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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화가들 해외미술시장서 각광

    ◎세계무대서 잇따른 수상·유력 미술지 등 소개/표현양식 다양… 작가의 독특한 작품경향 인정 한국 화가들의 해외진출이 화려하다. 우리 작가들의 해외 미술시장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 미술무대에서 잇따라 상을 받거나 해외 유력 미술지에 크게 소개되는 등 전에 없는 평가를 받으며 크게 부각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해외 미술시장에서의 우리 작가들에 대한 이같은 관심은 국내 미술시장 개방에 따른 상대적 관심증가에서 기인한 점도 있지만 현대미술의 표현양식이 다양해지면서 우리 작가들의 독특한 작품경향이 비로소 세계미술계의 눈길을 끌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특히 이번 광주비엔날레 작품경향에서도 드러났듯 세계 미술흐름이 독창적인 요소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현상은 국내 미술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한국작가들은 독자적인 표현양식을 일구면서 나름대로 우리 고유의 동양 정신을 고집스레 작품에 담아내고 있는 인물들이다.지난달 31일까지 프랑스 가나보브르 갤러리에서 닥지작업을 선보여 ‘휘가로’지에 평론이 실린 한국화가 이종상씨의 경우, “한국의 전통 재료와 무한한 섬세함을 지닌 천연색을 사용해 미완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는 평을 얻었다.재미조각가 전옥씨도 지난 여름 이탈리아 에트루리 아트페어에 참가,조각부문 본상을 받았다.여기서 전씨는 검은색의 화강암과 브론즈를 혼합,인간내면의 고독을 표현했는데 “동양적 감성과 사고의 세계를 특이하게 표현했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또 지난 8월 23일부터 한달간 독일의 코발 갤러리와 뵐룀켓 갤러리에서 한국화 전시를 가졌던 한국화가 오낭자 이경수 홍석창 주민숙 차대영 하정민씨 등은 현지에서 생소한 현대 한국화의 흐름을 보여준 케이스로 기록됐고,일본 나고야의 아키라 이케다갤러리에서 개인전(3∼27일)을 갖고있는 오수환화백도 기존의 흑백 선을 바탕으로 한 ‘적막’시리즈를 내놓아 현지에서 “동양적 의미의 해체적 경향”이란 호평을 얻고 있다. 한국작가들의 부각은 외국의 미술전문 권위지를 통해서도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세계 3대 미술 전문잡지의 하나인프랑스의 보봐르가 최근 발행한 특별호에서 이종상 박대성 이왈종 황창배 김병종 화백 등 5인의 화집을 발간한 것.이 특별화집은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을 집중화하기 위한 것으로 이종상 화백은 ‘미완성의 아름다움’,박대성 화백은 ‘승화된 전통’.이왈종 화백은 ‘침묵의 목소리’,황창배 화백은 ‘자유에의 길’,김병종 화백은 ‘소용돌이치는 무한대’란 타이틀로 소개하면서 수묵 화조 민화 등 용어설명까지 우리말 그대로를 불어발음으로 표현하는 성의를 보였다.
  • 하늘 쳐다보기/박경미 국제화랑 디렉터(굄돌)

    출퇴근길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나는 특히 아침 출근길에 멀리 바라보이는 남산위의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거의 모든날은 스모그로 인해 산주위가 부옇게 흐려진 것이 보통이지만 아주 가끔씩 쾌청한 날은 남산 너머의 아득한 북한산 자락이 또렷이 시야에 들어오기도 한다.그런날은 왠지 하루가 기쁜일로만 채워질 것 같은 예감에 기분마저 설렌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서울에서 파란 하늘 쳐다보기는 아주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가을로 접어드는 요즈음 그래도 어쩌다 하늘의 새파란 빛을 대할 때도 있지만 푸른하늘의 꿈은 어쩐지 우리 도시인의 생활과는 아주 멀어져버린 이야기인 듯 하다. 하늘은 본질적으로 언제나 그것을 쳐다보는 자의 위치에서 무한히 크고 절대적인 희망의 형태로 눈에 들어오는 그 무엇이다.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정면으로 볼때면 그 하늘이 우리의 온몸을 감싸고 우리의 영혼까지도 그 맑고 푸른빛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환상을 체험하게 된다.그리고 아주 작은 쪽유리창이라도 거기에 잡힌 푸른하늘은 그것을 보는 이의 끝없는 상상력과시적 감흥을 자극시키는 힘을 갖는다. AIDS로 요절한 한 쿠바 출신의 현대미술가는 푸른 창공에 작은새 한마리가 나는 사진을 찍어 그것을 다량의 인쇄물로 만든후 ‘무한한 복제’라는 제목을 붙여 전시장에서 누구든 집어갈 수 있게 했었다. 제3세계 출신의 작가로서,동성연애자로서 미국사회속에서 겪는 소외감과 고독을 벗어나기 위해 그 희망을 누구나 꿈꿀수 있는 대상으로서의 하늘을 향해 갈구했던 것 같다.인종에 상관없이,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함께 바라볼 수 있는 하늘,그것은 곧 누구에게나 희망 그 자체로서 절대적이고 귀한 가치를 가짐을 의미하는 것일게다.그 작가는 바로 삶의 희망에 대한 자신의 그러한 생각을 다른 모든 이와 함께 공유하고 싶었으리라. 문득 어린시절 꾸었던 꿈,지금 내가 바라는 모든 것들을 잊고 단지 살아있음 자체를 감사하고 희망하는 순간을 체험하기 위해 푸른하늘을 한없이 바라보며 앉아있고 싶다.복잡한 일상의 수레바퀴에서 호흡을 돌리고 망연히 아주 오랫동안 말이다.
  • 97 광주 비엔날레에 부쳐/김홍희 미술평론가(특별기고)

    ◎난해한 주제 극복 ‘성공작’ 97광주비엔날레의 특징은 ‘지구의 여백’이라는 사변적이고도 예민한 주제의 설정에 있다.이는 ‘탈중심’이라는 맥락에서 ‘경계를 넘어서’라는 1회주제와 개념을 같이하고 있지만,주제 자체가 전시의 틀로 작용하고 있는 점에서 전과는 크게 다르다.95년에는 경계를 초월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각대륙 작가들이 참여한 지역별 전시였으나 이번에는 주제전이다.주제를 가시화시킨다는 일 자체가 쉽지 않으며,특히 이번 비엔날레는 주체의 난해함이 그런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5개 주제 기획 돋보여 이영철 실장이 이끈 기획팀은 ‘지구의 여백’을 속도·공간·혼성·권력·생성의 5개 하위개념으로 세분하고 그것을 5행에 관계시켰다.속도/물 공간/불 혼성/나무 권력/쇠 생성/흙이 어떻게 짝지어지고 각 항목들이 지구의 여백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논리를 따지기 이전에,그러한 개념설정이 동과 서,현재와 과거,해체와 총체를 관통하는 의미에서 다분히 지적이고 환상적이기까지 하다.그러나 이 개념들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할 것인가. 문제는 현대문명의 5개 핵심개념이나 오행의 5대 요소가 크게 보면 모두가 하나의 이면들이라는 점이다.서로가 서로를 생기게(상생)하거나 하나가 다른 하나를 이김으로써(상승) 조화와 질서를 이루는 것이 오행의 원리로서 그것이 인간백사를 지배한다고 볼때,5개념의 구분은 사실상 무의미하다.5개 항목들이 종래는 동일한 것을 의미할 수 있듯이,어느 작품하나가 5개주제 모두에 부합될 수 있고,역으로 그와 전혀 무관해 보일 수도 있다.이것이 이 주제전의 내재적 딜레마이다.예컨대 ‘속도’부문의 보이스나 클렝은 속도에 관계되는 것 이상으로 ‘공간’이나 ‘생성’에 관계된다고 여겨진다. ○현대미술 요구 충족 따라서 개별작품과 소주제를 공식적으로 대입시키기 보다는 지구의 여백이하는 대주제에 입각하여 총체적 뉘앙스를 감지하고 그것을 통하여 메시지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주제설정이 현대미술의 요구를 충족시키고,각부문 커미셔너들의 역량이 특출하기 때문에 위험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짜임새있고 성공적인 전시회가 되었다.제만의 입체적 진열(속도),성완경의 연극적 연출(권력),마르카데의 열린 구성(생성)이 돋보이는 한편,코살렉의 ‘혼성’은 산만한 느낌을 준다.박경의 ‘공간’은 그 자체로는 신선하고 독특하지만 다른 부분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공간이라는 미술의 대명제를 건축공간으로만 국한시킨 편협한 해석이 아쉬움으로 남는다.5개 주제전을 총괄하는 총감독이 있었더라면 이러한 문제들이 보완되었으리라 생각된다. ○대가급 작가들 참가 이번 비엔날레에는 대가급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여 위상을 높이는 한편,신진작가들의 참신한 작업이 전시 밀도를 더해주고 있다.권력부분의 린달 존스는 서정적 자연으로 현대미술의 광기와 위협을 대신하고,엠마뉴엘 카를리에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영상으로 시정을 일깨운다.질적 수준에 승부를 걸었던 대로 97비엔날레는 그 면에서 일단 성공하였다.이점이 결코 과소평가 되어서는 안되겠다.질적 수준이 차기 비엔날레를 악속하는 유일한 보증서이기 때문이다.
  • 초가을 독 현대미술 바람

    ◎‘뷔르트미술관 소장품전’ ‘바우하우스 사진전’ 등 잇따라/‘고전­전위 양존의 독특한 흐름 조명/백남준씨 등 17명 ‘비디오조각’ 소개 초가을 미술계에 독일 현대미술 바람이 거세다. 국내 화랑가에 교환전을 포함,외국작가 작품전이 풍성한 가운데 독일미술을 소개하는 굵직한 전시들이 잇따라 열려 이색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국립현대미술관이 28일까지 독일 뷔르트미술관 소장품전을 열고있는 것을 비롯해 예술의전당 미술관은 오는 13일부터 10월 7일까지 ‘독일 비디오 조각전’을 마련한다.그런가하면 워커힐미술관은 지난달 7일부터 20일간 열었던 ‘바우하우스 사진전’ 을 관람객들의 요청에 따라 오는 20일까지 연장해 열고 있다. 이 전시들은 지금까지 세계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미치며 맥을 이어오고 있는 바우하우스 작가들의 사진작품에서부터 1960년대이후 최근에 걸친 독일출신 작가들의 비디오 조각작품을 다양하게 보여주면서 고전의 무게와 전위적인 성향이 양존하는 독일미술의 흐름을 잘 읽게 한다. 예술의전당이 마련할‘독일 비디오 조각전’은 1963년부터 지난 94년까지 독일출신 작가들이 만든 비디오를 매개로한 미술작품을 통해 독일미술의 전개양상을 들여다볼수 있는 흔치않은 자리.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씨를 포함,작가 17명의 비디오조각과 비디오 설치작품 60점을 소개하게 된다.국내에는 아직 익숙치 않은 조각의 연장선상에서 비디오를 이해하는 비디오조각 비디오설치작품들이 집중적으로 전시되며 과슈 판화 사진 등 종이작품 42점도 함께 나온다.한국 태생의 백남준과 호주태생의 제프리 쇼,독일에서 공부하고 작품활동을 하고있는 장 프랑소아 귀통,프란치스카 매거트 등 비디오 미술의 대가들을 통해 독일에서 비디오미술이 발전하게 된 요인을 찾아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뷔르트미술관 소장품전’은 독일 작가들을 중심으로 구상에서 기하학적 추상미술에 이르는 20세기 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자리.기업가 라인홀트 뷔르트가 30년 이상 수집한 작품들로 구성돼 있는데 61명의 회화 조각 130여점이 나와 있다.기업 뷔르트사가 운영하는 뷔르트미술관은 상설전과 함께 독창적인 분위기의 작품을 전문적으로 조망하는 기획전을 연중무휴로 마련,기업의 ‘대중을 위한 투자’ 측면에서 주목받는 전시장.이번 전시는 이 미술관 소장품 3천500점 가운데 인상주의의 제텔·피사로를 시작으로 표현주의의 놀데·야블로스키,재현적 회화로 유명한 에콜 드 파리파와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에르벵·야콥센·알레친스키,그리고 제로그룹까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또 기업가가 수집한 미술품들을 전시하는 미술관 소장작품들을 소개해 미술과 기업문화의 관계를 엿볼수 있게 하는 것도 있다. 연장전시에 들어간 ‘바우하우스 사진전’도 주목받는 볼거리.지난 1920년대 서양의 모든 예술에 영향을 미쳐 지금까지도 그 맥을 잇고있는 옛 독일 국립건축디자인학교인 바우하우스의 예술가 41명의 오리지널 사진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 ‘서양화 100인 초대전’ 개막/서울갤러리서/서울신문사 주최

    ◎중견·원로작가 소품 선보여 서울신문사가 주최하는 ‘97 서양화 100인 초대전’이 2일 하오 5시 서울 중구 태평로1가 서울신문사내 서울갤러리에서 개막됐다. 이 초대전은 유명 작가들의 소품을 통해 미술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높여왔다는 평을 들으며 미술인 뿐만 아니라 일반 미술애호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자리. 올해는 우리 서양화단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40대 이상 중견작가들로부터 완숙한 작품세계를 지닌 원로작가까지 100명이 6호이하 소품 각 1점씩을 선보인다.사실주의 화풍을 비롯해 특정 계파나 계열에 얽매이지 않는 폭넓은 양식을 다양하게 구사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개막식에는 손주환 서울신문 사장을 비롯해 송태호 문화체육부장관,이종덕 예술의 전당 사장,최만인 국립현대미술관장,이두식 한국미술협회 이사장,미술평론가 이귀열씨 등 각계 인사와 미술인,원로작가 이종무 김서봉씨 등 출품작가들이 참석했다.
  • 서양화가 김형근(이세기의 인물탐구:144)

    ◎한시대의 미감 바꾼 ‘은백의 화가’/사물을 눈으로 보지않고 마음으로 ‘내면 터치’/한국미술대전 심사위원장도 지낸 ‘화단의 리더’ 오랜 세월 비바람에 씻겨 퇴색한 과녁에 박힌 세개의 화살,나뭇결이 선명히 드러난 과녁에 두개의 화살은 힘차게 박혀있으나 하나는 과녁을 맞추고도 힘에 부친듯 사선으로 그 끝을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 70년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차지한 김형근의 ‘과녁’은 싱싱한 박진감과 치열한 묘사력으로 인해 당시 이 작품을 뽑은 원로화가들은 “이는 일찍이 우리 화단사상 보지 못했던 현장감”이며 “한 시대의 미감을 바꾸어 놓았다”고 찬사해 마지 않았다.한장의 그림에 담긴 만감이 엇갈리는 진한 메시지는 작품의 의취를 일순간에 짐작할수 있게 하는 명작이기 때문이다.과연 그림을 그리기 위해 그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는가.그러나 실패와 좌절의 되풀이속에서도 낙선의 고배를 패배로 치부하지 않았고 시련은 아프지만 오히려 치솟는 힘이 되었다. ○70년 국전서 대통령상 수상 만일 김형근의 ‘여인상’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그의 아름다움에 대한 극단적인 미추구에 감탄하지 않을수 없게 된다.영롱한 보석타래와도 같은 그의 여인상은 눈부신 치장과 황홀감으로 인해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을 멈추게 하는 혼도직전의 전율을 던져준다.미적감흥을 불러 일으키는 색채와 조형적인 균제·비례와 조화와 함께 장미향기와 라일락바람이 넘나들고 어느 때는 오베른 언덕같은 천상의 노래가 가슴을 후비기도 한다.여인과 꽃의 아름다움을 극명하게 재현하기 위해 극사실적인 표현기법으로 독특한 미감을 절묘하게 살리면서도 작가의 천부적 감수성은 실제에서 지각할 수 없는 내면의 지성미까지도 붓끝으로 일궈놓고야 만다.그래서 여인의 볼에서는 발그레한 생명감이 피어나고 실크처럼 고운 살갗은 조금만 건드려도 상처가 날듯 섬세하고 연연하다.여기에 그치지 않고 극미와 화미에 다다르기 위해 보일듯 말듯한 미소에 귀족적 기품과 첨단적인 세련미를 담아내어 평자들은 “테크닉을 극복한 지점에 작가 자신을 세우고 있다”고 표현한다.‘사물을 눈으로 보지않고 마음으로 읽는 관조미의 극치’가 그것이다. 미술평론가 신항섭은 ‘김형근의 은백색 공간’이란 한 미술평론에서 “엄격한 의미에서 한국 사실주의 회화는 김형근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단정한 바 있다.“지금까지의 사실적인 표현양식이 순수미와 자연주의를 재현하는데 그쳤다면 김형근은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한 극사실적인 작품을 통해 작가적 입지를 구축했다”고 했다. 이러한 평가를 받는데는 남보다 특이한 환경에서 자라나 전혀 뒤늦게 화가의 길에 들어선 것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그의 고향은 산자수명한 경남 통영.한의사이던 하범 김전수씨의 무녀독남으로 다섯살때부터 글씨를 쓰거나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그러나 통영수산고에 다닐때까지 학교에 바래다주고 데리러 오던 부친은 외아들이 의사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했고 부친의 뜻과는 달리 그림의 길을 선택하게 된 이상 그는 지금까지 예상치 못했던 혹독한 고독과 고생스러운 수련의 길을 모색하지 않을수 없게 되었다. ○70년대 미 화단과 인연 그는 군인대학인 정치대 법정과를 나왔고 10년간 장교의 신분으로 있으면서 화가를 지망했으며 화단에 인맥이나 학맥이 닿을 리 없었다.오죽하면 대통령상 수상이후 그는 “심사위원들의 아집과 편견과 독선으로 인해 15년간의 국전도전시대는 까마득한 험난준급”이었으나 혼자서 어둠속을 걸어가는 듯한 극한 상황에서도 “그림을 그릴때만은 언제나 행복에 넘쳐 있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또한 그가 ‘은백의 화가’로 불리는 이유는 ‘동양의식의 세계화’를 목표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불생불사’의 세계를 형상화한데 있다고 할 수 있다.은백색과 흔적의 무한성,화면을 장식하는 꽃과 여인에서 그는 직선의 유리화병에 꽂힌 백합다발과 구름을 타고 비상하는 동자,다른 한쪽엔 남색 유리컵과 옛날의 종을 등장시키기도 한다.여기에 아득한 시간속에 가리워진 옛날을 현대에 용해시켜 유구하게 이어져온 역사와 생의 긍정과 환희를 절묘하고도 신비롭게 연출해낸다. 대통령상 수상이후 그는 미국 아메리칸 아트스쿨에 다니면서 70년대 이후 미국화단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고 오랜 작업실이던은평구 녹번동을 떠나 석촌 올림픽선수촌아파트로 옮기는가 하면 경기도 양평과 일본의 지바(천엽),뉴욕에 각각 대작을 위한 아틀리에를 둔 국제적 화가로 발돋움하게 되었다.이김복여사와의 사이에 딸만 넷,모두 출가했고 그의 그림의 모델이던 차녀(성희씨)가 중년에 접어들자 최근에는 손자들을 데려다 모델로 삼고 있다. ○그의 그림선 숨결과 향기가… 시각적인 포만감뒤에 은은히 감도는 절제미는 특유의 긴장감을 극으로 끌어올리면서 그의 여인은 순정적인 정령의 서조를 당당하게 지켜나간다.그리고 어떤 어려운 일에 부딪혀도 반드시 이겨내고 슬픔이나 분노보다 작가자신의 기쁨과 즐거움을 부여한 빛나는 화면을 성취한다. 그리하여 그의 그림은 다이아몬드같은 흰빛을 뿌리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이상화된 현실을 만끽하기에 이른다.그를 아끼고 깊이 연구하는 평론가들은 이를 두고 “심신을 정화시키는 미의 공간에 우리가 들어서고 있다”고 표현한다.미의 사절인 김형근의 세계는 그림에서의 숨결과 향기와 음악과 함께 황폐한 현대인들로 하여금미의 극치앞에 감탄을 금치못하게 하고 결국 행복과 사랑을 깨닫게 하는 구원의 암시를 함축하고 있다. □연보 ▲1930년 경남 통영 출생 ▲1955년 국전 입선 ▲1968년 국전 특선 ▲1969년 국전 문공부장관상 ▲1970년 국전 대통령상 ▲1971년 도미기념전(신세계미술관) ▲1972년 아메리칸 아트스쿨수학 ▲1975년 역대국전 대통령수상작가 초대전, 김형근초대전(부산호텔화랑) ▲1977년 현대화랑초대 개인전 ▲1978∼81년 수도여사대교수 ▲1979년 김형근도화전(선화랑) ▲1981년 서독미술전초대전 ▲1983년 국전 심사위원 ▲1988년 뉴욕 웰리F 화랑 전속,알파인화랑초대전 ▲1991년 시가 있는 그림전(서림화랑) ▲1993년 현대미술 100년의 열정전 초대(현대화랑) ▲1995년 대한민국미술대전심사위원장 ▲1996년 현대리얼리즘회화 초대전(한국 포스코갤러리) ▲1997년 현대작가 1호전(선화랑) ▷수상◁ 경상남도문화상(68년) 서울시문화상(81년) 통영시문화상(95년) ▷작품소장◁ ‘과녁(관혁)’ ‘우리의 슬기’ ‘영원의 장’(청와대) 벽화 ‘여명의 비상’(한국외환은행) ‘한려수도’(경남도청)외 다수
  • ‘광주비엔날레’ 새달 1일 개막

    ◎속도·공간·혼성 등 5개 소주제 지상중계/세계 39개국 377명 작품 409점 전시 광주비엔날레가 오는 9월1일 대망의 장을 연다.‘지구의 여백’이란 주제아래 88일간 빛고을 중외공원 문화벨트 71만평 일원에서 펼쳐질 올해 비엔날레.첫 해의 불협화음과 개운치 않은 뒷맛을 말끔히 씻기라도 할듯 2년전 준비상황과는 사뭇 다르게 1년3개월간의 긴 준비기간을 마감하고 있다. 세계 39개국 377명의 작가가 409점의 작품을 보여주는 이번 행사의 백미는 아무래도 본 전시.현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속도 공간 혼성 권력 생성의 문제를 놓고 5명의 커미셔너가 선정한 작가 117명이 참여하는 이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을 통해 색다른 예술체험을 하게 된다. ▷‘속도­수’전◁ 속도에 의해 이끌리는 현대문명과 정신에 대한 시적인 해석의 마당.빌 비올라의 ‘물 불 공기’라는 비디오 설치작품과 물을 신체와 결합시키는 피필로티 리스트의 작품들이 있다. ▷‘공간­화’전◁ 지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을 동시에 담고 있는 세계각국의 도시를재현하는 방법.오늘날 지구촌 도시의 양태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혼성­목’전◁ 시대와 지역 국가 인종 성이라는 틀을 넘어 이질적인 것들이 복잡하게 뒤섞이고 있는 지구촌문화를 반영한다.LA와 휴스턴 등지에서 빈곤층이 사는 집들을 재건축한 릭 로우의 대형 설치작품 등이 대도시의 거리를 다니며 잡종 문화양태를 보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권력­김’전◁ 전통적 권력개념과 현대사회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권력의 양상을 보여준다.파시즘이나 냉전 등 고전적 권력구조에서부터 테러리즘,핵풍경과 같은 최근의 정치적 상황들을 시각화하는 작업들이다. ▷‘생성­토’전◁ 생명의 근원적인 상태와 그 변화양상을 보여주는 공간.특히 여성이나 어린이 동물 등에 초점을 맞춰 삶과 죽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세계를 낳는다.토테미즘 등 상징적인 내용의 중국 작가 황용핑,신체 사이클을 표현하는 루이스 부르주아 등이 이 전시에 포함된다.
  • 미술계 국제교류전 홍수/장르·교류대상 다양… 시장개방 대비

    한여름 미술계에 국내 작가들과 해외작가 교류전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간헐적으로 열려오던 특정국가나 작가들간의 전시교류에서 벗어난 최근의 이같은 흐름에서는 장르와 교류대상의 다양화가 특히 눈에 띈다. 독일 베를린 빌리브란트하우스에서 한·독 현대미술전(12∼16일)이 열리는 것을 비롯,서울신문사내 서울갤러리에서는 지난12일 네번째 서울·북경 국제수채화전이 개막됐고 한전프라자갤러리에서는 러시아·한국 현대도예전(30일까지)이 마련되고 있으며 지난 1∼12일 서울 원서갤러리와 종로갤러리에서는 서울·나고야 입체조형의 교류전이 열렸다. 곧 다가올 국내 미술시장 개방에 대비,새로운 움직임으로 드러나는 이들 교류전은 종전의 단순한 친교성 교류형태를 탈피하고 있다.심포지엄 등을 함께 열어 전문성을 갖추거나 정기행사로 굳히겠다는 구상들이다.교류전 성격이 1회성을 지양하는데다 전시내용도 ‘형식적인 작품 보여주기’가 아닌 양국 문화의 정체성 찾기 성격이 두드러진다. 한·독 현대미술전은 그동안 별교류가 없었던 양국의 회화교류전.우리의 동아시아적 사고가 전통적인 회화매체를 통해 어떻게 유럽에 전파되고 있고 또 반대로 아시아에서 계속 발전되고 있는 유럽의 예술방법을 보여주는 자리로서 의미를 남다른 갖는다. 서울·북경 국제수채화전은 서울과 북경을 오가며 격년제로 열리는 전시.양국 수채화의 다양한 면모를 감상할 수 있는 교류전으로 인지도를 더해가고 있는 한국수채화회 회원 68명과 북경수채화그룹 회원 38명이 출품한 대규모전이다.또 러시아·한국 현대도예전은 서울산업대 도예연구소가 러시아의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활동중인 도예작가들을 초청,러시아에선 7명,한국에선 20명이 참가하고 있다.‘흙의 메시지 공존 그리고 공감’이란 주제아래 지난달 1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워크숍을 가진데 이어 러시아·한국 현대도예 세미나도 가진 이 전시회는 양국 도예의 현주소와 전망을 접근해볼수 있는 이례적인 기회가 되고 있다. 12일 막을 내린 서울·나고야 입체조형의 교류전은 지난해 8월 일본 나고야 후원으로 나고야·서울 입체조형의 교류전이 열린데 이은 서울전.나고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일본작가들과 국내 다양한 연령층의 작가들이 각기 다른 조형언어로 양국의 독특한 문화양식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우리 미술계의 관심을 모았다.
  • 중국 현대미술의 단면/박경미 국제화랑 디렉터(굄돌)

    지금 경주의 선재미술관에서는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한 4년 만에 가족과 함께 다시 찾은 아름다운 고도 경주에서 이번에 감상할 수 있었던 ‘중국 현대미술의 단면’전은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전환의 시대상을 또 다른 각도에서 느끼게 해준 인상적인 전시였다. 자유경제 체제의 도입과 문호개방 이후 엄청난 속도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 속에 나타나는 사회적·문화적 비전이 몹시 궁금했던 나는 이번에 소개된 작품을 통해 앞으로의 중국이 꿈꾸는 미래를 읽을수 있을 것만 같았다.10인의 젊은 중국작가들이 펼쳐보이는 이 전시회 작품들은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설치·회화·비디오 작업 등 모두가 서구 현대미술 어법의 직접적인 차용이라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지만 이에 담긴 목소리는 서구의 그것이 결코 아닌 중국인 특유의 여유로움과 자신감에 바탕한 것이었다.대륙적 기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들의 스케일 큰 설치 작업이나 거침없는붓질의 회화작업들 속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앞으로 열릴 세계를 향한 발걸음의 깊이 있고도 속도감 있는 내디딤인데,전통한자들을 모두 틀리게 작가 손수 각인하여 프린트한 책들을 대규모로 늘어놓은 작업이라든가 세계인의 머리카락들을 무수하게 섞어놓은 설치 작업등은 기존 가치관에 대한 부정및 새 질서에 입각한 세계 문화의 구축과 화합을 꿈꾸는 그들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즉 회의와 불안의 그림자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매우 적절한 직설과 은유를 바탕으로,이들이 작품을 통해 군더더기 없이 제시하는 세계관은 전통의 붕괴를 재빨리 딛고 일어서서 범세계인들의 문화를 새로운 형태로 품에 껴안으려는 긍정적 의지와 일치하는 것이다.문호의 개방과 자본주의 경제의 활성화로 불불기 시작한 중국사회의 힘찬 미래 지향적 에너지가 지금 대륙 동쪽의 아주 조용하고 아름다운 한국의 옛도시에 위치한 한 현대적 미술관내에도 넘쳐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8일 광주통일미술제·10월 서울국제도예비엔날레 열려

    ◎서울·광주서 대규모 국제미술행사/통일미술­국내외 작가·단체 참가… 예향의 도시 특성 부각/국제도예­본전시·특별전 꾸며 한국도자기 우수성 재조명 도시의 특성과 우리 전통문화 유산인 도자기를 부각시키는 특색있는 대규모 미술행사가 8월과 10월 광주와 서울에서 각각 열린다.오는 8월15일부터 10월15일까지 광주시 망월동 묘역에서 열리는 광주통일미술제와 10월10일부터 2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과 서울600년기념관서 개최될 제1회 서울국제도예비엔날레가 그것.광주통일미술제가 예향 광주의 정체성을 기조로 당대 미술문화의 새로운 모색에 초점을 맞춘다면 서울국제도예비엔날레는 각국 도예가들의 참여를 통해 우리 도자기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도예문화의 세계적 위상을 정립하기 위한 행사. 광주통일미술제는 우리 현대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광주의 도시성격을 부각시키면서 분단현실 극복과 통일의지를 드러내는 젊은 작가들의 창작체험장 성격.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 회원을 비롯한 전국 각 지역 작가와 외국작가 등 7개국에서 모두 14개단체와 199명이 참여한다.추모탑앞 민주광장에 주전시실이 마련돼 개인작품 200여점이 설치되고 굴다리·저수지·옹벽을 이용한 팀 단위의 설치작품이 등장하는가 하면 여성미술전,해외작가들의 FAX미술전,일반인 사진전,광주의 과거와 현재모습전 등이 부대행사로 마련된다.이밖에 아동미술실기대회와 학생들의 역사인물그리기 등이 함께 열려 전문작가뿐 아니라 많은 일반인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추진된다. 서울국제도예비엔날레는 우리 도자기의 우수함을 부각시키는 본전시를 비롯,현대미술속의 우리 도자기 조명과 젊은 작가들의 실험성 강한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3개의 특별전으로 꾸며진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주)아트컨설팅서울이 기획 및 주관을 맡아 진행할 이 비엔날레는 외국의 비엔날레를 일방적으로 흉내내는 차원에서 벗어나 우리 것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도예를 택해 우리 문화의 특장을 현대적으로 잇고 문화 관광상품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공감과 차별의 사이’란 주제아래 모두 16개국에서 60명이 참가할 예정.모두 지명공모를 통해 참가가 확정된 작가들로 도예 선진국으로 알려진 나라들의 대표적 인물들이다.현대추상도예를 주도하는 루디 오티오(미국)를 비롯해 슈퍼오브제의 거장(거장) 리차드 쇼(미국)와 로버드 스페리(미국),탈(탈)전통 도조의 선두주자인 나카무라 긴페이(일본)·고이에 료지(일본),북구 도예의 대표자격인 아르네 아세(노르웨이),프랑스의 자크 루엘랑,스페인의 자비에 두베즈 등이 눈에 띈다.한국에서는 황종구 원대정 권순형 김익영 이부웅 조정현 유혜자 박윤정 천복희 박제덕 고성종씨 등 29명이 참가한다. 특별전은 ‘옛도자기 상감’‘분청사기의 오늘’‘현대미술속의 흙표현’전 등으로 진행된다.본 전시가 세계 도자기를 진술하는 공간이라면 특별전은 우리 문화와 흙 혹은 자연의 관련성,옛 도자기의 여유로운 아름다움,전통과 현재의 대화를 제시해 서울국제도에비엔날레의 특성을 살리는 성격으로 꾸며진다.
  • 도예가 윤광조(이세기의 인물탐구:139)

    ◎분청사기만을 고집하는 영원한 ‘도공’/전통양식에 자기 특유의 ‘작품 혼’ 담아/삶의 규칙·구속 배제하는 ‘자유주의자’ 질끈 동여맨 동자머리에 광목으로 만든 바지 저고리,운동화나 짚신을 신고 윤광조는 전혀 예기치 않은 자리에 바람처럼 나타난다.나이를 비껴가는 해사한 용모탓에 대부분은 그를 여자인줄로 착각하는 예가 흔하다.그림을 그린다든가 시를 쓴다든가 절에서 도를 닦는 현대화된 여승처럼 보이기도 한다.그러나 전 국립박물관장이던 최순우씨가 그렇게도 아끼고 자랑해 마지않던 ‘분청사기의 명인’, 바로 그 윤광조인 것이다.도예가는 많지만 분청사기만을 고집하는 희소성으로 인해 그는 지금도 평자들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다. ○해사한 용모 여증 착각 경기도 광주에 머물다가 그가 가마를 경주로 옮긴 것은 지금부터 3년전이다.경주시내에서 한 시간이상 골짜기로 꺾어지르는 안강에 칩거해 있다가 전시가 있을때만 서울에 올라와서는 대낮부터 술독에 빠져버린다.그리고 그를 구속하려는 모든 규칙이나 구속을 배제한채 ‘나는어디 한군데 걸릴 것 없는 바람’임을 스스로 자랑삼는다.심지어는 가족에게 얽매이지도 않고 그에게 배우러 오는 제자들마저 그의 고독에 지쳐 오래 머무는 법이 없다.작품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뜻에서 가족은 서울에 남겨두고 그는 주로 경주에 파묻혀 오로지 도공으로만 살고 있다.반면 정감이 넘치고 친구를 좋아하되 최고가 아니면 안된다는 고집에서 대선배 최순우씨와 원로 화가 장욱진씨만을 스승으로 손꼽고 뉴욕에서 활동하던 화가 정찬승과의 우정을 소중히 간직한다.그러나 그들마저 모두 타계한 지금 그는 극도로 외로울 수 밖에 없다. 그는 처음부터 도예가의 꿈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자유롭고 낙천적인 성격탓에 백색 세라복을 입는 해군이나 태평양을 누비는 마도로스,정치가나 사업가를 꿈꾸기도 했다.공무원이던 윤득호씨와 대한부인회 초대조직부장을 지낸 박채련씨의 4남2녀중 아들로 막내.부친은 6·25때 작고하고 홀어머니밑에서 자랐으나 활동적인 어머니는 아들이 정치가가 되기를 바랐고 그는 해군사관학교와 연세대 경제과 낙방후 홍대미대에 진학했다.도자기로 돈 것은 홍대에 강의를 나오던 최순우씨가 도자기만의 깊고 푸른맛, 특히 분장청회사기의 남성적인 소박한 매력을 끊임없이 권유해주었기 때문이다.또 도예를 하기 위해서는 도자기와 관련된 문학 철학 미술 역사를 두루 공부할 것을 충고했다.이른바 과묵하고 심도있게 지도하면서 정성껏 만든 작품을 보여드리면 스승은 ‘좋으네’ 한마디 뿐이었다. 74년에는 문공부가 주관하는 도자기수업을 위해 도일,그때도 임진왜란때 건너간 도공의 후예들이 어떻게 도자기를 이어가고 있는가,개인공방에서 작가들이 작업에 임하는 태도와 가마를 운영하는 방법을 배우기로 했었다.수업기간은 3년예정이었으나 그들의 도자기가 하나같이 일본화된 것을 보고 그는 ‘내가 자란 땅에서 우리의 흙으로 나의 것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1년만에 귀국해버렸다. 윤광조의 분청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수반 항아리 문방구 제기 합과 화분을 통해 분청사기의 여러 기법을 다양하게 선보이게 되면서부터다.형태나 문양에서 전통적인 분청사기의 형식을 갖추되 연적이나 합,지통같은 원통형과 발의 형태를 절충하고 문양에서도 상감문과 귀얄문,조화와 인화를 고루 사용하면서 조선조 분청의 질서에 지나치게 맹종하지 않았다.76년 개인전 팸플릿에서 최순우씨는 ‘그의 표현애속에 깃든 아첨없는 양감과 장식은 한국인다운 소탈의 아름다움을 넘치도록 길어올리고 있다’고 쓰고 있다. 그의 삶과 예술을 지속적으로 지배해온 것은 자유로움에 대한 끝없는 갈망이다.그러다가 78년 현대화랑 박명자대표가 기획한 장욱진과의 합작전에서 그의 진가는 유감없이 발휘되었다.기면이 마르기 전에 작은 태토를 덧붙여 화장토를 바르거나 튀어나온 부분을 긁어내고 흙띠를 두르는 방법,또 기면을 무작위로 찔러 큰 붓질로 화장토를 입히고 그릇 전면에다 백토를 분장한 분청사기에다 장욱진 화백의 꾸미지 않은 동화는 절묘하게 어울렸다.평론가 이구열은 이때의 전시를 가리켜 ‘윤광조의 무심과 장욱진의 소박한 동심이 절로 맞아떨어져 마치 한 작가의 작품을 이루는 순간이었다’고 평했다. ○어릴땐 마도로스 선망 이무렵 그는 스승 장욱진씨의 손에 끌려 예술인들이 드나들던 화신뒤 옹달샘에서 두주불사로 언제나 명정을 면치 못했다.‘술이 취해야만 모든 구태한 생각을 떨궈버리고 새로운 창의력을 얻는다’는 술철학으로 ‘술없이는 예술도 못하고 살맛도 없다’는 태도다.다만 아무리 취해도 ‘종횡무진의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이 그의 특기이자 남들이 놀라는 점이다.장욱진합작전에서 전람회개막 30분만에 작품이 모두 팔려나가자 비로소 가난에서 벗어나 경기도 광주에다 가마를 마련했고 그때 최순우씨가 집앞에 흐르는 맑은 곤지암천에 뜬 달을 보면서 ‘급월당’이란 당호를 지어내렸다. 이후 분청예술과 선종과의 불가분의 관계를 깨달은 그는 83년 겨울 송광사에 입산,목탁을 두들기고 단소를 부는 좌선내관으로 도예의 형상에 무념무상의 자율성을 결합시킬수 있었다.형태는 더욱 명상적으로 되었고 ‘정’과 ‘화음’‘관’ 등의 화두로서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방하착’의 상태에서 무늬를 자유롭게 그려 나갔다.80년대 후반에 이르러 아무렇게나 빚은듯한 편안한 경지와 나무와 바람의 이미지를 속도감있게 긁어낸 추상적 조화의 성취가 그것이다. ○“술없이는 살맛도 없다” 도자기는 다른 예술과는 달리 단한번도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흙과의 끝임없는 대화와 실험과 도전만이 이를 극복할 수 있으며 과도한 장식이나 세련된 묘사보다 ‘무작위의 작위’에 이르기 위해 그는 피와 살과 영혼까지도 자연의 일부가 되기를 일념으로 추구해 나갔다.윤광조의 모습은 최순우씨의 표현대로 ‘물위에 뜬달’처럼 허심탄회하다.그래서 늘 자유롭게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인위와 조작이 없는 자연그대로의 ‘무하유지향’에서 그는 고매하고 순수한 예술가의 모습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연보 ▲1946년 함남 함흥 출생 ▲1970년 홍대 미대 공예학과 졸업 ▲1973년 동아공예대전 대상수상 ▲1976년 서울신세계미술관 개인전 ▲1978년 경기도 광주 초월면에 급월요개설,서울현대화랑 개인전 ▲1979년 공간도예대전 우수상 수상 ▲1984년 서울예화랑 개인전 ▲1986년 일본 교토크래프트센터 갤러리및 서울 한국미술관 개인전 ▲1987년 서울현대화랑 개인전 ▲1991년 호주시드니 맥쿼리갤러리 및 부산지니스화랑,서울선화랑 개인전 ▲1994년 경북 경주 안강읍이주 ▲1997년 서울 다도화랑 및 통인화랑 ‘윤광조 그릇전’,독일 프랑크푸르트(10월) 및 삼성갤러리 오픈기념전(11월)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호암미술관,워커힐미술관,런던 대영박물관,호주시드니 NSW아트갤러리외 간송 전형필 선생 동상도판제작
  • 국립현대미술관장 최만인씨

    문화체육부는 공석중인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최만인 서울대 교수(62)를 임명했다. 최 신임관장은 서울대 조소과와 대학원을 졸업,국전 초대작가와 심사위원·운영위원,서울대부설 조형연구소소장을 역임했다.
  • 한 여름밤에 펼치는 ‘실내악 축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서 22일∼26일 열려/클래식 대중음악 등 다양한 장르 선사 관심있는 이들에겐 여름이면 기다려지는 공연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한국페스티벌앙상블(음악감독 박은희)의 여름 실내악축제 올해 공연이 22∼26일(하오7시30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올해 11회째를 맞는 이 실내악축제는 클래식·영화음악·뮤지컬·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매일 다른 얼굴의 음악스타를 초청,색다른 주제 아래 연주하는 무대.올해 프로그램은 클래식 레퍼토리인 비발디의 ‘사계’ 연주(22일)로 시작,영화음악 평론가 서남준의 ‘영화 속의 클래식음악’(23일),대중음악 작곡가 ‘송병준의 음악세계’(24일),마임이스트 ‘임도완의 마임세계’(25일),재즈음악의 선구자 ‘신관웅의 재즈’(26일),연극배우 ‘윤석화의 뮤지컬넘버’(27일)로 이어진다. 가장 인기있는 클래식 레퍼토리인 비발디의 ‘사계’는 현악주자들과 쳄발로 주자의 연주로 바로크시대 음악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살리고,‘영화속의 클래식음악’에서는 서남준씨의 해설로 영화의 하이라이트장면과 함께 영화속에서 흘러나왔던 잊지 못할 클래식곡들을 들려준다.연주곡은 바흐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작은 신의 아이들),조플린의 ‘엔터테이너’(스팅),파가니니의 바이올린소타나 e단조(모래시계) 등. ‘송병준의 음악세계’에서는 드라마와 영화음악 작곡가로 유명한 송씨가 작곡한 영화 ‘지독한 사랑’의 주제음악을 비롯해 ‘봄’‘여름’‘가을’‘겨울’ 등을 연주하고, ‘임도완의 마임세계’에서는 바그너의 ‘결혼행진곡’,브루흐의 ‘콜니드라니’ 등 선율에 맞춰 마임이스트 임도완씨와 김미령씨가 특유의 마임연기를 펼친다. 재즈음악 선구자인 신관웅씨와 그의 앙상블 주자들이 꾸미는 ‘신관웅의 재즈’는 올해 특히 많은 국내 팬을 확보한 재미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이 함께 한다.행콕의 ‘워터 멜론 맨’거슈인의 ‘섬머타임’ 등 매혹의 재즈음악이 무대를 수놓는다. 아울러 ‘윤석화의 뮤지컬넘버’에서는 연극배우 윤석화씨와 한국페스티벌앙상블의 성악단원들이 ‘메모리‘‘투나잇’‘카바레’ 등 히트뮤지컬곡들로 한여름밤의 감미로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 5년만에 국립현대미술관장 물러난 임영방씨

    ◎“볼거리 제공이 미술관 참기능”/95년 파격적 민중미술전 개최… 대중화에 앞장/“직제개편 등 할 일 많은데 떠나 마음 무거워” 지난 5년간 ‘미술관의 대중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국립현대미술관을 이끌어왔던 임영방 관장(68).지난달 말 문화체육부에 사표를 제출하고 영국으로 떠날 채비중인 그를 만났다.런던대학의 미술사연구소로부터 초빙교수로 초청돼 오는 9월초부터 1년간 강의를 하게 되는데 8월1일 출국할 예정이다. “시원섭섭합니다.그동안 미술관 분위기를 바꿔 놓으려고 이것저것 손을 대봤는데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너무 많아 떠나면서도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지난 92년 이경성 관장의 뒤를 이어 국립현대미술관 수장이 된 임관장은 무엇보다도 미술관이 일반인과 동떨어진 귄위적인 분위기를 지워야 한다는데 초점을 맞춰 여러가지 구경거리를 제공하며 관람객 모으기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자기 주장을 쉽게 굽히지 않는 강직하고 직선적인 성격 탓에 일부 미술인들의 미움을 사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 완고한 주장이 낳은 결실이 적지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 학예연구실의 기능 활성화가 그렇고 해외전시 유치때 작품 대여료 등 경비를 명문화해 올해부터 예산에 책정시킨 점이 그것이다.국립미술관으로선 매우 파격적으로 대규모 민중미술전을 기획,성사(1995년)시킨 것도 임관장이 아니면 감히 엄두를 못낼 일이었다.취임 다음해에 유치했던 뉴욕 휘트니미술관의 휘트니비엔날레를 비롯,잇따라 들여온 프랑스의 세자르전·독일 알프레드 뒤러판화전 등은 외국에서도 쉽사리 시도할 수 없는 굵직한 전시들로 기록됐다. “현재 미술관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직제의 구조적인 개편이라고 봅니다.관장부터 문체부의 다른 산하단체와 비교해볼때 동등한 직급에서 처져있어 해외기관·단체 섭외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무엇보다도 학예실은 연구직책,전시과는 기획실행 담당부서로 명문화돼 있어 손발이 맞지 않는 것입니다.미술관은 전시기획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학예연구실의 고유기능을 배제한 직제는 모순이라고 봅니다” 임관장은 특히 미술관의 문제점을 직원들은 잘 알고 있지만 문체부 본부 관리들이나 작가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개탄하면서 전문가 기용을 통한 내실화와 작가 등 일반인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앞으로 계획은 초빙교수 기간이 끝난 뒤 결정할 생각입니다.일단 영국 생활중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의 인본주의 사상’과 ‘미술에 있어서의 고전과 바로크’ 등 쓰다만 책들을 완성해 볼 계획입니다” 인천태생인 임관장은 파리대·대학원에서 철학·미술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프랑스통.지난 66년부터 서울대 미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92년 국립현대미술관장직을 맡았다.
  • 화가 권영우(이세기의 인물탐구:137)

    ◎‘그리는 그림’아닌 생명의 혼 터치/순백의 캠버스에 명암따라 부조 성취/‘종이의 화가’ 대부… 파리·LA서도 개인전 ‘종이의 작가’로 알려진 화가 권영우의 그림작업은 ‘흰무명을 볕에 바래어 표백하는 과정’처럼 생략과 절제가 끈질기게 중복된다.먹을 가는 동안 화상을 가다듬고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흰 종이 자체에서 그는 ‘깨끗하고 고요한 담벽과 담흑색’을 캐내고 싶어한다.‘한국화’라는 전승표현의 범주에서 벗어나 화면에 구멍을 뚫거나 찢는 변칙은 종이가 지닌 불가사의한 생명력을 추구하려는 그만의 조형수단이다. ○작품세계 생략·절제 중복 서울대 미대시절에도 동양화과에 다녔으나 나체모델이 배당된 서양화 실기실에 드나들었고 선묘 위주의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다가 70년대이후 기하학적으로 윤곽처리된 묘사적 화풍에다 광활한 여백을 화면에 함축하는 것이 특징이다.그런 한편으로는 동양화에 있어 거의 숙명적이라고 할수 있는 종이의 섬세한 재질감을 염두에 두고 그것을 물들이는 수묵 농담의 수법에서 언제나 과묵하면서도담소한 감수성을 지킨다.이른바 백색 일색의 종이에서 출발하여 그것이 화판에 담기는 층이나 명암에 따라 리듬의 부조를 성취시키는 것이다.물기가 아련히 스며든 여러층의 마티에르는 지루하리만큼 수많은 구멍들이 모래벌판에 찍힌 철새의 발자국이나 고공에서 바라본 비늘구름같은 이미지를 연출하면서 보는 이의 마음에 혁혁함을 던져준다.조용한가 하면 행동적인 데가 있고 전위적인가 하면 전통을 고수하는 곡진한 그의 방법에 대해 “결국 미의 종합세계를 이루어놓고야 말았다”는 평론가 박래경의 말은 옳다.그는 실제로 ‘그리는 그림’이 아닌 ‘만들어진 흰빛의 그림’속에 순백의 적요를 흩뿌리면서 ‘거울같이 맑고 고요한 수면보다는 빗방울이 떨어져 소용돌이가 일고 물결치는 상황’으로 작품을 몰아나간다. 그의 추상화면은 작은 알들이 깨지는듯한 ‘껍데기가 깨지는 아픔’과 ‘탄생의 기미’를 창출하면서 직선과 사선과 횡선에 먹번짐과 균열과 누빔을 엇가르고 총총하게 뚫어진 화면은 온통 보석타래가 흩어진 형국이다.그렇게 인위적으로뚫린 그의 창들은 내면과 외부를 향해 저마다 쏘듯이 다른 광채를 내뿜고 있는 것이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직선에서의 영롱한 물방울무늬를 얻어낸 그는 76년 파리의 권위있는 자크마솔화랑 초대전을 갖게 되었고 파리의 미술평론가 알랭 보스케는 “더없이 다양한 추상풍경화의 경이”로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그때 자신의 내부에 꿈틀거리는 끝없는 추상의 전조를 예감하고 그는 전업작가로 남기 위한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기에 이른다.이른바 자신의 테마에 파고들기 위해 보통 사람들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파리여정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이제까지 국내에서 다진 명성과 중앙대교수직을 버리고 오십이 넘은 나이에 새출발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앞날이 막막한 보장 없는 모험’이 아닐수 없었다.그러나 그만의 방법과 그만의 세계를 부여잡게된 이상 그는 더이상 망설이지 않았다.파리전시 2년후인 78년에 도불,예술은 다만 ‘던지는 것’이며 ‘전력투구로 매달릴뿐’ 어떤 방해도 그를 막을순 없었다.연약해 보이는 체구에 말이 별로 없는 대신 고집이세고 일단 마음먹은 것은 만류하는 일 자체가 무의미하다. 파리시내에서 25㎞ 동쪽으로 떨어진 트로시의 아틀리에에 틀어박힌지 2년만에 아트포럼 앙테나쇼날화랑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평론가 데니스 로제로부터 “맑고 투명하고 평화로운 공기속에서 작가는 빛과 깊이의 이중감정을 실천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그 무렵 이일씨가 표현한 ‘종이의 정교한 무표정속에서 무한한 진폭을 지닌 무구한 정신성’과 ‘동양으로의 현대적 회로’란 말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함경남도 이원에서 소사업을 하던 권태인씨의 1녀3남중 차남.그는 부친을 따라 한국인 밀집지역인 북간도 용정에서 광명중학에 다닐때부터 그림을 그렸다.그가 도불을 결심하게 된것은 광명중 시절의 미술스승이던 석희만씨가 “둑을 지키는 포플러가 아닌,넓은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강물이 되라”는 충고를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태평양전쟁의 막바지에 서울로 와서 해방 다음해 서울대 미대에 들어갔고 ‘비어있는 것이 저장되어 있는것’이라는 ‘무사무위’의 노장사상을 그림에 적용하여그만의 ‘숭려’를 체득하게 되었다. ○파리에서 2년간 생활 남천 송수남은 “그의 묵시적이면서도 금욕적이고 수도자적인 자세는 누구라도 일단 외경심을 갖지 않을수 없다”고 전제한다.“화선지의 흰빛에 흐르는 무구한 숨결과 그의 삶을 에워싸고 있는 무관심성은 요약과 절제로 일관된 것 같으나 실은 허세없는 작가의 본성이 그속에 창만해 있다”는 것이다.과연 그의 그림에서는 어둠을 가르는 여명이 새어나오고 그 순백의 새벽빛은 모든 광원의 색광들을 반사한 본질색이며 화선지가 포용하는 영험하고 신비스러운 통합적 상징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작가의 근작은 또다른 실마리를 추구하려는 자세다.먹과 과슈에 의한 설채의 도입,또 뚫고 찢기 위해 찰상을 가하는가 하면 예리한 칼날로써 형성된 선조는 물감과의 교호작용으로 운율의 파문을 현란하게 일으켜준다. ○독자적인 동양화추상 고수 10여년만에 파리에서 돌아온 이후 그는 도심을 피해 전원적인 경기도 용인 양지면에 정착하여 주로 한밤중에 일어나 작업에 임하고 있다.최근의 대형화면들은완고한 예술정신과 심도가 스민 발색을 존립시키고 ‘순수무결’과 ‘세련미’는 남이 넘볼수 없는 도저한 화풍으로 경도되지 않을수 없게 한다.서울대 미대 동기동창이며 동갑인 부인 박순일씨는 스승인 월전의 소개로 만난 사이.자녀는 아들만 둘이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시류에 물들지 않은 독자적인 동양화추상’을 지키는 그의 집념은 결국 카뮈의 요나처럼 어느날 화면에 점 하나를 찍게 될지도 모른다.이순을 넘긴 지금도 조용하고 시적인 소년의 자세를 변치않는 이 혁신적화가는 예술의 끝을 향해 강물처럼 유유히 흐르면서 대양을 이루기 위한 만리심을 좀처럼 잠재울줄 모른다.〈사빈논설위원> □연보 △1926년 함남 이원 출생 △1951∼57년 서울대 미대 회화과졸업 및 동대학원 졸업 △1956∼77년 국전출품 △1966년 개인전(서울신세계화랑) △1970∼79년 한국미술대상전 출품 △1974년 개인전(서울명동화랑) △1976년 파리 자크마솔화랑 개인전 △1977년 개인전(서울신세계화랑) △1978∼89년 프랑스 파리체류 △1980년 파리 개인전(아트포럼 앵테나쇼날화랑),아세아현대미술전 △1982년 파리(주불한국문화원) 및 서울개인전(현대화랑) △1983년 주불한국인화가전(파리) △1984년 LA개인전(삼일화랑) △1986년 서울개인전(현대화랑) △1987년 LA(아트코아화랑) 및 토론토 개인전(브리지스톤화랑) △1988년 조선일보현대작가초대전 △1990년 서울(호암미술관) 및 일본오타와대학초대 개인전 △1991년 선재현대미술관개관기념초대전(경주),한국현대회화유고전 △1992년 개인전(서울현대화랑) △1993년 대전 한림갤러리개관기념전 △1994년 에꼴드서울전(관훈미술관) △1996년 후소회 창립60주년기념전 〈현재〉 대한민국 예술원회원,중앙비엔날레운영위원 및 심사위원장 〈수상〉 국전문교부장관상(58·59년),국전초대작가상(74년)
  • 샤갈/75년만에 교향 ‘방문’

    ◎22년 35세때 러 혁명후 탈출… 생애 마감때까지 불서 활동/스위스 손녀가 작품71점 벨로루시의 민스크서 전시회 마르크 샤갈이 고향인 벨로루시에서 쫓겨난지 75년만에 고향을 찾았다.유태인이면서 옛소련공화국인 벨로루시 태생인 그는 35세때인 1922년 러시아혁명후 소련을 탈출한다.당시 공산주의 당국으로부터 탄압을 피하려 외국으로 나가려는 지성인의 물결에 합류,이후 프랑스에 정착한다.그가 고향을 등지자 소련당국은 고향인 벨로루시는 물론 소련 전지역에서 그의 작품이 전시되는 것을 영구금지시켰다.물론 소련은 샤갈이 미처 갖고 나가지 못한 작품을 반출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샤갈의 작품이 고향을 다시 찾게 된 것은 스위스에 사는 손녀 메이어 그라버씨(55)의 주선때문이다.그녀는 『샤갈 작품의 정신세계는 알게 모르게 그의 고향이 표현돼 있어 고향을 찾지 않고는 그의 영혼을 달래주기 힘들었다』며 전시회의 의미를 설명한다. 6월 초부터 민스크박물관에서 시작된 전시회의 또 다른 의미는 이를 계기로 옛소련때문에 ‘문화 황무지’로 남을수 밖에 없었던 벨로루시 공화국에 국가자존심을 회복시켜줄 것이라는 점이다.아직도 상당수의 예술인들은 샤갈이 벨로루시에서 청소년기와 중년을 보냈다는 사실을 모른다.당시 소련당국은 그가 유럽으로 탈출하면서 모든 백과사전과 예술관련사전에서 그의 이름을 지웠거나 벨로루시태생이라는 것을 나타내지 못하게 한 때문이다. 샤갈이 고향 벨로루시에서 얼마나 탄압을 받았는가는 샤갈탄생100주년 기념을 즈음한 옛소련의 태도에서도 나타난다.1987년 이스라엘이 탄생100주년 기념전을 화려하게 열자,소련의 지방정부였던 벨로루시는 일부 백과사전편집진들에게 압력을 넣어 반유태인 논조로 글을 싣도록 강요했다.한 편집인이 법적소송을 걸다 강제사직 당했고 한 영화인은 샤갈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제작했으나 벨로루시정부는 시사회조차 갖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모스크바의 미술인들은 『우리가 알기론 샤갈이 레닌의 초상화를 그리라는 명령을 받았으나 오히려 레닌이 머리를 숙이고 있는 그림을 그려 당국에서 추방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가 반공산주의자의 선봉이었음을 지적했다. 그라버씨가 가져올 작품은 구아슈 수채화물 8점,샤갈작품모음집에서의 수채화 4점,파리 현대미술관과 그의 생애 대부분을 보냈던 프랑스 니스의 샤갈미술관에서 빌려온 석판화 59점이다.샤갈이 해금돼 그의 기념관이 벨로루시 수도 민스크에서 동쪽으로 250킬로미터 떨어진 비테브스크 포크로브스카야거리 한 구석에 세워진 것은 1992년이었다.
  • 고궁서… 갤러리서… 공항서/조촐한 ‘열린 콘서트’ 봇물

    ◎격식 벗고 대중에 한발짝 가까이 음악회가 공연장을 뛰쳐나오고 있다.정숙한 객석에서 넥타이를 졸라맬 필요없이 아무데고 자투리 공간을 이용,친근하게 대중과 만나는 콘서트들이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다. 최근 이런 ‘열린 콘서트’ 대열에 합류한 ‘깜짝카드’는 김포국제공항.오늘(2일) 하오2시 국제선 2청사 3층과 4시 국내선청사 2층에서 코리아오케스트라 현악 4중주단과 서울필하모니오페라 남성중창단 등이 ‘작은 음악회’를 꾸민다.레퍼토리는 영화 ‘대부’주제가,브람스 ‘헝가리무곡 5번’,슈베르트 ‘세레나데’ 등이며 재일교포 성악가 전월선씨의 ‘고려산천 내사랑’ 등 노래도 곁들여진다.일찍 나와 복잡한 수속을 밟아야 하는 고객들이 짧으나마 선율의 아름다움에 빠져 머리를 식히도록 공항공단에선 이같은 음악회를 정기적으로 마련할 계획. 가족과 청소년들을 겨냥한 시원한 공원 음악회도 있다.피아니스트 박은희씨가 이끄는 한국 페스티벌앙상블은 지난 92년부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야외조형무대에서 매년 5,9월 실내악 연주회를 펼쳐왔고 하성호 지휘의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역시 92년부터 덕수궁 중화문앞에 둥지를 틀었다.소풍나온 가족을 대상으로 동요모음 민요 클래식과 재즈의 만남 등 테마를 정해 음악회를 꾸리는 페스티벌앙상블에 비해 덕수궁음악회는 잘 알려진 국악 성악 가요연주자를 초청,청소년들이 부담없이 음악과 친해지게끔 배려했다.올해는 3월부터 10월까지 매월 세째주 토요일 어김없이 연주회를 연다. 화랑에서 열리는 음악회는 미술과 음악을 접목,문화의 향기를 두배로 누리게 한다는 취지.최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갤러리가 3층 전시장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정기적 음악회 프로그램을 마련한데 따라 갤러리음악회에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금호갤러리 음악회는 달마다 주제를 달리해 한주 빠짐없이 열며 국내 유망연주자들을 초청한다 해서 성패가 주목되고 있다. 환기미술관(서울 종로구 부암동)도 일년에 두어차례씩 꾸준히 음악회를 끌어들여온 곳.지난 5월말엔 ‘임재원 김일륜 대금 가야금 듀오음악회’를 통해 화랑에서 듣는 국악연주의 색다를 묘미를 전했다.토탈미술관(서울 종로구 평창동) 역시 지난 92년부터 야외무대 등에서 음악회를 열어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았다.
  • 문예진흥원/미술 지원사업 활기

    ◎예산 1억원 책정… 우수작가 대규모 기획적 추진/충남·경기 등 폐교 빌려 젊은 작가 창작공간 마련 문예진흥원이 올해들어 새롭게 벌이고 있는 우수기획전시 지원과 젊은 작가를 위한 창작공간 및 프로그램 지원 등 미술분야 지원사업이 미술인들의 호응아래 활기를 띄고 있다. 문예진흥원이 올해 미술분야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우수기획전 지원 ▲창작공간 지원 ▲한국미술신세대흐름전 ▲국제스튜디오프로그램 한국작가 파견 등 4건.그간 치중해 온 평면적 사업들과 차별화한 기획으로 우수한 작가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준다는 점이 참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수기획전 지원사업은 특정 계기나 주제아래 열리는 대규모 미술행사나 전시를 선정,집중지원하는 것.종전 명분만의 지원이 아닌 내실있는 행사를 유도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연간 1억원의 예산을 책정,행사마다 2천만∼3천만원을 집중 지원하는데 올해 지원대상은 「비무장지대예술문화운동협의회」(대표 이반)의 「비무장지대예술문화운동작업전」(8월29일∼9월3일)과 「군산허수아비미술제전위원회」(대표 이건용)의 「허수아비미술제」(9월13∼21일) 등 2건으로 최종 결정했다. 창작공간 지원사업은 지방의 폐교된 초등학교 교사를 임차해 미술작가들의 창작공간을 제공하는 것.우선 충남 논산 양촌초등학교 장원분교를 임차하기로 확정,오는 7월20일 개관 예정이며 10명 정도가 입주하게 된다.오는 9월에는 강화 신성초등학교 공간도 개방하는데 벌써부터 입주와 관련,젊은 미술인들의 전화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문예진흥원은 내년부터 이 창작공간을 지역사회 문화예술활동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또 99년부터는 뉴욕 PS1과 같은 국제적인 미술워크숍 교류프로그램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밖에 「한국미술신세대흐름전」과 국제스튜디오프로그램 한국작가 파견지원도 더욱 주력할 방침이다. 실험성 짙은 30대 작가들의 그룹전인 「한국미술신세대흐름전」은 해마다 운영위원회와 커미셔너를 통해 미래지향적으로 꾸미는 전시.올해는 9월25일부터 10월15일까지 20명이 출품한 가운데 치러진다. 문예진흥원은 또 뉴욕현대미술연구소가 주관하는 PS1미술관의 국제스튜디오프로그램에 한국작가의 1차적 선정업무를 맡아 주최측이 요구하는 후보작가들을 발굴,추천해오고 있다.올해는 조각가 신현중씨(중앙대 교수)가 최종 선정돼 오는 9월1일부터 내년 8월31일까지 참가한다.이 프로그램은 뉴욕 현지의 폐교된 초등학교를 스튜디오로 활용,각국의 유능한 작가를 초청,스튜디오와 전시장을 제공하며 문예진흥원은 참가작가가 귀국하면 국내전시를 열어주고 있다.
  • 오브제/장윤우 성신여대 교수·공예가(굄돌)

    우리는 훌륭한 문화유산으로 고려상감청자·이조백자·분청사기들을 가지고 있다. 비가 그은뒤 하늘의 비색을 그대로 살려낸 색청자나 푸르름이 배어나올듯한 유백색의 백자를 재현하기 위해서 도공들은 혼신의 힘을 기울여왔다.전국 각 대학의 도예과와 도요지 혹은 공모전이나 개인전을 통해서도 날이 갈수록 수준있는 도자기들이 제작되고 있음에 고무된다. 이웃 일본은 일찍부터 한국의 도자를 세계적인 걸작으로 존중하여 왔음을 야나기 무네요시(유종렬)같은 학자나 임진왜란때 이삼평·심수관 같은 역사적 사실로도 알고 있는 터이다. 한편 오브제(object,objet)라는 생소한 용어와 행위가 미술계에 성행하고 있음을 본다.전통적인 도예나 미술표현이 아닌,일반 사람들로서는 도무지 난해하여 「저것도 미술인가」 당혹해하는 걸 보면서 1917년 마르셀 뒤샹이 뉴욕 무소속 미술가전에 출품했던 변기가 떠오른다. 「샘」이라는 명제의 화장실 변기가 던진 파문이 오늘날 20세기 오브제 미술을 가져왔으며 작가에 의해 선택되었으면 변기이건,괴체이건 작품화되는 것이며 관객은 궁극적인 예술가이다. 로제 카요와는 오브제에 자신의 서명을 넣어 책임을 지는데 핵심이 있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오브제를 훌륭하게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키는데 있다고 주장한다.현대도예에서 도조(도조 Ceramic Sculpture)라고 일컫는 정통과 어긋난 오브제 작품들이 팽배하여 성공적이라 평가받는 서울신문사의 도예공모전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조상들의 슬기가 담긴 전통의 계승과 발전이냐,국적을 초월한 현대미술의 수용이냐의 논란은 지금 시점에서는 아무래도 전자의 패색이 짙다.시대적 추세가 미술이나 패션에 한정할까마는 잠깐의 유행에 민감하여 맹목으로 추종하는 일에는 우려가 앞선다.
  • 서양화가 강상중씨 24일까지 윤갤러리서 개인전

    ◎무채색으로 표현한 ‘자연으로의 회귀’ 신화와 문명을 일관된 주제로 삼아 다양한 화면을 구사해오고 있는 서양화가 강상중씨가 개인전을 지난 18일부터 서울 종로구 사간동 윤갤러리(734­3214)에서 갖고 있다. 강씨는 지난 86년 화단에 등단한뒤 현대미술의 탈 장르현상과 놀이미술의 개념을 짙게 풍기는 화면을 통해 잊혀져가는 우리 고유의 정서를 되살려내는 작가. 이번 전시에서는 종전의 반문명 혹은 반과학적 충동을 직접적으로 표현해온 분위기에서 벗어나 혼합재료를 써 자연에의 회귀를 상징적으로 묘사하는 무채색 계통의 근작들을 선보인다.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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