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혁명
    2025-09-04
    검색기록 지우기
  • 안양 서울
    2025-09-04
    검색기록 지우기
  • 청혼
    2025-09-04
    검색기록 지우기
  • 광주
    2025-09-04
    검색기록 지우기
  • 칫솔
    2025-09-0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5,969
  • AI 반도체 ‘큰 손’ 엔비디아 젠슨 황 “AI PC 30년 만에 온 혁명적 변화”

    AI 반도체 ‘큰 손’ 엔비디아 젠슨 황 “AI PC 30년 만에 온 혁명적 변화”

    “인공지능(AI) PC는 30년 만에 온 혁명적 변화입니다.” AI 반도체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PC의 위대한 르네상스가 시작됐다”며 AI PC는 윈도 95 이후 가장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황 CEO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 엑스포에서 열린 휴렛팩커드(HP)의 파트너 행사 ‘앰플리파이 파트너 콘퍼런스’(APC)에 연사로 나와 “31년간 정보기술(IT) 기업의 최고경영자로 다양한 형태의 변화에 직면했다”면서 “PC가 지식을 습득하는 데 가장 영향력 있는 수단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검정 가죽 재킷을 입고 무대에 오른 그는 “가속 컴퓨팅 기술(하드웨어 추가로 작업 속도 개선)로 컴퓨터의 효율이 10∼15배 올랐다”면서 “(생성형 AI 구축에 쓰이는) 데이터센터 현대화 기술을 PC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황 CEO는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등을 컴퓨터가 데이터 형태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에 의미를 뒀다. 그는 “과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거나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프로그래밍 언어인) C나 베릴로그, C+를 배웠어야 했다”면서 “이제는 사람의 언어로 동료에게, 대규모언어모델(LLM)에, AI에 지시하기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화상으로 행사에 참석한 리사 수 AMD CEO도 AI PC가 기술의 민주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봤다. 그는 “AI는 지난 반세기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메가 트렌드”라면서 “사람들은 AI에 대해 들어봤고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도 알지만 실제 무엇을 해야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PC가 보급되는) 2024년은 AI 기술 채택을 위한 중요한 해”라면서 “AI가 모든 영역에서 생산성을 높이고 창의력을 증진한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HP는 인텔과 AMD의 차세대 AI 프로세서를 탑재한 업무용 PC 라인업과 중소기업 특화 레이저 프린터, 워크포스 플랫폼 ‘WEX’를 공개했다. 알렉스 조 HP 퍼스널시스템 부문 사장은 “AI를 사용하지 않는 기업은 AI를 사용하는 기업으로 대체되기 마련”이라면서 “지금이 바로 AI를 도입해야 할 시점”라고 말했다.
  • [마감 후] ‘악령’을 보러 간 ‘좌파’ 관객

    [마감 후] ‘악령’을 보러 간 ‘좌파’ 관객

    지난 주말 영화 ‘파묘’를 봤다. 흥행세가 파죽지세였고, 무엇보다 입소문이 꽤 좋았기에 보기로 했다. 작품에 아쉬운 지점이 없다고 할 순 없겠지만 입소문과 흥행세를 누릴 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봉 7일 차인 지난달 28일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6일 기준 관객 수 660만명을 기록했다고 하니 최종 관객 수가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진다. 한동안 냉대를 받았던 한국 영화가 지난해 말 ‘서울의 봄’을 시작으로 모처럼 관객의 관심을 받고 있다. ‘파묘’ 직전엔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주목을 받았다. 그 화제성은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건국전쟁’의 개봉 사실은 여권 인사들의 관람 인증이 이어지면서 알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역사를 올바르게 알 수 있는 기회”라는 감상평을 남겼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도 공개적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건국전쟁’을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어느 인터뷰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功)은 지우고 과(過)만 부각한 역사 해석, 미처 몰랐던 이승만의 삶과 투쟁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제작 취지를 밝혔다. 통상적인 임기를 넘긴 역대 대통령 중 업적이 전혀 없는 이는 없다. 어느 대통령이나 공과가 모두 있고, 업적으로 여겨지는 정책도 긍정·부정 평가가 대체로 병존한다. 4·19 혁명으로 물러나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과가 두드러지고 공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박했다는 시각도 일견 이해된다. 김 감독이 밝힌 제작 취지만 놓고 보자면 볼만한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 감독이 ‘건국전쟁’ 관람을 호소하며 잇따라 내놓은 발언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파묘’의 흥행 조짐이 나타나자 그는 “반일주의를 부추기는 ‘파묘’에 좌파들이 몰리고 있다. ‘건국전쟁’에 위협을 느낀 자들이 ‘건국전쟁’을 덮어 버리기 위해 ‘파묘’로 분풀이를 하고 있다”면서 “진실의 영화에는 눈을 감고, 미친 듯이 사악한 악령들이 출몰하는 영화에 올인하도록 이끄는 자들은 누구일까요”라고 했다. 일단 ‘악령이 출몰하는 영화’에 관객이 몰리면 안 된다는 식의 인식은 오컬트 장르는 물론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쳐 내는 극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결여된 지적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 마법이 나온다는 이유로 반기독교적인 작품이라고 곡해하는 수준이다. 개신교를 향해 ‘건국전쟁’ 관람을 독려 중인 김 감독이 악령 등의 표현으로 경쟁작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파묘’가 민족주의적 요소를 이야기 전개의 핵심 동력으로 삼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반일’로 매도하고 나아가 관객들에게 ‘좌파’ 딱지를 붙이는 것은 확대해석과 논리적 비약이다. 이쯤 되면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또는 균형 있게 다뤘다는 김 감독의 말을 믿기도 어려워진다. 그가 ‘파묘’를 ‘좌파들이 보는 영화’로 만들면서 ‘건국전쟁’은 ‘우파들만 보는 영화’가 되는 형국이다. 김 감독이 진정 원했던 건 더 많은 관객이 ‘건국전쟁’을 보는 것이 아니었던가.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관객을 만나고 싶어 한 감독의 열정이 오히려 관객의 폭을 좁히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신진호 뉴스24 부장
  • [기고] 기후위기 극복의 열쇠, 흙

    [기고] 기후위기 극복의 열쇠, 흙

    탄소는 순환한다. 공기(기권)와 땅(지권), 바다(수권), 생물(생물권) 사이에서 형태를 바꿔 가며 돌고 돈다. 자연 환경에서는 탄소의 배출량과 흡수량이 균형을 이뤄 탄소순환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인간의 활동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어나면서 순환 시스템이 깨졌다. 땅속에 저장됐던 탄소가 공기 중에 배출됐고 대량의 탄소는 순환하지 못한 채 공기 중에 머물게 됐다. 이는 온실가스 농도를 증가시켜 지구의 온도를 높였다. 인류는 기후위기를 마주하게 됐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하는 것이다. 이 열쇠를 흙에서 찾을 수 있다. 흙의 탄소격리능력에서다. 흙에 저장된 탄소량은 4조 1000억t으로, 천연 ‘탄소저장고’ 역할을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산업혁명 이후 1850년부터 2019년까지 이산화탄소가 2400Gt 배출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흙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34%, 바다는 26%를 흡수하는 능력이 있다. 흙이 망가지면 인간의 삶도 황폐화된다. 흙은 생명의 원천이자 인류 생존의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흙 1㎝가 만들어지는 데는 최소 200년이 걸린다. 하지만 1분마다 축구경기장 30개 크기의 토양이 훼손되고 있다. 도시화와 화학비료 사용 등으로 흙이 병들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 토양의 4분의1이 황폐화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흙이 망가지면 탄소격리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탄소량을 늘어나게 하고,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흙의 탄소격리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비경운농법을 추천한다. 농경지를 갈아엎는 것을 최소화하는 비경운농법은 탄소를 흙에 가둔다. 공기 중으로 탄소가 배출되는 것을 막아 주는 것이다. 그리고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유기농업을 통해서도 흙을 건강하게 할 수 있다. 국립농업과학원에서 김해, 산청, 순천의 유기토양 탄소 함량을 분석한 결과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토양보다 탄소 함량이 2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월 11일은 흙의 날이다. 농업의 근간이 되는 흙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필자가 국회의원 시절 대표 발의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후 올해로 9회째를 맞는다. 흙의 날에는 생명의 원천으로서 흙의 상징성을 담고자 했다. 3월 11일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3월은 우주를 구성하는 천(天)·지(地)·인(人)의 ‘3원’, 그리고 다산 정약용이 강조한 ‘3농’(편농·후농·상농)과 농업·농촌·농민의 ‘3농’에서, 11일은 열 십(十)과 한 일(一)을 더한 흙 토(土)자에서 따왔다. 흙이 건강해야 지구가 건강해질 수 있다. 흙이 사라지면 농업이 사라지고, 먹거리가 사라지고, 인류의 생존기반이 사라진다. 기후위기를 해결할 열쇠는 흙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 후티 공격에 첫 민간인 사망… 라마단 앞두고 들끓는 중동

    후티 공격에 첫 민간인 사망… 라마단 앞두고 들끓는 중동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휴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으로 민간 상선을 공격하다 승무원들이 사망하는 일이 처음 발생했다. AP통신은 7일 홍해 아덴만을 지나던 바베이도스 국적 선박이 후티 미사일 공격을 받아 승무원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에 본부를 둔 후티 반군은 이 선박이 미국 소유라고 주장해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선박은 그리스 회사가 소유한 바베이도스 선적의 벌크선 ‘트루 컨피던스호’로, 중국산 철강 제품을 사우디아라비아로 운반하던 중이었다. 현재 선박은 심각하게 파손돼 인양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11월부터 홍해를 지나던 선박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연합군이 나서 공격을 방어하면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번에는 필리픽 국적 선원 2명과 베트남 국적 1명이 숨졌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사망자 외에도 선원 최소 4명이 다쳤으며 그중 3명이 중태라고 밝혔다. 후티 반군이 석 달가량 홍해 지역에서 60회 이상의 공격을 감행하면서 아시아와 유럽, 이집트의 수에즈운하를 연결하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수로가 막히다시피 한 상황이다. 홍해와 아덴만은 세계 해상 물동량의 12%를 담당하고 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의 무모한 공격은 세계 무역과 상업을 혼란에 빠뜨렸을 뿐만 아니라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던 국제 선원들의 목숨을 앗아 갔다”고 규탄했다. 그러나 후티 반군 측은 가자지구에 포위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공격이 멈출 때만 보복이 중단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번에도 연합군은 홍해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홍해 연안 호데이다에 있는 공항에 두 차례 공습을 가했다. 미 재무부도 후티 반군의 자금 흐름을 막기 위해 이란 혁명수비대에서 지원하는 물품을 운송한 해운사 두 곳과 선박 두 척에 제재를 가했다고 밝혔다. 오는 10일 시작되는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을 앞두고 휴전 및 인질 교환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은 점점 암울해지고 있다. 미국 측은 인질 일부를 석방하고 라마단 이전에 휴전하기를 바라며 협상단을 압박하고 있지만,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3단계에 걸친 인질 석방 이후 영구적 휴전 약속을 원했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거부했다. 미국은 한 달간 금식 기도에 들어가는 라마단 기간에는 협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 보고 10일 이전에 타결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휴전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더욱 악화하고 있어 수천 명의 아기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최소 20명의 신생아가 영양실조로 사망한 가운데 가자지구 최남단의 난민촌 라파에서 근무 중인 의료진은 CNN에 “많은 아기가 굶주림으로 죽어 가고 있다”며 “현 상황이 지속되면 다음주 혹은 2주 안에 아기 수천 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 친명당 된 민주 ‘3가지 킬러문항’… ①본선 경쟁력②중도 확장③내홍 수습[뉴스 분석]

    친명당 된 민주 ‘3가지 킬러문항’… ①본선 경쟁력②중도 확장③내홍 수습[뉴스 분석]

    4·10 총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친명(친이재명) 정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친문(친문재인)·비명(비이재명)계 의원 상당수가 컷오프나 경선 패배, 탈당 등으로 배제되면서 친명 위주 후보 일색으로 총선 판이 꾸려진 것이다. 야권에서는 친명 후보의 본선 경쟁력, 중도층에 대한 소구력 여부, 당 내홍 지속 여부 등을 향후 총선 결과에 영향을 끼칠 ‘3대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이재명 대표는 7일 비명계 의원들의 경선 탈락에 대해 “민주당은 당원의 당이고 국민이 당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경선을 통해 증명했다”며 ‘혁신 공천, 공천 혁명’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인재영입위 간사이자 전략공천관리위원인 친명계 김성환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당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확인하는 경선 결과”라며 “다수 당원들의 뜻과 다른 행보를 했던 의원들이 고배를 마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비명계에서는 애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경선은 권리당원 50%와 일반국민 50%를 합한 여론조사를 반영하는데 소위 팬덤을 이루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개딸’)의 여론조사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6일 경선에서 탈락한 비명계 박광온 전 원내대표, 강병원·윤영찬·김한정·전혜숙·정춘숙 의원 등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또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를 받아 30% 감산을 적용받았던 윤영찬·김한정 의원에 이어 박 전 원내대표도 하위 20% 평가를 받아 20%를 감산하는 페널티가 적용됐다고 이날 공개했다. 해당 의원 평가에 정성평가와 다면평가가 포함돼 있고 지난해 9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의 가결 직후에 계파 간 갈등의 골이 깊을 때 평가를 했다는 점에서 소위 ‘친명 당심’이 평가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비명계 현역 의원들을 누른 친명계 후보들이 본선에서 승리할지에 대한 관측은 분분하다. 일례로 박 전 원내대표는 경기 수원정에서 세 번 연속 당선됐지만, 박 전 원내대표를 누르고 공천받은 한신대 교수 출신 김준혁 민주당 전략기획부위원장의 지역 기반은 미지수라는 평가다. 전혜숙(3선)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에는 친명계인 이정헌 전 JTBC 앵커가 공천을 받았지만, 이 전 앵커는 전북 전주을 선거를 준비하다 지난해 여름에 광진구로 올라왔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도 고향인 제주 출마를 접고 경기 용인병으로 옮긴 뒤 정춘숙(재선) 의원을 꺾어 아직 지역기반이 탄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강병원(재선) 의원을 꺾고 서울 은평을 공천을 받은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은 강원도당위원장을 던지고 지역구를 옮겨 논란을 부른 ‘탈고향 리스크’가 있다. 이들에 대한 국민의힘의 거친 공세가 집중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민주당이 혁신 공천을 주장하지만 경쟁력 있는 사람을 대거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결집력이 강해져 본선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은 친명계 위주 공천이 부각되자 중도층에 대한 소구력도 도마에 올랐다. 송갑석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당의 친명 구도가 강화하는 것은 총선 구도에 좋지도 않고, 당 내부의 결집과 단합을 약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 친명계 의원은 “탈락한 강병원 의원이나 탈당한 홍영표 의원이 과연 중도층에 소구할 수 있는 인물인가. 이들이 지역구 관리를 충실히 했으면 경선에서 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 내부에서는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컷오프(공천 배제)에도 불구하고 당 잔류를 결정하면서 한풀 꺾인 내홍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반면 탈락한 현역 의원들의 연쇄 탈당 등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선거법상 이미 경선에 참여한 후보는 무소속 또는 다른 당 후보로 같은 지역구에 재출마할 수 없어서다. 경선에서 진 비명계 현역 의원들은 일단 경선 결과를 수용했지만, 국민의힘처럼 낙천자가 공천자를 돕는 구도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하위 20%의 벽을 끝내 넘지 못해 간발의 차로 패했다. 부족한 저의 탓이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썼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이 이날 방송에서 “(컷오프된) 임 전 실장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주길 바란다”고 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에 이른바 ‘진짜 원팀’으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종훈(정치평론가) 명지대 연구교수는 “이 대표가 민주당의 DNA를 친노(친노무현)·친문에서 친명으로 바꾸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이 여당보다 참신한 인재로의 물갈이를 강조하겠지만 본선은 인물 경쟁력보다 구도의 싸움이다. 이번 선거는 양당의 계파공천 속에서도 결국 덜 미운 쪽을 선택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조선대 학내민주화 앞장 김홍명 전 총장 별세

    조선대 학내민주화 앞장 김홍명 전 총장 별세

    조선대학교 학내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김홍명 전 총장이 6일 별세했다. 향년 79세. 광주 출신인 김 전 총장은 광주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거쳐 1978년 미국 럿거스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 하버드대 연구교수를 지낸 뒤 한국에 돌아왔으며 1980년 5월 광주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 투옥되기도 했다. 1981년부터 서강대 교수로 임용돼 교편을 잡았다. 1989년에는 조선대 민주화위원회의 추대를 받아 조선대로 이직했다. 김 전 총장은 이돈명 변호사와 조선대 학내 민주화 운동을 펼쳤다. 1999년 2월 조선대 총장서리로 임명돼 학교 발전을 이끌었다. 저서로는 ‘분단의 우상’, ‘통일전선과 민주혁명’, ‘정치사상사’ 등이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인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 아들 기민씨와 재정씨(홍익대 화공과 교수)가 있다.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 제2영안실이고, 발인은 9일 오전 6시50분이다. 국립5·18민주묘지에 안장된다.
  • 이란, 나포 유조선서 미국행 원유 ‘보복 압류’…가치는?

    이란, 나포 유조선서 미국행 원유 ‘보복 압류’…가치는?

    이란이 거의 1년 전 나포한 유조선에 실린 미국행 원유를 압류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유의 가치는 5000만 달러(약 666억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현지시간)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미잔 통신은 테헤란 법원이 먀셜제도 국적 유조선 어드밴티지 스위트호에 실린 쿠웨이트산 원유의 압류를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미잔은 이번 명령이 언제 내려졌는지 밝히지 않았으나 “(이란의)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자들에게 필요한 의약품 구매를 방해한 서방 국가들, 특히 미국의 제재에 대한 보복”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지난 2018년 미국이 이란과의 핵 협정에서 탈퇴하면서부터 미국의 심각한 제재를 받고 있다. 유엔 전문가들은 2021년 보고서에서 이란 제재에 대한 과도한 준수로 “극도로 고통스러운 상처를 유발하는 심각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희소성 피부 질환인 수포성 표피박리증을 앓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유엔에 따르면, 이 질병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스웨덴의 한 의약용 붕대 회사가 이란으로 향하는 의약품 운송을 중단한 이후 해당 보고서가 나왔다. 어드밴티지 스위트호 나포 과정은? 어드밴티지 스위트호는 호르무즈 해협으로 향하다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이 해협은 세계 해상 원유 운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란은 해당 유조선이 이란 선박과 해상에서 충돌했으나 구호 조처도 하지 않고 항해를 지속해 나포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이에 대한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으며, 비정상적인 선로 변경과 같은 이상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고 AP는 지적했다. 어드밴티지 스위트호의 운영사(선사)인 어드밴티지 탱커스는 당시 성명에서 미국 에너지 회사 셰브론이 용선한 이 선박이 쿠웨이트에서 원유를 싣고 텍사스로 향하다가 나포됐다고 밝혔다. 셰브론은 이날 성명에서 어드밴티지 스위트호가 거짓 구실로 나포됐다며 “우리는 이제 화물(원유)을 이란 정부의 책임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폭이 40㎞에 불과한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어지는 오만만은 미국 군함과 이란 혁명수비대 함정 간 군사적 마찰이 빈발하는 곳이다. 이란은 지난 몇 년간 해당 수역에서 갖가지 이유를 들어 선박을 나포해 왔다. 지난 1월 미군은 이란이 어드밴티지 스위트호를 포함해 선박 5척을 나포했으며 총 90명이 넘는 선원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의협 “의대 증원은 국가 자살…의사 악마화” 외신에 호소

    의협 “의대 증원은 국가 자살…의사 악마화” 외신에 호소

    의대 증원 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단체의 여론전이 국외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5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글로벌 뉴스통신사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외신 기자간담회를 열고 각자의 의견을 피력했다. ● 복지부 “의대 정원 확대는 과학적 연구 결과” 먼저 조 장관은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전공의에 대한 행정명령이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의사단체들의 주장에 대해 “한국법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고 반박했다.조 장관은 “모든 한국 국민은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받는다”면서도 “정당한 사유 없는 집단 사직서 제출은 현행 의료법과 형법을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헌법상 보장된 자유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의 한 판시 내용도 소개했다. 조 장관은 “인간의 생명권은 헌법에 문언 규정이 없더라도 선험적, 자연법적 권리로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라면서 “집단 사직서 수리 제한 등 행정명령은 집단 사직 등으로 명백히 초래될 국민 보건 위해를 방지하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의사 증원이 비과학적이라는 세계의사회(WMA)의 지적에 대해서는 “의대 정원 확대는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계 등 사회 각계와 논의하고, 40개 의대의 수요 조사를 기반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이러한 논리 등이 담긴 자료를 외신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 의협 “의대 정원 반대 이유는 韓미래 때문” 의협도 이날 오후 3시 외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국내 언론사 기자는 ‘질문하지 않는 조건’으로 10여명 정도 선착순으로 참석 신청을 받았으나, 이날 오전 장소 및 설비 문제 등을 고려해 외신 기자들만 참석했다. 의협은 그동안 한국 언론이 의사단체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외신 간담회를 정부 정책의 부당성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출신인 박인숙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대외협력위원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외신 기자간담회 기조발언을 올렸다. 박 위원장은 “의사들이 의대 정원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기 때문”이라며 “의대 증원의 직격탄을 맞을 분야는 이공계와 산업계로, 급격한 의대 증원 때문에 (이들 분야의) 젊은이들이 의대 입시에 올인함으로써 대한민국 산업계가 망가진다. 이는 국가 자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대 정원 확대로 금전적 이득을 얻는 대학 총장에게 증원 규모를 물어보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몇 마리 줄(받을) 거냐고 묻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급박한 상황도 아닌데 의대 정원을 갑자기 2000명 늘리려는 건 한 달 뒤 총선에서 표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 의사가 경고를 해도 정부도, 정치권도, 언론도, 국민도 모두 듣지 않는다”며 “언론은 마녀사냥하듯이 개별 환자들의 감성적인 안타까운 사연들을 매일 실으면서 의사들을 악마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로이터 등의 외신 기자들과 인터뷰를 이어오고 있다”며 외신들과의 소통 소식을 알렸다. 박단 위원장이 링크로 공유한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한 사직 전공의는 “우리는 환자들과 함께 울었고, 회복 과정에서 그들의 손을 잡아줬다.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같은 기사에서 임현택 대한소아과학회장은 수련의 상황을 “어린 소년 소녀들이 강제로 공장에서 일해야 했던 산업혁명 때와 비슷하다”고 ‘강제노동’에 빗댔다.의협은 세계의사회 루자인 알코드마니(Lujain ALQODMANI) 회장의 지지 영상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알코드마니 회장은 의대생 휴학과 전공의 사직을 두고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을 포함한 우리 동료들은 민주적 법규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들의 권리를 평화롭게 행사하고 있다”고 옹호했다. 그러면서 “개인적 사유의 사직을 저지하고 학교 입학 조건을 규제하려는 한국 정부의 시도는 잠재적 인권 침해이고, 대한민국에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한국 정부는 이런 조치를 재고하고, 의료계에 가하는 강압적인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대생들도 해외 동료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KMSA)는 전날 소셜미디어(SNS)에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세계의대생연합(IFMSA)에 보내는 성명을 공개했다. IFMSA는 1951년 설립돼 현재 세계 130개국 의대생 130만여명이 가입된 국제 의대생 단체다. KMSA는 성명에서 “폭압적인 정부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미래의 환자들을 위협에 빠트리게 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 싸우는 우리에게 지원 바란다”고 했다.
  • [홍용진의 역사를 보는 눈] 미국 텍사스주의 기원

    [홍용진의 역사를 보는 눈] 미국 텍사스주의 기원

    현재 미국 국토의 4분의1가량을 차지하는 남서부 지역, 즉 캘리포니아, 네바다, 유타, 애리조나, 콜로라도, 뉴멕시코, 텍사스 주는 19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에스파냐 식민지였다. 신생 미국은 미시시피강 언저리까지만 진출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1803년 제퍼슨 정부가 나폴레옹으로부터 프랑스 식민지인 루이지애나를 헐값에 매입해 미국은 에스파냐 식민지와 국경을 맞대게 됐다. 이후 1810년 중부 아메리카에서는 에스파냐의 식민지배에 대항한 봉기가 일어났고, 1821년 8월 멕시코가 건국되면서 이제는 미국과 멕시코가 국경을 맞대게 됐다. 1820년 에스파냐 식민정부는 미국 출신 이민자 300여 가구에 현재의 텍사스 지역에 대한 이민과 개척, 토지 증여를 허락한 바 있었다. 1821년 이들의 리더였던 스티븐 오스틴은 새로운 멕시코 정부와 이민 조건을 둘러싸고 다시 협상해야 했고, 갓 독립한 멕시코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어렵사리 이민과 개척을 추진해 나갔다. 하지만 멕시코의 정치적 혼란은 진정될 기미가 안 보였고, 멕시코 정부의 이민자에 대한 통제와 억압은 가혹해져 갔다. 특히 가톨릭으로의 개종과 에스파냐어 사용을 강제하는 조치가 취해지면서 미국 출신 이민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져 갔다. 이러한 와중에 멕시코 정부가 허가하지 않은 이민자들이 멕시코의 정치적 혼란을 틈타 더욱 몰려들었다. 독일 지역 출신이 주류였던 유럽의 이민자들은 미국을 거쳐 새로운 텍사스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정착해 나가기 시작했다. 애초에 허가받은 이들과 달리 이 새로운 이민자들은 멕시코 입장에서는 엄연한 불법 이민자들이었다. 멕시코 정부와 이민자들 간의 갈등은 더욱 커져만 갔고, 결국 1835년 미국의 입장에서는 ‘혁명’으로 지칭하는 이민자들의 반란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텍사스군은 알라모 전투에서 치명타를 입기도 했지만 1836년 4월 산하신토 전투에서 멕시코 대통령을 포로로 잡으면서 승리를 거두었다. 텍사스는 독립 공화국이 됐지만, 내부에서 점차 미국으로 편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대두됐다. 미국에서도 이를 당연히 여겨 1845년 텍사스를 새로운 주로 편입했다. 이는 당연히 멕시코의 분노를 촉발했다. 멕시코는 텍사스의 독립을 인정하지도 않았고, 텍사스 봉기를 멕시코 땅을 빼앗기 위한 미국의 계략으로 해석했다. 결국 1846년 4월 양국 사이의 전쟁이 멕시코 북서부 지역 전역에서 치열하게 전개됐고, 1848년 미국의 대승으로 끝났다. 미국은 앞서 언급한 현재의 거대한 남서부 지역을 획득했고 이는 향후 미국에 큰 영향을 미쳤다. 1849년 캘리포니아에서는 사금이 발견돼 서부 개척이 시작됐고, 새로 획득한 여러 주는 노예제 문제와 관련해 남북전쟁으로 향하는 정치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그리고 멕시코의 국력은 크게 약화됐다. 최근 미국 대선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텍사스로 밀려드는 ‘불법 이민자’ 문제라고 한다. 텍사스의 기원을 돌이켜볼 때 묘한 역설적 슬픔이 밀려온다. 홍용진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
  • “작가와 독자는 한 몸… 함께 역사 만들어 가는 것”

    “작가와 독자는 한 몸… 함께 역사 만들어 가는 것”

    민중혁명 만화 제작이 어릴 적 꿈봉제공장 등 어려운 이웃이 길잡이10년 암 투병, 독자와 교감하려 버텨죽음 눈앞에 둔 투병 과정 만화로 “만화에는 한 장의 그림으로 함축해 전달하고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여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마력이 있습니다. 제가 만화를 그리는 이유지요.” ‘2023년 동학농민혁명 웹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이지현(52·전주대 웹툰만화콘텐츠학과 교수) 작가는 5일 “모든 사람은 이야기를 살고 간다. 산다는 것 자체가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이고 내가 내 인생의 창작자”라며 “나만 보는 세상을 공유하고, 우리가 함께 역사도 시대도 만든다”고 말했다. 작가와 독자는 결국 한 몸이라는 뜻이다. 이 작가는 지난달 28일 전북도·전주시가 공동 주최하고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주관한 공모전에서 ‘향아설위’(向我設位)로 대상을 수상했다. 서울신문이 후원하는 이 공모전은 올해로 2회째다. 이 작가는 고교 시절 동학농민혁명과 만적의 난 등 민중혁명을 만화로 그리고 싶어 사학과에 진학하고, 시인을 꿈꾸기도 했다. 이를 위해 대학 때부터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체험하면서 리얼리즘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봉제공장 등에서 만난 어려운 이웃들이 삶의 길잡이 역할을 해 줬다”며 “늪지에 살지만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미나리 같은 민초가 되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이 작가는 수많은 공모전 입상 경력이 말해 주듯 만화 작가로서의 길을 끈질기게 걸어왔다. 병마도 만화에 대한 열정을 꺾을 수 없었다. 그는 “10년째 암 투병 중이라 머리가 자라지 않아 모자를 쓰고 다닌다. 질곡의 삶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병상에 있을 때 많은 격려를 보내 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떠올렸다. 이 작가는 두 번의 암 수술과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를 견뎌 내야 했다. 한때 손톱과 발톱 20개가 모두 빠진 채 요양병원 침상에서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직접 체험한 투병 과정을 만화로 그려 냈다. 자신의 어두운 삶을 작품을 통해 진솔하게 드러내 독자들의 큰 반향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요즘 전주대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이 작가는 “전북은 가장 먼저 소멸할 위험이 크다고 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했다. 전북을 콘텐츠 중심 지역으로 만들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 명품 오페라가 무료… 벨리니 오페라 ‘청교도’가 온다

    명품 오페라가 무료… 벨리니 오페라 ‘청교도’가 온다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의 대가 빈첸초 벨리니의 ‘청교도’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은 오는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24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음악회’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생전 오페라를 아끼고 후원했던 세아그룹 고 이운형 회장의 마음을 이어받아 설립된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의 아홉 번째 정기음악회다. 벨리니의 유작인 ‘청교도’는 그의 생애 최고의 벨칸토 오페라로 꼽힌다. 청교도 혁명을 역사적인 배경으로 정치적 분열과 대립이 지속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젊은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냈다. 전막에 걸쳐 아름다운 아리아가 흐르는 오페라로 벨칸토 시대 특유의 고음을 표현해야하고 섬세한 연출을 요채 쉽게 접할 수 없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공연 연주는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 데이비드 이가 서울시향과 노이오페라코러스를 지휘한다. 세아이운형문화재단 후원 아티스트이자 2023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테너 손지훈을 비롯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우리나라 최정상급 성악가 소프라노 캐슬린 김, 베이스 박종민, 바리톤 이동환 등이 출연해 명품 오페라를 선보일 예정이다. 베이스 송일도, 테너 위정민, 메조소프라노 지나 오 등도 함께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룰 예정이다. 재단 관계자는 “진정성을 바탕으로 지난 10여년 간 오페라와 동행해 온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의 이번 공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아름다운 선율이, 위로와 공감이 절실한 시대에 한 줄기 빛과 같은 온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공연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관람을 희망하는 관객들은 세아이운형문화재단 홈페이지(http://woonhyungleefoundation.org/)와 인스타그램 계정(@seah_woonhyunglee_foundation)의 티켓 신청 링크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6일 오후 3시까지며 당첨자는 접수 종료 후 개별 문자로 안내한다.
  • 尹 “마 한번 바까 보겠다”… TK신공항 등 전폭 지원 약속

    尹 “마 한번 바까 보겠다”… TK신공항 등 전폭 지원 약속

    윤석열 대통령은 4일 대구 경북대에서 개최한 민생토론회에서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건설 등 대구 지역 현안에 대한 차질 없는 추진과 지원을 약속했다. 민생토론회가 대구에서 열린 것은 처음으로 윤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운동이 대구경북에서 먼저 시작됐음을 언급하며 지역 민심을 염두에 둔 발언을 이어 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첨단 신산업으로 우뚝 솟는 대구’를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 모두발언에서 “대구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산업 구조를 혁신해야 하고, 낡은 교통 인프라도 확실히 개선해야 한다”며 “대구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정부는 과감한 지원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가장 먼저 꺼낸 지역 현안은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이었다. 윤 대통령은 “신공항 건설을 차질 없이 추진해서 대구 교통망 혁신의 기폭제로 만들겠다”며 “2030년 개항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신공항 건설의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연계 고속교통망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경북 신공항 광역급행철도 건설, K2 공항 이전 부지 개발, 대구 도심 군부대 이전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달성 국가 로봇 테스트필드 2000억원 투입, 수성 알파시티 내 국가 디지털 혁신지구 조성, 교육발전특구 지정, 팔공산 국립공원 인프라 지원, 국립뮤지컬컴플렉스·국립근대미술관 건립 등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국립구국운동기념관을 서문시장 인근에 건립하겠다”고 했고 이와 관련해 국가보훈부는 이날 2030년까지 기념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의대 정원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윤 대통령은 패널로 참석한 홍원화 경북대 총장 등에게 “지역의 거점 의대와 거점 병원에 대한 정부의 재정 투자는 확실하게 할 테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의대 확충을 해 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이 된 삼성도 대구 인교동의 국수 공장으로 처음 기업을 일으켰다”면서 “또 우리의 정신을 혁명적으로 바꾼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운동도 가까운 청도를 발원지로 하여 대구경북에서 가장 먼저 깃발을 올렸다”며 ‘보수 텃밭’인 대구가 국가 발전에 기여한 역사를 언급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는 “홍준표 시장 재직 중 대구를 마 한번 바까 보겠다(바꿔 보겠다)”며 사투리를 쓰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 이어 참석한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기념식에서 “이제 중앙정부가 나서서 팔공산을 더욱 잘 가꾸고 발전시켜 더 많은 분께 사랑받는 명품 국립공원으로 키워 내겠다”고 약속했다. 국립공원공단 설립 후 국립공원 관련 행사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 尹 “TK신공항 차질없이 추진”...사투리로 “바까보겠다”

    尹 “TK신공항 차질없이 추진”...사투리로 “바까보겠다”

    대구서 첫 민생토론회 개최“대구 혁명적 변화 위해 과감히 지원…걱정 말고 의대 확충하라” 윤석열 대통령은 4일 대구 경북대에서 개최한 민생토론회에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등 대구 지역 현안에 대한 차질 없는 추진과 지원을 약속했다. 민생토론회가 대구에서 열린 것은 처음으로, 윤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운동이 대구·경북에서 먼저 시작했음을 언급하며 지역 민심을 염두에 둔 발언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첨단 신산업으로 우뚝 솟는 대구’를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 모두발언에서 “대구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산업 구조를 혁신해야 하고, 낡은 교통 인프라도 확실히 개선해야 한다”며 “대구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정부는 과감한 지원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가장 먼저 꺼낸 지역 현안은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이었다. 윤 대통령은 “신공항 건설을 차질 없이 추진해서 대구 교통망 혁신의 기폭제로 만들겠다”며 “2030년 개항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신공항 건설의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연계 고속교통망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경북 신공항 광역급행철도 건설, K2 공항 이전 부지 개발, 대구 도심 군부대 이전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달성 국가 로봇 테스트필드 2000억원 투입, 수성 알파시티 내 국가 디지털 혁신지구 조성, 교육발전특구 지정, 팔공산 국립공원 인프라 지원, 국립뮤지컬컴플랙스·국립근대미술관 건립 등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국립구국운동기념관을 서문시장 인근에 건립하겠다”고 했고, 이와 관련 국가보훈부는 이날 2030년까지 기념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의대 정원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윤 대통령은 패널로 참석한 홍원화 경북대 총장 등에 “지역의 거점 의대와 거점 병원에 대한 정부의 재정 투자는 확실하게 할 테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의대 확충을 해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이 된 삼성도 대구 인교동의 국수공장으로 처음 기업을 일으켰다”며 “또 우리의 정신을 혁명적으로 바꾼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운동도 가까운 청도를 발원지로 하여 대구·경북에서 가장 먼저 깃발을 올렸다”며 ‘보수 텃밭’인 대구가 국가발전에 기여한 역사를 언급했다. 마무리발언에서는 “홍준표 시장 재직 중 대구를 마 한번 바까보겠다(바꿔보겠다)”며 사투리를 쓰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 이어 참석한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기념식에서 “이제 중앙정부가 나서서 팔공산을 더욱 잘 가꾸고 발전시켜 더 많은 분께 사랑받는 명품 국립공원으로 키워내겠다”고 약속했다. 국립공원공단 설립 후 국립공원 관련 행사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의사 집회서 울려 퍼진 이 노래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의사 집회서 울려 퍼진 이 노래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의사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대표 넘버인 ‘민중의 노래’를 불렀다. 의사들은 또한 양희은의 ‘상록수’도 부르며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꺾이지 않는 마음을 다짐했다. 의사들은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 대회’를 열고 투쟁 동력을 끌어올렸다. 궐기대회에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추산 4만명, 경찰 추산 1만 2000명의 인원이 참가했다. 이날 여러 관계자가 나와 정부의 방침에 대해 강경하게 비판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언론홍보위원장은 “앞으로 우리는 정부의 대응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정부가 의사들을 계속 몰아붙인다고 생각하고 있고 우리가 생각한 길에 대한 경로 이탈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협은 의사들 일부의 단체가 아니라 대한민국 유일 법정단체”라며 “오늘 행사가 전체 의사들의 의지다”라고 강조했다.행사 중 노래로 의지를 다지는 시간도 마련됐다. 사회자는 “시민들을 총칼로 탄압하는 국가에 민중들이 힘을 모아 맞선다는 의미를 가진 유명한 노래다. 마찬가지로 정부의 잘못된 의료 정책에 맞서서 14만 회원들의 굳은 결의와 5000만 국민 건강을 생각하는 의사들의 결연한 의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을 갖겠다”며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를 소개했다. ‘민중의 노래’는 프랑스 혁명기를 배경으로 한 ‘레미제라블’의 전체 주제를 관통하는 넘버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장발장 역에 최재림, 민우혁이 맡아 오는 10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공연 중이기도 한데 ‘민중의 노래’는 특히 뮤지컬의 대미를 장식하면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날 행사에서는 팝페라 그룹 쏠레올레가 무대에 올라 웅장한 선율에 목소리를 얹었고 의사들도 화면에 나온 가사를 함께 부르며 투쟁 의지를 다졌다.서양의 꺾이지 않는 마음을 상징하는 노래가 ‘민중의 노래’였다면 한국에는 양희은의 ‘상록수’가 있다. ‘상록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집회 당시 양희은이 직접 무대에 올라 부르는 등 고난의 현장에서 자주 불리는 곡으로 유명하다. 사회자는 “온갖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본연의 색을 잃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진 가요”라며 “‘상록수’ 노래를 들으면서 현재 고난과 역경을 겪는 여러분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고 꺾이지 않는 의지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도록 하겠다. 노래 아시는 분들은 같이 따라 불러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청했다. 집회에 참석한 의사들은 사회자의 요청대로 함께 ‘상록수’를 부르며 마음을 모았다.
  • 유럽 최초의 지하철을 보며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기억하다 [한ZOOM]

    유럽 최초의 지하철을 보며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기억하다 [한ZOOM]

    1804년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란츠 2세(Franz II·1768~1835)가 나폴레옹과의 전투에서 패배하면서 약 800년을 이어온 신성로마제국이 역사의 뒤로 사라졌다. 프란츠 2세는 오스트리아, 보헤미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등 남은 국가들을 합쳐 동군연합(同君聯合·동일 군주를 모시는 연합체) 국가인 ‘오스트리아제국’을 세웠다. 1848년 오스트리아제국 헝가리에서 자유주의 혁명이 일어났다. 오스트리아제국은 러시아제국의 지원을 받아 혁명을 진압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오스트리아제국의 위상은 하락세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866년 오스트리아제국은 프로이센과의 전투에서 패배하면서 독일 연방에서의 영향력마저 상실했다. 오스트리아제국의 위기를 느낀 프란츠 요제프 1세(Franz Joseph I·1830~1916) 황제는 제국 내에서 오스트리아 다음으로 규모가 큰 헝가리에게 공동국가를 제안했다. 기나긴 대타협의 결과 1867년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이 탄생했고, 헝가리는 재정, 외교, 국방 외 분야에서 확실한 자치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유럽대륙 최초로 지하철이 등장하다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을 세운 황제에게는 헝가리 국민들의 민심을 얻어야 하는 다음 숙제가 남아 있었다. 황제는 오래 전부터 오스트리아 수도 빈(Wien)의 재건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는 오스만제국 침략을 막기 위해 세운 성벽을 허물고 그 자리에 순환도로(링슈트라세·Ringstraße)를 만들었다. 그리고 순환도로를 따라 정부기관, 박물관, 미술관 등을 세웠다. 따라서 진행대로라면 다음 순서는 수도 빈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철도 체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황제는 헝가리 국민들의 민심을 얻기 위해 빈이 아닌 부다페스트에 먼저 도시철도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부다페스트 도시철도는 1892년 착공하여 1896년 개통되었다. 이렇게 전세계 두 번째 도시철도이자, 유럽대륙 최초의 도시철도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만들어졌다.유럽대륙 최초 지하철의 우여곡절 하지만 유럽대륙 최초의 도시철도는 거기서 멈추고 말았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의 패배로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은 해체되었고, 헝가리는 유럽대륙의 약소국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패전국이 되면서 소련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게 되었다. 소련은 헝가리 국민들의 민심을 달래야만 했기 때문에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와 같이 도시철도를 만드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렇게 부다페스트에는 1호선이 완공된 1896년으로부터 약 70년이 지난 1970년 2호선, 1976년 3호선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19세기 만들어진 1호선은 고전적인 분위기가 나는데 반해, 소련이 만든 2호선과 3호선은 소련의 느낌이 난다. 1989년 동유럽에 자유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헝가리 역시 소련에서 독립하여 마침내 헝가리 공화국이 되었다. 헝가리 정부는 1990년대 지하철 확장을 계획했지만 1990년대 동유럽의 혼란과 2000년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약 38년 후인 2014년에서야 4호선을 개통할 수 있었다. 1896년 1호선, 1970년 2호선, 1976년 3호선, 2014년 4호선 이렇게 19세기부터 21세기의 모습을 다양하게 가지고 있는 부다페스트 도시철도는 2002년 전 세계 모든 도시철도 가운데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지정되었다. 그리고 유럽대륙의 첫번째 도시철도는 다섯 번째 노선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1호선만 좌측통행, 2~8호선은 우측통행 “1호선만 좌측통행, 2~8호선은 우측통행. 헷갈렸다간 거꾸로 타요. 출퇴근 시간 뒤바뀌죠. 정신만 차리면 괜찮아요. 멋대로 달리는 지하철” 대한민국 뮤지컬의 전설 ‘지하철 1호선’(김민기 연출) 1부가 끝날 때쯤 모든 배우가 무대에 올라 함께 불렀던 노래 ‘일호선’의 가사이다. 노래가사처럼 서울 수도권 지하철 노선에서 1호선은 좌측으로, 2호선부터는 우측으로 통행한다. 물론 일부 구간이나 노선에서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일각에서는 지하철 1호선을 일제시대에 일본이 만들었고, 나머지 노선은 해방 후에 만들었기 때문에 운행방향이 다르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1호선 착공이 1971년이었기 때문에 일제시대가 아니라 해방 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졌다. 아마도 당시 우리나라 기술로는 지하철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일본의 자본과 기술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일제시대에 일본이 만들었다는 오해가 생긴 것 같다. 또한 1호선이 좌측통행을 하는 것은 일본 기술자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일제시대 군수물자 운반을 위해 설치한 경부선 선로와 연결해야 했기 때문에 경부선과 같은 좌측통행으로 결정한 것이었다.학전 어게인(again), 학전 포에버(forever) 유럽대륙 최초의 도시철도의 역사를 머리 속으로 정리하며 퇴근길 지하철에 올라탔다. 우리나라 도시철도는 유럽대륙 보다 시작은 약 80년 늦었다. 하지만 쾌적함과 편리함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니 역사를 비교하기 보다는 자부심을 먼저 가져도 될 것 같다. 지하철 좌석에 앉아 스마트폰 메모장에 정리한 내용을 적어 나가고 있었다. 그때 김민기 대표의 건강과 재정난을 이유로 대학로 ‘학전’이 문을 닫는다는 속보가 올라왔다. 갑자기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20대의 많은 시간을 보낸 공간이자, 대학로를 찾으면 공연이 없어도 괜히 근처를 서성거리며 추억을 되새김질 헸던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퇴근길 내내 학전의 모든 공간을 채우던,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록음악이 그리워졌다.
  • 장기전 돌입한 의대 증원…쪼개지는 대학-의대

    장기전 돌입한 의대 증원…쪼개지는 대학-의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문제를 놓고 정부와 의사협회가 좀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을 배정하기 위해 전국 40개 대학에 의대 증원 신청을 요구한 시한이 4일 마감되면서 지자체·대학과 의대 측의 갈등으로 확산한 분위기다. 의대 교수들이 대학 측의 증원 신청을 강하게 저지하고 나섰고, 의대생들은 비대위 SNS 계정을 통해 의과대학 정원 수요조사 제출을 거부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4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각 대학에서 신청을 검토 중인 의대 정원은 애초 정부 제안한 2000명을 훌쩍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원이 100명 미만인 미니의대들의 경우 2배에서 많게는 3배까지 증원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지역거점국립대는 ‘증원 당위성’을 말하며 학내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앞서 현 76명인 의대 정원을 최대 200명까지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경상국립대는 ‘국가거점국립대 역할’을 앞세운다. 경상국립대 관계자는 “2020년 기준 경남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65명으로 전국 평균 2.04명에 못 미친다. 의대 정원 역시 경남은 2.3명으로, 전국 평균인 5.9명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며 “경남의 국가거점국립대학으로서 이 문제를 타개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제출한 계획에는 2027년까지 200명으로 늘리는 것으로 돼 있다”며 “우선 정원을 받아 놓고 입학유보제 등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4차례에 걸쳐 성명을 발표하고 의과대학 학생정원 신청 시 심사숙고할 것을 요구했다. 협의회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이공계열 인재를 매년 2000명씩 의사로 빠져나가게 해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에 걸림돌이 됐다는 원성을 듣는 총장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교육부에서 정한 시한까지는 상기한 필수적인 절차를 밟을 시간도 없으므로 ‘3월 4일까지는 제출할 수 없다’는 것이 대한민국 인적자원을 배출하는 대학 총장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답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각 대학 내에서도 총장과 의대 교수들 사이에 잡음도 잇따르고 있다. 경북대의 경우 권태환 경북대 의대 학장이 의대 증원 수요조사와 관련해 홍원화 경북대 총장에게 “대규모 의대 증원을 하면 교육이 어려워진다”며 반대의 뜻을 문자메시지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홍 총장은 교육부에 의대 신입생 정원을 현재(110명)보다 2배 이상 많은 250~300명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아주대 의대 교수들 역시 대학이 현재 40명인 의대 정원을 150명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자 총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주의대 교수회는 지난 1일 긴급 성명서를 내고 “총장은 의대 교수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터무니없는 교육 가능 학생 수를 제출한 걸 사과하고 교육부의 증원 수요 재조사에 대한 답변 제출을 연기하라”고 촉구했다. 의대생들도 학교 비대위 SNS 등을 통해 증원을 반대하고 있다. 전북대 의대생들은 지난달 29일 총장에 보내는 서신을 통해 “의대생들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말아 달라”고 촉구했다. 전북의대 학생들은 “의대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의대 교육환경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정원을 늘리는 것을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며 “총장님께서 독단적으로 증원 규모를 발표하거나 국민과 환자에 해를 끼치는 필수 의료패키지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는 일이 없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현 정원이 40명인 울산대에서도 내부 반발이 나왔다. 울산대는 1차 수요조사에서 120~150명 증원을 희망한 바 있다. 울산대 의대생들은 지난달 29일 ‘증원신청을 하지 말아 달라’는 성명서를 대학 총장에 제출했다. 의대생은 성명서에서 “학생 정원 신청에 앞서 학생·교수진과 충분히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주의대생들도 현재의 열악한 교육 환경을 나열하며 “지난해 11월 총장님께서 현 40명인 아주의대 정원을 최소 100명 최대 150명으로 증원하겠다고 제출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진정 의대 교육의 질을 고려해 이 수치를 적어낸 것이 맞는지 심각하게 의문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는 공식적인 목소리는 내지 않고 있지만 의대 증원을 통해 지방대학 살리기와 의료 공백 메우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의대 정원 확대는 지역 인재 유출 방지와 인구 유입 등 효과는 물론 지역 국립대병원 서비스 향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이 낙후된 지역 의료 인프라를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尹 “지역·필수 의료 강화 위해 의대 정원 충분히 늘릴 것”

    尹 “지역·필수 의료 강화 위해 의대 정원 충분히 늘릴 것”

    윤 대통령, 16번째 민생토론회 주재‘첨단 신산업으로 우뚝 솟는 대구’ 주제교통 인프라 개선, 관광 산업 진흥 등 약속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지역·필수 의료 강화를 위해 의과대학 정원을 충분히 늘리겠다. 대구를 비롯한 지방에서 그 혜택을 더 확실하게 누리도록 만들겠다”라고 말했다.윤 대통령은 이날 경북대에서 ‘첨단 신산업으로 우뚝 솟는 대구’를 주제로 민생토론회를 주재하고 “지역에서 중·고등학교를 이수한 지역 인재 정원을 대폭 확대하여 지역 인재 중심의 의과 대학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의대 증원에 따른 교원 수 확충 등을 지원해주면 (의대에서) 우수한 의사를 양성해 지역사회에 공급하겠다’는 취지의 홍원화 경북대 총장의 발언에 “적극 지원해드리겠다. 걱정하지 말라”고 답변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대구가 대한민국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대구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산업 구조를 혁신해야 하고 낡은 교통 인프라도 확실히 개선해야 한다. 대구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정부는 과감한 지원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건설 ▲서대구·신공항·의성을 연결하는 광역급행철도 건설 ▲팔공산 관통 민자고속도로 개통 등을 약속했다. 대구의 전통적 강점인 기계, 금속, 부품 산업의 토대 위에 로봇과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구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연구개발(R&D) 전진 기지로 크게 도약하도록 지원할 것”이라면서 달성군 국가 로봇 테스트 필드 2000억 투입, AI 관련 대형 R&D 과제 정부 지원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구 기회 발전 특구와 교육 발전 특구에 대해 언급하면서는 “대구 미래 산업을 키울 인재들을 양성하고 이 인재들이 대구에서 일하며 대구 경북을 발전시키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관련, 1000억 규모의 국가 재정 인프라 투자를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는 “팔공산을 대구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또 “팔공산을 국제 경쟁력을 갖춘 대구의 대표 브랜드로 키우겠다”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대구를 문화예술 허브로 만들고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성장시키겠다”며 동성로 일대 관광특구 지정, 국립 뮤지컬 콤플렉스, 국립 근대 미술관 건립 등 등도 거론했다. 아울러 대구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염색산단, 매립장, 하수처리장의 악취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노후화된 산단 대기오염 방지 시설 교체·보강, 노후 하수관로 정비, 우수 전용 관로 설치 등 대책을 진행할 방침이다. 토론회에는 대구 지역의 로봇·이차전지·데이터 등 첨단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인, 학부모, 학생, 지역 주민, 대구시 지방시대위원 등 국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한화진 환경부 장관, 백원국 국토부 2차관,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강은희 대구광역시 교육감, 홍원화 경북대 총장 등이, 대통령실에서는 이관섭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등이 자리했다.
  • [정재정의 독사만평] 쿠바 수교와 아바나의 추억

    [정재정의 독사만평] 쿠바 수교와 아바나의 추억

    지난달 13일 정부는 쿠바와의 국교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쿠바가 1949년 한국을 승인했다가 1959년 사회주의 혁명으로 단교한 이래 65년 만에 이루어진 외교 성과다. 반면에 북한은 형제국가라 자랑하던 쿠바가 한국과 수교했으니 외교 실패라 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국가로 매도한 직후여서 그 타격은 더 클 것이다. 한국과 쿠바의 수교 소식을 듣는 순간 불현듯 27년 전 아바나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1997년 2월 중순 쿠바를 여행하고 있었다. 2월 12일 날짜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날 호텔 텔레비전에서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역임한 황장엽(1923∼2010)이 수행원 김덕홍과 함께 베이징의 한국대사관에 망명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깜짝 놀랐다. 황장엽은 이른바 주체사상을 체계화하고 김정일의 스승으로서 후계 작업을 주도하던 인물이다. 북한 권력 서열 13위에 오른 핵심 인물이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주체사상연구회 국제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베이징으로 왔다고 했다. 그런 황장엽이 한국에 망명하다니 북한이 정말 위기에 빠진 것이 아닌가, 그런 놀라움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 며칠 전 서울에서 만났던 연변대학의 김모 교수는 은밀하게 말했었다. 기차로 북한을 오가다 보니 산기슭에 엎어져 죽은 시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는 것이다. 기차는 시속 20㎞로 느린 데다 정전으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겨울산은 헐벗어 주변을 잘 볼 수 있었단다. 그는 중국 국적을 가진 공산당원으로서 북한을 자주 왕래하며 현지 사정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다. 고난의 행군 3년여 동안 2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었다는 게 헛소문이 아니라고 했다. 황장엽 망명과 그 교수의 말이 겹쳐 묘한 긴장감과 기대감이 발동했다. 일행 몇 명이 고급 지역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을 찾아갔다. 굳게 닫힌 대문 틈으로 대사관 안을 들여다보니 의외로 내부는 태연했다. 그렇겠지. 수만 리 떨어진 쿠바와는 상관없는 일 아닌가. ‘꾸바 공화국 주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사관’이라는 동판이 부착된 높은 담벼락에는 김정일의 동정을 보여 주는 큰 사진이 즐비하게 걸려 있었다. 아름다운 아바나 구시가지는 역사의 향기를 물씬 풍겼다. 고색창연한 콜럼버스 묘지는 쿠바가 400년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였음을 웅변했다. 혁명광장 건물 벽면을 가득 채운 체 게바라의 얼굴은 쿠바가 사회주의 혁명을 계승하고 있음을 일깨웠다. 그러나 아바나 거리의 아름다움은 50m쯤 떨어져 봤을 때까지였다. 가까이 가 보면 건물은 낡아 무너질 듯했고 페인트가 벗겨져 곰팡이가 끼어 있었다. 50년 동안 물자 부족으로 보수와 색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들도 한 세대 전의 모델이었다. 관광객들 눈에 낭만적이었을 뿐 현지인들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생활이었다. 바라데로 해변은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과 코발트빛 해수욕장을 낀 천혜의 휴양지였다. 모래는 밀가루처럼 곱고 바다는 유리창처럼 맑았다. 그러나 손님은 프랑스인 몇뿐이었다. 미국 휴양객들로 붐비던 멕시코 칸쿤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예약 없이 식당에 들렀더니 간단한 점심을 준비하는 데 두 시간 걸렸다. 종업원이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식재료를 조달했다. 미국의 제재 때문이라고 말끝마다 불만을 터트리던 안내원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럼에도 쿠바의 가능성은 크다. 한국보다 1만 5000㎢나 넓은 국토의 대부분이 기름진 평지인 데다 북회귀선에 걸쳐 있어 1년에 2·3모작이 가능하다. 쿠바가 노선을 바꿔 외국의 자본과 기술을 활용하면 1000만명 가량의 쿠바인은 곧 잘 먹고 잘 살게 될 것이다. 늦게나마 한국과의 수교가 시발점이 되기를 기원한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 “AI 시대 살아갈 청소년들… 가장 필요한 건 정확성 아닌 인성 교육”[임형주의 임의 동행]

    “AI 시대 살아갈 청소년들… 가장 필요한 건 정확성 아닌 인성 교육”[임형주의 임의 동행]

    “인공지능(AI) 시대 우리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확성’ 아닌 ‘인성’입니다.” 최근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가 14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하고 성황리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해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실패와 그에 따른 혹평으로 인해 국제대회 운영 능력에 대한 편견이 생긴 터였다. 어쩌면 이번 청소년올림픽을 바라보는 시선에 약간 다른 요소가 들어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다행히도 새만금잼버리대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 역량을 총결집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찬사는 물론 기대 이상의 흥행도 기록했다. 두 개의 굵직한 국제행사가 더더욱 중요하게 다가왔던 건 지구촌 미래의 세대인 청소년들이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그들에게 상처를 주었고 또 다른 한편에선 영광을 안겨 주며 상반된 기억을 남긴 이 사회는 미래를 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긍정적인 답을 찾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손연기(66)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KYWA) 이사장을 ‘임의 동행’ 코너를 통해 만났다.손 이사장에 대한 첫인상은 그가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원장으로 재임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국내 한 언론사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연재하고 있는 고정 칼럼 시리즈를 통해 새겨졌다. AI와 생성형 AI 챗GPT, 메타버스, 4차 산업혁명 등의 최첨단 흐름을 현재의 시대적 상황과 접목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한국 청소년들의 문화와 비전에까지 범위를 넓혀 기고하고 있는 그의 글들은 여러 정보와 일말의 영감까지 필자에게 선사해 주곤 했다.●청소년활동진흥원의 맞춤 프로그램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서 만난 손 이사장은 연구에 매진하는 학자 캐릭터, 정갈하고 빈틈없는 완벽주의자의 전형이랄까…. 왠지 익숙한 듯한 모습의 그에게 다소 낯선 청소년활동진흥원에 대한 소개를 먼저 부탁했다. “저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학교 교육 이외에 다양한 공간에서 직접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와 기회를 제공하는 국가 공공기관이에요.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청소년활동 관련한 제반 안전관리 교육, 안전 정보 등을 지원하고 있죠. 청소년들에게 직접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안내자 역할을 하는 ‘전문가로서의 청소년 지도자’들을 국가적으로 양성하고 교육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막힘없는 설명이 쏟아진다. 아마도 손 이사장이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 열에 아홉은 이런 질문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진흥원은 전국 6개 국립청소년수련원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역사·문화(중앙수련원, 충남 천안), 야외·모험(평창수련원, 강원 평창), 우주과학(우주센터, 전남 고흥), 생명과학(농생명센터, 전북 김제), 해양과학(해양센터, 경북 영덕), 산림·ESD(미래환경센터, 경북 봉화)를 주제로 특화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오는 7월에는 부산 을숙도에 국립청소년생태센터가 개원한다. 청소년이사제나 청소년특별회의 등 청소년들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프로그램도 수두룩하다. 사회배려청소년의 성장 지원을 위해 대상 맞춤형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건강한 가족문화 지원을 위한 가족 프로그램, 자유학년제와 연계한 진로 프로그램, 청소년 자원봉사, 대면활동 참여가 어려운 청소년을 위한 비대면 실시간 온라인활동 등 대한민국 청소년의 역량 개발 및 성장 지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포상제라는 독특한 프로그램도 있다. 금·은·동장 단계에 맞춘 활동 기간 동안 자기 계발·봉사·탐험(합숙) 영역에서 내용, 목표, 세부 계획을 스스로 정하고 수행하는 자기주도적 활동이다. 그는 전 세계 140여개국이 운영하는 활동인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 및 우리나라의 청소년자기도전포상제를 설명하더니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잠재력을 개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삶의 기술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며 개인적인 바람도 잊지 않았다.●IT업계 경험 살려 AI시대 청소년 지원 인터뷰에 앞서 살펴본 그의 이력으로 보면 그는 아동·청소년 전문가가 아닌 우리나라 정보기술(IT) 업계 1세대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인물이었다. 이러한 평가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이전 기사를 검색해 보면 2004년에 이미 ‘앞으로는 PC가 아닌 모바일 플랫폼이 커질 것’이라는 점을 누구보다도 앞서 예측했고 ‘이를 위한 연구를 이미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인터뷰 기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스마트폰의 시작을 연 아이폰의 최초 출시일이 무려 3년이나 지난 2007년이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이미 미래를 내다보는 선견지명과 거시적 안목을 갖춘 이 분야의 전문가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손 이사장은 숭실대 사회과학대학 정보사회학과 교수라는 어찌 보면 정년이 보장된 안정된 직함을 벗어던지고 2002년 임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한국정보문화센터의 소장직을 수락해 당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정부의 관심이 별로 닿지 않는 기관의 고생스러우면서 남들이 그다지 알아주지 않는 수장직을 선택한 그를 두고 뒤에서 무모하고 미련하다며 수군대는 동시에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사회적 편견을 깨부수며 강력 펀치를 날리듯 정부와 국회를 끈질기게 설득해 2003년 1월 1일 한국정보문화진흥원(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으로 기관을 격상 및 새롭게 재탄생시키고 예산도 전보다 훨씬 늘리면서 해당 기관의 초대 원장으로 임명된다. 게다가 당시 그는 40대 초반을 갓 벗어난 젊은 나이였다. 필자는 이와 관련한 질문들을 이어 나갔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 이사장이 입을 뗐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원장으로서 재직하는 동안 참 뜻깊은 일이 많았다”며 지나간 시간을 반추하는 듯 그는 속도를 좀더 늦춰 말했다. “돌이켜보면 그때는 정말 신바람나게 지치는 줄도 모르고 출퇴근 시간 제대로 구분 없이 사무실 한편에 간이침대 하나 두고서 열정적으로 일했습니다. 직원들도 그 힘든 시기에 뭉쳐 멋진 팀워크를 이루었지요.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을 당했던 서러움이 있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함께 일하는 데 크나큰 시너지가 나며 일이 매우 즐거웠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밤이고 낮이고 불철주야 열심히 노력한 덕분인지, 우리 진흥원이 기획재정부의 정부공공기관 평가에서 2004년부터 문화·국민생활유형 부문 3년 연속 1등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룩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고맙고 기쁜 나머지 애쓴 직원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제가 받은 성과급으로 금반지를 하나씩 해 드렸어요.” 사비를 털어 직원들에게 금반지를 선물했다고 말하면서 그는 오늘 인터뷰 중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놀란 필자는 그런 기관장이 일반적으로 흔한 건 아니지 않으냐고 그에게 물었고 그는 다소 쑥스럽다는 듯 “당연히 저 혼자 잘해서 된 게 아니니까요”라며 겸손하게 답했다. 그는 겸연쩍어하며 필자에게 오히려 질문을 던졌다. “지금까지 제가 살아오면서 받았던 선물 중에 가장 값지고 소중한 선물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직원들이 만들어 줬던 공로패입니다. 아직도 우리집 현관에 세워 두고 매일 보며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을 정도예요.” 필자도 괜스레 마음이 따스해지는 듯했다. 고위직 혹은 기관장이란 직함을 제쳐 두고 인간 손연기가 어떠한 성품을 가진 사람인지 단번에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인성 교육 통해 미래 인재 키워야 한편 이렇게 IT 업계에서 종사한 이력이 현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직을 수행해 나가는 데 약간의 도움이 된다거나 또는 연계성 같은 게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2000년대 초반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 일하면서 어린 학생들이 인터넷과 게임 중독에 빠져 가정이 불안정해지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예를 들어 부모의 만류에도 아이가 컴퓨터를 끄지 않고 계속 사용하는 데 화가 난 부모가 컴퓨터 모니터 선을 끊어 버리자 아이가 정수기 선을 잘라 버렸어요. 아이 아빠가 정수기 선을 고치다가 감전사고로 사망한 겁니다.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분명 일어나는 일이에요.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로 인한 역기능이 심해질 수 있으니 청소년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인터넷 중독으로부터 보호하고 올바른 사용 습관에 대해 알려 주기 위해 최초로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를 개설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와 아랍권 유력 매체인 ‘알자지라’ 같은 해외 유력 언론사들의 주목도 받았다. “이런 경험들이 현재 AI 시대 수많은 ‘스마트 베이비’들의 탄생 속에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직을 수행해 나가는 데 여러 자양분이 되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야말로 하이브리드 인물, 아동·청소년 전문가여야 이 기관 수장으로서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필자의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한 전문성과 단단한 열정, 확고한 철학, 따스한 품성이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의 역할에 더욱 큰 기대를 품게 한다. 그가 인터뷰 말미에 했던 말이 아직도 귓전에 울리는 듯하다. “AI에는 없는 윤리적 문제, 가치 등을 살펴보면 우리가 어떻게 AI의 기술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우리 인간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고,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같은 AI 시대에 대비해 우리 청소년들에게 인류의 가치, 철학, 윤리관에 대한 교육이 더욱 절실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AI 시대에 우리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확성’이 아닌 ‘인성’이라고 봅니다.” 팝페라 테너
  • [데스크 시각] 역사 창작물을 어떻게 볼 것인가

    [데스크 시각] 역사 창작물을 어떻게 볼 것인가

    프랑스 혁명군을 이끌며 유럽 대부분을 정복한 군사 천재, 프랑스 변두리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황제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다. 19세기 초까지 그의 존재감은 강력했으나 한편으로는 전쟁광이자 독재자로 불린다. 7개 대형 분쟁을 치르며 유럽에서 최소 300만명이 사망했다. 정권을 비판한 이들을 추방하거나 투옥했고 귀족제와 식민지 노예제도를 부활시킨 탓이다. 지난해 11월 영국 영화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의 ‘나폴레옹’이 개봉하자 고증에 실패했다는 평가만 이어졌다. 나폴레옹이 마리 앙투아네트의 처형 장면을 지켜보는 모습, 영국 육군 최고 지휘관인 웰링턴 공작을 만나는 장면 등 흥미로운 요소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게 학계의 비판이다. 특히 프랑스 매체들은 “프랑스 역사를 왜곡한 반프랑스적 영화”라며 비난을 쏟아부었다. 역사 영화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대표적 사례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암살을 다룬 ‘JFK’(1991)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이 사건을 오즈월드의 단독 범행이 아니라 정부 고위층이 개입했다는 음모론으로 바라봤다. 워낙 치밀한 각본과 케빈 코스트너, 토미 리 존스 등 명배우의 연기로 아카데미영화상 8개 부문 후보에도 지명됐다. 그러다 보니 음모론을 사실이라고 믿을 우려가 대두됐다. 개봉 후 1992년 갤럽 조사에선 77%가 음모론을 믿는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갤럽 조사를 보면 이미 1970년대부터 70~80% 미국인은 케네디 사망에 음모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영화를 사실이라고 신뢰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의미다. 지금 ‘건국전쟁’을 두고 논란이 크다. 영화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것인데, 물론 이 전 대통령의 공도 없지는 않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이 어떤 인물인지 학교에서 짧은 현대사 시간에 배웠고 이후 과거사 진상보고서 등으로 많이 알고 있어 볼 엄두는 안 난다. 제주4·3사건 관련 보고서는 1947년부터 8년 가까이 제주도에서 무고한 민간인 1만 4442명을 학살하도록 지시한 세력으로 이 전 대통령,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 서북청년회 등을 지목한다. 1만명에 달하는 여수·순천 주민이 사망한 사건이나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비롯해 대전·거창·산청·함양·문경 등에서 당시 정권에 의해 목숨을 잃은 양민이 수십만 명에 이른다. 모두 좌익세력 색출을 명목으로 삼았다. 해방 후 친일 행태를 청산하기 위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약화시켰고 정적 조봉암을 간첩으로 몰아 사법살인을 저질렀다. 헌법을 유린해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3·15 부정선거의 여파로 4·19 혁명이 일어 결국 이 전 대통령은 하야했다. 집권 세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양민 학살은 피해자들이 살아 있는 한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봉한 ‘건국전쟁’과 뒤따르는 논란을 보면서 역사 창작물의 순기능을 떠올려 본다. 그 바탕에는 창작의 자유와 선택의 존중을 깔아 뒀다. 어떤 음흉한 속셈으로 역사를 철저히 왜곡하지 않는 한, 인권 유린이나 학살 같은 반인륜적인 행태를 없던 일로 치부하거나 미화하는 또 다른 폭력이 아닌 한 긍정적인 기능은 있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내에서 나폴레옹의 공과를 재조명하게 했고, ‘JFK’로서 미국 의회는 케네디 암살에 관한 기록물을 세상에 공개했다. ‘건국전쟁’으로써 이 전 대통령의 평가를 어떻게 내려야 할지 알게 되지 않을까. 105주년 3·1절에 내놓은 대통령 기념사에는 ‘어느 누구도 역사를 독점할 수 없으며’라는 문구가 있다. 여전히 일본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한 부분에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이 문구 액면 그대로는 동감한다. 역사는 일방적인 판단이 아니라 끊임없는 검증의 작업이다. 결국 중요한 건 우리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려는 노력과 비판적 사고를 키우려는 행동,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세다. 최여경 국제부장
위로