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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현서의 각양각세] 2020년이 두려운 ‘우주의 원더키디’

    [송현서의 각양각세] 2020년이 두려운 ‘우주의 원더키디’

    혹자는 2020년을 ‘원더키디의 해’라고 부른다.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이하 2020 원더키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이 만화가 1989년 KBS에서 방영된 국산 애니메이션이라는 것과, 소름이 끼칠 정도로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했다는 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환경이 오염되고, 지구인들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기 위해 우주로 떠난다는 내용은 2020년 현재 기준으로 그다지 획기적이지 않은, 흔하디흔한 스토리에 불과하다. 영화와 문학작품에 그려진 암울한 미래  ‘2020 원더키디’를 포함해 2020년 전후의 미래를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와 문학작품에서는 디스토피아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현대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암울한 미래를 그린 대표적인 디스토피아 영화로는 ‘블레이드 러너’(1982), ‘가타카'(1997),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 '아이 로봇'(2004), '토탈리콜'(2012) 등이 있는데, 나열하고 보니 의문이 든다. 왜 많은 사람들은 과학이 고도로 발전한 미래를 그토록 암울하게만 예측했을까. 실제로 21세기를 약 20년이나 보낸 지금, 우리는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근심이 깊어졌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사람들이 대다수의 혁신적인 산업 및 기술과 그것이 가져온 또는 가져올 부작용을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혜택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유발하는 미세먼지를 비난하면서도 자동차 없이는 못 살 것처럼 구매에 눈독을 들이고,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하면서도 보다 신박한 기능을 장착한 신형 스마트폰을 기대하며, 로봇에 잠식당할 것을 우려하면서도 인공지능(AI)이 내장된 스마트 기기로 일상을 채운다. 진짜 두려운 것은 기술 혁신을 잘못 사용하는 인류이쯤 되니 ‘2020 원더키디’ 등 다수의 디스토피아 작품들이 두려워한 것은 기술의 혁신이 가져올 부정적 미래가 아닌, 이를 ‘틀리게’ 사용해 부작용을 초래할 인류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들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당할 것이라고, 그리하여 결국 우리 스스로를 파괴하고 말 것이라며 인류를 못내 못 미더워했던 것이 아닐까. 더불어 새로운 기술과 과학의 순기능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것이 아닐까. 뉴욕타임스는 과학 및 산업 혁명에 따라 반드시 일어나게 될 기술 발전에 대해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것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모르는 기술에 대한 사회의 제어능력을 의심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놀랍게도 이러한 진단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41년 전인 1979년에 나온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회의 제어능력이란 결국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태도다. 그러니 우리는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신선하고 새로운 기술 그 자체를 우려하기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것이 훨씬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 치열한 고민의 결과와 행동에 따라, 2020년이 ‘2020 원더키디’보다는 한 뼘이라도 더 나은 현실이 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날것의 언어로 자유 외쳤던 시인 김수영… 그의 연인이자 아내인 것이 고마울 따름”

    “날것의 언어로 자유 외쳤던 시인 김수영… 그의 연인이자 아내인 것이 고마울 따름”

    한국 문단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뚫고 꿋꿋하고 공고하게 융성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때론 누구는 체제를 찬양하고 또 누구는 침묵했지만, 많은 문인들은 자신의 정신과 삶을 글로 말로 풀어내면서 시대를 이야기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이자 한양대 국문과 교수가 한국 문단의 큰길을 만든 인물을 조명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그들의 삶과 철학을 함께 들여다보며 문단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그리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시인 김수영(1921~1968)은 한국 현대문학사의 뜨거운 상징으로서, 아직도 탕진되지 않는 신화를 거느리고 있는 드문 사례에 속한다. 해방 후 그의 시는 다음 세대들에게 가장 광범위한 감염력을 가진 선행 모델이 돼 주었다. 누구보다도 치열한 정직성과 현실참여 의지로 시를 썼던 그는 그릇된 것들에 대한 철저한 부정 정신으로, 흔치 않은 비판적 지성으로, 자유와 혁명을 향한 역동적 언어로 기억되고 있는 위대한 시인이다. 그런 그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였을까? “거칠기 짝이 없는 우리 집안의/ 한없이 순하고 아득한 바람과 물결―/ 이것이 사랑이냐/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나의 가족’)라는 구절에서 보듯, 그것은 순하고 아득한 사랑의 물결에 감싸인 낡은 둥지 같은 것이었다. 지난해 말에 찾아뵀던 김현경 여사는 김수영에게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가를 실감 있게 들려주었다. 이미 ‘김수영의 연인’(2013)에서 기억 속의 남편을 선명하게 재현한 바 있는 그녀는, 생전 남편이 남겼던 창작 일화나 소소한 삶의 맥락까지 아득하게 전해 주었다. 김현경은 진명여고 2학년이던 1942년 5월 김수영을 만났다. 여섯 살 위 김수영을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줄곧 따랐고, 1950년 초 서울 돈암동에 신접살림을 차렸지만 곧이어 터진 전쟁이 그들을 갈라놓았다. 휴전 후 김수영과 다시 결합하여 정착한 곳이 성북동이었다. 그로부터 시인이 타계하기까지 김현경은 시인의 가장 가까운 벗이자 독자로 함께 살았다. 지금도 남편과 자신이 수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열정을 지켜 주었노라고 말하는 그녀는, 남편이 오래전 세상을 떠났지만 자신을 향한 그의 마음이 오늘의 자신을 붙잡아 주고 지켜 주고 있다고 고백한다. 시인의 시간을 그대로 품은 책과 유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살면서 아직도 자신이 ‘시인의 연인, 시인의 아내’인 것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한다. 김현경 여사는 1927년생이다. 수업 시간에 김수영 초기작 ‘토끼’를 말할 때 그의 아내가 토끼띠라고 이야기한다고 하니, “토끼띠 맞습니다. 김수영 시인은 닭띠고요. 우리가 양계를 했잖아요. 양계장 안에 토끼도 길렀어요”라고 웃으면서 말을 건네신다. 김수영이 1921년생 닭띠이니 내년은 김수영 탄생 100주년이 된다. 전후를 풍미했던 조병화나 김종삼도 동갑내기들이다. “조병화 선생 부인은 진명여고 3년 선배예요. 부덕이 훌륭한 사람이었지요.” 그러고 보니 김현경 여사는 현대사의 쟁쟁한 인물들과 관계가 깊다. 작곡가 김순남이 친척 오빠였고, 젊은 시절 임화, 오장환, 박인환 등과도 교유가 깊었다. 이화여대 영문과 다닐 때 정지용 선생께 배우시지 않았느냐고 여쭙자 “그때 시경을 가르치셨어요. 판서를 내가 했어요. 시경에 실린 한시를 한자로 쓰는데 참 열심히 칠판에 가득 썼어요”라고 들려주신다. 정지용 선생 댁에는 안 가보셨냐고 하자 어제인 듯 선명한 기억을 풀어놓는다. “돈암동 얌전한 기와집에 사셨어요. 근데 이화 그만두시고 녹번리로 가셨어요. 녹번리 댁은 한 번 갔거든요. 겨울철인데 한 번 술이 취하셔 가지고 나 혼자 못 간다고 그러시면서 함께 녹번리까지 갔어요. 참으로 학식이 대단하셨고 라틴어나 영어도 대단하셨지요. 한문은 물론이고요.” 김현경 여사의 첫사랑 이야기는 워낙 유명하다. 그의 첫사랑인 시인 배인철은 그때 매우 이례적으로 ‘흑인시’(黑人詩)를 쓰던 사람이었다. “형님이 인천에서 손꼽는 유수한 실업가이면서 무역상이었어요. 서울과 인천을 걸어 오가기도 했는데 우리는 참 호흡이 잘 맞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다리도 안 아팠어요. 얘기를 거침없이 한 거지요. 그러던 어느 날 남산에서 그분이 머리에 총을 맞았어요. 첫사랑이었고 처음 연애다운 연애를 한 사람이에요.” 그렇게 배인철은 김현경 여사와 데이트 중 누군가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으로 김현경 여사는 이화여대의 연애금지 학칙을 어겨 제적을 당한다. 그리고 김수영과 다시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김수영의 1950년대는 실존적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는 명동 문청들 사이의 히로인이었던 김현경과 결혼하여 짧은 시간 행복한 생활을 했지만, 6·25전쟁이 터지면서 결혼 4개월 만에 의용군에 강제 동원됐고, 거기서 야간탈출했다가 체포돼 거제 포로수용소에 갇히게 된다. 거제에서 아산 수용소로 이동한 그는 1952년 12월과 1953년 2월 사이로 추정되는 어느 시점에 아산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나온다. 그리고 바로 부산으로 간다. 그때 ‘자유세계’ 편집장이었던 소설가 박연희의 청탁으로 1953년 5월 ‘조국에 돌아오신 상병포로 동지들에게’를 쓴다. 시인 박태진의 주선으로 미8군 수송관 통역으로 취직하였지만 곧 그만두고 모교 선린상고 영어교사로 잠시 근무했다. 그해 늦가을에서 초겨울 사이 어느 날 그는 서울로 올라와 ‘주간 태평양’ 편집부에 근무하게 됐고, 그 후로 타계할 때까지 서울에서 쭉 살았다. 1952년 말부터 1954년까지의 김수영은 포로수용소에서 나와 통역으로 교사로 잡지사로 동선을 옮겨 갔고, 공간적으로는 포로수용소(거제·아산), 부산과 대구, 서울로 옮겨 갔다. “그때 시 한 편이 얼만가 하면 30원이에요. 근데 그분 시는 팔렸어요. 다른 사람들은 지면이 거의 없었지요. 한 달에 시 한 편 정도 쓰고 나머지 시간은 번역에 매달렸어요. 공터에다 닭을 길렀는데 잘되었어요. 1961년인가 쌀 파동이 일어나 쌀이고 뭐고 십 배로 뛰었어요. 덩달아 옥수수도 모이도 다 수입이어서 사료 값이 너무 오르고 알 값은 떨어지는 거예요. 거의 십 년 가까울 때 내가 딱 생각하고 그만뒀어요.” 김현경은 참으로 강인한 생활력을 가진 분이었다. 이렇게 김수영은 생애 내내 김현경이라는 삶의 동반자이자 매니저이자 동지와 함께했다. 생활의 구체는 물론 시의 초고를 가지런히 정서하는 일도 그녀의 몫이었다. 김수영은 자기 책이건 남의 책이건 읽으면서 낙서나 언더라인을 치고 책장을 접어 헌책으로 만드는 것으로 자신의 정력적인 독서력을 가진 이였다. 손때와 흔적이야말로 그의 책 읽기의 결실이었다. 김현경은 이러한 흔적을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남편 사후에 의상실 경영에 미술 컬렉터 및 디렉터로 줄곧 활동하면서 살았다. 나날의 난경과 고독도 시인의 연인이요 아내라는 자의식으로 넘어설 수 있었다. 두루 알다시피, 김수영은 사랑의 시인이다. 그는 ‘사랑’이라는 작품에서 “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배웠다 너로 해서// 그러나 너의 얼굴은/ 어둠에서 불빛으로 넘어가는/ 그 찰나에 꺼졌다 살아났다/ 너의 얼굴은 그만큼 불안하다// 번개처럼/ 번개처럼/ 금이 간 너의 얼굴은”이라고 노래했다. 사랑의 낭만적 분위기와는 반대편에서 사랑의 모순과 복합성을 날카로운 이미지로 포착한 작품이다. 그에게 사랑이란 불멸의 것도 영원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번개처럼 금이 간 사랑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출렁이게 하는 매혹이 아니던가. 김수영은 이러한 번개 같은 순간의 사랑을 여러 흔적으로 남겼다. 그는 자신의 시나 산문에서 여성들에 대한 여러 경험과 기억을 토로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는 김수영의 유일한 여인은 아내 김현경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김수영은 언젠가 “시를 쓰는 나의 친구들 중에는 나의 시에 ‘여편네’만이 많이 나오고 진짜 여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는 친구”(‘미인’)도 있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바로 “나는 닭띠이고 나의 아내가 바로 토끼띠”(‘토끼’)인 김수영과 김현경 사이의 사랑과 이별, 재회와 사랑으로 이어지는 굴곡의 여정이 김수영만의 사랑의 역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니 그의 시편에 ‘여편네’가 많이 나오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김수영 작품에서 출몰하는 여러 여성들은 김현경에 비하면 김수영에게 잠깐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김현경은 시인이 글을 쓸 때 소리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자, 소음이 없는 서강 언덕을 거주지로 택하기도 했다. 시인의 삶과 정서와 기분까지 헤아렸던 그녀는 그 점에서 김수영의 가장 순하고 아득한 둥지였을 것이다. 그 ‘유일한 여인’ 김현경이 “50년이 못 돼서 가셨으니까 얼마나 안 됐어요?” 하면서 김수영으로 하여 자신이 행복했음은 물론 우리 문학사도 풍요로워졌다는 것을 지금도 기뻐하노라고 한다. 번개처럼 불안하기는 했지만,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었던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봉준호 영화 네 편, 美 대학서 배운다

    봉준호 영화 네 편, 美 대학서 배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5일(현지시간) 열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수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봉 감독의 영화들이 미국 대학 수업 교재로 쓰이게 됐다. 4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한인매체 ‘뉴스앤포스트’에 따르면 조지아공대가 4학년 학생을 대상하는 고급 한국어 수업 강좌로 ‘한국영화: 봉준호 특집’을 개설했다. 2003년 개봉해 흥행한 ‘살인의 추억’을 비롯해 ‘괴물’(2006년), ‘마더’(2009년), ‘기생충’(2019년) 등 네 작품을 교재로 삼아 한국의 현대사회를 공부하는 내용이다. 수업을 맡은 김용택 교수는 뉴스앤포스트에 “문학이나 음악을 통한 한국 근현대사 수업을 해본 적은 있었지만 영화를 소재로 수업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봉 감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워낙 좋고, 봉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고 아카데미 후보에도 올라 어느 때보다 관심을 많이 받고 있어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봉 감독 작품들을 다 봤는데, 연구할 것도 많고 토론할 것도 많다는 판단에서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이 수업은 조지아 공대 학생이 아니어도 주 내의 대학 재학생이면 ARCHE라는 시스템으로 수강 신청이 가능하고 학점도 받을 수 있다. 일반인도 특수학생으로 등록하면 청강이 가능하다. 한편 할리우드 연예매체 ‘더랩’은 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기생충 등 봉준호 영화 4편, 美 대학 수업 교재로 “현대사 공부”

    기생충 등 봉준호 영화 4편, 美 대학 수업 교재로 “현대사 공부”

    영화 ‘기생충’을 비롯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4편이 미국 대학의 수업 교재로 쓰이게 된다. 4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 현지 한인매체 ‘뉴스앤포스트’에 따르면 조지아공대(일명 조지아테크)는 4학년 학생 대상의 고급 한국어 수업 강좌로 ‘한국영화: 봉준호 특집’(강좌코드 KOR 4183)을 개설했다. 해당 강좌에서는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4편 ‘살인의 추억’(2003년), ‘괴물’(2006년), ‘마더’(2009년), ‘기생충’(2019년)을 교재로 삼아 한국 현대사회를 공부하게 된다. 수업을 맡은 김용택 교수는 뉴스앤포스트와 통화에서 “문학이나 음악을 통한 한국 근현대사 수업을 해본 적은 있지만 영화를 소재로 수업하기는 처음”이라며 “봉준호 감독에 대한 학생 반응이 워낙 좋고, 봉 감독이 (칸영화제)황금종려상을 받고 아카데미 (예비)후보에도 올라 어느 때보다 관심이 많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강신청은 3~10일이며, 조지아공대 재학생이 아니라도 청강할 수 있다. 사진=네이버영화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반복된 외화내빈, 거세진 우먼파워

    반복된 외화내빈, 거세진 우먼파워

    미술계에 드리워진 침체의 골은 올해도 깊었다. 김환기(1913~1974)의 대표작 ‘우주’가 홍콩 경매에서 한국 미술품 신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지만 국내 주요 미술품 경매사의 낙찰액이 줄고, 갤러리 매출도 감소하는 등 명암이 뚜렷했다. ‘데이비드 호크니전’, ‘마르셀 뒤샹 회고전’ 등 흥행 대박을 터트린 해외 유명 작가의 대형 전시와 국립현대미술관의 50주년 기념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 등이 화제를 모았다. 공공 미술관장에 여성이 대거 기용되고, 주요 미술상 수상자로 여성 작가가 호명되는 등 어느 때보다 우먼 파워가 두드러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지난 11월 23일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김환기의 푸른색 전면점화 ‘우주’(1971)가 시작가 57억원의 두 배를 넘는 132억원(수수료 포함 153억원)에 낙찰돼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한국 미술품이 100억원을 돌파한 첫 사례였다. 한국 작가 작품이 세계 무대에서 재평가받고, 한국 미술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올해 미술계가 거둔 가장 큰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장들의 잇따른 해외 전시도 고무적이었다. 이우환(83) 화백은 지난 2월 프랑스 퐁피두 메츠센터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고, 김환기 사위인 한국 추상화 거목 윤형근(1928~2007) 회고전도 지난 5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선보였다. 미디어아트 거장 백남준(1932~2006) 회고전은 지난 10월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개막해 내년 2월까지 계속된다. 반면 국내 미술시장은 고사를 우려할 만큼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매 부진과 갤러리 매출 하락세가 지속되는 와중에 정부의 미술품 과세 강화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미술시장 침체 장기화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서울시립미술관이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연 ‘데이비드 호크니전’에는 관람객 37만 5000명이 몰렸다. 현존 작가 중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이 영국 화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전시 막바지에는 문이 열리기 전부터 줄을 서는 풍경이 펼쳐져 화제가 됐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4월 초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마르셀 뒤샹 회고전’도 23만 5000명을 불러모아 흥행에 성공했다.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은 국립현대미술관은 ‘광장’을 화두로 한국 미술과 근현대사 100년을 돌아보는 특별전을 선보였다. 서울관, 덕수궁관, 과천관 등 전관을 활용한 대규모 기획전으로 주목받았지만 복제품 논란 등 준비가 허술했고, 전시 자체도 혼란스럽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8월 일본 국제예술제 아이치트리엔날레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후’에 출품된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이 우익의 압박 등으로 전시 3일 만에 강제 중단돼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다. 전시 중단 경위를 조사한 일본 검토위원회가 최근 “표현의 자유의 부당한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려 또다시 논란을 야기했다. 올해 교체된 주요 공공 미술관장에 여성 수장이 대거 임명됐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 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최은주 대구미술관장,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장,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등이다.조은정 미술평론가는 “미술계 여성 종사자 비율을 따져볼 때 늦은 감이 있다”며 “성별이 아니라 능력으로 인정받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국내외 비엔날레에서도 여성 예술감독의 활약이 돋보였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은 김현진이 맡았고, 내년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와 제주국제비엔날레에선 각각 임수미와 김인선이 감독으로 선정됐다. 주요 미술상 수상자도 여성이 차지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은 수상자 이주요를 포함해 후보 4명이 모두 여성이었다. 이불(호암상 예술상), 김진(전혁림미술상), 박미화(박수근미술상) 등 다양한 미술상에서 여성 작가들의 성취가 돋보였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근현대사 명소 많은 강북…역사교육 나눔·체험 강점

    ‘3·1운동의 발상지 봉황각, 국립4·19민주묘지, 순국선열·애국지사 묘역, 근현대사기념관….’ 서울 강북구에 자리잡은 역사적 명소들이다. 구 혁신교육지구 학부모회는 이들 명소를 방문해 익힌 생생한 역사를 아이들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학부모 창의 한마당이나 마을학교 등 혁신교육지구 사업 기획에 대한민국 근현대사 지식을 활용한다. 교육의 한 주체인 학부모로서 스스로 역량 강화를 통해 보다 건강한 마을교육공동체 일원으로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구 관계자는 “지역에서 습득한 재능을 아이들과 나누고 소통하며 자아를 실현하자는 의미도 있다”고 전했다. 구는 마을 자원과의 연계 교육을 목표로 ‘학교 관계자와 함께하는 너랑나랑우리랑 스탬프 힐링 투어’도 진행한다. 북한산 숲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너랑나랑우리랑’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숨결이 깃든 시민들의 나들이 장소다. 올해 진행된 투어에 지역 내 학교 교장·교감, 교육지원청 직원 등 50여명이 참여했다. 마을과 함께하는 학교교육과정에는 역사탐방 프로그램이 편성돼 있다. 아이들의 근현대사 지식 함양을 돕고 우리 동네에 대한 자부심도 높여 주자는 의도다. 학생들은 교과서에서 벗어나 살아 숨 쉬는 역사 현장을 체험한다. 우선 근현대사기념관을 방문해 구한말 동학혁명에서부터 4·19에 이르기까지 독립·민주의 가치를 되새긴다. 우리나라 ‘최초’라는 상징성을 가진 선열들의 묘역 초대(初代)길에선 우리 역사의 튼튼한 뿌리를 보다 세세하게 짚고, 봉황각에 들러 독립에 대한 선열들의 굳건한 의지를 공유한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포용사회에서 생활SOC는 무엇인가/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월요 정책마당] 포용사회에서 생활SOC는 무엇인가/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마을’을 시작으로 ‘사랑방’, ‘동네’가 살아나고 있다. 처음엔 조용히 입에서 입으로 퍼지더니 이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정부에서도 자연스럽게 마을을 염두에 두는 시대다. 디지털경제 시대의 유연성은 일과 여가가 확실하게 분리되지 않는다.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 다름과 다양성이 어우러져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현대사회의 특징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와 학교 밖, 집과 집 밖, 일과 놀이의 경계가 약화된다. 모호한 경계가 중첩되는 결절점이 바로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이다. 과거와의 만남, 미래와의 만남이 동네에서 이루어진다. 운동도 할 수 있고 독서도 할 수 있다. 자기표현의 공간도 있다. 미래를 위한 기능 훈련도 한다. 공동 부엌에서 함께 요리도 한다. 그런 꿈같은 공간이 만들어진다. 집, 학교, 직장의 완충지대로 생활SOC가 자리 잡는다. 생활세계가 항만, 공항, 도로 등을 표현하는 SOC라는 표현과 결합하게 됐다. SOC와 생활이 조어가 되는 것은 새롭다. 생활세계가 가족이라는 사적인 영역으로 한정되지 않고 사회 기반 시설과 결합된다는 의미에서는 확장적이다. 지난 4월 정부는 ‘국민 누구나 어디에서나 품격 있는 삶을 사는 대한민국’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생활SOC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생활SOC 복합화사업은 주민의 서비스 수요 등 지역별 여건과 특성에 따라 지자체가 공공도서관, 국공립어린이집, 주민건강센터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생활SOC 10종 시설 가운데 2개 이상을 선택해 하나의 건물에 함께 건립하는 사업이다. 기존에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소관 시설 건립을 추진해 생기는 칸막이식 서비스 제공 문제와 건립 부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돌봄, 문화, 체육 등 통합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주민의 이용 편의성을 높이며, 서비스 간 연계 제공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생활SOC 10종 시설에 여성가족부 소관의 가족센터와 공동육아나눔터도 포함돼 있다. 한 부모, 다문화, 1~2인가구 등 가족의 형태가 점차 다양해지고 결혼과 가족에 대한 가치관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과 편견은 여전히 존재한다. 자녀·노부모 돌봄, 교육, 정서적 지지 등 전통적인 가족의 기능을 더는 가족 내에서만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족 구성원에 대한 선별적ㆍ개별적 지원으로는 가족이 처한 복합적인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곤란하다.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 전달 방식으로는 가족 구성원의 다양한 욕구에 대응하기도 미흡한 실정이다. 여성가족부는 기존에 가족상담·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던 건강가정지원센터 및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기능을 확대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가족 형태별, 자녀에서 노인까지 가족 구성원의 생애주기별 욕구에 맞는 가족상담과 교육, 돌봄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이웃·세대 간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가족센터 건립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경기 용인시, 서울 구로구 등이 가족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 서구 등 6개 지자체는 가족센터를 건립 중이다. 용인시 가족센터는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청소년성문화센터, 육아종합센터 등과 연계해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들의 공동육아 품앗이 활동과 자조 모임도 활성화돼 있다. 2020년에도 예산에 366억원을 반영해 64개 지자체가 신규로 가족센터를 건립하기 시작한다. 지역·계층·성별·연령에 상관없이 국민 한 사람도 차별받지 않는 포용사회를 위해 지역 중심의 보편적 가족서비스 제공 기관인 가족센터가 밀알이 되기를 바란다.
  • 소음 민원·고령화에… 사라지는 日 ‘제야의 종소리’

    보신각종을 서른세 번 치는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 대해 일제의 잔재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처럼 해가 바뀔 때 사찰 등을 중심으로 종을 치는 것은 일본 고유의 전통이다. 하지만 시대 변화와 고령화 등으로 이 풍습이 일본에서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29일 “소음 관련 민원 제기와 일손 부족 등으로 제야의 종 행사를 중단하거나 시간대를 변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인간의 108번뇌를 없앤다는 뜻으로 종을 108회 치는 전통 풍습이 각박한 현대사회의 찬바람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에 있는 1200년 역사의 고찰 교쿠조인은 올해부터 제야의 종 행사를 폐지했다. 해마다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려 성대하게 치러졌던 이 행사를 없애기로 한 것은 “시끄럽다”는 지역 주민의 민원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쿄의 한 사찰은 인근 주민들의 종소리 소음에 대한 민원 때문에 민사조정까지 받았다. 종 주위에 방음벽을 둘러치는 것으로 합의됐지만 지금은 종 치는 것을 포기했다. 시즈오카현 마키노하라시 다이타쿠지, 군마현 기류시 호토쿠지 등은 심야 종소리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 때문에 몇 해 전부터 제야의 종을 낮에 치고 있다. 여기에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타종 행사 담당 인력의 부족 문제도 자리잡고 있다. 지바현 마쓰도시 고류지는 타종을 맡아 줄 주민들을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올해부터 행사를 아예 중단했다.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 도초지는 고령 주민들의 체력적 부담을 감안해 타종 시간을 지난해부터 1월 1일 0시가 아닌 저녁으로 바꿨다. 하시모토 노리히사 소음문제종합연구소 대표는 “종소리에 대한 주민 불만은 그 자체가 주는 괴로움보다는 ‘타인이 내는 소리는 용납할 수 없다’는 불관용 심리가 주된 이유”라며 “일부의 불만을 이유로 전통 풍습 자체를 취소하기보다는 좀더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황규관의 고동소리] 전태일의 유토피아

    [황규관의 고동소리] 전태일의 유토피아

    대구시 중구 남산동 2178-1번지. 이곳에 가면 오래된 집 한 채가 있는데, 조용했던 그 집 주위에도 어김없이 재개발 바람이 불어 몇 년 전에 이미 ‘도시환경정비’가 대문과 담장을 허물어 버리고 말았다. 대구시 중구 남산동 2178-1번지는 우리 현대사에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곳이다.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가 최근 대구 시민들에 의해 알려지기 시작한 이 집은 소년 전태일이 살았던 곳이다. 가족이 가난에 휘둘려 이리저리 찢기는 와중에 가출했던 전태일은 영천을 거쳐 대구로 다시 와 그 사이에 서울에서 내려와 살고 있던 가족들과 재회한다. 그 집이 대구시 중구 남산동 2178-1번지에 있는 지금의 누옥이다. 남산동 집에서 가족들과 재회한 후 전태일은 인근의 청옥고등공민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청옥고등공민학교는 그 당시 명덕국민학교 내에 있었다. 고 조영래 변호사가 ‘전태일 평전’(아름다운전태일)에 옮겨 놓은 전태일의 일기에 따르면 그 시절이 전태일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음이 분명하다. 가을 체육대회를 하며 벅차오른 감정을 적은 것이다. “맑은 가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깊었으며 그늘과 그늘로 옮겨 다니면서 자라온 나는 한없는 행복감과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서로 간의 기쁨과 사랑을 마음껏 음미할 때 내일이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나는 내가 살아 있는 인간임을 어렴풋이나마 깨닫고 진심으로 조물주에게 감사했습니다.”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유토피아의 원형질로 남게 되는 법인데, 이것은 정치적이라기보다는 문학적 유토피아에 가깝지만 전태일에게는 그 모두를 뛰어넘는 어떤 절대적 순간이었던 듯하다. “서로 간의 기쁨과 사랑을 마음껏 음미할 때”는 도대체 어떤 상태일까. 상상만으로도 영혼에서 희열이 일어나는 이런 시간을 우리는 무어라 부를 수 있을까. 청옥고등공민학교와 남산동 2178-1번지가 그의 ‘마지막 결단’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돼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우연한 기회에 청옥고등공민학교 터가 있었다는 지금의 명덕초등학교 체육관을 바라보면서였다. 사실 전태일은 ‘마지막 결단’ 사흘 전에 대구에 내려와 청옥고등공민학교 시절의 친구 예옥을 만나 자신의 결단을 말하기도 했다.(‘사랑을 시작하다-전태일’ YTN 다큐멘터리) 소년 전태일의 집이 헐릴 위험을 직감하고 대구의 시민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먼저 ‘전태일시민노동문화제’를 열어 대구 시민들에게 전태일을 알리기 시작했고, 그다음 전태일이 살던 남산동 2178-1번지를 대구전태일기념관으로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사실 역사적 시간을 현재화하는 일은 그 물질적 흔적들을 가능한 한 많이 보존하고 기록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어 조 변호사의 기록물 ‘전태일 평전’이 없었다면 전태일의 ‘정신’이 지금처럼 남아 있을 수 있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기록되지 않은 것은 역사가 될 수 없다. 내 생각으로 대구전태일기념관의 일차적 의미는 이것이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전태일을 단순한 기념비에 가둘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부활시키는 데에 있다. 우리는 대구와 경북을 언제부터인가 역사적 반동의 땅으로 낙인찍고 있지만 그 지역은 해방 이후부터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열망이 가장 뜨거운 곳 중 하나였다. 우리는 독재자 박정희가 정치적 탄압을 통해 그 변화의 열망을 꺾어버리고 지역적 인연을 악용해 개인숭배의 땅으로 만들어 버린 사실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대구 시민들은 대구가 “전태일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 ‘창립선언문’)이지 단순히 군사 독재자가 태어난 고장이 아님을 선언하고 나섰다. 나는 이 언어가 부정의 땅에 긍정의 씨앗을 파종하는 가장 근원적인 정치라고 생각한다. 즉 현실 정치의 질곡을 넘어서는 ‘다른’ 정치의 시작 말이다. 따라서 현실 정치에 절망한 우리가 대구전태일기념관 건립에 힘을 보태는 것도 새로운 정치에 함께하는 방법 중 하나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대구 바깥의 민주주의자가 열외일 수는 없다. 대구전태일기념관 건립 시민모금의 계좌는 다음과 같다. 대구은행 504-10-351220-9 ㈔전태일의 친구들.
  • [사설] 옛 광주교도소 신원 미상 유골, 5·18 관련설 규명해야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암매장 장소로 지목됐던 옛 광주교도소의 무연고자 묘지 이장 과정에서 40여 구의 신원 미상 유골이 발견됐다. 교도소 내에서 사망한 무연고자는 1m 이상 깊이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들어진 합장묘에 안치되는 등 최소한의 절차와 형식을 갖춘 것과 달리 이 유골들은 관을 덮은 봉분 20㎝ 깊이 흙더미 속에서 무더기로 뒤엉킨 채 발견됐다. 법무부와 검경, 국방부, 의문사조사위, 5·18단체 관계자 등으로 꾸려진 합동조사반의 육안 조사 결과 구멍이 뚫린 두개골과 어린이로 추정되는 두개골도 나왔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매장 형태 등을 감안하면 5·18 당시 행방불명된 시민들의 유골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5·18 사적지 22호인 옛 광주교도소는 5·18 당시 3공수여단 등 계엄군이 사흘 동안 주둔한 곳이다. 2년 전 3공수여단 11대대 사병이 “시신 5구를 직접 암매장했다”고 증언하는 등 담양과 순천 등 광주 외곽으로 이동하던 시민들이 총격을 받아 희생된 곳이라는 증언들이 끊이지 않았다. 행방불명자로 신고된 사람은 공식적으로 448명이다. 전남대 법의학연구소는 행불자 가족들이 제공한 머리카락, 옷 등을 통해 이 중 295명의 DNA를 확보하고 있다. 광주시 또한 행불자 124명의 가족 혈액을 보관하고 있다. 최장 6개월에 이르는 DNA 확인 조사를 거쳐야 진실이 확인될 수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내년이면 40주년이다.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신군부 최고 결정권자인 전두환은 여전히 진실에 대한 고백도, 참회도 없이 국민과 역사를 우롱하고 있다. 39년 전 광주에서 흔적 없이 사라진 실종자 가족의 가슴에는 아직도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 철저하고 엄격한 DNA 조사로 암매장된 죽음의 진상을 밝혀내야 하며, 더불어 5ㆍ18 실종자들과 관련이 있다면 현대사의 비극을 재조명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 인물화, 시대를 담다

    인물화, 시대를 담다

    갤러리현대 개관 50주년 기념 특별전 첫 서양화 기법의 누드화 ‘해질녘’ 등 시대정신 구현한 작가 51명 작품 담아 근현대미술 100년 작가·사회 변화 표현평양 능라도를 배경으로 나신의 두 여인이 등을 돌리고 선 채 목욕을 하고 있다. 저 멀리 대동강 위로 불그스름한 노을빛이 어른거린다. 목욕하는 여인을 주제로 한 유럽 후기 인상주의의 전형적인 누드화를 닮은 이 그림은 1916년 도쿄미술대학 유학생 김관호(1890~1959)가 졸업작품으로 제작해 그해 ‘제10회 문부성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차지한 ‘해질녘’이다. 그러나 한국인이 서양화 기법으로 그린 최초의 누드화를 당시 조선인들은 볼 수 없었다. 김관호의 특선 소식을 대서특필한 ‘매일신보’는 ‘여인의 벌거벗은 그림인고로 게재치 못한다’며 사진을 싣지 않았다. 내년 개관 50주년을 맞는 갤러리현대가 191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근현대미술 100년을 인물화로 돌아보는 ‘인물, 초상 그리고 사람’ 전시의 첫 작품으로 ‘해질녘’을 선정한 취지도 이 그림을 통해 근대미술 태동기에 화가의 달라진 인식과 사회적 맥락을 동시에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관호를 비롯해 도쿄미술대학 졸업생인 고희동, 이종우, 오지호, 김용준의 1920~30년대 자화상이 나란히 소개된 점도 의미가 있다. ‘해질녘’과 자화상 5점은 현재 도쿄예술대학(도쿄미술대학 후신) 소장품으로 이번 전시를 위해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했다. 미술평론가 유홍준·최열, 미술사학자 목수현·조은정, 박명자 현대화랑 회장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전시에는 파란만장한 근현대사 흐름 속에서 당대의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자신만의 독창성을 화면에 담아낸 화가 51명의 작품 71점이 선보인다. 미술사적으로 귀중할 뿐 아니라 평소 만나기 어려운 희귀한 고전 명작들이다. 본관에서 열리는 1부 전시는 191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제작된 근대미술의 대표적 인물화가 장식한다. 1930년대에는 조선의 향토색이 드러나는 인물화가 많이 그려졌다. 조선미술전람회를 관장하는 일본 심사위원들이 식민지로서 조선의 특색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오지호의 ‘아내의 상’(1936), 이인성의 ‘가을 어느 날’(1934) 등이 인물의 형태와 의상, 배경 등에서 향토색이 두드러진 작품들이다. 1940년대에는 이쾌대의 ‘군상 Ⅲ’(1948)에서 보듯 해방의 기쁨과 좌우 이데올로기 갈등 속에서도 희망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려는 인물들이 등장한다.신관으로 이어지는 2부 전시에선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해방 이후 파란만장한 현대사를 건너온 한국인의 내면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인물화가 선보인다. 전쟁의 폐허에서 아이를 업은 단발머리 소녀를 그린 박수근의 ‘길가에서’(1954)와 소달구지에 가족을 싣고 남쪽 나라로 향하는 가장의 모습을 담은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1954)은 생사를 오가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삶을 이어 가는 인간의 본성을 옹골차게 담아냈다.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 화가의 자화상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담배를 피우는 여성의 옆모습을 그린 천경자의 ‘탱고가 흐르는 황혼’(1978), 폐교에서 발견한 칠판에 김치를 담그는 여성을 그린 김명희의 ‘김치 담그는 날’(2000) 등은 화가의 내밀한 감정을 투사한 자화상이자 시대의 초상으로 읽힌다.전시 마지막은 1980년대 이후 민중미술이 주목한 새로운 유형의 인물화를 한자리에 모았다. 이종구 ‘활목할머니’, 오윤 ‘비천’, 박생광 ‘여인과 민속’, 임옥상 ‘보리밭’, 신학철 ‘지게꾼’ 등을 통해 불의와 억압에 저항하는 능동적이고 강인한 인물상과 격변의 시대를 묵묵히 통과해 온 평범한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다. 자문위원인 유홍준 평론가는 “근현대 미술의 성장과 발자취를 이처럼 요약적으로 보여 주는 전시는 없었다”면서 “이번 인물화전이 근현대사를 새롭게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시는 18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열린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이은하 “쿠싱증후군 거의 극복, 현재 다이어트 중”

    이은하 “쿠싱증후군 거의 극복, 현재 다이어트 중”

    가수 이은하가 쿠싱증후군을 극복,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에서는 EBS 음악&인터뷰 다큐멘터리 ‘싱어즈-시대와 함께 울고 웃다’(이하 ‘싱어즈’)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이은하는 “쿠싱증후군 때문에 애를 먹었다”라며 “저는 어떻게 자연치유가 돼서 돌연변이로 디스코 협착은 거의 다 가라 앉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다이어트만 성공하면 된다. 거의 30kg 몸무게 찐 것 중에서 거의 20kg 뺐다가 앞으로 15kg 정도만 정리하면 건강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은하는 지난해 SBS ‘좋은 아침’에 출연해 쿠싱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 바 있다. 쿠싱증후군은 뇌하수체의 이상으로 부신 겉질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솔이 너무 많아서 생기는 병이다. 이은하는 스테로이드 처방이 문제가 돼 쿠싱증후군을 앓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EBS ‘싱어즈’는 격동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온 국민들의 시름과 애환을 달래주고 때로는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준 위대한 가수들을 집중 재조명하는 음악&인터뷰 다큐멘터리다. 오는 22일 오후 9시 35분 첫 방송. 사진=뉴스1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사설] ‘12·12’ 40년 자축한 전두환과 쿠데타 핵심들, 하늘이 두렵지 않나

    12·12 하극상에 의한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화 열망을 짓밟은 장본인들이 40주년을 맞은 그제 서울 강남 중식당에서 기념 오찬을 즐긴 사실이 밝혀졌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전두환씨를 가리켜 줄곧 “각하”라고 불렀다고 한다. 흔히 ‘12.12’로 불리는 군사반란은 당시 전두환·노태우로 상징되는 신군부가 군병력을 무단으로 동원해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체포한 뒤 군부를 장악한 사태를 말한다. 이후 전두환 보안사령관과 정호용 특전사령관, 최세창 3공수여단장 등은 다음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총칼로 진압하고 정권을 장악했다. 한국 현대사에 씻을 수 없는 비극을 낳은 출발점인 ‘12·12’에 대해 전씨 등이 참회하기는커녕 불도장과 샥스핀 등으로 구성된 1인당 20만원이 넘는 호화 식사로 자축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12·12의 동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 씨가 “병상의 아버지를 대신한다”며 광주의 국립 5·18 민주묘지에 참배하거나, 5·18 유가족들에게 거듭 사과하는 것과 대조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전재산이 29만원”이라는 말로 빈축을 샀던 전씨는 현재 추징금 1030억원을 납부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고, 세금 31억원, 지방세 10억원 등도 납부하지 않고 있다. 또한 알츠하이머를 앓는다는 핑계로 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 출석조차 거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쿠데타 자축 오찬에서 건강하게 계단을 걷고 대화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을 뿐 아니라 지난달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이쯤되면 전씨가 법과 국민을 노골적으로 조롱하고 역사를 습관적으로 모독한다고 볼수밖에 없다. 잘못된 과거를 제대로 단죄하지 않은 결과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전씨는 군사 반란과 내란 목적 살인 주범으로 1997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1997년 12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사면을 결정한 뒤 이를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에게 제안, 김대중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실행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모든 예우를 박탈당했지만, 여전히 매년 2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전씨에게 경찰력 경호를 지원하고 있다. 이는 내년 예산안에도 반영됐다.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그제 감옥에 갇힌 채 무릎 꿇은 전씨 동상이 등장했다. 국민적 울분과 함께 전씨 처벌에 대한 깊은 바람이 담은 것이다. 사법부와 검찰은 더 이상 전씨에 대한 법의 관대함을 거두고 엄정한 집행의지를 보여야 한다. 전씨가 ‘하늘의 벌’을 받기 전에 사법부로부터 정의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다시 권하고픈 책 ‘베스트 10’… 연말 마무리는 책과 함께 ^^

    연말입니다. 여기저기서 많이 팔린 책, 꼭 읽어야 할 책 목록을 내놓습니다. 책골남도 질 수 없죠. 1년 동안 지면으로 소개해 드렸던 책 가운데 다시 한번 권해 드리고픈 10권을 추려 봤습니다. 민주주의는 만능인가(가갸날)는 민주주의는 무조건 옳고 좋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합니다. 민주주의의 순항을 위해 유념해야 할 점도 잘 짚었습니다. 중국의 정치 체계를 제대로 알고 싶은 독자에겐 중국의 엘리트 정치(민음사)를 들춰 보라고 하고 싶네요. 시진핑 독주 체제의 미래까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육식을 논할 때 더 깊이 있는 철학으로 대화하고 싶다면 동물윤리 대논쟁(사월의책)을 읽어 보세요. 개고기는 나쁘다는 식의 얄팍한 내용이 아닙니다. 진짜 동물 윤리를 말합니다. 이 문제를 철학으로 풀어냈다는 사실에 놀라실 겁니다. 목공, DIY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에 관한 책도 많이 나오는데요. 이 중 수리수리 집수리(문학동네)는 집 고치는 일, 집 고치는 사람들에 관한 에세이입니다. 재밌고 깊이도 있습니다. 우리 집도 고치고 싶네요. IB를 말한다(창비교육)는 문제 많은 우리 교육, 대안이 뭘까 잘 모르겠다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를 대안으로 내놨는데, 도입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타이탄(리더스북)은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두 천재의 흥미진진한 우주전쟁을 다룹니다. 둘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를 쭉 따라가는데, 천재는 역시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역사서도 빼놓으면 안 되겠죠. 백범의 길-임시정부의 중국 노정을 밟다(상·하, 아르테)는 백범의 머나먼 여정이 생생합니다. 상하이에 가면 저도 한 번 따라가 보고 싶습니다. 제국대학의 조센징(휴머니스트)은 재벌, 검찰을 비롯한 우리나라 엘리트의 기원을 치밀하게 쫓아갑니다. 근현대사 이해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아르테)에선 다빈치의 메모를 통해 그의 삶을 생생하게 재현합니다. 메모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오월의봄)는 그저 신문으로만 접하던 중공업 위기를 생업에서 일하던 이가 생생하게 알려 줍니다. 중공업 특유의 문화를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렇게 10권을 꼽아 보니 책을 읽을 때 느낌이 새록새록 납니다. 더불어 내년에도 좋은 책을 골라 소개하고 싶은 생각 간절합니다. gjkim@seoul.co.kr
  • 새 둥지 만나는 근현대사 유물 1530점

    새 둥지 만나는 근현대사 유물 1530점

    2022년 ‘용산역사박물관’ 개관 목표 69억 들여 다문화 도시 면모 담을 듯“방글라데시에서 볼 수 있는 ‘릭샤’(인력거)를 용산에서도 만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은 9일 구청장실에서 물건 기증식을 위해 방문한 아비다 이슬람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다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물건을 기증해 줘서 매우 감사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아비다 대사는 “성 구청장이 다문화 등에 항상 관심을 가져 주고, 이런 행사들을 기획한 것에 대해 늘 감사하는 마음이었다”고 화답했다. 아비다 대사는 이날 용산구에 최근 자신이 방글라데시에서 직접 공수해 온 릭샤와 전통 의상인 남성이 입는 ‘판자이’와 여성이 착용하는 ‘샤리’를 기부했다. 성 구청장과 아비다 대사는 용산구청에 마련된 임시 수장고에서 관련 기증품들을 둘러보기도 했다. 주한 대사관 60여곳이 밀집한 용산구는 지역 특성을 살려 관광특구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국립민속박물관, 전쟁기념관 등 박물관들이 모여 있는 장점을 극대화해 ‘박물관 특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성 구청장은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는 용산을 빼고 설명할 수 없다”며 “이처럼 살아 있는 교재를 활용해 우리의 역사를 묶어 내고 담아 낼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산구는 이를 위해 가칭 ‘용산역사박물관’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강로동 옛 철도병원 부지에 69억원을 들여 세울 예정이다. 등록문화재라 기존의 붉은 벽돌 건물 외관은 그대로 유지하고 실내 리모델링과 주변 정비 공사로 박물관을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건물은 지하 1층~지상 2층, 연면적 2429㎡ 규모로 전시관, 수장고, 교육실, 사무실 등으로 조성된다. 용산구는 박물관을 통해 ‘세계 속의 용산, 역동적인 용산’이란 주제로 개항 전후,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과 미군 주둔, 다문화 도시의 탄생, 개발시대에 이르는 용산의 역사와 문화를 아우를 예정이다. 현재 용산구는 박물관에 전시할 물품들을 1530여점 확보했다. 확보한 유물 중에는 ‘용산 환삼주조장 백자 술동이’, ‘순종 국장 기념 사진첩’, ‘일제강점기 경성부 제2기 휘장 수로 덮개’ 등이 있다. 유물들은 구에서 직접 매입하거나 대여, 복제, 기증 등의 방식으로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박물관 공사는 2021년 착수할 예정이다. 성 구청장은 “늦어도 2022년 봄에는 박물관을 개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용산에 있는 다양한 박물관들을 망라해 ‘박물관 투어 코스’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1000년 혐한의 뿌리, 그 증오의 피라미드

    1000년 혐한의 뿌리, 그 증오의 피라미드

    피차별 부락민 혐오역사서 기원 극우 세계관 만나 인종차별 확산 일본 미디어·문화계 폐악 부추겨 재일동포 6세대 폭력 고통 반복 아베 정부의 우경화가 끝 모를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그와 맞물려 일본의 혐한(嫌韓) 수위도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시위 현장에선 ‘한국인 쫓아내라’, ‘좋은 한국인도 나쁜 한국인도 모두 죽여라’ 같은 발언이 쏟아진다. 혐한은 어떻게 시작됐고 왜 이 지경일까. 노윤선 고려대 강사는 ‘혐한의 계보’를 통해 혐한의 궤적을 세밀하게 추적해 눈길을 끈다.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2018년도 국가이미지 조사보고서’는 일본의 혐한 정도를 가늠하게 한다. 16개국 8000명 대상의 조사에서 한국을 가장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나라는 일본이었다. 긍정적 답변 20%에 비해 부정적인 응답은 절반에 가까운 43.4%나 됐다. 부정적인 답변 0.4%, 긍정적인 응답 96.4%인 인도네시아와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그 혐한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일본의 혐한 연구로는 맨 처음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1000년간 이어져 온 피차별 부락민 혐오와 극우 세계관에서 뿌리를 찾고 있다. 일본에서는 ‘에타’(穢多), ‘히닌’(非人)처럼 28종이나 되는 ‘불가촉천민’을 엄격히 분류해 사회제도며 언어 관습을 통해 삶을 옥죄 온 역사가 깊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2000년대 이후 확산 중인 혐한 담론에서 ‘불결하다’, ‘저능하다’, ‘추하다’, ‘범죄가 많다’는 등 생물학적 인종주의가 관찰되는 게 이런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극우 세계관은 지금의 혐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게 저자의 해석이다. 패전 이후 5년간 미군정 지배 아래 있었던 일본은 경찰예비대 창설, 보안대 설치, 자위대 발족 등으로 보수 우익의 목소리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초반엔 안보 파동 여파로 좌익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됐고 자민당을 비롯한 우익은 조직폭력단과 결탁했다. 결국 20세기 이후 일본에선 정당과 폭력조직, 사회단체가 트라이앵글을 이루며 평화헌법 가치에 반하게 일본사회를 우익화, 군국주의화해 왔다고 저자는 풀어내고 있다. ‘혐한’ 용어가 처음 등장한 건 1992년 3월 4일자 마이니치신문을 통해서다. 저자는 ‘혐한’ 신조어는 현대에 등장했지만 그 양상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1923년 간토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무렵 혐한 시위의 유사성은 대표적이다. 간토대지진 발생 이튿날부터 일본에선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킨다’, ‘폭탄을 소지한 채 방화하고 우물에 독극물을 집어넣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군대, 경찰과 함께 각지에서 조직된 자경단이 죽창, 일본도 등으로 무장해 조선인을 무려 6000여명이나 죽였다. 동일본대지진 때도 비슷했다. ‘조센진(朝鮮人)을 죽이자’, ‘학살하자’는 구호까지 등장했다. 외교부가 주일 공관별로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9년 30건에 불과한 혐한 시위는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82건으로 늘었고 2012년엔 301건으로 3년 새 10배나 급증했다. 저자는 “도쿄는 아직도 90년 전의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있다”며 “살육에 대한 기억은 억압되고 위험한 조선인의 이미지만 남아 있지만 간토대지진 당시의 학살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단정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책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혐한을 부 추기는 일본 미디어와 문화계의 폐악이다. 아베 신조 정권과 두터운 관계인 작가 하쿠타 나오키의 ‘영원한 제로’와 ‘해적이라 불린 사나이’는 영화와 드라마, 만화책으로 제작되며 혐한의 최전선에 서 있다. 특히 두 작품의 영화는 2020년 도쿄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인 야마자키 다카시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 이는 정치와 현대문학, 영화산업이 긴밀히 얽혔음을 보여 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본 속 혐한을 저자는 “증오의 피라미드는 현재 재일코리안 6세대에 걸쳐 일어나고 있으며 차별의 공포와 폭력의 고통을 되살아나게 해 차세대에까지 평생 반복될지 모른다는 절망감을 수반하고 있다”고 결론 짓는다. 아울러 “독일의 혐오발언 규제조항이 극우 정치가에게도 적용되는 것처럼 혐한도 엄격한 법률조항을 제정해 금지시킬 필요가 있다”며 “일본의 근현대사에서 생략된 내용이 교육으로 실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한강에 흘러든 리튬, 서울 수돗물까지 오염시켰다

    한강에 흘러든 리튬, 서울 수돗물까지 오염시켰다

    상류서 낮았던 농도 도심 통과 후 높아져 리튬전지 수요 증가… 재활용·처리 안 돼 폭넓은 조사로 폐기 방식·규제 고민해야 스마트폰 등 소형 전자기기와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가 무단 폐기되면서 강물은 물론 수돗물까지 오염시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환경분석연구부, 이화여대 과학교육학과,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프랑스 소르본대 해양학실험실(LOV) 공동연구팀은 각종 전자제품과 배터리에 포함된 리튬이 강으로 유입돼 수돗물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4일자에 발표했다. 원자번호 3번의 리튬(Li)은 현대사회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리튬이온전지이다. 리튬이온전지는 1985년 처음 상용화돼 휴대용 전자기기와 전기차에 필수적으로 쓰이고 있다. 올해 노벨화학상도 리튬이온배터리를 개발하고 상용화한 3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리튬은 양극성 장애(조울증), 알코올 중독, 갑상선항진증, 천식 등을 치료하는 데도 사용된다. 연구팀은 리튬전지의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회수와 재활용, 처리 등에 대한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데다 폐기물관리법상에도 폐기물로 명시돼 있지 않아 잠재적 환경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 지난달 초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리튬이온배터리가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어 재활용 연구와 폐배터리 처리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연구팀은 2015년 7월 남한강과 북한강 상류부터 한강 하류까지 22곳에서 강물, 수돗물, 수처리장 유입수와 배출수 등을 포함해 27개의 시료를 채취해 리튬 농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한강 상류에서는 리튬 농도가 매우 낮게 나왔다. 그러나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상수원인 팔당댐 지역부터 리튬 농도가 높아지기 시작해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을 통과하는 곳에서는 리튬 농도가 상류보다 최대 600%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수처리 방식으로는 물속에 녹아 있는 리튬을 제거할 수 없어 수돗물에서도 리튬 농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물속에 녹아 있는 리튬이 인위적 요인 때문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동위원소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한강에 유입된 리튬은 리튬이온전지, 각종 치료제, 음식물처리장 부산물, 세제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류종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리튬이 물속에 녹아 들어가 환경이나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면서 “리튬이 생태계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폭넓은 조사가 필요하고 리튬 관련 폐기물 처리 및 규제 방안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한강에 흘러든 리튬, 서울 수돗물까지 오염시켰다

    한강에 흘러든 리튬, 서울 수돗물까지 오염시켰다

    상류서 낮았던 농도 도심 통과 후 높아져 리튬전지 수요 증가… 재활용·처리 안 돼 폭넓은 조사로 폐기 방식·규제 고민해야 스마트폰 등 소형 전자기기와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가 무단 폐기되면서 강물은 물론 수돗물까지 오염시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환경분석연구부, 이화여대 과학교육학과,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프랑스 소르본대 해양학실험실(LOV) 공동연구팀은 각종 전자제품과 배터리에 포함된 리튬이 강으로 유입돼 수돗물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4일자에 발표했다. 원자번호 3번의 리튬(Li)은 현대사회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리튬이온전지이다. 리튬이온전지는 1985년 처음 상용화돼 휴대용 전자기기와 전기차에 필수적으로 쓰이고 있다. 올해 노벨화학상도 리튬이온배터리를 개발하고 상용화한 3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리튬은 양극성 장애(조울증), 알코올 중독, 갑상선항진증, 천식 등을 치료하는 데도 사용된다. 연구팀은 리튬전지의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회수와 재활용, 처리 등에 대한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데다 폐기물관리법상에도 폐기물로 명시돼 있지 않아 잠재적 환경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 지난달 초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리튬이온배터리가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어 재활용 연구와 폐배터리 처리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연구팀은 2015년 7월 남한강과 북한강 상류부터 한강 하류까지 22곳에서 강물, 수돗물, 수처리장 유입수와 배출수 등을 포함해 27개의 시료를 채취해 리튬 농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한강 상류에서는 리튬 농도가 매우 낮게 나왔다. 그러나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상수원인 팔당댐 지역부터 리튬 농도가 높아지기 시작해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을 통과하는 곳에서는 리튬 농도가 상류보다 최대 600%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수처리 방식으로는 물속에 녹아 있는 리튬을 제거할 수 없어 수돗물에서도 리튬 농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물속에 녹아 있는 리튬이 인위적 요인 때문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동위원소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한강에 유입된 리튬은 리튬이온전지, 각종 치료제, 음식물처리장 부산물, 세제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류종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리튬이 물속에 녹아 들어가 환경이나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면서 “리튬이 생태계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폭넓은 조사가 필요하고 리튬 관련 폐기물 처리 및 규제 방안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258만개 ‘감시의 눈’…中충칭, 사생활이 없다

    258만개 ‘감시의 눈’…中충칭, 사생활이 없다

    CCTV 카메라 밀도 인구 6명당 한 대 상하이·베이징보다 많아… 세계 최고 中 내년엔 CCTV 6억 2600만대 운영 새 휴대전화 등록 때 얼굴 스캔 의무화중국 충칭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치우 루이는 지역 공원에 설치된 얼굴인식 시스템의 알림을 받았다. 한 남성이 2002년 살인 사건 용의자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내용이었다. 충칭시 시스템은 사람들 얼굴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경찰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용의자 정보와 60% 이상 일치하면 즉시 인근 경찰관에게 통보한다. 그 남성은 3일 뒤 경찰에 붙잡혀 범행을 자백했다. 충칭시의 사례는 일면 혁신적이고 안전한 범죄 억제 시스템을 보여 주는 것 같다. 그러나 실상은 국제적으로 보장된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을 국가기관이 광범위하게 침해하는 극단적인 예에 해당된다. 2일(현지시간) 가디언, CNN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폐쇄회로(CC)TV 카메라와 인공지능(AI) 얼굴인식 기술을 이용, ‘감시국가’를 향해 가고 있다. 중국이 가장 심각하다. 영국에 본사를 둔 정보기술(IT) 조사업체 컴패리테크에 따르면 세계에서 인구 대비 CCTV 카메라가 가장 많은 도시 10곳 중 1~5위를 포함해 8곳이 중국 도시다. 이 중 세 곳은 인구 1000명당 CCTV가 100대를 훌쩍 넘는다. 충칭 인구밀도는 중국에서만 가장 높지만 ‘CCTV 카메라 밀도’는 세계 제일이다. 인구 1535만명에 카메라 258만대로, 인구 1000명당 카메라가 168대, 6명당 한 대꼴이다. 충칭이 기술 대도시인 선전(1000명당 159대), 상하이(113대)나 수도 베이징(40대)보다 CCTV 밀도가 높은 것은 당국이 이곳에서 범죄를 억제하기 위한 시범 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내년까지 전국적으로 CCTV 카메라 6억 2600만대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뿐 아니라 지난 1일부터는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할 때 얼굴 스캔에 응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온라인 계정을 정부 공식 아이디(ID)와 연결해야 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인터넷을 통제하는 나라다. 인구 약 65%에 해당하는 8억 5000만명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이 나라에서 CCTV 카메라와 얼굴인식 기술이 합쳐져 심각한 사생활 침해, 보안 문제가 우려된다. 특히 중국은 서부 신장 지역에 이슬람 극단주의 단속을 명분으로 거리 약 45m마다 얼굴인식 카메라를 한 대씩 설치했다. 카메라는 위구르족을 찍은 영상을 중앙 지휘소로 보내고, 지휘소에선 얼굴과 일상을 분석한다. 국제 인권 감시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중국 수석연구원 마야 왕은 “중국 공안이 가장 훌륭하고 혁신적이라고 주장하는 감시체계는 사생활 보호 대책 없이 개발, 구현되고 있다”면서 “자국민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규모 감시는 현대사에 유례없는 깊이와 폭을 자랑한다”고 꼬집었다. 영국 런던은 인구 1000명당 CCTV 카메라가 68대 이상으로, 중국 도시를 제외하면 가장 CCTV 밀도가 높다. 싱가포르는 가로등에 얼굴인식 카메라 10만대를 설치할 예정이며, 시카고 경찰도 3만대 추가 설치를 요청했다. 모스크바는 이런 스마트 가로등을 올해 말까지 17만 4000대 추가할 계획이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세계 최강 감시국가 중국엔 사생활이 없다

    세계 최강 감시국가 중국엔 사생활이 없다

    CCTV에 AI 얼굴인식 접목, 실시간 스캔용의자 정보와 일치하면 경찰에 바로 신고중국 CCTV 밀도 10위 도시 중 8곳 해당충칭 6명 당 한대, 중국 외엔 런던이 최대싱가포르, 모스크바 얼굴인식 가로등 늘려 중국 충칭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치우 루이는 지역 공원에 설치된 얼굴인식 시스템의 알림을 받았다. 한 남성이 2002년 살인사건 용의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내용이었다. 충칭시는 이런 시스템으로 사람들 얼굴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경찰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용의자 정보와 60% 이상 일치하면 즉시 인근 경찰관에 통보한다. 그 남성은 3일 뒤 경찰에 붙잡혀 범행을 자백했다. 충칭 사례는 일면 혁신적이고 안전한 범죄 억제 시스템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나 실상은 국제적으로 보장된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을 국가기관이 광범위하게 침해하는 극단적인 예에 해당된다. 2일(현지시간) 가디언, CNN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폐쇄회로(CC)TV 카메라와 인공지능(AI) 얼굴인식 기술을 이용, ‘감시국가’를 향해 가고 있다. 중국은 가장 심각하다. 영국에 본사를 둔 정보기술(IT) 조사업체 컴패리테크에 따르면 세계에서 인구 대비 CCTV 카메라가 가장 많은 도시 10곳 중 1~5위를 포함해 8곳이 중국 도시다. 이 중 세 곳은 인구 1000명 당 CCTV가 100대를 훌쩍 넘는다.충칭 인구밀도는 중국에서만 가장 높지만, ‘CCTV 카메라 밀도’는 세계 제일이다. 인구 1535만명에 카메라 258만대로, 인구 1000명 당 카메라가 168대, 6명 당 한 대 꼴이다. 충칭이 기술 대도시인 선전(1000명 당 159대), 상하이(113대)나 수도 베이징(40대)보다 CCTV 밀도가 높은 것은 당국이 이곳에서 범죄를 억제하기 위한 시범 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충칭에서 일어난 대부분 범죄가 외지인의 손에 자행됐기 때문에 얼굴인식 카메라가 이를 퇴치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공안은 판단했다. 중국은 내년까지 CCTV 카메라 6억 2600만대를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뿐 아니라 지난 1일부터는 휴대전화를 새로 등록할 때 얼굴 스캔에 응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온라인 계정을 정부 공식 아이디(ID)와 연결해야 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인터넷을 통제하는 나라다. 인구 약 65%에 해당하는 8억 5000만명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이 나라에서 CCTV 카메라와 얼굴인식 기술이 합쳐져 심각한 사생활 침해, 보안 문제가 우려된다. 특히 중국은 서부 신장 지역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단속을 명분으로 거리 약 45m마다 얼굴인식 카메라를 한 대씩 설치했다. 카메라는 위구르족을 찍은 영상을 중앙 지휘소로 보내고, 지휘소에선 얼굴과 일상을 분석한다.국제 인권 감시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중국 수석연구원 마야 왕은 “중국 공안이 가장 훌륭하고 혁신적이라고 주장하는 감시체계는 의미있는 사생활 보호 대책 없이 개발, 구현되고 있다”면서 “자국민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규모 감시는 현대사에 유례없는 깊이와 폭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안팎에서 이런 광범위한 사생활을 경계하는 목소리와 억제 노력이 있긴 하다. 저장과학기술대 법학과 부교수인 궈빙은 항저우의 한 사파리공원이 시즌 표를 구매하려는 고객에게 얼굴 스캔을 요구하자, 이를 고발했다. 홍콩 시위대는 지난 8월 시내에 얼굴인식 카메라가 설치된 스마트 가로등을 부수기도 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5월 정부 기관의 얼굴인식 금지법을 처음으로 시행했으며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와 버클리, 매사추세츠 서머빌 역시 비슷한 법을 처리했다. 하지만 런던은 인구 1000명 당 CCTV 카메라가 68대 이상으로, 중국 도시를 제외하면 가장 CCTV 밀도가 높다. 싱가포르는 가로등에 얼굴인식 카메라 10만대를 설치할 예정이며, 시카고 경찰도 3만대 추가설치를 요청했다. 모스크바는 이런 스마트 가로등을 올해 말까지 17만 4000대 추가할 계획이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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