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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이 ‘이천조국’ 되면 한국에 벌어질 일…K방산의 득과 실 따져보니 [밀리터리+]

    미국이 ‘이천조국’ 되면 한국에 벌어질 일…K방산의 득과 실 따져보니 [밀리터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인 1조 5000억 달러(한화 약 2266조 원) 국방 예산 확보를 위해 공화당 설득에 나섰다. 14일(현지시간) 미 정치 전문 매체 더 힐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지난주 최소 두 차례 하원 공화당 지도부와 만나 군사비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0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공화당 의원들에게 세 번째 예산 조정안을 통해 3500억 달러(약 530조 원) 규모의 국방비 증액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국방 기본 예산 1조 1500억 달러(약 1741조 원)에 예산 조정 절차를 통한 추가 3500억 달러를 더해 총 1조 5000억 달러의 국방 예산을 구축하려 애쓰고 있다. NDAA 가결, 한국 방산에 득일까 실일까앞서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는 지난 11일 1조 1500억 달러 규모의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을 가결했다. 이번 NDAA의 핵심은 미국 방산기업의 자금을 ‘주주환원’에서 ‘자본지출(CAPEX) 재투자’로 전환하는 구조적 변화에 있다. 과거에는 미국 방산기업이 큰 이익을 내면 상당 부분을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 등에 사용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이란 전쟁 등을 통해 미사일과 포탄, 드론 등의 물량 부족과 생산 라인 확보를 우려하게 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NDAA를 통해 방산기업의 이익을 생산 라인 증설과 인력 확충, 공급망 확보에 더 많이 투입하기 위한 자사주 매입 및 배당금 지급의 조건부 제한 조치를 내걸었다. 실제로 상원 군사위는 방산기업들이 이익금을 주주에게 넘기는 대신 연구개발(R&D)과 시설 확충에 우선 재투자하도록 압박했다. 더불어 핵심 전투함이 아닌 군수지원함 및 전략수송선 등 일부 보조선에 한해 외국 조선소 건조 및 MRO(유지·보수·정비) 진입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포함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1700조 원이 훌쩍 넘는 미 국방 예산의 일부가 대미 수출과 특수선 수주를 노리는 한국 조선업계에 새로운 공급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해외 조선소 개방 혜택을 직접 받을 수 있는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특수선 부문 실적에 긍정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번 NDAA를 통해 미국 방산업체들의 생산능력이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경우, 최근 수출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혀온 한국 방산업계는 향후 미국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에 직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최근 신속한 납기와 생산능력을 강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수주를 확대해 온 국내 방산기업들은 미 국방 예산 확대와 구조적 변화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천조국’ 노리는 트럼프, 탐탁지 않은 공화당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상원을 통과한 1조 1500억 달러에 3500억 달러를 추가해 미국 군수산업 기반을 대규모로 확장하기 위한 특별 투자를 원하고 있다. 해당 금액은 패트리엇 등 방공미사일, SM 계열의 함대공 미사일, 극초음속 무기 등 미사일 생산라인 증설과 공장 확대에 활용될 수 있으며, 한국 조선업이 수주를 노리는 조선 및 함정 건조 능력 확충에도 쓰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이 현실이 된다면 미국은 국방 예산이 1조 5000억 달러, 한화로 2000조 원이 넘어서며 ‘이천조국’ 대열에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의회 분위기가 예상보다 더 냉랭하다는 점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에게 이란과 베네수엘라에서의 군사 작전으로 발생한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원장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의원은 세 번째 예산 조정안 자체가 현실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수전 콜린스 의원 역시 국방 재원을 추가 조정안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3500억 달러의 특별 투자는 매년 통과되는 정규 예산이 아니다. 추가 예산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매년 안정적으로 지급되어야 할 국방 예산을 특별 예산에 의존하도록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이미 기존에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가결된 1조 1500억 달러 규모의 NDAA도 아직 위원회 단계만 통과했을 뿐 상원 본회의 표결과 상·하원 최종 의결 등이 남아 있다. 더불어 매우 높은 수준의 연방정부 부채까지 고려했을 때, 추가 3500억 달러의 편성이 재정적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화당 의원들에게 “예산 조정안을 즉시 추진하고 통과시키라”라고 요구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 “빌드업만? NO”…접신한 듯한 선방 김승규, 이토록 화려할 수가

    “빌드업만? NO”…접신한 듯한 선방 김승규, 이토록 화려할 수가

    지난 12일(한국시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체코와의 맞대결에서는 ‘수문장’ 김승규(FC도쿄)가 막판 선방쇼를 선보이며 한국 대표팀의 첫승을 지켜냈다. 경기 후반 김승규는 문전에서 나온 체코의 두 차례 슈팅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막아내 대한민국을 확실한 승리로 이끌었다. 특히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추가시간에는 미할 사딜레크(슬라비아 프라하)가 골문 바로 앞에서 때린 강력한 슈팅마저 김승규가 막아내면서 체코는 결국 동점을 만들지 못했다. 경기 후 미로슬라프 코우베크 체코 대표팀 감독은 “후반에 우리에게도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상대 골키퍼가 어떻게 그런 짧은 순간에 잘 막았는지 모르겠다”며 “한국이 더 나은 팀이었다”고 김승규의 선 방을 극찬했다. 이번 월드컵 대표팀에서 골키퍼는 김승규와 조현우(울산HD), 송범근(전북 현대) 등 3명이다. 특히 김승규와 조현우는 치열한 주전 골키퍼 경쟁을 펼쳐왔다. 김승규는 2014년 브라질 대회 때 조별리그 3차전에만 나섰고,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선 날아다니는 듯한 선방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조현우에게 골키퍼 장갑을 내줬다. 2022년 카타르 대회 때 패스 능력을 중시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 밑에서 주전으로 복귀해 대표팀의 12년 만의 16강 진출에 힘을 보탰고, 북중미월드컵에서 홍명보 감독의 낙점을 받아 다시 한번 승점 3점을 지켜냈다. 김승규는 공격 시에 안정적인 패스와 발밑 기술로 주목을 받지만, 사실 선방 능력 또한 그의 강점이다. 대표팀의 빌드업 축구에서 김승규의 역할이 커 그의 선방이 상대적으로 덜 강조됐다는 게 축구 전문가들의 평이다. 한준희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은 “선방과 패스 능력이 모두 좋아 한국 축구 역사를 봐도 손에 꼽힐 정도로 다재다능한 골키퍼”라고 설명했다. 1990년생으로 손흥민보다 두 살 많은 김승규에게 이번 대회는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승규를 앞세운 홍명보호는 오는 19일 오전 10시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공동 개최국 멕시코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 인류가 수천 년간 욕을 버리지 못한 뜻밖의 이유 [한ZOOM]

    인류가 수천 년간 욕을 버리지 못한 뜻밖의 이유 [한ZOOM]

    2009년 리처드 스티븐스 영국 킬대학교 연구팀은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에게 얼음물에 손을 담그되 한 번은 ‘욕설을 내뱉으며’ 담그게 했고, 한 번은 ‘평범한 단어를 말하며’ 담그게 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욕설을 내뱉었을 때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통증을 훨씬 더 오래 견뎠고, 고통의 강도도 훨씬 더 낮다고 느꼈다. 이 실험으로 연구팀은 그 독창성과 재미를 인정받아 2010년에는 노벨상을 패러디해 독특한 과학 연구에 수여하는 ‘이그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욕설이 고통을 완화하는 기제로 작용한 이유는 바로 뇌의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선 욕설을 내뱉는 순간 우리의 뇌는 이 말을 언어가 아니라 일종의 ‘위험 신호’로 받아들인다. 감정을 조율하는 편도체가 자극되면서 심박수가 빨라지고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그러면 근육에 혈액이 집중되고 통증 감각이 일시적으로 둔해진다. 이것은 인간이 위험 상황에 처했을 때 몸이 자동적으로 준비 태세를 갖추는 본능인 ‘투쟁-도피 반응’이 작동한 것이다. 욕설은 인류가 진화 과정에서 발전시켜온 진통을 위한 방법이자, 분노를 터뜨려 심리적 붕괴를 막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욕설이 인간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기제라는 점을 이해했다면 또 다른 궁금증이 고개를 들 것이다. 왜 나라마다, 문화권마다 욕설의 소재가 다른 것인지 궁금해질 것이다. 왜 하필 그 단어들을 골라서 욕설로 사용하게 됐는지 그 이유를 찾아가 보자. ●역설의 문법 : 가장 신성한 곳에서 태어난 가장 저속한 말 언어학자들은 “욕설이란 한 사회가 금기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거울”이라고 설명한다. 그 사회가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가치나 가장 두려워하는 금기를 건드릴수록 욕설의 파괴력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하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는 부모나 가족에 대한 욕설을 치욕으로 받아들인다. 오랫동안 효(孝)와 가문의 명예가 가장 중요한 사회적 가치였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모욕은 견딜 수 있어도 부모나 가족을 건드리는 순간 이성을 잃고 폭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편 현대 영어권에서 대표적인 욕설은 성(性), 신체, 배설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기독교 문화의 영향 아래서 성(性)과 신체에 대한 엄격한 금기와 도덕적 규범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을 조금만 과거로 돌리면 금기와 도덕적 규범의 대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종교가 통제했던 중세부터 근세 초기 유럽에서는 성(性)과 신체에 대한 표현보다는 ‘신의 못’(God’s nails), ‘신의 피’(God’s blood) 등과 같이 예수의 수난과 신체를 상스럽게 모독하는, 이른바 ‘신성모독’에 해당하는 말을 가장 치명적인 욕설로 사용했다. 시대에 따라 사회의 절대적 권위가 이동하면서 욕설의 소재도 바뀐 것이다. 한편 권위에 대한 반발이 욕설로 진화한 극적인 경우도 있다. 19세기 가톨릭이 캐나다 퀘벡 사회를 강력하게 통제하던 시절, 사람들은 분노를 표현할 욕설을 뜻밖에도 교회의 신성한 용어에서 찾았다. 성배를 가리키는 칼라스(câlice), 성물함을 뜻하는 타베르낙(tabernac), 성체를 가리키는 오스티(ostie)와 같은 가장 거룩한 말들이 가장 저속한 욕설로 전락했던 것이다. 교회가 금기시한 바로 그 단어들을 입에 담는 행위 자체가 억눌린 이들이 권력을 향해 할 수 있었던 가장 직접적인 저항이었다. ●언어가 된 욕설 그리고 욕설이 낯선 문화권 한편 러시아어의 ‘마트’(Мат)는 단순한 욕설을 넘어 하나의 독립된 언어 체계로 발전한 독특한 경우에 해당한다. 본래 이 단어는 어머니를 의미하는 ‘마치’(Мать)’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통설이다. 이 단어에 다양한 접두사와 접사를 붙이자 명사, 동사, 형용사, 감탄사가 자유자재로 만들어지면서 ‘기막힌’, ‘도망치다’, ‘엄청난’, ‘완전히 망한’ 등과 같은 일상의 온갖 다채로운 의미로 파생됐다. 소비에트 연방 시절 당국이 마트의 사용을 공식적으로 금지했을 때, 이 단어는 사라지는 대신 오히려 지하로 깊숙이 숨어들어 노동자와 죄수, 억압받던 민중들 사이에서 권력과 권위에 저항하는 은밀한 표현으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어머니를 의미하는 고귀한 단어가 가장 저속한 욕설이 되고, 그 욕설이 다양한 표현으로 파생되는 역설적인 언어 생태계가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욕설 자체가 극도로 낯선 문화권도 있다. 일부 언어학자들이 사례로 드는 말레이반도의 원주민 ‘세망족’은 타인을 직접적으로 저주하거나 모욕하는 형태의 욕설이 발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화와 조화를 생존의 중요한 가치로 삼는 문화 속에서는 분노를 분출하는 방식 자체가 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웃 나라 일본 역시 다른 문화권에 비해 직접적인 욕설이 많지 않은 편이다. 대신 상대를 우회적으로 낮추는 표현이 발달해 있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문화와 집단 내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집단주의적 정서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욕설, 사회의 아킬레스건을 가리키는 나침반 이처럼 사회마다, 문화마다 욕설의 형태와 수위는 달라도 본질은 일맥상통한다.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을 오염시켜 상대방에게 정신적 충격을 안겨준다는 점, 그리고 욕설을 통해 그 사회가 내부적인 갈등을 어떤 방법으로 통제하고 표출하는지 보여준다는 점이다. 결국 욕설은 언어의 어두운 구석이 아니라 사회의 민감한 지점을 보여주는 지도와 같다. 가족이 중요하면 가족에 대한 욕설이 발달하고, 종교가 중요하면 종교에 대한 욕설이 발달하며, 성적 엄숙주의가 지배하면 성적인 욕설이 발달한다. 이렇듯 욕설은 그 사회가 가장 금기시하는 가치관을 거꾸로 뒤집어 비추는 거울이며, 문화의 가장 솔직한 기록물이다. 물론 욕설이 저급하고 저속한 언어라는 엄연한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한 사회의 이면을 가장 날카롭고 빠르게 이해하는 방법은 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노의 순간에 내뱉는 욕설을 들여다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거친 언어의 파편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하는 가치의 아킬레스건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 오티스 코리아, 서울원 아이파크 승강기 업체로 선정 …총 59대 공급

    오티스 코리아, 서울원 아이파크 승강기 업체로 선정 …총 59대 공급

    오티스 엘리베이터 코리아는 IPARK현대산업개발이 추진하고 있는 주거단지 ‘서울원 아이파크’ 프로젝트의 승강기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고 15일 밝혔다. 서울원 아이파크 프로젝트는 서울 도심에 지능형 도시 주거 환경을 조성하는 대규모 복합 개발 사업으로, 7만 7000㎡ 이상 부지에 총 8개 동 3000가구 이상 규모의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이 조정되는 사업이다. 오티스 코리아는 서울원 아이파크 주거 단지 6개 동에 총 59대의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및 시스템을 공급한다. 초고층용 엘리베이터 ‘스카이라이즈’ 42대와 디지털 커넥티드 엘리베이터 ‘젠쓰리’ 11대, ‘링크’ 에스컬레이터 6대가 설치될 예정이고, 차세대 목적층 선행등록 시스템 ‘컴파스 360’ 6대도 공급된다. 정지훈 오티스 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은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거듭날 서울원 아이파크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은 오티스가 그동안 쌓아온 신뢰성, 혁신성 및 고객 서비스 역량을 인정받은 뜻깊은 성과”라며 “뛰어난 승차감과 장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성능을 제공하는 솔루션을 기반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지원하게 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픽업트럭인 줄 알았더니”…기아 타스만, 한국군 지휘차로 유럽 갔다 [밀리터리+]

    “픽업트럭인 줄 알았더니”…기아 타스만, 한국군 지휘차로 유럽 갔다 [밀리터리+]

    기아의 픽업트럭 타스만이 군용 지휘차로 변신해 유럽 방산 무대에 올랐다.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전기차로 익숙한 기아가 이번에는 특수차량 풀라인업을 앞세워 세계 최대 방산 전시회에 복귀했다. 기아는 15일부터 19일까지 프랑스 파리 노르 빌팽트 전시장에서 열리는 ‘유로사토리(Eurosatory) 2026’에 참가해 군용 차량 라인업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유로사토리는 1967년 시작돼 격년으로 열리는 방산 전시회다. 올해는 전 세계 66개국 2300여개 업체가 참가해 첨단 무기체계와 국방 기술을 전시한다. 기아가 유로사토리에 참가한 것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10년 전에는 소형전술차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지만, 올해는 타스만 군용 지휘차, 소형전술차(KLTV) 2인용 카고 차량, 차세대 중형표준차(KMTV), 대형표준차까지 경형부터 대형을 아우르는 구성을 들고 나왔다. 이번 전시의 전면에는 타스만 군용 지휘차가 섰다. 타스만은 기아가 선보인 픽업트럭이다. 여기에 무전기, 등화관제 장치 등 군용 특수사양을 더해 작전 지휘와 연락 임무에 맞췄다. 오프로드 주행 성능과 안전·편의 기능을 바탕으로 군용차에 필요한 내구성과 운전 편의성도 확보했다. 픽업트럭 타스만, 한국군 지휘차로 변신 기아에 따르면 타스만 군용 지휘차는 지난해부터 대한민국 국군의 표준 지휘차로 실전 투입됐다. 전시용 콘셉트카가 아니라 실제 군 운용 단계에 들어간 차량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휘차는 전장에서 지휘관과 작전 참모진이 이동하며 부대와 연락하고 현장을 지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빠른 기동성과 험지 주행 능력이 중요하다. 민수용 픽업을 바탕으로 군 통신장비와 등화관제 같은 특수사양을 더하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작전용 차량으로 확장할 수 있다. 해외 자동차 전문 매체 카스가이드는 지난해 10월 기아 특수차 부문이 타스만 기반 군용차의 여러 활용 형태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병력수송형, 지붕 장착 무장 순찰형, 구급차형 등이 포함됐다. 다만 이는 실제 도입이 확정된 모델이라기보다 타스만 플랫폼을 바탕으로 확장 가능한 파생형을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다. 기아는 이번 전시에서 소형전술차 2인용 카고 차량 실물도 함께 공개했다. 이 차량은 60% 기울기의 가파른 오르막과 40% 기울기의 비탈길에서도 주행할 수 있고 수심 760㎜ 하천도 건널 수 있다.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탄·방폭 기능도 적용됐으며 영하 32도 극저온 환경에서도 운행할 수 있다. 이번 전시 차량에는 공기 흡입구를 높인 스노클과 엔진 냉각 시스템을 적용했다. 하천이나 웅덩이를 건너는 도섭 능력을 높이고 사막과 열대우림, 산악지형 등 다양한 환경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아 소형전술차는 한국군뿐 아니라 유럽, 중동, 아시아·태평양, 중남미 등 여러 지역에서 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폴란드군 신형 표준차량으로 선정되며 유럽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웠다. K방산, 군용차로 넓어진다 기아가 유럽 방산 전시회에서 군용차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달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동유럽·흑해 지역 방산 전시회 ‘BSDA 2026’에도 처음 참가해 타스만 지휘차와 소형전술차 계열을 공개했다. 해외 군사 전문 매체 넥스트젠디펜스는 당시 기아가 미사일 탑재형 KLTV도 선보였다고 전했다. 이 차량은 지붕 장착 무장 스테이션과 중거리 보병 미사일 발사대, 연막탄 발사기를 갖춘 형태로 소개됐다. 단순 수송차를 넘어 정찰·지휘·전투지원 임무까지 고려한 파생형을 제시한 셈이다. 기아는 이번 유로사토리에서 차세대 중형표준차와 대형표준차 모형도 함께 공개했다. 중형표준차는 수심 1m 하천을 건널 수 있고, 가파른 오르막과 옆으로 기울어진 비탈길에서도 주행할 수 있다. 최대 25명 또는 화물 10t을 실을 수 있다. 대형표준차는 많은 화물을 빠르게 싣고 운반한 뒤 내리는 임무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전시는 한국 방산이 전차, 자주포, 장갑차, 함정 같은 대형 무기체계에서 군용 차량과 기동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각국은 전투장비뿐 아니라 병력 이동, 보급, 지휘통제, 후방지원 차량의 중요성도 다시 확인했다. 전장 전체를 움직이는 기동 수단이 없으면 첨단 무기도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병력과 장비를 제때 옮기고, 지휘부가 현장 상황에 맞춰 움직이며, 보급망을 유지하는 능력은 현대전에서 필수 요소로 꼽힌다. 기아가 유로사토리에서 경형부터 대형까지 특수차량 라인업을 제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기아는 50년 이상 특수차량을 개발해온 경험을 앞세워 군 고객 맞춤형 모델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아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들로부터 상품성을 인정받은 신형 소형전술차 파생 모델과 경형부터 대형까지 아우르는 특수차량 풀라인업을 선보이게 돼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군 고객을 위한 맞춤형 모델을 개발해 미래 군용 모빌리티의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유로사토리 전시장에 선 타스만은 기아가 글로벌 방산 시장에 제시한 새로운 모빌리티 카드다. 한국군 표준 지휘차로 쓰이는 실전형 차량을 앞세워 기아는 군용차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 푸틴, 한국에 밀렸다…K9 자주포, 러 주력 무기 꺾고 ‘PICK’ 받은 비결은? [밀리터리+]

    푸틴, 한국에 밀렸다…K9 자주포, 러 주력 무기 꺾고 ‘PICK’ 받은 비결은? [밀리터리+]

    인도 육군이 한국의 K9 자주포를 기반으로 맞춤형 개량한 ‘K9 바즈라-T’(K9 Vajra-T) 자주포를 300문 이상 추가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외신이 러시아가 한국과의 경쟁에서 밀린 이유를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15일(현지시간) “인도는 오랜 기간 궤도형 자주포를 도입하려 했으며 최종적으로 한국의 K9 자주포와 러시아의 2S19M1 므스타(Msta)-S가 경쟁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규격인 155mm 포탄 체계를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에 러시아는 155mm/52구경장 포신을 적용한 수출형 Msta-S를 제안했다. 약 2년간 진행된 평가 과정에서 므스타-S는 인도가 중요하게 여긴 여러 항목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먼저 러시아 자주포는 고온의 환경과 고고도 환경에서 약점을 보였다. 고지대의 희박한 공기에서 엔진 성능이 저하됐고 급경사 지형에서 통과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반면 K9 자주포는 동일한 환경에서 훨씬 좋은 성능을 보였다.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한국 K9의 자동 엔진 관리 시스템은 환경 변화에 더 잘 대응했고, 특히 강화된 에어컨이나 향상된 방진 체계 등 인도 맞춤형 사양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9 자주포는 인도산 탄약을 포함해 총 578발을 발사하고 약 1000㎞의 기동 시험을 모두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 인도는 러시아 무기가 아닌 현지 맞춤형 개량이 가능한 K9 바즈라-T를 선택했다.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K9 바즈라-T는 인도의 주요 자주포 전력 중 하나가 됐으며 현재는 추가 도입까지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 K9 바즈라-T 300문 이상 추가 도입최근 국방 소식통에 따르면 인도 육군은 포병 전력 현대화를 위해 K9 바즈라-T 자주포 300문 이상을 추가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인도가 이번 추가 도입 계획안을 확정하면 인도가 발주한 K9 바즈라 자주포는 총 500문을 넘어서게 된다. K9 바즈라-T는 155mm 52구경장 궤도형 자주포로, 40km 이상 떨어진 목표물을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다. 사격 직후 신속하게 위치를 변경하는 이른바 ‘슈트 앤 스쿠트’ 능력을 갖춰 적의 대포병 사격에 대한 생존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인도는 2017년 약 450억 루피(한화 7209억원) 규모로 K9 바즈라 100문을 처음 도입했다. 인도군은 예정보다 앞선 2021년에 모든 인수를 완료했다. 해당 장비들은 현재 주로 서부 사막 지역에 배치돼 운용되고 있다. 이어 2023년 12월 인도 정부는 760억 루피(약 1조 2182억원) 규모의 두 번째 계약을 승인해 추가로 100문을 발주했다. 전문가들은 인도 주변국들이 군 현대화에 적극 투자하는 상황에서 K9 자주포를 추가 도입하면 인도군의 포병 전력과 억제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 내부에서는 K9 바즈라 추가 구매가 인도 국방 분야의 자립 강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특히 파키스탄과 중국 국경 지역에서의 인도군 장거리 화력이 크게 증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인도에서 라팔에 밀린 러 전투기한편 인도가 자국 시장에서 러시아가 아닌 다른 국가의 무기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앞서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지난달 26일 “인도와 프랑스 다쏘의 라팔 전투기 114대 구매 계약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 “인도 정부는 조만간 프랑스에 구매 요청서를 발송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당시 인도 공군이 라팔 전투기와 함께 고민한 선택지는 러시아의 MiG(미그)-35, 유로파이터 타이푼 등이었다. 그러나 인도는 평가 단계에서 러시아 전투기의 레이더와 엔진 성능이 매우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가장 먼저 탈락시켰다. 실제로 당시 MiG-35는 최신형 AESA 레이더가 완전히 성숙한 상태가 아니었고, 여러 경쟁기들에 비해 기술적 준비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해당 전투기는 러시아가 수출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최신 버전’이었다는 사실이다. 인도는 오랫동안 러시아 무기의 최대 고객 중 하나였으나, 인도가 대형 전투기 사업뿐 아니라 자주포 등 여러 무기 분야에서 러시아산을 모두 탈락시키면서 러시아산 무기의 국제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반면 한국은 프랑스·미국 등과 함께 인도 무기 공급선 다변화 정책의 핵심 파트너 국가로 부상했다. 방산업계에서는 인도의 K9 플랫폼 추가 주문으로 인해 한국 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한번 경쟁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전차 끝났다” 조롱받더니…美 에이브럼스 싹 바꿨다, 한국 K2는? [밀리터리+]

    “전차 끝났다” 조롱받더니…美 에이브럼스 싹 바꿨다, 한국 K2는? [밀리터리+]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차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 반복됐다. 값싼 드론과 대전차미사일이 고가 전차를 파괴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퍼지면서다. 두꺼운 장갑과 강한 화력만으로 전차가 살아남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하지만 미국은 전차를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전차를 다시 설계하는 쪽을 택했다. 미 육군이 추진하는 차세대 에이브럼스 전차 M1E3는 드론전 시대에 전차가 살아남기 위한 해법을 담은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19포티파이브는 최근 M1E3 에이브럼스를 두고 “드론 시대가 죽였다고 여겨진 전차가 어떻게 살아남으려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차 무용론을 키웠지만, 미 육군은 전차의 역할 자체보다 전차가 싸우는 방식을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미 육군은 기존 M1A2 SEPv4 개발을 중단하고 M1E3 현대화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기존 전차에 장비를 계속 덧붙이는 방식으로는 무게와 정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전장에는 정찰 드론과 자폭 드론, 대전차미사일, 정밀 포격이 촘촘히 깔렸다. 전차가 더 무거워질수록 숨고 움직이기도 어려워진다. M1E3의 핵심은 단순한 화력 강화가 아니다. 미국은 전차를 더 가볍게 만들고 더 촘촘히 방어하며 더 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플랫폼으로 바꾸려 한다. 경량화와 능동방호체계, 디지털 전장 네트워크, 전력 여유를 키운 동력계통이 주요 방향으로 꼽힌다. 한국 K2 흑표 전차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K2는 뛰어난 기동성, 자동장전장치, 화력통제 성능을 앞세워 폴란드 등 유럽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그러나 앞으로의 전차 경쟁은 “얼마나 잘 쏘느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드론이 깔린 전장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남느냐가 새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드론전이 바꾼 전차의 조건 우크라이나 전장은 전차의 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소형 정찰 드론은 전차 위치를 실시간으로 찾아냈고 1인칭 시점(FPV) 드론과 대전차미사일은 전차 상부를 노렸다. 포병은 드론이 찍어준 좌표를 따라 전차를 공격했다. 전차가 한 번 노출되면 여러 수단이 동시에 달려드는 환경이 됐다. 이런 전장에서는 두꺼운 장갑만으로 생존을 보장하기 어렵다. 날아오는 미사일과 로켓을 탐지해 요격하는 능동방호체계, 드론 접근을 방해하는 전자전 장비, 주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는 센서가 중요해졌다. 전차의 생존성은 장갑판 두께가 아니라 방어망 전체의 성능에 가까워지고 있다. 경량화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에이브럼스는 강력한 장갑과 화력을 갖췄지만 무게가 늘수록 수송과 정비 부담이 커졌다. 드론과 정밀타격 무기가 전장을 감시하는 상황에서는 빠르게 이동하고 은폐하는 능력도 생존성의 일부다. M1E3가 무게와 군수 부담을 줄이려는 이유다. 무인화도 같은 맥락이다. 무인 포탑이나 자동장전장치는 승무원을 차체 내부의 더 안전한 공간에 배치할 수 있게 한다. 전차 상부가 드론과 대전차미사일의 주요 표적이 된 상황에서 승무원 생존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3인 승무원 구조와 자동화 장비가 거론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네트워크화 역시 핵심이다. 전차 한 대가 혼자 적을 찾고 싸우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정찰 드론, 지상 무인차량, 보병 전력과 정보를 공유해야 전차가 먼저 보고 먼저 움직일 수 있다. 전차는 이제 단독 돌파 무기보다 지상 전투망의 중심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다. 이 변화는 K2의 수출 경쟁력 평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K2가 당장 뒤처졌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앞으로 유럽과 중동 시장에서 전차를 평가할 때 능동방호체계, 대드론 전자전, 상부 공격 방호, 무인체계 연동 능력은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K2 넘어 K3로 이어지는 생존성 경쟁 한국도 차세대 전차 개발에서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K2 흑표는 현재 한국 전차 수출의 주력이다. 폴란드 도입을 계기로 유럽 전차 시장에 한국산 전차의 존재감을 각인시켰고, 향후 현지 생산형 K2PL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K2 이후의 전차는 다른 기준을 요구받고 있다. 현대로템이 공개한 차세대 주력전차 K3 구상은 이런 변화를 반영한다. K3는 130㎜급 주포, 무인 포탑, 능동방호체계, 드론 연동 운용, 저피탐 형상 등을 결합한 미래형 전차로 제시됐다. K3는 기존 전차처럼 강한 주포와 장갑만 앞세우지 않는다. 승무원을 차체 내부 보호 공간에 배치하고 정찰 드론과 지상 무인체계를 함께 운용하는 방향을 지향한다. 적에게 덜 보이고 먼저 보고 빠르게 타격하며 드론 위협을 능동적으로 막는 전차가 목표다. 미국의 M1E3와 한국의 K3는 서로 다른 사업이다. 그러나 문제의식은 닮았다. 드론전 시대에도 전차가 살아남으려면 더 가볍고 더 조용하고 더 촘촘한 방어망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K2가 현재 수출 시장의 주력이라면 K3는 그 다음 세대의 답안지에 가깝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차가 사라질 무기라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주요 방산국은 전차를 버리지 않고 다시 설계하고 있다. 드론전은 전차의 종말을 앞당긴 것이 아니라 전차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드러낸 셈이다.
  • “내 머리카락도 상한가 가보자” ‘탈모 건보’ 논의에 29.96%↑[나만없어]

    “내 머리카락도 상한가 가보자” ‘탈모 건보’ 논의에 29.96%↑[나만없어]

    정부가 탈모 치료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히자 이른바 ‘탈모주’들이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등하고 있다. 15일 코스닥 시장에서 TS트릴리온은 개장과 동시에 29.96% 급등한 1206원까지 치솟았다. 탈모 케어 샴푸인 ‘TS샴푸’를 생산하는 TS트릴리온은 주당 300~400원선에 머물러왔으며, 주식 병합을 한 뒤 지난 7일 거래가 재개됐으나 이달 들어 900원대로 내려앉으며 ‘동전주’ 신세를 면치 못했다. 주가가 지지부진한 TS트릴리온은 이재명 대통령의 ‘탈모 공약’이 언급될 때마다 반짝 솟아오르고 있다. 2022년 제20대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이 대통령이 ‘탈모 건보 확대’를 공약으로 언급하자 상한가를 기록했고, 지난해 12월 이 대통령이 탈모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주문하자 재차 상한가를 기록했다. 또다른 ‘탈모주’인 현대약품도 유가증권시장에서 29.84% 급등한 7440원에 거래되고 있다. 위더스제약도 코스닥시장에서 장 초반 29.88%까지 급등했으며, 오전 11시 20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해 25%대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프롬바이오도 장 초반 29.95% 급등했으며, 이노진도 한때 17%대까지 올랐다. 한편 정부는 이 대통령이 ‘생존의 문제’라며 여러 차례 강조한 탈모 치료에 대해 건보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하반기부터 추진할 방침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재정이 들어갈지 실무적 검토를 진행했다”면서 “하반기에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적용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자가면역질환인 ‘원형 탈모’나 지루 피부염으로 인한 질병성 탈모에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만, 유전·노화에 따른 탈모는 비급여로 분류된다. 정부는 탈모가 연애와 취업에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고려해 20~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긍정적인 응답이 나왔다. 이를 토대로 정부는 다음달 4일 행정안전부의 ‘모두의 토론회’ 첫 번째 주제로 탈모 급여화를 다룰 예정이다.
  • 한국 이기겠다더니…자존심 접은 일본의 SOS, 굴욕적인 조선업 현실 [핫이슈]

    한국 이기겠다더니…자존심 접은 일본의 SOS, 굴욕적인 조선업 현실 [핫이슈]

    일본이 수년간 중단했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를 재개하며 한국 기업에 협력을 요청할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1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달 말 ‘관민 투자 로드맵’ 발표를 통해 국산 LNG선 건조 재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조선업을 17개 국가 전략산업 중점 투자 분야 중 하나로 선정했으며 특히 LNG선 부활 프로젝트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발전용 연료와 도시가스 수요 대부분을 LNG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은 국내 수요의 약 98%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만큼, LNG선을 에너지 안보의 핵심 인프라로 꼽는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은 LNG선 시장의 강자로 꼽혔다. 한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LNG선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됐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을 필두로 세계 LNG선 시장 대부분을 수주하게 됐다. 여기에 2010년대 후반부터는 중국도 LNG선 시장에 진입하면서 현재 세계 시장에서 한국이 약 70%, 중국이 약 30%를 점유하고 있다. 일본은 LNG선 분야를 포기하지 않으려 했지만 한국이 세계 표준이 된 멤브레인형 LNG 탱크에 집중 투자하고 일본은 뒤늦게 대응하면서 결국 시장을 모두 빼앗기게 됐다. 한국과 중국 조선업체의 가격 경쟁력에 밀리면서 일본의 LNG선 건조는 2019년 인도 물량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중단됐다. 연간 3~5척 생산 목표, 한국 조선사와 협력 추진일본 정부는 LNG선 건조 재개와 관련해 연간 3~5척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일본은 5년 이상 LNG선을 건조하지 않으면서 관련 공급망이 사실상 해체됐고, 앞서 언급된 멤브레인형 LNG 탱크 제작 기술은 아예 보유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일본 정부와 조선업계는 한국 조선사들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LNG 저장 탱크 제조 노하우를 가진 HD현대중공업 등 한국 대형 조선업체들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는 방안을 추진하며, 관련 기술 라이선스를 보유한 프랑스 기업과의 협력도 타진할 계획이다. 닛케이는 “중국의 기술력 향상을 우려하는 한국 입장에서도 일본과 협력함으로써 고객이 중국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이 LNG선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동안 시장에서 사실상 이탈한 일본이 결국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한국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 셈이다. 일본 정부는 국산 LNG선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선주들에게 한국·중국산 선박과의 가격 차이를 보전해주는 보조금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세계 최강 조선 한국, 바짝 뒤따르는 중국한국은 LNG선뿐만 아니라 고난도 선박 설계와 엔지니어링 등의 분야에서 중국보다 우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한국 조선업을 이끄는 ‘빅3’ 조선사들은 비싼 대신 기술이 필요한 선박을 위주로 수주한다. 반면 중국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거대한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저렴한 건조 비용을 통해 저렴한 선박을 대량 생산해 내고 있다. 수익성과 기술력에서는 여전히 한국이 우위라는 평가가 많지만 중국이 조선업에서 ‘세계 최대의 공장’을 가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국과의 경쟁 속에서도 세계 LNG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 조선업계의 기술력이 일본의 산업 재건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 국립목포대, 환경오염물질이 부른 당뇨·지방간…‘식사법’으로 완화

    국립목포대, 환경오염물질이 부른 당뇨·지방간…‘식사법’으로 완화

    체내에 쌓여 비만과 당뇨 등 대사질환을 유발하는 환경오염물질의 독성을 ‘간헐적 칼로리 제한’ 식사법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경오염물질 노출을 원천 차단하기 어려운 현대사회에서 식습관 조절이 새로운 건강 보호 전략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립목포대학교 제약공학전공 류동영 교수 연구팀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의 대표 격인 ‘유기염소계 농약(OCPs)’이 유발하는 대사독성을 식이 조절을 통해 유의미하게 완화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유해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게재됐다. 과거 광범위하게 사용되다 현재는 사용이 금지된 유기염소계 농약은 분해가 잘 되지 않아 환경과 생체 내에 오랫동안 남아있는 대표적인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이다. 특히 지방조직에 잘 축적되는 특성이 있어, 체내에 쌓이면 비만과 제2형 당뇨병 등 만성 대사질환의 위험을 크게 높이는 주범으로 꼽혀왔다. 연구팀은 실험동물에 유기염소계 농약 혼합물을 12주간 노출시킨 뒤, 식단 조건에 따른 대사 변화를 비교 분석했다. 실험 결과, 오염물질에 노출된 상태에서 고지방식이를 이어간 그룹은 혈당 상승, 인슐린 저항성 증가, 지방간 형성, 염증반응 증가, 췌장 기능 저하 등 뚜렷한 대사이상 증세를 보였다. 반면 식사량이나 시기를 조절하는 간헐적 칼로리 제한(ICR)을 적용한 그룹에서는 극적인 반전이 나타났다. 혈당 조절 능력이 회복되고 인슐린 신호전달 기능이 좋아졌다. 또 간의 지방 축적과 염증반응이 유의미하게 줄었으며, 에너지 저장 기능과 췌장 조직의 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번 연구는 일상 속에서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운 환경오염물질의 위협을 식생활 개선이라는 일상적 노력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류동영 교수는 “환경오염물질 노출을 줄이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미 노출된 상황에서 건강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생활습관 관리가 핵심”이라며, “이번 연구가 만성질환 증가 원인을 규명하는 데 기여하는 것은 물론,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건강 저감 전략 개발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연경 없이 드디어 우승! ‘7전 전승’ 한국, 대만 꺾고 AVC 정상에

    김연경 없이 드디어 우승! ‘7전 전승’ 한국, 대만 꺾고 AVC 정상에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이 아시아배구연맹(AVC)컵 대회에서 우승했다. 김연경의 은퇴 이후 달성한 국제대회 첫 우승이다. 한국은 14일 필리핀 캔돈 시티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대만을 3-0(25-19 25-19 25-22)으로 이겼다. 조별리그 5경기와 준결승, 결승을 합쳐 7전 전승의 완벽한 성적을 냈다. 이틀 전 조별리그 1위 결정전에서 대만에 3-2로 진땀승을 거뒀지만 결승은 달랐다. 1세트를 0-3으로 출발한 한국은 주장인 강소휘(한국도로공사)의 공격이 연이어 터지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강소휘는 41%의 공격 성공률로 7점을 내며 세트 승리를 이끌었다. 2세트 한국은 초반부터 앞섰다. 상대 범실이 쏟아지며 7-2로 달아났고 18-15에서는 상대 범실과 아웃사이드 히터 정윤주(흥국생명)의 왼쪽 강타로 2점을 보태며 여유 있게 앞서갔다. 대만은 우리보다 4개 많은 범실 9개로 자멸했다. 궁지에 몰린 대만이 3세트 거세게 맞섰지만 한국은 무너지지 않았다. 19-19에서 강소휘의 쳐내기 득점과 블로킹 득점으로 한숨을 돌린 뒤 23-22에서 이예림(현대건설)의 깔끔한 직선 강타로 매치 포인트를 쌓았다. 이어 정윤주가 대만의 공격을 가로막아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경기에서 강소휘가 팀 내 최다인 14점을 올렸고, 나현수(현대건설)와 정윤주가 각각 12점, 11점을 기록했다. 미들블로커 박은진(정관장)과 이주아(IBK기업은행)도 8점과 7점을 올렸다. AVC 네이션스컵은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에 출전하지 않는 팀이 출전하는 대회다. VNL에 나선 일본, 중국, 태국은 출전하지 않았다. 지난해 VNL 최하위로 강등된 한국은 이번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대회 전까지 한국은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 40위(99.53점)에 머물렀지만 이번 우승을 통해 31위(138.55점)까지 끌어올렸다. 강소휘는 베스트 아웃사이드 히터상, 박은진은 베스트 미들블로커상, 나현수는 베스트 아포짓 스파이커상을 받았다. 이번 대회 득점 2위(100점)에 오른 강소휘는 대회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됐다. 한국이 아시아권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한 건 2014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처음이다.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을 포함해도 6년 만이다. 김연경의 은퇴 이후 대체로 지기만 하며 추락하던 여자배구는 이로써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차 감독은 부임 후 첫 대회에서 우승의 기쁨을 누리며 9월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 준비에도 자신감을 얻게 됐다.
  • [차현진의 박람궁리] 한국전쟁이 세계 금융에 남긴 것들

    [차현진의 박람궁리] 한국전쟁이 세계 금융에 남긴 것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한국전쟁의 순국 영령을 기리는 이즈음의 녹음은 언제나 처연하다. 그런데 전쟁은 아픔과 슬픔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사활을 걸며 치르는 모든 전쟁은 온갖 발명품의 경연장이자 새로운 것의 시작이다. 제1차 세계대전은 혈액 수혈, 제2차 세계대전은 페니실린을 탄생시켰다. 한국전쟁은 야전병원(MASH)을 낳았다. 의료진이 부상병을 후방 병원에서 기다리는 대신 전방 천막에서 치료하는 혁명적 발상이었다. 야전병원은 11년간 방영된 미국 CBS 방송사의 인기 드라마 ‘MASH’의 소재이기도 하다. 그 드라마에서 한국은 아주 가난하고 불결한 나라로 그려진다. 한국전쟁이 미국 사회에 남긴 문화적 흔적이다. 한국전쟁의 흔적은 금융에도 남아 있다. 오늘날 미 연준이 독립적 기구라는 것은 상식이다. 한국전쟁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재정 팽창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뚜렷했는데도 재무장관이 전화로 금리 동결을 지시했다. 존 스나이더 재무장관은 대통령의 군대 동기라서 무소불위였다. 하지만 참다못한 연준이 어느 순간 반발했다. 그러자 의회 청문회가 열렸고, 거기서 재무장관의 무법한 지시들이 낱낱이 드러났다. 장관은 결국 1951년 3월 연준을 찾아가 7인의 연준 위원 앞에서 미리 준비된 문서에 서명했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행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그 문서는, 중앙은행의 권한에 관한 일종의 마그나카르타다. 이후 다른 나라들이 비슷한 내용을 법률에 담았다. 세계 금융사를 돌아볼 때 중앙은행 독립성이 명문화된 계기는 한국전쟁이다. 한국전쟁은 재정정책에서도 한 획을 긋는다. 한국전쟁은 미국 정부가 세금으로 치른 마지막 전쟁이다. 전쟁 발발 직후 트루먼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때처럼 특별법을 제정했다. 목표와 기간까지 정해 놓고 소득세를 엄청나게 거뒀다. 고통스럽지만 정직한 해법이었다. 이후 베트남 전쟁은 인플레이션으로, 나머지 전쟁은 국가부채로 충당되었다. 일본에 한국전쟁은 경제 도약의 발판이었다. 당시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과 연합국 최고사령부가 요구했던 경제안정화 정책 때문에 빈사 상태였다. 이른바 ‘안정공황’이다. 그런데 1951년에 이르자 경제성장률이 12%로 급등했다. 미국 정부와의 거래가 수출의 60%를 차지했다. 그런 특수를 누린 덕에 요시다 시게루 총리는 한국전쟁을 ‘신의 도움’이라고 했다. 한국전쟁의 덕을 본 것은 캐나다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에 대한 원자재 수출과 함께 방위사업체 등에 대한 미국의 직접 투자 확대에 힘입어 캐나다 경제가 빠르게 호황으로 전환했다. 그러다 보니 고민이 생겼다. 1945년 국제통화기금(IMF)이 출범할 때 환율은 ‘1캐나다달러=0.909미달러’였다. 이후 1946년에는 1대1, 1949년에는 다시 1대0.909로 복귀했다. 대외 여건에 따라 경제가 쉽게 휘청거렸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전쟁 특수가 시작되자 또 한 번의 평가절상을 노리는 환투기가 극성을 부렸다. 환율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한 캐나다 정부는 1950년 9월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했다. 당시에는 고정환율제도가 원칙이고, 변동환율제도는 반칙으로 취급되었다. 그래서 10년밖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1971년 미국이 ‘금 1온스=35달러’라는 등식을 깨뜨리면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우왕좌왕하다가 10년 전 중단된 캐나다의 사례를 떠올렸다. 그리고 1973년 전 세계가 변동환율제도로 돌아섰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부득불 진행된 캐나다의 정책 실험이 결정적 힌트였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 유로화 시스템도 한국전쟁과 이어진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미국은 재정적자 완화를 위해 마셜 플랜의 조기 종료를 결정했다. 급작스레 달러화 유입이 줄어든 유럽 18개국은 1950년 9월 유럽지급동맹(EPU) 결성을 통해 대응했고, 이것이 훗날 유로화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드라마 ‘MASH’로 기억되는 한국전쟁은 여러 면에서 현대 금융시스템의 분수령이다. 한국인에게는 비극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세렌디피티 즉 의도치 않은 행운이었다. 전쟁은 언제나 처연하게 불공평하다. 차현진 호서대 디지털금융경영학과 교수
  • 앙리 루소, B급 화가가 거장이 된 이유 [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앙리 루소, B급 화가가 거장이 된 이유 [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취미로 그림 시작했던 세금 징수원“소묘도 못하는 삼류 화가” 조롱받아상상력·직관으로 현대적 예술가로사진기 등장에 회화의 ‘재현’ 빛 잃어초현실주의 내다본 위대한 개척자“원근법도 무시하고 소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삼류 화가.”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 화단에서 앙리 루소(1844~1910)에게 내린 평가는 냉혹했다. 당시 미술아카데미 기준에서 볼 때 루소의 그림은 조롱거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늘날 루소는 취미로 그림을 시작해 세계적 거장의 반열에 오른 독학 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눈을 감고 발로 그린 그림”이라며 비웃음을 당했던 루소의 작품이 뒤늦게 미술사적 가치를 인정받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그가 남긴 명언들을 따라가며 B급 화가에서 위대한 예술가로 재평가될 수 있었던 과정을 살펴보겠다. 첫 번째 명언 “나는 미술학교나 거장의 화실에서 배운 적이 없다. 자연만이 나의 유일한 스승이었다.” 이 말은 제도권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독학 화가 루소의 예술 철학을 보여 준다. 당시 파리에서 화가로 인정받으려면 아카데미에서 거장들의 작품을 모사하며 원근법, 해부학, 명암법 등을 익혀야 했다. 루소는 남의 화법을 따르기보다 자연이 주는 영감과 직관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다. 루소의 발언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그가 어떤 계기로 화가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871년 루소는 파리 외곽 통행료 징수소의 하급 세금 징수원이 되었다. 훗날 사람들은 그를 세관원이라는 별명으로 불렀지만 실제 일과는 마차에 실린 화물의 무게를 정확히 재고 세금을 거두는 반복적인 업무의 연속이었다. 그는 삭막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주말마다 붓을 들었다. 비록 여가시간에만 그림을 그리는 일요일의 화가였지만 마음속에는 위대한 화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류 미술계의 벽은 높았다. 루소는 1885년 공식 살롱전에 두 점의 작품을 출품했지만 거부당했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참가비 15프랑만 내면 누구나 작품을 출품할 수 있는 독립 예술가 전시회(살롱 데 앵데팡당)에 참여하며 화가로서 본격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 전시에서 선보인 ‘카니발의 밤’은 그의 나이브 아트(Naïve Art·소박파) 화풍을 보여 주는 초기 대표작이다. 소박파란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화가들이 자신만의 순수한 직관과 본능으로 그린 회화 양식을 말한다. 화면에는 어둡고 신비로운 겨울 숲을 배경으로 카니발 복장을 한 남녀가 팔짱을 끼고 서 있다. 두 인물의 밝고 화려한 옷차림은 어둠에 잠긴 숲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낯설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던 루소는 인물의 해부학적 비례나 공간감보다 의상의 단추, 모자, 주름 같은 세부 장식에 집중했다. 기존 회화의 기준에서는 실력 부족으로 보였지만 제도권 미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시선과 시적인 분위기가 살아 있다. 그는 배운 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보고 느낀 대로 그렸던 것이다. 1886년 살롱 데 앵데팡당에 이 작품이 걸렸을 때 원근법의 무시와 인형처럼 뻣뻣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인물 표현은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다. 오늘날은 그의 독창적인 무기교의 미학이 드러난 초기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두 번째 명언 “내 마음이 너무 열려 있어서 나 자신에게 해가 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 발언은 루소가 왜 순진한 화가로 불렸고 소박파의 선구자가 될 수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 고백은 그가 63세이던 1907년 은행 사기 사건에 연루되어 수감되었을 때 담당 판사에게 쓴 탄원서에 나온다. 세상 물정에 어두웠던 루소는 자신이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지인의 부탁을 도와주다가 체포되었다. 재판에서 루소의 변호인은 그가 사기를 계획할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루소의 그림들을 법정에 가져와 배심원단에게 보여 주었다. 변호인은 “이렇게 유치해 보이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어떻게 은행 사기 시스템을 이해하고 의도적으로 범죄를 저질렀겠는가? 어린아이처럼 순진해서 속은 것뿐”이라고 변론했다. 배심원들은 루소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천진난만함에 웃음을 터뜨렸고 그는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었다. 현실에서는 약점이 되었던 루소의 순수한 영혼은 예술에서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강점이 되었다. 이를 한 편의 시처럼 보여 주는 작품이 ‘잠자는 집시’다. 한 집시 여인이 황량한 사막 위에서 만돌린과 물항아리를 곁에 둔 채 깊이 잠들어 있다. 차가운 보름달이 사막을 푸르게 물들이는 바로 그때 어둠 속에서 사자 한 마리가 조용히 여인에게 다가온다. 이 장면만 놓고 보면 숨이 멎을 듯한 긴장감과 공포가 감돌아야 마땅한데 신기하게도 정적과 평온이 느껴진다. 사자는 먹잇감을 덮치는 맹수가 아니라 낯선 존재 앞에서 멈춰 선 신비로운 방문자처럼 보인다. ‘잠자는 집시’는 현실의 논리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인간과 자연, 약자와 강자가 조화를 이루는 꿈같은 세계를 그려냈다. 1955년 뉴욕 현대미술관 초대 관장 앨프리드 바는 이 작품을 “19세기에 가장 주목할 만한 그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세 번째 명언 “피카소, 우리는 당대 가장 위대한 두 명의 화가라네. 자네는 이집트 스타일의 거장이고 나는 현대 스타일의 거장이지.” 루소가 젊은 피카소에게 건넨 이 말은 노화가의 허세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본능적으로 꿰뚫어 본 통찰이며 그의 자존감을 보여 주는 명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말은 1908년 11월 피카소가 몽마르트르 작업실 바토 라부아르에서 루소를 위해 열어 준 전설적인 파티에서 나왔다. 피카소는 벼룩시장에서 단돈 5프랑에 팔리던 루소의 대형 여성 초상화를 발견하고 작품에서 원초적인 힘과 독창성을 보았다. 감동을 받은 피카소는 루소에 대한 존경과 장난기 어린 애정을 담아 그를 주빈으로 초대했다. 이 자리에는 파리 전위예술계를 이끌던 인물들이 함께했다. 파티가 무르익을 때 한껏 들뜬 루소는 피카소에게 자신들이 “당대 가장 위대한 두 명의 화가”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이집트 스타일은 피카소가 몰두했던 초기 입체주의와 원시미술의 경향을 가리킨다. 고대 이집트 벽화가 여러 시점을 한 화면에 조합했듯 피카소는 ‘아비뇽의 처녀들’을 통해 전통적인 원근법을 무너뜨리고 여러 시점을 한 화면 안에 결합했다. 루소는 직관적으로 피카소의 실험이 낡은 회화 규범을 깨뜨리는 혁명임을 알아본 것이다. 한편 루소는 자신의 화풍을 현대 스타일이라고 확신했다. 피카소가 시점의 해방을 통해 현대미술의 문을 열었다면 그는 상상력의 해방을 통해 회화가 꿈과 무의식의 세계까지 품을 수 있음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루소가 마흔여섯 살에 그린 ‘나 자신, 초상-풍경’은 그가 일찍부터 스스로를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으로 세워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그는 검은 정장과 예술가의 상징인 베레모 차림으로 한 손에는 붓을, 다른 손에는 팔레트를 들고 화면 한가운데 당당히 서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인물의 크기다. 루소는 주변 풍경보다 훨씬 크게 자신을 그렸다. 전통적인 원근법을 무시한 표현이지만 루소는 거리에 따른 실제 크기보다 마음속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대상을 크게 그렸다. 마음의 크기대로 그리기는 중세 종교화에서 예수나 성인들을 상징적으로 크게 그렸던 방식과도 닮아 있다. 그의 뒤편에는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세워진 에펠탑과 하늘을 나는 열기구, 센강 위의 최신식 철교와 만국기로 장식된 증기선이 보인다. 이들은 모두 19세기 말 파리가 맞이한 산업화와 기술문명의 상징물이다. 루소는 현대적 풍경 한가운데 자신을 거인처럼 세워 두었다. 세상이 그를 아마추어 화가라고 비웃던 시절에도 그는 자신을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여는 현대적 예술가로 그리고 있었다. 19세기 중반 등장한 사진기는 대상을 똑같이 복사하는 회화의 오랜 재현 기능을 단숨에 빼앗아 갔다. 당대 진보적인 예술가들은 “회화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마주했고 회화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새로운 표현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루소는 독학으로 그림을 그렸기에 미술계의 고정관념이나 이론적 굴레에 갇히지 않은 가장 자유로운 상태였다. 그는 순수한 상상력과 직관만을 믿고 자신만의 회화 세계를 만들어 냈다. 그 정점이 그의 유작 ‘꿈’이다. 루소는 평생 정글에 가 본 적이 없었지만 자연사박물관과 식물원을 자주 드나들며 이국적인 열대 식물들을 관찰했고 백과사전의 삽화와 상상력을 조합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야생의 정글을 창조했다. 붉은 소파, 잠든 여인, 사자와 코끼리, 피리 부는 인물이 등장하는 이 그림은 훗날 초현실주의자들이 주목하게 될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앞서 열어 보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1910년 봄, ‘꿈’의 전시를 앞두고 평생 수많은 조롱과 냉대를 견뎌야 했던 노 화가는 이번만큼은 자신의 작품이 제대로 이해받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는 절친한 시인이자 비평가였던 기욤 아폴리네르에게 편지를 보내 진심으로 부탁했다. “부디 자네의 빛나는 문학적 재능을 발휘해 내가 평생 받았던 모든 모욕과 상처에 대한 멋진 복수를 해 줄 것이라고 믿네.” 아폴리네르는 루소의 요청에 뜨겁게 응답하며 1910년 전시회 평론에서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이 작품의 아름다움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단언컨대 올해는 아무도 감히 비웃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전시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10년 9월 2일, 루소는 66세로 세상을 떠났다. 미술계에는 기술이 뛰어난 화가들이 수없이 많았지만 독보적인 개성과 생명력으로 자신만의 우주를 창조해 낸 화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루소는 그 드문 예술가 중 한 사람이었다. 미술사는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던 아카데미 화가들이 아니라 솔직함과 순수함으로 견고한 규칙을 깨부순 독학 화가의 손을 들어 주었다. B급 화가였던 루소는 오늘날 새로운 회화 언어를 창조해 낸 위대한 개척자로 기억되고 있다.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
  • “호크니 별세는 미술계에 엄청난 손실”

    “호크니 별세는 미술계에 엄청난 손실”

    현대미술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89세. 1937년 영국 요크셔주 브래드퍼드에서 태어난 그는 영국 대표 현대미술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꼽혔다. 2018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예술가의 초상’(1972)이 약 1019억원에 낙찰되면서 당시 생존 작가 중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별세 이후 세계 각지에서 애도의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12일 “그 억누를 수 없는 매력과 재능, 끊임없는 혁신을 가장 그리워하겠지만 그의 빛나는 창의성은 전 세계 미술관에서 살아갈 것”이라고 추모했다. 호크니의 대표작 ‘더 큰 첨벙’ 등을 소장 중인 영국 테이트 브리튼의 앨릭스 파쿼슨 관장은 BBC 방송에서 “호크니는 세상에 대한 특별한 시각을 지닌 무한히 창의적인 예술가였다”며 “그의 별세는 미술계에 엄청난 손실”이라고 말했다. 내년 테이트 브리튼에서는 호크니의 대규모 전시가, 테이트 모던 터바인홀에서는그의 멀티미디어 작품 전시가 예정돼 있다. 호크니는 1978년부터 여생의 대부분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보내며 대표작을 창작했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호크니가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흡수해 따스함을 세상에 10배로 되돌려 줬다”고 그를 기렸다. 말년에 아이패드 드로잉을 선보이며 예술의 경계를 넓혀 온 그의 죽음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창의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호크니의 대규모 전시를 두 차례 열었던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도 성명을 통해 “호크니는 생을 마칠 때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할 만큼 창의적인 예술가였다”고 밝혔다.
  • 태화강 국가정원·울산대공원 품은 ‘글로벌 생태도시’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울산대공원 품은 ‘글로벌 생태도시’ 울산

    국가정원 봄꽃축제에 27만명 인파‘자연주의 정원’엔 대자연의 생동감울산대공원 장미축제 14만명 몰려느티나무·메타세쿼이아 길은 휴식태화강 하구 8000여 마리 철새 군무수질 지켜내 생물다양성 보고 부활낮엔 산업, 밤엔 환경… 균형적 결합글로벌 산업 도시들 울산 벤치마킹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이 ‘공해 도시’의 그늘을 완전히 벗고 세계에서 주목하는 ‘생태도시’로 대전환을 맞았다. 거친 기계 소리 대신 태화강의 맑은 물소리와 철새의 날갯짓, 꽃향기가 도심을 채운다. 특히 6월의 울산은 대한민국 제2호 태화강 국가정원과 초록 허파인 울산대공원을 중심으로 초여름의 푸른 생명력과 화려한 꽃바다, 매혹적인 장미 향기로 아름답게 물들고 있다. ●국가정원, 태화강이 피워낸 봄의 왈츠 울산시는 태화강 국가정원과 울산대공원 중심의 생태계 복원 사업이 방문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봄꽃·장미 축제에 수십만 인파가 몰린 데 이어 청정 철새들까지 해마다 대거 찾으며 울산은 명실상부한 친환경 생태 거점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체계적인 행정과 시민의 보전 노력이 맞물린 성과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울산 생태 예술의 정점이다. 올해 봄에도 꽃양귀비와 작약 등 6000만 송이의 봄꽃이 만개해 유려한 태화강과 조화를 이뤘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달 열린 ‘2026 태화강 국가정원 봄꽃축제’에는 27만 명의 인파가 다녀가며 대한민국 대표 생태 관광 명소임을 확고히 증명했다. 이곳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정원 디자인의 거장 피트 아우돌프가 아시아 최초로 조성한 ‘자연주의 정원’이다. 식물이 태어나고 시드는 모든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도록 설계돼 초여름의 길목에서 대자연의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온전히 전한다. 정원의 백미인 ‘십리대숲’은 은은한 대나무 향과 함께 무더위를 식혀주는 쉼터다. 낮에는 청량한 댓길 산책을 즐길 수 있고, 밤에는 입체적인 은하수 조명이 불을 밝혀 신비롭고 환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이처럼 꽃과 나무, 강물이 인간의 삶과 어떻게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도심 정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도심의 허파, 울산대공원 ‘장미축제’ 남구 옥동에 위치한 울산대공원은 총면적 364만㎡에 달하는 도심의 거대한 초록의 허파다. 글로벌 기업 SK의 이윤 사회 환원과 울산시의 미래 비전이 결합해 탄생한 민관 협력의 세계적 모범 사례로 무상 개방 이후 시민들의 삶의 질을 바꾸는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울산대공원의 봄과 초여름을 대표하는 주인공은 단연 ‘오월의 여왕’ 장미다.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열린 ‘2026 울산대공원 장미축제’에는 전국에서 14만 명의 관람객이 찾아 성황을 이뤘다. 이번 축제는 축구장 7배가 넘는 5만 6174㎡ 규모 행사장에서 265종 300만 송이의 명품 장미가 일제히 만개해 매혹적인 향기를 선사했다. 흑장미부터 다채로운 장미가 가득한 테마 정원과 장미 터널은 방문객들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말끔히 씻어냈다. 울산대공원의 매력은 장미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공원을 둘러싼 울창한 느티나무 산책로와 메타세쿼이아 길은 싱그러운 초록 그늘을 만들고 탁 트인 호수 위로는 왜가리가 거닐며 평화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생태여행관과 푸른 연못은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초여름의 휴식을 제공하면서 회색빛 산업도시의 피로를 잊게 하는 특권으로 자리 잡았다. ●철새들이 증명한 생태계 회복 울산 도심 생태계의 건강성을 가장 확실하게 입증하는 주체는 새들이다. 환경 변화에 민감한 철새들이 해마다 대규모로 찾으면서 과거 회색빛 산업도시가 생명의 요람으로 회복됐음을 잘 보여준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태화강 하구와 삼호대숲 일대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다. 여름이 되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날아온 7종의 8000여 마리 백로 떼가 대나무 숲에 보금자리를 튼다. 쇠백로, 황로 등이 초록 대숲 위로 하얗게 내려앉는 모습은 장관을 연출한다. 이들은 풍부한 먹이와 청정한 수질 덕분에 안전하게 번식하며 여름을 보낸다. 겨울이 오면 무대는 시베리아에서 온 떼까마귀와 갈가마귀 무리에게 넘어간다. 매년 10월 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 약 11만 마리가 울산의 하늘을 수놓는다. 해 질 무렵 이들이 펼치는 집단 군무는 현대무용이자 자연이 연출하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같아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철새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울산시와 시민들이 수십 년간 펼쳐온 ‘태화강 살리기 운동’의 결실이다. 시는 급속한 도심화로 태화강 바닥을 뒤덮었던 오염물질을 긁어내고 하수처리장을 확충했고 시민들이 감시자가 돼 강을 지켜낸 결과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부활했다. 철새들은 태화강을 잠시 거쳐 가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치열하게 이뤄낸 위대한 화해와 공존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생생한 지표다. ●‘산업’과 ‘생태’의 완벽한 앙상블 울산시가 달성한 생태계 복원은 국내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을 넘어 해외 주요 도시 및 국제 환경기구의 정책적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울산은 지난 수십 년간 진행해 온 하천 정화와 도심 녹지 확대 등 구조적 환경 개선 사업을 통해 경제 발전과 생태계 보전이 상생할 수 있음을 통계와 구체적 성과로 입증했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자동차 생산 공장과 석유화학단지, 대형 조선소가 상시 가동되는 제조업 중심지 한복판에서 국가정원과 대규모 철새 서식지가 공존하는 구조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주간에는 산업 생산 활동을 통해 국가 경제를 견인하고 야간에는 청정 하천을 중심으로 생태계 안정성을 유지하는 복합 도시 모델은 지속 가능한 개발의 표준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제조업 기반과 자연환경의 균형적 결합은 향후 글로벌 산업 도시들이 지향해야 할 정책적 지표가 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태화강의 수질 개선과 국가정원 지정은 환경 복원의 완성 지점이 아니라 첨단 미래 산업과의 상생을 위한 새로운 시작점”이라며 “울산은 과거 오염 극복 도시라는 단편적 프레임을 넘어 첨단 산업과 청정 자연이 완벽하게 상생하는 세계적 수준의 ‘글로벌 생태 거점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특혜도 배제도 없다… 320만 전남광주 통합·성장의 틀 다질 것” [민선 9기 광역단체장에게 듣는다]

    “특혜도 배제도 없다… 320만 전남광주 통합·성장의 틀 다질 것” [민선 9기 광역단체장에게 듣는다]

    오는 7월 1일이면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출범한다. 지난 40년간 갈라져 있던 전남과 광주가 다시 합치는 만큼 ‘320만 대도시 탄생’을 기뻐하기보다는 지역 내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먼저 터져 나오고 있다.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은 14일 나주혁신도시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4년간 ‘파도처럼 밀려오는 갈등’을 성공적인 통합으로 가는 원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지역에 대한 특혜도 배제도 없는 수평적 통합’을 원칙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통합특별시의 가장 시급한 문제로 ‘경제적 성장의 기반을 갖추는 것’을 꼽고, 앞으로 4년간 재정을 소모성 비용이 아닌 전략적 투자 비용으로 운용하겠다고 했다. ‘결정을 방치한다’는 지적을 받는 시민주권 정부에 대해서는 ‘시민이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정부’를 의미한다며 “행정이 전문성으로 뒷받침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득표율 79.01%의 압도적 당선이다. “사실 기쁨보다 책임감이 앞선다. 전남광주는 해방 이후 80년 동안 서러운 역사를 보냈다. 사회적으로 차별당하고 경제적으로 수탈당하고 정치적으로 피를 흘렸다. 급기야 1986년 전두환 정권의 분할 통치로 억지로 갈라섰다. 이제 시민들께서 이 역사의 전환을 저에게 맡기셨다. 시민 여러분의 선택을 무겁게 받들겠다. 반드시 성과로 보답하겠다.” 치열한 경선 뚫고 압도적 당선경쟁했던 후보들 모두 소중한 자산시민추천제로 능력형 부시장 발탁지역주도 성장 위해 당정청과 소통-경선이 치열했다. 지역 정치권 통합, 인재를 모으기 위한 탕평책은 있는지. “서두르지 않겠다. 경선이 치열했던 만큼 각 후보와 지지자들 모두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성급한 통합보다는 예의를 지키는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원팀을 만들어가겠다. 함께 경쟁한 후보들은 모두 전남광주의 소중한 자산이다. 인재를 모으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부시장 시민추천제처럼, 특정 진영이 아니라 능력과 지역에 대한 헌신을 기준으로 발탁할 생각이다.” -청와대, 정부, 국회와 소통이 중요할 것 같다. 국무회의 참석은. “이재명 대통령과 16년을 함께 걸어오며 신뢰를 쌓아왔다.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으로 국정의 작동 방식을 몸으로 익혔고 국회와 중앙부처를 잇는 실무 네트워크도 갖추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지역 주도 성장’의 뜻에 앞장서 호응하는 것이 전남광주가 할 역할이다. 특별법이 보장하는 권한과 재정 지원을 실질적인 지역 성장으로 연결시키겠다. 국무회의 참여 방식 등 제도적인 사안은 출범 준비 과정에서 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통합특별시의 비전과 전략은. “전남광주는 이 대통령이 강조해 온 수도권 일극 체제를 타파하고 지역이 스스로 성장을 주도하는 선도 모델이 될 것이다. 시민이 결정하면 산업이 성장하고 그 이익은 다시 시민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겠다. 전략은 5가지 원칙 위에 세우겠다. 성장 통합, 균형 통합, 기본 사회, 녹색 도시, 시민주권이다. 최우선 목표는 성장이다. 전남광주가 가진 재생에너지, 인공지능(AI), 농생명, 해양 자원을 전략 산업으로 키워 대한민국 성장의 새로운 축을 만들겠다. 운영의 핵심 원리는 시민주권이다. 성장 방향을 결정하는 것도 성과를 나누는 것도 시민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동부·서부·중남·광주 4대 권역이 각자 특화 산업을 키우면서 고르게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 전남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청년들이 일자리와 기회를 찾아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도시, 그것이 제가 그리는 통합특별시의 모습이다.” -통합특별시 출범 1호 결재는 무엇일까. “1호 결재로 ‘통합 100일 긴급 실행 계획’에 서명하겠다. 지금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렵다. 동부권 석유화학·철강은 위기 상황이고 수산업도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통합까지 겹쳐 행정과 지역사회가 동시에 거대한 전환을 맞게 됐다. 이 역사적 전환기에 한 치의 빈틈도 있어서는 안 된다. 긴급 실행 계획에는 네 가지를 담겠다. 취약 분야·계층을 집중 지원하는 민생 긴급 대응 체계, 인사권부터 시민 손에 돌려주는 시민주권정부 첫 실행, 통합 출범 직후 가장 먼저 불거질 수 있는 지역 내 갈등의 선제적 조정, 그리고 서로 다른 두 체계를 하나로 결합하는 행정 조직 개편 로드맵이다. 행정 역량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집중 투입해 통합 기반을 확실하게 다지겠다. 출범 초기 100일을 향후 통합특별시의 기반을 다지는 골든 타임으로 활용하겠다.” -주청사, 군 공항 이전, 전남 의대 등 현안이 첩첩산중이다. 앞으로 4년은 갈등의 시대가 될 수도 있다. “갈등은 변화를 향한 열정과 의지의 표출이기도 하다. 터져 나오는 갈등을 성공적인 통합으로 가는 동력으로 삼겠다. 해결 원칙은 하나다. 특혜도 배제도 없는 수평적 통합이다. 시장이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을 것이다. 시민들이 대표성과 숙의를 갖춰 의견을 모으면 행정이 그 결정을 집행하는 구조로 가겠다. 의사결정 과정을 전면 공개해 불신을 원천 차단하고 4개 권역 책임 부시장제로 현장 민원을 즉각 해소하며 균형발전기금으로 재원 배분 기준을 법제화하겠다. 주청사는 수차례 언급한 것처럼 특별법이 명시한 분산형 청사 운영을 원칙으로, 순환 근무를 통해 시민 공론화로 결정하겠다. 군 공항 이전은 국가 안보 시설인 만큼 국가 주도 원칙을 견지하며 범정부 협의체를 통해 풀어나가겠다. 전남 의대는 대학 자율을 존중하되 정치권의 불필요한 개입 없이 대학 스스로 합의의 길을 찾도록 지원하겠다. 갈등 관리 역량이 곧 초대 통합특별시장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통합시정 비전과 전략은민생·시민주권·갈등조정·조직개편수평적 통합 다질 ‘100일 골든타임’산업 생태계 구축 위해 재정 쏟아야-시민주권, 의미가 크지만 시민에게 다 맡기면 정책이 산으로 가지 않을까. “오해가 있다. 시민주권정부는 결정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다. 개발 사업이든 기업 유치든 무엇을 추진하든 시민의 기대와 열망에 호응하는 방향으로,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방향을 결정하면 행정이 전문성으로 뒷받침하는 구조라는 의미다. 저는 광주 광산구청장 시절 ‘수완동 동장 주민추천제’를 전국 최초로 시행했고 간부회의를 청내 방송으로 공개했다.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행정 품질이 달라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시민 참여가 오히려 행정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지역 발전·대전환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있는지. “전남광주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경제적 성장의 기반을 갖추는 것이다. 기업 유치, 창업 활성화, 일자리 창출이 첫 번째 임무다. 핵심은 재정을 소모성 비용이 아닌 전략 투자로 쓰는 것이다. 전략 산업 투자, 인재 육성, 사회 안전망 세 방향으로 재정을 운용할 생각이다. 특히 ‘100원 전기’를 실현해 RE100 산단을 조성하고 글로벌 기업이 전남광주를 선택하도록 만들겠다. 새만금에 현대차가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것처럼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이어지도록 하겠다. 성장의 과실은 시민공유자본펀드를 통해 시민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어 가겠다.” -대규모 사업 유치 과정에서 다른 광역자치단체와 갈등이 불가피할 것 같다. “경쟁은 당연하다. 갈등에 앞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먼저다. 전남광주가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면 갈등 발생 여지도 줄어들 것이다. 전남광주가 가진 재생에너지·농생명·해양 자원은 다른 광역단체가 쉽게 갖추기 어려운 고유한 자산이다. 대기업 유치를 위한 성장 엔진 장착, 4대 권역 특화 산업 육성, 균형 성장 기반 구축 등을 통해 전남광주만이 제공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 다만 경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갈등이 생긴다면 광역자치단체 간 협의 채널과 중앙정부 조정을 통해 풀어갈 생각이다.” 4년 후 통합특별시 모습은RE100 산단으로 기업·청년 찾고지역 성장 과실 시민들이 누리게통합 성공모델로 성과 증명할 것-4년 후 통합특별시는 어떤 모습일지. “통합특별시민 대부분이 ‘통합하길 정말 잘했다’고 말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그 모습을 세 가지 장면으로 그려보고 싶다. 첫째, 기업과 청년이 돌아오는 도시다. 100원 전기를 기반으로 한 RE100 산단이 조성되고 글로벌 기업 유치가 가시화되면서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일자리와 기회를 찾을 수 있는 도시가 된다. 둘째, 시민이 성장의 성과를 함께 누리는 도시다. 성장의 혜택이 일부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의 삶으로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겠다. 기업과 일자리가 늘어나고 지역 경제에 활력이 돌며 시민들이 통합의 성과를 일상에서 체감하는 도시를 만들겠다. 셋째, 시민이 진짜 주인인 도시다. 시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고, 행정이 시민과 함께 움직이는 시민주권정부를 확실히 뿌리내리겠다. 시민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현장에서 답을 찾는 시정을 펼치겠다. 설계한 사람이 끝까지 책임지겠다. 반드시 결과로 증명하겠다.” -기초자치단체도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데. “정치가 먼저 결론을 정할 사안이 아니다. 주민 의사와 생활권 현실이 가장 중요하다. 주민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생활권 통합의 이익이 분명할 때 주민 합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문제다. 지금은 통합특별시를 안정적으로 출범시키고 성공 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통합특별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정치 입문 이후 지금까지 제가 가진 지위와 역할이 개인의 것이라고는 단 한순간도 생각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시정의 주인은 시민이다. 시민의 뜻을 실현하는 충직한 일꾼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갈 수 있다. 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첫 4년 역시 시민 여러분과 함께 가겠다. 시민 여러분께서 맡겨주신 책임을 무겁게 새기겠다. 통합의 성과가 시민의 삶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켜봐 주시면 반드시 결과로 증명하겠다.”
  • “96% 막아도 부족했다”…UAE가 천궁-Ⅱ 더 실어간 이유 [밀리터리+]

    “96% 막아도 부족했다”…UAE가 천궁-Ⅱ 더 실어간 이유 [밀리터리+]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을 막아낸 방공망에도 약점은 있다. 바로 요격탄 재고와 보급 속도다. 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산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체계 천궁-Ⅱ(M-SAM II) 세 번째 포대를 조기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중동 방공전의 초점이 성능 경쟁을 넘어 ‘전시 재보급’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영국 군사전문매체 제인스는 지난 12일(현지시간) UAE에 천궁-Ⅱ 세 번째 포대가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앞서 UAE는 2022년 한국과 35억 달러(약 5조 3000억원) 규모의 천궁-Ⅱ 도입 계약을 맺었다. 계약 물량은 총 10개 포대다. 이 가운데 2개 포대가 이미 현지에 배치됐고 이번에 세 번째 포대가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도는 단순한 납품 일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UAE는 이란전 이후 천궁-Ⅱ를 더 빨리 확보하기 위해 대형 수송기 C-17 여러 대를 한국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방공체계와 요격미사일은 선박을 통해 옮기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걸프 해역 긴장이 변수로 떠오르자 UAE는 하늘길을 택했다. 천궁-Ⅱ는 이미 UAE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4월 UAE에 배치된 천궁-Ⅱ가 이란의 미사일·드론 표적 30개 중 29개를 격추했다고 보도했다. 단순 계산으로 요격률은 96%에 이른다. 첫 실전에서 높은 성과를 낸 셈이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지면 문제는 달라진다. 한 번 막아내는 것만큼, 다시 채워 넣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잘 맞히는 방공망도 재고 없으면 멈춘다 현대 방공전은 소모전 성격이 강하다. 공격 측은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드론을 섞어 대량으로 쏜다. 방어 측은 위협마다 요격탄을 써야 한다. 요격률이 높아도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면 방공망은 압박을 받는다. 이란전은 이 점을 드러냈다. 걸프 지역의 미군기지와 주요 시설을 향한 미사일·드론 위협이 커지면서 UAE는 기존 방공망만으로 장기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UAE가 천궁-Ⅱ 추가 물량과 요격탄 조기 확보에 나선 배경도 여기에 있다. 방산 전문매체 디펜스 시큐리티 아시아는 UAE가 C-17 수송기를 동원해 한국에서 천궁-Ⅱ 관련 장비를 공수한 것은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걸프 지역 군수물류 계산을 바꾼 사례라고 분석했다. 바닷길이 막히거나 위협받으면 방공체계와 요격탄을 얼마나 빨리 공수하느냐가 전쟁 지속 능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천궁-Ⅱ 1개 포대는 발사대 차량 4대와 다기능레이더, 교전통제소 등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요격미사일까지 함께 옮기려면 물류 규모가 커진다. UAE가 여러 대의 C-17을 동원한 것은 단순한 상징 행보가 아니라 방공망을 계속 가동하기 위한 전시 보급 작전으로 볼 수 있다. 호르무즈 변수에 방공망도 ‘공급 속도’ 경쟁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국가들의 핵심 해상 수송로다. 이곳이 봉쇄되거나 군사적 위협을 받으면 에너지뿐 아니라 무기와 탄약 이동도 영향을 받는다. 특히 방공체계는 전쟁이 벌어진 뒤에야 필요성이 드러나는 장비가 아니다. 공격이 이어지는 동안 계속 움직이고 쏘고 보충해야 한다. UAE가 해상 수송 대신 공중 수송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방공망이 아무리 정교해도 요격탄 보급이 늦어지면 대응 능력은 떨어진다. 반대로 필요한 장비와 탄약을 빠르게 들여올 수 있다면 방공망은 더 오래 버틸 수 있다. 이번 사례는 한국 방산에도 새로운 의미를 준다. 천궁-Ⅱ는 이미 실전 성과로 주목받았다. 이제는 성능뿐 아니라 납기 조정과 긴급 공급 능력까지 시험대에 올랐다. 중동 국가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좋은 무기가 아니다. 위기 때 바로 받을 수 있고, 소모된 요격탄을 빠르게 보충할 수 있는 체계다. UAE는 미국산 패트리엇과 사드, 한국산 천궁-Ⅱ를 함께 운용하며 다층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다. 천궁-Ⅱ가 패트리엇이나 사드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각각 맡는 고도와 역할이 다르다. 다만 중거리 영역을 촘촘히 메우는 체계로 천궁-Ⅱ의 비중은 커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도 천궁-Ⅱ 도입국 대열에 합류했다. 이란의 미사일·드론 위협이 계속되는 한 중동의 방공 수요는 쉽게 줄어들기 어렵다. UAE의 조기 확보 움직임은 이 흐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란전은 천궁-Ⅱ가 목표물을 맞힐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번 공수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전쟁이 길어질 때 누가 더 빨리 다시 채워 넣을 수 있느냐다. 중동 방공전의 승부는 이제 요격률뿐 아니라 재고와 수송 속도에서도 갈리고 있다.
  • “죽으면 그냥 묻으면 된다”…장애 노인 20년 부린 ‘현대판 노예’ 사건에 중국 공분 [여기는 중국]

    “죽으면 그냥 묻으면 된다”…장애 노인 20년 부린 ‘현대판 노예’ 사건에 중국 공분 [여기는 중국]

    허베이성의 한 시멘트 판매점에서 장애를 가진 노인이 20년 넘게 사실상 ‘무임금 노동’을 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경찰은 업주를 구속했고, 가족과 연락이 끊겼던 노인은 DNA 대조를 통해 가족을 찾았다. 14일 중국 상관신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된 영상에서 시작됐다. 영상에는 허베이성 바오딩시 칭위안구 장춘진 류좡촌의 한 시멘트 판매점에서 일하는 노인의 모습이 담겼다.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패여 있었고 수염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마스크 등 기본적인 보호장비조차 착용하지 않은 채 시멘트를 나르고 있었다. 영상을 올린 이들은 노인이 매일 새벽 5시쯤 일을 시작해 하루 20톤이 넘는 시멘트를 옮기고 있으며, 수년간 임금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더 큰 공분을 산 것은 업주의 발언이었다. 영상 속에서 업주는 “(이 노인은) 신분도 없다. 친구가 데려다줬다”며 “20년 넘게 여기서 지냈고 죽으면 그냥 묻으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노인은 “너무 힘들다”며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논란이 커지자 당국은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허베이성 바오딩시 칭위안구 합동조사팀은 10일 공식 발표를 통해 해당 노인이 외지 출신의 딩모씨(66)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 딩씨는 약 20년 전 장춘진 류좡촌에 들어온 뒤 시멘트 판매점 운영자인 안모씨(57)와 함께 생활하며 일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은 지난 7일 딩씨에 대한 종합 건강검진을 실시했으며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는 보호시설에 임시 거주하면서 DNA 정보 대조 작업도 병행했고, 지난 9일에는 가족을 찾아냈다. 현재 업주는 구속된 상태이며 경찰은 사건 경위를 추가 수사하고 있다. 사건이 알려지자 중국 네티즌들은 분노를 쏟아냈다. “20년치 임금과 사회보험을 모두 소급 지급해야 한다”, “업주를 엄벌해야 한다”, “20년이라는 세월을 빼앗겼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또 “노인이 살아남은 것 자체가 기적”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내는가 하면, “정부가 임금과 복지, 배상 문제까지 반드시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네티즌은 “하루 20톤을 나르게 했다니 믿기 어렵다”, “이런 돈을 벌면서 양심의 가책도 없었나”라며 업주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 환전 당부에도 달러 쌓는 기업들… 예금 3년 5개월 만에 최대

    환전 당부에도 달러 쌓는 기업들… 예금 3년 5개월 만에 최대

    5대 은행 기업 달러예금 543억 7100만달러고환율·변동성에 달러 매도 시점 늦춰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달러를 팔지 않고 쌓아두고 있다. 정부가 주요 수출기업에 신속한 환전을 당부했지만,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달러 매도 시점을 늦추는 분위기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 달러예금 잔액은 543억 7100만달러로 집계됐다. 2023년 1월 말 552억 5500만달러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기업 달러예금은 지난 3월 말 462억 300만달러에서 4월 말 490억 2800만달러, 5월 말 507억 1300만달러로 꾸준히 늘었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11일까지 열흘 만에 36억 5800만달러(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개인 달러예금은 1억 3900만달러 줄어든 121억 3600만달러였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기아차 등 주요 수출기업과 간담회를 열고 수출대금의 신속한 환전과 해외 유보자금의 국내 유입 확대 등을 당부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앞서 시중은행에 달러예금 관련 마케팅 자제를 요청했다. 환율도 기업들의 달러 보유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 평균은 주간거래 종가 기준 1523.3원으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월 1626.8원 이후 가장 높았다. 이달 일일 변동폭도 10.1원으로 5월 6.6원, 4월 8.9원보다 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외화 자금을 들고 있으려는 수요가 늘었다”며 “기업들은 수입대금 결제나 외화부채 상환에 대비해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등 수출 호조로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달러가 많아진 데 비해 원화 환전 비율은 줄면서 달러예금 잔액이 늘고 있다”고 했다.
  • “드론 시대라더니 왜 K9 자주포 300문?”…인도가 한국 또 찾은 이유 [밀리터리+]

    “드론 시대라더니 왜 K9 자주포 300문?”…인도가 한국 또 찾은 이유 [밀리터리+]

    드론이 현대 전장의 주역으로 떠올랐지만 인도는 한국 K9 자주포를 다시 찾고 있다. 드론이 표적을 찾고 전장을 실시간으로 비추는 시대에도 넓은 전선에 지속적으로 화력을 퍼붓는 역할은 여전히 포병이 맡기 때문이다. 인도군은 최근 K9 바즈라 자주포 300문 이상 추가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매체 타임스나우는 사업 규모를 2300억 루피(약 3조 6000억원)로 추산했다. 계획이 승인되면 인도군의 K9 계열 전력은 기존 도입분과 지난해 추가 계약분을 포함해 500문 규모로 커질 수 있다. K9 바즈라는 한국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천둥을 인도 작전 환경에 맞게 개량한 155㎜ 자주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인도 방산업체 라센앤토브로(L&T)의 협력 사업으로 최대 사거리는 40㎞ 이상이다. 인도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L&T와 K9 바즈라 100문 추가 계약을 맺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올해 4월 관련 구성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군이 K9 바즈라를 추가로 들여오려는 움직임은 단순한 숫자 늘리기가 아니다. 인도는 서쪽으로 파키스탄, 북쪽과 동쪽으로 중국을 마주한다. 긴 국경과 험한 지형을 고려하면, 인도군은 빠르게 움직이고 강한 화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장비를 필요로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드론은 전장의 판도를 바꿨다. 소형 정찰 드론은 숨어 있는 장비를 찾아내고, 자폭 드론과 배회탄약은 전차와 장갑차까지 위협한다. 이 때문에 전차와 자주포 같은 대형 지상 장비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실제 전장은 조금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드론은 포병을 대체하기보다 포병의 눈 역할을 더 많이 맡는다. 드론이 목표를 찾고 위치를 보내면, 포병은 더 먼 거리에서 빠르게 포탄을 쏟아붓는다. 정찰과 타격이 결합하면서 포병의 반응 속도와 정확도는 오히려 중요해졌다. 정찰은 드론, 타격은 포병 자주포가 주목받는 이유는 생존성에도 있다. 견인포는 설치와 철수에 시간이 걸린다. 적 드론이 포문 위치를 발견하면 반격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자주포는 사격 뒤 곧바로 위치를 바꾸는 ‘쏘고 빠지는’ 전술에 유리하다. K9 바즈라도 이런 운용 개념에 맞다. 사거리와 기동성, 방호력을 함께 갖췄고 포탄을 발사한 뒤 짧은 시간 안에 위치를 옮길 수 있다. 적의 대포병 사격이나 드론 정찰망을 피해야 하는 환경에서 이런 능력은 중요하다. 드론전이 확산할수록 포병은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 과거처럼 한 자리에 오래 머물며 사격하는 방식은 위험하다. 포병 부대는 드론이 제공하는 표적 정보를 활용하면서도 노출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기동형 자주포는 이런 변화에 맞춘 장비다. 인도군이 K9 바즈라를 다시 주목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인도는 파키스탄 접경 사막 지대뿐 아니라 중국과 맞닿은 라다크 고지대에서도 장거리 화력을 운용해야 한다. 사막에서는 기동성이, 고지대에서는 안정적인 운용 능력이 중요하다. K9 바즈라는 애초 인도·파키스탄 접경 사막 지대 운용을 염두에 두고 도입됐다. 그러나 2020년 인도군과 중국군이 동부 라다크 지역에서 충돌한 뒤 운용 범위가 넓어졌다. 인도군은 K9 자주포를 라다크 고지대로 이동시켰고 영하권 고지대 운용 가능성을 시험했다. 현지 매체들은 K9 바즈라가 사막과 고지대에서 모두 운용 능력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155㎜ 포병 강화하는 인도 인도군은 포병 전력 전반도 바꾸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인도군은 2042년까지 기존 105㎜, 122㎜ 화포 비중을 줄이고 155㎜ 화포를 표준 전력으로 삼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여러 구경의 화포를 함께 운용하면 탄약 보급과 정비, 작전 운용이 복잡해진다. 155㎜ 화포는 더 먼 거리에서 더 강한 화력을 제공한다. 인도군은 K9 바즈라뿐 아니라 ATAGS, 다누시, M777 등 155㎜ 전력을 함께 늘리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K9 바즈라는 기계화 부대와 함께 움직이는 장거리 화력 수단으로 의미가 크다. 드론은 이 구도에서 핵심 보조 전력이 된다. 정찰 드론은 표적을 찾고 포병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원거리 타격을 맡는다. 이후 자주포는 곧바로 위치를 바꿔 반격을 피한다. 드론과 포병의 결합은 기존 포병을 낡은 전력으로 만들기보다 더 빠르고 정밀한 전력으로 바꾸고 있다. 인도 입장에서는 이런 조합이 특히 중요하다. 중국과 파키스탄이라는 두 전선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고 사막·평야·고지대가 섞인 작전 환경을 상대해야 한다. 한 종류의 무기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드론, 미사일, 로켓, 자주포를 함께 묶는 복합 화력 체계가 필요하다. 물론 이번 300문 추가 도입은 아직 계약 체결 단계가 아니다. 인도 국방조달위원회 검토와 정부 승인, 계약 협상 절차가 남아 있다. 최종 물량과 조건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인도군이 드론전 시대에 자주포를 대규모로 더 들여오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드론은 전장의 눈을 넓혔지만 눈으로 확인한 목표를 지속적으로 때릴 화력은 여전히 필요하다. 인도군이 한국 K9을 다시 찾는 배경에는 바로 이 계산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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