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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찾은 민주당 의원들, 이재명 ‘1심 의원직 상실형’에 망연자실

    법원 찾은 민주당 의원들, 이재명 ‘1심 의원직 상실형’에 망연자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한 친이재명(친명)계 의원 40여명은 15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 사건 1심 재판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충격에 빠진 듯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한성진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판결에 현장에 있던 민주당 인사들과 지지자들은 망연자실해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짧은 입장 발표 이후 차량으로 이동한 이 대표를 따라 법정 앞을 떠났다. 일부 의원들은 입술을 앙다물기도 했고,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다들 생각이 많아졌다”며 “(재판부가) 결론을 정해놓고 (판결문을) 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재판 결과에 대해 “오늘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에 한 장면이 될 것”이라며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항소하게 될 것”이라며 기본적인 사실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께서도 상식과 정의에 입각해서 판단해보시면 충분히 결론에 이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표는 법정에 들어서기 전 박찬대 원내대표, 이해식 당 대표 비서실장, 김민석·전현희·한준호·김병주·이언주·주철현 최고위원, 조승래 수석대변인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한 친명계 의원 40여명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일부 의원들은 1심 선고를 앞둔 이 대표에게 웃으며 응원을 건네기도 했다. 이 대표는 ‘4개의 재판 중에 첫 선고인데 심경이 어떤지’, ‘재판 지연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 대선가도 ‘빨간불’ 이재명 “수긍하기 어렵다”…1심 징역 1년·집유 2년

    대선가도 ‘빨간불’ 이재명 “수긍하기 어렵다”…1심 징역 1년·집유 2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이라는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대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이 대표는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한성진)는 이날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죄책과 범죄가 상당히 무겁다”며 “선거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하지만 허위사실 공표로 인해 잘못된 정보를 수집해 민의가 왜곡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차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또 최종 확정되면 민주당은 대선 비용 434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 20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 선고 후 이 대표는 예상치 못한 판결이었다는 듯 한동안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이후 이 대표는 법원을 나서 취재진을 만나 “오늘의 이 장면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한 장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기본적인 사실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그런 결론”이라며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도 상식과 정의에 입각해 판단해보면 충분히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판결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이동했다. 앞서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21년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성남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을 한 혐의로 2022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2년여 걸린 이날 1심 선고가 나왔다. 앞으로 이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이 더 많아 그의 정치 운명도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이 대표가 받아야 할 재판만 4개인데다 항소하게 되면 재판이 장기화하면서 대권주자로서의 위치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위증교사 사건은 오는 25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또 대장동·위례 사건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대표가 무죄라고 주장해온 민주당은 예상치 못한 판결이라며 큰 충격에 빠졌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법원으로 가는 도중 분노어린 비보를 접하고 차를 돌린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판사 겁박 무력 시위에도 법에 따른 판단을 한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경의를 표한다”며 “국민의힘이 국민과 함께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에 대한 의지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 이재명 “1심 선고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항소할 것”

    이재명 “1심 선고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항소할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재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자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선고 공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 여러분께서도 상식과 정의에 입각해 판단하면 충분히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오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라며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한성진)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경우 민의가 왜곡되고 훼손될 수 있다”며 “피고인을 향해 제기된 의혹이 국민의 관심사인 상황에서 방송 매체를 이용해 파급력과 전파력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어 “죄책과 범죄가 상당히 무겁다”며 “선거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하지만 허위사실 공표로 인해 잘못된 정보를 수집해 민의가 왜곡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21년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성남 분당구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을 한 혐의로 2022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대표는 2021년 12월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제가 시장 재직 때는 (김 전 처장을) 몰랐고요. 하위 직원이었으니까요.” “제가 실제로 하위 직원이라서 기억이 안 나고요.” 등 김 전 처장을 몰랐다고 허위 발언한 혐의를 받는다. 2021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 나와 식품연구원 부지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에서 저희한테 압박이 왔다”며 “만약에 (백현동 용도 변경을) 안 해주면 직무 유기 이런 것을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당선을 목적으로 이같은 허위 발언을 했다고 판단한 반면, 이 대표는 해당 발언이 개인의 주관적 인지 영역으로 사실 판단을 할 수 없는 데다 고의성이 없었다고 맞섰다. 법원은 이 대표의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은 일부 무죄, ‘백현동 용도 변경 협박’ 발언은 유죄로 판단했다.
  • ‘마리우폴에서의 20일’, 눈 감지 않고 고개 돌리지 말고 봐야하는 이유[영화잡설]

    ‘마리우폴에서의 20일’, 눈 감지 않고 고개 돌리지 말고 봐야하는 이유[영화잡설]

    창가 너머로 보이는 건물들 여기저기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길가에는 러시아군을 의미하는 ‘Z’를 페인트로 칠한 탱크가 포를 마구 쏴댑니다. 무전기를 통해 위기 상황을 경찰에 연락해보지만 속수무책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러시아군의 침공에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므스티슬라우 체르노우를 비롯한 AP 통신 기자들이 찍은 영상으로 만든 다큐멘터리입니다. 2022년 2월 4일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 갑자기 폭격기의 공습이 시작됩니다. 항구 도시인 마리우폴은 러시아가 크름반도도 진격하는 길목에 있는 도시입니다. 사람들이 미처 도망치지도 못하는 순간 러시아군이 공습과 동시에 이곳을 포위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기자회견 장면. “우리에게 가해진 위협에서 벗어나고 재앙을 막고자 하는 방어적 공격”이라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민간인은 습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거짓말입니다. 카메라는 푸틴의 거짓말을 낱낱이 벗겨냅니다. 4살짜리 에반겔리나는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고 병원에 실려 왔고, 손도 쓰지 못했는데 생을 마감했습니다. 엄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병원 의사들은 망연자실 바닥만 봅니다. 영상을 찍던 기자도 헬멧을 벗고 한숨을 쉽니다. 러시아군의 공습과 폭격이 이어지면서 전기가 끊기고, 인터넷도 끊깁니다. 영상을 외부로 보내 이곳에서의 참상을 알려야 하지만, 상황은 어려워집니다. 시민들이 도시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러시아가 임시 휴전 협상을 깨고 도시를 봉쇄했기 때문입니다. 진통제를 비롯한 의약품은 떨어집니다. 영안실이 시체로 가득해 다용도실에 시체를 보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물과 식량이 줄어들면서 시민들은 상점을 약탈합니다. “전쟁은 인간의 내면을 볼 수 있는 엑스레이와 같다”는 말이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기자는 공습과 폭격 속에서 목숨을 걸고 인터넷이 되는 곳을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이렇게 나간 영상들이 전 세계에 공개됩니다. 그러자 러시아는 이를 ‘가짜뉴스’로 몰아갑니다. 산부인과 병원 폭격으로 임신부가 죽었는데, 러시아는 ‘배우를 써서 연출했다’고 반박합니다. 그렇게 보낸 20일, 기자는 영상을 찍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차에 숨겨 결국 탈출에 성공합니다. 그러면서도 “카메라에 다 담지 못한 이 비극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쉽사리 떠나질 못합니다. 영화는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 인터뷰로 마무리합니다. 그는 “현대전은 정보전”이라며 “모두 가짜뉴스”라고 부인합니다. 담담한 내레이션이 얹힌 영상들은 마치 총알처럼 가슴을 파고듭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히어로가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전쟁 속에서 사람은 너무나도 쉽게 생을 잃을 수 있음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전쟁을 겪지 않은 이로서 지켜본 1시간 30분 간의 전쟁 참상이 너무도 끔찍합니다. 눈을 감을 수밖에 없고, 고개를 돌리게 됩니다. 비닐에 쌓여 땅속에 묻힌 이들, 심지어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아 병원 지하실과 길거리에 놓인 시체들의 풍경은 여느 영화보다 분노케 하고 공포를 부릅니다. 마리우폴은 86일 만에 함락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여전히 전쟁 중입니다. 진실의 힘은 얼마나 큰지, 그럼에도 진실이 꼭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도 뼈저리게 알려줍니다. AP통신 기자들은 러시아의 가짜뉴스를 반박하고 인도주의적 지원 경로를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퓰리처상 공공보도상을 받았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비롯해 전 세계 영화제 47개 부문 후보에 올라 33개의 상을 받았습니다. 다큐를 보고 있으면 문득 우리 현대사를 떠올리게 됩니다. 한국전쟁을 비롯해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은 순간들이 그랬을 겁니다. 자칫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당시 사람들의 공포감은 어땠을까 싶습니다. 휴전 상태인 우리나라가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눈을 감지 말고 봐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개 돌려서도 안 되겠지요. 지난달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소식과 여기에 맞서 강대강으로 나서겠다는 정부의 모습이 영화와 겹치면서 그저 아찔해집니다. 김기중 기자의 ‘영화잡설’은 놓치면 안 될 영화, 혹은 놓쳐도 무방한 영화에 대한 잡스런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격주 토요일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 성산포 광치기해변의 눈물… 4·3 희생자 214명의 이름이 새겨진 문이 세워졌다

    성산포 광치기해변의 눈물… 4·3 희생자 214명의 이름이 새겨진 문이 세워졌다

    제주에서 빼어난 절경으로 손꼽히는 성산일출봉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광치기해변에 보석처럼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누가 알았을까. 모래사장으로 밀려드는 물결이 시리도록 푸른 광치기해변이 4·3때 제주도민 214명이 희생된 비극의 학살터였다는 사실을. 제주에서 첫손 꼽히는 아름다움 앞에서 우리의 가족과 형제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다는 것을… 5일 오전 9시부터 이곳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광치기해변 ‘터진목’ 4·3추모공원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밀려들기 시작했다. 매년 11월 5일이 되면 이곳 터진목 4·3추모공원에선 성산읍 4·3 희생자 위령제가 열린다. 이날은 유족들이 예년과 달리 설렘과 기대에 차 있었다. 10년 가까이 염원하던 4·3조형물 제막식을 겸해 위령제가 열리기 때문이었다. 오전 10시. 광치기해변 터진목 언덕에 세워진 성산읍 4·3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오종구 성산읍 4·3희생자유족회장이 주제사를 통해 “올해도 저희는 아프고 쓰라린 마음을 추스르고 영령님들 전에 진설 분향한다”며 “고개숙여 명복을 빌며 억울함과 원통함을 풀고 영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76년 전 4·3 광풍으로 이곳 터진목을 비롯한 성산읍 여러곳에서 400여명의 무고한 희생이 있었다”며 “이로 인해 우리의 삶은 폐허가 되고 그 아픔은 아직까지 아물지 않는 통곡의 상처로 남았다. 유족분들, 그 비극의 시절을 딛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통한의 세월을 감내하시느라 얼마나 가슴 아프셨냐”고 되물었다. 이어 “오영훈 도지사의 각별한 관심과 성원 덕분에 7년여만에 유족들의 숙원사업인 학살터 조형물 설치 및 추모공원 정비사업이 완료돼 제막식을 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유족 여러분께서 4·3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 결과 4·3해결에 의미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희생자에 대한 보상금이 지급되고 불법군사재판 뿐 아니라 일반재판 희생자에 대해서도 직권재심 청구로 명예회복이 이뤄지고 있으며 4·3의 뒤틀린 가족관계도 폭넓게 회복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추도했다.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제주 제1경인 성산일출의 아침 햇살은 변함없이 이곳을 비추고 있다”며 “그날의 햇살도 오늘처럼 밝고, 그날의 바다도 오늘처럼 푸르렀는가.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76년 전 희생자들의 피맺힌 한이 서려 있는 아픔을 다시 마주하며 마음을 가눌 길 없다”고 추도했다. 특히 이날 4·3관계자들과 유족 등 100여명은 위령제를 지낸 뒤 학살터인 터진목에 세워진 조형물 ‘해원의 문’ 앞으로 이동해 제막식을 거행했다. 도 관계자는 “높이 3.2m 규모의 해원의 문은 기단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4·3을 직시하고 앞으로도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감시자로서의 분과 평화를 호소하는 눈물의 형태를 띠고 있다”며 “오석 모자이크는 눈동자 형태로 안구의 실핏줄이 터질 만큼 고통을 받아온 유족들의 삶을 표현했다. 청동 원 형태는 4·3의 비극적인 역사를 넘어선 해원과 상생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 해원의 문을 넘어서면 희생자 분들이나 살아있는 우리는 모든 것을 넘어선 평화의 길이 된다”며 “상부 백색 조형은 희생자들을 하늘로 인도하고 안내자 역할을 뜻하는 기하학적인 새의 깃털, 종이배 형태로 영혼이 축복받는 거룩한 곳으로 모시는 매개체로 표현됐다”고 전했다. 원 안에는 이 학살터에서 희생된 214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터진목은 1948년 제주4·3사건 당시 성산읍을 비롯한 인근 구좌읍, 표선면, 심지어 남원읍 사람들까지 무참히 학살당한 곳이다. 당시 이곳에서 학살당한 성산읍 희생자만 400여 명이나 되며, 특히 희생된 사람들 중에는 유족도 없이 모래밭에 묻혀버리거나 바닷물에 떠밀려가 버린 시신도 허다했다고 전해진다. ‘터진목’이란 지명은 터진 길목이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실제 194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성산일출봉이 있는 성산리는 물때에 따라 육지길이 열리고 닫혔었다. 이후 주민과 행정당국이 공사를 벌여 육지와 완전히 이어지게 됐는데 이 일대를 ‘터진목’이라 부른다. 오종구 성산읍 4·3희생자유족회장은 당시 성산사람들은 “콩 볶듯 볶아대던 구구식 장총소리를, 시퍼렇게 지나가던 징 박힌 군화소리를 듣고 보았다”면서 “총탄을 몸으로 막아내며 늙은 어머니를 구해내던 어느 이웃집 아들의 죽음이, 젖먹이 자식만은 품에 꼭꼭 껴안고 처절히 숨져 가던 어느 젊은 어미의 한 맺힌 죽음이 서린 곳”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 모래밭을 파헤치면 그날 희생된 유골이 나올 수 있다”고 한숨을 몰아쉬며 한탄했다. 그날 실종된 또 다른 4·3희생자가 잠들어 있을 지 모른다는 추정이었다. 이날 제막식 후 ‘해원의 문’ 원형 안에 새겨진 희생자의 이름을 만지고 쓰다듬는 유족들. 그들은 그 이름 앞에서 한참을 떠날 줄 몰랐다. 그들에게 4·3의 비극은 76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아직도, 끝나지 않은 참극으로 머물고 있었다.
  • HD현대, 3분기 매출 16조 5991억…영업이익 4315억 전년 동기 대비 35.4%↓

    HD현대, 3분기 매출 16조 5991억…영업이익 4315억 전년 동기 대비 35.4%↓

    HD현대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6조 5991억원, 영업이익 431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5.4% 감소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조선 및 전력기기 부문이 사업 호조세에 힘입어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갔으나 글로벌 긴축으로 에너지 및 건설기계 부문 수요가 둔화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사업별 실적을 살펴보면 조선·해양 부문의 HD한국조선조선해양은 고부가 선박 물량 확대 및 생산성 향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4.6% 증가한 6조 2458억원, 영업이익은 477.4% 증가한 398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폭을 확대했다. 에너지 부문의 HD현대오일뱅크는 매출 7조 5898억원과 영업손실 268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3% 증가했으나 지난 분기에 이어 지속되는 국제유가 내림세와 글로벌 산업 수요 둔화로 정제마진이 하락하면서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건설기계 부문의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4.0%, 54.8% 줄어든 1조 7733억원과 728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긴축 장기화로 수요 부진이 실적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했으나 산업 차량, 엔진, 부품사업은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기기 수요 상승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배전기기 및 회전기기의 판매도 증가하며 매출 7887억원, 영업이익 163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 13.6%, 영업이익은 91.8% 늘어난 수치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6% 늘어난 매출 4613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도 66.1% 늘어난 834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친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선박 애프터 마켓 사업과 더불어 선박 개조 사업 모두 호조세를 보인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매출 1006억원과 영업이익 34억원, HD현대로보틱스는 매출 598억원과 영업이익 16억원을 기록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에너지 및 건설기계 실적이 다소 하락했으나 그 외 전 사업 부문에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향후 조선 부문의 수익성 확대와 더불어 에너지 부문의 정제마진이 안정화되면 빠른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시간을 거슬러... 중랑에서 옛 명곡에 젖는다

    시간을 거슬러... 중랑에서 옛 명곡에 젖는다

    서울 중랑구가 망우역사문화공원의 중랑망우공간 교육전시실에서 2024년 하반기 기획전시 ‘기억 속 멜로디, 시간을 노래하다’를 개최한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기획전시는 우리나라의 대중가요와 동요의 발전에 기여한 망우역사문화공원의 영면 인물들을 조명하고 공원의 문화·예술적 가치를 높이고자 마련되었다. 전시실에서는 노래가 불렸던 시대를 생동감 있게 재현하여,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전시 공간은 ‘망우 음악다방’과 ‘어린이 동산’으로 나뉘어 있다. ‘망우 음악다방’에서는 1950년대의 박인환 시인의 작품과 1960년대 인기를 끌었던 가수 차중락을 만나볼 수 있으며 ‘어린이 동산’에서는 우리나라 동요의 시작을 알린 아동문학가 방정환과 대표 동요 작가 강소천 등 근현대 음악의 주요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다음 달 3일과 10일 일요일 오후 2시에는 중랑망우공간의 1층 미디어홀에서 공연도 한다. 전시는 2025년 2월까지 계속된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관람료는 무료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근현대사의 보고인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잠든 음악인들을 기리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구민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시대를 뛰어넘는, 따뜻한 시간을 경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커피 한잔 할래요?... ‘뷰 맛집’ 동작 한옥카페에서

    커피 한잔 할래요?... ‘뷰 맛집’ 동작 한옥카페에서

    서울 동작구가 이색카페인 ‘한옥카페 R1’ 개소식을 지난 25일 개최했다고 28일 밝혔다. 한옥카페 R1은 ‘Rest(휴식)와 1호점’의 합성어다. 전통 한옥이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져 고즈넉한 매력을 풍긴다. 카페에 앉으면 서울시 유형문화유산 제94호 효간공 이정역 묘역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것이 동작구의 설명이다. 동작구 사당로16라길 70에 자리한 한옥카페 R1은 지상 1~2층 규모로 지난해 2월 공사를 시작해 올해 4월 준공하고 운영자 선정을 거쳐 이날 개소했다. 동작구는 한옥카페 인근에 맨발 황톳길을 조성했다. 앞으로 이 일대를 명품 둘레길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문화유산과 어우러진 멋진 한옥카페로 랜드마크화 할 것”이라면서 “한옥카페 R1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현대사회 속 느리게 흘러가는 여유를 만끽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동학농민혁명 명칭·정신, 헌법 전문에 수록해야”… 맨 앞에 선 정읍

    “동학농민혁명 명칭·정신, 헌법 전문에 수록해야”… 맨 앞에 선 정읍

    ‘혁명의 도시’ 정읍 발 벗고 나섰다“아래로부터 진행된 민중의 혁명헌법에 담아 명확하게 정리·규정”정부·국회 향해 직접 촉구 나서세계혁명도시 연대회의도 개최“대한민국 진정한 출발로 삼아야”정읍·39개 동학혁명 단체 손잡고국회 앞에서 공동성명 처음 낭독전북도의회도 개헌 건의문 채택 동학농민혁명 130주년을 맞아 ‘동학농민혁명 명칭과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민국 민족운동, 민주화운동의 정신적·이념적 뿌리는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사실을 헌법 전문에 명시해 숭고한 뜻을 살려 나가야 한다고 요구한다. 독립운동과 민주주의 토대가 된 동학농민혁명의 헌법적 가치를 명확히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동학농민혁명이 일제의 국권 침탈에 맞서 투쟁했지만, 그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학농민군의 독립유공자 인정 논란도 60여년째 계속되고 있다. ‘혁명의 도시’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가 동학농민혁명의 명칭과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2020년 시도지사협의회에서 동학농민혁명의 명칭과 정신이 헌법 전문에 포함돼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했으나 더이상 논의가 없자 국회와 정부를 향해 직접 촉구하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세계혁명도시 연대회의를 개최하는 등 동학농민혁명 정신의 가치를 드높이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도 함께 펼치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이 프랑스 대혁명, 멕시코 혁명, 쿠바 혁명, 러시아 혁명 등 세계 유수의 혁명 역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민중혁명이라고 강조한다. ●동학혁명, 민족운동사의 정신적 뿌리 정읍시는 동학농민혁명이 일제강점기 의병운동, 3·1운동,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한국 민족운동사의 정신적 뿌리라고 정의했다. 이런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사실과 의의가 제대로 평가될 경우 헌법 전문에 수록될 수 있는 당위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동학농민혁명을 헌법 전문에 담는 게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명확하게 정리하고 규정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한다. 우리 민족사에 의미가 큰 혁명을 헌법 전문에 포함하는 일은 지극히 마땅하고 옳은 일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동학농민혁명은 항일 투쟁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밑거름이 됐고 해방 이후에는 이 땅의 민주화운동과 민족 통일운동의 정신적 토대가 됐다. 1893년 11월 사발통문 작성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됐던 동학농민혁명은 조선의 봉건사회와 부정·부패 척결, 반외세의 기치를 내걸었던 대규모 민중혁명이었다. 개화파가 주도했던 갑신정변이나 독립협회, 유생이 주도했던 의병 항쟁 등은 위로부터의 개혁이었으나 동학농민혁명은 일반 민중을 중심으로 아래로부터 진행된 민중혁명이었다. 조선 후기 사회 전반에 제기된 개혁 의지를 발전적으로 계승해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대규모 농민 대중에 의한 혁명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국가는 2019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을 제정하면서 동학농민혁명의 가치와 의미를 정식으로 인정하게 됐다. 앞서 2004년 특별법 제정으로 역적의 오명을 쓴 채 살아야 했던 유족들의 복권이 이뤄졌다. 2022년에는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이 준공되면서 대한민국 정부 주도로 기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동학농민혁명 정신 실현은 헌법 전문에 명시돼 전 국민이 그 뜻을 이어받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동학농민혁명의 숭고한 정신이 대한민국의 역사 발전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촉구가 기폭제 동학농민혁명 명칭과 정신의 헌법 전문 명시 요구는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촉구하고 나선 정치권의 움직임에 더 거세게 타오르고 있다. 지난 5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야권은 물론 당시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당시 비대위원장이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여권도 5·18정신 헌법 수록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페이스북을 통해 “헌법 전문에 5·18정신을 수록할 것을 여야 각 정당이 공약한 것은 큰 진전”이라며 “헌법 개정의 기회가 오면 최우선으로 실천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읍시는 정부와 국회가 5·18 정신은 물론 동학농민혁명의 명칭·정신 헌법 전문 명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동학농민혁명 명칭·정신 헌법 전문 명시를 본격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정읍시와 동학농민혁명 단체는 3·1운동의 뿌리이자 민주화 운동에도 영향을 미친 동학농민혁명을 대한민국의 진정한 출발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 믿었던 동학농민혁명정신과 동학농민군의 고귀한 희생은 우리 민족의 정신적 뿌리가 돼 근현대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전북 정읍시와 전국 39개 동학농민혁명 단체는 지난해부터 동학농민혁명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국회 앞에서 “정부와 국회는 동학농민혁명 명칭·정신 헌법 전문 명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동학농민혁명 단체가 한마음으로 공동성명을 낭독한 것은 처음이었다. 전북도의회도 지난 2월 “한반도 역사상 최초의 민중혁명이자 민주화 운동의 효시인 동학농민혁명 정신이 올바르게 계승·발전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개헌을 통해 헌법 전문에 포함해야 한다”면서 건의문을 채택했다. ●이학수 시장 “애국애족 정신 전국 확산” 이학수 정읍시장은 “동학농민혁명의 숭고한 정신을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억하고 동학농민군의 애국애족 정신을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헌법 전문에 동학농민혁명의 명칭과 정신이 포함돼 자손만대에 전해져야 한다”면서 “정읍이 동학농민혁명 세계화와 선양사업을 추진하는 중심 도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학농민혁명은 2004년 특별법이 제정된 뒤 혁명 참여자 3700여명과 유족 1만 2000여명이 명예를 회복했고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는 황토현 전승일인 5월 11일을 동학농민혁명 법정 기념일로 선정했다.
  • 지젝 “‘소프트 파시즘’ 막아 세울 강한 억지력 필요”

    지젝 “‘소프트 파시즘’ 막아 세울 강한 억지력 필요”

    슬로베니아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사상가 슬라보예 지젝(75·사진)이 “소프트 파시즘”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 “평화주의를 외치는 것만으로는 평화를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두 개의 전쟁을 멈추기 위해 ‘단호한 주장’과 ‘군사력’ 같은 강한 억지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젝은 27일 일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러시아를 단호히 막아야 할 때”라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점령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서방은 폴란드, 체코 등 동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점령되는 일을 막기 위해 모든 위험을 감수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지젝은 “평화는 자신의 입장을 단호히 주장하고 무언가 싸울 의지가 보여야만 확보될 수 있다”며 “그것을 포기하고 나약함을 보이면 상대방의 팽창주의에 길을 닦아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이 통합을 심화함으로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망을 분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가 부상하는 현 상황을 ‘소프트 파시즘’으로 명명했다. 지젝은 “그들은 내가 파시즘이라고 부르는 민족 통합이라는 전통적인 이데올로기로 근대화를 통제하려 하고 있다”며 “요즘 중국 지도자들은 공산주의보다 훨씬 더 자주 유고 전통을 거론하고 러시아는 보수적인 근본주의 종교가 됐다”고 진단했다. 또 지젝은 환경, 이민, 인공지능(AI) 등 인류가 마주한 장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민주주의 시스템이 한계에 달했다고 경고했다. 다만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정부 개입을 통해 딥페이크, 기후 변화 등 각종 문제에 적극적으로, 필사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지젝은 “무섭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20세기 전 세계에 퍼진 것처럼 보였던 자유민주주의가 끝나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면서도 “비관적인 현실 속에서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필사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제 협력과 단합된 유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센베이’같이 얄팍한 담론, 인류의 ‘원숭이화’ 날로 악화…복잡한 현실부터 마주 보라

    ‘센베이’같이 얄팍한 담론, 인류의 ‘원숭이화’ 날로 악화…복잡한 현실부터 마주 보라

    조삼모사 ‘원숭이화’ 현대사회 일침좌·우익 사이 ‘회색지대’ 는 사라져지식인마저 단순한 이야기로 어필훑어보기, 켜켜이 얽힌 현실 못 풀어아베 정권 8년간 일본 정치 무너져자각하고 인정하는 게 변화의 시작수행 끝 찾아올 ‘회복 탄력성’ 기대자본론 ‘지적 긴장감’ 곱씹어 보길현대사회를 ‘원숭이화’라는 키워드로 꾸짖은 우치다 다쓰루(74) 고베여대 명예교수에게 “원숭이화가 계속되고 있는가”라고 묻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원숭이의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사고, 과거·현재·미래에 걸친 복잡하고 연속적인 고찰이 불가능해지면서 센베이(일본의 전통 과자)처럼 얇아진 담론이 일본은 물론 전 세계의 정치 분단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일본 정치의 질적 저하는 “쇠락한 국력” 탓이라고 했다. 따끔한 말만 쏟아 내는 그에게 ‘원숭이화를 멈출 방법’을 묻자 “그래도 한번은 인류의 ‘회복 탄력성’이 작용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구체적인 방법을 묻는 말에는 “수행(修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일본을 대표하는 지성이자 사상가, 무도가, 교육가인 우치다 명예교수를 지난달 26일 일본 고베 개풍관에서 만났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봄바람’이란 뜻의 개풍관은 그가 은퇴 후 합기도 수련은 물론 인문학 강좌를 열기도 하는 일종의 배움 공동체다. -아베 신조 총리가 사망한 뒤 일본 정치사회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원숭이화’가 심화하고 있는가. “악화하고 있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 한국, 프랑스, 독일 전 세계가 닮아 있다. 긴 시간(time span) 복잡한 사고가 불가능해진 탓이다. 과거에는 좌익 온건파와 우익 온건파들 사이에 소통이 가능한 회색지대가 있었다. 지금은 모두가 단순하게 말하고, 원리주의적 사고만 하니 공감대가 없는 사람과는 대화를 전혀 할 수 없게 됐다. 21세기 와서 이렇게 정치 문화가 쇠퇴할 줄은 예상하지 못 했다.” -왜 이렇게 된 건가. “미디어가 복잡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보다 단순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써 온 탓도 있다. 복잡한 이야기보다는 간단한 이야기가 지적 부하(負荷)가 줄기 때문에 편하다. 서비스업인 미디어에서는 성립할 수 있다고 보지만 모두가 단순한 스토리 패턴에 익숙해져 버렸다. 지식인도 단순하게 이야기해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복잡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사라졌다.” -복잡한 이야기를 들으면 일단 불안해진다. “현실은 굉장히 복잡한 여러 이유가 층층이 얽혀 있다. 그것을 풀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이야기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훑어보기식으로 현상을 파악하면 순간에는 안심할 수 있겠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복잡한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기 때문에 어긋남이 생긴다. 이에 생각지도, 설명할 수도 없는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나게 된다.” ‘74년을 살았지만 이렇게 악화한 건 처음’이라는 게 그의 현실 평가다. 수천 년 동안 인간은 진화하고 꾸준히 성숙해졌기 때문에 ‘최악’이라는 현재는 ‘단기적인 변화’일 것이라고 긍정적인 해석도 덧댔다. 그러면서 ‘회복 탄력성’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한번은 작동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암울한 문장이 따라왔다. “다만 현재 주류 언론에서는 그 회복력이 작용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새 내각 출범에도 정치 개혁에 대한 일본 국민의 기대가 높지 않은 듯하다. “지난 제2 아베 정권 8년간 철저하게 (일본 정치는) 망했다. 아베는 미국을 등에 업고 내각법제국, 검찰, 미디어를 모두 ‘예스맨’으로 채웠다. 야당의 요구에는 단 1㎜도 양보하지 않았다. 과반수로 선거에서만 이긴다는 사고다.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의 40%를 적으로 돌리고 자기들만을 위한 사적 정치를 해 온 셈이다. 그런 부끄러운 정치를 한 정치인은 과거에 없었다.” -왜 부끄러운 정치인데 바뀌지 않는가. “버블 붕괴 이후 대미 자립을 요구하는 패기와 야심이 사라졌다. 세상에 일본이 자랑할 수 있었던 건 돈밖에 없었던 거다. 그게 없어져 완전히 자신감을 잃었다. 도쿄 상공인 요코다 공역은 일본 영공인데도 항공관제를 미군이 장악하고 있고 민간 항공기는 허가 없이 날 수 없다. 이런 데 대해 특히 젊은이들이 부끄러움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선 후보 9명 가운데 6명의 최종 학력이 미국 대학이었다. 그들의 정책을 잘 들여다봐라. 모든 공약이 미국을 향해 있다.” -일본인은 거대한 힘을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이는 특수한 국민 정서가 있다던데. “일본에 있어 미국은 자연현상과 같다. 지진이라든지 해일, 태풍 같은 느낌이다. 자연현상이라면 대항할 방법이 없다. 다들 그런 현상을 받아들인 상태에서 어떻게 출세해 나갈지, 어떻게 돈을 벌지 그것만 생각하고 있다. 일본 시스템이 덜컹거리고 있지만 처신을 잘하면 대충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어두운 미래 전망을 풀어내던 우치다 명예교수는 “지금이 굉장히 곤란한 상태라는 걸 자각하고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변화할 수 있다”고 했다. 좀더 긴 역사적 주기 속에서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바라보는 일, 적어도 100년 정도의 주기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3년 동안 인류는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흘려보냈다. “그 3년 동안 소통이 멈췄다. 대면 소통은 이야기가 중층적인 메시지가 되지만 온라인에서는 오직 한 형태의 메시지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공통 배경이나, 관심사가 있는 사람끼리는 말이 통하지만 조금만 떨어져 버리면 말이 굉장히 얄팍해진다. 바로 대립하거나, 원프레이즈로 말을 끊어 버린다던가.” -그런 식으로 일종의 회색지대가 없어진 건가. “말이라는 건 중층적이어서 여러 층으로 해석이 바뀌기도 한다. 밀도 있는 밀푀유(페이스트리를 켜켜이 쌓아 올린 프랑스 디저트) 같은 말을 하려면 역시 기술이 필요하다. 센베이 같은 말을 쓰는 대화는 굉장히 가난하고, 난폭하고, 공격적으로 되기도 한다. 최근 3년간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하는 것을 보았지만 모두 말의 사용법에 숙달했는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서투르고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어휘도 줄고 있다.” -인류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수행이 필요하다. 스스로 기술을 찾고자 하는 자기 노력. 말을 잘 사용하는 사람을 보면서 이렇게 말하고 쓸 수 있다면 분명히 나도 기분이 좋을 것 같다고 절실히 생각하는 것.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기술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그런데 어른이란 사람들이 모두 잡스러운 언어를 쓰니까…. TV에 나와서 말하는 사람들을 봐도 언어를 다루는 방식이 굉장히 훌륭해서 저렇게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없다.”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가. “젊은이들. 그 안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나오는 일을 응원하고 있다. 일본에선 40~50대가 제일 싸우지 않는 세대인데, 20~30대 사이에서 ‘위 세대에 붙어서 가면 우리 때는 더 가난해지고 더 비민주적인 나라가 되니까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 여러 가지 활동을 응원하고 있다.” 그는 대표적으로 사이토 고헤이(37) 도쿄대 교수와 시라이 사토시(47) 교토세이카대 교수를 꼽았다. 사이토 교수는 33세 때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를 출간해 전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시라이 교수는 일본 전후 담론을 이야기한 ‘영속패전론’, ‘카를 마르크스’ 등으로 한국에도 소개된 학자다. -다시 마르크스의 ‘자본론’인가. “소련도 중국도 실패했지만 자본론은 자본주의에 대한 대항적 언설로서 자본주의의 결점을 매우 선명하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이론 체계다. 21세기가 돼도 아직 읽을 만한 책이라고 느낀다. 과거에는 자본주의도 자신들이 바르다는 걸 제대로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생기는 ‘지적 긴장감’이란 게 있었다. 그 사이에서 다시 한번 정치·경제·사회·문화가 성숙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소통은 줄고 정부의 억압과 통제는 늘어나는 디스토피아 미래를 말하는 듯했던 우치다 명예교수는 인터뷰 끝자락에선 희망을 건져 올렸다. “희망은 있다. 저는 늘 낙관적이다. 다만 절망적인 현상 인식을 근거로 해 거기에서부터 희망을 쌓아 나갈 수 있다고 본다. 계속 복잡한 현상과 마주해야 한다. 훨씬 더 비관적으로 봐야 한다. 그래야 낙관도 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에 75세니 후기 고령자가 된다. 슬슬 은거…. 원래부터 집 밖엔 잘 안 나가니까 은거는 아닌가(웃음). 아, 올겨울에 1930년대 일본 군부가 폭주하기 전 사상가들에 대한 연구집을 내는데 이 중에 조선의 동학운동에 참가한 사람이 있다. 제국주의에 대항하자는 내셔널리스트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지 않나. 나중에 이게 끔찍한 이야기로 변하긴 하지만….”
  • 박강수의 두번째 강수… 김대중 사저 문화유산 등록 챌린지 시작

    박강수의 두번째 강수… 김대중 사저 문화유산 등록 챌린지 시작

    박강수 서울 마포구청장이 동교동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을 촉구하는 두 번째 ‘강수’를 뒀다. 마포구는 박 구청장이 22일 동교동 사저를 찾아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촉구 챌린지’를 시작했다고 22일 밝혔다. 한국인 최초 노벨상 수상자이자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김대중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는 한국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공간으로, 역사적 가치 보존을 위해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이 시급하다는 것이 마포구의 설명이다. 이에 마포구는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을 위한 챌린지로 지역 주민은 물론 정치권 인사들에게도 사저 매입을 위한 관심과 공감대를 널리 전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챌린지의 시작을 알린 박 구청장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이낙연 전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재계와 행정 분야 지도자 100여명에게 동참을 호소했다. 박 구청장은 “한국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이자 대한민국의 평화와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신 김 전 대통령을 기리는 것은 정치적 견해와 이념을 떠나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며 “그만큼 동교동 사저는 더욱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유산이므로 마포구는 최선을 다해 사저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1일 박 구청장은 정부대전청사를 찾아 국가유산청 관계자에게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를 임시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해줄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마포구는 사저 매입을 위한 지원 조직을 구축하고 ‘김대중길’ 명예도로명 부여와 안내판 설치 등 지원 사업을 추진해 동교동 사저를 역사적인 공간으로 보존해나갈 계획이다.
  • ‘2024경기도자비엔날레’ 폐막…28만 명 ‘도자예술에 흠뻑 빠졌다’

    ‘2024경기도자비엔날레’ 폐막…28만 명 ‘도자예술에 흠뻑 빠졌다’

    경기도와 한국도자재단이 개최한 ‘2024경기도자비엔날레’가 27만 8천여 명의 관람객을 기록하며, 45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한 경기도자비엔날레는 국내 유일 도자예술 부문 비엔날레(격년제 국제미술행사)로 ‘투게더_몽테뉴의 고양이’를 주제로 전 세계 73개국 1천5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780점의 도자예술 작품을 선보였다. 2024경기도자비엔날레는 현대사회의 사회적 갈등과 불안 속 ‘협력’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탐구하며 경기도자미술관(이천), 경기생활도자미술관(여주), 경기도자박물관(광주)을 중심으로 ▲전시행사 ▲학술·워크숍 ▲부대행사 ▲협력행사 등으로 진행됐다. 9월 5일 개막부터 10월 20일 폐막까지 45일간 24만 3천여 명이 비엔날레를 감상했고 도내 문화기관,시설, 단체들이 연대해 도자 및 공예 관련 문화콘텐츠를 도민에게 제공하는 ‘찾아가는 비엔날레-느슨한 연대’에 3만 5천여 명이 참여했다. 전시 측면에서 현대의 복잡한 이슈인 인간소외, 생태계 파괴, 난민, 젠더 이슈 등을 도자라는 매체로 재조명한 수준 높은 전시였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주제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전시작가의 워크숍 및 아티스트 토크 등을 함께 진행해 관람 친화적인 전시로 호평받았다. 도자체험 측면에서는 흙을 직접 만지고 창작할 수 있는 ‘키즈비엔날레’부터 청년작가가 운영하는 ‘공예포차’ 등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또 설봉문화제, 오곡나루축제, 경기도민 문화의 한마당 등 지역 축제와의 협력 행사를 통해 35만 명이 경기도자비엔날레를 경험하며 도자예술과 관광산업의 융합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최문환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2024경기도자비엔날레는 도자예술을 매개로 지역과 세계, 예술과 사람을 연결하며 소통하고 협력하는 장을 마련했다”라며 “앞으로도 도예인, 도민, 지역사회와 함께 협력하고 성장해 나가며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하는 도자 문화 행사를 만들어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생활도자미술관에서 열린 ‘2024경기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은 2025년 2월 2일까지 전시를 연장한다.
  • 박강수의 ‘역사적 강수’… “DJ사저 문화유산 지정” 촉구

    박강수의 ‘역사적 강수’… “DJ사저 문화유산 지정” 촉구

    개인 소유로 상업적 활용 가능해“훼손 우려 커 긴급 예방조치 필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 소유권자가 사저를 근린생활시설로 용도 변경하게 해 달라는 요청을 우리 구청에 해 왔습니다. 현재로서는 소유권자가 자신의 건물을 훼손한다 해도 구청은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이보다 긴급한 상황이 또 있을까요.” 박강수 서울 마포구청장은 21일 국가유산청 정부대전청사를 찾아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사저를 임시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해 줄 것을 촉구했다. 박 구청장은 이날 국가유산청에 동교동 사저의 임시국가등록문화유산 지정 요청 공문을 전달하고 관계자와 면담해 동교동 사저의 역사적 가치와 문화유산 등록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시국가등록문화유산은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 전 근현대 문화유산의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어 긴급 예방 조치가 필요하거나 위원회 심의를 거칠 여유가 없다고 판단될 때 문화유산청장이 직권으로 등록할 수 있다. 마포구 동교동 178-1에 있는 사저는 김 전 대통령 부부가 50여년을 거주했던 공간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역사문화공간이다. 하지만 현재 개인 소유이기 때문에 언제든 상업적 활용 목적으로 리모델링될 가능성이 있다. 원형 보존을 위해선 임시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우선 등록하는 게 시급하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2020년에도 동교동 사저를 서울시 문화재위원회에 문화재로 등록하려는 신청이 있었지만, 신축공사 뒤 50년이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결됐다. 그러다 지난 9월 ‘근현대문화유산법’이 개정되며 문화재로 등록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겼다. 마포구엔 동교동 사저 외에도 최규하대통령가옥(등록문화재 413호), 박정희대통령기념관, 김대중대통령도서관 등 출신 지역과 당적을 아우르는 대통령 기념 시설이 다수 있다. 구는 지난해 11월 이런 역사문화 자원을 보존할 ‘마포구 전직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이다. 박 구청장은 “김 전 대통령은 정치적 견해나 이념을 떠나 한국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이자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해 헌신한 대통령”이라며 “그렇기에 동교동 사저는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평화의 상징으로서의 가치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강 작가와 북토크… ‘작별하지 않는다’ 소설 속으로 떠나는 투어도 준비중

    한강 작가와 북토크… ‘작별하지 않는다’ 소설 속으로 떠나는 투어도 준비중

    “합의되지 않았고 지금은 구상단계에 불과하지만, 4·3의 세계화 못지 않게 전국화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순이삼촌’의 현기영 선생과 ‘돌담에 속삭이는’ 임철우, ‘작별하지 않는다’의 한강 등 3명의 작가가 함께하는 북토크를 서울과 제주에서 열면 4·3도 5·18처럼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21일 이같이 밝혔다. 김 이사장은 제주도와 함께 지난 14~22일 독일과 영국 등 유럽에서 처음 마련한 ‘제주4·3 국제특별전 및 심포지엄’을 마친 성과를 브리핑하는 회견에서 “이번 유럽 심포지엄에서 4·3당시 뿐 아니라 그 이후 벌어진 4·3 진상규명 운동사를 강조하고 돌아왔다”며 “세계적으로 흑인차별, 그리스 내전 등 과거사 청산 위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제주4·3처럼 단계를 밟아가면서 차곡차곡 과거사 청산을 하고 있는 사례는 전세계에서도 매우 드물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장소 대관 등 문제로 행사가 지연됐는데 공교롭게 한강의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자마자 행사가 열려 운좋게도 현지 언론들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없었으면 유럽 행사가 조금은 반감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외국에서도 K팝 인기 덕분에 한국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졌지만 제주와 4·3을 모르는 상황에서 한강 작가의 수상 효과를 누렸다. 그만큼 현지에서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설명이다. 또한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4·3세계화 후속작업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4~25일 제주4·3평화포럼, 11월 국제4·3인권 심포지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홍보캠페인, 12월 사진전 등을 통해 4·3을 한국을 넘어 세계적 역사로 발돋움시킬 계획이다. 내년도 사업으로 제주4·3과 한강의 소설을 연계한 국제 문학 세미나 개최, 소설 속 유적지를 연계한 투어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문학과 역사의 관점에서 제주4·3의 의미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그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투어프로그램은 ‘작별하지 않는다’ 소설 배경속으로 떠나는 다크투어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제주4·3의 역사적 맥락과 현대사적 의미를 다각도로 조명했다. 4·3의 연대기를 통해 동서 현대사 속에서 제주4·3 발생 배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현기영의 ‘순이삼촌’,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등 4·3 관련 문학 작품을 전시해 문학을 통해 본 4·3의 의미를 전달했다. 이와 함께 유해 발굴 현장인 다랑쉬굴과 비설 조형물의 전시는 4·3의 실상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강력한 매개체 역할을 했다. 외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4·3 관련 영상을 제작해 현지인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또한, 동백나무 모양의 메시지 벽(Message Wall)을 설치해 참관객들이 직접 희망의 메시지를 남길 수 있게 했다. 특히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작가 한강의 4․3 소재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함께 전시돼 현지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많은 관람객들이 제주 방문단에게 한강 작가의 수상 축하를 전하기도 했다. 한강의 소설 내용과 유사한 아픔을 겪은 제주4·3유족회 문혜형 할머니의 증언도 깊은 울림을 줬다. 문 할머니는 75년 전 대구형무소에서 수감됐다가 6·25전쟁 중 행방불명된 아버지 고(故) 문순현 씨가 남긴 편지를 소개했다. 딸을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이 편지는 형무소 수감 중 배우자에게 보냈던 것으로, 4·3기록물의 일부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신청에 포함됐다. 조상범 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4·3기록물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제주인들이 화해와 상생을 통해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맥을 같이 한다”며 “비극은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기억을 보존·기억하는 일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 美대선 족집게도 ‘50대 50’ 예상… “현대사에 이런 박빙 승부 처음”

    美대선 족집게도 ‘50대 50’ 예상… “현대사에 이런 박빙 승부 처음”

    전국 여론조사 해리스 2.1%P 우위 7개 경합주에선 ‘사실상 동률’ 평가정치매체·통계학자 등도 접전 전망8년 전처럼 선거인단으로 갈릴수도 약 2주를 앞둔 미국 대선이 역대 최고의 박빙 판세를 보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주요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7개 경합주 지지율은 사실상 동률이나 다름없다. 8년 전처럼 전국 득표율과 선거인단 확보가 일치하지 않는 결과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선거분석사이트 538에 나타난 전국 주요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지지율 48.4%를 얻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46.3%이었다. 2.1% 포인트 차로 해리스가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섰다. 7개 경합주에서는 격차가 더 줄어든다. 해리스 부통령은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 49%대48%로 단 1% 포인트 앞서고 있다. 네바다에선 48%대47%, 위스콘신에선 49%대48%로 해리스가 1% 포인트 더 높다. 미시간과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두 후보가 각각 48%대48% 동률로 나타났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49%대47%), 애리조나(50%대47%)에서 각각 2~3% 포인트 우세했다. 워낙 치열하게 전개되는 판세 탓에 막판까지 승자를 섣불리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전문사이트 디시전데스크HQ(DDHQ)의 데이터 분석 책임자 스콧 트랜터는 “현대사에서 이렇게 박빙의 승부는 본 적이 없다”며 “어떤 후보가 승리하든 패배하든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DDHQ는 해리스의 대통령 당선 확률을 50%로 예측했는데, 이는 지난달 30일 예측(해리스 55%, 트럼프 45%) 당시 10% 포인트 차를 동률로 조정한 것이다. 이날 NBC의 전국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의 지지율은 정확히 48%로 양분됐다.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원 팀 몰리는 “경쟁이 더이상 근절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선 족집게’로 불리는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는 앞서 지난 17일 트럼프의 당선 확률을 50.2%, 해리스 49.5%로 예상했다가 19일 50대50으로 조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막판 조기투표 독려 등 표 결집에 나서며 역전의 틈새를 노리고 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7월 조 바이든 대통령 대선 후보 사퇴 이후 8월 민주당 전당대회 때 컨벤션 효과로 지지율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보인다. 지난 9월 첫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판정승으로 평가받은 이후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젊은 흑인 남성들과 라틴계 유권자들의 이탈과 가자 전쟁을 반대하는 아랍계 민심 등 기존 민주당 ‘집토끼’ 표를 최대한 흡수하지 못하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다만 뉴스위크는 기업가 대출 혜택 등 흑인 남성을 겨냥한 공약 발표 이후 흑인 지지세가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8년 전 대선에서 첫 여성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전국 득표수에선 트럼프 후보에게 290만표 앞서고도 선거인단 확보에서 최대 격차로 졌던 전례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실버의 여론조사 추세 모델 분석에 따르면 해리스의 전국 투표 승리 확률은 75%이지만 선거인단 승리 확률은 트럼프 50.2%, 해리스 49.5%다. 공화당 전략가 맷 고먼은 “(2000년 대선인) 부시 대 고어 이후 가장 치열할 것”이라며 “당시 대법원까지 갔던 플로리다 재검표 논쟁 같은 법적 싸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양쪽 모두 이를 제기할 정치적 동기가 훨씬 더 크다”고 NBC에 전했다. 버락 오바마 선임보좌관 출신인 댄 파이퍼는 “이번 선거 여론조사는 모든 게 오차범위 내에 있어 추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했다. 남은 2주 동안 양 후보 캠프는 서로에 대한 네거티브와 선거 독려를 최고조로 높이는 방향으로 캠페인을 끌고 갈 것으로 전망된다. 막판 말실수 여부, 가자·우크라이나 전쟁 변수 역시 초경합 분위기의 승패를 가를 변곡점이 될 수 있다.
  • 한국의 번영·北의 불평등 가른 열쇠… 노벨경제학상에 미국 교수 3명 영예

    한국의 번영·北의 불평등 가른 열쇠… 노벨경제학상에 미국 교수 3명 영예

    경제·사회적 제도가 소득 격차 결정성공·실패 대표적 사례로 남북 언급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사회제도가 국가 번영과 불평등에 미치는 연구에 천착한 경제학자 3인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다론 아제모을루(57)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사이먼 존슨(61) 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64) 시카고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야코브 스벤손 왕립과학원 경제과학상 위원장은 “국가 간 엄청난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은 우리 시대의 큰 과제 중 하나”라며 “이들 3명은 세계에서 부유한 상위 20% 국가는 가난한 하위 20%의 국가보다 약 30배 더 부유하다는 점을 연구하고 경제·사회적 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충격적이고 놀라운 소식”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지금 민주주의 국가가 힘든 길을 지나고 있다”며 “민주주의가 더 청렴한 통치 체제로서 지위를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존슨 교수는 “포괄적인 민주주의는 경제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튀르키예계 미국인인 아제모을루 교수는 2005년 예비 노벨상으로 불리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수상했다. 그의 대표작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국가 간 빈부 격차가 왜 나타나는지를 분석한 경제학 베스트셀러다. 로빈슨 교수가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이 책을 필독서로 꼽기도 했다. 이들은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지에 대한 연구에 천착했고 국가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제도’라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포용적 제도’를 구축한 나라에서 경제성장과 국가 번영이 이뤄진다고 봤다. 반대로 소수집단에 부와 권력이 집중된 ‘착취적 제도’란 개념도 제시했다. 고전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자유무역을 국가 번영의 핵심으로 설명했다면 이들은 현대사회에서는 정치적인 제도가 나라의 부를 창출한다고 본 것이다. 두 사람은 성공과 실패가 갈린 대표적 국가로 한국과 북한을 꼽았다. 사유재산이 보장되는 한국의 경쟁 체제와 일부 집단이 더 큰 이익을 챙기는 북한의 착취적 제도가 경제의 성패를 갈랐다고 분석했다. 아제모을루 교수 밑에서 박사과정을 밟은 안상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아제모을루 교수의 3부작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좁은 회랑·권력과 진보’는 경제는 경제학만으론 풀지 못하며 사회문제를 함께 보며 답을 찾아야 한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한다”면서 “경제학의 좁은 시야를 넘어 사회 발전을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 정치학자처럼 고민했다”고 평가했다. 노벨경제학상은 1901년부터 시상된 다른 5개 부문과 달리 1969년부터 수여됐다. 수상자는 메달과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4억 3000만원)를 받는다.
  • “사위어가는 황혼을 보고 있어”… 스물넷, 인간탐구가 시작됐다 [한강의 시간]

    “사위어가는 황혼을 보고 있어”… 스물넷, 인간탐구가 시작됐다 [한강의 시간]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작 ‘붉은 닻’당시 대세 민중문학·리얼리즘 탈피개인 기억·고통 탐구로 문단 흔들어‘작별하지 않는다’까지 이어진 탐구끔찍한 폭력 속 지극한 사랑 피워내50대 중반 된 작가 “이제는 봄으로” “동식은 도로 맞은편의 건물들 사이로 사위어가는 황혼을 보고 있었다.”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붉은 닻’의 첫 문장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54)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투고 당시 ‘한강현’이라는 필명을 쓴 한강은 강렬한 ‘붉은 닻’의 세계를 통해 앞선 한국문학 선배들의 소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경지의 미학을 예비한다. 당시 대세였던 민중문학과 리얼리즘이라는 경향과 결별하고 개인의 끔찍한 기억과 그것이 직조한 현존재의 끔찍한 고통을 치열하게 탐구한다. ‘시작부터 남달랐던’ 한강의 문학은 결국 소설가로 등단한 지 정확히 30년 만에 세계인을 매혹하기에 이른다. 한강의 첫 소설집은 1995년 출간된 ‘여수의 사랑’이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했는데, ‘붉은 닻’도 여기에 실렸다. 한강은 ‘붉은 닻’에서 술에 의지해 살다가 죽은 아버지의 환영을 보는 주인공 ‘동식’과 그 가족의 처연한 일상을 그린다. 소설집 표제작 ‘여수의 사랑’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여동생을 껴안고 자살한 사건으로 결벽증에 시달리는 여성 ‘정선’이 또 다른 여성 ‘자흔’을 만나고 고통스러운 기억의 진원지인 여수로 떠나는 이야기다. 이후 1999년 한국소설문학상 수상작인 중편 ‘아기 부처’까지 초창기 한강은 인간의 내면과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기억, 트라우마 같은 것에 천착한다. 강박과 불안을 앓는 지금의 ‘나’는 어떻게 구성된 존재인가. 이제 막 등단한 소설가 한강이 끊임없이 되물었던 질문이다. “내 손에 피가 묻어 있었어. 내 입에 피가 묻어 있었어. 그 헛간에서, 나는 떨어진 고깃덩어리를 주워 먹었거든. 내 잇몸과 입천장에 물컹한 날고기를 문질러 붉은 피를 발랐거든. 헛간 바닥, 피웅덩이에 비친 내 눈이 번쩍였어.” 한강을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린 소설 ‘채식주의자’(2007)의 한 구절이다. 주인공 ‘영혜’는 가부장적 폭력과 억압에서 벗어나 식물로의 변신을 열망하는 인물이다. 위 문장은 ‘영혜’가 꾼 꿈을 묘사하고 있다. 한강은 소설에서 이탤릭체를 자주 사용하는데, 이것이 본격적으로 활용된 것도 ‘채식주의자’부터다. 인간의 고통과 병은 결국 어떤 폭력의 결과물일 것이다. 한강은 그런 폭력의 이미지를 시적인 문장으로 탁월하게 그려 낸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당신을 보았던 내 눈이 사원이 되었습니다./당신의 목소리를 들었던 내 귀가 사원이 되었습니다./당신의 숨을 들이마신 허파가 사원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폭력은 어떻게 재현되는가. 한강은 내면에서 역사로 눈을 돌린다. 이번 한림원의 노벨문학상 심사평에서도 중요하게 언급된 작품 ‘소년이 온다’(2014)의 한 장면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이 소설은 ‘채식주의자’와 함께 한강을 대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말라파르테상, 스페인 산클라멘테문학상을 받았고 아일랜드 더블린문학상, 독일 리베라투르상 후보에 오르며 한강의 소설 중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호명된 작품이기도 하다.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소개했던 데버라 스미스가 영어로 옮긴 작품으로 일각에서는 한강의 ‘진정한 대표작’이라고도 평가하는 소설이다.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2021)의 한 구절이다. 또 다른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 4·3 사건으로 다시 한번 역사의 문제를 환기하는 한강은 끔찍한 폭력 속에서도 지극한 사랑의 이야기를 피워 낸다. 영어권에서 극찬받았던 ‘채식주의자’ 이후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 등의 작품이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좋은 평가를 얻으며 노벨문학상까지 이어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출판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기자회견을 거부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 이 책으로 프랑스 메디치상을 받았을 땐 기자간담회를 열었는데 그때 한강은 “작품을 쓰면서 너무 추웠다”며 “겨울에서 이제는 봄으로 가고 싶다”는 따뜻한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앞으로는 생명에 관한 이야기를 써 보려고 한다”는 말도 했다. “물론 써지는 대로 쓰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개인의 고통에서 생명과 치유의 서사로. 50대 중반이면 아직 작가로서 한창 쓸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노벨문학상은 한강 문학세계의 ‘완성’이 아니라 ‘과정’ 중 하나다. 문학평론가 우찬제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14일 “한강은 영매(靈媒)로서 산 자와 죽은 이, 인간과 동물, 인간과 식물 사이에서 끊어진 영혼의 길을 잇는 감수성을 보여 주는 작가”라며 “앞서 한국의 현대사를 굵직한 시각에서 조망했던 선배 작가들의 작업 위에서 한강은 같은 역사를 다루면서도 인간 내면의 고통과 트라우마를 더욱 깊이 천착하되 그것을 신화적인 상상력으로 재현하는 독특한 미학을 펼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 잘파세대 ‘한강 신드롬’… “책 읽고 역사 공부”

    잘파세대 ‘한강 신드롬’… “책 읽고 역사 공부”

    최근 한강(54)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큰 감동을 받은 중학교 3학년 이하린(15)양은 지난 12일 태어나서 처음으로 ‘서점 오픈런’을 했다.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내년 2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1급을 따겠다는 목표 아래 근현대사 도서 5권을 사기 위해서다. 이 소설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열다섯의 나이에 희생된 동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양은 “전남도청을 끝까지 지키던 동호가 나랑 동갑”이라며 “용기 있게 행동한 동호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역사적 배경부터 제대로 공부해야겠다고 느꼈다”고 했다. 한국인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 후 ‘한강 신드롬’이 부는 가운데,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Z세대)에서는 한강 작품의 영향을 받고 역사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설을 매개로 어둡고 가슴 아픈 역사를 다뤘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세대를 아우르는 긍정적 효과를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주도가 고향인 대학생 김민영(21)씨는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곧바로 고향 친구 3명과 ‘근현대사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 한강 작품을 읽는 데서 나아가 스터디 모임을 만들고 감상을 나누기 위해서다. 김씨는 “고향의 아픈 역사인데 그동안 역사에 무지했던 것 같다”며 “교과서에서 짧게만 다뤘던 사건의 무게가 소설에서 깊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한강 작품으로 관심을 갖게 된 역사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기록하고 표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예술고에서 연극부 활동을 하는 이예준(17)군은 부원들과 함께 내년에 ‘소년이 온다’로 공연을 하기로 했다. 이군은 “주제가 주제인 만큼, 한강 작가처럼 5·18 민주화 운동 관련 증언집을 읽고 제대로 근현대사를 공부하면서 공연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은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 900여명의 사건 관계자들 목소리가 담긴 증언집을 읽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특수한 근현대사를 바탕으로 하는 한강의 작품들이 특히 젊은 세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박한용 부산대 점필재연구소 연구원은 “잘파세대에게 한국의 근현대사는 부모님 세대의 역사이자 미지의 영역”이라며 “한강의 작품이 젊은 세대가 근현대사에 다가가는 가교가 될 것”이라고 봤다. 제주 4·3사건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정호기 우석대 교양대학 초빙교수는 “사회적 트라우마를 다시 성찰하고 사회적으로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지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전 세대보다 역사나 문학에 관심이 큰 ‘한강 키즈’가 나올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문학이나 역사학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도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도 “타인과의 차별화 지점을 끊임없이 찾으려 하는 청년들에게 역사 공부는 자신과 뿌리를 알아가는 매력적인 일”이라고 봤다.
  • ‘한강 신드롬’에 역사 공부하는 ‘잘파 세대’… “근현대사 다가가는 가교”

    ‘한강 신드롬’에 역사 공부하는 ‘잘파 세대’… “근현대사 다가가는 가교”

    한강 작품에 근현대사 관심 커져역사 스터디 모임·연극 준비까지역사·문학 능통 ‘한강키즈’ 예측도 최근 한강(54)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큰 감동을 받은 중학교 3학년 이하린(15)양은 지난 12일 태어나서 처음으로 ‘서점 오픈런’을 했다.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내년 2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1급을 따겠다는 목표 아래 근현대사 도서 5권을 사기 위해서다. 이 소설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열다섯의 나이에 희생된 동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양은 “전남도청을 끝까지 지키던 동호가 나랑 동갑”이라며 “용기 있게 행동한 동호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역사적 배경부터 제대로 공부해야겠다고 느꼈다”고 했다. 한국인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 후 ‘한강 신드롬’이 부는 가운데,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Z세대)에서는 한강 작품의 영향을 받고 역사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설을 매개로 어둡고 가슴 아픈 역사를 다뤘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세대를 아우르는 긍정적 효과를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주도가 고향인 대학생 김민영(21)씨는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곧바로 고향 친구 3명과 ‘근현대사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 한강 작품을 읽는 데서 나아가 스터디 모임을 만들고 감상을 나누기 위해서다. 김씨는 “고향의 아픈 역사인데 그동안 역사에 무지했던 것 같다”며 “교과서에서 짧게만 다뤘던 사건의 무게가 소설에서 깊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한강 작품으로 관심을 갖게 된 역사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기록하고 표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예술고에서 연극부 활동을 하는 이예준(17)군은 부원들과 함께 내년에 ‘소년이 온다’로 공연을 하기로 했다. 이군은 “주제가 주제인 만큼, 한강 작가처럼 5·18 민주화 운동 관련 증언집을 읽고 제대로 근현대사를 공부하면서 공연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은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 900여명의 사건 관계자들 목소리가 담긴 증언집을 읽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특수한 근현대사를 바탕으로 하는 한강의 작품들이 특히 젊은 세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박한용 부산대 점필재연구소 연구원은 “잘파세대에게 한국의 근현대사는 부모님 세대의 역사이자 미지의 영역”이라며 “한강의 작품이 젊은 세대가 근현대사에 다가가는 가교가 될 것”이라고 봤다. 제주 4·3사건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정호기 우석대 교양대학 초빙교수는 “사회적 트라우마를 다시 성찰하고 사회적으로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지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전 세대보다 역사나 문학에 관심이 큰 ‘한강 키즈’가 나올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문학이나 역사학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도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도 “타인과의 차별화 지점을 끊임없이 찾으려 하는 청년들에게 역사 공부는 자신과 뿌리를 알아가는 매력적인 일”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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