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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백윤의 아니리] 도전과 노력이 빚어낸 콘체르토

    [허백윤의 아니리] 도전과 노력이 빚어낸 콘체르토

    지난달 2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콘체르토: 대립과 조화’에서 대금 연주자인 김정승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대금과 첼로, 국악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을 초연으로 흥겨운 무대가 이어지던 중 김 교수는 대금을 불며 동시에 비트박스를 선보인 것이다. 지난 2년간 새로운 대금 소리를 고민한 그가 대금 비트박스를 공개한 첫 무대였다. 뻥 뚫린 대나무에 취구로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대금의 원리는 신라시대 만파식적 설화부터 지금까지 한결같다. “전형적인 전통악기라 현대음악과 안 어울릴 수도 있고 반면에 전통과 첨단의 조화가 더욱 독창적으로 다가갈 수 있기도 하다”는 게 김 교수의 도전정신을 불러낸 대금의 양면성이었다. 색깔이 뚜렷한 만큼 어떤 색을 더하느냐에 따라 금방 새롭고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대금 비트박스는 미국 플루티스트 그레그 파틸로의 ‘플루트 비트박스’에서 영감을 얻었다. 호흡이 쉽지 않아 플루트 연주자들도 일부만 시도했다. 김 교수는 “대금이 플루트보다 취구가 다섯 배나 커 훨씬 더 많은 힘을 필요로 한다. 대신 파워풀한 테크닉으로 역동적인 연주를 들려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첫 무대에서 자신감을 얻은 그는 다른 악기들과의 협연을 비롯해 비트박스 비중을 더 많이 늘린 대금 작품을 하고 싶다는 또 다른 목표를 세웠다. 빛과 다양한 장르 음악을 활용하며 강렬한 음악세계를 보여 준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씨는 술대로 현을 튕기는 탄현악기인 거문고를 활로 그어 연주한다. 그는 “점을 찍는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독점할 수 있는 선을 연주하는 데 대한 동경이 있었다”면서 “장난스럽게 한 번 그어본 소리가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았다”고 했다. 박씨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넓은 시각을 가지려 했으니 그 소리를 신선하고 즐겁게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우연한 발견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도 다양한 소리를 얻기 위해 많은 도전을 거쳤다. 활로 선을 연결해 가는 것에 흥미를 느끼면서 대아쟁부터 바이올린, 첼로 등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현악기의 활을 다 가져가 거문고에 그어봤다. 그리고 비올라 활이 자신이 표현하려는 음악과 가장 잘 어울린다는 걸 찾아냈다. “활대가 충분히 길고 단단해 연주할 때 무게도 좋고 소리도 저의 음악과 정서적으로 가장 잘 맞는다”고 했다. 활로 연주할 땐 거문고를 반대로 돌려놓으면서 “과연 이것을 거문고 연주라 할 수 있는가”라며 스스로를 ‘돌연변이’ 같다고도 했지만 도전은 활로 이어지는 거문고 소리만큼 깊은 울림을 준다.거문고 연주자 이정석씨는 “이렇게 매력 있는 악기가 무대에서 소외되면 안 된다는 안타까움”에 거문고를 그야말로 씹고 뜯고 맛보기 시작했다. 심금을 울리는 거문고는 독주 악기로 오랜 시간 사랑받았지만 정작 큰 무대에선 소리가 너무 작게 튕겨 나갔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06년 동료 연주자들과 ‘거문고 팩토리’를 꾸려 이런저런 실험을 했다. 같은 중저음대 악기들로 다채로운 앙상블을 만들어 내기 위해 악기를 자르고 들어 올렸다. “‘선비 악기’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 허리에 매고 기타처럼 연주도 했고, 높은 음역대를 내는 실로폰 거문고, 활을 사용하는 첼로 거문고 등을 만들며 거문고로 할 수 있는 실험은 웬만큼 다 해봤다”고 소개했다. 그는 6현 거문고에 전자 음향 픽업 장치를 단 전자 거문고를 주로 쓴다. 거문고 소리가 전자 기타 같은 음색을 내며 더 크게, 더 오래 이어진다. “당시만 해도 ‘나쁜 짓’ 한다고 손가락질받았는데 이젠 많은 연주자들이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어 좋다”는 그는 거문고 원리를 유지하면서 단점을 보완한 악기 개량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미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은 연주자들에게 정해진 틀을 벗어나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들을 털어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오히려 간단했다. 지금,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나눌 수 있는 음악을 하기 위해서다. 그 도전과 노력에 담긴 진심이 만들어 내는 세상과의 협주곡은 객석에 고스란히 감동을 준다. baikyoon@seoul.co.kr
  • [단독] 앞 못 본다고 음악교육서 외면… ‘천재 작곡가’ 꿈 끝내 스러졌다 [강주리 기자의 K파일]

    [단독] 앞 못 본다고 음악교육서 외면… ‘천재 작곡가’ 꿈 끝내 스러졌다 [강주리 기자의 K파일]

    장애예술인 실태 파악조차 안 돼국가 차원 체계적 양성·지원 절실누군가는 기억할 것이다. 1980년대 언론이 대서특필했던 ‘천재 맹인소년 작곡가’ 송율궁(48)씨. 생후 3개월에 실명(1급 장애)했다. 맹인과 가난의 굴레 속에 독학으로 피아노와 작곡법을 터득해 9세에 처음 작곡을 했다. 맹인을 위한 수학 학습도구인 고무화판에 셀로판지를 대고 점자처럼 오선지를 그려 나갔다. 그는 모든 일상의 소리를 음악화하는 ‘전위음악’을 선보였다. 11세 때인 1983년 일본 도쿄국제작곡경연대회를 시작으로 프랑스 파리현대음악제 등 각종 음악대회를 휩쓸며 천재성을 입증했다. 미국의 유명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는 “이 소년의 음악이 나보다 훨씬 우수하다”고 극찬했다. 그러나 ‘한국의 베토벤’을 꿈꿨던 송씨는 맹학교 재학시절 안마 수업을 거부하고 뛰쳐 나오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지도자를 제대로 만나지 못해 지하철에서 구걸하며 공연과 현대음악당 건립 비용 마련에 나섰다.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몇 차례 작곡발표회도 가졌지만 대중의 관심은 곧 멀어졌다. 이후 10년간 보이지 않던 그의 충격적 소식이 전해졌다. 평생 그를 뒷바라지한 어머니 송혜미자(76)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아들이 많이 아프다며 “혼자서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누워만 있다”고 울먹였다. 천재라 불렸던 송씨는 여전한 빈곤 속에 현대음악 작곡가로서의 꿈을 접어야 할 위기에 놓였다.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송씨와 같은 시각장애인은 지난해 말 기준 25만 3055명이다. 이 가운데 시각장애 예술인이 얼마나 되는지는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유경민 한국장애인개발원 연구기획팀장은 “장애예술인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시각장애 예술인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라면서 “장애인예술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개인 집안 재력이 아닌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장애예술인 양성 관리나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시각장애 피아니스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한국예술인복지재단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에서 장애예술인이 지원받은 비율은 올해 3.5%에 그쳤다. 예술인 생활안정자금은 올해 1.6%, 예술인 파견지원사업은 1%도 못 미쳐 더 열악했다. 김 의원은 “예술활동 증명을 받기 위한 기준 중 하나가 공개발표 실적인데, 장애예술인은 비장애예술인에 비해 작품 발표 기회도 부족하고, 정보를 얻어 신청하려 해도 그 과정이 어려워 포기해버린다”고 지적했다.시각장애인은 한빛맹학교나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음악 교육을 부분적으로 받을 수 있지만 직업적 예술인으로서 성장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올해 6월 제정된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법이 오는 10일 시행된다. 제2조는 ‘장애예술인은 문화국가 실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공헌하는 존재로서 정당한 존중을 받아야 하고, 그 능력과 의사에 따라 예술 활동에 종사하고 참여할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그 바탕이 될 ‘장애예술인 실태조사’는 예산 확보가 안 돼 2년 뒤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달 3일 문재인 대통령의 김정숙 여사는 서울맹학교를 찾아 “시각장애인들의 꿈이 장애물에 가로막히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들은 보다 실질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장애예술인에 대한 정부의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공감 능력도 부족하다”면서 “‘5년 내 예술인 100명 키우기’처럼 체계적인 양성 계획과 활동의 장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장애예술인 공연장·연습장 건립을 위해 내년 예산을 250억원으로 100억원가량 늘렸다”고 설명했다. jurik@seoul.co.kr 강주리 기자의 K파일은 강주리 기자의 이니셜 ‘K’와 대한민국의 ‘K’에서 따온 것으로 국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취재파일입니다.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사까지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온라인 서울신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
  • [단독] 날고 싶었던 ‘천재 맹인 소년 작곡가’의 꿈, 끝내 스러지다 [강주리 기자의 K파일]

    [단독] 날고 싶었던 ‘천재 맹인 소년 작곡가’의 꿈, 끝내 스러지다 [강주리 기자의 K파일]

    생후 3개월에 실명, 독학으로 9살 첫 작곡80년대 초중생 시절 국제작곡대회 줄입상맹학교 안마 수업 거부 후 거리로…된서리지도자 못 찾고 생활고… 대중 관심 사라져전위음악 작곡가 맹인 송율궁씨 현실 암울40년 흘러도 장애예술인 지원 미미 여전 “장애예술인, 체계적 관리·조사·교육 미흡”“체계적인 양성 계획·활동장 마련해야”누군가는 기억할 것이다. 1980년대 언론이 대서특필했던 ‘천재 맹인소년 작곡가’ 송율궁(48)씨. 생후 3개월에 실명(1급 장애)했다. 맹인과 가난의 굴레 속에 음악 교육을 받지 못한 그는 독학으로 피아노와 작곡법을 터득해 9세에 처음 작곡을 했다. 맹인을 위한 수학 학습도구인 고무화판에 셀로판지를 대고 점자처럼 오선지를 그려 나갔다. 그는 모든 일상의 소리를 음악화하는 ‘전위음악’을 선보였다. 11세 때인 1983년 일본 도쿄국제작곡경연대회를 시작으로 프랑스 파리현대음악제 등 각종 음악대회를 휩쓸며 천재성을 입증했다. 미국의 유명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는 “이 소년의 음악이 나보다 훨씬 우수하다”고 극찬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15살에 첫 작곡발표회를 갖는 그에게 성금(30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한국의 베토벤’ 꿈꾼 맹인 작곡가무관심 속 병세 악화로 활동 중단 그러나 ‘한국의 베토벤’을 꿈꿨던 송씨는 맹학교 재학시절 안마 수업을 거부하고 뛰쳐 나오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지도자를 제대로 만나지 못해 지하철에서 구걸하며 공연과 현대음악당 건립 비용 마련에 나섰다.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어렵게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몇 차례 작곡발표회도 가졌지만 대중의 관심은 곧 멀어졌다. 이후 10년간 보이지 않던 그의 충격적 소식이 전해졌다. 평생 그를 뒷바라지한 어머니 송혜미자(76)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아들이 많이 아프다며 “혼자서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누워만 있다”고 울먹였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인해 거동이 힘들어져 음악 활동을 못 한다고 했다. 천재라 불렸던 송씨는 여전한 빈곤 속에 현대음악 작곡가로서의 꿈을 접어야 할 위기에 놓였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송씨와 같은 시각장애인은 지난해 말 기준 25만 3055명이다. 이 가운데 시각장애 예술인이 얼마나 되는지는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장애예술인 현황조차 파악 안돼”“여전히 개인 재력 의존 현실” 김예지 “장애인, 비장애인보다 작품발표 기회 적고·정보 접근도 어려워” 유경민 한국장애인개발원 연구기획팀장은 “장애예술인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시각장애 예술인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라면서 “장애인예술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개인 집안 재력이 아닌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장애예술인 양성 관리나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시각장애 피아니스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한국예술인복지재단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에서 장애예술인이 지원받은 비율은 올해 3.5%에 그쳤다. 예술인 생활안정자금은 올해 1.6%, 예술인 파견지원사업은 1%도 못 미쳐 더 열악했다. 김 의원은 “예술활동증명을 받기 위한 기준 중에 하나가 공개발표 실적인데, 장애예술인은 비장애예술인에 비해 작품(공연)발표 기회도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혜택이 있어도 어디에서 정보를 얻어서 어떻게 신청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정보를 얻어 신청을 하려고 해도 그 절차 과정에 접근이 어려워 포기해버린다”고 지적했다. 시각장애인은 한빛맹학교나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음악 교육을 부분적으로 받을 수 있지만 직업적 예술인으로서 성장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장애예술인지원법 10일 첫 시행“실태조사, 예산 확보 못해 2022년에” 김정숙 “시각장애인 꿈, 장애물 없도록 노력”단체 “‘보여주기식’ 행사보다 실질 도움을” 올해 6월 제정된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법이 오는 10일 시행된다. 제2조는 ‘장애예술인은 문화국가 실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공헌하는 존재로서 정당한 존중을 받아야 하고, 그 능력과 의사에 따라 예술 활동에 종사하고 참여할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그 바탕이 될 ‘장애예술인 실태조사’는 예산 확보가 안 돼 2년 뒤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달 3일 문재인 대통령의 김정숙 여사는 서울맹학교를 찾아 “시각장애인들의 꿈이 장애물에 가로막히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들은 보다 실질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장애예술인에 대한 정부의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공감 능력도 부족하다”면서 “‘5년 내 예술인 100명 키우기’처럼 체계적인 양성 계획과 활동의 장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정부 “장애예술인 공연장·연습장 건립에예산 250억 확보… 전년比 100억↑”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장애예술인 공연장·연습장 건립을 위해 내년 예산을 250억원으로 100억원가량 늘렸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지난 8월부터 장애예술인을 지원하는 워크숍 형태의 아카데미 과정을 신설해 모집하고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서울문화재단에서도 공모를 통해 강사매칭 등 교육을 일부 받을 수 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시각장애인 연주자 양성사업’에서 나이나 공연횟수 등에 상관 없이 적정 인원을 선발해 전문 강사를 통한 프로그램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장애예술인 제도와 교육 관련 문의는 문체부 예술정책과(044-203-2720)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강주리 기자의 K파일은 강주리 기자의 이니셜 ‘K’와 대한민국의 ‘K’에서 따온 것으로 국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취재파일입니다.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사까지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온라인 서울신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모차르트·바흐도 좋지만 현대음악 연주가 내 할 일”

    “모차르트·바흐도 좋지만 현대음악 연주가 내 할 일”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서는 무대는 자신만의 중심이 뚜렷하게 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똑 떨어지는 단발머리에 바지 드레스를 즐겨입는 그의 연주 복장과 대중에게 다소 낯설기도 한 곡들을 선호하는 프로그램은 다른 무엇보다 ‘이지윤’ 자신을 가운데에 놓고 무대를 꾸민 결과다.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 게 음악가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마음으로 자신이 가장 편하게 연주할 수 있는 의상으로, 좋은 음악들을 더 많이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새롭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채워 간다.이지윤이 3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독주회를 갖고 또 한 번 뚜렷한 개성을 선보인다. 당초 올해 초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돼 국내 팬들과 네 차례 만날 예정이었는데 5, 8월 공연이 취소되면서 이날이 상주음악가로 갖는 두 번째이자 마지막 무대가 됐다. ●단맛·매운맛·짠맛 다 맛볼 무대 준비 ‘어드벤처&판타지’를 주제로 이지윤은 시마노프스키의 ‘신화’, 비에니아프스키 ‘전설 g단조’, 버르토크 ‘랩소디 1번’ 등 현대 음악가들의 작품들을 연주한다. 2018년 발매한 음반 수록곡으로 당시 그라모폰 매거진, BBC뮤직 등에서 호평을 받았는데 정작 그 자신도 “많은 공연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몇 차례 프로그램으로 내밀었다 공연장에서 거절당했는데, 연주자에게 무대를 꾸밀 모든 권한을 주는 상주음악가 무대가 기회로 왔다. 음반에 넣지 못했던 메시앙 ‘주제와 변주’까지 그간 하고 싶었던 곡들을 마음껏 선보이기로 했다. 어렵게 찾아온 관객들에게 단맛, 매운맛, 짠맛 모두 강렬하게 보여 주려고 준비했다. ●獨슈타츠카펠레 최연소·동양인 악장 “수백년 전 연주자들만큼 현대 음악가나 현존하는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해야 관객들이 관심을 갖는다”면서 “그게 젊은 연주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책임감이 아주 크다”는 명확한 주관도 자주 밝혀 왔다. 관객들에게 낯선 것은 그들이 아닌 연주자들의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지윤은 올해 450주년을 맞은 독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에 신선한 바람으로도 통한다. 동양인, 여성 최초와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안은 종신악장으로서, 평균 40대 이상인 단원들과 호흡을 맞추며 참신함을 불어넣고 있다. 스물여덟 살 악장의 호기심과 도전에 대한 열의는 또 다른 자극이 되어 지난 8월 무대가 재개된 뒤 베토벤 교향곡 전곡 사이클과 정기 연주, 오페라 등 다양한 활동에도 보탬이 됐다. “음악은 단순히 직업을 넘어서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스위치 끄듯이 멈출 수 없다는 이지윤은 앞으로도 다채로운 음악들을 더 자주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을 마스크 쓴 관객들 앞에서 펼쳐 놓을 계획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현대음악 알리는 건 젊은 음악가 할 일”…이지윤이 꾸밀 개성의 무대

    “현대음악 알리는 건 젊은 음악가 할 일”…이지윤이 꾸밀 개성의 무대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서는 무대는 자신만의 중심이 뚜렷하게 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똑 떨어지는 단발머리에 바지 드레스를 즐겨입는 그의 연주 복장과 대중에게 다소 낯설기도 한 곡들을 선호하는 프로그램은 다른 무엇보다 ‘이지윤’ 자신을 가운데에 놓고 무대를 꾸민 결과다.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 게 음악가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마음으로 자신이 가장 편하게 연주할 수 있는 의상으로, 좋은 음악들을 더 많이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새롭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채워 간다. 이지윤이 3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독주회를 갖고 또 한 번 뚜렷한 개성을 선보인다. 당초 올해 초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돼 국내 팬들과 네 차례 만날 예정이었는데 5, 8월 공연이 취소되면서 이날이 상주음악가로 갖는 두 번째이자 마지막 무대가 됐다. ‘어드벤처&판타지’를 주제로 이지윤은 시마노프스키의 ‘신화’, 비에니아프스키 ‘전설 g단조’, 버르토크 ‘랩소디 1번’ 등 현대 음악가들의 작품들을 연주한다. 2018년 발매한 음반 수록곡으로 당시 그라모폰 매거진, BBC뮤직 등에서 호평을 받았는데 정작 그 자신도 “많은 공연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몇 차례 프로그램으로 내밀었다 공연장에서 거절당했는데, 연주자에게 무대를 꾸밀 모든 권한을 주는 상주음악가 무대가 기회로 왔다. 음반에 넣지 못했던 메시앙 ‘주제와 변주’까지 그간 하고 싶었던 곡들을 마음껏 선보이기로 했다. 어렵게 찾아온 관객들에게 단맛, 매운맛, 짠맛 모두 강렬하게 보여 주려고 준비했다.“수백년 전 연주자들만큼 현대 음악가나 현존하는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해야 관객들이 관심을 갖는다”면서 “그게 젊은 연주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책임감이 아주 크다”는 명확한 주관도 자주 밝혀 왔다. 관객들에게 낯선 것은 그들이 아닌 연주자들의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지윤은 올해 450주년을 맞은 독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에 신선한 바람으로도 통한다. 동양인, 여성 최초와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안은 종신악장으로서, 평균 40대 이상인 단원들과 호흡을 맞추며 참신함을 불어넣고 있다. 스물여덟 살 악장의 호기심과 도전에 대한 열의는 또 다른 자극이 되어 지난 8월 무대가 재개된 뒤 베토벤 교향곡 전곡 사이클과 정기 연주, 오페라 등 다양한 활동에도 보탬이 됐다. “음악은 단순히 직업을 넘어서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스위치 끄듯이 멈출 수 없다는 이지윤은 앞으로도 다채로운 음악들을 더 자주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을 마스크 쓴 관객들 앞에서 펼쳐 놓을 계획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차세대 디바’ 소프라노 박혜상, 11월 20일 데뷔 앨범 기념 리사이틀

    ‘차세대 디바’ 소프라노 박혜상, 11월 20일 데뷔 앨범 기념 리사이틀

    지난 5월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과 전속 계약을 맺은 소프라노 박헤상이 데뷔 음반 발매를 기념해 11월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단독 리사이틀을 갖는다. 박혜상은 소프라노에서 가장 높은 음역대인 콜로라투라로 화려한 기교와 방대한 레퍼토리, 뛰어난 연기력과 표현력 등을 두루 갖춘 차세대 디바로 주목받고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비롯해 글라인드본 페스티벌, 빈 슈타츠오퍼 등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서울대와 뉴욕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성악을 공부한 박혜상은 2015년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최하는 오페랄리아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르며 해외에 이름을 알렸다. 그 다음해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공연에서 함께 이중창을 했고 도밍고 영 아티스트 콘서트 게스트로도 초청받아 LA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서기도 했다. 2014년 퀸 엘리자베스 국제 음악콩쿠르 5위, 2015년 몬트리올 국제음악콩쿠르 2위 및 최다 관중상을 수상했다. 다음달 발매되는 데뷔 앨범에는 가곡 ‘시간에 기대어’,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같이’ 등도 담겨 동서양, 클래식과 현대음악 등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들을 만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작곡가 최재혁, 베를린 중심에서 한국의 현대음악 알려

    작곡가 최재혁, 베를린 중심에서 한국의 현대음악 알려

    주독일한국문화원(원장 이봉기)과 한국창작음악제추진위원회(위원장 이건용)가 공동 주최하는 ‘제2회 한국 창작음악 페스티벌 2020 베를린’이 지난 6일(현지시간) 베를린 최고 양대 연주홀 중 하나인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체임버홀에서 열렸다. 이번 페스티벌은 오프라인과 동시에 실시간 온라인 생중계로 전파를 탔다. 주독일문화원은 한국창작음악제를 개최함으로써 유럽창작음악의 중심지인 독일에서 한국작곡가의 역량을 소개하고, 해외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공연의 중심에는 25세의 젊은 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이 있었다. 6명의 한국 작곡가의 창작음악이 연주된 이번 공연에 자신의 창작곡인 <침묵의 환영>이 포함됐을 뿐 아니라 전체 공연의 지휘를 맡아 훌륭한 공연을 이끌어냈다. 현대음악의 중심지인 베를린의 심장부에서 전 세계에 한국 창작음악을 알리는 전령사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현대음악 연주단체로 급부상중인 앙상블블블랭크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최재혁은 젊은 신예 지휘자답게 열정적으로 공연을 이끌어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 현대음악을 유럽 클래식의 본고장인 독일에 알리기 위해 기획된 이번 공연에서는 김동명 <25현 가야금, 클라리넷, 첼로를 위한 나선>, 김지향 <노작가를 위한 에튀드>, 박성미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줄-NORI’>, 김대성 <피아노 소나타 ‘아트만’>, 강종희 <당신의 청중이 좋아할꺼에요>, 최재혁 <침묵의 환영>이 베를린에 울려 퍼졌다. 2017년 제72회 제네바 국제 콩쿠르 작곡부문 1위를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최재혁은 미국 뉴욕의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작곡과 학사와 석사를 마쳤으며 올가을부터는 독일 베를린의 바렌보임자이트 아카데미에서 수학할 예정이다. 제네바 국제콩쿠르 우승곡인 최재혁 클라리넷 협주곡 <Nocturne III>는 유니버설뮤직코리아에서 발매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639년 걸리는 오르간 콘서트… 7년 만에 화음 바뀌었다

    639년 걸리는 오르간 콘서트… 7년 만에 화음 바뀌었다

    2001년 시작해 2640년 9월 5일 끝나한 음씩 연주… 첫 음 바뀌는 데 18개월 “빠름이 미덕인 시대, 느림의 가치 대변”지난 5일(현지시간) 독일 중부 소도시 할버슈타트의 세인트 부르카르디 성당에 전 세계 음악팬과 관광객 수백명이 몰려들었다. 지난 2001년부터 연주된 전위 음악가 존 케이지의 작품 ‘되도록 느리게’(As Slow As Possible)가 7년 만에 처음으로 화음이 바뀌는 행사가 열린 이날, 성당 관계자들이 오르간 페달을 조정하는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서다. 원 제목이 ‘Organ2/ASLSP’인 이 작품은 한 곡을 연주하는 데 무려 639년이 걸려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긴 음악’으로 통칭된다. 2001년 9월 5일에 연주를 시작해 2640년 9월 5일 연주가 끝날 예정이다. 다음번 예정된 코드 변화는 오는 2022년 2월 5일이다. 9월 5일은 케이지의 생일이기도 해서 의미가 더욱 남달랐다. 현지 음악매체들은 유튜브를 통해 성당 안에서 화음이 바뀌는 장면을 앞다퉈 전달하기도 했다. 20세기 대표적 전위 음악가로 꼽히는 케이지는 1985년 피아노용으로 이 작품을 작곡했고 이후 1987년 오르간용으로 편곡했다. ‘빠름’을 숭배하는 현대인의 가치관에 대항하기 위한 메시지로,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에 한 음씩 연주된다. 연주 시작 이후 첫 음이 바뀌는 데 18개월이 걸렸고 앞서 2008년 7월과 11월, 2013년 9월에 음이 바뀌었다.당초 8페이지짜리 악보의 곡은 ‘최대한 느리게’로 70분가량 걸렸다. 그러나 1992년 케이지 별세 이후 그의 뜻을 이어받은 음악인들이 작품 취지를 살려 ‘인간 인내심을 최대한 시험해 보자’는 뜻에서 연주 기간을 639년으로 계획했다. 639년은 상용 오르간이 처음 개발된 1361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2000년까지의 기간을 뜻한다. 지금까지 이 작품을 가장 느리게 연주한 기록은 2008년 14시간 56분으로 남아 있다. 뮌헨예술원 명예교수인 토마스 기르스트는 저서 ‘세상의 모든 시간’에서 “온갖 빠름과 ‘속성 코스’가 미덕처럼 자리를 잡은 시대에 느림의 가치를 대변하는 대표적 예술작품으로 639년 동안 공연되는 케이지의 오르간 연주가 있다”고 꼽기도 했다. 케이지는 연주자·작곡가의 의도는 물론 부작위, 관객 숨소리, 침묵 등 ‘우연적인 모든 소리가 음악’이라는 ‘우연성의 음악’을 개척한 현대음악의 선구자다. 1952년 5월 초연한 ‘4분 33초’로 세계 음악계에 반향을 일으키며 명성을 얻었다. 당시 그는 피아노 앞에서 건반 덮개를 닫고 가만히 앉아 이따금 악보를 넘기다 4분 33초가 지나자 도로 덮개를 열고 퇴장했다. 한국 출신 작곡가 윤이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과도 교류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국내 최초 전자음악 작곡’ 강석희 서울대 명예교수 별세

    ‘국내 최초 전자음악 작곡’ 강석희 서울대 명예교수 별세

    한국 현대음악의 대가로 꼽히는 강석희 서울대 작곡과 명예교수가 16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86세. 1934년생인 고인은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나서 1966년 국내 최초의 전자 음악 ‘원색의 향연’을 작곡했다. 1969년에는 ‘현대음악 비엔날레’를 주관했다. 1970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하노버음대와 베를린국립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당시 독일에서 활동한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의 제자이기도 하다. 고인은 1982년 서울대 작곡과 교수로 재직하며 활발하게 창작 활동에 매진했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 폐막식 음악감독을 맡아 혁신적인 음악을 선보였다. 성화 음악인 ‘프로메테우스 오다’도 그의 곡이다. 이 밖에 국악관현악곡 ‘취타향’(1987), 앨범 ‘부루’(1987), ‘디알로그’(1989), 오페라 ‘초월’(1997), ‘환시’(2002), 음악극 ‘보리스를 위한 파티’(2003), ‘평창의 사계’(2006), ‘지구에서 금성천으로’(2007)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서울대 작곡과 명예교수, 국제현대음악협회(ISCM) 종신 명예회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에 이름을 올렸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8일 오전 5시 30분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천상의 음악 남기고 시네마 천국으로 떠나다

    천상의 음악 남기고 시네마 천국으로 떠나다

    ‘러브 어페어’ ‘미션’ 등 500여편 작곡 ‘황야의 무법자’ 휘파람 소리로 유명세골든글로브·그래미·아카데미 등 수상 유년시절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영화 ‘시네마 천국’의 ‘사랑의 테마’, 영화 ‘미션’의 삽입곡 ‘가브리엘의 오보에’ 등 수많은 걸작을 만든 이탈리아 출신의 영화음악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별세했다. 92세.고인은 낙상으로 대퇴부 골절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다가 전날 숨을 거뒀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6일 보도했다. 로마 출신의 고인은 재즈 트럼펫 연주자인 아버지 밑에서 처음 음악을 배웠다. 1940년대 재즈 밴드의 트럼펫 연주자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때 경험한 대중음악과 2차세계대전의 상처 등은 이후 고인의 작곡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산타체칠리아음악원에서 작곡을 배운 뒤 졸업 이듬해인 1955년부터 본격적으로 영화 등 실용음악 분야에 뛰어들었다. 고인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1964년 모래사장에서 바람을 가로지르는 휘파람 소리로 유명한 서부영화 ‘황야의 무법자’의 음악을 맡으면서다. 당시 동향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던 영화감독 세르조 레오네와의 인연으로 이 작품에 참여한 이후 ‘석양에 돌아오다’ 등 다른 유명 서부영화에도 참여했다. 고인의 음악은 ‘시네마 천국’을 비롯해 ‘미션’, ‘러브 어페어’, ‘시티 오브 조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 수많은 명화를 통해 대중에게 각인됐다. 고인은 또 500여편의 영화음악 외에 100편 이상의 현대음악 작품과 1978년 FIFA 월드컵 공식 테마곡을 작곡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고인은 2007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공로상을 받았고, 2016년에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헤이트풀8’로 처음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며 이 분야에서 최고령 수상자로 뒤늦게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골든글로브와 그래미상,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영화음악을 예술의 반열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고인은 한스 치머와 같은 영화음악 작곡가뿐만 아니라 다른 대중음악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 2011년 세종문화회관 공연 등으로 내한해 국내 팬들을 만나기도 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과학기술이 미적 가치를 바꿀까’

    ‘과학기술이 미적 가치를 바꿀까’

    4차 산업혁명과 문화기술 발전에 따른 예술 분야의 변화를 탐구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 서울 서대문구는 다음달 4일과 11일 오후 6시 30분 ‘신촌, 파랑고래’(연세로5나길 19)에서 ‘과학과 예술의 접점, 미적 가치의 방향탐색’이란 주제로 신촌 상반기 다양성 열린강좌를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 4일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을 역임한 이대형 큐레이터가 발제자로 나선다. 미디어아티스트 그룹 ‘전파상’ 멤버인 양숙현 작가도 발표한다. 이들은 ‘현대미술- 과학과 예술의 융합적 접목과 새로운 예술경험’에 관해 강연한다. 11일에는 이돈응 서울대 명예교수와 권병준 미디어 아티스트가 ‘현대음악- 문화기술과 매체예술의 무한성’에 관해 발표한다. 구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사전 신청자 50명을 선착순 모집할 계획이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기존 문화예술에 대한 정의와 예술경험의 범주를 확장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베를린의 밤…꿈의 무대에 두 별이 뜬다

    베를린의 밤…꿈의 무대에 두 별이 뜬다

    조성진, 12월 17~19일 세 차례 무대에 2017년 랑랑 ‘대타’ 이어 두 번째 참여 |김선욱은 내년 6월 진은숙 협주곡 데뷔세계 최정상 악단의 선택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왼쪽·26)과 김선욱(오른쪽·32)이었다. 두 연주자는 연말과 내년 6월 각각 클래식 꿈의 무대에 올라 독일 베를린의 밤을 피아노 선율로 수놓는다. 코로나19로 세계 대부분의 클래식 홀들도 문을 닫고 온라인 공연만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클래식 팬들의 시선은 2020~2021 시즌 프로그램 발표를 앞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 향했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빈 필하모닉과 함께 세계 최고 악단으로 꼽히는 만큼 협연자 선정도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1882년 창단 이후 지금까지 한국인 음악가 중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72)과 정경화(72), 베이스 연광철(54), 첼리스트 장한나(38)가 호흡을 맞췄지만, 피아노 협연은 문턱이 더욱 높았다. 2015년 쇼팽 국제 콩쿠르 우승 이후 해마다 성장하며 세계 클래식 무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조성진은 오는 12월 17~19일 세 차례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6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을 함께했던 지휘자 이반 피셰르(69)와 다시 만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조성진이 베를린 필하모닉과 호흡을 맞춘 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11월 베를린 필하모닉의 순회 공연에 협연자로 참여하며 ‘베를린필 데뷔’라는 꿈을 이뤘다. 하지만 애초 협연자로 선정된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38)의 왼팔 부상에 따른 대체 참여였다. 김선욱은 2021년 6월 3~5일 한국인 작곡가 진은숙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베를린 필하모닉 데뷔 무대를 가진다. 세 차례 공연 모두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출신 앨런 길버트(53)가 지휘봉을 잡는다. 김선욱은 2011년 11월 베를린 필하모닉 홀 무대에 선 경험은 있지만, 이때는 베를린 방송교향악단과의 협연이었다. 허명현 클래식 평론가는 “조성진이 다시 한번 베를린 필과 음악을 함께한다는 것은 그의 재능과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은 것”이라면서 “이반 피셰르와는 국내 무대를 포함해 꾸준히 좋은 호흡을 보여와 더욱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김선욱이 연주할 진은숙 피아노 협주곡은 정명훈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주로 음반을 발매해 ‘그라모폰상’ 현대음악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꿈의 무대 베를린 필이 선택한 두 남자, 조성진·김선욱

    꿈의 무대 베를린 필이 선택한 두 남자, 조성진·김선욱

    세계 최정상 악단의 선택은 피아니스트 조성진(26)과 김선욱(32)이었다. 두 연주자는 연말과 내년 6월 각각 클래식 꿈의 무대에 올라 독일 베를린의 밤을 피아노 선율로 수놓는다.코로나19로 세계 대부분의 클래식 홀들도 문을 닫고 온라인 공연만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클래식 팬들의 시선은 2020~2021 시즌 프로그램 발표를 앞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 향했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빈 필하모닉과 함께 세계 최고 악단으로 꼽히는 만큼 협연자 선정도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다. 1882년 창단 이후 지금까지 한국인 음악가 중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72)과 정경화(72), 베이스 연광철(54), 첼리스트 장한나(38)가 호흡을 맞췄지만, 피아노 협연은 그 문턱이 더욱 높았다. 2015년 쇼팽 국제 콩쿠르 우승 이후 해마다 성장하며 세계 클래식 무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조성진은 오는 12월 17~19일 세 차례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6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을 함께했던 지휘자 이반 피셰르(69)와 다시 만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조성진이 베를린 필하모닉과 호흡을 맞춘 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11월 베를린 필하모닉의 순회공연에 협연자로 참여하며 ‘베를린필 데뷔’라는 꿈을 이뤘다. 하지만 애초 협연자로 선정된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38)의 왼팔 부상에 따른 대체 참여였다. 김선욱은 2021년 6월 3~5일 한국인 작곡가 진은숙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베를린 필하모닉 데뷔 무대를 가진다. 세 차례 공연 모두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출신 앨런 길버트(53)가 지휘봉을 잡는다. 김선욱은 2011년 11월 베를린 필하모닉 홀 무대에 선 경험은 있지만, 이때는 베를린 방송교향악단과의 협연이었다.허명현 클래식 평론가는 “조성진이 다시 한 번 베를린 필과 음악을 함께한다는 것은 그의 재능과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은 것”이라면서 “이반 피셰르와는 국내 무대를 포함해 꾸준히 좋은 호흡을 보여와 더욱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김선욱이 연주할 진은숙 피아노 협주곡은 정명훈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주로 음반을 발매해 ‘그라모폰 상’ 현대음악 부문 최종후보에 오르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교향곡 ‘한국’ 발표한 폴란드 거장 펜데레츠키 별세

    교향곡 ‘한국’ 발표한 폴란드 거장 펜데레츠키 별세

    교향곡 5번 ‘한국’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폴란드 작곡가 겸 지휘자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가 29일(현지시간) 고향 크라쿠프에서 별세했다. 86세.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펜데레츠키의 아내 엘즈비에타가 설립한 루트비히 판 베토벤 협회는 펜데레츠키가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크라쿠프음악원을 졸업하고, 모교 교수가 된 펜데레츠키는 1959년 ‘10개의 악기와 낭독 및 소프라노를 위한 스트로페’를 작곡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인 1960년 발표한 전위 음악 ‘히로시마 희생자를 위한 위령곡’은 그가 현대음악 거장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성 누가 수난곡’, ‘폴란드 레퀴엠’ 등 20세기 음악사에 기록될 다수의 작품을 선보이며 ‘폴란드의 음악대통령’으로 추앙받았다. 그의 음악은 영화에서도 즐겨 사용됐다.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공포영화 ‘엑소시스트’(1973),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1980),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광란의 사랑’(1990) 등에 삽입됐다. 9·11테러 당시 반폭력 정신을 담은 피아노협주곡 ‘부활’을 작곡하는 등 사회 참여적인 작곡가로도 유명하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1991년 한국 정부로부터 광복의 의미를 담은 작품을 위촉받아 ‘한국’이라는 부제가 붙은 교향곡 5번을 발표했다. 2009년 서울국제음악제 명예예술감독으로 위촉돼 내한했다. 지난해 서울국제음악제에서 내한공연을 펼치려다 건강상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근대 호텔로… 시간여행 ‘체크인’

    근대 호텔로… 시간여행 ‘체크인’

    왁자지껄한 광장을 뒤로하고 전시장 문을 여니 고풍스러운 근대 호텔의 로비가 눈앞에 펼쳐진다. 레드카펫을 연상시키는 붉은색 계단과 대형 커튼 뒤로 손님들이 음료를 즐기며 쉴 수 있는 라운지 공간이 있다. 그뿐 아니다. 객실은 물론이고 식당, 수영장, 공연장, 심지어 이발소까지 웬만한 호텔 시설이 다 들어섰다.경성의 중앙역이자 옛 서울역사인 문화역서울 284가 이번엔 호텔로 변모했다. 오는 3월 1일까지 열리는 기획전 ‘호텔사회’에서다. 근대 여행이 기차의 발명과 함께 시작됐다는 점에서 장소와 딱 맞아떨어지는 전시다. 1880년대 근대 개항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호텔 문화가 도입되고, 확산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재현했다. 건축, 설치, 사진, 영상, 디자인, 회화, 현대음악, 다원예술 등 다양한 분야 작가 50여명이 참여하고, 국내 주요 호텔 8곳이 협력했다. 중앙홀 왼편의 3등 대합실은 1960년대 최초로 호텔에 생긴 수영장과 온천 사우나 문화를 놀이터 콘셉트로 재구성해 눈길을 끈다. 각기 다른 크기와 재질의 물웅덩이를 형상화한 설치 조각, 호텔 수영장 ‘풀 바’에서 영감을 받은 ‘라운지 바’ 등을 만날 수 있다. 라운지 바에선 매주 금·토·일 오후 3~5시 선착순 50명에게 무알코올 칵테일을 제공한다. 호텔 간판에서부터 객실열쇠, 뷔페 식기와 조리 도구, 1963년 워커힐호텔에서 시작된 극장식 공연문화에 관한 자료 등 아카이브 전시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워커힐 개관 무대에 오른 루이 암스트롱과 밀스 브라더스 같은 해외 유명 가수들의 공연 사진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정치인과 재벌들이 단골로 드나들었던 호텔 이발소를 재현한 공간도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인터넷 예약을 통해 무료로 클래식한 스타일의 바버샵 체험이 가능하다.2층 안쪽에 깊숙이 자리한 다섯 개 방은 작가들이 저마다 해석한 객실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백현진 작가의 ‘낮잠용 대객실’은 어두운 조명 아래 수십개의 매트리스를 쌓아올려 만든 수면용 방이다.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 매트리스에서 맘껏 쉴 수 있다. 김노암 작가 등이 꾸민 ‘호텔, 루시드 드림’은 호텔리어들의 육성과 호텔을 배경으로 한 영화 장면 등을 상영해 특별한 감상을 전한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매력은 전시장 곳곳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공연과 퍼포먼스에 있다. 트롤리로 짐을 옮기다 가방을 쏟는 벨보이, 청소 카트를 밀며 수다를 떠는 메이드, 그리고 신여성 나혜석과 최승희, 윤심덕을 불쑥 마주치더라도 놀라지 마시길. 이외에도 경기소리꾼 이희문과 함께 떠나는 오방신의 세계, 경성판타지 마술공연 등이 펼쳐진다.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www.seoul284.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람은 무료.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재독 작곡가 박영희 前 브레멘대 교수, 여성·동양인 첫 ‘베를린 예술대상’ 수상

    재독 작곡가 박영희 前 브레멘대 교수, 여성·동양인 첫 ‘베를린 예술대상’ 수상

    재독 작곡가 박영희 전 브레멘 국립예술대 교수가 10일(현지시간) 독일예술원의 2020년 ‘베를린 예술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박 전 교수의 수상은 여성 최초이자 동양인으로서도 처음이다. 주독 한국문화원은 6년 주기로 음악 부문에 수여되는 ‘베를린 예술대상’에서 박 전 교수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고 이날 전했다. 독일예술원은 “박영희는 미학적으로 일관되고 인본주의적 방식을 통해 독특하고 풍부한 작품을 창조했다”면서 “또한 다른 세계 예술가들과 다음 세대 작곡가들에게 자극과 본보기가 됐다”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박 전 교수는 서울대 작곡과 및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학술교류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돼 독일로 건너갔다. 이후 스위스 보스빌 콩쿠르 우승, 도나우에싱겐 현대음악제 등을 통해 유럽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2011년까지 브레멘 국립음대에 재직했다. 브레멘 국립음대 주임교수 임명은 여성이자 동양인으로 최초였으며, 그는 이 대학에서 부총장까지 지냈다. ‘베를린 예술대상’은 순수미술, 건축, 문학, 음악, 공연예술, 영화 등 6개 부문 중 1개 부문에 대해서만 6년 주기로 대상 수상자를 선정하며 리게티, 메시앙, 피에르 불레즈 등이 이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음악은 세계공통어’ 과학적 근거 찾았다

    [달콤한 사이언스] ‘음악은 세계공통어’ 과학적 근거 찾았다

    폴란드 안과의사 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는 19세기부터 20세기 초 1차세계대전까지 수 많은 전쟁을 지켜보면서 인류가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면 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자멘호프는 유럽에서 사용되는 9개 언어에서 공통점을 뽑아 ‘희망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세계공통어 에스페란토를 만들었다. 이상은 뛰어났지만 현재 에스페란토를 사용하는 나라나 사람들은 거의 없다 싶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인류가 감정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음악가들은 음악이야말로 세계 공통어라는 주장을 펴왔지만 정확한 근거는 없었다. 그런데 인문사회학자와 데이터 과학자, 생물학자들이 모여 전 세계의 음악을 분석한 결과 ‘음악은 세계 공통어’라는 과학적 근거가 있음을 밝혀내 주목받고 있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22일자)에 2편의 논문으로 나란히 실렸다. 세계 곳곳의 다양한 음악들은 표면적으로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음악학자들도 몇 가지 공통적 특성만을 갖고 ‘음악은 세계 공통의 언어’라고 주장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0세기 가장 유명한 음악가이자 지휘자, 작곡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레너드 번스타인도 “범용성은 지나치게 큰 개념으로 함부로 쓰기는 위험한 단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민족학적 차원에서 보편성이나 공통성은 개별성, 지역성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번 연구는 음악에는 분명히 인류 공통성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로 음악을 데이터로 변환시켜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데이터과학부, 심리학과, 인간진화생물학과, 프린스턴대 정치학과, 로체스터대 음대, 미주리주립대 음악학과, 워싱턴대 정치과학과, 보스턴대 심리학과, 펜실베니아주립대 인류학과, 뉴질랜드 웰링턴 빅토리아대 심리학부, 독일 막스플랑크 경험미학연구소, 콘스탄츠대 심리학과, 캐나다 맥길대 언어학과 공동연구팀은 전 세계 493개의 사회와 부족의 전통음악을 녹음해 채보하고 대표적인 현대음악들도 분절로 나눠 장르, 악센트, 피치, 멜로디, 음악 중간 휴지기 등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모든 문화들에서 음악을 만들어 내고 유사한 맥락에서 유사한 형태와 박자의 음악을 사용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쉽게 말하면 댄스음악은 빠르고 리드미컬하고 자장가는 부드럽고 느리다는 것이다. 또 명상곡은 발라드곡보다 음 간격이 좁고 촘촘하다는 것도 새로 밝혀냈다. 이는 전혀 교류가 없던 사회에서 만들어진 전통음악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인간 인식의 공통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한편 오스트리아 빈대학 인지생물학과 연구진은 민족음악학이라고 불리는 음악인류학적 관점에서 음악을 분석해 ‘노래 속에서의 세계’라는 제목의 논문을 같은 날 발표했다. 이들 역시 전 세계 전통음악들을 분석한 결과 인간의 음악성이라는 것은 매우 소수의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여 왔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인류는 생물학적으로 음악의 핵심이나 중심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공유한 상태에서 개별 문화나 사회적 특성에 따라 세분화돼 전혀 다른 음악처럼 느껴지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뮤엘 메어 하버드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류학과 심리학을 데이터 과학과 융합시킴으로써 음악학 분야에서 오래된 문제에 대한 일종의 해답을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크다”며 “인류가 만들고 즐기는 다양한 음악들의 기초가 되는 인지적 보편성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를 진행한 테쿰세 피치 오스트리아 빈대학 교수(진화생물학)는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음악들은 인간의 공통된 생물학적 기반에서 주어진 음악적 능력이 개별 문화를 만나면서 다양한 형태로 갈라지게 된 것”이라며 “인간의 음악성이 전 세계적 문화를 하나로 결합시키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천재 음악가’ 윤이상이 유학 시절 아내에게 보낸 편지

    ‘천재 음악가’ 윤이상이 유학 시절 아내에게 보낸 편지

    세계적인 현대 음악가 윤이상(1917~1995)이 프랑스, 독일 유학 시절 아내에게 보낸 편지가 60여년 만에 책으로 출간됐다. ‘여보, 나의 마누라, 나의 애인’(남해의봄날)이다. 1917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통영에서 자란 윤이상은 1956년 프랑스 파리로 유학길을 떠났다. 파리의 국립고등음악원에서 토니 오뱅에게 작곡을, 피에르 르벨에게 음악 이론을 배우고 1957년에는 독일 베를린으로 옮겨가 서베를린 음대에서 수학했다. 열 살 차가 나는 아내 이수자는 부산에서 홀로 딸 정이와 아들 우경을 키웠다. 윤이상은 아내에게 가족에 대한 사랑, 유학 생활의 어려움 속에서도 빛나는 음악에 대한 깊은 열망, 고향 통영에 대한 향수,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 등을 담아 편지를 보냈다. “우리의 아름다웠던 봄풀이 싹틀 때 시냇가에서 우리 식구들의 소요(逍遙)가 생각나는구려. 이런 즐거운 생활은 내가 작품을 써서 유명하게 되는 것에 지지 않을 만치 중요하고 아름다운 것. 나의 마누라, 내가 당신을 알뜰히 생각하는 동안 나의 마음은 당신과 같이 고국의 산천을 헤매고 있소.”(1958년 1월 17일) 존 케이지, 슈토크하우젠, 백남준 등 당대를 대표하는 음악가들과의 조우를 언급한 대목도 눈에 띈다. 1958년 9월, 윤이상은 세계 현대음악의 가장 전위적인 실험장이었던 독일 다름슈타트에서 열린 국제현대음악 하기강습회에 참석해 여러 음악가와 교류한다. 본인 스스로는 ‘어디까지나 음악 속에 순수하게 머물고 싶으며 신기한 것으로 앞장서는 선수가 되기는 싫다’면서도 전위적인 퍼포먼스로 이름을 날린 백남준에 대해서는 찬사를 보냈다. “여기 같이 있는 백남준 군은 다행히 머리가 좋고 또 그런 심미안도 있는 것 같소. (중략) 생각해 보오. 피아노 연주에서 소리다운 소리는 전혀 없고 유리를 깨고 피스톨을 쏘고 하는 음악을… 백군 스스로도 ‘음악’이라는 용어를 여기서부터 분열시켜야겠다고 말한 바가 있소.”(155쪽) 5년 세월이 흐른 1961년 9월이 되어서야 윤이상은 아내와 함부르크에서 재회한다. 1964년에는 딸과 아들도 독일에 입국, 마침내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인다. 책 마지막 장을 장식한 가족의 모습이 그렇게 화기애애할 수가 없다. “여보! 우리 예전같이 손잡고 산보해요. 저녁이 붉게 타면 우리는 소년소녀들처럼 노래 불러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이 소리는 30세가 된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기념音입니다

    이 소리는 30세가 된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기념音입니다

    900여 마을서 채록 1만 8000여곡 21일 개관 서울우리소리博에 보존한국 토속민요를 발굴하고 기록해 온 MBC 라디오 스팟방송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가 30주년을 맞았다. 제작진이 전국 900여 마을에서 채록한 노래 1만 8000여곡은 오는 21일 개관하는 서울우리소리박물관에 보존된다. 12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30주년 간담회는 최상일 PD(가운데), 가수 타이거JK(왼쪽), 재주소년(박경환)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기획 단계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를 이끌어 온 최 PD는 “방송 인생이 다 이쪽으로 할애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민요가 숨어 있다가 저를 불러들인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 PD는 “급속한 산업화 때문에 사라져 갔던 전통사회의 대중적인 노래를 다시 전파하는 매력은 고고학자가 문화재를 발견하는 것 같은 일”이라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은 인물로 강원 동강에서 만난 할머니를 떠올렸다. “글만 읽는 남편에게 시집와 혼자 밭을 갈고 애를 낳아 기른 할머니는 고단한 인생 역정을 아라리로 불러주셨습니다. 3개월 후 방문했는데 그새 돌아가셨더라고요. 그분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 인생이 다시 생각납니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30주년을 기념해 토속민요를 현대음악과 접목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타이거JK, 윤미래, 비지가 속한 MFBTY는 아리랑에 힙합을 접목한 ‘되돌아와’를 만들었다. 재주소년은 북제주 갈치 잡는 소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갈치의 여행’을 작업했다. 최 PD는 서울우리소리박물관 초대관장으로서 우리 민요의 보존과 활용에 앞장설 예정이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늦가을 창작음악의 재연,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늦가을 창작음악의 재연,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비욘더보더(Beyond the border)”의 개성 강한 여섯 명 중견 여성작곡가들은 현대음악전문 연주단체 ‘앙상블 엑스(Ensemble X)’와 함께 다시 청중과 만난다. 오는 11월 10일 일요일 오후 2시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홀에서 열리는 이번 음악회에서는 창작음악의 재연이 사실상 불가능한 국내 음악환경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문화체육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과 더불어 국내 음악계에 창작음악 재연공연이라는 경계넘기(Beyond the border)를 선보인다. 국내에서는 전무후무하게도 여성작곡가들만으로 5년간 창작음악을 굳건히 이어온 <Beyond the border>의 다섯 번째 시리즈는 김연수, 박경아, 안희정, 이한신, 임현경, 장춘희의 작품이 연주된다. 시리즈 첫 번째 음악회에서는 ‘attacca’(악장과 악장을 연결해 연주)라는 주제로 각기 다른 작품 간의 경계넘기를, 두 번째 음악회에서는 ‘being’이라는 주제로 작곡가들의 개성과 음악회의 특이성 간의 경계넘기를, 세 번째 음악회에서는 ‘Space’라는 주제로 공간의 경계넘기를, 드뷔시 서거 100주년 기념 2018년 네 번째 음악회에서는 ‘전통, 그리고 새로움’이라는 부제로 드뷔시 음악요소들에 재접근해 드뷔시에 대한 충실함과 배반의 창작적 새로움에 대하여 공연한 바 있다. 국내 창작 활동 중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음악의 재연공연은 단지 고전음악의 재해석이나 동일연주단체의 재연과는 차원이 다른 ‘해석 자체의 경계 넘기(Beyond the border)’이기에 작곡가-연주자-청중-시간-공간의 고정된 입장은 사라지게 되고 다중관계적 접힘과 펼침의 ‘감각적 확신(sinnliche Gewissheit)’ 또는 자크 랑시에르가 말한 법정치제도 이전의 ‘감각적 분할(Le partage du sensible)’의 재배치에 대한 작곡가 스스로의 폭로를 만끽하게 만든다. 규정되고 정의된 논리적 대립 아닌 인간 경험의 감각적 형태를 바꾸는 해방된 청중-연주자-작곡가의 새로운 관계이자 변형들을 창안하는 것으로 작곡가가 포함된 청중은 퍼포먼스에 참여하는 것이고 그들 나름의 시를 짓게 된다. 즉, 창작의 원인-결과가 분리된 해방이자 작곡가 스스로 청중이자 구경꾼이 되는 청중의 해방, 청중인 우리 각자의 해방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해석이 열리게 된다. 이미 작곡을 했고 그 사실에 대한 해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은 하나의 이야기를 말하는 두가지 방식이었던 것이다. 가로질러야 하는 경계들과 교란시켜야 할 감각 분할에 대한 이 이야기들이 현대예술의 시사성과 만나는 바로 그 접점들이 된다. 작가가 단지 또다른 작가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해석은 다른 청중 곁에서 무엇을 창발하는 지를 밝혀보려는 청중이 되는 것이다. 실재란 삶의 실제가 그러하다는 것을 밝히려는 것이기에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고통, 상실, 박탈, 실패에 이르게 된다. 그런 실재에의 실패의 경험은 우리에게 비극이나 도덕적 상기를 쥐어 주고 이를 통해 재연의 해석은 윤리 즉 사회성 자체에 대한 사유를 인도하게 된다. 그래서 현대음악 재연의 해석은 개별 음악의 통로를 거쳐 보편추상화된 정치윤리적 실천을 드러낼 수 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이렇게 환대하듯 가을 일요일 오후 그 현장에 참여해 보시기를 권한다. “실재의 사막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앙상블 엑스’는 그 이름 ‘엑스(X)’에 음악 작품 따라 함수처럼 변화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현대음악전문 연주단체로 지휘자 양정민을 포함하여 8명의 젊은 연주가들로 구성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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