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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러난 ‘실세’… ‘무대’ 무대로

    드러난 ‘실세’… ‘무대’ 무대로

    “실세는 역시 달랐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만든 연구 모임이 첫날부터 성황을 이루면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4일 첫 모임을 가진 ‘근현대사 연구교실’에 새누리당 현역 의원 56명이 참석했다. 참석 의원들도 “의원총회를 방불케 한다”며 놀라는 모습이었다. 매주 수요일 아침 근현대사와 관련한 강좌를 열고 역사 공부를 하는 모임에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100명이 가입했다. 당 소속 의원 153명 가운데 3분의2에 이르는 숫자다. 안전행정위원장인 김태환 의원과 정무위원장인 김정훈 의원은 “미처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현장에서 가입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원외 당협위원장 19명이 추가돼 총회원 수 119명으로 당내 최대 규모의 모임이 됐다. 이전까지는 52명의 회원을 보유했던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가장 컸다. 김 의원은 첫 모임 인사말에서 “자랑스러운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를 지키기 위해 새벽에 모여 역사 공부를 하는 것은 우리가 발휘해야 할 최소한의 애국심”이라면서 “역사교실에서 역사를 바로잡을 방안을 잘 모색해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승리로 종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가 못난 역사로 비하되고 한국을 부정하는 역사를 배우게 되면 나라가 어지러워져 ‘이석기 사건’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면서 “역사가 퇴보하는 것을 여러분이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사의 권위자로 모임의 ‘프로그램 자문 역’을 맡은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은 이날 ‘한국사 교과서 서술의 기본적 태도’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 음모 혐의와 관련해 “애국가도 태극기도 부정하면서 내란을 (모의)하는 것이 공공연하게 국회의원 중에서 자행되는 걸 보면 역사 교육도 한번 더 치밀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세력화’ 의구심에 대해 “정치 모임과 아무 상관이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씨줄날줄] 교과서 논쟁의 허실/박현갑 논설위원

    최근 보수성향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심의를 최종 통과하면서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진보성향의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보혁 대결이 재현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역사교과서 발행방식은 정권에 따라 바뀌어 왔다. 노태우 정권까지는 국정체제였으나 1997년 김영삼 정부 때에는 검·인정 체제로 바뀐다. 통치자 입맛대로 역사를 재단할 가능성을 없애고 교육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려는 뜻이었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집필기준을 정한 뒤, 민간에서 이 기준에 따라 집필하고 심사를 받는 방식이다. 교육부는 검·인정 통과 이후, 최종 교과서를 학교에 배포하기 전까지 부분적인 자구 수정만 가능하고 실질적인 수정은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검·인정 체제는 큰 홍역을 치른다. 정부가 역사교과서가 좌편향되어 있어 고쳐야 한다는 뉴라이트 계열의 요구를 받아들여 역사교과서 저자들에게 수정명령을 내리면서부터다. 저자들은 오·탈자 등은 고칠 수 있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손댈 수 없다며 소송을 낸다. 정부를 대리한 출판사와 저자 간 소송전은 대법원이 지난 2월 교과서 수정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저자들의 주장을 수용함으로써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된 상태다.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헌법정신을 정부가 제멋대로 무시해선 안 된다는 뜻이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교학사에서 펴낸 한국사 교과서다. 집필자들이 뉴라이트 성향의 한국현대사학회 소속이다. 국사편찬위원회는 479개의 수정을 권고한 뒤 최종 통과시켰다. 수정권고 사항이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집필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이 교과서는 교과서 집필기준 대로 4·19혁명, 5·16군사정변, 5·18민주화운동으로 적고 있다. 하지만 기존 교과서에 비해 근대화 및 신군부 세력은 긍정평가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적극 비판하는 서술을 해, 진보진영 입장에서 보면 비판을 가할 여지가 남아 있다. 5·16은 당시 윤보선 대통령과 미국도 지지했다고 서술, 군사정변을 자연스러운 시대흐름으로 해석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북한이 6·25 이후 무력도발을 멈춘 사실이 없다고 서술한 것도 사실이지만 평화통일의 당위성을 덜 강조하는 것 같다. 현재 중3이 치르는 2017학년도 대입에서 한국사는 수능 필수과목이 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같은 역사를 두고 되풀이되는 이념 편향성 논란을 언제쯤 접을 수 있을까.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 ‘우편향 논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될까

    ‘우편향 논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될까

    식민지 근대화론을 연상시키는 기술과 이승만·박정희 체제를 미화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지적받는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오는 6일 일선 역사 교사들에게 공개된다. 고등학교별로 다음 달에 2014학년도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하는 일정에 따라서다. 광주시교육청이 교학사 교과서 채택 저지 운동을 벌이겠다고 하는 등 거부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교과서 채택률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국사편찬위원회 최종 검정심사를 통과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을 대상으로 6일부터 웹 전시를 한다고 3일 밝혔다. 교육부는 이어 9월 중순까지 일선 학교에 샘플 교과서를 배포하고 10월 말까지 학교별로 교과서를 채택하게 할 계획이다. 학교에서는 샘플 교과서를 받자마자 역사 교과 교사들로 교과서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한국사 교과서를 선정하게 된다. 마케팅 측면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은 ‘호재’보다는 ‘악재’라는 게 교육계의 평가다. 논란거리가 된 교과서를 기피하려는 교사들의 성향 때문이다. 6년 전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좌편향 시비에 휩싸인 뒤 서울 지역에서 금성 교과서 채택률이 2007년 51.7%에서 이듬해 32.9%로 낮아진 바 있다. 광주에서 시작된 교과서 채택 저지 운동이 확산될지도 관건이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한국사 과목이 필수가 된 상황에서 8종 가운데 유독 교학사 교과서 내용만 놓고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가 이뤄진 점도 교학사에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 등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15명은 교학사 교과서의 내용을 분석한 뒤 일본군 위안부나 제주 4·3사건 관련 내용이 축소되거나 은폐됐다며 “교학사 교과서의 역사 인식은 다른 교과서 7종의 인식과 크게 차이가 나 수능 필수화 시대에 교재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인정 교과서 공급을 담당하는 한국검인정교과서 관계자는 “교과서 웹 전시를 할 때 출판사를 가리는 등 고교에서 편견 없이 공정하게 교과서를 채택하게 할 것”이라면서 “과목마다 6~15종의 교과서가 나와도 2~3개 교과서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데 고교 한국사에서도 채택률 편중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전문]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녹취록에 대한 입장’

    [전문]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녹취록에 대한 입장’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4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최고위원회-의원단 투쟁본부 회의를 열고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체포동의요구서에 첨부된 녹취록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이 대표의 ‘녹취록에 대한 입장’ 전문. <녹취록에 대한 입장> 1. 저는 통합진보당의 대표로서, 국정원이 당원들이 내란을 모의하였다고 주장하고 녹취록을 그 근거로 삼는데 대해 책임있게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는 국정원이 녹취록의 근거가 되었다는 동영상 촬영 과정에서 영장주의를 잠탈한 불법성 문제가 크게 다투어질 것입니다. 증거로 채택되지 못할 가능성도 상당합니다. 이 사건의 핵심 증거인 동영상과 녹취록에 대해, 법정에서는 그 내용 자체를 아예 볼 수 없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국정원의 불법유출과 언론의 보도로 녹취록은 세상에 모두 알려졌습니다. 통합진보당은 이런 상황에서 관련자의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과 사실관계의 공정한 확인을 위한 조치로, 국정원에 왜곡 편집되지 않은 동영상 전체의 공개를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국정원은 정작 녹취록의 원본인 동영상은 공개하지 않는 상태에서 무분별한 여론재판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위법 수집 증거를 공개한 것은, 사법부의 판단 영역을 완전히 침범했을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사법절차에서 사건 관계자들에게 보장되어야 할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극히 부당합니다. 오늘 제가 녹취록에 관하여 말씀드리는 것과 별개로, 재판 과정에서는 관련자 각자의 방어권이 완전하게 행사되도록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오늘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국민 여러분께서 여론재판의 광풍에서 벗어나 사실을 파악하고 판단하시기를 요청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입니다. 저희가 어려운 상황에 있더라도 없는 일을 꾸며내거나 있는 사실을 없애서는 안 됩니다. 당의 대표로서 책임 있게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진실을 파악하고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려 합니다. 2. 국정원은 녹취록을 근거로 130여명의 ‘RO’ 조직원들이 내란을 모의하였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사실을 확인한 결과, 이들이 지하조직의 구성원들도 아니고, 녹취록 가운데 참가자들의 분반토론과 발표 부분은 실제 참가자 다수의 발언내용 및 인식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고, 내란을 모의했다고 볼 상황은 없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올해 5월 10일과 12일, 경기도당 위원장이 임원들과 협의해 평소 경기도당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본 당원들 130여명을 모아 한반도 정세 관련 강연과 토론 자리를 만든 것은 이미 본인이 밝힌 것과 같습니다. (1) 지하조직인가 참가자들에게 확인해보니, 5월 10일 모임 때는 열 명 이상이 갓난아이부터 예닐곱 살 되는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고 합니다. 5월 12일 모임에는 한 명이 갓난아이를 안고 있었다고 합니다. 국정원에 매수된 촬영자도 아이들을 보았을 것입니다. 동영상에 이것이 제대로 촬영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아이들 데리고 무시무시한 지하조직 모임에 참가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이들 데리고 내란모의를 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것만 보아도, 지하조직의 내란음모니 내란선동이니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말입니다. 당이 당원들의 모임을 여러 차원으로 마련하는 것은 금지된 일이 아닙니다. 필요한 일인지 계속하는 것이 좋은지는 당 조직과 정치적 상황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것이지만, 금지된 일이 아닌 이상, 지하조직이라고 몰아붙일 근거는 없습니다. 더구나 이 130여명의 사람들이 ‘RO’라는 이른바 혁명조직에 가입했다는 근거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국정원이 이 사람들이 ‘RO’라고 규정한 주장만 있을 뿐입니다. 근거 없이 고문으로 자백을 조작해냈던 정보기관의 어두운 과거는 지금, 근거 없는 여론재판으로 사회에서 매장시키는 것으로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2) 내란모의가 있었나. 녹취된 분반토론은 7개 조 가운데 1개 조, 130여명 가운데 20여명 가량의 대화에 지나지 않습니다. 매수된 자가 수원에 사는 사람으로 경기남부권역 분반토론에만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6개 분반, 110여명 가량이 한 말 하나하나가 무엇이었는지는 녹취록에 전혀 담겨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녹취록만 가지고는 130명의 참가자들이 나눈 대화 내용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 모임에서 어떤 대화가 이루어졌는지, 이른바 ‘내란모의’의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각 분반에서 어떤 토론이 있었는지, 분반토론 발표시 발표자가 자기 분반의 토론 내용을 제대로 전달했는지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다른 6개 분반 대화의 내용을 확인하였더니, 녹취된 1개 분반의 대화 내용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즉, 전쟁이 정말 일어나면 당장 생명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이라는 우려, 살아남기 위한 대처방법 모색, 국민들 속에서 전쟁반대 평화실현을 위한 인식을 더 넓혀야겠다는 의논이 이루어졌을 뿐, 총기를 탈취하거나 중요시설을 파괴하자는 말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분반별 발표 시간에 대표로 토론내용을 말한 사람이, 토론 때는 아예 언급조차 나오지 않은 총 등의 용어를 임의로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모든 조에서 공통되게 대화를 나눈 심각한 우려의 배경에는, 핵공격까지 포함하는 현대전에서는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도 수없이 살상된다는 현실이 있었습니다. 또한 전쟁에 눈앞에 다가온 것이 아닌지 우려하게 되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분반토론 발표 내용 중 “양주의 장난감도서관에 다니는 미 군속 자녀가 3-4월 위기 시에 2주간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최근에는 아예 미국으로 가려고 한다”는 말처럼, 실제 전쟁이 임박해서 미군속과 가족들이 한국을 떠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할 만한 일들을 참가자들이 실제로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또 하나, 이 심각한 우려의 배경에는 한국전쟁 전후 예비검속과 보도연맹사건으로 20만명이 살해된 역사적 사실이 있었습니다. 당시 진보적 활동을 했던 사람들은 전쟁이 나자마자 예비 검속되어 집단 살해 되었습니다. 정전협정 백지화 이후 한반도 전쟁위기가 매우 심각해진 상태에서 행해진 올 3월 독수리훈련과 키리졸브 훈련 중에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건물 옆 골목에 1개소대병력의 군인이 배치되고 사무실이 있는 6층까지 여러 명의 군인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온 일이 있었다는 것이 이 토론 자리에서 알려졌다고 합니다. 군이 정당사무실에 배치된 것은 당연히 전쟁 상황에서 보호하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쟁이 나면 마땅히 모든 국민이 군과 경찰의 보호대상이 되어야 하건만, 진보적 인사들은 가장 먼저 군경에 의해 예비 검속되어 집단살해당한 것이 차마 믿고 싶지 않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한국 현대사였습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진보당에게 가해진 종북 색깔론 공격과 백색테러 위협의 현실은, 진보당 당원들에게 전쟁의 상흔을 쉽게 잊을 수 없도록 했습니다. 남부 토론 발표 가운데 “그런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자기의 하나뿐인 목숨을 걸어야 되고” 부분의 취지는, 전쟁이 나면 내가 예비검속당하지 않을까 말하는 것 자체가 알려지면 위험한 사람이니까 그런 생각 하는 것 아니냐고 지목되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합니다. 이어진 대화는 전쟁에 대한 걱정과 우려였습니다. 아이들이 있는 엄마들은 어떻게 하느냐, 아이들을 안전하게 맡아줄 사람을 구해놓아야겠다, 전쟁이 나면 통신이 다 끊길텐데 어떻게 서로 연락해서 만날지 걱정이다, 대피계획이라도 필요하지 않느냐, 대피계획을 세워봐야 도로도 통신도 두절되면 어디로 갈 수도 없지 않냐, 결국 전쟁이 나면 목숨을 잃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이런 걱정들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몇 개 조에서 그러면 총이라도 구해야 하는 거냐 등의 말이 나왔는데, 그 때마다 웃음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그런 일은 가능하지도 않다는 공통의 인식이 있었기에 웃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분반토론 발표자들이 분반토론에서 나온 말을 요약해서 전하면서 분위기는 전달하지 않고 총기 등의 단어만 나열하다보니 녹취록에는 마치 분반토론에서 총기를 구하자는 등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처럼 읽히게 됩니다만, “무기습득, 기술습득 모두 뜬 구름이고 첨단기술이나 해킹기술로 레이더 기지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도 뜬 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분반토론 내용을 발표하자 참석자들이 웃었다는 부분이 실제의 분반토론 분위기를 제대로 표현한 것입니다. 다만 남부권역으로 분류된 한 개 분반에서 20여명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논하는 중에도, 한 두 사람이 총기탈취나 시설파괴 등을 말했지만, “개별적으로 저장소를 어떻게 한다 불가능한 얘기고, 통신교란 불가능한 얘기고”라고 받아들이거나, 이런 말에 대해 “구체적이고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구체적인 대피계획을 세우자는 것이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의 태도였다는 것입니다. 녹취록에는 이 분반토론의 발표자가 “총은 부산에 가면 있다”고 발표하면서 총을 만들자고 말한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분반토론 때 이 말을 한 사람은 농담으로 한 말인데 발표자가 마치 진담인 것처럼 발표했다고 합니다. 실제 이루어진 대화의 내용을 모아보면, 130여명 가운데 한 두 명이 우연히도 동영상을 불법 촬영한 매수된 자와 같은 분반에 속해 토론하면서 총기탈취니 시설파괴 등을 말했을 뿐이고, 그 분반에서도 반대하는 뜻의 말이 나왔기에 무슨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더구나 다른 6개 분반 110여명은 총기탈취니 시설파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농담처럼 말하거나 누군가 말해도 웃어넘겼다는 것입니다. 130여명 가운데 일부분의 토론내용만 담긴 녹취록에 따라 한 두 명의 말을 근거로 내란모의니 내란선동이니 한다면, 그야말로 우리는 단 한 사람도 농담조차 하지 못하는 사회에 살게 될 것입니다. 더구나 이석기 의원에게는 본인이 직접 입에 담지도 않은 총기 탈취와 시설파괴를 지시했다는 허위보도를 쏟아 붓고 130여명 참가자들 가운데 한 두 사람의 말의 책임을 이석기 의원에게 지워 이들 모두에게 내란음모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은, 정치적 경쟁자를 말 한 마디로 역모로 몰아 삼대를 멸하는 TV 사극의 익숙한 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실행하지 않는 이상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근대 형법의 대원칙입니다. 특별히 내란죄에 대해서는 음모도 처벌하지만, 내란음모죄가 되려면 그가 생각하고 타인과 합의한 것이 몇몇이 총을 사용하거나 시설을 파괴하는 것을 넘어 나라를 뒤엎을만한 쿠데타 수준에 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장난감 총 개조하는 정도에 머무른다면, 총기탈취 등의 말을 한 사람에 대해서도 내란음모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당시 모임에서 있었던 각 분반토론의 실상을 확인한 결과, 이석기 의원과 130여명 참가자들에게 내란음모 선동죄를 씌울 만한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3. 정당은 늘 매우 무거운 책임을 요구받습니다. 정당의 주요 직책을 맡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 말도 신중하고 진지할 것을 요구받습니다. 국민들 앞에 완전히 공개된 자리가 아닐지라도, 당원들 사이에 농담과 웃음이 섞인 자리일지라도 역시 그러합니다. 그러나 책임 있는 직위에 있는 사람의 공식 발언이 아닌 이상, 정당의 당직자나 당원들도 정당의 입장을 만들어가기 위해 토론하는 과정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의견을 나눌 여지가 열려 있어야 합니다. 자유로운 토론을 허용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입니다. 정당은 대외적으로 국민들에게 책임져야하지만, 그 안에서도 토론은 될 수 있는 대로 넓게 허용되는 것이 옳습니다. 통합진보당은 이런 원칙을 지키면서도 당내 토론에서도 좀 더 신중하고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당의 무거운 책임에 더욱 유념하겠습니다. 4. 이 모임에서 나온 말들에 대해 국민 각자가 다른 의견을 가지실 수 있습니다. 왜 이 사람들이 전쟁이 정말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보았는지, 왜 이 사람들은 전쟁이 터지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왜 이 사람들은 대피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납득하기 어려우실 수도 있습니다. 저희가 더 상세히 또 더 가까이 설명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라 여깁니다.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올 3월부터 시작된 전쟁위기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까지 단숨에 치달았던 것이 현실입니다. 위기와 소강국면을 되풀이하며 결코 평화라고 할 수 없는 분단체제를 60여년이나 유지해오다가 급기야 전쟁직전까지 갔습니다. 상당수의 국민들이 “설마 전쟁이 나겠냐”고 하면서도 6.15 선언 이후 십 여 년 넘게 없었던 사재기를 했습니다. 분단체제의 대한민국에서 정치가 감당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전쟁을 막고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일입니다. 그래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고 분단으로 인한 불필요한 고통과 소모를 줄여 우리가 함께 번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화와 통일을 당의 강령으로 해왔고 전쟁위기를 막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전쟁반대 평화실현운동을 벌인 진보당으로서는, 한반도 주변 상황이 어떠한지, 정말 전쟁위기가 있는 것인지 늘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문제된 모임도 당원들 사이에 이를 생각하고 토론하기 위한 모임이었습니다, 혹시나 불행하게도 전쟁이 벌어진다면 무엇을 해야하는 지까지 생각해보면, 더욱더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해집니다. 그러나 한반도 상황과 남북관계를 말할 때는 늘 국가보안법과 색깔론의 벽이 쳐져 있습니다. 본 취지는 눈여겨보지 않고 지엽말단의 단어 하나, 말투 하나에 집착해 색깔론으로 공격해 매장하는 분단체제의 비이성적 대응이 한국 사회를 짓눌러 왔습니다. 이제는 벗어나야 하지 않습니까. 언제까지 1950년대의 매카시즘에 머무를 것입니까. 이 모임의 토론 내용도 매카시즘에서 벗어나 살펴봐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실제로 이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무엇을 했는가도 함께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이 토론 뒤에 이어진 행동은 총기 탈취 준비도 통신시설 파괴 준비도 아닙니다. 전쟁반대 평화실현을 위한 캠페인이 이어졌을 뿐입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고] 과학선도국이 되기 위한 해법/유재영 한국과학기술정보硏 기술정보분석센터장

    [기고] 과학선도국이 되기 위한 해법/유재영 한국과학기술정보硏 기술정보분석센터장

    인류 문명의 진보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있다면 과학일 것이다. 19세기 영국의 산업혁명, 인공위성 개발 등 인간의 끊임없는 탐구와 과학이 빚어낸 혁신적 사건들은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특히,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것도 과학기술의 힘 덕분이다. 하지만, 최근 과학기술인력의 노동시장 탈피 심화와 고령화 문제는 국내 과학 경쟁력의 현실을 되짚어 보게 한다. 지난해 발표된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과학기술 핵심인재가 약 9만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동인구 1000명당 과학기술분야 박사는 3.5명으로 하위권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역시 무관하지 않다. 2001년 이후 50대 연구원들이 매년 약 15% 늘어나면서 과학기술 분야도 점차 고령화되고 있고, 베이비부머 과학기술인들의 본격적인 퇴직이 시작되면 연구인력 공백 사태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 안정적인 과학기술인력 수급과 과학기술계의 고령화를 동시에 해결하는 중장기적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먼저, 과학기술인력의 노동시장 이탈 현상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기술변화 적응 및 경력 단계별 역량 강화를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 구축을 통해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미래 과학인재들을 확보해야 하다. 아울러, 과학기술계 고령화에 대비해 은퇴 과학기술인들의 활용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중소기업 지원, 청소년 과학교육, 공적개발원조(ODA) 지원 등 3가지 영역에서 은퇴 과학기술인을 활용하고 있으며, 전체 은퇴 과학기술인 중 30% 정도가 활용된다고 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SCORE·RESEED·RSC·RESET·SSE(미국), PMC(캐나다), JICA(일본), SES(독일)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연구재단, 산업기술진흥협회, 대전시 등에서 은퇴 과학기술인 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진흥기금 출연사업으로 진행되어 왔으며, 올해 새 정부 출범 후에는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진흥기금과 복권기금으로 KISTII에서 운영하고 있는 고경력 과학기술인 활용 지원사업인 ‘ReSEAT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고경력 과학기술인들은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 등 암묵적 지식을 바탕으로 SCI(Science Citation Index)급 해외 과학기술저널, 특허정보, 국외 연구보고서 등을 활용한 정보분석 활동을 하고 있다. 청소년 과학기술 멘토링 등 과학 꿈나무 양성에도 힘쓰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이다. 현대사회는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만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이에 과학기술 경쟁력을 제고시켜 안정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경력 과학기술인 활용 사업을 비롯한 과학인재 양성 및 활용에 대한 정책을 개발해야 하며,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과학강국 실현의 기반을 다져야 할 것이다. 교육에서 은퇴까지 과학기술인재 육성지원 체계 구축의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 [이석기 체포동의안 처리 착수] 이석기 “南 양당체제는 美 분할통치 전략…2017년 대선 승리할 것”

    [이석기 체포동의안 처리 착수] 이석기 “南 양당체제는 美 분할통치 전략…2017년 대선 승리할 것”

    정부가 국회로 보낸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하혁명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일명 산악회)의 총책이었으며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입각한 ‘남한 사회주의 혁명’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조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의원은 ‘새누리-민주 양당체제’를 “미국 제국주의의 남측 분할통치 전략”이라고 평가했고, 지난해 당내 ‘비례대표 경선부정 사태’에 대해서는 “혁명과 반혁명세력의 치열한 전쟁”으로 규정했다. 지난해 8월 경기 광주시 곤지암에서 열린 ‘진실승리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와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민주당을 제치고 제1야당의 위상을 확보한 뒤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집권 시간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념 및 강령] RO의 3대 강령은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남한 사회의 변혁운동을 전개한다 ▲남한 사회의 자주·민주·통일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주체사상을 심화·보급·전파한다로 돼 있다. 여기서 언급되는 ‘자주·민주·통일’에 대해 공안당국은 “북한이 1970년 제5차 당대회 이후 설정한 ‘대남투쟁 3대과제’로서 ‘자주’란 미제를 축출하고 남한사회의 자주권을 확립하자는 ‘반미자주화투쟁’을 의미하고, ‘민주’란 파쇼정권인 남한정권을 타도하고 남한사회의 민주화를 이루자는 ‘반독재(파쇼) 민주화투쟁’을 의미하며, ‘통일’이란 북한식 연방제통일을 이루자는 ‘조국통일투쟁’을 의미한다”고 적시했다. 조직원의 5대 의무는 조직보위·사상학습·재정방조·분공수행·조직생활의 의무 등이다. [RO 가입절차] RO 가입 절차는 ‘학모’(학습모임), ‘이끌’(이념서클), 성원화 등 3단계로 구성돼 있다. 학모 단계는 일명 ‘주사파’ 변혁운동가를 대상으로 모임을 조직해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등 이념 서적을 교재로 사상학습을 진행하는 단계다. 이끌 단계에서는 학모 단계 성원 가운데 주체사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를 대상으로 ‘주체사상에 대하여’ ‘주체의 혁명적 조직관’ ‘김일성 회고록’ ‘김일성 저작집’ 등 북한 원전을 교재로 심화 사상학습을 진행한다. 성원화 단계는 이끌 단계 성원으로부터 자기소개서와 결의서, 추천서 등을 받아 상부에 보고한 뒤 가입대상자와 함께 해변이나 산악지역의 인적이 드문 민박집 등에서 수련회를 가지며 가입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이다. 이때 가입식은 ▲지휘성원의 지시에 따른 민주 열사에 대한 묵념 ▲조직의 강령, 5대 의무(조직보위·사상학습·재정방조·분공수행·조직생활) 고지 ▲결의다짐 ▲대상자 결의발표 및 지휘성원의 환영인사 ▲조직명(가명) 부여 ▲북한 혁명가요 ‘동지애의 노래’ 제창 ▲RO에서 내려준 학습자료로 주체사상 학습 실시 순으로 진행된다. 결의 다짐은 지도 성원이 “우리의 수(首)는 누구인가”라고 외치면, 대상자가 “비서동지”(김정일 국방위원장 지칭)라고 답하는 식으로 한다. [RO조직 체계] RO는 대략 130명을 넘는 특정 다수인으로 구성된 결사체이며, 최초 조직 시점은 2003년 하반기인 것으로 추정된다. 3~5명으로 구성된 세포조직을 단계별로 배치해 총책, 상급세포책, 하급세포책, 최하급세포원으로 이어지는 지휘통솔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RO는 지난해 3월 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킨스타워에서 총책인 이 의원을 진보당 비례대표 선순위로 올려 국회의원으로 만들기 위한 ‘이석기 지지 결의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을 비롯한 RO 조직원들은 국회를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입각한 사회주의혁명 투쟁의 교두보로 인식하는 한편, “한국사회변혁운동, 즉 북한 대남혁명론에 입각한 ‘사회주의혁명’을 달성하기 위해 진보당을 건설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 의원은 조직원들에게 “진보당의 당권을 장악해 정치적 합법공간을 확보한 것은 ‘혁명의 진출’이며, RO 조직원의 국회의원 당선은 ‘교두보 확보’”라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공안당국은 “실제로 RO 조직원이었던 두 사람이 비례대표 및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돼 지난해 5월 30일부터 국회 활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5대 보안수칙 준수] 이 의원을 비롯한 RO 조직원은 ‘사회주의 혁명투쟁’ 전개 과정에서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통신·컴퓨터·문서·USB·외부활동 보안 등 5대 보안수칙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강조했다. 조직과 관련된 사항은 반드시 공중전화기나 비폰(비밀 휴대전화기)을 사용할 것을 주문했고, 모임 시 대화내용 녹음·도청 방지를 위해 반드시 노트북 전원을 끌 것을 당부했다. 개인 이메일로 회합 장소나 조직과 관련된 자료를 송수신하지 말 것과 노트북·PC 하드디스크는 6개월 단위로 교체할 것도 지시했다. ‘사용한 종이는 반드시 소각하라‘ ‘모든 문서는 암호화된 USB로만 관리하라’ ‘삭제한 흔적은 SNOOP 프로그램으로 다시 제거해 분실 또는 수사기관 검거에 철저히 대비하라’ 등도 강조 했다. 수사기관의 미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꼬리따기’도 지시했다. 꼬리따기란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거나 버스로 이동할 때 목적지 전 정류장에서 내려 도보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 밖에 RO 조직원들은 ▲회합 시 실명을 사용하지 않고 상부에서 부여받은 조직명을 사용하라 ▲자료 다운 시 PC방을 이용하되, 같은 장소나 자리를 이용하지 말라 등 준수사항을 지켰다. 특히 구속된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은 압수수색 등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USB를 부숴서 삼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밖에 위급 상황에 대비해 ▲경기도 인근에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해 두었다가 유사시 활용할 것 ▲항상 10만원 정도의 현금을 소지할 것 ▲잠수(도피) 탄 후 재접촉 시 서로 암구호를 교환해 안전을 확인한 후 접촉할 것 등의 수칙도 있다. 이 의원도 지난 5월 12일 비밀회합에서 “보위에는 바늘 틈 하나도 흥정할 겨를이 없는 거야”라면서 “개인이 책임진다”며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택 압수물]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7일 수원지법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의 주소지 및 거소지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그 결과 주소지에서 도청탐지기 1개, 북한대남혁명론에 따른 조직생활을 강조하는 내용의 강의안 2개, 지도핵심육성방안 등에 대해 기술한 자필메모 수첩 2권, 북한의 노동신문에 실린 김용순 비서의 글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조국통일의 문을 열자’ 등 이적 표현물 10여점, 관련 오디오 테이프 10개, CD·DVD 17장, 플로피디스크 7개 등을 발견했다. 거소지에서는 ‘지자체 들어가 공세적 역량 배치’ 등의 내용이 기재된 자필 메모 1점, 이 의원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내용의 편지 57통, USB메모리 2개, 노트북 1대, 검은색 비닐봉지 및 서재 옷장의 등산가방 안에서 5만원권 현금 9100만원 등을 압수했다. [제보자 역할] 공안당국은 이번 사건을 ‘북한의 전쟁도발 위협 상황을 빌미로 현 우리나라 체제 전복을 협의한 내란 음모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RO 핵심 조직원의 제보에 의해 최초 단서를 포착했다”는 점을 밝히며 “범죄사실이 중대하고 그 소명도 충분하기 때문에 이 의원에 대한 구속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제보자는 2004년 RO에 가입해 현재까지 활동해 온 구성원이며,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북한의 호전적 실체를 깨닫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RO의 맹목적 북한 추종 행태에 실망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는 각오로 수사기관에 제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보자는 참고인 조사과정에서 RO의 강령, 목표, 조직원 의무, 보위수칙, 조직원 가입절차, 주체사상 교육과정, 총화사업, 조직원들의 활동에 대한 구체적이고 일관된 내용을 진술했고, 사상학습 자료가 든 USB 메모리를 제출했다. 이어 공안당국은 수원지법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증거물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제보자의 진술이 사실과 부합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공안당국은 또 “이 의원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높고 도주의 우려가 있으며, 주요 참고인에 대해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 의원의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공안당국은 현재 RO가 북한과의 연계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가을이 온다, 깊고 풍성한 연극과 함께

    가을이 온다, 깊고 풍성한 연극과 함께

    가을의 문턱에서 연극 무대가 어느 때보다 풍성해졌다. 역사와 사회, 인간의 내면을 치열하게 파고드는 작품들이 쏟아지고 세계적인 작품들을 새롭게 무대에 올리는 시도가 뜨겁다. 더러는 지극히 사실적으로, 더러는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인간과 사회를 무대 위에 재현한다. 9월 첫째 주부터 현대사를 조명한 작품 3편이 연이어 무대에 오른다. 6~1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말들의 무덤’은 한국전쟁 중 일어난 양민 학살 사건을 목격자의 ‘말’로 되살려낸다. 배우 13명이 양민 학살 목격자들의 인터뷰와 녹취록을 재현하며 전쟁 중 사라져 간 이들의 영혼과 학살을 목격한 이들의 기억을 무대 위로 불러낸다. 이에 앞서 3~15일 용산구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되는 ‘알리바이 연대기’는 아버지와 두 아들의 일대기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들여다보며 개인의 삶이 정치와 무관하지 않음을 증명한다. 거창 주민 학살 사건을 전면으로 내세워 100페스티벌2013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이 땅은 니캉 내캉’은 앵콜 공연으로 3~29일 중구 세실극장에서 공연된다. 사회와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3~22일 중구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되는 ‘천개의 눈’은 영웅 서사, 미궁 신화 등 동서양의 신화와 설화를 바탕으로 인간이 근원적으로 갖고 있는 질투와 수치, 진실과 거짓에 대해 이야기한다. 관객들은 ‘천개의 눈’이 돼 인물들의 수치와 치욕의 역사를 지켜본다. 3~22일 대학로 예술공간SM에서 공연되는 ‘어른의 시간’은 일본의 극작가 가네시다 다쓰오의 희곡으로 학교 폭력 피해자와 가해자, 교사의 20년 뒤에도 계속되는 상처를 사실적으로 그린다. 서울대연극동문회 부설 극단 관악극회는 5~14일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의 ‘시련’을 공연한다. 17세기 말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있었던 마녀사냥을 모티브로 거짓 편견에 사로잡힌 집단적 광기, 신념과 생존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또 세계적인 희곡의 한국 초연 무대도 기대를 부른다. 7일부터 두 달간 대학로 해피시어터 무대에 오르는 ‘퍼즐’은 스릴러 영화 ‘아이덴티티’의 작가 마이클 쿠니의 ‘포인트 오브 데스’가 원작으로, 사고 후 기억을 잃은 남자가 기억을 찾아 가는 과정에서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벌어지는 사건이 긴장감을 선사한다. 4~15일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되는 ‘엄마가 절대 하지 말랬어’는 영국 극작가 샬럿 키틀리의 작품이다. 증조할머니, 할머니, 엄마, 딸 등 4세대의 여성을 복합적인 시점으로 바라보며 여성의 삶과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3년 만에 재공연되는 세계적인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9월 13일~10월 13일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광부화가들’은 평범한 광부들이 그림을 배우면서 화가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빌리 엘리어트’의 작가 리 홀의 희곡으로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묻는다. 12월 1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시어터 무대에 오르는 ‘클로저’는 네 남녀의 아슬아슬한 사랑과 그 속의 집착과 탐욕, 소통과 진실을 가감 없이 그린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돈 있으면 모르는 사람에게도 신뢰 얻을 수 있다”(美연구)

    현대사회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것으로 밝혀져 씁쓸함을 주고 있다. 이를 연구한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자발적으로 타인을 돕는 경우가 사라지고 있지만 돈이 있다면 모르는 사람끼리라도 신뢰감을 높일 수 있다고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근호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가브리엘레 카메라 채프먼대학 경제학연구소 교수는 “산업화한 거대 사회는 돈 없이 발달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연구진은 서로 알지 못하는 448명의 지원자를 모집해 이들끼리 서로 돕는 게임을 하도록 하고 이를 관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일부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게임 후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코인을 얻을 수 있다는 조건으로 타인에 관한 협력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즉 타인에게 친절하고 관대해 협조 요청을 많이 받을수록 나중에 손에 쥐는 현금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코인은 이들 참가자 사이에서 진짜 돈처럼 취급됐고 협력에 대한 대가는 당연한 일로 보이게 됐다고 한다. 더욱이 두 사람 사이 80%의 확률로 성립되던 협력 체제는 배당금이 떨어지는 4명이 되면 49.1%로 줄었고 8명이 되면 34.2%, 32명이 되면 28.5%로 현저히 감소했다. 이에 대해 카메라 교수는 “본래 자연스럽게 이뤄지던 협력 행위는 사회가 성장함에 따라 물질적인 교환 조건으로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남남북녀 연애소설로 포장된 묵직한 위로

    남남북녀 연애소설로 포장된 묵직한 위로

    탈북자 성옥의 첫 번째 집은 북한의 ‘하모니카 집’이었다. 여덟 세대가 웅숭그리고 있는 건물의 맨 끝 집. 겨우내 추녀 아래 매단 명태를 마르는 족족 떼어 먹던 집. 추레하지만 성옥에겐 엄마가 사는 그리움의 공간이다. 성옥의 두 번째 집은 서울 달동네의 반지하방이다. 내 집인데도 ‘혼자’라는 절망과 무망(無望)이 덮쳐 오는 배반의 공간이다. 그런 그녀가 꿈꾸는 세 번째 집을 그려 주겠다는 남자가 등장한다. 이경자(65)의 새 장편 ‘세번째 집’(문학동네)에서다. ‘세번째 집’은 죽음과 맞닿아 본 적이 있는 여자 성옥과 집을 짓는 남자 인호가 교감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탈북 여성과 남한 남자의 연애 소설로 압축하는 것은 성급하다. 탈북자의 전형을 되풀이하는 소설은 더더욱 아니다. 실제 한 탈북 여성을 모델로 한 성옥이라는 인물의 내면으로 침잠해 북한, 탈북자에 대한 편견을 걷어 낸다. 3대에 걸친 성옥의 가족사를 통해 개인의 삶을 옭아매는 질곡 같은 현대사도 꿰뚫는다. 일제 시절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일본 후쿠오카 탄광으로 징용된 할아버지, 일본 규슈의 모지항에서 태어나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옮겨 간 아버지, 북한 함경북도 경성에서 태어나 남한으로 탈출한 성옥. 저마다 고향을 달리하며 조센징, 귀국자, 탈북자라는 꼬리표에 휘둘려 온 비운의 3대다. 작가는 지난 3년간 탈북자 수십명과의 인터뷰, 자료 조사에 매달려 인물들을 세심하게 조형해 냈다. 압록강을 거친 주인공의 탈북 경로와 할아버지, 아버지의 흔적이 깃든 일본 후쿠오카까지 답사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북한자료관을 제집처럼 오가며 김정일 신년사, 북한 교과서, 북한 영화 등으로 탈북자들에게 스며든 이념과 체제의 정서를 체감했다. 탈북자라는 소재는 작가의 전작을 부감해 보면 낯설지 않다. ‘사랑과 상처’(1998)는 식민 시절부터 분단 직후인 1932~1960년을, ‘순이’(2010)는 휴전되던 해인 1953년을 배경으로 했다. 작가는 “고향이 이번 소설을 키워 낸 뿌리”라고 했다. “제 고향이 강원도 양양이에요. 38선 이북이라 북한 지역이었다가 전쟁 나고 휴전이 되면서 남한이 된 땅, 소위 수복지구죠. 이로 인해 제 무의식 속에는 이념 때문에 삶이 박살 나 본 이들의 상처와 슬픔이 스며들어 있었던 거죠.” 그간 차별받는 여성, 이념 때문에 삶이 무너진 이들의 상처에 천착했던 작가는 ‘세번째 집’을 통해 문학관의 변화도 보여줬다. “40대까지는 제 주장을 강하게 발현하고 독자를 긴장시키는 소설을 썼어요. 나이가 들면서는 어떤 이념, 체제라도 사람이 살아가는 것 그 자체보다 더 귀한 건 없다 싶더군요. 그래서 소설가는 독자를 이롭게 하고 위로하는 몫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문학관이 바뀌었어요. 누가 먹어도 탈이 안 나는 음식처럼요.” ‘이성의 호기심을 넘어 그리고 본능의 깊은 켜들을 지나쳐, 성옥의 생의 원형질 같은 것으로 자신의 혼이 스며드는 느낌은 부정할 수 없었다. 수복지구 기념관의 도면을 상상할 때 성옥의 불행과 슬픔과 고통이 상징부호처럼 느껴지곤 했다.’(63쪽) 건축가 인호는 수복지구 기념관을 지으면서 슬픔을 배태한 성옥의 삶의 경로를 쓰다듬는다. “인호는 우리가 북한, 탈북자에게 가졌으면 하는 태도와 감정을 지닌 인물”이라는 작가의 설명처럼 남녀 관계에 갇히지 않고 인류애로 나아가는 성숙함이 돋보인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김무성 공부모임에 ‘금배지 러시’

    김무성 공부모임에 ‘금배지 러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추진 중인 공부 모임에 현역의원들이 몰려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의원 측은 26일 ‘좌편향 역사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가칭 ‘근현대사 연구교실’ 회원을 모집 중이라고 밝혔다. 모임은 다음 달 초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새누리당 소속 의원 및 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한다. 매주 한 번씩 전문가를 초빙해 근현대사 관련 강의를 듣고 토론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모임의 회장은 김 의원이 맡기로 했으며, 간사에 김학용 의원이 내정됐다. 한국사 권위자인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도 프로그램 자문역으로 참여한다. 김 의원이 근현대사 연구 모임을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의원들의 가입 신청이 쇄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3~4일 만에 ‘배지’만 70명 가까이 참가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당내 최대 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52명을 거뜬히 앞지를 뿐 아니라 새누리당 의원 153명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다. 오는 30일까지 회원을 모집하는 것을 감안하면 ‘비의원’ 회원을 포함한 최종 회원 수는 80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의 ‘힘’을 절감케 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 의원에 대한 새누리당 의원 및 당협위원장들의 일종의 ‘구애’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간 침묵했던 김 의원이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주제가 근현대사라는 점에서 김 의원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 등의 ‘파고’를 정면돌파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현대사회 문화의 현주소와 운명을 묻다

    문화의 영역에서도 소비자라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창작자와 구분지어 문화예술을 누리는 입장과 주권을 강조하는 개념으로도 통한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문화예술의 소비자는 시장 논리에 들어 있다. 실제로 문화는 백화점에 진열된 온갖 상품과 마찬가지로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유행과 소비의 한 부분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유행의 시대’는 이른바 불확실성으로 표현되는 현대사회 속 문화의 운명을 짚어 낸 흥미로운 책이다. ‘멈출 수 없는 소비사회에서 잠재적 고객의 혼을 빼놓으려 수없이 경쟁하면서 고객의 선택을 기다리는 상품 보관소.’ 책에서 정의된 문화의 현주소는 이런 설명으로 이어진다. “소비시장은 우리를 문화의 요구에 복종하도록 길들이고, 우리는 소비시장에 의해 식민화되고 착취된다.” 문화는 원래 민중에게 최고의 사상과 창의력을 전해 주고 교육하는 변화의 동인이었음을 저자는 강조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문화는 그런 사명의 역할 대신 유혹의 수단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현대인들은 그 문화가 만들어 낸 유행을 매일 소비하고 살아가고 있다. 온 인류가 공유하는 똑같은 문화는 초국적 자본이 최대한의 이윤을 얻기 위한 상품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백화점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곧 진열대에서 사라질 상품처럼 동시적인 소비와 유행이 일상화된 문화 역시 다양성이 바탕이다. 많은 현인들은 그래서 이제 시장으로 넘어간 문화의 역할을 놓고 이렇게 말한다. ‘그들’과 ‘우리’ 사이의 차이를 인정하는 다문화주의가 대안이라고.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은 다양성 존중보다는 문제의 원인을 이해한 사람들이 함께 행동하지 못하도록 막는 분열의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결국 책 말미에서 저자는 대중과 예술이 계속 만남을 가져야 한다고 못 박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우리 시대의 예술은 만남 속에서 잉태되고 태어나고 실현된다. 그러한 만남을 위해서는 지역적인 풀뿌리 예술과 공연 계획을 장려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봉인 풀린 한국사 문서들 인터넷으로 본다

    봉인 풀린 한국사 문서들 인터넷으로 본다

    미국의 한 싱크탱크가 한국 현대사와 관련한 세계 각국의 최신 비밀해제 문서들을 모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했다. 워싱턴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는 22일(현지시간) 자체 연구진이 개발한 ‘한국 현대사 포털’(Modern Korean History Portal)을 개관했다고 밝혔다. 이 포털의 인터넷 주소는 http://digitalarchive.wilsoncenter.org/theme/modern-korean-history-portal 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 후원으로 개발된 이 포털은 40여개에 이르는 세계 각국의 기록보관소 등에서 수집한 최신 비밀해제 문건을 원문 또는 번역문 형태로 수록하고, 이를 일반에 무료로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다. 이 포털은 한반도 전문가인 제임스 퍼슨 연구원의 주도로 우드로윌슨센터 공공정책프로그램 소속 정보기술(IT), 대외협력팀이 3년간에 걸쳐 개발됐으며 이날 공개됐다. 날짜, 주제, 위치, 언어, 작성자 등을 기준으로 분류 검색이 가능하고, 검색 결과에 따라 연관된 문서도 동시에 나타나기 때문에 필요한 관련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게재된 자료들은 주로 한국과 러시아, 중국, 미국, 루마니아, 독일, 알바니아, 몽골, 폴란드 등 수십여개 국에서 수집된 중요 문건, 연표, 논문, 주요 인사 프로필 등이다. 특히 남북관계는 물론 한·미관계, 북한과 공산권과의 관계에 관한 비화들이 담겨 있는 문서가 다수 포함돼 있다. 퍼슨 연구원은 “이 포털은 학자, 학생, 정책입안자들에게 필요한 교육과 연구의 기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면서 “지금은 외교·안보 중심이지만 앞으로 스포츠 등 여러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제교류재단 관계자는 “한국 근·현대사 자료를 총망라해 게시한 미국 최초의 포털”이라고 했다. 우드로윌슨센터는 이번 포털 개설을 계기로 앞으로 한·미 양국의 일선 학교에서 이용할 수 있는 교육 자료를 개발하고 한국사공공정책연구소 설립 등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책꽂이]

    정치와 비전 3(셸던 월린 지음, 강정인·김용찬·박동천·이지윤·장동진·홍태영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미국의 저명한 정치 철학자인 저자의 대표작. 1960년 첫 출간 뒤 760여쪽의 방대한 저술이 3권으로 나뉘어 ‘정치와 비전 1’(2007), ‘정치와 비전 2’(2009)가 먼저 출간됐다. 이번에 출간된 ‘정치와 비전 3’는 새롭게 추가된 7개의 장을 담았다. 480쪽. 2만 3000원. 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사건 추적(표창원 지음, 지식의숲 펴냄) ‘묻지마 살인’에 온 국민이 자주 경악하게 되는 현실에서 범죄 수법도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정교해진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범죄자, 혹은 피해자로 만든 것일까. 프로파일러 표창원 박사가 범죄자의 심리 구조와 방법을 세밀하게 분석해 사회적 대처 방안을 제시했다. 280쪽. 1만 3800원. 개마고원(고승철 지음, 나남 펴냄) 남북 문제를 다룬 정치 소설이다. 언론인 출신의 작가는 북한 지도자가 비핵화를 고민하고, 남북 정상이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을 극비리에 추진하는 세계를 상상했다. 6·25 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의 배경이 된 개마고원을 무대로 서적 외판원 출신의 주인공 장창덕과 재벌 기업인 윤경복, 한국 근현대사 학자 서연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장창덕과 윤경복이 북한의 반체제 세력에 자금 후원을 시도하던 중 이들을 돕던 서연희가 북한 군부에 납치된되면서 장창덕은 서연희를 구하기 위해 개마고원으로 향한다. 406쪽. 1만 2800원. 가보고 싶은 나라 알수록 재미있는 나라 폴란드(윤형중 지음, 역사공간 펴냄) 통일부 공무원이자 바르샤바대 유학생 출신인 저자가 3년간 폴란드에 머물며 보고 듣고 느낀 폴란드 이야기. 독일, 러시아, 오스트리아, 헝가리에 둘러싸여 부침을 겪던 단일민족 국가라는 점에서 동질감이 느껴진다. 폴란드의 역사와 문화를 두루 조명했다. 424쪽. 1만 7000원. 메갈로마니아(온다 리쿠 지음, 송수영 옮김, 문학동네 펴냄) ‘밤의 피크닉’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등으로 유명한 일본 추리 소설가가 쓴 중남미 여행기. 책 제목은 ‘과대망상’이라는 뜻이다. 여행지에서 떠오르는 생각이나 소설 소재가 될 망상을 현실 속 여정에 엮어 여행기로 꾸몄다. 술, 음식 이야기도 맛깔스럽게 녹였다. 280쪽. 1만 3800원. 대통령 의전의 세계(김효겸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역대 청와대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실 근무자 가운데 최장 근무 기록을 보유한 저자가 쓴 대통령 의전 이야기. 광복절 경축식 같은 연례행사, G20서울정상회의 등 국제행사, 대통령의 독도·연평도 방문 같은 특별행사 등 다양한 사례와 사진, 에피소드들을 소개했다. 360쪽. 2만 5000원. 화폐 이야기(송인창 등 지음, 부키 펴냄) 행정고시 41~46회 출신 기획재정부 공무원 7명이 화폐의 역사, 금융의 명암, 기축 통화 등 화폐 관련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저자들은 “금융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양적완화 정책은 불가피하지만 화폐 남발을 지속해 위기를 벗어나려는 시도는 더 큰 불행을 불러온다”고 지적한다. 416쪽. 1만 5800원. 자동차 주말여행 코스북(유연태 외 4인 지음, 길벗 펴냄) 대한민국의 빼어난 드라이브 코스를 모았다. 여행작가 유연태씨, 여행 관련 홍보대행사를 운영하는 전계욱·온석원씨 등 여행광 5명이 저자로 참여했다. 주말이면 ‘어떤 도로를 타고 어디로 갈까’ 하는 고민에 시달려 온 독자에게 그 해답을 속시원히 제시해 주는 책이다. 가족, 연인, 싱글족 등 누구에게나 맞춤한 정보들이 들어 있다. 놓치면 아쉬운 주변 볼거리와 지역의 대표 맛집, 그리고 숙박 정보까지 알차게 담겼다. 496쪽. 1만 7500원.
  • [김종면 칼럼] 역사지식 없이 역사인식 없다

    [김종면 칼럼] 역사지식 없이 역사인식 없다

    다시 꺼내어 말하기도 민망하다. 요즘 청소년들 중에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독립운동가를 안중근이 아닌 안창호로 알고 있고, 3·1절을 ‘3점1절’로 읽는가 하면, 야스쿠니 신사를 ‘야스쿠니 젠틀맨’이라고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개그가 아니라면 그저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수백만명의 동족이 희생된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인 줄 모르는 고등학생이 태반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현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근현대사에 대해 이처럼 까막눈인데 고대나 중세사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 한국사 교육을 홀대한 업보라고 하지만 꼭 맞는 말은 아니다. 한국사 교육이 강화된 1977년 3차 교육과정부터 한국사가 고등학교에서 필수, 선택, 또다시 필수로 30년 넘게 공깃돌 신세를 면치 못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청소년의 역사인식 부재는 한국사 교육이 형식과 내용에서 부실했고, 더 결정적으로는 모든 것이 입시로 통하는 척박한 교육 현실 탓이 크다. 2011년 한국사를 고교 필수과목으로 바꿀 때 이미 대입수능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국사 교육의 한계는 충분히 예견됐다. 집중이수제라는 이름으로 한 학기에 벼락치기로 몰아 가르치고 무슨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겠는가. 2005년도 수능부터 한국사가 선택과목이 되면서 그해 전체의 27.7%였던 한국사 선택 비율은 2013학년도에는 7.1%로 떨어졌다. 인문계 대입에서 자국사를 필수로 하는 중국이나, 일본사의 대입 선택 비율이 40%나 되는 일본과 대비된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으로 비치지 않을까 두렵다. 한국사 수능 필수 문제는 이 같은 맥락에서 접근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기조 가운데 하나가 문화융성이다. 이를 위해 인문학의 중요성을 유독 강조한다. 기업들도 인문경영에 나섰다. 가히 ‘인문학 르네상스’다. 그런데 정작 인문학의 핵심인 역사에 대한 대접이 초라하다. 청소년들은 ‘역사문맹’ 증상까지 보이니 이 무슨 조화인가.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사가 수능 선택으로 남아 있는 한 아무리 역사교육을 강화한들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사를 수능 필수로 지정하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 수능 필수가 한국사 교육을 암기식으로 흐르게 해 역사의식을 키우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암기가 악인가. 어떤 학문이든 암기해 놓은 기초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더 넓은 응용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공자 왈 맹자 왈 하며 경(經)과 사(史)를 외우는 것이 흠이 아니듯 우리 역사의 사실을 암기하는 것이 잘못일 이유가 없다. 자잘한 지식의 조각들이 다 인문학적 상상력의 모태요 역사인식의 근원이다. 청소년 스스로 자신의 역사인식 지수를 재어 본다면 수능 필수를 가외의 부담으로만 여기지는 못할 것이다. 다른 사회 과목과의 형평성도 문제다. 한국사를 사회탐구 영역에서 떼어내 필수과목으로 하는 선에서 정리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명분이 있는 일이라면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 뿌리 내린 역사인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그런 만큼 잘 가르치고 잘 배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끝없는 역사교과서 정치편향 논란에 학생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른다. ‘정권사관’에 따라 근현대사 교육의 내용이 오락가락했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좌·우 편향 논란을 빚고 있는 개정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최종 검정 결과가 곧 나올 예정이다. 또다시 2008년 금성교과서 사태와 같은 ‘사관전쟁’이 재현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몫이다. 한국사 수능 필수화의 참뜻은 역사교육의 정상화를 통해 세계인식의 지평을 넓혀 보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사’ 교육은 일국사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세계사까지 아우르는 ‘역사’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사 수능 필수의 결단을 빨리 내려야 한다. 그 이후에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jmkim@seoul.co.kr
  • [광복 68주년 의미 있는 행사 2題] 애국·진보운동 태두 조봉암 생가 복원한다

    [광복 68주년 의미 있는 행사 2題] 애국·진보운동 태두 조봉암 생가 복원한다

    제68주년 광복절을 맞아 독립운동가이자 ‘진보운동의 태두’로 추앙받는 죽산 조봉암(1899∼1959) 선생의 사상과 업적을 재조명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누구보다 애국적인 삶을 살았지만 공산주의자로 몰려 정적인 이승만에 의해 ‘사법살인’된 조봉암을 되돌아보자는 움직임이 죽산의 고향인 인천에서 일고 있는 것이다. ‘죽산 조봉암 기념사업중앙회’는 우선 생가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회는 죽산의 생가터를 강화군 선원면 금월리 가지마을로 확정하고 토지 매입, 생가 건립 방안을 인천시와 협의 중이다. 시는 이 사업에 1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여기에는 송영길 인천시장의 의지가 담겼다. 진보주의자인 송 시장은 “조봉암은 현대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죽산을 객관적으로 조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동운동 원조’ 지용택(76)씨가 이끄는 새얼문화재단이 주축이 돼 동상 건립운동도 추진하고 있다. 재단은 2011년부터 시민 성금으로 7억 5000만원을 모았다. 목표액 8억원이 달성되면 동상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조봉암은 30세 때 3·1운동에 참가했다가 주동자로 체포돼 서대문형무소에서 1년 동안 복역했다. 1920년 서울로 상경, YMCA 중학부에서 수학하다 비밀리에 독립운동을 준비한 혐의로 또다시 평양경찰서에 잡혀가 모진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해방 후에는 제헌의원·초대 농림부 장관이 돼 농지개혁과 농업협동조합운동을 전개했다. 1952년과 1956년 잇따라 제2·3대 대통령에 출마했으나 차점으로 낙선했다. 그 후 진보당을 창당했으며 1958년 1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돼 대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이듬해 7월 형이 집행됐다. 그러나 2011년 1월 대법원에서 간첩죄와 국가보안법 위반 등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았다. 백범 김구 선생이 구한말 인천에서 감옥생활을 한 곳에 기념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힘을 얻고 있다. 인천중구의회 전경희 의원은 김구 선생이 옥고를 치렀던 중구 내동 감리서 터의 역사성을 활용, 기념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천 감리서는 김구 선생이 1896년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대한 분노로 일본인을 살해하고 수감된 곳이다. 1911년 독립운동을 하다 두 번째로 수감된 곳도 감리서다. 인천시는 중구에서 공식 요청이 오면 이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광복 68돌…역사 부정하는 日] 한국 역사 소개하는 일본인… 강화군 문화해설사 와카즈키 에이코씨

    [광복 68돌…역사 부정하는 日] 한국 역사 소개하는 일본인… 강화군 문화해설사 와카즈키 에이코씨

    “일본에서 8월 15일은 전쟁이 끝난 날이고, 미국에 패배한 날이에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날을 ‘광복절’이라고 해서 느낌이 사뭇 달랐어요.” 150여년 전 강화도 조약으로 한국의 슬픈 근대사가 시작된 현장에서 한·일 사이의 아픈 역사를 극복하고자 팔을 걷어붙인 일본인이 있다. 주인공은 인천 강화군 문화관광해설사로 일하는 와카즈키 에이코(50)씨. 그는 14일 30도가 넘는 불볕더위 속에서도 문화관광 안내소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에게 강화도의 역사를 설명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1995년 한국으로 시집오면서 강화군에 정착한 와카즈키씨는 2006년부터 8년째 관광객에게 강화도의 문화 유적지를 소개하고 있다. 와카즈키씨는 “한국에 와서 역사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면서 “일본에서는 한·일 근현대사가 1910년 한일 강제병합 얘기로 끝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역사교과서와 비교해 보니 일본 교과서는 한·일 관계사를 왜곡한 것도 많고 아예 다루지 않는 사실도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와카즈키씨는 일본 사람들이 그동안 잘못된 역사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 동원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께 마땅히 사죄하고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와카즈키씨가 한국에서 역사 공부를 시작한 것은 시아버지의 영향이었다. 시집온 첫날 시아버지가 보여준 전주 이씨 족보에 매료됐다. 이후 강화군에서 지원하는 해설사 교육을 받았고 정식으로 문화관광 해설사가 됐다. 그는 “한국의 문화 유적지에는 일본과 얽힌 아픈 역사가 적지 않아 설명할 때 조심스럽다”면서 “한 번은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데 한 어르신이 일본을 욕해서 얼굴이 화끈거린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와카즈키씨는 한국을 방문한 일본 관광객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알리는 일이 뿌듯하다고 했다. 그 가운데 일본의 친정어머니가 한국에 대한 생각 자체를 바꾼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그는 “어머니는 한국인을 ‘조선인’이라고 불렀고, 한국에 시집간다고 했을 때는 아예 모녀의 연을 끊자고 했을 정도였다”면서 “그런데 경복궁을 보고서는 ‘한국은 참 고운 나라’라며 ‘그동안 한국을 잘 알지도 못하고 무조건 결혼을 반대해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부와 같은 나라”라면서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일본이 역사를 정확하게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10년 맞은 부천만화대상 대상작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0년 맞은 부천만화대상 대상작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올해 10회를 맞은 부천만화대상의 최고 영예는 최근 전 20권으로 완간된 박시백 작가의 대하 역사 교양 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하 조조록·휴머니스트 펴냄)이 차지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2013부천만화대상 대상작으로 박 작가의 ‘조조록’을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송동근 작가의 ‘피터 히스토리아’에 이어 교양 만화가 2년 연속 대상을 거머쥐었다. ‘조조록’은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기록문화 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조선의 정사(正史)를 충실히 담아내면서도 역사를 읽는 재미를 보태 지금까지 70만부 이상 팔려나간 스테디셀러다. 박재동 화백에 이어 한겨레신문 만평을 담당했던 박 작가는 2001년부터 조선왕조실록을 만화로 옮기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03년 첫 권인 ‘개국’을 발표했고, 지난달 첫 권을 낸 지 10년 만에 마지막 권인 ‘망국’을 펴냈다. 박 작가에게는 상금 1000만원과 함께 내년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에서 특별전을 열고, 축제 메인포스터를 그리는 기회가 주어진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에서 출판된 만화와 연재가 종료된 웹툰 등을 대상으로, 만화 관련 단체로부터 추천받은 만화계 인사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후보작을 엄선했다. 두 차례 선정 회의를 거치며 압축된 작품을 놓고 최종심사가 진행됐다. 김형배 전 우리만화연대 회장, 김종범 작가, 강인선 거북이북스 대표, 서찬휘·한상정 만화평론가 등 5명이 최종심에 참여했다. 4대에 걸쳐 우리 근현대사를 걸어온 가족 이야기를 담은 정용연 작가의 자전적인 작품 ‘정가네 소사’(휴머니스트 펴냄)와 경향신문에서 연재되고 있는 네컷 만화 ‘장도리’를 모은 박순찬 작가의 ‘나는 99%다’(비아북 펴냄)가 우수만화상을 받았다. 잊혀진 팔레스타인의 고대사와 왜곡된 근현대사를 다룬 원혜진 작가의 ‘아 팔레스타인’(여우고개 펴냄)이 어린이만화상을 받았다. ‘게릴라들’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출신 엠마뉘엘 르파주 작가의 르포르타주 ‘체르노빌의 봄’(길찾기 펴냄)은 해외작품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신설됐으나 수상작이 없었던 학술평론상은 서은영 박사의 ‘1920년대 매체의 대중화와 만화’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은 이날 열린 제16회 부천국제만화축제 개막식과 함께 치러졌다. 한편, 만화계에서는 올해 부천만화대상 수상 결과를 놓고 일부 분야에 대한 쏠림 현상이 있는 게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교양 학습 만화가 사상 처음으로 대상을 받는 파격을 연출한 데 이어 올해 수상작 대부분이 시사 교양 만화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올해 수상작 가운데 이야기(스토리) 만화로 분류할 수 있는 작품은 ‘정가네 소사’ 정도다. 만화 팬들은 지난해와 올해 최고 화제작이었던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 수상 목록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해 의아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진흥원 관계자는 “미생은 올해 6월말까지 완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후보작에 오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조록’의 경우 7월에 마지막 권이 공식 출간됐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진흥원 관계자는 “조조록의 경우 가제본이 7월 이전에 나왔기 때문에 심사 과정에서 후보작에 포함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휴머니스트 측은 “가제본이 아니라 애독자를 대상으로 초고본 500부를 미리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휴머니스트는 ‘조조록’ 완간을 앞두고 채색 전 작화 단계의 마지막 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펼친 바 있다. 최종심에 오르지 못했지만 캐러멜 작가의 ‘다이어터’, 이종규·이윤균 작가의 ‘전설의 주먹’, 이재헌·홍기우 작가의 ‘야뇌 백동수’ 등 스토리 만화가 경합을 펼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부천만화대상 관련, 대상을 제외한 나머지 시상 분야가 해마다 새로 생기고 없어지며 조금씩 달라지는 등 상의 권위를 스스로 깎아 내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한국 성문화·사회 변화 ‘선데이서울’에 고스란히”

    “한국 성문화·사회 변화 ‘선데이서울’에 고스란히”

    “‘선데이서울’에는 1970년대 이후 한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과 그 이면에 가려진 성(性)문화 등 변화하는 사회 현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토드 헨리(42) 교수는 13일 오전에도 서울신문 자료열람실을 찾아 1970~80년대를 풍미한 서울신문의 인기 주간지 ‘선데이서울’을 뒤지고 또 뒤졌다. 지루한 장마와 불볕더위가 제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지난달 12일 이후 그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달째 열람실에 ‘출석’ 중이다. 우리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는 헨리 교수는 “안식년을 맞아 풀브라이트 장학금으로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과 함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의 제목은 ‘해방 이후 한국의 성문화’. 외국인으로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연구다. ‘선데이서울’은 서울신문이 1968년 9월 창간해 연예계 소식뿐만 아니라 가려진 사회 이슈들까지 두루 다뤄 재미와 정보를 챙긴 국내 최초의 본격 오락 잡지다. 1991년 12월 휴간될 때까지 23년간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선데이서울’은 1970~80년대 신문이나 방송 등의 매체에서 다루지 않았던 한국 사회의 뒷얘기를 시시콜콜 다뤘기 때문에 한국의 성문화와 사회상을 연구, 조명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자료입니다. 좋은 연구 성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헨리 교수는 ‘별들의 고향과 내 마음속의 경아’ ‘행실 나쁜 아내와 막벌이꾼의 순정’ ‘제비족과 꽃뱀들의 천국’ 등의 기사를 읽으면서 “재미있지 않으냐?”고 되묻기도 했다. 한국에 대한 그의 유별난 관심은 1993년 일본 오사카 간사이대에서 시작됐다. “당시 조지워싱턴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다 간사이대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었죠. 재일교포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 살면서 한국 사람들과 친해지게 됐는데, 그들이 일본 사회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 걸 알게 된 후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자신이 유대인으로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느끼며 자란 탓일까. 내친김에 1999년 고려대 어학당에 입학해 ‘한국어와 일제강점기의 식민지 역사’를 공부했다. 직업 외교관의 꿈도 접었다. 이후 2006년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일제 식민지 시기 경성의 도시 공간’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콜로라도주립대에서 근대 동아시아사 교수로 재직하다 2009년부터 UCSD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가르치고 있다. 지금 그는 한국 사람보다 더 진하게 ‘한국식’으로 산다. “요즘 같은 날씨엔 시원한 콩국수를 즐겨 먹는다”면서 “아마도 전생에 (내가) 한국인이 아니었을까 싶다”며 활짝 웃었다.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K팝의 열기가 식어 버릴까 봐 누구보다 걱정하는 그다. “가수 싸이 열풍 덕분에 미국 내에서 한국학에 대한 교육 열기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어요. 해외에서 한국학을 꾸준히 육성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와 지역 한인 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꼭 필요합니다.” 글 사진 최해국 정보지원팀장 seaworld@seoul.co.kr
  • [씨줄날줄] 최장집의 고도(Godot)/진경호 논설위원

    정치학자 최장집을 ‘한국 정치학의 거두’ 정도로 간결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듯하다. 지난 2008년 고려대 교단을 떠나기까지 30년 남짓 ‘한국현대사’(1985년)를 시작으로 ‘한국민주주의 무엇이 문제인가’(2008년)에 이르기까지, 아니 은퇴 뒤에 쓴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2012년)에 이르기까지 20여권의 한국정치 서적과 100여 편의 국내외 논문을 펴내며 남들이 쫓아오지 못할 만큼 왕성하고 치열한 학문적 활동을 벌여 온 이력과 업적만으로 그를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10년 6월 프레시안 인터뷰를 통해 밝혔듯 그는 한국 민주주의의 감시견이었다. 엄혹한 시절 어깨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서는 대신 저술과 강연,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한국의 민주주의를 비판하고 제언했다. ‘진보적 자유주의자’를 자임하는 그는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을 강조하면서도 마르크시스트 말고 마키아벨리스트가 되라고 외쳐 왔다. 현실에 발을 디딘 실용정치를 역설했다. 어느 정파와도 편먹지 않았고 시류를 좇지 않았다. 보수와 진보는 그런 그가 늘 고마웠고, 아쉬웠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자문위원장을 맡으면서 그는 보수 진영의 표적이 됐다. 월간조선과 이른바 ‘최장집 사상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다음 정권인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외려 진보의 표적이 됐다. 철저한 대의민주주의 신봉자였던 그가 누구보다 앞장서서 노 정부를 혹독하게 비판하자 진보 진영은 ‘변절’ 운운하며 그를 몰아붙였다. 뒤이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로는 그가 대통령과 대학 동문인 까닭에 비판의 칼날이 무뎌졌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지난 5월 안철수 캠프에 전격 합류해 보·혁 진영 모두를 놀라게 한 그가 불과 석 달도 안 된 오늘 정치인 안철수와 결별한다고 한다. 또 한 번 충격이다. 기성정치를 뛰어넘을 차세대 리더군의 역할을 누구보다 강조하고 소망해 온 그다. 고도(Godot)를 기다리는 블라디미르의 심정으로 아직도 미완에 머물러 있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안타까워해 온 그다. 까닭은 모르겠으나 결별은 적어도 그에게 안철수는 고도가 아님을, 아니 고도를 함께 기다려 줄 에스트라공이 아님을 뜻하는 듯하다. 안철수의 ‘한때 멘토’였던 김종인은 새누리당으로, 윤여준은 문재인에게 갔다. 대선 때 영입한 이헌재와는 ‘잘못된 만남’이란 비난 속에 금세 손을 놓아야 했다. 이들 모두 몇 달을 함께하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최장집을 붙잡네, 마네 하기 전에 자신에게 던져야 할 안철수의 근본적 질문이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생명의 窓] 자유여 자유여/차동엽 신부·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장

    [생명의 窓] 자유여 자유여/차동엽 신부·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장

    4·19, 5·18, 6·10, 6·25, 미구에 맞이할 8·15를 바라보자니, 문득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자유’라는 신기루가 흐린 시야에 어른거린다. 자유! 이는 비단 온갖 침탈과 압제에 시달려온 슬픈 현대사가 처절하게 외쳐온 우선적 소원일 뿐 아니라, 역사 이래 인류가 본능처럼 꿈꿔온 숙원이기도 하다. 그만큼 자유는 소중하다는 말이며, 그에 비할 때 자유를 누린다는 것이 녹록지 않다는 얘기다. 사실 “요것만 없어지면 자유로울 텐데” 하며 탄원했던 외적 강압 요인들은 많은 우여곡절 끝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있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상황이 좋아진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자유를 맘껏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적지 않은 이들이 뭔가에 쫓기듯 살아가고, 표정마다 간밤에 가위에 짓눌린 여운이 역력하고, 심지어 “다 내 맘대로!”를 주장하는 이들조차도 문화 매너리즘에서 일탈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유행, 트렌드, 집단 가치에 이끌려 휘둘리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한 마디로, 새로운 형태의 억압기제가 계속 다채롭게 창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쓴 에리히 프롬의 통찰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 ‘억압기제’의 창조자는 누구인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자유’를 그토록 갈망하고 있는 ‘나’ 자신이다. 이쯤에서 꼭 짚어봐야 할 물음. 자유란 무엇인가? 많은 사상가들이 그 정의를 내렸다. 그 가운데 나는 “자유란 최선을 인식하고 최선을 행하는 능력이다”라고 간파한 소크라테스의 그것을 단연 으뜸으로 꼽는다. 그는 ‘자족’을 자유의 척도로 보았다. 만일 어떤 사람이 진정으로 자유를 누렸는가 아닌가를 말하려면 그가 자신의 행동이나 처지에 대하여 자족하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는 말이다. 의미심장한 깨우침이다. 여기에는 거짓 자유에 대한 고발도 내포되어 있다. 즉, 어떤 사람이 “이것은 내 자유야, 내 마음대로라고!” 말하면서 어떤 행위를 한 다음 결국 후회를 하게 되면, 그것은 진정한 자유가 못 된다는 것이다. 왜? 그는 결국 ‘후회’의 노예로 전락한 셈이니까! 여기서 자유에 대한 장황설을 늘어놓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지금 우리 사회가 자유의 반쪽 조건인 ‘최선을 인식하는 능력’에 대해서 성찰할 시점에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오늘날 우리 사회는 너무 흑백논리 내지 진영논리에 휘둘리고 있다. 하지만 이 사회에 있는 그대로의 현상은 엄연히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 그것이 축소 또는 과장, 왜곡 또는 조작될 때, 우리의 인식은 최선에서 멀어지는 법이다. 그만큼 자유는 또다시 요원해지는 것이고. 이 성찰에는 너나가 없다. 각자 자신의 신념을 우주적 지평에서 객관적으로 점검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 내가 취하고 있는 노선, 나의 소신은 과연 이데올로기화되지 않았는가? 이를 되물을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는 이런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서슴지 않고 폭넓은 독서를 권한다. 어느 목사님이 이런 과격한 말을 했다. “책을 안 읽으면 저주받는다.” 저주라니? 그는 말한다. “알던 사람 알다가 쓰던 물건 쓰다가 죽는 저주!” 늘 하던 말 하다가, 하던 생각 하다가, 하던 행동 하다가 죽는 불행은 피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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