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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복절을 보내는 아주 특별한 방법

    광복절을 보내는 아주 특별한 방법

    또다시 광복절이다. 빼앗긴 일상을 일제에게서 되찾아온 지 75년이 흘렀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삶이지만, 우리 선조들은 빼앗긴 들에 봄을 되돌려놓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다. 일년 중 단 하루라도 당시의 기억을 환기해야 할 때가 있다면 바로 광복절일 것이다. 그러기에 딱 좋은 장소가 있다. 서울 중랑구의 망우리공원이다.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잠들어 있는 곳. 많은 이들과 밀접 접촉을 하지 않고도 오롯이 선열을 추모하며 가족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여기에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경으로 꼽히는 용마산, 먹거리 풍성한 우림시장 등이 매력을 더한다. ‘망우’(忘憂)는 근심을 잊는다는 뜻이다. 애국지사들의 묘역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면 온갖 걱정이 땀과 함께 사라지고 어느샌가 힐링이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호젓한 숲길 따라 애국지사의 삶과 만나는 공간 망우리공원이 처음 조성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33년이다. 당시 망우리 고개에 70만 평에 달하는 대규모 공동묘지를 조성했고, 1973년까지 서울시의 공동묘지로 쓰였다. 일반인의 발걸음이 뜸했던 망우리는 2005년 망우리공원으로 새단장했고, 2013년 서울미래유산에 선정되며 역사문화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망우리 고개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현재의 동구릉을 능지로 정하고 돌아오면서 “이제 근심(憂)을 잊게(忘) 됐다”고 말했다 해서 이름을 얻게 됐다고 전해진다. 먼훗날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잠들 것을 예상하고 한 말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제대로 어울리는 작명을 한 셈이 됐다.망우리 공원에 잠들어 있는 애국지사 가운데 첫손꼽히는 이는 만해 한용운(1879~1944) 시인이다. 도산 안창호의 묘가 강남의 도산공원으로 이장되면서 현 망우리 공원의 최고훈격(대한민국장) 수여자가 됐다. 시 ‘님의 침묵’으로 잘 알려진 만해는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한 명이다. 불교도들로 이뤄진 단체에서 항일 투쟁을 펼치다 안타깝게 광복을 1년 남겨놓고 별세해 망우리 공원에 안장됐다. 대한민국 제헌 국회의원을 지낸 조봉암(1898~1959),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서예가이자 독립운동가 오세창(1864~1953), ‘어린이’ 단어를 처음 쓴 방정환(1899~1931), 문화운동 형태의 독립운동을 실천했던 언론인 문일평(1888~1939), 도산의 비서로 의사(義士)이자 의사(醫師)였던 유상규(1897~1936) 등도 멀지 않은 곳에 잠들어 있다.□근·현대사와 만나는 다양한 탐방 코스 망우리 공원 탐방코스는 ‘역사문화코스’, 인문학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사잇길’ 등으로 나뉘어 있다. 두 코스 모두 길이 2.7㎞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녹음이 우거진 공원을 천천히 산책하기 좋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놀이터와 인증샷 명소가 포함된 ‘역사문화코스’를 권한다. 13도 창의군 탑에서 시작해 박인환과 이중섭 묘를 지나 어린이 모험 놀이터를 통해 용마 테마공원으로 내려온 뒤 충익공 신경진 신도비에서 끝나는 코스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라는 문구로 유명한 시 ‘세월이 가면’을 쓴 모더니즘 시인 박인환, ‘국민화가‘로 불리는 이중섭 등과 만날 수 있다.코스 중간의 ‘어린이 모험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기구들이 설치되어 있다. 자연 친화적 소재로 만들어진 놀이기구가 많아 눈길을 끈다. 옛 놀이동산인 용마랜드는 인증샷 명소다. 폐업한 놀이공원으로 녹슨 채 멈춘 회전목마 등을 배경으로 레트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다만 입장료(1만원)을 내야한다.□서울의 화려한 야경과 만나는 용마산 핫 스팟 용마산은 서울 도심에 있으면서도 간혹 산양을 만날 수 있을 만큼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이다. 대도시 서울의 화려한 야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최고의 풍경 전망대는 정상인 용마봉 아래에 있는 전망대다. 정상인 용마봉이 나무로 둘러싸여 시야가 제한적인 반면 전망대에선 북한산부터 남산, 한강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낮 풍경도 좋지만 황혼으로 물든 서울 도심과 별처럼 빛나는 도심의 밤 풍경도 빼어나다. 다만 길이 험한 만큼 꼭 등산화를 신고, 손전등을 챙겨 갈 것을 권한다. 용마정도 중랑구과 동대문 일대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가성비 좋은 우림시장-택배 서비스도 가능해요! 우림시장은 약 200여 개의 점포가 500m 거리에 밀집한 골목형 시장이다. 환경이 좋지 않은 재래시장이었으나 재정비 사업을 거쳐 깔끔한 시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우림시장에는 값 싸고 맛 좋은 먹거리들이 많다. ‘정가네 홍두깨 손칼국수’는 우림시장을 대표하는 맛집 중 하나다. 홍두깨를 이용해 손으로 반죽한 면에 애호박 등을 곁들인 칼국수를 낸다. 어묵, 팥, 해물 등 취향에 따라 고를 수도 있다. 시원한 묵사발을 파는 ‘웰빙콩나물’, 곱창 전문점인 ‘서박사곱창’, 순대국으로 이름난 ‘우림 순대국’과 ‘소문난 순대국’, 능버섯 떡갈비를 파는 ‘떡갈비 1982’ 등도 단골이 많은 맛집이다.□어떻게 찾아갈까 망우리 공원은 1호선 청량리역 4번 출구의 청량리역환승센터에서 경기버스 65번, 167번, 51번을 타고 약 20분 이동한 뒤, 동부제일병원 정류장에서 하차해 15분 걸으면 나온다. 경의중앙선 망우역 1번 출구로 나와 용마공원 방향으로 걸어도 된다. 다만 20~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공원관리사업소 (02)2094-0114. 용마산은 지하철 7호선 용마산역 2번 출구로 나와 용마폭포공원까지 약 15분 가량 걸으면 중랑구 둘레길 진입로다. 정상인 용마봉까지는 등산으로 올라야 한다. 뻥튀기 공원에서도 오를 수 있다. 7호선 중곡역 1번 출구에서 뻥튀기공원까지는 약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우림시장은 경의중앙선 망우역 1번출구로 나와 약 10분 정도 걸으면 나온다. 글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사진 서울관광재단
  • 다큐로, 콘서트로, 강연으로… TV서 항일의 역사를 만난다

    다큐로, 콘서트로, 강연으로… TV서 항일의 역사를 만난다

    EBS 봉오동·청산리 전투 다큐KBS, 박정현 등 참가 콘서트서3·1운동 100주년 기념곡 첫 공개JTBC도 비와이 ‘나의 땅’ 무대15일부터 광복 75주년을 기념하고, 항일운동을 재조명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청자를 찾아간다. EBS 1TV는 광복절 당일 오후 5시부터 국방TV가 제작한 특집 다큐멘터리 ‘승리의 기억, 봉오동 전투’와 ‘독립군의 위대한 유산, 청산리 전투’를 연이어 편성했다. 다큐멘터리는 올해 두 전투 100주년을 맞아 홍범도 장군의 행적이 남아 있는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독립군 감시 문서가 있는 일본 외무성, 두 전투의 중심지였던 봉오동 골짜기와 청산리 일대를 훑는다. 1부에서는 독립군들이 스스로 ‘독립전쟁 제1회전’으로 칭하며 첫 승리를 거둔 봉오동 전투에 대해 살펴본다. 당시 의병 출신 홍범도 부대 등으로 이뤄진 독립군 연합부대는 1920년 6월 봉오동으로 집결, 유인작전으로 적을 가두고 허를 찌르는 기습 공격을 통해 일본군을 궤멸시킨다. 독립군의 전투력에 매우 놀란 일본군은 비밀문서에 “북간도 지역이 이제 곧 독립될 것 같다”고 적었다.2부에서는 독립군의 체계적인 군사교육과 무기 구매 과정을 살펴본다. 봉오동 전투 이후 일본의 대규모 토벌 작전에 맞선 독립군 부대들은 청산리 일대로 속속 모여든다. 청산리 전투 주역들은 1912년 우당 이회영이 설립한 신흥무관학교부터 1920년 북간도의 사관연성소까지 체계적 군사훈련을 받았다. 북로군정서 총사령관 김좌진은 독립군 정예장교를 양성하고 근대식 무기까지 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10월 21일 백운평 전투를 시작으로 3~4배 규모의 일본군에게 대승을 거두면서, 청산리 전투는 이후 항일 투쟁의 실질적 기반이 됐다. 방송은 당시 기록과 재현, 전문가 분석을 통해 6일간의 치열했던 전투를 이해하도록 돕는다.KBS는 15일 오후 5시 30분 특집 콘서트 ‘당신이 대한민국입니다’를 방송한다. 13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무관중 녹화로 진행된 공연으로 역사, 인물, 현대사 등 세 가지 테마를 통해 재일동포의 조국애를 돌아본다. 인순이, 포레스텔라, 김호중, 이봉근, 폴킴, 위키미키, 민영치 밴드 등이 무대에 오른다. 박정현은 지난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작곡가 정재일과 만든 노래 ‘대한이 살았다’를 방송에서 처음 선보인다.JTBC ‘차이나는 클라스’는 오는 18일 오후 11시 ‘광복절에 읽는다, 육사와 동주’ 편을 꾸린다. 정재찬 한양대 국어교육학과 교수와 함께 190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을 대표하는 두 저항시인 이육사와 윤동주의 삶과 작품을 살펴보고, 래퍼 비와이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곡 ‘나의 땅’ 무대를 펼친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교수부터 어부까지… 독재가 만든 ‘조작 간첩’

    교수부터 어부까지… 독재가 만든 ‘조작 간첩’

    1960~70년대 군사독재 시절, `간첩 사건´은 흔한 이벤트였다. 정치적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정권유지 차원에서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꺼내드는 `비장의 카드´랄까. 1960년대 극장광고 `대한뉴스´에 간첩식별 요령을 소개할 만큼 조작간첩 사건은 다반사였다. 조작간첩 사건 피해자들이 받은 보상금 일부를 종잣돈으로 설립한 재단법인 들꽃이 펴낸 `간첩시대´는 잊혀져 가지만 엄연한 일인 조작간첩 사건을 공론화한 첫 저작으로 눈길을 끈다. 군사독재 정권이 조작간첩을 활용한 건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이후의 일이다. 공동성명으로 남북이 서로 뻔질나게 침투시켜온 공작원을 줄이면서 평범한 시민을 간첩으로 조작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고한 시민들이 잡혀가 사형선고를 받거나 이유도 모른 채 억울하게 투옥됐고 곤욕 치르기를 반복했다. 2007년 대법원 발표에 따르면 1972~1987년 불법 구금과 고문 의혹으로 다시 재판해야 할 사건 중 간첩조작 의혹 사건이 무려 141건으로 63%나 됐다. 재단법인 들꽃과 역사학자 8명의 공동저작인 ‘간첩시대’는 여러 유형의 조작 간첩을 망라한다. 피해자는 대개 월북자 가족과 재일 한인, 재유럽·미국 한인, 납북 귀환자로 대학교수부터 어부까지 다양하다. 사건을 중심으로 공안기구와 간첩 담론의 변화를 볼 수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조작간첩의 역사가 지속됐다는 점이다. 2003년 36년 만에 귀국해 `해방 이후 최대의 간첩´으로 몰려 희생된 재독학자 송두율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0년 `황장엽 암살조 남파공작원´ 사건과 2013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등 비슷한 사건이 줄을 이었다. 저자들은 조작 간첩이 여전히 가능한 이유를 공안기구의 법적 근거인 국가보안법으로 지목한다. 김정인 춘천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서문에서 “한국 현대사에서 조작간첩 사건의 역사가 갖는 중요성에 비해 이를 연구하는 전문가가 거의 없다”며 “이 책 발간을 통해 연구자들의 관심이 제고되기를 기대한다”고 쓰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다시 광복 펴다

    다시 광복 펴다

    일흔다섯 해를 맞은 광복절을 앞두고 잊힌 독립운동가를 기억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만화라면 좀더 다가가기 쉬울듯하다.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함께 일본의 만행을 잊지 말자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의 증언을 시로 풀어낸 재외 한국작가의 시집, 해방 후 혼란을 극복하지 못해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 원자폭탄을 재건에 활용한 일본 등 주목할 만한 책을 다양한 장르로 추려 봤다.●잊힌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라 ‘의병장 희순’은 조선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의병장 윤희순을 다룬 만화다. 한양 선비 윤익상의 딸로 태어난 그는 1895년 을미사변과 단발령 시행으로 가문의 남성들이 의병에 참여하자 후방에서 식량 조달과 군자금 모집, 탄약 제조 등을 맡았다. 이어 여성 의병단인 ‘안사람 의병단’을 조직하고, 중국으로 망명해 ‘노학당’을 운영하며 항일 전사를 양성했다. ‘조선독립단’을 조직해 무장투쟁에까지 나선 윤희순의 삶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민족의 암흑기에 이국에서 조선 독립을 위해 투쟁하다 짧은 생애를 마친 김산(본명 장지락)은 ‘한국의 체 게바라’로 불린다. 신문기자인 님 웨일스가 1937년 중국에서 김산을 만나 불꽃같이 살았던 그의 삶을 기록했고, 1941년 미국에서 ‘아리랑의 노래’로 출간했다. 1984년 국내에 번역된 책을 박건웅 작가가 신간 만화 ‘아리랑’으로 다시 냈다. 의학을 공부하다 혁명을 위해 이국을 누비며 투쟁한 식민지 조선 청년의 고뇌와 투쟁이 깊은 울림을 준다. 잊힌 독립혁명가들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이가 바로 약산 김원봉이다. 영화 ‘밀정’(2016)을 비롯해 다양한 각도로 그의 삶을 재조명하지만, 월북 행적 때문에 논란도 많다. 허영만 작가가 ‘독립혁명가 김원봉’으로 약산의 삶을 만화로 복원했다. ‘정의(正義)로운 일을 맹렬(猛烈)히 실행한다’는 뜻으로 붙인 의열단의 탄생과, 그들의 일제에 맞선 폭력투쟁, 광복 이후의 삶까지 생생히 담았다. ●여전히 생생한 피해자·가해자 증언 열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에밀리 정민 윤은 대학 시절 논문을 작성하다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접하고 이를 시로 쓰기 시작했다. 그의 시 35편을 담은 시집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은 남성성, 군국주의, 제국주의, 전쟁, 인종차별을 다룬다. 특히 7명 위안부의 증언을 시로 풀어낸 2장 ‘증언´에서 일제의 만행을 시로써 고발한다. 위안부로 시작한 그의 시는 현대에 벌어지는 성차별, 성폭력에 관한 여성들의 이야기까지 닿는다. ‘악한 사람들’은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사람을 실험하고 죽인 731부대를 소환했다. 이제서야 “그때를 후회한다”고 하는 전범들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악을 타자화하면 결국 타인을 악으로 만들게 된다”고 주장한 저자 제임스 도즈는 인간을 괴물로 만들어 버리는 조직적, 구조적, 심리적 과정을 분석한다. ●해방 이후 한국과 일본에 주목하다 ‘26일 동안의 광복’은 한국 현대사의 첫날인 1945년 8월 15일부터 조선총독부 청사에 성조기가 게양되는 9월 9일까지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역사 다큐멘터리다. 일본 패망과 조선 해방을 직감한 여운형의 전화로 시작하는 해방 전야부터 송진우와의 좌우합작 시도까지 단 하루가 1부, 해방 이튿날부터 9월 9일까지 ‘분단’에 이르는 25일을 2부로 구성했다. 저자는 75년 전 가장 밝았던 광복, 그날 이후 25일간은 어둠이 빛을 삼켜 가는 시간이었다고 결론짓는다. 1945년 8월 15일 이후 일본은 흔히 ‘잿더미’로 상징된다. 매년 3월에 열리는 도쿄대공습 추도식 전이나 8월 ‘종전의 날’이 다가올 때마다 미디어에서는 패전 당시에 촬영된 불탄 들판 사진 등 ‘잿더미’를 끌어온다. ‘‘잿더미’ 전후공간론’은 암시장으로 대표되는 당시 일본 사회와 각종 문학 작품을 통해 일본이 피해자 이미지를 부각하고, 동시에 ‘일본인은 이 비참함에서 다시 일어섰다’라는 서사를 생산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미화한 이미지가 우리와 같은 피해자들의 현실을 가린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4·19 정신 품은 강북… 내년 ‘역사문화관광도시’로 다시 뛴다

    4·19 정신 품은 강북… 내년 ‘역사문화관광도시’로 다시 뛴다

    “자연재해,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주민들의 안전, 건강 문제 등에 대해 더욱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박겸수 서울 강북구청장은 지난 10여년간 매일 새벽 북한산 등산길을 오가며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구정에 주민들의 목소리를 입히기 위해서다. 박 구청장은 이처럼 주민들로부터 얻은 아이디어를 활용해 취임 초부터 북한산 역사문화관광벨트 사업에 전념해 왔다. 그는 지난 10일 강북구 국립4·19민주묘지 내 4·19혁명기념관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이동 가족 캠핑장, 진달래 도시농업체험장, 산악박물관, 국제 규격 암벽장 등 핵심 사업들이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완공되면 구는 명실상부한 역사문화관광도시로 한 단계 도약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2주년을 맞은 소회는.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와 코로나19 사태는 무엇을 준비하고 대처해야 할 것인지 시사점을 줬다고 생각한다. 지방자치 20년 동안 축적돼 온 행정 시스템일지라도 향후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 건강과 안전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가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코로나19와 자연재해 등으로 발생한 문제점들을 점검하고 대처해 나가는 정책적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그간 코로나19 대응에서 호평을 받은 사업이 있다면. “현재까지 강북구 코로나19 확진자는 28명으로 서울에서 최하위권에 속한다. 구의 선제 대응 덕분에 집단감염은 발생하지 않았다. 구민과 보건 당국, 구청 관계자들이 합심해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6월 말부터는 환자가 많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원스톱 선별진료소를 선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원스톱 선별진료소는 강북형 워킹스루(도보이동형)와 글로브 월(의료용 분리벽)이 결합된 형태다. 의료진이 방호복을 착용하지 않고도 비대면으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 지난 6월 23일에는 구보건소에 음압특수 구급차를 배치했다. 이송 과정에서 혹시 모를 감염 우려를 없애기 위해서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의 2차 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마스크 착용’을 일상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동 주민센터 차량을 이용해 매일 세 차례 가두방송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구의 강력한 의지를 담기 위해 코로나19 심벌마크도 제작했다.” -구의 슬로건이기도 한 역사문화관광도시 만들기에 나선 특별한 이유가 있나. “역사문화관광벨트 사업은 구가 약 10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미래 어젠다로 추진하고 있다. 우선 2016년에 동학혁명부터 4·19혁명까지 민중이 일궈 낸 대한민국의 생생한 격동기 현장을 목격할 수 있는 근현대사기념관을 개관했다. 2017년에는 구의 대표 관광코스 역할을 하는 ‘너랑나랑우리랑’ 스탬프 힐링 투어 산책로를 조성했다. 이 밖에도 3·1운동의 발상지인 봉황각, 2013년부터 시작한 4·19혁명 국민문화제도 있다. 구민들의 역사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지방에서 역사 교육을 위해 강북구로 수학여행을 오는 경우도 많다.” -역사문화관광벨트 핵심 사업인 우이동 가족 캠핑장과 진달래 도시농업체험장의 진행 상황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 우이동 가족 캠핑장은 올해 11월 시범 운영을 앞두고 있다. 시범 운영 결과와 문제점 등을 보완해 내년 3월 정식 개장할 예정이다. 캠핑 사이트 31면, 숲 체험관, 공연장으로도 활용 가능한 다목적 잔디마당 등을 조성해 시민들의 가족 나들이 장소로 꾸밀 계획이다. 1단계 공사가 완료되고 2단계 조성이 되면 캠핑장 49면, 숲 놀이터, 자연학습장, 순환산책로를 갖추게 된다. 진달래 도시농업체험장은 구의 대표적인 스토리텔링 관광 코스인 너랑나랑우리랑 산책로 중간에 있는 소나무쉼터 주변에 조성된다. 2022년 조성을 목표로 1단계 구간의 실시설계 용역이 진행 중이다. 내년 봄 개장이 목표다. 직접 주민들이 체험용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딸기, 상추 등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 밖에 내년에 구상 중인 문화사업이 있나. “1762년 풍산 홍씨 가문의 홍양호 선생이 이름을 붙인 뒤 본격적으로 가꾸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는 우이 구곡(九曲)의 명소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강북구 우이동 산 68-1 일원의 우이동 계곡 약 2.3㎞ 구간으로 ‘구곡문화제’를 추진하고 있다. 구민들뿐 아니라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도 필수 코스로 우이동을 찾을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조선 당대 최고의 실학자 풍석 서유구 선생의 ‘임원경제지’라는 백과사전 체험 공간도 만들 계획이다. 풍석 선생이 강북구 번동에서 방대한 저술 활동을 하고 농업활동을 하면서 우리의 모든 일상생활을 수록한 저서다. 저서의 의미를 주민들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지난 7년간 방치됐던 우이동 유원지(구 파인트리)사업이 지난해 재개됐다. 기부채납받은 산악박물관과 인근에 추진 중인 국제 규격 인공 암벽장의 활용 방안은. “엄홍길 휴먼재단과 함께 산악박물관을 어떻게 체험공간으로 만들지 논의 중이다. 청소년들이 가상현실(VR) 산악체험으로 강북구에서 북한산과 히말라야를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내년 5월 건립을 목표로 하는 국제 규격의 인공 암벽장은 북한산 인수봉 등산 코스와 연결된다. 많은 등반객들이 스포츠클라이밍의 매력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산 접근이 쉬운 우이~신설 도시철도 개통으로 산악 메카로서의 기반이 갖춰졌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4·19혁명 기념사에서 그동안 구가 추진해 왔던 4·19혁명 국민문화제와 4·19혁명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언급했는데. “올해는 4·19혁명 60주년을 맞아 4월에 국민문화제를 전 국민의 축제 한마당으로 꾸밀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때문에 연기됐다. 문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언급하면서 강북구가 추진했던 내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지원을 약속했기에 아쉬운 부분이다. 이에 9월 하순에는 지금까지 준비했던 내용 중에 국내외 교수들을 초빙한 학술회의나 대학생 토론대회, 영어 스피치 대회 등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행사를 개최할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주의의 시발점이 되는 4·19혁명의 의미를 제3세계를 비롯한 전 세계가 공유했으면 한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박겸수 구청장 ▲1959년 광주 출생 ▲조선대부속고·조선대 정외과 졸업, 한양대 행정학 박사 ▲민주화추진협의회(1986)·평화민주당(1987) 당직자 ▲김대중(1997)·노무현(2002) 대통령 후보 강북갑 선대위 부본부장·위원장 ▲민주당 중앙당 기조실장(2008) ▲4~5대(1995~2002) 서울시의원 ▲민선 5, 6, 7기(2010~) 강북구청장 ▲부인 최종임(62)씨와 1남 1녀
  • 강북 지역 명소 걷고, 건강 변화도 한눈에

    강북 지역 명소 걷고, 건강 변화도 한눈에

    서울 강북구가 ‘내 몸을 바꾸는 시간, 15분+’ 스마스헬스투어 프로그램을 다음달부터 11월까지 추진하기로 하고 참가자 108명을 선착순 모집한다고 11일 밝혔다. 사업은 근현대사기념관, 4·19 전망대, 소나무 쉼터, 우이동 만남의 광장을 잇는 ‘너랑나랑우리랑’ 스탬프 힐링 투어 코스와 연계돼 진행된다. 참가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산책로 코스 양 기준점인 근현대사기념관이나 우이동 만남의 광장 건강체험존 중 한 곳에서 혈압, 혈당 등을 체크한 뒤 15분간 운동교육·지도를 받게 된다. 12주간 진행되는 교육에서는 걷기 전후 스트레칭, 올바른 걷기 방법, 근육별 스트레칭 방법, 하체 근력운동, 순환 근력운동 등을 배울 수 있다. 이후 5.4㎞ 거리의 투어 코스를 탐방한 뒤 코스 끝에 있는 건강체험존에서 다시 몸 상태를 점검해 운동으로 인한 신체 변화를 확인한다. 프로그램은 강북구민이나 건강체험존 이용자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신청기간은 12일부터 30일까지다. 근현대사기념관 또는 건강체험존을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코로나19로 위축된 기분을 전환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이번 사업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신청 바란다”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김미숙 경기도 의원, 4.3특별법 개정촉구 건의안 발의

    김미숙 경기도 의원, 4.3특별법 개정촉구 건의안 발의

    제주 4.3 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경기도의회가 나섰다. 경기도의회 김미숙 의원(더불어민주당·군포3)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 촉구 건의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건의안은 지난달 27일 오영훈 국회의원이 135명의 국회의원과 함께 공동 발의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법률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건의안에는 제주 4·3 사건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국가 권력에 의해 자행된 최대 규모의 민간인 희생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념 대립과 민족 분단의 현실 속에서 진상규명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 및 보상 등을 통해 피해자들과 제주도민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2000년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래,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4·3 평화공원 및 평화기념관 설립 등 여러 의미있는 진전에도 불구하고 더욱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미숙 의원은 “본 의원은 제주도 출신으로서 제주 4·3 사건에 대한 아픔을 더욱 깊게 이해하고 있지만 이 사건은 단순 제주라는 한정된 지역의 아픔이 아닌 우리 모두의 아픔이기에 조속한 진상규명과 피해자와 제주도민 등에 대한 명예회복 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경기도의회가 제주 4·3 사건이라는 아픔을 공감하고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에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건의안을 준비하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미숙 의원은 “타 지방자치단체와의 연대 및 협력을 통해 제주4·3사건의 완벽한 해결을 이끌어 갈등과 반목의 역사를 넘어 통합과 평화의 시대를 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본 건의안은 9월에 개회되는 제346회 경기도의회 임시회에서 상정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北 역사 기록할수록 주변엔 민폐…그래도 1000권까지 꼭 쓸 겁니다”

    “北 역사 기록할수록 주변엔 민폐…그래도 1000권까지 꼭 쓸 겁니다”

    김광운(61)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석좌교수는 북한이라면 절대 허용하지 않을 방식으로 북한 역사를 다시 쓰는 작업에 5년째 매진해 오고 있다. 2018년 처음 출간돼 벌써 80권째 발간된 ‘북조선 실록’이 그 결과물이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대한민국사를 연구하며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북한을 포함한 한국 현대사 자료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았던 그는 20여년간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로서의 북한 역사를 재구성한 ‘지식 창고’를 짓고 있다. ‘승리와 영광’만을 기록하는 북한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김 교수는 평소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월화수목금금금’을 보내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북한대학원대 사무실에서 지난 3일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완성된다면 우리 사회가 북한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처음 계획보다 방대해졌지만 힘이 닫는 데까지 계속 작업하겠다”고 했다.-다른 북한 역사서와 다른 점은. “북조선 실록은 1945년 8월 15일부터 하루하루 북한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자료를 묶은 편년체 사료집이다. 직접 수집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북한 잡지 등을 선별했고, 해외 자료까지 번역해 당시를 살았던 인민의 흔적과 파편을 모았다. 또 자료의 신뢰성을 판단해 선별하고 경우에 따라 해설과 각주를 붙여 종합적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1차적으로 자료에 근거하고 편집자의 해석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열린 텍스트가 될 수 있다. 대표적 편년체 역사서인 조선왕조실록도 데이터가 정리된 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창작물로 소화하지 않았나. 북조선 실록이 완성된다면 현대사의 새로운 논쟁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왜 시작했나. “분단 체제가 70년이 넘은 마당에 북한 뉴스는 과잉이지만 역사적 지혜를 찾기 위한 접근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에도 북한사 전공 연구원은 없을 정도다. 흐름과 맥락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우리 시각으로만 북한을 해석하며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북한의 사료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졌고 그마저 빠르게 훼손되는 특징이 있다. 김일성 주석의 말을 담은 김일성 전집이라고 해도 간행 시기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해방 직후 김일성 당시 수상은 ‘소련 인민군이 조선을 해방했다’고 연설했지만 50년대 중반 이후 소련과의 관계가 틀어진 뒤에 나온 판본에는 ‘자력으로 해방했다’고 바뀌는 식이다. 돌이켜 보면 국사편찬위에서 근무하며 해외에서 한국 현대사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된 것 같다. 북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하는 곳이 없다 보니 더 시간이 지나기 전에 나라도 필생의 업으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료는 어떻게 모았나.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등을 가리지 않고 북한 자료가 있다고 하면 찾아갔다. 중국은 도서관 한쪽에서 책을 팔기도 했고, 러시아도 1980년대 말~90년대 초 구소련 해체기에 문서관에서 문서를 팔았다. 지금은 각국이 문화재라며 반출을 금지하는 문서들을 그 짧은 시기 동안 들고 올 수 있었다. 노동신문 등 주요 신문도 결호 없이 모았고, 몇십 권 정도밖에 인쇄되지 않은 당중앙조직위원회 결정집도 확보했다. 그중에는 통일부 북한자료센터, 국내 대학 도서관 등에 없는 자료도 있다.” -북조선 실록을 읽으면 무엇을 알 수 있나. “북한 역사를 들여다보면 뉴스가 만든 고정된 이미지를 깰 수 있다. 예를 들면 지금도 북한이 기념하는 1946년 보통강 개수 공사 관련 자료를 검토하면서 북한 사회의 복잡성을 느끼기도 했다. 평양 한복판을 흐르는 보통강에 홍수가 나자 처음에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 그런데 일부 가구에서 참여하지 않자 규칙을 제정해 강제하는 것으로 바꿨다. 몇 달 뒤엔 주민들이 김 주석에게 서한을 보내 ‘생물로서 최저한의 생활 보장을 간언한다’고 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처음에는 자율적인 조직이었으나 타율적인 강제로 성격이 달라진 측면이 있다. 결국 북한 사회도 어떤 목적과 의도를 가졌다기보다는 주어진 조건에 맞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군 이후 38선 이북은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척박했던 땅이다. 핵 개발도 가난하고 작은 나라가 비대칭적인 군사·경제 대결 속에서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통제 사회의 특성상 공적인 언어를 달리 해석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언제나 인민을 앞세우지만 들여다보면 인재를 중시해 온 사회다. 계급보다 민족에 천착해 왔다. 남북이 언어는 같지만 분단이 길어지다 보니 통역이 필요할 정도로 달라진 부분도 많다. 이 책이 통역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사료에서 새롭게 드러난 점은. “실록에 6·25 전쟁 시기 북한이 매일 발표한 ‘일일 전투 상보’를 모두 실었다. 이를 종합하고 우리 측 ‘전투 일지’와 비교한다면 6·25 전쟁에 대한 퍼즐 맞추기가 가능해질 것이다. 또 북한의 보도와 비교하다 보면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부분도 보인다. 예를 들면 6·25 전쟁에 참전한 미8군사령관 월튼 워커 장군의 사망과 관련된 것이다. 그의 사망을 기리는 ‘워커힐’이라는 지명으로 기억되는 전쟁 영웅이다. 미국은 워커 장군이 1950년 12월 23일 오전 서울과 경기 의정부시 사이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는데, 막상 북한 노동신문은 23일자에 이미 워커 장군의 사망을 보도했다. 제작 절차를 고려하면 북한은 하루 전날에 이미 사망 사실을 알았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북한은 워커 장군이 열흘 전쯤 매복했던 부대에 의해 폭사당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금으로선 어느 쪽이 맞는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논쟁이 될 수도 있다.” -북한에도 이런 책이 있을까. “이런 편년별 사료집은 없다. 앞으로도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이다. 노동신문에는 사건 사고 기사가 없지 않나. 물론 김일성 유일 체제가 제도화된 1967년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후 북한 학계는 승리와 영광만을 기억하고 대중적으로 공유하고자 했다.” -완성 후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작업량이 방대해 처음에 계획했던 김 주석 사후 시점까지는 직접 다 끝내지 못할 것 같다. 처음엔 100권 정도만 내려 했는데 이제 겨우 10여년치 사료를 모았는데도 100권이 넘는다. 앞으로 건강이 허락되는 한 성실하게 작업해 1000권 정도 직접 정리했으면 한다. 이와 함께 국내외 협업을 통해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려고 한다. 1차 작업이 북조선 실록 편찬 간행이었다면 이후 검색이 가능한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해 누구나 북한과 관련해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쉽고 편하게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책 작업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빌붙어 살아간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젊어서 한때는 남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어떤 시인이 ‘보학’(譜學)이라는 시에서 나에 대해 “칸트를 읽고도 운동권이 될 놈”이라고 했을 시절이다. 그 뒤엔 남들한테 신세나 덜 지고 살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신세를 많이 지고 있다. 북조선 실록을 간행하는 선인출판사와 민속원출판사는 매년 각각 5000만원씩은 손해를 본다. 자료집 특성상 많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5~6명의 직원들도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 북한 연구에 권위 있는 기관인 경남대의 박재규 총장이 지원해 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서울시의회, ‘제주4·3사건’ 해결 위한 힘 보탠다

    서울시의회, ‘제주4·3사건’ 해결 위한 힘 보탠다

    황인구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의원(더불어민주당, 강동4)은 3일 29명의 의원과 함께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 촉구 건의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제출된 건의안은 ‘제주4·3사건’이 이념 대립과 민족 분단의 현대사에서 국가에 의해 발생한 최대 규모의 민간인 희생사건임을 명확히 정의하고,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제주도민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한, 2000년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시작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국방부·경찰의 유감 표명, 4·3 평화공원 및 평화기념관 설립 등 여러 의미 있는 진전에도 불구하고 더욱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동 건의안은 지난 27일 오영훈 국회의원이 135명의 국회의원과 함께 공동 발의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법률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법률안은 ‘제주4·3사건’ 희생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상을 명확히 하고, 추가 진상 조사와 국회 보고, 불법 군법회의에 대한 무효화 조치 및 범죄 기록 삭제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번 건의안 제출에 대해 황인구 의원은 “‘제주4·3사건’은 단순히 ‘제주’라는 특정 지역의 아픔이 아닌 우리 모두의 아픔이기도 해 조속한 진상규명과 희생자와 유가족, 제주도민 등에 대한 명예회복 등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서울시의회가 역사의 과제 앞에서 제주의 아픔을 공감하고,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마음에 건의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황 의원은 “‘제주4·3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갈등과 반목의 역사를 넘어 화합과 평화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앞으로 ‘제주4·3사건’과 ‘여수·순천 10·19 사건’ 등의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해 입법 촉구를 비롯해 타 지방의회와의 연대·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손성진 칼럼] 부메랑을 걱정해야 한다

    [손성진 칼럼] 부메랑을 걱정해야 한다

    유사 이래 권력을 쥔 자가 그 권력을 강화하려 하지 스스로 내려놓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특히 민주화가 덜 된 국가 체제에서 검찰은 정권의 오른팔 격인데 국가가 검찰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40여년의 독재 시대를 거친 우리 현대사에서도 검찰은 권력에 굴종하며 정권의 보디가드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 ‘정권의 충견’ 같았던 무소불위의 검찰을 이제는 바꿔 보자는 것이 현 정부 검찰 개혁의 근본 방향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 개혁이 개혁의 미명을 뒤집어쓰고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더니 결국은 검찰을 장악하기 위한 시도임을 확인시켜 주고 말았다. ‘권력은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지 않는다’는 역사적 진리도 새삼 증명해 보였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그것을 법무부 장관에게 주라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현 정권이 과거 정권과 조금도 다르지 않고 오히려 더 노골적인 방법으로 검찰을 부리려고 시도하려 한다는 비난을 어떻게 모면할 수 있겠나. 권위주의 시대의 검찰총장이 아무리 정권과 결탁해 하수인 노릇을 했더라도 그 시절의 총장은 최소한의 지조와 고집이 있었다. 그것을 뒷받침했던 제도가 임기제와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제8조다. 임기를 보장함으로써 총장이 소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검찰청법 제8조로 총장이 수사에 관한 외압을 막을 수 있도록 모양새를 갖춰 줬다. 권위주의 시대의 검찰이 전두환, 노태우, 전경환, 김현철, 이상득 등 위정자와 그의 친인척의 대형 비리를 수사하고 구속할 수 있었던 것은 그래서 가능했다. 추천 과정도 없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국무위원인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를 지휘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역할을 대신하며 정권의 입맛대로 수사를 좌지우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에게 2년 임기를 보장하고 독자적인 수사지휘권을 준 것은 최소한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는 의미다. 그런 것을 검찰청법을 거꾸로 해석해서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해 장관에게 주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명백히 훼손하는 것이다.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검찰 권력의 분산과 견제가 필요하지만, 작금의 정책 방향은 제왕적 검찰에서 솎아 낸 권력을 더 제왕적인 최고 권력으로 이동시키려 하니 문제다. 현 정권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들을 죄다 좌천시킨 전례가 있듯이 검찰권이 법무부 장관, 나아가 더 상위의 권력으로 옮겨 간다면 검찰 수사와 인사가 어떻게 될지는 자명하다. 공수처도 그런 논란 속에 있지만 검찰이 특히 정권과 연관된 거악의 비리, 친인척 비리를 파헤친다는 것은 기대할 수도 없다. 전 정권이든, 현 정권이든 말로는 검찰의 중립 보장을 외쳐도 결코 다가가기 어려운 머나먼 신기루임을 국민은 이제야 알까 말까다. 현 정권의 개혁에 대한 국민의 생각이 다 같지 않음을 안다. 총장의 수사권 배제를 놓고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기편이 아니면 어떤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기 이익에 반하는 것이면 무조건 배척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급기야 대선 후보로 떠오르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고도의 정치적 성향을 지닌 인물인지, 오로지 검찰권의 중립적 행사만을 생각하는 소신파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수용하고 수족이 다 잘리고서도 독불장군처럼 남아 최후의 보루로 검찰을 수호하려는 심정인지도 알 길이 없다. 윤 총장이 소신파이든 수호자이든 이미 상황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마당에서 중심을 잡아 줄 역할은 이념에 편향되지 않고 정도(正道)를 추구하는 국민의 몫이다. 개혁위의 권고안대로 제도가 바뀐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정권 교체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그 제도를 과거 독재정권에 대입해 보아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언젠가 현 정권과 대척 관계에 있는 정파가 집권한다면, 또 그 정권이 법무검찰개혁위 권고대로 만든 제도를 악용한다면 부메랑은 현 정권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권고안이 독재시대에 실행됐다고 가정하면 더 끔찍하다. 영원한 권력도 없고 영원한 정권도 없다. 모든 정책은 역사에 기록된다. 지금 개혁이라고 자부하는 제도가 차후에 악용될 때 그때 다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문제 삼고 또다시 개혁을 외칠 것인가. sonsj@seoul.co.kr
  • 지역 균형·패션봉제산업 착착착 베드타운 아닌 경제도시 엄지척

    지역 균형·패션봉제산업 착착착 베드타운 아닌 경제도시 엄지척

    ‘균형.’ 서울시 행정국장과 기획조정실장, 행정1부시장을 거친 경험 때문일까. 지난 2년간 중랑구에서 류경기 구청장이 보여 준 구정의 특징을 꼽으라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균형’이라는 단어를 선택할 것이다. 서울 외곽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지역의 구청장들은 대부분 개발사업에 몰두한다. 한마디로 하드웨어에 몰두하게 된다는 뜻이다. 물론 류 구청장도 민선 7기 전반기 서울주택공사(SH공사) 유치와 면목패션진흥지구 사업, 상봉터미널 개발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는 성과를 내놨다. 하지만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취임 당시 38억원이었던 지역의 교육 예산을 올해 60억원으로 2년 만에 57.9%나 늘렸고, 방정환교육지원센터와 장애인학교인 동진학교를 건립하는 등 지역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교육과 장애인 문제를 해결했다. 또 지역을 돌며 구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마실’이나 2년째 계속하는 ‘골목 청소’ 등 지역 문화를 바꾸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다. 지역 개발과 삶의 행복 두 마리 토끼를 좇는 류 구청장으로부터 민선 7기 후반전에 대해 물었다.-지역을 돌면서 2년째 골목 청소를 한다고 들었다. 왜 하나? “매일 하는 것은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동네를 바꿔 가면서 나간다. 이유라고 하기에는 좀 거창한데, 동네를 좀 깨끗하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취임하고 나서 계속하고 있다. 중랑구는 서울의 대표적인 베드타운이라 이미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골목이 지저분하면 사람들이 좋지 않은 동네라고 생각할 것 아니냐. 그래서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를 하면서 주민들도 좀 만난다.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바라보던 구민들도 이제 같이 청소에 나서기도 한다. 직접 청소를 하니까 좋은 점은 구민들에게 골목 청소를 좀 하자고 잔소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하.” -교육에 대한 투자가 많이 늘었다. “교육환경 개선은 대표적으로 구민들의 요구가 많은 사업이다. 2018년 취임 당시 우리 구의 교육경비 예산이 38억원 정도였는데, 올해 60억원 정도로 늘어났다. 임기 안에 80억원까지 교육 예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내년에는 방정환교육지원센터가 완공되는데 상담 컨설팅, 학부모 교육, 진로 교육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라 구민들이 받는 교육 서비스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봉제산업을 패션산업으로 연결시키는 작업이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 사양 산업인 봉제산업을 붙잡는 이유가 궁금하다. “흔히 봉제산업이라고 하면 1960~70년대 인건비를 따먹는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중랑구는 봉제업체 수가 2620개나 되고, 종사자 수가 1만 3200명이다. 한마디로 버릴 수 없는 산업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저부가가치인 봉제산업을 고부가가치인 패션산업과 연결시켜 기존 산업과 신산업이 ‘윈윈’하는 결과물을 만들자는 게 패션봉제산업 활성화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선 패션 관련 젊은 창업자들이 만든 제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게 패션산업과 봉제산업을 연결시켜 주는 앵커시설이다. 바로 중랑패션지원센터인데 내년에 착공이다.” -앵커시설인 중랑패션지원센터에서 하는 일은 어떤 것인가. “패션과 봉제산업의 생산 협력 공간이 중랑패션지원센터다. 젊은 패션디자이너들이 새로운 디자인의 옷을 만들 때 가장 큰 어려움이 시제품을 만드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특히 다양한 느낌의 디자인을 표현하려면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패션지원센터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먼저 봉제산업 종사자들에게는 저렴한 비용으로 고가의 생산설비를 빌려준다. 이렇게 되면 의류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생긴다. 신예 디자이너 입장에선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되고, 시제품을 만드는 비용도 줄어들기 때문에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동 브랜드를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마케팅 지원도 할 계획이다.” -패션봉제산업의 아이디어는 좋은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재원이다. “지난해 면목패션특구를 위한 마중물 사업비 200억원을 확보했다. 이를 가지고 중랑패션지원센터와 패션봉제종합정보센터, 패션봉제 스타트업 공간 등 3개 시설을 중심으로 한 패션봉제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패션지원센터는 내년 착공에 들어가 2022년 준공 예정이다. 규모는 지하 4층 지상 6층이고 연면적만 9000㎡다. 또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복합지원센터 공모 사업 선정으로 건립비 25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망우리공원을 역사문화공원으로 만드는 작업은 어느 정도 왔나. “올해 망우리공원 관리 권한을 서울시로부터 받아 왔다. 장기적으로는 망우공원을 역사문화공원으로 만들어 구민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망우리공원을 단순히 공동묘지 정도로 아는 분들이 많은데 만해 한용운, 소파 방정환 선생님 등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분들이 많이 안장됐다. 특히 최근에는 유관순 열사도 망우리공원에 잠들어 계실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올해는 유관순 열사 서거 100주년이 되는 해라 이에 맞춰 망우리공원에서 기념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독립유공자 묘역을 계속해서 정비하면서 숨겨진 독립유공자를 추가 발굴하는 작업도 같이 하고 있는데 유명 인사의 묘역과 주민봉사단체를 1대1로 연계해 묘소 정비와 관리를 주민들이 하는 영원한기억봉사단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울창한 숲과 5.2㎞의 산책로를 조성해 시민들에게 사색과 휴식을 제공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개발 이야기 좀 하자. 교통 관련 사업이 많은 것 같다. “중랑구 교통환경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이 망우역에 선다. GTX B가 완공되면 망우역에서 서울역까지 10분이면 가고 용산과 여의도 등도 빠르게 이동이 가능해진다. 또 신내동에서 망우동, 면목동, 동대문구 청량리까지 9.05㎞로 연결하는 면목선도 2022년 착공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광역교통과 지역 내 교통체계가 둘 다 개선되는 만큼 구민들의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다.” -2년 동안 아쉬운 부분은 없었나. “왜 없겠나. 중랑구에 대한 홍보를 제대로 못 한 부분이 좀 아쉽다. 중랑구가 베드타운에서 경제도시로 바뀌고 있는데 좀 덜 알려진 것 같다. 앞으로 현장에서 주민들을 자주 찾아뵙는 것은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직접 알리려고 한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류경기 구청장 ▲전남 담양 출생(1961) ▲서울 문성초, 강서중, 대신고, 서울대(81학번) 정치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석사 ▲위스콘신대 대학원 정책학 석사 ▲서울시립대 대학원 도시행정학 박사 ▲제29회 행정고시 합격(1985) ▲서울시 대변인(2011~2012) ▲서울시 기획조정실장(2014~2015) ▲서울시 행정1부시장(2015~2017) ▲민선 7기 중랑구청장(2018~) ▲부인 강영숙(55)씨와 1남 1녀 ▲저서 ‘우문현답’
  • 현대사의 비극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되나

    한국 현대사의 비극으로 기록된 여순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안이 21대 국회에서 발의돼 제정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병철(순천·광양·곡성·구례갑) 의원은 지난 28일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여순사건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김태년 원내대표와 이낙연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 152명이 동참했다. 여순사건 특별법은 2001년 16대 국회 이후 18대와 19대·20대 국회에서 8차례나 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도 넘기지 못하고 자동폐기됐다. 20년 동안 번번이 좌절돼 왔다. 하지만 21대 국회는 176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상임위에서 과반을 차지한 데다 위원장까지 맡고 있어 어느 때보다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여순사건 특별법안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를 받으면 본회의에 상정된다. 법안은 여순사건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와 진상 규명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유족들이 80∼90대의 고령인 점을 참작해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할 때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을 넣었다. 기념재단을 만들어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사업도 진행하도록 했다. 특별법안이 발의되자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권오봉 여수시장은 “유족들에게 지난 세월의 아픔을 환하게 비출 촛불과 같은 희망이 될 것이다”며 “특별법 제정으로 여순사건의 진상이 정확하게 규명돼 유족들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기 바란다”고 밝혔다. 허석 시장도 “특별법 제정을 위해 힘써주신 유가족을 비롯한 지역 국회의원과 도의원, 시의원 및 시민 단체 등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공동의 노력과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는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은 70여년간 왜곡된 대한민국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며 “남북분단의 마지막 남은 시대적 과제로서 문재인 정부 국정철학을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제주 4·3 진압 명령을 거부한 여수주둔 국군 14연대가 군사 봉기를 일으키며 시작된 일이다. 진압 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 등 1만 1000여명이 숨졌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지난 1월 여순사건 희생자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여순사건이 일어난 지 무려 72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소병철 의원은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및 유가족들의 명예회복을 향한 우리 당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며 “특별법이 하루라도 빨리 통과돼 왜곡된 진실을 규명하고 희생자와 유족분들의 명예가 조속히 회복해드릴 수 있도록 전남 동부권 의원들과 힘을 합쳐 끝까지 사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트위터, 코로나19 허위 정보 올린 트럼프 장남 계정 12시간 차단

    트위터, 코로나19 허위 정보 올린 트럼프 장남 계정 12시간 차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트위터에 코로나19와 관련해 문제가 있는 정보를 올렸다가 트위터 계정 접근을 차단당했다. 트위터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일군의 의사들이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잘못된 주장을 펼치는 동영상을 올린 트럼프 주니어에게 문제의 트윗을 지우도록 하면서 트위터의 일부 기능을 12시간 동안 차단했다고 밝혔다. 트위터 대변인은 “문제의 동영상이 포함된 트윗들은 우리의 코로나19 관련 허위정보 규정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주니어는 트위터로 다른 사람의 트윗을 볼 수 있지만, 일시적으로 트윗을 올리거나 다른 사람의 트윗을 리트윗할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밤 똑같은 동영상을 게시했지만 그는 다른 사람의 트윗을 리트윗했고, 트위터는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이 동영상에는 의사들이 나와 코로나19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이나 봉쇄 조치는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하이드록시클로로퀸으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옹호했다. 이들 가운데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로 이름난 이도 있다. 이 동영상은 전날 보수 성향의 뉴스 매체 ‘브라이트바트’, 정치 단체 ‘티 파티 패트리어츠’,최근 결성된 연합체 ‘미국의 프런트라인 의사들’ 등이 소셜미디어에서 활발히 공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리트윗한 트윗 중에는 이 동영상과 함께 “의사가 미국 현대사에서 최대의 스캔들이라 할 일을 비판한다”며 “(앤서니) 파우치와 민주당원들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억압은 코로나19 사망이 계속되도록 해 트럼프를 흠집 내려는 것”이라고 적은 것도 있다. WP는 이번 조치를 두고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유명 이용자들의 잘못된 게시물 단속에 대해 트위터가 취해온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트럼프 주니어의 앤디 수라비안 대변인은 영국 BBC에 이번 조치가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온라인에서 자유로운 표현을 말살하기로 작정했음을 보여주는 추가 증거이자,그들이 공화당의 목소리를 억압해 선거 개입을 저지르는 또 다른 사례”라고 주장했다. 트위터는 문제의 동영상을 삭제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공유한 일부 트윗을 지웠다. 또 화제가 되는 내용을 알려주는 ‘트렌딩 토픽’에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과 유튜브도 자사 플랫폼에서 이 동영상을 삭제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 전에 이미 동영상은 수천만회 조회됐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글로벌 In&Out] 역사적 인물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글로벌 In&Out] 역사적 인물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나는 언론이나 저술 활동과 함께 코미디도 하고 있다. 코미디 활동을 스탠드업이라는 장르를 통해서 하는데, 스탠드업은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콩트 코미디와는 좀 다르다. 무대 위에 혼자 오른 코미디언이 특별한 분장 없이 오직 마이크 하나만으로 가지고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면서 웃음을 주는 장르가 바로 스탠드업이다.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이 유머를 끌어당기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실제로 경험한 웃긴 사연을 재미있게 전달하거나, 사람들이 듣기에 재미나 보이는 색다른 관찰을 공유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인생의 반을 보냈고 귀화까지 했지만 제일 거슬리는 주제가 ‘국뽕과 헬조선’이다. 양극단의 심각한 이 주제로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끌어당기는 것이 나름 쉽다. 국뽕에 취한 사람들만큼 한국이 싫어서 떠나려는 젊은이도 많기 때문이다. 국뽕 현상을 비꼬는 식으로 유머를 짤 때면 두 가지 메시지가 만들어진다. 하나는 “한국은 나름 괜찮은 나라인데 왜 이 나라를 떠나려고 하는가? 밖에 나가면 한국보다 압도적으로 훨씬 나은 나라가 있을까?”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지나친 국뽕은 나라 망신이다”라는 것이다. 인간이 사는 게 거의 비슷할 것인데 한 집단이 자기네 공동체를 지나치게 우수하다고 강조하면 인간 사회에서 왕따당하듯이 지나친 국뽕은 그 나라를 왕따당하게 한다. 터키 출신이다 보니 유럽이든 중동이든 국뽕이 얼마나 위험한지 경험했기에 특히 예민하다. 가진 것을 지나치게 자랑하는 것도 나쁘지만 가진 것을 지나치게 낮추고 비판하는 것도 나쁘다. 특히 역사 속의 존경받는 인물이라면 더 위험하다. 왜냐하면 역사는 공동체를 서로 묶어서 국민이라는 개념을 발생시키는 것인데, 그 역사에 폭탄을 던지면 흔들리는 것은 역사뿐 아니라 국민의식이다. 물론 근현대사의 인물이라면 의견이 엇갈릴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부국의 이미지 박정희와 민주화의 이미지 김대중의 평가는 아직 서로 충돌하고 있다. 그런데 세종대왕과 훈민정음이 무슨 잘못이 있길래 이상한 평가를 받는가? 얼마 전에 존경하는 한 지식인의 방송을 봤는데, 세종대왕과 훈민정음을 낮게 평가하고 있었다. 그분의 주장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세종대왕은 다른 군주들처럼 왕권만을 중요시했고, 왕권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훈민정음을 만들었으니, 백성을 어여삐 여겨 한글을 창제한 것은 아니다. 국민이 광장에 모여서 자신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하야시키는 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현재의 눈으로 역사를 해석하면 무조건 실수를 하게 된다. 역사 속에서 무혈로 세습제도를 벗어나 권력을 국민에게 준 군주는 브라질 마지막 황제 페드루 2세 말고는 없다. 그래서 아직도 브라질 국민들은 그를 존경하고 있다. 그러나 세종대왕 시대에는 무슨 입헌군주제도도 없었고, 공화국 선포하자는 세력도 없었다. 세종대왕을 그러한 방향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세종대왕이 뜬끔없이 국회를 만들고 하야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인가? 역사 속의 군주는 예수나 부처가 아니다. 그들을 평가할 때는 비슷한 시대, 비슷한 환경의 인물들과 평가한다. 세종대왕은 쓸데없이 이웃 국가에 전쟁을 선포했나? 국민이 주는 세금을 쓸데없이 상승시켰나? 국가 재산을 낭비했었나? 마음에 든 남의 부인을 억지로 빼앗았는가? 국민이 싫어하는 개혁을 해서 반대한 백성을 학살했는가? 국가에 큰 공이 있는 고위급 관료를 이유 없이 유배 보냈는가? 신하들이 열심히 하니까 왕은 나랏일 신경 안 쓰고 놀아야지 했나? 역사 속의 군주들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지고 평가를 해야 한다. 이런 질문들을 던져 보면 세종대왕은 참 존경받을 인물로 보인다. 현재의 시각에서 그들을 평가한다면 코미디 소재나 되지 다른 것이 나오지 않는다.
  • [씨줄날줄] 행정수도 이전 재점화/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행정수도 이전 재점화/전경하 논설위원

    2004년 10월 21일.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던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위헌 판결을 받은 날이다.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에 위반된다고 심판했다. 1년여가 지난 2005년 11월 24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 대한 위헌 소송은 각하됐다. 수도를 상징하는 대통령과 국회가 서울에 있고,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떨어져 있어도 원활한 의사소통 수단이 확보되면 대통령이 통제력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정부 부처가 옮겨 가도 행정부의 기본적 구조에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 이유로 거론됐다. 그 결과 ‘행복도시’ 세종시가 만들어져 2012년 총리실을 시작으로 지난해 행정안전부까지 옮겼다. 아직 법무부가 경기 과천, 외교부·국방부·여성가족부·통일부·금융위원회가 서울에 있다. 세종시 이주 초창기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헌재가 행정의 효율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지금은 줄었지만 국회의원들은 고위 공무원들의 대면 보고나 설명을 요구하고, 고위 공무원도 눈도장 등을 찍고자 청와대나 국회를 찾는다. ‘길 과장’, ‘길 국장’이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정책의 수준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신행정수도 시즌 2’가 시작됐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 완화를 위해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 모두 세종시로 내려가자고 했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21일에도 같은 주장을 했다. 여당의 행정수도 이전 주장을 놓고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핑계로 부리는 꼼수라는 주장과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토 면적의 12%인 수도권에 사는 인구가 올해 처음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 2004년 헌재의 판결문에는 수도를 옮기려면 개헌을 통해 새로운 수도 설정의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돼 있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제출한 개헌안에 수도를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이 있는 이유다. 다른 나라도 행정수도를 경제·정치적 이유 등으로 옮겼다. 브라질은 내륙 개발을 위해 1960년 해안에 위치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브라질리아로, 호주는 1909년 멜버른에서 캔버라로 옮겼다. 캔버라가 양대 도시인 멜버른과 시드니의 중간이어서다. 독일은 1991년 본에서 분단 이전 수도였던 베를린으로 옮겼다. 행정 비효율 논란이 있지만 명분이 이겼다. 효율을 따진다면 청와대와 국회가 세종시로 옮겨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런 이전은 정치적 꼼수 대신 개헌 등 정석대로 해야 한다. lark3@seoul.co.kr
  • [정승민의 막론하고] ‘세대 전쟁’의 늪 속으로

    [정승민의 막론하고] ‘세대 전쟁’의 늪 속으로

    영면에 들어간 전 서울시장을 둘러싼 공방이 커지고 있다. 홍해처럼 쫙 갈라진 의견들이 교집합을 구성할 기색은 여전히 없다. 어김없이 진영 논리라는 ‘블랙홀’이 작동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   모든 죽음은 비극적이다. 제아무리 위인이라도 위약하고 초라한 삶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공소권 없음’이라는 규정적 판단으로 박원순 시장의 죽음과 관련된 진상이 덮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고인에게는 애도를 표하고 문제는 문제대로 풀어가야 한다. 규명과 책임을 통해 공동체를 뒤흔든 윤리와 질서는 복구되리라고 믿는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박원순 사건’이 세대 간의 차이를 넘어서 세대 대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일련의 여론조사에서 2030세대는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이거나 유보하는 추세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은 부동산’이라는 시중의 우스개가 보여 주듯 5060세대의 주거 기득권을 강화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반감은 확산일로다. 지난해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정의에 대한 세대 간 인식은 하늘과 땅처럼 갈라졌다. 국가와 공리를 고집하는 5060과 달리 청년세대는 개인과 공정에 집착한다. 2016년 촛불 혁명에 공조했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평창올림픽의 남북한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놓고 세대 간에 마찰을 빚었다.   지금 사회의 상층부를 차지한 586세대(50대 연령,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는 이분법에 익숙하다. 독재 정권 아래서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가장 먼저 적과 아군을 식별하는 법부터 배웠다. 아우슈비츠의 참극을 몸으로 겪은 작가 엘리 위젤처럼 중립과 침묵은 악의 세력을 편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를 선과 악의 아마겟돈으로 간주하기에 타협을 변절이나 굴복으로 인식하고 보수파가 사악하다는 폭로로 도덕적 우월감을 누린다는 것이 강준만 교수의 지적이다.   반면 87년 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서 학교를 다닌 2030세대는 과외교습과 입시학원의 경험을 공유한다. 이들을 투자 대비 성과가 높은 ‘인적 자원’으로 길러내는 것이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 목표였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은 2030의 특징을 ‘모든 것을 시험으로’로 요약한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민한 시기에 체험하면서 공정성이라는 기준을 갖게 됐고 무조건적인 지지보다는 사안별로 판단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세대 갈등은 당연하다. ‘버릇없는 젊은 것들’은 수천년 전 고대문명에서도 발견될 만큼 세대 간 대립은 역사의 기본 리듬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한국 현대사에서 이념과 지역 갈등이 워낙 극심하다 보니 묻혔을 뿐이지, 기성세대를 향한 반항과 반발은 항상 내연 상태였다. 내부에서 타오르던 2030세대의 불만은 5060세대의 대표 주자인 ‘조국’과 ‘박원순’을 계기로 분출할 가능성이 짙다.   ‘세대 전쟁’의 핵심은 성(性)과 식량이다. ‘청년의 가장 분명한 욕망은 성과 그 좌절된 욕망에서 나온다’는 유종호 교수의 사르트르 인용문을 빌려 말하자면, 교대로 성추문을 터뜨려 온 여야의 정치인과 정치 체제 모두는 젊은 세대의 공적이다. 구세대가 청년들의 짝이 될 여성들을 희롱하고 추행하는 사회를 어떻게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라고 부를 수 있는가. 게다가 양극화한 경제구조 속에서 그나마 남은 기회의 사다리조차도 강남, 그것도 ’강남 좌파‘가 정보의 비대칭성을 무기로 선점하면서 2030의 박탈감은 극대화되고 있다.   진학과 취업, 결혼과 출산 등 생애 주기마다 포기를 강요받는 ‘N포 세대’는 어디로 가게 될까. 한국인의 미래를 주제로 한 어떤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의 절반가량이 붕괴와 새로운 시작을 원한다고 답했다. 공정과 정의로 무장하고 반(反)페미니즘으로 세례받은 청년 극우가 조만간 등장하리라는 경제학자 우석훈의 암울한 경고도 되새겨 봐야 할 시점이다.
  • [정승민의 막론하고] ‘세대 전쟁’의 늪 속으로

    [정승민의 막론하고] ‘세대 전쟁’의 늪 속으로

    영면에 들어간 전 서울시장을 둘러싼 공방이 커지고 있다. 홍해처럼 쫙 갈라진 의견들이 교집합을 구성할 기색은 여전히 없다. 어김없이 진영 논리라는 ‘블랙홀’이 작동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   모든 죽음은 비극적이다. 제아무리 위인이라도 위약하고 초라한 삶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공소권 없음’이라는 규정적 판단으로 박원순 시장의 죽음과 관련된 진상이 덮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고인에게는 애도를 표하고 문제는 문제대로 풀어가야 한다. 규명과 책임을 통해 공동체를 뒤흔든 윤리와 질서는 복구되리라고 믿는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박원순 사건’이 세대 간의 차이를 넘어서 세대 대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일련의 여론조사에서 2030세대는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이거나 유보하는 추세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은 부동산’이라는 시중의 우스개가 보여 주듯 5060세대의 주거 기득권을 강화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반감은 확산일로다. 지난해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정의에 대한 세대 간 인식은 하늘과 땅처럼 갈라졌다. 국가와 공리를 고집하는 5060과 달리 청년세대는 개인과 공정에 집착한다. 2016년 촛불 혁명에 공조했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평창올림픽의 남북한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놓고 세대 간에 마찰을 빚었다.   지금 사회의 상층부를 차지한 586세대(50대 연령,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는 이분법에 익숙하다. 독재 정권 아래서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가장 먼저 적과 아군을 식별하는 법부터 배웠다. 아우슈비츠의 참극을 몸으로 겪은 작가 엘리 위젤처럼 중립과 침묵은 악의 세력을 편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를 선과 악의 아마겟돈으로 간주하기에 타협을 변절이나 굴복으로 인식하고 보수파가 사악하다는 폭로로 도덕적 우월감을 누린다는 것이 강준만 교수의 지적이다.   반면 87년 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서 학교를 다닌 2030세대는 과외교습과 입시학원의 경험을 공유한다. 이들을 투자 대비 성과가 높은 ‘인적 자원’으로 길러내는 것이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 목표였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은 2030의 특징을 ‘모든 것을 시험으로’로 요약한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민한 시기에 체험하면서 공정성이라는 기준을 갖게 됐고 무조건적인 지지보다는 사안별로 판단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세대 갈등은 당연하다. ‘버릇없는 젊은 것들’은 수천년 전 고대문명에서도 발견될 만큼 세대 간 대립은 역사의 기본 리듬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한국 현대사에서 이념과 지역 갈등이 워낙 극심하다 보니 묻혔을 뿐이지, 기성세대를 향한 반항과 반발은 항상 내연 상태였다. 내부에서 타오르던 2030세대의 불만은 5060세대의 대표 주자인 ‘조국’과 ‘박원순’을 계기로 분출할 가능성이 짙다.   ‘세대 전쟁’의 핵심은 성(性)과 식량이다. ‘청년의 가장 분명한 욕망은 성과 그 좌절된 욕망에서 나온다’는 유종호 교수의 사르트르 인용문을 빌려 말하자면, 교대로 성추문을 터뜨려 온 여야의 정치인과 정치 체제 모두는 젊은 세대의 공적이다. 구세대가 청년들의 짝이 될 여성들을 희롱하고 추행하는 사회를 어떻게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라고 부를 수 있는가. 게다가 양극화한 경제구조 속에서 그나마 남은 기회의 사다리조차도 강남, 그것도 ’강남 좌파‘가 정보의 비대칭성을 무기로 선점하면서 2030의 박탈감은 극대화되고 있다.   진학과 취업, 결혼과 출산 등 생애 주기마다 포기를 강요받는 ‘N포 세대’는 어디로 가게 될까. 한국인의 미래를 주제로 한 어떤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의 절반가량이 붕괴와 새로운 시작을 원한다고 답했다. 공정과 정의로 무장하고 반(反)페미니즘으로 세례받은 청년 극우가 조만간 등장하리라는 경제학자 우석훈의 암울한 경고도 되새겨 봐야 할 시점이다.
  • 계명대 교수 저서 3종,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선정

    계명대 교수 저서 3종,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선정

    계명대 교수의 저서 3종이 ‘2020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됐다.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계명대 교수들의 저서는 인문학분야에 정문영 영문학전공 교수가 줄리 샌더스 교수의 저서를 번역한 ‘각색과 전유(동인)’, 사회과학분야에 최종렬 사회학과 교수의 저서 ‘공연의 사회학: 한국사회는 어떻게 자아성찰을 하는가(오월의 봄)’, 한국학분야에 이윤갑 사학과 교수의 저서 ‘한국 근대 지역사회 변동과 민족운동: 경상도 성주의 근대전환기 100년사(지식산업사)’ 등 3종이다. 정문영 교수가 충북대 박희본 교수와 공동 번역한 줄리 샌더스 교수의 저서 ‘각색과 전유’는 원작 저자와 상호 소통과 협력을 통해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 책은 신생 학문인 각색학을 다루고 있다. 각색과 전유의 다양한 정의와 실천, 각색 충동 이면의 문화적·미학적 정치성, 각색의 글로벌 차원과 지역적 차원,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제작되어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그리고 현대 문학, 연극, 텔레비전, 영화가 다른 예술작품을 각색, 개정, 재해석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최종렬 교수의 저서 ‘공연의 사회학: 한국사회는 어떻게 자아성찰을 하는� ?�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문화구조를 파헤치고 있다. 한국사회가 집합의례를 통해 수행한 민주주의, 성장주의, 민족주의, 젠더주의 등 네 가지 자아성찰을 다루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외쳤던 2016년 촛불시위를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를, 이명박 정부의 한미 쇠고기 협정에서 촉발된 2008년 촛불집회를 통해 한국의 성장주의 담론을, 이자스민이 한국 시민사회에 편입되는 과정을 통해 한국의 혈족적 민족주의를, 나꼼수의 ‘비키니 사건’을 통해 한국의 젠더주의를 분석하고 있다. 이 네 가지 자아성찰을 통해 한국사회의 현재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윤갑 교수의 ‘한국 근대 사회 변동과 민족운동: 경상도 성주의 근대전환기 100년사’는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에 민족운동, 4.19혁명까지 지난 100년간 경북 성주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난 사회변동과 민족운동 등 근현대사를 다각도로 조명한 책이다. 제1부에서는 1862년 성주에서 일어난 농민항쟁에서 시작해 1894년의 동학농민전쟁에 이르기까지 반봉건투쟁이 반봉건 반침략의 민족운동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추적했다. 제2부에서는 한말 국채보상운동?대한협회 지회 개설?성명학교 설립 등 국권회복운동의 발전과 나아가 이를 계승한 일제강점기 유림단 독립청원운동과 3?1운동, 부르주아 민족운동과 신간회 지회설립운동 등을 연구하여 민족운동의 발전과정을 해명하였다. 제3부는 해방공간의 자주국가 건설운동과 보도연맹조직, 한국전쟁기의 좌우 대립과 민간인 희생 및 사회변동, 전후 분단고착화 과정과 1960년 4월 혁명기의 피학살자유족회 활동 등을 연구하여 해방 후 정치지형의 변화를 밝히고, 민족운동의 새로운 과제를 검토하고 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코로나19 중단한 부산 박물관 투어 재개... 피란수도 부산 70주년과 연계

    부산시립박물관이 코로나19 때문에 중단했던 박물관 투어 프로그램을 29일부터 다시 운영한다고 21일 밝혔다. 박물관 투어는 부산의 정체성을 담은 박물관 답사로 시민에게 지역사를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부산박물관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박물관은 투어 참가 인원을 줄여 밀접 접촉을 막고,실내 단체 해설은 이동 중 설명으로 대체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박물관 투어는 부산박물관,정관박물관,복천박물관,시민공원역사관,임시수도기념관,동삼동패총전시관,근대역사관 등지를 둘러보는 버스 투어와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유엔평화기념관,유엔기념공원을 탐방하는 도보 투어로 나뉘어 월 1회 4개 코스로 진행한다. 올해는 6.25 전쟁과 피란수도 70주년을 맞아 도보로 유엔평화문화특구 내 유엔평화기념관과 유엔기념공원 등록문화재를 둘러보는 투어도 마련했다. 29일 진행되는 1차 투어 참가 신청은 22일부터 부산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받는다. 선착순 마감이며 자세한 사항은 부산박물관 교육홍보팀(051-610-7185)으로 문의하면 된다. 송의정 시립박물관장은 “이번 박물관 투어가 잃어버린 현대사를 다시 만나는 ‘기억의 공간’에서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기원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통합당, 새 정강정책에 ‘5·18 정신’ 담았다

    통합당, 새 정강정책에 ‘5·18 정신’ 담았다

    미래통합당이 당의 핵심 비전을 담은 새 정강정책에 처음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명기하기로 결정했다. 통합당 정강정책 개정특위(위원장 김병민)는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강정책 초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18일 첫 회의를 연 지 한 달여 만의 결과물이다. 초안 전문에는 “우리는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하며 진영 논리에 따라 과거를 배척하지 않는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새마을운동 등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산업화 세대의 ‘조국 근대화 정신’과 자유민주주의를 공고히 한 2·28 대구민주운동, 3·8 대전민주의거, 3·15 의거, 4·19 혁명, 부마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항쟁 등 현대사의 ‘민주화운동 정신’을 이어간다”는 내용이 담겼다. 역사관 부분도 새롭게 정리됐다. 정강정책에는 “3·1 독립운동 정신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정통성을 이어받는다”고 명시했다. 이어 “공산주의 침략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국난극복의 자랑스러운 역사”,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민주화를 성취” 등을 명시하며 자유민주주의와 민주화를 아울렀다. 정강정책은 또 “기회의 나라, 공정한 대한민국”을 강조했다. “입시와 취업, 병역 등 우리 사회 전반에서 반칙과 특권이 허용되지 않도록 한다” 등 내용을 담았다. 이밖에 ▲쾌적한 노동환경과 노동시장 고용안정망 강화 ▲소외계층을 위한 국가 책임·의무 강화 ▲양육이 중심 되는 사회제도 마련 ▲한미동맹 강화와 북한 비핵화 ▲저탄소 청정에너지에 기반한 친환경사회 건설 등도 언급했다. 김병민 위원장은 기자회견 후 5·18 민주화운동이 정강정책에 포함된 배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민주화운동 정신은 과거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정강·강령에는 포함돼 있었지만 자유한국당과 미래통합당을 거치며 표현 자체가 사라졌었다”며 “민주화운동 정신을 담는 것만으로도 진일보한 변화”라고 자평했다. 이어 “더 나아가 민주화 운동을 열거함으로써 현대사에 기록된 긍정적 의미를 돌아보고, 산업화 세대 정신을 모두 함께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게 미래로 나가는 근본적 출발이란 생각이었다”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은 정강정책 초안에 대한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는 “국민을 위한 변화에 많은 방점을 찍었고, 치열한 토론을 통해 우리 당이 나아갈 수 있는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답했다. 이날 공개된 초안은 이후 당 의원총회에 안건으로 올라가 의원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다. 이어 당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의 의결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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