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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도시 백서/이신조 지음

    올해 나이 30세인 신인 여성작가 이신조가 두 번째 장편소설 ‘가상도시 백서’(열림원)를 펴냈다. 문학동네 신인문학상 수상작품인 장편 ‘기대어 앉은 오후’ 이후 3년 만이다. 제목에서부터 묘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새 소설은 형식이 낯설다. 스크린으로 옮겨진다면 그대로 한 편의 옴니버스 영화가 될 만큼 독특한 서사구조를 띠고 있다. 주인공들을 던져 놓은 이야기의 공간이 무엇보다 그렇다. 새로운 가상도시 만토(晩土). 그곳은 획일적이고도 기이한 공간이다. 정해진 시간에 닫힌 문이 열리는 대형 할인마트처럼 만토도 치밀한 ‘검열’ 끝에 한날 한시에 ‘개장’한 도시다. 새로운 국가와 수도의 행정지원을 위해 계획적으로 탄생한 위성도시로, 정확히 11만 3075명이 시민으로 엄선됐다. 26세 이상,45세 이하의 남녀 독신자, 그리고 결혼을 했어도 아이가 없는 사람들. 거기에 지정된 10가지 국가고시 가운데 3개 이상에서 일정 성적을 거둔 이들이다. 최근의 행정수도 이전 논란을 재치있게 비꼰 듯한 소설은, 남녀 주인공들을 한꺼번에 흩뿌리다시피 등장시킴으로써 “그저 소설일 뿐”이라고 시치미를 뚝 뗀다. 도시의 유흥가 D구역 ‘스노우 화이트’라는 바에서 여섯명의 젊은 남자들이 우연히 만나고, 이어 이방인 같은 한 여자가 그곳에 들어온다. 그렇게 ‘설정’된 남자들을 소설은 다시 하나씩 독립된 주인공으로 분리시켜, 동일한 한 여자와 제각각 다르게 엮는 ‘관계’에 주목한다. 스스로 규율을 뒤집어쓰고 가상도시에 걸어들어온 모순된 존재들(법률에 따라 스무자리가 넘는 전화번호를 쓰기도 하는), 서로에 대해 거의 아는 것 없이 기계적으로 살을 붙여가는 남녀관계 등이 실제 도시를 사는 현대인들을 조롱하듯 담담하게 묘사된다. 여성작가들의 지나친 자의식을 거북스러워하는 독자라면 작가의 어법에 호감이 갈 듯. 짧은 호흡의 경쾌한 단문이 소설에 힘을 보태준다. 메타포를 최대한 아낀 절제된 상황묘사가 탁월하다. 작가는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나의 검정 그물스타킹’(2001)을 내놓았다.95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달개비꽃/김춘수 지음

    지난달 29일 타계한 대여(大餘) 김춘수 시인의 유고시집 ‘달개비꽃’이 3일 현대문학에서 출간된다. 시집에는 지난 8월 시인이 기도폐색으로 쓰러지기 전 손수 편집해 출판사측에 보낸 65편의 시가 실렸다. 미발표작 ‘거지 황아전’ 등이 수록된 유고시집에는 절대고독과 관념을 다뤘던 초기시와 달리 사실적이고 읽기 편한 작품들이 많다. “울고 가는 저 기러기는/알리라,/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울지 않는 저 콩새는 알리라,/누가 보냈을까,/한밤에 숨어서 앙금앙금/눈 뜨는,”(‘달개비꽃’)에서 엿보이듯 동심에 기댄 작품들이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김춘수 문학의 근간을 되짚어볼 수 있는 글들을 간추린 ‘김춘수 대표 에세이’, 김 시인이 직접 뽑은 시 50편에 최용대 화백의 그림을 곁들인 시화집도 조만간 현대문학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현대문학 창간 50주년 600호 발간

    문예월간지 ‘현대문학’(대표 양숙진)이 12월호로 통권 600호를 맞아 기념 특대호를 발간했다.1955년 1월 창간된 ‘현대문학’은 그동안 한 차례의 결호도 없이 잡지를 발행하며 한국문학의 문제작들을 실어왔다. 특대호에는 한국 현대문학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동안 이 잡지를 통해 작품을 발표한 작가는 6650명, 수록작품은 3만 4000여편에 이르렀다. 작가들이 매달 60여편의 작품을 수록한 셈이다.752쪽에 이르는 이번 특대호에는 손창섭의 ‘혈서’, 김동리의 ‘밀다원시대’, 장용학의 ‘요한시집’, 황순원의 ‘소리’, 이범선의 ‘오발탄’, 박경리의 ‘토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 화제작들이 다시 실렸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책꽂이]

    ●멈춰 서서(이우환 지음, 현대문학 펴냄) 한국 태생의 세계적 일본 현대미술가 이우환(68·도쿄 다마미술대 교수)의 첫 시집. 이 화백은 1968년 일본 미술계에 불어닥친 ‘모노파’ 운동의 중심인물로, 그림과 시가 한 뿌리를 나누고 있음을 시집으로 웅변했다.1만원. ●노동의 새벽(박노해 지음, 느림걸음 펴냄) 절판됐던 박노해 시인의 대표작 ‘노동의 새벽’이 출간 20년을 맞아 재출간됐다. 시집의 탄생 배경과 역사, 시인의 인생역정을 부록에 실었다.7800원. ●남정현 대표소설선집(남정현 지음, 실천문학사 펴냄) ‘분지’의 작가 남정현이 손수 가려뽑고 일부를 다시 손질한 소설선집.‘너는 뭐냐’ ‘방귀소리’ ‘허허선생’ 등 13편 수록.2만원.
  • 4년만에 연작소설집 ‘모구실’ 낸 서정인

    4년만에 연작소설집 ‘모구실’ 낸 서정인

    중진작가 서정인(68)씨가 4년 만에 새 창작집 ‘모구실’(현대문학 펴냄)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의 새 책은 팬들에게만 반가운 게 아닐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문학이 ‘실종’됐다는 시대. 지리멸렬한 줄 알았던 소설에도 활어처럼 팔딱팔딱 뛰어오를 힘이 남았다는 사실을 서가에서 두고두고 웅변해줄 소설이다. 작품을 낼 때마다 조금씩 그래왔듯 이번에도 소설장르를 실험한 흔적은 여실하다. ●14편 이야기 모은 실험소설 14편의 이야기가 고리를 건 소설은 명백히 연작소설의 틀거리를 빌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평범한 연작 형식과는 거리가 멀다. 엇비슷한 유형의 인물과 내용이 시간이나 환경변화에 따라 맥을 이어 나가는 연작소설의 장르적 통념을 싹 뭉개 버렸다. 등장인물이나 주변상황이 똑같은 색채로 반복되는 게 아니라 때론 전혀 생경하게 ‘지능적’으로 이미지를 바꿔 버린다. 첫번째 작품 ‘모구실’과 14번째 끝 작품 ‘불나방’은 과연 이야기의 원천이 같았나 의심스러울 만큼 생김새가 달라져 버리는 식이다. 이를 두고 평론가 김윤식은 “한 작품이 증식을 일으켜 자기성장을 이루어 내는 ‘자기증식형 연작소설’”이라고 평했다. 소설은 쉰을 넘긴 등산복 차림의 ‘그’(천수건)가 산간벽촌 모구실을 찾아가는 설정으로 운을 뗀다. 사내는 모구실의 보건소장으로 일하는 딸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자질구레한 사실들을 친절하게 일렬로 나열해 줄 생각이 없다. 왜 그가 지금 딸을 만나야 하며, 딸의 소식을 새까맣게 모르고 산 이유가 뭔지 독자들은 알 길이 없다. 급한 독자는 애가 끓겠으나, 모호한 상황에서도 ‘그’는 짐짓 뜸만 들인다. 칠순 노파가 홀로 지키는 허름한 점방에 들러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세상사를 놓고 이런저런 한담을 주거니 받거니 할 뿐이다. 무대로 치면 영락없는 실험극이다. 공연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서두를 것 하나 없는. 딸(천미리)을 만나지만 천수건은 딸의 냉대에 보건소를 나서고 폐교를 지키는 서존만, 점방 아들 조성달과 다시 술판을 벌이며 ‘본론’을 꺼낸다. 소소한 집안내력에서부터 동서양 고전과 신화를 녹인 철학담론을 쏟아내는 천수건(작중 직업은 대학교수)은 유장한 논객이 되곤 한다. ●판소리 한마당 연상하게 하는 대사 통속적 개념의 소설읽는 재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묘사보다는 운율감 있는 대사들로 채워지다시피 한 글은, 때로 남도 사투리를 걸지게 풀어내는 판소리 한마당 같다. 꼼꼼하고 성실하게 정독하는 독자 쪽이 유리하다. 건성건성 책장을 넘기다가는 번번이 맥락에서 비켜나 소설 속에서 길을 잃는다. 태만한 수행자의 어깨에 죽비를 내리꽂듯 작가는 불호령을 속으로 삼키고 있음에 틀림없다. 아직도 소설이 그리 만만해 보이냐?! 노림수가 곳곳에서 의미심장하다. 책이 나오기 무섭게 짧은 여행길에 올라버린 작가는 책머리에 그 흔한 서문 한줄 달지 않았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평생모은 3000권 구상문학관 기증

    대구가톨릭대 최정석(崔正錫·80·문학박사) 명예교수가 평생 모은 책 3000여권을 최근 경북 칠곡군에 있는 ‘구상(具常)문학관’에 기증했다. 최 교수가 기증한 도서는 자신이 평생 모으고 읽은 문학서적과 세계명작·동양학·불교관련 서적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망라하고 있으며, 특히 일제 강점기 이후의 현대문학 자료가 다수 포함돼 현대문학사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 교수는 최근 건강이 악화돼 서울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젊은 시절 구상(1919∼2004.5) 시인과 함께 성천문화재단에서 활동하면서 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해 칠곡군에 있는 구상문학관에 책을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도서 이외에도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등신불’ 및 ‘무녀도’의 소설가 김동리(金東里·1913∼1995)의 친필 서예작품과 ‘인간상록수’로 알려진 류달영(柳達永·1911∼2004) 박사의 서예작품 수점도 함께 기증했다. 문학관측은 “최 교수가 ‘지방화 시대에 맞게 문화·예술이 평준화되고 모든 사람들이 쉽게 책을 접해야만 문학과 예술이 발전할 수 있다.’며 기증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칠곡군은 최 교수에게 기증받은 책으로 문학관 내에 ‘최정석 문고’코너를 별도로 만들어 일반인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함께 기증받은 서예작품은 전시실에 전시할 계획이다. 칠곡군 왜관읍에 있는 구상문학관은 구상 시인의 문학세계를 기리기 위해 2002년 개관했으며, 구 시인의 작품집과 육필원고를 비롯한 애장품 300여점과 2만 2000여권의 도서가 전시돼 있다. 칠곡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책꽂이]

    ●최순덕 성령충만기(이기호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1999년 월간 ‘현대문학’에 신인 추천으로 등단한 젊은 작가 이기호의 첫 소설집. 그동안 여러 곳에서 발표된 8편의 작품이 묶였으며, 요즘 젊은 작가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선 굵은 서사성을 자랑한다. 문학평론가 우찬제는 “성석제의 뒤를 잇는 자재롭고 재미 있는 신세대 이야기꾼”이라고 평가했다.1만원. ●탕헤르의 여인, 지나(타하르 벤 젤룬 지음, 조은섭 옮김, 밝은세상 펴냄) 모로코 출신으로 파리에서 활약하는 작가는 공쿠르 수상작 ‘성스러운 밤’으로 필명을 날린 이후 매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꼽혀왔다. 다섯명의 남자에게 강간당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아버지를 알 수 없는 여자의 복수극. 주변 열강에 휘둘리는 조국 모로코의 정치상황, 억압받는 제3세계의 숙명을 우회적으로 묘사했다.9500원. ●바람의 열두 방향(어슐러 K 르귄 지음, 최용준 옮김, 그리폰북스 펴냄) 판타지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여류작가 르귄의 첫번째 단편집(1975년). 네뷸러상 수상작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혁명전야’ 등 철학적 사유를 제안하는 17편의 대표 단편들이 실렸다.1만 1000원. ●불쑥 내민 손(이기성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이기성은 1998년 ‘문학과 사회’에 시 ‘지하도 입구에서’ ‘우포늪’ ‘아무도 보지 못한 풍경’ 등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온 신인. 첫 시집에서 죽음과 부패로 얼룩진 도시풍경과 그 안의 삶을 꼼꼼히 기록했다. 묘사와 진술이 섞인 산문시들의 결이 독특하다.6000원. ●소멸(폴 오스터 지음, 윤희기 옮김, 열린책들 펴냄) 독특한 소재로 창작의 극단을 모색하는 미국의 인기 소설가 폴 오스터가 1970년대에 발표한 대표시들을 간추렸다.20대 초반에 쓴 압축미 돋보이는 ‘바퀴살’ 등 명성을 떨치기 전의 작가적 직관을 만나볼 수 있다.7500원. ●독작(獨酌)(박시교 지음, 작가 펴냄) 1970년 ‘매일신문’으로 등단한 시인의 네번째 시조집.‘가슴으로 오는 새벽’ 이후 7년만에 선보인 시조집에는 순화되고 중후한 정형시의 아우라가 배어 다.7000원.
  • 박완서 새소설 ‘그 남자네 집’ 못다한 첫사랑 향기

    박완서 새소설 ‘그 남자네 집’ 못다한 첫사랑 향기

    푸르게 슨 녹을 헤집어 속살을 드러낸 청동 화살촉처럼 오로지 사글거리는 빛살로 되살아나는 살의(殺意), 대가의 날숨에는 그런 전율이 숨겨져 있다. 남루했던 시대의 남루처럼 맑은 사랑. 정작 본인은 “아니, 사랑은 너무 과장되고 어떤 기억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연정’을 ‘추억’으로 환치시키려 하지만 노대가(老大家)의 그런 열없음마저도 시큰하게 사랑스러운 걸 어쩌랴. ●고희 넘겨서야 자전적 고백 우리 문단의 큰 나무 박완서의 새 책 ‘그 남자네 집’(현대문학 펴냄)은 기념비적이다. 무슨 연작처럼 볼륨이 장대해서도 아니고, 대단한 역사적 기록이어서도 아니다. 책은 작고 섬세한 몰두가 오히려 큰 것의 허술함을 넉넉하게 채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다가 작가 스스로 이 작품을 ‘문학에 바치는 헌사’라고 말하지 않는가. 우리 문단에 이런 방향성과 장소성, 그리고 정서적 공감을 엮어낸 작품이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기쁨이다. 글은 추억에 텀벙 발을 빠뜨린다. 환상의 끝에 자잘하게 매달려 나오는 일상의 지리멸렬함에서 가장 평범하게 일탈하는 맑고 열렬한 사랑을 그는 마치 흑백의 파노라마처럼 그리고 있다. 전쟁의 가슴 오그라드는 포성 속에서도 인간이기에 느낄 수 있었던 ‘황홀한 현기증’에 대해 그는 고백한다.‘도처에 지천으로 널린 지지궁상들이 그 갈피에 그렇게 아름다운 비밀을 숨기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었다. 그 남자의 입김만 닿으면 꼭꼭 숨어 있던 비밀이 꽃처럼 피어났다.’ 그의 권태 속으로 다가온 첫사랑 ‘그 남자’의 존재는 눅눅하고 어두운 숲속을 비집고 드는 빛살처럼 찬란한 것이었다. 작가는 이렇듯 누구나 가능한 체험에서 가장 ‘박완서적인 정서’를 추출해낸다. 그의 일탈은 또 다른 길을 두고 운명적으로 ‘한 길’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원초적 운명이 주는 너무나 인간적인 반란 같은 것이었다. ‘(그에게 내)청첩장을 내보였다.(……)그를 보듬어 내 품안에 무너져 내리게 하고 싶었다. 그때 그가 바란 건 어머니의 품속 같은 위안이었는지도 모르는데 나는 그렇게 해줄 자신이 없었다. 내가 감추고 있었던 것은 지옥불 같은 열정이었다.’ 이렇게 헤어졌던 그들은 다시 만나 못다 나눈 첫사랑의 열정을 확인한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의 내면에 잠복한 자유의지, 아니면 자신의 의지를 자신의 삶에 투영하고자 하는 본태적 욕망의 분출인지도 모른다. ●권태 속 ‘그 남자’ 햇살처럼 빛나 작품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것은 단지 못다한 첫사랑의 애틋함 때문만은 아니다. 시대를 초월해 모든 산 사람의 가슴에 유정(有情)하게 일렁이는 공유의 정서, 그것도 분명 눈부시지만 한 대가가 고희를 넘겨서야 고백하는 비밀스럽고, 그래서 더욱 향기로운 자전(自傳)의 미학 때문이다. 그가 작품에서 말했으되 ‘우리의 포옹은 내가 꿈꾸던 포옹하고도, 욕망하던 포옹하고도 달랐다. 우리의 포옹은 물처럼 담담하고 완벽했다. 우리의 결별은 그것으로 족했다.’는 묘사는 캄캄한 무덤의 잠에서 깨어나 파랗게 빛나는 청동 화살촉처럼 소설이라기보다 차라리 오래 전의 일기에 가깝다.90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스승 황순원을 추억하다

    “황순원 선생님은 저에게 스승이자 아버지로 존재합니다.40년동안 아낌없이 문학을 지도해주시고 사랑을 베풀어주셨지요.” 한국문학상 수상 경력의 중견 여류 소설가 안영씨가 최근 대작가 황순원 선생의 추모 4주기를 맞아 소설집 ‘가슴에 묻은 한마디’를 펴냈다. 이 소설집은 여제자인 안씨가 스승을 향한 절절한 사연을 담은 ‘사부곡’이어서 눈길을 끈다. 사제지간 주고받았던 수백통의 편지, 결혼식때의 주례사, 소주를 질펀하게 마셨던 추억, 서울 회현동과 예술인 마을 등에서 문담(文談)을 나눴던 여러 기억 등을 자세히 소개해 황순원 선생의 생전의 또다른 인간미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안씨는 1965년 황순원 선생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안씨는 교편생활을 하면서도 남달리 스승을 극진히 모시며 작품활동을 해와 다른 제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전남 광양 출신인 안씨는 전남여고·여수여고·동일여고·중앙대부속여고에서 교사를 역임했고 등단 후 ‘가을 그리고 산사’‘아픈 환상’ 등 5권의 소설집과, ‘그날 그빛으로’ 등 2권의 수필집을 펴냈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한국문학의 외국어 번역 갈길 멀다

    한국문학의 외국어 번역 갈길 멀다

    한국문학의 외국어 번역수준은 어디만큼 와있을까? 해마다 노벨문학상 시즌이면 출판가에 떠오르는 화제다. 국내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해외번역의 수준향상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있어왔다. 연세대학교 출판부에서 펴낸 연구서 ‘한국문학의 외국어 번역’은 그래서 더 눈길을 끈다. 풍부한 근거자료들을 토대로 한국문학 번역의 실태와 문제점을 언어권역별로 꼼꼼히 짚었다. ●영어번역 내실 없고 유통망도 미비 외국어 번역물이 양적으로 가장 많은 쪽은 역시 영어권이다.2003년 1월 현재 국내외에서 발간된 한국문학의 영역본 개별작품수는 다른 언어권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1만6099편(399종). 노벨문학상 역대수상자가 가장 많이 배출된 언어권이 영어권이며, 영어가 언어의 기득권을 가진 현실을 감안하면 영어번역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1901년부터 올해까지 노벨문학상을 받은 101명의 작가들 가운데 89명이 유럽·미국 국적. 올레 소잉카, 데렉 월콧, 존 쿳시 등 제3세계 출신이라도 영어창작이 가능한 작가들이 수상한 사례도 빈번했다. 그럼에도 한국문학의 영어번역은 내실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책의 분석이다. 작품성을 갖춘 해외보급용보다는 내수용 ‘자가 출판’이나 ‘과시 출판’이 두드러지는 현상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어렵게 책을 내고서도 현지 유통망 미비로 외국독자들과 쉽게 접촉할 수 없는 것도 개선이 시급한 현안이다.“유명작가의 소설이라도 현지시장에서 2000∼3000권 이상 파는 게 힘들다.”는 게 출판관계자들의 얘기다. 한국문학번역지원 사업을 주도하는 대산문화재단측도 이 대목이 가장 큰 고심거리임은 물론이다. 1000만원여를 들여 찍는 2000부 가량의 초판조차 소화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번역 자체에도 기술적 허술함은 많다. 작가 이름 표기법부터 뒤죽박죽이기 일쑤다. 프랑스 서점에서 시인 서정주는 ‘So Jong-Ju’‘Sue,Jong-Jou’ 등 번역자마다 제각각으로 표기한 식이다. ●노벨문학상 의식한 출판 행태도 문제 노벨문학상만을 의식한 번역출판 행태도 한번쯤 돌아봐야 한다고 책은 주장한다. 불어로 번역소개된 156종의 단행본 가운데 고전과 현대문학의 비율은 19:136. 현대문학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국문화 자체에 관심갖는 외국독자들을 배려한다면 오히려 고전쪽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장르·시대별로 소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 어느 나라든 노벨문학상을 주목하고 열망한다. 그러나 문화적 자부심의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의 시각은 교정할 여지가 있다는 제언도 잊지 않는다.“프랑스의 독자들은 ‘페미나 외국문학상’(Le Femina etranger) ‘메디시스상’(Le prix Medicis) 등 자국에서 제정된 외국문학상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말은 귀담아볼 일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나는 어떻게 번역가가 되었는가? /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 지음

    나는 어떻게 번역가가 되었는가? /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 지음

    한국은 언제쯤 노벨문학상을 탈 수 있을까.한국문학의 세계화에 관심을 기울여온 이들은 한결같이 “우리에게도 한국의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사이덴스티커는 일본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번역해 그가 1968년 노벨문학상을 받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사이덴스티커는 1974년 외교관 자격으로 일본에 오지만,이내 갑갑한 외교관 생활을 접고 도쿄에 머물며 프리랜서 작가 겸 번역가로 활동한다.그는 가와바타 야스나리,다니자키 준이치로,미시마 유키오 등 일본 현대문학 3대 거장의 소설을 처음 영어로 번역해 세계에 알렸다.일본인들도 현대어 번역 없이는 읽을 엄두를 못내는 고전 ‘겐지 이야기’를 10여년간의 고투 끝에 번역해내기도 했다.‘설국’에 대한 유려한 번역은 지금까지도 화제다. ‘나는 어떻게 번역가가 되었는가?’(원제 Tokyo Central,권영주 옮김,씨앗을뿌리는사람 펴냄)는 미국 최고의 일본문학 번역가로 꼽히는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의 자서전이다.사이덴스티커는 1921년 2월11일 미국 콜로라도주 더글러스 카운티라는 산골 마을에서 태어났다.2월11일은 일본의 건국기념일.이 때문에 그는 전생에서부터 일본과 인연이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그는 병역문제로 고민하다 우연히 해병대 일본어 통역 요원으로 입대한 것이 계기가 돼 일본 문학의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 책에는 전후 일본 문단의 풍경,번역에 대한 저자의 소신 등이 담겨 있다.한국의 도자기와 ‘사상계’ 발행인이었던 장준하에 대한 일화도 소개돼 눈길을 끈다.이 책은 전통적인 일본의 미를 추구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저자가 일본 최고의 작가로 평가하는 탐미주의 경향의 다니자키 준이치로,국수주의 색채를 보이다 결국 할복으로 생을 마친 미시마 유키오(본명 히라오카 기미타케) 등 전후 일본 문학을 이끈 이들에 대한 증언이기도 하다. 사이덴스티커는 번역가를 지망하는 이들에게 좋은 번역의 요령에 대해 한마디 조언한다.“작품을 시작하고 끝맺는 단락에는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사람들이 가장 많이 주목하고 흠을 잡는 부분이기 때문이다.이런 원칙을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나도 ‘설국’의 서두를 보다 직역에 가깝게 했을 텐데….” 그는 “번역이란 끊임없이 뭔가를 내버릴 것을 요구하는,마구잡이에다가 가차없는 작업”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저자는 일본 못지않게 한국에도 관심을 갖고 좋은 인연을 맺었다.일본 도자기보다 한국 도자기를 더 좋아해 슬쩍 밀반출한 한국 도자기를 평생을 옆에 끼고 살았다고 멋쩍게 회고하는가 하면 장준하를 가리켜 유교에서 말하는 군자의 전형이라고 격찬하기도 한다.장준하에 대한 추억 한토막.“일본에서는 한국인이 시끄럽고 싸움을 좋아하며 마늘 냄새를 풍긴다고 생각하지만,장준하는 그런 일본인들의 고정관념과는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다정한 태도와 부드러운 말씨를 지니고 있었고,매우 품위 있는 사람이었다.” 2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80년대 이후 한국문학 발자취

    1980년대부터 2004년 현재까지의 한국 현대문학을 진단한 문학비평서 ‘엽기ㆍ패러디 시대의 한국문학’(박태상 지음,지식의날개 펴냄)이 나왔다.지은이는 한국방송통신대학 박태상 교수.‘북한문학의 현상’‘북한의 문화와 예술’ 등의 전문서를 펴냈던 그는 “언어예술인 문학은 당대 사회에 대한 보고서”라고 전제하고 시대적 요구의 결과물로서의 문학작품들을 꼼꼼하게 분석했다. 책은 1부에서 먼저 1980년대 문학의 태생적 배경을 짚어낸 뒤,이후 각 시대 문학의 성격과 시대상황을 개괄적으로 훑어나간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집중분석은 2부에서부터 본격화된다. 저자는 1980년대 한국문학을 무엇보다 ‘지배전략에 맞선 저항의 논리’로 보았다.2부 ‘한 낭만주의자의 현실초월과 극복의 목소리’편에서 저자는 1980년대의 대표작가로 소설가 이문열을 꼽고 그의 작품에 논의의 초점을 맞췄다. 광주민주화운동의 불꽃이 타오르던 1980년대 김지하 김남주 등 시문학 작가들과 임철우 한승원 등 소설가들의 작품도 살핀다.여성해방운동의 흐름을 타고 출현한 문학서들도 챙겼다.윤정모의 1988년작 ‘고삐’를 중심으로 차츰 여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성문학의 발자취를 되짚었다. 1990년대 문학을 집중조명한 3부에서는 문학비평서로서의 역할을 한결 더 충실히 한다.그 시대 문학의 기능을 ‘불확실성 시대의 존재확인’으로 명명한 지은이는 ‘자아상실’‘현실체험’‘실존적 성찰’‘가족소설의 양상과 인간소외’ 등으로 범주를 나눠 작품들을 정리했다.1990년대의 문을 연 하일지의 ‘경마장 가는 길’을 비롯해 박일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순원·하성란의 소설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양상과 ‘X세대’라는 세대의 출현,세기말을 경험한 문학의 모습 등을 찾아낸다. 디지털 시대의 한국문학은 4부에서 조명됐다.신진작가군 가운데 장르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형식 실험을 거듭하는 김연수,텔레비전과 아파트 등 대중문화의 코드를 소설에 도입하는 백민석 등의 작품에 저자는 특히 주목했다.1만 4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씨줄날줄] 햇살 가득 다락방/신연숙 논설위원

    글을 쓰거나 글쓰기와 관계가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은 대개 인생의 어느 시점,독서에 몰입한 경험을 갖고 있다.그 첫 시기는 대략 사춘기거나 청소년기가 많았을 것이고 공간적으로는 다락방이 많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단독주택이 일반적 주거형태였던 시절,다락방은 헌 책을 비롯해 공식적 공간에서 퇴출된 물건들의 집합소였고 외부의 방해없이 책을 마주하며 자기자신과 내밀한 대화를 나누기 가장 알맞은 장소였다. 작가 전경린은 어렸을 때 다락방에 올라가 사랑의 광기를 그린 ‘폭풍의 언덕’을 몇번이고 읽었다고 신문 인터뷰에서 밝혔다.세밀한 묘사로 유명한 하성란은 출판사를 했던 아버지가 도서 팸플릿으로 도배를 해놓은 다락방에서 매일 세계적 문호의 이름과 작품 설명을 대하며 살았다고 한다.그런가 하면 작가 조성기는 입주 아르바이트집 다락방에 ‘현대문학’잡지 100권이 창간호부터 모아져 있어 1년동안 단편소설 1000편을 읽는 행운을 누렸다. 이처럼 다락방은 가정의 도서 수장고 역할도 했지만 주거 이동이 잦아지고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보편적 주거형태로 자리잡으면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더불어 다락방 속에 보관돼 있던 책들의 운명도 엇갈리고 있다.유고슬라비아의 작가 지브코비치는 ‘책 죽이기’란 소설에서 대학자의 미망인으로터 도매금으로 장서를 사들이는 도서경매상의 교활함을 꼬집고 있다.그러나 경매상의 예리한 눈매라도 없었다면 그나마 장서 속에 섞여 있던 귀중본의 생사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었을까. 국립중앙도서관이 장서 500만권 돌파를 기념해 전국에 묻혀있는 희귀도서 기증운동을 벌이고 있다.이름하여 ‘햇살가득 다락방’운동.1964년 납본제가 시행되기 이전의 수집되지 못한 도서들을 기증 받아 자료공백을 메우자는 취지다.국립중앙도서관은 서울신문의 전신인 대한매일신보 등 역사적인 자료도 보관하고 있지만 이 역시 결호(1904년 7월18일∼8월4일)가 많아 완벽한 자료 제공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햇살가득 다락방’ 운동이 역사적 자료를 발굴하는 등 큰 호응으로 이어져 국립중앙도서관이 명실공히 국가문헌 영구보존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seoul.co.kr
  • 부산 기장군의 오영수

    부산 기장군의 오영수

    소설가 난계(蘭溪) 오영수(吳永壽 1911∼79). 평생 단편소설만을 고집했던 그는 단편작가의 전형으로 꼽힌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동부리가 고향인 오영수는 어릴 적 집안형편이 어려웠다.언양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고향 면사무소·우체국 등에서 심부름을 하거나 그림 솜씨를 살려 간판 그리는 일을 하기도 했다.오영수의 고향 언양은 영남의 알프스로 불리는 산세를 등지고 있어 경관이 빼어난 곳이다.그가 유년기에 보고 자란 고향 주변 자연은 훗날 오영수 특유의 체취를 느끼게 하는 향토색 짙은 서정적 작품의 바탕이 됐다. 일찍 고향을 뜬 탓에 언양초등학교 근처에 있었다는 오영수 생가는 여러 사람들이 거쳐가고 허물어져 현재는 남아 있지 않다.오영수는 일본과 만주 등을 거쳐 1943년,교사인 부인을 따라 기장군 일광면 이천리에 3년여 머무른 것이 인생 전환점이 됐다.그는 처가동네인 이곳에서 김동리의 백씨 김범부씨를 알게 됐다.이 인연으로 만난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49년 ‘신천지’에 ‘남이와 엿장수’를 발표,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서(西)로 멀리 기차소리를 바람결에 들으며,어쩌면 동해 파도가 돌각담 밑을 찰삭대는 H라는 조그만 갯마을이 있었다.’ 1953년 ‘문예’ 12월호에 발표한 단편소설 ‘갯마을’은 오영수가 잠시 살았던 기장군 일광면 조용한 어촌마을 이천리가 배경이다.50여년이 흐른 지금,이천리는 소설속에 그려진 당시 어촌 모습과는 판이하게 변했다.횟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주변에 군데군데 고층 아파트도 보인다.먼바다로 며칠씩 고기잡이를 나가는 배는 더 이상 볼 수 없다.주민 강대영(58)씨는 “20년 전만 해도 이천마을 주민 대부분이 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리는 어민들이었기 때문에 소설에서처럼 태풍이 덮칠 때면 어부들이 한꺼번에 사고를 당하곤 했다.”고 말했다. 오영수의 본격적인 문학활동은 서울신문에서 비롯됐다.4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남이와 엿장수’가 입선된데 이어 다음해 ‘머루’가 당선,당당한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1955년 ‘현대문학’ 창간에 참여해 11년 동안 편집장을 지낸 뒤 77년 고향 근처인 울주군 웅촌면 곡천리에 허름한 촌가를 구해 낙향했다.서울생활에 회의가 든데다 2차례 받은 위궤양 수술로 건강마저 좋지 않았다.“고향은 먼 발치서 보는 게 더 아름답다.”며 고향에서 멀지않은 웅촌면 소재지에 자리를 잡아 스스로 숙식을 해결하며 창작활동과 취미인 낚시를 즐겼다. 그럼에도 고향에 대한 오영수의 애착은 남달랐던 것 같다.언양읍 주민 이상문(67) 씨는 “56년 오영수 선생에게 부탁해 울산자연과학고(옛 언양농고) 교가 노랫말을 받았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당시 언양농고 학예부장이던 이씨는 언양출신 소설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오영수에게 교가 가사를 지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당시 학도호국단 한해 예산 500만환 전액을 고료로 보냈다.얼마 뒤 오영수는 “내 고장에 고등교육기관이 생겼다는 것만 해도 영광인데 졸작 고료를 받겠는가.졸작이지만 교가로 활용하고,고료는 돌려보내니 작곡비로 사용하라.”는 내용과 함께 가사를 적은 답신을 보냈던 것. 오영수의 만년 낙향생활은 여유롭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그와 친분이 두터웠던 울산지역 출신 시인 최종두(65·경상일보 전 사장)씨는 “난계가 울산에 내려와 지내는 동안 생활이 쪼들렸던 것 같다.”며 “자기가 그린 그림을 주며 팔아서 돈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었다.”고 회고했다.울산에 머물며 제 7창작집 ‘잃어버린 도원’을 펴내는 등 작품활동에 열정을 보였던 그는 79년 1월 문학사상 1월호에 발표한 특질고(特質考)로 예기치 못한 필화사건을 겪게 된다. 여러 지방의 특질적인 성격을 향토적이고 토속적인 관점에서 고찰한 특질고가 호남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그는 문인협회·펜클럽으로부터 제명당하고 절필선언까지 해야 했다.충격으로 건강이 악화돼 결국 그해 5월 15일 생을 마쳤다. 그가 만년에 머물렀던 웅촌 촌가도 지금은 헐리고 새 집이 들어서 있다.고향 언양읍 뒤편 송대리 화장산 기슭에 묻힌 오영수 무덤앞에는 울산문인협회가 ‘오영수 여기 영원히 잠들다.’라고 새겨 세운 비가 오영수의 묘임을 말해준다. 울산문인협회는 타계 10주년을 맞아 지난 89년 울산 남구 문화원 정원에 오영수 문학비를 세웠다.언양초등학교 동창회도 11회 졸업생 오영수가 우리나라 문학사에 남긴 큰 발자취를 기려 96년 학교안에 ‘오영수 문학비’를 큼직하게 세웠다. 갯마을이 영화로까지 만들어져 유명해진 기장군도 가만 있지 않았다.기장군문인협회가 나서 갯마을 현장인 이천리 마을 성황당 앞에 96년 ‘갯마을 문학비’를 세웠다. 글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조성기 지음

    중견작가 조성기(53)가 연작소설 ‘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현대문학 펴냄)를 출간했다. 성(聖)과 속(俗)을 넘나드는 개성있는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작가의 새 소설집은 자전형식이다.유년의 기억을 더듬어 내밀한 자기고백을 하는데,그 어투가 천연덕스럽고 유머넘친다. 소설집의 단편은 모두 14편.“내 어머니 이름은 이시자(李時子)이다.”로 열리는 첫번째 단편 ‘고향 점묘’는 태를 묻은 공간(경남 고성)을 이야기의 중추소재로 잡았다.견고한 성(固城)이라는 뜻을 지녔으면서도 “6·25때는 물러터졌던” 고향에서의 에피소드들을 성장소설 쓰듯 여유롭게 재구성한다.부모의 잠자리 사이에 끼어들어 훼방놓던 할머니,시골 국민학교 선생님이 성에 안 차 고등고시에 마음이 쏠려 있던 아버지,작가의 손을 잡고 남산 계단을 오르는 하얀 저고리의 어머니가 기억의 감광지에 인화된다. 드라마틱한 줄거리를 보여주는 글은 아니다.가벼운 터치로 스스로의 ‘뿌리’를 드러내는 작업은,독자들에게도 자기존재의 근원을 한번쯤 돌아보게하는 우회적 권유인 셈이다. 단편들은 제각각 독립된 이야기 구도를 띠고 있다.하지만 딱히 순서를 정해 읽지 않아도 좋게 이야기들은 연속성이 있다.주인공이 모두 ‘나’인데다 등장인물들도 작가의 어릴 적 경험세계를 시종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성적 호기심이 존재를 여물리는 은밀한 자양이었음을 작가는 재미있게 털어놓는다.어린 주인공의 성적 팬터지는 형태도 다양하게 다수의 작품들에 녹아있다.단칸방에서 할머니를 사이에 눕히고 잤는데도 ‘신통하게’ 여동생을 만든 아버지와 어머니(고향 점묘),동네 과부들의 음충한 이야기를 들으며 잠든 주인공과 그 사타구니에 기어든 잠자리(잠자리에 대한 명상),묘한 성적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자신의 이름에 얽힌 에피소드(내 이름의 수난사) 등이 그렇다.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소재를 착안한 작가는 “독자들이 재미도 느끼면서 가슴에 울림이 남는,좀더 가독성 있는 작품을 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9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우리 동네 이야기] 평창동

    [우리 동네 이야기] 평창동

    강북에서 성북·한남동을 전통적인 ‘부촌(富村)’으로 꼽는다면 종로구 평창동은 ‘권좌(權座)의 마을’이라 할 수 있다.박준규 전 국회의장을 비롯 정몽준,김기춘 의원 등 전·현직 국회의원 20여명이 여기에 살고 있다.하지만 재벌은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을 포함해 일부 오너 가족이 거주할 뿐 많지 않다. 정계 인사들이 평창동을 선호하는 것은 청와대와 물리적으로 가까우며 내부순환도로와 서강대교를 타면 국회까지 쉽게 진입할 수 있어서다. 평창동이 권력을 가장 크게 발휘했을 때는 YS시절이다.문민정부의 실세였던 최형우,서석재 전 의원과 이원종 충북지사 등이 평창동에 터를 잡았다.YS의 차남 김현철씨도 반포에서 평창동으로 옮겨왔다.하지만 평창동 출신들의 말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최 전 장관은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서 전 의원은 장관직에서 물러났다.‘소통령’ 김현철씨도 한보 사건으로 수감생활을 했으며 대선에 나섰던 정몽준 의원은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평창동이 이제는 문화권력을 넘보고 있다.1970년대 말 토탈미술관을 필두로 1998년에는 가나아트센터가 들어오면서 점차 예술촌(藝術村)으로 바뀌고 있다.사자골길 삼거리에는 가나아트센터를 따라 갤러리세줄,그로리치화랑,김종영미술관 등 미술관과 화랑이 대거 옮겨왔다.임옥상,전병현 등 현직 작가들의 작업실인 가나아뜰리에와 ‘에꼴 드 가나(Ecole de Gana)’라는 전업작가를 위한 교육기관까지 생겼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2001년에는 문학평론가 이어령씨와 부인 강인숙씨가 영인문학관을 열었다.여기에는 소설가 이상을 비롯해서 채만식,이광수,박두진,황순원,박종화,김억 등 현대문학을 이끌어온 거두들의 육필 원고와 만년필,안경,주민증 등 애장품이 전시돼 있다. 평창동이란 지명은 조선시대 대동미를 관장하던 선혜청(宣惠廳)의 평창(平倉)이 있었던 자리에서 유래한다.1914년 경기도 고양군 은평면 평창리에 속했다가 1949년 서대문구,1975년에는 종로구 관할로 변했다.행정동의 평창동은 법정동 구기동까지 포괄한다. 국립공원인 북한산과 인접해 개발제한구역과 고적이 많다.승가사와 문수암 등 오래된 사찰이 있으며 비봉에는 북한산 진흥왕순수비유지,구기동과 홍은·불광동의 경계를 짓는 비봉에서 홍지문까지 이어진 탕춘대성도 있다. 면적은 8.92㎢로 종로구에서 가장 넓으며 인구는 6800여가구 2만여명이다.이 가운데 약 10%인 700가구가 전망이 좋은 산자락에 위치한 고급주택이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범우비평판 한국문학전집’ 1차 10권 출간

    한국 근현대문학 대표작가 200여명의 주요작품이 범우사의 ‘범우비평판 한국문학’ 전집으로 출간된다. 문학평론가 임헌영·오창은씨가 기획을 맡은 이 전집은 1945년 이전의 작가는 모두 다루고 이후 1980년대까지는 선별해 다룰 계획이다. 장르 위주였던 지금까지의 문학전집들과 달리 작가 위주로 분류되는 것이 범우비평판의 특징.특정 작가의 소설,시,평론,논설 등 다양한 장르의 저작들을 한데 묶어 문학과 사상의 전모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기존의 문학관념을 획기적으로 혁신할 것”이라는 게 기획자들의 설명이다. 출판사는 최근 시리즈의 1차분 10권을 내놓았다.단재 신채호의 ‘백세 노인의 미인담(외)’을 비롯해 ‘개화기 소설 송뢰금(외)’,이해조 안국선 양건식 현상윤 김억 나도향 조명희 이태준 최독견 등을 집중조명했다. 각권마다 출간 의의와 문학사적 가치가 크다. 그동안 정확한 판본 작업이 이뤄지지 못한 이태준의 작품들은 꼼꼼한 대조작업을 거쳐 오류가 정정됐다.특히 그의 데뷔작인 ‘오몽녀’는 1925년 등단할 때의 판본과 1930년대 후반 퇴고수정본이 함께 실려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또 조명희 편에는 중앙아시아 현장답사를 통해 동화극 ‘봄나라’와 수필 ‘문단만어’ 등이 발굴 소개됐다. 11권 ‘이인직 편’이 새달 출간되면 김동인 현진건 이광수 이상 김유정 등 주요작가들도 잇따라 전집대열에 합류한다. 노자영 최승일 등 문학사에서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작가들,아동문학가 방정환,월북작가 한설야 이기영 박태원 등이 포함되며,올해 안으로 50권이 선보일 예정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아큐와 건달, 예술을 말하다/인지난 지음

    “이제 중국의 지식인들은 유학(儒學)을 통해 엘리트로서 중국을 계도하겠다는 큰 포부 대신 돈벌이의 바다에 뛰어드는 쪽을 택하고 있다.그래서 ‘주역’은 점성술 책이 됐고,노자와 선종(禪宗)은 세속의 힘으로 지난 시절의 숭고를 해체하는 이기가 됐다.불교와 도교는 민중의 건강한 신체 혹은 또 다른 기능을 위한 집회의 명분이 됐고,법가의 사상 또한 상업전선의 모략과 사기술로 변했다.‘문(文)의 바다’는 ‘상(商)의 바다’가 됐으며 장엄한 물결로 대중을 압도하고 있다.” 중국의 조선족 출신 미술사학자 인지난(중앙미술대 교수)은 그의 저서 아큐와 건달,예술을 말하다’(임대근 옮김,한길아트 펴냄)에서 오늘날 중국문화의 특성을 이렇게 요약한다.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중국인은 지난 역사 속에서 허우적대며 아둔하고 자기변명만 늘어놓던 ‘아큐’에서 쿨한 ‘건달’로 변했다.싸구려 ‘메이드 인 차이나’를 쏟아내던 저급 노동자에서 외국 대중스타에 열광하는 최고의 문화소비자로 급부상하고 있다.한류열풍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중국에서는 실제로 1990년대 이후 문화인들의 ‘하해(下海,돈벌이의 바다로 뛰어드는 상황을 비유한 말)가 지식인들의 ‘유학’을 대신했다.유가는 상업의 수단이 돼 ‘유상(儒商)’들이 큰 물결을 이루고 있다. ‘아큐와 건달,‘은 오늘의 중국 문화와 그를 둘러싼 사회현상에 대한 단상집이다.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중국 문화예술계 전반을 특유의 비평감각으로 살핀다.저자는 무엇보다 문화를 바라보는 균형잡힌 시선을 강조한다.저자에 따르면 중국의 문화는 늘 서구의 오리엔털리즘적인 시각에 의해 대상화 되어왔다.예컨대 중국은 서양문화의 패권주의가 원하는 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중국의 풍속을 그린 현대문학이나 영화를 하나의 ‘민속품’으로 팔아왔다는 것.저자가 보기에 설치나 퍼포먼스에서의 아방가르드 예술 또한 민속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이는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이 축구와 소설에 매달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저자는 축구와 마술적 사실주의 소설 외에 그들의 삶과 정신의 공간을 본 적이 있는가 반문한다.인간은 역시 스스로를 길들이는 동물이다. 저자는 창공을 나는 제트 여객기에 앉아 이백의 ‘촉도난’을 한번 읽어보라고 말한다.“…누른 학조차도 날아 지나지 못하고/날쌔다는 원숭이도 오르자니 걱정이라….” 촉도의 험난함이 하늘 오르기보다 심하다는 이백의 시가 더이상 낭만적일 수 있을까.텔레비전과 인터넷 시대의 사람들에게 그것은 이미 낭만이 아니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그러니 세속적이고 통속적으로 변화하는 오늘의 중국 문화를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고,또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1980년대가 소수 엘리트들의 중창 혹은 독창의 시대였다면,1990년대는 엘리트와 민중의 대합창 시대다.대가가 없는 이 시대야말로 민중이 진정 행복해질 수 있는 시대라고 말하는 저자는 더욱 더 많은 ‘건달’이 평등한 문화광장 위에서 뜻을 펼쳐야 한다고 역설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중국에서는 ‘포스트마더리즘(postmotherism)’이다(?).중국의 1990년대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포스트모더니즘의 세례 속에 우왕좌왕하던 시기였다.또한 1989년 톈안먼 사태로 국제적인 이목을 끌던 중국의 예술가들이 호평 속에 금의환향하던 시기이기도 하다.이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어떨까.포스트모더니즘은 중국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서구의 것을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중국인의 손을 빌려 되풀이한 것인 만큼 포스트마더리즘에 불과하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후낭(後娘,계모)주의’ 쯤으로 옮길 수 있는 포스트마더리즘은 물론 저자가 만들어낸 말.중국인에게는 몸에 밸 수 없는 서구이론의 태생적 한계를 저자는 이같은 언어유희를 통해 신랄하게 비판한다.그 어떤 서구의 이론이나 지식인의 이름도 빌리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와 시선으로 오늘의 중국을 풀어내고 있다는 데 이 책의 미덕이 있다.1만 7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책꽂이]

    ●행복요리법(마티유 리카르 지음,백선희 옮김,현대문학 펴냄) 히말라야 산중에 기거하는 불교 전문가가 들려주는 행복론.저자는 마치 닳아없어지는 양초처럼 시간이 갈수록 고갈되는 쾌락과 행복을 혼동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또한 행복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로 증오를 꼽는다.증오는 모든 정신적 독소 가운데 가장 해로운 것.저자는 “증오,그것은 마음의 겨울이다.”라는 빅토르 위고의 말을 되새겨준다.1만5000원. ●건축,사유의 기호(승효상 지음,돌베개 펴냄) 20세기의 기념비적 건축물들을 통해 인간의 삶을 성찰.한스 샤로운의 베를린 필하모니 홀,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찬디가르 신도시,루이스 칸의 방글라데시 국회의사당,독일 프랑크푸르트 뢰머베르크 광장과 쉬른 미술관,스웨덴 스톡홀름의 우드랜드 공동묘지 등을 대상으로 삼았다.물신에 사로잡혀 유희와 축재의 도구가 되고 궤변에 의해 희화화하는 우리 시대의 건축과 주거 현실에 대한 비판도 통렬하게 쏟아낸다.1만8000원.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로버트 레슬러 지음,황정하 등 옮김,바다출판사 펴냄) 미연방수사국에서 범죄심리분석관으로 근무하면서 연쇄살인범 수사로 명성을 날린 로버트 레슬러의 수사기록.희생자의 상태나 주변환경,연쇄 범죄에 따른 공통된 증거만 가지고 범인의 인상을 분석해 내는 그의 ‘프로파일링(profiling) 기법’은 난해한 범죄수사에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세계적으로 과학적인 수사기법으로 평가받고 있다.저자는 한번 살인을 한 뒤 시차를 두어 유사한 방법으로 살인을 반복하는 범죄자들을 일컬어 ‘연쇄살인범(serial killer)’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인물로도 유명하다.1만2800원. ●왜? 사랑했을까(폴 아론 지음,김영실 옮김,지상사 펴냄) 세기의 연인으로 주목받은 24쌍의 사랑을 들여다봤다.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의 부인 이디스는 1919년 남편이 뇌일혈로 쓰러지자 대통령 업무를 대신 수행했다.대통령의 아내로 임기 말까지 권력을 행사한 경우는 이디스가 유일하다.미국 메이저 리그 최고의 타자였던 조 디마지오와 섹시 스타 마릴린 먼로의 결혼은 성격차이로 깨졌다.9500원.
  • [이런 책 어때요]

    ●이탈리아 기행1·2/괴테 지음 괴테의 이탈리아 체류가 그의 삶과 문학에 끼친 영향은 엄청나다.지인들의 도움으로 그는 미술을 공부하고 고대 로마의 유산을 답사하며 사물에 대한 통찰력을 가다듬고 정체성을 되찾았다.고전주의에 대해서도 새롭게 눈떴다.젊은 시절 추구한 질풍노도 경향의 조야함을 극복하고 ‘조용한 위대성과 고귀한 단순성’(빙켈만)을 깨달은 것.규범과 조화를 중시하는 이탈리아의 고전주의는 괴테 작품세계의 새 장을 열었다.자연과학에 조예가 깊던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에서 식물학,기상학,지질학,광물학,동물학,색채학 등에 관한 세심한 관찰기록을 남겼다.각권 1만원. ●상군서(商君書)/상앙 지음 중국 전국시대 진(秦)나라 효공 때의 재상이자,법가의 원조인 공손앙이 지은 것으로 전해지는 고전.상앙이라고도 하는 공손앙은 위나라 공족 출신으로 젊어서부터 형명학(刑名學)을 좋아했다.효공에게 중용된 공손앙은 형법,가족법,토지법 등 다방면에 걸친 대개혁을 단행해 서쪽 변방의 허약한 나라였던 진나라를 강국으로 변모시켰다.그러나 효공이 죽고 혜왕이 즉위한 뒤 그의 엄격한 법치주의에 원한을 품었던 반대파에 의해 거열형(車裂刑,수레에 사지를 묶어 찢어 죽이는 형벌)을 받았다.‘상군서’엔 공손앙의 변법(變法) 개혁사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1만원. ●석유의 종말/폴 로버츠 지음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는 언젠간 바닥이 날 유한자원이다.또한 화석연료를 태울 때마다 온실효과가 가속화돼 기상이변을 가져오는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다.하지만 우리는 이를 망각하고 있다.책은 석유자원의 현실과 한계를 다룬다.지난 1세기 동안 인류가 가스,석유,석탄을 태워 생긴 이산화탄소 때문에 지구의 기온은 화씨 3도나 올랐다. 빙하시대의 종말이 3도의 기온 상승으로 시작됐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심각한 문제다.빙하시대 이후 3도의 기온이 오르는 데 5000년이 걸렸지만 지금의 지구온난화 현상은 100년도 안돼 나타나고 있다.1만 4900원. ●카프카의 프라하/바겐바흐 지음 인간의 불안과 소외를 그린 현대문학의 거장 프란츠 카프카는 세상을 뜨기 직전의 요양소 체류와 몇 번의 짧은 여행을 제외하곤 평생을 프라하에서 보냈다.프라하가 ‘맹수의 발톱’처럼 자신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그는 프라하를 증오하면서도 끝내 떠나지 못했다.카프카의 삶과 문학은 카프카가 태어나고 자란 프라하와 깊이 얽혀 있다.책은 프라하가 작가 카프카의 문학성을 어떻게 키워왔는가를 살핀다.채식주의자인 카프카가 늘 가던 레스토랑,카프카가 잠들어 있는 유대인 공동묘지,즐겨 걷던 산책로까지 낱낱이 훑었다.9500원. ●중국도시 현장보고서/라오창 지음 중국의 각 도시를 경제적·문화적 관점에서 비교 분석.장강삼각주를 이끄는 항저우와 쑤저우,서부경제의 쌍두마차인 충칭과 청두,패션산업으로 이색적인 경쟁을 펼치는 닝보와 다롄은 경쟁과 협력을 거듭해온 라이벌 도시다.지역별 분석을 통해 중국의 3대 경제권인 주강삼각주와 장강삼각주,환발해경제권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상하이를 끼고 있는 주강삼각주는 명실공히 중국 제1의 경제권이며,톈진과 다롄을 품고 있는 환발해경제권은 중공업과 가공산업의 핵심지대다.또 선전 주변의 장강삼각주는 50년 후엔 뉴욕을 따라잡겠다는 야심만만한 곳이다.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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