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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효성 공식사과에도 일베가 지원사격 “안 도와주네”

    전효성 공식사과에도 일베가 지원사격 “안 도와주네”

    라디오 생방송에서 잘못된 ‘민주화’ 발언으로 비판을 받은 걸그룹 시크릿 멤버 전효성이 공식사과했지만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효성은 지난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최화정의 파워타임’에서의 저의 발언과 관련해서 올바르지 못한 표현을 한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하고 적절하지 못한 단어를 사용한 점 반성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라고 공식사과를 전했다. 전효성은 이날 SBS 라디오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에 출연해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발언해 비판을 받았다. 극우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들이 민주화를 ‘하향 평준화, 비추천, 억압당하다’ 등 부정적 의미로 악의적으로 왜곡·변질시켜 사용하는 행태를 전효성이 그대로 갖다 쓴 것처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민주화는 본래 ‘민주주의적으로 되어 가는 상태 또는 민주주의가 되게 하는 과정’으로 한국 근현대사에서는 목숨을 걸고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했던 4·19, 5·18, 87년 6월항쟁 등이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대표적인 역사적 사건이다. 전효성이 공식사과를 하며 파문을 진화하기 위해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일베에서는 전효성을 ‘애국 영웅’, ‘개념 아이돌’로 떠받들며 시크릿 앨범 구매를 독려하고 나서는 등 일베와의 관련성을 부인하려는 전효성의 공식사과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일베는 전라도 비하 등 지역감정을 부추기거나 여성 비하 발언 등으로 자주 물의를 빚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다. 또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하고 전두환씨를 찬양해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 청소년들이 ‘오오미(전라도 사투리를 비하하듯 흉내낸 감탄사), 슨상님(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하), 홍어(전라도 비하), 운지(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비하), 민주화’ 등 일베에서 부정적으로 왜곡·변질된 단어들의 정확한 뜻이나 유래를 잘 알지 못하고 따라하고 있어 더욱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민족문제연구소 홈피 해킹…범인은 일간베스트 회원?

    민족문제연구소 홈페이지가 지난 11일 해킹당했다. 연구소는 12일 홈페이지에 공지글을 올려 “현재 연구소 홈페이지에 대한 불법적인 해킹으로 인해 회원들의 로그인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900여명에 달하는 회원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연구소는 해킹 사실을 발견한 즉시 이번 사건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연구소는 이번 해킹을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이 일으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소는 여러 경로를 통해 일부 회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정보를 담은 글이 11일 오후 일베 게시판에 올라왔다가 삭제된 사실을 파악했다. 연구소 측은 한국 현대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불만을 가진 보수 성향의 네티즌이 해킹을 한 것으로 보고 내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뉴스팀 iseoul@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트라우마 한국사회’ 펴낸 김태형씨

    [저자와의 차 한잔] ‘트라우마 한국사회’ 펴낸 김태형씨

    개인이건, 집단 공동체인 민족과 국가이건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게 마련이다. 심리학에서 ‘정신적 외상’으로 정의하는 트라우마는 대개 과거의 큰 사건과 충격에서 비롯된다. 그렇다고 할 때 역사·정치적으로 격동의 변혁과 상처를 숱하게 겪었던 한국은 더 많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을 것이다. 독일 경제학자 홀거 하이데가 ‘상대적으로 한국사회의 집단 트라우마가 심하다’고 지목한 것도 우연은 아닐 성 싶다. 신간 ‘트라우마 한국사회’(김태형 지음, 서해문집 펴냄)는 깊은 ‘마음의 병’에 빠진 한국사회를 바로 그 트라우마라는 키워드로 진단한 책이다. “지금 한국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심각한 마음의 병을 앓고 있어요. 문제는 몸의 병보다 마음의 병이 더 치료하기 어렵고 오래 걸린다는 것이지요.” 물론 저자 김태형(48)씨가 말하는 그 마음의 병은 트라우마다. “지금 돌풍이 일고 있는 힐링은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개인적인 몸부림에 불과해요. 아픔과 고통의 근본인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개인 치유와 회복이 근본적인 방법일까요.” ‘트라우마 한국사회’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프리랜서로 활약 중인 저자가 2010년 큰 반향을 일으켰던 ‘불안증폭사회’에 이어 낸 우리 사회 심리보고서 후속편. 그의 진단대로라면 한국 사회는 온갖 트라우마로 얽혀 있다. 그 대표적인 트라우마의 사슬은 세대, 계층, 중심과 변방의 분열이다. 이를테면 유년기부터 반복된 좌절을 경험한 1950년대생은 ‘좌절 트라우마’, 민주화 운동의 주역인 1960년대생은 포기할 수 없는 청년기의 꿈으로 인한 ‘미완성의 트라우마’, 세계관과 인생관의 혼란을 겪는 세계화 세대인 1970년대생은 ‘혼돈 트라우마’, 공부기계에서 이른바 ‘삼포(연애·결혼·출산 포기)세대’가 된 1980년대생은 누적된 공포감으로 인한 ‘공포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그 사슬처럼 얽힌 트라우마의 구조는 지난 대선 결과와도 무관치 않다고 한다. “유년기부터 중년기까지 지속적으로 좌절을 맛본 ‘좌절세대’인 50년생은 대세를 따라 움직였고, ‘변방 트라우마’로 대변되는 충청·강원 주민들이 여권에 표를 던졌지요. 부자 열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월감 트라우마’에 빠진 자영업자와 보수세력 역시 여권으로 쏠린 셈이지요.” 결국 각 세대, 계층, 분단, 지역의 문제가 낳은 트라우마가 선거의 결과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갈라지고 흩어진 트라우마의 원인은 바로 왜곡된 역사가 낳은 아픔이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군부독재로 이어진 한국 현대사가 한국인들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지요.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돈과 경제 중심의 신자유주의 광풍에 휩싸이면서 갈가리 쪼개진 게 아닐까요.” 김태형씨는 우리 사회의 트라우마가 이제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이대로라면 과거 히틀러 같은 광적인 독재자를 광신적으로 추앙하는 비극을 부를 수도 있어요. 극단의 무감각과 혼돈에 휩싸이는 국민의 정신건강도 문제가 될 수 있죠.” 그래서 이번 정권이 그런 트라우마의 치유에 중요한 단초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고 거듭 말한다. 그 갈라지고 흩어진 마음의 병은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놀랍게도 그는 어찌 보면 평범한 해법이랄 수 있는 소통과 화합을 먼저 입에 올린다. 그 선결 과제는 모든 트라우마의 피해자들이 지금 상태에 매이지 않는 ‘냉철한 자기 보기’이다. “나 스스로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 있는 변화와 변혁의 주역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해요. 휘둘리고 의존하는 순응의 비굴함이야말로 악성 트라우마를 고착화하는 주범이지요. 생각을 바꿀 때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소통과 화합의 치유가 제대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책꽂이]

    어머니의 전쟁(김용원 지음, 고려원북스 펴냄) 폐암으로 목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어머니의 사랑은 쉴 줄 몰랐다. 시인이자 법학자인 저자가 어머니와 함께했던 마지막 7개월을 기록했다. 고향집에 대한 추억, 슬픈 가족사, 가족의 갈등, 깊어가는 병세와 생에 대한 성찰 등을 펼쳐 보인 모자의 모습에서 생명력보다 더 강하고 지독한 사랑이 묻어난다. 1만 3800원. 북핵위기 20년 또는 60년(왕선택 지음, 선인 펴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이 지속되면서 북핵 이슈는 한반도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가 됐지만 그 역사와 과정에 대한 구체적 사실을 일목요연하게 다룬 책은 드물다. 10여년간 통일외교안보 문제를 보도해온 왕선택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가 북핵 문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1년부터 2013년까지 벌어진 역사적 사실 1200여건을 연표와 해설 형식으로 정리했다. 1950년부터 1990년까지 북핵과 관련된 이슈들도 덧붙였다. 2만원. 중국 현대사 강의(조관희 지금, 궁리 펴냄) 상명대 중국어문학과 교수인 저자가 2011년에 낸 ‘중국사 강의’의 후속편. 전작에서 고대 신화전설의 시대에서 신해혁명까지를 기록했다면 이번 책은 신해혁명부터 문화대혁명, 개혁개방, 1997년 홍콩 반환까지 중국 현대사를 풀어놓는다. 중국 근현대를 가로지르며 활동했던 쑨원과 위안스카이, 마오쩌둥과 장제스, 덩샤오핑, 화궈펑 등 인물들을 중심으로 장대한 대하드라마를 맛깔나게 들려준다. 2만 5000원.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강신주·지승호 지음, 시대의창 펴냄) 철학자 강신주 인터뷰집. 50시간에 걸쳐 인문정신, 사랑, 김수영 시인, 제자백가, 유가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펼친 철학적 사유와 인문학적 성찰을 담았다. “위대한 작품을 남겼던 작가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다른 누구도 흉내 내지 않고 자기만의 목소리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남겼다는 데 있다”는 그는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하루라도 빨리 회복해야 할 인문정신”이라고 역설한다. 2만 2000원. 피아노를 듣는 시간(알프레트 브렌델 지음, 홍은정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현존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알프레트 브렌델이 쓴 음악 에세이. 2008년 은퇴하기까지 60년 동안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느낀 음악적 단상과 연주 노하우를 풀어낸다. A(화음, 악센트, 아르페지오 등)부터 Z(연관성)까지 키워드로 뽑아 간단명료하게 구성했다. 거장의 음악 사전이라고 해도 좋을 듯. 1만 3500원.
  • 어제에서 내일의 답을 찾는다

    어제에서 내일의 답을 찾는다

    이번에도 700여쪽이다. 두 전작과 마찬가지로 쪽수 압박이 상당하다. 재레드 다이아몬드(76) 미국 UCLA 지리학 교수의 신간 ‘어제까지의 세계’(강주헌 옮김, 김영사 펴냄) 얘기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누군가. 대학생들이 소설보다 더 많이 대출해서 읽는다는 교양인문서 ‘총, 균, 쇠’의 저자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다. 그가 10년 만에 돌아왔다. 50년에 걸친 문화인류학적 탐사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어제에서 내일의 답을 찾았다는 것이다. 전통사회와 현대사회를 아우르는 성찰의 깊이로 보나 대중성으로 보나, 책 두께가 만만치는 않지만 도전해볼 만하다. ‘어제까지의 세계’는 다이아몬드 교수의 ‘문명대연구 3부작’의 완결판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전작들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1997년에 낸 ‘총, 균, 쇠’(2005년, 김진준 옮김, 문학사상 펴냄)에서 다이아몬드 교수는 인류 역사의 탄생과 진화에 천착했다. 인디언의 땅인 북아메리카는 미국과 캐나다로 바뀌고, 아스텍과 잉카 문명의 발상지 중남미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통치 아래 있었던 민족 변화사를 탐구하면서 질문을 던진다. ‘민족의 발달 속도 차이는 어디에서 생기는가.’, ‘어떻게 유라시아 민족이 다른 민족을 지배할 수 있었나.’ 1만 3000여년 동안 진행된 전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군사적 불균형을 군사력과 무기(총), 천연두와 인플루엔자(균), 기술(쇠)로써 명쾌하게 설명하면서 질문의 답을 찾아간다. 1998년 미국 퓰리처상을 받고 세계적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총, 균, 쇠’에서 문명의 차이를 다루었다면 ‘문명의 붕괴’(2005년, 강주헌 옮김, 김영사 펴냄)에서는 문명의 몰락 과정을 심도 있게 파헤친다. 이번 질문은 “과거의 위대한 문명사회가 붕괴해서 몰락한 이유는 무엇이고 그들의 운명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이다. 로마 제국과 오스만튀르크 제국, 마야 문명, 르완다, 아이티, 중국 등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지만 완전히 몰락한 사회와 20세기 들어 붕괴 조짐을 보이는 곳을 조명했다. 책에서 꼽은 붕괴의 원인은 환경 훼손으로 인한 자연 재앙, 이웃 나라와의 적대적 관계, 사회문제에 대한 구성원의 위기 대처 능력 저하 등이다. 책은 암울한 미래를 말하는 듯하지만 희망과 생존의 해법도 함께 담았다. “과거의 성공사례를 통해 오늘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10년 만에 낸 ‘어제까지의 세계’는 필연적인 파생작이다. 전작에서 말한 ‘과거의 성공사례’를 ‘전통사회’에서 찾고, 600만 년의 지혜를 지키고 있는 전통사회를 세세하게 탐구한다. 뉴기니 원주민, 아프리카 !쿵족, 알래스카 이누피아크족, 아마존 야노마모족, 필리핀 아그타족 등 39개 부족사회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전통사회를 들여다보면서 ‘지속가능한 문명’보고서를 완성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전통사회가 우리의 관심을 끌고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조상들이 실질적으로 수만년 동안 살아온 특징들이 그 사회에 간직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그렇다고 마냥 낭만적인 면모만 조명하지는 않았다. 영아살해, 고려장, 굶주림, 환경훼손 등 현대사회에는 충격적일 수 있는 전통사회의 풍습도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럼에도 저자가 전통사회에 주목하는 것은 “아이들을 키우고 노인을 대하는 방법, 건강을 유지하고 대화를 나누며 여가 시간을 활용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 등 전통적인 관습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상당한 이득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책에는 친구와 적, 평화와 전쟁, 어린아이와 노인, 종교와 언어 등 아홉 가지 주제로 나눠 설명한다. 이 중 ‘양육’과 ‘평화’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저자는 전통사회의 양육 방식이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두뇌발달에 더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쿵족을 예로 들어 서너 살 때까지 모유 수유를 하면서 아이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소개한다. 전통사회의 육아는 노인 능력의 활용으로도 연결된다. 조부모가 육아에 관여하면서 아이의 부모가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전통사회에서 아이들은 진흙으로 가축 우리를 짓고 목축을 하며 장난감 그물과 작살을 만들어 논다. 성인의 삶과 아이들의 놀이가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형태다. “일부 현대 국가에서는 기초적인 삶까지도 노골적인 교육이 필요한 지경”이라고 지적한 저자는 “수렵채집인들의 양육법이 우리에게 색다르게 보이지만 해롭지는 않고, 그런 양육법이 반사회적인 인격 장애인들의 사회를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그들의 양육법은 삶을 즐기면서도 커다란 역경과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시민을 키워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분쟁 해결 과정에서도 전통사회는 당사자 간 협상이 먼저다. 평화적인 협상과 화해가 가능한 것은 이들 사회에서는 당사자가 어떤 형태로든 개인적인 관계로 연결되거나 평생 얼굴을 마주치며 살아야 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잘잘못을 따지는 현대사회의 분쟁 해결 방법과 관계의 회복을 우선시하는 전통사회의 방식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식이 무엇인지 곱씹게 한다. 위기에 처한 현대문명에 대한 해법을 어제의 전통사회에서 찾는 것은 미개의 시대로 되돌아가 자연인으로 살라는 것이 아니라, 내 방식만이 유일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인정하면 그 속에 길이 있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2만 9000원.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엄마, 아빠 버블쇼·인형극 어디를 먼저 가볼까요

    엄마, 아빠 버블쇼·인형극 어디를 먼저 가볼까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전국에서 풍성한 가족 행사가 마련됐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어린이날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곳곳에서 ‘추억의 문화장터’가 열린다. 로비에서는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벌룬 버블쇼’가 열리고 강당에서는 손우경 박사의 미디어 퍼포먼스 ‘상상카메라’가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1970~80년대 장터 문화를 되돌아볼 수 있는 각종 아이템을 선보이고 서대문 영천시장 먹거리 장터, 근현대사 의상 전시, 추억의 놀이 체험을 위한 에어바운스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송파구 한성백제박물관은 개관 1주년을 맞이해 어린이 소원 쓰기 행사, 복주머니 만들기, 풍선 아트, 엄마와 아빠가 함께 보는 인형극, 신나는 마술쇼 등을 무료로 진행한다. 7호선 뚝섬유원지역 인근 뚝섬 한강공원에서는 어린이 벼룩시장 ‘병아리떼 쫑쫑쫑’이 열려 환경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시는 5일 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91회 어린이날 기념 행사를 열고 지하 1층 시민청 일대에서 다양한 문화 공연 행사를 연다. 광화문에서부터 종묘까지 이어지는 어가행렬과 제향의식도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볼거리다. 부산, 대구, 대전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도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강원 춘천시는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어린이 대축제를 열고 카트 체험, 서바이벌 사격, 국궁·소방 체험, 보물찾기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애니메이션박물관과 사농동 인형극장에서도 각종 공연이 열린다. 경기도박물관, 어린이박물관, 백남준아트센터가 몰려 있는 경기 용인 뮤지엄 파크에서도 4~5일 ‘어린이 큰잔치’가 열린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열대에서는 4~5일 ‘인천 어린이 축제’가 열려 마임 공연과 어린이 영화 상영 등을 통해 꿈과 희망을 주는 상상의 세계를 선보인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김황식 前총리 연구차 독일행

    이명박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낸 김황식 전 총리가 3일 부인 차성은 여사와 함께 6개월 체류 일정으로 독일 베를린으로 간다. 김 전 총리는 독일학술교류처(DAAD) 초청으로 독일 현대사에 대해 연구할 예정이다.
  • [열린세상] 진품, 가품(佳品) 그리고 창조경제/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진품, 가품(佳品) 그리고 창조경제/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꽃 피는 봄에 전북 남원을 다녀왔다. 대를 이어 온 장인이 만든 과일 깎는 칼과 주방용 부엌칼을 샀다. 품질에 비해 값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했다. 최근에 해외 유명 브랜드의 주방용품 판매점을 둘러보고 깜짝 놀랐다. 색색으로 단장된 고급 주물 냄비가 그에 걸맞은 가격표를 붙이고 있었다. 주물이라면 집집마다 하나쯤 있었던 가마솥의 전통이 있는 우리가 아니란 말인가. 무겁고 투박하다고 한편으로 밀려난 주물냄비가 비싼 고가로 수입되고 있단다. 무거울 텐데도 해외 유명 브랜드의 힘은 ‘가볍고, 편리함’의 실용을 당당히 뛰어넘고 있었다. 해외 명품가방, 구두가 시내 중심가 고급 백화점 안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버티고 있는데 우리의 수제화 장인들은 서울의 염천교 옆 꾀죄죄한 건물에서 우리 사회 ‘발전’의 울타리 밖에 있는 것처럼 박제화된 과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새로운 디자인과 브랜딩을 통해 소위 단순 고가품이 아닌 ‘명품(?)’이라는 후광까지 만들어 주면서 고수익을 올리도록 부추겨 주는 것도 모자라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진품 같은 가품을 구별해 가품을 찢어버리기까지 하고 있다. 진품 같은 가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인의 솜씨를 북돋아 그들도 자기 이름으로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도록 도와주기는 커녕 위조품을 만드는 범죄자로까지 몰아가고 있다. 더 나아가 상류층들이 소비하는 해외 명품들의 천문학적인 가격을 공개하면서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제품과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을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진품은 전통을 기반으로 한 숙련 과정 없이는 만들어지기 어렵다. 소위 서구의 명품들은 다 전통을 기반으로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혁신을 거친 제품들이다. 반면에 비서구 국가들은 ‘전통’을 부정하면서 근대적 발전을 추구해 왔다. 그 결과 ‘ 따라잡기’에 급급하다 보니 진품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근대적인 것은 밖에서 오는 것이고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전통은 새롭게 들어오는 것이 자리잡을 빈 공간을 내주지 않는 방해물로 여겨졌다. 자국에서 버려진 비서구국가의 ‘전통’은 서구의 눈 밝은 디자이너나 사업가의 눈에 띄어 저작권과 특허의 법적 보장을 받고 다시 비서구 지역에 고가의 상품으로 등장한다. 전통의 기반 없이 무조건 따라잡는 것으로는 진품을 만들기가 어렵다. 최근 창조경제라는 말이 유행이다.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전통을 부정했듯이 창조라는 이름으로 무엇을 지워버릴지 걱정이다. 해오던 것을 더 다듬고 가치를 더 부여해 주는 것이 창조이지 다 지우고 나서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소위 선진국 유명 브랜드의 사례가 증명해 준다. 게다가 전통은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 동네 단아한 찻집에 장식되어 있는 전통 가구의 주물 손잡이 장식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 만지작거렸던 기억이 있다. 주인이 고물로 나온 전통가구에서 장식만 떼어 다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손잡이의 아름다움은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음직했을 뿐 아니라 비율이나 균형 면에서도 완벽했다. 자신의 이름을 새기지도 않으면서 최선을 다해 무쇠를 두드리고 갈아서 아름다움을 다듬었을 장인을 생각해 보았다. 그는 돈이나 명예와 관계없이 문고리에 자신의 인격, 자신의 느낌 그리고 우리가 공유했던 우리의 삶의 이야기를 실었던 것 같다.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들인 정성에 대해서는 드라마에서까지 홍보해 주고 고가이지만 척척 소비도 해주면서 우리 장인들의 정성과 이야기에는 우리가 너무 인색하다. 그들은 전통사회에서는 신분제의 굴레에 갇혔고, 현대사회에서는 시대와 맞지 않는 것으로 낙인 찍혀 스러지고 있다. 수입 명품(?)을 대접해 주는 것의 반만이라도 우리의 진품을 만들어 낸 사람, 만들어 낼 사람, 그리고 그 ‘물건’에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전통은 박제된 채로 박물관에 모셔두는 것이 아니다. 그것에 혁신을 가하는 것 그리고 정성을 들여 다듬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진품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지원하고 북돋아 주는 것이 창조경제가 아닐까?
  • 5월, 그날 뒤 33년… 아직,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5월, 그날 뒤 33년… 아직,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때가 되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 있다. 5월이라면 한국 현대사에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흔을 남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33주기를 맞는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연극 두 편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유쾌하게 해석했지만 가볍지 않고, 마냥 엄숙하지 않으면서 가슴 찡한 감동과 메시지를 남긴다. 5·18민주화운동과 6·25전쟁을 먼 옛날의 사건쯤으로 여긴다는 어린 세대에게도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먼저 관객을 만나는 ‘푸르른 날에’는 당시 광주를 살았던 남녀의 사랑과 30년 후 재회한 그들의 애달픈 인생을 이야기한다. 남산예술센터와 신시컴퍼니가 공동제작해 2011년에 첫선을 보였고 지난해에는 전회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경진 작가는 이 작품으로 제3회 차범석 희곡상을 수상했다. 극은 고즈넉한 암자에서 시작한다. 이곳에서 수행 중인 여산 스님은 자신의 친딸이자 조카인 운화의 결혼 소식을 들으면서 30여년 전 전남대 학생 오민호였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호는 전통찻집 아르바이트생인 윤정혜와 사랑하는 사이였다. 5월 18일 광주민주화 항쟁이 터지고, 그 소용돌이 속에서 둘은 헤어졌다. 가혹한 고문에 투항한 민호는 변절자라는 낙인이 찍힌 데다 고문 후유증으로 정신 이상까지 겪게 되면서 불가에 귀의했다. 정혜는 민호의 딸을 낳아 홀로 키우다가 그의 형인 진호와 결혼해 가정을 이루었다. 딸의 결혼식에서 만난 민호와 정혜는 상처의 시작이 된 그날의 기억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이 작품을 두고 “명랑하게 과장된 통속극”이라고 표현하는 고선웅 연출가는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소재의 특수성보다는 그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에 대한 가치가 이 작품의 주제”라고 설명한다. 고통이나 갈등이 고조되는 곳에서 엉뚱하고 유치한 대사와 동작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고 연출가의 특징이 녹아들어 있다. 가라앉으려는 분위기를 위트로 끌어올리다가 찡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게 작품의 매력이다. 서정주 시에 곡을 붙여 부른 송창식의 노래 ‘푸르른 날’이 들려오면 감동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새달 4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한다. 2만 5000원. (02)758-2150. 이어 10일부터 서울 종로구 명륜동 대학로 달빛극장에서 연극 ‘짬뽕’을 공연한다. 중국집 춘래원을 삶의 터전 삼아 사는 소시민들이 뜻하지 않게 5·18민주화운동에 휘말리는 과정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극단 산이 제작한 이 작품은 2004년 초연한 뒤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1980년 5월 17일 중국집 배달원 만식은 악착같이 돈을 벌려는 주인장에게 떠밀려 짬뽕 배달에 나섰다. 잠복근무 중인 군인 둘이 음식을 내놓으라고 떼를 쓰고, 만식은 악착같이 거부하다가 빨갱이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 군인들과 만식이 실랑이와 몸싸움을 벌이면서 총까지 발포되고, 만식은 줄행랑을 쳐서 위기를 모면했다. 다음날 TV에 ‘광주에 폭동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리자 만식은 전날 사건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사랑 하나로 살아가는 사람들, 힘없고 가난해도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빌려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전한다. 연극은 유쾌발랄한 포장지를 두르고 있지만 “오늘은 이 동네 곳곳이 제삿날이요. 이놈의 봄만 되면 미쳐 불겄어. 봄이 봄이 아니라 겨울이요”라는 독백을 마주하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는, 진한 여운이 전해진다. 감정의 과잉 없이 담담하게 ‘그날’을 전하는 윤정환 연출가의 깔끔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윤영걸, 김원해, 최재섭, 김준원, 이건영 등 10년 동안 공연을 함께 한 배우 18명이 각각의 색깔을 담은 인물을 보여준다. 6월 30일까지. 2만 5000원. (02)6414-7926.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역사교과서 강제 수정은 저작인격권 침해 아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6일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 등 금성출판사가 발행하는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저자 5명이 금성출판사와 사단법인 한국검정교과서를 상대로 낸 저작인격권 침해 정지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김씨 등이 교육과학부의 수정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교과서 검정합격이 취소되거나 발행이 무산될 수 있었다”며 “이를 고려하면 김씨 등은 출판사와 계약을 체결할 때 교과부의 수정지시를 따르는 범위 내에서 교과서 변경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과부의 수정지시가 무효라고 할 만한 사유를 찾아볼 수 없는 만큼 이 지시를 따르기 위해 교과서를 수정한 출판사의 행위는 저작권자의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동일성유지권이란 출판업자 등이 저작자의 동의 없이 저작물의 내용이나 형식에 대한 본질적인 변경을 할 수 없도록 한 권리를 의미한다. 교과부는 2008년 11월 ‘분단 책임을 미국이나 남한 정부 수립으로 돌리는 등 내용이 편향됐다’는 등의 보수단체 의견을 바탕으로 금성출판사에 교과서 일부 내용을 고치라고 권고했고, 출판사는 저자들의 동의 없이 내용을 수정해 배포했다. 그러자 김 교수 등은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지만, 2심 재판부는 “교과부의 지시를 받고 수정한 것은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월 김 교수 등이 교과부 장관을 상대로 낸 수정명령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은 “교과부가 적법한 심의절차 없이 수정 명령을 했다면 위법한 처분으로 볼 수 있다”며 “절차상 하자가 있었는지 여부를 다시 심리하라”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측은 이날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지난 2월과 전혀 상반된 판결을 내려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사교사모임 관계자는 “교육부는 올 초 장관의 교과서 수정 권한을 명시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스스로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욕망의 해방구는 오직 일…당신은 포르노 배우

    욕망의 해방구는 오직 일…당신은 포르노 배우

    에로스냐, 포르노냐.  아주 새로운 얘긴 아니다. 포스트모던 시대 사적 영역이 부각되면서 현대사회 풍경을 군도로 묘사하는 건 낯설지 않다. 가장 극단적 사례는 진정한 대화, 소통, 사랑은 찾아볼 수 없고 이제 남은 건 저마다 홀로 늙어 죽는 것밖에 없다고 토로해 대는, 히키코모리의 나라인 일본의 일부 지식인들이다.  정작 서구 이론가들은 감정을 통한 연대, 진정한 사랑의 가능성을 찾고 있는데 말이다. 이름 좀 있다 싶은 철학자들이 에로스 문제를 다루는 건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방식으로 이 문제를 제기한 이는 아마 ‘88만원 세대’(레디앙 펴냄)를 낸 우석훈일 게다. 주머니 사정 때문에 친숙한 모든 관계가 유예되는 한국 사회에 짱돌이라도 던지라고 부추기는 책인데, 정작 책의 첫 장은 ‘첫 섹스의 경제학 - 동거를 상상하지 못하는 한국의 10대’로 시작하니 말이다.  ‘우리의 노동은 왜 우울한가’(스베냐 플라스푈러 지음, 장혜경, 로도스 펴냄)는 포르노로 전락해 버린 현대사회 에로스 풍경들을 다룬다. 이미 몇몇 사람들 이름이 머릿속을 지나갔을는지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책 끝 부분에 가서 “아마 진실된 사회는 발전을 식상해 하면서 무언가에 쫓기듯 낯선 별을 정복하러 돌진하기보다 가능성들을 다 쓰지 않은 채 남겨둘 것이다”라는 아도르노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냥 놓아두기’, ‘무위’를 통해 에로스를 회복하자고 제안한다.  최근 인물로만 꼽아도 ‘피로사회’(문학과지성사 펴냄)의 한병철, ‘리퀴드 러브’(새물결 펴냄)의 지그문트 바우만이 툭 떠오른다. 동시에 이에 대한 장정일과 진중권의 비판도 떠오른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분석에 이은 내 탓이오를 외치는 해법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건데, 결국 좀 배우고 먹고 살 만한 사람들 얘기 아니냐는 평 말이다.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혁명을 기획 중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평가 또한 자신만은 대중과 다른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식상한 믿음 위에 서 있긴 매한가지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기 위해 우리 모두 단체로 다 가난해지고 비참해질 필요는 없으니까. 스토리 자체는 뻔한 감이 있음에도 일단 펴들면 쭉 읽게 되는 것은 순전히 저자의 입담 덕이다. 프로이트를 기본에 깔고 오디세우스의 배, 성 안토니우스의 광야, 소크라테스의 철학이 쏟아지는 아가톤의 집, 하이데거의 오두막 등으로 독자들을 이끌고 다니는데, 무겁지가 않다. 한병철의 책이 종교적 잠언집 냄새를 짙게 풍기고, 바우만의 책에서는 묵직한 연륜의 냄새가 느껴진다면, 38살 여성 철학자가 쓴 이 책은 그냥 친구들끼리 맥주 한 잔 마시며 수다 떠는 느낌이다.  사실 현대사회에서 에로스는 넘쳐나지 않던가. 인터넷만 열면 여신, 베이글, 꿀벅지 등이 넘쳐난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유행이란 천쪼가리로 가리는 아슬아슬한 수준이다. 하기사 조선시대에도 여염집 아낙들이 기생패션 따라해서 골치였다 하니, 21세기에 룸살롱 패션을 천지 사방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게 그리 놀랍다고 하긴 어렵다.  이런 소리 더 늘어놨다간 꼴통 소리만 나올 판이니 일단 여기까지. 저자는 이렇게 광범위한 ‘전 사회의 포르노화 현상’에 대해 이런 말을 한다. “어쩌면 우리가 근본적으로 더 근엄해지고 더 금욕적이 되었다는 사실을 속이기 위한 방편이 아닐까.” 금욕을 위해 벗는다. “향락의 극단성은 자유의 증대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극단적인 충동포기의 증상”일 수 있다.  이제 하나씩 보자. 웰빙시대다. 골라먹는다. “콜라를 마시고 포르노를 보며 패스트푸드를 소비하는 사회의 하층민들은 탐욕적이다. 그들과 거리를 취하기 위해 고상한 중산층은 품위 있는 금욕을 훈련한다.” 그 결과는? “많은 레스토랑이 고객의 허기를 달래주는 데 주안점을 두기보다 빈약한 먹거리를 엄청나게 큰 접시에 멋지게 담아내는 데에 더 많은 공을 들인다. 음식은 이제 고객의 위보다는 그의 눈을 만족시켜야 한다. 이렇게 음식의 향락은 포르노그래피적 행위로 전락한다. 음식을 먹는 사람은 포르노를 소비할 때처럼 탐욕의 대상과 거리를 두며 음식 자체가 아닌 음식의 모사품을 즐긴다. 이것은 소외다.”  여가도 통제돼야 한다. 금연문화? “물론 건강에는 좋다. 당연하다. 하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자신의 더럽고 비합리적인 측면을 공개적이고 분위기 좋은 장소에서 느긋하게 즐길 기회를 점점 잃고 있다.” 퇴근 뒤 맥주 한잔의 여유는 사라지고 “요즘엔 목욕과 운동 이외에 드라마가 이런 기능을 맡는다”. 그렇기에 현대인들은 강박증 환자가 되어 간다. 자기 연출, 자기 관리의 시대. 그러니까 여가 시간도 무언가 생산적인 걸 해야 하는 강박의 시간이다.  욕망의 해방구는 오직 일이다. “워커홀릭은 포르노그래피의 쾌락 기계와 매우 유사하다. 포르노그래피에 등장하는 신체들도 쉬지 않고 쾌락의 국민총생산에 최대한 기여하는 고성능 노동자다. 그렇게 본다면 포르노는 오히려 현대 노동 세계에 대한 상징이다. 그것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언제라도 할 수 있고 아무리 지쳐도 무서우리만큼 다시 의욕을 내는 신체들이다.” 일터에서 자아실현에 몰두하는 당신은 포르노 배우다.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까. 저자는 프로이트의 책 ‘문화의 불안’을 불러낸다. 그는 어린 꼬마들이 불을 오줌으로 끄면서 노는 장면을 일러 “힘이 센 남근 상대와의 경쟁”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불은 끄는 게 아니라 보호해야 한다. “불을 보호하는 자만이 그 불을 운반할 수 있고 자기 뜻대로 이용”할 수 있다. 그게 인간 문명의 시작점이다. “불을 끄고 싶은, 오줌을 누고 싶은, 경쟁을 하고 싶은 유아적 욕망의 포기가 비로소 불의 위대한 문화적 정복을 가져왔다.”  불빛을 보자마자 바지춤을 주섬주섬 내리는 게 포르노라면, 에로스는 불을 끄고자 하는 욕망을 억누른 채 그 일렁이는 불빛과 함께 관능적인 춤을 추는 것이다. 일에 매진하느라 술, 담배 끊고 학원에 요가에 다이어트에 비타민제를 달고 살면서도 늘 우울한, 군도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다시 음미해봐야 할 삶이다. 1만 4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노근리 쌍굴’에선 나흘간 무슨 일이…

    1950년 7월 충북 영동군 황간면의 한 철교 밑. 미군 전투기의 폭격을 피해 철교에서 뛰어내린 300여명의 피란민들은 근처의 쌍굴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질긴 삶은 나흘을 넘기지 못했다. 미군은 굴다리 앞 야산에 기관총을 걸어놓고 쌍굴을 빠져나오는 양민을 차례대로 쏘아 죽였다. 젖먹이와 노인, 부녀자와 아이를 가리지 않고. 6·25전쟁 중 벌어진 뼈아픈 참극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이다. 충북 영동 출신의 소설가 이현수가 쓴 소설 ‘나흘’(문학동네 펴냄)은 노근리 사건을 피해자의 시각에서 다루지 않고 유장한 역사의 맥락에서 읽게 했다. 복잡한 현대사를 꺼내 놓고자 내시 가문의 자잘한 일상부터 황간 지방을 휩쓸고 간 동학혁명, 몰락하는 조선왕조를 6·25전쟁으로 연결시켰다. 고향인 황간을 도망쳐 나온 다큐멘터리 작가 김진경. 누구인지 모르는 아버지와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어머니는 평생의 상처가 됐다. 지방 유지의 손녀지만 ‘내시 가문의 딸’이란 불명예를 꼬리표처럼 달고 살았다. 사람들의 조롱이 지겨워 평생 고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살려 했지만 노근리 사건에 관한 다큐를 만들라는 국장의 지시에 따라 귀향한다. 자신을 낳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의 비밀은 노근리 쌍굴과 얽혀 차츰 모습을 드러낸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톨스토이 전집 국내 첫 완역본 나온다

    “전두환 정권 초기, 동료교수가 안기부에 간첩혐의로 나를 신고했어요. 이틀간 서울 장충동의 호텔에 갇혀 취조당했죠.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두고두고 상처가 됐습니다. 수년 뒤 일본 러시아문학회 창립기념 학술대회에 갔다가 구 소련대사관의 초청으로 별 생각없이 다른 일본인 회원과 대사관을 방문했습니다. 생각해보니 ‘큰일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수교 전이었으니까. 그 길로 주일본 한국대사관으로 달려가 자진 신고했는데, 다시 안기부로 넘어가 한참을 고생했습니다.” 박형규(82) 전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의 삶에는 60여년을 분단국가로 살아온 한국 현대사의 단면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한국러시아문학회장을 지낸 박 교수는 9일 국내 처음으로 레프 톨스토이의 작품을 망라한 번역 전집(뿌쉬낀하우스 펴냄)을 출간한다고 밝혔다. 권당 1200쪽 안팎이다. 18권 규모의 전집 중 첫번째로 ‘안나 카레리나’가 이날 번역 발간됐고 앞으로 1년 8개월 동안 발간된다.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박 교수는 “톨스토이는 민족문학 발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며 확실한 창작 방법과 문학활동 방향이 요구되던 20세기 전반 국내 근대문학에 큰 영향을 줬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간 우리나라에선 제대로 된 전집이 완간되지 않았다”면서 “‘두 경비병’ ‘득점기록원의 수기’ ‘홀스또메르’ 등 중단편 소설 30여편과 ‘최초의 양주자’ 등 희곡 5편, ‘훈육과 교육’ 등 예술·문학교육론 7편 등이 이번에 국내에서 첫 번역됐다”고 밝혔다. 그는 5년제인 경동공립중학교 4학년(1947년) 시절, 처음 읽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에 감명받아 한평생을 러시아 문학에 바쳤다. 대학 3학년 때 처음 번역을 시작해 8년 만에 ‘안나 카레리나’와 ‘전쟁과 평화’를 완역했다. 박 교수는 “인간생활의 착취구조와 그 모든 제도를 통렬하게 비판한 톨스토이의 작품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KBS ‘정권 편향 다큐 기획’ 싸고 노사 대립 팽팽

    KBS ‘정권 편향 다큐 기획’ 싸고 노사 대립 팽팽

    K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통폐합이 노사 갈등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KBS는 18개월 만의 대대적인 봄 개편에서 기존의 ‘역사스페셜’ ‘환경스페셜’ ‘과학스페셜’ ‘스페셜’ 등 4개의 다큐 프로그램을 없앴다. 대신 지난 4일 ‘KBS 파노라마’와 ‘다큐극장’ 신설을 발표했다. KBS PD들은 신설될 ‘다큐극장’의 정치 성향을 놓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에 사측은 재협상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신설된 ‘다큐극장’의 기획 의도는 6·25전쟁 이후 현대사를 재조명하는 것이다. 매주 토요일 밤 8시에 방영될 프로그램의 제작은 KBS 내부의 다큐국이 아닌 외주 제작사들에서 맡았다. KBS의 한 다큐국 PD는 “담당 본부장이 ‘KBS PD들을 못 믿겠다’는 사내 최고위층의 발언을 전했는데 그것이 제작 능력인지, 사상적인 부분을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공개한 한 외주 제작사의 초기 기획안에는 ‘10월 유신’ ‘새마을운동’ ‘육영수 여사 피습’ 등의 아이템이 포함돼 있었으나 이후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KBS PD들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KBS가 ‘청와대 맞춤형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KBS 측은 “외주 제작사를 선별할 때부터 공정한 평가를 거쳤고 걱정할 만한 내용을 다루지도 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다큐극장’에 참여한 외주 제작사들에 대한 선정 시비도 불거졌다. KBS 노조에 따르면 최종 선정된 두 곳의 외주사 가운데 한 곳은 2005년 KBS ‘수요기획’에서 허위 내용 방송과 관련해 퇴출된 외주사를 운영했던 전모씨가 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전씨는 KBS에 글을 보내 “자진 하차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KBS는 해당 외주사에게 ‘다큐극장’ 1, 3편의 제작을 그대로 맡겼다. KBS의 한 PD는 “‘다큐극장’의 애초 기획안에 담긴 ‘유신’ 관련 부분에는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해 강압적인 자원 분배가 필요했고 철권이 요구됐다’는 식의 표현이 들어 있다”면서 “이런 프로그램이 어떻게 비정치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다큐극장’ 신설은 물론 기획과 편성, 아이템 선정까지 국장과 부장 등 간부들이 실무진을 배제하고 결정해 정권 편향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KBS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백선엽 장군과 이승만 전 대통령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친일파, 독재자 미화 논란에 휩싸인 전력이 있다. KBS PD협회는 비대위를 구성해 사측과 협의해 왔다. ▲‘다큐극장’의 제작 주체를 KBS 다큐국으로 변경하고 ▲방송 시점을 6월 이후로 늦추며 ▲형식 등을 바꿀 수 있다는 6개 안에 대해 의견 접근이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사측은 지난 4일 봄 개편 설명회 직전 ‘애초 안대로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내부의 반발 기류가 완강하자 사측은 다시 재협상 카드를 내밀었다. 홍진표 KBS PD협회장은 “다큐국이 참여해 외주사와 함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인하우스’ 방식을 논의 중”이라며 “사측이 앞서 합의를 번복했던 만큼 성사를 단정지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큐를 둘러싼 KBS 노사 간 갈등은 지난 1월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 초 대표적인 4대 다큐멘터리 코너가 통폐합될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다. 15년차 이상의 다큐국 중견 PD 20여명은 1월 말 경기 수원의 연수원에서 워크숍을 열고 ‘다큐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 과학다큐를 맡았던 김현기 PD는 “당시 논의에서 ‘‘역사스페셜’을 강화하되 현대사는 다루지 않는다’, ‘한정된 예산을 배분해 통합과 분화의 투트랙을 추구한다’, ‘기존 4대 다큐의 브랜드를 강화하되 중장기 프로그램도 내놓는다’는 의견이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외주 제작을 담당하는 김성수 KBS 국장은 “‘다큐극장’은 지난 (대통령) 선거를 통해 나타난 현상 가운데 하나인 세대 간 소통 부재와 갈등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비롯됐다”며 “‘그때 그 시절을 아십니까?’ ‘시간의 징검다리’ 같은 프로그램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정파를 비호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지만 세대 간 갈등을 푸는 것은 KBS의 공적 책무”라고 덧붙였다. KBS ‘다큐극장’은 오는 27일 ‘88서울올림픽’, 다음 달 4일 ‘파독 광부, 간호사 50년’ 등을 다룬다. 다음 달 18일에는 ‘서울의 봄, 5·18’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한편, KBS는 앞서 친박(친박근혜) 성향의 고성국 정치평론가와 김무성 전 새누리당 의원의 처남인 최양오씨를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내정했다가 라디오 PD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모두 아나운서로 진행자를 교체한 상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기고] 4·19 민주혁명 국민문화제로!/박겸수 서울 강북구청장

    [기고] 4·19 민주혁명 국민문화제로!/박겸수 서울 강북구청장

    대한민국 헌법은 이런 구절로 시작한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우리에겐 위기가 닥친 순간마다 나라를 올곧게 지켜낸 자랑스러운 역사가 많다. 특히 4·19혁명은 3·1운동과 더불어 대한민국을 받치는 주춧돌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특별하다. 1960년 3월 15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자유당 정권이 저지른 불법·부정 선거에 항의해 4월 19일을 절정으로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반독재 민주 혁명을 통해 독재정권을 몰아냈다. 하지만 4·19혁명이 일어난 지 53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이처럼 자랑스러운 역사를 얼마나 기억하며 살고 있는가. 1980년 일어난 5·18 광주민주항쟁은 세계적인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돼 일주일간 축제를 하며 축제 기간 동안 전 세계인이 모이는 반면 4·19혁명은 안타깝게도 매년 4월 19일에 하는 기념식 외에는 별다른 행사가 없다. 또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젊은 세대들은 4·19가 우리 현대사에 미친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헌법 전문에도 명시돼 있는 4·19 민주이념은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4·19혁명 희생자들의 넋이 깃든 국립 4·19민주묘지가 자리 잡고 있는 서울 강북구에서는 잊혀져 가는 역사에 대한 안타까움과 위기의식에서 올해 처음으로 4·19혁명을 기리는 국민문화제를 추진하고 있다.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개최되는 국민문화제는 ‘피어나라, 4·19! 타올라라, 통일의 불꽃이여’를 주제로 사흘 동안 전야제, 대학생 달리기, 학술토론회, 엄홍길과 함께하는 순례길 트레킹, 태극기 아트페스티벌 등 다양한 공연·교육 등의 행사로 꾸며진다. 국민들이 참여해 민주주의를 향한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기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국민문화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젊은 세대들에게도 4·19 민주이념을 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라에 대한 자긍심도 고취시킬 수 있다.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 같다. 아울러 국민문화제가 죽어 있는 4·19가 아닌 국민의 가슴속에 다시 살아 숨 쉬는 4·19, 미래로 나아가는 4·19, 통일을 준비하는 4·19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얼마 전 찾은 4·19민주묘지 기념관에서 4·19혁명 당시 사망한 한 여중생이 어머니에게 쓴 유서를 봤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어머님 뵙지 못하고 떠납니다. 끝까지 부정선거 데모로 싸우겠습니다. 지금 저와 저의 모든 친구들, 그리고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피를 흘립니다. 저는 생명을 바쳐 싸우려고 합니다.” 바른 역사 인식은 그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다. 세계 여러 나라를 보아도 역사가 바로 서지 않은 채 성장한 나라는 없다. 소중한 목숨들의 희생으로 누리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젊은 세대들에게 전하는 일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4·19혁명 국민문화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대한다.
  • [학술 플러스]

    역사박물관 매주 木 야간개장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이달부터 10월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9시까지 개장 시간을 연장한다. 야간 개장일에는 오후 8시 한국어 해설을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또 이달 11일부터 6월 27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에 ‘문화로 보는 우리 역사 산책’ 강좌를 열어 일반인의 근현대사 이해를 도울 계획이다. ‘정전60주년기념 특별전’,‘한·독수교 130주년 및 파독광부 50주년기념 특별전’ 등 특별전시회와 함께 ‘식목일 사진전’ 등 다양한 주제의 전시회도 연다. 구체적 내용은 홈페이지(www.much.go.kr) 참조. 한양대 역사문화硏 국제워크숍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는 17~20일 ‘기억과 기억하기’를 주제로 국제워크숍을 연다.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와 한양대 사학과 WCU(World Class University·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 트랜스내셔널 일상사 사업단이 독일 일상사 연구의 대가 알프 뤼트케 교수를 초빙해 수행한 WCU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자리다. 캐럴 글럭 컬럼비아대 교수는 ‘중간으로부터의 기억: 공공기억 연구에 관한 21세기적 접근방식’, 게지네 크뤼거 취리히대 교수는 ‘유골의 복원: 기억과 DNA의 정체성’을 주제로 발표한다. OECD 도서가격 법제현황 발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도서정가제 시행 현황과 최신 법률 자료를 소개한 ‘OECD 회원국 도서가격 법제 현황’을 최근 발간했다. 이 자료집은 특히 프랑스의 경우 ‘디지털 서적의 가격에 관한 법’을 새롭게 추가하여 전자책에 관한 도서정가제 법률을 처음으로 소개하였다. 도서정가제 시행국은 한국을 포함해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포르투갈, 그리스, 멕시코 등 14개국이고, 영미권인 미국,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등 6개국은 시행하지 않는다. (02) 2669-0721.
  • [데스크 시각] 지슬과 욱일승천기/박찬구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지슬과 욱일승천기/박찬구 정치부장

    ‘지슬’을 보는 내내 참담하고, 쓰렸다. 소설가 윤대녕이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에서, 도륙된 4·3의 혼령을 찾아 나서던 장면이 스쳤다. 잔인하고 처참한 4월, 잔상은 길었다. 소극장의 불이 켜졌다. 20대, 30대 관람객이 주섬주섬 일어섰다. 손수건으로 눈을 훔치는 젊은 여성, 충격 받은 듯 날 선 눈빛의 20대 청년, 앞열과 뒷열의 태반이었다. 의외였다. 어찌 보면 ‘빨갱이 시대’, 우리 현대사의 암운은 그들의 짐이 아닐 터였다. 그래도 그들은 우리 현대사의 상흔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에 나치 거수경례를 합성한 대학생들의 사진이 인터넷에 나돈 건 그로부터 며칠 뒤였다. 안쓰러움을 넘어 섬뜩했다. 의도했든, 우연이었든, 무엇이 그들을 군국주의와 파시즘의 광기에 몰입하게 했을까. 사레 들린 듯 낯설고 소름이 돋았다. 때로는 결기로, 때로는 광기로 현대사를 독해하는 비슷한 또래의 얼굴들이 오래도록 겹쳤다. 개인과 집단의 취향이나 편향에 따라 근현대사를 달리 해석한다고 해서, 해묵은 시시비비를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미래를 짊어질 젊은 세대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파주 어느 출판사의 실장이 전하길, 20대 직원에게 6·25전쟁이 언제 있었던 일이냐고 농 삼아 물었더니, 그 직원이 고개를 갸웃하며 “1970년대 아닌가요” 그랬단다. 역사 서적을 전문으로 펴내는 출판사라니 낭패감은 더했다. 어디서부터일까, 길어야 100년 안팎을 거슬러 올라가는 우리의 근현대사가 젊은 세대에게 방치된 것이. 물론 근현대사는 민감한 현재진행형이다. 친일과 좌우대립, 동족상잔, 쿠데타, 독재, 유신…. 그 뿌리가 생생히 이어지고 있고, 그 직계가 여전히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대선도 현대사 논쟁으로 요동을 치지 않았던가. 연좌니 부관참시니, 새삼 거론하지는 않으려 한다. 꺼림칙한 건, 그러한 연유로 자라나는 세대가 역사의 몰가치성과 망각에 빠지는 건 아닌지, 치부를 감추고 오욕을 덮기 위해 제도적으로 자라나는 세대에게서 역사를 떼어놓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올해 11월 치르는 2014학년도 대학 수능부터는 2005~2013학년도의 7차 교육과정 때 채택된 ‘국사’와 ‘한국 근현대사’ 과목이 ‘한국사’ 하나로 합쳐친다. 탐구영역 선택과목도 3개에서 2개로 줄었다. 지난해까지는 ‘한국 근현대사’ 과목의 선택률이 사회탐구 영역 11개 과목 가운데 세번째 정도 됐다는 게 교육 현장의 전언이다. 하지만 올해 수능부터는 선택과목 수가 줄어든 데다 한국사 전체를 공부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역사 과목이 홀대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중국 동북공정의 이론적 근거는 일제의 식민사관이다. 한민족의 활동 영역을 한반도 내로 축소시켜 민족 정기를 말살하려 한 식민사관을 빌미로 중국이 우리 조상의 북방 영토를 넘보고 있다. 역사는 영토이며, 자산이고, 정신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독일에서 우선 배울 것이 언론에서 떠드는 중견기업 육성이나 선진 정치, 국가 발전 모델은 아닌 듯하다. 가까운 역사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후손들에게 역사교육을 강화하는 그들의 인문학적 깊이와 통찰을 새겨야 한다. ‘창조’든 ‘혁신’이든 과거를 덮고 역사를 경시해서야 한바탕 소동에 허공의 모래성 아니겠는가. ckpark@seoul.co.kr
  • “폭력 가정 등 아픈 가족사 외국 여성들도 공감”

    “폭력 가정 등 아픈 가족사 외국 여성들도 공감”

    “프랑스는 잘살지만 사회 전반에 우울증이 깔렸고, 한국은 경제·사회적으로 악조건이지만 절망적인 상황에서 긍정의 힘을 잃지 않는 낙천적인 점이 너무 좋습니다.” 최근 만화 ‘아버지의 노래’(보리 펴냄)를 출간한 만화가 김금숙(42)은 17년간의 파리 유학 생활을 접고 귀국해 만화가로 활동하는 이유를 지난 30일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2011년 11월 귀국해 처음으로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고, 서양 미술을 배우면서 한국의 문화유산이 얼마나 값진지 알았다”는 그는 “한국 민족의 흥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 만화는 2012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돼 그해 ‘문화계 저널리스트가 뽑은 언론상’을 받았다. 그는 “내 가족사에 외국 여성들이 많이 공감했다. 폭력적 남편과 사기꾼 남자들의 이야기는 어디에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그는 세종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고등장식미술학교에서 공부했다. 그러나 가난한 유학생에게 종이와 펜으로 표현하는 만화의 세계가 조각보다 더 가까웠고, 프랑스 한인신문에 프랑스에서 한국 사람으로 살아가는 만화 ‘쁘티야’를 6년이나 연재했다. 김금숙은 “조각으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앙금으로 남아 있었는데, 만화라는 내 예술을 표현할 적당한 매체를 찾았다”고 했다. ‘아버지의 노래’는 춘향가의 ‘사랑가’나 ‘쑥대머리’ 같은 판소리를 떠올리면 된다. 타인에게 말할 수 없었던 가족사를 담은 자전적 만화다. 아홉 번째로 태어나 ‘구순’이라 불린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다. 1970년대 전국적인 이농현상이 일어났을 때 구순이네 가족도 전라도 고흥에서 서울로 왔다. 남동생들 때문에 배우지도 못한 구순이 엄마는 서울 이주 자금을 사업하는 첫째 외삼촌에게 맡겼는데 삼촌이 꿀꺽했다. 그 탓에 노점상으로 나선 부모와 구순의 가족에게 가난이 지긋지긋하게 따라붙는다. 만화는 1980년대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가족을 잃은 고모 이야기, 88올림픽을 전후해 진행되던 1990년대 도시 재개발로 터전을 잃은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재현해 내고 있다. 만화는 조선의 수묵화를 보는 듯 필력이 유려하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추상화의 대가 김환기 일대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펴낸 이충렬

    [저자와의 차 한잔] 추상화의 대가 김환기 일대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펴낸 이충렬

    참 어렵사리 책을 낸다. 인물에 대한 연구·자료조사뿐만 아니라 주변인을 취재하고, 관련된 집안의 출판 동의와 도판 협조를 얻는다. 사실 여부에 대한 감수를 받은 뒤에야 책을 한 권 완성한다. ‘간송 전형필’의 시작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간송미술관 개관 25주년 기념전에서 만난 간송에게 매료돼 10년 이상 그에 대한 자료를 모았다. 이후 1년여 동안 자료 정리 등에 고스란히 쏟아붓고 2010년에야 간송 전기를 냈다. 문화재를 지킨 간송을 연구하면서 그 같은 사실을 세상에 알린 이가 혜곡 최순우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곧이어 혜곡을 파고들었다. 그렇게 2년 만인 2012년에 ‘혜곡 최순우’를 냈다. 혜곡이 남긴 문화재 해설 280편, 미술에세이 205편, 논문 41편, 사료해제 86편 등 모두 600여 편을 읽고 또 읽었다. “전기 작가는 악착같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충렬(59) 작가는 이번엔 1899년 황성신문부터 사소한 쪽지와 편지, 일본에서 발행된 기사까지 2000장에 달하는 자료를 모았다. 한국추상화의 대가로 불리는 수화(樹話) 김환기(1913∼1974)를 불러내기 위해서다. 수개월 동안 자료를 연도별로, 월별로, 일별로 정리하면서 그를 익혔다. 수화의 오랜 벗인 김병기(97) 화백과 이준(94) 화백 등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듣고, 가족들을 만나 살을 붙였다. 그렇게 1년 이상 매달려 또 한 권을 냈다. 김광섭 시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이자 , 제1회 한국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한 수화의 작품명이기도 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유리창 펴냄)다. 지난 27일 서울 중구 광화문에서 만난 이 작가는 “전기를 쓰려면 그 인물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그가 왜 이런 생각을 했고,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알아야 전기를 제대로 쓸 수 있다”고 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게 보통이라, 살아생전 교류했던 다른 사람들을 두루 만나 얘기를 듣고 편지나 쪽지를 복사해 수차례 검토했다. 그가 이처럼 ‘크로스체크’(교차검증)를 중시한 것은 전기의 덕목인 사실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다보니 유족들도 “직접 대화를 하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생생하다. “어릴 때는 위인전을 많이 읽었지만 어느새 전기를 읽지 않게 됐어요. 평전은 쏟아지는데 전기는 거의 없죠. 돈 많은 사람들이 대필작가를 쓰고, 자기 이야기를 포장해서 내놓으니 너무나 뻔하고 식상해서 전기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겁니다. 스토리텔링(이야기 기법)이 중요하다고 봐요. 전기가 어렵지 않고 재미있는 장르라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서이기도 하고요.” 그의 말대로 ‘어디서 무엇이 되어’는 마치 근현대사 속 지식인들의 삶과 생각을 담은 소설 같은 느낌이 든다. 등장인물만 수십명이다. 결혼식 주례를 선 고희동부터 전시를 도와준 최순우, 신문에 작품을 발표해준 이헌구, 피란 시절 술친구였던 이중섭이나 인생의 동반자 김향안을 만나게 해준 일본 시인 노리타케 가츠오까지 당대의 내로라하는 예술문화인들이 거의 다 등장한다. 이전까지는 집필에 들어서기까지가 그렇게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출판에 이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유족들이 감수하는 과정에서 편집을 3번이나 바꿨다. 그런데 아직도 유족들에게는 불편한 이야기가 책에 있다. 지금까지 수화 탄생일이 2월 27일(양력)로 알려져 있지만 이 작가는 3월 26일이라고 주장한다. 음력 2월 19일이니 양력으로는 그게 맞다는 것이다. 수화와 김향안, 시인 이상이 얽힌 사연은 떨떠름하다. 이런 몇 가지 이유로 유족에게 도판 동의를 얻지 못한 탓에 이번 책은 컬러판으로 내지 못했다. 그는 “삼각관계로 잘못 알려진 이 이야기를 바로잡고 그가 얼마나 헌신적으로 수화를 내조했는지 설명하고자 했는데 이상이 등장하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책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털어내기 위해 그는 새달 6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독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미국 피닉스에 사는 그가 한국에 온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예술과 문화를 위해 큰일을 한 사람들을 앞으로도 계속 탐구해 전기를 쓸 예정입니다. 다음은 여류 작가가 되지 않을까요. 간송, 혜곡, 수화처럼 어려운 삶 속에서도 예술혼과 창작열을 불태운 사람이겠죠.”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한·일 어린 학생들 서로 이해 ‘첫걸음’ 됐으면”

    “한·일 어린 학생들 서로 이해 ‘첫걸음’ 됐으면”

    한·일 역사 갈등 와중에 한국과 일본의 역사교사들이 공동역사교재를 써냈다. 한국에서는 ‘한국과 일본, 그 사이의 역사’(휴머니스트 펴냄), 일본에서는 ‘배움으로 이어가는 일본과 한국의 근현대사’(아카시쇼텐 펴냄)로 출간됐다. 공식 교과서는 아니기 때문에 부교재로 쓰일 수 있다. 이 책 발간에 대한 양국 집필진의 공동기자회견이 2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전교조 본부 사무실에서 열렸다. 같은 시간 도쿄 문부과학성 기자실에서도 열렸다. 한국 기자회견에 참가한 일본측 대표 후지이 무츠히로 히로시마현 교직원조합 집행부위원장은 “일본 아이들에게 ‘외국’이라 말하면 다들 미국을 생각한다”면서 “현실적으로든, 역사적으로든 가깝고도 먼 나라인 한국을 잘 알고 이해하는 것이 일본을 바로 이해하는 길이기도 하다는 점을 이 교과서를 통해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집필진인 윤민근 대구 매천고 교사는 “2001년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파동 이후 안 좋은 교과서를 채택하지 말자는 운동만 벌일 게 아니라 좋은 교과서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논의가 있었다”면서 “그 이후 협력 한 끝에 탄생한 것이 이번 책”이라고 말했다. 한일 역사 갈등 해결 모델로 독일과 주변국 간 공동역사교과서 제작 사례가 거론됐고, 이에 따라 작업한 몇가지 책들이 나와있다. 그런데 이번 작업은 대구와 히로시마라는 한국과 일본의 지방에서, 그것도 역사학자 같은 전문연구자들이 아니라 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역사교사들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책의 목적은 역사 해석에서 어떤 공통 인식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어린 학생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한 사실을 쓰는데 초점을 맞췄다. 가령 ‘친일파’라는 용어는 단순히 일본과 친하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표현을 썼다. 한일 병합에 대해서도 한국의 무효론과 일본의 유효론을 함께 서술해둬 학생들이 직접 비교해볼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최근 가장 첨예한 이슈인 독도 영유권 문제는 지나치게 정치적 문제라는 판단에 따라 다루지 않았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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