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현대사
    2026-05-02
    검색기록 지우기
  • 변론
    2026-05-02
    검색기록 지우기
  • 표 삭제
    2026-05-02
    검색기록 지우기
  • SNS 유인
    2026-05-02
    검색기록 지우기
  • 원달러
    2026-05-0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406
  • 부활절 맞는 기독교계 “회개하고 보듬고 살자”

    부활절 맞는 기독교계 “회개하고 보듬고 살자”

    부활절(20일)을 앞두고 천주교와 개신교 수장들이 17일 일제히 부활절 메시지를 발표했다. 기독교계는 해마다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나라와 종교계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반성하고 해법을 제시한다. 올해도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교회연합,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들은 어김없이 교회의 회개와 국난 극복의 다짐을 천명했다. 기독교계 수장들의 부활절 메시지를 요약한다. ●염수정 추기경(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가능한 한 재물을 많이 소유하고 축적하는 것이 인생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세상 안에서 우리 신앙인들은 사랑과 나눔 안에 진정한 삶의 기쁨과 행복이 있음을 증거해야 한다. 갈등과 분열이 반복되고 개인주의가 만연한 세상에서 우리는 나의 생각과 뜻이 다른 이들을 보듬고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재물이나 명예와 같은 온갖 유혹에 굴복하지 않고 하느님을 섬기고 이웃을 사랑하고 내게 소중한 것을 이웃과 나누는 것이 바로 순교이며 부활의 삶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우리의 신앙이 다시 생기를 얻고 활성화되기를 기원한다. 특별히 미래 교회의 주역인 젊은이들이 이번에 체험한 신앙을 바탕 삼아 교회와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는 큰 인물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빈곤과 차별, 극심한 양극화의 끝에서 고통받는 모든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 부활의 희망이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우리 사회는 경쟁과 성공에 눈이 멀어 한 시대를 살아가는 제 이웃의 아픔도 돌아보지 못하고 있다. 탐욕에 찌든 현대사회가 예수 그리스도 부활의 생명에 힘입어 희생과 사랑으로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올해 부활절은 무덤을 막고 있던 돌을 굴려낸 부활의 능력이 70여년 분단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새로운 화합과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는 새로운 시작이 되길 바란다. 이 시대의 교회는 고난의 현장을 회피한 채 크고 화려한 승리의 모습만을 보여주려 했다. 교회는 고난당하는 하느님의 피조물과 함께 진정한 부활의 생명을 이루기 위한 고난의 순례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영훈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전쟁과 폭력, 기아와 재앙의 공포에 사로잡힌 지구촌에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와 평강이 넘치길 소망한다. 가난과 질병, 장애, 차별로 고통당하는 이웃들이 많은 상황에서 부활의 주님께서 그리스도인과 한국교회에 겸허한 성찰과 진지한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세기 동안 나라와 민족의 희망이었던 한국교회가 다시 일어나 빛을 발하기 위해선 회개와 영적·도덕적 각성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모든 인류가 종교와 사상, 피부색, 빈부의 차별 없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메신저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한국교회의 역할은 하나님의 공의가 땅에서도 이뤄지도록 기도하면서 예언자로서의 사명을 다하는 것이다. 희생과 섬김의 낮은 자세로 사회적 약자의 손을 잡아주고 그들의 고통에 귀 기울여야 한다. ●홍재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예수 그리스도는 온 인류의 죄를 대속(代贖)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심으로써 우리에게 새 생명의 길을 열어주셨다. 이제는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그 사랑을 따라 화목과 화합의 길을 걸어가야 할 때다. 한국교회는 미움과 시기 질투로 인해 서로 간의 간극은 더 커지고, 지도자들은 기득권을 지키기에만 급급한 모습이 많았다. 부활을 믿는 형제 모두가 하나 되기를 원하는 것이 주님의 뜻일 것이다. 한국교회는 무조건 하나가 돼야 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로서 한기총은 모든 기득권을 다 내려놓고 하나 되기를 기도한다. 한국교회의 모든 성도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하나 되어 기도하며, 날마다 십자가의 고난과 부활의 영광을 체험하는 삶을 살아가길 원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박겸수 강북구청장 4·19 봉사대상

    박겸수 강북구청장 4·19 봉사대상

    박겸수 서울 강북구청장이 오는 18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4·19혁명 국가조찬기도회에서 ‘4·19혁명 봉사대상’을 수상한다. 이번 조찬기도회는 4·19민주혁명회, 4·19혁명 희생자유족회, 4·19혁명 공로자회 등이 공동 주최하는 행사다. 박 구청장은 이들 단체로부터 4·19혁명 국민문화제를 개최하고 근현대사 기념관을 건립하는 등 4·19혁명의 정신을 계승하고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또 일성 이준 열사와 의암 손병희 선생 등 애국지사 16인의 묘역을 정비해 역사교육의 장으로 조성한 것도 공적으로 평가받았다. 박 구청장은 “4·19혁명 국민문화제를 전국에서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발전시켜 민주정신을 널리 전파 하겠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강북구, 서울 자치구 공약이행 1위

    강북구, 서울 자치구 공약이행 1위

    서울 강북구는 14일 법률소비자연맹 주관 민선 5기 전국지방자치단체장 공약이행평가에서 서울시 1위 자치구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법률소비자연맹이 중앙선관위에 게재되어 있는 5대 공약을 기준으로 전국 지자체장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평가로 공약이행보고서나 언론보도 등의 자료를 분석, 2010년 7월부터 4년간의 공약 이행도를 따졌다. 박겸수 구청장은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감동행정 ▲서울 동북부의 중심도시 ▲아이키우기 좋은 동네 ▲청렴으로 신뢰받는 열린 구정 등 11개 분야 47개 공약을 내걸었다. 이 가운데 초·중학교 친환경 무상급식 100% 달성, 풀뿌리 도서관 구축 사업, 북한산 주변 고도제한 완화 등 34개 사업은 완료했다. 북한산 역사·문화·관광벨트 조성을 위한 근현대사 기념관 건립, 미아사거리 동북부 자족거점도시 육성, 동별 1개소 이상 공영주차장 증설 등 13개 사업은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공약 추진 상황을 구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공약이행 주민평가단을 통해 평가를 받는 등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인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박 구청장은 “구민들의 소중한 염원이 담긴 공약이라 사업 추진에 온 힘을 쏟았다”면서 “민선 5기 최초의 약속이 마지막까지 지켜지도록 더욱 성실하게 공약 실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15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씨줄날줄] 서촌 vs 세종마을/진경호 논설위원

    경복궁을 바라보면서 왼쪽, 그러니까 서쪽에 있는 동네를 우리는 ‘서촌’(西村)이라 부른다. 조선 초기 인왕산은 서산(西山)이라 불렸고 경복궁 서편 사재감(司宰監)은 서영(西營)이라 했다.(박희용·이익주, ‘조선 초기 경복궁 서쪽 지역의 장소성과 세종 탄생’, 2012) 서촌은 경복궁 서편에서부터 인왕산 동편까지를 일컫는 말로, 서울 종로구 사직동과 통인동, 청운동, 효자동, 통의동 등 15개의 법정동이 여기에 속한다. 요즘 사람들은 경복궁 동편, 즉 삼청동의 아기자기하고 세련된 맛을 즐기다 심드렁해지면 찾는 색 바랜 옛 동네 정도나, 가회동 등 북촌의 한옥들을 둘러보고는 내처 찾아볼 한옥들이 있는 동네쯤으로 여기지만 기실 이곳은 근·현대사의 영욕이 빼곡이 들어차 있는 곳이다. 성현의 ‘용재총화’(?齋叢話)나 김상헌의 ‘근가십영’(近家十詠), 정선의 ‘장동팔경첩’(壯洞八景帖) 등에 묘사된 조선시대 서촌의 아름다움은 옛일이고, 근대 들어서는 억압의 상징이 돼 온 곳이다. 광복 이후 지방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이던 이곳이 결정적으로 철퇴를 맞은 계기는 1968년 벌어진 1·21사태, 즉 김신조 무장공비 일당의 청와대 습격 사건이다.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20여년간 청와대와 가까운 효자동, 통의동 등은 건물 높이가 10m로, 신교동 등 조금 떨어진 곳은 15m로 묶였고, 그 뒤로 90년대 말까지도 이런저런 규제에 짓눌려 온 곳이다. 권력 가까이 붙어 산 죄(?)로 30년 이상을 갖은 ‘핍박’ 속에 지내온 셈이다. 2004년 6월 서울시의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과 2010년 한옥보전진흥대책 등 개발과 규제의 정책들이 뒤엉킨 뒤로는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개발과 보전을 놓고 정부와 지자체, 지역주민들의 3각 갈등이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2011년 들어서는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이 일대를 ‘세종마을’로 지정하면서 지역 명칭을 둘러싼 갈등마저 얹어졌다. 지금도 포털에 들어가 서촌과 세종마을을 검색하면 같은 지도가 펼쳐진다. 해가 지는 쪽, 즉 쇠퇴의 뜻을 담은 ‘서촌’을 버리고 세종대왕이 나신 곳임을 널리 알려 지역 위상을 높이자는 게 김 청장 등의 주장. 반면 다수의 주민들은 ‘서촌’이라는 이름이 지난 십수 년간 국내외에 널리 알려져 하나의 브랜드가 된 마당에 김 청장이 주민들 의견도 묻지 않고 멋대로 세종마을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였다고 맞서 있다. 인터넷상의 사이버 전쟁도 한창이다.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서촌의 내일이 지방자치의 내일이 될 듯싶다. 서촌과 세종마을, 무엇이 살아남아야 하는가. 자치에 답이 있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문화마당] 중국소설은 왜 안 팔리는가/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문화마당] 중국소설은 왜 안 팔리는가/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그간 수많은 출판사에서 20세기 주요작을 비롯해 중국 현대소설을 깨알같이 출판해 왔지만 거의 팔리지 않고 대개 절판의 수순을 밟고 있다. 아마 위화를 선두로 모옌, 쑤퉁, 옌롄커, 하진, 바진 정도의 순으로 독자층이 형성되겠지만 영미권이나 일본소설 독자층에 비한다면 한 줌에 불과한 수준이다. 중국대륙에선 연예인 못잖은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 작가 한한도 한국에선 전혀 힘을 못 쓴다. 왜 중국소설은 한국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을까. 친하게 지내는 한 중국문학 전문 번역가에게 물어보니 오랫동안 중국소설 번역의 질이 좋지 않았던 것, 중국 현대사에 대한 한국 독자들의 무지로 인해 이질적인 중국 현대사를 무대로 한 소설에 손이 가지 않는다는 것, 우리보다 후진국으로 여겨지는 모든 문화권 소설에 대한 무시와 문화적 우월감 등을 이유로 꼽는다. 사실 중국 현대소설은 전통시대, 혁명시대, 농촌시대를 다루는 작품이 많고 우리의 비교적 모던한 일상과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2000년 전미도서상을 받은 중국계 미국 작가 하진의 ‘기다림’도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2007년 번역돼 소수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질문이 잘못됐다는 분석도 있다. 어떤 문학이 뜨려면 먼저 영미권 시장에서 움직여야 그 바람이 한국에도 불어온다는 것이다. 최근 북유럽 장르소설과 디자인이 잘 팔리는 것도 영미권에서 북유럽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영미권이라는 언어와 문화의 한계가 참으로 가증스럽다. 일례로 같은 노벨상을 받았지만 2013년 수상자인 미국의 엘리스 먼로에 비해 2012년 수상자인 중국 모옌의 소설은, 같은 기간 판매를 분석해 보면 훨씬 덜 팔렸다. 아마 판매량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영미권에서 중국소설 바람이 일락 말락하고 있다. 주요 언론에서 중국 작가 마이쟈의 ‘해밀’(解密)을 극찬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작가 탐방기사를 장문으로 실었고, 월스트리트저널이나 옵서버 같은 주류 매체에서 가독성과 문학성이 뛰어나다고 호평했다. 한 문학잡지는 “1980~1990년대의 모옌, 위화, 쑤퉁, 왕안이 이후 단 한 명의 중국작가”라고 극찬했다. 실제 그의 소설은 장르문학과 본격문학의 중간쯤에서 스타카토 식으로 황당한 시추에이션으로 스토리를 엮어나가는 품이 기존 소설의 문법을 확연하게 뛰어넘는 측면이 있다. 마이쟈는 조만간 국내에 번역될 가능성이 높다. 그의 작품들은 그간 국내 여러 출판사가 검토했다가 결국 출간을 포기했는데, 너무 두껍고 작품 배경이 낯선 것 등이 이유였을 것이다. 중국에서 1000만부가 팔려도 한국에서는 1만부도 팔리지 않는다는 귤화위지(橘化爲枳·귤이 물을 건너와 탱자가 된다)의 경험도 만만찮다. 향후 마이쟈의 ‘해밀’이 출간되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리라. 1990년대 초반까지 한국 시장에서 전혀 먹히지 않았던 일본소설을 살려낸 건 무라카미 하루키였다. 시바 료타로와 이노우에 야스시 등 전세대의 독자를 현대의 독서시장으로 데칼코마니하듯 찍어낸 단 한 명의 일본 소설가로 그가 등장했던 것이다. 과연 이번에 영미권이 고평한 마이쟈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마이쟈라는 바늘코를 꿰차고 중국 소설들이 친구 따라 강남 가듯 한국으로 건너올 수 있을까.
  • [특별기고] 統獨 과정 좌·우 정부 모두 대화는 유지했다/이동기 강릉원주대 사학과 교수

    [특별기고] 統獨 과정 좌·우 정부 모두 대화는 유지했다/이동기 강릉원주대 사학과 교수

    말의 성찬을 압도한 것은 역시 힘의 과시였다. 독일 동부의 찬연한 도시 드레스덴에서 쏘아 올린 박근혜 대통령의 ‘선언’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진동시킨 800발의 포성으로 묻히는 형국이다. 북한은 신랄한 비난을 이어 가고 있다. 드레스덴이 통일 후 장밋빛 도시로 거듭나 통일 ‘대박’을 상징한다는 과도한 해석은 이제 제쳐 두자. 과정의 오류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도 북한 ’주민‘들에 대한 빈번한 언급이다. ’선언‘의 결을 따라가면 우리가 상대하는 것이 지배자들의 이데올로기만이 아니라 ’그곳 사람들‘의 구체적 삶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좌파든 우파든 서독 정부는 모두 동독 정권과 대화하기를 중단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 역시 동독 주민들의 구체적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악마와 춤’을 추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동·서독의 관계도 늘 긴장과 사고의 연속이었다. 베를린 장벽과 동·서독 국경은 한반도의 비무장지대(DMZ)와 달라 더 잦은 인명 살상이 발생했고, 수백만명의 상호 방문과 교류로 인해 각종 사고와 문제는 첩첩산중이었다. ‘춤을 추는’ 와중에도 리듬과 규칙을 충분히 익히지 못한 상대가 발을 밟는 경우는 다반사였다. 자유주의 역사가인 티머시 가튼 애시의 말대로 그럴수록 “서독 정부가 동독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사용한 가장 중요한 수단은 지속적인 협상”이었다. 서독 정부에 협상은 단지 어떤 특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가 아니었고, 목적 그 자체였다. 통일 후 서독 출신 정치 엘리트들이 동독 지역 ‘주민들’의 고유한 경험과 지향을 무시하고 패권적인 체제 이식을 일삼았을 때, 통일독일은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과 인간적 희생을 지불했음도 기억해야 한다. 드레스덴을 조금만 벗어나면 그 일방적 흡수통일의 장기적 폐해가 여전히 널려 있다는 사실도 함께 살펴야 한다. 그렇기에 급속한 흡수통일을 염두에 두며 제시한 ‘통일 대박’의 예로 드레스덴을 활용하고 독일통일을 인용하는 한 한반도에서 통일은 어렵고 대박은커녕 ‘쪽박’에 가깝다. 힘의 적대적 과시를 제압하는 것은 그에 맞선 더 큰 힘의 단호한 과시가 아니다. 1990년 독일통일은 냉전의 극복이 힘의 우위에 기초한 압박이 아니라 공포의 극복과 오해의 제거 ‘과정’임을 웅변했다. “필요한 것은 신중, 인내, 예측 가능성이다.” 전 서독 총리 헬무트 슈미트가 오래전에 한 말이지만, 이제 한국 정치가들의 합창이 돼야 할 화두다. 이 정치적 덕목의 실천이야말로 ‘드레스덴’이 한반도 통일의 한 장을 장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동기(48) 교수는 국내 독일현대사 분야에서 정평을 얻고 있다. 독일 예나 프리드리히실러대학교에서 독일통일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통독 및 냉전사 연구의 전문가로 꼽힌다.
  • 근대 태동기 유럽·신대륙엔 무슨 일이

    근대 태동기 유럽·신대륙엔 무슨 일이

    근대의 탄생 1·2/폴 존슨 지음/명병훈 옮김/살림/1권 936쪽, 2권 800쪽/각 4만원 중세의 신(神) 중심 세계관이 깨지고 14~16세기 르네상스, 17세기 종교개혁을 거쳐 도달한 18세기 후반. 인간 이성으로 구습을 타파하려는 계몽주의와 산업혁명,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천명한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이 시기에 근대가 출발했다고 보는 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영국 역사학자 폴 존슨은 19세기 초반, 좀 더 구체적으로 1815년부터 1830년까지 15년 동안 근대가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그의 역작 ‘근대의 탄생’에 따르면 지난하고 파괴적인 나폴레옹의 전쟁이 근대의 실질적 탄생을 늦췄으며, 1815년 6월 18일 워털루 전쟁에서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이 웰링턴 장군이 이끄는 영국·프로이센 연합군에 패배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급격하고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길고 긴 전쟁 뒤에 사람들이 강렬하게 원했던 것은 ‘안정’이었다. 근대적 변화는 그 요구의 바탕 위에서 솟구쳐 올랐으며 그 변화들은 사람들의 신념, 열정, 가치, 사고방식을 근대적으로 변화시켰다.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존슨은 다양한 자료들을 토대로 정치·군사·과학·종교·철학·예술 등을 뒤흔든 인물들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딱딱한 현대사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어 낸다. 우선 예술 사조가 바뀌었음을 언급한다. 나폴레옹이 끔찍하게 좋아했던 고전주의 예술이 물러가고 그 자리를 빅토르 위고 같은 낭만주의 예술이 채운다. 프랑스가 세계 지성계에서 리더십을 상실하면서 문화가 국제화되기 시작한다. 유럽은 칸트의 관념론 철학, 괴테의 서정시와 희곡, 실러의 시극 등 독일 문화에 빠져들게 된다. 통신과 교통의 급격한 발전은 근대를 꽃피우는 데 크게 기여했다. 대륙을 넘나드는 인구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유럽인들이 대거 신대륙인 미국으로 이민했다. 유럽은 인구 급증과 기후 이상으로 인한 대재앙은 면한 반면 미국의 인디언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고, 신대륙은 유럽에서 유입된 가축과 농산물, 동물과 해충, 곤충과 질병 등에 휩싸였다. 방적기 개발과 함께 목화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 남부에서는 노예제도가 정착한다. 네이선 로스차일드라는 런던 금융계의 거목이 등장했고, 신용 거래와 주식 거래가 늘어나면서 1825년엔 세계 최초의 금융위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1820년대 중반 무렵부터 민중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함으로써 세계는 민주주의 시대로 이행할 단계를 밟는다. 근대의 출발점에 대한 존슨의 주장은 책장을 넘기면서 점점 더 설득력을 얻어 간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현대사 영욕’ 영등포교도소 이달 철거 앞두고 3일 개방

    ‘현대사 영욕’ 영등포교도소 이달 철거 앞두고 3일 개방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사건으로 구속된 고 김근태 전 민주당 국회의원은 1986년 5월 31일 서울구치소에서 영등포교도소로 이송된다. 이듬해엔 이곳에서 복역 중이던 이부영 민주당 상임고문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을 밝혀 민주화 운동을 촉발시켰다. 2000년에는 김 의원을 심문했던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수감돼 역사의 아이러니를 실감케 했다. 김지하 시인, 긴급조치 1호 위반 사건의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이 수감됐던 곳이다. 현대사의 영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영등포교도소(서울남부교도소)가 6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서울 구로구는 이달 중 철거되는 영등포교도소를 3일 하루 주민들에게 개방한다고 1일 밝혔다. 오후 1~6시 열리는 행사에선 교도소 담 철거 퍼포먼스, 시설 견학, 독방과 10인실 감옥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특히 견학 프로그램에는 해설자가 동행하며 교도소의 연혁과 주요 시설물의 특징을 상세히 설명해 준다. 시 낭송, 살풀이, 풍물패 공연, 영화 무료 상영회 등 부대행사도 이어진다. 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역사의 현장을 볼 수 있도록 행사를 마련했다”며 “독방, 10인실 등을 직접 보고 체험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교도소는 1949년 부천형무소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1961년엔 부천교도소, 1968년에는 행정구역 변경에 따라 영등포교도소로 명칭이 변경됐다. 2011년 5월에는 현재 이름인 서울남부교도소로 바뀐 후 그해 10월 구로구 외곽 지역인 천왕동 새 교정시설로 이전했다. 구는 영등포교도소를 철거하고 주거와 상업, 행정을 아우르는 복합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아파트 2300여 가구와 상업시설이 들어오고 보건소와 구로세무서, 구로구시설관리공단, 보육시설 등 행정타운이 조성된다. 개발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교도소가 주거환경과 도시발전을 해치는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교도소를 둘러싼 아파트 주민들의 이전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구는 서울시 인근 지역으로의 이전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법무부와 논의를 거쳐 천왕동에 신축하기로 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약을 맺은 뒤에는 고도제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공사를 시작해 2017년 완공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중·고교에서 견학 프로그램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며 “신청자가 많을 경우 하루 더 연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미술 작품을 구매한 당신 사회공헌도 함께했군요

    미술 작품을 구매한 당신 사회공헌도 함께했군요

    “7년 전 울산에서 서울로 상경했을 때 지하철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 어둡고 천편일률적이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그렇게 살고 있더라고요. 이때부터 사소한 주변의 것들을 포착해 강렬한 색감으로 경쾌하게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회화를 전공한 신진 작가인 정도영(32)씨는 이렇게 말한다. 도예를 전공한 명가을(30) 작가가 구워낸 도자기에 색을 입혀 배트맨, 원더우먼, 토르와 같은 영화 캐릭터부터 레이싱 선수, 추리닝맨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의 표정을 경쾌하게 그려낸다. 푸른 초원에서 마냥 웃고 있는 여유로운 사람들의 익살스러운 표정도 예외가 아니다. 홍콩 크리스티 경매와 국내 아트페어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온 두 작가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다. 5년간 함께 작업하며 무려 1000여명의 모습을 도자기에 담아왔다. 원형을 떠 가마에 굽고 채색·유약 작업을 거쳐 다시 가마에 들여놓는 도자 작업에 흠뻑 빠져 산다. 이들은 2일부터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그림손갤러리에서 열리는 ‘행복의 발견’전을 통해 새로운 실험에 동참한다. 대한적십자사와 한국미술경영연구소가 주관하는 전시에서는 기본경비를 제외한 작품구매 수익금 전액이 대한적십자사에 그대로 기부된다. 예전 나눔전시와 달리 구입자의 이름으로 기부가 이뤄져 연말정산 등 다양한 소득공제 혜택을 챙길 수 있다. 두 작가의 협업 작품들은 해학적이다. 과장된 표정과 색채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물질에 대한 욕망이나 소유를 추종하는 삶의 의미를 되묻는 듯하다. “현대사회와 사회를 구성한 사람들의 관계에 관심을 가졌어요. 그리고 도자기가 갖고 있는 속성을 작품의 의미와 결합시켰죠. 도자기는 화려하지만 동시에 작은 충격에도 산산이 조각날 수 있는 이중성을 지녔어요. 아슬아슬한 삶의 모습이죠.”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유망 작가를 발굴, 후원하는 한편 미술작품 소비가 사회공헌 기부활동으로도 확장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특별한 계층의 특별한 소비행위로 여겨지는 미술 소비문화의 저변을 확산시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이란·칠레서 유년 보낸 두 예술가의 전시회

    이란·칠레서 유년 보낸 두 예술가의 전시회

    소녀가 경험했던 아랍의 이란과 소년이 경험했던 남미의 칠레는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을까. 성인 예술가로 성장한 소녀와 소년은 남성 위주 사회가 지닌 억압과 군부 독재의 아픈 역사를 여태껏 기억에서 게워 내지 못하고 있다. 애써 억압의 색깔을 작품에서 지우려 하지만 그들의 잠재의식은 ‘취조실’ 같은 궂은 기억을 되새김질하곤 한다. 최근 한국을 찾은 작가들을 만나봤다. ■ 풍자된 중년의 욕망 이란 출신 탈라 마다니 “중년 남성은 가깝지만 멀게 느껴지는 존재예요. 인간의 부조리를 가장 잘 드러낸 갈등의 시기라고 할까요.”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작품들은 뭔가 사연을 담은 듯하다. 기존 미술의 개념을 정면으로 반박하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이란 출신의 여류 작가 탈라 마다니(33)는 요즘 영국 화단에서 ‘뜨는’ 젊은 화가다. 육체적 요소에 블랙 유머를 적절히 섞어 사회의 관습과 모순을 꼬집는 데 일가견이 있다. 작품에는 끊임없이 중년 남성이 등장한다. 이들의 욕망은 어둠 속 프로젝터를 통해 화면에 투사되는 감각적인 모습으로 드러난다. 예컨대 어린 소녀는 치마를 들추며 요염한 포즈를 취하고 이를 바라보는 중년 남성들의 눈빛은 반짝인다. 아예 넋을 놓고 있다. 다른 그림에선 한 중년 남성이 기저귀 차림의 자신이 기어 다니는 모습을 바라본다. 마다니는 “어린아이처럼 본능에 충실한 남성의 모습을 그렸다”고 했다. 그는 미국 오리건주립대와 예일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성적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자주 던져 왔는데 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남성의 시선에 대한 비판 의식이 돋보인다. 작가는 15세 때 이란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왔다. 이런 성장 배경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작품 속 중년 남성은 모두 아랍인이죠. 이들은 뭔가 욕망을 표출하려 해요. 어린 시절 이란에서 성장했던 경험이 무의식 중에 투영된 겁니다.” 오는 5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PKM갤러리에서 이어지는 전시에는 마다니의 약혼자인 영국 출신의 나다니엘 멜로스(40)도 함께 참여한다. 둘 다 한국 나들이는 처음이다. 영상, 퍼포먼스 작업에 천착해 온 멜로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동굴 비유’를 담은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한 현대인이 네안데르탈인이 살던 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 동굴벽화를 그린 원시인을 인터뷰한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또 보라색과 주황색으로 범벅이 된 셰익스피어의 뇌에 빨대를 꽂은 조각도 내놨다. 이성이 지배하는 현생 인류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반감의 표현이다. 얼마 전 결혼을 약속한 두 작가가 함께 전시를 여는 것은 처음이다. 과도한 표현 때문에 영국에서 전시가 취소됐던 작품도 포함됐다. 두 작가는 “예술 작품은 본능과 욕망을 억누르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라며 “자유로운 표현을 억압하는 데 저항하는 건 예술가의 책무”라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빛이 된 독재의 기억 칠레 출신 이반 나바로 “어떤 작품을 보고 사람들은 ‘취조실’을 떠올린다고 하죠. 하지만 전 딱히 억압적인 이미지를 담으려고 의도하진 않았습니다.” 와인으로 유명한 칠레는 군부 독재의 아픈 역사를 품고 있다. 칠레 출신의 네온아트 작가인 이반 나바로(42)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그가 산티아고에서 태어난 이듬해인 1973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직에 오른다. 이후 17년간 잔인한 철권통치가 이어졌다. 어린 시절 숱한 통행금지와 정전을 겪으며 쌓인 어두운 기억은 역설적으로 나바로를 빛의 예술 세계에 빠져들게 했다. 스무살이 되던 해 “돈이나 벌어 보자”며 떠난 미국 뉴욕에서 그는 욕망의 분출구를 찾았다. “2003년 우연히 차이나타운을 지나다 벽에 걸린 별 모양 램프를 봤어요. 별이 끝없이 멀어지는 듯한 환영에 빠져들었죠.” 이후 작가는 다양한 종류의 거울로 실험해 왔다. 지금은 ‘네온아트의 떠오르는 별’로 불린다. 2009년 제53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선 칠레관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최근 뉴욕 매디슨스퀘어에 이민자의 지친 삶을 달래기 위한 네온 작품을 매달아 화제를 모았다. 작가는 오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전시회를 이어 간다. 빛의 속도를 뜻하는 ‘299 792 458 ㎧’가 전시 제목이다. 설치작품 14점을 선보이는 작가는 마법에 가까운 눈속임을 부린다. 불과 20㎝ 두께의 작품들은 볼수록 끝없이 이어지는 환상을 불러온다. 바닥에 설치된 ‘우물’ 작품은 나락으로 빠질 듯한 아찔함을 드러내 관람객을 뒷걸음치게 만든다. ‘스파이 미러’를 통해 유리 속 거울을 반사하도록 해 무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식이다. 작가는 2011년부터 유명 고층 건물의 도면을 네온 조각 작품으로 선보이며 미국 시카고 시어스타워 등을 소재로 활용했다. 이번 전시에선 건축 중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이미지를 담은 ‘짐’(Burden)이란 작품이 포함됐다. 전시장 지하에는 ‘현대 울타리’란 작품도 있다. 100여개가 넘는 백색 형광등으로 만들어진 울타리는 남북한의 분단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정치적 색깔을 지양하고자 작품 제목을 ‘남과 북’으로 하지 않았어요. 강요된 이미지를 좋아하지 않지요.” 백색 형광등은 거울에 반사되면 초록빛으로 변한다. 보통 초록은 신선하고 상쾌하지만 그의 초록은 시리고 아픈 느낌이다. 흰색으로 눈속임하지만 가슴에 새겨진 아픈 기억은 속일 수 없는 법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한반도 분단 70년-신뢰의 씨앗 뿌리자] ‘사각지대’ 놓인 통일교육

    통일과 남북 문제는 우리 교육 현장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통일 이슈가 집권세력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좌우될 소지가 많고 보수와 진보의 이념 논쟁의 핵이 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교육 현장에서도 시비의 여지가 적지 않아 통일과 남북 문제에 대해 교과 수업 자체가 소홀해지고 있는 것이다. 역사 교과서의 마지막 단원인 현대사 부분에서 다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진도에 쫓겨 대충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교과서의 남북 문제 관련 서술이 단편적이다 보니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중학교 교사 출신 안창모(63)씨는 “교과서상으로 남북 관계의 단편적인 내용만 기술돼 있다 보니 일선 교사들은 교과서에 없는 내용을 찾아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교육원 관계자는 “교사들을 만나면 통일,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는 분들을 적지 않게 본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사 교과서 채택 논란과 함께 현대사의 범위를 어느 정부까지로 정해야 할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 이유도 이러한 민감성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 통일부는 통일의 관점에서 근현대사를 조명하는 교과서 제작도 검토하고 있다. 매년 제작하는 통일교육원의 관련 교재에 근현대사 관련 범위를 늘리겠다는 의미인데 일각에서는 서술 방향에 따라 또 다른 이념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이념과 사상의 주입을 금지하고 논쟁을 투명하게 해 학생들이 자신만의 생각과 사상을 갖도록 하자는 1976년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목소리도 있다. 논쟁을 피할 수 없다면 학생들이 자유롭게 통일과 남북관계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지구촌 책세상] 두 개의 한국

    [지구촌 책세상] 두 개의 한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2008년 어떻게 평양에 갔을까?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2000년 북한 방문 계획을 왜 포기했을까? 이명박 정부는 2009년 남북정상회담을 열기 위해 북한과 어떤 물밑 접촉을 했을까? 미국 워싱턴포스트 한반도 전문기자 출신 돈 오버도퍼가 1997년에 펴낸 한국 근현대사의 생생한 기록물 ‘두 개의 한국’(The Two Koreas)은 기자의 예리한 시각으로 6·25전쟁 이후 50여년간 남북한 사이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들을 세밀하게 담았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오버도퍼는 2001년 김대중 정부 편을 추가한 증보판을 냈는데, 남북 및 북·미 관계가 급물살을 탔던 시기라서 긍정적 기록들로 마지막 장을 채운 채 멈춰 있었다. 13년이 지난 지금, 남북 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는 너무나 많이 바뀌었다. 2001년 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10여년 새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고, 북·미 협상은 어그러졌으며 남북 관계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왜 초래된 것일까. 백악관과 국무부, 정보 당국 등이 밀집해 있는 워싱턴DC에서 최고의 북한 전문가를 꼽으라면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관 출신 로버트 칼린을 거론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칼린은 오버도퍼의 역작 ‘두 개의 한국’에 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세 개의 장을 추가해 ‘완성판’을 펴냈다. 추가된 내용은 1970~1980년대 남북을 둘러싼 사건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2001년부터 2013년까지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주를 이룬다. 칼린은 27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출판사의 최신판 작업 요청을 받고 확연히 달라진 현실을 반영하고자 집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대목은 2002년 북·미 제네바합의 파기는 이를 깨고 싶은 부시 행정부가 이미 알고 있던 북한의 우라늄 농축 의혹을 제기하면서 초래됐으며, 2006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문을 닫은 것도 워싱턴의 실수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지난 10여년은 잃어버린 기회와 부정적 결과로 만연한 시기였고, 오늘날 우리를 진퇴양난에 빠지게 했다”며 “이 책을 통해 잘못된 결정이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는 아주 간단한 진리를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칼린은 한국 독자들에게 “올해 하반기 한국어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같은 생각 닮은 풍자

    같은 생각 닮은 풍자

    “집요하게 보채는 작전이 통했는지 마침내 필요하면 가지라며 모자와 동전을 통째로 내밀더군요. 모자를 받아들자 오래된 기름때가 묵직하게 손가락에 착 달라붙었어요. 퀴퀴한 냄새도 코를 찌릅디다. 노인은 3년간 정든 모자라고 애착을 보이며 몇 가지 에피소드도 곁들였어요. 유달리 무겁고 마음에 들었죠.”(2013년 8월 9일 안국역)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대안 미술을 공부해 온 이원호(42) 작가에게 걸인의 동냥 그릇은 쉽사리 지나칠 수 없는 예술품이었다.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마주친 백발 부랑 노인의 ‘동냥질’이 단초가 됐다. 지난해 8월부터 3개월간 서울과 위성도시 곳곳을 돌며 53개의 적선 도구와 적선받은 돈을 모았고, 이를 설치 작품인 ‘스토리Ⅰ’(StoryⅠ)으로 바꿔 놓았다. “100명 중 95명은 당황하며 팔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갖고 싶은 건 10배까지 값을 치르더라도 꼭 손에 넣었어요.” 작가가 바닥에 늘어놓은 담요, 종이상자, 모자, 바구니 등 다양한 적선 도구 못지않게 벽면에 내걸린 가계부를 닮은 흥정 기록이 눈길을 끈다. 2013년 8월 9일 안국역·1770원(실가격)·1만 3500원(구입가격)·-1만 1730원(차액), 2013년 9월 11일 의정부·0원(실가격)·3500원(구입가격)·-3500원(차액)…. 수집한 돈은 불과 8만 7040원에 불과했으나 작가가 부랑자들에게 치른 돈은 4배 가까운 34만 200원이었다. 대체 왜? 작가는 “대가 없는 적선을 통해 그들과 나를 구분 짓고 동정하기보다 ‘흥정’이란 협상의 장에 걸인을 끌어들여 우리와 동등한 위치에서 인간으로 마주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의도적으로 배제해 왔던 존재들을 수평적 관계로 복권시켰다는 것이다. 작업 과정 곳곳에 남겨 놓은 메모가 인상적이다. “이 동네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라 우연한 만남에서 재빨리 흥정에 성공해야 한다”(연신내역)거나 “이곳 부랑인들은 유달리 낮부터 술에 취해 있어 조심스런 흥정 끝에 어렵게 스테인리스 그릇(동냥 그릇)을 얻었다”(서울역)는 등이다. 5월 11일까지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이어지는 ‘한·중 현대미술전-액체문명’전에는 만지면 끈쩍한 손때가 묻어날 듯한 걸인의 적선 도구처럼 거친 삶의 모습이 여과 없이 담겼다. 이용백(48) 작가는 영상에 담은 퍼포먼스 ‘자유로를 향하는 플라워 탱크’를 통해 긴장과 불안이 만연한 현대사의 질곡을 에둘러 표현했다. 경복궁에서 출발한 꽃으로 치장한 실제 탱크는 임진각까지 내달렸다. 작가는 “1979년 12월 12일 이후 경복궁 앞에 탱크가 지나간 것은 처음으로 국방부의 협조까지 얻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진가 리웨이(44)는 사람이 고층빌딩 옥상에서 한쪽 발만 걸친 채 아슬아슬하게 서 있거나, 달리는 열차에 매달린 듯한 다분히 엽기적인 사진들을 연출했다. 실제라고 믿기엔 위험천만하지만 모두 실제 촬영한 것들이다. 작가는 “급격한 변화로 불안에 시달리는 중국 현대인들의 삶을 묘사했다”고 설명했다. 3점이 전시된 왕칭쑹(48)의 ‘팔로’(Follow) 시리즈도 이목을 끈다. 거대한 칠판에 중국어와 영어를 가득 적어 놓은 ‘팔로 미’, 서재에서 끙끙 앓는 초췌한 작가의 자화상을 담은 ‘팔로 힘’, 200여명의 학생이 책으로 뒤덮인 교실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는 ‘팔로 유’ 등이다. 서구화의 물결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현대 중국인의 모습을 풍자한 작업들이다. 전시에는 이 밖에 신형섭·이창원·한경우·한진수·먀오샤오춘·쑹둥·쉬융·장샤오타오 등 모두 12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현대인의 모습을 흐릿하게 표현한 초상(쉬용), 스크린에 투사한 가짜 성조기(한경우) 등 자본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를 꼬집은 모습은 한·중 간에 차이가 없었다. 선승혜 학예연구부장은 “안정적인 고체와 달리 끊임없이 변하는 액체의 유동성에 현대사회의 불가해성을 투사한 것이 전시의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사설] 이통사 보조금 경쟁 말고 시설 투자부터

    현대사회에서 통신 중단은 철도 운행 정지나 비행기 운항 중단과 같은 중대한 문제다. 전쟁 중의 무선 통신 장애는 곧 패배와 직결된다. 지난 주말 발생한 SK텔레콤의 통신 장애는 그런 의미에서 결코 가벼이 봐선 안 된다. 6시간 동안의 통신 두절 때문에 회사 측은 560만명이 피해를 봤다며 피해를 최대한 보상해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피해 보상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원인을 찾아 분명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같은 사고는 또 일어날 수 있다. KT나 LG 유플러스 등 다른 이동통신사에서도 SKT의 사례를 거울 삼아 장애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 이동통신사들은 통신망 투자를 내세워 계기만 있으면 요금을 올렸다. 가입자들이 적지 않은 요금을 꼬박꼬박 지불하는 것은 최고의 통화 품질과 서비스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위 통신사업자라는 SKT의 대응은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크고 작은 통신 장애는 끊이지 않았고 이번에도 늑장 대응으로 일관해 고객들의 분노를 샀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가입자를 연결해 주는 모듈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몇 시간의 통신 두절이라도 그에 따르는 피해는 작지 않다. 낮이라면 급한 연락이나 사이버 금융을 하지 못해 사업상의 피해를 보는 사례도 있을 것이다. 밤에 일어난 이번 사고로 전화기에 의존해 영업하는 대리기사나 택배 종사자, 콜택시 기사 등 영세 사업자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 스마트폰으로 여가를 보내는 일반 가입자들의 짜증도 무시할 수 없다. 불법적인 보조금을 비롯해 통신사들이 고객 유치 경쟁에 쓰는 마케팅 비용은 매년 8조원에 이른다. 시설 투자보다는 점유율 경쟁에 더 큰돈을 쏟아부으며 불공정 경쟁에 혈안이 된 사실은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는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 1800억원이나 되는 과징금을 내고서도 여전히 서비스는 뒷전이고 고객 붙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는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수감 중이다. 그럴수록 경영진이 긴장의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한다. 오너 부재가 느슨한 기업 운영의 원인이 되었다면 뼈아픈 결과일 것이다. 하성민 SKT 대표는 규정 이상으로 피해를 보상해주겠다고 밝혔다. 피해 보상은 당연한 책임의 이행이다. 그것으로 사고의 여파를 덮을 수는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통화 품질은 통신사의 최고 가치이며 통신 두절은 심하게 말하면 통신사가 문을 닫아야 할 사안이다. 시설 확충과 빈틈없는 장비 점검으로 재발을 막기 바란다.
  • [한·미·일 내주 정상회담] 50년전 아버지 눈물 딛고 딸은 ‘통일대박’ 시대로

    [한·미·일 내주 정상회담] 50년전 아버지 눈물 딛고 딸은 ‘통일대박’ 시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네덜란드, 독일 순방은 많은 이슈에도 불구하고 ‘북한, 북핵, 통일’이 핵심 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당장 네덜란드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북핵을 이슈로 일본과도 자리를 함께한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방문하는 동독지역에서는 좀 더 구체화된 통일 구상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1일 “박 대통령은 오는 28일 구동독 지역 대표적 종합대학이자 독일 5대 명문 공대 중 하나인 드레스덴공대를 방문,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독일 방문은 통일과 통합을 이뤄낸 독일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통일 분야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우리의 통일에 대비해 나가고자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를 위해 양국은 사회통합, 경제통합 및 국제협력 등 분야별 부처 및 주요기관 간 다면적 통일 협력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통일 이후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독일을 거울 삼아 ‘통일 대박’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의 연설은 ‘통일 독트린’이나 ‘드레스덴 선언’ 등으로 불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는 28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예정된 동포간담회는 ‘경제발전 과정에서의 고난과 그림자’를 내보이는 행사가 될 전망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광부와 간호사를 독일로 대거 파견한 뒤 1964년 12월 독일을 공식 방문해 함보른 탄광에서 “우리 후손만큼은 결코 이렇게 타국에 팔려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눈물의 연설’을 하기도 했다. ‘부녀 대통령’이 50년의 시차를 두고 현대사의 현장에 등장하는 셈이다. 한편 한·일 정상이 만나게 될 네덜란드 헤이그는 구한말 기구했던 역사가 담긴 곳이어서 또 다른 역사의 ‘아이러니’를 빚어낼 전망이다. 이준·이상설·이위종 등 3명의 대한제국 외교관들은 107년 전인 1907년 6월 고종황제의 밀서를 품에 간직한 채 2개월의 긴 여정 끝에 헤이그에 도착, 그보다 2년 전 일제의 강압으로 체결된 을사늑약이 무효임을 주장하고 일제 침략상을 만천하에 알리려 했다. 그러나 이들은 일본의 방해와 열강 정부 대표들의 냉대와 무관심 속에 본회의장에 입장조차 하지 못했고, 이준 열사는 객지에서 숨을 거뒀다. 이 사건으로 일제로부터 퇴위를 강요받은 고종 황제는 결국 순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말았다. 앞서 박 대통령은 2011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을 방문하면서 헤이그의 이준 열사 기념관을 방문했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인생은 뜨겁게(버트런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사회평론 펴냄) 20세기 대표 지성인이자 저술가, 195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문필가이기도 한 영국 사상가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의 자서전이다. 2003년 상·하권으로 나뉘어 출간된 첫 완역판에서 각 장에 수록된 서간문을 덜어내고 한 권으로 재편집한 개정판이다. 러셀은 생의 마지막에 출간한 자서전 서문에서 자신을 지배해 온 세 가지 열정을 이야기한다. 사랑에 대한 열정, 진리 추구에 대한 열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그것이다. 러셀은 이 열정들이 거센 바람과도 같이 자신을 이리저리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 위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면서 그것이 자신의 삶이었다고 했다. 영국 웨일스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부모를 일찍 여의고 도덕적으로 엄격한 조부모 밑에서 고독한 유년 시절을 보낸 러셀이 뛰어난 수학자이자 철학자로 성장하는 과정, 1차 대전을 겪으며 전쟁과 핵무기에 반대하던 실천적 지식인으로 변모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596쪽. 1만 9000원. 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시현 옮김, 황금가지 펴냄) 전 세계적으로 40억 부가 넘게 팔린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가 60세이던 1950년 쓰기 시작해 15년 뒤인 1965년 완성한 자서전이다. 작가의 경력은 어떻게 시작됐는지부터 그녀의 수많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모델이 된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 유명 작품을 쓰게 된 계기와 후기 등을 들려준다. 어린 시절 프랑스에서의 추억, 1900년대 상류층 사람들의 삶에 대한 상세한 묘사나 세계대전 무렵 영국 여성들의 삶이 묘사된다. 크리스티는 서문에서 인생은 흥미진진하고도 즐거운 현재, 모호하지만 흥미로운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미래, 현재를 떠받들고 있는 기억과 사실들인 과거로 구성된다면서 추억의 즐거움을 누리겠다고 했다.자서전을 끝내며 크리스티는 “이만 자서전을 끝맺어야 할 듯싶다. 삶에 관한 한 말해야 할 것은 모두 말했으니”라고 했으나 이후 10년이 그녀 생애 최고의 시간들이었다. 808쪽. 2만 8000원. 인간관계를 발명한 남자(스티븐 와츠 지음, 정지현 옮김, 아템포 펴냄) ‘현대 성공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일 카네기(1888~1955) 평전이다. 카네기의 삶을 전면적으로 다룬 최초의 평전으로, 미주리대에서 역사를 가르치며 미국 현대 인물의 평전을 집필하는 스티븐 와츠가 썼다. 현대 미국 비즈니스 문화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20세기 현대 성공철학의 메시아로 불리는 카네기의 삶과 의미를 풀어 나간다. 미주리 주의 시골 마을에서 가난한 아버지와 독실한 신앙심을 가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소년 데일은 대학 시절부터 대중 연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형식주의를 거부하는 카네기의 수사법과 연설법은 대학 공부를 마칠 무렵 완성됐다. YMCA에서 대중 연설을 가르치는 일에 열정을 쏟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훗날 현대적인 성공철학을 정의한 베스트셀러 ‘카네기 인간관계론’(1936년 초판 발행)을 썼다. 형식주의를 거부하고 성공하고 싶다면 호감 가는 성격을 만들고 다른 사람의 심리적 요구를 이해하라며 인간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의 조언은 현대사회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632쪽. 2만 8000원. 모험본능을 깨워라(스킵 요웰 지음, 이채령 옮김, 푸르메 펴냄) 세계적인 아웃도어용품 ‘잔스포츠’의 공동 설립자인 히피 출신 사업가 스킵 요웰(1946~)의 인생, 모험 그리고 창의적인 사업 이야기다. 미국 서부 캔자스주의 촌구석 출신 소년이 모험 중독자이자 훌륭한 산악인이 된 사연, 삼촌의 정비소 창고에서 사촌과 그의 여자 친구 잔이 패밀리 사업으로 시작한 일이 아웃도어 산업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사연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초기에 창립자 3명이 인디언이나 에스키모 복장을 하고 직접 카탈로그 사진을 찍었던 일, 돔형 텐트를 착안한 일화 등을 통해 저자는 잔스포츠의 성공 비결로 한계를 정하지 않은 창립자들의 순수함, 철저한 제품 검증 등을 꼽았다. 매우 독특하고 유쾌한 인물의 자서전인 동시에 성공한 벤처 사업가의 경영 전략이 담긴 경영 서적이기도 하며 모험 에세이로도 읽을 수 있다. 288쪽. 1만 5000원.
  • 제주 4·3 국가추념일로 지정…도민들 “갈등 풀 기회… 환영”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4·3사건이 66년 만에 국가 추념일로 지정됐다. 정부는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첫 화상 국무회의에서 ‘제주 4·3희생자 추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정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인 ‘각종 기념일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기념일 명칭은 4·3희생자 추념일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제66기 제주4·3사건 희생자위령제는 정부 주관의 국가적 행사로 격상돼 처음 열리게 됐다. 4·3희생자 추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자 희생자 유족과 제주도민들은 반 세기 넘도록 이어져 온 제주 사회의 반목과 갈등을 풀 전기가 마련됐다며 환영했다. 제주도민들은 이를 계기로 다음 달 3일 열리는 추념행사에 박 대통령이 참석하길 바랐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4·3 추념일 지정은 2000년 4·3특별법 제정과 2003년 고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더불어 제주 4·3의 해결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도민과 희생자, 유가족을 대신해 정부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우 지사는 “많은 분이 국가 배상 등 새로운 과제를 요청하고 있다”며 “앞으로 제주도와 평화재단, 유족회가 적절한 해결 방안이 뭔지 의견을 모아 연로한 4·3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주4·3특별법은 제주4·3사건을 ‘1947년 3월∼1948년 4월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했다. 4·3사건중앙위원회가 현재까지 신고를 받아 결정한 관련 희생자(행방불명자 포함)는 1만 4032명, 유족은 3만 1253명이다. 중앙위는 추가로 희생자 326명, 유가족 2만 8426명을 접수해 심사하고 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꽃보다 ‘그림동花’

    꽃보다 ‘그림동花’

    “예쁘고 고운 그림, 교훈적인 이야기가 그림책의 전부는 아니라고 봐요. 파격적인 뭔가를 해 보고 싶었죠. 또 책 고르는 분은 부모님이잖아요. 아이들에게 읽어 주면서 어른도 함께 보고 느껴야 아이들과 대화를 계속할 수 있을 거예요. 그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그랬다. 그림은 현대사회를 풍자한 팝아트 작품처럼 정교하고도 화려했다. 척 봐도 그림이 탁 튄다 했더니 “미리 본 부모님도 눈이 어지럽다 해서 파란색과 노란색을 기본 톤으로 전부 다시 만들었어요. 아이들이 좋아해야 할 텐데…”라며 웃었다. 이야기에도 줄거리가 없다. 제목 ‘단추가 말하다’에 걸맞게 단추가 자기 얘기를 들려주는 식이다. 가령 야구선수에겐 반짝이는 단추 착용이 금지되고, 프랑스 귀족은 으스대느라 단추만 1만개 달린 옷을 입었고, 이탈리아에는 금단추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고, 예전에는 단추에 기념사진 같은 풍경을 그려 넣기도 했고,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은 단추 공포증에 시달리기도 했다는 얘기들이다. 줄거리 구성보다 자료 조사에 꽤 공을 들였을 법하다. 자기 차례가 돌아오자 박기연(30·여) 작가는 가제본한 책을 들고 단상 앞으로 나갔다. 아이와 부모 30여명이 올망졸망 앉아 있었다. 찬찬히 책을 펴고 단추가 들려주는 말을 대신 전해 주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오후 4시 그림책 작가를 길러 내는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 출신 작가공동체 힐스(HILLS) 소속 작가 5명이 송파구 잠실동 송파어린이도서관 물동그라미극장을 찾았다. 요즘 출판계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 가운데 하나가 그림책. 이런저런 해외 수상 소식도 많다. 이에 따라 그림책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함께 배우고 함께 연구하자는 뜻에서 만들어진 게 힐스다. 이걸 구에서 그냥 둘 리 없다. 송파어린이도서관에서 작가들을 불러 ‘힐스 픽쳐 북’ 전시회를 열고 아이들에게 읽어 주도록 했다. 이번엔 15일까지 작가 15명이 작품을 들고 나온다. 정원임 도서관장은 “곧 정식 출간 예정인 작품들인 만큼 아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검증된 작품들을 보여 주고, 작가들에게는 자신의 책을 널리 알릴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라면서 “부모와 아이들, 작가 모두에게 좋은 추억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작품을 다 읽어 주고 질의응답까지 끝낸 박 작가는 꽤 만족한 눈치였다. 전형적인 88만원 세대라 또래 친구들 중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사람이 없어 반응을 확인해 볼 기회가 없었던 데다, 무엇보다 작가가 대신 들려준 단추의 속사정에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들까지 ‘아~’ 하고 낮은 감탄사를 뱉어 냈기 때문이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월하 스님 달빛 같은 가르침 세상을 비추게…”

    “월하 스님 달빛 같은 가르침 세상을 비추게…”

    “위로는 머리를 덮을 한 조각 기와도 없고, 아래로는 발붙일 한 뼘의 땅도 없도다. 비록 나와 같이 태어났더라도 나와 더불어 함께 죽지 않겠노라.”(1994년 월하 스님의 조계종 종정 추대 법어) 조계종 9대 종정을 지낸 노천 월하 대종사(1915~2003) 스님의 탄신 100주년을 맞아 스님을 재조명하고 사상을 선양하는 작업이 대대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월하 스님의 상좌와 손상좌, 증손상좌를 주축으로 결성된 노천문도회(문장 초우 스님·문도대표 성파 스님)는 오는 25일 ‘탄신 100주년 추모다례제’를 시작으로 월하 스님 재조명에 본격 나선다고 13일 발표했다. 월하 스님은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통도사 주지·조실, 조계종 총무원장, 조계종 개혁회의 의장, 영축총림 방장 등을 지낸 스님. “내가 고단하면 남이 수월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며 스님부터 근검 절약하고 대중과 공익을 솔선수범하라고 제자들에게 누누이 당부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스님의 꼿꼿한 기개세는 한국불교계에 여전히 회자하곤 한다. 1992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위한 나눔의 집 건립추진위 결성 당시의 일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성금을 모은다는 소식을 들은 스님은 1억 5000만원을 몰래 냈는데 이 일이 보도되자 “누가 내 돈을 내면서 내 이름을 댔는지 알 수 없다”고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스님은 그해 한국 불교 첫 사회복지법인 ‘통도사 자비원’을 설립했다. 한국 불교계 최초의 성보박물관인 통도사 성보박물관을 있게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1954년 동삼·청담·효봉·금오 스님과 함께 불교정화운동을 주도한 뒤 벽안 스님과 함께 불국사 주지 후보로 결정됐지만 두 스님이 모두 서로 맡지 않겠다고 우긴 일도 유명하다. 통도사 조실로 추대된 뒤에는 시봉을 들 시자를 두지 않은 채 손수 방 청소와 빨래를 직접 했으며 독상도 마다하고 대중과 함께 공양했던 일도 회자한다. 월하 스님 재조명 작업이 이처럼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스님의 업적과 인물상이 한국불교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않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월하 스님은 금강산에서 출가해 서릿발 같은 기개로 통도사를 국내 최고의 도량으로 일궈낸 인물이다. 1994년 종단 개혁 때는 조계종 개혁회의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실제로 노천문도회는 “월하 대종사는 정화불사를 견인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불교 현대사에서 큰 역할을 했던 스님임에도 그에 대한 삶이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문도 대표 성파 스님도 “마지막까지 청정 비구로 살다가 원적에 드신 월하 스님의 달빛 같은 가르침이 많은 이의 마음을 비추기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오는 25일 오전 10시 경남 양산 통도사 설법전에서 봉행되는 다례제는 문도 대표와 종단 주요 인사 등 사부대중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월하 스님의 생전 육성법문과 헌다, 부도탑 참배 등으로 진행된다. 종정 진제 스님의 법어도 발표될 예정이다. 다례제가 끝난 뒤 오후 2시 해장보각(도서관)에서는 ‘계율을 통한 수행의 재조명’이라는 주제의 학술세미나가 열려 월하 스님의 ‘계율관’을 재조명하게 된다. 이날 통도사 성보박물관 2층에서는 월하 대종사의 생전 유품인 발우와 가사, 장삼, 안경, 경전 등을 전시하는 특별전이 개막돼 3개월간 계속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극장, 시대를 말한다

    남산예술센터는 극장 자체를 주인공으로 삼은 ‘남산 도큐멘타: 연극의 연습-극장편’(연출 이경성)으로 올 시즌의 문을 연다.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의 전신은 1962년 극작가이자 연출가였던 동랑 유치진 선생이 세운 ‘드라마센터’다. ‘햄릿’을 공연하면서 최초의 현대식 극장은 힘차게 개관했지만 재정난으로 1년여 만에 문을 닫고 결혼식장이나 미군연주단의 공연장으로 활용됐다. 1970년대 들어 유덕형 연출의 ‘초분’, 오태석의 ‘태’ 등 화제작이 연이어 무대를 장식하면서 드라마센터는 한국 연극사에서 의미 있는 공간으로 부활했다. 작품은 이런 극장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면서 극장 밖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이경성 연출은 “드라마센터의 역사는 한국 현대사의 흐름과 맞물리는 지점에 있다”며 “연극보다 더 연극적인 일들이 극장 밖에서 벌어지고 있었음”에 주목했다. 남산 자락 한쪽에서 공연과 리허설이 진행되는 동안 다른 한쪽(1970년대 안기부 본관)에서는 연극보다 더 연극적인 조작과 고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남산 도큐멘타’는 연극에 인터뷰, 다큐멘터리, 토론 등을 결합해 극장을 통해 시대를 조명하는 시도로 확장된다. 공연 전 프로그램으로 극장 주변 장소들을 살펴보는 ‘유령산책’이라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15~30일. 2만 5000원. (02)758-2106.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