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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대한민국氏 휴가 스트레스

    [커버스토리] 대한민국氏 휴가 스트레스

    한국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193시간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49시간과 비교해 444시간 더 일하고 있다. ‘열심히 일한’ 근로자들이지만 휴가철이 즐겁고 기분 좋은 것만은 아니다. ‘돈’과 ‘일’에 치이는 탓이다. 돈에 기죽고, 일에 찌든 현대인이 마음 편히 휴가를 즐기겠다는 생각은 여전히 신기루일 뿐이다. ‘사오정’(45세 정년)을 면하기 위해 아예 휴가를 잊고 사는 중견 직장인들, 주머니가 가벼워 해마다 ‘허탈’만 체험하는 중소기업 직원, 휴가라는 말조차 꺼낼 수 없는 비정규직 등의 사정은 더욱 힘겹다. 훌훌 털고 떠나고 싶지만 이내 현실에 발목이 잡히고 마는 것이다. 물론 보란 듯이 해외로 나가는 부류들도 상당수다. 경기 침체 속에 휴가의 양극화도 뚜렷하다. A통신사 김모(43) 부장은 4년 만에 휴가를 맘껏 즐기기로 결심했다. 김씨는 “일 때문에 제대로 휴가를 가 본 적이 없었다.”면서 “올해는 가족과 함께 남태평양 팔라우를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행 경비로 1500만원 정도를 준비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1인당 200만~500만원에 이르는 럭셔리 관광상품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최근 들어 좀 비싸도 고급 상품을 택하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중소기업 부장인 박모(46)씨는 휴가 때 서울 월드컵공원 인근 난지캠핑장을 찾기로 했다. 박씨는 “불황에 휴가 자체가 부담스러워 비용이 적게 드는 캠핑장을 택했다.”면서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도 고민”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회사에서 휴가비 명목으로 20만원을 받았다. 박씨는 그나마 형편이 낫다. 층층이 눈치를 보느라 휴가를 못 떠나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 중견 기업의 3년차 사원인 김모(24·여)씨는 “신입 때는 멋모르고 5일이나 휴가를 썼는데, 다녀와 보니 그렇게 휴가 간 부원은 나뿐이었다.”면서 “올해는 다른 부원들의 휴가 일정을 고려해 눈치껏 다녀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법적으로 정해진 휴가임에도 휴가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지난해 국내 직장인의 연차휴가 소진율은 61.4%에 그쳤다. 한 외식기업 관계자는 “휴가가 6일이지만 실제로는 2~3일도 못 쓴다.”면서 “특히 매장의 경우 한 명이 휴가를 가면 다른 사람의 일이 늘어 서로 눈치만 본다.”고 털어놨다. 이 기업의 경우 지난해 여름휴가를 10월까지 나눠 쓰게 했지만 소진율은 72.3%에 불과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쉬지 않는 문화는 나쁘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장시간 노동은 일자리 나누기라는 세계 노동시장의 추세에도 역행한다.”면서 “저출산이나 가족 간의 대화 단절, 지역 주민 간의 소통 단절 등도 휴가를 금기시하고,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우리 노동 문화와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교회 이젠 성장 포기하고 공동체 회복 실천 신앙을”

    “교회 이젠 성장 포기하고 공동체 회복 실천 신앙을”

    “은퇴하거나 별세한 1세대 목회자들을 이어 2세대 목회자들이 한국 교회를 이끌고 있지만 카리스마의 공백현상이 심합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그로 인해 엄청난 위기에 직면해 있지요.” 오는 16일부터 3일간 경기 가평군 필그림하우스에서 ‘오늘의 교회가 직면한 도전’이란 주제로 국제실천신학심포지엄을 개최하는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은준관 총장. 은 총장은 1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교회와 목회자들이 문화사역에 치중하고 대형 건축물을 짓는 등 몸부림치지만 다가오는 시대를 제대로 맞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많은 교회, 목회자들이 프로그램 개발과 조직관리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한국 교회는 그보다는 초기교회의 공동체를 되찾기 위한 신학적 고민을 치열하게 해야 합니다.” 이번 심포지엄은 바로 그 실천신학의 측면에서 한국교회를 진단하고 미래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 은 총장과 하워드 스나이더(캐나다 틴데일신학교) 교수, 이동원(지구촌교회 원로) 목사가 강연에 나선다. “지금 교회는 역사 속 교회의 존재 이유와 함께 교회 공동체가 어떤 모습으로 현존하는지, 그리고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는 하나님의 매개로 제대로 작용하는지 따져 봐야 합니다.” 은 총장은 특히 교회가 어떻게 다시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목회자가 교인들을 하나님 앞에 서게 만들 것인지를 가장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대인들은 그리스도와 관계없이 스스로 영적인 삶을 사는 세속적 영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지금 한국의 대형 교회들이 추구하는 프로그램과 조직관리로는 다가오는 탈세속 이후의 시대에 제대로 대비할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교회는 결코 과시하고 정복하기 위한 종교성의 상징이 될 수 없다는 은 총장은 그래서 대형 교회든 작은 교회든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이제 교회는 성장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게 가장 먼저 할 일입니다. 작은 교회도 더 이상 큰 교회를 모방하는 서바이벌 게임에 매여선 안 됩니다. 교회와 교단의 확장 대신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서 일구는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예배와 선교 등 모든 형태의 실천적 신앙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초기교회처럼 함께 나누는 공동체를 위한 신학적 고민과 그를 통한 치유의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은 총장은 공동체 회복의 차원에서 심포지엄 첫날 저녁, 떼제 공동체예배와 성만찬을 겸한 독특한 예배 워크숍을 시도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열린세상] ‘친구의 날’과 사이버 시대의 우정/박남기 광주교육대 총장

    [열린세상] ‘친구의 날’과 사이버 시대의 우정/박남기 광주교육대 총장

    마음에만 두고 있던 친구, 미안하거나 서운했던 친구에게 연락하고 서로의 마음도 주고받을 수 있는 날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난 5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친구와 발음이 비슷한 7월 9일을 친구의 날로 정하자고 제안했었다. 2011년 여름 아르헨티나에 갔다가 그 나라 사람들이 친구의 날에 서로 축하하는 모습을 보며 그 생각을 하게 됐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가 2007년에 7월 9일을 가출 청소년을 위한 친구의 날로 제정하고 선포했었음을 나중에 알았지만 이날이 가출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청소년과 성인들도 소중한 친구를 서로 챙기는 날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시 제안했더니 의외로 호응이 컸다. 그 결과 상당수 학교에서는 7월 9일 아이들 마음속에 우정이 피어나도록 하기 위한 다채로운 친구데이 행사를 추진하게 됐다. 미국에서는 1919년부터 8월 첫째 주 일요일을 우정의 날로 지켜 오다가 상업성에 대한 부작용 탓에 1940년대에 들어 잊혀지게 됐다. 1958년 파라과이의 알테미오 브라초 박사가 7월 30일을 우정의 날로 정하자고 제안해 남미의 많은 나라들과 일부 아시아 국가들에서 우의를 다지는 날로 삼게 됐다. 그를 주축으로 인종, 피부색, 종교를 넘어 온 인류가 우정을 돈독히 하자는 세계우정운동이 전개됐고, 드디어 2011년 유엔이 7월 30일을 ‘세계 우정의 날’로 공식 선포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과거 미국의 풍습을 받아들여 8월 첫째 주 일요일을 우정의 날로 지키고 있다. 친구는 오랫동안 가까이 사귄 벗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 대부분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를 한둘은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바쁜 삶을 핑계로 급우나 직장동료는 있지만 기쁨과 슬픔을 함께할 마음의 친구는 갖지 못한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마음을 터놓을 친구의 필요성은 느끼면서도 왜 그러한 친구를 갖고 있는 청소년이나 성인들의 비율은 갈수록 낮아지는 것일까.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상황 변화에 따른 사람들의 인내력 저하이다. 인간관계에서 상대에 대한 인내 정도는 필요 수준에 비례하고 대체 가능성의 수준에 반비례한다. 요즈음 아이들은 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놀이 대체물이 있기 때문에 같이 놀다가 갈등이 생기면 불편한 마음을 쉽게 드러내고 놀이 친구를 쉽게 떠나곤 한다. 그러다 보니 깊은 우정을 나눈 마음의 친구를 만들기 어렵다. 그런데 큰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그러한 대체물은 친구 역할을 해 줄 수가 없다. 어찌 보면 게임과 텔레비전 그리고 정보기술(IT)이 새로운 놀이 상대를 만들어 주는 대신 친구는 뺏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친구의 날을 맞이해 우정은 선물처럼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내하고 존중하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쌓이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서로 친구를 챙겨 줄 것을 제안한다. IT는 사이버 우정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현대인은 가족이나 친구가 물리적으로 떨어진 곳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제는 카톡이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마치 곁에 있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서로의 이야기와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친구의 날을 맞아 세계 최고의 IT와 그 사용을 자랑하는 우리의 여건을 토대로 시대에 걸맞은 사이버 우정을 새롭게 정의하고 이를 키워 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생각해 보기를 제안한다. 단순한 사이버 에티켓 수준이 아니라 가상공간에서 친구와 소통하고 우정을 다질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소통시 유의할 점, 적절한 어휘 선정 방법, 갈등 해결 방법 등을 발전시켜 갈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현대인들이 바쁜 중에도 가상공간에서 친구에게 자신의 감정과 당면 문제를 터놓고 이야기하고 서로 위로를 주고받으면서 사이버 우정을 키워 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엔이 제정한 세계 우정의 날 취지를 살려서 다문화사회 시대에 걸맞게 다른 사람들의 문화와 생각 그리고 삶을 이해하고, 나아가서는 지역, 피부색 그리고 종교를 넘어 모두가 친구가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날로 친구의 날을 발전시켜 가기를 기대해 본다.
  • [씨줄날줄] 국민의 화병(火病)/최광숙 논설위원

    조선의 개혁 군주인 정조는 사거(死去)하던 해인 1800년 6월 28일 누군가에게 보낸 편지에서 “뱃속의 화기(火氣)가 올라가기만 하고 내려가지 않는다.”며 악화된 통증을 호소했다. 지방 의관 정운교와의 대화에서는 “두통이 있을 때 등에서 열기가 솟구치니 이는 다 가슴의 화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정조는 말년에 많은 질병으로 고생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화병(火病)이다. 그는 화기를 다스리기 위해 황근을 1근 먹었으며, 항상 얼음물을 마시고, 차가운 온돌에 등을 붙이고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화병은 11살 때 뒤주에 갇혀 굶어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와 맞닿아 있다.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어려서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올랐다고 한다.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지은 ‘한중록’에 보면 사도세자 역시 화병을 앓았다. “화증(火症)을 덜켜 내오셔” “그 일로 울화(鬱火)가 되어서”라고 혜경궁 홍씨는 남편의 병증을 자세히 기록했다. 화병은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한스러운 일을 겪으며 쌓인 화를 삭이지 못해 생긴 몸과 마음의 고통을 나타내는 질환이다. 1996년 미국 정신과협회에서는 화병을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의 정신질환이라고 밝혔다. 한글 발음 그대로 ‘Hwa-byung’으로 표기된다. 화병 환자의 90% 이상이 중년 여성이라는 통계가 있다.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기죽어 살아야 했던 여성들이 오랜 기간 화와 분노를 적절하게 풀지 못해 걸린, 약자의 설움이 가득 담긴 병이다. 화병은 아니지만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현대인들은 누구나 크고 작은 화를 지니고 산다고 볼 수 있다. 몇년 전 화를 푸는 치유법을 담은 틱낫한 스님이 쓴 ‘화(anger)’가 베스트 셀러로 등극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요즘 출판계에서 혜민·법륜·정목 스님 등 스님 책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화 낼 일이 많은 세상,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이들이 많아서일 게다. 민주통합당 김영환 의원이 “울화통 터지는 세상, 국민의 화병을 고쳐드리겠다.”며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이제 우리는 개인 차원이 아닌, 사회적 화병을 고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경제위기로 인한 강퍅한 살림살이, 취업난, 실업난 등으로도 충분히 고달픈 삶인데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실세들의 추악한 돈 거래와 정치권이 하는 꼴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다. 대선 후보들 중 진정 국민의 화병을 고쳐줄 명의가 있기는 한 건지….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부고]

    ●양정철(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씨 부친상 30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3일 오전 9시 (02)2227-7547 ●공재훈(신세계 홍보팀 대리)씨 모친상 3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일 오전 7시 (02)3010-2000 ●민연식(민화 화가)씨 별세 송천호(미국 거주)준호(서울시립대 수학과 교수)진호(미국 거주)씨 모친상 3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일 오전 6시 (02)3010-2294 ●강명호(현대인재개발원 교수)명수(GS건설 차장)명옥(한국국제개발연구소 이사장)씨 모친상 김세웅(에스엠케이글로벌 대표)씨 장모상 1일 고려대 안암병원, 발인 3일 오전 6시 (02)923-4442 ●박광옥(우리하나교회 담임목사)윤옥(송탄좌동교회 장로)성옥(가가종합철거 상무)씨 모친상 최시영(동원전척 대표)씨 장모상 박현민(KBS 편성기획팀장)씨 조모상 이하원(조선일보 정치부 차장)씨 외조모상 3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일 오전 7시 30분 (02)3010-2293 ●박찬용(삼성전자 인사팀 부장)씨 장모상 1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4일 오전 7시 (02)3410-6901 ●박충환(한진중공업 홍보팀장)씨 모친상 1일 청주 하나병원, 발인 3일 오전 8시 (043)270-8442 ●서원석(참회계법인 직원)씨 모친상 김형택(동진주택건설 대표)씨 장모상 이동현(경향신문 광고국장)씨 매씨상 1일 대구 영남대병원, 발인 3일 오전 9시 (053)620-4236
  • [Weekly Health Issue] ‘당뇨·고혈압·흡연’ 폐렴 걸릴 확률 건강한 성인의 2배

    김남규(58)씨는 최근 들어 급격히 체력이 떨어졌다. 흡연에다 술까지 즐겨 당뇨와 고혈압을 치료 중인 김씨는 매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있지만 지병인 당뇨와 고혈압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담배를 끊어 보려고 애를 썼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면역력이 떨어진 탓에 한여름에도 감기를 달고 살았다. 운동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정기석 교수는 이런 유형을 전형적인 폐렴 고위험군으로 지목했다. “당뇨를 가진 이런 유형의 사람이 폐렴구균 질환에 걸릴 확률은 건강한 성인의 2배나 된다.”는 정 교수는 “특히 오랫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은 비염·인후염 등 상기도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커 그만큼 폐렴구균에도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건강한 사람은 폐렴에 걸려도 휴식을 취하면서 항생제를 투여하면 치료가 되지만 당뇨 등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자라면 사정이 다르다. 특히 우리나라는 항생제 처방률이 매우 높아 문제가 된다. 기저질환 때문에 항생제를 투여해 온 환자가 폐렴에 걸릴 경우 내성 때문에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 교수는 “현대인들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건강상태를 과신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폐렴은 감염성 질환 중 가장 사망률이 높은 질환에 속하는 만큼 면역기능이 약하기 쉬운 만성 질환자라면 반드시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폐렴도 예방이 최선이다. 따라서 고위험군이라면 독감 유행에 대비해 정기적으로 인플루엔자와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폐렴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정 교수는 “먼저 담배를 끊고, 규칙적인 운동과 휴식을 통해 면역력을 높이면 폐렴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29일 TV 하이라이트]

    ●매디슨카운티의 다리(KBS1 밤 12시 20분) 로버트 킨케이드는 사진작가다. 그는 1965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에 실을 로즈만과 할리웰 다리의 사진을 찍으려고 매디슨카운티에 간다. 한편 남편과 두 아이가 나흘간 일리노이주의 박람회에 참가하러 떠나 집에 혼자 있던 프란체스카 존슨은 예의 바른 이방인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스펀지(KBS2 밤 8시 50분) 매번 사법고시에서 낙방하는 명문대 출신의 고시생이 있었다. 그녀가 낙방하는 것은 어린 시절 언니와의 잦은 비교에 집을 나가 객사한 동생이 언니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동생의 한을 풀어주는 굿을 했더니 바로 고시에 합격한 언니. 정말 귀신은 존재하는 걸까. 프로그램에서 우리주변의 실제 귀신이야기를 담아 본다. ●MBC 스페셜(MBC 밤 11시 15분) 미국 소녀 도니카는 4살 때 근육위축증이라는 희귀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 남은 시간은 앞으로 5년. 병마와 싸우는 그녀에게 가장 큰 위안거리는 K팝을 듣고 한국 드라마를 보는 일이다. 도니카의 소원은 한국에 가서 가수 샤이니와 슈퍼주니어를 만나는 것이다. 과연 도니카는 생애 마지막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궁금한 이야기 Y(SBS 밤 8시 50분) 지난 8일 냉동고에 10여년간 남매를 방치한 ‘사랑의 집’ 장씨에 관한 방송을 했다. 그는 21명의 지적 장애인을 거둬 키운다고 알려졌었다. 그런데 제작진이 직접 확인해 본 결과 단 4명의 자녀만이 그의 곁에 있었다. 게다가 남아 있는 4명의 자녀는 모두 삭발한 상태였고 몸에 문신이 새겨진 자녀도 있었다. ●명의(EBS 밤 9시 50분) 척추질환은 한국인 절반이 겪는 병이다. 통계에 따르면 인구의 80% 이상이 척추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다. 척추질환은 더는 노인만의 병이 아니다. 심지어 47%의 어린 학생들마저 척추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최근 현대인의 잘못된 자세와 습관 등으로 발병 연령이 낮아지면서 우리나라에 척추질환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인데…. ●대뜸 토크(OBS 밤 7시 5분) 평소 한센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각별한 김문수 경기도지사. 그가 경기도의 대표적인 한센인 집단 정착촌 포천시 장자마을을 방문해 한센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평소 즐겨 부르는 ‘남행열차’ ‘찔레꽃’을 열창하며 인간적인 매력도 마음껏 발산한다. 한편 정치쇼로 비판받아 온 택시운전 체험에 대한 솔직한 심정도 털어놓는다.
  • 대사증후군 원인과 예방법

    대사증후군이란 고혈압, 고지혈증, 당대사 이상 등 생활 습관병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을 일컫는다. 이런 경우 당뇨병과 심장병이 생길 위험이 높다. 2007~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한 결과 만 30세 이상 남자의 31.9%, 여성은 25.6%가 대사증후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형 음식문화가 확산되고 운동부족이 많아진 탓이다. 복부 비만은 대사증후군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근육량이 부족하면 대사증후군의 발생도 높다. 정상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생활과 운동이 필수다. 25일 낮 12시 30분에 방송하는 SBS ‘백세 건강스페셜’에서는 현대인의 대표적 질병인 대사증후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 [영화리뷰] ‘아부의 왕’ 성동일·송새벽의 처세술 찰떡궁합 명품 애드리브

    [영화리뷰] ‘아부의 왕’ 성동일·송새벽의 처세술 찰떡궁합 명품 애드리브

    코믹 연기의 달인 성동일과 코미디 연기의 신성 송새벽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아부의 왕’(20일 개봉). 직장은 물론 사회 생활에서도 가장 일반적인 처세술로 꼽히는 아부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생활 밀착형 코미디의 전형을 보여 준다. 영화는 자기 일만 잘해서는 성공할 수 없고, 직장 상사는 물론 동료들과의 복잡한 인간관계를 현명하게 풀어 나가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공감을 살 만한 요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단 어느 부분에서 대중과 교감을 할 것인지 불명확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아부의 왕’은 보험회사에 1등으로 입사해 기획팀에서 중요한 기획안을 도맡을 정도로 실력을 갖췄지만, 융통성 없는 고지식한 성격의 동식(송새벽)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소신껏 일했지만 윗사람 비위 맞추기에는 소질이 없는 동식은 갑자기 영업팀에 발령을 받고 퇴사할 결심을 세운다. 하지만 때마침 어머니가 만년 교감이던 아버지를 교장으로 만들기 위해 덜컥 사채를 끌어다 로비한 것을 알게 된 뒤 결국 사채를 갚기 위해 보험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영화는 영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동식이 우여곡절 끝에 아부계의 숨은 전설로 통하는 혀고수(성동일)의 제자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아부를 ‘감성영업’이라고 주장하는 혀고수는 동식에게 아부의 기본인 침묵부터 가르친다. 이어 ‘3, 4, 5의 법칙’, ‘미소의 법칙’, ‘동조와 맞장구의 법칙’ 등 아부 비법을 전수하는 장면에서 상황에 딱 맞는 대사와 배우들의 애드리브 연기가 어우러져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극의 중반부터 동식의 개인사에 얽힌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작품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사채에 시달리던 동식이 계약을 따내기 위해 홈쇼핑 회장에게 비굴할 정도로 충성을 다하는 애잔한 모습은 샐러리맨의 애환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코믹하게 흘러가던 극 전개에 갑자기 찬물을 끼얹는다. 여기에 동식의 첫사랑이 등장해 이와 관련된 이야기까지 추가되면서 영화는 구심점을 잃고 산만하게 흘러간다. 아부를 소재로 직장인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겠다는 기획은 참신했지만, 좀 더 치밀한 구성과 현실적인 스토리가 뒷받침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생활 밀착형 코미디의 익숙함은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메시지나 페이소스는 약하다는 이야기다. 큰 변신을 보여 준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와 잘 맞는 배우들의 연기는 볼 만하다. 성동일은 ‘애드리브의 제왕’이라는 별명답게 능글맞은 혀고수의 캐릭터를 잘 살려냈고, 로맨틱 코미디 ‘위험한 상견례’ 이후 샐러리맨 연기에 도전한 송새벽도 큰 무리 없이 소화해 낸다. 아부계의 팜므파탈 예지 역으로 나오는 김성령의 캐릭터는 강렬하지만, 남자 주연들에 비해 비중은 작은 편이다. 영화 ‘밀양’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정승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83) 廣州 곤지암 향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83) 廣州 곤지암 향나무

    수도권 동남쪽의 교통의 요충으로 곤지암(昆池岩)이 있다. 교통정보를 전하는 라디오 방송에 단골로 등장하는 지명이다. 조선시대 외침에 항거한 역사적 유래가 담긴 지역이지만, 그보다는 소머리국밥집들로 더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휴일이면, 식당가에 주차한 자동차들이 즐비하지만, 곤지암의 뜻이나 유래를 알아보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예 없다. 곤지암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는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곤지암이라는 바위가 남아있지만, 이를 찾는 이보다는 국밥 한 그릇을 찾아오는 사람만 북적일 뿐이다. 도시의 개발 과정은 그렇게 우리가 지켜야 할 역사도 문화도 모두 내려놓게 했다. ●신립 장군 설화 얽힌 바위 위에 싹 틔워 “곤지암은 여러 가지로 유명한 곳인데, 곤지암이 뭔지, 여기가 왜 곤지암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진작에 이 곤지암을 잘 살렸어야 했는데, 좀 늦었죠.” 이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장경숙(42)씨의 이야기다. 들고남이 잦은 수도권이다 보니, 이 지역 사람들조차 곤지암이라는 이름의 바위에 대해서 무관심한 게 사실이다. 실촌읍 곤지암리였던 행정구역 명칭을 2011년 6월에 ‘곤지암읍’으로 고치고 곤지암을 알리려 나서긴 했지만,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며 장씨는 아쉬워한다. 곤지암은 ‘원조’를 내건 소머리국밥집들이 즐비한 식당 골목 바로 뒤편에 말없이 수백 년을 지켜온 유서 깊은 바위의 이름이다. “큰 바위가 두 개잖아요. 지금 한 쪽 바위에서 향나무가 높이 솟아올랐는데, 참 신기해요. 그 옆의 바위에도 나무가 있었는데 시들시들 죽어가는 바람에 베어냈지요. 그 나무도 저 나무만큼 신기했어요.” 곤지바위라고도 불리는 이 바위에는 나라를 찾기 위해 애쓴 신립(申砬·1546~1592) 장군에 얽힌 이야기가 남아있다. 임진왜란 때 충주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치고 왜군과 싸우던 신립 장군은 전투에서 패배하자, 강물에 몸을 던져 치욕의 삶을 스스로 마무리했다. 부하들은 장군의 주검을 서울로 옮겨가려 했지만, 곤지암 지역에서 장군의 관은 꼼짝도 하지 않아, 이곳에서 장례를 치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풍수지리에 따르면 쥐의 형국을 한 장군의 묘소 맞은 편에 고양이 모양의 큰 바위가 있었다는 것이다. ●바위 위에서 개나리도 피어나 마을에 이상한 일이 생긴 건 장군의 장례를 치른 뒤부터였다. 누구라도 말을 타고 고양이 바위 앞을 지나려면 말발굽이 땅에 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장군이 ‘왜 오가는 사람들을 괴롭히느냐’며 바위를 꾸짖었다. 그러자 벼락이 바위에 내리 꽂히면서 고양이 머리 모양의 바위 윗부분은 땅에 떨어지고 몸통은 두 쪽으로 갈라졌다. 잇달아 옆의 땅이 갈라지면서 연못이 생겼다. 장군의 묘소를 위협하던 고양이 바위가 무너진 뒤에야 비로소 사람들은 이곳을 편하게 지날 수 있었다고 한다. 나란히 서 있는 두 바위 가운데 하나는 높이가 3.6m에 너비가 5.9m나 뒤는 큰 바위이고, 바로 옆의 바위는 높이 2m에 너비 4m 쯤 된다. 더 크고 더 아름다운 것만을 찾는 현대인에게 곤지암은 사실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찾는 이가 많지 않은 것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바위에 담긴 슬픈 민족사까지 잊혀지는 건 안타깝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여기 큰 연못이 있었어요. 지금은 언제 연못이 있었는지 상상도 안 되게 바뀌었지만, 물고기들이 뛰노는 넓고 예쁜 연못이었지요.” 장씨의 어린 시절이래봐야 고작 20~30년 전이다. 그 짧은 사이에 마을은 급속히 도시화됐다. 바위 주변으로 시장이 들어섰고, 연못이 메워진 자리에는 학교가 들어섰다. 곤지암 주변으로는 바위보다 훨씬 높은 건물들이 에워쌌다. 큰 바위가 어우러진 연못 풍경은 장씨조차도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다고 할 정도다. “바위 위에서 나무가 자란다는 게 놀라워요. 봄에는 바위들 틈에서 개나리도 노란 꽃을 피우죠. 한번 본 사람들은 누구나 다 신기하다고 하지만, 보러 오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곤지암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말없이 하나의 생명을 키웠다. 누가 일부러 심은 것도 아닌데, 마치 오래 전부터 바위가 생명을 잉태했던 것처럼 바위 틈으로 초록의 비늘잎을 가진 향나무가 홀로 사라진 역사를 웅변하듯 솟구쳐 올랐다. ●300년 역사의 증거로 살아남은 나무 거름이 될 흙은커녕 물 한 모금 머금지 못 하는 바위 틈에서 솟아오른 향나무는 키가 9m쯤 되는데, 줄기 둘레는 기껏해야 1m도 채 안 된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가 300년에서 400년쯤 됐다고 하지만 정확한 기록은 없다. 물론 300년쯤 된 여느 향나무에 비하면 턱없이 작지만, 바위 틈에서 자랐다는 특별한 사정을 감안하면, 300년은 넘게 자란 나무로 보인다. 바위 틈에서 시작된 가느다란 나무 줄기는 전체적으로 곧게 뻗었지만 매우 가냘프다. 가냘픈 굵기에 비하면 9m의 키가 안쓰러울 정도로 높아 보인다. 굵기와 높이는 균형을 잃었지만 자라 오르는 어느 한 순간도 비틀리지 않고 올곧게 자랐다는 게 신통하다. 더구나 뿌리가 삐져나온 바위 틈에 눈길이 이르면, 나무의 경이로운 생명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사람과 나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지만, 문화와 역사를 버리면서까지 이뤄내야 하는 개발은 과연 얼마나 오래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을까. 바위 위에서 300년 동안 생명을 이어온 나무가 허공에 홀로 쓰는 질문이다. 글 사진 광주(경기)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 곤지암리 453번지. 중부고속국도의 곤지암나들목으로 나가서 이천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1㎞쯤 못 미쳐 오른쪽으로 곤지암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이 길로 접어들어 600m쯤 더 가면 오른쪽에 곤지암초등학교가 나온다. 학교 울타리가 끝나는 부분에 곤지암 향나무가 있다.
  • 성철스님 백일법문 강좌 첫 입재 고우 스님

    성철스님 백일법문 강좌 첫 입재 고우 스님

    “‘나’라는 착각이 바로 어둠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밝은 면을 밝히다 보면 어둠은 저절로 사라지게 됩니다.”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 특별강좌 입재가 있던 지난 11일 오후. 입재에 앞서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만난 조계종 원로의원 고우 스님은 “사회·정치적으로 상대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켜 싸우는 풍토를 탈피해 밝은 면으로 모두를 치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철스님이 늘 강조한 중도 ‘백일법문’ 특별강좌는 성철스님 탄신 100주년을 맞아 백련문화재단(이사장 원택 스님)과 중앙신도회 부설 불교인재원(이사장 엄상호)이 마련한 흔치 않은 자리. 고우 스님이 백일법문 강좌 법사로 나서기는 처음이다. “사람들은 어두운 것을 없애 밝음을 드러내려 하지만 어두운 것을 없애는 일과 밝음을 드러내는 일을 같이하려 드니 얼마나 어려운가요.” 최근 ‘승려 도박’ 동영상 공개로 시작된 조계종 사태를 의식한 탓인지 “불교가 국민·불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며 “‘중도’(中道)를 깨닫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들이 속한 가족·국가·세계가 변할 수 있다.”고 긴 설명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제도개혁이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의식개혁도 중요합니다. 스님, 재가자 모두에게서 의식개혁이 일어나야 합니다.” 의식개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중도 사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고우 스님.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에는 현대인들이 꼭 알아야 할 중도 사상이 집약돼 있다고 말한다. ‘백일법문’은 성철 스님이 1967년 해인총림 초대 방장에 취임한 후, 당시 불교 공부에 등한시하는 풍토를 쇄신하고자 이례적으로 동안거 100일 동안 매일 2시간씩 총림대중에게 설법한 법문 내용. 성철 스님은 ‘백일법문’에서 불교 핵심은 중도 사상임을 역설, 부처님의 깨달음이 중도에 있음을 여러 경전에 근거해 설명했다. 도박 사태 이후 실추된 종단 승풍을 바로잡기 위한 자성과 쇄신 결사 자문위원으로 자청해 들었다는 스님. “내년 상반기쯤 종단 차원의 승가 쇄신안을 준비 중이었는데 도박 사건이 터져 맥이 빠졌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그러면 스님이 끊임없이 강조하는 그 밝음은 무엇일까. 어두운 구석이 분명 있는데 밝은 측면만 강조해서 세상은 환해질까. 스님이 겨냥한 그 밝음은 ‘마하반야’, 그러니까 지혜다. 그리고 그 밝음을 밝히는 방법이 바로 ‘중도’라고 했다 .“부처님은 ‘중도’를 깨달아 평생 중생을 위해 ‘중도’를 설했습니다. 깨달음은 나와 분리된 것이 아닌 바로 내 자신인 것이지요.” ●중도 깨쳐 도박 파문 씻어내야 성철 스님의 책 제목 ‘자기를 바로 봅시다’도 바로 그 중도의 설파라고 일갈한 고우 스님. 그 중도는 어떻게 깨쳐야 하는 것일까. “‘중도’를 100% 이해한 것이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지요. 100% 다 이해를 못한다 해도 ‘중도’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면 그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그래서 고우 스님은 ‘나’와 ‘남’의 이분법적 사고를 탈피해 ‘중도’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화두 참선이고 봉사일 수 있다고 말한다. 부처님이 깨달은 ‘중도’를 현대 승가교육에 적용시켜 곤경에 처한 종단에 새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스님. 스님들의 의식 개혁을 위해서는 ‘중도’를 가르쳐야 하며 ‘중도’를 기본으로 이론교육과 수행, 계율 등 3가지 방면에서 의식개혁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불교문화공연장에서 고우 스님이 총 10강 예정으로 시작한 첫 백일법문 강좌에는 300여명의 사부대중이 참여했다. 강좌는 10월 29일까지 매월 둘째, 넷째주 월요일 저녁 7시에 열린다. 고우 스님은 조계종 원로의원으로, 봉암사 주지와 각화사 태백선원장,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연극·뮤지컬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26일~10월 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 2008년 초연시 관객과 평단에 좋은 평가를 받았던 창작극.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김종욱 찾기’의 연출가 장유정과 ‘나는 가수다’ 자문위원으로 유명한 장소영 음악감독이 뭉쳐 화제가 됐다. 강한 남자들이 보여주는 감동과 겁 없는 형제들의 좌충우돌 전쟁. 3만~7만원.(02)736-8289. ●연극 ‘동물없는 연극’ 20일~7월 1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2002년 몰리에르 상에서 최우수 희극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한 프랑스의 부조리극. 문명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삶이 편해지지만 소외와 고립으로 점점 더 고통을 받아가는 현대인의 부조리함을 보여준다. 2만~2만 5000원. 1544-1555.
  • 삶의 지침이 될 한 줄 名文

    사람은 누구나 문장 하나쯤은 갖고 산다? 백범 김구 선생은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이라는 구절을 하루에 세 번씩 낭송했다. ‘오늘 내가 남긴 자국이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된다.’는 뜻이다. 서산대사의 명언에 나오기도 한다. 광복 직후 어지러운 상황, 편을 갈라 싸울 때에도 늘 옳은 길의 편에 설 수 있었다. 이렇듯 삶의 지침으로 삼고 살아가는 한 문장의 힘은 크다. 구구절절 옳은 소리보다 한 줄 문장이 지닌 통찰이 오히려 폐부를 찌른다. 그렇기에 옛 선인들은 자신을 바로 세우기 위한 문장을 가슴 속에 품고 살았다고 한다. 한 문장 덕분에 자신을 다독일 수 있고 세파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어떤 문장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을까. 신간 ‘새기고 싶은 명문장’(박수밀·송원찬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은 ‘당신의 가슴 속에는 한 문장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고전의 단단한 가르침’, 현대인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내용들을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옛날에 살았던 사람들이 지침으로 여겼던 문장들을 지금에 사는 독자들에게 새삼 던지고 있는 것. 따라서 치열하게 살았던 선조들의 지혜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단순히 명문만을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 전후좌우의 맥락이나 원문장 전체를 함께 실어 사유의 폭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틱낫한은 말했다. 기적은 물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지금 대지를 밟고 있는 것이고 이 순간을 사는 것이라고. 어제라는 고통에 갇히고 내일이라는 두려움에 막혀 현재라는 선물을 발로 차버릴 수 없다. 과거에 연연하거나 날의 일을 미리부터 걱정해봐야 내 정신 건강만 해칠 뿐이다. 오늘을 열심히 살자.’(본문 141쪽) 1만 50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커버스토리] ‘애플루엔자’에 병드는 아이들

    [커버스토리] ‘애플루엔자’에 병드는 아이들

    현영(9·가명)양은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소위 ‘명품’에 일찍 눈을 떴다. 디올의 베이비라인에서 나온 36만원짜리 청바지와 32만원가량 하는 돌체앤가바나 운동화를 특히 아낀다. 머리띠는 12만원 하는 프라다 제품이다. 지난겨울에는 부모를 졸라 버버리에서 신상품으로 출시한 100만원 정도 나가는 코트를 샀다. 현영이는 “명품 옷을 입은 나를 친구들이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게 기분 좋다.”면서 “다른 친구들도 명품을 한두 개씩은 가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명품 브랜드도 술술 말했다. 현영이의 아버지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집도 서울 마포구에 있는 90㎡쯤 되는 아파트다. 어린이 명품 소비 행태가 부유층에서 중산층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 자녀를 둔 가정이 늘어나면서 “제대로 잘 키우겠다.”는 부모들의 욕망에 ‘과소비 풍조’에 빠져드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소득 불균형과 양극화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풍요로워질수록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과소비 중독 증상 및 풍조, 즉 ‘애플루엔자’(Affluenza) 현상이다. 현영이처럼 명품에 집착하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자녀를 매개로 한 부모의 강박적인 과시적 소비, 애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결국 어린 자녀들에게 전염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경혜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듯 어려서 보여 주기 위한 소비에 빠져들면 성장해서도 비슷한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꼭 명품이 아니라도 중고생들이 노스페이스 점퍼에 특정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선망하는 것도 마찬가지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도 “명품 옷을 입은 아이가 어른들로부터 예쁘다는 말을 듣다 보면 자연스레 그런 옷들을 찾을 수밖에 없다.”면서 “어른들이 일상적으로 자녀들에게 과시적 소비를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어린이 명품을 취급하는 키즈(Kids) 산업의 매출 증가세는 뚜렷하다. 예컨대 아동복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봉브앙은 지난해 매출이 2010년보다 15% 이상 늘었고 아르마니 주니어는 무려 105.4%나 증가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유아 및 아동복 매출 신장률은 6~7%인 데 비해 버버리 칠드런 등 해외 유명 아동의류의 매출 신장률은 15%에 달했다.”고 털어놨다. 현영이와 같이 남과 다르게 보이려는 소비뿐만 아니라 가정 안팎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차원에서 ‘소비중독’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들도 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은주(7·가명)양은 새로운 머리띠만 보면 꼭 사야 한다. 이미 100개나 되는 머리띠를 가졌다. 부모가 사 주지 않으면 욕설을 하거나 떼를 쓰기 일쑤다. 은주양에 대한 소아정신과의 진단 결과는 소비중독증이었다. 은주양을 진료한 의사는 “학교나 가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특정 물건을 사는 것으로 해소하려는 것이 소비중독의 주된 행태”라면서 “아이들의 잘못된 소비인식도 중독 증상을 일으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김동현·배경헌기자 moses@seoul.co.kr [용어 클릭] ●애플루엔자(affluenza) 풍요를 뜻하는 애플루언트(affluent)와 유행성 독감 인플루엔자(influenza)를 더해 만든 합성어다. 풍요로워질수록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소비심리 또는 소비지상주의가 만들어 낸 질병이다. 소비중독 바이러스인 셈이다. 미국 환경과학자 데이비드 오언과 듀크대 명예교수 토머스 네일러 등이 2001년 펴낸 같은 제목의 저서 ‘애플루엔자’에서 유래됐다.
  • 현대인의 ‘멘탈 붕괴’ 막아주는 식단은 ‘이것’

    현대인의 ‘멘탈 붕괴’ 막아주는 식단은 ‘이것’

    각종 스트레스로 하루도 정신이 편안할 날이 없는 현대인이라면 ‘지중해 식단’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다. 최근 해외 연구팀의 주장에 따르면, 야채, 과일, 견과류, 콩 등 식물성 식품과 생선과 단순불포화지방인 올리브 오일 등이 주로 사용되는 지중해 식단은 육체적인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에까지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 라스 팔마스 대학(University of Las Palmas de Gran Canaria)과 나바라대학(University of Navarra)연구팀은 4년간 1만1000명의 학생들에게 평소 식습관 데이터 및 스스로 느끼는 삶의 질을 점수로 기록하도록 했다. 그 결과 지중해 식단을 유지하는 사람일수록 육체적으로 건강하며 동시에 정신적 웰빙 지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중해 식단이 뇌질환 등 질병이나 만성 지병 등의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결과는 이미 공개된 바 있으며 특히 이 지중해 지역 사람들의 사망률이 비교적 낮다는 것도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이번 결과는 지중해 식단이 육체적인 건강 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유익해 삶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연구를 이끈 파트리치아 핸리부에즈 산체스 박사는 “지중해 식단이 정신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연관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욱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지중해 식단은 우리 삶의 질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럽 임상영양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29일 TV 하이라이트]

    ●대장경 천년특집 다르마 제4편(KBS1 밤 11시 35분) 지리산 쌍계사는 한국 선불교의 전통을 잇는 절이다. 이곳에서는 여름철 3개월 동안 일절 외부 출입을 하지 않고 수행에만 몰두하는 하안거가 시작된다. 20대부터 50대 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비구 승려들은 먼저 3개월간 살림을 꾸려 갈 자신의 임무를 배정받는 의식을 치르고 선방에는 첫 죽비 소리가 울려 퍼진다. ●프랭키와 친구들(KBS2 오후 5시) 딸기가 없어진 딸기밭에서 프랭키와 친구들이 거대한 발자국을 발견하고는 수색전을 펼친다. 도마뱀 리자에게 큰 발자국을 남기고 간 검은 숲 괴물에 대해 듣게 된다. 그 괴물을 찾아 동굴까지 온 프랭키와 친구들. 그런데 알고 보니 괴물이 아니라 딸기가 시들까 봐 시원한 동굴에 딸기를 보관해둔 빅풋이라는 착한 친구였다. ●그대없인 못살아(MBC 밤 8시 15분) 지수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촬영을 하게 된 민도. 도희는 철없는 동생 민도가 안타깝지만 마음과는 달리 툭툭거린다. 풍기는 인자의 잔소리를 피해 밖으로 나와 풍봉과 함께 술잔을 기울인다. 한편 인자네 가족 행사가 엉망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미자는 인자에게 전화를 걸어 약올리듯 위로한다. ●문화가중계(SBS 낮 12시 30분) 클래식, 국악, 뮤지컬, 무용, 팝,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질 높은 공연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날로 높아가는 시청자들의 문화적 욕구에 부응하여 다양한 문화 예술 공연을 감상하는 시간이다. 또한 프로그램을 통해 현대인들의 바쁜 일상에 잠시나마 휴식을 제공하고 문화적 갈증을 해소시키며 메말라 버린 감수성을 찾아본다. ●한국기행(EBS 밤 9시 30분) 다이아몬드제도의 허리에 해당하는 암태도 서쪽에는 여객선이 닿지 않는 섬 속의 섬이 있다. 6000여개 돌로 만들어진 징검다리 노두를 통해 350년 전부터 본섬인 암태도와 왕래했던 추포도다. 여의도 면적 반만 한 크기에 인구 80여명이 사는 작은 섬으로,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노두에 대한 작은 추억을 갖고 있는데…. ●가족(OBS 밤 11시 5분) 40세 동갑내기 부부 유부현·박현주씨. 이들은 결혼 생활 7년차에 전라도 해남 땅끝마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52일간 국토종단을 시작했다. 국토종단을 계기로 가장 가까운 것도, 가장 의지가 되는 대상도 가족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부부. 그 후로 가족이 늘 함께할 수 있는 귀농을 선택했고 충북 영동의 산골마을로 들어가게 된다.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건강 딜레마

    사람들이 깊이 생각하지 않아서 그렇지 건강을 둘러싼 전문의들의 충고나 조언을 듣다 보면 의아한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외선입니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자외선으로 인한 피해를 강조합니다. 기미, 주근깨는 물론 피부암 우려까지 거론합니다. 그 말이 절대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100% 맞는 말도 아닙니다. 햇볕의 은총 속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게 어디 사람뿐이겠습니까. 지렁이나 두더쥐처럼 한사코 축축한 음지로만 숨어드는 미물도 기실은 햇볕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햇볕과 완전히 차단된 방 속에 갇혀 있다면 며칠이나 견딜 수 있을까요. 그런 점에서 피부과 의사들이 자외선을 피하라고 경고하는 건 자외선의 부작용이나 폐해에 중점을 둔 조언이지 자외선을 필요악으로 규정하는 게 아님이 분명합니다. 그런가 하면 내분비내과, 정신과 전문의 등은 햇볕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현대인들이 지나치게 햇볕을 피해 특정 비타민 합성에 문제가 생기는가 하면 예기치 않은 병, 즉 우울증 등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역시 틀린 말이 아닙니다. 햇볕이 인간의 몸과 마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자신의 관점에서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이들의 말이나 피부과 등에서 햇볕을 피하라는 말은 큰 틀에서 다른 듯 같은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적정성’입니다. 피부과 의사들이 자외선을 피하라고 강조하지만 그 말을 액면대로 믿고 방 안에만 은거할 사람이 어딨겠으며, 다른 쪽에서 햇볕에 노출되면 건강에 좋단다고 한여름 땡볕 속에서 웃통 벗고 나댈 사람이 또 어딨겠습니까. 사람의 일이라는 게 자로 재듯 선을 긋지 않아도 적정치를 수렴하는 ‘상식’이 작동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바쁘게 살아 얼굴이 허여멀건한 사람이 때론 햇볕을 받으며 기꺼워하고, 바깥일 하느라 살갗이 새까맣게 탄 사람이 선글라스를 챙겨 쓰는 것이겠지요. 얼핏 딜레마 같은 일도 찬찬히 짚어 보면 대개 답이 있습니다. 정답은 스스로 균형을 맞춰 가는 ‘상식적 감각’이지요. jeshim@seoul.co.kr
  • “한국인 식습관에 맞췄습니다”

    “한국인 식습관에 맞췄습니다”

    글로벌 주방용품 기업들이 한국 주부들의 눈높이에 맞춘 제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한국 시장이 그만큼 커졌으며,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춘 제품이 글로벌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걸 체감했다는 방증이다. 한국월드키친의 코렐은 한식 상차림에 맞는 밥공기와 국그릇인 ‘코리안웨어’를 출시하고 새달부터 시판에 나선다. 밥공기의 경우, 과거보다 식사량이 많이 줄어든 현대인의 식습관에 맞춰 기존 코렐 제품(450㎖)에 비해 사이즈가 약 25% 줄어든 330㎖ 용량이다. 국대접은 옆면이 약 10도로 오목하게 좁아져 국을 담기 편하게 했으며 보온성을 높였다. ‘코리안웨어’라는 이름을 달고 전세계에 판매될 이 제품이 나오기까지 3년이 걸렸다. 박갑정 한국월드키친 대표이사는 “한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어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한국형 제품 생산을 위해 따로 생산라인을 설치할 정도로 큰 투자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기호와 식생활에 맞춘 주방용품들은 몇 년 전부터 속속 출시돼 왔다. 까탈스러운 주부들에게 맞추다 보니 업체들은 성능과 기능 향상에 저절로 힘쓰게 됐다. 휘슬러는 2년 전 한국 주부들의 요구에 따라 4단계 압력조절장치를 장착한 한국형 프리미엄 압력솥을 내놔 호응을 얻었다. 또 가스레인지를 주로 사용하는 주방 특성에 맞춰 손잡이를 길게 만들어 단열 부분을 보완했다. 제품 출시 3년 전부터 본사 개발팀이 한국에 장기 체류하며 의견을 수렴했다고 한다. 테팔도 한국형 그릴인 ‘엑셀리오 컴포트 그릴’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이 제품은 식탁 가운데 놓고 고기를 구워먹는 한국인들의 습성에 맞춰 그릴의 높이를 낮췄다. 한국형 그릴은 현재 스페인, 프랑스,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필립스는 한국에 특화된 블렌더(믹서)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과일주스, 콩국수, 두유 등을 만드는 데 블렌더를 자주 사용하는 주부들 사이에서 씨나 껍질 등 잔여물을 거르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블렌더용 거름망 액세서리가 만들어졌다. 이 제품은 한국뿐 아니라 유럽 등지에서도 ‘효자상품’으로 등극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열린세상] 문화콘텐츠산업과 사회적 책임/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문화콘텐츠산업과 사회적 책임/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예술에 대한 검열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데올로기는 물론 반정부·반체제와 연계될 0.01%의 낌새만 보여도 가위질은 예사였고 제작 관계자들이 치도곤당하는 것 또한 다반사였다. 음란성과 폭력성 측면은 검열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여전히 예리한 검열의 칼날을 피할 순 없었다. 한국 영화와 공연이 걸어온 발자취는 바로 검열의 역사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지금도 영화감독이나 제작자들은 더 많은 예술 창작의 자유를 외칠지 모르지만 그 시절에 비하면 천국이다. 그래서 그럴까. 최근 야한 영화들이 대대적인 홍보 공세를 취하며 스크린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출연 배우의 성기 노출과 전라 연기로 화제가 된 영화 ‘은교’와 ‘간기남’이 상영 중이고, 적나라한 베드신을 내세우는 ‘후궁’이 조만간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 의도야 어떻든 노이즈 마케팅의 중심에 서 있는 영화들이다. 인터넷에는 호기심 어린 기사와 댓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요즈음 이런 영화를 두고 너무 음란하다거나 정도가 심하다는 얘기라도 했다간 시대에 뒤떨어진, 예술을 모르는 얼간이 취급 받기 십상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너그러워졌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영화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다 미화되어야 하는지 의문스러운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여기서 영화 작품의 주제나 구성 등 영화문법을 들어 시시콜콜 비평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다 보니 최근의 영화 세 작품을 예로 들었지만, 감독이나 제작진의 진지한 고민이나 예술성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상당한 예술성을 가진 작품도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 창작의 자유를 부정하려는 것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다. 다만, 진정한 의미의 예술가라면 외형적으로는 직접적인 노출을 자제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더 심금을 울리는 영상을 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정말 예술가라면 그런 내공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 지나친 욕심이고 편견일까. 지금은 문화콘텐츠의 시대라고들 한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거나 강의실에서나 회사에서나 어디서든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노래를 듣거나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노래도 콘텐츠고 스마트폰 속의 볼거리, 즐길거리도 모두 콘텐츠다. 집에 들어가면 마주치게 되는 텔레비전도 콘텐츠 덩어리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문화콘텐츠에 포위되어 살아간다. 최근의 콘텐츠 특성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재미(fun)와 자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방송마다 온종일 연예인 천지인 것도 같은 맥락일 터다. 재미와 자극은 적당하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청량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이것만 추구하다 보면 내용이 말초적이고 가벼워지기 쉽다. 청소년들의 생각과 행동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끼친다.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 또한 심대하다. 이미 출판, 방송, 광고, 영화, 게임, 음악, 애니메이션, 캐릭터, 만화 등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의 연간 매출은 2000조원을 훌쩍 넘어설 만큼 큰 산업이 되었다. 우리나라 시장도 82조원을 넘었다. 그래서 정부도 문화콘텐츠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하여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글로벌화를 위해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류의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그러나 우리 영화나 방송 드라마가 아시아를 비롯해 남미와 아프리카 등 세계 속으로 진출하려면 타문화에 대한 고려가 꼭 필요하다. 무리한 벗기기 식의 작품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든 방송드라마든 연예프로그램이든 문화콘텐츠에 대한 정부의 통제는 거의 사라진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예술을 가장하여 재미와 자극에 치우쳐도 좋다거나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문화콘텐츠산업을 삶의 의미나 인류의 가치와는 무관한, 가치중립적인 돈벌이로만 치부하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 콘텐츠가 회자되는 지금, 정부는 물론 무엇보다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문화산업계에서 진정한 의미의 콘텐츠가 무엇일까 고민할 때가 되었다.
  • [씨줄날줄] 트라우마/최용규 논설위원

    미국인에게 9·11테러는 떨쳐내기 쉽지 않은 트라우마(trauma)다. 지난 2001년 9월 11일 오전 알카에다의 테러리스트들에게 공중납치된 아메리칸항공 소속 AA11편과 유나이티드항공의 UA175편이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에 돌진하는 장면을 지켜본 미국인의 입에선 ‘오 마이 갓’이란 외마디 비명뿐이었다. 9·11테러는 미국인에게 과거의 일이 아니고 여전히 진행형임이 확인된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 NBC 등 주요 언론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개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에 대한 응답으로 5명 가운데 1명이 9·11테러를 꼽았다고 한다. 5월 광주는 우리에게도 지우기 힘든 트라우마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인 32년이 흘렀지만 그날의 상처와 후유증은 말끔하게 치유되지 않았다.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2011년 12월 현재 5·18 부상 후유증으로 숨진 사람은 약 380명이며, 이 중 42명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으로 자살했다. 이는 일반인의 자살률보다 무려 350배나 높은 수치다. 트라우마, 즉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는 심각한 외상을 보거나 직접 겪은 후에 나타나는 정신불안 장애를 의미한다. 환자는 사건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람이다. 전쟁, 사고, 자연 재앙, 폭력 등 심각한 신체 손상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경험이 여기에 해당한다. 트라우마에 대한 연구는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스트리아 신경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여성의 히스테리아에 주목했다. 환자의 내적 삶에 관심을 보인 그의 결론은 “히스테리아 환자들은 기억으로 인하여 고통받는다.”는 것이었다. 프로이트의 위대한 발견은 1980년 미국 정신의학회가 정신장애 편람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새로운 진단 범주에 넣음으로써 열매를 맺게 된다. 우울증, 불안 장애, 공황 장애는 트라우마와 관련된 질병이다. 아주 특별한 사람의 질병처럼 보이지만 현대인에게 매우 흔한 질병인 셈이다. 전 세계 인구의 약 8%가 평생 최소 한 번은 트라우마를 경험한다고 한다. 트라우마의 원인이 되는 전쟁, 성폭력, 사고 등은 곳곳에 널려 있다. 베트남 참전용사 10명 가운데 3명은 트라우마를 경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장애나 회피, 과민반응, 산만함도 트라우마의 특징이다. 증상이 무거워지면 파멸을 피할 수 없다. 약물치료도 중요하지만 사랑이나 연대만큼 치명적인 질병을 치료하는 명약도 없을 듯싶다. 최용규 논설위원 ykcho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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