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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을 주는 디자이너’ 이탈리아 거장 알레산드로 멘디니 전

    ‘행복을 주는 디자이너’ 이탈리아 거장 알레산드로 멘디니 전

     “현대사회는 기술은 발전했지만 너무 험악해졌어요. 테크놀로지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행복함과 따뜻함을 주는 작품을 하는 게 나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이탈리아의 디자인 거장 알레산드로 멘디니(84)의 작품들은 밝고 따뜻하다.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웃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한 와인오프너부터 알록달록한 무늬가 있는 어린이 가구 등 화사한 색상과 동심을 일깨우는 천진난만함으로 가득하다.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들로 이탈리아 디자인의 얼굴을 바꿔 놓은 멘디니의 40년 작품 인생을 집약해 보여주는 대규모 전시회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다.  건축가이자 산업디자이너, 예술가인 멘디니는 이번 전시회에서 생활용품부터 가구, 회화, 모형으로 제작된 건축물 등 전 분야를 망라하는 작품 60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 주제는 ‘디자인으로 쓴 시’. 아시아에서 최초로 그의 이름을 내걸고 선보이는 대형 회고전이다.  개막일에 앞서 전시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유토피아적인 건축물과 디자인을 지향하다 보니 작품에 시적인 요소가 담기는 것 같다”면서 “인간적인 면을 배려하고 환기할 수 있는 작품이 진짜 좋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밀라노 외곽의 바닷가 마을에서 쌍둥이 누이와 함께 태어난 그가 대가족에게 둘러싸여 보낸 행복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평생의 프로젝트처럼 작품의 근간을 이룬다.  이번 전시는 11가지 테마로 나누어 그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장 외부에는 초록색 장갑에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차오맨’이 두 팔을 들고 반갑게 관람객을 맞는다. 입구에는 사람의 얼굴 모양으로 디자인된 거대한 조각 ‘테트 제앙트’(2002)가 멘디니 디자인의 세계로 안내를 시작한다. 그다음 공간은 남녀노소 모두를 공감하게 만드는 천진난만한 동심이 잘 표현된 디자인들이다. 부엌 가구 알레시에서 생산되고 있는 여러 가지 제품을 모아 회전목마처럼 만든 ‘지오스트리나’, 나무 캐비닛 ‘클라라벨라’와 드로잉 등 들여다볼수록 재미있는 작품들이다.  순수하고 유머러스한 작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금속 표면의 기울어진 의자 ‘미끄러진’처럼 실험적인 디자인과 ‘프루스트 의자’ 등 멘디니 디자인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하는 화사한 색과 점묘적 표현이 들어간 작품들도 소개되고 있다. 유명한 와인오프너 ‘안나 G’나 화병 같은 소품부터 그의 생각이 담긴 드로잉,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된 카르티에 현대미술재단 소유의 조형물, 동생과 함께 작업한 건축물 모형 등에 이르기까지 작품들은 하나하나 들여다보기도 바쁘다. ‘프루스트 의자’를 청자 미니어처로 제작한 작품 ‘108번뇌’, 소리가 나도록 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 한국 작가들과 협업한 작품도 눈에 띈다.  멘디니는 밀라노 폴리테크니코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 분야에서 일하다 1970년부터 모도, 카사벨라, 도무스 등 3대 건축잡지의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1989년에는 건축가인 동생 프란치스코와 ‘아틀리에 멘디니’를 설립하고 예술, 가구, 건축 등을 아우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황금컴퍼스상, 유러피안 건축가상을 수상한 그는 후쿠이 공룡박물관, 네덜란드 흐로닝어르 미술관 등 각종 건축물과 공공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으며 카르티에, 에르메스, 스와로브스키, 알레시 등 세계적 명품 기업과도 협업해 왔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 한샘, 한국도자기, SPC 등 다수의 기업이 그와 작업했다. 여든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건재하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계속 일할 수 있는 행운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가 하는 일들이 저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비워서 자유로운 ‘아미시’

    비워서 자유로운 ‘아미시’

    그들이 사는 마을/스콧 새비지 지음/강경이 옮김/느린걸음/320쪽/1만 3000원 우리는 때로 현재의 삶이 혹사당하고 소진되며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면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무력감에 좌절할 때가 종종 있다. 이 책은 절제와 만족을 잃은 현대사회에서 과감하게 밖으로 나와 진짜 삶의 세계로 들어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더 적은 소유, 더 많은 향유로 가는 길을 안내한다. 책에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미국의 잡지 ‘플레인’에 실린 26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농부와 시인, 기자와 환경운동가, 그림작가 등 아미시 공동체의 일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아미시 공동체란 16세기 종교개혁 당시의 급진적 종파인 아미시가 미국으로 이주한 뒤 300년간에 걸쳐 일궈 낸 공동체다. 현재 미국 동부를 중심으로 약 25만명에 이르는 이들이 개별적인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끊임없는 영업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다”면서 소비를 부추기는 시장에서 벗어나 자급자족을 실천하는가 하면 “내 마음의 시간을 어디에 얼마나 쓸지는 방송이 아닌 내가 결정한다”면서 TV와 라디오를 끄고 노래와 대화를 시작한다. 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에서부터 땅을 일구고 건강한 음식을 키우기, 내 손으로 집을 짓고 요리하기, 서로 도우며 우정을 나누는 일을 통해 조용하지만 힘있는 삶의 혁명에 도전한다. 아미시 사람들은 삶을 다르게 살아가고 싶지만 용기가 없어 주저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금 우리에겐 무언가를 누릴 자유보다 무언가로부터 벗어날 자유가 더 필요하다”고.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씨줄날줄] ‘웰다잉’ 공부/황수정 논설위원

    현대사회에서 잘 사는 것(well-being)만큼 중요해진 문제가 웰다잉(well-dying)이다. 급격한 노령화 사회에서 품위 있는 죽음이 화두로 떠오르는 속도는 놀랍다. 죽음이 학문의 영역으로 들어와 사회문제로 공유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사나톨로지(thanatology). ‘죽음학’이란 단어로 통용되는 학문이다. 이는 인간의 죽음을 두렵고 기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삶의 일부분으로 죽음을 받아들인다면 죽음은 말할 것도 없고 삶을 보는 시각까지 교정된다. 인문학, 의학, 신학, 심리학 등 여러 학문 영역에 걸쳐 죽음을 통해 삶을 탐구하는 학문은 우리에겐 아직 낯설다. 죽음학 강좌를 개설한 미국의 어느 대학에 수강 대기자가 3년치나 줄을 섰다는 외신이 들린다. 공동묘지, 호스피스 병동, 화장터, 장례식장 등 일상에서 터부시되는 장소를 들르는 것은 강좌의 필수 코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별 편지를 쓰거나 유언장을 만든다. 훗날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읽힐 추도문을 손수 써 보기도 한다. 낯선 행위 과정을 거쳐 죽음을 삶의 마무리 단계로 자연스럽게 객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죽음 강좌를 듣고 나면 몰라보게 사람이 달라진다고 한다. ‘죽음 배우기’ ‘죽음 알기’의 유용성은 일상에서도 확인받기 시작했다. 해외에는 죽음을 주제로 토론하는 생활 모임이 많다. ‘죽음 살롱’ ‘죽음 카페’ ‘죽음 만찬’…. 음울한 자살 모의가 아니라 차와 케이크를 즐기며 죽음을 대화 소재로 끌어 낸다. 좋은 죽음을 맞는 일이 중요한 삶의 기술로 부각된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8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이다. 기대수명은 2013년 기준 81.9세. 40년 전쯤과 비교하면 거의 20세가 늘었다.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없다면 기대수명의 증가는 중대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어느 연구에서는 한국인의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가 10.3년. 대부분 마지막 10년은 앓다가 떠난다는 계산이다. 끔찍한 이야기다. 편안하게 삶을 마감할 수 있는 나라로 우리는 몇 번째쯤 될까.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기관인 EIU는 ‘세계 죽음의 질(質) 지수 보고서’에서 80개국 중 18위라고 발표했다. 임종 환자의 통증과 가족의 심리적 고통을 덜어 주도록 돕는 의료 시스템이 얼마나 잘 갖춰졌는지 따지는 평가다. 5년 전 첫 조사에서는 30위였다. 등수가 많이 오른 것은 의료시설과 의료진의 수준이 높은 평가를 받은 덕분이다. 진정한 웰다잉을 위한 호스피스와 완화의료 점수는 여전히 낮다. 한 해 사망자의 약 20%가 고통스러운 연명치료를 받다 세상을 떠난다. 완화의료 전문기관은 전국 통틀어도 60곳, 1009개 병상이 고작이다. 자는 듯 편안한 ‘죽음 복(福)’을 누릴 수 있게 배려해 주는 역량은 오늘날 국가들의 새 미덕이다. 우리는 갈 길이 한참 멀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가장 영향을 미친 사건은? 근현대사까지 묻는 ‘현대차 考試’

    하반기 신입 공채를 선발하기 위한 현대차그룹 인적성검사(HMAT)가 9일 서울의 잠실고등학교와 신천중학교, 부산의 부산전자공고, 전주의 서신중학교 등 전국 4곳에서 치러졌다. 현대차를 비롯해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등 그룹 주요 계열사가 포함됐다. 2만여명이 지원한 올해 시험에서 가장 관심을 받은 부분은 현대차가 지원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점검하기 위해 출제한 역사에세이 문항이었다. 현대차가 이날 출제한 역사에세이 문항은 ‘인류 역사 발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역사적 사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어떤 의의가 있는지 서술하시오’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역사적 사실이나 사건을 한 가지 선택하고 선정 기준과 이유를 서술하시오’ 등이었다. 지원자들은 2개의 문항 중 하나를 선택해 30분 동안 700자 안팎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써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역사관과 인문학적 소양이 도전과 창의, 열정, 협력, 글로벌 마인드 등 5가지 가치에 맞는 인재를 뽑기 위한 것”이라며 역사에세이 문항 출제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차는 2013년 하반기부터 역사에세이를 출제하고 있으나 근현대사와 관련한 문제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관련한 두 번째 문항은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출제돼 관심을 끌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특정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현대차는 앞서 상반기에는 역사에세이로 ‘역사적 사건 하나를 선정해 현대자동차의 5개 핵심 가치 가운데 2개 이상을 연관 지어 서술하시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긍정적으로 보는지 부정적으로 보는지 서술하시오’ 등을 출제했다. 10일에는 LG그룹과 현대중공업의 인적성시험이 각각 치러진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대부분 역사학계 원로… 보수 행적 논란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대부분 역사학계 원로… 보수 행적 논란도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방안이 최종 확정되면 세간의 관심은 국사편찬위원회(국편)로 쏠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역대 국사편찬위원장들의 면면에 관심이 쏠린다. 역대 위원장은 대부분 역사학계의 원로가 맡아 왔다. 문화부 장관이 위원장을 겸했던 이승만 정부의 초대 수장은 신석호 전 위원장으로, 1949년부터 1965년까지 무려 16년간 국편을 이끌었다. 일제 침략과 수탈의 역사를 정리하기 위해 해방 직후 근현대 일본 측 자료에 가장 정통한 학자가 필요했고 그 적임자가 경성제국대학 사학과를 졸업한 뒤 조선사편수회에서 근무했던 신 전 위원장이었다. 그는 해방 뒤 일본이 없애려던 주한 일본공사관 기록 유리 원판을 소각 직전에 빼돌려 일제의 침략상을 밝히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조선사편수회 수사관 경력 때문에 2008년 발표된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 명단에 포함됐다. 문화부 장관 겸직이 아닌 전임 위원장제가 시행된 1965년부터 1972년까지는 경희대 사학과 교수였던 김성균 제1, 2대 위원장이 국편을 이끌었다. 경성제대 사학과를 졸업한 김 전 위원장은 총독부 경무국에서 도서 검열 업무를 맡았고 이 시기 일제의 영화통제정책을 옹호하는 글을 발표했던 이력 때문에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초판에 포함됐다. 이후의 위원장들은 친일 논란에서는 자유로웠다. 하지만 8대 이만열 전 위원장(숙명여대 명예교수)을 제외하고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임명된 이들조차도 보수적 역사학자로 분류된다. 김대중 정부 당시 7대 위원장을 맡았던 이성무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역사 교과서가 일부 좌편향돼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11대 위원장을 맡았던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5·16에 대해 “3선 개헌과 유신을 거치며 비판받고 부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나름대로 헌법적 질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나름 독재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12대 위원장을 역임한 유영익 연세대 명예교수는 교학사 국사 교과서 집필진 다수가 속한 한국현대사학회의 고문 출신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구약성경에 나오는 야곱처럼 평가하는 한편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으며 국정감사장에서 ‘햇볕정책은 친북정책’이라고 발언하는 등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열린세상] 을미사변 120주년의 교훈, ‘작지만 강한 나라’를/이종각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열린세상] 을미사변 120주년의 교훈, ‘작지만 강한 나라’를/이종각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꼭 120년 전인 1895년 10월 8일 동이 터 올 무렵. 당시 주한일본공사 미우라 고로(三浦梧樓·1847~1926)의 지시를 받은 일본군 수비대, 낭인 등 폭도들이 경복궁에 난입해 조선의 왕비(1897년 명성황후로 추존)를 침전에서 참살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일본인 폭도들은 시신을 부근 녹산(山)으로 옮겨 장작더미 위에 올려놓고 석유를 끼얹어 불태운 뒤, 타다 남은 유해는 근처 연못에 버렸다가 증거 인멸을 위해 다시 건져 올려 녹산에 묻었다. 일본인치고는 조금은 양심적이던, 당시 일본 경성영사관의 젊은 외교관 우치다 사다쓰치(內田定槌·1865~1942)가 ‘역사상 일찍이 없었던 흉악한’ 사건으로 본국 외무성에 보고한 을미사변이다. 일국의 왕비가 자신의 나라 수도 한복판에서, 그것도 시위대가 지키는 왕궁 안에서 외국 군대와 폭도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고 불태워진 것이다. 그야말로 세계사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극악무도한 야만행위였다. 그런 만큼 을미사변은 우리 민족의 자존심에 가장 커다란 생채기로 남아 있다. 당시 조선 군대는 서양 근위대를 본떠 만든 왕실경호부대인 시위대(2개 대대 약 800명)와 정부 직속의 훈련대(2개 대대 약 970명)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싸울 생각도 않은 채 총을 버리고 줄행랑치기에 급급했다. 목숨을 걸고 국왕 일가와 궁궐을 지켜야 할 조선 최정예 부대의 한심한 작태다. 당시 청일전쟁(1894~1895)에서 승리한 일본은 조선의 지배권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각축하고 있었다. 일본이 을미사변을 일으킨 것은 ‘인아거일’(引俄拒日), 즉 러시아 세력을 끌어들여 일본을 물리치려는 조선 친러세력의 정점이었던 명성황후를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일본 측은 왕비의 시아버지이면서도 정치적으로 견원지간이었던 흥선대원군을 ‘괴뢰’로 내세워 쿠데타로 위장, 이날 이른바 ‘여우사냥’을 결행한 것이다. 을미사변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등 당시 일본 정부 및 군부 최고지도자로부터 암묵리에 동의를 받은, 오늘날의 대사에 해당하는 당시 주한 일본공사가 조직적·계획적으로 조선의 왕비를 살해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일본 측의 은폐와 왜곡, 증거 인멸 등으로 사건 발생 12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진상 규명은 요원한 상태다. 명성황후 시해범도 그동안 ‘일본 낭인’이라는 게 통설로 돼 있으나 재일사학자 김문자씨의 ‘조선왕비살해와 일본인’(2008년) 등 최근의 연구 성과에 따라 일본군 수비대의 미야모토 다케타로(宮本竹太郞) 소위가 범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명성황후 시해범이 민간인 신분의 낭인인 경우와 일본 군인인 경우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당시 주한 일본공사의 지휘를 받아 동원된 일본군 부대에 소속된 군인, 그것도 장교가 시해범일 경우 당시 일본 정부의 법적·외교적 책임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건의 계획과 지시를 비롯해 은폐와 왜곡 등 을미사변에 대한 진상 규명이 시급하다. 왜 명성황후는 궁궐 안에서 참변을 당했는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마디로 그녀는 약소국의 왕비였기 때문이다. 서세동점의 서양 제국주의 물결이 동아시아로 밀려들고, 일본은 메이지유신(1868년)으로 서양식 근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으나 당시 조선 정부는 이 같은 국제사회의 변화에 눈감고 있었다. 일본의 강요에 의한, 친일 내각의 갑오개혁이 있었지만 자율적으로 근대화를 추진할 의식도, 능력도 없었다. 일본은 을미사변 이후 조선 침략의 야욕을 본격화했다. 을사늑약(1905년)에 이은 강제합병(1910년)으로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해 35년간 신음했다. 해방 이후엔 동족 상잔의 전쟁과 남북 분단이라는 현대사의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을미사변은 실패한 한국 근·현대사의 서곡이나 다름없다. 을미사변은 약육강식의 국제사회에서 약소국가, 약소민족은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평범한 교훈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따라서 국력 신장밖에 없다. 국력의 기초인 단단한 경제력에다 탄탄한 국방력을 가진 ‘작지만 강한 나라’(强小國)를 만들어 다시는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지 않는 것이 을미사변의 치욕을 조금이나마 씻는 길이다.
  • 10월 유신 지나고 국정 1종 첫 등장… 5·16 ‘혁명’ 미화

    현재 시행 중인 교과서 제도는 크게 ‘국정’, ‘검정’, ‘인정’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국정교과서는 국가적 통일성이 필요한 교과목에 대해 국가가 편찬하고 저작권을 갖는 교과서를 말한다. 국정을 쓰면 전국 모든 학교가 한 가지 교과서로 수업하게 된다. 현재 초등학교 1, 2학년의 모든 교과서와 3~6학년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도덕 교과서가 국정이다. 검정교과서는 민간에서 개발해 출판한 도서 중 국가의 검정 심사에 합격한 도서로, 현재 한국사를 포함한 중·고교 사회, 도덕, 국어 및 국정을 제외한 초등교과서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인정교과서는 민간에서 개발한 도서 중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고 시·도 교육감이 승인한 것으로, 국어, 사회, 도덕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고교 교과서가 인정교과서다. 우리나라가 원래부터 국정과 검인정제를 혼용했던 것은 아니다. 해방 이후 1973년 이전까지는 검정교과서를 사용했다. 당시 ‘국사’ 교과서는 중·고교 각각 11종으로 모두 22종이었다. 하지만 1972년 10월 유신 이후인 1974년 2월 박정희 정권은 국사 교과서를 1종의 국정교과서로 전환했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국정교과서로 자신들이 일으킨 5·16 군사반란을 ‘혁명’으로 치켜세우고, 10월 유신의 정당성을 적극 홍보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정부가 구성했던 ‘국사교육강화위원회’ 소속 학자들은 경직된 역사인식 등을 우려해 대부분 국정화에 반대했다. 이후 국사 국정교과서는 독재 옹호 논란을 빚어 오다 2002년 국사에서 ‘근현대사’가 분리돼 검정으로 바뀌었고, 2010년 기존 국정인 국사와 검정인 근현대사가 다시 합쳐져 ‘한국사’가 되면서 검정 체제로 일원화됐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오인환

    국립현대미술관은 6일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로 오인환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올해의 작가 후보로 선정된 오인환은 지난달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올해의 작가상 2015’전에서 공간적 의미의 사각지대를 사회·문화적 맥락으로 확장한 작품 ‘사각지대 찾기’를 선보이고 있다. 심사위원단은 “명료한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면서 작가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현대사회의 주요 이슈를 다뤘다”고 평했다.
  •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 우정·사랑 위해 연대해야”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 우정·사랑 위해 연대해야”

    “에로스의 종말은 타자(他者)를 상실한 탓입니다. 타자가 사라지면 자아를 느낄 수 없게 됩니다. 공허감을 극복하고 자아를 더 강렬히 느끼기 위한 개인의 선택이 셀카처럼 자기 속으로 침몰하는 나르시시즘적 행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만난 한병철 독일 베를린예술대학 교수는 최근 펴낸 ‘에로스의 종말’(문학과지성사)에 대해 설명하며 셀카 열풍과 함께 독일에서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사회병리 현상을 소개했다. 한 교수는 “독일 청년들의 20% 이상이 자기 손목을 긋는 자해 경험을 갖고 있고 4~5%는 거의 매일이다시피 자해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셀카를 찍는 것과 자해하는 행위는 결국 모두 공허해진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가 말하는 ‘타자의 상실’은 관계를 맺는 상대방의 부재를 일컫는다. 그에 따르면 ‘타자’는 자기를 비춰 주는 거울인데, 거울이 없어지면 우울증 환자처럼 자기를 포함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한 교수는 “만족하는 나는 타자를 통한 선물인데, 타자가 없어지면 자아도 없어지고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죠. 타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사회적 포르노 현상과 함께 ‘자기애’로 착각하는 ‘나르시시즘’이 주요한 이유죠.” ‘자기애’는 상대방의 존재를 전제한 상태에서 갖는 자존감이지만 ‘나르시시즘’은 자기와 상대방을 구분하지 않은 채 자기 속으로 가라앉고 마는 공허한 감정이라는 설명이다. 한 교수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그 배경을 짚었다. 하나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 하는” 태도다. 그는 “상처를 받아야 자아가 성장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유는 사회 구조적인 부분이다. 그는 책에서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상품으로 전시하고 구경거리로 만듦으로써 사회의 포르노화 경향을 강화한다. 자본주의는 성애의 다른 용법을 알지 못한다’(70쪽)고 기술하고 ‘돈은 본질적 차이를 지우며 평준화한다.… 돈은 타자에 대한 환상을 없앤다’고 썼다. 신자유주의 체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셈이다. 자아 및 타자를 회복할 수 있는 대안 역시 그 연속선상에 있다. 한 교수는 “개인의 고립된 처지를 극복하고 우정 및 사랑을 향한 연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피로사회’부터 시작해 ‘투명사회’, ‘심리정치’, ‘권력이란 무엇인가’ 등에 이어 내놓은 ‘에로스의 종말’은 노동, 정치, 사랑 등을 창으로 삼아 현대사회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내는 지적 여정으로 독일에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당신을 위한 ‘눕기’ 사용설명서

    당신을 위한 ‘눕기’ 사용설명서

    눕기의 기술/베른트 브루너 지음/유영미 옮김/현암사/224쪽/1만 4000원 근면을 미덕으로 삼는 현대사회에서 게으름은 불온하다. 누워 있음은 게으름의 상징적 행위다. 하물며 ‘눕기의 기술’ 따위로 게으름을 옹호하고 선동하다니…. 그런데 책은 사뭇 진지하다. 눕기는 산책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고 얘기한다. 이 때문에 산책의 막바지에 사고가 더욱 명료해지듯 누워 있는 동안에는 공간과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무한한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직으로 직립보행하는 산책의 수평적 짝꿍으로 그 몸값이 격상된다. 여기에 엉덩이와 무릎의 각도를 몇 도로 해서 누워야 하고 눕기용 의자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등을 풀어낸다. 진지해서 더욱 유쾌하다.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눕기에 대한 찬양을 이어 간다. 침대와 소파 등 누울 수 있는 상식적인 공간은 물론 공원, 집 앞마당, 지붕, 나무 위 등 다양한 장소의 역사와 과학, 문학, 철학 등이 모두 동원된다. ‘잠자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자기 위해 온종일 깨어 있어야 하니 말이다’(니체) 등의 멋진 경구들을 곳곳에 포진시켰으며 존 레넌과 오노 요코가 베트남전 반대를 위해 일주일 동안 침대에 머무른 것,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도 모두 눕기의 순기능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눕고 싶어도 누울 수 없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 N포 세대로 일컬어지는 청년들,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노동 개혁하겠다는 정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 대출 등의 앞에서 감히 늘어지게 누워 있을 수 있는 방법까지 제시하지는 않았다. 많이 아쉽다. 어쨌든 이 엉뚱한 책만큼은 누워서 뒹굴거리며 낄낄대고 읽어야 한다. 극심한 경쟁과 불안, 두려움에 내몰린 이들에게 절실한 것은 ‘눕기’라는 명제에 이르는 자신을 이내 발견할 수 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집값 좌지우지하는 수변공원, 단지 앞에 갖췄다 ‘건영아모리움 양우내안애’ 눈길

    집값 좌지우지하는 수변공원, 단지 앞에 갖췄다 ‘건영아모리움 양우내안애’ 눈길

    수변공원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는 풍부한 녹지공간은 물론 높은 가격 형성으로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부동산 수요자들이 건강을 위한 활동과 여가생활을 단지 인근에서 누릴 수 있는 아파트를 원하고 있고, 이에 따라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는 녹지공간을 가진 아파트가 각광받고 있는 것. 이 아파트들은 현대사회의 특징상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추후 가격 상승도 보장을 받고 있으며, 투자자들도 이러한 이유로 수변공원 인근의 아파트를 노리고 있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광교호수공원 바로 옆에 위치한 ‘광교호수마을참누리레이크’의 전용면적 84㎡의 경우 입주 직후인 2012년 초에는 5억 500만원의 시세를 형성했지만 현재 6000만원 가량의 웃돈이 붙었고, 호수와 인접해있는 ‘광교레이크파크한양수자인‘도 입주 당시보다 10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또한 세종시에 위치한 호수공원 인근의 아파트 분양권에도 웃돈이 붙었다. 인근 공인 중개사에 따르면 2013년 행정중심 복합도시 1-5에 들어선 ‘한뜰마을 3단지 세종 더샵 레이크파크’의 경우 호수공원 조망이 가능한 세대는 8000만원~9000만원의 웃돈이 형성되었다. 부동산 관계자는 “수변공원 인근의 아파트의 경우 바쁜 현대 속에서 정신적, 신체적인 휴식을 누릴 수 있어 꾸준히 수요가 높아질 전망”이라며 “특히 가격적인 부분에서도 상승률이 높기 때문에 단지의 가치가 풍부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공공기관의 입주가 진행중인 충북혁신도시에 수변공원 인근 아파트가 분양 예정에 있어 화제다. ㈜건영과 양우건설㈜이 이달 충북혁신도시 C2블록에 분양 예정인 ‘건영아모리움 양우내안애’는 희소가치 높은 수변공원과 맞닿아 있어 쾌적한 주거환경은 물론 블루 조망권과 그린 프리미엄을 확보해 화제다. 이 단지 서측으로 수변공원과 체육공원이 위치한다. 이에 사시장철 산책, 운동 등 여가 생활을 근거리에서 누릴 수 있다. 또한 수변공원의 탁 트인 시야로 조망권 침해 우려가 없고 개방감이 우수한 자연친화적 주거 환경을 갖췄으며, 주변에 유해시설이 없어 쾌적한 주거 환경을 갖췄다. ‘건영아모리움 양우내안애’는 충북혁신도시 C-2블록에 위치하며 지하 1층~지상 최고 22층 13개 동으로 건립된다. 총 842가구에 수요층에게 선호도가 가장 높은 전용 84㎡의 단일면적으로 구성된다. 타입별 가구수는 △84A㎡ 747가구 △84B㎡ 95가구다. 현재 사업지와 가까운 곳에 옥동초등학교가 개교해 있으며, 2017년경에는 석장중도 개교할 예정으로 초·중교가 모두 도보권에 밀집돼 안전한 교육여건을 확보했다. 또한 도보 거리 내에 공공도서관도 위치해 있고 국공립유치원도 개원할 예정으로 우수한 학군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농후하다. ‘건영아모리움 양우내안애’가 조성되는 충북혁신도시에는 11개 공공기관이 순차적으로 이전하고 있다. 이미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법무연수원, 기술표준원,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소비자원, 한국고용정보원 총 7개 기관이 이전한 상태다. 모든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2018년경에는 계획인구가 4만 2천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충북혁신도시(6천899㎢ 규모)는 충북 진천군 덕산면, 음성군 맹동면 일원에 조성, 혁신도시 중 유일하게 2개의 행정구역에 걸쳐 있다. 때문에 진천군의 풍부한 주거, 교육시설과 음성군의 상업, 산업시설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풍부한 생활 인프라를 확보한 데다가 오송, 오창산단의 배후 수요까지 더해져 충청권 중심 주거지로 부각되고 있다. 교통망도 뛰어나다. 중부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가 인접해 있어 서울까지 70분이면 도달이 가능하고 수도권 및 전국으로의 이동도 좋다. 또한 남북을 관통하는 국도17호선과 동서를 가로지르는 국도21호선(천안~장호원)의 격자형 교통이 광역교통망을 형성 중이다. 여기에 단지 남측으로 한국교육과정 평가원, 한국교육개발원, 중앙공무원교육원 등이 위치해 직주근접이 가능하다. 단지 옆 중심상업지구가 위치해 주거 편의성도 높다. ‘건영아모리움 양우내안애’ 의 입주 예정일은 2018년 1월 예정이며, 견본주택은 충북혁신도시 중심상업지구 136-1에 위치 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화마당] 문화의 흔적과 문화경제/코디 최 미술가·문화이론가

    [문화마당] 문화의 흔적과 문화경제/코디 최 미술가·문화이론가

    우리나라는 1894년 갑오개혁의 혼란한 근대화를 정리하기도 전 일제 식민지 치하에 놓이게 되어 일본 근대화의 흐름을 표방하며 개화의 바람이 시작되었고, 이 과정은 대한민국 근대문화 역사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해방 후에 정치적 갈등 구조를 해결하지 못한 채 한국사는 전쟁으로 이어졌고, 그 전쟁을 통해 보여진 막강하고 부유한 미국의 모습을 부러움과 경계의 대상으로 여기며, 표면적으로 흉내 내듯 이끌려가며 또 하나의 문화화 과정이 벌어졌다. 즉 전쟁 후 가난 속에서의 탈출이라는 역사적 과제 아래 부와 힘의 상징이었던 미국의 존재는 우리에게 왜곡된 시각을 갖게 했다. 우리에게 서양과 현대사회 그리고 앞서간 문화의 개념은 미국을 통해 이해되면서, 현대화와 서양화와 미국화를 동일시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국제관계와 권력구조에서 비롯된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간과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자 우리의 문화화 과정이다. 이는 서구 자본주의의 본질과 역사를 이해하고 우리의 입장에 타당한 토착화를 이루었다기보다는 그들의 자본주의를 흉내 내고 편파적으로 받아들였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불황 속에서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성과를 만들어낸 수정자본주의는 국가 차원의 경제통제를 통해 자본주의의 결함을 제거하고, 사회 여러 계층의 소득을 평준화함으로써 소득 불평등을 해결하고 경제 불황을 극복하는 사회보장제도를 앞세웠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은 달랐다. 가난한 현실을 벗어나야 한다는 의지 아래 사회보장 제도보다는 대외적으로는 경제 발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급급했고, 내부적으로는 몇몇 재벌 경제에 치중하게 되면서 소득의 불평등은 극대화되어 마침내 새로운 부유계층과 빈곤계층이 형성됨에 따라 고급문화와 대중문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지점에서 빈곤계층이 즐기는 문화는 대중문화로, 부유계층이 즐기는 문화는 고급문화로 치부하게 되었다. 또한 1990년대 들어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에 영향을 받기 시작한 우리 사회는 이윤의 극대화가 강조되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단적인 면이 크게 부각되어 각인돼 이윤의 획득이 도덕성을 앞서게 되면서 배금주의 현상은 현 시점의 우리의 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단적으로 현재 우리는 문화를 내용적 가치에 의해 평가하기보다는 자본의 가치로 평가하고 측정하려고 하는 듯하다. 즉 비싸게 취급되는 문화가 곧 좋은 문화라고 착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여성들이 값비싼 명품 백에 매료되고 있는 것은 값비싼 명품 백을 드는 순간 자신이 문화적으로 신분 상승을 하는듯한 착각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혹은 예술품의 가치를 예술품의 내용이나 그 저변의 철학적 사유를 뒤로 하고 수백억을 호가하는 경매가를 근거로 뛰어난 예술 혹은 위대한 작가로 여기는 사례들이 그러하다. 이러한 발상들은 문화의 경제적 가치를 숫자로 계산을 하는 직업군마저 출생시켰고, 그들은 지금도 문화경제라는 말을 신종어로 유행시키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아이러니를 발견한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경제적 가치의 틀을 벗어날 수 있는 존재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문화라는 대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그 속에서 경제적 가치가 아닌 정신적 의미와 위로받기를 원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기에 문화의 가치를 이처럼 경제적 수치로만 환산하는 일은 우리의 정신을 자본화시키는 과정일 수 있기에 경계를 해야 할 것이다.
  • 수변공원 인근 아파트, 주거환경 好 집값도 好!

    수변공원 인근 아파트, 주거환경 好 집값도 好!

    - 수변공원 인근 아파트, 쾌적한 환경은 물론 높은 가격 형성으로 수요자들에게 인기 - ‘건영아모리움 양우내안애’, 수변공원으로 쾌적한 환경 확보해 웃돈까지 기대해볼 만 수변공원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는 풍부한 녹지공간은 물론 높은 가격 형성으로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부동산 수요자들이 건강을 위한 활동과 여가생활을 단지 인근에서 누릴 수 있는 아파트를 원하고 있고, 이에 따라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는 녹지공간을 가진 아파트가 각광받고 있는 것. 이 아파트들은 현대사회의 특징상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추후 가격 상승도 보장을 받고 있으며, 투자자들도 이러한 이유로 수변공원 인근의 아파트를 노리고 있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광교호수공원 바로 옆에 위치한 ‘광교호수마을참누리레이크’의 전용면적 84㎡의 경우 입주 직후인 2012년 초에는 5억 500만원의 시세를 형성했지만 현재 6000만원 가량의 웃돈이 붙었고, 호수와 인접해있는 ‘광교레이크파크한양수자인‘도 입주 당시보다 10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또한 세종시에 위치한 호수공원 인근의 아파트 분양권에도 웃돈이 붙었다. 인근 공인 중개사에 따르면 2013년 행정중심 복합도시 1-5에 들어선 ‘한뜰마을 3단지 세종 더샵 레이크파크’의 경우 호수공원 조망이 가능한 세대는 8000만원~9000만원의 웃돈이 형성되었다. 부동산 관계자는 “수변공원 인근의 아파트의 경우 바쁜 현대 속에서 정신적, 신체적인 휴식을 누릴 수 있어 꾸준히 수요가 높아질 전망”이라며 “특히 가격적인 부분에서도 상승률이 높기 때문에 단지의 가치가 풍부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공공기관의 입주가 진행중인 충북혁신도시에 수변공원 인근 아파트가 분양 예정에 있어 화제다. ㈜건영과 양우건설㈜이 오는 10월 충북혁신도시 C2블록에 분양 예정인 ‘건영아모리움 양우내안애’는 희소가치 높은 수변공원과 맞닿아 있어 쾌적한 주거환경은 물론 블루 조망권과 그린 프리미엄을 확보해 화제다. 이 단지 서측으로 수변공원과 체육공원이 위치한다. 이에 사시장철 산책, 운동 등 여가 생활을 근거리에서 누릴 수 있다. 또한 수변공원의 탁 트인 시야로 조망권 침해 우려가 없고 개방감이 우수한 자연친화적 주거 환경을 갖췄으며, 주변에 유해시설이 없어 쾌적한 주거 환경을 갖췄다. ‘건영아모리움 양우내안애’는 충북혁신도시 C-2블록에 위치하며 지하 1층~지상 최고 22층 13개 동으로 건립된다. 총 842가구에 수요층에게 선호도가 가장 높은 전용 84㎡의 단일면적으로 구성된다. 타입별 가구수는 △84A㎡ 747가구 △84B㎡ 95가구다. 현재 사업지와 가까운 곳에 옥동초등학교가 개교해 있으며, 2017년경에는 석장중도 개교할 예정으로 초·중교가 모두 도보권에 밀집돼 안전한 교육여건을 확보했다. 또한 도보 거리 내에 공공도서관도 위치해 있고 국공립유치원도 개원할 예정으로 우수한 학군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농후하다. ‘건영아모리움 양우내안애’가 조성되는 충북혁신도시에는 11개 공공기관이 순차적으로 이전하고 있다. 이미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법무연수원, 기술표준원,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소비자원, 한국고용정보원 총 7개 기관이 이전한 상태다. 모든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2018년경에는 계획인구가 4만 2천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충북혁신도시(6천899㎢ 규모)는 충북 진천군 덕산면, 음성군 맹동면 일원에 조성, 혁신도시 중 유일하게 2개의 행정구역에 걸쳐 있다. 때문에 진천군의 풍부한 주거, 교육시설과 음성군의 상업, 산업시설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풍부한 생활 인프라를 확보한 데다가 오송, 오창산단의 배후 수요까지 더해져 충청권 중심 주거지로 부각되고 있다. 교통망도 뛰어나다. 중부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가 인접해 있어 서울까지 70분이면 도달이 가능하고 수도권 및 전국으로의 이동도 좋다. 또한 남북을 관통하는 국도17호선과 동서를 가로지르는 국도21호선(천안~장호원)의 격자형 교통이 광역교통망을 형성 중이다. 여기에 단지 남측으로 한국교육과정 평가원, 한국교육개발원, 중앙공무원교육원 등이 위치해 직주근접이 가능하다. 단지 옆 중심상업지구가 위치해 주거 편의성도 높다. ‘건영아모리움 양우내안애’의 입주 예정일은 2018년 1월 예정이며, 견본주택은 충북혁신도시 중심상업지구 136-1에 위치 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더 레시피(마크 쿨란스키·탈리아 쿨란스키 지음, 라의 눈 펴냄) 전작 ‘대구’,‘소금’에서처럼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음식 재료로 미식사를 관통해 온 저자가 딸과 함께 지은 미식의 인문학. 세계 52개국의 대표 레시피 250개를 소개하면서 음식과 레시피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얘기한다. 616쪽. 2만 5000원. 골목길 근대사(최석호·박종인·이길용 지음, 시루 펴냄) 여행전문가 3명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격동하는 근대사의 현장 정동, 조선중화의 아픔이 서린 서촌, 일제강점기의 모진 세월을 견딘 동산, 조선 최초의 자주적 개항지인 목포 등 이 땅의 역사가 서린 골목길을 걸으며 우리의 근현대사를 짚어본다. 236쪽. 1만 3800원.
  • 순경시험 출제 경향·난이도 분석

    순경시험 출제 경향·난이도 분석

    올해 마지막 순경 공채 필기시험이 지난 19일 치러졌다. 이번 시험에서는 경행특채(경찰행정학과 특채) 등을 제외하면 일반 순경 2000명(남 1753명, 여 247명)을 선발한다. 특히 이번 시험은 예년과 비교했을 때 무난한 수준의 문제가 다수 출제되면서 합격 커트라인이 다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박문각 남부경찰학원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 순경시험 출제 경향 및 난이도 등을 분석했다. 한국사는 역대 시험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무난하게 출제되면서 합격 커트라인 역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운우 강사는 “순경시험은 물론 공무원시험 등 기존에 나왔던 문제들이 반복해서 출제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사료 제시형 2문항 정도가 생소한 영역에서 출제되기는 했지만, 기본서를 충분히 숙지했다면 정답을 찾아낼 수 있는 문제였다”고 분석했다. 다만 보기 지문에서 단어만 바꾼 경우가 등장하면서 개념 및 단어를 확실하게 암기하지 못한 수험생들은 당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험에서는 영역별로 정치사 14문항, 경제사 2문항, 사회사 1문항, 문화사 3문항이 출제됐다. 꾸준히 비중이 증가했던 문화사에서 3문항만 나왔고, 정치사 비중이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시대사별로는 전근대사에서 14문항, 근현대사에서 6문항이 나왔다. 이운우 강사는 “순경시험에서 근현대사보다 전근대사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는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이러한 경향에 맞춘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영어도 함정이 있는 문제나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등장하지 않는 등 전형적인 공무원 영어시험이었다는 평가다. 정철호 강사는 “이번 시험은 기본에 얼마나 충실했느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모든 문항이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유형별로는 어휘 6문항(동의어 2문항, 문장완성형 4문항), 문법 6문항, 독해 8문항이 나왔다. 지난 시험(2차 순경 필기시험)에서 어휘가 7문항이었던 데다 수준도 까다로웠던 것에 비해 이번 시험은 어휘 수준도 낮았고 문항 수도 적었다. 문법 분야는 문항 수는 늘었지만 일차적인 수준의 문제가 출제됐다는 분석이다. 선택과목인 형법은 ‘판례 숙지가 곧 고득점’이라는 기존의 공식을 그대로 확인한 시험이었다. 김현 강사는 “수험생들이 두려워하는 학설 문제는 출제되지 않았고, 법조문 관련 지문도 기본적이고 평범한 수준”이라면서 “판례 암기 및 숙지에 충실했던 수험생이라면 고득점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수범 처벌규정이 있는 범죄를 묻는 내용의 개수선택형 문제와 박스형 6문항이 개수선택형 문제로 출제된 점이 변수다. 올바른 보기나 틀린 보기의 개수를 고르는 개수선택형 문제가 형법 과목의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형별로는 형법총론 9문항, 형법각론 11문항이 나왔다. 형사소송법은 법조문과 판례가 각각 50%씩 출제됐다. 다른 과목이 평이하게 출제된 데 비해 형사소송법은 중간 난도에 해당하는 문제들이 출제되면서 변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안태영 강사는 “지문이 길게 나온 데다 강제처분, 공판 등에서 많은 문제가 출제됐다”며 “요점이나 핵심개념만 학습한 수험생들은 고득점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신 판례와 최근 개정법령의 출제 비중이 예년에 비해 늘어났으며, 판례의 결론뿐 아니라 전체 내용과 법리에 대한 해석을 묻는 문제도 출제됐다. 안태영 강사는 “기본서 위주의 학습과 법조문 및 판례의 내용 전체를 정확하게 숙지하는 기본적인 부분이 앞으로도 강조될 것”이라며 “특히 최신 판례와 개정 법령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된 만큼 시험을 준비 중인 수험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찰학개론과 수사 문제도 예년과 비교했을 때 평이하게 출제됐다. 경찰학개론은 총론에서 11문항, 각론에서 9문항이 나왔다. 법률 내용을 묻는 문제가 출제됐지만, 기출문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였다. 공병인 강사는 “총론에서는 경찰관직무집행법, 경찰법에서 각각 3문항이 나오는 등 주로 법률관련 내용이 출제됐다”면서 “기본서와 기출문제 풀이에 집중했던 수험생이라면 90점 이상은 무난하게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사 과목도 기본적인 이론과 법률을 묻는 문제가 대다수였다. 안태영 강사는 “2문항 이상 틀리면 합격권에서 멀어질 정도로 쉽게 출제됐다”며 “개수선택형 문제도 출제되지 않았고, 대부분 기초적인 수준의 내용”이라고 분석했다. 총론에서 13문항, 각론에서 7문항이 나왔으며, 처음 등장한 법률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유일했다. 마지막으로 행정법은 최근 치른 공무원시험 가운데 가장 쉽게 출제됐다는 평가다. 김진영 강사는 “기출문제가 대다수 나온 데다 이미 9급 공무원시험 등에 나왔던 문제가 반복 출제됐다”며 “합격권에 있는 수험생이라면 90점 이상을 획득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유형별로는 판례가 13문항, 개별법령 및 법조문이 7문항 출제됐다. 특히 이번 시험에서 순경시험 행정법은 이전에 치른 공무원시험과 최근 3년간 실시된 기출문제 풀이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는 분석이다. 김진영 강사는 “방대한 분량과 생소한 법률용어 등으로 시작부터 겁을 먹는 수험생이 많다”며 “용어에 익숙해지고, 핵심 법조문과 기출문제에 대한 분석만 끝내면 행정법만큼 점수 획득이 쉬운 과목을 찾기 힘들다”고 조언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이슈&논쟁]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논쟁]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서울신문의 전신인 ‘대한매일신보’의 2대 주필 단재 신채호는 그의 저서 ‘조선상고사’ 서문에서 ‘역사란 무엇이뇨. 인류사회의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 시간부터 발전하며, 공간부터 확대하는 심적 활동 상태의 기록’이라고 했다. 또 영국의 외교관이자 정치학자였던 E 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2015년 가을, 한국의 교육계와 역사학계, 정계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교과서 검인정제 유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국정화가 다양성을 해치고, 정권이 원하는 사실만 역사적 사실로 학생들에게 주입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한다. 반면 국정화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현행 검인정제의 여러 교과서가 같은 사실을 다르게 설명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많은 혼란을 준다”고 비판한다. 이런 입장 차는 양측이 생각하는 ‘아’와 ‘비아’, 끊임없는 대화를 나눠야 할 ‘과거’와 ‘현재’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 속에 정작 현장에서 교과서를 들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교사들의 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은 “직접 아이들을 가르칠 교사들이 교육과정 논의에 소외의식을 많이 느끼는 것은 교육과정의 정당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贊] 수요자 중심 역사교육 위해 필요 서유석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작년 서울교대에서 개최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당시 8종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실린 통일, 북한 파트를 분석한 논문을 작성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나름 관심을 갖고 방청석에 앉아 토론을 지켜보았다. 사실 필자는 8종 한국사 교과서에서 통일, 북한 파트를 어떻게 기술하고 있으며 그 문제점은 무엇인가에 집중했지 국정화 문제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당시 필자도 교과서의 국정화에 그다지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전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발상이라는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고교 8종 한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부분을 분석하면서 필자의 생각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교과서에서 기술하고 있는 내용의 편향에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검인정 제도하에서 출간된 8종 교과서의 문제점을 방치해 온 교육부와 역사학계의 무책임함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때문에 최근 국정화 논의에서 역사학계 일부 전문가들이 보여주고 있는, 집단 반대 의사 표명의 적극적 움직임이 선뜻 와 닿지 않는다. 국정화를 반대하는 쪽의 의견을 들어보면 그 근거나 논리가 매우 빈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정화 논란은 내용과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국정화는 형식이고 교과서의 콘텐츠는 내용이다. 국정화 자체가 역사의 내용일 수는 없다. 국정화 논의에서 의아스러운 것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해당 정권의 입장이 반영된 교과서가 발행될 것’이라는 우려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도 여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른 역사가 씌여질 것이라는 판단이 앞서게 되는 것일까? 그 자체가 아직 우리나라에서 역사, 특히 근현대사 부분에 대한 해석의 최소 교집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이것은 그간 역사학계에서 올바른 역사관 정립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해 왔다는 반증이 아닐까? 여기서 말하는 ‘최소한의 교집합’이란 다양한 역사적 해석을 아우르는 하나의 해석이 횡행하는 도그마를 의미하지 않는다. 역사에는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인 ‘팩트’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는 필요충분조건이 아닐까? 특히 교과서에서는 말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첫째,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과거 유신 시기의 국정 국사 교과서와 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민주화 이후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과거 회귀를 한국사회가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국정화는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키우고 역사인식의 편향성을 심화시킬 것이란 논리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정화는 형식이고 교과서에 담긴 콘텐츠가 내용이다. 국정화라는 형식이 과거 유신체제에서 진행되었다는 이유로 새롭게 쓰여질 교과서의 내용 역시 독재가 미화되고 반공 일색의 내용으로 도배될 것이란 주장은 말 그대로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수많은 매체와 인터넷 등에서 최고 권력자를 향한 비판과 풍자를 쏟아내는 현실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임은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쉽게 다다를 수 있는 결론이다. 또한, 교과서가 많다고 역사 해석이 다양해진다는 주장 역시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1개교당 1종류의 교과서를 채택해 사용하고 있는 현행 체제하에서 8종의 교과서를 보급한다고 해서 1명의 학생에게 8개의 해석과 관점을 전달하고 교육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집필진들에 의해 선택된 학습내용과 관점만을 학생에게 전달하고 있는 검정 체제보다는 다양한 학설이 반영·소개되어 있는 단일한 교과서를 보급하는 것이 다양성을 함양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국정화로 인해 학생이나 학부모의 부담이 커진다는 논리가 가능할까? 차라리 국정화가 수요자의 입장에서 비용을 절감해 주지만 반대로 일반화된 역사인식이 주입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 가운데서 해결방안을 고민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여기서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할 것은 한국사 교과서는 역사 관련 학술논문집이 아니란 사실이다. 루이스 개디스가 지적한 ‘역사가는 역사를 어떻게 그릴 것인가’하는 고민은 학계의 몫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학계에서 합의된 최소한의 교집합을 공부해야 한다. 그래도 양이 만만치 않다. 이제는 이 문제를 역사교육의 생산자가 아닌 수요자의 입장에서 곰곰이 고민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反] 정권 따라 수정 가능 ‘사유화’일 뿐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 현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애초부터 그 동기가 불순하다. 검인정이냐 국정화냐 하는 교과제도 자체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역사 인식을 공교육의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교육적 입장과는 무관한, 특정 정당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의 본질이다. 2008년 3월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이 ‘대안교과서 한국현대사’를 발간하면서 역사에 대한 쿠데타가 시작됐다. 이 교과서는 일제강점기 시기에 근대화의 기반이 마련됐고,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의 초석을 마련했다거나 근대화 혁명의 주인공이라는 등 황당한 내용이었기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런데 같은 해 5월 박근혜 의원은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역사적 쾌거’라며 축하 발언까지 아끼지 않았다. 뒤이어 정부 각 부처와 한나라당,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와 수구 언론들은 일제히 검정교과서가 좌편향이라면서 공격의 포문을 열었고,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를 적극 옹호했다. 일선 고등학교에서 가장 많이 채택해서 가르치고 있던 금성교과서는 좌경교과서로 몰리면서 불벼락을 맞았다. 이뿐 아니었다. 약속이나 한 듯이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종로에 건립하자는 요구가 터져 나오고, 독재자 이승만이나 항일독립군 ‘토벌’을 임무로 했던 간도특설대 출신 백선엽을 찬양하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특히 교과부는 2011년 일선 학교에 4·19를 ‘데모’로 폄훼하고, 역대 독재정권을 미화한 현대사 영상물 ‘기적의 역사’를 배포했다. 이어 학계의 의견 수렴조차 없이 제멋대로 교과서 집필기준까지 바꿨다. 박근혜 정권 첫해인 2013년 8월 새로운 집필 기준안에 따라 교과서 검정심의가 이루어졌다. 이때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이 집필한 교학사 검정 교과서가 통과됐다. 1500군데 이상 틀린, 즉 교과서 한 쪽당 5개 이상 틀린 내용을 담은 엉터리 책자가 검정을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라면 단 하나, 현 정권의 이익을 대변한 것 때문이 아니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런데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교학사 필자를 불러 역사 강좌를 열면서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선포했다. 박근혜 정권은 엉터리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교육부에 책임을 묻는 대신 교학사 교과서 지키기와 보급에 앞장섰다. 그러나 단 한 학교만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함으로써 교학사 검정본은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현 정권의 입맛에 맞춘 엉터리 교과서가 검정제도에서 퇴출되자 뒤이어 나온 것이 바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이다. 도종환 의원이 공개한 올해 6월 2일자 교육부 공문을 보면, 지난해 2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교과용 도서 발행체제의 개선 방향에 대한 지침을 내렸다. 교과서 국정화의 최고 관심자는 박 대통령 자신인 것이다. 그런데 국정교과서 제도를 도입해 시행했던 이는 바로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당시 학생들은 국정교과서를 통해 유신독재를 찬양·미화하는 내용을 배우고 생각마저 정권의 입맛에 맞게 통제됐고, 학교교육은 붕괴됐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국정교과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공교육의 현장에서 국정화는 사고·사상의 획일화를 강요하고 무엇보다 특정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정치도구로 악용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했기 때문이다. 북한이나 베트남 같은 국가를 제외하면 세계 모든 나라가 검인정이거나 자유발행제를 채택하고 있다. 전국 중·고교 사회과 교원 2만 4195명 가운데 응답자 1만 543명 중 77.7%인 총 8188명이 국정화에 ‘반대’한다고 이미 답했다. 그런데도 현 정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편협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여론마저 무시하고 힘으로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이들에게서 어떻게 공정한 내용의 국정교과서를 보장받겠는가. 현 정권이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것은 역사적 정통성을 결여한 특정 세력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국정교과서를 통해 젊은 세대 곧 미래 세대의 유권자를 자신의 정치적 지지 기반으로 확보하기 위한 음모가 배후에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과서의 국정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고쳐질 수밖에 없기에 교과서 국정화는 교과서 사유화에 다름 아니다.
  • 서울광장서 영국 서커스 공연 볼까

    서울광장서 영국 서커스 공연 볼까

    다음달 1~4일 서울광장, 세종대로, 청계천, 서울역 등 서울 곳곳에서 각종 예술공연이 푸지게 펼쳐진다. 마지막 날인 4일 밤에는 높이 8m가 넘는 거대한 인형이 세종대로를 활보하며 시선을 압도한다. 서울시는 올해 거리예술축제 ‘하이서울페스티벌’을 ‘길에서 놀자’라는 표어를 내걸고 프랑스·영국 등 6개국 10개 작품을 포함해 총 54개 작품으로 꾸몄다고 21일 밝혔다. 김종석 예술감독은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라 문화복지라는 의미로 접근해 더 많은 시민이 우수한 공연을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공연들을 소개했다. 우선 개막작 ‘세상이 뒤집히던 날’(영국, 1~3일 오후 8시 서울광장)과 폐막작 ‘영자의 칠순잔치’(4일 오후 8시 세종대로)를 꼽았다. ‘세상이’는 영상과 서커스를 결합한 작품으로, 바닥에 놓인 무대가 직각으로 서면서 공중에 매달린 배우들이 다양한 몸짓을 선보인다. 유럽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은 공연으로, 아시아에서는 이번이 첫 공연이다. ‘영자의 칠순잔치’는 거대한 인형 행진이다. 칠순을 맞은 할머니 ‘영자’는 광복 70주년, 한국의 현대사, 우리의 삶을 상징한다. 인형은 국내 예술단체와 함께 세종대로부터 서울광장까지 걸으며 해방과 6·25전쟁, 경제성장, 세월호 참사까지 굴곡진 70년 역사의 흐름을 춤과 노래로 표현한다. 또 한국의 근대사를 담을 서울역을 재조명하는 4개 작품을 서울역 광장에서 펼치고, 프랑스 국립극단 출신 원로배우와 한국 원로 연극인이 ‘아름다운 탈출: 비상구’를 공연한다. ‘불량충동’(극단 몸꼴), ‘70mK, 서울을 말하다’(트랜스미디어연구소) 등 한국 거리극을 대표하는 단체들의 수준 높은 공연도 즐비하다. 4일에는 오전 10시부터 12시간 동안 청계광장부터 서울광장까지 차량을 통제하고, 막판 거리 축제 ‘끝.장.대.로’를 벌인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이경형 칼럼] 캠프 그리브스의 ‘선무’

    [이경형 칼럼] 캠프 그리브스의 ‘선무’

    캠프 그리브스의 실내 체육관은 숙연했다. ‘DMZ국제다큐영화제’(9월 17~24일)의 개막식은 DMZ 남방 민간통제선 안에 있는 미군 철수 기지에서 열렸다. 지난 17일 저녁 개봉된 개막작은 ‘나는 선무다’였다. ‘선무’(線無)는 얼굴 모습 없이 실루엣으로만 등장하는 주인공 탈북 화가의 예명으로 ‘경계선이 없다’는 뜻이다. 선무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패러디하기도 하고, 남북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그리는 등 팝아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북한에서 미술을 전공한 선무는 인민군 복무 중 북한 체제 선전물을 주로 그렸다. 1998년 북한을 탈출한 그는 중국을 거쳐 2002년 한국에 와서 다시 그림을 배웠다. 지난해 베이징에서 전시회를 열었으나, 개관 당일 북측의 항의를 받은 중국 공안에 의해 봉쇄됐다. 이번 개막작은 바로 베이징 전시회를 열기까지 4주간에 걸쳐 그가 부딪쳤던 현실을 미국 영화감독 애덤 쇼버그가 담아낸 것이다. 남북 이념 대결의 엄혹한 현실을 절감한 그는 북한 세습체제의 풍자화를 그릴 때는 지금도 누군가 등 뒤에서 칼을 겨누고 있는 환상에 빠진다고 말한다. 그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추구하고 있다. 남한에 살고 있는 2만 8000여명의 새터민들도 북에 두고 온 혈육으로 인해 선무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다. 한·미 동맹의 최전방 부대였던 미 2사단 9연대 2대대는 임진강 북안 언덕 위의 캠프 그리브스에 주둔했다. 휴전협정 체결 직전인 1953년 7월부터 2004년 8월 이라크의 미군강습사단으로 흡수, 이동되기 전까지 51년간 주둔했다. 북한이 남침할 경우 미군이 자동 개입하는 ‘인계철선’ 역할을 하는 상징적인 부대였다. 1976년 북한의 ‘8·18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캠프 그리브스는 미군 피살자 후송 및 후속 작전 수행의 전방 기지로 임무를 수행했다. 2년 뒤인 1978년 8월 당시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단계적인 철수 방침을 밝혔을 때, 가장 먼저 철수할 부대로 철책선에 인접한 이곳의 대대병력 800여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광복·분단 70년을 맞은 올해 개막작이 던지는 탈북 화가의 고뇌에 찬 메시지는 700여 관객을 뛰어넘어 DMZ를 끼고 사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마구 흔들었다. 다큐멘터리 ‘선무’가 주는 감동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주둔했던 미군 철수 기지라는 상영 장소와 맞물려 여운이 길었다. 영내 농구시합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미군 병사들의 함성이 아직도 들리는 듯한 낡은 체육관은 결코 전쟁의 상흔을 반추하는 장소가 아니었다. DMZ와 함께 일상을 살고 있는 대성동, 통일촌, 해마루촌 사람들의 평화와 남북 소통을 간구하는 염원이 장내를 메웠다. 남북 간에 새로운 희망의 신호를 기다리는 ‘DMZ 사람들’에게는 DMZ가 더이상 남과 북을 갈라 놓는 경계선이 아니다. DMZ의 생태는 이미 남북의 경계를 지우고 하나의 거대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정치군사적 분단은 어느덧 70년을 넘어가고 있지만, 숲의 생태는 이미 통일을 이룬 탓이다. 다음달 하순에는 남북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예정돼 있다.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도 코앞에 다가왔다. 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한다. 핵·경제 병진 노선을 고집하고 있는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이산상봉 이전에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지만, 남북 관계를 유리그릇처럼 조심스럽게 다뤄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통일로 가려면 먼저 분단의 평화적 관리라는 좁고 울퉁불퉁한 길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캠프 그리브스는 주한미군이 2007년 이후 한국 측에 반환한 40여개의 기지 가운데 유일하게 원형이 보존된 미군 철수 기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DMZ 평화공원’의 후방 지원시설로 활용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기지의 절반은 이미 국군 보병사단 예하 대대가 사용하고 있지만, 절반만이라도 원형을 잘 보존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한국 현대사의 안보문화유산으로 가꿔 가야 한다. 주필
  • ‘혼밥족’이지만 혼자가 아닌 것처럼 먹는 법

    ‘혼밥족’이지만 혼자가 아닌 것처럼 먹는 법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먹는 이른바 '혼밥족', '혼술족'이 대세다. 또 편의점 도시락이 히트상품이다. 외롭고 고독한 현대사회와 현대인들의 세태를 단적으로 반영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족들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얘기나누며 먹는 소박한 밥상이나 친구들과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마시는 술맛의 소중함을 이길 수는 없다. 씁쓸하지만 혼밥족, 혼술족이 솔깃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다. 혼자 식사할 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먹으면 거울이 없는 경우보다 음식을 맛있게 느낀다는 것. 일본 나고야대 심리학과 나카타 류자부로 연구원과 가와이 노부유키 준교수가 이끈 연구진은 대학생과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연구를 통해 위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는 미각이나 기분의 변화와는 다른 요인에 있는 것으로 보이며, “다른 사람과 식사하는 듯한 환경을 유사적으로 생성하고 맛의 감각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혼자 식사하는 ‘고식’(孤食)이 고령자를 중심으로 많아지고 있어 이번 연구를 응용해 식사의 질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실험에서는 대학생과 노인 각각 16명을 대상으로 소금을 뿌려 짠맛이 나는 일반 팝콘과 캐러멜 시럽을 넣은 캐러멜맛 팝콘을 앞에 거울이 있거나 없는 상황에서 각각 시식하도록 했다. 한 번 시식은 90초로, 순서를 무작위로 바꾸면서 몇 분 간격으로 진행했다. 시식 후, ‘맛있었나?’ ‘또 먹고 싶은가?’ 등의 질문에 대해 6단계로 평가하는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통계 처리한 결과, “맛있었다” “또 먹고 싶다”라는 평가는 ‘거울이 있을 때’가 현저하게 높았고 섭취량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나이에 상관없이 같은 경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짠맛이나 단맛의 사고방식에 차이가 있는지는 물론 참가자들의 기분을 평가하는 실험도 진행했지만 거울 유무에 따른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사진=ⓒ포토리아(위), 일본 인지과학회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日 안보법안 강행 이후] 日 외무성 홈피 ‘식민지 지배’ ‘침략’ 결국 삭제

    일본 외무성이 자체 웹사이트를 개편하면서 전에 있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했다는 내용을 삭제한 채 결국 명시하지 않았다. 20일 외무성 홈피에 따르면, ‘역사문제 Q&A’(질문과 답)에는 기존에 있던 ‘일본이 전쟁 중에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했다’는 설명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삭제된 부분은 무라야마 담화 및 고이즈미 담화에 나타난 현대사 반성과 사죄에 대한 역사 인식을 토대로 한 내용들이다. 외무성은 지난달 14일 아베 담화를 바탕으로 ‘역사문제 Q&A’를 정리할 것이라며 이를 삭제했다. 그러나 거의 한 달 만에 게재한 수정 홈피에는 “전쟁에서 피해를 본 아시아국가에 대해 전후 역대 내각이 마음으로부터 사죄를 일관되게 이어왔으며,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명시했지만 과거에 있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은 빠졌다. 외무성은 전쟁과 관련, “전후 50년 무라야마 담화와 전후 60년 고이즈미 담화를 냈고 올해 8월 14일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를 발표했다”는 설명과 함께 이들 담화로 연결되는 바로가기를 링크했다. 외무성은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전쟁 배상이나 재산·청구권 문제는 법적 해결이 끝났으나, 고령이 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의료·복지 지원 사업이나 위로금 지급 등을 하는 등 최대한 협력했다고 부각시켰다. 또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의 생각이나 대응에 관해 국제사회로부터 객관적이고 사실 관계에 기반을 둔 정당한 평가를 얻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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