씨 모친상 6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8일 오전 6시 (02)2227-7584 ●유준수(전 한양대 교수)씨 별세 홍희(한양대 교수)범희(성균관대 〃)씨 부친상 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8일 오전 8시 30분 (02)3410-6915 ●나남일(자영업)남수(〃)치수(교육과학기술부 연구감사과장)윤수(전남도청 사무관)미경(서울 가인초 교사)씨 부친상 황인수(나주시청)김한균(위아 차장)씨 장인상 6일 광주기독병원, 발인 8일 오전 9시 (062)671-9173 ●심상돈(원캐싱 대표이사)씨 모친상 5일 충북 충주 영광장례식장, 발인 7일 오전 10시 (043)845-4444 ●이동관(KCC건설 사원)현주(다대중 교사)현정(서울환경연합 팀장)현미(롯데홈쇼핑 매니저)씨 부친상 조강락(TU엔지니어링 대표)김충남(문화일보 기자)씨 장인상 6일 중앙대병원, 발인 8일 낮 12시 (02)860-3510
  • ‘준결정(準結晶:규칙성 갖지 않은 고체)’ 발견… 물질에 대한 인식 통째로 바꿔

    ‘준결정(準結晶:규칙성 갖지 않은 고체)’ 발견… 물질에 대한 인식 통째로 바꿔

    올해 노벨화학상은 물질 형태에 대한 상식을 깬 이스라엘 과학자가 차지했다. 스웨덴 한림원 노벨상 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201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다니엘 셰흐트만 이스라엘 공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셰흐트만은 고체 물질에 대한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공동 수상이 일반화된 과학 분야 노벨상에서 단독 수상은 2007년 화학상을 받은 게르하르트 에르틀 이후 처음이다. ●1982년 5각형 구조 발견… 엄청난 논란 불러 셰흐트만은 1982년 4월 최초로 규칙적인 구조를 갖지 않은 고체인 준결정(準結晶)을 발견했다. 일반적인 고체는 원자 또는 분자가 같은 형태를 반복하는 형태의 결정으로 이뤄져 있다. 평면상에서 생각할 때 3각형, 4각형, 6각형 등을 가진 분자는 서로 규칙적으로 연결을 이어 나가며 공간을 채울 수 있지만 5각형만으로는 공간을 채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셰흐트만은 고차원 투과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알루미늄과 망간 합금에서 규칙성을 갖지 않는 5각형 구조의 준결정 구조를 처음으로 관찰했다. AP통신은 “1984년 발표된 셰흐트만의 발견은 5각형 구조의 물질이 존재할 수 없다는 기존 상식을 통째로 흔들며 논란을 몰고 왔다.”면서 “셰흐트만의 연구소는 그에게 연구소에서 나가라는 요구까지 했다.”고 전했다. 셰흐트만 교수의 발견 이후 과학계는 물론 산업계까지 준결정 소재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준결정은 규칙적이지 않고 공간이 많아 일반적인 결정질 소재들에 비해 마찰력이 극히 낮다. 마찰력이 낮다는 것은 소재로 사용할 때 마모가 적어 내구성이 강한 특징이 있다. ●소재의 가능성 무한하게 넓혀 현재 유럽의 일부 회사들은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준결정 소재를 이용해 면도칼이나 바늘, 칼 등을 생산해 내고 있으며, 기계·항공 등의 소재로 사용하려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또 준결정 소재가 물질의 흡착을 방해한다는 점에 착안, 프라이팬의 코팅 소재로도 사용된다. 2009년에는 이탈리아와 미국 연구팀이 러시아의 광석 샘플을 통해 자연계에도 준결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 내기도 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단거리 규칙성은 있지만 장거리 규칙성은 없는 새로운 개념의 물질을 발견해 소재의 가능성을 무한하게 넓힌 공로를 인정받은 것 같다.”면서 “향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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