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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술플러스] 전남대 ‘제2회 김대중학술상’ 수상자 공모

    전남대학교가 민주·인권·평화 신장에 공헌한 국내외 학자, 학술단체, 기관 등을 대상으로 ‘제2회 후광 김대중 학술상’ 수상자를 공모한다. 김대중 학술상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로를 기리고 5·18 광주항쟁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전남대가 지난해 제정한 상이다. 첫 수상자는 한국 현대사 연구의 업적을 인정받아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선정됐었다. 추천 기간은 다음달 1일부터 5월15일까지며 시상식은 6월5일 전남대 개교기념 행사 주간에 열린다.
  • 물러난 대통령 사회 위해 뭘 하셔야지요?

    물러난 대통령 사회 위해 뭘 하셔야지요?

    “퇴임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아름다운가게’ 점장을 제안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퇴임(25일) 시기에 맞춰 의미 있는 심포지엄이 열린다.‘존경받는 퇴임 대통령의 역할과 조건’(가제)이란 주제로 19일 희망제작소가 주최한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인사말에서 재활용 물품 나눔단체인 ‘아름다운가게’의 점장 자리도 노 대통령에게 제안할 예정이다. ●“퇴임 대통령 역할, 사회적 논쟁하자” 한국에서 퇴임 대통령 연구는 불모지와도 같다. 한국 현대사는 연구 대상이 될 만한 퇴임 대통령 한 명을 갖지 못했다. 민주화 이전, 대통령 퇴임은 곧 하야(이승만·윤보선·최규하)와 암살(박정희)을 뜻하거나 사형선고(전두환) 혹은 ‘22년 6월의 징역형’(노태우)으로 이어졌다. 민주화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퇴임 뒤 활동이 비교적 과거와 다른 선례를 만들고 있지만 선거 개입 등 제왕적 대통령의 흔적을 여전히 지우지 못하고 있다. 심포지엄은 ‘퇴임 대통령이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 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희망제작소측은 “연금과 경호 등 법적 예우를 받고 있는 퇴임 대통령이 재임 중 얻은 국정운영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는 그냥 묵혀두기 아까운 공적자원”이라면서 “노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는 지금이야말로 퇴임 대통령의 역할을 놓고 사회적 논쟁이 필요한 때”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희망제작소는 퇴임 대통령의 긍정적 역할 모델로 미국 역대 대통령들을 주목한다. 심포지엄 발제를 맡은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영미학과 교수는 “초대 조지 워싱턴 때부터 순조로운 정권교체의 전통을 이어온 미국은 퇴임 대통령에 대한 사회적 존경이 형성돼 있지만, 독재로 점철된 한국은 전제 자체가 다르다.”면서 ‘한국적 모델’ 정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 국민이 퇴임 대통령들에게 보내는 신뢰는 그들의 초당적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재임 중엔 특정 당의 이해에 복무했지만, 퇴임 후엔 당파를 넘어 전 지구적 의제 해결에 앞장서 왔다. 지미 카터가 대표적이다. 재임 기간 동안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그는 전 세계 무주택자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국제 해비탯운동을 주도했다.1994년엔 평양을 방문해 1차 북핵 위기 해결의 물꼬를 텄고,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 노력으로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포드 전 대통령은 알코올 중독 및 마약 재활센터 ‘베티포드’를 설립해 5만여명을 치료했으며,‘아버지’ 부시는 2004년 동남아 쓰나미 난민을 구제하기 위해 1억 2800만달러를 모금했다. 클린턴도 현 대선 과정에서 힐러리를 적극 지원하며 당파색을 드러내고 있으나,‘클린턴 글로브 이니셔티브’를 설립해 세계의 빈곤·종교분쟁·기후변화 대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클린턴이 ‘전 세계 빈곤퇴치’를 주제로 3월에 개최하는 홍콩 대회에 초청받았다.”면서 “한국의 퇴임 대통령들도 이젠 재임 기간 동안 확보한 공적 권위를 정치적 당파성을 떠나 전 사회를 위해 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당파성’ 담보 여부가 관건 한국적 역할모델 정착의 최우선 관건도 역시 ‘초당파성’ 담보 여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남북관계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등 유의미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지만, 선거 때마다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초당파적 퇴임 대통령만이 가질 수 있는 정치자본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게 안 교수의 지적이다. 노 대통령이 퇴임 후 만들어 갈 역할모델이 새삼 중요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 교수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노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를 뛰어넘어 선진국형 대통령제를 시스템화하고자 했던 문제의식만큼은 높이 살 만하다.”면서 “‘대연정’ 같은 뒤틀린 정치공학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정치 선진화를 위한 초당적 조정자의 역할이나 동북아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을 수행한다면 노 대통령 나름의 퇴임 후 모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경고도 잊지 않았다.“노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당파적 발언을 그치지 않고 정치 세력 집결자의 역할을 자임할 경우 전직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시각만 강화시킬 것”이란 우려다. 심포지엄 토론자로는 이화영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정윤재 세종국가경영연구소장, 장신기 김대중도서관 연구원,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팀장 등이 참석한다. 장소는 희망제작소 세미나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사설] 反사회적 범행에 대비책 적극 세워야

    국보1호 숭례문에 불을 지른 범인이 문화재 방화 상습범이고, 그가 토지보상금이 적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한 일은 충격적이다. 범인 채모씨는 2년 전에도 창경궁 문정전에 불을 붙였다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뉘우치기는커녕 ‘사회에 불만을 드러내고자’ 이번엔 숭례문에 불을 질렀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한 노인의 개인적인 불만이 온국민의 정신적 지주를 일순간에 꺾은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원인과 결과행위가 정확하게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채씨의 경우 범행의 원인은 주거지 재건축 과정에서 받은 토지보상금이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데 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엉뚱하게 숭례문에 불을 지르는 행위로 나타났다. 이런 범죄 행태는 5년 전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따라서 우리사회는 이같은 반사회적 범행에 대처하는 시스템을 하루속히 갖춰야 한다. 그래야만 무차별적으로 벌어질지 모르는 ‘대국민 테러’를 예방할 수 있다. 방화범을 비롯해 ‘사회 불만’을 동기로 삼은 범인들에게는, 첫 범행 때부터 일정한 정신과적 치료를 받게 한 뒤 사회에 복귀토록 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하겠다. 아울러 우리는 채씨의 범행 과정에서 역설적이게도 문화재 보호대책을 찾게 된다. 채씨는 당초 세계문화유산인 종묘를 범행대상으로 삼았지만, 밤에는 출입할 수 없는 데다 경비원이 있어 포기했다고 한다. 결국 문화재를 지키는 길은 일반인 출입을 일정부분 제한하고 관리·경비 인력을 늘릴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국보1호를 잃는 바람에 국민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그렇지만 아직도 우리에게는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 많이 남아 있다.‘숭례문 전소’와 같은 우를 다시는 범하지 않도록 문화재 보호대책을 완벽하게 세워야 할 시점이다.
  • [문화플러스] 1945~1960년 한국 현대사 풍경 사진전

    24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1945∼1960년 암울했던 한국현대사의 풍경을 담은 사진 5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희망의 기억’이라는 제목의 전시에는 1953년 명동 거리의 구직자를 찍은 ‘구직’의 임응식을 비롯해 김광석, 김한용, 남상준, 서순삼, 이형록, 임석제, 정범태 등 10명의 사진 작품이 나와 있다. 무료입장.(02)580-1300.
  • 전준호 개인전 ‘하이퍼… ’

    전준호 개인전 ‘하이퍼… ’

    국내외 정치·사회 현실을 독특한 영상으로 해석해온 작가 전준호(38)씨가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국내 개인전은 2004년 7월 포스코미술관에서 연 이후 근 4년 만이다. 그는 뉴욕에서 연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유망작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뉴욕 첼시에서 전시를 가졌을 당시 뉴욕타임스 등 현지 매체들은 “강렬한 인상을 가진 명료한 작업”으로 그를 호평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하이퍼 리얼리즘’. 영상 9점, 조각 3점, 회화 1점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분단 이후 한국, 북한, 미국의 정치·사회적 역학 관계를 독특한 시각으로 해석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범상치 않다. 탈북자, 자유의 여신상, 맥아더 장군, 북한지폐 등이 그들.5개 채널로 구성된 표제작(‘하이퍼 리얼리즘’)은 대형 영상작품으로, 분단을 읽는 작가의 시각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탈북자들은 끊임없이 담을 넘으려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고, 맥아더 장군은 “다시 돌아오겠다.(I shall return)”를 외치며, 피곤에 찌든 북한 주민은 초가집으로 들어가며 “다녀 왔습니다.”라고 말한다. 조각작품으로 현대사회의 단면을 은유하기도 한다. 쇼케이스 안에 갇힌 미식 축구선수 동상은 제목이 ‘플레이어 13’. 조각상의 가슴엔 싸구려 엔진이, 등에는 배기통이 붙어 있다. 대중의 선망을 한몸에 받는 스타라도 가려진 실존은 너나없이 처연하다는 메시지가 관객들에겐 위안으로 다가온다.3월 9일까지. (041)551-5100.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中 현대사 재조명

    지난 해 강대국들의 흥망성쇠를 다룬 ‘대국굴기’를 방송한 바 있는 EBS가 그 완결편이라 할 수 있는 역사 다큐멘터리 한 편을 들고 왔다. 제목은 ‘부흥의 길’. 이번엔 ‘대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분투한 중국의 근현대사에 대해 재조명한다. 이 6부작 다큐멘터리는 28일부터 새달 4일까지(월∼금 오후 9시50분) 방영된다. ‘부흥의 길’은 1840년 아편 전쟁부터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 전까지 중화민족이 대국을 실현하기 위해 분투한 과정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다룬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묘사된 중국 근현대사의 역사적 면면은 중국이 위기 속에서 어떻게 자긍심을 가졌고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갖추게 됐는지 등을 드러낸다. 28일 첫 방송되는 1회 ‘근대화를 향한 움직임’은 제국주의 서구 열강들의 침략과 식민지 확장 정책, 청 왕조의 몰락 등 고난의 역사와 구국 움직임 등을 함께 살펴본다. 제2회 ‘역경 속에 탄생한 중화인민공화국’(29일)은 신해혁명 실패 이후 공산당이 탄생, 발전, 좌절하는 과정을 거쳐 신 중국이 건설되기까지의 시기인 1912∼1949년을 들여다본다. 당시 중국은 산업화와 제국주의의 미명 아래 빈부 격차가 극심해지고, 이에 따라 마르크스주의가 점점 퍼져나가게 된다. 제3회 ‘중국, 사회주의 노선을 선택하다’(30일)는 1950년대 사회주의 제도를 확립하고 계획 경제를 통해 놀라운 성과를 얻게 된 신중국의 모습을 살펴본다. 그러나 경험 부족과 성과 위주 정책 때문에 곧 위기에 부딪히고, 중국에 맞는 사회주의 건설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제4회 ‘개혁과 개방의 시작’(31일)은 1976∼1992년의 시기로 사인방 사건 이후 사상적 해방을 꾀하며 개혁 개방을 전개한 역사적 과정들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계획적 상품 경제를 수립하되 경직된 계획 경제 체제를 포기하면서 시장 경제를 향한 걸음을 내딛는다. 제5회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의 첫 발을 내딛다’(2월1일)는 1989∼2002년 개혁개방 정책이 본격적으로 실행되면서 경제 번영을 맛본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국영기업의 체제 개편, 민영경제의 번성과 발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도 포함된다. 마지막인 제6회 ‘과거를 통해 부흥을 도모하다’(2월4일)에서는 2002년 후진타오 주석 취임 이후의 신세기를 다룬다. 신중국 수립 후 50여년, 개혁 개방 공표 후 30여년 간의 노력 끝에 다시 시작점에 서서 현대화된 국가로서의 재도약을 꿈꾸는 중국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통합부처 ‘청사 영토전쟁’

    통합부처 ‘청사 영토전쟁’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으로 각 부처들이 사무실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임대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해양수산부·정보통신부·기획예산처 등을 대거 흡수하는 정부과천청사는 전쟁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정부청사 안에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주변 지역을 떠도는 ‘인공위성 조직’들도 상당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사무실 꽉차 공간확보 ‘하늘의 별따기´ 공식적인 ‘정부청사’는 중앙청사, 과천청사, 대전청사 등 3곳이다. 현재 중앙청사에는 국무총리실을 비롯,5부·2처·1청·1위원회 소속 4000여명이 상주하고 있다. 또 과천청사에는 9부·2위원회 소속 5500여명이, 대전청사에는 8청 소속 4200여명이 각각 근무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관은 참여정부 5년간 조직·인원을 늘리면서 청사 내에 사무실을 마련하지 못해, 일부는 민간 건물에서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예컨대 과천청사 입주기관 중 과학기술부·법무부·건설교통부·보건복지부·노동부 등은 안양·평촌·분당 등지에서 민간 사무실을 빌려 쓰고 있다. 광화문 일대 민간 건물에 세들어 있는 행정자치부·여성가족부·소방방재청 등 중앙청사 입주기관 소속 부서들도 청사에 빈 공간이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또 문화관광부·정보통신부·해양수산부·국방부·기획예산처·중앙인사위원회·국가청렴위원회·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은 독립·임대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정통부등 흡수하는 과천은 ‘격전지´ 이번 조직개편으로 과청청사에서 ‘빈 방’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우선 해수부(종로구 계동 현대사옥)와 정통부(광화문 KT사옥), 기획처(반포 조달청사옥) 등이 과천청사에 들어가기 위해 줄줄이 대기상태다. 중앙청사에 있는 여성부도 복지부가 있는 과천청사로 이주해야 한다. 반면 과천청사에서 중앙청사로 옮기는 기관은 전체 인원이 80여명에 불과한 비상기획위원회 정도다. 따라서 중앙청사는 총리실 축소, 여성부·통일부·국정홍보처 폐지 등으로 여유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청계천변 임대 건물을 쓰고 있는 인사위가 450여명을 이끌고 행자부가 있는 중앙청사로 들어가야 하는 만큼 과천청사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법무부, 사무실 맞교환 제의에 “방 못 빼” 따라서 기존 부처에 대한 사무실 조정도 검토될 수 있지만, 이 역시도 쉽지 않다. 최근 재경부는 다른 부처들과 업무 연관성이 적은 과천청사 내 법무부에 기획처와 사무실을 맞바꾸는 방안을 제시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는 과천청사 입주 때부터 지금껏 1동 자리를 사용하고 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려는 셈”이라면서 “법무부의 청사 이전은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완성돼 부처들이 옮겨갈 경우 정부청사로 입주하는 때일 뿐”이라고 못박았다. 이같은 법무부의 ‘이전 불가’ 방침에는 기획처 건물이 임대인데다,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법원·검찰청과 마주하고 있어 상급기관으로서 ‘체면’을 구길 수 없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뾰족한 해법 없는 청사관리소 ‘고민만 쌓이네’ 정부부처들의 공간배치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행자부 산하 정부청사관리소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욱이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앞두고 청사 신·증축이 ‘올스톱’된 상황에서 대안도 마땅치 않아 청사관리소측의 고민은 깊어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청사관리소 관계자는 “부처별 조직과 정원이 확정돼야 사무실 공급면적도 확정할 수 있는데, 아직은 유동적”이라면서 “사무실 배치작업은 새 정부 출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통합 부처들의 하부조직은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일정 기간 뿔뿔이 흩어져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처종합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女談餘談] 나훈아의 분노/이은주 문화부 기자

    ‘나훈아 괴소문’이 25일 당사자의 기자회견으로 일단락됐다. 소문에 거론된 여배우가 공식적으로 관련설을 부인하고 경찰 내사까지 시작된 지 1주일 만이다. 이날 회견장에 나타난 그는 그간 나돈 온갖 설들을 잠재울 만큼 건강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일체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그는 회견 내내 분을 좀처럼 삭이지 못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를 이토록 분노케 한 것일까. 그는 일단 확실치 않은 이야기를 실제에 근거하지 않고 보도한 언론을 겨냥했다.“진실은 딴데 가 있고, 엉뚱한 이야기만 난무한다. 만일 이런 식이라면 뭐하러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전쟁에 나가 죽기까지 하겠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가 정작 분노해야 할 것은 우리사회의 타인의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뒷담화 문화’로 대변되는 폐쇄적인 의사소통 구조일 것이다. 애초에 흥미위주의 시각으로 접근한 언론도 문제겠지만, 현대사회의 잘못된 ‘끼리끼리’문화는 온·오프라인에서 소문의 불필요한 확대재생산을 불러왔다. 물론 나훈아 본인의 책임도 있을 수 있다. 일체의 인터뷰나 TV출연을 하지 않고 오직 공연을 통해서만 대중과 만나는 그의 ‘신비주의’는 근거없는 소문에 날개를 달아주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이번 ‘괴소문’ 사건이 확실히 마무리되려면 소문의 2,3차 유통 확산을 막아야 한다. 나훈아 역시 “사실 여부를 떠나 오늘로 사건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유증이 매우 길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나훈아가 회견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말이 바로 ‘꿈’이다.“연예인은 꿈을 파는 사람이고 꿈을 팔려면 내가 꿈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년간 고갈된 자신의 꿈을 찾아 헤맸지만, 이제는 자신의 모든 꿈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그동안 나훈아의 구성진 노래를 통해 삶의 추억을 선물받은 이들이라면 이번엔 우리가 그의 잃어버린 꿈을 되찾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지난 40년간 우리 곁을 지켜온 ‘국민가수’를 이대로 영영 떠나보낼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은주 문화부 기자 erin@seoul.co.kr
  • “한국생활 활기에 반했고 즐길거리에 빠졌죠”

    “한국 생활은 활기 있어서(stimulating) 반했고(fascinating) 즐길거리도 많았다(enjoyable).” 이달 말일로 4년 2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정년퇴임하는 워릭 모리스(60) 주한 영국대사는 한국에서의 경험을 이렇게 요약했다.●13년 넘게 한국서 지낸 지한파그는 지난 1977년 주한 영국대사관 2등서기관으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이래 모두 세차례,13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국에 몸담은 명실상부한 지한파다. “38년간의 외교관 생활 동안 정확히 3분의1을 한국에서 보냈다.”는 대사는 17대 대선을 ‘직접’ 보고파 3년인 대사 임기를 1년 연장하기까지 했다.“선거를 직접 하진 못했지만 한국 국민들이 매우 명확한 선택을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모리스 대사의 한국 체류 궤적은 질곡 많은 한국 현대사와 맥을 정확히 같이한다.“1970년대 한국은 고도의 경제 성장, 팽팽한 남북 긴장의 시절이었다.79년 10월 첫 임기를 끝내고 귀국하던 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됐다. 한 시대의 마지막날 한국을 떠났던 셈”이라고 말했다.1988년 서울 올림픽 직전 1등서기관으로 다시 찾은 한국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직접 민주주의로 옮겨가는 광경도 지켜봤다.2003년 정부는 그에게 대사 아그레망을 부여했다.대사는 “아내와 나는 한국에서 30여년간 일어난 변화를 모두 지켜봤으니 운이 좋았다.”면서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극적으로 변한 나라다. 국민들과 정부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국, 매력있는 투자처로 거듭나야”그는 “한국이 유럽수준의 선진국 도약을 위해서는 관세장벽 등 규제 완화, 법률·교육 시장 개방으로 외국기업에 매력있는 투자처로 거듭나야 한다.”고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노무현 대통령 정부는 부패척결, 투명성 강화의 성과를 일궈냈다. 이명박 당선인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기대도 드러냈다. 특히 “영국 학교들이 한국 진출을 모색하다 각종 규제장벽에 실망하고 돌아갔다.”면서 “중국, 베트남 등 공산주의권 국가에 이미 영국학교가 진출한 것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대사는 최근 국제이슈로 떠오른 기후변화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영국은 구체적으로 타깃을 정해 탄소배출량 절감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과 탄소배출량이 많은 국가들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유엔차원에서 구체적 행동에 나설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북핵문제와 관련해선 “포용은 양쪽에서 같이 움직이는 것”이라며 “새 정부가 상호주의에 기반해 대화를 이어나간다면 코리아디스카운트(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을 근거로 한국 주가를 실제보다 저평가하는 것)는 우려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대사는 “2006년 16만명 수준인 관광객 등 민간부문 교류가 더 늘었나 양국간 이해의 폭이 넓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영국에 돌아가면 대사관저가 그리워질 것”이라는 그는 퇴임 후에도 기업투자자문 등 한국과의 관계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한국어로 “기다려 보세요.”라고 주문했다.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노대통령 “보도연맹사건은 현대사 비극”

    노무현 대통령은 24일 울산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추모식’에 영상메시지를 보내 과거 국가권력의 불법행위에 대해 포괄적으로 사과했다. 개별 과거사에 대해 노 대통령이 공식 사과한 것은 2003년 10월 제주 4·3사건 이후 두번째이며, 과거 국가권력의 불법행위에 대한 포괄적 사과는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국민보도연맹 사건은 우리 현대사의 커다란 비극으로, 좌우 대립의 혼란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보도연맹에 가입되었고 6·25 전쟁 속에 영문도 모른 채 죽임을 당했다.”면서 “유가족은 연좌제의 굴레에서 고통받으며 수십년을 지내야만 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대표해 당시 국가 권력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아울러 지난날 국가 권력의 잘못으로 희생된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은 1950년 8월 군·경에 의해 407명이 집단 총살된 사건으로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로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졌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2007 CEO대상 성상철 서울대병원장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2007 CEO대상 성상철 서울대병원장

    때는 1884년(고종21) 음력 10월17일, 둥근 달이 휘영청 떠오른 밤이었다. 당시 개화당의 거두이며 우정국총판(郵政局總辦)이었던 홍영식. 그는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새로 세워진 우정국의 낙성식에 정부고관과 외국사신들을 초청, 한창 연회를 베풀고 있었다. 그런데 이웃 민가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 연회장은 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금위대장(禁衛大將)이자 명성황후의 조카 민영익은 반사적으로 가장 먼저 불이 난 곳으로 달렸다. 바로 이때, 민영익은 자객의 칼에 맞고 피흘리며 쓰러졌다. 이날 연회에 참석한 독일인 외무협판(外務協辦) P.G. 묄렌도르프는 민영익을 얼른 자기 공관으로 데리고 가서 미국인 의사 H.N. 앨런을 황급히 불렀다. 머리와 안면부에 예리하게 깊은 상처를 입은 민영익은 동맥이 끊어지는 등 출혈이 심해 매우 위중한 상태였다. 다행히 민영익은 앨런의 치료를 받고 3개월 만에 완치됐다. 그러자 고종과 민씨 가문에서는 이같은 기적에 경천동지할 정도로 놀라워했다. 그럴 것이, 조선의 내로라하는 내의원들은 벌꿀을 펄펄 끓여 환부에 들이부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앨런의 치료를 극구 반대했기 때문이다. 고종과 궁중의 신임을 얻은 앨런은 관립병원을 세울 것을 건의했다. 그래서 1985년 4월 한국 최초의 국립병원인 광혜원(제중원)이 설립된다. 또 앨런은 관립의학교의 필요성을 제기했으며 나중에 지석영 선생이 초대 관립의학교장을 맡아 근대의학 발전에 많은 공로를 세우게 된다. ●스포츠 의학 명의… 연골재생시술 1인자 그러던 1907년 3월 관립의학교는 당시 서울에 설치됐던 치료기관 광제원과 합쳐 대한의원으로 개칭됐다. 이 대한의원은 1909년 새 건물을 지었는데 현재 서울시 종로구 연건동에 있는 서울대학병원 시계탑건물(빨간벽돌)이다. 지금도 10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서울대병원의 행정업무를 관장해오고 있다. 아울러 이 건물 입구에는 지석영 선생의 동상이 서 있어 우리나라 병원사(史)를 실감케 해준다. 성상철(60·정형외과) 서울대병원장의 집무실도 바로 100년의 빨간벽돌 건물 안에 있다. 성 원장은 지난해 ‘대한의원 100주년·제중원 122주년 기념행사’를 이 병원 시계탑 건물 앞에서 개최, 관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서울대병원은 국내 서양의학의 효시인 제중원과 대한의원의 정신을 이어받은 국가중앙병원”이라면서 “우리나라 근대의학의 출범과 발전의 토양이 됐던 제중원과 대한의원의 뿌리깊은 역사적 성찰을 통해 대한민국 의학의 밝은 미래를 열어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성 원장은 지난해 3년 임기의 서울대병원장에 연임됐으며 병원 원장으로는 보기 드물게 ‘2007년 올해의 CEO대상’에서 최고 영예인 ‘종합대상’에 뽑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u(유비쿼터스)-헬스산업 활성화 포럼’ 초대의장에 선출되는 등 의료발전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성 원장은 인공관절 치환술과 관절경수술 등으로 이미 스포츠의학의 명의로 소문나 있다. 특히 연골배양 이식을 국내 처음으로 성공시켜 연골재생 시술의 새 지평을 열기도 했다. 그는 또 지난해 작고한 신현확 전 국무총리의 사위이자, 서울대의대 1회 졸업생으로 경남 거창에서 60년 가까이 ‘자생의원’을 개업, 지역의료 봉사에 일생을 바쳐온 성수현(86)옹의 아들이기도 하다. 화제거리는 이 뿐만 아니다. 우리 현대사의 물줄기를 크게 바꾼 10·26과 12·12사건때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지켜본 의사였다. ●“박지성도 나한테 왔어야 했는데…” 집무실에서 직접 만난 성 원장은 나이보다 꽤나 젊어보였다. 명의여서, 아니면 서울대병원장이어서 특별한 건강관리법이 있는 것일까.“그저 잘 웃는 편이다. 여럿이 모이는 자리에서 유머를 섞어가며 좌중을 웃기려고 한다. 웃음만큼 명약이 없는 것 같다.”면서 긍정적인 생활이 건강유지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했다. 또 음식을 가리지 않는 성격인데 최근들어서는 인절미 한두개와 우유 한잔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한다고 부연했다. 잠시 짬이 생기면 청계천과 삼청공원을 찾아 걷는다고 했다. 술은 한때 폭탄주를 열잔 넘게 마실 정도로 즐겼지만 지금은 조금 자제하는 편이란다. 그는 나이들게 되면 관절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통증이 오면 대개 3주 이상 지속되는데 붓는다든가 눌러서 아프면 전문의를 찾아야 하며 관절에 무리감이 느껴지면 휴식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지성 선수의 무릎 연골재생 수술 얘기가 나오자 “우리나라의 수준도 세계적이다. 그런데 왜 다른 나라에서 수술을 받았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대개 연골파괴의 경우, 그 상처부위가 100원짜리 동전 크기 이내라면 재생수술로 완치가 가능할 정도로 많이 발전했다고 자랑한다. “우리 병원은 올해를 제2의 도약, 즉 세계와 경쟁하는 해로 삼았습니다. 서울대병원의 강점인 최고의 브랜드 파워와 의료진, 연구역량 및 4개병원(본원, 분당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보라매병원) 인프라를 앞세워 ‘대한민국 의료를 세계로’라는 비전을 실현하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서울대병원이 개원 100년을 맞이한 오늘날 연간 입원환자만 100만명, 외래환자가 3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세계적 규모로 발전했다는 것. 특히 2005년 국내 단일 의료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과학논문 인용색인(SCI) 등재 국제학술지 논문 발표 1000편을 돌파했으며 파킨슨센터, 뇌자도(腦磁圖)센터 등 중심 진료시스템을 구축했다. 아울러 병원부지내 연면적 8400여평, 지상 4층, 지하 6층 규모의 외래암센터가 오는 2009년 완공되면 생명공학(BT)산업의 핵심영역인 첨단치료개발센터와 함께 명실상부 ‘글로벌병원’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진료수준은 이미 세계적이다. 아시아의 의료허브병원으로 거듭날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부자간을 떠나 의사로서 아버지 존경” 성 원장은 어릴 적부터 부친의 영향을 받아 의사가 되려고 마음을 먹었다. 아픈 사람이 있으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먼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던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는 그는 “자연스럽게 슈바이처나 나이팅게일 등을 다룬 책을 자주 읽게 됐다.”고 술회했다. 성 원장의 아들도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문의로 있으니 3대째 이어지는 의사집안인 셈이다. 성 원장은 부친에 대해 “부자간을 떠나 의사로서 무척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의미부여를 했다. 성 원장은 군복무시절 특별한 경험을 한다.15사단 전방을 거쳐 국군서울지구병원(서울 경복궁 옆)으로 근무지를 옮겼을 때 국가원수 시해사건을 접하게 된다. “그러니까 10월26일 저녁 병원에 갑자기 비상이 걸렸지요. 현관 입구에 쭉 도열해 있는데 김계원 청와대비서실장이 달려오고 그 뒤에 최규하 국무총리와 장인(신현확 경제부총리) 등이 급히 병원으로 들어오더군요. 박정희 대통령의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지요.” 당시 의무소령이었던 성 원장은 10·26 사건 현장에서 여러발의 총격에도 불구하고 경호요원으로 유일하게 숨이 멎지 않은 채 실려온 박상범 전 경호실장의 수술을 맡아 기적적으로 소생시키는 역할을 했다. 곧이어 발생한 12·12사건 때에도 총상을 입은 많은 군인들을 치료하게 된다. 그는 경남고 21회 출신. 동기로는 현재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허창수 GS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이 있다. 동기들과는 등산과 골프, 당구모임 등을 통해 취미별로 일년에 몇차례 만난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8년 거창 출생. ▲경남고 졸업(21회). ▲73년 서울대의대 졸업. ▲78년 서울대병원 인턴 및 레지던트 수료. ▲83년 서울대대학원 의학박사. ▲85∼86년 미국 하버드대 정형외과 연구원. ▲81년∼현재 서울대의대 정형외과 교수(무릎관절 외과). ▲2002∼04년 분당서울대병원장. ▲04∼현재 서울대병원장, 국립대병원장협회장, 대한병원협회 부회장. ▲07∼현재 제17차 한·일정형외과학회 대회장.
  • 한국 사람 만나면 한국말로 해요

    한국 사람 만나면 한국말로 해요

    킬링필드에서 온 스님 린사로 스님은 1년 6개월 째 한국 생활을 해오고 있다. 2005년 캄보디아의 큰 스님을 따라 한국 여행을 온 것이 계기였다. 그 이듬해인 2006년 4월 아예 한국 유학의 길을 택했다. 스님은 지금 도선사에서 한국 불법(佛法)을 배우고 있다. 한국 불교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비롯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각별하다. 한국 생활도 이젠 꽤 익숙해졌다. 스님이 구사하는 부드러운 한국어를 듣고 있으면 스님이 얼마나 성실하게 한국 생활을 해 왔는가를 잘 알 수 있다. 스님을 처음 만났을 때 시선을 끈 것은 특이한 옷차림이었다. 오렌지 빛이 강렬한 가사는 박음질이 전혀 없는 큰 천으로 몸 전체를 둘둘 말고 있는 듯했는데, 옷을 어떻게 입는지 그 방법이 자못 궁금했던 것이다. 스님의 설명에 따르면 오렌지 빛 가사는 캄보디아를 비롯하여 태국, 미얀마, 라오스, 스리랑카, 베트남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동남아시아 일대의 스님들이 입는 남방 가사이다. 이곳 스님들은 속옷만 입은 채 다른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로 가사를 입는데, 세 조각으로 이뤄진 천을 몸에 칭칭 감고 둘둘 말아 입는단다. 스님들은 이 가사를 절대로 벗지 않는다고 한다. 겉을 두르는 한 조각은 절 안에서는 잘 개어서 왼쪽 어깨 위에 걸치고, 절 밖에서는 활짝 펼쳐서 몸에 두른 다음 둘둘 말아 왼쪽 어깨 뒤로 넘겨 겨드랑이 밑으로 넣는다.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슬리퍼를 신은 스님들은 몸놀림이 가뿐하고 시원하다는 것이다. 캄보디아의 더운 기후에 맞춰진 가사인 셈이다. 앙코르와트의 그늘 지상 어느 나라인들 아픔의 역사가 없을까만 캄보디아는 드물게 큰 고통의 현대사를 안고 있다. 20세기 최악의 학살 사건으로 유명한 킬링필드의 나라. 그 현장에 세워진 위령탑엔 죽임을 당한 이들의 해골이 전시되어 있어 당시의 아픔을 일깨워 준다. 최대의 불교 유적지인 앙코르와트의 그늘에 이런 슬픈 역사가 있다는 건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캄보디아는 대표적인 불교 국가다. 인구의 96% 이상이 불교를 신봉하는 캄보디아에서는 태어나면 바로 절에 와서 스님의 축복을 받고, 절에서 시행하는 교육을 받는 것이 의무이다. 청년시절에는 일정기간 출가수행 과정을 밟아야 한다. 스님도 스무 살에 이 수행과정을 밟게 되었고, 이후 승려의 길을 걷게 되었다. 보통 30명이 출가 수행과정을 밟으면 1~2명만이 승려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하는데, 가족 중에 승려가 있다는 게 아주 기쁜 일이어서 승려로 살아가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란다. 스님이 이방의 나라 한국에서 배우는 한국 문화와 한국 불교의 체험은 색다르고 낯설 수밖에 없다. 언어, 기후, 음식부터가 다르고, 남방불교와 한국불교가 판이하다는 건 상식이니까 말이다. 스님은 하루에 두 끼만 먹는단다. 보통 아침과 점심을 먹는데 4시 이후에는 물 이외의 음식은 절대 취하지 않아야 하는 게 남방불교의 방식인데, 한국에서도 이를 그대로 지키고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 했지만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익힌 불법(佛法)은 이국의 땅에서도 지켜야 하는 계율인가. 수요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9시부터 1시까지 동국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스님의 일정을 생각해 볼 때, 식습관을 지키는 것부터가 매우 힘든 수행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캄보디아에서는 절에서는 취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매일 탁발로 먹을 것을 마련한단다. 가정집을 번갈아 방문하면서 공양을 하는 탁발에 익숙한 스님에게 식당에서 식사 후에 돈을 지불하는 일은 흥미로운 경험이다. 음식을 돈주고 사먹다니! 기후는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일 게 분명하다. 머지않아 다가올 한국의 겨울나기도 이 스님에겐 큰 수행이 아닐 수 없겠지만, 이미 익숙해져서 괜찮다면서 미소를 짓는다. 꿈 이야기 스님에게 언어 문제는 더 이상 장벽이 아니다. 동국대학교에서 1년이 넘게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지금은 한국어 과정의 마지막 단계인 6급 수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어로 하는 토론과 연설까지 가능한 수준이니, 6급을 마치고 인도철학과에 진학하여 배움의 길을 걷겠다는 스님의 꿈도 요원하지만은 않겠다. 스님은 앞으로도 수년 더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 문화와 한국 불교를 체득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대학 공부를 마치고 캄보디아로 돌아가면 그곳의 불교대학에서 불교 교육을 맡아 할 것이라 한다. 부드럽지만 강한 어조로 스님은 자신의 꿈을 살짝 열어 보여준다. 궁금했는데, 깜빡 잊고 물어보지 못한 말이 있다. 스님도 꿈을 꾸느냐고, 그렇다면 한국에서 꾼 꿈에서는 캄보디아말과 한국말 중 어떤 언어로 꿈을 꾸느냐고. 아니, 이건 질문거리도 되지 않을 듯하다. 한국 사람 만나면 한국말을 하고 캄보디아 사람 만나면 캄보디아말을 할 게 뻔한 노릇이니까. 글 전해수 문학평론가, 동국대 국제교육원 강사 월간 <삶과꿈> 2007년 11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동대문 운동장 그리고 추억

    1970∼80년대 한국 스포츠의 메카였던 서울 동대문 운동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1926년 3월31일 개장 이래 스포츠는 물론 한국 역사와 궤를 같이 한 동대문 운동장.15일 오후 7시3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휴먼 다큐멘터리 ‘사미인곡’이 철거작업이 한창인 동대문 운동장에 얽힌 사연들을 되돌아본다. 지난 80여년간 동대문 운동장의 역사는 그대로 한국 현대사의 영욕이기도 했다. 프로 축구와 야구가 첫 선을 보이고 웬만한 국내 경기들이 치러진 곳. 모스크바 3상 회담 관련 대규모 집회,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의 노제가 열린 곳이기도 했다. 선린상고 시절부터 야구 천재로 불리며 많은 야구팬을 동대문 운동장에 끌어 모았던 야구 해설가 박노준씨의 소회는 누구보다 각별하다. 자신의 고교 시절 꿈과 눈물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동대문 운동장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며, 좋았던 옛시절을 추억한다. 동대문 운동장을 특별하게 추억할 사람들은 숱하게 많다.600여 개의 주변 노점상과 스포츠 용품 가게 주인들, 그리고 그곳에서 특별한 기억을 만들었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스포츠팬들…. 많은 이들이 아쉬움으로 눈물짓게 만드는 동대문 운동장의 ‘뒷모습’을,80여년을 한결같이 붙박이로 서있던 운동장 조명탑만이 쓸쓸히 비출 뿐이다. 이밖에도 독수리들이 500마리 이상 모이는 땅 파주에서 10년째 독수리들의 겨울나기를 도와주는 ‘독수리 아빠’ 한갑수 씨의 사연을 전한다. 야생동물이 함께 사는 자연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본업인 오토바이 수리보다 독수리 돌보기에 더욱 애정을 쏟고 있는 이야기가 훈훈하다.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콜롬비아 비극’ 로하스 풀려나다

    콜롬비아 부통령 후보였던 클라라 로하스(44)가 좌익 반군인 콜롬비아혁명무장군(FARC)에 억류된 지 6년 만에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됐다. 로하스는 억류생활 도중 좌익 반군의 아이까지 낳아 세계인의 연민을 받아 왔다. 비운의 정치인 로하스의 굴곡많은 삶은 40년 동안 내전으로 만신창이가 된 콜롬비아 현대사의 비극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로하스가 10일(현지시간) 콘수엘로 곤살레스(57) 전 의원과 함께 콜롬비아 동부 정글에서 베네수엘라 특수요원에게 신병이 넘겨지면서 기나긴 억류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BBC,CNN 등 외신이 보도했다. 헬기와 제트기편으로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로 이동해 어머니 곤살레스 로하스와 감격의 재회를 한 로하스는 위성 전화로 석방을 중재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로하스는 “다시 태어났다.”며 자유의 몸이 된 소감을 밝혔다. 변호사 집안 5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대학 교수로 평탄한 삶을 살던 로하스의 운명이 바뀌게 된 것은 잉그리드 베탕쿠르와의 우정 때문이었다. 이들은 1991년 콜롬비아 외무부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정치판에 먼저 뛰어든 베탕쿠르가 ‘푸른 산소당’의 대통령후보가 되면서 로하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로하스는 그녀의 보좌관이 되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들은 2002년 2월23일 FARC 활동지역인 산 빈센테 델 가구안으로 유세를 가다 납치됐다. 로하스는 피랍 며칠후 석방 제의를 받았으나 베탕쿠르와 함께 풀어 달라며 거절했다. 그녀는 피랍후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로하스는 그동안 두 차례 자신이 무사함을 알려 왔다.2002년 베탕쿠르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찍은 비디오와 2003년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서다. 이런 로하스가 세계인의 동정을 받게 된 것은 인질 생활 도중 아들을 낳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지난해 5월 억류된 지 8년 만에 탈출한 경찰관 혼 프랑크 핀차오가 로하스가 반군 간부와 사이에서 낳은 아이의 이름은 엠마누엘이고 3살이며 게릴라들이 보호하고 있다고 증언하면서 확인됐다. 엠마누엘은 ‘정글 소년’이란 별명으로 자신의 생모인 로하스와 함께 내전의 비극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전세계 언론기관과 비정부 단체들은 FARC에 정글 소년 등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콜롬비아 정부와 FARC가 인질교환 협상을 다시 시작했고 차베스 대통령이 중재에 나섰다. 인질석방협상이 무르익어 FARC는 지난 31일 로하스, 정글소년 등의 석방을 약속했다. 이 약속은 결국 무산됐지만 정글 소년의 소재는 확인됐다. 생후 8개월 만에 어머니와 헤어진 소년은 이름을 바꾼 상태로 2005년부터 보고타의 어린이 보호시설에 수용돼 있었다. 현대사의 비극의 산물인 이들 모자의 상봉은 며칠 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글 소년이 어떤 표정으로 어머니를 맞을지 세계인의 이목이 벌써부터 집중되고 있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용어 클릭 ●FARC 콜롬비아 좌익반군 가운데 1만 6000명의 병력을 보유해 규모가 가장 크다.1964년 창설하면서 무장투쟁을 통해 공산주의 정권을 세우겠다고 선언했다.1990년대부터 우익민병대들의 반격이 거세지자 전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마약거래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때무터 납치와 공갈이 주요 활동이 됐다. 현재 정글에 베탕쿠르 후보 등 700여명의 인질을 억류하고 있다.
  • [책꽂이]

    ●뮤지엄(기울리아 카민 지음, 마은정 옮김, 생각의나무 펴냄) 다양한 배경과 소장품으로 유명한 세계 유명미술관(박물관)들의 건립배경, 역사, 소장품, 건축양식 등을 300여점이 넘는 화려한 도판자료를 곁들여 소개했다. 이른바 ‘빌바오 효과’를 낳은 스페인 구겐하임 미술관, 러시아 박물관의 백미로 꼽히는 에르미타슈 미술관 등이 현장 답사기처럼 생생히 소개됐다.4만 9000원.●붉은 광장의 아이스링크(김현택 등 지음, 한국외대출판부 펴냄) 현대 러시아 사회·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압축한 입문서.2000년 푸틴 집권 이후 급변하는 러시아 정치·경제 상황을 비롯해 소련 붕괴 이후 국민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 새로운 개념의 건축과 도시계획 등이 김현택 외대 노어과 교수를 포함한 러시아 전문가 5인의 시각으로 조명됐다.1만 8000원.●일본 지식 채널(조양욱 지음, 예담 펴냄) 일본문화연구소장이 108가지 키워드 아래 일본의 역사와 문화, 정치, 언어, 생활에 관한 정보들을 망라했다. 기모노에는 왜 방석이 달렸을까. 다다미의 사이즈가 왜 다 다르며, 스모는 왜 인기가 많을까. 지은이는 “일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진짜 모습을 알려주기 위해 책을 썼다.”고 했다.1만 2000원.●회복하는 인간(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고즈윈 펴냄)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편안한 문체로 소소한 주변 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집. 어린 시절 추억, 가족사 등에서 고희를 넘긴 노작가의 삶의 지향을 엿본다.“(어떤 절망적 상황에서도)인간은 회복하는 존재”라는 정의로 삶의 희망을 얘기했다.1만 1800원.●서대문 형무소(김동현·민경원 사진, 리영희·나명순 글, 열화당 펴냄)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101번지 서대문형무소.1908년 일제가 ‘경성감옥’이란 이름으로 문을 연 지 꼭 100주년이 됐다.1987년 경기 의왕시로 옮겨갈 때까지 80년간 파란만장한 한국현대사를 품었던 서대문형무소의 기록을 담은 ‘서대문형무소-옮기던 날의 기록, 그리고 그 역사’의 증보판.1만 6000원.●생명과 약의 연결고리(김성훈 지음, 프로네시스 펴냄) 지난 100년간 인류가 가장 애용해온 소염진통제이자 50종이 넘는 약물의 주요성분인 아스피린은 장기 복용하면 위장관 출혈의 부작용이 따른다. 인체라는 시스템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으면 질병과 약이 엮는 혼란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지은이는 서울대 약학대 교수.9000원.●세상을 바꾸는 사랑의 열정가들(바바라 메츨러 지음, 윤현봉 옮김, 마고북스 펴냄) 사랑의 집짓기 운동본부, 구세군,YMCA, 메이크어위시 재단 등 미국을 움직이는 자원봉사 단체 32개의 파워를 소개한다. 시민사회는 적극적인 자원봉사 운동을 통해 성장해 간다는 주장이다.1만 2000원.
  • [열린세상] 집단기억으로 남은 슬픈 역사/ 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열린세상] 집단기억으로 남은 슬픈 역사/ 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우리가 역사를 말할라면, 으레 거창한 사건을 들추게 마련이다. 그러나 대수롭지 않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 겪은 삶의 이야기를 역사로 보는 견해도 없지는 않다. 이를 테면 필부필부(匹夫匹婦)가 경험한 생활상의 한 매듭이 곧 역사라는 시각이다. 이 평범한 사연의 역사가 한군데로 쏠리는 어떤 계기를 만나면, 대단한 사건으로 비약할 수 있다. 이 같은 역사의 이벤트에는 반드시 대중의 집단기억이 뒤따른다고 한다. 지난 세밑 일본대사관 앞에서 2007년 한해의 수요집회를 마감한 일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일생이 우리네 집단기억에 각인된 현대사의 한 줄기일 것이다.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스스로 일본군 위안부였다는 껄끄러운 과거를 솔직히 고백하면서, 이 문제는 모든 이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반인륜적 범죄에 희생되어 꽃다운 청춘을 빼앗긴 위안부 할머니들이 1992년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수요집회는 집단기억의 슬픈 역사를 더욱 깊이 각인하기에 이른다. 그동안 수요집회를 함께해 온 할머니들 가운데 열세 분은 세상을 떠난 터라, 세밑 집회에서는 13개의 촛불을 밝혔다고 한다. 이날 촛불을 지킨 이는 고작 네 분이었지만, 지난해는 제2차 세계대전 끝자락까지 피압박 민중의 여성들을 성노예로 삼은 일본군의 범죄 실상 얼마만큼을 세계인 양심에 호소한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해 7월30일 일본의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공식 시인 및 사과를 촉구한 미 하원의 결의안 채택이 그것이다. 이어 캐나다와 유럽연합(EU) 의회에서도 일본 정부의 사죄를 다그치는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미국은 지난해 여름 노예무역 폐지 200주년을 기리고자 아프리카로부터 흑인노예를 실어나른 ‘아미스타드’호와 똑같이 생긴 범선을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의 항로 2만 5000㎞를 따라가는 항해에 나선 이 배가 노예무역의 잘못을 참회하기 위해 마련한 여러 행사에 참가한다는 소식도 들렸다. 이 소식은 미 하원이 위안부 강제동원에 따른 일본의 사죄를 촉구한 결의문 채택에 앞서 전을 벌인 토론회에서, 일본의 전쟁 범죄가 마치 19세기 아프리카 노예 사냥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한 어떤 의원의 발언 내용을 다룬 기사와 맞물려 사뭇 감동으로 다가왔다.‘아미스타드’는 노예무역의 거점이던 대서양 연안의 여러 항구를 아직도 순방 중이어서, 참회 여정이 길기는 긴 모양이다. 그러나 현해탄 건너 가까운 일본에서는 사죄의 배를 띄울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앞에서 좀처럼 속내를 이르집지 않는 경제대국의 속성 때문일까.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활동한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지론을 빌리면, 기억은 모두 가짜라고 한다. 기억은 붙박이 정보창고가 아니라, 기억할 때마다 바뀐다는 이야기다. 그러고 보면, 큰 일이다. 우리가 집단기억의 역사로 회자하는 할머니들의 삶을 마냥 보장할 수 없거니와, 이들에게 시선을 주었던 여러 사람들의 기억도 차츰 변화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렇다. 일본은 이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이제 건국 60주년, 대한민국도 조금은 노회한 경지에 접어들었다. 이같은 연륜을 축적한 국가가 지녀야 할 경략이 진정 없단 말인가. 할머니들이 오랜 세월을 두고 그토록 절규한 일본의 사죄를 받아낼 길을 여태 찾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행여 어떤 중대한 사안마다 과거 청산이라는 명분만을 앞세워 죽은 이들의 역사에 매달린 동안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닐는지…. 이 땅의 공동체 울타리 안에서 사는 사람들끼리 등을 돌리지 않고, 서로 오순도순 지내는 세월을 올해부터라도 맞고 싶다. 일제 질곡의 고통을 짊어진 채 가엾게 살아온 위안부 할머니들의 건강을 비는 마음 간절하다. 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 지자체, 인수위 건의 봇물

    지자체, 인수위 건의 봇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의 건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 중에는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할 정책 제안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대부분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을 벌이면서 이를 국책사업으로 떠넘겨 사업비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다. 일부 지자체는 인수위에 참여한 지역출신 실력자들을 통하거나 관련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을 창구로 삼아 각종 정책 제안과 건의를 하면서 새 정부 정책에 채택되도록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도는 7일 러시아 연해주에 ‘동북아 평화경작지대(Peace-Culture Zone)’ 개발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오는 10일 인수위를 방문, 이와 관련한 정책 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러시아 법령·생산물 처리 등 애로사항 전달 이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구상하고 있는 연해주의 유휴지 활용 방안과 맥을 같이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 당선인은 최근 이바센초프 러시아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에너지 자원 개발과 상호 필요에 의한 여러 가지 사업에서 러시아와 협력 관계를 맺었으면 좋겠다.”고 밝히면서 연해주의 유휴지 개발에 북한의 노동력을 동원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경남도는 지난해 8월부터 김태호 지사의 지시로 연해주 유휴지에 ‘경남 농장’ 개발 방안을 검토했다. 같은 해 10월말 실무진이 연해주 아그로상생지역 농장을 방문, 농업여건과 현황 등 농장개발의 가능성을 조사한 결과 러시아의 법령과 제도, 북한 노동력 이용, 생산물 처리문제 등을 지자체가 감당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정부차원에서 남북한과 러시아가 농업과 평화를 테마로 농업협력사업을 추진하도록 건의하기로 했다. 도가 제출하는 제안서에는 이같은 문제점과 가능한 개발방안 등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발 규모는 1단계로 항카호 주변 6만 4000㏊를 개발하고,2단계로 14만㏊의 농지를 추가로 개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도는 단기적으로 북한의 식량난을 해소하고 장기적으로 농산물 상품의 가격이 올라 일반 물가도 덩달아 오르는 ‘애그플레이션’(농업+인플레이션의 합성어)과 국제 곡물가 상승에 대비하고, 특히 남북농업협력사업의 새로운 모델로 제시, 북한의 식량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연해주 농장 개발을 검토해 왔다. ●부산, 동남권 국가연구단지 조성 지원 요청 부산시는 동남권 국가연구단지 조성과 부산·경남권 광역상수도 사업 등을 건의했다. 기장군 792만㎡에 핵과학연구 단지 등을 조성하고, 대운하 사업과 연계, 합천댐에서 100만t 취수,86만t을 부산으로 끌어오는 방안을 내놨다. 광주시는 하남산업단지와 수완지구 유보지·전남 장성 그린벨트 일부 지역 등 총 3800여만㎡를 연구개발 특구로 지정, 국제 비즈니스파크 등을 조성해 달라고 건의하고, 광주공항 민항기능 존치를 요구했다. 또 대전시는 대덕 첨단과학 산업화단지 조성과 첨단 과학밸리 조성, 충남도청 건물 국립 근현대사박물관 변경 건립 등 지역사업 7개를 인수위에 건의할 계획이다. 전북도는 새만금 신항만 건설과 새만금∼군산간 철도건설, 새만금∼포항간 고속도로 건설 등 새만금과 관련한 건의사항을 제시했다. 전남도는 2010년 포뮬러원(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개최를 목표로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F1지원특별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 줄 것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촉구했다. ●인수위 관계자 “대부분 민원성 그쳐” 경북도는 ‘3대(신라·가야·유교) 문화권’ 중심의 문화관광 네트워크 사업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건의하고, 구미·칠곡·대구권 및 경산·영천·경주권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부품소재 산업밸리 구축, 구미 모바일 특구 조성, 환동해 에너지 벨트 및 에너지 과학특구 추진 등을 건의할 계획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전국의 지자체들이 건의하는 정책들이 대부분 민원성이지만 더러는 눈여겨 볼 제안도 있다.”고 말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마이크로 트렌드/안진환·왕수민 옮김

    마이크로 트렌드/안진환·왕수민 옮김

    웰빙음식에 대한 관심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음에도 패스트푸드 판매량이 갈수록 늘고 있는 건 왜일까. 사회노령화가 심화되는 와중에도 광고와 오락의 대부분이 젊은이들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갖가지 생수들이 각광받는 한편으로 온갖 에너지 드링크의 소비가 늘고 있는 현상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현대사회에는 이렇듯 상반된 진실들이 요소요소에서 따로 또 같이 포물선을 그린다. 몇개의 거대한 트렌드가 세상 돌아가는 방식을 결정짓는다(메가트렌드)는 정의는 그래서 이젠 틀린 명제가 됐다. 오늘의 세계는 특정 잣대로만 규정할 수 없을 만큼 시시각각 가치 다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의 1%밖에 되지 않으면서도 강력히 우리 사회의 한 흐름을 틀어쥐는 작은 세력들. 바야흐로 ‘마이크로 트렌드’ 세상인 것이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재선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 여론전문가이자 세계적 컨설팅 기업(PSB) 마크 펜 회장은 현대사회를 그렇게 정의했다.PSB 수석컨설턴트이자 앨 고어 부통령의 연구원이었던 키니 잴리슨과 함께 펴낸 ‘마이크로 트렌드’(안진환·왕수민 옮김, 해냄 펴냄)는 수없이 잘게 쪼개진 트렌드들이 곧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추동력이라고 단언한다. 필자들의 주장대로라면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는 이미 ‘마이크로 트렌드’가 ‘메가 트렌드’를 대체했다. 지구촌 커피시장의 지형도를 바꿔놓은 스타벅스야말로 마이크로 트렌드에 주목한 대표적 성공사례이다. 카페인, 우유, 설탕의 선택권을 철저히 소비자들에게 넘겨주는 영업방식으로 특정유형의 선택만을 중시하거나 경시하지 않았던 게 성공의 키워드였다. 지은이는 마이크로 트렌드를 포착,1996년 미국 대선을 민주당의 승리로 이끌었던 구체사례를 밝히기도 한다. 당시 선거운동의 핵심카드로 활용한 이른바 ‘사커 맘(Soccer Moms)’. 일과 자녀에 헌신하면서 실질적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는 교외지역의 분주한 엄마들을 지칭한, 그가 직접 만든 조어였다. 부동표 틈새집단을 겨냥한 공약은 민주당의 승리를 굳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세상에 혼재하는 수많은 트렌드 집단에 대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현재 혹은 가까운 미래에 세력화할 근거가 충분한 75개의 트렌드 집단이 등장한다. 그들을 일일이 조명해 현재적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에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비판적 시각들이 풍부하게 제시된다. ‘∼족’으로 불리는 신종 트렌드 집단이 꼬리를 물고 소개된다. 크기는 제각각이지만 새 트렌드 집단들의 공통분모는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 그들 존재의 요구나 방향성을 꼼꼼히 살피면 훌륭한 미래사업 아이템으로 연결시킬 수 있음을 넌지시 일러주기도 한다. 연하남과의 데이트를 즐기는 연상녀들 이른바 ‘쿠거(couger)족’의 출현에서도 유의미한 미래예측이 가능하다. 남녀 성비의 불균형, 무엇보다 이혼율과 평균수명의 증가 등이 쿠거족을 양산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커밍아웃을 시도하는 늦깎이 게이족이 늘어난 것도 쿠거족 증가의 이유가 된다면, 국가에서는 어떤 정책을 펴야 할까?”라는 발전적 고민을 제안하기도 한다. 비디오 게임에 열중하는 30대 성인들, 그들과는 딴나라에 사는 듯 전통 손뜨개질에 관심을 쏟는 10대들. 첨단 IT기술에 통째로 열광하는 시류에는 아랑곳 없이 컴퓨터를 거들떠도 보지 않는 신종 러다이트족. 마이크로 트렌드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들로 이미 세상이 꽉 차있다. 트렌드 집단에 대한 백화점식 정보나열에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주제의식은 일관되게 명료하다.“지금은 누군가가 아무리 엉뚱하고 색다른 선택을 해도 10만명 정도의 취향 공유자를 찾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서서히 그러나 감쪽같이 세상을 바꾸는 데는 1%의 트렌드 집단이면 충분한 것이다.1만 48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고려대교우회 100년사 책으로

    지난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은 고려대교우회가 근현대사 속 동문들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기념책자를 발간했다. 국내 대학 동창회가 100년 회사(會史)를 발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려대학교교우회 100년사’(1907-2007)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책자는 항일운동과 건국, 산업화, 민주화를 거치며 고대 동문들이 벌여온 투쟁과 선구자적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970여쪽 분량으로 전 5편 15장으로 구성된 교우회 100년사는 일개 대학동창회의 역사를 넘어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흐름을 보여주는 역사책에 비견된다. 고대교우회는 4일 오후 6시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털 호텔에서 신년교례회를 열어 참석 동문들에게 책자를 증정할 계획이다.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알을 낳는 개/한스 페터 베크 보른홀트 등 지음

    시시각각 밀려나오는 정보들 속에 도사린 현대과학의 크고 작은 속임수들. 이 사실을 눈치채고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미혹시키는 정보들이 무수하며, 그들을 ‘불신’할 줄 아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 ‘알을 낳는 개’(한스 페터 베크 보른홀트 등 지음, 염정용 옮김, 인디북 펴냄)이다. 제목부터 심상찮은 이 책이 혐의를 둔 대상은 넘쳐나는 통계와 연구조사 결과이다. 통계학 이면에 숨겨진 현대과학의 오류와 궤변은 이런 재미난 비유를 통해 문제제기된다. 소시지 7개와 계란 3개가 있다. 그런데 개가 소시지 5개를 먹어 치워 소시지 2개와 계란 3개가 남게 됐다. 이제 계란의 비율은 처음과 달리 60%로 껑충 뛰어올랐다.‘개가 알을 낳은’ 꼴이다. 퍼센트 수치를 교묘히 조작하면 이처럼 상황은 전혀 다른 결과로 연결된다는 신랄한 유머이다. 현대사회의 정보를 대면하는 데 ‘불신이 곧 힘’이라고 주장하는 책은 발상 뒤집기 제안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지구 온난화 문제에도 한번쯤 이런 의문을 품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지난 110년 동안 대기의 온도는 0.7도가량 올랐다. 그런데 이를 ‘기온이 혹한기에서 점점 회복되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한 사람은 왜 없었을까. 또 많은 사람들은 병원에서 양성판정을 받고 나면 심각한 상황에 대한 확률을 지나치게 높게 잡고 불안에 떤다. 실제 발병률은 1000명에 1명꼴인데도 검사의 정확성만 믿은 나머지 보통 사람들은 양성판정에 필요 이상으로 당황하는 것이다. 많은 유권자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선거에 이기는 방법, 병원에서 새 의약품을 효과적인 약품으로 탈바꿈시키는 세태, 기업이 직원들을 노련하게 재배치함으로써 매출신장을 달성하는 일…. 진실인 줄 알았던 생활 속 과학의 속임수들을 시시콜콜 파헤친다. 현대과학이 얼마나 ‘단순’하고 ‘무식’한지를 알고 나서야 비로소 정보소비자들이 세상을 밝은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요지이다. 저자들은 독일 함부르크 대학병원에서 법의학과 일반의학을 연구하고 있다.1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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