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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예술인·주민 소통하는 강동 ‘문전성시’

    문화예술인·주민 소통하는 강동 ‘문전성시’

    서울 강동구는 강동문화재단이 오는 20~21일 강동아트센터에서 문화예술 축제 ‘문전성시’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강동아트센터 앞 바람꽃광장과 옥상정원 바깥뜨랑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60여명의 지역 예술인이 참여해 작품 판매는 물론 정원음악회·정원사진관·책 읽는 마당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구는 단순한 판매 장터를 넘어 예술인과 주민이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는 문화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직접 창작한 소품과 작품을 선보인다. 강동예술인총연합회와 강동구 엔젤공방을 소개하는 특별 부스도 운영된다. 또 행사장에 마련된 정원음악회에서는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공연이 이틀간 이어진다. 참여 공연팀은 아띠클래식, 싱어송라이터 차소연, 바디퍼커션 그룹 녹녹, 어쿠스틱 듀오 동명이인 등이다. 또 행사장 한쪽에는 현대미술가 오원영의 대형 설치미술 작품이 전시돼 방문객들에게 멋진 포토존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야외에서 가을 독서를 즐기는 ‘책 읽는 마당’과 현장에서 추억을 남기는 ‘정원사진관’, 거리 위 예술 분필 아트 체험 등 8개의 다양한 예술 체험이 진행되며, 청년들이 운영하는 푸드트럭도 참여해 방문객들의 먹거리까지 준비한다. 특히 이번 행사는 지역 기업 ㈜일화, ㈜프리다츠와의 상생 협력으로 더욱 풍성하게 꾸려졌다. 이 중 ㈜일화는 행사 양일간 체험 부스를 열어 방문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 [이세라의 브랜드 앤 아트] 에르메스, 한국미술을 응원하다

    [이세라의 브랜드 앤 아트] 에르메스, 한국미술을 응원하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에르메스 메종 도산’은 에르메스의 한국 대표 플래그십 공간이다. 의류, 주얼리, 홈 컬렉션 등 에르메스의 전 카테고리를 경험할 수 있다. 이곳 지하에는 ‘아뜰리에 에르메스’라는, 에르메스 코리아가 설립하고 현재는 에르메스 재단에서 운영하는 현대미술 특화 전시 공간이 있다. 상업적 목적과 거리를 둔 비영리 플랫폼으로 매년 여러 차례 기획 전시가 열린다. 동시대 한국 작가들을 후원하기 위해 제정된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수상작 전시가 개최되는 곳이기도 하다.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은 한국 현대미술의 성장과 실험을 지원하기 위해 2000년에 시작된 상으로 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현대미술 지원 제도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서도호, 구정아, 박찬경 등 현재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한국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이들은 모두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수상 작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수상자는 단순히 상금만 받는 것이 아니라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개인전을 열 기회를 얻게 된다. 작가는 작품 제작과 전시 실행 전반에서 다방면에 걸친 지원을 받는다. 아울러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여 등으로 글로벌 미술 시장에 대한 견해를 넓힘과 동시에 해외 시장에 이름을 알린다. 지난해 미술상 20회를 맞아 올리비에 푸르니에 에르메스 재단 이사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에르메스 재단이 미술상을 제정해 작가를 지원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처음 상이 제정된 2000년 초만 해도 한국의 현대미술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고 바로 이것이 에르메스가 미술상을 제정한 이유이기도 했다. 출발부터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이라는 목적을 분명히 한 미술상은 자신이 진출한 사회의 문화적 토양과 책임을 함께 나눈다는 에르메스의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에르메스는 자사 제품을 제작하는 장인의 손길을 세대를 넘어 이어져 온 기술과 정신이라 여기고 존중해 왔다. 이제 그러한 태도는 동시대 미술가에게로 확장되고 있다. 이세라 아츠인유 대표·작가·방송인
  • 거울, 한옥을 감싸다

    거울, 한옥을 감싸다

    SK 창업주 사저에 설치 작업 선봬구조·자아 경계 허무는 공간 구현“거울·달항아리 작업 역시 보따리” 한옥 전각의 문을 열자 거울이 바닥에 가득 차 있다. 거울을 통해 서까래부터 격자무늬 기둥, 한지 바른 창이 확장된다. 그 위를 걷는 순간, 필히 발끝에 반사된 상(像)을 마주하지만 천장에 쓰인 수백 년 된 소나무의 시간처럼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진다. ‘보따리 작가’ 김수자(68)가 이번엔 한옥을 감쌌다. ‘호흡-선혜원’ 전시를 통해서다. 한옥이 자리한 곳은 SK 창업주의 사저이자 인재교육원으로 쓰이던 서울 종로구의 새 문화공간인 선혜원이다. 그 중심에 놓인 ‘경흥각’에 김수자의 거울 연작인 ‘호흡’이 설치됐다. 호흡 연작은 바닥에 거울을 설치해 건축, 빛, 관람객을 반사하며 구조와 자아의 경계를 허무는 몰입형 공간 설치 작업이다. 앞서 김수자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세계적인 미술관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컬렉션 바닥을 전부 거울로 채우며 한국인 최초로 카르트 블랑슈(전권 위임) 작가로서의 위용을 뽐낸 바 있다. 한옥에서 호흡 연작을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최근 선혜원에서 만난 작가는 “1994년 경북 경주 양동마을 한옥에서 보따리 설치와 퍼포먼스 작업을 하면서 남다른 교감을 느껴 언젠가 한옥에서 새로운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 왔다”며 “경흥각의 문을 여는 순간, 두말할 것 없이 거울 작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김수자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이름이 알려진 작가다. 부르스 드 코메르스를 비롯해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그리스 아테네 국립현대미술관, 이탈리아 밀라노 현대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를 했으며, 베니스비엔날레와 광주비엔날레에 각각 5회, 3회 참여하는 등 세계적인 비엔날레에 꾸준히 초대되고 있다. 그에게 ‘보따리 작가’란 별칭이 붙은 이유는 모든 작업이 보따리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김수자는 사각의 캔버스에서 탈피해 보따리를 통해 공간을 탄생시킨다. 실제 천 조각을 꿰맨 이불보로 만든 보따리를 오브제로 두는 작업을 이어 오고 있으며 수백 개의 보따리를 트럭에 싣고 다니는 퍼포먼스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그의 보따리는 이동과 정체성, 기억과 관련한 시적 탐구를 담는다. 김수자는 거울 연작과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만든 ‘연역적 오브제-보따리’ 역시 보따리 작업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달항아리는 두 개의 반원형 몸체를 위아래로 이어 붙여 만드는데, 이는 반사면을 중심으로 시선을 확장하는 거울 작업과 닮았다. 그는 “2006년 스페인 마드리드 레이나소피아미술관의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건축물 자체를 하나의 보따리로 본 이후 지금까지 거울 작업과 달항아리 역시 보따리로 보고 있다”며 “지난해 (돔에서 진행한 거울 작업을 통해) ‘달항아리 역시 두 개 돔의 만남’이라는 점을 깨닫고 왜 달항아리 작업을 이어 왔는지 인식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 경계를 잇는 작업은 ‘꿰매기’다. 그런 의미에서 바늘은 치유의 도구가 된다. 과거 인터뷰에서 그는 “바늘은 상처도 주지만 치유의 도구가 되는 양면성이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나의 작업이 치유의 의례, 생명을 주는 숨결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수자가 꿰매고 엮은 보따리에는 몸의 기억, 삶의 기억을 담고 있는 헌옷가지가 들어 있다. 따라서 보따리가 품는 의미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1995년 광주비엔날레에 출품한 것은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게, 1999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한 것은 코소보 전쟁의 난민에게 헌정하는 보따리였다. 전시는 다음달 19일까지.
  • 문재인 前대통령 부부 ‘잭슨 폴록’ 작품 감상

    문재인 前대통령 부부 ‘잭슨 폴록’ 작품 감상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12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찾아 ‘뉴욕의 거장들’ 전시를 관람했다. ACC 개관 10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국제 기획전은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 등 추상표현주의 거장들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 준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은 폴록의 대형 캔버스 앞에서 한동안 걸음을 멈췄다. 화면 가득 흩뿌려진 선과 색채, 폴록 특유의 ‘드리핑 기법’이 빚어낸 역동성을 유심히 살폈다. 김 여사도 로스코와 프랭크 스텔라 등 20세기 거장들의 작품을 꼼꼼히 감상하며 전시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색과 형태가 주는 울림에 고개를 끄덕이며 작품을 음미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이어 ‘봄의 선언’ 전시와 일본 출신 미디어아티스트 료지 이케다의 특별전도 관람했다. 계절의 생명력과 회복을 주제로 한 설치·영상 작품, 데이터와 음향·빛을 결합한 실험적 작업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관람을 마친 뒤에는 시민들과 함께 기념 촬영도 진행했다. ACC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 부부가 작품마다 발걸음을 멈추고 질문을 이어 가며 시민들과 전시를 함께 즐겼다”고 전했다.
  •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 ‘잭슨 폴록’ 대작 관람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 ‘잭슨 폴록’ 대작 관람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2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찾아 세계 현대미술의 정수(精髓)를 담은 전시를 관람했다. 이번 방문은 ACC 개관 10주년을 맞아 마련된 국제 기획전과 특별전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이뤄져, 예술적 울림을 나누는 의미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문 전대통령 부부는 먼저 국제 기획전 뉴욕의 거장들 전시장을 찾았다. 이번 전시는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를 비롯한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을 중심으로, 이후 미니멀리즘과 팝아트로 이어지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문 전 대통령은 특히 잭슨 폴록의 대형 캔버스 앞에서 오랜 시간 발걸음을 멈추고 화면 곳곳에 흩뿌려진 선과 색채의 격렬한 율동을 주의 깊게 살폈다. ‘드리핑 기법’으로 불리는 폴록 특유의 작업 방식이 만들어낸 리듬과 질감은 전 대통령의 시선을 오래 붙잡아두었다. 김정숙 여사 또한 마크로스코. 프랭크 스텔라 등 20세기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 앞에서 전시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며 깊은 관심을 표했다. 그녀는 특히 색채와 형태가 빚어내는 감각적 울림을 세심히 음미하는 모습으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어 두 사람은 기획전 봄의 선언을 둘러봤다. 봄이라는 주제를 다층적으로 해석한 설치미술과 영상 작업들은 계절의 환희와 생명력, 그리고 회복의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었다. 문 전 대통령 부부는 작품 앞에서 담소를 나누며 계절적 감흥과 예술적 상징이 결합된 현장을 함께 음미했다. 또한 일본 출신 세계적 미디어아티스트 료지 이케다의 특별전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데이터와 사운드, 빛과 공간을 결합한 이케다의 실험적 작업은 전통 회화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몰입을 제공했다. 부부는 작품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감각적 체험을 통해 “동시대 예술이 지닌 무한한 확장성”을 직접 확인하는 듯 보였다. ACC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 부부가 작품 하나하나를 진지하게 감상하며 질문을 이어갔다”며 “예술이 지닌 사회적 울림을 시민과 공유하는 ACC의 정체성을 새삼 일깨우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동아시아와 세계를 잇는 문화예술의 교차로를 자임해온 ACC는 이번 기획전에서 해외 유수 미술관과 협력해 현대미술사의 거장들을 한자리에 불러왔다. 추상표현주의의 치열한 실험정신부터 뉴미디어 아트의 최전선에 이르기까지, 예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장대한 스펙트럼을 제시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시가 단순한 작품 감상을 넘어, ACC가 아시아 문화예술의 창조적 거점으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 ‘정원의 나라’ 영국에서 펼쳐지는 한국 전통조경 몰입형 전시

    ‘정원의 나라’ 영국에서 펼쳐지는 한국 전통조경 몰입형 전시

    ‘정원의 나라’ 영국에서 한국의 전통조경과 정원문화를 소개하는 전시가 열린다. 주영한국문화원, 국가유산청은 런던의 주영한국문화원에서 ‘미음완보: 전통정원을 거닐다’ 전시를 선보인다고 12일 밝혔다. 이 전시는 몰입형 기획전으로 한국 정원의 조형성과 미를 직접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왕과 선비의 안식처’, ‘차경으로 즐기는 찰나’ 등 한국 전통정원의 다양한 특성과 철학을 주제로 한다. 전시에는 국가유산청이 보유한 전통조경 정밀실측자료, 방지원도 이미지 등이 활용된다. 전시 중앙에서는 왕실 정원을 대표하는 창덕궁 후원의 사계절 변화를 담은 영상과 선비의 정원을 상징하는 담양 소쇄원의 아름다움을 대형 미디어 프로젝션을 통해 마주하게 된다. 또한 한국 전통 정원의 핵심 개념인 차경(자연의 경관을 정원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시각적 연출 방식)은 이번 전시의 중심적 시각 경험으로 제시된다. 정자 안에 앉거나 서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전통적 시선 구조를 모티프로, 관람객은 스크린을 경계 삼아 풍경을 감상하는 프레임의 감각을 체험하게 되며, 이는 곧 자연과 인간, 안과 밖의 경계를 사유하게 하는 철학적 몰입으로 확장된다. 앞서 국가유산청은 지난 2~4월 세종문화회관에서 해당 전시를 선보인 바 있는데, 이번 영국 전시는 두 가지 새로운 부분이 추가됐다. 먼저 ‘로비 프로젝트’는 문화원에 들어선 로비 공간에서 마치 한국 정원의 정자에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으며 정원을 감상하는 듯한 미적 경험을 제공한다. 대형 모니터를 통해 송출되는 한국 자연의 아름다운 경관과 정원의 영상들을 국악 선율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두 정원 사이에서’ 공간의 경우 한국 정원 미학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미술과 융합한 황지해 작가의 2023 첼시 플라워쇼 수상작 아카이브, 허경란 작가가 정원과 묘지라는 공간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하는 영상작을 전시한다. 선승혜 주영한국문화원장은 “정원은 자연과 인간, 문화를 잇는 상징”이라며 “정원을 통해 공유되는 감성은 자연, 인간, 기술이 공진화하는 한국미학의 미래”라고 말했다. 새달 진행되는 프리즈 런던 위크와 연계한 전시 투어, 한국 차 시음회 등도 함께 마련될 예정이다. 전시는 오는 11월 14일까지.
  • 70년만 경매 오르는 이중섭 걸작…‘최고가’ 경신할까

    70년만 경매 오르는 이중섭 걸작…‘최고가’ 경신할까

    한국인이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인 이중섭(1916~1956)의 걸작 ‘소와 아동’이 70년 만에 경매에 오른다. 작가의 작품 ‘소’가 기록한 작가 작품의 최고가 47억원을 경신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소와 아동’이 출품되는 무대는 케이옥션이 오는 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진행하는 경매다. 경매에는 이 작품을 비롯해 총 126점, 총 150억원 상당의 작품이 출품될 예정이다. ‘소와 아동’의 경매 시작가는 25억원이다. 이 작품은 1955년 1월 서울 중구에 있던 미도파백화점(현재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명동점 자리) 미도파 화랑 전시를 통해 공개된 이래 단 한 명의 소장자가 70년 동안 간직해 온 작품이다. ‘소와 아동’은 격동적인 붓질이 압권인 ‘소’ 연작 중 하나다. 현재 ‘소’ 연작은 10점 정도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미술관이나 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경매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작품은 매우 드물다. 케이옥션 관계자는 “시장에 나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역설적으로 이중섭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가장 중요한 미술사적 전시에는 빠짐없이 초대된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해당 작품은 1955년 미도파 화랑 개인전을 시작으로, 이중섭을 국민 화가로 부활시킨 1972년 현대 화랑의 전설적인 유작전, 그리고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대규모 회고전 ‘이중섭, 백년의 신화’에 이르기까지, 이중섭을 논하는 모든 중요한 자리에 출품됐던 작품이다. 이번 경매에서는 박수근(1914~1965) 화백의 작품 ‘산’도 출품된다. 이 작품은 박수근의 독창적인 질감과 한국적인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대표적인 풍경화다. 단순히 풍경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정신과 삶의 애환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존경이 담겨있다. 경매 시작가는 13억원이다. 이밖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통해 재조명받고 있는 ‘물방울 작가’ 김창열(1929~2021) 화백의 작품들도 다수 출품된다. 꼭 경매에 참여하지 않아도 경매 출품작을 직접 볼 수 있는 프리뷰를 통해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13~24일 해당 작품들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 수행하듯 그은 선으로 덮은 화폭, 최병소 화백 별세

    수행하듯 그은 선으로 덮은 화폭, 최병소 화백 별세

    연필과 볼펜의 선을 수행하듯 그어 마침내 화면을 덮는 ‘신문 지우기’ 연작으로 유명한 최병소 화백이 11일 별세했다. 82세. 최 화백은 중앙대 서양화과와 계명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한 뒤 1970년대 후반 대구 현대미술운동의 핵심 인물로 활동하며 실험적 태도와 독창적 조형 언어를 개척했다. 신문과 잡지를 볼펜이나 연필로 반복해 덮는 ‘지우기’ 행위를 통해 기존 이미지와 언어를 지우고 새로운 시각적 질서를 구축한 작업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작업은 6·25 전쟁 직후 신문 용지로 만든 임시 교과서를 사용했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검은 단색으로 덮인 작품은 ‘아무것도 없는 그림의 반란’으로 불리며 2000년대 이후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았다. 그룹 방탄소년단 RM이 작품을 소장하며 대중적 관심을 끌기도 했다. 8000여 개의 흰색 세탁소 철제 옷걸이들을 세로 7m, 가로 4m 크기로 바닥에 배치해 백색의 단색화 같은 설치 작업을 남기기도 했다. 프랑스 생테티엔 현대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열었다. 앞서 지난 4월 서울 성북구 우손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이 생전 마지막 전시가 됐다. 빈소는 대구 영남대학교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류향하씨와 자녀 최원석·지안씨, 사위 김성근씨, 며느리 강미애씨 등이 있다. 발인은 13일. (053)620-4670.
  • 텅 빈 거리·정적… 시간이 멈춘 듯한 침묵을 그린 작가[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텅 빈 거리·정적… 시간이 멈춘 듯한 침묵을 그린 작가[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인간 내면세계 언어로 설명 못 해설명 불가능한 지점서 회화 시작그림은 언어 한계 넘어서는 소통세 차례 파리 유학 유럽 미술 공부문화 식민지적 사고 단호히 거부식당·주유소 등 미국의 풍경 그려추상표현주의 흐름에 동조 안 해실제로 존재하는 사물·풍경 묘사정서적 사실주의 화풍 철저히 고수 미국의 거장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는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다. 자신의 그림에 대해 거의 설명하지 않았고 대중 앞에 나서는 것도 극도로 꺼렸다. 호퍼의 아내 조지핀은 과묵한 남편을 이렇게 표현했다. “에드워드와 이야기하는 건 마치 우물에 돌을 떨어뜨리는 것과 같아요. 그런데 돌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거죠.” 텅 빈 거리, 창가에 홀로 앉은 사람, 늦은 밤 식당 안의 정적. 그의 성격처럼 호퍼의 그림 속에도 시간이 멈춘 듯한 침묵의 풍경들이 펼쳐진다. 대중을 멀리했던 그는 어떻게 미국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이 되었을까. 그가 남긴 짧은 말, 편지, 드문 인터뷰, 오랜 시간 그를 지켜본 이들의 증언은 호퍼의 작품 세계로 다가갈 수 있는 통로가 돼 준다. 첫 번째 명언 “만일 내가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굳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다.” 호퍼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언어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고 봤다. 말이 닿지 않는, 설명이 불가능한 지점에서 비로소 회화가 시작된다고 믿었다. 그에게 그림은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는 유일한 소통 방식이었다. ‘작품①’은 호퍼의 이 같은 생각을 가장 잘 보여 준다. 한밤중 도시의 어느 식당 안, 한 젊은 여인이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홀로 앉아 있다. 탁자 위에는 방금 식사를 마친 듯 작은 빈 접시가 놓여 있다. 그녀는 옷을 잘 차려입었고 화장도 했지만 멍하니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으로 커피잔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왔다가 기다리는 중일까. 아니면 지친 하루의 끝자락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것일까. 화면을 조금 더 자세히 살피면 여인은 한쪽 손에만 장갑을 끼고 있고 다른 손은 맨손이다. 그녀는 겨울밤 추운 거리에서 급히 안으로 들어와 장갑을 다 벗을 틈도 없이 커피잔을 집어 들었던 걸까. 아니면 한 손만 벗어 커피잔의 따뜻한 온기를 직접 느끼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녀가 앉아 있는 이곳은 192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자동판매기 식당이다. 동전을 넣으면 기계에서 음식이 나오는 당시로서는 굉장히 혁신적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드나들던 번잡한 곳이었다. 그런데 호퍼는 시끌벅적한 식당 안에서 일부러 침묵과 고요를 선택했다. 여인은 출입문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지만 그 주변은 깊은 정적과 어둠으로 감싸져 있다. 커다란 유리창은 바깥 풍경을 보여 주지 않고 오직 실내의 인공조명을 차갑게 반사할 뿐이다. 그녀는 고요하고 밀폐된 곳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 외딴섬처럼 존재한다. 호퍼는 빛과 어둠의 대비, 침묵하는 여인의 모습을 통해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현대인의 정서적 고립과 심리적 소외를 표현했다. 여인이 누구이며, 무슨 사연이 있는지 우리는 끝내 알 수 없다. 그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우리는 침묵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 자신의 고독을 발견한다. 두 번째 명언 “한 국가의 예술은 그 국민의 성격을 가장 잘 반영할 때 가장 위대하다.” 이 문장은 1953년 호퍼가 미술 전문지 ‘리얼리티’에 기고한 선언문에 담긴 내용이다. 그에게 진정한 예술이란 그 나라 사람들의 기질, 감정, 정서, 일상 속 풍경을 작품에 반영하는 것이다. 그래서 호퍼의 그림에는 주유소, 식당, 오래된 빅토리아풍 주택, 도시 외곽의 낡은 극장 같은 미국의 평범한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는 그런 장소 안에 미국인의 내면과 시대적 정서를 담아내려 했다. 바로 호퍼의 그림이 미국을 대표하는 미술로 여겨지는 이유다. 흥미로운 사실은 호퍼가 젊은 시절 세 차례에 걸쳐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하며 유럽 미술을 공부했다는 점이다. 그는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 “지구상에 파리만큼 아름다운 도시는 없으며 프랑스인만큼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사람도 없습니다”라고 쓸 정도로 프랑스를 흠모했다. 그러나 유럽 미술을 그대로 따라 하지는 않았다. 그는 프랑스어를 배우려 하지 않았고 카페 구석에 앉아 혼자 커피를 마시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스케치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가 유럽 양식을 흉내내지 않은 이유는 다음 말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우리는 프랑스인이 아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없다. 그렇게 되려는 모든 시도는 우리 고유의 유산을 부정하는 것이며, 표면만을 덧씌운 겉치레일 뿐이다.” 호퍼는 문화 식민지적 사고방식에 단호히 선을 그은 것이다. 그는 미국의 풍경 속에서 미국다운 정서와 시대적 분위기를 포착하고자 했고, 그 결과물 중 하나가 그의 대표작인 ‘작품②’다. 그림 속에는 늦은 밤까지 문을 연 식당 안을 포착한 미국적인 일상 풍경이 담겨 있다. 이 장면은 호퍼가 뉴욕 맨해튼 그리니치 애비뉴 근처에 실제로 존재했던 한 심야식당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호퍼는 식당을 정확히 그림에 재현하지 않았다. 그는 기억과 감정을 더듬어 머릿속에서 새롭게 재구성된 장면으로 만들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깊은 밤 거리는 텅 비어 있고 불이 환하게 켜진 식당 안에는 남녀 손님 셋과 점원 한 명이 있다. 이들은 모두 한 공간 안에 있지만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말도 나누지 않고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다. 함께 있으면서도 철저히 혼자인 사람들이다. 커다란 유리창 너머의 식당은 언뜻 열린 공간처럼 보이지만 세상과 단절된 투명한 감옥과도 같다. 호퍼는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무의식적으로 아마 대도시의 고독을 그리고 있었던 것 같다.” 호퍼는 뉴욕 출신으로 대도시의 활기와 역동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동시에 그는 도시 안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고립되고 소외되는지도 꿰뚫고 있었다. 이 그림이 미국인들에게 특히 깊은 인상을 남긴 이유는 일본의 진주만 기습 공격 직후 미국이 충격과 불안에 휩싸인 시기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국제 중심 도시였던 뉴욕조차 정서적 공황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호퍼의 아내 조지핀은 당시 상황을 자세한 일기로 남겼다. 우리는 그녀의 기록을 통해 이 작품이 대공황의 여운, 전쟁의 공포, 미래에 대한 불안감까지 담아낸 20세기 미국인의 초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세 번째 명언 “내 회화의 목표는 언제나 자연에 대한 가장 내밀한 인상들을 가능한 한 가장 정확하게 전사(轉寫)하는 것이다.” 이 말을 언뜻 들으면 호퍼가 단지 눈에 보이는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화가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예술을 이해하는 열쇠는 “가장 내밀한 인상”이라는 표현에 숨어 있다. 호퍼는 20세기 중반 미국 미술계를 뒤흔든 추상표현주의 흐름에 쉽게 동조하지 않았다. 그는 새로운 흐름에 대해 “순전히 장식적인 회화 개념이며 지적인 발명이다. 희망이 없다”고 단언했다. 호퍼는 추상으로 나아가는 길을 거부하고 자신이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세계를 작품에 표현하려 했다. 자신 곁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과 사물, 풍경을 마주하고 묘사하는 것이 진정한 사실주의이며 미국 미술의 정체성을 지키는 길이라고 믿었다. 호퍼는 철저히 사실주의 화풍을 고수했지만 그가 말한 사실주의는 눈에 보이는 겉모습을 있는 그대로 옮긴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는 여러 장소에서 관찰한 요소들을 기억 속에 담아 뒀다가 하나의 장면으로 재구성했다. 그런 의미에서 호퍼의 사실주의는 정서적 사실주의라고 말할 수 있다. 호퍼는 지독할 만큼 느리고 신중한 화가였다.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보통 몇 주, 길게는 6개월 이상 걸렸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 장면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감정적으로 완전히 맞아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작품 ③’은 한쪽 벽이 통째로 바다를 향해 열려 있는 독특한 실내 풍경을 담고 있다. 강렬한 햇빛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며 바닥과 벽을 눈부시게 비추고 있다. 그림 속에는 인물도, 이야기도 없다. 단지 방, 바다, 빛, 이 세 가지 요소만이 침묵 속에 존재할 뿐이다. 언뜻 보면 실제 풍경을 충실하게 옮겨 놓은 듯 보이지만 방 안에서 바다로 바로 연결되는 건축 구조는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호퍼의 독창적인 사실주의 화풍의 진가를 확인하게 된다. 이 그림은 실제보다 더 사실적으로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낯설고 비현실적이다. 호퍼는 눈에 보이는 세 요소인 광활한 바다, 밀폐된 방, 실내를 가득 채운 햇빛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정적과 고독, 깊은 사색을 표현했다. 이 작품은 가장 사실적으로 보이는 풍경을 통해 가장 비가시적인 내면 풍경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호퍼의 사실주의 화풍을 잘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호퍼는 생전에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널리 알려졌지만 대중의 시선에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인터뷰 요청을 자주 거절했고, 자신의 그림이 잡지 표지에 실렸을 때도 “민망하다”는 말을 남겼다. 특히 그는 관람자들이 자신의 작품에 대해 너무 쉽게 “이건 이런 의미야”라고 단정 짓는 태도에 대해 조심스럽게 선을 그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내 작품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건 좋지만 그들이 그것을 이해했다고 믿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나에게 유일한 진정한 영향력은 나 자신이었다.” 호퍼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남기지 않았지만 우리는 침묵과 정적 속에서 더 많은 이야기와 감정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말 대신 빛과 정적을 선택했고, 세상의 소음보다 자신의 내면을 더 깊이 응시했다. 그는 스스로에게만 영향을 받았기에 시대를 초월하는 진정한 거장이 될 수 있었다.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
  • 미술은 혼란스럽고 엘리트주의적이며 흐릿, 도대체 왜

    미술은 혼란스럽고 엘리트주의적이며 흐릿, 도대체 왜

    왜 미술은 모호하거나 혼란스럽거나 난해하거나 기묘하거나 때로는 우스꽝스러울까. 이를 ‘고급 예술’로 포장하면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면 예술 감각이 부족한 것으로 매도할까. 전작 ‘코르크 도크’(2017)에서 와인 엘리트의 세계를 파헤친 저자가 이번에는 “단체로 망상에 빠져 있는 것만 같은 세계”라고 여긴 미국 뉴욕의 미술계에 침투했다. 저자는 “좋아하는 색깔을 보면 과호흡을 일으키는 예술가들”, “금속 나부랭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며 신용카드를 긁은 열정적인 갤러리스트” 등이 몰린 미술계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걸작 앞에 서면 머릿속에서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브루클린의 작은 갤러리 315에 말단 직원으로 취직해 저명한 미술계 인사들과 마주했고, 신진 예술가의 조수를 거쳐 구겐하임 미술관 경비원으로도 일하면서 미술계 전반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가장 처음 배운 것은 “설치미술은 잘 안 팔린다. 그보다는 사진이 낫고 그보다는 회화가 나으며 추상회화보다는 구상회화가 잘 팔린다”는 업계의 기초 팁이다. 어떤 컬렉터들은 여성 작가들을 외면한다. ‘곧 애엄마가 될 수 있다’는 게 걸림돌이다. 커다란 작품은 맨해튼의 좁은 엘리베이터에 실리지 않아 잘 팔리지 않는다. 미술계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과 친한지, ‘어디’에서 전시회를 열었는지다. 저자는 수년간 손가락에 물집이 잡힐 때까지 캔버스를 펼치고 조각품에 피부가 날아가거나 갤러리의 온갖 벽을 페인트칠하며 심지어 예술이라는 이유로 낯선 사람의 엉덩이에 얼굴을 갖다 대는 일까지 겪으면서 미술계의 ‘맥락’을 찾아냈다. 갤러리에 가져다 놓은 소변기가 비평가들에게서 예술성을 격찬받기만 하면 조각 작품이 될 수 있는 일은 ‘거물’ 작가와 ‘메이저급’ 큐레이터 같은 영향력 있는 내부자들이 만들어 내는 맥락이다. 이들이 유망주라고 입을 모은 것보다 더 굉장한 맥락은 “뉴욕 현대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한 점 소장했지”라는 말 한마디다. 책은 미술계가 권력과 계급, 허세로 가득찬 난장판이라고만 서술하지 않는다. 곳곳에 치열한 창작의 길을 걷는 예술가와 작품 앞에서 감동하는 관객들의 모습도 담아내면서 예술의 본질을 돌아보게 한다. 업계 병폐에 대한 신랄한 폭로보다는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순기능이 크다.
  •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수묵채색 걸작 ‘강서 겸재정선미술관’에 온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수묵채색 걸작 ‘강서 겸재정선미술관’에 온다

    서울 강서구가 겸재정선미술관에서 특별기획전 ‘수묵별미(水墨別美): 자연과 도시’를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개막식은 오는 4일 오후 4시 겸재정선미술관 제1·2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전시는 오는 11월 16일까지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근‧현대 수묵채색화 23점을 지역 구립미술관을 통해 최초 공개하는 자리다. 수묵별미는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 전시로, 올해 베이징 중국미술관 순회에서도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자연과 도시를 주제로 시대의 흐름에 따른 수묵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자연 편에서는 진경산수의 전통 위에 작가별 개성이 더해진 산수의 변주를, 도시 편에서는 산업화 이후 일상과 풍경의 변화를 수묵채색으로 기록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특히 고(故) 삼성 이건희 회장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김기창의 ‘군마’, 노수현의 ‘망금강산’, 천경자의 ‘노오란 산책길’, 변관식의 ‘금강산 구룡폭’, 허백련의 ‘두백농인’ 등 걸작 5점도 공개된다. 김기창, 변관식 등 근대 거장부터 서세옥, 김선두, 유근택 등 현대 작가까지 시대별로 다양한 변주를 보여준다. 산과 강에서 지하철과 아파트까지, 먹과 채색으로 전통과 현재를 잇는 다양한 시도를 만날 수 있다. 전시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주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관람료는 성인은 1000원, 청소년이나 군경은 500원이며, 6세 미만, 65세 이상, 국가유공자는 무료다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겸재의 고장 강서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표 수묵채색화를 만나는 것은 지역 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올리는 일”이라며 “국립현대미술관과 첫 공동 주최로 마련한 이번 전시에 많은 주민이 찾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장외에서도 밤에도… 서울, 미술로 들썩인다

    장외에서도 밤에도… 서울, 미술로 들썩인다

    세계적인 아트페어 ‘키아프리즈’(키아프+프리즈) 서울이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가운데 장외(場外) 전쟁도 뜨겁다. 전 세계 미술계 관계자, 애호가들이 한국을 찾으면서 미술관, 갤러리에서는 한 해 가장 힘을 준 전시를 개막하고 늦은 밤까지 관람과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야간 행사를 이어 간다. ①리움 ‘이불:1998년 이후’ 대규모 전시 서울 전역에서는 미술 거장들의 전시가 펼쳐진다. 리움미술관은 4일부터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이불의 대규모 서베이 전시 ‘이불: 1998년 이후’를 선보인다.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작가의 주요 작업을 종합적으로 조망하며 조각, 대형 설치, 평면, 드로잉과 모형 등 150여점을 전시한다. 그동안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은 주로 해외 미술관에서 열렸지만 이번에는 국내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갤러리현대는 ‘김민정 카드’를 내밀었다. 김민정은 동아시아의 서예와 수묵화 전통 그리고 동양 철학을 탐구하며 현대 추상화의 구성 어휘를 확장하는 작업을 30여년 동안 지속해 오고 있다. 다음달 19일까지 열리는 전시에서는 불에 태워진 한지를 지그재그로 쌓아 올리며 두 개별적인 요소의 결합과 조화를 선보이는 ‘집’(Zip) 연작 6점과 스위스 아트바젤 2024의 언리미티드 섹터에서 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대형 작업 ‘트레이시스’(Traces)를 만날 수 있다. ②가고시안, 무라카미 다카시 개인전 세계 최정상 갤러리로 꼽히는 가고시안 갤러리는 2일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의 프로젝트 공간인 APMA 캐비닛에서 일본 팝아트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 개인전을 개막했다. 무라카미의 작품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한 꽃 모티프를 집중 탐구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글래드스톤 서울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스위스 출신 작가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을 열고 있다. 네 개의 선으로 산악호수를 묘사한 다양한 크기의 신작 풍경화 13점이 전시됐다. 강남구 화이트 큐브 서울과 타데우스 로팍 서울 역시 세계적인 조각가인 앤터니 곰리를 내세웠다. 개인전 ‘불가분적 관계’를 공동 기획해 각 갤러리 공간에서 선보인다. 국제갤러리는 다음달 26일까지 루이즈 부르주아의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생애 후반 20여년에 걸쳐 작업한 조각과 드로잉들을 엄선해 조명한다. 특히 한옥 공간에선 커피 필터 위에 그린 드로잉이 소개된다. 1994년 제작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만 공개된 작품이다.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협력해 함께 야간 개장을 하며 전시 관람과 더불어 예술 토크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나잇 행사’들도 눈길을 끈다. 키아프리즈 개막일인 3일에는 ‘청담나잇’이, 4일에는 ‘삼청나잇’이 진행된다. ③내일 오후 10시 ‘삼청나잇’ 굿판 선보여 특히 삼청나잇에는 굿판이 벌어진다. 갤러리현대는 4일 오후 10시 국가무형유산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 전승 교육사인 만신 김혜경의 ‘대동굿 비수거리(작두굿)’를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갤러리현대 앞마당에서는 1990년 백남준이 동해안별신굿 세습 무당과 함께 요제프 보이스를 추모하며 굿 형식의 퍼포먼스 ‘늑대의 걸음으로 서울에서 부다페스트’를 선보인 바 있다.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이번 퍼포먼스는 백남준의 자유분방하고 실험적인 예술 정신을 계승하는 것과 동시에 복잡하게 얽힌 현실과 영적 세계 속 모든 존재의 안녕과 번영을 빌고, 회화 예술의 기원과 긴밀한 관계에 놓인 샤먼, 한국 전통의 굿을 전 세계 예술인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 난 기억 복원자…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붓질한다

    난 기억 복원자…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붓질한다

    伊 투스카니아 출신의 30대 작가고전 회화 기법으로 상상력 표현“내게 회화는 언어, 상상력은 어휘”伊 프리모 마렐라 갤러리 협업展총 35점… 33점은 이번이 첫 공개태초의 땅이 이런 모습이었을까. 신비로운 동굴, 물과 뭍의 경계가 분명치 않은 곳. 아니면 전설처럼 내려오는 고대 도시의 흔적일까. 여기저기 무너져 내린 건물과 탑, 풍화된 채 굴러다니는 돌들이 캔버스 배경을 채운다. 그 속에 포착된 인물들은 종교화 속 인물들처럼 부피가 큰 의상을 입고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 프레스코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그린 이는 놀랍게도 30대 젊은 작가다. 호반문화재단은 경기 과천 호반아트리움에서 이탈리아 현대미술 작가 알레산드로 시치올드르(35)의 개인전 ‘고요한 빛, 황홀의 틈’을 국내 최초로 2일부터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유망 작가를 꾸준히 발굴해 온 이탈리아 프리모 마렐라 갤러리와의 협업으로 기획됐다. 시치올드르는 고전 회화 기법과 몽환적 상상력을 결합한 작품 세계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모두 35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이 가운데 33점은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1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이탈리아 투스카니아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사람들이 그곳에 찾아오면 그 환경과 제 회화가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는지 놀라곤 한다”며 “고대 에트루리아 문명 유적지가 있는 곳으로 수천 년의 역사를 품은 장소와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느낌으로 작업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탈리아는 어떤 의미에서 ‘폐허의 장소’라고 할 수 있는데 사방에 오래된 성과 고적, 무너진 탑들이 있는 곳”이라며 “우리(이탈리아인)는 일종의 ‘보존자’나 ‘기억의 복원자’라고 할 수 있다. 물, 탑과 같은 원형적 이미지들이 제 상상력을 통해 다시 살아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예술적 DNA’는 화가인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다. 그는 “아버지에게서 ‘마술적 사실주의’(초자연적 사건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돼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게 어렵게 만드는 사조)의 영향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시치올드르의 작품은 겹겹이 붓질이 쌓이는 시간을 통해 모호함과 불확실함에 대한 탐구를 제안한다. 스케치를 미리 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자발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을 따라간다. “저는 본능적으로 상상력에 이끌리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요. 회화는 일종의 언어인데, 상상력은 제가 사용하는 어휘와도 같죠. 저에게 회화는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수단으로, 꿈을 그리기보다 그림으로 꿈을 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모자를 쓰거나 마치 가면을 쓴 듯한 피부를 하고 있다. 종종 나무와 인간, 혹은 동물과 인간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언어는 다를 수 있지만 이미지 자체와 마주할 때 전 세계 어디든 비슷한 지점, 연결을 발견할 수 있다”며 “작품 속 인물들이 남성, 여성으로 규정되거나 특정 인종으로 보이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피부 색조, 머리카락 색, 의상 등으로 구별되지 않는 존재들로 남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어 “혼종적 존재들 또한 일종의 원형 이미지”라고 덧붙였다. 이번 한국에서의 첫 전시 역시 “예술은 본질적으로 국경을 초월한다”는 그의 생각과 일치한다. “한국과 이렇게 연결된다는 게 저에게도 놀랍고 믿기 어려운 경험이에요. 작품을 통해 제가 느낀 경이로움, 진솔한 감정을 전하고 싶어요. 일상의 습관에서 벗어나 무언가 새로운 것과 마주하는 경험을 이번 전시를 통해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시는 내년 1월 4일까지.
  • 한국 단색화 거장의 작품 세계, 파주에 깃들다

    한국 단색화 거장의 작품 세계, 파주에 깃들다

    아카이브·강연 등 예술의 장 활짝“아흔 살 되는 해에 오랜 꿈 이뤄져” “오늘이 최고의 날입니다.”(하종현 화백) 한국 단색화의 거장으로 미술 안팎의 역사를 증언해 온 하종현(90) 화백의 이름을 딴 ‘하종현 아트센터’가 9월 1일 경기 파주 문발동에 문을 연다. 개관에 앞서 지난 29일 기자들과 만난 하 화백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풍채 좋던 과거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평생 소원을 이룬 화백은 “나는 먼저 가렵니다. 가서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며 농담을 건넸다. 현장을 함께한 그의 아들 하윤 연세대 의대 교수는 “아트센터 개관은 아버지의 오랜 꿈이자 가장 큰 꿈이었는데 아흔 살이 되는 해에 이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트센터는 연면적 2967㎡(약 897평), 지상 4층짜리 규모로 조성됐다. 1전시장에는 높은 층고를 활용한 대형 ‘접합’ 작품들을 전시했다. 1974년부터 선보인 ‘접합’은 화백의 대표 연작으로 ‘배압법’이라는 독자적 기법을 활용한다. 올 굵은 마대 뒷면에서 앞면으로 빠져나오게 한 물감을 밀어내거나 형태를 그려 넣는 기법이다. 높이 3m에 가까운 캔버스에서 위로 밀려 올라간 채 굳어 버린 물감은 마치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전의 파도처럼 느껴진다. 2021년 스위스 아트 바젤에서 선보였던 ‘접합’ 연작과 마대, 철조망 등으로 꾸린 설치작품도 만날 수 있다. 2전시장에서는 전위예술을 이끌던 한국아방가르드협회장이었던 그가 철조망, 용수철 등을 이용해 만든 오브제와 1960~70년대 초반의 회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차갑고 폭력적인 재료를 활용한 작업은 1970년대 한국을 짓밟았던 군사정권에 대한 소리 없는 저항이자 시대에 대한 증언이다. 같은 층 아카이브 공간에는 주요 전시 도록과 사진, 영상, 디올과 협업했던 가방 등을 전시했다. 3전시장에서는 다양한 시기의 ‘접합’ 연작을 선보이며, 4전시장에서는 2010년 시작한 ‘이후접합’ 연작을 만날 수 있다. 배압법을 응용한 ‘이후접합’은 색과 형태뿐 아니라 회화를 대하는 태도와 방식을 재해석하고 탐구한 작업이다. ‘접합’이 마대를 평면적으로 사용하고 두꺼운 물감으로 물성을 살렸다면 ‘이후접합’은 나무, 거울 등 사물 자체의 물성으로 새로운 표면을 형성한다. 개관일에는 제14회 하종현미술상 시상식도 진행된다. 서울시립미술관장을 지낸 하 화백이 홍익대에서 퇴임한 뒤 사회 환원과 후학 양성을 위해 2001년 제정한 상이다. 동시대 작가뿐만 아니라 평론가, 큐레이터 등 국내외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인물에게 수여된다. 올해 수상자로는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과 미술사학자이자 큐레이터인 애슐리 롤링스가 선정됐다. 아트센터는 앞으로 화백 개인의 아카이브와 전시뿐만 아니라 강연, 세미나, 연구 프로그램 등을 선보이며 동시대 예술 담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하 화백은 “아트센터가 현대미술을 탐구하고 발전시키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 글로벌 명품·예술가들의 원픽… ‘동대문 패션 우주선’ DDP

    글로벌 명품·예술가들의 원픽… ‘동대문 패션 우주선’ DDP

    전시회만 10여년간 1000여건 이상샤넬·펜디 등 유명 패션쇼 줄 이어작년 8월까지 누적 방문객 1억 돌파시설 가동률 79%·재정자립도 98%‘창업플랫폼’ 새로운 도전 준비 중 디올, 까르띠에, 펜디, 반클리프아펠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부터 톰 색스, 팀 버턴, 살바도르 달리와 같은 유명 예술가들까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한국을 넘어 아시아 패션의 중심으로 변신하고 있다. 2014년 처음 문을 열 당시 동대문 패션타운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던 DDP가 11년 만에 세계인들이 K패션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 공간이 된 것이다. DDP는 디자인 중심의 전시와 행사를 할 수 있는 서울의 유일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브랜드들이 한국 전시를 준비하면 가장 먼저 DDP 대관 일정부터 알아볼 정도다. DDP 설계자이자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팬이었던 샤넬 수석 디자이너 고 카를 라거펠트는 2015년 샤넬크루즈 컬렉션 쇼를 DDP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이후 디올(2015·2025년), 반클리프아펠 (2018·2023년), 펜디 ‘서울 플래그십 오프닝’(2023년), 페라리 아시아 최초 전시(2023년) 등 글로벌 브랜드 패션쇼가 줄을 잇고 있다. 10여년간 소화한 굵직한 전시만 1000여건 이상이다. 지금도 현대미술 거장 ‘장 미셸 바스키아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DDP 디자인 뮤지엄은 2028년 3월까지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주용태 서울시 경제실장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서울은 인터넷과 첨단 기술이 발달한 아시아의 도시 중 하나였다”며 “하지만 DDP에서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패션쇼와 예술가들의 전시가 이어지면서 서울은 문화와 예술이라는 새로운 매력을 가진 도시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이 사랑하는 공간이 되면서 DDP를 찾는 방문객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4년 오픈 당시 하루 방문객 2만 4068명으로 시작한 DDP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에는 3만 2095명까지 증가했다. 불과 5년 만에 방문객이 33.4%나 늘어난 것이다. 이후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하루 1만 8357명, 2만 253명으로 방문객이 급감했지만 2022년 2만 8797명을 시작으로 2023년 3만 7632명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하루 방문객이 4만 7249명에 달했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DDP는 누적 방문객 1억명을 넘겼다. 올해는 7월까지 4만 4734명을 기록 중인데 하반기 서울패션위크 등 주요 행사가 몰려 있는 만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설 가동률도 국내 전시 시설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DDP의 시설 가동률은 2023년 79%를 기록했는데 그해 강남 코엑스는 75%, 부산 벡스코는 60%, 일산 킨텍스는 49% 수준이었다.  관계자는 “방문객이 늘고 가동률도 높아지면서 재정적 측면에서도 튼튼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평균 98%의 재정자립도를 기록하고 있고 2023년에는 흑자도 냈다”고 설명했다. 최근 DDP는 창업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DDP 디자인페어, 디자인스토어를 통해 신진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컬렉션과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주 실장은 “DDP가 공간적 의미로 아시아 패션의 중심을 넘어 K뷰티와 패션이 세계로 나가는 데 발판이 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광주시, 내년 정부예산안 3조6616억원 확보…역대 최대

    광주시, 내년 정부예산안 3조6616억원 확보…역대 최대

    광주시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6년 정부예산안’에서 역대 최대규모인 총 3조6616억원의 지역사업비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수치는 전년도 정부예산안에 반영된 지역사업비 3조3244억원보다 10.1%인 3372억원이 증액된 것으로, 정부 총예산 증가율 8.1% 보다도 2%P가 많은 규모다. 특히 인공지능(AI) 2단계, AI 모빌리티 국가시범도시, 3대 국가 문화시설 등 지역 미래산업과 현안사업이 대거 국비에 반영됨에 따라 앞으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내년도 정부예산안에는 지난 6월25일 ‘광주 타운홀 미팅’에서 광주시가 건의한 AI 2단계 사업 240억원과 AI 모빌리티 국가시범도시 기본구상 용역비 10억 등이 반영돼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동력이 확보됐다. 또, 광주시가 그동안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온 국립현대미술관·대한민국역사박물관·국회도서관 분관 등 3대 국가 문화시설 사전타당성조사 용역비도 모두 반영돼 유치 활동에 청신호가 켜졌다. 광주의 미래 전략산업인 AI·모빌리티·반도체 분야에선 ▲AX 실증밸리 조성 사업(240억원)과 ▲AI 모빌리티 국가시범도시 기본구상 용역(10억원) ▲자동차 부품 순환경제 혁신 인프라 구축 사업(2억원) 등이 반영됐다. 또 ▲인공지능 맞춤형 뷰티기기 고도화 글로벌화 지원(10억원)과 ▲EV배터리 접합기술 실증 기반 구축(26.8억원) ▲미래차 고효율 전장 핵심부품 개발지원 플랫폼 구축(2.9억원) 등의 예산이 확보됐다. 활력이 넘치는 문화도시 분야에선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 건립(5억원)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광주관 건립(10억원) ▲국회도서관 분관 건립(1.5억원) 관련 예산이 사전타당성조사 용역비에 포함돼 ‘대한민국 3대 문화시설 조성’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또 ▲광주 인문학 산책길 조성(1억원) ▲비엔날레전시관 건립(55억원) ▲아시아 캐릭터랜드 조성(45억원) ▲첨단실감 문화콘텐츠 테마파크 조성(5억원) ▲ACC 연계 양림권역 근대역사문화 거점벨트 조성(6억원) 등도 반영됐다. 특히,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특별회계의 경우 17개 사업에 대해 전년대비 36억원 증액된 208억원이 반영됐다. 사회 기반 조성 SOC 분야에서는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사업비(1665억원) ▲호남고속도로 동광주~광산IC 확장사업비 238억원이 확보됐다. 또 ▲마륵동 탄약고 이전(15억원) ▲광주권 간선급행 버스체계(BRT) 건설(7.5억원) ▲도시철도1호선 철도통합무선망 구축(19.5억원) ▲경전선(광주송정~순천) 전철화(1672억원) ▲광주~강진 고속도로 건설(668억원) 등의 예산도 마련됐다. 따뜻한 돌봄·안전한 환경 분야는 ▲국립 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 운영(17.4억원) ▲국립 광주청소년디딤센터 건립(35억원)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875억원)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21억원) 예산이 확보됐다. 또 ▲다함께 돌봄센터 지원(24.5억원) ▲전남대학교 미래형 뉴 스마트병원 신축(1.3억원) ▲가뭄 대비 노후상수도 정비(51.6억원) ▲광주 운전면허시험장 조성(64억원) 등도 국비반영 사업에 포함됐다. 광주시의 역대 최대 규모의 국비 확보에 성공한데 이어 앞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미반영된 사업 예산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도록 9월부터 국회 대응체제로 전면 전환해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국회 증액 대상 주요 사업은 ▲수직 이·착륙기 비행안전성 실증시험 지원센터 구축 ▲무등산 이동식 방공포대 이전 ▲빛의 진원 ‘민주역사공원’ 조성 등이다. 특히, 광주~대구 달빛철도 건설의 경우 노선이 경유하는 6개 시·도(광주·대구·전남·전북·경남·경북)가 공동 협력해 예타 면제 등 국비 확보 전략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인공지능과 모빌리티, 문화 등 미래 먹거리와 지역 현안사업이 정부 예산안에 대거 포함되는 성과를 거뒀다”며 “이는 광주시 공직자와 지역 국회의원이 협력해 이뤄낸 결과로, 국회 의결까지 최대한 국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SBS문화재단-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5> 후원작가 선정

    SBS문화재단-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5> 후원작가 선정

    - 김영은, 김지평, 언메이크랩, 임영주 4인(팀) 작품 공개- 8월29일(금)부터 5개월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전시 SBS문화재단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25> 후원 작가로 김영은, 임영주, 김지평, 언메이크랩(최빛나, 송수연)이 선정됐다. <올해의 작가상 2025> 심사위원단은 “올해는 언어나 다른 매개체로 인지되지 않는 사물과 세계를 스토리텔링하려는 시도들이 주목을 받았다”면서 “일반인들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에 대한 문제의식과 이에 기반해 만들어진 테마가 이번 선정 작품들의 주된 감상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SBS 사회공헌 활동을 총괄하는 ‘희망내일위원회’ 방문신 위원장(SBS 사장)은 8월28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뤄진 <올해의 작가상 2025 개막식> 축사를 통해 “<올해의 작가상>은 당대 미술, 동시대 미술이라는 취지에 맞는 새로운 도전 정신에 주목해 왔다”면서 “도전 정신의 취지에 걸맞게 SBS 문화재단은 후원작가들의 국제 진출을 적극 지원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방문신 위원장은 “2012년 이후 모두 52명의 <올해의 작가상> 후원작가가 선정됐고 이 가운데 35명이 SBS 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국제 전시를 했다”며 “작가들의 활동무대가 글로벌화될수록 후원자로서의 보람과 기쁨도 그에 비례해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올해의 작가상>은 동시대의 첨예한 이슈와 실험적 흐름을 가늠해 보는 대한민국 대표 전시”라면서 올해 후원작가들의 전시가 한국현대미술의 새로운 담론 형성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해의 작가상 2025> 후원작가로 선정된 작가들의 작품은 2025년 8월 29일부터 2026년 2월1일까지 5개월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전시된다. 또 이번에 선정된 후원작가 4인(팀) 중 1인(팀)이 전시 및 2차 심사를 거쳐 내년 1월에 <올해의 작가상 2025> 대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SBS는 후원작가 전원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송할 예정이다. <올해의 작가상>은 전세계 담론과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 해외 인사를 포함해 심사위원단을 구성한다. 올해는 (전) 네덜란드 라익스 아카데미 디렉터 에밀리 페식(Emily Pethick), 태국 짐 톰슨 아트센터 디렉터 그리티야 가위웡(Gridthiya Gaweewong), 미국 디아 아트 파운데이션 큐레이터 조던 카터(Jordan Carter), 아뜰리에 에르메스 디렉터 안소연, 큐레이터 겸 미술평론가 김장언,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성희(당연직) 등 6명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 위태로운 기억의 편린을 엮다

    위태로운 기억의 편린을 엮다

    현대미술의 거장, 25년 만에 국내전회화·조각·설치 등 총 106점 선보여거대한 거미 ‘마망’·나선형의 ‘커플’의식과 무의식이 혼재된 공간 연출 거미는 ‘잇기’를 반복한다. 제 몸에서 뽑아낸 것으로 틈을 채우며 사이를 이어 붙여 집을 짓는다. 현대미술의 거장, 프랑스계 미국인인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는 평생 자신을 괴롭힌 내면의 균열을 메우는 방법으로 거미를 소환한다. 그리고 9~10m 높이의 거대한 청동 거미 조각에 ‘마망’(엄마)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한국에서 미술관급으로는 25년 만인 부르주아 회고전이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 순회전의 하나로 호주 시드니, 일본 도쿄, 대만 타이베이를 거쳤으며 이번이 투어의 마지막 여정이다. 전시 제목은 ‘루이즈 부르주아 : 덧없고 영원한’으로 앞선 아시아 투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리움미술관, 호암미술관 소장품 13점을 포함해 회화·조각·설치 등 모두 106점의 작품을 아우른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균열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 사랑, 두려움, 버려짐 등 가족 내 긴장과 갈등, 거기서 출발한 트라우마가 작품 곳곳에 녹아든다. 때로는 뾰족하고 때로는 부드러웠던 기억의 편린을 자신만의 실로 엮어 내는 것이다. 부르주아의 대표작이자 그에게 세계적 명성과 대중적 인정을 동시에 안긴 ‘마망’은 호암미술관을 비롯해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일본 롯폰기 힐스 모리 미술관 등에 설치돼 있다. 거대한 거미 청동 조각은 겉에서 보면 위압적으로 보이지만, 활짝 펼쳐진 가늘고 긴 다리 안에 들어서면 머리 위의 거미 배가 하얀 대리석 알을 품고 있어 마치 엄마 품과 같은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 ‘마망’은 부르주아가 자신의 어머니 조제핀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을 투영한 작품이다. 조제핀은 태피스트리(직물 공예) 작업장에서 일하며 부르주아를 양육하고 보호했다. 반면 아버지 루이는 불륜을 저지르며 가족을 배신했다. 아버지의 불륜을 묵인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부르주아는 또 다른 상처를 입게 된다. 이런 이중성은 그의 예술 언어를 통해 지속 구현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두 개의 신체가 하나의 나선형으로 겹친 거대한 조각 ‘커플’이 공중에 매달려 있다. 작가는 사랑, 성적 끌림, 유혹, 불안, 의존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버림받음의 공포와 같이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나선으로 엮어 낸다. 나선은 감정의 소용돌이이자 내면의 균형을 잡으려는 힘이 동시에 작용하는 모습과 같다. 이번 전시는 ‘의식과 무의식’의 이중구조로 연출된 게 특징이다. 1층은 의식을 상징하는 밝은 공간으로, 2층은 무의식을 상징하는 어두운 공간으로 구성됐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진아 큐레이터는 “1층은 이성과 질서의 세계를 드러내며 선형적인 내러티브로 전개되고 2층은 취약함, 우울, 질투, 공격성과 같은 주제로 구성됐다”면서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이 혼재하는 것처럼 전시 작품도 일정 부분은 혼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가부장적 아버지에 대한 상상적 복수를 연출한 설치 작품 ‘아버지의 파괴’를 비롯해 남성과 여성의 형상을 결합한 청동 조각 ‘개화하는 야누스’도 만날 수 있다. 사각 모형의 구조에서 한쪽 면만 열려 있는 ‘아버지의 파괴’는 일종의 극장 무대처럼 보인다. 붉은 조명 아래 놓인 직사각형의 식탁 위에는 고깃덩어리들이 놓여 있다. ‘밀실’ 연작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꼽히는 ‘붉은 방’(부모)은 문으로 둘러싸인 방을 관람객이 거울이나 틈으로 훔쳐보게끔 구성됐다. 마치 아이가 부모의 은밀한 순간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부르주아는 이 작품에서 기억과 욕망, 트라우마를 한데 엮어 사랑뿐 아니라 불안이 교차하는 가정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전시는 오는 30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 세계적 ‘공공 문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DDP

    서울 도심 랜드마크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1~8월 방문객이 1000만명에 이르며 올해 전체 방문객이 2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서울시가 25일 밝혔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DDP는 지난해 방문객이 1729만명이었고, 지난 10년간 방문객은 약 1억명이었다. DDP 방문객이 연 2000만명 수준에 이르는 것은 시설 대관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DDP 시설가동률은 79.9%로, 일산 킨텍스(54%)와 부산 벡스코(61%)를 훨씬 웃돌았다. 행사와 행사 사이 준비기간을 감안하면 일 년 내내 계속해서 운영되고 있는 셈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현재 현대미술 거장 ‘장 미셸 바스키아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DDP 디자인 뮤지엄은 2028년 3월까지 대관이 완료된 상태다. 하반기에도 DDP에서는 굵직한 행사들이 이어진다. 우선 8월 말~9월 초 K뷰티와 K패션을 알리는 글로벌 행사가 연이어 열린다. ‘서울뷰티위크’가 28~30일에, 글로벌 패션 비즈니스 플랫폼 ‘서울패션위크는 9월 1~9일에 각각 DDP에서 열린다. 특히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서울패션위크는 DDP를 중심으로 덕수궁길, 문화비축기지 등 서울의 다양한 명소를 배경으로 한 패션 무대를 선보인다. 세계적인 전시회도 준비중이다. 이달 29일부터 ‘글로벌 디자인&아트 전시회’가 열리고, 9월 1일부터는 아시아 최초의 ‘디자인 마이애미’ 전시가 열려 국내외 아티스트의 초대형 설치 작품이 도심 한가운데서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디자인 마이애미에는 ▲카펜터즈 워크숍 갤러리 ▲살롱94 디자인 등이 참여한다. 아울러 10월에는 대표 디자인축제 ‘2025 서울디자인위크’가 ‘디자인, 디자이너, 디자인 라이프’를 주제로 열린다.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는 “DDP는 서울의 창의성과 디자인 역량을 세계에 보여주는 공공 문화 플랫폼으로서 앞으로도 공공성과 예술성을 균형있게 담아내는 세계적 디자인 공간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너무 가득 차서 텅 빈… 그 상흔이 맺혀 있었다

    너무 가득 차서 텅 빈… 그 상흔이 맺혀 있었다

    “6·25 때 동창 120명 중 60명 죽어그 상흔을 생각하며 물방울 그려”‘상흔·현상·물방울·회귀’ 4장 구성미공개작 31점 포함 120여점 전시 “물방울은 자신의 상(像)이 증오스러워 안간힘을 쓴다. 그걸 빨아들이고, 그런 다음 물어뜯고, 그런 다음 말살하려고… (중략) … 그것은 간데없고, 물방울은 떨어지며 마른다.” 프랑스의 저명한 평론가이자 시인인 알랭 보스케는 ‘무슈 구뜨’(물방울 씨)로 통했던 김창열(1929~2021)의 물방울에 대해 이렇게 노래했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선보이는 전시 ‘김창열’은 투명하고 영롱한 물방울 이면에 담긴 의미를 찾는 여정과 같다. 작가의 작고 이후 국내 미술관에서 열리는 첫 회고전이다. 연대기적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그가 1950년대 앵포르멜 운동(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에서 발생한 현대 추상미술 운동)에 심취했을 때의 작품부터 1965년 미국 뉴욕 시기, 1969년 프랑스 파리 정착 이후 작품까지 미공개 31점을 포함한 120여점을 선보인다. 미공개 작품에는 최초의 물방울 작품으로 알려진 1972년 작 ‘밤에 일어난 일’보다 앞서 제작된 1971년 물방울 회화 2점이 포함됐다. 이번 전시는 ‘상흔’, ‘현상’, ‘물방울’, ‘회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장인 ‘상흔’에서는 해방과 분단, 전쟁이라는 격동의 시기를 거치면서 예술세계의 주요 토대가 된 ‘삶과 죽음’을 내면화한 초기작을 만날 수 있다. 이 시기의 경험은 이후 물방울 작품들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작가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6·25전쟁 중에 중학교 동창 120명 중 60명이 죽었고, 그 상흔을 총알 맞은 살갗의 구멍이라고 생각하며 물방울을 그렸다. 근원은 거기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두 번째 장 ‘현상’에서는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뉴욕 시기 작품과 파리 전환기 작업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기존 추상회화에서 물방울로 바뀌게 되는 조형적 징후들을 발견하게 된다. 뉴욕에서 파리로 이주하면서 제작한 ‘현상’ 연작은 기존의 차가운 기하학적 형태가 녹아내리는 듯 유기적 형상으로 바뀐다. 또 응집된 덩어리는 마치 인체의 장기처럼 점액질로 표현된다. 작가의 나이가 마흔을 넘어선 197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평생을 천착한 물방울이 등장한다. 파리 근교 마구간을 작업실로 쓰던 당시 아무렇게나 놓아둔 화폭 뒷면에 세수한 물을 뿌렸다가 맺힌 물방울을 발견하게 된다. 그 순간의 감동을 작가는 후에 이렇게 회고했다. “그때 화폭 뒷면에 물방울이 맺혀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걸 보았는데, 그게 무척 놀랍고 감동적이었어요. 텅 빈, 투명하고 무색무취인 그 작은 것들, 곧 사라질 테지만 옅은 빛 아래 아름답고 맑은 자태를 보이는 그것들을 두고 동양 철학에서는 ‘충만한 공(空)’이라고 했을 법합니다.” (프랑스 비평가 미셸 앙리시와의 인터뷰) 김창열의 물방울은 단순한 물질적 형상을 넘어 동아시아 철학 전통과 깊은 접점을 이루며 정신적 사유의 매개체가 된다. 물방울은 또 화면을 가득 채운 천자문과도 조우한다. 작가의 ‘회귀’ 연작은 삶의 상흔을 붓질로써 덮어 주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설원지 학예연구사는 “김창열의 물방울은 단순한 시각적 재현이 아니라 애도의 수행”이라며 “반복되는 형상 속에 전쟁과 상흔을 꿰매려는 수행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개최 시기(9월 3~6일)에 김창열 카드를 내세운 것에 대해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국현이 어떤 모습을 보여 줘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한국 미술이 ‘단색화’로 시작해 1960~1970년대 아방가르드까지 소개된 상황에서 다음 타자를 고른다면 김창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김창열이라는 예술가를 새롭게 발견하고 재정립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2월 2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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