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추위보다 환경적응 과정 힘들다”
◎서울대의대 조수헌교수팀/남극기지 파견근무자 심리분석/1기 늦여름,2기 겨울,3기 봄,4기 여름 구분/1기근무 3개월간 우울증·불면증 가장 심해
현대인이 복잡하고 분주한 일상생활을 떠나 남극기지라는 특수한 곳에서 근무하게 된다면 그때 겪는 가장 심한 고통은 무엇이며 시기는 언제쯤일까.
일반적으로 남극의 겨울철인 6∼8월은 어둠이 20시간 이상 지속되고 초속 20m 안팎의 강풍이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50도에 이르는등 한마디로 사람 살기에 적합치 못한 계절로 알려져 있다.더구나 이 시기엔 고립과 단조로움이 극에 달해 육체적·정신적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해 왔다.
하지만 실제조사를 보면 가장 큰 고통은 춥고 고립이 심한 겨울철의 공포나 단조로움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울증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의대 조수헌교수(예방의학)팀이 1년동안 남극과학기지에 파견됐던 15명을 추적,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근무 3개월째에 심리상태 변화및 우울증세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연구팀은 대원들이 남극 근무를 시작한지 3개월째가 되는 91년 2월을 1기(늦여름),6월을 2기(겨울),9월을 3기(봄),12월을 4기(여름)로 구분해 1년을 지내는 동안의 심리상태 변화를 분석했다.그 결과 1기에는 15명중 5명이 불면증·두통·악몽·불안·주의력 집중저하·지루함등의 신경이상 반응을 보인 반면 2,3기에 같은 증세를 보인 대원은 각각 2명에 불과했다.특히 우울증은 대원들이 가장 많이 겪는 고통으로 밝혀졌는데 15명의 평균 점수가 첫 3개월에 최고치를 기록하다가 2기,3기로 가면서 점차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실제로 병적인 우울증세를 경험한 대원도 1기에는 2명이었지만 2,3기에는 아무도 없었다.이는 남극생활중의 심리상태 변화가 춥고 고립이 심한 한겨울에 가장 클 것으로 생각했던 기존의 가설과 상반되는 결과다.우울증등 심리적 고통을 제일 많이 받은 근무3개월째는 절기상으로 늦여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따라서 대원들은 자연환경의 변화보다 근무환경이 바뀐 시기에 높은 스트레스를 받다가 점차 적응,심리적 이상이나 우울증에 둔감해진다고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