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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명 영화감독·기자가 TV다큐 만든다

    유명 영화감독·기자가 TV다큐 만든다

    MBC가 창사 50주년을 맞아 대형 다큐멘터리 기획 준비에 나섰다. 기존 TV 다큐가 PD들의 영역이었다면, 이번엔 현역기자와 유명 영화 감독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PD, 기자, 영화감독 등 영역을 넘나든다는 점에서 ‘하이브리드 다큐’를 내세웠다. 섭외된 감독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이명세 감독, ‘짝패’의 류승완 감독, ‘싱글즈’의 권칠인 감독, ‘시라노연애조작단’의 김현석 감독 등 4명이다. 충무로의 노하우와 여의도의 제작 스태프 간 시너지 효과를 노리겠다는 포석이다. 전체 시리즈 제목은 ‘타임’으로 정했다. 다양한 키워드를 통해 대한민국 50년사를 녹여내 보겠다는 의도다. 그래서 1시간 분량 프로그램을 모두 25편 제작한다. 방영 시점은 6월 초부터 매주 1편씩 방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한민국 50년사를 되돌아보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각 다큐들이 내세우고 있는 키워드들은 잔잔하면서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들로 선정됐다. 가령 ‘전화’, ‘술’, ‘고양이와 밥상’, ‘소리로 보는 50년’, ‘우리 어머니’ 등이다. 제작 과정을 총괄기획하는 이우호 팀장은 “1961년부터 본격화되는 근대화의 여정과 이에 따른 지난 50년 세월이 한국의 진짜배기 현대사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차원에서 기획된 프로그램”이라면서 “지금의 한국 모습과 모두 이어진 이야기들인 만큼 옛 이야기만 다루는 다큐가 아니라 오늘과 내일까지 함께 다룰 수 있는 작품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MBC 측은 “방송사는 인적·물적 자원만 제공하고 제작 과정에는 되도록이면 거의 모든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참여시켜 기존 다큐와는 다른 맛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제작도 철저하게 열린 방식을 지향한다. 유명 작가, 문화 예술계 인사 등을 자문단과 제작진으로 위촉, 스토리 발굴과 구성 등 제작 전반에 참여토록 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4일 TV 하이라이트]

    ●과학카페(KBS1 밤 11시 40분) 국내 암 환자 62만명 시대. 지난 2005년 38만명에서 2009년 62만명으로 암 환자는 4년 만에 무려 60%이상 급증했다.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린다는 얘기다. 암은 현대인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과학카페’에서 암 치료법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백신’을 통해 암 정복의 현주소와 그 가능성을 알아본다. ●강력반(KBS2 밤 9시 55분) 강력반의 새 팀장으로 임경은이 부임한 가운데, 해영그룹의 합숙면접 중 사라진 박은아의 실종사건이 접수된다. 강력반은 합숙장소였던 양평으로 향한다. 한편 민주를 불러 취재기사를 확인하던 은영이 민주의 가방에 달린 세혁의 펜던트를 발견하고 놀라서 민주에게 세혁과의 관계를 묻자 민주는 세혁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일일 아침드라마 당신 참 예쁘다(MBC 오전 7시 50분) 유랑(윤세아)은 밤을 새워가며 슈거크래프트 케이크를 만들어 치영에게 프러포즈하기 위해 무작정 서울로 향한다. 하지만 치영은 유랑의 전화를 피한다. 유랑은 공항에서 자신의 돈줄을 거머쥔 서회장과 담판지으려고 가고 있는 강수와 부딪치고, 그 바람에 유랑의 케이크는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위기탈출 넘버원(KBS2 밤 8시 50분) 삐져나왔을 때 외관상 지저분해 보여 불결해 보이는 코털. 아무리 멋있는 남성이라고 해도 코털 하나에 이미지가 바뀐다. 하지만 코털을 함부로 뽑았을 경우 세균에 노출되어 뇌수막염에 걸릴 수 있다고 한다. 넘버원에서는 코털의 중요성과 코털을 함부로 뽑았을 경우의 위험성과 그에 따른 예방법을 알아본다. ●꾸러기 천사들(EBS 밤 8시) 어느 날 보라반에 예쁜 여자아이가 새로 들어온다. 매일매일 바뀌는 화려한 왕리본을 달고 다니며, 남이 자신에게 손대는 것을 싫어하고, 물도 가지고 다니며 마시는 도도한 공주님 강채린. 채린이가 오기 전엔 주인공인 현서가 보라반의 공주님이었다. 하지만 이젠 아이들의 관심이 채린이에게만 쏠려서 현서와 놀아주지도 않는데…. ●경찰 25시(OBS 밤 11시) 우리는 과연 복잡한 현대사회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쏟아지는 사건과 뉴스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더욱 위험하고, 지능적이고, 다양해진 범죄 속에서 형사들의 하루는 24시간도 모자란다. ‘경찰 25시’를 통해 수사현장의 긴박감과 형사들의 땀과 눈물을 통해 범죄의 위험성을 알리고 범죄의 경각심을 느껴본다.
  • 정몽구회장 10년만에 ‘계동 귀환’

    정몽구회장 10년만에 ‘계동 귀환’

    현대그룹 분화 이후 10년 만에 현대가(家)의 장자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서울 계동 사옥에 귀환한다. 31일 현대차그룹 및 현대건설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 되찾기에 성공한 정몽구 회장은 4월 첫 날 계동으로 출근, 현대건설 직원조회를 주재하는 등 계동에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1999년 시작된 ‘왕자의 난’으로 현대그룹이 갈라지면서 현대기아차가 2001년 4월 양재동으로 사옥을 옮긴 지 10년 만이다. 현대차그룹은 또 계동 현대사옥 본관 12층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사용하던 집무실에 정몽구 회장의 총괄 집무실을 마련했다. 이 사무실은 정 명예회장 타계 이후 10년 동안 비어 있었다. 정 회장은 당분간 양재동 현대차 사옥과 계동을 오가며 그룹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1일 아침 7시 20분 계동 현대사옥에 도착, 집무실에서 업무보고를 받은 뒤 8시부터 본관 지하 2층 강당에서 부장급 이상 직원들이 참석한 조례에서 인사말을 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그동안 경영 위기를 극복한 현대건설 임직원들을 격려한 뒤 향후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이어 1층과 3층 등 사무실을 돌며 근무 중인 직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저녁에는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현대차그룹 부사장급 이상, 현대건설 상무보 대우급 이상 간부들의 부부동반 상견례 모임을 갖는다. 한편 현대건설은 이날 계동 현대사옥에서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잇따라 열어 김창희 부회장과 김중겸 사장을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김 부회장은 총괄 경영을, 김 사장은 국내외 영업 등의 실무 경영을 맡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작업을 지휘한 김 부회장은 제주 출신으로 제주대 경영학과를 나와 1982년 현대차에 입사, 20여년 간 자동차 영업을 담당한 영업 전문가다. 이어 2005년부터 현대엠코 대표를 맡아 당진 현대제철 건설 등 중요 사업을 잘 마무리하고 회사 매출액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리는 등 탁월한 경영 능력을 발휘했으며, 해비치컨트리클럽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2009년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발전소를 수주하고 매출 10조원을 달성하는 등 지난 2년간의 경영성과를 인정받아 최고경영진으로 남게 됐다. 주총에서는 또 이정대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승재 전 중부지방국세청장·박상옥 전 서울북부지검장·신현윤 연세대 교수·서치호 건국대 교수 등 4명이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됐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서초, 심산기념문화센터 개관

    서초, 심산기념문화센터 개관

    서초구는 29일 반포근린공원에 심산 김창숙(1879~1962) 선생의 기념관인 ‘심산기념문화센터’를 개관한다. 심산 선생은 단재 신채호(1880~1936), 만해 한용운(1879~1944)과 함께 ‘삼절(三節)’로 평가받는 독립운동가로, 통일과 반독재 투쟁, 민족사학 육성 등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해방후 현 성균관대 초대 학장을 지냈다. 서초구는 2008년부터 172억원을 들여 센터를 짓기 시작, 지난해 4월 독서실을 일부 개관하고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에 기념홀과 전시실 설치 등을 마무리해 정식 개관하게 됐다. 센터는 지하 2층, 지상 3층, 총면적 8445㎡ 규모로, 1층 심산기념관에는 선생의 활동상을 담은 유물과 사진, 서적 등 200여점의 기념물이 전시되며 지하 1층 독서실은 762명 규모로 들어섰다. 구는 오전 센터 아트홀에서 개관식을 열고 오후에는 ‘현대사회와 심산사상’을 주제로 개관기념 학술회의를 개최한다. 진익철 구청장은 “심산 선생의 애국애족 정신을 널리 알리고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민들의 정서함양과 능력계발을 꾀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檢 ‘사정 칼날’ 기업·금융권 조준 왜?

    檢 ‘사정 칼날’ 기업·금융권 조준 왜?

    한동안 조용했던 검찰이 3월 들어 바쁜 걸음을 내닫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가 기업·금융권을 조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한주간 압수 수색을 실시한 곳은 30여곳이 넘는다.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지난 22일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서미갤러리 등 8~9곳을 압수 수색하고 수사를 본격화했다. 또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이성윤)가 주식워런트증권(ELW) 불공정 거래 관련 압수 수색을 실시한 국내 유명 증권사도 10곳에 이른다. 검찰 내에서도 가장 바쁜 중앙지검이 이렇게 동시다발로 압수수색을 벌이는 건 이례적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에 대해 한상대 신임 지검장 취임과 2월 평검사 인사로 1~2월 동안 적체됐던 수사에 한꺼번에 나서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특이점도 포착된다. 최근 착수한 검찰 수사는 공교롭게도 모두 금조부 사건이다. 수사가 금융권과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는 뜻이다. 검찰은 오리온, ELW 수사 외에도, ‘옵션 쇼크’의 주범인 도이체방크, 주가연계증권(ELS), 저축은행 부실, 닭고기업체 마니커 한모 대표의 배임·횡령 등 금융권과 기업을 타깃으로 한 수사에 한껏 전력을 쏟고 있다. 이에 비해 중앙지검에서도 핵심 수사 부서인 특수1부는 한명숙 전 총리 공판,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공판 등에 발이 묶여 있다. 특수2부도 역시 한상률 전 국세청장 사건 등 앞선 수사팀이 벌여 놓은 사건 뒷정리에 골몰하고 있다. 그동안 3차장검사 산하 특수부에 맞춰져 있던 스포트라이트가 금조부로 자연스레 옮겨 가는 형국이다. 이처럼 금융 범죄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현대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한 검찰 관계자는 “요즘은 조직폭력배들이 주가 조작에 개입하는 등 강력부가 ‘금융 강력부’로 불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업 수사 역시 성격이 달라졌다. 검찰이 대기업을 상대로 수사할 때면 통상적으로 비자금 관련 의혹이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확대되곤 했지만 최근에는 C&그룹 수사에서 보듯 처음부터 ‘회사 대표의 개인 비리’로 미리 선을 긋고 손을 대는 경우도 생겼다. 그런가 하면 금융권 수사의 경우 각종 파생 상품과 분쟁에 대해 검찰이 법적 선행 사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현재 진행 중인 금조1부의 옵션 쇼크 수사, 금조2부의 ELW 수사 등이 모두 판례가 없다. 검찰 관계자는 “각종 파생 상품이 거래되고 있지만 마땅한 법적 규제는 없는 상황”이라며 “문제를 정리할 때가 됐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김준규 검찰총장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예민한 수사를 피하려 해 도리 없이 기업·금융권만 주무르는 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기업도 울어야 젖 주는 법… 자꾸 떠들어야 해”

    “기업도 울어야 젖 주는 법… 자꾸 떠들어야 해”

    구순(九旬·90세)에 직함만 27개. 맡은 자리마다 재선을 거듭하며 ‘장기 집권’하는데도 계속 맡아 달라고 난리다. 최근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원 총회에서 회장에 재선출된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의 이야기다. ●“난 닥치는 대로 다하니까…” 시가총액 1000조원을 웃도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를 총괄하는 자리다. 규모로만 보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를 압도한다. 그 자리를 1996년부터 다섯 차례나 지켰음에도 ‘아들뻘 부회장들’의 간곡한 권유에 다시 3년을 맡게 됐다. “난 닥치는 대로 다하니까…. 상장사협의회가 잘 드러나진 않아도 조용히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곳이에요. 이런저런 행사도 많고….” 2009년 미수(米壽·88세)를 맞아 회고록 ‘장수경영의 지혜’를 출간했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은 것 같다. 직함이 경영자총협회 부회장·국총회(전 총리실 직원 모임) 등 손으로 꼽기가 어렵다. 중견기업연합회는 직접 만들었다. “중소기업도, 대기업도 아니다 보니 도와주는 사람이 없더라고. 그래서 만들었지. 울어야 젖을 주는 법이지 가만있으면 누가 젖을 주나. 자꾸 떠들어야 해.” 애초 기업인은 아니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제3의 인생쯤 된다. 은행원과 공무원을 거쳐 50대 중반에 경영을 시작했다. 1922년 함경남도 함주에서 태어나 함흥공립상업학교를 나와 산업은행 전신인 식산은행에 입사했다. 은행 시절 보좌했던 송인상씨가 재무부 장관으로 간 인연으로 1959년 재무부에 발을 들여놨고 1966년부터 10년간 총리 3명을 보필했다. 그 시절을 우리나라 현대사에서도, 개인사에서도 가장 역동적인 시기로 기억했다. ●“공무원으로 일했을 때 가장 보람” “가장 보람 있게 일한 때는 공무원 생활을 했을 때였던 거 같아. 정일권·백두진·김종필 세분과 취임부터 퇴임까지 함께했는데 그때가 내 전성기였지. 그것도 가장 (성격이) 모난 분들만 모셨으니….” 1976년 김종필 전 총리가 퇴직할 때 공직을 떠났으나 ‘백수’ 생활이 오래가진 않았다.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부친이 작고해 샘표식품의 경영을 이어받은 것. 늦은 나이에 시작한 만큼 발로 더 뛰며 부지런히 간장, 된장 맛을 익혔다. 그 덕분인지 샘표식품은 ‘무차입·무적자’를 자랑하는 ‘알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연합뉴스
  • [주말 하이라이트]

    ●다큐멘터리 3일(KBS2 일요일 밤 10시 25분) 전라남도 신안군 1004개 섬 중의 하나인 추포도는 여객선이 닿지 않는 섬 속의 섬이다. 목포에서 압해대교를 건너 압해도로 가 여객선을 타고 들어간 섬에서 다시 갯벌 위로 놓인 ‘노두’길을 따라가야만 들어갈 수 있는 섬. 봄 소식이 가장 먼저 찾아온다는 그곳, 추포도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사랑을 믿어요(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명희는 국밥집에 갔다가 바쁜 일손을 도와주고, 철수는 그런 명희를 엉뚱하면서도 귀엽다고 생각한다. 우진은 큰아버지까지 전화해서 아이들 공부시키라는 부탁을 하자 죽을 맛이다. 한편 동훈은 감사 인사를 하러 온 처남을 통해 사고 소식과 합의금 5000만원 이야기를 듣고 당황한다. ●주말연속극 반짝반짝 빛나는(MBC 토요일 밤 8시 40분) 부모가 바뀐 것을 알고 상처받은 정원은 승준의 순댓국 가게에서 술을 먹고 취해 승준과 승준모에게 주사를 부린다. 작가 사인회에서 마주치게 된 금란, 정원, 승준, 지웅. 금란이 깡패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 지웅은 자신이 금란의 아버지라고 밝히며 곤경에 처한 금란을 도와준다. ●놀라운 대회 스타킹(SBS 토요일 오후 6시 30분) 시각장애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뛰어난 실력으로 전 출연진을 깜짝 놀라게 한 재즈 피아니스트 정명수씨가 왔다. 작사, 작곡, 편곡, 노래, 연주가 가능한 그의 스티비 원더 따라잡기. 명수씨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스티비 원더의 노래 ‘Isn´t she lovely’를 선사한다. ●한국현대사 증언 TV 자서전(KBS1 토요일 오전 6시 10분) 대한적십자사와 함께한 31년. 적십자 구호 활동과 사회 봉사를 통해 인류애 구현에 헌신한 ‘레드 크로스 맨’ 서영훈. 그는 지역주의, 정치이념을 뛰어넘어 경계 없는 나눔을 몸소 실천했고, 치우침 없이 늘 중심을 지켰던 우리 사회의 균형추였다. 그가 지켜온 화합과 중용의 가치를 되새겨본다.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욕망의 불꽃(MBC 일요일 밤 9시 50분) 나영은 영민과 이혼하고 인기와 떠나겠다고 말한다. 영민도 나영의 말을 듣고 태진을 찾아가 힘들어하는 나영을 놓아 주자고 말하지만 태진은 절대 이혼은 안 된다며 완강하게 말한다. 나영은 민재에게 자신만 떠나면 인기와 결혼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민재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 ●잘먹고 잘사는 법(SBS 토요일 오전 9시 45분) 장작 때는 냄새가 온 마을에 가득한 전북 무주군 초리마을. 후덕한 성품이 묻어나는 어머니의 밥상 메뉴는 노곤한 봄철에 입맛을 돋우는 구수한 냉잇국과 영양 만점 호박오가리들깨탕, 고로쇠물로 지은 밥이다. 자연의 기운을 고스란히 담아낸 시골 밥상을 공개한다.
  • 삼성 미술관 리움 ‘코리안 랩소디-역사와 기억의 몽타주’전

    삼성 미술관 리움 ‘코리안 랩소디-역사와 기억의 몽타주’전

    확 눈길을 끄는 작품은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우키요에(浮世繪)였다. 원래 우키요에는 17~19세기 일본 에도시대 부상한 서민문화에서 유행한 목판화다. 독특한 회화성 때문에 서구 인상파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번 전시장에 나온 우키요에 작품들은 조금 달랐다. 조선을 병합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을 일본인의 시선에서 묘사했다. 그래서 정적이라기보다 동적이고, 감상적이라기보다 정치적이다. 예컨대 갑신정변의 주역이었으나 결국 암살당한 김옥균을 위인적 풍모로 묘사했고, 청일전쟁 뒤 재집권에 나선 흥선대원군 옆에 결사옹위하는 일본군 모습을 그려 뒀다. 제국주의 모국이 지닌 ‘인류학적 혹은 박물관적 시선’이 얼마나 조선을 원시적으로 묘사하고 있는지 사진 자료실에서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보기에 따라 불편할 수도 있지만 당대 외부인들이 조선을 어떻게 봤는지, 또 당시 조선의 실제 풍경이 어떠했는지 유추해 볼 수 있는 자리다. 동시에 이제 조금 먹고살 만해졌다고 우리도 남들을 그런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추하게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고 있는 ‘코리안 랩소디-역사와 기억의 몽타주’전 얘기다. 전시 기획을 맡은 이준 부관장은 “우리나라가 급속한 근대화를 통해 과거를 빨리 잊어버리다 보니 지금 사회적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면서 “우리 과거는 어땠는지 전시를 통해 되새겨볼 수 있도록 했다.”고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상설전시장을 제외한 ‘블랙박스’와 ‘그라운드’ 두 전시장을 통째로 털었고 80점 이상의 그림에 사진, 미디어 등을 총출동시켰다. 선 굵은 역사화로 유명한 서용선, 역사적 인물 속에 인물이 다시 놓이는 그림을 선보여 온 김동유, 빛바랜 가족사진을 변형시켜 기억의 의미를 되묻는 안창홍 등의 작품도 대거 내걸었다. 이들 작품 사이에는 ‘순종어진’, ‘유학자의 초상’ 같은 옛 그림들을 배치했다. 몽타주라는 전시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전통 작품과 현대 작품의 충돌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보여주려는 의도다. 정연두 작가가 새로 제작한 미디어 작품 ‘구보씨의 일일’도 시선을 붙잡는다. 구보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식민시기 경성 시내를 모형으로 재현해 찍었다. 꽤나 정밀하다. 1930년대 서울 풍경이 궁금하다면 찬찬히 살펴볼 만하다. 6월 5일까지. 7000원. (02)2014-69 0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고객안전 지킴이’ 여성경호원 24시

    ‘고객안전 지킴이’ 여성경호원 24시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현대사회. 위험 요소로부터 의뢰인의 신변을 보호하는 일이 경호원의 주임무다. 결혼식 경호 및 차량경호는 물론 최근엔 국내외 출장경호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여자 어린이 유괴 사건 등이 많이 발생하면서 여성 경호원 파견 요청이 늘고 있는 상황. 러시아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을 경호한 경호원도 남성이 아닌 여성이었다. 여성 경호원들이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입지 또한 커지고 있다. 귀중품, 현금, 보석 등을 특수 장비나 차량을 이용해 안전하게 운반하는 호송경비 업무와 특수경비시설물 경호까지, 여성 경호원들의 활동 범위는 다양하다. 9일 오후 10시 50분부터 방영되는 EBS 극한직업에서는 타인의 안전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여성 경호원들을 만나 본다. 올림픽 체조경기장 앞, 아이돌 가수 비스트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2만 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은 A, B, C, D 구역으로 나뉘어 50여명의 전문 경호원과 100여명의 안전요원들이 가이드라인에 배치돼 있다. 출입문을 통제하고 입구와 출구를 여닫으며 질서를 유지시킨다. 팬들의 소란 속에서 여성 경호원들은 분주하다. 공연이 절정에 이르고, 경호원들의 눈은 더욱 매서워진다. 언제 있을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해 관객들을 예의 주시한다. 탈진하거나 부상을 당한 사람이 있을 경우에는 즉시 응급차로 수송한다. 환호성 소리에 경호원들끼리의 소통은 어려워진다. 그때 스탠딩 공연석 무대 바로 앞쪽 바리게이드가 무너지는 아찔한 상황까지 발생한다. 다행히 노련한 경호원들이 재빨리 뛰어들어 바리케이드를 직접 몸으로 막아내 위기를 모면한다. 콘서트가 끝난 늦은 밤까지도 경호원들의 일은 끝날 줄을 모른다. 제작진은 마지막까지 안전을 책임지는 여성 경호원들의 활약상을 프로그램에 고스란히 담았다. ADT캡스 경호팀의 이용주 팀장은 국내 최초의 보안업체 여성경호팀장이다. 이번엔 국가시험의 시험지와 답안지를 보안창고에서 보관하다가 아침 일찍 시간에 맞춰 호송하는 업무를 맡았다. 메인수송 차량 앞뒤로 호송 경비차량들이 호위하며 이동하는 모습은 여느 의뢰인을 수송할 때보다 진지하다. 그러나 월요일 오전, 차량이 정체돼 있는 상황. 이용주 팀장은 각 차량에 무전을 해서 대형을 바꾸며 이동한다. 다행히 정해진 시간 내에 시험장에 도착하고, 무사히 임무를 완수한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이슈 인터뷰] 조순 前 경제부총리에게 한국경제의 길을 묻다

    [이슈 인터뷰] 조순 前 경제부총리에게 한국경제의 길을 묻다

    조순(83)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원로다. 한국은행 총재와 경제부총리, 초대 민선 서울시장을 거쳐 민주당·초대 한나라당 총재 등 정계와 경제계를 넘나들며 격동의 현대사에 한획을 그은 인물이다. 20년간 대학 강단에서 경제학을 강의하며 불모지대나 다름없던 한국 경제학의 초석을 닦은 그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정신으로 한국 사회 개혁에 자신의 경제이론을 접목시키는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린다. 그는 1988년 12월 부총리로 관직에 첫발을 디뎠다. 토지공개념 등 안정 위주의 긴축정책을 주장하다가 3당 합당을 준비하던 집권세력과 재계의 경기부양을 위한 성장론에 밀려 중도 하차하는 비운도 겪었다. 한국은행 총재 시절에도 중앙은행 독립과 통화가치 안정 등을 외치다 정부 측과 알력을 빚어 물러나는 등 원칙주의자로서 진면목을 보여 줬다. 조 전 부총리를 1일 서울 봉천동 자택에서 만났다. 30년 가까이 살아온 집안 거실에 각종 난과 꽃들이 가득한 가운데 20년 넘게 사용했을 법한 브라운관 TV가 눈에 띈다. 검소함과 겸손의 덕목으로 인생을 헤쳐 온 그의 모습이 낡은 TV와 겹쳐진다. 1928년(용띠) 생인 그는 올해로 여든셋의 나이지만 인터뷰 내내 정확한 수치를 인용하면서 또렷한 기억력을 보여 줘 기자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는 현역을 떠나서도 여전히 자유로운 시각에서 사색과 독서에 몰두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환한 웃음으로 인터뷰를 시작했지만 현 정부의 국가 운용 전략 대목에 와서는 심각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장기적인 국가 경영 비전과 철학이 없이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금의 운영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운을 뗐다. “관료들은 목표가 주어지면 어떻게 하든지 해내는 집단이다. 현재 뚜렷한 국가적 목표가 없기 때문에 관료들은 국가보다는 자신들의 출세를 위한 밥그릇 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성장 제일주의, 성장 지상주의의 국가 정책이 문제로 보입니다. 미국의 경우도 이런 정책으로 양극화와 경제불균형, 재정적자, 국제수지 적자 등 부작용이 컸지요. 현재 기축통화국의 위치도 위협받는 신세가 됐고요. 성장 지상주의, 즉 신자유주의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봤듯이 전세계에 재앙을 불러왔습니다. 우리도 성장 제일주의에서 하루빨리 이탈해 지속적이고 발전 가능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패러다임은 무엇입니까. -경제성장을 해서 소득 4만 달러가 돼야 선진국이 된다는 구호는 공허한 도식이에요. 그런 정책은 양극화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합니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확실하게 국민들이 알게 하고 정부와 기업과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방향을 알고 그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낡은 이데올로기에 따라 소모적인 논쟁만 하면 성장 잠재력을 기를 겨를이 없습니다. 나는 성장 제일주의에서 벗어나 ‘고용 제일주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국가의 경제정책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용 중심의 정책은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요. -고용 중심주의로 경제정책의 초점이 맞춰지면 고용을 확보할 수 있는 내수산업이 발달합니다. 수출은 물론 중요하지만 길게 보고 내수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으로 가야 합니다. 대기업만으로는 고용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대기업과 더불어 중소기업의 내수산업이 균형을 이루면서 발전해야 합니다. 고용이 많아지면 양극화 문제도, 분배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입니다. 성장에서 고용중심으로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측면에서 교육문제는 중요해요. 각급 학교에서 졸업생이 사회의 수요와 일치하도록 교육을 조절해야 합니다. 교육과 학교의 시스템을 정비해서 졸업자와 사회고용인력 수급을 일치시키는 국가적 계획이나 프로그램이 있어야 합니다. 고용을 자유시장에 맡기고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현재 정치권에서 복지, 분배 정책을 놓고 논란이 많습니다.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복지 논쟁은 진보와 보수의 이데올로기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 같아요. 경제사회의 현실을 무시하면서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를 두고 공허한 논쟁을 벌이고 있어요. 무상급식이 필요한 아동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 정책을 입안하는 것이 바로 실사구시이고 실용주의입니다. →MB(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3년을 평가한다면 어떻습니까. -개별 정책들이 그때그때 상황논리에 의해 임기응변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모든 경제정책을 포괄하는 비전과 전략이 부족한 것 같아요. 상황논리에 따르다 보니 국가가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게 됐습니다. 아직 나라의 앞날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마련하지 못했어요. 이런 것들이 없으면 경제를 일관성 있게 이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G20 서울 정상회의 등은 그나마 차질 없이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최근 쓴소리를 하셨는데요. -약간의 오해가 있었어요. 나는 FTA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FTA만 하면 무조건 이익이 된다는 관념은 옳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 겁니다. 이미 체결한 FTA는 해야 하지만 FTA 만능주의는 위험한 사고라고 봐요. 그렇게 좋은 것이면 다른 나라들이 왜 우리처럼 안 하겠습니까. 심사숙고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FTA에 어떤 ‘함정’이 있다고 보시나요. -FTA를 많이하면 할수록 우리의 대외 경제정책을 펼 여지가 줄어듭니다. 우리가 수출과 해외투자를 좀 늘릴 수 있지만 반대로 수입과 해외투자를 받아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생깁니다. FTA가 많아질수록 능동적인 경제정책의 여지가 줄어드는 것이 세상 사는 이치지요. 경제주권에 제약을 받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단기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무조건 남발하면 안 되고, 신중한 자세로 선별적으로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정부의 목표인 3%대 물가인상과 5%의 경제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최근 곡물가 급등이나 유류파동 등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정부는 총력을 기울여 ‘3%대의 물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키기 어려운 목표라는 생각이 들어요. 5%의 경제성장은 더 두고 봐야 하지만 지금까지 추세는 괜찮아 보입니다. 대담·정리 오일만 경제부 차장 oilman@seoul.co.kr 사진 이호정차장 hojeong@seoul.co.kr ●약력 ▲1928년 강원도 강릉 출생 ▲49년 서울대 상대졸업 ▲67년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박사 ▲68년 서울대 상대 부교수 ▲70~88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88~90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 ▲92~93년 한국은행 총재 ▲95년 서울시장(초대 민선) ▲97~98년 한나라당 총재 ▲98~2000년 15대 국회의원 ▲2002년 이후 민족문화추진회 회장, 명지대 석좌교수, 서울대 명예교수, 바른경제동인회 회장 등으로 활약
  • [리비아 내전] 소련탱크 달리고, 佛전투기 날고…리비아는 지금 세계 무기전시장

    [리비아 내전] 소련탱크 달리고, 佛전투기 날고…리비아는 지금 세계 무기전시장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진영과 반정부군이 사용하는 무기들을 살펴보면 리비아가 전 세계의 무기 전시장이 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굴곡 많은 현대사를 거쳐 온 리비아의 모순과 갈등이 이들이 손에 쥔 무기에 그대로 녹아 있다. 근대 이후 리비아군의 뿌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리비아에서 작전을 전개했던 영국군과 그 이후 리비아에 군사기지를 두었던 미국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옛 소련과 수십년간 맺었던 긴밀한 군사협력의 유산은 지금도 개인화기인 AK47 소총부터 T72 탱크, 주요 전투기 등에 그대로 남아 있다. 카다피가 정권 안위를 위해 넘쳐 나는 오일머니로 각종 무기를 사들이면서 브라질, 체코슬로바키아,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유고슬라비아, 심지어 북한산 무기까지 리비아로 흘러들어 왔다. 미국산 치누크 수송헬기와 허큘리스 중형 수송기, 프랑스산 미라주 전투기, 벨기에산 FNF2000 돌격소총 등이 대표적이다. 리비아 지상무기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옛 소련 무기 계열이라고 할 수 있다. 카다피가 1969년 쿠데타로 왕정을 폐지하며 강력한 반미노선을 견지한 데 따른 결과였다.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전략연구소(IISS)에 따르면 쿠데타 직후인 1970년부터 소련이 무너진 1991년까지 소련은 190억 달러나 되는 무기를 리비아에 판매했다. 1988년 로커비 민항기 폭파 사건으로 리비아가 유엔의 군사 제재를 받게 되면서 소련이 잃게 된 잠재적인 무기판매 수익만 해도 75억 달러나 될 정도다. 수많은 엘리트 장교들이 소련으로 유학갔다. 그 가운데 한명이 바로 시위대를 유혈진압해 악명을 떨친 카다피의 6남 카미스(33) 32여단 사령관이다. 정부군 일부가 이탈하면서 정부군이 보유하고 있던 무기가 속속 반정부군 손에 넘어가고 있다. 국경 밀무역을 통해 반입하는 무기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온다. 초기에는 AK47 소총처럼 기본적인 소형 개인화기만 들고 있던 반정부군이 차츰 RPG7 대전차로켓포, PK 기관총, KPV 중기관총은 물론 리비아 공군의 폭격에 맞서기 위한 DShK 대공 중기관총 같은 중화기도 확보했다. 최근에는 BMP1 장갑차와 T72 탱크는 물론 대공미사일 같은 기계화 무기까지 손에 넣기 시작했다. 주전장인 지상전력에서는 정부군과 반정부군의 무장 수준이 갈수록 비등해지고 있지만 아직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바로 공군 전투기를 이용한 폭격이다. 일부 대공화기로 감당하기에는 리비아 공군이 보유한 미그기와 수호이 계열 전투기들은 너무 강력하다. 하지만 전투기를 조종하는 군인들이 폭격 명령을 거부해 버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리비아 공군 조종사 2명이 지난달 21일 폭격 명령을 거부하고 미라주 F1 전투기 두 대를 타고 몰타로 망명했다. 이틀 뒤에는 공군 조종사들이 벵가지 시내에 폭탄을 투하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수호이22 전투기를 고의로 추락시키기도 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새 봄, 새 얼굴로 여러분을 만납니다

    새봄을 맞아 서울신문이 확 달라집니다. 사람 냄새가 풀풀 나고, 눈으로 보고 읽는 산뜻한 신문을 선보이겠습니다. ●공공정책 분석 깊이있는 신문 서울신문은 ‘공공이익에 앞장선다’는 사시 구현을 위해 ‘공공정책’과 관련된 지면을 보다 깊이 있고 다채롭게 꾸며 나갈 예정입니다. 정책분석과 함께 주요 공공기관의 ‘CEO 인터뷰’를 비롯해 공공기관 종사자와 독자가 알고 싶은 이야기를 천착해 나갈 것입니다. ●이슈·인물 추적 살아있는 신문 무엇보다 ‘이슈 인터뷰’ ‘이슈 추적’ 코너에서 공공분야를 중심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일상과 사람 이야기를 지면에 한껏 담아내겠습니다. 평일에는 주요 지면에 그날그날의 이슈를 집중분석하고, 화제의 중심에 서 있거나 주목할 만한 인물의 희로애락을 그려 내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주말에는 커버스토리와 주요 지면을 연계 편집해 독자 여러분의 궁금증을 풀어 주고, 눈을 시원하게 해 주는 파격미를 국내 처음으로 선사하겠습니다. 서울신문은 또한 우리시대 존경할 만한 어른을 매주 모시는 ‘명사의 인생’ 코너를 신설했습니다. 굴곡진 현대사를 살아온 각계 명사의 파란만장한 일생에서 시대를 반추해 보고, 우리가 깨우쳐야 할 주옥 같은 가르침을 잔잔하게 전할 예정입니다. ●파격적 주말판 자유로운 신문 나아가 서울신문은 본격적인 고령화시대를 앞두고 ‘독거노인 사랑잇기’와 같은 연중 캠페인을 실천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동반성장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계획입니다. 독자 여러분! 서울신문은 변함없이 올바른 보도를 통해 꿋꿋하게 미래를 밝혀 나가겠습니다. 보다 깊이 있고 보기 좋은 신문을 만들어 독자 여러분 곁을 찾아가겠습니다. 미흡한 점은 독자 여러분의 아낌없는 사랑으로 메워 주시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 [지청천 ‘자유일기’] 근·현대사 조명 중요사료 평가

    [지청천 ‘자유일기’] 근·현대사 조명 중요사료 평가

    백산 지청천의 ‘자유일기’는 1919년 그가 일본군을 탈출해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망명하면서부터 시작돼 타계하기 한달여 전인 1956년 12월 11일까지의 ‘숨겨졌던’ 기록이다. 일기에는 만주와 상하이 등지에서의 독립운동과 해방 직후 한국 정치사에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그의 시각과 견해가 꼼꼼히 담겨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조명하는 중요 사료로 평가되고 있다. 백산이 시장주의에 반대해 계획경제를 주장한 것과 관련, 김희곤 안동대 사학과 교수는 “임시정부는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했으나 경제적으로는 대토지 국유화 등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지향했다.”며 “이는 당시의 상황에서 보면 매우 선진적인 시각”이라고 해석했다. 이승만 정부와 대립한 백산에 대해 정재정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백산의 일기는 독립군 노선과 이승만 노선이 서로 결합했다가 흩어지는 과정, 독립군 노선이 밀려나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료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전쟁 중에 독립운동 시절의 기록인 50년 이전의 일기를 모두 잃어버린 점은 아쉽다. 현재는 그 이후의 기록인 일기장 5권과 수첩 2권만이 전해진다. 일기를 소장해 온 백산의 딸이자 독립운동가인 지복영(池復榮·1920∼2007) 여사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많아 살아 생전에는 절대 공개 못 한다.”고 할 만큼 50년대 이승만 정부 당시 국내 정세, 민생, 개헌, 노동 문제 등이 소상하게 기록돼 있다. 특히 항일독립운동가이자 대표적 우파 정치인인 그가 이승만 독재정권의 부정부패와 용인술을 준엄하게 꾸짖고 건국 초기 국가의 발전 방향을 두고 고심하는 대목에서는 당시 이념 논쟁이 극심한 가운데서도 민생 안정과 진정한 자주독립을 이루려 한 독립운동가의 우국충정과 고뇌를 엿볼 수 있다. 김동현·윤샘이나기자 moses@seoul.co.kr
  • 힘을 누른 이성적 소통 현대사 이끌다

    1948년 5월 14일 영국이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물러난 후 중동 정세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았다. 팔레스타인을 유대인이 거주하는 지역과 아랍인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분리하자는 유엔의 중재안이 끝내 실패로 돌아가자 이스라엘은 독립을 선포하고 이집트 등 인근 아랍국들을 공격했다. 제1차 중동전쟁이 발발한 것. 유엔은 전쟁의 확산을 막고 휴전을 중재하고자 스웨덴 출신의 외교관 폴셰 베르나도테를 현지에 급파했다. 그는 휴전을 중재하고자 고군분투했지만 예루살렘에서 암살되고 만다. 양측의 공격은 계속됐고 유엔은 베르나도테를 대신해 미국의 정치학자인 랠프 번치를 협상 중재자로 보낸다. 당구 게임이 휴전 협상에 큰 역할을 했다. 당구를 좋아했던 번치는 양측 대표들과 당구를 하며 냉랭한 분위기를 걷어냈고 대표들도 서로에 대한 편견을 씻어 낼 수 있었다. 이듬해인 1949년 결국 휴전이 성사됐다. 번치는 휴전 협상을 중재한 공로로 1950년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노벨평화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회담을 성공시킨 비결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미국에 있는 모든 흑인들이 겪었던 것처럼 나는 온갖 풍파를 겪으면서 성장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편견을 싫어하게 되었다. 달리 말하면, 나는 어렸을 적부터 관용의 미덕을 배웠다.…팔레스타인에서의 협상도 예외는 아니었다. 협상이 속절없이 표류할 때에도 나는 희망에 대해 확신하고 버텨 냈다. 어떻게 해서라도 꼭 성사시켜야 한다고 나 자신에게 다짐했다.” 신간 ‘위대한 협상’(프레드리크 스탠턴 지음, 김춘수 옮김, 말글빛냄 펴냄)은 현대사의 흐름을 바꿔 놓은 8가지 협정을 소개한다. 미국의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번치가 이끌어낸 이집트-이스라엘 휴전 협정을 비롯해 나폴레옹 전쟁을 마무리 지은 빈 의정서, 러·일 전쟁을 종식한 포츠머스 조약 등 현대사에 영향을 미친 8가지 협상 주역들의 활약상과 협상 과정을 마치 눈앞에서 보듯이 생생하게 복원해 낸다. “외교관이나 정치인들 간의 소통은 역사를 만들기도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협상 테이블에서 이뤄진 결정들은 국가의 운명을 뒤바꿔 놓았으며 국제 질서를 재편했다. 저자는 “현대의 외교적 역량은 소통을 통한 대결 구도의 해소를 위해 누가,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승리와 좌절로 점철됐다.”면서 “성공한 협상들의 공통점은 힘보다 이성에 의해 승리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협상 당사자들이 노련한 외교술과 결단력을 겸비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할 각오가 되어 있을 때, 협상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1만 5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시론] 소셜 미디어와 명예훼손/최진봉 美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

    [시론] 소셜 미디어와 명예훼손/최진봉 美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

    소셜 미디어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페이스북은 가입자가 6억명에 이르렀고, 트위터는 가입자가 1억 9000만명을 기록하며 2억명에 바짝 다가섰다. 한국에서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은 자신이 무심코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이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최근 미국에서는 유명 록 가수가 트위터와 마이스페이스(MySpace)에 올린 글을 문제 삼아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미국 디자이너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미국에서 유명인이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로 인해 정신적 피해와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첫 번째 사례로 법원의 판결이 주목된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9년 3월 미국의 록 가수인 ‘코트니 러브’(Courtney Love)가 트위터와 마이스페이스에 패션 디자이너인 ‘돈 영거 스미스’(Dawn Younger-Smith)에 관한 글들을 올리면서 시작되었다. 코트니와 돈은 원래 패션 디자인 사업을 함께 하던 사이였는데, 사업이 실패하면서 경제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되자 두 사람 사이에 불화가 생기게 되었다. 돈에게 화가 난 코트니는 트위터와 마이스페이스 등 소셜 미디어 사이트에 돈과 돈의 패션 디자인 사업을 헐뜯는 내용의 글과 돈이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러자 돈은 코트니가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이 자신의 명예와 디자이너로서의 명성 그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패션 디자인 사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며 코트니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LA법원에 제기했다. 법원은 오는 3월 8일 이 소송에 대해 첫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재판의 결과가 소셜 미디어에서 어떤 내용의 글까지 게재해도 괜찮은지에 대한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하게 된다. 소셜 미디어 사용 인구가 증가하면서 많은 이용자들이 법적 책임에 대한 고려 없이 자신들의 생각을 실시간으로 소셜 미디어에 올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한 변호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은 도로상에 설치되어 있는 대형 광고판에 글을 올리는 것과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소셜 미디어에 글을 남긴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타인을 상대로 한 글의 발행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타인을 대상으로 한 글의 발행으로 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러다 보니, 별 생각 없이 타인이나 회사·단체 또는 기관에 피해를 입힐 수 있고, 법적 책임까지도 질 수 있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실수를 막기 위해서는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리기 전에 자신의 글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법적 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지는 않은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트위터에 어떤 식당에 대한 이용 후기를 올리는 경우, 그 식당의 음식이나 인테리어 그리고 종업들의 친절도 등에 대한 평가를 올리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그 식당에서 먹은 음식 때문에 식중독이 걸렸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게 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해당 식당의 음식으로 인해 식중독이 걸렸다는 증거를 갖고 있어야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소셜 미디어의 이용자 증가로 인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대하면서, 앞으로 소셜 미디어에 게재된 글로 인한 법정 소송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은 글을 올리기 전에 자신의 글이 다른 사람이나 단체의 명예를 훼손할 소지가 있는지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제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잡은 소셜 미디어. 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해(害)가 될지 득(得)이 될지는 이용자들이 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56) 이반 일리히 ‘학교 없는 사회’

    [고전 톡톡 다시 읽기] (56) 이반 일리히 ‘학교 없는 사회’

    1971년 출판된 ‘학교 없는 사회’(Deschooling Society)로 이반 일리히는 일약 스타가 된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엄청난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등극한다. ‘의무교육 폐지’로 요약되는 그의 주장은 전통적인 학교 옹호자들뿐 아니라 급진적 교육개혁파들로부터도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 좌·우파 모두에게 두들겨 맞으면서도 멈추지 않는 그의 행보. 학교 폐지를 넘어 병원 폐지, 급기야 복지의 폐지까지 주장한다. 보편적 복지를 거부하라! ‘요람에서 무덤까지’ 내 삶을 제도와 국가에 맡기지 마라! 정말 ‘핫’(hot)하지 않은가? ●학교라는 의례 게임의 장 이른바 ‘가치의 제도화’. 현대사회는 건강, 배움, 이동이라는 바람과 가치를 병원, 학교, 고속도로 같은 제도의 서비스 문제로 끊임없이 치환시키는 사회이다. 이 중에서도 학교는 ‘가치의 제도화’를 익히는 기본 코스다. 왜냐? 학교는 ‘인문적 교양’ 혹은 ‘인적 자원의 생산’ 같은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곳이 아니라 그 어떤 가치를 채택하든 그것이 ‘학교’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신화를 저장하고 유통시키는 게임의 구조로 작동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자, 학교라는 게임의 구조를 보자. 학교는 배움을 수업과 동일시하게 만들고 졸업장을 자격이나 능력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홀로 배우는 자, 자격증이 없는 비전문가는 점차 불신의 대상이 된다. 또한 수업은 다음 수업으로 단계적으로 연결되는데 각 단계마다 소위 전문가가 정교하게 고안하고 측정한 숫자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이제 모든 가치는 쪼개고 붙이고 잴 수 있다는 관념이 내면화된다. 더구나 그 문턱마다 상벌, 진급, 졸업이라는 ‘기대’가 부여되기 때문에 그 기대를 향해 전문가가 만든 교육과정을 소비하면서 무한히 앞으로 ‘진보’하는 것만이 선(善)이 된다. 학교는 결코 배우는 장이 아니다. 사실 가르치는 장도 아니다. 학교의 구조는 몇 개의 단계를 진급하는 의례게임의 장, 끝없는 소비 신화에 신참자를 끌어들이는 입문의례의 장이다. 학교가 사람들에게 교육하는 것은 다름 아닌 게임의 법칙, 그 자체이다. 그러나 무릇 모든 게임이 그렇듯이 게임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학교라는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학교라는 게임에서 매 문턱마다 탈락자가 생기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스타 오디션과 같은 서바이벌 게임은 노골적이어서 오히려 순진한 반면, 학교는 ‘기회의 평등’이라는 신화(하지만 학교가 평등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다!)를 확산하면서 작동한다는 점에서 더 음험하고 교묘하다. 학교는 우리가 의심 없이 참여하기 때문에 지속되는 견고한 게임이다. ●문제는 학교가 아니라 ‘제도’다 일리히는 결코 ‘학교’를 없애자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일리히가 폐지하자고 주장한 것은 학교 ‘제도’이다. 만약 소수는 돈을 따지만 대부분은 돈을 잃는 로또를 의무적으로 구입하자고 하면 당신은 찬성하겠는가? 그런데 소수의 승자를 위해 다수의 탈락자를 만드는 학교제도의 확산, 혹은 의무교육의 확산을 왜 받아들이는가? 만약 영혼의 구원을 위해 모든 사람이 교회 혹은 절에 가야 한다는 법을 만들고 교회나 절에 공공자금을 지원하자고 하면 모두 찬성하겠는가? 그런데 왜 배움을 위해 학교라는 제도를 만들고 그곳에 공공자금을 투여하는 일에는 반대하지 않는가? 모든 배움의 열망과 기회와 방법을 독점하면서 누구나 다녀야 하는 의무가 된 곳, 근대학교는 이제 교회에 가면 영혼을 구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영혼의 구원을 위해서 사제의 권위에 전적으로 복종해야 했던 중세의 교회와 전혀 다르지 않다. 다만 중세의 교회가 내세의 구원을 약속하고 기대하게 만들었다면 근대의 학교는 현세의 물질적 풍요를 약속하고 기대하게 만든다는 차이가 있을 뿐! 이제 학교에서 배운 게임의 법칙은 전 사회로 확장된다. 가치를 양적으로 측정하고 비교하는 일, 소위 자격증이나 전문가를 받아들이는 일이 자연스럽게 된다. 내가 수도를 고치는 것보다 전문가를 부르는 게 더 마음이 놓이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음식도 제대로 하려면 전문 요리학원에 등록해서 배우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아프면 내가 고친다는 것은 감히 생각할 수조차 없다. 내가 꾸리는 삶의 영역은 점점 좁아지고, 나의 능력은 점점 쇠퇴한다. 제도로부터 삶이 철저히 소외되는 상황. 일리히가 근본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이런 ‘학교화한 사회’(schooled society)이다. ●상호의존적 공동체로 소박하고 근본적인 혁명 “우리는 신조차도 할 수 없는 것, 즉 누군가를 구원하기 위해 누군가를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우리들의 ‘교육학적 오만’으로부터 우리를 어떻게 해방시킬 것인가?” ‘학교 없는 사회’는 어떻게 가능할까? 일리히의 답변은 ‘공생‘(conviviality)이다. 학교, 병원, 군대, 정부, 복지 시스템 같은 독점적이고 조작적인 제도를 거부하고 말 그대로 ‘함께-활력 넘치는’(convivial) 상호의존적 도구를 생산하는 것이다. 자동차가 아니라 내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탈 것. 친구들과 함께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네트워크를 만들 것. 고통을 사유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지혜와 노하우를 공동체 내에 생산할 것. 지나치게 소박하다고? 그러나 이러한 문제작 ‘학교 없는 사회’로부터 40여년이 지났어도 학교는 막강하다. 오히려 학교가 문제가 많기 때문에 학교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하자는 주장, 신자유주의의 희생자를 위해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자는 주장은 점점 더 힘을 얻는다. 온정과 진보의 환상 속에서 작동하는 비정하고 반동적인 게임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일리히의 소박하나 근본적인 제안은 새삼 절실하다. 새로운 혁명을 원하는가? 그럼 자기 두 발로 걷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희경 문탁 네트워크 연구원
  • 故 김수근 대성그룹 창업주 경영철학서 ‘가보니… ’ 발간

    대성그룹의 창업주 고 해강 김수근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맞아 경영 철학과 기업 정신을 내용으로 한 ‘가보니 길이 있더라’ 2편이 15일 발간됐다. 이 책은 창업 6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07년 출간된 김 명예회장의 일대기인 ‘가보니 길이 있더라’의 속편이다. 김 명예회장의 생전 신년사와 창사일 연설문을 기초 삼아 정리했다. 대성그룹은 “전편이 김 명예회장의 생애와 창업 과정을 다뤘다면 2편은 인생관과 기업 정신 등을 보완해 한국 현대사와 경제사를 살펴볼 수 있는 내용으로 꾸몄다.”고 말했다. 대성은 10주기인 오는 18일 서울 태평로2가 더 플라자호텔에서 출판 기념회를 갖고 27일까지 서울 인사동 ‘엎드림’ 갤러리에서 추모 사진전을 연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이한열 기념사업회 출범

    사단법인 이한열기념사업회는 15일 법인 출범식을 열고 장학금 지급과 현대사 교육 등의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회는 1987년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된 고(故) 이한열씨의 뜻을 기리고자 설립된 추모회가 전신으로 공익사업을 늘리려고 사단법인 체제를 도입했다. 김학민 이사장은 이날 연세대 루스채플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우리의 사업은 이한열 한 사람이 아닌 민주화를 위해 몸을 불사른 모든 이를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추모회가 해왔던 장학금 사업을 늘려 우리 사회에 대해 고민하고 민주 시민이 될 역량이 있는 학생에게 혜택을 주는 장학회를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업회는 또 청소년에게 민주화 운동의 의미를 알리는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우수 아마추어 만화인을 발굴하는 ‘이한열 만화상’을 제정할 예정이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피플파워’ 중동 현대사 새로 쓰다

    시민혁명이 중동의 현대사를 바꾸고 있다. 중동의 맹주인 이집트의 30년 철권 통치도, 튀니지의 23년 장기집권 체제도, 민주화를 요구하는 피플파워 앞에 잇따라 무너져 내렸다. 중동의 시민혁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조짐이다. 알제리와 예멘, 요르단, 바레인 등에서도 권위주의 독재정권들이 시민혁명의 물결 앞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중동 혁명의 주요 동력으로 인터넷을 미디어로 활용하는 디지털 세대와 트위트·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를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이집트의 시민혁명이 인터넷에 익숙한 수십명의 페이스북 활동에서 최초 점화됐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디지털 세대를 과거의 틀 속에 가둬 두는 것은 불가능해졌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분석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시민혁명 18일 만에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결국 권좌에서 물러나자 중동의 인근 독재정권들은 ‘퇴진 도미노’를 피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시위대의 요구에 굴복하거나 ‘당근’을 내놓고 있다. 청년들의 분신자살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알제리에서는 압델 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1992년 이후 19년 동안 이어온 국가비상사태 조치를 곧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수도 알제의 메이데이 광장 등에서는 시민 수천명과 일부 야권 인사들이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 강도를 높였다. 예멘에서도 이날 학생들이 중심이 된 시위대 4000여명이 수도 사나에서 1978년 이후 장기 집권하고 있는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이들은 “무바라크 다음은 알리의 차례”라는 구호를 외치며 한때 경찰과 대치했다. 살레 대통령은 최근 튀니지와 이집트의 시민혁명에 자극받아 2013년 임기가 끝나면 권좌에서 물러나고 아들에게 권력을 세습하지도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은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를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 8일 야권 인사를 포함한 새 내각을 출범시키는 한편 쌀과 설탕, 연료 등 주요 생필품 가격을 억제하는 조치를 내놓았고, 바레인에서는 다음주 야권 시아파의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각 가정에 1000디나르(약 298만원)씩 나눠 주기로 하는 등 유화책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랍 현대사가 네 번째 시기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이집트에 대통령 공화제가 수립된 1952년 나세르혁명, 이집트를 위시한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이 충돌한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그리고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슬람공화국이 등장한 1979년 이란혁명에 이어 2011년 민주화 혁명이 중동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무바라크라는 ‘기존 권력’과 이집트 시민, 그리고 미국이라는 외세의 3각 힘겨루기에서 시민혁명이 결실을 이뤄 냈음을 의미한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중동서 이란 입김 커질 듯… 美 정책기조 수정 불가피”

    “중동서 이란 입김 커질 듯… 美 정책기조 수정 불가피”

    30년 철권통치를 끝낸 이집트인들의 혁명 열기가 뜨겁다. 호스니 무바라크가 물러난 이집트는 과연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 것인가. 튀니지에서 시작돼 이집트의 독재정권마저 무너뜨린 아랍 민주화의 물결은 이제 어디로 향할 것인가. 중동 전문가인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와 황병하 조선대 아랍어과 교수의 긴급 지상대담을 통해 코샤리 혁명 이후의 이집트와 중동의 앞날을 짚어 본다. ●무바라크 퇴진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뭔가. 서정민 교수 가장 먼저 짚어 봐야 할 대목은 이집트인들이 500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시민혁명을 성공시켰다는 점이다. 이집트가 아랍권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한다면 아랍 현대사를 다시 쓰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지난 10일 밤 무바라크가 퇴진을 거부하고 나서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봐야 한다. 1952년 쿠데타로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을 채택했지만 그것이 민주화는 아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정치와 경제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군부가 얼마나 개혁조치를 취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이집트인들은 이제 민주화로 가는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무바라크 퇴진 이후 군부가 실권을 장악했다. 황병하 교수 이집트 헌법은 대통령이 물러날 경우 국회의장이 권력을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번 사태에서는 군 최고위원회가 권한을 이어받았다. 군부는 나세르 전 대통령이 주도한 쿠데타 당시부터 이집트 정치에서 핵심 역할을 해 왔다. 역대 대통령이 모두 군부 출신이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무함마드 탄타위 국방장관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군부는 지금 적지 않은 불안감을 느낄 것으로 생각된다. 상황이 원하는 대로 흘러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1952년 나세르 혁명도 군부 고위장교들이 왕정을 지지하며 기득권에 안주할 때 자유장교단을 중심으로 한 하위직 청년 장교들이 나세르 혁명을 이끌었다. 이번 시위에 일부 청년 장교들이 가담했던 점을 감안하면 군부가 실권을 장악한 것은 군부 내부결속을 다지는 것과 함께 무바라크를 옹호하는 쿠데타와 그를 축출하려는 쿠데타 모두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였다는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또 다른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군부가 오랜 이집트 통치 경험을 바탕으로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측면도 존재한다. 무바라크가 아들 가말에게 권력을 세습시키려 했지만 술레이만 당시 정보국장과 탄타위 국방장관이 끝까지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을 정도다. 군부는 앞으로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킬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무바라크를 퇴진시키기로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이집트 정국을 전망한다면. 서 교수 한국이 1987년 경험했던 6월항쟁과 비슷한 경로로 갈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가 국민들 요구를 수렴하는 선에서 양보하되 권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는 모델이 가장 유력할 것이다. 그게 사실 미국 등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물론 자유로운 총선과 대선은 보장할 것이다. 다만 당초 계획대로 오는 9월에 대선을 치를 가능성은 많이 낮아졌다. 1년 이상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선거 일정에 따라 이집트 정세가 안정으로 갈지 혼란으로 갈지 판가름 날 것이다. 무바라크 측근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요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군부가 권력을 장악한 상황에서 쉽지는 않을 것이다. 향후 정국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집단은 무슬림형제단이다. 가장 큰 득표력을 갖고 있다. 이번 혁명은 민족적·세속적 성격이 강했고 무슬림형제단이 주도한 것도 아니지만 앞으로 의회에서 굉장히 약진할 것이다. 2005년 총선 때 무소속으로 출마했는데도 전체 의석의 20%를 차지한 경험이 있다. 향후 총선에선 최소한 3분의1의 의석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무슬림형제단은 군부와 대화 채널을 유지하면서 캐스팅보트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황 교수 무바라크가 퇴임한 건 상징적인 의미가 크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기존의 공동목표를 달성한 이상 이제부터는 각자 소속 정파와 조직 목표에 따라 다양한 요구가 터져나올 것이다. 현재 야권세력은 외형상으로는 크게 4·6청년운동, 변화를 위한 이집트운동(키파야), 무슬림형제단으로 나눌 수 있다. 4·6 청년운동과 키파야 등은 암르 마무드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을 지지한다. 변화를 위한 민족연합(NAC)은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과 파루크 아흐마드 술탄 대법원장을 지지한다. 무슬림형제단이 대선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대선 승리가 아니라 의회에서 의석을 최대한 확보해서 이집트 민주화와 선거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인 듯하다. 전체 인구의 40%가 하루 2달러가 안 되는 돈으로 생활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경제문제는 가장 첨예한 쟁점이다. 무슬림형제단은 빈곤구제 등 사회활동에서 보여준 오랜 경험과 열정으로 서민들의 신뢰를 쌓아 왔다. 앞으로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보여줄 것이다. ●중동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황 교수 튀니지에서 벌어진 민주화 열기가 이집트로 옮겨 왔지만 이집트와 튀니지를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다. 튀니지는 서구나 다름없는 국가지만 이집트는 관광산업을 빼고는 그동안 철저히 고립된 상황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집트는 말 그대로 혁명을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이집트 혁명이 곧바로 중동에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다. 만약 이집트에서 이슬람 정당을 허용했다면 지금처럼 급격한 변화를 겪진 않았을 것이란 말도 있지만 요르단만 해도 이슬람 정당을 인정하고 정부에 참여시킴으로써 완충작용을 한다. 예멘이 불안하다고는 하지만 4개 유력부족 대표가 대통령과 협의하면서 운영하는 이 나라에서 이집트식 혁명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페르시아만 인근 산유국들도 막대한 자금력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을 흡수할 충분한 여력이 있기 때문에 일부 개혁은 가능하겠지만 이집트식 혁명은 힘들다. 서 교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은 커질 것이고 이스라엘은 어느 정도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슬람에서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은 종교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성격이 강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수니파의 대표주자였던 이집트가 격랑에 싸였다. 그동안 이란과 국교까지 단절했던 이집트에서 발생한 정치변화는 이란에 대한 단일전선을 흔들게 되고 이는 중동 전체 정치 역학에서 이란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이스라엘의 입지가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 그동안 이집트는 중동에서 가장 이스라엘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국가였다. ●이번 혁명이 ‘쇠퇴하는 미국 헤게모니’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서 교수 미국은 중동에 대한 정책기조를 바꿔야 한다. 미국은 그동안 입만 열면 중동 민주화와 인권을 외쳤지만 사실 지역 안정을 가장 중시했다. 그러다 보니 이집트에서 발생한 혁명 국면에서 상황을 주도하지 못했다. 겉보기엔 공개적으로 언급했던 대통령 퇴진을 이끌어냈으니까 외교적 승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무바라크가 사임을 거부했다가 번복하는 약 24시간 동안 미국이 별다른 역할을 못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그동안 중동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무력으로 후세인 정권을 교체하는 건 가능할지 몰라도 국내 정치에 미치는 힘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무바라크가 그동안 적극적으로 미국과 보조를 맞춰온 대표적인 친미 인사라는 점도 미국엔 부담이다. 무바라크에 대한 역풍 때문에 이집트가 과거처럼 친미정책을 펼 여지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무바라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황 교수 군부가 지켜주는 한 무바라크가 이집트를 떠날 가능성은 낮다. 무바라크가 머물고 있는 샤름 엘셰이크는 이집트 국내에서 무바라크에게 가장 안전한 곳이다. 독재자 단죄에 있어서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전통적인 차이를 살펴봐야 한다. 시아파는 지도자가 잘못하면 법적인 책임을 포함해 끝까지 책임을 묻지만 수니파는 역사적으로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 비록 각종 부정부패와 탄압에도 불구하고 일단 사임한 이상 무바라크 쪽에서 볼 때 수니파 정부가 무리한 요구까지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거기다 군부도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무바라크를 마냥 내칠 수 없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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