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외압’ 부르나/5대 그룹 구조조정 막판 진통 안팎
◎사실상 재계차원 정리는 어려울듯/철도차량 현대·대우·한진 공동법인
5대 그룹의 사업구조조정 협상이 막판까지 진통이다.7개 업종 중 현대정유가 한화에너지를 인수키로 한 정유와 공동법인을 세우기로 한 항공,석유화학업종 외에는 시원하게 해결된 것이 없다.그룹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는 반도체 등은 재계 차원에서의 정리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대신 해당기업들이 자체 경영개선계획서를 주거래은행에 내고 주거래은행이 중심이 돼 제3의 평가단을 구성,경영주체를 선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이같은 방안은 재계는 물론,정부 내에서도 ‘불가피한 대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5대 그룹의 실무대표들은 30일에도 업종별로 회동과 회의를 거듭했지만 해당그룹의 경영권포기 불가 등으로 경영주체방안을 놓고 심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반도체=현대와 LG 양측은 협상 막바지 시한인 30일에도 기존의 입장을 고집했다.양측은 협상 결렬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노골적으로 감정의 골을 드러냈다.
LG그룹 임원은 “현대가 50대 50 지분 분할과 공동 경영 등 협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고집을 부려 당장 타결은 힘들 것”이라고 비관적인 입장을 보였다.현대전자 관계자도 “공동지분과 공동경영 등 LG의 주장은 아무런 현실성이 없다.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박용 엔진=삼성은 한국중공업에 설비를 이관,한국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의 이원화체제를 유지키로 했다.그러나 현대를 제외한 삼성 대우 한진 등 3개 조선업체가 한중과 제휴,별도로 선박용 엔진제작 단일법인을 설립해 현대와 이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삼성 등은 한중으로 설비를 넘긴 뒤 한중이 민영화돼 현대로 넘어갈 경우 현대에서 선박용엔진을 사다쓰게 되면 어렵다며 한중을 중심으로 한 별도법인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발전설비=삼성은 국내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한중으로의 일원화에 동의하고 있으나 현대는 한중이 수출경험이 없어 앞으로 경쟁력이 없다며 반발,난항을 겪고 있다.반면 한중은 자기 회사로 일원화가 안되면 삼성 설비도 받지 않는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철도차량=현대 대우 한진등 3사가 30일 단일회사 발족을 확인하는 의향서를 체결했다. 현대정공 박정인 사장,대우중공업 추호석 사장,한진중공업 송영수 사장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롯데호텔에서 회동,사업구조조정 협상을 통해 단일법인 발족에 합의하고 의향서에 서명했다.3사는 의향서 체결과 함께 컨설팅회사인 미국의 맥킨지사에 단일회사의 경영과 지배구조등의 확정짓기 위한 프로젝트를 발주,오는 12월께 단일회사의 책임경영주체를 확정짓기로 했다.
■항공기=삼성 대우 현대가 동등한 지분으로 공동법인을 세우되 경영권은 3사 어디도 갖지 않고 외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기로 했다.또 공동으로 외자도입을 추진한다.국가전략사업이어서 외자를 유치하더라도 경영권을 넘기기는 어렵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석유화학=9월초 합병추진하기로 발표한 뒤 양사 대표가 2∼3차례 만났다.현대와 삼성이 동등지분으로 공동법인을 설립한뒤 외자를 유치,전문경영인을 영입하게 된다.외자유치로 자본이 대거 조달될 경우 경영권이 외국에 넘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