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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끔찍한 초상화” 英처칠 대노한 습작…경매로 “최고 14억원 예상”

    “끔찍한 초상화” 英처칠 대노한 습작…경매로 “최고 14억원 예상”

    윈스턴 처칠(1874~1965) 전 영국 총리가 그림을 보고 질색해 불태워진 것으로 유명한 초상화 습작이 경매로 나온다. 16일(현지시간) 일간 더타임스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영국 화가 그레이엄 서덜랜드가 그린 처칠의 초상화 습작이 오는 6월 6일 런던 소더비 경매에 출품된다. 영국 의회는 1954년 11월 처칠 총리의 팔순을 앞두고 당대의 유명 화가인 서덜랜드에게 초상화를 의뢰했다. 서덜랜드는 처칠의 저택에서 몇 개월간 작업하는 동안 최종 작품을 위한 스케치와 유화 연습 작품 여러 점을 그렸다. 이번 경매에 나오는 습작도 이들 중 하나다. 처칠은 당시 저택에 머물고 있는 서덜랜드를 찾아가 “나를 천사처럼 그릴 것이냐, 아니면 불도그처럼 그릴 것이냐”고 물었고, 이에 서덜랜드는 “당신이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처칠은 작업 중간에도 작품을 보여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끝내 거절당했다. 결국 처칠은 최종 완성작을 보고서는 “끔찍하고 악의적”이라고 분개했고, 초상화가 자신의 권위를 훼손하려는 음모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심지어 처칠은 처음 초상화를 보고 너무 놀란 나머지 의회에서 열린 제막식에 불참할 뻔했다고 전해졌다. 처칠은 나중에 자신을 노쇠하고 우울한 모습으로 그린 이 초상화를 가리켜 “현대미술의 놀라운 예”라고 비꼬듯이 말했다. 결국 완성된 초상화는 영국 의사당에 걸리지 못하고 처칠의 자택으로 옮겨져 지하실에 처박혔다. 그 뒤로 1년이 지났을 즈음 부인 클레멘타인 여사의 지시를 받은 처칠의 비서가 이 초상화를 불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크라운’에서도 클레멘타인 여사가 화염에 휩싸인 초상화를 지켜보는 장면이 나온다.초상화를 그린 서덜랜드는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반달리즘(문화예술 파괴)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번 경매에 부쳐진 습작은 서덜랜드가 미술상 앨프리드 헥트에게 준 것으로, 그는 한동안 작품을 소장했다가 현재 소유주에게 다시 물려줬다. 안드레 즐라팅거 소더비 영국·아일랜드 현대미술국장은 “이 작품이 초상화 완성작보다 처칠이 비치길 바랐던 덜 근엄하고 더 부드러운 면모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 작품은 이날부터 21일까지 코츠월드 블레넘궁 안에 처칠이 태어난 방에서 전시된 이후 5월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소더비 뉴욕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이후 소더비 런던에서 전시됐다가 경매에 오른다. 소더비는 이 작품이 50만~80만 파운드(약 8억 7000만원~14억원)에 낙찰될 것으로 예상했다.
  • 제주서 이건희컬렉션… 또한번 광풍 몰고 오나

    제주서 이건희컬렉션… 또한번 광풍 몰고 오나

    137만명을 홀린 이건희컬렉션이 23일부터 제주도립미술관에서 개막한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립미술관은 오는 23일부터 7월 21일까지 이건희컬렉션 한국 근현대미술 특별전 ‘시대유감(時代有感)’을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시대유감(時代有感)’전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이건희컬렉션 지역순회전으로 제주도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한국 근현대 화가들의 시대 인식을 살펴볼 수 있도록 마련됐다. 2020년 고 이회장 유족 측은 지난해 4월 국보와 보물을 비롯한 문화재와 거장의 명작 등 시대와 분야를 망라한 수집품 약 2만 3000점을 국가에 기증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귀한 작품을 국민과 공유하고자 했던 이 회장의 뜻을 기려 전국 순회전을 결정했다. 지금까지 서울 경기 과천 청주 대전 부산 대구 광주 등 11개 지역서 137만명이 관람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에 이어 하반기 강원 춘천, 전북을 끝으로 전국 투어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제주 순회전 ‘시대유감(時代有感)’은 격동의 한국 근현대 역사와 시대 속 여러 감정들의 결정(結晶)이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을 통해 시대를 초월해 작가와 관람객이 함께 호흡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건희컬렉션 50점을 중심으로 해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40명 작가의 작품 86점을 선보인다.농촌과 도시의 질박한 서민의 삶을 통해 토착적 사실주의를 구축한 박수근(1914-1965), 전쟁으로 인한 이산(離散)이라는 정서를 개성적으로 표현한 이중섭(1916~1956), 맑고 투명한 동심의 세계를 보여준 장욱진(1917~1990), 자연을 빛나는 색채로 표현한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유영국(1916~2002), 예술적 사유와 정신적 성찰을 통해 불각(不刻)의 아름다움을 성취한 조각가 김종영(1915~1982) 등 한국 근현대미술을 수놓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시대유감(時代有感)’전은 ‘시대의 풍경’, ‘전통과 혁신’, ‘사유 그리고 확장’, ‘시대와의 조우’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1부 ‘시대의 풍경’에서는 박수근, 장욱진, 이중섭 등 14명의 작가들이 시대적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색채로 그려낸 자연의 모습과 인간 군상을 감상할 수 있다. 2부 ‘전통과 혁신’은 김기창, 박생광, 이응노 등10명의 작품이 전시되며 3부 ‘사유 그리고 확장’은 곽인식, 권진규, 유영국 등 13명 작가들의 시대의 변화 속에서 다양성을 모색한다. 특히 4부 ‘시대와의 조우’에서는 이건희컬렉션에 못지 않은 여러 기관들의 소장품들도 함께 선보인다. 공적 또는 사적인 영역에서 각자의 안목으로써 다양하게 수집해 온 소장품들을 감상하면서 수집과 공유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 이종후 관장은 ‘시대유감(時代有感)’전에 대해 “이건희컬렉션을 중심으로 20세기 한국 근현대미술 속 여러 단면들을 조망하고 관람객들이 수준 높은 문화향유를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며 “제주에서 바다를 건너 온 명화들을 감상하고 시대를 초월하는 감동과 여운을 만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제주박물관에서도 오는 6월 4일부터 8월 18일까지 ‘어느 수집가의 초대-故 이건희 회장 기증특별전’을 선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유물 중 서화, 청자, 백자, 불교미술 등 30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국보급 작품들이 물 건너오는 만큼 무진동차량을 통한 특급운송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 “시대를 앞선 기법, 실험적 소재… 뭉크의 심오한 세계 빠져들 것”

    “시대를 앞선 기법, 실험적 소재… 뭉크의 심오한 세계 빠져들 것”

    “노르웨이 국민 화가 에드바르 뭉크는 ‘절규’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번 전시는 ‘절규를 넘어’ 뭉크의 심오한 예술적 유산을 보여 줄 것입니다. 특히 시대를 앞서간 회화적 표현 기법,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소재, 독창적인 채색 판화에 초점을 맞춰 그의 예술 세계 전체를 깊이 있게 다루고자 합니다. 한국 관람객들도 뭉크의 매혹적인 세계에 빠지게 될 거라 믿습니다.” 서울신문이 창간 120주년 기념으로 오는 5월 22일부터 9월 19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1~2전시실에서 선보이는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전을 기획한 오스트리아 큐레이터 디터 부흐하르트(53)는 15일 이번 전시를 이같이 소개했다.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미술사, 미술 복원을 전공한 큐레이터이자 미술 이론가인 그는 2003년부터 20년 넘게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등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16회에 걸쳐 뭉크 전시를 기획한 ‘뭉크 전문가’다. 프랑스 루이비통재단 미술관과 협업하며 에곤 실레와 장 미셸 바스키아 전시, 앤디 워홀과 바스키아 전시 등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예술가들의 전시도 다수 선보인 바 있다.“이번 전시는 뭉크의 연대기적 요소를 넘어 예술가로서 뭉크의 급진적인 면모와 우리 삶의 단면들을 다 아우르는 작품 자체에 집중하려 합니다. 유년 시절의 불행에 따른 공포와 불안감, 외부로부터의 충격 등이 작품에 반영돼 왔지만 불우한 삶만 산 게 아니라 유머도 지니고 생애 후반에는 도시 외곽에서 평온하고 안락한 삶을 살았습니다. 살아 있을 때 이름을 얻은 드문 작가였죠. 그는 다양한 방식과 소재를 적극 활용해 미술사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켜 왔습니다. 한 예로 그림을 그린 다음 바람이나 햇빛에 노출시키며 작품과 자연이 서로 교감하게 했는데, 환경과 교감하는 예술을 주도한 이는 그가 첫 주자 아닐까요.”그는 특히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뭉크가 끊임없이 변주한 채색 판화 작품에 주목해 줄 것을 강조했다. “판화 위에 다시 채색을 해 작품에 독자성을 부여한 채색 판화는 판화와 유화의 중간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뭉크가 처음 시도했습니다. 유화와 마찬가지로 단 한 작품만 존재하기 때문에 유럽에서도 한 전시에서 다양한 채색 판화를 소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죠. 이번 전시에서 미술관, 갤러리, 개인 소장가들에게서 모은 다양한 판화 작품을 한국 관람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이번 전시에는 노르웨이 뭉크미술관이나 오슬로 도시박물관 등 미술 기관뿐 아니라 개인 소장가들이 각각 ‘숨겨진 보석’처럼 품고 있던 작품들이 다수 나와 미술 애호가들의 눈을 즐겁게 할 예정이다. “뭉크는 물감을 붓에 발라 그리는 용도 외에 굳힌 후 긁어내고 다시 덧칠해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일부러 상처를 입히는 등의 많은 실험을 했습니다. 이런 그의 실험은 파블로 피카소, 조르주 브라크, 잭슨 폴록 등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현대미술에 크게 이바지했죠. 이렇듯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그의 예술을 통해 서로 다른 세대가 교감하고 예술가를 꿈꾸는 청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합니다.”이번 전시는 ‘절규’ 등 뭉크의 유화, 수채화, 파스텔화, 판화, 드로잉 등 140점을 선보여 최근 20여년간 유럽 밖에서 열린 뭉크 회고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는 점, 개인 소장가들의 소장품까지 모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전시라는 점 등에서 놓쳐서는 안 될 전시라는 평가가 나온다.그와 함께 이번 전시를 기획한 미국 뉴욕의 미술 거래 및 전시 기획 컨설팅사 댄지거아트컨설팅의 이유경 컨설턴트 겸 변호사는 “작품 규모로 봤을 때 2006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 연 뭉크 전시는 137점, 2019년 일본 국립서양미술관의 뭉크 전시는 100점 규모(뭉크미술관 소장품)였다는 점에서 2000년대 후 유럽 밖에서 열린 뭉크 전시 가운데 가장 방대한 규모의 전시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 레이탄패밀리재단·개인 소장
  • ‘40년 동행’ 가나아트 협업 작가 23인 한자리에

    ‘40년 동행’ 가나아트 협업 작가 23인 한자리에

    1984년 1호 전속작가로 가나아트와 처음 인연을 맺은 박대성, 1985년 가나아트가 국내 화랑 중 처음으로 세계 3대 아트페어였던 파리 피악(FIAC)에 참여하며 협업하게 된 최종태, 한국 추상화의 거목 윤명로,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 김구림, 아시아 최초로 바티칸에 김대건 신부상을 설치한 한진섭…. 이름만 대도 한국 현대미술사를 이루는 작가들과 40년간 동행해 온 국내 대표 화랑 가나아트가 그간 협업해 온 작가 23인의 작품 70여점을 망라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5월 12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열리는 ‘동행: 가나아트와 함께한 40년’이다. 지난해 2월 진행한 ‘1893-2023 가나화랑-가나아트’에 이어 작가와 화랑의 동반 성장을 꾀해 온 가나아트가 걸어 온 길을 돌아보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주요 작가들의 최근 작업들을 두루 만날 수 있다. 이왈종은 새가 날고 꽃이 피고 여인들이 신나게 노래하고 춤을 추는 모습을 맑고 화사한 하늘에 가득 펼쳐냈다. 눈이 소복이 내려 쌓인 경북 영양의 자작나무 숲을 아련한 서정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낸 이원희 작가의 ‘죽파리의 겨울 자작나무’도 내걸렸다. 재개발로 곧 사라질 서울 보광동의 풍경을 특유의 두꺼운 질감 표현으로 화폭에 옮긴 전병현의 새 연작, 청록과 노랑의 세련된 색 대비가 시선을 압도하는 오수환의 작품 ‘대화’도 소개된다. 가나아트 관계자는 “40년 여정을 함께해 온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갤러리의 정체성과 앞으로의 방향을 시각화해 보여 주는 이번 전시가 한국 미술 발전을 위한 새 돌파구를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절규, 그리고 그 너머… 혁신가 뭉크, 시작과 끝을 아우르다

    절규, 그리고 그 너머… 혁신가 뭉크, 시작과 끝을 아우르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 140여점 선봬전 세계 기관·개인 소장작 모아대체 불가능 존재감 알린 ‘절규’ 불안한 심연 표현한 자화상 등독창적 기법 통해 강렬한 울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절규’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 예술의 전모를 아시아 최대 규모 전시로 본다. 서울신문이 창간 120주년을 맞아 오는 5월 22일부터 9월 19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1~2전시실에서 주최하는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Beyond the Scream)’이 그 무대다. 이번 전시에는 노르웨이 대표 화가인 뭉크의 ‘절규’ 등 주요작 140점이 대거 나온다. 노르웨이 뭉크미술관, 오슬로 도시박물관, 미국 세라 캠벨 블래퍼 재단 등 전 세계 23개 기관과 갤러리, 개인 컬렉터의 소장작을 촘촘히 모았다. 유럽을 중심으로 뭉크 전시를 10회 이상 기획한 뭉크 전문가인 큐레이터가 전시 주제에 맞는 작품을 선정해 개인 소장가들을 한 명 한 명 설득해 이뤄진 전시라는 점에서 국내에서 보기 드문 귀한 자리이기도 하다.주제별로 14개 섹션으로 이뤄지는 전시는 “뭉크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아울렀다”고 할 정도로 그의 생애와 창작 활동의 주요 순간들을 꿰는 유화, 수채화, 파스텔화, 판화, 드로잉 등을 두루 모아 놨다. 화가로 첫발을 내디딘 크리스티아니아(현 오슬로)에서의 청년 시절부터 프랑스에서 새로운 화풍을 탐색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법을 발전시키던 시절, 말년까지 비극적 삶을 예술로 찬란하게 꽃피웠던 예술가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대중에게 ‘절규’로만 잘 알려진 뭉크의 혁신적이고 급진적인 표현 기법 실험에 초점을 맞춰 그의 작품 세계를 더 입체적으로 느껴 볼 수 있게 한다. 기존 예술 문법을 벗어난 강렬한 형태와 색채로 현대미술에 뚜렷한 인장을 남긴 그는 자신의 작품을 비와 눈에 노출시키거나 사진, 무성영화 프레임을 그림에 적용하는 등 매체의 경계를 넘나들고 무너뜨리는 시도를 이어 갔다.작품별로는 그를 현대미술사에 대체 불가능한 예술가로 자리매김하게 한 ‘절규’(채색 판화본)를 비롯해 평생 몰두했던 ‘생의 프리즈’ 연작, 자신을 면밀히 관찰하며 작품의 주제로 삼았던 ‘자화상’, 여성의 창조성에 더해 치명적인 여성과 연약한 여성을 결합한 ‘마돈나’, 그에게 평생 죽음에 대한 공포를 드리운, 어린 시절 겪은 어머니와 누이의 죽음에서 잉태된 ‘아픈 아이’, 여성의 나체를 통해 욕망, 질투, 증오 등 극한의 감정을 표현한 누드 연작, 내면을 투영한 풍경화 등이 다채롭게 소개된다. 통렬한 호소력으로 인간의 감정을 화폭에 옮겨 온 뭉크는 ‘자화상은 화가의 영혼의 창’이라는 표현과 더없이 어울리는 작가다. 그는 화업을 시작한 1880년대 초반 청년기부터 생의 마지막까지 81년의 생애 동안 2만 5000여점의 작품을 남겼다. 이 가운데 70여점의 회화와 20여점의 판화, 100여점의 수채화, 드로잉 등은 자신을 작품의 주제로 삼은 자화상이다. 뭉크 전문가인 스웨덴 큐레이터 이리스 뮐러 베스테르만은 저서 ‘뭉크, 추방된 영혼의 기록’에서 “뭉크는 자화상을 통해 자신의 감정 상태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그 심연과 변화무쌍함을 탐구했던 최초의 화가”라며 “뭉크는 모든 것이 의심스러운 세상에 대한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했기에 그의 자화상에는 현대인의 근본적인 소외와 고독, 삶에 대한 회의와 두려움이 드러난다”고 했다.이번 전시에서는 3점의 자화상을 감상할 수 있다. 그가 크리스티아니아의 왕립드로잉학교에 다니던 18살에 그리기 시작해 19살에 완성한 ‘자화상’ (1882~1883)과 뭉크의 자화상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팔뼈가 있는 자화상’(1895), 죽음을 한 해 앞둔 시점에 그린 자화상(1940~1943) 등이 나와 청년기와 말년의 자화상을 비교해 보며 삶과 예술, 심상의 변화를 짚어 볼 수 있다. 생명의 원천, 사랑, 이별, 절망, 노년, 죽음 등 삶의 순환과 죽음을 그려 낸 그의 핵심 작업이자 현대미술사의 중대한 프로젝트로 평가받는 ‘생의 프리즈’를 이루는 대표작들도 고루 소개된다. ‘여름밤. 목소리’(1894~1895), ‘마돈나’(1895), ‘키스 Ⅳ’(1902), ‘뱀파이어Ⅱ’(1902), ‘질투Ⅱ’(1896), ‘절규’(1895), ‘불안’(1896), ‘카를 요한의 저녁’(1896~1 897), ‘임종의 자리에서’(1896) 등 20여점을 ‘생의 프리즈’ 섹션에서 감상할 수 있다. ‘숲을 향해서Ⅱ’(1915), ‘벌목지’(1912) 등 작가가 자신이 머물렀던 숲, 해안, 뜰, 마을 풍경에 내면을 투영한 풍경화들도 다수 나온다.뭉크는 한 가지 주제를 끊임없이 변주하며 실험을 이어 나간 작가이기도 하다. 이에 전시에서도 다양한 버전으로 구현된 같은 주제의 작품을 서로 비교하며 감상해 볼 수 있다. 채색 석판화로 제작된 6점의 ‘뱀파이어’와 4점의 ‘마돈나’가 함께 나오는 것이 한 예다. 작가가 판화 위에 다시 채색을 해 작품에 독자성을 부여한 채색 판화는 뭉크가 활발히 시도한 기법인 데다, 이번 전시에 나오는 채색 판화 작품 규모는 유럽에서도 한자리에서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뭉크의 채색 판화는 그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르로, 회화에 담으려 했던 메시지를 변형시키거나 확장한 시도에서 판화를 자기 작품의 ‘보급판’이 아닌 작품을 확장, 재평가하기 위한 매체로 활용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최나욱의 현대문화 아카이브] 건축계 흐름을 밝히는 건축 전시

    [최나욱의 현대문화 아카이브] 건축계 흐름을 밝히는 건축 전시

    건축 전시는 건축 동향을 파악하기에 적격이다. 짓는 시간을 비롯해 방문 가능한 거리에서 제약이 생기는 건물과 달리 전시는 비교적 자유롭고 빠르게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다. 예컨대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는 예산과 기술이 부족하던 작업 초창기에 전시를 통해 자신의 조형을 선보였다. 또 그의 스승인 렘 콜하스 역시 전시 기획과 디자인으로 활동을 개시했다. 시간이 지나 건축 큐레토리얼이 더욱 발전한 오늘날에는 전문적인 건축 큐레이터가 등장해 유행하는 건축을 한데 모으거나 건축의 유행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 흐름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전문적인 건축 전시들이 열린다. 지난 5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조경가 정영선의 전시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도 현대 건축의 동향에 부응한다.언뜻 ‘첫 여성’이자 ‘원로’를 기린다는 전시 홍보 문구가 건축의 시의성과는 무관해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재 정원은 각국의 건축 문화를 선도하는 건축가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지나면서 실외에 다시금 주목하고, 프리츠커상을 비롯해 오늘날 건축이 당면 과제로 삼고 있는 환경문제를 포착하는 데 있어 핵심 주제로 꼽힌다. 예를 들어 지난 칼럼에서 소개했던 영국 건축가 톰 에머슨이 스위스 ETH 건축대학에서 가르치는 주제가 바로 ‘정원 만들기’라는 사실을 떠올려 보자. 이 학교의 스튜디오 강의는 교수법을 넘어 건축가의 주제를 알리는 건축 작업의 한 형식이다. 그리고 지난해 비트라디자인뮤지엄에서 치러졌던 정원에 관한 전시는 다른 도시를 순회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유수의 건축가와 기관이 이 주제를 탐구 중이다. 이런 맥락에서 ‘1세대 조경가’를 다루는 것은 건축 전시를 건물의 재현 정도로 여기던 관습에서 벗어나 국제적 논의에 발맞추는 노력인 동시에 지금이라도 우리의 지난 역사를 담론으로 축적하고자 하는 책임감의 발로로 풀이된다. ‘조경’이라는 건축의 부수적 요소로 여겨지던 분야, 그리고 발전 시기 군부독재와 유착돼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한국 건축을 살피는 데 있어 1980·90년대부터 굵직한 작업을 해낸 정영선을 살피는 것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실제로 전시에서 등장하는 국가 주도 공공 프로젝트는 지난 한국 건축 역사를 입체적으로 보게 한다. 그동안 한국 건축이 눈감아 왔으나 떼려야 뗄 수 없는 국가와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일찍이 건축 문화에 밝은 건축가들이 참여해 이 부분을 겨냥했던 2018년 베네치아건축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 해당 시기를 조명하는 책 ‘건축은 무엇을 했는가’, 그리고 4년 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렸던 전시 ‘과천 올림픽 이펙트’와 맞물린다. 각각 다른 소재를 다루지만 공통적으로 갖는 시대정신이 논의를 두텁게 한다. 이렇듯 이번 전시는 건축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하는 국제적 시류와 연관을 맺고, 한국 건축의 숙제로 남아 있는 역사의 빈틈 메우기를 해내고자 한다. 비록 전시는 한시적으로 치러졌다 사라지고 여기저기 전시, 큐레이터, 작가 같은 단어가 남용되는 현실에서 힘이 부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담론을 축적하고 발전을 꾀하는 하나의 전문적 ‘분과’(discipline)로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어느 나라보다 발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한국의 건축 문화가 그저 ‘베끼기’ 혹은 ‘금방 떴다 사라지는’ 수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했던 부분이다. 조경가 정영선과 함께 초대된 다른 작가들의 작가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건축 전시를 건물의 재현 정도로 생각하던 통념처럼 이들의 사진과 영상을 ‘조경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부수적 요소로 여기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들이 모인 매개일 뿐 사진과 영상 하나하나가 고유한 주제의식과 매체성을 고민한다. 예컨대 한 장의 사진에 여러 시간대를 담고자 하는 정지현 작가에게 계속해 변화하는 조경은 적절한 소재다. 전시 내용은 물론 구성 요소를 하나하나 살필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일본이 또 한번 프리츠커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한국과 비교하는 기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문화를 갖추지 않은 채 상을 운운하는 것은 질투와 시샘일 뿐이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다. 결과에 앞서 일본이 일찍부터 건축가들의 계보를 그리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담론화했던 문화적 배경을 살피는 게 우선이다. 무엇보다 현대 건축은 사회문화와 연관돼 있다. 좋은 건축을 만들기 위한 일련의 노력과 의도에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최나욱 작가 겸 건축가
  • 조선 후기 ‘평양 화단’ 이끈 양기훈 그림 원주박물관서 도난

    조선 후기 ‘평양 화단’ 이끈 양기훈 그림 원주박물관서 도난

    공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조선 후기 화가 석연 양기훈(1843~?)의 그림이 도난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강원 원주시에 있는 공립박물관인 원주시역사박물관은 지난해 말 ‘양기훈 필 노안도’(蘆雁圖) 1점이 사라졌다며 문화재청에 도난 신고를 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넉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그림의 행방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 측은 지난해 12월 8일 오후 5시 10분경 박물관 민속생활실에 전시돼 있던 그림이 없어진 것을 파악하고 문화재청에 신고했다. 그 전 달인 11월 20일 이후 그림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박물관은 그간 양기훈의 노안도를 전시실 벽에 걸어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도난과 관련한 명확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며 박물관을 오고간 사람들을 확인했으나 도난당한 그림이 전시된 공간을 정확하게 비추는 화면은 없었다고 한다. 현재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노안도는 갈대와 기러기를 함께 그린 그림을 뜻한다. 옛 산수화에서 자주 쓰이는 소재이기도 하나 노후의 편안한 삶을 뜻하는 ‘노안’(老安)과 음이 같아 이를 기원하는 그림으로 인기가 많았다. 사라진 그림은 가로 36.5㎝, 세로 154㎝ 크기의 족자 형태다. 2015년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학술 발표 뒤 학술지 ‘한국근현대미술사학’에 실린 ‘석연 양기훈 노안도 연구’ 논문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해 오는 양기훈의 노안도는 40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기증품 중에도 양기훈의 노안도가 포함돼 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평양을 거점으로 활동했던 양기훈은 노안도의 전통적인 소재와 양식을 따르면서도 그만의 독자적인 특징을 드러내는 그림으로 주목받았다. 도난 사실이 전해지면서 학계에서는 공립박물관의 소장품 관리 실태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주시역사박물관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공립박물관 272곳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우수 공립박물관 140곳에 포함돼 인증을 받은 바 있다.
  • 한국화랑협 “박수근·이중섭 위작 의심”…美 라크마 미술관에 질의서 발송키로

    한국화랑협회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라크마)에서 진행 중인 박수근·이중섭 작가 전시 작품을 위작이라 의견을 모으고, 해당 미술관에 진품 확인 근거를 묻는 공식 질의서를 보내기로 했다. 화랑협회가 해외 미술관에 위작 관련 공식 질의서를 보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질의서에는 현재 라크마에서 진행 중인 ‘한국의 보물들’전에 출품된 박수근·이중섭 작품의 진품 확인 근거와 전시 배경 등을 묻는 내용이 담긴다. ‘위작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의견도 포함될 예정이다. 아시안 미술컬렉션으로 유명한 라크마는 2월 25일부터 80대 재미교포 수집가의 한국 고미술 및 근대미술 컬렉션 기증전 ‘한국의 보물들’을 진행 중이다. ‘국민작가’로 불리는 이중섭(1916~1956), 박수근(1914~1965)의 작품 4점이 포함됐는데, 개막 직후부터 현지 컬렉터들 사이에서 도상 배치나 표현 기법 등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제작은 박수근의 작품으로 명기한 유화작품 ‘와이키키’와 ‘세 명의 여성과 어린이’, 이중섭 작품으로 소개된 ‘황소를 타는 소년’과 ‘기어오르는 아이들’이다. 한국 화랑협회 감정운영위원회와 협회 감정위원인 윤범모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박수근 유족 대표인 박수근감정연구소는 전날 감정운영위원회를 열어 이를 논의했다. 유일하게 작품들을 본 윤 전 관장 견해를 중심으로 라크마 쪽에 전시 경위와 진품으로 감정한 근거를 요청하는 3자 명의의 공식 질의서를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는 제작 후 50년이 지나 일반동산문화재에 포함된 미술 작품은 국외 반출이 제한하면서 해외 전시에서 위작 논란이 드물었다. 그러나 정부가 현재 1946년 이후 제작된 미술 작품은 제한 없이 해외에 보내거나 전시·매매할 수 있도록 법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협회는 앞으로 유사한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질의서를 보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세종로의 아침] ‘영원한 현역’에게서 배운다

    [세종로의 아침] ‘영원한 현역’에게서 배운다

    마흔 중반으로 향해 가며 누군가 안부를 물어오면 “늙고 병들고 살쪘다”는 3종 세트를 늘어놓곤 한다. 나이 핑계를 대는 일은 부쩍 늘었다. 사람 이름이나 장소 등이 떠오르지 않아 ‘그거’, ‘저거’를 연신 찾을 때나, 출근길에 이미 진이 빠져버릴 때도-체력을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나이 탓을 쉽게 하곤 한다. 나이 핑계를 ‘간편하게’ 대다 보면 핑계 삼을 목록은 무한히 늘어나기만 한다. 제풀에 위축되는 기분도 엄습한다. 미지의 영역에 발을 내디딜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새 내 것이 아닌 것만 같고, 늘 뭔가에 분주하면서도 제자리걸음은커녕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리번거리게 된다. 이런 어리석은 마음에 가차 없이 빗금을 내주는 ‘영원한 현역’들을 최근 잇달아 마주했다. 구순에 자신의 몸체보다 더 육중한 나무를 옮기고 전기톱으로 잘라내며 40년간 아르헨티나에서 자신만의 예술을 일궈 온 김윤신(89) 작가. 최근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그는 여전히 생기 넘치는 눈빛으로 나이 얘기에 이렇게 일갈했다. “나이가 들어서 못 한다, 그런 건 생각해 본 적 없어요. 한국에 오니 주변에서 ‘그 나이에 일을 하다니’, ‘저렇게 무거운 톱을 들다니’ 그래요. 그런데 나는 나이 상관없이 그냥 작업이 생활인 사람이에요.” 이렇게 매일 작업장에서 나무와 씨름해 온 그는 구순에 이르러 미술계에서 재발견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올 초 국제갤러리, 리만머핀 등 상업갤러리와의 첫 전속 계약·전시에 이어 새달에는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 작가로 참여하게 됐다. “아침이면 ‘주님, 왜 제게 이렇게 힘든 일을 맡기셨나요’ 좌절하면서도 평생의 직장인 아틀리에로 출근해 매일 도전하는 삶을 살아왔다”는 그는 자신의 작업이 어떻게 구현될지, 그게 보는 이에게 어떻게 다른 느낌을 만들어 낼지 궁금해 끊임없이 일에 매달렸다고 한다. 작품이야말로 자신이 세상에 건넬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라는 생각에서다. 오는 4월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로, 영화 ‘땅에 쓰는 시’로 대중들을 찾아갈 1세대 조경가 정영선(83)의 이야기도 최근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미리 건너다봤다. 올림픽공원, 선유도공원, 여의도샛강생태공원, 호암미술관 희원 등 한국 조경 역사를 써 온 그는 우리 풀, 꽃, 나무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공간에 온전히 어울리게 구현해 후대에 물려주기 위한 꿈으로 작업을 이어 오고 있다. 누구보다 뜨거운 현역으로 일하며 만들어 온 그의 정원은 자살하러 온 이의 마음을 돌려 놓기도, 아픈 환자들의 생의 의지를 북돋우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96세로 별세한 김남조 시인도 문단의 ‘영원한 현역’이었다. 수년 전 심장 수술을 하고 한 달도 채 안 된 시점에 그가 들려준 ‘마르지 않는 시심’의 배경은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노년기 문인이지만 여기에도 생의 오묘함과 은혜로움은 넘치고 있어요. 이즈음에 깨닫는 삶의 선물, 그때라야만 듣는 목소리, 가슴 안에 끌어모이는 것들이 있죠. 오래된 풍금이 낡으면서 깊어지듯, 지금의 시는 젊었을 때 갖지 못한 서정과 진심으로 감지한 타인의 슬픔을 담아냅니다.” 이들의 말이 하나하나 다 ‘선생’이다. 몸담은 분야나 살아가는 형태와 관계없이 삶과 업을 대하는 태도를 바투 고쳐세우게 하는. ‘나다움’을 지키며 지속가능한 현역으로 성장하는 궤적을 보여 주는. 나이를 핑계 삼아 뒤로 내빼거나 한계를 미리 그어 놓지 말아야 함을, ‘영원한 현역’으로 살아가는 선생들에게 배운다. 정서린 문화체육부 차장
  • 미술시장 열린다… 더 젊어진 화랑미술제

    미술시장 열린다… 더 젊어진 화랑미술제

    미술 시장의 판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올해 첫 대형 아트페어 ‘화랑미술제’가 젊은 작가와 신선한 감각의 작품을 전면에 포진시키며 컬렉터들을 공략한다. 오는 4월 4~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C, D홀에서 열리는 ‘2024 화랑미술제’에는 156개 갤러리가 참여해 작가 900여명의 작품 1만여점을 선보인다. 화랑미술제를 주최하는 한국화랑협회 황달성 회장은 “올해 화랑미술제는 예년보다 신진 작가들이 더 많이 출품해 젊어진다”며 “기존 컬렉터들에게는 또 다른 취향 발견의 기회가, 신규 컬렉터들에게는 미술 시장 입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모든 갤러리가 6명 이하 작가의 작품만 부스에 내걸도록 했다. 나열식이 아닌 세심하게 기획된 전시로 질을 높이겠다는 의도다.‘젊어진 아트페어’라는 기조에 맞게 젊은 작가들을 내세운 화랑들의 시도가 특히 눈에 띈다. 옛것과 새것의 교감에 주목해 온 학고재는 이우성, 장재민, 지근욱, 김은정 등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어 갈 새 주자들의 작업을 소개한다. PKM갤러리는 ‘붓질’이라는 근원적 행위로 회화의 본질을 파고든 신민주를 조명하는 부스를 마련한다. 갤러리바톤은 서울시립미술관, 금호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서 주목한 신예 노은주의 작품을 내놓는다. 갤러리위는 회화와 실크스크린을 접목한 작품으로 인기를 끄는 고스(gosce)와 허필석 등의 작품을, 이유진갤러리는 일상에서 마주한 대상을 스냅사진처럼 표현하는 전병구와 익숙한 풍경을 특유의 붓 터치로 추상화하는 김혜나의 작품을 선보인다.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에서 기량을 발휘해 온 만 39세 이하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신진 작가 특별전 ‘줌인’은 미술계 새 흐름을 짚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570여명의 작가가 지원해 10명의 작가가 선발된 가운데 관람객 투표, 전문가 심사를 통해 수상자 3인을 가려낸다. 그간 미술 시장에서 고전하던 한국화 분야의 젊은 작가들이 대거 지원해 관심을 끈다. 화랑미술제를 시작으로 미술계에서는 대형 아트페어가 이어진다. 4월 11~14일에는 부산화랑협회가 부산국제아트페어(BAMA)를 열고 5월에는 대구와 부산에서 대구국제아트페어(Diaf)와 아트부산이 각각 막을 올린다. 6월에는 한국화랑협회가 수원 광교에서 신생 갤러리, 신진 작가들을 내세운 ‘제2의 화랑미술제’를 새로 선보인다.
  • 이기흥 “문체부와 미래지향적 관계로”

    이기흥 “문체부와 미래지향적 관계로”

    체육 정책을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온 이기흥(69) 대한체육회 회장이 대정부 건의서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답변을 받은 뒤 한 발 물러섰다. 그는 그러나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등 이견이 뚜렷한 논점에 대해서는 “한덕수 총리의 검토 내용을 기다리겠다”며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이 회장은 18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체육계 주요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에 전달했던 대정부 건의서에 대해 문체부로부터 답변을 받은 만큼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체부가 전달한 문서에는 학교 체육의 정상화,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여론 수렴 등의 내용이 담겼다. 문체부와 체육회 갈등의 도화선은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였다. 지난해 12월 문체부가 국무총리 산하 민관 합동 기구인 해당 위원회를 발족했는데 당연직 위원인 이 회장은 체육회가 추천한 인사가 원천 배제됐다고 반발하며 불참을 선언했다. 이 회장은 이날도 “광범위한 분야를 관리하는 문체부는 체육 전문성과 이해도가 부족하다”며 체육회가 주도하는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의 필요성을 연신 강조했다. 하지만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은 이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체육 분야별 학회장들과 ‘제1차 스포츠 진흥 기본계획’을 논의하며 위원회 업무를 이어 갔다. 이 회장은 위원회 참여 여부를 묻자 “지난달 총리님이 방안을 찾아보자고 했다.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내년 1월 두 번째 임기를 마치는 이 회장은 3연임에 대해 “임기가 1년 남아 지금 의사를 밝히면 리더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답변을 피했다.
  • 여의도 봄꽃 축제, 3월 29일부터 4월 2일까지 열린다

    여의도 봄꽃 축제, 3월 29일부터 4월 2일까지 열린다

    서울 영등포구가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여의서로(서강대교 남단 ~ 여의2교 입구, 1.7㎞) 및 여의서로 하부 한강공원 국회 축구장에서 봄의 대표 축제인 ‘여의도 봄꽃축제’를 전면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제18회를 맞이한 이번 축제는 ‘봄꽃 소풍(Picnic under the Cherry Blossom)을 주제로, 행사장 전체를 캠크닉(캠핑+피크닉) 컨셉의 피크닉 존으로 꾸며 도심 속에서 여유롭게 봄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영등포 지역 작가들의 예술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영등포 아트큐브’를 처음 선보인다. 아트큐브에서는 100만 원 이하의 소규모 작품들을 소개하고 판매를 연계한다. 현대미술의 블루칩으로 불리는 김우진 작가의 조각품 ‘개(Dog)’를 중심으로 문래동 및 지역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서울시 최초로 시각 장애인들에게 축제 해설을 제공하는 ‘마음으로 걷는 봄꽃 산책’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할 예정이다. 영상 해설사가 동행해 청각과 촉각으로 함께 봄을 느끼며, 한강 요트 체험을 더해 색다른 경험을 선물한다. 오는 29일부터 4월 2일까지 1일 1회 운영하며, 올해 시범 운영한 뒤 보완을 거쳐 내년 정규 프로그램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1800여 그루의 벚꽃나무가 장관을 이룰 이번 축제에는 다채로운 볼거리들과 먹거리, 즐길 거리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축제의 첫날 500여명의 주민들과 함께하는 ‘꽃길 걷기’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매일 오후 다채로운 음악 공연이 펼쳐지는 ‘봄꽃 스테이지’ ▲다양한 먹거리가 준비된 ‘푸드 피크닉존’ ▲벚꽃길에 생동감을 더해주는 ‘거리 공연’ ▲행사장 곳곳에 설치된 ‘쉼터’ ▲서울 마리나 리조트와 함께하는 ‘요트 투어’ ▲벚꽃과 함께 사진찍기 좋은 ‘포토존’ 등이 마련돼 있다. 아울러 구는 여의도 봄꽃축제를 찾는 방문객들을 위해 음식점, 호텔 등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영등포 봄꽃 세일 페스타’를 운영한다. 오는 25일부터 4월 30일까지 진행하며, 자세한 할인 내용과 사용 장소는 ‘영등포 세일 페스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구는 방문객들의 안전을 위해 오는 28일 정오부터 4월 4일 오후 10시까지 국회 뒤편 여의서로(1.7㎞), 서강대교 남단 공영주차장 ~ 여의 하류IC 구간의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할 계획이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올해는 봄꽃 소풍을 주제로 바쁜 생활 속 여유롭게 봄을 줄기실 수 있도록 다양한 공간들과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며 “봄꽃 축제에서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따뜻한 바람을 느끼며 완연한 봄을 즐기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 책멍도, 낭독도, 음악감상도 괜찮아… 도서관이니까 [박상준의 書行(서행)]

    책멍도, 낭독도, 음악감상도 괜찮아… 도서관이니까 [박상준의 書行(서행)]

    예술도, 낭만도, 커피향도 흐른다… 책덕의 성지니까 충북 청주 문화제조창은 불과 20년 전까지 연초제조창이었다. 해마다 약 100억 개비의 담배를 만들었다. 현재는 청주 문화예술의 심장으로 변신했다. 청주열린도서관은 문화제조창의 제일 높은 층을 차지한다. 구조는 전형적인 도서관과 거리가 있다. 백화점 고층의 서점 같기도 하다. 정숙을 강조하는 도서관도 아니다. 적당한 백색소음이 긴장과 경계를 허문다. 물론 더는 담뱃잎 냄새조차 나지 않는다. 당연히 금연 공간이다. 단 커피 등 음료 반입은 제한하지 않는다. 서가에서 책 한 권을 꺼내서는 ‘몰링’(쇼핑몰에서 시간 보내기)하듯 돌아다니다 자리를 잡는다. 봄날의 청주는 커피와 담배 대신 책과 커피지 하며.●소리 내 읽는 도서관 영국 런던에 테이트모던이 있다면 청주는 문화제조창이다. 역사가 뒤질 뿐 시설은 절대 만만하지 않다. 중추인 본관과 수장고형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시민예술놀이터 동부창고 등은 한나절 내내 봄날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을 만큼 콘텐츠가 다채롭다. 오늘 소개할 청주열린도서관은 문화제조창 본관 5층 전체를 아우른다. 공연장, 키즈 카페 등이 공존하는데, 구석구석 책의 띠가 선처럼 번진다. 대출은 불가하지만 원하는 신작 도서가 항상 비치돼 있다. 또한 도서관 책을 들고 어디든 이동이 가능하다. 그래서 커피 한 잔을 들고 당당히 입장할 때는 내 집 서재인 양하다(그래도 책은 조심히 아껴 봐 주시길).본관의 강렬한 첫인상은 아트리움이다. 천창에서 1층까지 내리는 봄빛이 깊고 눈부시다. 1층만 얼핏 봐서는 음식점, 카페, 뮤지엄숍이 입점한 쇼핑몰 같다. 칠이 벗겨진 벽과 기둥은 옛 연초제조창의 흔적으로, 자연스레 레트로 감성을 연출한다. 공기는 2층부터 달라진다. 청주시청의 제2임시청사, 한국공예관 전시실, 공예스튜디오 등이 층층이다. 문화와 예술이 점점 목소리를 높인다. 그 끝에서 5층 청주열린도서관으로 가는 길이 이어진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 텐트 두 채와 캠핑 소품으로 꾸민 캠핑존 ‘책멍’이 기다린다. 이미 만원이다. 한쪽에서는 아빠와 딸이 마주 앉아 색칠 공부 중이고, 건너편에는 어린 자매가 나란히 책을 읽는다. 등을 꼿꼿이 세우고는 책 속 글자를 하나라도 놓칠세라 맹렬하다. 이번 달 책멍의 주제는 ‘그럴 때도 있지’다. 실수에 관대한, 이해받을 수 있는 주제라 좋다. 주제 큐레이션 도서 중 ‘지각’(허정윤 글·이명애 그림·위즈덤하우스)은 제목만으로 공감 백배다. 도서관 이용 안내문도 눈길을 끈다. 열린도서관의 개념을 가볍게 정의한다. 소리가 있는 도서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책을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란다.●음악 속으로 쏙! 책 속으로 폭! 보통 도서관 중앙 서가가 있을 법한 위치에는 직선의 긴 서가가 있다. 박물관처럼 은은한 조명이 내리고 통로 가운데는 전시대가 놓여 있다. 청주공예문화협동조합과 도서관이 협력해 지역 공예 작가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이달 주제는 ‘영광의 꽃 어사화’다. 전시 주제와 연계한 책 큐레이션은 그림 에세이 ‘꽃 그리고 초록’(김소라·EJONG) 등이다. 역시 봄은 꽃이지, 하며 한 권 한 권을 살핀다. 서가의 중심은 안내데스크 앞이다. 동선이 갈라지는 지점으로 긴 독서 테이블이 뿌리내렸다. 서가 사이사이 홈을 파듯 열람석을 만든 것도 재미난다. 몇몇 좌석은 CD플레이어를 갖췄다. ‘이곳은 열린도서관이라 얼마간 시끄러울 수 있어, 그러니 이 자리는 어때?’ 하고, 도서관이 조용한 독서를 원하는 이들에게 권하는 열람석이다.서가 사이로 쏙 들어가 음악에 폭 안긴다. 한 권의 책처럼 앉아 CD플레이어를 재생한다. 살짝 다른 세계의 문이 열린다. 영화 ‘라붐’의 한 장면처럼. 누군가 헤드셋을 씌워 주지는 않았지만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 나만 홀로 멈춰 선다. 오늘의 선곡은 ‘그래스’(Grass)라는 단어에 끌려 택한 핑크 마티니의 ‘Splendor in the Grass’(초원의 빛)다. ‘life is moving oh so fast. I think we should take it slow.’ 삶은 너무 빠르니 천천히 살아 보자는 가사가 귓가에 아지랑이처럼 피어난다. 핑크 마티니는 느린 삶을 지향하는 매거진 ‘킨포크’의 고향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결성된 12인조 재즈 밴드다. 그들의 노래는 음표로 쓴 시집을 읽는 듯하다. 왠지 도서관과 잘 어울리는 뮤지션이다. 다음은 이어지는 부분이다. ‘rest our heads upon the grass and listen to it grow’(잔디에 머리를 기대고 잔디가 자라는 소리를 들어야 할 것 같다는 뜻). 박웅현 작가는 ‘책은 도끼다’에서 이 곡의 이 노랫말에 귀 기울여 보라고 했다. 잔디가 자라는 소리를 듣는 시간이라니. 3월이 우리에게 음악을 빌려 권하는 독서법이다. 그 여유는 짧게 타는 담배보다는 길게 남는 책에 가깝다. 일과 생활도 그리해 낼 수 있다면 좋겠다. 헤드셋은 안내데스크에서 대여한다. CD장은 서가 가장 안쪽에 있어 공연이 있는 날엔 접수대에 가려지는데, 가장자리 틈새로 진입하거나 안내데스크에 문의하면 된다.●‘라붐’ 다음은 ‘러브레터’ 흥미로운 게시판도 하나 소개할까 한다. 안내데스크 옆 완독을 목표로 하는 ‘나의독서기록’이다. 영화 ‘러브레터’에도 등장하는 옛날 독서카드를 활용했다. 독서카드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 도서관을 방문할 때마다 읽은 쪽수를 표시하는 방식이다.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확인 도장은 직접 찍는다. ‘기죽지마그럴수있음’, ‘이걸해냄’, ‘찢었다!’ 같은 재미난 응원과 위로의 문구를 새겼다. 또 카드 뒷면에는 마음에 드는 책 속 문장을 적을 수 있는 칸을 마련했다. 도서관에서 내키는 분량만큼만 읽는 걸 좋아해 전국 도서관에 읽다 만 책이 넘치는 나 같은 이에게는 제법 흥미로운 도전이다. 웹존(웹툰과 웹소설)과 초등학습만화 서가도 존재한다. 각각 키즈카페의 좌우 복도에 자리잡았다. 5층에서도 다소 외진 곳이라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에 적합하다. 그에 앞서서는 카페 분위기의 너른 휴게실이다. 가족끼리 삼삼오오 모여 편하게 독서를 할 수 있고 주말에는 보드게임을 무료로 대여해 즐길 수도 있다. 물론 5층에는 아직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빈 공간들이 더 있다. 카페나 서점 등 어떤 시설이 들어올지 알 수 없지만 이미 독서와 책이라는 행위는 구석구석에 번져 있다. 도서관은 잠시 머물며 여행의 기록을 정리하기에 카페보다 좋은 곳인데, 청주열린도서관의 이 같은 특징은 그 장점을 극대화한다. 문화제조창 이곳저곳을 관람하다 여행의 쉼터로 머물기에 최적이다. ●크루아상· 맥주·욕조가 있는 봄날 그래도 도서관은 독서다. 어떤 책을 고를까 고민되는 이를 위해서는 추천 도서 목록 책장이 있다. 2020년 개관부터 지금까지 청주열린도서관 큐레이션과 사서들이 추천한 책 목록을 스크랩해 비치한다. 청주열린도서관 사람들은 봄날에 어떤 책을 권하고 읽었을까? 매해 3월의 추천 목록을 차례로 넘겨 본다. 그중 지난해 3월 이주리 사서가 추천한 ‘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필리프 들레름)을 고른다. 단순히 크루아상을 좋아하는 개인 취향으로! 이 사서는 “우리의 평범한 삶에 깃들어 있는 작지만 보편적인 기쁨을 담은 책”이라 소개했다. 이미 제목부터 크루아상의 고소한 버터 냄새가 바스락댄다. 책장을 후루룩 넘기다 ‘일요일 저녁에서’라는 글에 꽂힌다. 마침 청주열린도서관을 찾은 날이 일요일 오후라서. 작가는 일요일 저녁 ‘푸르스름한 거품이 바글대는 욕조에서 뽀얗게 낀 수증기와 보드라운 솜 같은 사소한 것들 사이로 둥실 몸을 내맡기’는 목욕의 기쁨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다음 글은 ‘첫 맥주 한 모금.’ 맥주의 첫 모금만이 줄 수 있는 찌릿한 행복을 누군들 거부할까. 하지만 작가는 ‘동시에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최고의 기쁨을 벌써 맛보아 버렸다는 것’이라고 쓰며, 그 상실감을 얄밉게 애통해한다. 욕조의 나른한 휴식과 시원한 맥주의 전율이 있는 일요일. 핑크 마티니의 노랫말이 맞다. life is moving oh so fast! 특히 일요일 오후의 시간은 ‘마시면 마실수록 기쁨은 점점 더 줄어’드는 맥주와 닮았다. ‘우리는 첫 모금을 잊기 위해 계속 마신다’라는 들레름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그래도 다행이라면 내가 청주열린도서관을 찾은 오늘은 일요일 오후지만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을 오늘은 금요일이라는 사실. 작은 위안이 되려나? 일요일이 아니더라도 봄날은 이제 막 시작됐으니까. ●플라타너스 터널을 지나면 핑크 마티니의 ‘Splendor in the Grass’를 듣고 있으면 청주는 이 곡과 어울리는 여행의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진입하는 가로의 드라마 같은 플라타너스 고목들, 번화한 중앙로 한가운데 버티고 선 국보 당간지주, 옛 도지사 관사로 쓰던 언덕 위 충북문화관으로 가는 정겨운 오솔길,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휘게문고 같은 책 공간, 대통령의 옛 별장 청남대 등 굳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들먹이지 않아도, 이 도시는 온전히 발산하지 않았을 뿐 아름다운 여행지라는 걸 직감할 수 있다. 도시와 자연 어느 쪽을 좋아하는 여행자든 만족할 만하다.청주공예비엔날레가 열리는 문화제조창은 현시점에서 제일 반짝이는 장소다. 청주열린도서관 외에 한국공예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를 꼭 들러 보라 말하는 이유다. 도서관 아래 4층 한국공예관엔 예스튜디오, 아카이브실, 윈도우갤러리 등이 모여 있다. 중앙홀에는 2023년 출품작인 ‘우리 서로 다리가 되어’를 전시 중인데, 17인이 6개월 동안 작업한 대형 옻칠 의자가 공간을 장식한다. 3층은 6개의 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상설전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은 청주공예비엔날레 아카이브 전시로, 지난 20여년간 비엔날레를 빛낸 대표작들을 감상할 수 있다. ‘연초제조창에서 문화제조창으로’는 옛 연초제조창의 모습과 우리나라 담배의 변천사가 관심을 끈다.●비밀스러운 미술관, 현대미술관 청주 문화제조창 본관 남쪽에 이웃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우리나라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이다. 청주에서만 볼 수 있는 전시장이다. 하물며 국립현대미술관의 수장고다. 비밀스러운 공간의 문을 여는 설렘은 이곳만의 장점이다. 그렇다고 뒷걸음질치다 ‘툭’ 하고 고가의 미술품을 훼손하는 염려부터 할 까닭은 없다. 전시 방식은 다르지만 관람법은 여느 미술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개방 수장고는 1층과 3층에 위치한다. 1층은 조각, 3층은 회화가 주다. 1층 수장고는 작품을 보관하는 여러 개의 철제 선반이 관람 동선을 형성한다. 가장자리는 주로 대형 작품들이다. 현재는 기획전 형식으로 전뢰진 작가의 조각 10점과 드로잉 7점을 전면에 배치했다. 평소 미술관 전시보다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 많다. 3층 개방 수장고는 ‘디지털 스토리 : 이야기가 필요해’라는 제목으로 사진, 영상, 설치 작품을 집중 전시 중이다. 3층 안쪽에는 ‘보이는 보존과학실’이 있다. 유화작품보전처리실과 유기분석실, 무기분석실 등을 평일 오후 1~3시(화~금요일)에 하루 한 차례 개방한다. 2층 보이는 수장고는 꼭 들러야 한다. 대형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장고 안의 작품을 감상하는 형식이다. 오는 6월 30일까지는 이건희 컬렉션 해외 명작전을 전시한다. 마르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 카미유 피사로, 클로드 모네, 폴 고갱,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호안 미로의 일곱 작품을 하나의 프레임 안에 두고 소파에 앉아서 감상한다. 웬 호사인가 싶다.●책 덕후들의 성지, 또 하나의 도서관 청주에는 책 ‘덕후’들이 주목하는 사설 ‘도서관’이 하나 더 있다. 건축과 책 그리고 커피가 어우러진 인문 아카이브 양림(養林)&카페 후마니타스다. 출입구는 북쪽에서 지하층으로 난 통로다. 콘크리트 벽 사이로 걷는데 바로 앞에 3층 한옥이 웅장하다. 통로 벽에 전시한 잡상은 김창대 제와장(국가무형문화재)의 솜씨다.인문 아카이브 양림&카페 후마니타스는 한 장소에 있지만 그 이름처럼 크게 두 곳으로 나뉘며 서로 넘나든다. 두 공간의 갈림길 뜨락정원(sunken garden)에는 우리 전통 한옥의 귓기둥(모서리에 있는 기둥) 목구조를 상징화한 조형물이 우뚝 서 있다. 곁에는 독서토론이나 소모임을 할 수 있는 작은 방이 위치한다. 폴딩 도어를 열면 봄바람이 안과 밖을 넘나들며 자연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인문 아카이브 양림은 뜨락정원 오른쪽에 있다. 밖에서 볼 때 3층 한옥의 지하 1층에 해당한다. 목가구와 노출 콘크리트 벽이 조화로운 북카페다. 반면 2층과 3층은 전형적인 도서관의 서가다. 이무희 성익건설 대표의 소장 도서와 기증자료 3만여권으로 꾸민 서가는, 십진분류법에 따라 청구기호를 붙여 구분했다. 그 가운데 문화재 관련 분류를 강조한 게 특징이다. 문화재 보수 건설회사의 정체성이 엿보인다. 서가 사이 테이블이나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며 편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이때 남쪽으로는 주봉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지하 1층 카페 후마니타스는 테라스를 사이에 두고 저수지를 마주한다. 여름에는 연꽃이 코앞에서 아른댄다. 공립도서관에 비하면 책 권수가 많지 않은 편이라 도서관 대신 인문 아카이브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여행수첩] ●청주열린도서관 운영 시간 매일 오전 10시~오후 8시, 연중무휴, 설, 추석 당일 휴관 www.cj-openlibrary.co.kr, (043)241-0651.
  • ‘스드메’ 가격표시제 도입… 깜깜이 웨딩 관행 없앤다

    ‘스드메’ 가격표시제 도입… 깜깜이 웨딩 관행 없앤다

    미술관·박물관도 예식장으로 개방네일 등 청년 창업 간이과세 전환웹 콘텐츠 창작자 표준계약서 보급 오는 31일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송모(31)씨는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스드메’)에 450만원이란 거금을 들이고도 심기가 불편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양가 부모님 도움을 받아 예산을 마련했지만 막상 스드메 업체에 방문해 보면 터무니없이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홈페이지 등에 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방문·상담해야 가격을 알려 주는 관행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송씨는 “생각지도 못한 추가 요금이 붙는 경우도 많다”며 “스튜디오에서 수천 장을 촬영한 후 수정을 맡길 수 있는 사진은 20장 내외고, 기본 장수를 넘어가면 한 장당 3만원이 붙는데 업체는 추가 요금을 내고 수정본을 더 신청하라고 눈치를 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생에 한 번뿐인 경사를 준비하면서 기분 나쁜 내색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국내 웨딩시장이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예비 신혼부부들을 울리는 ‘깜깜이 웨딩’ 관행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결혼과 관련된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가격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청년 친화 서비스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2020년 한국소비자원 조사를 보면 홈페이지에 상품별 세부 가격을 표시한 예식장은 전체의 8.0%에 불과했다. 결혼 관련 업체들이 과도한 추가 요금을 요구해도 소비자들은 다른 업체와의 합리적인 가격 비교가 어려워 피해가 빈번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결혼 관련 상품·서비스를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누리집 ‘참가격’에 공개하는 ‘가격표시제’를 도입해 소비자 피해를 막기로 했다. 결혼준비대행업체(웨딩플래너)가 소비자에게 불리한 면책조항이나 과도한 위약금 등을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표준약관 마련도 추진한다. 결혼식 자금 부담 때문에 결혼을 꺼리는 청년들을 돕기 위해 박물관과 미술관, 도서관도 공공예식장으로 개방할 예정이다. 현재 한옥과 공원 등 120여개의 공공시설이 예식장 용도로 개방돼 있지만 청년세대의 선호도와 편의를 고려한 공공예식장을 더 늘리겠다는 취지다. 국립중앙박물관(서울 용산), 국립민속박물관(서울 종로), 국립중앙도서관(서울 서초), 국립현대미술관(경기 과천), 관세인재개발원(충남 천안), 중앙교육연수원(대구 동구) 등 6곳이 활용된다. 올 3분기부터 피부미용과 네일 등 뷰티 분야 청년 창업자는 지역과 매출에 상관없이 간이과세를 적용받는다. 간이과세는 연 매출액 1억 400만원 미만 사업자에 대해 과세 절차를 간소화하고 낮은 세율(1.5~4.0%)을 적용하는 제도다. 현재 서울과 광역시의 경우 매장 규모가 40㎡(약 12평)를 넘는 뷰티 업체는 간이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뷰티 업계에 청년 창업자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규제를 풀기로 한 것이다. 유튜버 등 청년층 선호가 높은 미디어 관련 업종(크리에이터)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미디어 업계에서 영상 제작자 등에게 대금을 미지급하거나 대가 산정 기준을 부당하게 잡는 유형의 불공정 계약이 만연하다는 점을 고려해 크리에이터의 외주 계약과 관련한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기로 했다. 계약서에는 업무 내용과 근로시간, 보상 산정 기준에 대한 내용이 남긴다. 웹 콘텐츠 창작자의 권익 보호와 처우 개선도 추진된다. 웹툰과 웹소설 작가들이 저작권 침해와 불공정 계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과 상담을 확대하고 웹소설 분야의 표준계약서를 오는 6월까지 보급한다. 반복해서 대여, 구매하는 웹 콘텐츠 특성을 감안해 웹툰과 웹소설에는 도서정가제 적용을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플랫폼에서 창작자에게 할인 비용을 전가할 우려가 있어 창작자 보호 장치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악성댓글에 노출되는 경우가 빈번한 웹 콘텐츠 창작자를 위해 현재 연 12회까지 지원하는 예술인심리상담 지원도 강화한다. 전국에 40곳이 있는 예술인심리상담센터를 47곳으로 늘리고 정신건강 진단과 관리를 위한 심리상담 사례집도 발간한다.
  • 중구의 풍부한 역사문화자원, ‘학교 밖 교육’ 고등 커리큘럼 된다

    중구의 풍부한 역사문화자원, ‘학교 밖 교육’ 고등 커리큘럼 된다

    서울 중구의 풍성한 역사문화자원이 고등학생들의 학교 밖 교육 교과과정이 된다. 중구는 지난 2월 동국대학교, 성동고등학교와 업무 협약을 맺고 오는 3월부터 12월까지 ‘글로컬 시대의 지역문화 이해’ 교과목을 학교 밖 교육과정으로 공동 운영한다고 13일 밝혔다. 교육 대상은 성동고등학교 1·2학년이다. 학교 밖 교육 운영 주체로 지자체가 선정된 것은 중구가 서울에서 최초다. 중구 관계자는 “중구는 600년 역사를 가진 서울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어 역사문화 콘텐츠가 풍부하고 남산, 명동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도 많다”며 “생생한 교육의 현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양도성, 숭례문, 동대문, 남산골한옥마을, 광희문을 탐방하면서 전‧근대 역사문화를 생생하게 익힐 수 있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으면 구세군 중앙회관, 덕수궁 석조전, 정동교회 등 근대 역사 문물이 교과서처럼 펼쳐진다.또 현대 건축문화를 체험하고 싶다면 세한빌딩, 경동교회, 장충체육관, 국립극장을 둘러보면 된다. 남산, 서울N타워, 한양도성, 청계천, 장충단공원, 서소문역사공원도 지역의 경관과 무형 문화를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장소다. 이 밖에도 서울시립미술관, 국립극장, 정동극장,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을 따라 걷다 보면 수준 높은 전시회와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가 펼쳐진다. 학교 밖 교육은 학교에서 운영하기 어려운 과목을 일정한 요건을 갖춘 지역사회 기관을 통해 이수토록 하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성동고가 제안한 ‘글로컬 시대의 지역문화 이해’를 이수학점이 인정되는 교과목으로 지난해 말 정식 승인했다. 수강생들은 동국대 대학원생과 현장을 탐방한 뒤 외국인을 대상으로 지역의 문화를 홍보하는 자료도 직접 만들 예정이다. 강의와 홍보 자료 제작은 을지로에 위치한 ‘을지유니크팩토리’에서 진행된다. 권영기 성동고 교장은 “중구가 학교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 교육환경 개선을 지원하고 협력하면서 학교 밖 교육 교과과정을 만들수 있었다”며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며 “중구 곳곳에 자리한 역사문화자원이 곧 성동고 학생들의 생생한 교육 현장이 될 수 있도록 중구는 동국대와 힘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 20년간 담아낸 북한산의 기백과 청정함…김문영 기획전

    20년간 담아낸 북한산의 기백과 청정함…김문영 기획전

    북한산의 기백과 청정함을 화폭에 담아내 온 김문영 작가의 기획전이 20~25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1층 그랜드관에서 열린다. 김 작가는 20여년간 북한산을 화폭에 담아 ‘북한산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2000년 이후 수행하는 마음으로 북한산만을 그리며 산의 정신과 역사를 포착하고 표현해왔다. 김 작가는 “북한산은 어머니의 모태와 같은, 내 그림의 고향이다. 내 유년의 꿈이 서려 있고 내 장년의 결과물이 완성되는 종착점”이라고 설명했다.한국적 추상인 ‘단색화’ 일색의 국내 화단에서 김 작가는 독보적 존재다. 그는 ‘북한산과 야생화’라는 구상 쪽 화풍을 견지하면서도 푸른색을 즐겨 썼던 인상파 대가 빈센트 반 고흐, 표현주의의 거장 프란츠 마르크를 연상케 하는 색감과 표현을 화폭에 담아냈다. 대자연을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고 모노톤의 흰색에 코발트블루와 프러시안블루를 입힌 과감한 붓 터치로 북한산의 전경을 단순화하면서도 오묘한 분위기를 표현해 ‘신표현주의’를 이뤄냈다. 얇은 캔버스에 투명한 듯 맑은 흰색과 푸른빛으로 덧칠해 완성한 산자락과 하늘에선 사진이 담아내지 못하는 장엄한 아우라가 느껴진다.색채 대비를 통한 스토리텔링은 은은함과 심오한 깊이를 동시에 연출한다. 특히 순수함을 드러내는 순백색의 물감과 조용하게 치밀어 오르는 강력한 터치로 푸른 하늘을 정돈해 우주와 자연을 존중하고 인간과 자연이 서로 맞닿을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고 또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표현했다. 1977년에 데뷔한 김 작가는 1983년 제129회 프랑스 르살롱 국제공모전(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미술관)에서 50개국 5000여점의 작품 중 3등(동상)으로 국가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수상작을 전시했다. 작가 인생 40년이 넘은 그의 작품은 청와대, 통일부, 가천대박물관, 보령제약, SK네트웍스 등 여러 곳에서 소장 중이다. 서로 그랑자이 아파트와 태안 SE클럽 등에도 전시돼 공공미술로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025년 하반기에는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초청 전시가 예정돼 있다. ‘김문영 기획전’은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1층(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4-1)에서 3월 20일부터 25일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 “지드래곤이 그린 그림 사세요”…경매 3000만원부터 시작

    “지드래곤이 그린 그림 사세요”…경매 3000만원부터 시작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이 7년 전 직접 제작한 그림이 경매에 나왔다. 7일 서울옥션 홈페이지에 따르면 오는 29일 열리는 현대미술 경매에 지드래곤의 작품 ‘Youth is Flower’이 출품된다. 지드래곤의 대표 이미지인 ‘데이지 꽃’과 영문자 ‘Youth is Flower’를 낙서처럼 그린 2017년 작품이다. 195.5×45.6cm 크기로, 철제 패널 위에 스프레이와 마커를 뿌리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추정가가 공개된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달리 지드래곤의 추정가는 ‘별도 문의’로 표시돼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드래곤 작품의 경매 시작가는 3000만원이다.
  • 추상회화 개척자 신기옥 작가 ‘영혼의 선율’ 전시회…11일 갤러리 비선재 개막

    추상회화 개척자 신기옥 작가 ‘영혼의 선율’ 전시회…11일 갤러리 비선재 개막

    우리나라 1세대 추상 회화의 개척자인 신기옥(1940~) 작가의 개인전 ‘영혼의 선율’(On Spiritual Resonance)이 오는 11일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3길 갤러리 비선재에서 개막해 오는 4월 30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신 작가가 선보이는 ‘선율’ 연작은 1960년대 서구 미술양식이었던 ‘후기 추상회화’(Post-painterly Abstraction)의 동시대적 재구축이다. 양식의 표면을 넘어 그 이면에 철학적 사유와 의미를 ‘기입’(embody)했다. ‘선율’ 연작은 지난해 시작해 현재에 이르며, 수직과 수평이 교차해 진중하고 순수한 추상적 구성을 완성한다.3월11~4월30일 비선재 갤러리 전시 ‘선율’ 연작은 수직과 수평의 필선이 반복적으로 중첩된 격자 구조로 구성된다. 그의 필선은 생동하며 유려하다. 그것의 구성은 세계의 구조를 상징한다. 그는 ‘천맥’(阡陌)이라는 한자어의 뜻을 변형해 캔버스에 담았다. 천맥은 경작지인 밭 사이로 난 길을 뜻한다. 남북으로 난 것을 ‘천’(阡)이라 하며, 동서로 난 것을 ‘맥’(陌)이라 부른다. 그는 천(阡)을 ‘수직의 시간’, 맥(陌)을 ‘수평으로 일상’으로 변용했다. 예술적 시간(시적 시간, 수직)과 범용(凡庸)한 시간(수평)이 함께 연주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캔버스 화면에 천맥의 길을 인도하여 그 안쪽으로 영혼의 선율을 파종한다.내면과 세계의 만남을 상징 이번 전시의 주제인 ‘영혼의 선율’은 우리 내면과 세계의 만남을 상징한다. 철학자 아서 단토(Arthur C. Danto·1924~2013) 또한 예술은 ‘만남과 성찰‘(Encounter & Reflection)의 끝없는 반복에서 생성된 결과라고 말했다. ’영혼의 선율‘은 작가의 삶과 경험이 세계와 함께 찾은 최적의 심적 거리를 상징한다. 세계의 천맥(阡陌)을 상징하는 가로선과 세로선이 중첩되어 역사를 직조하며, 그 가로선과 세로선 사이로 작가의 떨리는 내면의 선율이 메아리친다. ‘영혼의 선율’은 5세기 때 남제(南齊)에 살던 사혁(謝赫)이 고화품록(古畫品錄)에서 논증했던 ‘기운생동’(氣韻生動)의 현대적 번역어이기도 하다. 기운생동은 작가의 필력과 기세이기도 하거니와 보는 사람과 감응하는 영혼의 울림을 뜻하기도 한다.1세대 추상회화 그룹 ‘오리진’ 창립 멤버 신 작가는 제1세대 추상회화의 개척자로 오리진 그룹의 창립 회원이다. 그는 오리진 그룹 활동을 통해 추상회화가 지니는 본질적 의미를 철학적으로 추구하거나 현대성(modernity)의 정의를 엄밀한 시각 논리로 규명하고자 했다. 당시 예술가들은 실험성과 현대성의 의미를 언어로 재구성했으며, 다시 시각 언어가 펼치는 모험의 세계로 종횡했다. 따라서 오리진 그룹의 활동이 우리나라 현대 추상회화에 미친 영향력은 압도적으로 크다. 그는 김택화(金澤和·1940~2006), 최명영(崔明永·1941~), 김수익(金守益·1941~), 이승조(李承祚·1941~1990), 서승원(徐承元·1941~) 등 쟁쟁한 추상회화가들과 함께 했다.오랜 ‘묵계’ 끝에 67세 나이로 30년 만에 재데뷔 신 작가는 ‘오리진’의 창립 회원으로서 1960년대 우리나라 현대미술 운동에서 상당한 아이디어와 실천 강령을 제시했다.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나이에 무대 디자이너, 화실 교육(입시 교육), 마포중 교사, 건축가 등으로 1970~1990년대라는 무려 서른 개의 성상(星霜)을 보냈다. 그가 미술계로 돌아온 것은 2007년으로 67세가 되던 해였다. 그 당시 예맥화랑을 통해 재데뷔를 했으며, 2006년 당시 언론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당시 작성된 여러 기사는 작가의 예술혼에 담긴 용기와 삶의 지혜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는 ‘작가노트’에서 밝히듯 스스로 묵계(默契)를 맺었다. 그는 “나의 모든 일과 노동은 그림을 위한 과정이지 결코 자체로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묵계, 즉 묵약(默約)에서 마음이 단 한 차례도 벗어난 적 없다. 67세가 되던 어느 날 캔버스가 놓인 이젤 앞에 섰고, 설레는 마음으로 붓을 들었고, 놀랍게도 30년 만에 재개하는 그림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선율이 이어졌고, 획선에 기운이 실렸다. 구도 또한 볼 수 없었던 신안(新案)이었다. 국내외 전시와 아트페어에서 호평을 받았고, 현재 갤러리 비선재와 함께 글로벌 프로모션을 모색하며 이론적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 “기술·예술 경계 허무는 실험정신 공유”… 고객경험 확장 나선 LG

    “기술·예술 경계 허무는 실험정신 공유”… 고객경험 확장 나선 LG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작업 활동으로 현대 미술의 지평을 넓힌 예술가에게 주는 상인 ‘LG 구겐하임 어워드’의 두 번째 주인공이 선정됐다. LG는 ‘넷 아트’(인터넷을 활용하는 현대미술 장르) 선구자인 대만 출신 미국 작가 슈리칭(70)을 제2회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 특정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실험적 예술을 펼치며 디지털 시대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게 선정 배경이다.슈리칭은 디지털 아트, 설치 미술, 영화 제작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30년 넘게 가상현실(VR), 코딩 등 신기술을 활용한 예술적 실험을 이어 왔다. 그는 1990년대 후반 작품에서 대체화폐, 블록체인, 바이오테크 등 미래 사회의 모습을 예견했다. 슈리칭의 대표작 8점은 구겐하임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MoMA), 뉴욕 휘트니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LG가 구겐하임미술관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고 이 상을 제정한 건 첨단기술과 문화예술의 경계를 허문 실험 정신을 공유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기술이 예술의 표현과 경험을 확장하는 매개체로 활용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려는 취지이기도 하다.이런 시도가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필요한 만큼 LG와 구겐하임미술관의 글로벌 파트너십 기간도 일단 5년으로 잡았다.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자도 2027년까지 해마다 한 명씩 총 다섯 명이 배출될 예정이다. 수상자에게는 10만 달러(약 1억 3000만원)의 상금과 트로피가 주어진다. 지난해 제1회 LG 구겐하임 어워드 주인공은 인공지능(AI) 아티스트 스테파니 딘킨스였다. 다음달 2일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는 슈리칭의 수상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린다. 5월에는 슈리칭이 미술관에서 관객과 만나 자신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 광주비엔날레, 영화보듯 감상하는 전시로…프리오픈·파빌리온 ‘순조’

    광주비엔날레, 영화보듯 감상하는 전시로…프리오픈·파빌리온 ‘순조’

    오는 9월 7일 개막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시 및 프리오픈, 파빌리온 등 비엔날레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광주시는 올해 광주비엔날레의 전시주제 ‘판소리-모두의 울림’을 포스터·시그니처 등으로 시각화한 EIP(Event Identity Program)를 최근 공개한 데 이어 오는 4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광주비엔날레 예고편 격인 비디오 에세이를 공개한다고 5일 밝혔다. 광주시는 지난 2일 프로축구 광주FC 개막전에서 제15회 EIP 홍보영상 송출을 시작으로 광주관광공사, 광주문화재단, 광주시교육청 등과 함께 광주비엔날레 붐업 조성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다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맞춰 엠제트(MZ)세대를 아우르는 홍보전략을 세우는 한편 해외 관람객 증대를 위한 해외 홍보도 강화한다. 광주시는 우선 오는 4월 열리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광주정신’과 ‘예술’의 접목에서 출발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비엔날레로 성장하게 된 광주비엔날레를 알릴 예정이다. 광주비엔날레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특별전 ‘마당; 우리가 되는 곳’이 4월 18일부터 11월 24일까지 이탈리아 베네치아 일 지아르디노 비안코 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린다.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 30개 중 하나로 선정된 이번 전시회는 지난 30년 동안의 광주비엔날레 역사와 변화를 다루고, 광주비엔날레 소장품인 백남준의 ‘고인돌’과 크초의 ‘잊어버리기 위하여’, 그리고 두 작품의 의미를 계승하고 확장하는 세 명의 역대 비엔날레 참여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또, 베니스비엔날레 프리오픈 기간인 4월 18일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해외홍보 설명회가 시작된다. 이날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고편 격인 비디오 에세이 영상이 최초로 공개돼 기대감을 고조시킬 예정이다. 5월과 6월에는 참여국가 및 작가 발표, 디데이(D-day) 이벤트, 홍보관 오픈 등 관람객 몰이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으며, 입장권 사전예매도 5월부터 시작한다. 30주년을 맞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역대 최대 규모인 총 151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는 제14회 행사보다 39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광주시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89억원의 재정지원과 적극적인 행정지원을 통해 올해 광주비엔날레를 역대급 행사로 치러낸다는 각오다.올해 광주비엔날레는 세계적인 명성의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을 선임, 판소리를 매개로 ‘영화를 보듯 감상하는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30여개 국가의 파빌리온을 꾸려 다채로운 현대미술의 전시 향연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지난 14회때 9개국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각국의 다양한 전시와 프로젝트를 통해 광주 전역이 세계 미술축제의 현장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또 올해는 파빌리온 광주관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이곳에서는 광주비엔날레 30년 역사와 더불어 다양한 세대의 지역작가가 참여해 광주미술의 정체성과 발전방향을 조망하는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오는 4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현대미술 비엔날레로 한층 성장한 광주비엔날레를 알리는 등 광주비엔날레 30주년에 걸맞은 전시를 위한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 관련 기관들과 긴밀히 협력해 광주비엔날레가 걸맞게 국제적 위상에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치러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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