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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우! 과학] 1초당 10조 프레임 촬영…‘세계 최고속 카메라’ 등장

    [와우! 과학] 1초당 10조 프레임 촬영…‘세계 최고속 카메라’ 등장

    세계 최고 속도의 카메라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사이언스데일리 등 과학 전문매체의 12일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국립과학연구소(INRS)와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이 공동으로 개발한 이것은 일명 ‘티-컵’(T-cup)으로 불리며, 1초당 무려 10조 프레임을 촬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카레라는 1초 당 30프레임 정도를 촬영한다. 공동 연구진에 따르면 이 카메라는 ‘CUP(Compressed Ultrafast Photography)’라는 기술을 토대로 개발됐다. 압축된 초고속 사진을 뜻하는 CUP는 초당 1000억 프레임을 촬영할 수 있으며, 이렇게 얻은 데이터는 5 나노초(nanosecond, 10억분의 1초) 이내에 CCD 소자를 통해서 컴퓨터로 전송된 후 컴퓨터 이미지 처리를 통해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펨토 포토그래피(femto-photography)로 불리며 레이저를 통해 1초에 1조 프레임을 촬영하는 초고속 카메라의 기술도 참고했다. 약 1조분의 1초 동안만 유지되는 레이저 빛이 사진기의 플래시와 같은 역할을 하고, 검출되는 빛을 아주 짧은 시간 단위로 쪼개 서로 다른 감지기로 검출하는 ‘스트릭 튜브’가 필름 역할을 하는 원리다. 연구진은 “펨토 포토그래피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사진의 품질에 제한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적인 이미지를 얻는 카메라를 추가했다. 이를 펨토 포토그래피 카메라로 얻은 이미지와 결합해 초당 10조 프레임을 녹화하면서 고품질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실시간 영상 촬영 속도의 세계 기록을 세웠으며, 생체 의학이나 재료 과학 및 기타 응용 분야에 새로운 세대의 현미경을 탄생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뿐만 아니라 빛과 물질간의 상호작용을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되면서 의료분야에서 환자들의 혈액 테스트 및 결과를 확인할 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우주를 보다] 소행성 ‘류구’에 착륙한 탐사로봇…그림자 포착

    [우주를 보다] 소행성 ‘류구’에 착륙한 탐사로봇…그림자 포착

    소행성 류구(Ryugu)에 도착한 일본의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세번째 로봇을 표면에 내려보내는데 성공했다. 독일항공우주센터(DLR) 측은 3일 하야부사 2호에서 '마스코트’(Mascot)라는 이름의 소형 탐사로봇이 무사히 류구 표면에 착륙했다고 밝혔다. DLR과 프랑스 국립우주센터(CNES)가 함께 개발한 마스코트는 ‘이동식 소행성 표면 정찰’(Mobile Asteroid Surface Scout)이라는 뜻의 소형 탐사체다. 무게 10㎏의 신발 상자 만한 크기의 마스코트는 내부에 광각 카메라와 광물 성분을 분석할 현미경, 자기장 측정용 자력계 등의 장비를 싣고 있으며 자체 점프를 통해 단 한 차례만 위치를 바꿀 수 있다. 이날 DLR이 공개한 사진은 마스코트가 류구에 착륙하면서 촬영한 것으로 모선인 하야부사 2호와 표면 사이의 거리는 불과 51m다. 수십억 년의 시간을 간직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류구의 울퉁불퉁한 암석 표면이 생생히 드러나있는 이 사진에는 흥미롭게도 마스코트의 모습도 담겨있다. 사진 속에서 오른쪽 상단의 검은 점이 바로 마스코트의 그림자로 본의아닌 셀카를 남기게 됐다. DLR 측은 "이보다 더 좋은 착륙이 없을만큼 과정은 완벽했다"면서 "하강 중 총 20장의 사진을 촬영했으며 이 데이터는 모두 하야부사 2호에 저장됐다"고 밝혔다. 이에앞선 지난달 22일 하야부사 2호는 탐사로봇 미네르바Ⅱ-1의 A와 B기를 각각 류구 표면에 내려보냈다. 무게 1㎏의 이 로봇들은 내장된 모터를 사용해 깡충거리듯이 이동하면서 광각 입체사진 카메라로 류구 표면의 사진을 찍어 전송해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총 3대의 탐사로봇이 류구 표면을 돌아다니며 탐사를 진행하는 셈이다. 한편 수많은 바위와 돌로 가득한 류구는 지구에서 화성 쪽으로 2억8000만㎞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지름은 870m, 공전주기는 475일, 자전주기는 7.5시간이며 태양계 형성 당시의 물질이 고스란히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돼 연구가치가 매우 높다. 우리말로 ‘송골매’라는 뜻을 가진 하야부사 2호는 세계 처음으로 소행성 ‘이토카와’의 미립자를 가져온 하야부사의 문제점을 보완, 개발해 지난 2014년 12월 발사됐다. 특히 하야부사 2호는 3대의 로버를 류구 표면에 내려보내 시료를 채취하고서 2020년 지구로 귀환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왕복으로 총 52억㎞에 달하는 대장정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노벨화학상’에 미국 아널드·스미스, 영국 윈터…9년 만에 여성 수상

    ‘노벨화학상’에 미국 아널드·스미스, 영국 윈터…9년 만에 여성 수상

    미국의 프랜시스 아널드와 조지 스미스, 그리고 영국의 그레고리 윈터경이 올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고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3일(현지시간) 밝혔다. 아널드는 효소의 유도 진화를, 스미스와 윈터경은 항체와 펩타이드의 파지 디스플레이를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아널드는 9년 만에 탄생한 여성 노벨화학상 수상자다. 마리 퀴리(1911년 수상), 아다 요나트(2009년 수상) 등에 이어 5번째 수상자가 됐다. 시상식은 알프레트 노벨의 기일인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경제학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릴 예정이다. 수상자에게는 노벨상 메달과 증서, 9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1억 3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은 용액 내 생체분자를 고화질로 영상화할 수 있는 저온전자 현미경 관찰 기술을 개발한 자크 뒤보셰(스위스), 요아힘 프랑크(독일·미국), 리처드 헨더슨(영국)이 공동 수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친인척 명의 60채 7억 추징…강남 6채 월세 미신고 ‘덜미’

    국세청이 고액의 주택 임대소득을 올리고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현미경 검증에 돌입했다. 국세청은 임대소득 탈루 혐의가 큰 1500명을 대상으로 세무 검증에 착수했다고 16일 밝혔다. 특히 검증 대상 선정에는 ‘주택 임대차정보시스템’이 처음으로 활용됐다. 이 시스템에서는 임대주택 및 임대소득 현황 등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과거 검증 땐 전·월세 확정일자와 월세 세액공제 자료에만 의지했는데 활용 가능한 자료의 폭이 확대된 것이다. 검증 대상에는 월세를 아예 신고하지 않거나 친인척 명의를 활용해 세금을 빼돌린 사례가 상당수 포함됐다. 실제 임대사업자 A씨는 아파트 60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친인척 명의를 빌려 임대소득을 축소하고 양도소득세를 낮췄다가 7억원의 소득세를 추징당했다. 무역업을 하는 B씨는 수출대금을 빼돌려 서울 강남에 고급 아파트 6채를 사들인 뒤 6억원의 월세를 신고하지 않았다가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검증에서 탈루 혐의가 크다고 판단되면 세무조사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주택임대 1500명 세무검증 착수

    국세청이 고액의 주택 임대소득을 올리고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현미경 검증에 돌입했다. 국세청은 임대소득 탈루 혐의가 큰 1500명을 대상으로 세무 검증에 착수했다고 16일 밝혔다. 특히 검증 대상 선정에는 ‘주택 임대차정보시스템’이 처음으로 활용됐다. 이 시스템에서는 임대주택 및 임대소득 현황 등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과거 검증 땐 전·월세 확정일자와 월세 세액공제 자료에만 의지했는데 활용 가능한 자료의 폭이 확대된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탈루 혐의가 크다고 판단되면 세무조사로 전환할 방침”이라면서 “다주택 보유자 등 고소득 주택 임대업자의 임대소득에 대한 세원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5분 내 ‘1등 정자’ 찾는 기술 개발…시험관아기 성공률 향상 기대

    5분 내 ‘1등 정자’ 찾는 기술 개발…시험관아기 성공률 향상 기대

    수천에서 수억 마리의 정자가 일제히 출발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 가장 강한 정자가 1등으로 난자와 만나 수정에 성공한다. 이런 자연 상태의 임신이 어려울 때 인공수정에 이어 이른바 ‘시험관 아기’로도 불리는 체외수정(IVF)을 시도할 수 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는 매년, 이 방법으로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태어난다. 하지만 체외수정이 생각만큼 간단한 시술은 아니다. 따라서 의사들은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가장 강한 정자를 선별하지만 그 과정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최근 미국 코넬대 연구진이 최강 정자를 단 5분 안에 포획하는 기술을 개발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반복해야 하는 시술 과정의 부담은 물론 비용까지도 크게 줄이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체외수정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방법(Conventional)은 농도를 조절한 정자를 난자에 뿌려 수정을 기다리는 것이다. 현미경으로 보면서 바늘로 정자를 난자에 주입하는 방법(ICSI)도 있다. 체외수정 성공률은 1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20% 정도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30% 정도까지 개선됐다. 시술받는 부부의 나이에 따라서도 성공률은 변하는 데 젊을수록 높고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의 나이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수정 여부에는 정자의 수와 질도 관계가 있으므로 남성의 나이 역시 중요하다. 물론 정자의 운동성을 살피며 가장 강한 정자를 선택해 사용하는 시도는 이전부터 진행됐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시간이 매우 많이 걸려 몇 시간까지도 걸렸다. 하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포획 장치는 정자의 강함을 추정하는 것부터 선별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그 시간이 단 5분이면 끝이 난다. 연구진에 따르면, 강한 정자에는 상류로 거슬러 가려는 습성이 있다. 반면 약한 정자의 경우 흐름에 맞서지 못해 그대로 함께 떠내려간다. 이런 특성에 착안한 연구진은 인공적으로 미세 유체를 만들어 그곳에 말발굽 모양의 울타리와 보호벽을 설치했다. 그러자 벽에 다가온 강한 정자는 흐름을 거슬러 헤엄쳐 울타리 안에 들어가지만, 약한 정자는 그대로 떠내려가는 것이다. 그러면 울타리 안에 남은 강한 정자를 채취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자세한 연구성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 최근호(8월14일자)에 실렸다. 사진=kakigori / 123RF 스톡 콘텐츠(위), 코넬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환경 파괴한 대가…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가 된 곤충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환경 파괴한 대가…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가 된 곤충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폭염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연이은 폭우에 전국 곳곳이 쑥대밭이 됐지만, 찌는 듯한 더위가 사라진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올겨울은 그 어느 겨울보다 추울 거라는, 다시 내년 여름은 올여름을 능가할 거라는 예보 아닌 예보들이 벌써부터 난무한다. 이 모든 게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걸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미국 워싱턴대와 버먼트대 등 공동연구팀은 최근 ‘사이언스’에 발표한 자료에서 지구온난화의 심화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곤충들이 주요 작물을 모두 먹어 치우는, 일명 ‘곤충의 습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온이 오를수록 메뚜기·진드기 등의 활동이 더 활발해지고, 일부 곤충은 번식 속도가 빨라지는데, 이 모든 것이 농작물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지구 평균기온이 1℃ 오르면 곤충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최소 10%, 최대 25% 늘어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예상했다.사실 곤충은 기온과 관계없이 지구를 가장 오래 지켜 온 생명체 중 하나다. 곤충학자 스콧 R 쇼의 ‘곤충 연대기’에 따르면 곤충이야말로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였다. 인간이 발견해 이름 붙인 곤충만 대략 100만종. 하지만 이름 모를 곤충은 더 많다. 과학자들은 “열대우림 지역에 서식하는 곤충만 해도 어림잡아 1000만종은 될 것”이라고 추산만 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지구는 “곤충의 행성”이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추위와 더위에 약한 인간과 달리 곤충은 극한의 환경에서도 자유자재다. 물벌레 일부는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의 해수면 아래에 있는 짠물에 서식하고, 일부는 히말라야산맥의 고지대에서도 끄떡없다. 얼음 밑 차가운 물도, 35℃ 이상의 온천에서도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영하 30도에서도 살아남은 파리 유충, 50℃ 이상의 욕탕 근처에서 성장하는 알칼리파리 등등은 지구가 곤충의 행성이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존재들이다. 곤충이 지구상에 등장한 것은 약 4억년 전인 ‘데본기’다. 이 시기에 다양한 형태로 진화한 곤충들은 여전히 지구를 터전 삼아 살고 있는데, 저자는 그중 하나인 ‘톡토기’를 “데본기의 슈퍼스타”라고 부른다. 숲의 토양과 낙엽 더미 속에 사는 톡토기는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몸집이 작다. 하지만 엄청난 개체수를 앞세워 영양소를 순환시킨다. 우리가 숲이라 부르는 모든 곳은 톡토기의 덕을 보고 있는 셈이다.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약 2억 9900만년 전인 ‘페름기’에 수많은 곤충들이 “크고 작은 미제 살인 사건들이 발생”해 떼죽음을 당했다. 지금도 위기다. 지난 400년 동안 “산업혁명과 의학 발전이 진행”되면서 인구는 급증했고, 결과적으로 자연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 최고의 종 다양성을 자랑하는 열대숲은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고 있다. 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희귀 곤충들은 취약한 생태적 틈새를 점유하는 통에 쉽게 멸종할 수 있지만, 인간은 지금도 지구에 삽질을 가한다. 지구의 주인을 자처하는 인간은 “40억년에 걸친 생명사의 찬란한 유산”을 파괴하고 있다. 그것이 자신들의 멸종인지도 모르고, 아니 알면서도 한사코 그렇게 하고 있다. 서두에 언급한 곤충의 역습도 결국 인간이 지구를 파괴한 결과 아닌가. 그 어느 곳에서도 주인일 수 없는 인간은 왜 모든 곳에서 주인을 자처하는 것일까. 장동석 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 편집장
  • [사설] 막 오른 정기국회, 민생 최우선 원칙 꼭 지켜져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두 번째 정기국회가 오늘부터 100일간 열린다. 문 정부 집권 2년차를 맞아 여야가 중점 법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큰 데다 특히 야당이 470조원이 넘는 슈퍼예산에 대한 현미경 심의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겨냥한 총공세를 벼르고 있어 어느 때보다 험로가 예상된다. 더욱이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으로 한반도 정세가 새로운 고비를 맞은 가운데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과 지난주 중폭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 등 중대 현안이 겹쳐 있어 이번 정기국회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정과제 입법 실현, 민생경제 회복, 한반도 평화 정착을 이번 정기국회 목표로 제시한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어제 성명을 통해 “잘못된 방향으로 내달리는 정부의 정책을 바로잡고 오로지 민심을 바라보며 정책과 예산을 심사해 민심 국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바른미래당도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어 국민의 실생활과 직결된 민생을 우선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기대만 부풀리다 빈손으로 끝난 8월 임시국회에서 보듯 여야는 항상 말로는 민생 우선과 협치를 내세우지만, 성과는 그에 훨씬 못 미쳤던 게 사실이다. 정쟁 과열로 파행을 거듭하다 졸속·부실 국회로 끝나는 걸 한두 번 봐온 게 아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선 여야 모두 민생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가시적인 성과를 반드시 이끌어 내겠다는 엄중한 각오로 협치에 임할 것을 주문한다. 여야는 우선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민생·경제 법안부터 조속히 통과시키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은 영세 세입자나 형편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하루하루 손꼽아 가며 기다리는 법안들이다. 인터넷전문은행설립특례법안, 지역특구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처럼 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규제개혁 법안도 더는 늦춰져선 안 된다. 여야가 큰 틀에선 합의하고, 세부 항목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임시국회에서 불발 처리했다고 하는데 민생 우선 원칙을 고려한다면 오는 14일로 예정된 이번 정기국회 첫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하는 게 마땅하다. 정부 예산안에 대한 꼼꼼한 심사는 국회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다. 장관 후보자의 자질 검증도 철저히 이뤄져야 하는 건 두말할 나위 없다. 다만 그 배경과 실행은 정쟁이 아닌 국민과 민생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얻는 국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 “우리도 깎았으니 너희도 깎아라”… 정부 특활비 삭감 벼르는 국회

    “우리도 깎았으니 너희도 깎아라”… 정부 특활비 삭감 벼르는 국회

    국회가 특수활동비를 사실상 폐지하기로 한 가운데 야권을 중심으로 ‘정부 특활비 삭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2017회계연도 결산 심사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국회발 특활비 개혁바람이 행정부와 사법부 등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도 정부 예산안에 목적 외 사용되는 특활비의 대폭적인 삭감 편성을 촉구한다”며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회 심사 과정에서 철저히 따져 불요불급한 예산은 전액 삭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정부 부처에 편성된 특활비 예산 7917억원 중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미사용분은 반납하는 게 도리”라고 덧붙였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같은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번 8월 임시국회 뿐만 아니라 올해 정기국회를 ‘특활비 폐지 국회’로 삼겠다”며 “정부 각 부처에서 깜깜이로 사용했던 특활비에 대해 이번 결산부터 현미경 심사를 하고 내년도 본 예산심사에서도 불필요한 특활비는 대폭 삭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부여당에 비교적 호의적이었던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이번만큼은 한국당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특활비 100% 전면 폐지, 여기에 정부와 공공기관 특활비 100% 폐지를 당의 결의로 추진하고자 한다”며 국회 특활비·공공기관 특활비 완전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19일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정부, 공공기관 특활비도 원칙적으로 완전 삭감해야 한다는 게 정의당의 입장”이라면서 “만약 특활비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정부가 그 필요성을 직접 증명해야 하며, 사용 후에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특활비 폐지에 동참한 여당은 야권의 칼끝이 정부를 향하자 난처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7일 논평을 통해 “행정부는 기획부서라 할 수 있는 입법부와 달리 정책을 집행하는 집행기관으로, 외교·안보·정보·수사 등 사용처가 분명하기 때문에 국회 특활비 전면 폐지와 같은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 등은 정부도 특권 폐지라는 국민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며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박근용 참여연대 집행위원은 “특활비를 통해 예산을 낭비하는 정부 기관들도 많기 때문에 일반 행정부나 사법부, 대법원 등의 특활비는 없애도 된다고 본다”며 “정치권에 있던 불필요한 예산들이 많이 감액 됐으니 앞으로 국회가 정부의 특활비를 유심히 들여다 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국회는 국민의 대표 기관으로서 이번에 스스로 특활비를 폐지했다”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행정부도 경찰 등을 제외하고는 전면적으로 특활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국회 특활비는 ‘꼼수 폐지’하더니…야당 “정부 특활비 대폭 삭감” 주장

    국회 특활비는 ‘꼼수 폐지’하더니…야당 “정부 특활비 대폭 삭감” 주장

    국회가 ‘눈먼 돈’으로 꼽히는 특수활동비를 일부 남기고 폐지하기로 한 가운데 야당에서 정부 특활비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도 정부예산안에 목적 외 사용되는 특활비의 대폭 삭감 편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올해 정부 21개 부처에 편성된 특활비는 총 7917억원에 달한다”며 “현재 미사용된 예산 중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반납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회 심사과정에서 철저히 따져 불요불급한 예산은 전액 삭감하겠다”며 “2019년 예산부터 특활비는 정보 및 사건수사, 국가안보와 관련된 비용 외에는 일절 사용할 수 없도록 원칙을 세우고 조속한 시일 내에 국회 예결위 각 당 간사들과 편성과 삭감 범위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전날 특활비 폐지 여론이 거세지자 올해 하반기 특활비 31억원 중 70~80%를 삭감해 반납하기로 했다. 그러나 남는 20~30%(약 5억~6억원)는 의장단 몫으로 계속 쓰게 하면서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판이 계속되자 야당에서는 정부 특활비 삭감 추진으로 시선을 돌리려 하고 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8월 국회뿐만 아니라 올해 정기국회를 특활비 폐지 국회로 삼겠다”며 “정부 부처의 특활비에 대해 현미경 심사를 하고, 불요불급한 특활비는 대폭 삭감하겠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특활비 전면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국회 특활비 100% 전면 폐지, 여기에 정부와 공공기관 특활비 100% 폐지를 당의 결의로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식물 잎 속 세균들의 치열한 화학전…새 항생제 있을까?

    식물 잎 속 세균들의 치열한 화학전…새 항생제 있을까?

    항생제 내성은 21세기 의학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다. 페니실린같이 효과적인 항생제와 다양한 백신의 개발로 인류를 위협했던 감염병을 정복하는 듯했지만, 세균 역시 항생제에 대응해 내성을 키웠다. 물론 새로운 항생제나 기존의 항생제를 여러 개 사용하는 방법으로 내성균에 대응하고 있지만,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다제 내성균이 출현하는 등 내성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기 위해 자연계에서 후보 물질을 열심히 찾고 있다. 스위스 연방 공과대학(ETH Zurich) 연구팀은 독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세균에서 새로운 항생 물질을 찾아 냈다. 바로 애기장대의 잎사귀 표면에 사는 미생물들이다. 대부분 식물은 혼자가 아니라 많은 미생물과 같이 살아간다. 주로 이들은 뿌리와 토양에 살아가지만, 줄기와 잎에도 여러 세균이 자리를 잡고 살고 있다. 하지만 이 미생물이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잎 표면처럼 협소한 공간에서는 경쟁이 치열하다. 전자 현미경으로 보면 잎 표면도 생각보다 복잡한 지형을 가지고 있는데(사진) 아무래도 뿌리와 주변 토양에 비해 매우 좁고 영양분도 부족하다. 당연히 세균끼리 사이 좋게 지내는 일은 거의 없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없애야 하는 처절한 경쟁이 벌어진다. 날카로운 이빨이나 발톱이 없는 박테리아들이 서로를 없애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화학 물질이다. 연구팀은 애기장대의 잎에서만 무려 200종의 세균 균주를 분리해 700종의 상호 작용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Brevibacillus sp. Leaf 182' 균주에서 여러 미생물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마크로브레빈(macrobrevin)이라는 신물질을 확인됐다. 물론 항생 물질이 바로 신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의료 현장에서 문제가 되는 내성균에 효과적인지, 그리고 인체에 부작용이 심각하지 않은지 검증해야 한다. 결국, 여러 후보 물질 가운데 몇 개만 약물로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당연히 좋은 후보가 많을수록 신약개발이 쉬워진다. 앞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미생물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 이 연구 결과는 우리 주변의 평화로운 세상이 미시 세계에서는 다르게 보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겉보기에는 작고 연약한 식물 잎이라도 그 표면에서는 좁은 지역을 서로 차지하기 위한 화학전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이는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자연의 섭리일 뿐이다. 이 원리를 이해하고 연구하면 인간에게 유용한 신물질을 계속해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은평구 보건소 초등생 구강건강 교육

    서울 은평구 보건소 구산보건지소는 여름방학을 맞아 초등학생들의 올바른 구강건강습관 형성을 위해 ‘3355 모여라! 구강건강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3일 밝혔다. 방학 기간 동안 펼쳐지는 이번 체험 프로그램은 오는 30일까지 구산보건지소 2층 구강보건실에서 진행된다. 교육에 참여한 아동들은 치과에서 사용하는 재료로 직접 ‘내 치아모형 만들기’를 해 볼 수 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구강 내 세균을 채취해 위상차전자현미경으로 내 입속 세균을 관찰할 수 있다. 충치예방법 중의 하나인 치아홈메우기(실란트)를 치아 모양 비누에 직접 실습해 볼 수도 있다. 대상은 초등학교 1~6학년 학생이다. ‘3355 모여라! 구강건강체험 프로그램’은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참여 비용은 무료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라이프’ 이동욱-조승우-유재명-문소리..“연기新들이 밝힌 관전포인트”

    ‘라이프’ 이동욱-조승우-유재명-문소리..“연기新들이 밝힌 관전포인트”

    0 기존의 의학드라마와는 결이 다른 서사로 병원의 현실을 비출 ‘라이프’가 대망의 첫 방송을 앞두고 배우들이 직접 뽑은 기대되는 이유를 공개했다. JTBC 월화특별기획드라마 ‘라이프(Life)’(연출 홍종찬 임현욱, 극본 이수연, 제작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 AM 스튜디오)는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항원항체 반응처럼,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의 신념이 병원 안 여러 군상 속에서 충돌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병원을 둘러싼 인물들의 심리를 치밀하고 밀도 높게 담아내며 차별화된 의학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한다. 23일 첫 방송을 앞두고 배우들이 직접 뽑은 관전 포인트와 첫 방송 소감은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더욱 뜨겁게 달군다. 의사로서의 신념을 중시하는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예진우로 깊이 있는 연기 변신을 선보일 이동욱은 “사실적인 응급실을 그리려고 노력했다. 현직 의사에게 배운 것을 배우들이 대역 없이 직접 연기했다”며 생생하게 구현될 병원의 모습을 관전 포인트로 짚었다. 이어 “기존 드라마에서 흔히 다루지 않았던 신선한 소재를 다루고, 병원의 민낯을 둘러싼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시청자들께 보여드릴 것이 많은 드라마”라고 애정을 드러내며 “기대해주시는 만큼 좋은 작품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23일 첫 방송되는 ‘라이프’ 본방사수 부탁드리고, 응원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냉철한 승부사 상국대학병원 총괄사장 구승효 역을 맡아 병원 구성원과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며 긴장감을 조율할 조승우는 “기존에 보셨던 의학드라마와 많이 다르다. 단순히 병원 안에만 머무는 작품이 아니라 생명 또 삶을 다룬 이야기이자 사람이 살아가는데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어떤 것을 향해 가야 하는지 제시해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깊이 있는 관전 포인트를 공개했다. 그는 “또 한 번, 새로운 드라마가 탄생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많은 배우들과 혼신의 힘을 다해 찍고 있다. 모두가 열심히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작품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마음이 따뜻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이노을로 분해 대세 행보에 방점을 찍을 원진아는 “예진우와 구승효의 대립과 매회 사건의 중심에 서는 각기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봐 달라”고 포인트를 짚으며 “훌륭하신 선배, 스태프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위원회 심사위원이자 정형전문의 예선우로 이전과는 다른 얼굴을 보여줄 이규형은 “바뀌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 지키려는 자의 대결이 관전 포인트”라며 “의학드라마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작품이 곧 여러분들을 찾아간다. 많은 시청해 달라”고 전했다. 의사의 사명감을 지키는 흉부외과 센터장 주경문 역으로 이수연 작가와 다시 호흡을 맞추는 유재명은 “역시 이수연 작가의 차기작이다”는 말로 ‘라이프’가 보여줄 새로운 세계를 함축했다. 또 “사람이 살고 죽는 병원이라는 공간에 현미경을 들이댄 것처럼 세밀하게 보여준다.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경외과 센터장 오세화로 분하며 날카로운 카리스마의 정점을 보여줄 문소리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중요한 게 무엇인가에 대해 날카롭게 대립시켜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기존 의학드라마와는 다른 점”이라고 짚으며 “서늘한 수술실의 공기를 맘껏 느끼시면서 긴장감을 함께 해 달라”고 말했다.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선우창 역을 맡은 태인호가 뽑은 관전 포인트는 역시 배우들이다. “몇 가지 사건으로 인해 다른 가치관, 생각들이 대립하게 되는데 그 사람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 것 같다”며 “기대하시는 만큼 좋은 드라마가 될 것 같다. 더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상국대학병원 총괄팀장 강경아 역의 염혜란은 “단순한 대립이 아니라 저마다 목표와 입장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담이 높은 병원 내부의 행정, 정치에 대해서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짚으며 “참여하고 있지만 동시에 어떻게 나올지 기대되는 작품이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비밀의 숲’으로 장르물의 새 장을 연 이수연 작가와 ‘디어 마이 프렌즈’로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홍종찬 감독이 의기투합해 품격이 다른 웰메이드 의학드라마를 예고한 ‘라이프’는 오늘(23일) 밤 11시 JTBC에서 첫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4차 산업혁명 현장을 가다] 수초 만에 뇌동맥류 판독한 AI… 계산대 대신 스마트폰페이

    [4차 산업혁명 현장을 가다] 수초 만에 뇌동맥류 판독한 AI… 계산대 대신 스마트폰페이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기술의 발전에 있어서 이 경구는 언제나 유효하다. 한 사회가 우선적으로 필요로 하는 분야에 사람과 기술이 집중되고, 거기에 맞춰 자본도 이동하기 마련이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분야라고 해서 별반 다를 게 없다. 일본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인구 감소와 노령화, 그에 따른 사회의 축소다. 일할 사람이 부족한 노동현장, 보건의료에 대한 높은 사회적 요구 등 일본이 처한 현실에 산업혁신의 당위적 필요성이 집중된다. 그런 점에서 획기적인 의료영상 분석 기술을 개발한 벤처기업과 차세대형 무인 서비스 도입에 시동을 건 유통업체의 사례에는 일본 사회의 요구가 반영돼 있다.“질병 치료의 출발점은 빠르고 정확한 진단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컴퓨터 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 영상촬영(MRI) 등의 판독·분석이 중요한데, 현재 일본의 의료현장은 이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료진이 부족한 상태에서 영상 자료들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니 감당하기가 어렵게 된 것이지요. 인공지능(AI)을 영상진단에 도입해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그래서 필요합니다.” 지난 3일 도쿄 분쿄구의 도쿄대 혼고캠퍼스 창업플라자.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인 엘픽셀(LPixel)은 이 건물 6~7층에 자리하고 있다. 창업한 지 4년밖에 안 된 이 회사는 도쿄대, 교토대, 국립암센터, 지케이의대 등 유수 의료기관은 물론이고 히타치, 캐논, 후지필름 등 대기업과도 손을 잡으며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창업자 시마하라 유키(30) 대표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도쿄대 연구실 동료 2명과 함께 26세 때인 2014년 3월 이 회사를 차렸다. 엘픽셀은 뇌동맥류를 전 세계 최상위 수준의 정확도로 찾아내는 MRI 영상 분석기술을 선보여 정보기술 및 의료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단 몇 초 동안의 MRI 판독만으로 뇌동맥류 가능성이 높은 부분을 콕 집어내 컴퓨터 화면에 빨간 표시로 나타낸다. 판단의 근거는 국립암연구센터 등 의료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수집한 빅데이터다. 엘픽셀의 기술이 주목을 받는 것은 정확도뿐 아니라 인력난이 심각한 일본 의료계에서 상당한 규모의 의사를 새로 고용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연간 약 1만 2000명이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출혈로 사망하고 있다. 뇌혈관 직경이 5~7㎜인 단계부터 본격적인 뇌동맥류 치료가 필요하지만, 한정된 인력이 하나하나 영상을 판독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려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뇌동맥류 판독에 적용되는 것은 ‘딥러닝’이라는 AI 기술. 딥러닝은 사람의 신경회로를 모델로 한 것으로, 무수한 데이터를 분석·정렬해 정교한 결과를 도출해 낸다. 2016년 이세돌 9단에게 승리했던 바둑 AI ‘알파고’도 딥러닝을 바탕으로 개발된 것이었다. 엘픽셀은 지난해 11월 AI를 활용한 새로운 의료 영상진단 지원기술 ‘EIRL’을 발표하고, 올 연말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EIRL을 활용하면 뇌 MRI나 흉부 X선, 유선 MRI, 대장 내시경 등 의료영상 분석에서 정확도와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시마하라 대표는 “EIRL이 본격적으로 현장에 도입되면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진단의학 부문에 커다란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엘픽셀이 뇌혈관 등 분석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것은 일본의 특수성에서 힘입은 바도 크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뇌 MRI와 뇌 CT의 1인당 촬영 빈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 그만큼 빅데이터로 확보할 수 있는 임상 사례가 많아 기술 개발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엘픽셀은 세계 내시경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올림푸스와의 협업을 통해 전자현미경 관련 기술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시마하라 대표는 “잎, 줄기 등 식물 영상을 분석해 생육상태를 확인하고 병충해를 조기 진단하는 등 농업·농학 분야에도 우리 기술을 응용할 수 있다”며 “3년 내 의료용 영상해석 기술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뒤 이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장기 등 바이오 엔지니어링 분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인류가 빵을 언제부터 만들어 먹었을까

    인류가 빵을 언제부터 만들어 먹었을까

    인류가 언제부터 ‘빵’을 만들어 먹었을까? 인류의 농경문화가 시작되기 훨씬 전인 약 1만 4500년 전에 이미 빵을 먹었다는 것을 증명할 흔적이 발견돼 화제다. 이는 농경 생활이 시작되기 400여년 전으로, 9100년 전 터키 유적지에서 찾은 가장 오랜 빵의 흔적보다도 이른 것이다. 16일(현지시간) 코펜하겐대학 식물고고학자인 아마이아 아란즈-오태귀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요르단 북동부 검은사막의 ‘슈바이카 1’로 알려진 나투프 수렵 유적지에서 발견된 숯이 된 음식물을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밝혔다. 아란즈-오태귀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24종의 숯 잔해는 보리와 귀리, 외알밀 등의 야생 곡물을 빻아 체로 거른 뒤 반죽을 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유럽과 터키의 신석기와 로마 유적지에서 발견된 이스트를 넣지 않은 플랫브레드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농경문화가 빵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선사시대 인류가 야생에서 곡물을 채집해 빵을 만드는 데 시간과 노동력을 많이 투입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로 불편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곡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농경사회로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와우! 과학] 5300년 전 아이스맨 ‘최후의 만찬’ 밝혀졌다

    [와우! 과학] 5300년 전 아이스맨 ‘최후의 만찬’ 밝혀졌다

    ‘유럽 최초의 피살자’로 불리는 외치가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이 드러났다. 최근 ‘유럽아카데미 미라 및 아이스맨 연구소’(EURAC) 측은 외치의 위 속 음식물을 분석한 결과 '최후의 만찬'으로 산악 염소, 붉은 사슴, 밀, 유독성의 고사리류를 먹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국내에도 여러차례 보도된 외치(Ötzi)는 ‘아이스맨’이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하다. 외치는 지난 1991년 9월 알프스 빙하지대에서 온몸이 꽁꽁 언 사체로 발견됐다. 당시 이탈리아 경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범인은 찾을 수 없는 영구미제 사건이 됐다. 그 이유는 5300여 년 전인 석기시대에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후 외치는 학계의 큰 관심을 끌었고 지금까지 다양한 연구가 이어져왔다. 외치는 150cm 키에 45세 전후의 남자로 당초 왼쪽 어깨 부근에 화살을 맞고 피를 많이 흘려 죽은 것으로 추정돼왔다. 그러나 지난 2013년 EURAC 측이 외치의 뇌 조직에서 추출된 단백질과 혈액 세포를 현미경으로 조사한 결과, 외치가 죽기 직전 머리에 타박상을 입어 사망했다는 결론를 내렸다. 화살이든 타박상이든 외치가 유럽 최초의 피살자가 된 셈이다.  이번에 EURAC 측은 기존에 밝혀낸 연구를 바탕으로 외치가 마지막으로 먹는 음식의 종류들을 확인했다. 특히 외치의 위 속에 들어있던 음식물의 절반이 염소같은 고지방식으로 확인돼 알프스라는 험난한 환경에 버틸 수 있는 에너지가 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외치는 생전 고사리 같은 식물을 먹었는데 연구진은 위 속 기생충을 죽이기 위한 약 같은 용도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논문의 선임저자인 프랭크 맥시너 박사는 "외치가 먹은 최후의 음식을 파악한 것은 매우 인상적인 연구결과"라면서 "이는 당시 인류가 어떤 식생활을 가졌는지 알 수 있는 단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치는 이미 많은 것을 우리에게 알려줬다"면서 "식생활, 유전자 구조, 병, 미생물은 물론 의복과 활 등 당시에 문화적인 수준까지 우리에게 알려준 타임머신과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문은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성호중 을지대 교수, 전국임상병리사 학술대회 우수논문상

    성호중 을지대 교수, 전국임상병리사 학술대회 우수논문상

    을지대학교는 성호중 임상병리학과 교수가 56회 전국임상병리사 종합학술대회에서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 기법을 이용해 심장사상충의 조기 검출과 치료효과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술을 발표해 우수논문상(학술상)을 수상했다고 10일 밝혔다. 현재까지 심장사상충의 진단은 감염된 개의 혈액 염색도말 관찰(현미경 관찰)을 통한 진단방법과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한 진단기법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혈액 염색도말 관찰은 진단자의 숙련도에 따라 진단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항원-항체 반응 진단기법은 감염된 심장사상충의 성숙 단계에 따라 진단의 민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성 교수가 개발한 분자진단기법은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 기법을 이용해 심장사상충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검출하여 심장사상충 감염을 진단한다. 때문에 기존 진단법보다 정확도가 높고, 감염 초기부터 진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감염원의 특정 유전자를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 기법을 이용하여 진단하는 기법은 기존 진단방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분자진단키트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 교수는 “반려견이 새로운 가족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반려견의 건강향상을 위한 새로운 진단기법 개발은 반려견의 건강 개선에 큰 의미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반려견의 다른 질환 진단에도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 기법을 이용한 정확한 분자진단기법 개발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발표 내용은 대한임상검사과학회지(KJCLS)에 게재 되었고 국내 특허도 등록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달빛동맹 가속화,광주,대구 3년째 의료박람회 교차 참가

    ‘달빛동맹’을 맺고 있는 광주시와 대구시가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리는 ‘2018 메디엑스포’를 통해 2016년 이후 3번째 의료산업 상생발전을 위한 교류의 장을 펼친다.‘달빛동맹’사업은 영호남 대표도시인 광주와 대구가 상생발전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협력하는 사업이다. 6일부터 3일간 열리는 ‘2018 메디엑스포’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공동 주최하며 EXCO, 대구의료관광진흥원 ,한약진흥재단, KOTRA 등이 공동 주관하는 대구시 대표 의료산업 전문 박람회다. 이번 박람회에 광주를 대표하는 의료산업 분야 6개 기업이 참여해 지역 의료산업의 우수성을 홍보할 예정이다. 참여 기업 중 ‘바이오메딕스’는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 장비 등을 제조하는 의료기기 제조전문 기업이다. 특히 주력제품인 MAX-D는 세계 최초로 아르키메데스 스파이랄 방식을 적용해 회전운동과 다축감압 등의 기능을 보유한 디스크 질환 치료장비로, 비수술 장비라는 점에서 재활 관련 병원의 관심도가 높다. 국내 최초로 ‘약달력’을 개발한 기업 ‘마리우’는 개인적인 사용을 목적으로 개발한 제품을 사업화해 지난해 첫 양산 모델을 출시했다. 치매노인의 약 복용률을 높이기 위해 달력 형태로 주별, 월별 약을 관리하는 ‘약달력’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10여개 기관에 납품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비전헬스케어’는 최근 진단의학 자동화와 정밀산업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치매인지학습프로그램 제품인 ‘베러코그’, 심리회복프로그램 ‘베러마인드’, 미세단백뇨 검사기 ‘아피니온’을 선보인다. ‘케이에스메디텍’은 전문 물리치료 재활·운동 장비를 판매하고 한방 검진장비와 치료장비를 취급하는 업체로 한방검진장비, 조갑주름모세혈관현미경, 적외선 체열진단기 등을 전시한다. ‘㈜싸이버메딕’은 종합 신경인지검사시스템, 체감형 인지재활훈련시스템, 스마트 1RM 맞춤운동시스템을 선보이고, ‘세종메디칼’은 병의원 물리치료기기와 재활장비를 영남지역 재활병원 등에 홍보한다. 한편, 대구시는 오는 10월5일~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18 시니어·의료산업박람회’에 참가해 대구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의 제품을 홍보할 예정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철학자들은 왜 꿀벌에 빠졌나

    철학자들은 왜 꿀벌에 빠졌나

    꿀벌과 철학자/프랑수아 타부아요, 피에르 앙이 타부아요 지음/배영란 옮김/미래의창/352쪽/1만 6000원꿀벌은 어떤 곤충인가. 꽃을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꿀을 채집하고 벌집에 저장하는 부지런한 곤충? ‘꿀벌과 철학자’ 저자인 타부아요 형제는 고개를 젓는다. 꿀벌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세계의 작동 원리를 가르쳤으며, 암브로시우스와 아우구스티누스에게는 신의 섭리를 알려 주기도 했다. 그뿐인가. 네로와 나폴레옹 황제에게는 가장 충성스런 조언자였고, 니체에게는 인간의 위대함을 상기해 주는 지표였다. 이처럼 철학자들은 시대와 문화권을 막론하고 꿀벌을 통해 자연의 비밀과 인간의 근원에 대한 답을 찾았다. 그래서 형제는 이렇게 말한다. “위대한 사상가라면 반드시 벌통 하나쯤은 곁에 두고 있어야 명함을 내밀 수 있을 정도였다”고.책은 서구 지성사의 결정적 순간마다 사상가들의 치열한 논쟁을 불렀던 꿀벌과 사상가의 주장을 소개한다. 형 프랑수아 타부아요는 20년 경력 양봉업자, 동생 피에르 앙리 타부아요는 파리 소르본대 철학 교수다. 한 명은 사상가들의 철학을, 한 명은 벌의 생태를 분석하는 식으로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인다. 형제는 그리스 신화와 고대 철학자, 제국의 건설자부터 수도사와 혁명가, 자본주의자가 꿀벌의 생태를 통해 어떻게 세계를 바라봤는지 추적했다. 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는 도시 국가와 꿀벌 사회를 비교했다. 노예와 외국인, 자유민, 지도층이 함께 살았던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와 꿀벌 사회는 비슷했다. 무리를 이끄는 지도층과 일벌, 수벌, 도둑벌 등 꿀벌 사회도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됐다.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정치의 영역으로 꿀벌을 끌어들였다. 서사시 ‘게오르기카’ 4권에서 ‘두 왕 사이의 불거진 불화’를 통해 두 편으로 나뉜 벌이 어떻게 서로 질서를 잡아가는지 상상력을 동원했다. 당시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의 대치를 빗댄 것이다. 꿀벌은 신약성서에서 잠시 자취를 감춘다. 꿀벌은 인간과 신의 중재자 정도로 여겨졌는데, 그 자리를 예수가 대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교부학을 통해 꿀벌은 다시 무대에 복귀한다. 신의 가르침을 보여 주는 ‘모범 곤충’으로서다. 교부들은 성서를 다루는 이들을 부지런한 꿀벌, 예수는 꿀벌 집단 내에서도 으뜸이 되는 ‘왕벌’(실제로는 여왕벌)로 비유했다. 특히 꿀벌은 처녀의 몸으로 수태한 성모 마리아를 설명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당시만 해도 벌이 교미하는 방식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생명을 창조하는 일은 꿀벌처럼 성적인 결합 없이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통용됐다. 초기 기독교 교회의 대표적인 교부였던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런 논리로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이후 우리를 영생의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게 욕망과 성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금에서 보자면 가당찮은 주장이었지만 “꿀벌도 교미하지 않는데, 인간이 왜 그런 것 하나 못 참느냐”는 주장도 당시엔 통했다.근대 정치혁명을 통해 정치의 주인이 바뀌면서 꿀벌은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여러 사상가가 무정부주의, 여성주의, 자유주의를 꿀벌로 풀어냈다. 꿀벌이 가진 완벽한 질서와 인간 이성의 숭고한 자유를 외친 프루동, 꿀벌 사회가 모계 중심의 여권제에 기반을 둔 태초의 인간 사회를 보여 주는 가장 완벽한 사례라고 주장한 바흐오펜, 그리고 기존의 부지런한 꿀벌이라는 틀을 비틀어 “벌집의 풍요로움을 만들어낸 주된 원동력은 바로 욕심과 허영심”이라고 주장한 버나드 맨더빌 등이다. 꿀벌은 현미경이 발명되면서 그나마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남성 우월주의 사상에서 ‘왕벌’로 불렸던 벌이 사실상 암컷인 여왕벌이었던 점, 그리고 여왕벌에게도 벌침이 존재했고 일벌이 다소 퇴행한 난소를 가진 암컷이라는 점도 드러났다. 소우주에 버금가는 육각형의 벌집은 수학이 풀어냈다. 여왕벌이 벌집 밖의 하늘 위로 날아올라 교미를 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과학이 꿀벌의 진짜 모습을 찾아낸 셈이랄까. 형제는 “20년 전 철학과 꿀벌을 결합시킨 탐사 계획을 맨 처음 떠올렸을 때에는 그 규모나 기간을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자료를 읽어 나가고 새로운 발견을 해 나갈수록 우리 형제는 서양 사상사의 주요 대목에서 늘 꿀벌이 등장한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밝혔다. 20년에 걸친 꿀벌 탐사는 그야말로 ‘지적인 비행’이라 할 수 있다. 고대와 중세를 거쳐 르네상스,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꿀벌과 함께 하는 이 여행에 동참해 보시길. 머리가 윙윙거리며 지끈거리더라도 나름 유익한 여행이 될 것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현미경 ‘난시’ 해결방법 개발

    현미경 ‘난시’ 해결방법 개발

    눈의 초점이 맞지 않아 물체가 여러 개로 흔들려 보이는 난시는 각막의 곡률이 균일하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다. 현미경이나 망원경 등에도 이처럼 난시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광학장비에서는 난시현상이 나타나더라도 큰 문제가 없지만 정밀과학 분야에서는 연구결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이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현미경의 난시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지만 효과가 크지는 않은 상태다. 국내 연구진이 빛의 파동을 정보라는 개념으로 접근해 현미경 난시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광학 분야에 정보개념을 도입해 기하학적 정보의 손실을 이론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이용해 현미경 난시라고 불리는 ‘수차현상’을 줄여 해상도를 개선하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 최신호에 실렸다. 이번 연구결과는 현미경 뿐만 아니라 전자기파, 빛, 소리 같이 파동을 활용하는 모든 분야에서 정보손실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카메라나 현미경 등 광학기기는 초점이 얼마나 작은 영역에 보이는가에 따라 해상도가 결정되는데 초점을 맞추고 결정하기 위해서는 곡률과 형태 등 모양정보에 해당하는 파동의 기하학 정보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파동이라는 정보가 어떻게 사라져 초점을 변하게 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렌즈의 휘어짐을 나타내는 곡률 때문에 초점 차이가 만들어져 이미지가 흐려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연구팀은 렌즈의 곡률을 일부러 다르게 만들어 초점을 이동시킴으로써 해상도를 높이는 비교적 단순한 방법으로 광학장비의 난시 현상을 해결했다. 프랑소와 암블라흐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초정밀 광학장비의 해상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근본적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며 “기초과학은 물론 위성 및 우주선과 장거리 통신을 비롯해 파동을 이용하는 모든 기술의 설계를 바꿀 정도로 획기적인 성과”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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