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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애도하고… 동물들의 의례 10가지

    인사·애도하고… 동물들의 의례 10가지

    설을 맞아 많은 이들이 몇 시간씩 고생길을 마다하지 않고 고향으로 향한다. 차례를 지내고 세배도 한다. 하잖고 당연한 것처럼만 여겨지는 이런 의례에 집착하는 것은 다른 이들, 사회 공동체와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30년 동안 코끼리를 비롯한 동물 생태를 연구한 케이틀린 오코넬은 인간처럼 사회적 의례를 정교하고 복잡하게 수행하는 동물들의 의례를 열 가지로 소개한다. 가장 기본적인 의례로 인사를 떠올린다. 수컷 얼룩말들은 상처를 내지 않을 만큼만 살짝 무는 장난을 통해 인사를 나눈다. 수컷 검은코뿔소는 뿔을 맞대며 인사한다. 동물은 인사를 귀찮아하지 않는다. 동료나 가족이 죽었을 때는 애도의 의례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동물원에서는 안락사한 우두머리 암컷 코끼리 사체를 다른 코끼리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누구라도 볼 수 있는 곳에 내놓았다. 그러자 가장 친했던 코끼리 두 마리가 밤새 번갈아 가며 조용히 죽은 친구를 찾아왔고, 올 때마다 각자 죽은 친구의 몸에 흙을 뿌려 덮어줬다. 하룻밤이 지나자 죽은 코끼리의 몸에는 적어도 5㎜ 두께의 흙이 쌓였다. 저자는 모잠비크에서 잡혀 북아메리카로 건너온 이들이 야생에서 경험했던 애도와 매장 의례를 동물원 안에서 행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인간이 계절이 바뀌면 대청소를 하는 것처럼 동물들도 봄맞이 대청소를 한다. 야행성 해변쥐는 날씨가 풀리는 봄이면 오래된 씨앗 껍질과 겨울에 먹었던 곤충의 딱딱한 외골격을 굴 밖으로 내놓는다. 찌르레기처럼 둥지를 재활용하는 새들은 신선한 녹색 잎을 가져다 놓는 등 청소에 열중한다. 신선한 잎에서 나오는 화학물질로 기생충 무리를 예방하려는 것이다. 그저 동물이 인간처럼 의례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려는 데 저자의 생각은 머물지 않는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삶의 무언가를 놓치고 있거나 이미 완전히 잃어버렸다”면서 “우리는 의례 기술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그 기술을 되찾으면 타인과 우리 자신 그리고 자연을 잇는 새로운 길이 보일 것이다”고 말한다.
  • 尹, 다보스 연설...“강력한 연대로 미래 위한 책임을”

    尹, 다보스 연설...“강력한 연대로 미래 위한 책임을”

    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특별연설에서 “미래세대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사할 책임과 세계시민의 자유를 확장할 책임,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이룩할 책임이 우리에게 더욱 강력한, 행동하는 연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의지를 밝히며 “대한민국은 반도체, 이차전지, 철강, 바이오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생산 기술과 제조 역량을 보유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행동하는 연대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단독연설에 나선 윤 대통령은 “지금 세계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는 협력과 연대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현대사는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기 위한 확고한 연대 정신이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대통령이 다보스포럼에 대면으로 참석해 연설한 것은 2010년 이명박 전 대통령,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9년 만이다. 윤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지속가능한 경제적 번영을 위한 글로벌 공급망의 복원력 강화 ▲기후위기 대응 및 에너지안보 확보를 위한 청정에너지 전환 ▲보건 격차 해소를 위한 글로벌 협력 강화 ▲자유와 번영에 기여하는 디지털질서 구현을 위한 국제협력과 연대의 길 등을 국제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공급망 외에도 기후위기, 보건 협력, 디지털 격차 문제 등에서도 “한국이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또 “세계시민의 자유 확대, 국제사회의 번영에 기여하고자 하는 우리들의 노력이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질 때 당면한 도전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도 역설했다. 앞서 14일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을 시작으로 다보스포럼을 계기로 한 스위스 방문까지 ‘경제외교’를 키워드로 6박 8일의 새해 첫 순방 일정을 마무리한 윤 대통령은 20일 전용기편으로 귀국길에 오른다.
  • 설 쇠러 고향에 가듯 코끼리도 장례식에 간다

    설 쇠러 고향에 가듯 코끼리도 장례식에 간다

    설을 맞아 많은 이들이 몇시간씩 고생길을 마다하고 고향으로 향한다. 약식 제사인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한다. 귀찮고 당연한 것처럼만 여겨지는 이런 의례에 집착하는 것은 다른 이들과의 관계 맺기, 사회 공동체와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30년 동안 코끼리 생태 등을 연구한 케이틀린 오코넬은 인간처럼 사회적 의례를 정교하고 복잡하게 수행하는 동물들의 의례를 인사, 집단, 구애, 선물, 소리, 무언, 놀이, 애도, 회복, 여행 등 열 가지로 소개한다. 물론 의례란 종교적 관습을 넘어 예배, 제사, 결혼식, 장례식, 축제 뿐만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 미지근한 물을 한 잔 마시는 일, 주말 스케이트보드 모임에 나가는 일처럼 습관마냥 되풀이하는 일까지 포함한다. 가장 기본적인 의례가 인사다. 수컷 얼룩말들은 상처를 내지 않을 만큼만 살짝 무는 장난을 통해 인사를 나눈다. 수컷 검은코뿔소는 뿔을 맞대며 인사한다. 동물은 인사를 귀찮아하지 않는다. 아프리카까지 갈 것도 없다. 집의 반려견이 날마다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주인을 볼 때마다 항상 뛰어와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인사한다. 코끼리들은 방금 전 헤어진 친구들과 몇년 만에 다시 만난 것처럼 서로 코를 감는다. 동료나 가족이 죽었을 때는 애도의 의례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동물원에서는 안락사한 우두머리 암컷 코끼리 사체를 다른 코끼리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누구라도 볼 수 있는 곳에 내놓았다. 그러자 가장 친했던 코끼리 두 마리가 밤새 번갈아 가며 조용히 죽은 친구를 찾아왔고, 올 때마다 각자 죽은 친구의 몸에 흙을 뿌려 덮여줬다. 하룻밤이 지나자 죽은 코끼리의 몸에는 적어도 5㎜ 두께의 흙이 쌓였다. 저자는 모잠비크에서 잡혀 북아메리카로 건너온 이들이 야생에서 경험했던 애도와 매장 의례를 동물원 안에서 행한 것이라고 추정했다.인간이 계절이 바뀌면 대청소를 하는 것처럼 동물들도 봄맞이 대청소를 한다. 야행성 해변쥐는 날씨가 풀리는 봄이면 오래된 씨앗 껍질과 겨울에 먹었던 곤충의 딱딱한 외골격을 굴 밖으로 내놓는다. 찌르레기처럼 둥지를 재활용하는 새들은 신선한 녹색 잎을 가져다 놓는 등 청소에 열중한다. 신선한 잎에서 나오는 화학물질로 기생충 무리를 예방하려는 것이다. 가위개미는 지하에 있는 집단 거주지 입구 앞 등에 빛바랜 나뭇잎이나 곰팡이가 생긴 물건, 개미 사체 등을 쌓아 놓는다. 이가 모두 빠진 늙은 코끼리를 위해 젊은 코끼리는 음식을 대신 씹어주고 엄마 침팬지는 아기 침팬지에게 흰개미 잡는 도구를 만들어 쥐여주며 먹이를 구하는 법을 가르친다. 코끼리 거북이는 애정을 구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토마토를 선물하기도 한다. 코뿔소가 뿔을 맞대며 인사하는 모습, 코끼리들이 구덩이에 빠진 새끼를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모습, 돛새치 무리가 진을 치고 사냥하는 모습, 기린들이 서로의 목을 감싸며 애정을 나누는 모습 등은 인간과 동물의 뇌가 비슷하게 작동하며 감정마저 공유한다는 새삼스러운 진실을 드러낸다. 저자는 관계를 중요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공동체 속에서 직접 접촉하며 소통하고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렇게 하지 못하면 사회적 동물은 시들어 죽고 말며, 인간도 예외가 아니라고 갈파한다. 그저 동물이 인간처럼 의례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려는 데 저자의 생각은 머물지 않는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삶의 무언가를 놓치고 있거나 이미 완전히 잃어버렸다”면서 “시대에 뒤처진 관습으로 보일지 몰라도 의례는 사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든다. 의례는 더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서로를 잘 보살핌으로써 공동체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열쇠다. 우리는 의례 기술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그 기술을 되찾으면 타인과 우리 자신 그리고 자연을 잇는 새로운 길이 보일 것”이라고 호소한다.
  • 정준호 서울시의원, ‘독립운동 기념사업과 지자체의 역할 토론회’ 성료

    정준호 서울시의원, ‘독립운동 기념사업과 지자체의 역할 토론회’ 성료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정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평4)의 주관으로 지난 18일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독립운동 기념사업과 지자체의 역할 토론회’가 개최됐다. 정 의원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서울시의회 김현기 의장, 강병원 국회의원의 축사와 함께 서울시의원 및 다양한 분야의 주체와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독립운동 기념사업 활성화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독립운동 기념사업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시민단체의 역할 강화’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발제를 통해 정부차원의 독립운동 기념사업은 우리의 일상에서 참여하거나 관심을 가지고 체험할 수 있게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시민단체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박경목 관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독립운동 유적지인 서대문형무소의 현황 및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을 설명하며 조례를 통해 항일독립운동 유적발굴 및 기념사업을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근현대사기념관 장원석 학예실장은 헌법 전문에 규정된 사항으로 국가적 책무임에도 독립운동 기념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법령의 미비함을 지적하며 법령 정비 후 조례를 제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종훈 오마이뉴스 기자는 국내·외 독립운동 사적지 역사탐방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학진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국장은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독립운동 기념사업회의 실태와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여러 독립운동 기념사업의 구심점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례에 근거한 기념사업 위원회 등을 만들어 의미있는 사업 발굴에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토론회 좌장을 맡은 한상권 교수는 독립운동 기념사업이 우리들의 생활 속에 파고들어 가야 함을 강조하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기념사업이 단절되지 않아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마무리 발언을 통해 정 의원은 “선조들의 피와 땀으로 조국의 광복을 이뤄낸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것은 국가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라면서 “논의된 고견들을 바탕으로 정부, 지자체, 학계, 시민 등과 긴밀히 소통하며 독립운동 정신이 후대에 올바르게 계승될 수 있도록 독립운동 기념사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라고 밝혔다.
  • ‘파친코’ 美 크리틱스초이스 최우수 외국어 드라마상

    ‘파친코’ 美 크리틱스초이스 최우수 외국어 드라마상

    재일 조선인 4대를 다룬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가 미국 크리틱스초이스 최우수 외국어 드라마상을 수상했다. 북미 평론가 단체인 크리틱스초이스협회(CCA)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제28회 시상식을 열고 외국어 드라마상 수상작으로 ‘파친코’를 뽑았다. ‘파친코’는 함께 후보에 오른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비롯해 ‘1899’, ‘여총리 비르기트’, ‘클레오’(이상 넷플릭스), ‘가르시아!’(HBO 맥스), ‘더 킹덤 엑소더스’(무비) 등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영예를 안았다. 한국계 드라마는 지난해 ‘오징어 게임’에 이어 2년 연속 이 부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애플TV+가 자체 제작한 ‘파친코’는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원작 장편소설을 바탕으로, 191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근현대사 속 아픔과 이민 사회의 현실을 설득력 있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윤여정이 주인공 선자의 노년을, 신인 김민하가 젊은 선자를 연기했다. 한류스타 이민호는 젊은 선자의 연인으로 출연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후보에 올랐던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은 인도 영화 ‘RRR: 라이즈 로어 리볼트’가 가져갔다. ‘RRR’은 노래 ‘나아투 나아투’로 주제가상을 받아 2관왕에 올랐다. 아시아계 배우들이 열연한 SF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조연상(키 호이 콴) 등 5관왕에 올랐다. ‘타르’의 케이트 블란쳇은 여우주연상, ‘더 웨일’의 브랜던 프레이저는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앤절라 배싯은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 소통 없는 사회의 SNS, 신뢰를 빼앗다

    현대사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로그, 유튜브 같은 다양한 매체들과 수많은 개인 방송국까지 등장하면서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시대다. 그렇지만 한국만 보더라도 분열, 반목, 오해와 충돌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에 최근 발간된 인문학 무크지 ‘아크’ 제5호는 ‘소통’을 주제로 우리 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소통에 대한 인문학적 의미를 분석하고 새로운 방식을 찾는 17편을 실었다. 아크는 오랫동안 지역사회와 소통하면서 인문학 관련 프로그램들을 진행해 온 부산의 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가 인문 담론 축적을 표방하면서 2020년 말 창간해 연 2회 발간되는 인문학 잡지다. 최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말을 뭐 하러 또 배우냐”는 식의 발언을 해 입방아에 올랐다. 과연 한국인이 우리말을 공부하는 노력 없이 소통이 가능할까. 이성철 창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이라는 글에서 “이해라는 영어 단어 ‘언더스탠딩’은 자신의 태도를 낮추어 상대방에 맞추어 서는 것”이라며 “상대방의 상황을 리허설하지 않고 쉽게 예단함으로써 혼란이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진심이 섞이지 않은 언어’가 소통의 부재를 가져온다고 꼬집으며 “말은 육체적으로 남에게 상처 주지는 않지만 겉치레 말은 상대방을 오만의 죄에 빠지게 하며 남을 슬프게 하거나 절망하게 느끼게 하는 말은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고 말했다. 정희준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는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 폐막 연설 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을 하도록 했지만 침묵했던 상황이 소통 부재가 아닌 소통 금지 사회의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질문 없는 사회’는 다름 아닌 소통 없는 사회이며, 이는 허락받은 질문, 규정을 준수한 소통만 가능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온라인 채널이 등장하면서 미디어 민주주의를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소통 없는 사회에서는 단순히 연결성만 늘어나 오히려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직접 대화나 전화 대신 SNS를 통해 일방적으로 던져지는 ‘아니면 말고’ 식의 메시지는 소통이 아닌 공지나 통보라고 꼬집으며 사람 간의 신뢰를 저하시킨다고 정 교수는 주장했다. 김형곤 동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역시 현대사회에서 소통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라는 원고에서 그는 “소통이 어려운 이유는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면서 “나와 다른 타인의 존재를 인정해야 비로소 소통이 가능해지고 활발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조선인 학대? 인정 못 함”…日정부, 뻔뻔하게 ‘군함도’ 역사 왜곡

    “조선인 학대? 인정 못 함”…日정부, 뻔뻔하게 ‘군함도’ 역사 왜곡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사무국 관계자를 초청한 자리에서 “하시마(한국명 군함도)에서 조선인을 학대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되풀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산케이신문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전날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일본 외무성의 비공식 초청을 받고 오이케 아쓰유키 주 유네스코 일본대표부 대사와 함께 도쿄 신주쿠의 전시관을 방문했다. 해당 전시관은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을 전시하는 곳이었으며, 군함도를 비롯한 일본 근대 산업시슬 23곳에 대한 각종 자료를 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군함도 등 일본 근대 산업 시설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했다. 당시 유네스코 측은 세계유산 등재와 더불어 반드시 조선인 노동자 등의 강제 노동 피해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그러나 해당 전시관에서 이러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이에 한국은 군함도 등에서 조선인 노동자가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하며 강제로 일했다는 사실이 충실히 전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일본 정부는 아줄레 사무총장과 전시관을 둘러본 뒤 “(유네스코의 요청을) 성실하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군함도에서 학대는 없었으며, 공평한 판단을 바란다’는 내용을 담은 군함도의 옛 주민이 쓴 요청서를 아줄레 사무총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군함도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조선인 강제노역을 알리겠다는 약속을 저버린 채,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후속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2021년 해당 전시관을 점검한 뒤 “일본이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후속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밝혔지만, 이미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라는 목표를 이룬 일본은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당시 “(일제시대) 한반도에서는 모든 일본 국민에게 적용됐던 국가 총동원법에 근거한 국민징용령에 따라 강제동원(징용)이 이뤄졌다”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는 곧 식민시 시대 조선인은 일본 국민으로서 동원된 것이니, 강제 노동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 '사도 광산'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추진 중 현재 일본 정부는 군함도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민지 시대 유적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까지 나서서 물밑 작업을 시작한 사도 광산이다.  사도 광산은 일제강점기 당시 군함도와 더불어 조선인이 강제 노역한 현장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런 근현대사는 배제한 채 사도광산이 7세기 에도 시대 일본 최대 금광이자 세계 최대 금 생산지였단 점만 부각하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해 1월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추천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뒤, 해당 문제는 한일 간 새로운 갈등 현안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2월 한국이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추천에 반대하자 기시다 총리는 “한국의 독자 의견”이라고 치부했고,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역사 전쟁을 걸어온 이상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해 전면전을 예고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2024년 이후 정식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네스코와 협의를 거쳐 추가 지적 사항을 보완한 다음, 오는 2월1일까지 정식 추천서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기시다 총리는 프랑스 파리에서 아줄레 사무총장과 직접 만나 사도 광산의 등재를 위한 이해를 구하는 등 물밑 작업을 펼치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유네스코 고위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는 동안, 일본 나가오카 게이고 문부과학상은 "강제 노동이라는 한국이 일방적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조선인 노동 착취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21개국으로 구성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 [씨줄날줄] 만혼시대 개막/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만혼시대 개막/박현갑 논설위원

    출산 및 가임력 증진을 위한 대한가임력보존학회에 따르면 여성의 가임력은 20대 중반에 가장 높다. 이어 35세가 되면 급격히 감소하고 40세 이상이면 임신 가능성이 5% 정도로 낮아진다. 이 때문에 늦지 않은 나이에 결혼하고 출산하는 게 의학적으로 가장 바람직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의학적 권고와 달리 현대사회는 만혼(晩婚)이 대세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결혼 적령기가 20대에서 30대로 바뀌었다. 2021년 혼인 건수 19만 3000건 중 여성이 초혼인 경우는 15만 7000건이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7만 6900건(49.1%)은 여성 나이가 30대였다. 이어 20대 7만 1263건(45.5%), 40대 6564건(4.2%), 10대 798건(0.5%) 순이었다. 통계 작성 이후 30대 여성의 초혼 건수가 20대 여성을 앞지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90년 20대 여성의 초혼 건수가 33만 3000건으로 30대 여성(1만 9000건)의 18배였음을 감안하면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서른 전에 결혼하지 않으면 노처녀”라는 말은 이젠 우스갯소리가 된 셈이다. 남성의 경우 2005년에 이미 30대 초혼 건수(12만 1000건)가 20대 초혼 건수(11만 9000건)를 앞질렀다. 2021년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4세, 여성 31.1세로 각각 27.9세, 24.8세이던 1991년보다 5.5세, 6.3세씩 높아졌다. 결혼식장에 들어서는 신부는 세상 최고의 아름다움이다. 나이에 관계없이 마음 맞는 남녀의 결합은 숭고하다. 그런데 요즘은 비혼주의자 내지 결혼해도 아이는 낳지 않으려는 부부들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결혼관이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현실에서 이런 현상은 지속가능한 사회 만들기와 거리가 멀다. 고령화로 수명이 길어지는 가운데 만혼으로 출산이 늦어지거나 힘들어지면서 부모 간병과 자녀 양육을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이중고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청년들이 구직난 등 경제적 이유로 결혼 기피나 만혼으로 이어지면 저출산 해소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부가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집값, 사교육비도 잡아 젊은 세대가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결혼하고 출산하고 싶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 근현대 세계경제 변곡선 위 대중음악 향유 배경을 짚다

    근현대 세계경제 변곡선 위 대중음악 향유 배경을 짚다

    ●경제와 음악 씨줄날줄로 엮어 모차르트는 평생 궁정 살림에 의지해 곡을 만들었다. 베토벤이 모차르트처럼 굶어 죽지도, 많은 빚을 남기지도 않고 전업 작곡가, 최초의 자유 음악인이자 참다운 대중음악인으로 살 수 있었던 것은 1차 산업혁명에 따라 부르주아 계급이 대거 출현한 덕분이었다며 이 책은 시작한다. 음악 등 예술은 생산양식의 근본 모순을 가리기도 하지만 드러내기도 한다는 프레드릭 제임슨의 명제에 귀 기울여 이 책은 자본주의와 대중음악이 어떻게 동행했는지, 그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지 묻고 답한다. ●19세기 궁중 떠난 대중음악으로 기자 경력의 절반 이상을 경제 분야에 몸담았고, 언젠가 베토벤 후기 피아노 소나타 완주에 도전하는 꿈을 꾸는 저자는 상업혁명과 산업혁명, 두 차례 세계대전과 대공황, 냉전과 석유파동, 신자유주의 대두에 이르기까지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씨줄로, 대중이 어떤 음악을 향유했는지 또는 향유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날줄로 깊이 있게 풀어낸다. 책은 여섯 장으로 나뉘는데 영국의 산업혁명이 태동한 18세기 후반~19세기 초반, 둘째 장은 산업혁명이 유럽과 신대륙으로 확산된 19세기 초중반을 다룬다. 궁중과 교회를 벗어나 공연장과 부르주아의 거실로 옮겨온 음악이 베토벤이란 거인을 만나 대중음악을 탄생시킨 시기였다. 또 1873년 대불황부터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는 바그너의 확신, 브람스의 머뭇거림, 차이콥스키의 흐느낌, 말러의 탄식이 어우러졌다고 돌아봤다. 두 차례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관통하는 야만의 시대에 축음기와 라디오, 재즈가 등장했다. 종전 이후 1972년 1차 석유파동까지는 자본주의 극성기로 불어난 중산층들이 프레슬리와 비틀스에게 열광했다. ●세계화 바람 마이클 잭슨에 열광 그 뒤 1990년대 말은 자본주의 번영이 멈추고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일렁대 MTV와 마이클 잭슨, 너바나가 득세했다.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과 케이팝 등은 거리 두기가 충분치 않아 제외했다고 한다. 저자의 다짐대로 ‘혼톨로지´(Hauntology)나 ‘불임의 음악’를 찬찬히 들여다봤으면 한다.
  • [황두진의 안에서 보는 건축] 임진강은 흐른다/건축가

    [황두진의 안에서 보는 건축] 임진강은 흐른다/건축가

    서울 구도심에서 자유로를 타거나, 혹은 서울문산고속도로를 타거나, 아니면 의정부와 양주를 거쳐 북상하면 두 시간이 채 안 돼 임진강 줄기 어딘가에 다다른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가 절로 떠오를 정도로 자연 하천의 풍광을 그대로 간직한 강이다. 북한 땅 깊숙한 곳인 강원도 마식령 인근에서 발원하는 임진강은 군사분계선을 위아래로 들락거리며 남북을 모두 아우른다. 인공위성 사진으로 보면 임진강은 적성 인근에서 뚜렷한 M자를 대지에 새긴다. 반대로 한강은 거대한 W자로 강북과 강남 사이를 누비면서 서울 시계를 빠져나간다. 두 강은 우연치고는 너무나 뚜렷한 대조의 구도를 이루며 한반도 중부 지역의 심상지리를 형성한다. 임진강과 한강의 합수부인 파주 교하에서 서해까지는 10㎞ 정도. 그 구간인 ‘조강’(祖江), 즉 ‘할아버지강’은 엄연히 한강의 하류이며, 이에 따라 임진강은 한강의 제1지류로 간주된다. 이 장대한 물의 흐름은 서해에 도달하기 직전 북한의 개풍군 일대를 휘감고 내려온 또 다른 물줄기인 예성강을 한 번 더 받아들인다. 폭이 좁지만 수심이 깊은 예성강 어귀에는 한때 동아시아의 대표적 무역항이었던 벽란도가 있어 멀리 아랍 상인들까지 오갔다. 이렇게 한반도 중부 지역의 크고 작은 물의 흐름은 할아버지 품에 안긴 손자손녀들처럼 조강에서 하나로 모여 느릿느릿 서해로 흘러 들어간다. 임진강 일대는 예나 지금이나 한반도 분단의 현장이다. 까마득한 원삼국 시대에는 마한과 한사군의 경계였고, 이어 고구려와 백제, 나중에는 고구려와 신라의 접경 지역이었다. 임진강 북단 언덕 위의 고구려 성인 호로고루와 그 맞은편 강변의 신라 이잔미성 사이는 서로 소리 지르면 들릴 만한 거리다. ‘밥 먹었냐’ 정도의 이야기는 흔하게 오갔을 법하다. 통일신라시대에는 임진강을 경계로 직접적 통치 지역과 간접 통치 지역이 나뉘었다. 이후 임진왜란, 그리고 한국전쟁 당시에도 이 일대에서는 크고 작은 전투가 수없이 반복됐다. 임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역사적 격전지인 적성의 칠중성에는 지금도 대한민국 육군의 참호가 종횡으로 이어져 있다. 한 번 격전지는 영원한 격전지다. 이처럼 한반도 분단의 역사는 격동의 근현대사를 한참 거슬러 올라간다. 크리스마스였던 지난 주말 임진강을 찾았다. 강변 언덕에서 바라본 강물은 한겨울의 맹추위 속에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날카로운 얼음이 삐죽삐죽 튀어나온 살풍경은 평소의 유장한 임진강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아니나 다를까. 임진강을 보고 돌아온 지 불과 하루도 되지 않아 북한 무인기 여러 대가 수도권 일대를 휘젓고 다니는 사건이 발생했다. 금방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으면서도 일상은 놀라울 정도로 별일 없다는 듯이 흘러가고, 한반도의 미래는 그만큼 더 미궁으로 빠져 들어간다. 하지만 절망하지 말고 더 긴 호흡과 넓은 시선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이 아닐까. 서로 부딪치며 깨지는 얼음 아래 임진강은 여전히 흐른다.
  •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 특별기획전시 ‘행림, 百年의 기억’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 특별기획전시 ‘행림, 百年의 기억’

    서울 동대문구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서울한방진흥센터)이 특별기획전 ‘행림, 百年의 기억’을 오는 27일부터 내년 10월 1일까지 서울한방진흥센터 2층 특별전시실에서 개최한다. 25일 구에 따르면 이번 특별기획전시 ‘행림, 百年의 기억’은 한의학 서적 전문 출판사인 행림서원(杏林書院) 100주년을 맞아 행림서원과 그 설립자인 행파(杏坡) 이태호(李泰浩)의 한의학 지식 보급을 위한 노력, 그 역사를 재조명하고자 기획됐다. 행림서원은 한의학 서적 출판으로 한의학 발전에 이바지한 행파 이태호가 1923년 서울시 안국동에 설립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의 지속적인 탄압 속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한의학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자양분으로, 현재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며 우리 전통의학이 지금 모습으로 꽃 피우기까지 많은 공헌을 한 한의학 전문 출판사다. 특별기획전 ‘행림, 百年의 기억’에서는 행림서원이 한의학 고전 의서를 보존, 계승해 오늘에까지 이른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연대별 행림서원의 역사와 설립자 이태호 △일제강점기의 행림서원 △행림서원과 삼방촬요 △동의학의 우월성 △행림 도서·의서의 활용적·현대사적 가치 등 우리나라 전통의학이 갖는 의미와 그 역사를 이어온 행림서원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어 관람객에게 흥미로운 시간을 선사한다.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은 특별전을 위해 다방면의 전문가들과 협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의 김남일 교수와 차웅석 교수의 자문과 특별 기고 덕분에 한층 전문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었다. 또한 현 행림서원 대표인 이정옥 대표의 자료 기증과 연세대학교 동은의학박물관, 허준박물관, 춘원당한의약박물관과의 협업으로 보다 풍부한 전시 콘텐츠를 꾸릴 수 있었다.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 관계자는 “서울약령한의약박물관에서 마련한 이번 특별기획전시가 행림서원과 이태호를 기억하는 마중물이 되길 기원한다”며 “한의학의 역사를 되새기는 이번 전시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 성탄 메시지 전한 천주교 “온 누리에 성탄의 은총이 충만하기를”

    성탄 메시지 전한 천주교 “온 누리에 성탄의 은총이 충만하기를”

    오는 25일 성탄절을 앞두고 천주교에서 성탄 메시지를 발표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20일 “아기 예수님 성탄을 맞이하여 주님의 사랑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그리고 온 누리에 가득하기를 기원한다”면서 “특별히 소외되고 가난하고 병든 이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 또한 북녘 동포들과 전쟁의 참화 속에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포함한 세상 온 누리에 주님 성탄의 은총이 충만히 내리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정 대주교는 이번 성탄 메시지의 주제를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봅시다’로 정했다. 현대사회가 피상적인 가치를 추구하도록 부추겨 눈을 들어 멀리 보고 높게 보는 법을 잊은 것을 넘어 멀리 바라보자는 의미다. 정 대주교는 “우리 사회 각 분야에 만연하고 있는 배타와 배척, 대립과 대치를 넘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경청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면서 “피상적인 가치, 물질적인 가치에 매몰되어 서로를 경쟁자로만 여겨 밀치기보다는 더 깊은 의미와 더 높은 가치를 볼 수 있을 때, 실은 우리 모두가 서로 이웃이고 함께 나아가는 길동무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24일 자정, 25일 정오 명동대성당에서 대축일 미사를 진행한다. 자리에 못 오는 신자들을 위해 CPBC 가톨릭평화방송 TV 및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한다.천주교 춘천교구 김주영 주교도 이날 성탄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김 주교는 “베들레헴의 말구유에서 탄생한 아기 예수는 지금 꿈을 잃어버린 이들, 가난하고 고립된 삶에 숨이 막히는 이들을 위해 세상을 바꾸시어 모든 것의 희망이 되셨다”면서 “모든 것에서 가난해 보였지만 사랑으로 충만했던 아기 예수가 탄생한 그 구유는 생명의 양식인 하느님의 사랑으로 다른 이들을 사랑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고 했다. 이어 “성탄은 불확실함과 두려움의 감정을 새로운 사랑의 힘으로 바꿀 것을 우리에게 요청한다”면서 “주변의 고통과 어려움에 대한 무관심을 떨치고, 동참하고 연대하는 신앙인들로 거듭나자.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작은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나태한 무관심에서 깨어나 고통받는 이들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귀를 열어 예수님의 사랑과 정의가 모든 이들 안에서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행안부·자원봉사센터와 ‘자원봉사주간’ 운영 성료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행안부·자원봉사센터와 ‘자원봉사주간’ 운영 성료

    자원봉사자의 날을 맞아 정부와 지자체, 전국 자원봉사센터가 함께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는 행정안전부·전국 245개 자원봉사센터와 공동으로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7일간 ‘자원봉사주간’을 운영해 성황리에 마무리했다고 16일 밝혔다. 정부는 자원봉사자의 사기를 높이고 자원봉사 활동을 촉진하고자 2005년 ‘자원봉사활동 기본법’에 따라 12월 5일을 법정 기념일로 지정하고, 자원봉사자의 날로부터 7일간을 자원봉사주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 전국 800여명의 우수 자원봉사자를 초청해 ‘자원봉사자와 함께하는 KBS열린음악회’를 열었다. 이날 방송은 대한민국 자원봉사 홍보대사 팝핀준호와 가수 정유진이 함께하는 자원봉사 대표 음원 ‘Sunny days’ 무대를 시작으로 변진섭, 박창근, 태진아, 펭수 등 유명 가수와 셀럽들이 전국의 자원봉사자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무대를 펼쳤다.자원봉사주간 동안 전국 245개 자원봉사센터도 자원봉사자의 날 기념식을 비롯한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했다. 특히 행정안전부와 전국 지자체 협조하에 자원봉사자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아 청사 및 자원봉사센터에 ‘대한민국 자원봉사기’를 공동행동의 일환으로 게양했다. 온라인에서도 자원봉사를 주제로 한 이벤트가 진행됐다. 먼저 지난달 22일 자원봉사 대표 캐릭터 ‘자봉이’가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제작돼 자원봉사자 3만 2500명에게 배포됐다. 또한 ‘V-클래스 : 자원봉사 뉴노멀과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정진경 광운대 교수와 각 분야 전문가 패널이 함께 꾸민 온라인 특강이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특히 ‘자원봉사 아카이브’에서는 ‘함께 만든 다섯 글자,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자원봉사자!’라는 슬로건으로 온라인 특별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다. 전시는 ▲시대별 자원봉사의 변화와 흐름을 수록한 ‘사진으로 보는 자원봉사 근현대사’ ▲재난상황 극복에 기여한 자원봉사의 성과를 담은 ‘시민연대와 협력, 재난대응 자원봉사’ ▲주민 주도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현장의 이야기를 담은 ‘자원봉사를 통한 사회문제 해결’ ▲안녕캠페인, 시민들의 자원봉사 기록을 담은 ‘서랍 속 자원봉사 이야기’ 등 네 가지 주제로 구성돼 전시 중이다. 전시는 자원봉사 아카이브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아울러 지난 5일(제17회 자원봉사자의 날)에는 전국자원봉사자대회가 열렸다. ‘우리는 가족입니다’를 주제로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진행된 이 행사에는 자원봉사 활성화에 공적이 있는 자원봉사자와 단체를 시상하는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정부포상 76점,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 163점 등 총 239점 선정)도 함께 진행됐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도 지역발전 및 변화, 공동체 복원 등 자원봉사 분야에 공로가 있는 전국의 자원봉사자 202명에게 격려와 인정·지지를 표하는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 명의의 유공 표창을 전달했다. 권미영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은 “어려운 시기마다 이웃의 곁에서 공동체를 묵묵히 지켜온 것은 바로 자원봉사자였다. 그분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자원봉사 참여를 독려하는 자원봉사주간이 많은 분의 도움으로 잘 마무리돼 감사드린다”며 “향후에도 우리 주변에 항상 함께하고 있는 전국 1500만 자원봉사자 여러분에게 따뜻한 격려와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논평] 국민의힘, 묻지마 예산 삭감 논란에 억지변명만 급급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대표의원 정진술)은 서울시교육청 예산안 삭감 사태를 두고 각종 허위사실과 궤변으로 ‘묻지마 삭감’ 후폭풍 피하기에 급급한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이하 국민의힘)이 ‘진보교육감 흔들기’와 ‘교육청 길들이기’에 매몰되어 일선학교와 지역사회에 혼란과 피해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당 내부의 갈등도 적지 않은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지난 8일 사태수습을 위해 긴급 의총을 소집했으나 소속 교육위원과 예결위의 결정을 바꾸지 못했다. 꿩이 궁지에 몰리면 꽁지는 나 몰라라 하고 머리부터 처박는다고 한다.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이 각종 억지변명으로 교육청 예산안 사태의 책임을 교육청과 더불어민주당 탓으로 돌리고 면피를 시도하고 있다. 내 눈만 가리면 된다는 오만한 생각이다. 국민의힘이 삭감한 학교기본운영비 1829억원은 물가인상분을 반영한 것으로, 이는 필수경비에 해당한다. 기본운영비 편성 시 물가인상과 사회적 환경을 고려하는 최소한의 증액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삭감액이 학교기본운영비의 5%에 불과하다며 이를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주장했다. 공영형 유치원 4개소의 운영비를 삭감한 것은 ‘더불어’라는 단어가 포함된 사업명이 특정 정당의 당명을 노골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이번 예산안 삭감이 정치적 칼질에 불과했다는 것을 자인했다. 특정 정당의 정치적 편협한 이해에 기인한 무차별 예산삭감 사태로 당장 23년도 교육행정은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되었다. 일선 교육현장의 피해와 혼란을 최소화하고 학생들의 안정적인 학습권 보호를 위한 조치가 당장 강구되어야 한다. 이에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교육청 예산안 사태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와 억지주장을 당장 중단하고, 23년도 교육청 예산안 제자리찾기에 함께 동참해 줄 것을 시의회 국민의힘에 강력 촉구하는 바이다. 초등학교 26억원, 중학교 28억원, 고등학교 37억원, 특수학교 34억원 수준의 학교운영비가 학교별로 누적 적립되어 있다는 국민의힘 주장은 허위사실이다. 해당 금액은 매년 학교기본운영비로 편성되는 예산일 뿐 누적적립금이 아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이 표류한다는 것이 과대포장이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주지하였듯 국민의힘 소속 교육위원회 의원들 주도로 이미「2022년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추진에 대한 동의안」이 부결되었다. 사업의 추진 근거를 없애놓고 사업이 가능하다는 억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기반 맞춤형 교수학습지원(디벗)’ 사업비와 전자칠판은 교육현장의 적극적인 확대 요청과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자의적 기준과 시대착오적 판단을 내세워 막무가내로 전액 삭감했다. 이와 함께 예결위의 결정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참여했고, 감액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바 없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허위주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우리당은 교육위 사전심사와 예결위 심사과정 내내 무차별 삭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유래없는 예산 폭거를 예결위에서 바로잡아 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다수의 국힘 의원들에 의해 표결이 강행됐고, 우리당 소속 예결위원 전원은 표결에 불참했다. 한편, 이번 교육청 예산안 삭감 사태로 국민의힘 교육관의 현주소가 명확히 드러났다. 이번 사태는 4차 혁명시대를 준비하는 디지털기반의 교육 패러다임을 따라가지 못하는 시대착오적 교육관이 낳은 참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번 대표연설을 통해 ‘학력향상’을 내세운 무늬만 다른 일제고사, 개인별·학교별 성적공개, 자율학습을 통한 입시지옥 부활과 과거회귀를 선언한 바 있다. 다양한 가치와 고도의 기술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사회에서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과거식 교육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하루빨리 깨닫길 바란다. 또한 ‘두 마리의 늑대와 한 마리의 양이 저녁식사로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것’이라는 벤자민 플랭클린의 말처럼 다수결은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다수결을 내세워 자행한 예산폭거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학부모·교직원에게 돌아가며, 그로 인한 모든 책임은 국민의힘에게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미래세대를 볼모로 한 교육청 길들이기를 당장 중단하고, 전향적인 자세로 사태 수습과 안정적인 교육환경 구축을 위해 나서줄 것을 재차 촉구하는 바이다. 아울러 ‘정치’는 빼고 ‘아이들’만 보는 교육자치 실현으로 미래사회 새로운 인재양성을 위해 함께 노력해 줄 것을 국민의힘에 정중히 제안한다.
  • 진실화해위원장에 김광동 현 상임위원 임명

    진실화해위원장에 김광동 현 상임위원 임명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에 김광동 현 상임위원을 임명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김 위원장은 과거사 진실 규명에 대한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다”며 인선 결과를 밝혔다. 대통령실은 “김 위원장은 정치학 박사 출신으로 여러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해 온 정치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이며, 2021년 2월부터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으로 재임하면서 각종 과거사에 대한 진실 규명 업무를 수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서 학사부터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나라정책연구원장, 자유민주연구학회장,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등을 역임했고 지난해 2월 국민의힘 추천을 받아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으로 임명됐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뉴라이트 계열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집필 이력, 2009년 열린 ‘국가 정체성 회복 방안’ 안보 세미나에서 제주 4·3 사건을 ‘남조선로동당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세력에 의한 폭동’이라고 주장한 점 등이 논란이 됐다. 대통령실은 “(김 내정자는) 진실화해위 현안 업무 추진의 연속성은 물론 대한민국이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 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일제 강점기 항일운동, 한국전쟁 전후 시기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 등의 실체를 규명하는 국가기구다. 위원장을 포함해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6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장관급 예우를 받으며 임기는 2년이다.
  • 희망의 하늘도 절망의 고엽제도… 베트남 아이에겐 ‘무지개’였다

    희망의 하늘도 절망의 고엽제도… 베트남 아이에겐 ‘무지개’였다

    1945년 독립선언 이후 프랑스와 미국을 상대로 한 인도차이나 전쟁까지. 베트남 현대사도 우리만큼이나 굴곡졌다. 이 굵직한 역사 뒤편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고무나무 농장을 운영하는 알렉상드르와 이를 망가뜨리고자 일꾼으로 들어온 마이의 사랑,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떰이 미군의 습격으로 몸 파는 여인이 된 사연, 그가 낳은 홍과 그를 돌보는 흑인 혼혈아 루이가 가족을 이루기까지 ‘앰’(Em)은 베트남 현대사의 질곡을 맞닥뜨린 3대의 삶을 직조한다. 1968년 사이공(지금의 호찌민)에서 태어난 저자 킴 투이는 열 살 때 보트피플로 조국을 떠나 캐나다 퀘벡에 정착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변호사와 통·번역 일을 했고, 베트남 식당을 운영하다 마흔 살에 작가가 됐다. 퀘벡에 정착하기까지를 쓴 자전적 첫 소설 ‘루‘에 이어 베트남 요리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한 소설 ‘만’으로 국제적 작가로 부상했다. 이번 소설 역시 역사 속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을 조명한다. 북베트남군의 은신처인 정글에 고엽제를 살포한 ‘랜치 핸드 작전’(1962~1971)을 시작으로 떰이 고엽제 후유증으로 숨을 거두기까지 주요 사건들 위에 보통 사람들을 세웠다. 구정 대공세 이후 미군이 민간인 수백명을 무차별 학살한 ‘미라이 학살’(1968), 전쟁고아들을 미국으로 데려오려 했다가 비행기 폭발로 아이들을 포함해 150여명이 사망한 ‘베이비리프트 작전’(1975), 베트남전 마지막 날 미국 대사관 옥상에서 미국인과 베트남인을 헬기로 철수시킨 ‘프리퀀트 윈드 작전’(1975) 등이 배경이다. 170여쪽에 50여년 현대사를 촘촘히 넣었다. “진짜 진실, 개인적인 진실을 직관적인 진실과 구분해 내는 법을 알았더라면 나는 기꺼이 엉킨 실을 풀어 정리한 뒤 다시 붙도록 했을 것”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야기 구성이 전체적으로 성기다. 굵직한 뼈대에 실핏줄이 엉긴 불완전한 사람 같다.  그럼에도 단단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저자 특유의 문체 덕이다. 앞선 소설들과 달리 3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등장인물 대사 없이 저자의 서술로만 이야기를 끌어간다. “지난밤 떰은 어린아이로 잠들었다. 이튿날 깨어났을 땐 가족을 다 잃었다. (중략) 단 네 시간 만에, 늘 길게 땋아 늘어뜨렸던 어린 소녀의 머리카락이 가죽이 벗겨진 머리들 앞에서 헝클어졌다.”(47쪽) 이처럼 구체적인 묘사 없이도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리게 한다.  “무지개는 희망, 기쁨, 완전함을 나타낸다. 그런데 미군이 베트남 땅에 쏟아부은 제초제들의 이름 역시 무지개(rainbow)였다. 어릴 때 떰은 무더운 건기와 몬순의 우기 사이에 난데없이 가을이 생겨나기라도 한 듯 농장의 나무들에서 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바로 그 무지개 때문에 암에 걸렸다.”(156쪽) 구구절절할 수 있는 묘사를 작가는 압축해 전한다. 그 문장 속에 날카로운 칼, 때로는 아름다운 꽃을 숨겨 놓는다. 소설이라기보다 서사시를 읽는 듯하다. 캐나다 총독문학상, 프랑스 에르테엘-리르 대상 수상, 그리고 대안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뉴 아카데미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른 사실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문학은 때론 역사적 사실보다 더 강렬하고, 저자의 소설은 ‘문학의 힘은 이런 것’이라 당당하게 증명한다.
  • 진실화해위원장에 김광동 내정

    진실화해위원장에 김광동 내정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신임 위원장에 보수 성향의 김광동 상임위원이 내정된 것으로 5일 파악됐다. 뉴라이트 교과서 집필 이력 등을 지닌 김 내정자가 국가폭력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의 명예 회복을 돕는 기구의 수장으로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친 뒤 오는 12일 취임할 예정이다. 김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뉴라이트 계열의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집필에 참여했다. 2009년 ‘국가 정체성 회복 방안’ 안보 세미나에서 제주 4·3사건의 의미를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 정치적 ‘장벽’ 아닌 공생하는 ‘교량’으로[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정치적 ‘장벽’ 아닌 공생하는 ‘교량’으로[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필자는 몇 해 전부터 국내외 학자들과 세계의 국경을 비교하는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독일·일본·폴란드의 국경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경 비교 연구 워크숍’을 했다. 국경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3박 4일간 논의하는 과정에서 참석자들의 관심은 남한과 북한의 군사분계선인 비무장지대(DMZ)에 모아졌다. 이곳은 역설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된 지역으로, 쉬이 넘나들 수 없는 살아 있는 경계선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국경 연구는 세계·국가·지역 권력이 등장하고 힘을 겨루는 장소인 국경선을 통찰하는 학문이다. 전통적인 국경론은 국경을 보호·단절·통제·차단 기능을 하는 배타적 선이자 주권의 날카로운 모서리로 이해하면서 반드시 수호해야 하는 신성한 경계선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고전적 국경 이론은 국경의 배타적·공격적 기능만 강조한 나머지 이를 불통의 장벽으로 파악했고, 그래서 국경의 접촉 기능과 협력 기능을 설명하는 데 한계를 드러낸다. 국경을 넘나드는 코로나19라는 초국가적 감염병은 자국의 이득만 고려한 정책이 더 큰 혼란을 유발하고 이웃 나라와 함께 대처하는 것이 확산을 예방하는 지름길임을 새삼 일깨워 줬다. 그 결과 국경을 군사적 요새나 정치적 장벽이 아니라 공생하는 교량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국경선, 판도라의 상자 오늘날 많은 국경선이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세계 곳곳에 그어졌다. 한반도의 38선이 그중 하나이고 독일과 폴란드,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도 새로운 국경이 세워졌다.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국경선이 지역 주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대국의 지정학적·전략적·경제적 이해관계 안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됐다는 점이다. 미국과 소련은 민족 해방을 맞은 조선에 자의적으로 38선이라는 군사분할선을 획정했다. 다른 국경과 비교해서 차이가 있다면 인도·파키스탄을 분할한 래드클리프(Radcliffe) 국경선은 식민 종주국인 영국이, 독일과 폴란드의 오데르·나이세(Oder-Neisse) 국경은 승전국 소련이 강제로 정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38선은 이 모두에서 비켜난다. 식민지 조선은 독일 같은 전범국이 아니었고, 미국과 소련은 조선의 식민 종주국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패전국 일본이 아니라 오히려 한반도가 분단되고 말았다. 일본 제국주의가 물러난 자리를 새롭게 메운 외세가 경계를 정하면서 국토가 분단되고 남한과 북한이라는 두 국가가 성립된 것이다. 국가가 성장하고 팽창하면서 주권이 그 효력이 미치는 국경선을 규정하는 것이 역사의 일반적 경험이지만, 한반도는 국가보다 국경선이 먼저 생성된, 본말이 전도된 굴곡진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38선은 여러 면에서 비정상이다.38선의 예외성과 비정상성은 열강들이 통치 수단으로 세계의 영토를 분할하고 구획했던 국경의 전 지구적 팽창이라는 스펙트럼 안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 임의적으로 자행된 선형적 경계 짓기는 세계를 산산조각 냈고, 국경은 강대국의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공간이 됐다. 20세기 중반 이후 세계의 국가 수는 세 배로 증가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더불어 시작된 탈냉전 이후의 세계화는 국가 간 국경을 허물고 ‘국경 없는 세계’(borderless world)를 만들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현실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국경 장벽은 세계 곳곳에서 경쟁적으로 건설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세 국경선이 지닌 두 번째 공통점은 제국의 자의적이고 편의주의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분단으로 추방·학살·전쟁 등 온갖 재앙이 세상으로 튀어나온 판도라의 상자였다는 것이다. 힌두인과 무슬림의 이익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 인도·파키스탄 국경 설정은 1000만명 이상의 실향민과 여전히 그 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희생자를 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폴란드로 새롭게 귀속된 국경 지대에서도 대대로 그곳에 살던 독일인 400만명 이상이 강제 추방당하면서 온갖 수모를 겪었다. 한반도에서도 외세가 멋대로 그은 38선이 한국전쟁을 거쳐 휴전선이라는 경계로, 남북한의 국경선 아닌 국경선으로 고착돼 버렸다. 분단과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실향민이 됐지만 남과 북은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1976년) 등 국경 지대의 유혈 충돌을 거치면서 적대적인 분단 체제를 견고히 했다. 그로써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구축된 분계선으로 지금껏 아픔과 슬픔을 안고 산다.국경선이 지니는 세 번째 공통적 함의는 중심과 주변의 상호 연관성이다. 중앙정부는 내부 통합을 강화하고 지배 질서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국경의 주변성을 활용했다. 많은 경우 분단은 강력한 독재를 낳았고 독재는 분단을 이용하는 악의 순환고리가 형성됐다. 영국의 야욕으로 1947년 획정된 래드클리프 국경선은 인도와 파키스탄 두 나라의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분단은 양국을 불신과 증오로 가득한 앙숙으로 만들었고 핵무기 경쟁을 불러왔다. 본래 한 국가였다가 분단된 인도와 파키스탄의 이러한 관계는 핵전쟁의 공포가 가시지 않는 한반도의 남북 관계와 유사하다. 식민 지배·해방·분단·전쟁으로 점철된 현대사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유사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2차 세계대전으로 탄생한 폴란드 공산 정부는 정통성을 확보하려고 국경과 관련해서 반독일 정서를 부추겼다. 그림, 소설, 영화, 전쟁기념비 등으로 독일의 침공 위협이라는 기억은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확산됐다. 한반도에서도 국경 획정으로 새롭게 탄생한 남과 북의 정권은 분단 효과를 톡톡히 봤다. 1960년 이후 남북한의 군사정권은 체제 구축에 국경 상황을 활용했다. 그 결과 남북한은 유신 체제와 수령 체제를 출범시키고 무한 체제 경쟁에 돌입할 수 있었다. 북한이 DMZ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무력 도발을 일으킨 일이나 이를 이용하려는 남한의 평화의 댐 건설과 이른바 ‘총풍’ 사건은 체제 구축에 중심이 주변(국경)을 활용한 대표적 사례다. ●화해와 협력 국경과 같은 경계는 사회적 생산물이자 가변적 구조물이기 때문에 경계에 대한 대안적 상상을 현실화하는 새로운 재현 방식이 요구된다. 국경 화해와 협력은 군사적 갈등을 제어할 수 있다. 좋은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고 하지 않는가. 독일은 1990년 통일을 계기로 오데르·나이세강 국경 지대에 대한 기존의 역사 주권과 영토 주권을 모두 포기함으로써 ‘천년 전사(戰史)’를 간직한 독일·폴란드 국경 갈등을 봉합했다. 통일을 대비해 영토 분쟁의 불씨였던 지역을 포기한 것이다. 남북은 이미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 이어 1991년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 2000년 이후 모두 다섯 차례 이뤄진 정상회담으로 사실상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러나 잠정적 분단선인 38선이 만들어진 지 77년 세월이 흘렀건만 남북한 사이에는 여전히 뿌리 깊은 불신과 적대 의식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남북 화해를 둘러싸고 보수와 진보 간 ‘남남갈등’도 지속되고 있다. 남북 정상 간의 냉전적 적대감을 뛰어넘는 악수 교환도 한반도에 화해를 가져오지 못한 셈이다.이제는 국경을 국가의 안보 이익을 위한 분리와 배제의 전략적 경계선으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협력의 공간으로 재성찰해야 할 때다. 독일·폴란드 국경 갈등의 근원지였던 오데르 강변에 설립된 ‘비아드리나 유럽 대학교’는 교육을 통한 국경 협력의 대표 사례다. 국경 지대에서 비정치적인 교육기관이 협력의 중심이 됐다. 교육·문화적 협력은 정치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사안을 다루기에 순조롭게 국경 협력을 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경의 절개된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는 DMZ가 평화와 생명의 접경 공간(contact zone)으로 현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접경지대 사람들은 초경계적 연대를 구축하면서 지역 간 협력 공간을 확충했고, 혼종화된 지역 정체성을 발판으로 위기 상황에 원숙하게 대처했으니 말이다. 중앙대 교수·작가
  • 김동리·황순원·카뮈… 작가를 섭렵한 작가, 끝없는 읽기로 문학적 색깔 다듬어[김언호의 서재탐험]

    김동리·황순원·카뮈… 작가를 섭렵한 작가, 끝없는 읽기로 문학적 색깔 다듬어[김언호의 서재탐험]

    1964년 부산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미래의 작가 조성기는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아버지의 실직으로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 고등학교 때부터 입주 아르바이트를 했다. 고교 1학년 때 조성기는 문학의 길로 가는 독서를 하게 된다. 아르바이트하는 집의 다락방에 누렇게 빛바랜 ‘현대문학’이 창간호부터 100여권 꽂혀 있었다. 조성기는 그걸 전부 읽었다. 고독한 사춘기 시절의 엄청난 문학 체험이었다. 당시 ‘현대문학’은 매월 10여편의 중·단편을 실었다. 1년에 1000여편의 소설을 읽은 셈이었다. 물론 시와 평론도 읽었다.“김동리·황순원·김정한·손창섭·이범선·박영준·안수길·강신재·이호철·최인훈·이봉구·이문희·이주홍·손소희·장용학·강용준·최상규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작가들의 작품을 섭렵했습니다. 어느새 나는 펜을 들고 소설을 쓰고 있었습니다.” 창작은 독서로부터 비롯될 것이다. 인간과 세상에 눈뜨게 할 것이다. 질문하고 성찰하게 만들 것이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삶과 세계에 대한 끝없는 질문, 다시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문학가와 문학 작품이 탄생할 것이다. 작가 조성기는 ‘읽는 사람’이다. 끝없는 읽기를 통해 그의 문학의 영역은 깊어지고 자기 빛깔을 띨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알베르 카뮈의 모든 작품을 섭렵했습니다. ‘이방인’, ‘시지프스의 신화’를 읽었습니다. 김동리의 작품을 다 읽었습니다. ‘무녀도’, ‘역마’, ‘달’, ‘정원’, ‘천사’, ‘까치소리’를 읽고는 ‘사춘기의 고독과 육정’이란 평론을 쓰기도 했습니다.” ●책 읽는 작가 조성기 조성기는 자신이 저간에 읽은 책들의 일부를 소개했다. 책들은 그의 문학의 빛과 그림자, 그 세계와 지향을 살펴보게 한다. 작가에게 책 읽기는 세상을 체험하는 것이고, 작품 쓰기의 역량일 것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지하생활자의 수기’,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과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읽었습니다. 10년 이상 소설을 쓰지 않고 있다가 ‘금각사’를 보고 문학의 열정이 되살아났습니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대학 1학년 때 3일 밤낮 동안 두문불출하고 독파했는데 황홀경에 빠졌습니다. 르네 지라르의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은 소설 분석을 통한 심리 현상과 사회·정치 현상을 통찰하게 해 주는 위대한 평론서였습니다. 수십 번을 독파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로마를 실제로 살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조선왕조실록’은 세계 최고의 기록문학입니다. 나치에 의해 처형당한 본회퍼의 ‘옥중서신’은 참으로 감동적이지요. 홍명희의 ‘임꺽정’은 우리말의 보고입니다. ‘김교신 전집’은 나의 신앙의 모델이 된 김교신을 알게 했습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기억의 향기에 흠뻑 젖게 합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카프카의 ‘변신’과 ‘성’은 엄청난 문학의 세계입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은 한때 나를 탐미주의에 빠지게 했습니다. 은희경의 ‘새의 선물’은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보다 뛰어난 성장소설의 백미입니다.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와 프리초프 카프라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은 나를 과학에 눈뜨게 했습니다. 악의 평범성을 제기한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그의 다른 책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캐런 암스트롱의 ‘신을 위한 변론’은 신학 책 중에서 가장 깊은 감동을 줬습니다. 피터 버거의 ‘사회학에의 초대’는 사회·정치 현상 분석의 길잡이였습니다. 이태의 ‘남부군’은 빨치산 문학의 백미입니다. 베트남전을 다룬 바오닌의 ‘전쟁의 슬픔’은 최고의 전쟁 문학입니다.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은 토지경제 사상에 관한 결정판입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내 생애를 바꾼 한 권의 책 조성기에게 ‘내 생애를 바꾼 한 권의 책’은 어떤 책일까. 생애를 바꿨다기보다 생애를 견디게 해 준 책, 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의학자 빅토어 프랑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은 나에게 인생을 비굴하게 살지 않도록, 인생을 품위 있게 살도록 도와줬습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가스실, 그 극한상황에서도 인간의 품위를 끝까지 지키는 사람들을 프랑클은 봤다. 모두가 개돼지처럼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자기에게 배급된 빵을 자기보다 더 배고픈 동료에게 나눠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프랑클은 수용소 체험을 통해 인간이 환경과 조건에 굴복당하는 존재가 아님을 깊이 확신하게 됐다. 프랑클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부모와 부인, 두 자식을 잃었다. 프랑 클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의미에의 의지’를 발동해 ‘의미’를 찾으며 인생을 견뎌 냈다. “산다는 것은 고통을 당하는 것이고, 살아남는다는 것은 고통당하는 가운데서 의미를 찾는 것입니다.” 조성기는 40대 중반에 유서를 써야 할 만큼 죽음의 문턱에 다가간 고통의 시간이 있었다. “그 고통을 견뎌 내기가 힘들어 죽음이 나를 자연스럽게, 포근하게 감싸 줬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습니다. 하루는 간신히 발을 옮겨 잠깐 집 밖으로 걸어 나갔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마침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내 앞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딸아이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습니다. 딸아이의 뒷모습이 내가 살아남아야 할 이유이자 의미였습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1980년대의 험난한 정치·사회 상황이 조성기에게는 가파른 역사의식으로 존재하고 있다. 1961년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박정희 군부가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는 ‘용공분자’로 체포됐다. 4월 혁명 후 아버지는 교원노조 부산지부장을 맡아 교육운동에 나섰다. 일본에서 중·고교를 다닌 아버지의 삶은 조성기의 작품에 투영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학과 종교와 현실 1971년 대학 3학년 때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만화경’으로 당선됐다. 고향 경남 고성의 들과 산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실존을 담았다. ‘네가 어디에 있느냐’, 자신의 삶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이었다. 심사를 맡은 황순원 선생이 격려했다. “자네는 먼 훗날 신과 인간의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소설가가 될 것이야.” 당초 그는 법대를 가려 하지 않았다. 법의 길이 아니라 문학이 그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법대는 아버지의 강력한 희망이었다. 법대로 진학했지만 ‘사법고시’ 같은 주제는 그에겐 당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가슴엔 문학과 종교가 공존하고 있었다. 젊은 시절엔 기독교 선교가 그의 내면을 치열하게 지배했다. 한때는 문학도 그에게는 파괴해야 할 ‘우상’ 같은 것이었다. 1985년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 써낸 ‘라하트 하헤렙’으로 제9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그간 축적된 문학적 상상력이 폭포수처럼 작품으로 분출됐다. 86년에 전 4권의 장편소설 ‘야훼의 밤’을 발표했다. 이 작품으로 제4회 ‘기독교문화상’을 받았다. 87년엔 두 장편 ‘가시둥지’와 ‘슬픈 듯이 조금 빠르게’를 냈다. 88년엔 장편 ‘베데스다’와 창작집 ‘왕과 개’를 출간했다. 89년엔 장편 ‘바바의 나라’, 90년엔 창작집 ‘천년 동안의 고독’과 ‘아니마, 혹은 여자에 관한 기이한 고백’을 냈다. 91년 중편 ‘우리 시대의 소설가’로 ‘이상문학상’을 받았고 장편 ‘우리 시대의 사랑’을 냈다. 92년 창작집 ‘통도사 가는 길’과 종교적인 장편들을 모아 전 7권의 ‘에덴의 불칼’을, 93년 전 5권의 장편 ‘욕망의 오감도’를 펴냈다. 94년 창작집 ‘안티고네의 밤’을, 95년 창작집 ‘우리는 완전히 만나지 않았다’를, 96년 전 2권의 장편 ‘너에게 닿고 싶다’를 펴냈다. ●중국 고전을 읽고 쓰기 조성기는 중국 고전을 읽고 해석해 낼 수 있다. “‘자’(子) 자 돌림의 고전을 다 읽었습니다. 품격 있는 담론을 보여 주는 ‘맹자’를 참 좋아합니다. 제2인자의 철학 ‘안자’(晏子)가 좋습니다. ‘열자’도 좋아합니다.” 1990년 장편 ‘굴원의 노래’와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 맹자와의 대화’를, 91년엔 전 5권의 ‘전국시대’를, 97년엔 전 3권의 ‘홍루몽’을 펴냈다. 2001년엔 ‘삼국지’를 전 10권으로 정역(正譯)해 냈다. 2003년엔 ‘반(反)금병매’를 써냈다. ‘우리 시대 시리즈’는 조성기의 문학을 해석하는 주요한 작품들이다. ‘우리 시대의 소설가’를 비롯해 ‘우리 시대의 무당’, ‘우리 시대의 법정’, ‘우리 시대의 하숙생’, ‘우리 시대의 검열’, ‘우리 시대의 어린이’가 그것들이다. 조성기에게 기독교 세계는 그의 또 다른 글쓰기 장르다. 1983년부터 1986년까지 장로회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히브리어와 헬라어를 공부했다. 로마서를 해설한 ‘누가 나를 건져내랴’, 마가복음을 해설한 ‘권력을 넘어서’, 사도행전을 해설한 ‘성전을 넘어서’를 써냈다. ‘십일조를 넘어서’를 통해 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현실을 비판했다. 2016년에 써낸 ‘헌법의 아홉 기둥’은 법대를 졸업한 작가의 작업이다. 우리 정치 현실에 대한 그의 문제의식일 것이다. “법의 정신과 인권이 짓밟히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법대에서 공부한 한 작가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썼습니다.” 2018년 ‘자랑스러운 서울대 법대인상’을 받았다. “판검사 하는 동창들에게 주는 상이라 한사코 사양했습니다. 그런 상을 받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최인훈 선생이 법대를 졸업하지는 않았지만 명예졸업장을 받았고, 가야금의 명인 황병기 선생도 받았다고 권유해 결국 받았습니다.” 2007년엔 ‘카를 융: 기억·꿈·사상’을 독일어 원서를 가지고 번역했다. 조성기가 좋아하는 한 권의 책이다. 그는 대학원에서 융의 심리학을 공부했다. ●인간 김재규를 새롭게 조명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숭실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젊은 작가들과 대화했다. 2020년 장편 ‘사도의 8일: 생각할수록 애련한’을 써냈다. 인간 역사에서 참으로 보기 드문, 아버지 영조와 아들 사도세자의 처참한 갈등을 다뤘다. 지금 그는 또 다른 소설을 쓰고 있다. 작가 조성기의 진면을 발휘할 작품이 아닐까. “김재규의 죄와 벌을 쓰고 있습니다. 김재규는 자신을 향해 쏘았지요. 그의 참회록 같은 소설입니다. 생의 마지막에 그는 불교에 귀의했지요. 득도했다고 생각됩니다. 스스로 죽게 해 달라고 했지만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그의 파란만장한 생은 곧 우리 현대사이지요. 한 작가로서 인간 김재규를 새롭게 조명하고 싶습니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조성기는 아버지의 삶이 더 간절하게 가슴에 다가온다. 아버지의 삶을, 아버지가 산 시대를 소설로 쓰고 싶어 한다. 아버지와 갈등도 있었지만 이제 그 갈등을 승화된 작품으로 만들고 싶을 것이다. “아버지는 그때그때 일기를 남겼습니다. 제사 지낼 땐 아버지의 일기를 읽습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가 김재규에 의해 사살당한 석 달 후에 아버지도 고단했던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버지의 삶을, 아버지의 그 험난한 시대를 쓰고 싶습니다. 이 시대 모든 아버지들의 이야기입니다.” 한길사·한길책박물관 대표
  • “2025년까지 강소기업 100개 육성… 청년 일하기 좋은 목포 도약”

    “2025년까지 강소기업 100개 육성… 청년 일하기 좋은 목포 도약”

    “‘청년이 찾는 큰 목포’는 양질의 일자리가 있는 도시, 신산업을 육성하는 도시, 2000만 관광객이 찾는 도시, 우리 청년들이 취업 등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는 도시를 의미합니다.” 박홍률 전남 목포시장은 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선 8기 150일은 시민과 함께 위기의 목포 현실을 냉철하게 점검하고 절박함과 간절함을 갖고 목포의 재도약을 위한 방안 마련에 몰두한 시간이었다”며 “청년이 찾는 큰 목포를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인구 소멸 위기로 가는 목포시를 해양관광 거점도시와 청년 도시로 바꾸기 위한 혁신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취임 150일이 흘렀다. “짧은 기간이지만 시민들과 소통하고 시정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곳곳을 다니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약속한 정책과 현안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다양한 준비와 조직을 꾸렸다. 침체한 목포를 재도약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초심을 잃지 않고 시민과 소통하며 화합의 시정을 펼쳐 ‘청년 도시 목포’를 만들겠다.” -청년이 찾는 큰 목포는.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노동 활동에 참여하는 청년층이 두터워야 하고 청년들이 목포로 돌아오려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기반 혁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빠른 체감을 위해 목포의 양대 주력산업인 조선업과 수산업부터 변화의 기반을 마련하겠다. 최근 선박 수주가 잇따르면서 호황을 맞은 조선업은 신산업 육성 등의 혁신 활동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 공모사업으로 추진하는 친환경선박 시험평가 실증기술개발과 친환경선박 전주기 혁신 기술개발, 재생에너지 기반 여객선 효율 향상 기술개발 등 친환경선박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발판이 될 것이다. 수산업 역시 수산식품수출단지와 서남권수산종합지원단지 조성 등으로 재도약의 동력을 얻었다. 대양산업단지에 청년들이 창업할 수 있는 공공 임대형 스마트지식산업센터를 건립하고 20만평 규모의 스마트그린 청년산업단지를 조성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 중심의 전자, 전기, 인공지능(AI), 드론 등 4차 유망산업을 유치하겠다. 2025년까지 산업단지 조성을 완료하고 청년 사업가 200여명을 육성해 강소기업 100여개를 만들어 4000여명의 청년을 고용하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청년일자리종합센터 개설과 청년창업 인큐베이터와 플랫폼 운영 등은 물론 청년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청년문화 복합공간 조성 등을 하겠다. 이를 위해 기획청년국 등을 신설하고 청년 사업과 예산, 조직 등을 총괄해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최대 숙원인 신안군과의 통합은. “1997년 24만 9225명이었던 목포 인구는 지난 10월 현재 21만 6994명으로 줄었고 신안 인구도 지난 10년 동안 6000여명이 줄어든 3만 8000여명으로 인구 소멸 위험지역으로 치닫고 있다. 절박함과 간절함을 갖고 시군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시너지 효과와 성장동력을 키워 위기를 희망으로 바꿔야 하는 절실한 상황이다. 통합이 늦어질수록 위기 극복이 어려운 만큼 모두가 미래를 위해 진정성을 갖고 정성을 다해야 할 때다. 시민들이 최근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기 위해 신안 지역 농산물 사주기와 신안 지역의 공공기관 유치 지원, 마을 자매결연 맺기 등의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목포와 신안은 역사적으로 뿌리가 같고 공동생활권을 유지하는 데다 관광 협력사업과 경제공동체를 이뤄 주민 공감대만 형성되면 통합이 가능하다. 주민들이 주도하는 통합 방안을 마련하겠다. 시는 지역 협력과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활발한 교류와 공동생활권을 더욱 두텁게 하는 데 힘쓰겠다.” -문화예술도시 비전은. “문화예술은 도시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관광상품과 도시 브랜드 마케팅의 첨병으로 지역의 큰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예향 목포는 대한제국 개항기에 목포 해관 설치에 따른 근대 국제 개항도시로 문화예술 도시로 성장할 다양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목포 구도심에 남아 있는 목포일본영사관과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 등 15채로 이뤄진 근대역사문화공간은 등록문화재 제718호로 지붕 없는 근현대사 박물관이다. 우리나라 연극에 근대극을 최초 도입한 극작가 김우진과 최초 여류 장편소설가 박화성, 사실주의 연극을 완성한 극작가 차범석, 우리나라 최고의 재즈가수 이난영 등 뛰어난 예술가들도 목포가 가진 자랑스러운 예술자원이다. 이들 자원을 바탕으로 2026년 문화예술엑스포를 개최해 문화예술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해 국제 문화예술도시를 완성할 계획이다.” -체류형 국제해양관광도시 추진은.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열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을 품은 목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3.23㎞의 해상케이블카와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스릴을 즐길 수 있는 스카이워크 등 다양한 즐길거리와 서울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고속철도 등으로 관광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여기에 요트와 수상스키, 제트보트 등 해양레포츠와 아름다운 해안과 야경을 체험할 수 있는 크루즈, 밤바다를 불꽃으로 수놓는 목포 해상 W쇼 등 특별한 이벤트가 펼쳐지면서 관광객들이 다시 찾는 해양 관광도시가 되고 있다. 올해 관광객이 800여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590만명을 크게 넘어설 전망이다. 호텔과 요트장 등 관광 인프라 확충도 순조롭다. 현재 577실인 호텔 등 고급숙박시설을 2500여실로 늘리기 위해 2025년까지 장자도 해양관광리조트와 에디션스 관광호텔 등 7개 호텔과 리조트 등 1900실 규모의 고급숙박시설이 허가를 마치고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삼학도 요트마리나시설을 활성화하고 2025년까지 75억원을 들여 목포해양대 일대에 요트마리나시설을 추가 건립하겠다. 민자 유치로 요트와 카약, 수상스키 등 해양레저시설도 확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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