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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책 선물/강동형 논설위원

    며칠 전 사무실 책상 위에 쪽지와 함께 두툼한 책 한 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선친이 1995년 서울신문에 연재한 ‘소설 징비록’입니다. 그동안 출판되지 않았습니다. 드라마 ‘징비록’을 보면서 깊이 반성해 이번에 책을 냈습니다.” 고인이 된 아버지를 대신해 아들이 출판한 역사소설이다. 제목은 ‘난세의 위대한 만남, 류성룡과 이순신’. 저자는 서기원 전 서울신문 사장이다. 청와대 대변인과 KBS 사장을 지냈다. 현대문학 신인상과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문학 분야에서 족적을 남겼다. 소설이 신문에 연재되던 그즈음 “글쓰기에 매진했더라면 필명을 세상에 떨쳤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아버지를 생각하며 책을 낸 아들의 속 깊은 심성이 전해진다. 처음으로 책을 선물받은 건 고등학생 때다. 집에 놀러 온 누나의 친구가 책 한 권을 던져 줬다. “입학 선물이다”라며. 문고판 ‘몽테뉴의 수상록’이었다. 색이 바랜 문고판을 오랫동안 간직했던 기억이 새롭다. 선물은 다 좋은 거라고 한다. 그러나 책 선물에는 특별한 게 하나 더 있다. 주는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이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新국토기행] 충남 부여

    [新국토기행] 충남 부여

    백제의 가장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고, 종내 멸망의 처절한 아픔을 맞았던 고도(古都). 충남 부여군은 백제 문화의 고갱이가 남아 있는 옛 도읍이다. 부여는 백제 사비시대의 수도로 일본 아스카문화를 전수해 지금도 해마다 일본인 수만명이 자신들의 고향으로 여겨 찾는다. 백제 유적지가 가장 풍부히 보존된 곳이기도 하다. 백제가 멸망한 뒤 의자왕이 당나라로 끌려갈 때 백성들이 몰려와 통곡한 금강변 양화면의 유왕산은 여전히 슬픔을 머금고 있는 듯 처연해 보인다. 당나라에서 병사한 의자왕의 묘를 찾아 고국으로 모시려다 흔적조차 못 찾고 중국 북망산의 흙을 파와 능산리고분에 가묘를 쓸 수밖에 없었던 부여군의 노력은 그 슬픔의 또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지난여름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부여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고풍스러운 백제 유적에 롯데리조트와 아웃렛 등 현대시설이 어우러지면서 연간 방문객이 1000만명에 이르는 등 백제 전성기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백제 수도가 옮겨왔을 만큼 물산도 풍족하다. 금강 줄기 백마강이 옥토를 만들어 양송이버섯과 밤이 전국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고, 방울토마토와 멜론 등 시설농업 천국이다. 볼거리 >> ●백제 왕궁터·부소산성·정림사지 등 세계문화유산 관북리 유적은 백제 왕궁터가 있던 곳이다. 건물터, 공방시설, 도로, 연못 등이 확인됐다. 부소산성은 백제의 마지막 왕성이다. 정치의 중심지고, 최후의 방어진지였다. 당시에는 사비성으로 불렸다. 둘레 2㎞가 넘는 성 안에 낙화암, 사자루 등 많은 유적이 있다. 나성은 수도를 보호하기 위해 쌓은 둘레 8㎞의 성으로 시가지 외곽을 둘러싸고 있다. 지금은 약간의 흔적만 남아 있다. 정림사지는 백제의 중심 사찰이 있던 자리다. 5층 석탑 등이 남아 있다. 백제가 수도를 옮기면서 창건해 멸망하면서 화재로 소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석탑과 금당 등이 남북 일직선으로 배치돼 백제 가람의 전형을 보인다. 능산리고분군은 왕과 왕족의 무덤이 있는 데다. 백제 후기 묘 형태를 알 수 있는 전형적인 석실분들이다. 찬란한 백제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백제금동대향로(국보 287호)가 1993년 발굴돼 엄청난 반향을 불러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연못 ‘궁남지’ 백제 무왕이 634년 궁궐 남쪽에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연못이다. 기록은 “연못을 파고 20여리 수로를 내 물을 끌어들였다. 물가에 버드나무를 심고 가운데에 섬을 만들었다”고 전한다. 신선과 불로초가 살고 황금궁궐이 있는 중국의 전설 속 이상향인 삼신산을 본떴다고 한다. 궁남지는 통일신라 문무대왕 때 만들어진 경주 안압지에 큰 영향을 미쳤고, 일본 정원 문화의 원조가 됐다. 서동(무왕)의 탄생 설화와 신라 선화공주 사이의 사랑 이야기가 깃든 곳이기도 하다. 1965년 3분의1 규모로 복원됐다. 군은 2002년부터 이곳에 연꽃을 심어 여름철마다 ‘부여 서동연꽃축제’를 열고 있다. 7~8월 궁남지에는 홍련, 백련, 수련 등 갖가지 연꽃이 활짝 피어 사람들을 황홀하게 한다. ●백제 왕궁 재현한 첫 역사단지 ‘백제문화단지’ 백제 왕궁을 재현한 첫 역사단지다. 1994년 착공됐으나 예산 등 문제로 17년 후인 2010년 완공됐다. 백제시대의 다양한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왕궁인 사비궁, 대표 사찰인 능사, 계층별 주거문화를 보여주는 생활문화마을, 개국 초 궁성인 위례성, 묘제 등이 있다. 2006년 문을 연 백제역사문화관은 전국 유일의 백제사 전문 박물관으로 갖가지 전시실을 갖추고 있어 문화대국이었던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천재시인 김시습이 말년에 머물다가 세상 떠난 곳 ‘무량사’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이 되자 평생 은둔한 천재시인 매월당 김시습이 말년에 머물다가 세상을 떠난 곳으로 유명하다. 김시습 영정(보물 1497호)이 있다. 외산면 만수산 기슭에 위치한다. 언제 창건했는지 정확하지 않으나 신라 말 범일 국사가 세웠고, 수차례 공사를 거쳤다고 전해진다. 고려 때 크게 재건됐으나 임진왜란 때 전소됐다. 이후 극락전 등이 다시 세워졌고, 조선조 명승 진묵대사가 거처했었다. 극락전과 석등, 오층석탑, 미륵불괘불탱 등 보물이 많지만 호젓한 분위기가 가을에 잘 어울려 나들이 장소로 좋다.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촬영지 ‘서동요테마파크’ 요즘 인기 있는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촬영지다. 원래는 2005년 서동과 선화공주의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그린 첫 백제 드라마 ‘서동요’의 오픈세트장으로 조성됐다. 이후 ‘대풍수’, ‘태왕사신기’, ‘계백’, ‘조선총잡이’ 등 인기 드라마 촬영도 일부 이곳에서 이뤄졌다. 부지 1만여평에 백제·신라왕궁, 왕궁촌, 태학사, 하늘재, 저잣거리가 조성돼 있다. 계백 장군이 태어난 충화면 천등산 자락에 있어 경관이 수려하다. 세트장을 둘러싼 덕용저수지 주변 산책로는 백미다. 세트장 옆에 청소년수련원이 있어 숙박이 가능하고 짚라인 등 모험시설도 갖추고 있다. ●‘신동엽문학관’엔 옷·신분증·도장·편지·육필 원고 전시 ‘껍데기는 가라’를 쓴 신동엽(1930~69) 시인이 부여읍 동남리 출신이다. 생가 옆에 있다. 문학관에 시인이 입던 옷, 신분증, 도장, 편지와 함께 육필 원고 대부분이 전시돼 있다. 시인의 딸이 아버지를 그린 초상화도 있다. 묘는 능산리 앞산에 있다. 경기 파주에 있던 것을 1993년 옮겼다. 서사시 ‘금강’ 등 치열한 창작 속에서 1960년대 김수영과 함께 빼어난 참여시의 지평을 활짝 열었던 현대문학의 거인이 작고한 지 24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시비는 1970년 시인 박두진·구상과 소설가 최일남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백마강 기슭에 세워졌다. 문학관은 매년 봄 신동엽 시인 전국 고교 백일장, 가을에 문학축제를 열어 시인의 시 세계를 기리고 있다. 먹거리 >> ●서동·선화공주 이야기 깃든 연잎밥과 마밥, 그리고 백련차 세 가지 모두 서동(무왕), 선화공주와 관련이 있다. 연잎밥은 찹쌀과 밤, 대추, 잣을 연잎에 싸서 찜통에 쪄낸 밥이다. 연잎 향기가 은은히 배어 있다. 고소하고 찰기도 있다. 연잎에 철분, 비타민 E가 풍부해 성인병 예방에 좋다. 서동이 선화공주의 향수를 달래주려고 배를 띄워 놀았다는 궁남지에 연꽃이 지천이어서 부여 주민들이 이를 따다가 밥을 해먹은 데서 유래한다. 연꽃은 선화공주의 ‘선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연꽃으로 만든 백련차도 부여의 대표 식음료다. 절에서 스님들이 수양할 때 많이 마셔 삶을 음미하면서 즐기는 차로 제격이다. 마밥은 달콤한 마를 넣어 지은 밥이다. 마는 서동의 트레이드 마크다. 생마와 달리 마밥은 담백하고 고소하다. ●조선조 때 왕가에 진상한 물고기 ‘우여회 ’ 위어, 웅어 등 다른 이름도 많지만 부여에서는 ‘우여’라고 부른다. 봄이 오면 금강하굿둑에서 성어가 돼 돌아온 우여를 그물로 잡는다. 이때에는 주로 강어귀에서 머물기 때문이다. 몸길이가 30㎝ 정도로 잔 비늘에 빛깔이 은색을 띤다. 조선조 때 왕가에 진상한 물고기라고 해서 진귀하게 여긴다. 우여를 잘게 썰어 채소와 갖은 양념을 넣어 버무리면 고소하고도 매콤한 맛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백제 의자왕도 즐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재미있는 것은 백제가 망한 뒤 당나라 군사들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돌 밑에 숨어 의리를 지켰다고 해서 ‘의어’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점이다. 자양강장 효과가 있어 몸이 허해지는 봄철 보양식으로 부여의 여러 식당에서 팔지만 맛을 볼 수 있는 때가 매년 4~5월에 그쳐 아쉬움이 있는 음식이다. ●방울토마토·양송이버섯·멜론·수박·딸기 등 부여 8미(味) 부여군이 지정해 키우고 있는 방울토마토, 양송이버섯, 멜론, 수박, 딸기, 밤, 표고버섯, 오이를 일컫는다. 일조량이 풍부해 하나같이 맛이 뛰어나고, 색깔도 좋다. 백마강변 농토여서 토질이 비옥하고 물 빠짐이 좋아 작물이 잘 자란다. 군에서 공동 출하하는 등 품질관리를 철저히 한다. 공동 브랜드 ‘굿뜨래’로 판매하고 인기도 높다. 특히 양송이버섯은 전국 생산량의 45%에 이른다. 방울토마토는 13%, 표고버섯은 11%, 수박은 8%로 대부분 전국구 특산물이다. 수박은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단물이 풍부하다. 게다가 전국 생산량의 20%인 밤은 ‘맛밤’으로 가공돼 전국 슈퍼마켓, 편의점 등에서 인기가 선풍적이다. 중국산과 달리 밤 고유의 맛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여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문화유랑기]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문화유랑기]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김소월의 시 ‘부모’...아이가 던진 '존재론적 물음' 우리네 시인들 중에 소월만큼 그 시를 노랫말로 많이 징발당한 시인도 없을 것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한을 7·5조의 정형률과 토속어에 담아 절절하게 노래한 것이 그러한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한국 현대문학사 100년에서 최고의 시인으로 선정된 바 있는 소월은 '한국인의 심상을 최고의 격조로 수용한' 시인, '우리 시대 최고의 높이에 도달한' 위대한 시인이라는 평가를 후대의 평자들에게서 받았다. 가곡과 가요로 대중에게 친숙해진 그의 시 중에 '부모'라는 작품이 있다. 1968년 세상에 선보인 이래 어버이날이 있는 오월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이 노래는 이제 가요로서는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만큼 명곡이 되었다. 우선 이 시를 먼저 한번 감상하고 지나가기로 하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겨울의 기나긴 밤,어머님하고 둘이 앉아옛 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이 이야기 듣는가?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김소월 시 '부모' 전문 (노랫말에는 원문 맨 끝의 '알아보랴'가 알아보리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운율상의 문제로 수정한 것으로 보이며, 뜻에는 별 차가 없는 듯하다.) 나 역시 이 시를 노래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 노랫말을 듣는 순간 범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그것이 소월의 시라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 이 시의 해석에 있어서는 제목 '부모'가 시사하듯이 '효심'에 초점을 맞춰 풀이한 것이 대세인 듯하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풀이이다.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라는 함축적인 말에서 부모를 알기 위해 내가 부모가 되어 그 마음을 헤아려 보기 전까지는 부모가 나를 어떻게 입히고 키우셨겠는가라는 것을 짐작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것일 것이다." (<김소월 전작 시집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정음사)에서> 또는 1920년대라는 일제 강점기의 엄혹한 시대를 사는 한 천재시인이 '역사적 존재로서의 자신의 운명론을 아프게 토로한 시'라는 시각으로 해석을 하는 이들도 없지 않은 듯하다. 물론 그런 해석들을 할 만한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먼저 소월이 첫 연에 제시한 저 '공간'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겨울의 기나긴 밤,어머님하고 둘이 앉아옛 이야기 들어라. 저 공간은 천지사방이 칠흑의 어둠으로 싸여 있는, 호롱불 하나가 힘겹게 어둠을 밀어내며 만들어내고 있는 한줌의 원초적인 공간이다. 그것도 낙엽지는 소리만 우수수 들려올 뿐인 겨울밤의 시공간이다. 이 같은 원초적인 시공간 안에 두 모자는 마주 앉아 있고, 아이는 엄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아이는 스스로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나는 어쩌다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하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내용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어쩌다가 생겨나서 이 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 걸까 하는 근원적인 의문이 아니었을까? 자의식에 눈뜨기 시작한 아이가 최초로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존재론적인 질문- 아, 내가 어쩌다 여기 있게 된 것일까? 그것은 17세기 철학자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가 한 저 원초적인 질문, '이 세상에는 왜 아무것도 없지 않고 무엇인가가 있는가?'란 물음과도 닿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다음에 한 말,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한 것은 그 물음에 지금 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한 말이리라. 그래서인지 아이는 어머님에게 그런 물음을 던지지는 않았다. 자신이라는 존재의 근원이 되는 '부모'가 되어서 알아보려 한다는 다짐이 그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소월은 자신의 어느 시 뒤에 쓴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시작(詩作)의 가치 여하는 적어도 그 시작에 나타난 음영(陰影)의 여하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음영의 가치 여하를 식별하기는, 곧 시작을 비평하기는 지난(至難)의 일인 줄로 생각합니다." 위 시 '부모'의 음영은 짧은 두 연이 지닌 단순한 진술 속에 숨어 있는 웅숭 깊은 존재론적 의미가 아닐까? '효심'이라든가, 옛 이야기 같은 것을 굳이 음영이라 할 수 있을까? 기나긴 겨울밤에 어머니에게 옛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하는 존재론적 자의식에 눈을 뜬 그 아이는 나중에 자라서 시인이 되었다. 그저 그런 시인이 된 것이 아니라, 대시인이 된 것이다. 위의 시에 구사된 시어들 속에 어려운 단어는 하나도 없다. 정말 평이하기 짝이 없는 낱말들로 소월은 이처럼 웅숭 깊은 음영의 시를 만들어낸 것이다. 소월을 천재시인이라 하는 연유도 여기 있을 것이다. 일찍이 작가 김동인은 “소월의 시는 시골 과부라도 넉넉히 이해할 것이었다” 라는 찬사와 함께 “조선말 구사의 귀재-그것이 우리의 시인 소월이었다”라고 극찬하기까지 했다.​ 물론 나의 이런 해석이 시인의 마음과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를 그렇게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은 독자의 자유이고, 그런 음영을 깔아놓은 시인 역시 바라는 바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음영이 풍부한 시일수록 명시가 된다는 점에서, 소월의 '부모'는 걸작이라는 이름에 값한다고 할 것이다. 소월의 저물녘은 참으로 스산했다. 스물 안팍의 5,6년 동안 불꽃처럼 맹렬히 시를 쏟아냈던 소월은 고향 곽산으로 돌아간 후 조부의 광산업을 돕다가 일이 실패하자 처가인 구성군으로 이사해, 동아일보 지국을 경영했다. 그러나 그마저 실패하는 바람에 심한 가난과 실의 속에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시골 장터에서 산 아편을 먹고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1934년, 그의 가슴에 '부모'의 시상이 처음으로 심어졌던 계절인 12월 24일이었다. 향년 33세. 4남 2녀를 둔 그의 자손 가운데 손녀와 증손녀가 남한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손녀는 성악가 김상은으로, 몇해 전 그의 증조 외할아버지의 시로 된 노래를 모아 음반을 내기도 했다. 내로라 하는 수많은 가수들이 부른 소월의 명작 '부모'-. 그런 기분으로 다시 한번 감상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동영상 www.youtube.com/embed/XhSHtm2KGGE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김소월의 시 ‘부모’에 대한 한 생각-자의식 눈뜬 아이가 최초로 던진 ‘존재론적 물음’

    김소월의 시 ‘부모’에 대한 한 생각-자의식 눈뜬 아이가 최초로 던진 ‘존재론적 물음’

    -자의식에 눈뜬 아이가 최초로 던진 '존재론적 물음' 우리네 시인들 중에 소월만큼 그 시를 노랫말로 많이 징발당한 시인도 없을 것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한을 7·5조의 정형률과 토속어에 담아 절절하게 노래한 것이 그러한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한국 현대문학사 100년에서 최고의 시인으로 선정된 바 있는 소월은 '한국인의 심상을 최고의 격조로 수용한' 시인, '우리 시대 최고의 높이에 도달한' 위대한 시인이라는 평가를 후대의 평자들에게서 받았다. 가곡과 가요로 대중에게 친숙해진 그의 시 중에 '부모'라는 작품이 있다. 1968년 세상에 선보인 이래 어버이날이 있는 오월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이 노래는 이제 가요로서는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만큼 명곡이 되었다. 우선 이 시를 먼저 한번 감상하고 지나가기로 하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겨울의 기나긴 밤,어머님하고 둘이 앉아옛 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이 이야기 듣는가?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김소월 시 '부모' 전문 (노랫말에는 원문 맨 끝의 '알아보랴'가 알아보리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운율상의 문제로 수정한 것으로 보이며, 뜻에는 별 차가 없는 듯하다.) 나 역시 이 시를 노래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 노랫말을 듣는 순간 범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그것이 소월의 시라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 이 시의 해석에 있어서는 제목 '부모'가 시사하듯이 '효심'에 초점을 맞춰 풀이한 것이 대세인 듯하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풀이이다.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라는 함축적인 말에서 부모를 알기 위해 내가 부모가 되어 그 마음을 헤아려 보기 전까지는 부모가 나를 어떻게 입히고 키우셨겠는가라는 것을 짐작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것일 것이다." (<김소월 전작 시집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정음사)에서> 또는 1920년대라는 일제 강점기의 엄혹한 시대를 사는 한 천재시인이 '역사적 존재로서의 자신의 운명론을 아프게 토로한 시'라는 시각으로 해석을 하는 이들도 없지 않은 듯하다. 물론 그런 해석들을 할 만한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먼저 소월이 첫 연에 제시한 저 '공간'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겨울의 기나긴 밤,어머님하고 둘이 앉아옛 이야기 들어라. 저 공간은 천지사방이 칠흑의 어둠으로 싸여 있는, 호롱불 하나가 힘겹게 어둠을 밀어내며 만들어내고 있는 한줌의 원초적인 공간이다. 그것도 낙엽지는 소리만 우수수 들려올 뿐인 겨울밤의 시공간이다. 이 같은 원초적인 시공간 안에 두 모자는 마주 앉아 있고, 아이는 엄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아이는 스스로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나는 어쩌다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하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내용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어쩌다가 생겨나서 이 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 걸까 하는 근원적인 의문이 아니었을까? 자의식에 눈뜨기 시작한 아이가 최초로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존재론적인 질문- 아, 내가 어쩌다 여기 있게 된 것일까? 그것은 17세기 철학자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가 한 저 원초적인 질문, '이 세상에는 왜 아무것도 없지 않고 무엇인가가 있는가?'란 물음과도 닿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다음에 한 말,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한 것은 그 물음에 지금 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한 말이리라. 그래서인지 아이는 어머님에게 그런 물음을 던지지는 않았다. 자신이라는 존재의 근원이 되는 '부모'가 되어서 알아보려 한다는 다짐이 그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소월은 자신의 어느 시 뒤에 쓴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시작(詩作)의 가치 여하는 적어도 그 시작에 나타난 음영(陰影)의 여하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음영의 가치 여하를 식별하기는, 곧 시작을 비평하기는 지난(至難)의 일인 줄로 생각합니다." 위 시 '부모'의 음영은 짧은 두 연이 지닌 단순한 진술 속에 숨어 있는 웅숭 깊은 존재론적 의미가 아닐까? '효심'이라든가, 옛 이야기 같은 것을 굳이 음영이라 할 수 있을까? 기나긴 겨울밤에 어머니에게 옛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하는 존재론적 자의식에 눈을 뜬 그 아이는 나중에 자라서 시인이 되었다. 그저 그런 시인이 된 것이 아니라, 대시인이 된 것이다. 위의 시에 구사된 시어들 속에 어려운 단어는 하나도 없다. 정말 평이하기 짝이 없는 낱말들로 소월은 이처럼 웅숭 깊은 음영의 시를 만들어낸 것이다. 소월을 천재시인이라 하는 연유도 여기 있을 것이다. 일찍이 작가 김동인은 “소월의 시는 시골 과부라도 넉넉히 이해할 것이었다” 라는 찬사와 함께 “조선말 구사의 귀재-그것이 우리의 시인 소월이었다”라고 극찬하기까지 했다.​ 물론 나의 이런 해석이 시인의 마음과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를 그렇게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은 독자의 자유이고, 그런 음영을 깔아놓은 시인 역시 바라는 바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음영이 풍부한 시일수록 명시가 된다는 점에서, 소월의 '부모'는 걸작이라는 이름에 값한다고 할 것이다. 소월의 저물녘은 참으로 스산했다. 스물 안팍의 5,6년 동안 불꽃처럼 맹렬히 시를 쏟아냈던 소월은 고향 곽산으로 돌아간 후 조부의 광산업을 돕다가 일이 실패하자 처가인 구성군으로 이사해, 동아일보 지국을 경영했다. 그러나 그마저 실패하는 바람에 심한 가난과 실의 속에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시골 장터에서 산 아편을 먹고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1934년, 그의 가슴에 '부모'의 시상이 처음으로 심어졌던 계절인 12월 24일이었다. 향년 33세. 4남 2녀를 둔 그의 자손 가운데 손녀와 증손녀가 남한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손녀는 성악가 김상은으로, 몇해 전 그의 증조 외할아버지의 시로 된 노래를 모아 음반을 내기도 했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책꽂이]

    [책꽂이]

    남자 50, 다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최창환 지음, 끌리는책 펴냄) 50대 중년은 더이상 젊지 않지만 아직 늙지도 않았다. 삶의 열정과 성찰을 함께 지녔음을 뜻한다. 나이 들어감에 대한 인정과 그 속에서 발견하는 희망을 담았다. 232쪽. 1만 3000원. 아이반찬, 어른반찬(최세진 지음, 조선앰북 펴냄) 아이에게 반드시 먹여야 할 필수 식재료 100가지, 그리고 그 재료로 아이 반찬을 만들면서 동시에 남편 입맛에도 맞을 안주 같은 반찬을 소개한다. 280쪽. 1만 5800원. 비평가의 임무(테리 이글턴·매슈 보몬트 지음, 문강현준 옮김, 민음사 펴냄) 대담의 형태를 띄지만 저명한 문학이론가이자 비평가인 테리 이글턴의 자서전 성격이 짙다. 그의 삶과 사상적 행로, 현대 문학비평담론과의 교유 등이 촘촘하다. 608쪽. 2만 5000원. 이제는 기본권 개헌이다(신기남 지음, 나무와숲 펴냄) 집권형태를 중심으로 놓고 펼쳐지는 개헌 논의는 정략적일 수밖에 없다. 변화하는 시대 속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헌 논의의 전환을 조목조목 짚었다. 256쪽. 1만 5000원. 꿈을 만드는 달빛 공장(존 로코 지음, 천미나 옮김, 다림 펴냄) 주인공 ‘엘리’가 몇 달째 계속되는 악몽을 물리치기 위해 달빛 공장에서 겪는 모험담을 그렸다. 두려움을 물리칠 희망과 용기는 이미 마음 깊은 곳에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48쪽. 1만원. 식물은 어떻게 겨울나기를 하나요?(한영식 지음, 남성훈 그림, 다섯수레 펴냄)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다시 새싹과 잎을 틔우는 식물의 경이로움에 대한 찬탄이다. 아름다운 세밀화(細密畵)와 자세한 설명이 이해를 돕는다. 32쪽. 1만 2000원. 목련정전(최은미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0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지옥에 대해 탐구한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렸다. 개인들의 정념과 강박이 모여 아비지옥을 이루는 우리 삶의 민낯을 볼 수 있다. 356쪽. 1만 3000원.
  • 문학평론가 故김치수 전집 첫 출간

    비판 양식으로서의 비평을 개념화하고 현대문학 비평의 기틀을 마련한 문학평론가 김치수(1940~2014)의 역작들이 전집으로 집대성된다. 김치수는 계간 ‘문학과지성’을 창간하고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를 세우는 데 참여한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다. 문학과지성사는 그의 임종 이후 ‘김치수 문학전집’ 간행위원회를 구성해 그의 문학적 성과에 대해 논의해 불문학 연구서와 번역서를 제외한 10권의 문학전집을 간행하기로 했다. 문학과지성사는 지난 14일 그의 타계 1주년에 맞춰 ‘김치수 문학전집’ 1차분을 출간했다. 두 번째 권인 ‘문학사회학을 위하여’와 열 번째 마지막 권인 ‘화해와 사랑’ 두 권을 먼저 내놨다. 내년 완간 예정이다. ‘문학사회학을 위하여’는 1979년 10월에 나왔다. 죄르지 루카치, 뤼시앵 골드만, 롤랑 바르트, 알랭 로브그리예 등의 문학사회학과 구조주의 문학 이론을 중심으로 사조와 반(反)사조를 고찰하고 산업사회와 여성해방 등을 의제로 다뤘다. 문학평론가 우찬제는 “사회 시학과 형식 시학의 통합을 통해 문학과 문화, 비평의 주변성을 극복하고자 했던 당시의 비평적 노고는 4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그 진가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화해와 사랑’은 생전 마지막 저서 ‘상처와 치유’ 이후 쓰인 말년 유작 가운데 비평적 성격의 글들만 모아 정리한 것이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박경리와 이청준, 그의 문학의 출발이었던 염상섭과 김승옥, 당대 현실을 들여다보게 한 박완서와 김주영 등에 대한 비평에는 그의 문학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은 “운명적인 삶의 성찰인 동시에 자유를 향한 그의 문학적 의지를 보여주며 이 세계에 존재해 왔다는 증거가 되는 기억의 표지”라고 평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부고] ‘직녀에게’ 작사한 문병란 시인

    [부고] ‘직녀에게’ 작사한 문병란 시인

    ‘직녀에게’를 작사한 시인 문병란 전 조선대 교수가 25일 별세했다. 80세. 전남 화순 출신인 고인은 1961년 조선대학교 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이듬해 ‘현대문학’에 김현승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1988년 조선대 국문과 조교수에 임용됐고,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와 5·18기념재단 이사를 역임했다. 가수 김원중이 불러 널리 알려진 ‘직녀에게’를 썼다. 1970년대 ‘죽순 밭에서’, ‘벼들의 속삭임’ 등을 발표하며 저항 의식을 바탕으로 한 민중문학을 선보였고, 이후 민주화 운동에 투신해 민족시인으로서 후배 문인들의 존경을 받았다. 2009년 제1회 박인환 시문학상과 요산문학상, 전남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빈소는 조선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은 29일 오전 8시. 장례는 ‘민족시인 문병란 선생 민주시민장 장례위원회’가 시민사회장으로 치를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아들 찬기(한의사)씨, 딸 명아·정아(조선대 중앙도서관 사서)·현화(무용가)씨와 사위 김종두(시사만화가)·오영일(서양화가)·김안섭(무용가)씨, 며느리 박수진(광주중 교사)씨 등이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베스트셀러] 유홍준·이석원 신간 새로 진입

    9월 들어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와 ‘에세이스트’ 이석원의 신간이 함께 20위권에 신규 진입하며 주목받았다. 유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권 ‘남한강편’으로 15위, 이 작가는 한 여자와의 만남을 모티브로 삼아 연작 형태로 엮은 에세이집 ‘언제 들어도 좋은 말’로 18위에 진입했다. 영화 마션의 원작소설인 앤디 위어의 ‘마션’이 3계단 오른 8위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주요 순위에 별다른 변동은 없다. 다음은 한국출판인회의가 지난 10~16일까지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 8곳이 판매한 책 부수를 종합한 9월 3주차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다. 1.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인플루엔셜) 2.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사이토 다카시·위즈덤하우스) 3.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다산책방) 4.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채사장·한빛비즈) 5. 글자전쟁 (김진명·새움) 6.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2 (백종원·서울문화사) 7.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너머 편 (채사장·한빛비즈) 8. 마션 (앤디 위어·알에이치코리아) 9. 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달) 10.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현대문학) 11. 비밀의 정원 (조해너 배스포드·클) 12. 3년 후 미래(김영익·한스미디어) 13.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박광수·예담) 14. 일 센티 아트 (김은주, 양현정·허밍버드) 15.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유홍준·창비) 16.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카트린 지타·걷는나무) 17. 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한겨레출판) 18.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석원·그책) 19.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조훈현·인플루엔셜) 20. 2016 전한길 한국사 합격생 필기노트 (전한길·에스티앤북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가을이네… 예술·문학 담긴 ‘책 한모금’

    가을이네… 예술·문학 담긴 ‘책 한모금’

    애정 어린 시선으로 예술과 문학을 다룬 번역서와 평론집이 나란히 나왔다. 원로 문학평론가 황현산(70)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가 번역한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의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문학동네)과 문학평론가 김종회(60) 경희대 국문과 교수의 문학담론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다’(문학수첩)다. ‘파리의 우울’에는 보들레르의 산문시 50편이 실렸다. 예술가가 세상에 대처하는 태도, 예술의 주제 표현에 대한 고민 그리고 예술의 오랜 이상과 그 현대적 실천에 대한 고뇌를 담았다. 예술의 사회적 타락이 뿌리내리는 과정을 고발하고 예술의 악마성도 성찰했다. 보들레르는 1862년 ‘라 프레스’지 주간인 아르센 우세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서문을 대신했다. 그는 편지글에서 자신의 산문시를 “리듬도 각운도 없이 음악적이며 혼의 서정적 약동에, 몽상의 파동에, 의식의 소스라침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유연하고 충분히 거친, 어떤 시적인 산문”이라고 정의했다. 보들레르의 말처럼 산문시들은 시적 선율이나 박자를 염두에 두지 않은 거친 산문으로 쓰였다. 시의 전개도 기승전결 같은 전통적인 구성을 따르지 않고 수사법도 은유보다는 환유와 알레고리를 주로 사용했다. 황 교수는 “‘시적 산문’은 보들레르 이전에도 많았지만 산문시를 쓴 것은 보들레르가 처음”이라며 “보들레르는 산문으로 시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산문적인 현실에서 시적인 것을 찾아내 그것을 산문으로 기술했다. 그는 자기 시대의 산문적 현실에서 건져 올린 산문적인 언어를 시의 높이로 끌어올리는 시인”이라고 평했다. 기존 번역본들과는 달리 시마다 면밀하고 충실한 주해가 달렸다. 출판사는 “보들레르 문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묻어나는 주해는 수많은 보들레르 연구서를 아우르는 정수이며 독자적으로 아름다운 또 한 편의 산문”이라고 소개했다.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다’는 김 교수가 3년 넘게 한국 문학에 대해 연구한 성과물이다. ‘인본주의’ 관점에서 우리 시대 문학을 우호적이고 성의 있게 들여다보며 한국문학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김 교수는 “문학은 근본적으로 인본주의 토양에서 개화하는 예술 장르”라고 규정했다. “인본주의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소중히 여기고 인간이 지닌 품성과 역량, 꿈과 행복을 귀하게 여기는 주의주장이다. 지금까지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문인 모두 인간에 대한 탐구와 구원에의 의지를 바탕으로 글을 썼다.” 5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한국 근현대문학의 전개 과정에서 새롭게 성찰해 봐야 할 주제들을 다뤘다. 2장은 작가들이 동시대 삶의 환경을 어떻게 소설의 서사로 바꾸는지, 3장은 시인들이 자신이 당착한 삶의 비의를 어떻게 감성적 언어로 치환하는지를 살폈다. 4장은 아동·청소년 문학과 유명 해외 서사 작품들을 통해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는 방식을, 5장은 미국에서 모국어로 글을 쓴 문인들의 작품을 탐색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보들레르가 산문시로 건져올린 예술의 타락

    보들레르가 산문시로 건져올린 예술의 타락

    애정 어린 시선으로 예술과 문학을 다룬 번역서와 평론집이 나란히 나왔다. 원로 문학평론가 황현산(70)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가 번역한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의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문학동네)과 문학평론가 김종회(60) 경희대 국문과 교수의 문학담론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다’(문학수첩)다. ‘파리의 우울’에는 보들레르의 산문시 50편이 실렸다. 예술가가 세상에 대처하는 태도, 예술의 주제 표현에 대한 고민 그리고 예술의 오랜 이상과 그 현대적 실천에 대한 고뇌를 담았다. 예술의 사회적 타락이 뿌리내리는 과정을 고발하고 예술의 악마성도 성찰했다. 보들레르는 1862년 ‘라 프레스’지 주간인 아르센 우세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서문을 대신했다. 그는 편지글에서 자신의 산문시를 “리듬도 각운도 없이 음악적이며 혼의 서정적 약동에, 몽상의 파동에, 의식의 소스라침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유연하고 충분히 거친, 어떤 시적인 산문”이라고 정의했다. 보들레르의 말처럼 산문시들은 시적 선율이나 박자를 염두에 두지 않은 거친 산문으로 쓰였다. 시의 전개도 기승전결 같은 전통적인 구성을 따르지 않고 수사법도 은유보다는 환유와 알레고리를 주로 사용했다. 황 교수는 “‘시적 산문’은 보들레르 이전에도 많았지만 산문시를 쓴 것은 보들레르가 처음”이라며 “보들레르는 산문으로 시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산문적인 현실에서 시적인 것을 찾아내 그것을 산문으로 기술했다. 그는 자기 시대의 산문적 현실에서 건져 올린 산문적인 언어를 시의 높이로 끌어올리는 시인”이라고 평했다. 기존 번역본들과는 달리 시마다 면밀하고 충실한 주해가 달렸다. 출판사는 “보들레르 문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묻어나는 주해는 수많은 보들레르 연구서를 아우르는 정수이며 독자적으로 아름다운 또 한 편의 산문”이라고 소개했다.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다’는 김 교수가 3년 넘게 한국 문학에 대해 연구한 성과물이다. ‘인본주의’ 관점에서 우리 시대 문학을 우호적이고 성의 있게 들여다보며 한국문학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김 교수는 “문학은 근본적으로 인본주의 토양에서 개화하는 예술 장르”라고 규정했다. “인본주의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소중히 여기고 인간이 지닌 품성과 역량, 꿈과 행복을 귀하게 여기는 주의주장이다. 지금까지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문인 모두 인간에 대한 탐구와 구원에의 의지를 바탕으로 글을 썼다.” 5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한국 근현대문학의 전개 과정에서 새롭게 성찰해 봐야 할 주제들을 다뤘다. 2장은 작가들이 동시대 삶의 환경을 어떻게 소설의 서사로 바꾸는지, 3장은 시인들이 자신이 당착한 삶의 비의를 어떻게 감성적 언어로 치환하는지를 살폈다. 4장은 아동·청소년 문학과 유명 해외 서사 작품들을 통해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는 방식을, 5장은 미국에서 모국어로 글을 쓴 문인들의 작품을 탐색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어느 날 문득 맞닥뜨린 질문, 슬픔과 증오… 인간 본성은?

    어느 날 문득 맞닥뜨린 질문, 슬픔과 증오… 인간 본성은?

    ‘선명한 서사’로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소설가 정용준(34)이 인간 본성을 심도 있게 파고들었다. 2011년 소설집 ‘가나’ 이후 4년 만에 낸 두 번째 소설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문학동네)에서다. 첫 소설집 출간 이후 3~4년간 쓴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렸다. 표제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를 비롯해 ‘474번’ ‘개들’ ‘안부’ ‘내려’ ‘미드윈터-오늘 죽는 사람처럼’ ‘이국의 소년’ ‘새들에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네’ 등이다. 작가는 “몇 년간 뭔가에 시달렸거나 의문을 품었거나 골똘히 집중했던 것들을 썼는데, 인간 본성에 대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많았다”고 했다. “본성은 이미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난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내 피엔 왜 이런 습성이 배어 있는 걸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다가도 어느 날 문득 이런 질문과 맞닥뜨리게 될 때가 있다. 그 질문이 타고난 본성에 대한 회의를 품게 한다. 한 개인이 가장 큰 슬픔을 느끼는 건 본성대로 살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거나 자신의 본성이 싫어지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곳곳에서 본성 때문에 스스로를 미워하거나 아버지를 증오하는 인물들을 접할 수 있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사람을 죽인 살인자의 이야기를 다룬 ‘474번’, 아내를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불치병에 걸려 출소한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을 그린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가 대표적이다. 작가는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와 ‘474번’은 같은 계절에 같은 주제로 함께 쓴 작품”이라고 했다. “주인공들은 자신의 이런 점이 너무 싫은데 그것을 그토록 증오했던 아버지에게 물려받았다는 걸 인식하게 되면서 자신들을 미워하게 된다. 자신을 미워하는 것보다 슬픈 게 또 있을까. 그렇게 태어나버린 이들의 슬픔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인간의 본성을 가정과 사회, 두 측면에서 접근하기도 했다. “본성은 기본적으로 부모에게 물려받는다. 부모에게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일차적인 슬픔은 가정에서 일어난다. 사회 구성원으로 살 때는 본성을 더더욱 통제받는다. 게으르게 살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인간 본성은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고 압박을 받는다. 사회의 모든 제도 안에서 개인은 억압을 받고 그 제도들과 싸우면 싸울수록 더욱 상처를 받을 뿐이다.” 군 의문사를 다룬 ‘안부’도 인상적이다. 작품 속 어머니는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장례를 치르지 않고 아들의 시신을 6~7년간 냉동실에 보관한다. “아무리 큰 사건·사고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본질은 퇴색하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세월호 참사’도 1년이 지났을 뿐인데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자녀를 잃은 부모들은 그대로인데, 본질은 하나도 변한 게 없는데, 사람들은 이제 그 이야기를 꺼내는 걸 지겹다고 여긴다. 이런 남겨진 이들의 슬픔과 쓸쓸함을 다루고 싶었다.” 2009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작가는 “소설이 좋다”고 했다. “아무 힘도 없는 문장 한 줄과 허구의 이야기가 나를 지키고 보호한다는 환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 내 곁에 서서 말을 들어주고 종종 대화도 나눈다고 믿는 망상과 어리석음, 이 모든 것들이 좋다. 소설이 세계를 바꿀 수는 없지만 사람은 바꾼다. 쓰는 자도 읽는 자도 바뀐다. 경험으로 깨달은 유일한 믿음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인간이 가장 슬플 때는 자신 본성대로 살 수 없을 때”

    “인간이 가장 슬플 때는 자신 본성대로 살 수 없을 때”

    ‘선명한 서사’로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소설가 정용준(34)이 인간 본성을 심도 있게 파고들었다. 2011년 소설집 ‘가나’ 이후 4년 만에 낸 두 번째 소설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문학동네)에서다. 첫 소설집 출간 이후 3~4년간 쓴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렸다. 표제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를 비롯해 ‘474번’ ‘개들’ ‘안부’ ‘내려’ ‘미드윈터-오늘 죽는 사람처럼’ ‘이국의 소년’ ‘새들에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네’ 등이다. 작가는 “몇 년 간 뭔가에 시달렸거나 의문을 품었거나 골똘히 집중했던 것들을 썼는데, 인간 본성에 대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많았다”고 했다. “본성은 이미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난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내 피엔 왜 이런 습성이 배어 있는 걸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다가도 어느 날 문득 이런 질문과 맞닥뜨리게 될 때가 있다. 그 질문이 타고난 본성에 대한 회의를 품게 한다. 한 개인이 가장 큰 슬픔을 느끼는 건 본성대로 살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거나 자신의 본성이 싫어지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곳곳에서 본성 때문에 스스로를 미워하거나 아버지를 증오하는 인물들을 접할 수 있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사람을 죽인 살인자의 이야기를 다룬 ‘474번’, 아내를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불치병에 걸려 출소한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을 그린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가 대표적이다. 작가는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와 ‘474번’은 같은 계절에 같은 주제로 함께 쓴 작품”이라고 했다. “주인공들은 자신의 이런 점이 너무 싫은데 그것을 그토록 증오했던 아버지에게 물려받았다는 걸 인식하게 되면서 자신들을 미워하게 된다. 자신을 미워하는 것보다 슬픈 게 또 있을까. 그렇게 태어나버린 이들의 슬픔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인간의 본성을 가정과 사회, 두 측면에서 접근하기도 했다. “본성은 기본적으로 부모에게 물려받는다. 부모에게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일차적인 슬픔은 가정에서 일어난다. 사회 구성원으로 살 때는 본성을 더더욱 통제받는다. 게으르게 살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인간 본성은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고 압박을 받는다. 사회의 모든 제도 안에서 개인은 억압을 받고 그 제도들과 싸우면 싸울수록 더욱 상처를 받을 뿐이다.” 군 의문사를 다룬 ‘안부’도 인상적이다. 작품 속 어머니는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장례를 치르지 않고 아들 시신을 6~7년간 냉동실에 보관한다. “아무리 큰 사건·사고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본질은 퇴색하고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진다. ‘세월호 참사’도 1년이 지났을 뿐인데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자녀를 잃은 부모들은 그대로인데, 본질은 하나도 변한 게 없는데, 사람들은 이제 그 이야기를 꺼내는 걸 지겹다고 여긴다. 이런 남겨진 이들의 슬픔과 쓸쓸함을 다루고 싶었다.” 2009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작가는 “소설이 좋다”고 했다. “아무 힘도 없는 문장 한 줄과 허구의 이야기가 나를 지키고 보호한다는 환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 내 곁에 서서 말을 들어주고 종종 대화도 나눈다고 믿는 망상과 어리석음, 이 모든 것들이 좋다. 소설이 세계를 바꿀 수는 없지만 사람은 바꾼다. 쓰는 자도 읽는 자도 바뀐다. 경험으로 깨달은 유일한 믿음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마초’ 헤밍웨이, 딸로 키워졌다...사진 공개

    ‘마초’ 헤밍웨이, 딸로 키워졌다...사진 공개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의 유아시절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돼 관심을 끌고있다. 최근 영국매체 데일리메일은 '헤밍웨이가 어린시절에는 딸로 키워졌다'는 제목과 함께 빛바랜 그의 사진들을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귀여운 외모를 가진 한 어린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얼굴 생김새는 물론 옷과 헤어스타일까지 모두 소녀같은 아이는 놀랍게도 헤밍웨이다. 이 사진이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헤밍웨이가 대표적인 마초(남성중심)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헤밍웨이는 그의 작품 뿐만 아니라 인생도 마초 그자체였다. 덮수룩한 수염과 시니컬한 표정으로 유명한 그는 네 번이나 결혼했으며 엽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평소 아프리카로 건너가 사냥해 온 수많은 '전리품'을 집안 곳곳에 전시해두고 자랑했을 정도.  그러나 어린시절 사진에는 마초로 기억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조금도 찾을 수 없다. 그가 소녀로 살게 된 것은 모친 그레이스 때문이다. 헤밍웨이의 누나 막셀린에 따르면 모친은 자신과 남동생을 쌍둥이처럼 취급했으며 소녀처럼 옷을 똑같이 입혔다고 증언한 바 있다. 실제 사진에도 이같은 장면이 나온다. 두 남매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인형을 들고 있으며 헤밍웨이는 5살 때까지 이렇게 자란 것으로 전해졌다. 헤밍웨이 전문가들에 따르면 교사 출신인 모친은 편집증적인 증세가 있어 자식의 출세에 집착했으며 결국 참다못한 헤밍웨이는 그녀와 인연을 끊는다.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한 세계적인 대문호지만 그의 가족사는 순탄치 않았던 셈으로 특히 그의 아버지와 형, 누나, 손녀 등이 모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한편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으로 현대 문학에 큰 족적을 남겼으며 퓰리처상(1953)과 노벨문학상(1954)을 차례로 수상했다. 사진=존 F. 케네디 박물관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김진명 ‘글자전쟁’ 8월첫주 베스트셀러 11위로 껑충

    김진명 ‘글자전쟁’ 8월첫주 베스트셀러 11위로 껑충

    김진명의 ‘한글전쟁’이 11위로 9계단 뛰어올랐다. 다음은 한국출판인회의가 지난달 30일부터 8월 5일까지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 8곳에서 판매한 부수를 종합한 8월 1주차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다. 1.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인플루엔셜) 2. 오베라는 남자(프레드릭 배크만·다산책방) 3.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채사장·한빛비즈) 4.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2(백종원·서울문화사) 5. 내 옆에 있는 사람(이병률·달) 6. 비밀의 정원(조해너 배스포드·클) 7. 파수꾼(하퍼 리·열린책들) 8.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현실 너머 편(채사장·한빛비즈) 9. 허즈번드 시크릿(리안 모리아티·마시멜로) 10. 앵무새 죽이기(하퍼 리·열린책들) 11. 글자전쟁(김진명·새움) 12.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현대문학) 13. 딸에게 주는 레시피(공지영·한겨레출판) 14.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조훈현·인플루엔셜) 15. 2016 전한길 한국사 합격생 필기노트(전한길·에스티앤북스) 16. 마법천자문 32 17. 걸 온 더 트레인(폴라 호킨스·북폴리오) 18. 하버드 새벽 4시 반(웨이슈잉·라이스메이커) 19. 미스터 메르세데스(스티븐 킹·황금가지) 20. 담론(신영복·돌베개)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마초’ 헤밍웨이 ‘소녀’ 같은 어린시절 사진 공개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의 유아시절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돼 관심을 끌고있다. 최근 영국매체 데일리메일은 '헤밍웨이가 어린시절에는 딸로 키워졌다'는 제목과 함께 빛바랜 그의 사진들을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귀여운 외모를 가진 한 어린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얼굴 생김새는 물론 옷과 헤어스타일까지 모두 소녀같은 아이는 놀랍게도 헤밍웨이다. 이 사진이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헤밍웨이가 대표적인 마초(남성중심)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헤밍웨이는 그의 작품 뿐만 아니라 인생도 마초 그자체였다. 덮수룩한 수염과 시니컬한 표정으로 유명한 그는 네 번이나 결혼했으며 엽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평소 아프리카로 건너가 사냥해 온 수많은 '전리품'을 집안 곳곳에 전시해두고 자랑했을 정도.  그러나 어린시절 사진에는 마초로 기억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조금도 찾을 수 없다. 그가 소녀로 살게 된 것은 모친 그레이스 때문이다. 헤밍웨이의 누나 막셀린에 따르면 모친은 자신과 남동생을 쌍둥이처럼 취급했으며 소녀처럼 옷을 똑같이 입혔다고 증언한 바 있다. 실제 사진에도 이같은 장면이 나온다. 두 남매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인형을 들고 있으며 헤밍웨이는 5살 때까지 이렇게 자란 것으로 전해졌다. 헤밍웨이 전문가들에 따르면 교사 출신인 모친은 편집증적인 증세가 있어 자식의 출세에 집착했으며 결국 참다못한 헤밍웨이는 그녀와 인연을 끊는다.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한 세계적인 대문호지만 그의 가족사는 순탄치 않았던 셈으로 특히 그의 아버지와 형, 누나, 손녀 등이 모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한편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으로 현대 문학에 큰 족적을 남겼으며 퓰리처상(1953)과 노벨문학상(1954)을 차례로 수상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한 장씩 넘길수록 한 뼘씩 자라난다

    한 장씩 넘길수록 한 뼘씩 자라난다

    독서를 통한 성장 에세이 두 편이 나란히 나왔다. 소설가 김형경의 ‘소중한 경험’(위·사람풍경)과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일본 문학계의 거장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아래·위즈덤하우스)이다. 전자는 독서를 통해 타인이 성숙해 가는 과정을, 후자는 독서를 통해 작가 자신의 인생을 만들고 새로운 길을 내며 살아온 발자취를 담았다. ‘소중한 경험’은 작가의 여섯 번째 심리 에세이다. 첫 심리 에세이 ‘사람 풍경’ 출간 이후 10년간 ‘독서모임’을 통해 독자들과 나눈 대화와 소통의 경험을 토대로 썼다. 작가는 독서모임에서 후배 여성들에게 자기 마음을 비춰 볼 수 있는 책을 소개해 주고, 시간을 내어 함께 이야기하고, 그들이 보지 못하는 마음을 읽어 주면서 통찰과 지혜를 주고받았다. 그 특별한 시간 속에서 후배 여성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됐다. 첫 장은 독서모임의 기본 성격, 책 읽고 대화하는 법 등 독서모임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 참고할 만한 내용을 다뤘다. 2~4장은 후배 여성들에게 받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수록했다. “생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나요” “내면 아이는 몇 살인가요” 등 변화와 성장을 꾀할 때 품게 되는 질문들에 대한 탐구가 들어 있다. 마지막 장은 독서모임에서 읽은 도서 목록을 실었다. 작가는 “이 책은 독서 모임에서 구성원들과 나눈 이야기이며, 주고받은 질문과 답변이며, 그들로부터 촉발된 영감과 통찰 모음”이라고 소개했다. ‘읽는 인간’(위즈덤하우스)은 오에 겐자부로가 읽은 ‘내 인생의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고전부터 현대문학까지 그가 접한 수많은 책들을 보여 주면서 독서로 만들어 간 작가 인생 50년을 담담하게 펼쳐 보인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그래 좋다, 나는 지옥으로 가겠다”는 한 구절을 삶의 지표로 삼았던 소년 시절 이야기, 엘리엇과 오든, 포의 시집을 읽으며 언어에 대한 감각을 훈련했던 기억, ‘신곡’과 ‘오디세이아’ 같은 고전과 수많은 문학작품을 읽으며 생의 고뇌를 승화시켰던 여정들이 담겨 있다. 작가는 자신의 감성과 생각을 만들어 준 책들이야말로 진정한 스승이라고 말한다. 출판사는 “작가가 읽은 책들이 그의 삶을 어떻게 결정지어 왔고 그의 소설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자세히 그려져 있으며 ‘인간은 왜 읽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작가 전상국은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작가 전상국은

    1940년 태어난 전상국(75)은 어린 시절을 강원도 홍천에서 보내며 한국전쟁을 겪었다. 경희대 국문과 대학원까지 마치고 196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동행’이 당선돼 등단했다. 하지만 이듬해 귀향해 1974년 서울에서 다시 작품을 발표하기까지 10년 넘게 문학을 등지고 살았다. 이 기간 동안 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를 했다. 그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교사 생활이 적성에 맞았지만, 하루하루가 즐거운 가운데에서도 어딘가 허전함을 지울 수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린 적이 있다. 전 작가는 “그것이 등 뒤에 버려둔 문학 때문임을 알면서도 모르는 체했다”며 “문학이 외면한다고 외면되는 것이 아님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정말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 놀이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문학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 꼬박 10년이 걸린 셈이다. 전 작가는 1963년 발표한 작품에서 풀피리 부는 소리를 ‘ㅍㅍㅍ’, 뻐꾸기 울음 소리를 ‘워꾹 워 워꾹’으로 쓰는 등 당시로는 파격적인 표현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작품 속에서 숱한 의성어들을 변주하고 창조했던 그는 “어휘력이 부족해 그걸 감추려고 하다 보니까 괜찮은 낱말들, 새로운 낱말들을 자꾸 찾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년 시절에 겪은 전쟁의 상처와 분단 현실을 가족사의 맥락에서 성찰하는 한편 교육 현장의 폭력과 권력의 문제를 파고들어 우리 사회의 모순을 탐구하는 작품 세계를 펼쳐 왔다.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동인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윤동주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유정기념사업회 이사장이자 강원도 춘천의 김유정문학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여전히 현실과 역사를 넘나들며 귀환 구조와 전쟁으로 인한 실향 의식, 삶의 뿌리 찾기 의식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검은 밤새의 노래(이승욱 지음, 작가세계 펴냄) 가파른 세상을 살아가는 고독한 한 영혼의 고백과 다짐, 그리고 소망의 미학이 담겨 있다. 작고 소소한 것들을 통해 가장 소중한 의미론에 가 닿으려는 역설적 몸짓으로 가득하다. 은둔자의 필연적 고독으로 사물과 현상을 탐색하는 시편들을 줄곧 보여준다. 158쪽. 1만원. 고백(박성원 지음, 현대문학 펴냄) 현대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여섯 번째 소설집. 소설이라는 고독한 길 위에서 더듬어 써내려간 자기 고백서, 소설 형식을 빌린 비망록이라 할 수 있다. 작가가 그동안 소설을 써오면서 느끼고 고민했던 것들이 담백하게 그려져 있다. 284쪽. 1만 3000원. 여자 목숨으로 사는 남자(구광렬 지음, 새움 펴냄) 스물일곱 살 평범한 유학생 강경준이 우여곡절 끝에 ‘얼굴 없는 저격수’이자 ‘멕시코 국민영웅’이 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작가는 오랫동안 중남미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써오며 멕시코문협특별상, 브라질 ALPAS21 문학상 등을 받았다. 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김종욱 지음, 문학동네 펴냄) 작가의 첫 소설집. 201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거리의 마술사’를 포함해 12편의 단편이 실렸다. ‘거리의 마술사’는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학교 왕따 문제를 마술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 결코 무뎌질 수 없는 윤리적 통점을 짚어냈다. 356쪽. 1만 3000원.
  • 我! 시가 노래한 건 나였네

    我! 시가 노래한 건 나였네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후 현대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뭘까. 가장 많은 어휘를 구사한 시인과 그 작품은 뭘까. 누구나 가질 법한 이 같은 의문을 풀어 줄 저서가 한국 현대문학 태동 이후 100여년 만에 나왔다. 김병선(58)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의 ‘현대시와 문학통계학’(한국학중앙연구원)이다. 김 교수는 1923~1950년 발간된 시집에 실린 현대시 9000편을 ‘코퍼스’(corpus) 분석했다. 코퍼스는 1990년대 이후 도입된 언어 연구 방법론 중 하나다. 대량의 언어 자료(텍스트)를 컴퓨터에 입력한 뒤 컴퓨터를 통해 언어 현상을 분석·판단한다. 김 교수는 시집에 실린 시들을 컴퓨터에 입력한 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기본형 밝히기’ 등의 작업을 거쳐 품사별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 기본형 밝히기는 ‘우리는 밥을 먹었다’라는 문장이 있다면 ‘우리’ ‘는’ ‘밥’ ‘을’ ‘먹었다’ 식으로 단어를 쪼개 명사·대명사·동사·형용사·조사 등 품사별로 나누는 작업이다. 그는 “1950년까지 나온 한국 근현대시는 거의 다 분석했다”고 밝혔다. “1923년 최초로 발간된 현대시집인 김억의 ‘해파리의 노래’를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오늘날 시집 출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최근 시집까지 분석 대상으로 삼는 건 힘든 측면이 있었다. 1920년대부터 1950년까지의 기간에 한국 현대문학사를 장식하고 있는 주요 시인들의 중요 작품이 발간돼 문학사적으로 시기를 구분할 만한 근거가 된다고 봤다.” 분석 결과 현대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1인칭 대명사 ‘나’로 조사됐다. 1만 1341회나 쓰였다. “주위 사람들에게 ‘현대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말이 무엇일 것 같으냐’고 물어보면 다들 연애 감정을 노래한 시가 많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단어 아니겠느냐고 했다. 막상 시어 통계 분석을 해 보니 자기 자신을 뜻하는 ‘나’라는 시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국말에선 보통 나를 주어로 쓸 땐 생략하는 데다 시는 압축을 많이 해 더더욱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여겼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와 놀랐다. 이는 한국 현대시가 서정시 범주에 있음을 보여 주는 결정적 증거다. 화자인 ‘나’의 정서와 생각을 표현하는 서정시는 그 어떤 장르보다 주관적이기 때문에 문장 표현에 ‘나’가 많이 사용될 수밖에 없다.” 일제강점기인 시대 상황이 반영된 걸까. 밤, 울다 등 어두운 이미지의 단어들도 많이 쓰였다. 자유시, 서사시, 산문시 등 장르별 작품 어휘 수도 측정했다. 자유시 가운데 가장 많은 어휘를 쓴 작품은 김억의 ‘만주’로, 1230개의 어휘가 사용됐다. 김상훈의 ‘소을이’(1139개), 임화의 ‘주리라 네 탐내는 모든 것을’(1031개)이 뒤를 이었다. 서사시·산문시에서는 김동환의 작품이 수위를 기록했다. “어휘 분석을 통해 시인들이 시 작품 하나당 평균 몇 개의 어휘를 쓰는지, 어떤 단어를 많이 쓰는지, 긴 시를 좋아하는지 짧은 시를 좋아하는지 등 그 시인만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신석정 시인을 목가 시인이라고 하는데 어휘 분류를 해 보면 그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다. 식물과 관련된 시어를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많이 썼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지난 30년간 현대문학에 사용된 어휘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에 매진해 왔다. 10년은 데이터 입력을, 10년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기본형 밝히기 등의 작업을, 10년은 학문적인 수준으로 올려놓는 이론·방법론을 연구했다. “그동안 문학 연구자들 사이에서 문학작품을 어떻게 숫자로 환산할 수 있느냐는 오해가 있어 계량적 연구가 소외된 면이 있다. 시어도 객관적·과학적·통계적인 방법으로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신소설 어휘 90만개에 이어 현대시 어휘 60만개 분석 작업을 끝냈다. 요즘은 1910년부터 2000년대 작품까지 현대소설에 사용된 어휘 150만개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그래픽 이혜선 기자 okong@seoul.co.kr
  • ‘척척박사’ 우리 엄마가 잠들 때 벌어지는 일들

    ‘척척박사’ 우리 엄마가 잠들 때 벌어지는 일들

    엄마가 낮잠을 잘 때/이순원 지음/문지나 그림/북극곰/40쪽/1만 5000원 엄마가 낮잠을 잘 때 벌어지는 일들을 아들의 시선에서 유머러스하면서도 환상적으로 그렸다. 엄마가 낮잠을 자려 하면 이상하게도 십 분도 안 돼 엄마를 찾는 전화가 온다. 그것도 한 시간 동안 무려 세 번이나. “외삼촌인데, 엄마한테 우리 좀 늦는다고 전해 줄래?” “할머닌데, 너희 춘천 언제 올 거니?” 그중 한 통은 꼭 엄마를 바꿔 줘야 한다. “엄마 계시니? 지금 급한 일이 있는데….” 엄마가 낮잠을 자면 ‘나’도 갑자기 엄마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아진다. 방해하고 싶은 건 아닌데 저절로 묻고 싶은 게 떠오른다. “엄마, 내 청바지 어디 있어요?” “침대 서랍 열어 봐.” “엄마, 우리 집에 라면 사다 놓은 것 없어요?” “부엌 찬장에 있어.” “엄마, 전에 내가 붙이고 놔둔 반창고 어디 있어요?” “세면대 위 선반에 있을걸….” 그러다 끝내 이렇게 말하게 된다. “엄마, 좀 일어나 봐요.” 아빠도 엄마의 낮잠을 방해한다. “여보, 텔레비전 리모컨 어디 있어요?” “우리 둘이 라면 끓이는데 물 얼마큼 부으면 돼요?” “참, 당신 춘천 가는 날이 언제라고 했지요?” 아빠는 엄마가 편히 자도록 도무지 내버려 두지 않는다. 엄마는 참 신기하다. 낮잠을 자는 동안에도 우리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척척 해결해 준다. 엄마는 우리 집이라는 우주의 중심이다. 이순원 작가와 문지나 작가의 합작품이다. 이 작가의 글에 문 작가의 독창적인 그림이 더해져 감동을 배가시킨다. 이 작가는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11년 이탈리아 작가 엠마누엘레 베르토시의 그림책 ‘눈 오는 날’을 강원도 사투리로 번역해 토박이말의 진수를 보여 줬다. 2013년부터 ‘어머니의 이슬털이’, ‘어치와 참나무’ 등 어린이 그림책을 선보이고 있다. 문 작가는 아빠의 죽음을 감동적인 이야기와 환상적인 그림으로 그린 ‘고요한 나라를 찾아서’로 단번에 스타 작가 반열에 올랐다. 4~7세.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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